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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살이 여행지로 사랑받는 태국 ‘치앙마이’
- 온갖 꽃과 새들이 인사하고 잠이 덜 깬 고양이는 주인의 등에 기대 졸고 있다. 전신줄을 달리는 것은 놀랍게도 쥐가 아닌 다람쥐다. 태국 음식점의 아낙네는 요리 재료 파인애플을 싣고 가게로 향하고 기타를 맨 연주자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이것이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아침 풍경. 오늘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왓치앙만 사원에 들러 진한 향의 프렌지파니(참파꽃)로 지인을 추모하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늘 가는 카페로 가는데 골목길 벽화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소원하기를 멈추고, 실행하기를 시작하라(stop wishing. and start doing).” 치앙마이를 설명하는 두 개의 말은 ‘사바이 사바이(천천히 천천히)’와 ‘마이 밴 라이(괜찮아요)’다. 겨울에 힘 빼고 살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겨우내 추위와 미세먼지로 움츠렸던 어깨와 관절이 다 아파오는 것 같다. 맹세코 다음 겨울엔 따뜻한 나라로 피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시니어에게 최적의 체류 여행지로 각광받는 태국 북방의 장미 ‘치앙마이’를 소개한다. 사방 어디에 눈을 둬도 초록이어서 저절로 힐링이 되는 곳. 특히 건기인 12월에서 2월은 한국의 강추위와 미세먼지를 피해 최고의 쾌적함을 누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아침엔 20℃, 낮엔 30℃까지 올라가는 일교차가 큰 날씨이지만 건기라서 습하지 않다. 오히려 아침저녁으로는 약간 쌀쌀하기까지 한 쾌적한 날씨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한두 차례 방문 경험이 있는 겨울 휴양지이기도 하다. 치앙마이에 한 달에서 석 달 혹은 일 년 이상 머무는 장기투숙객이 많은 이유는 장기투숙을 할수록 저렴해지는 숙박비와 한식 생각이 안 날 만큼 입맛에 맞는 음식, 맨발로 화장실을 들어가도 될 만큼의 청결한 숙박 시설, 그리고 긴장을 놓고 있어도 소매치기당할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안전함 때문이다. 사바이 사바이, 슬로 라이프!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한 목소리와 미소로 응대하는 태국인들은 길을 막고 선 차가 비켜주면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이다. 스쿠터나 오토바이 소음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아무리 길이 막히고 답답해도 경적을 울리는 일은 거의 없다. 인도나 횡단보도도 제대로 없고 오토바이 소음이 심해 처음엔 다소 불편함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순한 사람들로 인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평화로워진다. 잘못 계산한 커피 값도 너무 많이 냈다며 굳이 찾아와 돌려주는 곳. 물건을 놓고 나간 뒤 한 시간이 훨씬 지나서 가도 그 자리에 곱게 놓여 있는 곳. 라오스와 미얀마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그곳은 다 같이 가난한 나라여서 비교할 대상이 없는 데서 오는 행복이라 여겼다. 치앙마이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있는데도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욕망이 뿜어내는 독소가 안 느껴져 평화롭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한 면도 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정성을 다하는 마음, 예의 바름과 친절함은 치앙마이에서의 생활을 내 집처럼 편하게 느끼도록 해줬다. 카페도 밥집도 다섯 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고 일부를 제외하면 허름한 가게와 유명한 가게의 음식 값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받을 만큼만 받고 필요한 만큼만 벌 뿐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워라밸을 실천하는 사람들. 아무리 바쁜 마사지사도 연말 대목은 가족과 함께 보내느라 일을 쉰다. ‘한 달 살기’를 작정해도 가자마자 어찌 현지인 코스프레(?)가 가능하겠는가. 한국에서 딴 동네로 이사를 가도 주변 파악에 한 달은 족히 걸린다. 그러니 과욕은 금물이다. 이곳 레지던스 대여 단위대로 석 달이나 일 년 이상 산다면 모를까. 한 달을 살기에는 여전히 여행자의 마음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다만 지내는 동네가 산티탐처럼 좀 더 주택답거나 아파트형 레지던스처럼 한국에서 살던 구조와 비슷하다면 빨리 안정을 찾을 수도 있겠다. 소소한 골목 탐험이나 카페 탐험, 뒷골목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드시티에 집을 얻는 게 좋다. 한 달 살기는 어떤 조건으로 사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달 기준 장기 렌트 시 30만 원에서 60만 원이면 부부가 살기에 괜찮은 숙소를 구할 수도 있다. 저렴한 생활비로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교통은 한국처럼 지하철이 있거나 버스 노선이 다양하지 않아 처음엔 적응이 안 되고 불편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썽태우(합승택시)나 그랩(일명 태국판 카카오택시)으로 목적지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렌트카는 우리와 반대쪽 핸들인 데다 일방통행이 많아 활용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 가장 저렴할 것처럼 보이는 툭툭은 바가지가 심하므로 권하고 싶지 않다. 요가 학교에서 투어 프로그램까지 장기 체류자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요가나 태국 마사지를 배우기도 하고 쿠킹 클래스에서 팟타이나 양꿍 같은 태국 요리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올드시티의 토요시장, 일요시장을 비롯해 왓(wat)이라 불리는 수많은 아름다운 사원만 방문해도 다 못 볼 만큼 볼거리가 충분하다. 가는 곳마다 산재한 여행사에서 치앙라이, 치앙다오, 빠이 등으로 가는 근교 여행 프로그램은 물론 무아이타이, 카약, 집라인, 자전거, 에코 트레킹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심심할 틈이 없다. 태국 북쪽 라오스 국경에 있는 우돈타니에서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연꽃바다를 볼 수 있다. 걷다가 피곤하면 타이 마사지를 받고 아름다운 카페에서 재충전하기 좋은 곳. 머물수록 점점 더 있고 싶어지는 쉼터 같은 곳이 치앙마이다. 언제나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사와디카(안녕하세요)”, “코쿤카(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 극성스럽게 살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곳. 그래서 치앙마이에 처음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달만 있어보려고 왔는데 몇 달째 있네요”라거나 “치앙마이만 다섯 번째예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달 살이 팁 숙소의 선택 인터넷만으로는 주변 환경(소음이나 분위기. 교통편의)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가서 보고 고르길 추천한다. 장기 입주의 경우 협상에 따라 할인 폭이 크다. 교통 택시인 툭툭, 합승택시인 썽태우, 최근엔 버스도 생겼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저렵한 가격에 이동하는 수단은 그랩(grap, 동남아의 우버)이다. 렌트카는 오른쪽 핸들이니 참고할 것. 스쿠터도 외국인의 경우 오토바이 면허가 있어야 대여 가능하다.
