필자 나이 쯤 되면 세월이 정말 빠르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금방 월요일이었는데 또 벌써 주말이라거나, 달이 바뀐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다 갔다는 식의 얘기이다. 마음은 아직 젊은데 잠깐 사이에 나이도 많이 먹었고 백발이 되어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는 얘기도 한다. 나이에 따라 시속이 빨라진다니 맞는 얘기인 것 같다.
필자 스케줄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원래 정해져 있는 편이다. 월요일, 수요일은 댄스 동호인들끼리 댄스를 즐기고 화요일은 노래 교실에 나간다. 토요일은 장애인 댄스 지도와 연습을 한다. 목요일와 금요일은 비워두고 있으나 대부분 사적인 모임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금년 들어 고정적으로 목요일은 만나서 책 하나를 만드는 작업을 맡았다. 금요일은 내가 가르치는 댄스 동아리에서 회원들에게 댄스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므로 온전히 비어 있는 요일은 일요일뿐이다. 일요일에는 주로 산에 간다. 요즘처럼 계절이 좋으면 꽃과 바람이 유혹하니 집에 눌러 있을 수가 없다.
스케줄대로만 움직이면 바쁠 것도 없는데 문제는 스케줄이 겹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순위에 따라 기존 스케줄을 포기하거나 조정해야 한다. 수요일은 별 일 없으면 저녁에 동호인들과 댄스를 하러가는데 오후 시간에 걷기 모임이 생겼다. 서너 시간 걷고 허기졌으니 뒤풀이를 한다. 식사만 하고 일어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막걸리를 곁들이다 보면 댄스하러 가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 막걸리를 안 마시고 댄스를 하러 갈 수도 있지만, 이미 운동량이 충분한데다 땀 냄새 밴 채로 파트너와 춤을 춘다는 것도 무리이다. 그러다 보니 댄스 학원에 결석이 잦다며 원성을 듣는다. 어쩔 수 없다.
그 다음으로 만만한 요일이 월요일이다. 역시 댄스하러 가는 날이다. 다른 요일이 꽉 찼으니 새로 생기는 스케줄은 월요일로 하다 보니 월요일마저 결석하는 일이 잦다.
화요일 노래 교실은 웬만하면 안 빠지려고 노력한다. 결석하면 그날 배우는 새 노래를 못 배우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입 꾹 다물고 살다가 소리 내어 노래를 불러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다. 새 노래야 안 배워도 그만이지만 여기 뒤풀이도 무시 못 한다. 10년 이상 유지해온 모임이라 우선순위를 높게 둔다.
토요일 장애인 댄스 강습도 결석하기 어렵다. 나를 기다리는 장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각종 경기 대회에 나가려면 둘이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그날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집에 돌아오면 영화에 빠져 든다. 영화 채널을 10개 정도 계약해서 채널을 돌리다가 시작하는 시간이 우연히 맞으면서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고른다. 좋은 영화가 이어지면 하룻밤에 3편도 본다. 당연히 수면 부족 현상이 생긴다. 건강에 지장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 불면증이 와서 뒤척거리던 생각을 하면 차라리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굉장히 바쁜 것 같지만 댄스, 노래 등은 저녁시간이고 걷기, 책 만들기 작업, 댄스 강의는 오후시간이다. 오전 시간은 온전하기 때문에 그때 글을 쓴다. 늦게 자기도 하지만, 원래 아침잠이 많아 느긋하게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커피 한잔 마시고 머리를 맑게 하면, 오전에 글 한편은 쓸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나이가 60대 중반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좋은 시기를 만끽하고 살아야 후회 없는 여생이 될 것 같다.
낙동강 700리 길 위에서의 셋째 날이 밝아왔다. 말간 햇살이 창틈으로 스며들 때쯤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연이틀 강행군했으니 그 고단함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마는 목표가 코앞에 있으니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가 보다. 예약해 둔 우거지해장국으로 아침을 잘 챙겨 먹고 부산 낙동강 하굿둑을 향해 출발을 서둘렀다. 수면 부족으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할 터인데도 모두 싱싱해 보였는데 그만큼 공기가 맑고 좋다는 뜻일까, 아니면 의지가 넘쳐서일까? 아침 9시에 차를 타고 펜션을 떠나 부산 을숙도를 향해서 출발했다. 30여 분을 달리니 드디어 낙동강 하굿둑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원하게 펼쳐진 강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낙동강하굿둑인증센타에서 단체로 인증 샷을 찍고 드디어 서울을 향한 라이딩의 첫발을 뗐다.
미세먼지에 대비해 모두 마스크를 꼼꼼하게 착용하고 달리기 시작했으나 달리다 보니 강바람에 실린 뿌연 미세먼지와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어 자전거 타기에 썩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육십 고개 중반을 막 지나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우리에게 그 정도의 장애쯤이 문제도 아니었다.
낙동강 하굿둑에서 시작한 라이딩은 출렁이는 강물 따라 이어지는데 강물에 그림자 드리운 초록 세상 속으로 금세라도 빨려들 듯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경관을 만끽하며 신나게 페달을 밟아 나갔다. 출렁이는 낙동강 강물의 굽이 따라 오늘 이 순간 필자 인생도 멋지게 흐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는 시원하게 출렁이는 낙동강의 풍경은 아스라이 멀어져간 그리움 같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낙동강 강변의 풍경은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강 양쪽의 잘 정돈된 고수부지에는 많은 시민이 나와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텐트를 치고 야영하기는 족속들과 강물에 낚싯줄을 드리운 강태공, 가족들과 손에 손잡고 산책하는 사람들, 무리 지어 격한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얘기하는 환경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잘 가꾸어진 강변에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으니 아이러니하기 그지없었다. 훗날 역사가 판단해 주겠지.
