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과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다재다능한 종합예술인 홍서범이 오랜만에 본업인 음악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에 그가 발표한 신곡은 ‘월든에 놀러간 니체’라는 다소 프로그래시브한 제목이다. 노래 내용도 제목 그대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연 속 삶을 통해 물질주의를 비판한 명저 ‘월든’을 쓴 월든 호수에 ‘신의 죽음’과 실존의 중요성을 외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찾아간다는 내용의 노래. 누가 봐도 보통 사람이 생각할 발상은 아니다. 그러나 홍서범에게 평범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신곡을 통해 다시금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그를 만나 독특한 인생관을 들어봤다.
“대중음악은 다양해야 하고 본인 생각이 담겨야죠. 인기만 쫓는 건 창작자로서 할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아이돌처럼 대 히트를 할 것도 아니고…. 가요계에 데뷔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예전 록 스피릿으로 돌아가서 음악도 옥슨답게 하자 싶었죠. 가사도 나이 들어서 사랑 타령 하기도, 이별 노래 하기도 그렇고…. 대신 내가 삶에서 느꼈던 거, 내 생각의 중심이 뭔지 정리해서 발표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월든에 놀러간 니체’예요.”
홍서범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과 니체의 철학이 자신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말한다.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서 삶의 본질에 대해 묻고자 출세를 접고 스스로 자연으로 들어갔다. 니체 또한 스위스 질스마리아의 호숫가에서 요양을 하며 저 유명한 영원회귀 사상을 정리했다. 두 사람의 우연한 공통점은 호수에서 자신의 대표적인 사상을 만들어냈다는 것. 홍서범은 그 두 장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니체가 월든 호수에 갔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 상상을 오롯이 노래로 만든 것이다.
홍서범을 통해 월든 호수를 만난 니체
노래의 비하인드를 들으니 과연 홍서범다웠다.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도 딱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한다.
“‘넌 왜 이렇게 안 되는 음악만 하냐’와 ‘이런 노래가 세상에 나왔다는 게 반갑다’였죠. SBS PD 했던 분은 ‘서범아 넌 이제 대중성 있는 것 좀 해라, 실험적인 음악 그만하고’라고 하시고, 저를 아는 분들은 ‘뭐 어차피 네가 할 음악 하는구나’라고 말하더군요.(웃음)”
자신의 음악을 누가 뭐라고 하든 관철한다는 게 그의 완고함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요즘 아이돌은 어떨까? 혹시 그의 기준에 벗어나는 거슬림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예상외로 그는 요즘 아이돌에 대해 무한한 긍정을 표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일제강점기를 벗어나고 미국 팝 음악이 들어오면서 미8군 출신 가수들을 통해 급격히 발전했거든요. 일본은 처음에는 영미 팝을 따라가다가 자기들 특유의 제이팝을 만들었어요. 물론 일본은 워낙 인구도 많고 다양해서 수준이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혼란기가 있었던 게,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제이팝을 많이 베꼈어요. 일본 음악이 금지였을 때 양심 없는 작곡가들이 많이 표절했죠. 그러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그쪽으론 못 간 거지. 그래서 다시 미국 팝을 추구한 거죠. 그런데 거기에 우리 민족 특유의 음악성, 표현력, 특유의 한이 블랙 뮤직 이상인데, 그게 더해져서 성공했다고 봐요. 이 짧은 시간에 빌보드를 점령할 정도니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우수성은 저도 감탄하고 있어요.”
그는 주변을 봐도 노래와 악기 연주를 너무 잘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감탄했다. 더구나 디지털 문화가 보급되면서 과거보다 쉽게 원하는 걸 접하고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우리 때는 소위 음반을 구해도 ‘빽판’이었고 악보도 없이 귀로 들어서 코드를 땄어요. 그러다 보니 이 팀 저 팀 코드가 다 다르고.(웃음) 지금은 발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죠.”
가장 싫은 것은 주변에 민폐 끼치는 것
최근 음악 트렌드에 대한 홍서범의 평가를 들으니 자연스레 후배 양성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손사래를 쳤다.