- 2019-03-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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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피가 그리는 그리운 얼굴들
- 어쩌다 인연 근무가 끝나면 아무도 없는 숙소로 돌아가기를 싫어한 일본인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외로움을 달래줄 애완동물을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외로움만 있던 방에 새 식구가 생겼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아 개나 고양이는 기를 수 없었던 그녀는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관상용 열대어인 거피를 길렀다. 작은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거피가 싱크로나이즈 선수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아가씨는 우리 아들과 국제결혼을 했다. 며느리는 한국에서 의무 복무기간이 끝났고 아들은 도쿄 나리타공항에 취업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삿짐을 컨테이너에 다 싣고 문을 닫는데 며느리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거피가 담긴 어항을 컨테이너에 실을 수도 없고 그냥 두고 갈 수도 없었던 것이다. 아들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 어항은 아버지가 기르시든지 다른 사람 주세요.” 아무리 말 못하는 미물이라지만 뜻하지 않는 이별이었다. 아들의 마지막 말에 어려운 시절을 거피와 함께했던 며느리의 눈은 눈물로 가득 찼다. “염려하지 마라. 내가 잘 돌볼게.” 내 말에 며느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항의 물을 최소한만 남기고 승용차 뒷좌석에 실었다. 거피는 이제 나와 인연이 되어 우리 집으로 왔다. 거피가 게으른 주인을 만나 굶주리며 더러운 물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 안 들으려고 깔끔하게 손질해 놨다. 얼마 후 아들 내외가 전화를 했다. 이사를 무사히 잘했다는 안부 전화였다. 그런데 한참을 통화했는데도 며느리는 전화를 안 끊었다. 무언가 할 말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거피의 안부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깨끗이 손질된 어항에서 거피들이 잘 놀고 있는 모습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줬다. 정이 많고 심성이 착한 며느리는 거피가 새로 태어난 아기들과 잘 지내고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을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특별한 아침 “철퍼덕 철퍼덕.” ‘이게 무슨 소리지? 어항이 깨졌나?’ 거피가 이사 온 첫날, 자다 말고 일어나서 어항을 살펴봤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창문 밖은 여명으로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거피들이 아침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소리였다. “그래 알았어, 이 녀석들아. 밥 줄게.” 시계가 없던 시절에는 “꼬끼오~” 하며 닭 울음소리가 아침을 알렸다. 나는 요즘 거피들이 지느러미로 수면을 노크하는 소리에 잠을 깬다. 오늘 아침도 거피가 지느러미로 노크한 수면에는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그 동그라미 속으로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아들 얼굴, 며느리 얼굴, 그리고 예쁜 손녀 얼굴.
- 2019-03-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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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휴양도시 ‘다낭’, 삶에 지친 나에게 주는 쉼표 같은 선물
- 보들레르는 “여행이란 어른들에게는 인생이라는 악랄한 강대국과 맺은 휴전, 전반적인 긴장과 투쟁 중에 취하는 잠시 동안의 휴식이다”라고 했다. 찌는 듯한 여름엔 시원한 곳이 그립더니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하는 겨울이 되니 따스함이 마냥 그립다. 베트남이야말로 한겨울 따스한 꿈을 꾸기에 더없이 알맞은 곳이다. 여행에서의 하루는 1년 치 행복이다 한국에서 4시간 반을 날아 다낭 국제공항에 내리면 하노이나 호치민과는 또 다른 베트남을 만나게 된다.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다낭은 휴양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태국의 파타야나 필리핀의 세부처럼 리조트형 휴양지에선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떠들썩함보다는 호젓한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한쪽으로 비켜나 조용한 안식을 주는 곳. 그곳은 바로 다낭과 호이안 그리고 후에다. 파도가 낮은 포복으로 밀려오는 미케비치의 아침은 더없이 상쾌하다. 모래사장엔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 모양의 전통 고기잡이배 ‘틴퉁’이 무심하게 던져져 있다. 베트남 국적기를 배에 단 어부는 부지런히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베트남이지만 호젓한 새벽의 바닷가를 겁낼 필요가 전혀 없어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로 여행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안전’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사회주의권 나라가 훨씬 더 안전하다. 이런 나라에선 범죄를, 특히 자국을 방문한 외국 여행자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중형의 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자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여유롭다. 여행자의 신분을 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다낭이다. 다낭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베트남 중부의 최대 상업도시이자 베트남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다낭은 베트남전쟁 때 미군의 최대 기지로 사용될 정도로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미군이 물러나자 아이러니하게도 침체기를 맞게 된다. 다낭은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으로 요즘 새롭게 부각되는 곳이다. 주변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매력적인 호이안과 후에도 있다. 동서양이 혼합된 낭만적인 밤 풍경 ‘호이안’ 여행을 자주 해서 좋은 점은 무작정 많이 보려고 허덕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어딜 가든 닮은 곳을 찾아내고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들과 중국식 유적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호이안은 남인도 항구도시 코친과 중국의 리장을 합쳐놓은 듯한 인상이다. 전통을 훼손하지 않고 개성 있게 변화한 골목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호이안이야말로 가장 베트남다운 곳이란 느낌이 든다. 작고 아름다운 투본 강을 낀 채 마치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호이안은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랜 역사가 스며 있는 장소들과 과거 번화했던 국제 무역항의 모습이 애수를 자아낸다. 내원교, 전가사당, 풍흥고가, 광조회관처럼 천 년에 걸쳐 중국과 일본의 지배가 남긴 흔적들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에도 막부가 수교 거부 정책을 펼치자 호이안에 살던 일본 상인들은 하나둘 떠나가 버렸고 그 자리를 중국인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호이안에 밤이 오면 상점들은 하나둘 화려한 연등을 켠다. 동서양이 혼합된 이국적인 풍경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할 만큼 낭만적이다. 베트남의 명물인 시클로를 타고 골목 탐험에 나서도 좋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시장기가 든다. 북부에선 국물이 있는 쌀국수가 대세이지만 중부에선 볶음쌀국수 카오라우가 대세다. 쌀국수가 질리면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내려온 바게트샌드위치(반미, 막대기 모양의 베트남식 바게트)를 먹거나 분위기 있는 노천 레스토랑에서 현지 맥주에 시푸드도 괜찮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구시가지를 관통하는 운하에서 연등을 팔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등을 하나 사서 강물에 띄우며 소원을 빌어본다. 원뿔 모양의 전통 모자 ‘논(non)’을 쓰고 연등을 파는 꼬마들의 순박함과 노를 젓는 노파의 온화한 미소가 기도를 더욱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안 가면 후회할 ‘후에’ 다낭에서 후에로 가는 길.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가 연상되는 멋진 해안도로를 끼고 달린다.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라는 하이반 고개에는 외국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고 만들었다는 요새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망루에 올라 저 멀리 펼쳐진 바다를 감상한다. 점심은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마을 랑코비치에서 먹는다. 다낭에서 두 시간 거리인 후에는 드라이브의 즐거움도 주지만 다낭과 호이안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은 역사적 자취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줘서 좋다. 후에는 옛 참파 왕국의 수도답게 독특하고 고풍스런 유적이 많다. 