경남 밀양시를 앞에 두고 가쁜 숨을 잠시 고르면서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하던 중 구릿빛 얼굴에 건강미가 철철 넘치는 어떤 분이 자전거를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출발해 며칠째 달려오고 있다고 한다. 연세를 물으니 나이가 좀 많다고 하시면서 금년도 자신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부산까지 달린다고 했다. 헬멧에 마스크를 착용한 그분의 위풍당당한 외모에 얼핏 우리보다 젊으신 분일 것으로 예측했는데, 여지없이 깨진 것이다.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그분의 모습에서 모두 ‘삶의 생동감’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부디 그분이 원하시는 대로 부산까지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고 모두의 축복을 받는 행복한 칠순잔치를 맞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마음속으로 해본다. 아울러 불과 얼마 후면 우리에게도 밀물처럼 닥쳐올 칠순까지 변함없이 이 길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떠올리면서 다음 목표를 향해 힘을 내서 다시 또 달리기 시작했다.
1987년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 군 시절부터한의사 생활을 했으니 어느덧 30년을 바라본다. 이재동(李栽東·54)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인체의 생체리듬과 자연치유력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헛발질을 줄일 수 있는 한방의 철학은 음양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한다. 새해의 시작,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한방의학의 비결을 알아보자.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시니어들의 새해 건강을 위한 한방학적 고찰에 관해 물었더니 의 기본 정신에 대한 설명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한의학 서적이란 게 수천 권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한의학 하는 사람이나 대체의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두가 에 열광합니다. 에는 몸이 건강하면 병은 스스로 치유된다는 정신이 있어요. 그래서 몸이 건강해지기 위한 양생법을 추구하죠. 양생이라면 도 닦는 사람이나 하는 걸로 생각하는데, 저는 이걸 임상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 기본 정신은 사람의 몸이 하나의 소우주라는 것에 기초한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에 잘 따르고 순응하면 몸이 건강해진다고 설명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형성되는 이치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예를 들어 하늘의 태양이 지구를 비추잖아요. 햇빛은 양기죠. 그렇게 양기가 비추면 지구의 음기인 물이 위로 올라가서 비가 되어 내려오잖아요. 태양의 불과 지구의 물의 조화인 겁니다. 이 순환 속에서 생물들이 자라나는 거예요. 그것을 음양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몸은 우주, 음양의 조화가 중요
이 교수는 우리 몸을 잘 들여다보면 바로 심장이 태양의 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면 비뇨생식기는 물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 원리를 알고서 자기 몸이 조화를 이루게끔 노력해야 건강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승(水昇), 물은 올라가고 화강(火降), 화는 내려가는 수승화강(水昇火降)만 잘되면 우리 몸이 스스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현대인들은 삶 자체가 수승화강을 깨뜨리게 되어 있어요.”
이 교수는 어두워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게 자연에 순응하는 법인데 현대인들은 밤낮이 바뀌어 있다는 걸 지적했다. 현대의학적으로도 호르몬 생성에 중요한 시간이 밤 10시부터 아침 5시라고 한다. 건강하고 싶다면 그 시간을 필수 수면시간으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밤 10시에 맞춰서 잠을 자는 현대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호르몬은 물입니다. 밤에 잠을 자야 음의 기운을 몸에 저장할 수가 있어요. 밤에 잠을 안 자면 그 음의 기운을 소모하게 되고 물이 말라서 음양의 균형이 깨져요. 물이 올라와서 불을 꺼줘야 하는데, 불을 못 꺼주니 기운이 위로 뜹니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머리에서 생기게 돼요. 현대인들은 분노조절장애가 많이 있죠. 몸이 안정되고 불을 꺼주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밤에 잠을 못 자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TV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우리 몸의 진액을 말리는 거예요. 충혈도 그렇고 뒷골이 당기고 얼굴에 상열감이 있고 고혈압이 발생하는 등의 현상들이 다 거기서부터 오는 겁니다.”
점차 말라가는 우리 몸의 음기를 유지해야
이 교수는 나이가 들어서 만들어지는 체형을 보면 대부분이 가분수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체는 가늘고 위는 비대한 체형이 된다. 이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몸에 물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자꾸 진액을 말렸기 때문에, 기운이 위로 올라가서 그렇게 되는 거예요. 팔은 굵어지고 어깨는 두꺼워지고. 살면서 그런 원리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지혜가 있으니 원리를 알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이 교수는 생활과 노력으로 음양의 균형이 깨지는 걸 보완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흔히 자신의 키와 체중에 대해 얘기를 하지, 체지방을 구분해서 얘기를 안 해요. 우리 몸의 지방이라는 것은 일종의 독소죠. 독소가 꽉 차 있으면 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해요. 에너지가 올라오는 길이 경락입니다. 지방이 몸에 쌓이게 되면 그 길에 문제가 생겨요. 그러니 음양의 조화를 위해 지방을 빼야 합니다.”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
이 교수는 지방을 돈으로 비유한다. 예를 들어 키와 근육의 양을 봤을 때 필요한 지방을 남겨놓고 넘치는 분량이 12㎏이라면 그 사람은 은행에 12억 원을 넣어놓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평소에 ‘현금’을 많이 보충했기 때문에 그렇게 자산이 쌓였다고 표현하는 이 교수는 그 ‘현금’의 정체가 바로 ‘탄수화물’이라고 밝혔다.