“게을러서 사업 쪽으론 관심이 없어요. 주변에선 그 정도 노하우 있으면 해도 되지 않느냐 하는데, 사업 재능이 없어요. 유혹은 많았죠. 하지만 그런 거에 혹해서 나도 해볼까 했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줄까봐, 스스로 판단해보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나도 할 일이 많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수만이 형 대단하고 박진영도 대단해요. 음악도 잘하지만 사업도 잘하니까요.”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 민폐 끼치는 일이다. 지금 시대에 아이돌 같은 후배를 대중가요 시장에 맞게 체계적으로 양성하려면 기본 자산이 천문학적으로 든다. 그렇다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혹시 사업이 잘 안 되면 투자자에게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 그가 사업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말한 것은 자신의 기준과는 너무나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통해 7080 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싶어
그럼에도 홍서범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살길 바라는 그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7080 문화로 전국 투어 하고 해외 투어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게 막혔죠. 이제 새롭게 해야 할 것 같아요. 7080 문화의 새 콘텐츠로 뮤지컬 같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작가도 있어야 하고 투자자도 있어야 해서 보통 일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공연할 때 나열식으로 차례대로 노래 부르고 내려오는 건 이제 끝났고, 그때 음악과 그때 사건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그 단계예요.”
7080을 위한 장기 공연 문화이면서 기존과는 다른, 뮤지션도 좋고 관객도 즐거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판단은 비슷한 시대를 산 가수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조용필조차 자신의 노래들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려고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현재 7080 뮤지션들의 공연 문화가 너무 일방적이라 답답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맞아요. 제가 시놉시스를 짠 후 작가를 불러서 이런 내용으로 써보라고 한 적 있어요. 그랬더니 ‘형, 이거 하려면 투자 많이 받아야 하고 언제 코로나가 끝날지도 모르는데’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일단 써놔야지!’(웃음)라고 타박했죠. 앞으로 7080이 가야 할 길은 그쪽이에요. 새로운 문화를 자꾸 만들어서 방향을 바꿔야죠.”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의 고충 이해돼
홍서범이 활동했던 7080으로부터 세월이 흐르면서 가요계도 가수들도 바뀌었다. 완제품으로 시장에 나와야 하는 요즘 세대 가수들과 달리 그의 세대 가수들은 데뷔 후에 연습도 겸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도 그는 노래에 대한 관점이 다른 가수들과 달랐다.
“저는 노래를 어떻게 해야 잘할까가 아니라 전체적인 음악의 완성도를 중요시했어요. 솔직히 노래를 만든 후에 녹음할 때가 되어서야 처음 불러본 노래도 있었죠. 노래는 신경 안 썼던 거지. 그래서 초창기에는 노래를 불렀다기보다는 샤우트를 했어요. 감성 표현 같은 게 약했죠.”
음악을 종합적으로 보는 그의 관점은 가창자로서의 가수보다는 프로듀서와 흡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에 대한 비판에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떨 때는 나보다 노래 잘하는데 어떻게 평가를 하지?(웃음) 이런 경우도 생길 테고. 그렇다고 ‘정말 잘하시네요’라고만 말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방송이라 뭔가를 해야 하니까. 어려워요, 남을 평가한다는 건. 해본 사람만 알지. 저는 못 할 거 같아요. 그리고 프로들이 무대에 올라도 스트레스가 큰데 아마추어면 더 심하겠죠. 오래 준비했는데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도 있으니 평소의 70%만 해도 성공이라고 봐요. 그것도 멘탈 싸움인 거 같아요. 웬만하면 칭찬도 많이 해줘야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잘 노는 게 잘 사는 것
홍서범은 한국식 나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가 강조하는 자신의 나이는 만 62세다. 환갑을 넘긴 그에게는 잘 노는 게 잘 사는 거라는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유쾌하게 살다 가자, 나에게 주어진 대로 즐길 수 있는 최대한 즐기자는 생각이에요. 물론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고민한다고 풀리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아니면 내 능력 밖인가’ 판단하는 게 중요해요. 능력 밖인 고민은 접는 거예요. 그런데 해결할 수 있다면? 그럼 해보는 거죠.”
한마디로 그는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이 아니다. 그 덕분인지 유독 피부가 좋아 보였고, 살도 안 찌는 듯했다.
“체질도 그렇지만 가만히 한자리에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운동도 많이 하고. 옛날에는 축구를 많이 했고 지금은 배드민턴을 일주일에 한 번 쳐요. 틈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에 가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살이 찔 수가 없지. 피부도 땀을 많이 흘리니까 좋은 거 같네요. 등산처럼 혼자 하는 게 가장 운동이 많이 돼요. 즐겨 찾는 산은 북한산입니다. 코스도 많고 아무 생각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거죠.”
무한긍정과 힘찬 에너지, 자유로움
홍서범의 성격을 지금까지 들여다봤으면, 그가 소위 관계 정리에 대해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정리한다?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만날 사람은 만나고 안 만날 사람은 안 만나게 되는 거죠.”