마지막 날엔 흐엉 강을 따라 산책도 하고 배를 타고 사색에도 잠겨본다. 바람도 상쾌하고, 강물도 더없이 잔잔해 다음 날을 계획하기에 이보다 소중한 시간은 없을 것 같다. 배는 충분해서 가격 흥정도 해볼 수 있는 분위기다. 보통 한 시간에 5달러(베트남 돈으로 10만 동=5000원), 두 시간에 10달러면 작은 배 한 채를 단독으로 빌릴 수 있다. 이보다 더한 호사가 없다. 그렇게 배를 빌려 타고 배 안에서 두 시간 정도 깊고 고요한 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사람들이 고요함을 못 참는 이유는 뭘까. 밖이 조용하면 상대적으로 시끄러워지는 내면의 소리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까. 익숙하지 않지만 참고 있어보면 고요는 나와 세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하루 한두 시간 정도 고요히 나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 잘 찾아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travel tip ★찾아가기 인천- 다낭간 직항(대한항공, 베트남항공)이 있으며 4-5시간 소요된다. 다낭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차로 30분, 다낭에서 호이안까지 차로 30분 소요. 다낭에서 후에까지는 차로 두시간정도 소요되며, 기차도 매일 4편 운행된다. ★기본여행정보 아열대성기후이며, 여행 적기는 건기인 12월부터 5월이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로 많은 비가 내린다. 특히 10월은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90일간 무비자며, 화폐단위는 동(VND)으로 1달러는 2만동이다. 언어는 베트남어와 부분적으로 영어가 통용된다. ★추천 숙소 풀만 다낭 비치 리조트 Pullman Danang Beach Resort 호이안 구시가지까지 무료셔틀 운행. 공항 서비스. Vo Nguyen Giap street, Khue My Ward Ngu Hanh Son District, 55000 Danang, tel. +84 511 3958 888 info@pullman-danang.com
- 2019-02-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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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트레킹 그 후
-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조건을 갖춘 곳에서 살다가 그만큼 불편한 환경을 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 밖에서의 고생은 값진 경험과 감미로운 추억이 되어 현재의 안락함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숙식이었다.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 난방 시설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숙소, 코 고는 사람과의 동침, 너무 추워 손이 곱은 상태에서의 짐 싸기, 일행 30명이 하나의 변기를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 등이 나를 괴롭혔다. 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 한 조각, 고추장 한 숟가락, 라면 국물 등이 얼마나 맛있고 입맛을 돋우는 음식인지 새삼 느꼈다. 간천엽, 갈매기살, 막걸리 같은 좋아하는 메뉴는 포기하더라도 한국인은 한국 음식을 먹어야 산다. 오죽하면 ‘한국인 고문하기’에 ‘라면 먹을 때 김치 안 주기’가 들어 있을까. 한국은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천국이다. 내 집은 그야말로 보금자리다.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이다. 날씨가 추울 때 히터 스위치만 올리면 방이 금세 따뜻해진다. 사계절에 맞는 이불을 덮으면 쾌적한 잠을 잘 수 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냉장고 문만 열면 된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샤워까지 하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TV만 켜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집을 떠날 때는 이런 안락함과 일시적인 이별을 해야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하면서 TV도 못 보고, 고산병 때문에 씻지도 못하고, 당구도 못 치고, 술도 못 마시고, 휴대폰은 아예 꺼두었다. 물론 그 덕분에 건강에는 도움이 됐다. 히말라야에서는 아침 먹고 걷고, 점심 먹고 걸었다. 하루 8시간을 걷는 8박 9일간의 트레킹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총 23만 보, 거리로는 100km, 해발 4130m까지 오르는 힘든 여정이었다.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 마라톤이나 댄스 대회에 나가면 3kg 정도는 금세 줄지만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온다. 그런데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돌아온 후에는 매일 고기를 먹고 포식하는데도 체중이 늘지 않는다. 트레킹하기 전 볼록했던 아랫배가 홀쭉해졌다. 이제는 정시에 식사를 안 하면 뱃가죽이 등에 붙는 느낌이다. 허벅지 뒤쪽에도 근육이 생겼다. 엉덩이도 탄탄해졌다.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붙지 않던 근육이 생긴 것이다. 이 근육은 계단을 오를 때 큰 도움이 된다. 오르막에도 마치 평지를 걷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앞으로 10년쯤 내 체력이나 건강 유지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지만, 다시 몸이 근질근질하면 어딘가로 또 떠날 것이다. 이번 트레킹에서 말썽이 될 뻔했던 낡은 등산화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도 몰래 꿈틀거리는 새로운 여정에 대한 준비로 보인다. ‘히말라야에 갔다 온 사람’이라는 호칭이 따라 붙으며 마음도 겸손해졌다. 그곳에서 태고의 대자연을 접하고 돌아오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높은 준령의 설산은 수억 년을 그대로 버티고 있는데 인간은 100년도 살지 못한다.
- 2019-01-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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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의 롱 패딩
- 작년 겨울 한 유명 백화점에서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만든 롱 패딩은 없어서 못 팔았다. 이 상품을 사려고 고객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등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대부분의 스포츠 의류 업체에서는 롱 패딩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겨울은 그야말로 롱 패딩이 거리를 휩쓸었다. 그런데 롱 패딩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보도가 들려왔다. 살 만한 사람은 대부분 샀을 테고 올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은 탓도 있다는 분석도 따랐다. 내가 한때 일하던 회사에서 1996년 ‘UMBRO’라는 영국 스포츠 의류 브랜드를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달러 환율이 800대 1까지 가던 시절이었으니 수입해서 팔 만했다. 그때 상품 품목 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롱 패딩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클럽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 옷을 입고 광고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추리닝 정도가 주종이던 스포츠 패션에서도 멋스러웠지만, 당시 우리나라에는 없던 패션이라 보기에도 그럴싸했다. 나는 그 무렵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일했는데 롱 패딩 가격을 놓고 사장과 갈등을 빚었다. 수입 원가 1만5000원 상당의 품목이었으니 9만 원 정도로 팔면 괜찮은 가격이었다. 요즘처럼 오리털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인조 솜으로 만든 패딩이었다. 그런데 사장은 비싸게 정가를 매겨야 팔릴 품목이라며 판매가를 놓고 고집을 피웠다. 더 올리면 안 팔린다고 강하게 조언했는데도 사장이 내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12만 원, 15만 원, 18만 원으로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렸다. 롱 패딩이 유행하던 시기가 아니었으므로 판매는 부진했다. 결국 1997년 1월이 돼서야 사장은 내게 가격 책정을 맡겼다. 하지만 이미 판매 기회를 놓친 상황이었다. 이런 상품은 추운 겨울에 잘 팔리고 첫 추위 때가 적기다. 11월이 적기이고 날씨에 따라 12월까지도 판매가 이어질 수 있지만, 1월에 겨울 상품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근년에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패딩이 100만 원을 훌쩍 넘었는데도 날개 돋친 듯 팔린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롱 패딩 가격으로 사장이 책정한 가격은 너무 비쌌다. 롱 패딩의 유행이 그로부터 20년이나 지난 작년에서야 시작된 셈이다. 나나 사장 모두 너무 앞선 시기에 롱 패딩에 큰 기대를 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한 편이고 유행 주기도 짧다. 롱 패딩 하나를 사면 더 이상은 사지 않는다. 롱 패딩을 입어보니 과연 따뜻했다. 무릎까지 덮어주니 당연하다. 그러나 걸을 때마다 무릎에 옷이 닿아 걸리적거렸다. 이를테면 멋을 포기한 패션이다. 마치 이불을 두르고 다니는 형상이다. 패딩 옷에 붙은 모자에 털이 달린 것도 있다.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보온 효과는 거의 없다. 털이 붙었다는 이유로 비싸기만 하다. 따로 따뜻한 모자를 사서 쓰는 편이 더 실용적이다. 히말라야 트레킹 때 롱 패딩을 가져가려 했다. 고산에 올라가면 기온이 급강하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부피 때문에 포기했다. 숙소에서는 입을 수 있으나 트레킹 때는 입을 수 없다는 조언도 작용했다.