“현금인 탄수화물을 줄여야 합니다. 그럼 탄수화물 대신에 뭘 먹어야 할까요. 노후에 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대비로 건물을 만드는 게 있죠? 그러한 부동산이 바로 단백질입니다. 나이가 들면 단백질을 주로 먹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나이 쉰 살만 넘어가면 무조건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먹으라고 해요. 왜냐하면 쉰 살까지는 현금, 그러니까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공급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은행에 매월 500만 원씩 넣다가 차단하면, 금융적으로 대처하는 데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이걸 몸의 관점으로 봤을 때,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 섭취에 전념하면 당장은 현기증, 어지럼증 등의 신호가 올 수 있다. 이 교수는 그러니 우선은 급하지 않게 조금씩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단백질에도 일정 분량의 탄수화물이 있기 때문에 단백질만 먹어도 몸에 쟁여둔 탄수화물에 비춰보면 필요한 탄수화물의 유지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방 분해를 위해 활용하는 약도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그는 약을 심부름꾼이라고 불렀다. 심부름꾼은 은행에서 돈을 효율적으로 찾아오는 역할, 즉 지방대사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끔 설계된 것이다.
지방이 만병의 근원이 되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배에 지방이 쌓인다는 것은 종합적인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척추를 받쳐주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지방이 빠져야 근육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생기는데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가 탁해지고 녹슬어 중풍, 심장병 등의 위험도 높아진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은 깨끗한 피가 혈관을 돌면서 영양을 공급해주고 더러운 요소들은 운반해 소변으로 걸러준다. 그런데 지방이 있으면 그 피가 탁해진다. 그렇게 되면 면역 기제들이 자기 피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다고 여겨 공격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다.
“건강해지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해 변화를 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무조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서 연골을 제거하는 그런 식의 해결은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치료라고 봐요.”
과거엔 발암의 첫 번째 원인이 흡연이었다. 최근 그걸 뒤집은 게 비만이라고 한다. 지방이 껴 있으면 순환이 안 되고 순환이 안 되면 혈액이 탁해지는데, 혈액이 탁해지면 의혈이라는 암세포의 식량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음양의 조화를 통한 건강, 생활속에서 만들어야
이 교수는 음양의 기운을 다스려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충분한 잠이다.
“현대인들은 밤 10시가 어렵다면 최소한 11시에는 자야 합니다. 그렇게 습관을 바꿔 문제를 예방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커피와 녹차를 자제해야 합니다. 잠을 심하게 못 자는 사람은 아침 10시 이후에는 아예 커피와 녹차를 마시지 말아야 해요.”
두 번째는 되도록 많은 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물은 사라진 음기를 보완할 수 있는 음의 에너지입니다. 물은 하루에 2ℓ를 마시는 게 좋습니다. 물을 마실 때는 입을 적시듯 마셔야 해요. 사람들이 물을 못 먹는 이유가 대부분 흡수가 안 돼서입니다. 입에 적시듯 먹으면 괜찮아요. 우리 몸은 70%가 수분으로 이뤄진 일종의 물통입니다. 물통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깨끗한 물을 넣어주는 것이죠.”
세 번째는 음식을 구분해 먹는 것이다.
“예순 살이 넘어가면 탄수화물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과일도 간식으로라도 먹는 게 아닙니다. 과일도 탄수화물 덩어리거든요. 절제해야 해요.”
네 번째는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상체 운동은 손가락 움직이는 것도 안 하는 게 좋아요. 대신 무조건 하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계단 오르기 같은 생활 속의 운동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걷기는 하체 운동이 아니라 유산소 운동이에요. 하체 근력 운동을 하면 유산소 운동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계단을 만나면 정말 반갑고 고마워요.”
이 교수는 얼핏 보기에는 각기 다른 것처럼 보이는 질환들이 실은 하나의 원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병에 맞춰 각각 해당되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반복적인 시술만 받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을 치유하자는 이 교수의 제안이 살갑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상포진이라는 병은 ‘통증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통증이 가장 무섭다. 피부에 생기는 물집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딱지가 생기면서 가라앉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통증은 한두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통각에서 통증을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를 지속적으로 망가뜨리면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주기 때문이다.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수년까지도 이 통증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의 2차적인 문제를 남기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어디에 문제를 만드느냐에 따라 각막염, 녹내장으로 실명을 일으키거나 뇌졸중,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구안와사라고 알려진 안면신경마비도 연평균 4.2% 정도의 증가율을 보이는데, 그 원인으로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한 안면신경 손상을 지목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 45만여 명이던 환자가 2012년에는 57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다시 2년 후인 2014년에는 64만 명 수준까지 대폭 늘어났다. 4년 전인 2010년에 비하면 무려 42%나 증가한 것이다.
대상포진 환자 증가 추세
우리나라의 대상포진 환자는 왜 이렇게 급작스런 증가율을 보이는 것일까? 원래 대상포진이라는 병은 어릴 적 수두를 앓았던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이 수두 바이러스가 수두가 완치된 이후에도 신경다발 속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증식하게 된다. 그 후에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서 염증과 발진, 물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소아기에 수두를 앓았던 사람만 이 병에 걸린다면, 유독 요즘에 그 발병률이 늘어나는 이유는 더더욱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본다면, 대상포진 환자들이 유아였을 적의 특정한 몇 년 동안 수두가 크게 유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국가 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어 의무적으로 수두 백신을 맞은 세대들이 기성세대가 되면 대상포진은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2013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0%는 연령층으로 볼 때 50대 이상이었다.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인 65세 고령층을 놓고 비교해보면, 40세 이하의 청·장년층보다 무려 8~10배 발병위험이 높다. 또, 폭염으로 인해 체력 소모가 심해지는 7~9월에 노년층의 대상포진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대상포진은 면역력만 충분히 유지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병인데, 면역력이 약해지기 마련인 노년층에게는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이라는 것이다. 이 대상포진으로 인한 끔찍한 고통은 노령인구에게 심각한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70대 영국인 호스피스의 사연은 그 심각성을 더 크게 보여준다.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의 안락사를 돕고, 그들의 여명을 보살폈던 70대 노인이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은 후, 나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그 끔찍한 고통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서 삶에 대한 미련을 접고 말았다. 그래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더라도 영국에선 안락사가 불법이어서, 자의에 의한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로 건너간 것이다. 결국 가족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생을 마칠 준비를 끝낸 후에 한 병원에서 약물투여로 숨을 거두었다.