그가 참여하고 있는 연예인 모임이 꽤 많다. 공놀이야(축구), 콕놀이야(배드민턴), 산놀이야(등산), 큐놀이야(당구), 휠놀이야(자전거), 술놀이야(음주)까지 총 6개. 그중 공놀이야에만 쉰 명 이상 가입되어 있다. 그런데 활동할 때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안 나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 그래서 관리를 맡고 있는 후배가 안 나오는 회원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홍서범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참여할 상황이 못 되니까 못 하는 거지. 만약 걔네를 내치면 내쳐지는 사람 기분이 어떻겠냐. 놔두면 적당한 때 돌아온다. 언제든지 문을 열어놔야 들어올 게 아니냐. 한번 인연 맺었는데. 그리고 참여 안 한다고 우리한테 해 되는 거 있어?”
그 말을 들은 후배는 할 말이 없었다. 홍서범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는 사례였다.
뭐든지 푹 빠져 사는 남자
홍서범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한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에게는 어떤 사람은 평생 갖지 못할 후회 없는 자유에 대한 확신이 이미 있었다.
“니체 형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정말 좋은 말씀이 ‘다시 살고 싶도록 그렇게 살아라’예요. 그럴 정도로 살아야죠. 어제도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북한산에 갔어요. 다들 대기업 사장 하다 명퇴했는데 삶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 날이 70대 중반까지면 이제 10년밖에 안 남았어요. 원 없이 살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고 보면 시간이 너무 짧더라고요. 그러면 여행도 많이 다니고 노는 게 남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말하니 걔네들이 ‘야, 난 매일 놀아’라고 대꾸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야, 그렇게 놀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빈둥빈둥 노는 건 진짜 무료해’라고 답해줬죠. 무료함이 인생 최대의 적이에요.”
그가 심심하고 지루해하는 모습은 상상되지 않았다. 아마 10년 후에도 그는 니체를 월든 호수로 불러들인 것처럼, 또 다른 독보적이고 독특한 노래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 유쾌한 종합예술인 홍서범의 인생이 보여줄 무료하지 않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 Exhibition
◇요시고 사진전
일정 12월 5일까지 장소 그라운드시소 서촌
코발트빛 바다와 그 위를 헤엄치는 관광객, 알록달록한 파라솔.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은 잊고 있던 어느 여름날의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휴양지의 찬란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낸 요시고의 전시가 국내 관객을 찾았다. 요시고는 스페인 출신 포토그래퍼 겸 디자이너로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다. 유명 IT 매거진 ‘와이어드’와 베네통 매거진 ‘컬러스’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는 ‘킨포크’, ‘비트라’ 등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중해부터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등 세계 여러 여행지를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대칭적 구도와 기하학적 기법 등 작가만의 표현 방식이 두드러지는 ‘건축’ 섹션을 시작으로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 사막의 풍광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섹션을 거쳐 해변과 바다, 관광객의 모습을 담은 ‘풍경’ 섹션으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작품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해,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함께 거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방문객이 많고 대기 시간이 길어, 여유롭게 관람하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윌리엄 웨그만 : 비잉 휴먼
일정 9월 26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개념미술의 선구자 윌리엄 웨그만의 전시가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윌리엄 웨그만은 화가의 그림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1970년대 미국 사진계의 보수적인 관행을 깨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며 사진 예술을 주류로 끌어내는 데 이바지한 예술가다. 특히 그는 자신의 반려견 ‘만 레이’를 의인화해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는 사진 작업을 발표했다. 촬영 즉시 인화되는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활용해 후보정 없이 반려견과의 교감만으로 즉석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 ‘캐주얼’, ‘키’를 비롯해 희소성 높은 대형 폴라로이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 점의 작품을 망라한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 외에 50점 이상이 국내에 처음 공개되며, 디올, 입생로랑, 마크제이콥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작도 선보인다. 반려견을 모델로 삼아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한 윌리엄 웨그만의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현대인에게 웃음을, 반려동물 가구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하세가와 가즈오 외 공저·라이팅하우스)
평소와 달리 기억이 흐릿할 때 떠올려보는 질문이 있다. ‘100에서 7을 빼보세요.’ ‘하세가와 척도’의 문항 중 하나로,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인지 기능 검사법이다. 이 척도를 만든 하세가와 박사는 평생 수천 명의 치매 환자를 돌본 치매 의료계 1인자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치매에 걸렸다. 그의 나이 88세의 일이다.
신뢰받던 의사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된 그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마지막까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치매 연구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듬해 치매에 걸린 사실을 공표하고, NHK 방송국과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 이 책은 그 기록의 결과물이다.
50년 넘게 치매를 연구했지만, 그는 환자가 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치매에 걸렸다고 24시간 비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기억력은 흐릿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그렇기에 주변인이 치매 환자를 삶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대신 “나는 치매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남긴 2년간의 투병 기록은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기에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불안은 줄어들고 희망은 커진다. 치매를 절망적인 질환으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단단한 태도 덕분이다. 의사와 환자의 기로에 선 그의 이야기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치매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억을 잃어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단서와 희망을 보여준다.