- 2019-01-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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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히말라야 100km 트레킹 완주
- 1월 6일부터 20일까지 네팔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다. 전남불교환경연대가 주관하고 청소년 13명이 포함된 총 27명 팀에 나도 합류한 것이다. 목표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정이었다. 8박 9일간의 일정에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제2의 도시 포카라 관광도 포함되어 있었다. 네팔은 한국과 3시간 15분 시차가 나는 나라다. 남한보다는 약간 크고 인구는 약 3000만 명이다.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의 봉우리를 보유한 산악 국가다. 히말라야에서는 해발 7000m가 넘지 않으면 ‘마운틴(mountain)’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는다. 심지어 세계 3대 미봉으로 불리는 마차푸차레도 피크(peak)로 불린다. 8박 9일간의 히말라야 트레킹은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이동하고 다시 버스로 2시간 만에 당도한 나야풀에서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고전이었다. 4시간짜리 코스였는데 돌계단으로 된 오르막을 오르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숙소에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말려봤으나 습도가 높아 귀국하는 날까지 마르지 않았다. 다음 날에는 7시간을 걸어 고라파니까지 갔다. 계속 오르막 돌계단이 나왔고 소똥, 말똥이 마구 방치되어 있어 냄새가 진동했다. 이날부터 체력 미달로 탈락자가 한 명 나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 등에 진 짐이 부담스러웠다. 원래 짐을 날라주는 포터를 2인당 한 명씩 고용했는데 포터가 가지고 가는 짐 외에도 개인이 지고 가야 할 짐이 있었는데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날씨 또한 한국의 늦가을 정도의 기온이라 내복을 입은 사람들은 진땀을 빼며 고전했다. 3일 차에는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푼힐 전망대에 올랐다. 우리는 이미 3000m 고도까지 올라와 있었다. 이때 가장 걱정하던 고산병 증세가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목적지인 4130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없다고 했다. 샤워도 하지 말고 특히 머리를 따뜻하게 유지하라고 했다. 샤워는 물론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털모자를 쓰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물티슈로 눈곱만 겨우 닦아내는 고양이 세수를 했다. 남자들은 아예 면도를 포기했다. 자외선 차단제도 땀이 워낙 많이 나서 소용없었다. 무엇보다 날마다 땀에 젖어도 목욕을 못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4일 차에는 타다파니에서 촘롱을 거쳐 시누와까지 6시간, 5일차에는 도반, 히말라야 롯지, 데우랄리까지 6시간을 걸었다. 길도 가파랐지만 데우랄리는 해발 3150m라서 고산병을 적응하는 구간이었다. 도반부터는 눈길이었다. 아이젠 없이는 걸을 수 없는 겨울 날씨에 진눈깨비까지 내려 길이 사라지기도 했다. 6일 차는 디데이였다. MBC로 불리는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해발 3700m), ABC로 불리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해발 4130m)까지 갔다가 다시 마차푸차레 캠프로 돌아와 숙박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입구에는 트레킹 완주 축하, 환영 간판이 있었다. 그 위쪽으로 故 박영석 대장과 히말라야에서 숨진 산악인들을 추모하는 묘비가 있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마치 서울의 인왕산처럼 마음만 먹으면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안나푸르나는 8091m, 마차푸차레는 6993m이다. 전문 암벽 등반 기술이 필요한 구간이다. 고산병 증세가 여러 사람에게서 나타났다. 두통에 심하면 구토 증세까지 보였다. 소화도 안 되어 방귀도 자구 뀌게 된다. 약을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이드 말로는 소용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은 긴장이 많이 됐다 기대감과 동시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신령한 산으로 쉽게 등정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마차푸차레가 눈앞에 다가와 있고 그 아래 양쪽으로 눈 덮인 산들과 계곡을 보고 있자니 태고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설산의 한기와 찬바람은 이불 안쪽까지 뚫고 들어왔다. 7일 차부터는 하산을 했다. 밤부까지 내려온 뒤 8일 차에는 촘롱에서 갈림길로 지누단다까지, 9일 차에는 나야풀까지 매일 8시간을 걸었다. 8박 9일 동안 우리는 약 23만 보, 100km를 걸었다. 히말라야는 여러 산이 겹쳐 있다. 그래서 산 하나를 넘어가려면 계곡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그다음 산을 올라야 한다. 당연히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었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면 또다시 급경사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했다. 그마저 돌계단은 우기에 홍수와 산사태가 자주 없어진단다. 도반까지는 돌계단이 많지만 그 뒤부터는 자연스런 흙길이다. MBC에서 ABC까지는 왕복 4시간 코스. 양옆에 트인 계곡이 있어 분위기가 호젓했다. 68세의 나이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를 완주했다. 이 코스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말렸다. 체력적으로도 무리일 뿐 아니라 특히 고산병이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도 없었고 고산병 증세도 겪지 않았다. 평소의 체력만으로도 젊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같이 행동할 수 있었다. 시니어의 버킷리스트에 히말라야 트레킹이 들어 있어도 소망일 뿐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뿌듯한 마음으로 버킷리스트 항목 하나를 지운다. 탄탄해진 무릎 위 근육과 허벅다리 뒷 근육을 만져본다. 숙박과 숙식 롯지(Lodge)는 우리나라 민박집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숙박 시설이 열악하다. 샤워하기가 어렵다. 더운 물을 쓰려면 200루피(한화 2000원) 정도 내야 하고 방은 난방이 안 된다. 싼 건축 자재로 만들어진 건물이라 문도 틀어져 있어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침낭만으로는 추위를 이길 수 없다. 수단껏 이불을 구해왔고 150 루피 정도에 뜨거운 물을 사서 물통과 핫팩을 안고 자야 했다. 식사 메뉴도 다양하지 못해 전통 음식인 달 바트를 자주 먹었다. 돈을 더 주면 한국 라면과 밥을 먹을 수 있다. 김치찌개 등 한국 음식을 파는 롯지도 있다.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좌식 변기라 불편했다. 휴대폰 충전과 와이파이를 사용할 때도 100~200루피의 돈을 받는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롯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예약 없이는 숙박도 어렵다. 독방도 있지만 대부분 한 방에서 4~6명이 자야 한다. 보통 6시에 저녁식사를 마치지만 특별히 여가시간을 즐길 거리가 없어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자는 경우가 많다. 복장 1월의 날씨이지만, 카트만두는 낮 기온이 약 20℃나 된다. 그러나 고산에서는 영하 15℃까지 떨어지므로 옷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아침시간에는 손이 곱을 정도로 춥고 트레킹을 하다 보면 땀이 나서 하나씩 벗게 된다. 포터가 짐을 날라주지만, 포터 짐에 더 이상 넣을 공간이 없으면 나머지 짐은 스스로 메고 가야 한다. 기온 편차가 심해 여름옷에서 겨울옷까지 갖춰야 하니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포터는 여러 사람 짐을 합쳐서 지고 가기 때문에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은 가져가면 안 된다.