대상포진은 백신예방이 최선
이 대상포진의 고위험군 환자층은 노년층만이 아니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도 면역력이 약해지므로 고위험군에 속한다. 물론 노년층일수록 그 확률은 높아진다. 대상포진이 일단 발병한 후에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시점이다. 확산되기 이전에 신속한 치료를 해야 효과가 좋다. 물집이 생기기 전까지는 감기 몸살에 걸린 것처럼 근육통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대상포진이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기 마련이다. 결국 대상포진은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대상포진 백신은 공급의 한계로 인해 50대 이상의 고령층만 접종이 가능하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백신 중에서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15만~18만 원 정도 하는 가격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소수만 백신을 맞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백신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60대 이상의 인구 3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를 보면 발생 위험이 5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성별이나 인종, 만성질환 여부에 관계없이 고른 효과를 보였다. 또, 만약 발병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고 잘 견딜 정도로 지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상포진의 원인질환인 수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유아들이 수두 예방접종을 맞지만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백신의 예방효과가 100%라기보다는 가볍게 앓고 지나갈 정도로 막아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즉, 수두의 감염과 그로 인한 성인들의 대상포진 발생 자체를 완벽히 억제할 수는 없지만, 백신접종만 효과적으로 잘되면 삶을 고통스럽게 할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접종의 중요성
노년층에게 또 필요한 접종으로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들 수 있다.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기 마련인 인플루엔자는 독감이라는 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의 노인과 만성질환자, 그리고 장기이식 등으로 인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발병될 경우 합병증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의 합병증이라면 가장 무서운 것이 역시 폐렴이다. 폐렴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2차적으로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균에 감염되어 세균성 폐렴으로 나타나기도 있다.
현재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보통 3~4가지의 예상 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을 섞어서 접종한다. 효력은 겨울철과 봄철을 지날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밝혀진 인플루엔자의 종류도 이론적으로 144가지나 되며, 유전자 돌연변이 등으로 그 이상의 종류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완벽한 대책은 되지 못하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는 있다. 그 외에도 폐렴구균 백신 또한 같은 이유로 노년층에게 필요하다.
이렇게 백신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이른바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은 아니더라도 그 집단 대부분의 구성원이 해당 질환에 면역을 형성하고 있다면 전염의 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에 유행병이 발생하기 어렵게 된다. 만약 이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유행병을 넘어 풍토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롭게 이주해오는 주민이나 신생아는 계속 생기기 때문에 그 사회의 집단면역은 가변적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이후 영국에서는 웨이크필드 박사가 홍역백신으로 인해 자폐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접종거부 바람이 확산되는 바람에 3차례의 홍역 대유행이 영국을 휩쓸었고, 현재도 영국은 홍역 유행국으로 남아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백신접종 거부로 사망하는 사람이 150만 명 수준이다. 건강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철저한 백신접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한국 사회도 삶의 질이 중요시되는 단계로 접어든 지 꽤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들도 일주일에 하루는 강제로 제 시간에 퇴근하는 날을 맞춰놓기도 하고, 정치인들은 너나없이 ‘저녁이 있는 삶’을 소중한 가치로 얘기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보건의료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의 요구는 외상을 낫게 하고, 성인병의 진전을 늦추며, 불치병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더 편안한 몸의 상태를 다시 찾아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진료의 질을 평가하는 아주 중요한 도구로 ‘통증 관리’가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통증에 대해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통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연구가 활발해진 것이다.
2명 중 1명 꼴로 수면 장애
현재 암성 통증과 비암성 통증을 합하여 만성적인 통증 환자로 분류되는 사람들만 해도 성인 인구의 약 10% 이상인 250만 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각종 만성 질환자의 증가 추세로 인해 만성통증 환자의 수도 같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만성통증은 질환이 완쾌되었거나 부상이 아물었는데도 불구하고 극심한 아픔이 끊이지 않는 특징을 가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집중력 장애와 기억력 감소, 수면 장애, 활동범위 축소를 가져오고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직장생활이나 가사활동, 여가활동의 수행이 어렵게 되고 정신적 고통의 만성화로 인해 가족을 포함한 대인관계의 전반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육체적 활동의 강도와 상응하는 통증의 발현으로 인해 전반적인 활동 기피 현상이나 이차적인 운동 저하로 인한 근육 약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심근 허혈과 같은 혈류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통증의 강도는 다양하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2명 중 1명꼴로 수면 장애를 나타내며, 30%에 가까운 환자들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의 폐해가 많다.
또한 만성통증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므로 이차적인 부양비와 의료비의 지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파생시킨다.