◇빨리 은퇴하라 (최승영 저·이은북)
은퇴를 앞둔 이들을 위한 진로탐색서.
단순히 불안한 마음을 잡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김영미 저·혜윰터)
노화로 우울감을 느끼던 저자가 환갑의 나이에 자전거 라이더가 된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 사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국 자전거길을 섭렵한 저자의 도전이 짜릿한 설렘을 선사한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 외 공저·뮤진트리)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인생 철학을 그가 남긴 희대의 명작들로 살펴본다. 평생 민중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갔던 위고의 삶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전한다.
● Stage
◇엑스칼리버
일정 8월 17일~11월 7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권은아
출연 김준수, 이지훈, 신영숙, 민영기, 최서연, 이상준 등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2년 만에 재연을 올린다. ‘엑스칼리버’는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영웅 서사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시골 청년 ‘아더’가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사들의 틈에 끼지도 못했던 평범한 인물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이 벅찬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서양 신화 속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국내 관객의 정서를 반영해 초연 당시 서사를 대폭 수정했으며, 아더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 또한 초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물, 불, 연기를 비롯한 특수 효과와 샤머니즘적인 퍼포먼스, 신비로운 영상 등 다양한 시청각적 장치로 마법과 마술이 공존하던 시대의 배경을 극대화해 몰입감을 더할 예정이다.
◇분장실
일정 8월 7일~9월 12일
장소 대학로 자유극장
연출 신경수
출연 배종옥, 서이숙, 정재은, 황영희 등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 시미즈 쿠니오의 대표작으로, 연극 ‘갈매기’가 공연 중인 어느 극장의 무대 뒤편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네 여배우가 ‘맥베스’, ‘세 자매’ 등 고전의 명장면을 연기하며 무대를 향한 열정과 삶에 대한 회한을 풀어낸다. 배종옥, 서이숙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표현하는 진짜 ‘배우 연기’가 완성도를 더한다.
◇광화문연가
일정 ~9월 5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윤도현, 엄기준, 강필석,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등
이지나 연출, 고선웅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등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2017년 처음 선보인 창작 뮤지컬로, 죽음을 눈앞에 둔 ‘명우’가 미스터리한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와 함께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을 토대로 해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등 1980~90년대를 장악한 음악이 옛 시절의 추억을 깨운다.
7월 1일부터 예방접종 완료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모임 인원제한에도 속하지 않는다. 실내나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백신을 맞은 시민들은 '이것 만으로도 어디냐'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런데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국내 지역이 있다. 반면 접종증명서만 있으면 2주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해외 여행지도 있다. 백신도 맞았겠다, 들뜬 마음으로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백신 맞은 시니어를 위해 관련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제주도, 야외서도 노마스크 안 돼!
대표적인 여름 휴가지인 제주도에서는 아쉽게도 ‘야외 노마스크’가 불가능하다. 7~8월 두 달간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실외와 실내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하루 4만 명이 넘는 불특정 다수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따라 수도권에 준하는 기준을 제주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7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사적모임 인원을 수도권 수준인 6인까지만 허용한다. 직계가족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7명 이상이 모이는 동호회와 동문회, 동창회, 직장 회식, 친구 모임 등 사적모임과 행사는 금지한다. 식당과 카페, 상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에도 7명 이상은 동반 입장과 예약을 할 수 없다. 백신을 접종한지 14일이 지난 접종 완료자는 인원수 제한에서 제외하기, 테이블간 1m 거리두기나 한 칸 띄우기는 지속된다.
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지역축제와 설명회 같은 행사는 자체적으로 방역계획을 준비해 소관 부서에 사전 신고를 해야만 개최할 수 있다. 집회는 500명 이상 참여가 금지된다.
임태봉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제주는 변이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관광지 특성상 강화된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7~8월 두 달만큼은 제주도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트래블 버블 사이판, 격리 없지만 5일간 숙소서 머물러야
반면 접종 완료자는 ‘노 자가격리’ 사이판(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단체여행을 꿈꿀 수 있다.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사이판 단체여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단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객만 허용하는데, 여행 기간 방역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30일 저녁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시행 합의문 서명식을 연다고 밝혔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관리에 대한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격리를 면제해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번 합의는 방역 신뢰국과 맺는 첫 트래블 버블이다.
여행객은 양국 국적자나 그 외국인 가족으로, 자국 보건당국이 승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14일이 지난 사람만 가능하다. 양국 보건당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4종 백신만 인정한다.