- 2019-01-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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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아도 여유로운 겨울 여행, 니스
- 겨울의 절정이다. 게다가 미세먼지의 공습이 재난 수준이다. 온화한 기온의 남프랑스에서 긴 겨울을 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탈하듯 단 일주일 정도의 여행이어도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편안한 휴식이 될 일주일은 엄동설한을 잊게 해줄 것이다. 하루 한 군데에서 느릿하게 놀기 남프랑스의 항만도시 니스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연중 평균기온이 15℃이고 대부분 온난한 날씨여서 겨울을 나기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한 시간 내외의 거리에는 모나코, 칸, 생폴 드 방스, 에즈 빌리지도 있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접경지역이어서 국경을 넘어가 볼 수도 있다. 지중해의 햇살이 쏟아지는 니스에 숙소를 정하고 날마다 놀이하듯 여유롭게 여행의 맛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니스의 코발트블루에 빠져들다 여름 피서지나 휴양지로 니스만큼 각광받는 곳이 있을까. 따사로운 니스의 해변은 아름다운 지중해를 품고 있어서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북적인다. 피서객이 어마어마하게 넘쳐나는 여름철엔 호텔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여름 피서객이 빠져나간 가을과 겨울엔 할인 가격으로 호텔에 묵을 수 있다. 특히 이때 꼼꼼히 찾아보면 지중해의 일출과 일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방을 구할 수도 있다. 내가 니스에 갔을 때는 가을이었는데도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풍경이 일상의 모습처럼 자연스러웠다. 해변의 동글동글한 몽돌 위를 맨발로 거닐면 지압을 받는 듯 시원하다. 4~5km에 걸쳐 곡선으로 멋지게 이어진 해변에서 바라보는 코발트블루의 바다는 시원한 색감만으로도 휴식을 준다. 군데군데 이어지는 계단을 통하면 구시가지로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성당이나 교회를 지나 영국인의 산책길이라 불리는 길을 걷는다. 탁 트인 광장에 앉아 천천히 도시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샤갈이나 마티스 박물관을 조용히 둘러보는 시간도 행복하다. 꽃시장, 채소시장, 벼룩시장을 지나 고풍스러운 골목길을 걸어 전망대에 올라 광활한 니스의 해안선을 굽어보는 시간은 절대 빠뜨리면 안 된다. 노천카페에서 수많은 사람이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지중해 샐러드와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는 것도 당연한 즐거움이다. 동화 속 중세마을 생폴 드 방스 16세기 중세도시 생폴 드 방스는 여행자에게 안식을 주는 동화처럼 예쁜 마을이다. 한적한 골목을 느릿하게 걸으며 세상과는 아랑곳없는 듯한 풍경 속에 빠져든다. 마네, 브라크, 마티스 등의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었던 곳. 특히 샤갈이 사랑한 마을이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공동묘지가 있고 그곳에 소박한 샤갈의 묘가 있다. 여행길에서 이만큼 평온한 마을을 만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생폴 드 방스는 니스의 버스터미널, 그리고 군데군데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400번 버스를 타면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다. 영화제의 도시 칸의 종려나무 해변길 칸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영화제의 도시로 떠올려지는 곳이다. 영화배우 전도연이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탔던 도시다. 칸 영화제는 베니스와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5월에 가면 영화제로 축제 분위기다. 햇살 쏟아지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눈부신 요트를 눈앞에 두고 커피 한 잔 마셔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종려나무들이 즐비한 해변을 걸으며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 또한 즐겁다. 니스 역에서 기차로 40분 거리다. 하루에 둘러볼 수 있는 모나코와 에즈 빌리지 여배우에서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먼저 떠오르는 모나코는 니스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누구라도 한 번쯤 들러보는 몬테카를로 카지노 앞에는 언제나 여행객들로 붐빈다. 해안가로 나오면 카지노를 즐기러 온 도박꾼들의 화려한 요트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궁전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를 지나 해양박물관을 구경해도 좋다. 시간이 충분해 모나코 빌리지의 골목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아쉬울 게 없다. 지중해의 선인장 마을 지중해 절벽 위에 13세기에 만들어진 작은 요새 마을이 있다. 수백 가지의 선인장들이 마을 정상에 가꾸어져 있다. 이 마을에 오르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는 아름다운 지중해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다. 니체는 이곳을 거닐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구상했다고 한다.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게 최고였다. 에즈 빌리지와 모나코는 가까이 있다. 두 곳을 하루에 다녀올 수도 있다. 니스 여행은 천천히 느긋하게 어슬렁거리며 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의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해변에는 햇살을 즐기거나 힘차게 달리기를 사람들이 언제나 있다. 추운 겨울에 쏟아지는 태양처럼 환한 그들의 삶을 느껴보자. 역사 속의 또 다른 세상을 걸어보면서 고단한 일상을 잊는 시간도 괜찮다. 사계절 온난한 남프랑스 니스에서 추위를 떨쳐보는 일주일은 짧아도 알차다.