결국 이 통증은 단순히 환자가 참을 수 있는 범위 외의 것이 많다는 것이며, 직접 통증을 치료하지 않고서는 완치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심한 통증에는 피할 수 없는 필요악
국내 많은 의료진이 만성통증환자에게 무작정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만 사용할 경우, 통증 억제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위장 장애나 신장 손상 및 혈전 생성 등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의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통증의 강도에 따라 약한 통증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중간 정도의 통증에는 마약성 진통제 중에서도 비교적 약한 트라마돌계와 코데인, 그리고 심한 통증에는 모르핀, 옥시코돈, 하이드로모르폰이나 펜타닐 같은 강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추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바이러스가 통각신경세포를 파괴하여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의 치료에도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한 상황이 많다. 대한피부과학회의 발표에 의하면, 전국 20개 대학병원의 대상포진 환자 1만9884명을 조사한 결과, 그중 56.7%에 달하는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 중 7%는 통증과 합병증으로 입원 치료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 우려에 대해서도 국내 의료계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성 진통제는 천정효과(Ceiling effect, 용량을 증가시키면 더 이상 진통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계점)가 없기 때문에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용량의 제한 없이 증량이 가능하며, 증량 자체가 중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 사회적 위험 경계해야
그러나 이러한 배경을 업고 우리나라보다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을 장려했던 미국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나타났다. 1997년, 다른 통증 치료법으로 효과가 없는 환자의 경우에만 평가와 카운슬링을 거쳐 마약성 진통제를 제한적으로 사용하자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10년간 메타돈, 하이드로코돈, 옥시코돈 등의 마약성 진통제의 1인당 구입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 결과는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예기치 않았던 약물중독에 의한 사망이 크게 증가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5년 동안 약물중독에 의한 사망률은 무려 550%나 증가했다. 사망자 295명 가운데 남성이 67.1%에 달했고, 사망자의 63.1%는 처방전 없이 불법 구입한 약제, 즉 비합법적으로 구입한 약물 복용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또 전체의 21.4%는 사망하기 1년 전 5명 이상의 의사로부터 규제 약물을 처방받는 이른바 닥터쇼핑을 하며 의약품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러한 닥터쇼핑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약 2배가량(16.7% 대 30.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입경로를 조사한 결과, 합법적인 진료와 처방을 거쳐 원하는 만큼의 약물을 구입하기 어려운 10~20대들은 노점상이나 기타 불법적인 구매선을 통해 약물을 구했고, 경제적으로 구입 능력이 있으면서 증상 호소 등을 통해 비교적 의사의 동조를 이끌어내기에 용이한 30, 40대의 연령층은 가능한 한 여러 병원에서 닥터쇼핑을 한 것이었다.
결국 약물에 의한 중독사의 93.2%는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지는 자명하다.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을 통제할 뚜렷한 대책 없이 효과만 강조하여 사용을 장려할 경우, 국민 건강이 도리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마약성 진통제를 과잉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특히 인터넷에 의한 구매 열풍이 다른 나라보다 꽤 높은 편이며, 위조 발기부전 치료제나 불법 의약품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형편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부득이하게 사용할 때에도 환자가 정상적으로 복용하고 있는지, 임의로 복용하고 있지 않는지, 처방전 분실 사유로 인해 처방전이 중복 발행되는 일이 잦은지, 환자의 혈중이나 요 중에서 검출되는 마약성 진통제의 함량이 정상적인지, 처방 당시 환자가 어떠한 종류든지 중독의 기왕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관리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1992년 경희대 약학대학 졸업
2000년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겸 의약품안전사용교육 사업단장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평균 수명은 늘어났다는데 갖가지 장애물들로 인해 수면시간이 줄어들었다.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정선용 교수를 만나 사상체질별 수면방법에 대해 들었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정선용 교수
태양인
태양인은 밖으로 기운이 많이 발산돼 몸 안이 건조해지기 쉬워 마른 장작에 비유할 수 있는 체질이다. 신체감각에 소홀해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앓아눕게 되면 비로소 몸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는 너무 지나쳐서 불안, 불면, 상열감(上熱感) 등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열이 많아서 손발을 이불 밖으로 내놓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홑이불 정도는 꼭 덮고 자는 게 건강에 좋다. 잠자는 동안 땀이나 분비물 등을 잘 흡수하는 부드러운 면 소재의 가벼운 옷을 선택하고 되도록 꽉 끼는 속옷 등은 벗고 자는 것이 원활한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태음인
비만하며 목이 굵고 짧은 태음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코를 심하게 고는 타입이다. 때문에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태음인은 대부분 근육이 뭉치면서 기혈순환이 잘 안 돼서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상시 땀 흘리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조깅, 자전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권장한다. 잠들기 전에는 무리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으로 원활한 혈액순환을 통해 몸이 따뜻해지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잠이 안 올 때는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산조인을 볶아 끓인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양인
잠에 들 때는 체온이 약간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잠이 들어야 하는데, 소양인은 열이 많다 보니 속에서 열이 많은 상태가 해소되지 않아 잠이 안 오는 경우가 많다. 상기되기 쉬우므로, 복식호흡을 통해 기운을 가라앉히는 게 도움이 된다. 한약 중에서는 찬기운을 북돋우는 성질의 재료들, 예를 들면 숙지황, 고삼, 석고 등을 많이 사용한다.
소양인 체질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혈에 장애가 발생하여 불면이 찾아온다. 한의학에서 볼 때 소양인의 불면증은 과로로 인한 수면부족이나, 가슴 속에 화나 열이 쌓여서 나타난다고 한다. 소양인들의 수면 부족현상은 피로의 누적이라는 악순환으로 거듭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음인
소음인은 그날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 곱씹지 말고, 빨리 흘려버려야 한다. 계속적으로 곱씹으면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다. 소음인들이 먹는 것을 조심하는 편이기 때문에 소화 장애로 잠을 못 자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한번 소화장애가 생기면 심한 편이니 평상시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저녁에 먹는 것은 피하고 되도록 조금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너무 기운이 떨어지면 몸이 차지면서 잠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잠들기 전에 족욕이나 생강차 등을 마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족욕은 괜찮지만, 반신욕은 생각보다 기운이 많이 빠지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정선용 교수는 “불면증환자는 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 대비 실제 자는 시간에 차이가 많아, 심리적으로 더 잠을 못 잔다고 느낀다”며 “체질에 상관없이 일주기 리듬이 안 깨지도록, 자려고 눕는 시간, 일어나서 움직이는 시간, 식사하는 시간과 식사의 양 등을 규칙적으로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낮 시간 동안의 적절한 운동이 밤에 깊이 자는 데에 도움이 되며, 자려고 누워도 잠이 안 올 때는 누워 있지 말고, 자리에서 나와 단순하고 지루한 책을 읽거나 뜨개질 등으로 졸리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들어가서 자는 방법이 좋다”고 권고했다.