여행객은 자국 보건당국에서 발급한 예방접종 증명서와 출발 전 72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 음성확인서를 소지해야 한다. 예방접종증명서는 종이증명서(양국 모두 해당)나 전자 예방접종증명(‘질병관리청 COOV’ 애플리케이션, 한국만 해당)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가격리를 면제 받는 대신 사이판 입국 절차는 다소 까다로워졌다. 현지 도착 당일에 한 번 더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정된 호텔 객실 내에서 대기하다가 음성확인이 돼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첫 5일 동안은 지정 숙소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다만 격리 숙소 부대시설과 지정구역 내에 있는 해변, 쇼핑몰, 골프장은 이용할 수 있다. 입국 5일째 되는 날 다시 코로나19 검사 후 음성 판정을 받으면, 6일째부터 지정 숙소와 구역을 벗어날 수 있다.
현지에서 드는 검사 비용은 북마리아주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여행 기간과 함께 늘어난 숙박비 등 비용도 여행사와 항공사를 통해 일부 지원한다. 여행 중 양성 판정이 나오면 전담 치료시설로 즉시 격리돼 치료를 받는다. 치료비용 역시 전액 무료로 지원한다.
여행 재개 시점은 현지 방역조치 사전점검과 여행사의 모객을 위한 준비기간 등을 감안할 때, 이르면 7월 말~8월 초로 예상된다. 그러나 방역상황이 악화되면 ‘서킷 브레이커’ 제도로 트래블 버블을 일시 중단할 수 있고, 양국 합의 후 개시일자를 미룰 수도 있다.
김홍락 국토부 국제항공과장은 "이번 협정 체결이 항공 및 관광사업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방역우수 국가와 트래블 버블 체결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 해외여행지 관련 정보는 인터파크투어 ‘그린여행’ 홈페이지와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린여행 홈페이지에는 나라별로 요구하는 코로나19백신 접종과 음성확인서 제시 여부, 자가격리 일수 등 필요한 조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정리돼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각국의 검역과 격리 기준이 수시로 변하는 만큼, 올 여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시니어라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는 현재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일부 국가는 여행경보 3단계인 ‘철수권고’ 또는 4단계인 ‘여행금지’ 지역으로 분류했다.
그린여행 데이터에 따르면 현지 자가격리가 면제돼 여행지 도착 후 바로 여행 가능한 지역으로 하와이, 괌, 사이판, 몰디브, 푸켓, 미주, 프랑스, 독일, 스위스, 체코, 크로아티아, 터키, 그리스, 스페인이 있다.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기술 중 하나가 짐 싸는 법이다. 가방 안에 여행 중 사용할 옷가지나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오밀조밀 담아내는 일에도 여행 전문가들은 노하우가 있다. 가령 와이셔츠는 두 개를 겹치고 옷깃을 세운 채 개어서 넣는 것이 좋다. 이러한 팁을 알려주는 한 브랜드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21만 회로 인기를 끌었다. 그 브랜드는 다름 아닌 루이비통이다.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 루이비통이 여행 가방 싸는 법을 알려주는 이유는 뭘까?
루이비통은 여행용 트렁크로 출발한 브랜드다. 루이비통은 지금도 정체성을 여행에서 찾는다. 창업자 루이 비통은 스위스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10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가 재혼하자 그는 새 삶을 찾아 나섰다. 14세에 길을 떠나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2년간 도보 여행을 했다. 이 여정을 루이비통은 브랜드 최초의 여행으로 꼽는다.
짐 싸주던 파리 청년
창업자 루이 비통은 파리에서 ‘패커’로 일했다. 패커는 여행 짐을 대신 싸주고 여행 가방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당시 파리의 귀부인들은 풍성한 드레스와 깃털, 리본으로 장식한 화려한 모자를 쓰곤 했는데, 여행할 때 이 모자와 드레스를 구김 없이 갖고 다닐 수 있게 포장해주는 전문 일꾼이었다. 그는 솜씨 좋은 패커로 유명세를 얻어, 나폴레옹 3세 황후의 전담 패커로 일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여행은 고급 문화였기에 그는 귀족들을 대상으로 일했다. 이 분야 전문가였던 무슈 파레샬의 공방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1854년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매장을 차렸다.
당시 프랑스는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며 여행 문화가 널리 퍼졌다. 그때만 해도 여행용 트렁크는 포플러나무로 만든 위쪽이 둥근 상자였다. 그래서 몹시 무겁고, 여러 개를 쌓기 어려우며, 마차가 코너를 돌면 넘어지곤 했다. 이에 창업자 루이 비통은 새로운 여행 가방을 개발했다. 사각 형태로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었고, 방수 처리된 천 소재를 써서 가벼웠다. 운반과 적재의 편의성을 높인 그의 가방은 프랑스 부유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평평하고 네모난 트렁크는 현대 여행 가방의 시초가 되었다.