- 2019-01-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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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혜린 작가가 머물던 예술과 낭만의 도시 ‘뮌헨’
-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아지트 뮌헨 슈바빙 거리. 불꽃처럼 살다 떠난 여류작가 故전혜린의 발걸음이 닿았던 그 길목에 들어서면 마냥 길을 잃고만 싶어진다. 그가 생전 즐겨 찾던 잉글리시 가든 잔디밭에 누워 우수수 낙엽 비를 맞으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문장들을 떠올려본다. 백조의 천국, 님펜부르크 궁전 강렬한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체코와 독일의 경계인 ‘젤레즈나 루다’에서 기차를 타고 뮌헨 중앙역에 도착했을 때 옛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몇 해 전, 스위스 취리히에서 출발해 야심한 시간 뮌헨에 도착했을 때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날, 예약해놓은 숙소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입소를 거절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그 기억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뮌헨에서 가장 먼저 님펜부르크 궁전부터 찾아 나선다. 당시에도 궁전 근처까지 갔지만 새 숙소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고 시간도 여의치 않아 간과하고 말았다. 1664년, 바이에른의 선제후 페르디난트 마리아(1636~1679)가 아들 막시밀리안 2세 에마누엘의 탄생 기념으로 지은 곳으로 뮌헨 시내에 있는 레지덴츠의 별궁이다. 넓은 호수 그 앞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궁전 건물이 아름답다. 이 궁전에 바이에른 왕국의 국왕이었던 루트비히 1세(1786~1868)가 만든 ‘미녀들의 갤러리’가 있는데 당대에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켰던, 그의 정부 롤라 몬테즈의 초상화가 눈길을 잡아끈다. 그것 말고도 역사적인 마차들을 전시하고 있는 왕궁 마구간 등 볼거리가 넘치고 기념품 숍의 물건들은 고급스럽고 아름다워 현혹적이다. 전혜린과 뮌헨 슈바빙 지구 님펜부르크 궁전을 빠져나와 뮌헨 슈바빙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슈바빙 거리는 뮌헨의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들이 슈바빙을 찾는 이유는 전혜린(1934~1965) 작가 때문이다. 필자의 목적 또한 같다. 카페 제로제(Seerose)는 전혜린 작가와 당시의 문인들이 즐겨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슈바빙 거리는 넓어서 갈 방향을 잃고 만다. 애써 길을 헤집으면서 찾고 싶지는 않다. 그냥 분위기만 느끼고 싶을 뿐. 생각을 바꿔 ‘잉글리시 가든’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전혜린 작가가 슈바빙에서 4년간 살면서 자주 찾았던 곳이다. 정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앤티크한 카페. 문 앞에는 토마스 만(1875∼1955)이 머물렀음을 설명하는 작은 팻말이 서 있다. 그의 작품 중 노벨상을 받게 하고 영화로도 제작된 ‘베니스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조금 걸었더니 어느새 잉글리시 가든이다. 이자르 강을 따라 펼쳐진 광활한 영국식 정원은 생각보다 크고 아름답다. 숲길도 있다. 산책을 즐기고 잔디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호수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 빵조각을 들고 와 백조와 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호수 안쪽으로 보이는 중국탑(Chinsesischer Turm)과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석조물이 서 있는 모습이 참 조화롭다. 벤치가 아닌 잔디밭 안쪽으로 들어가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잔디 위에 누워본다. 전혜린 작가 사후(死後)에 출간된 수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떠올린다. 책 내용은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젊은 시절의 추억은 새록새록 떠오른다. 카를 성문과 노이하우저 거리 맑고 눈부신 가을 하늘을 머리 위에 올리고 메인 광장으로 향한다. 중앙역 주변의 멋진 건축물은 바이에른 주의 지방법원. 차도를 건너면 카를 광장. 분수대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광장 바로 앞에는 카를 성문. 현재 올드 타운에 남은 성문 3개(카를, 젠들링어, 이자르) 중 서쪽 문이다. 카를 성문을 통과하면 노이하우저 거리가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카를 성문에서 마리엔 광장까지 이어지는 인도 전용 도로. 엄청난 인파로 거리가 파도처럼 일렁댄다. 도로 양쪽으로는 다양한 상업 시설과 교회, 미술관 등이 이어진다. 독특한 분수대도 많아 눈길을 끈다. 예쁜 성 미카엘 교회를 지나면 사냥과 낚시 박물관이다. 거대한 건물 발코니가 온통 붉은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물고기 모양의 독특한 분수 앞을 지나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13세기부터 1803년까지는 아우구스티노 교회 일부였다. 1900년경부터는 사냥 인기가 높아지면서 1934년 독일박물관으로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수난을 당하다가 1966년 재개관했다. 이 박물관에는 약 500종의 전시품이 있는데 15~19세기 물건들도 보인다. 빅투알리엔 마켓 거리와 맥주 구시청사의 문을 통과하면 남쪽으로 오래된 성 페터스 교회와 성령교회가 있다. 성령교회를 지나면 빅투알리엔 거리다. 시장 거리여서 그런지 서민의 향기가 배어 있다. 이 거리는 1807년, 막시밀리안 1세 때 만들어져 1823부터1829년까지 크게 확대되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많이 망가졌다. 주변으로는 천막을 친 정육점, 식당 , 빵집, 과일 판매점 등이 있다.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마켓 공원 내에 무작위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다. 무수한 사람들이 앉아 맥주를 마신다. 뮌헨 하면 ‘맥주’. 국내 호프집에 가면 꼭 걸려 있는 뮌헨의 유명한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사진의 현장이다.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10월 12일,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트비히 1세와 작센 가의 테레제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20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9월 15일 이후에 돌아오는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18일간 축제를 연다. 이곳에서 맥주 마시기는 당연한 일. 맥주 고장에서 마시는 맥주 맛은 훌륭하다. 술안주도 입맛에 딱 맞아떨어진다. 맛있는 맥주와 맛있는 안주가 어우러지니 술술 목 넘김이 좋다. Travel Data 가는 길 한국에서 루프트한자를 이용하면 추가 비용 없이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해서 뮌헨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현지 시외교통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ICE 기차를 타고 바로 뮌헨으로 이동할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30분 정도. 현지 교통 바이에른 티켓을 구입하면 바이에른 주(뮌헨, 퓌센, 뉘른부르크, 밤부르크, 로템부르크) 일대의 대중교통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인원이 많을수록 더 할인된다. 화폐정보 유로 시차 한국보다 8시간 느림 맥주 정보 옥토버페스트에는 뮌헨 시가 선정한 6대 맥주 회사만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맥주를 판매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너(1328년), 하커 프쇼르(1417년), 호프 브로이 하우스(1589년), 기사단 수도원 맥주인 파울라너(1634년)의 살바토르가 대표적이다. 음식 정보 구운 닭고기 구운 소시지 등이 술안주로 인기다. 숙박 정보 호텔, 호스텔을 비롯해 한인 민박도 있다. 호스텔은 대부분 조식과 무료 맥주를 서비스한다. 날씨 정보 독일의 겨울 날씨는 우리나라의 초봄 날씨와 비슷하다. 온도는 0~4℃ 정도. 유의사항 시내버스를 탈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사복 검표원들이 급작스럽게 티켓을 확인한다. 티켓이 없으면 70~8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 2018-12-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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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현 듯 일본 여행, 집에 도착할 때까지 여행은 끝난 게 아니다