남편이 무호흡증에 시달릴 때
발바닥을 열이 나도록 문지르세요…‘용천혈 자극법’
수면 전에 한 손으로 발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발바닥에서 열이 날 때까지 용천혈(涌泉穴)을 마찰한 다음, 다시 다른 한쪽의 용천혈도 발바닥에 약간 땀이 날 정도로 열이 날 때까지 마찰한다. 명(明)나라 사람 장대복(張大復)은 매화초당필담(梅花草堂筆談)에서 체질이 허약하고 평소에 잠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경우, 본 요법으로 용천혈을 110회 마찰하면 잠자리에서 누워도 코를 골지 않고 몸과 혈액이 맑고 안정됨을 느낀다고 기록하고 있다.
새벽 1시 잠을 자야 하는데,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코골이 환자 때문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85dB, 자동차 경적이나 비행기 착륙소음과 동일한 세기로 마구 울어댄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숨을 안 쉰다. 걱정이 돼서 얼굴 한 번 쳐다보니 ‘드르렁~’ 살아 있다고 소리친다. 왠지 심란해지는 새벽이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고려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
중년에 접어들면 신체의 근력이 떨어지면서 기도 역시 탄력이 떨어져 좁아진다. 이때 공기가 지나가면서 주변에 진동을 일으켜 코골이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심해져 기도가 아예 막히면 수면 무호흡으로 증상이 발전한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철 교수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으로 인해 신체의 산소가 부족해져 교감신경을 자극해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뇌졸중, 치매, 뇌출혈, 심근경색, 당뇨병 등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돌연사의 위험까지 있다. 특히 수면무호흡은 급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을 25배 증가시키는 등 매우 위험한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폐경 이후 호르몬의 변화나 자녀의 독립, 직장 은퇴 등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그리움, 괴로움, 외로움 등을 느끼게 되고 이는 수면장애로 이어져 심할 경우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수면은 노화를 앞당긴다
잠을 자다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끊기면 본인도 모르게 깨게 되고 수면 안정도가 떨어진다. 이때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가 짧아진다고 한다. 노화시계로 불리는 텔로미어는 그리스어 ‘텔로스’(끝)와 ‘메로스’(부분)의 합성어로 세포 속 염색체 양 끝에 존재하며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젊은 사람의 경우 약 1만 개의 긴 텔로미어를 갖고 있지만,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며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세포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수면장애는 텔로미어의 감소를 불러 급노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신철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다가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1시간에 5번 이상 생길 때를 말한다. 최근 성인 3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통해 발견했는데, 수면무호흡이 1시간에 15번 이상 나타나는 중증환자는 잠을 잘 자는 사람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50% 이하로 매우 짧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수면무호흡증 연구 결과이지만, 수면무호흡증에만 한정지으면 안 된다. 모든 불안정한 수면은 노화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드르렁~드르렁~’ 황혼이혼의 원인
코골이를 비롯한 수면장애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부는 결혼생활의 불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생활과 자녀양육의 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삶을 정리할 시기가 시작되는 55세 이상 부부들은 젊은 부부들보다 수면장애와 부부생활의 상관관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지칠 대로 지쳐 황혼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철 교수는 “4년간 추적 관찰 한 결과, 55세 이상에서 결혼에 만족하는 부부는 29%만이 수면문제가 있었지만, 결혼에 불만족스러운 부부에서는 50%에서 수면문제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신중년 부부들은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수면장애가 생기게 된다”며 “증가 추세인 황혼이혼은 수면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가족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질병
앞서 말했듯 수면장애는 본인은 물론 부부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당사자는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족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실제로 수면무호흡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옆에서 자고 있던 부인이나 남편의 죄책감은 클 수밖에 없다.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신철 교수는 “수면무호흡이나 분절수면 등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등 수면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보통 수면 장애는 본인 스스로 그 여부를 인지하고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수면 장애 이력이 의심되거나 관찰된다면 환자를 즉시 병원으로 데리고 가 상담을 받게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숙면을 위한 TIP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굽히는 자세가 좋다.
▲등불을 켜지 않는다.
▲적당한 두께의 이불을 덮는다.
▲7cm정도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배가 너무 부르지 않게 한다.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들이고 되도록 낮잠을 자지 않는다.
▲잠들기 전에 자극적인 활동, 담배나 약물을 피한다.
▲오후나 저녁부터는 커피, 콜라, 차, 초콜릿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배가 고플 경우, 우유나 간단한 간식은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좋지만 잠들기 3시간 전에는 하지 않는다.