인기가 많은 만큼 모조품도 성행했다. 모조품을 막고자 아들 조르주 비통이 가방에 무늬를 넣었다. 체크 모양의 다미에 패턴, 창업자 루이 비통의 이름 철자 L과 V를 딴 로고와 장미 문양으로 만든 모노그램 패턴이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난방지용 자물쇠 역시 당시 함께 개발되어 오늘날까지 루이비통 가방에 장착되며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핸드백 영역으로도 제품군이 넓어졌다. 샤넬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주문을 받아 만든 알마 백,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자신의 몸에 맞는 작은 사이즈를 주문해 만든 스피디 백 등 소형 핸드백을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지금도 루이비통의 인기 핸드백이다.
셀렙을 위한 트렁크의 무한 변신
브랜드 창립 후 6년이 지나자 창업자 루이 비통은 파리 북서부 지역의 아니에르에 공방을 열었다. 이곳에서 각계각층 유명 인사를 위한 맞춤형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었다. 1879년 탐험가 피에르 브라자의 아프리카 탐사를 위해 만든 여행용 트렁크는 펼쳐놓으면 침대가 되었다. 1923년에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위해 트렁크를 만들었는데, 수십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어 여행지에서 펼쳐놓으면 서재가 되었다. 1926년에 인도 왕족을 위해 만든 트렁크는 찻잔과 찻주전자를 비롯한 티 세트를 담아 어디서나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이후 루이비통은 더욱더 유명세를 얻어 다양한 셀렙들의 의뢰를 받으며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고, 이는 오늘날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는 초석이 되었다.
아니에르 공방에는 지금도 장인들이 상주하며 세계의 명사들을 위한 맞춤형 트렁크를 만드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현대에는 그 영역이 넓어져 월드컵 트로피 보관 트렁크,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명화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운송하는 트렁크도 제작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위해 스케이트 트렁크를 만들어 헌정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미국 프로농구협회와 NBA 우승 트로피 보관 트렁크를 제작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니에르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트렁크는 매년 6월 NBA 우승팀에 전달되어 트로피 보관, 전시, 운반 과정에 사용된다.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CEO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승리는 루이비통 안에서 여행한다’는 전통을 다시 한번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루이비통의 여행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시계 매장에 시계가 없다. 모순 같은 이 말은 롤렉스 매장의 현재 상황이다. 롤렉스는 극심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만성적으로 지속된 현상이나, 롤렉스가 2018년에 ‘웨이팅 제도’를 폐지하면서 더 심해졌다. 대기는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만 구매가 가능해졌다. 매장에 전화를 걸어 재고를 확인하거나, 직접 갔을 때 물건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오픈 시간 무렵 롤렉스 매장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선다. 진열대는 시계 하나 없이 텅 비어 있기 일쑤. 인기 모델은 진열과 동시에 팔려 구경조차 어렵다. 시계를 시착해 보며 구입한다는 것은 롤렉스 매장에서는 불가능하다.
몇 년 새 수요 폭증, 롤렉스 매출액 급등
품귀 현상의 원인은 분명하다. 사고자 하는 이들은 많은데 공급량이 이를 못 따라간다.
롤렉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몇 년 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롤렉스의 국내 매출액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롤렉스는 본사가 한국 시장에 직접 판매한다. 2002년 설립된 롤렉스의 한국 법인 ‘한국로렉스’는 롤렉스만을 취급하는 유통 업체로, 스위스의 ‘로렉스홀딩스’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로렉스의 2019년 매출액은 2,904억 원이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58억 원, 437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19.2%였다. 2014년까지만 해도 롤렉스의 매출액은 1천억 원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매출액이 폭증하여 매년 3천억 원 전후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단기간에 롤렉스 수요가 크게 늘었음을 의미한다.
타 명품 시계 유통 업체 매출액과 비교하면 롤렉스의 매출액이 더욱 두드러진다. 오메가, 브레게, 블랑팡 등 12개 브랜드 시계를 판매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의 2019년 매출액은 4,373억 원이었다. 파텍필립, 브라이틀링, 태그호이어, 위블로 등 9개 브랜드 시계를 판매하는 명보아이엔씨의 2019년 매출액은 1,667억 원이었다. 이들 기업이 취급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인기 브랜드다. 반면 한국로렉스는 롤렉스 단 하나만을 판매하여 3천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회원 수가 약 12만 7천 명인 대형 시계 동호회 ‘와치홀릭’에서는 롤렉스가 그야말로 선망의 시계다. 매일 주요 백화점의 롤렉스 매장을 순회하며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있고, 제품 입고 소식을 듣자마자 반차를 내고 직장을 뛰쳐나와 백화점으로 향한다는 이도 있다. 몇 달, 몇 년을 노력했는데도 구입에 실패했다며, 이제는 롤렉스를 단념하기로 했다는 이도 있다. 이처럼 마음고생한 이들이 롤렉스의 공급, 판매 방식을 성토하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기적적으로 인기 모델을 매장에서 구입한 이에게서는 아파트 청약 당첨에 버금가는 환희가 느껴진다.