- 삼총사와 자유여행 도전! 11월 마지막 주에 삼총사 친구들과 일본여행을 떠났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도 하지만 비행시간이 두 시간 남짓으로 여행 가기엔 적당한 곳이다. 특히 두 친구는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어서 웬만한 의사소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좋았다. 이번에 우리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자유여행을 떠나보려고 했다. 그래도 비행기 표나 숙소는 역시 여행사 패키지를 따라가는 게 나을 것 같아 2박3일 일정에 하루 정도 자유 시간을 갖는 상품을 택했다. 갑자기 결정해서인지 저가 항공에 작은 호텔이라는 데도 가격이 꽤 비쌌다. 그래도 더 고를 여지가 없었다. 삼총사 중 한 친구가 돌보는 손자가 때 마침 부모와 여행을 하게 되어 좋든 싫든 우리도 그날에 맞추어 떠나야만 했다. 그래도 여행 일정은 알차게 짜였다. 한국에서 오전 8시 출발해서 돌아오는 날은 오후 8시 비행기였다. 6시 10분까지 공항에 가야 했는데 정작 비행기의 연착으로 9시로 출발이 늦춰졌다. 우리가 탄 항공은 저가라서 기내식은 제공되지 않는다더니 정말 주스 한잔이 없었다. 그저 생수 한 컵만 나와서 우리는 기내식 없는 여행은 처음이라면서 서로 웃었다. 도쿄에 도착하면 츠키지 시장에 가서 참치초밥과 맛있는 와규를 많이 사먹자며 입맛을 다셨다. 여행은 즐거웠다. 특히 가이드 없이 도쿄, 긴자거리를 누비고 다녔던 건 신나는 일이었다. 지하철도 900엔짜리 1일권을 사서 본전 뽑고 남을 만큼 돌아다녔다. 길 가다 일본사람에게 장소도 물어가며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유명한 츠키지 시장에선 참치 해체 식도 보았고 맛있는 참치초밥과 성게초밥 등 이번 먹방 여행의 진수를 맛보았다. 마음을 초조하게 만든 건 돌아오는 날이었다. 험난했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본 속의 아기자기한 차이나타운 관광을 마지막으로 8시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 왔는데 출발 때처럼 또 연착이라고 한다. 도쿄는 맑았는데 우리나라에 전날 폭설 수준의 눈이 내려서 공항 사정으로 좀 늦게 되었다는 안내가 있었다. 연착되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거의 10시 반이 넘을 것 같았다. 그러면 짐을 찾고 입국수속하고 나오면 11시가 훌쩍 넘어 공항버스가 다 끊어졌을 시간이다. 마침 공항철도가 11시 50분까지 있다는데 그것도 서울역까지다. 그래도 서울역까지만 가면 집까지 택시를 탈 수도 있을 테니 기대를 했다. 만일 공항버스나 공항철도가 끝날 때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우리는 머리를 맞대었다. 최악의 경우 택시를 타는 것인데 친구 하나는 작년에 이런 일이 있어 집인 상암동까지 택시비로 8만 원이 나왔다는 말을 했다. 우리 집은 상암동보다 더 멀어서 택시비가 얼마 나올지 걱정이 앞서면서 제발 공항버스가 있기를 바랐다. 요즘은 공항 근처에 찜질방도 있으니 하룻밤 자고 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웃기도 했다. 미리 걱정하기 않기 그러면서도 마음은 몹시 초조하고 조바심이 났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이 막 지난 시각이었다. 같이 돌아온 젊은 아가씨가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더니 이미 공항버스는 다 끝났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마지막 공항철도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각자 자식들에게 전화를 했다. 나도 아들에게 전화해서 사정이 이러하니 서울역으로 엄마를 데리러 오라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한다. 공항철도 쪽으로 가다가 안내하는 아저씨가 있어 우리 동네 버스는 끝났냐고 했더니 5분 후에 떠나는 막차가 있다고 했다. 와, 그때의 반가움이란... 대중교통이 그렇게 고마운 존재인지 처음 느꼈다. 드디어 공항리무진에 탔다. 아들이 동네 입구로 나와 주었다. 버스가 어떻게 달렸는지 30분 만에 우리 동네에 내려주었고 아들의 차로 집에 무사히 들어왔다. 비행기 안에서 고민하던 걸 생각하니 이제야 웃음이 난다. 12시가 넘은 시간 잘 들어갔는지 묻는 친구들의 카톡이 울렸다. 다들 무사히 제 무대로 돌아왔다. 항상 어떤 일이든 방법은 있는 것이다. 아까의 고민은 부질없었다. 너무 미리 걱정은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2018-12-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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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한 일상을 위한 스마트 팁
- 전화, 문자, 카메라 정도로만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면, 10년 전 휴대폰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처음 휴대폰이 나왔을 때 우리가 경험했던 편리함보다 훨씬 더 많은 스마트 서비스가 넘쳐나는 시대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이런 것도 다 되는구나’ 하고 감탄할 만큼 다재다능한 앱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단순히 발견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사용해보며 익숙해져야 제대로 된 스마트 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 상황별로 시니어가 활용해볼 만한 스마트 앱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 낯선 나라도 문제없다, 해외여행 필수 앱 체크리스트 해외여행을 떠날 때 여권, 티켓, 옷, 상비약 등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곤 한다. 이젠 이러한 기본 체크리스와 더불어 해외여행용 스마트폰 체크리스트도 꼭 필요하다. 첫 번째 체크리스트는 여행지 구석구석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정보 앱이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여행지에서 가볼 만한 관광지와 맛집, 숙소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실패하지 않는 여행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준다. 누구나 여행지에서 지저분한 호텔, 맛없는 음식점, 불친절한 가게 등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때 업소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장점만 늘어놓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트립어드바이저’는 한마디로 여행자의 방명록이다. 리뷰 메뉴를 통해 해당 여행지 곳곳을 다녀간 이들의 솔직한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 수준의 리뷰가 아닌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과 유용한 팁, 꼭 가봐야 할 곳, 놓치지 말아야 할 즐길 거리, 현지에서의 애로사항 및 문제점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리뷰를 통해 여행지 리스트를 정리했다면, 항공권과 숙소 예매까지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원스톱으로 해결 가능하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앱이다. 두 번째 체크리스트는 낯선 도시를 돌아다닐 때 반드시 필요한 지도 앱 ‘구글지도’다. 특히 처음 가보는 해외에서는 모두 길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때 ‘구글지도’가 구세주 역할을 한다. 지도 앱은 많지만 ‘구글지도’는 어느 나라를 가도 현지 언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표시되기 때문에 가장 권할 만하다. 가고 싶은 관광지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원어가 아닌 한글로 입력해도 지도에 목적지가 표시된다. 예를 들어 일본 삿포로에 여행 가서 근처 오도리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고 싶을 때, 앱 검색창에 ‘오도리공원’이라고 한글로 쳐서 검색하면 지도에 위치가 나타난다. 물론 현지어로도 표시가 된다. 