별다른 일 없는데, 귀에서 요동을 친다. ‘윙윙~, 왱왱~’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때때로 찾아오고 아무도 몰라주는 ‘이명(귀울림)’은 꽃중년을 울리는 악몽이다. 특정한 원인 없이 불현 듯 찾아온다는 이명 해결방법은 없을까? 청이한의원 유종철 원장과 함께 알아봤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청이한의원 유종철 원장
이명은 외부의 음원발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주파 순음, 기적음 등이 지속적으로 들리는 것을 말한다. 증상만을 놓고 볼 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 당사자에게는 극심한 수면장애, 식욕부진, 정서불안 등을 야기하고 우울증까지 동반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명이 발병했다면 최소 6개월 이내에 치료해야 한다. 장기간 방치할 경우 어지럼증, 난청, 우울증 등 각종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화병이 나고, 화기가 넘쳐서 찾아온다
한의학에서는 과거부터 이명을 ‘귀울음’이라하며 이미 그 존재를 인식해 왔다. 그 원인은 물론 치료법까지 정립한 상태다. 전통의학적 관점에서 이명의 주된 원인은 칠정(七情)이 과도해져 간에 화(火)가 넘치거나 반대로 수(水)기운을 관장하는 신장이 허약해졌기 때문으로 봤다. 칠정은 분노(怒), 기쁨(喜), 고민(思), 근심(憂), 슬픔(悲), 두려움(恐), 놀람(驚)이 과도하게 쌓였다는 뜻이다. 화병은 이명을 유발시키는 주범이다. 즉, 과도한 스트레스는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약화시키고 열을 발생시켜 귀의 혈류흐름을 방해하고 청각세포에도 이상을 초래한다는 것. 이로 인해 이명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스트레스가 이명에 미치는 영향
이명환자 대부분이 생산직근로자나 군인과 같은 소음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군에서 발생하는 특성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이들보다 사무관리직, 전문직,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추세다. 이명의 원인이 소음보다는 스트레스, 과로, 피로누적, 식습관 등 현대인들의 잘못된 생활요인에 의한 면역기능의 이상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누적될 경우 인체의 항온성(恒溫性)이 상실돼 안면부와 흉부에 열이 집중되는 반면 사지말단(四肢末端)부위의 체온은 저하돼 머리는 뜨겁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명뿐만 아니라 원인불명의 탈모, 안면홍조, 어지럼증, 두통, 냉증 등의 현상은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인체의 반응결과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열독을 제거하는 것이 방법
이명의 한방치료는 장부(臟腑)의 균형을 맞춰 스트레스로 인한 체열불균형을 해소하고 전신기능과 면역력을 향상시켜 향후 이명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보사법(과하거나 부족해진 기운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적용한 침치료와 경락약침을 환자에게 적용하는 한편 청각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특히 ‘청이단(淸耳丹)’이라는 한약이 효과적이다. 청이단은 청열한약재 조구등과 백질려, 기혈순환을 촉진하는 원지와 석창포, 신장과 간장의 기운을 강화하는 산수유와 녹용 등 6가지 주요 한약재로 구성돼 있다. 열독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충만해진 기력이 전신으로 순환되도록 해 이명 치료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장기방치 시 합병증 주의
이명의 방치기간을 장기화 할수록 증상은 물론 각종 합병증도 발생할 위험성도 커진다. 이명음이 갈수록 커지고 지속시간도 길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좌우 어느 한쪽에서만 들리던 이명이 양쪽 귀 모두에서 들리게 되는 일도 많다. 더구나 귀의 문제다보니 감각신경에도 장애를 유발해 어지럼증, 오심(구역감), 스트레스성 불면증, 신경쇠약, 두명(머리울림) 등을 동반한다.
여기에 이명은 그 자체로 뇌의 변연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극심한 우울감을 유발하고 이 정서적 문제가 다시 이명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명이 장기간 방치되면 난청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동의보감에서도 ‘이명을 오래 앓으면 정(精)이 모두 소진돼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 이롱(耳聾)이 된다’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무언가를 인지하고 판단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뇌가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뇌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 감정을 관장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신체 각 부위의 장기를 조절 통제하고 있는 중앙 컨트롤 타워이다. 따라서 뇌가 활발히 움직이면 생각과 감정이 밝고 긍정적이 될 뿐만 아니라 신체 각 부위도 활력을 갖고 활발히 움직인다. 반면, 뇌가 주위의 여러 원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활력이 떨어지게 되면 뇌가 빠르게 늙어가 정신과 감정기능이 떨어져 정신병이나 우울병 등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중앙 조절 통제 기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되어 우리 신체가 늙어가게 된다.
글 서유헌(徐維憲) 한국뇌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즉 뇌력이 체력이다. 따라서 뇌를 활력 있게 건강하게 유지하고 잘 사용해야 오랫동안 젊음의 활력을 가지고 장수할 수 있으며, 잘못 쓰거나 잘 사용하지 않으면 치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신경정신질환과 신체적 질병에 걸리게 된다.뇌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중년의 생활습관병에서 비롯된 비만을 다스릴 때도 ‘위’가 아닌 ‘뇌’를 다스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런 맥락과 같다.
뇌가 활력이 올라가고 건강하면 신체도 활력을 띠고, 삶의 질도 함께 올라가서 장수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뇌가 활력을 잃은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삶을 앗아가 버릴 수 있다. 우리가 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절대적 이유이다. 뇌에 있는 불로초를 잘 사용하면 누구든 100세까지 살 수 있으나 불로초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단명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신체나이와 뇌의 나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배우려고 해도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고 반응 속도가 느려 민첩하지 못하다는 것은 변명이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 뇌는 늙어간다. 신체적 활력이나 힘은 뇌활력에 비해 더 빠르게 약해진다. 젊었을 때는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 올렸으나 80대가 되면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기가 더 힘들다. 그러나 노력하면 80대가 되어도 젊었을 때 못지 않은 기억력을 유지할 수 있다.
뇌의 신경세포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데 자극이 가해지지 않으면 자신이 필요 없다고 인식해 그 순간부터 정보 전달을 위한 시냅스 회로를 없애고 죽어버린다. 반대로 자극이 가해지면 시냅스 회로를 새로 만들어 정보 전달을 위해 뇌를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러므로 설사, 치매에 의해 뇌신경세포가 상당 부분 죽는다 해도 남아 있는 신경세포의 회로가 발달하면 망가진 뇌 기능의 일부를 대신하여 기억 기능, 인지 기능 등의 소실이 잘 나타나지 않아 상당기간 치매 발병이 지연될 수 있다.