높은 프리미엄에 중고 시세 고공행진
중고 시장에서는 롤렉스 시계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고, 시세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 인기 모델인 GMT마스터2 40㎜ 모델은 중고 쇼핑몰 시세가 현재 약 1,900만 원이다. 정가는 1,177만 원으로 6백 만 원이 넘는 웃돈이 붙었다.
웨이팅 제도가 있던 시절에는 웨이팅 권리를 2백만 원 이상 주고 판매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는 롤렉스의 투자 가치를 높여 수요가 더 늘어나게 만드는 요인이다.
매장에는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되팔이를 목적으로 하는 업자들도 장사진을 치고 있다. 조직적으로, 전업으로 롤렉스 시계 구입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다 보니, 일반 소비자가 그들의 구매력을 따라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베일에 싸인 롤렉스의 공급 정책
이런 상황에도 롤렉스의 공급, 판매 정책은 베일에 싸여 있다. 매장에 입고 시기를 문의해도 알 수 없다고만 하고, 재고를 물으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기 일쑤다.
품귀 현상 원인이나 앞으로의 공급 계획 등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복수의 롤렉스 관계자는 “품귀 현상은 이전부터 지속되었고, 최근 들어 심해진 양상이다. 공급량에 큰 변화는 없으나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라고 밝혔다. 또한 “롤렉스의 모든 시계는 내구성, 정확성, 실용성이라는 제품 철학을 추구하며, 최고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수작업으로 조립된다. 이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롤렉스 생산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며 인기 모델은 매장 구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롤렉스, 명품 시계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 구축
이러한 현상이 몇 년에 걸쳐 이어지는 동안 롤렉스는 상품성, 브랜드 가치, 투자 가치, 희소성까지 두루 갖춘, 자타가 공인하는 럭셔리 워치의 대명사로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현재의 품귀 현상은 오히려 롤렉스의 가치를 높이고, 롤렉스를 갖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롤렉스를 찾는 이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품귀 현상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롤렉스 시계, 가격은 얼마나 할까?
금시계는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18캐럿 옐로우 골드로 만들어진 '데이데이트' 36㎜모델의 경우 4,416만 원이다. 하지만 의외로 접근성이 좋은 가격대의 시계도 있다. 스틸 소재로 만들어진 시계들이다. 지난해 신제품으로 선보인 '오이스터 퍼페츄얼' 41㎜ 제품은 오이스터스틸 소재로 제작됐으며, 716만 원이다. 럭셔리 워치 중에서는 접근성이 좋은 가격대다. 롤렉스와 더불어 ‘예물 시계 삼대장’으로 불리는 오메가, 까르띠에에는 이보다 비싼 시계가 많다. 롤렉스보다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는 브라이틀링이나 태그호이어에서도 오이스터 퍼페츄얼보다 비싼 제품이 인기리에 판매된다. 브라이틀링의 '내비타이머', 태그호이어의 '모나코'가 대표적인 예다. 롤렉스의 대표 인기 모델인 '뉴 서브마리너'는 전 제품이 41㎜로, 오이스터스틸 소재 제품이 985만 원, 오이스터스틸과 옐로우 골드를 혼합한 제품이 1,741만 원이다.
소마미술관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안에 있다. 드넓은 공원엔 나무들이 많으니 얼추 자연 풍경과 동행하는 미술관이다. 세한에 부는 바람은 차고 황량하다. 공원 외부의 대로를 달리는 차량의 소음마저 강풍에 고꾸라진다.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싶다. 마음을 데워준다는 점에서 미술 작품 관람도 미진할 게 없다. 바람에 산발처럼 너울거리는 옷자락을 여미며 소마미술관으로 접어든다. 어떤 매력의 올가미가 기다리고 있으려나.
소마미술관 건축은 단출하다. 박스 형태의 2층 구조물 하나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수평으로 전개된 1층 건축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들썩이는 구석이 없어 차분하다. 허공으로 불쑥 솟은 게 없고 거추장스러운 치레도 없어 고상하다. 자연스레 친근감을 자아낸다. 모자라지 않으려면 간명한 게 좋고, 지나치지 않으려면 평범한 게 좋다. 이게 처세에서뿐이랴. 건축도 마찬가지, 거창하면 자칫 허점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소마미술관의 외양은 미더운 느낌을 준다. 마치 가장과 과장이 없는 성향의 사람을 바라볼 때처럼.