목적지까지의 교통편과 소요시간을 알고 싶으면 ‘길찾기’ 메뉴를 이용하면 된다. 차로 이동할 경우,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경우, 걸어서 이동할 경우의 루트와 시간을 각각 확인할 수 있어 여행 스케줄을 짜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는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까지 친절하게 알려줘 처음 방문하는 도시라도 내가 살던 동네처럼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세 번째 체크리스트는 번역 앱이다. 깊이 있는 대화는 어렵지만 길을 묻거나, 식당에서의 주문 등 간단한 대화는 번역 앱으로도 충분하다. 해외여행자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뿐만 아니라 생소한 언어권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구글번역’을 가장 많이 애용한다. ‘구글번역’은 스마트폰 앱 화면에서 한국어와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고 말을 하면 자동 번역을 해준다. 예전에는 내가 먼저 말하고 상대방이 말할 때 다시 번역 버튼을 눌러야 했지만 ‘대화’ 기능이 추가돼 스마트폰을 앞에 두고 각자의 언어로 말을 하면 자동 번역을 해준다. 번역 앱의 능력과 편리함을 경험하면 해외여행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몸소 느낄 것이다.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내고 거침없이 낯선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여행지에서의 기쁨은 배가된다. >>단체여행 갈 때 여럿이 함께 쓰는 ‘포켓와이파이’ 여행 떠나기 전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해도 현지에 가면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다시 찾아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아무 준비 없이 해외에서 데이터를 마구 쓰면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각 통신사의 데이터 로밍 서비스인데, 이 역시 혼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여러 명이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면, 무선 와이파이 도구인 ‘포켓와이파이’를 활용해보자. 이름처럼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아 휴대도 간편하다. 무엇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데이터를 알뜰하게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지 통신망을 잡아 무선 와이파이로 바꿔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여행지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지만, 아시아권에서는 하루 사용 요금이 5000원 정도밖에 안 된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기기 하나에 최대 10명까지 연결이 가능해, 단체여행 시에는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대여 방법도 어렵지 않다. 포털 검색창에 포켓와이파이를 검색해 해당 업체에 여행지, 여행기간, 연락처를 입력하고 금액을 결제하면 여행 당일 공항에서 받아볼 수 있다. ◇ 부르면 달려오는 스마트 서비스 밖이 추울 때는 마냥 따뜻한 집 안에서만 머물고 싶다. 이런 날엔 뭐니 뭐니 해도 배달이 최고다. 익히 사용하고 있는 음식 배달 앱이나 장보기 앱도 유용하겠지만,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서비스는 반찬배달 앱이다. 자녀들이 결혼해 출가하고 나면 요리하는 횟수도 줄어들고 예전처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도 적어진다. 부부가 단출하게 사는 경우에는 반찬을 해도 식재료가 남아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이럴 때는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먹을 만큼 반찬을 주문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반찬배달 서비스 앱 ‘배민찬’은 밑반찬부터 국, 찌개 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잡채, 사골곰탕까지 배달해준다. 반찬의 특성상 배달이 늦어지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낮 1시까지 주문을 받고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현관문 앞으로 반찬을 배송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문을 열면 반찬이 도착해 있어 포장만 뜯어 그대로 놓기만 하면 손쉽게 밥상이 차려진다. 배달되는 자동차도 있다. 카 셰어링은 차를 소유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공유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은퇴 후 자가용의 필요성이 적어지면, 갖고 있던 차를 처분하기도 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일은 줄어드는데도 보험료, 차량 수리비, 세금, 주차료 등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처분했는데, 조금 아쉽고 불편하기도 하다. 이럴 때는 이용한 시간만큼 비용을 내는 카 셰어링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카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공유 자동차가 집 근처에 있을 때도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직접 가서 차를 가지고 와야 한다. 편하려고 이용하는데 차를 직접 끌고 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럴 땐 카 셰어링 앱 ‘쏘카’의 ‘부름’ 호출 서비스를 활용해보자. ‘부름’은 내가 자동차를 이용하고자 할 때 내 집 앞까지 차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2시간 전에만 예약하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집 앞 주차장에 차를 가져다주고, 사용 후 다시 집 앞에 주차하면 대신 가져간다. 달려오는 서비스 중 ‘세탁 앱’도 아주 유용하다. ‘세탁특공대’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해가고 다음 날 다시 배달해준다. 기존 세탁소를 이용하려면 왔다 갔다 해야 했지만 ‘세탁특공대’ 앱으로 주문하면 직원이 30분 이내로 출동해 세탁물을 수거해가 세탁을 한 뒤 다시 현관문 앞까지 가져다준다. ◇ 새해 계획의 성공을 도와주는, 목표달성 앱 새해 계획과 목표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획을 매일 실천하고 습관화할 수 있도록 체크해주는 앱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Loop습관제조기’는 좋은 습관을 갖게 해주고 관리해주는 앱이다. 사용법은 단순하다. 매일매일 실천하고 싶은 것들을 정한다. 예를 들면 아침운동, 글쓰기, 명상, 저녁 간식 안 먹기 등 일상에서 실천하고 싶은 목록을 정하고 실천을 한 뒤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알람을 맞춰 정해진 행동을 반복하고 체크하면 목표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그래프와 통계로 보여준다. 날마다 쌓이는 활동 이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부진한 결과에 반성할 수도 있고, 꾸준한 실천에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다. 스마트폰 앱 활용도 편리하지만, 매일 체크하는 게 귀찮은 사람은 손목에 차는 ‘스마트밴드’를 이용해보자. 스마트밴드는 걸음 횟수, 이동거리, 심장 박동수 등을 표시해준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일어서라는 표시로 손목으로 진동이 전해지고 내가 목표로 정한 걸음 횟수가 달성되었을 때는 잘했다는 진동 알람이 울린다. 손목에서 알려주는 이 같은 알람에 따라 더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스마트밴드는 브랜드, 기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제품을 사지는 말자. ‘미밴드’라는 2만 원대의 저렴한 스마트밴드로도 좋은 습관 만들기 연습이 충분하다. 스마트밴드는 사용하는 친구들끼리도 연결이 되어 누가 더 많이 걸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친구의 운동량과 비교하다 보면 승부욕도 생기고, 서로 목표 성취를 위해 독려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진다.
- 2018-12-06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