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신경세포가 죽고 그 결과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나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잘만 관리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고 기능 저하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인 미켈란젤로는 89세로 사망할 때까지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76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병석에 누워서도 생애 최고의 이론을 세우는 연구를 했다. 세기의 지휘자로 불리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역시 81세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열정적으로 연주 활동을 했다. 우리 주변에서 젊은 사람 못지않은 인지 기능을 보이는 노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나이에 구속받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는 사람과 치매에 걸려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사람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뇌가 건강한 사람은 특별히 유전적으로 뛰어난 조건을 갖추었거나 좋은 약,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끊임없이 뇌를 적절히 자극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낙관적 생활관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이다.
뇌를 단련하고 사용하는 동안 뇌는 점차 활력을 되찾고, 필요한 에너지는 재충전될 것이다. ‘나이가 든다 = 뇌도 늙는다’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공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뇌활력을 깨우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뇌의 피로는 건망증의 최대 원인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 감퇴, 무력감, 긴장성 두통, 근육의 긴장, 고혈압, 우울증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뇌세포를 혹사할 때 일어나는 증상과 아주 비슷하다. 뇌세포는 일정 이상 지속적인 자극을 받으면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는 ‘불응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쉬거나 수면을 취한 다음에는 다시 반응성이 회복된다. 밤을 새우고 난 다음 날이나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해 본 적이 많이 있을 것이다. 뇌는 무한대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중년기 뇌활력의 가장 큰 적은 뇌세포의 피로다.
기억 연구로 유명한 도널드 헵 박사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던 47세 때 심각한 기억력 장애를 경험했다. 그는 논문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노트를 펼쳐 보니 이미 그 부분이 자신의 글씨로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논문을 읽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당장 일을 중단하고 충분히 휴식하면서 영양을 보충했고, 그 결과 기억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노령인 지금도 헵 박사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년에 생기기 쉬운 건망증을 노화 현상으로 당연시해서는 곤란하다. 건망증 자체가 치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피로가 오게 되면 치매가 일찍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초로 치매가 최근 증가하는 것도 누적된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가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피로에 지쳐 있거나 혹사 당한 뇌가 언제 어떻게 시스템 이상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뇌의 건강이야말로 신체의 건강은 물론 삶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다.
습관적 음주와 흡연이 뇌를 깎아먹는다
피곤한 중년의 뇌를 더욱 피곤하게 하는 것은 습관적인 음주이다. 중년은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고 하지만, 습관적인 음주는 뇌를 전체적으로 마비시키고 위축시키며 표면에 있는 골을 넓고 깊게 만든다. 또 뇌세포가 많이 손상되고 위축되어 뇌척수액이 순환하고 있는 뇌실이 넓어지고 무게도 가벼워진다. 특히 전두엽이 위축되고 얇아져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와 자제심이 부족해지고, 끈기와 집중력이 떨어지며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알코올은 도덕심과 창의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술이야말로 중년들에게 가장 큰 위협인 것이다.
술과 함께 담배도 뇌를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다. 미국 예일대 정신과가 실시한 연구에서 흡연자의 뇌는 비흡연자의 뇌보다 왼쪽 대뇌피질이 얇을 뿐 아니라, 흡연량이 많고 흡연기간이 길수록 더 얇아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뇌피질은 언어와 청각 능력, 정보 전달력, 기억력과 관련된 부위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두께가 얇아져 청각과 언어능력, 기억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담배가 이를 더 부추기는 것이다. 또한 중년의 나이에 담배를 피우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최대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술을 마실 때 담배를 같이 피우면 술만 마실 때보다 뇌장애, 특히 청각 기능에 더 큰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뇌의 활력이 많이 떨어진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은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를 끌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까지 기다리는 것은 꽤 긴 시간이다. 장시간의 공복은 뇌에 부담이 된다. 이런 식습관이 오래간다면 뇌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또 하나 아침 식사가 중요한 이유는 체온이다. 사람은 수면 중 체온이 1℃ 정도 내려간다. 겨울 산속에서 재난을 당해 잠들면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뇌 활동도 둔해진다. 오전 중에 뇌 활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면 중에 떨어진 체온을 올려줘야 한다. 이러한 신체 활동을 위한 준비가 바로 아침밥이다.
하루 종일 뇌가 원활하게 정보전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40~50종에 이르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원료 공급이 부족해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만들어져 뇌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오전 내내 호르몬 중추인 뇌하수체 바로 위에 있는 시상하부 속의 식욕 중추가 흥분을 하게 돼 집중력이 떨어진다. 즉, 아침밥을 먹어야 탄수화물이 혈당량을 높여 정상적으로 뇌활동을 펼칠 수 있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은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를 끌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시간의 공복은 뇌에 부담이 된다. 이런 식습관이 오래간다면 뇌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세포 노화를 촉진시키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미국 활성산소화학회지인 ‘Antioxidant Redox Signaling’에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말초 혈관에서 활성산소의 생성이 증가되고 세포에 미치는 스트레스 정도가 정상인 보다 높아 혈액 세포의 노화가 촉진되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수면 중에 무호흡이 발생되면 혈액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감소됨을 입증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는 세포의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결국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혈액세포 노화가 촉진되고 혈관 내벽의 기능손상이 유발돼 정상인에 비해 고혈압, 부정맥, 동맥경화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율이 증가하게 된다.
김현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환자 본인과 수면 파트너의 수면을 방해해 정상적인 활동에 장애를 주고, 세포의 노화를 촉진시켜 심혈관계 합병증 및 내분비 질환, 인지 장애, 비뇨기 장애를 유발하는 치명적 질환임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며 특히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서 이러한 합병증을 예측하고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자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 코막힘, 수면 중 무호흡, 주간 기면증, 두통, 기억상실, 성격 변화, 우울증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수면 질환으로 증상이 수면 중에 일어나는 만큼 환자 스스로 인지를 하지 못해 치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역학에 기초한 자료를 바탕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학계에 보고된 바 있으나 의학적 연관성 및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생체 인자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는 미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