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대비해 모두 마스크를 꼼꼼하게 착용하고 달리기 시작했으나 달리다 보니 강바람에 실린 뿌연 미세먼지와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어 자전거 타기에 썩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육십 고개 중반을 막 지나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우리에게 그 정도의 장애쯤이 문제도 아니었다.
낙동강 하굿둑에서 시작한 라이딩은 출렁이는 강물 따라 이어지는데 강물에 그림자 드리운 초록 세상 속으로 금세라도 빨려들 듯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경관을 만끽하며 신나게 페달을 밟아 나갔다. 출렁이는 낙동강 강물의 굽이 따라 오늘 이 순간 필자 인생도 멋지게 흐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는 시원하게 출렁이는 낙동강의 풍경은 아스라이 멀어져간 그리움 같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낙동강 강변의 풍경은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강 양쪽의 잘 정돈된 고수부지에는 많은 시민이 나와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텐트를 치고 야영하기는 족속들과 강물에 낚싯줄을 드리운 강태공, 가족들과 손에 손잡고 산책하는 사람들, 무리 지어 격한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얘기하는 환경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잘 가꾸어진 강변에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으니 아이러니하기 그지없었다. 훗날 역사가 판단해 주겠지.
경남 밀양시를 앞에 두고 가쁜 숨을 잠시 고르면서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하던 중 구릿빛 얼굴에 건강미가 철철 넘치는 어떤 분이 자전거를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출발해 며칠째 달려오고 있다고 한다. 연세를 물으니 나이가 좀 많다고 하시면서 금년도 자신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부산까지 달린다고 했다. 헬멧에 마스크를 착용한 그분의 위풍당당한 외모에 얼핏 우리보다 젊으신 분일 것으로 예측했는데, 여지없이 깨진 것이다.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그분의 모습에서 모두 ‘삶의 생동감’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부디 그분이 원하시는 대로 부산까지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고 모두의 축복을 받는 행복한 칠순잔치를 맞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마음속으로 해본다. 아울러 불과 얼마 후면 우리에게도 밀물처럼 닥쳐올 칠순까지 변함없이 이 길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떠올리면서 다음 목표를 향해 힘을 내서 다시 또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