그런데 나지막한 건물을 지은 데엔 유별한 연유가 있다. 어떤? 이 미술관은 2004년 9월에 개관했다. 진통을 겪고서였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던 것이다. 푸르고 향긋한 올림픽공원을 제집 앞마당처럼 여기며 애호했던 주민들이 “미술관 건립이 웬 말이냐?”며 쌍심지를 켜고 반대운동을 했다. 공원 경관 훼손을 이유로 삼아서였다. 기어이 뭔가를 지을 거면 차라리 도서관을 지으라고 했다. 결국 낮은 건물을 짓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서야 공사를 착수할 수 있었다.
건물의 외관은 단아하다. 노출 콘크리트를 주조로 한 벽면의 일부에 적삼목(메타세쿼이아) 패널을 입히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치장을 자제해 실용성과 단순미를 구현했다. 간간이 유리창을 집중 설치한 건 외부의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아울러 내부를 외부로 열어 보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풍경이 소통된다. 건물의 처신이 이러하니 사람도 답답할 게 없다.
창으로 들이치는 자연광의 농도에 따라, 시차에 따라 회랑이나 중정, 혹은 전시실의 광도가 다변한다. 그 소리 없는 빛의 스펙트럼에 실내는 한결 고요하고 유려하다. 차고 건조한 인공조명에 비해 자연 조명은 따뜻한 내면을 지닌 것만 같다. 물론 어느 건물이건, 아파트건 산중 오두막이건 창이 달려 빛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자연조명을 미술 행위의 하나로까지 여기는 미술관 건축에서처럼 매혹적인 자연광은 드물다. 건축가는 자연광을 건축 재료의 하나로 존중해 고도의 기교를 발휘한다. 이 미술관의 건축가도 빛의 포획에 능란하다. 가급적 인공조명 대신 자연광선을 전시장에 배포하기 위해 통유리 창을 매우 과감하게 구성하기도 했다. 그게 살짝 지나쳤나? 과도한 자연광에 전시 작품이 훼손될 걸 우려해 전시실 유리벽의 일부를 패널로 틀어막았다.
소마미술관 설계자는 건축가 조성룡이다. 지형에 순응하기, 수평성을 강조하되 동선의 유기적 순환 체계를 확보하기, 저만치에 있는 몽촌토성의 경관을 위압하지 않도록 규모를 자제하기, 채광과 조망을 위한 개구부를 기능적으로 설비하기, 이것들이 설계의 기본 지침이었다. 조성룡은 ‘결국은 풍화(風化) 과정을 통해 퇴화하고 소멸할 건축물의 숙명’을 염두에 두고 건축을 설계한다. 건축물을 일종의 생명체로 바라보는 것이겠지. 인생의 희로애락을 미술로 토로하는 화가처럼, 그 역시 건축으로 삶과 세상에 말을 걸고 싶은가보다.
올림픽조각공원, 미술사의 획기적 사건
개관 이래 소마미술관은 묵직한 기획전을 자주 펼쳤다. 이름난 이름들의 작품을 심심할 짬이 없이 불러들였다. 파울 클레, 반 고흐, 피카소, 요셉 보이스, 백남준, 밀레, 프리다 칼로…. 불구경을 하다가도 달려가고플 대가들의 작품전을 펼쳤으니 그 방면으로 한가락 하는 미술관? 올림픽공원의 운영 주체이자 소마미술관 경영주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흐벅진 일을 하고 있다. 체육기관이 예술과 손을 잡았으니 이색이다. 이 미술관은 2006년, 국내 최초로 드로잉센터를 설립, 드로잉 분야 기획전을 집중적으로 펼쳐왔다. 물론 드로잉 외에 다양한 장르의 미술전도 정기적으로 선보인다.
지금은 ‘푸룻푸룻뮤지엄: APPLE IN MY EYES’ 전이 진행(2월 14일까지) 중이다. 주제는 주로 과일과 나무다. 국내 작가 15명이 참여했다.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미술 행위를 통해 주제를 요리한다. 저마다 기발하게, 요상하게, 상큼발랄하게 모티브를 풀어냈다. 눈을 후비는 현란한 색감과 비주얼로 전시실이 아예 만화경 속이다. 미술도 이쯤이면 쉽고 재미있는 유희다. 오감에 스파크 튀게 하는 판타지 영화관이다. 아이들은 여기에서 놀면 좋겠다. 어른들은 여기에서 감각의 굳은살을 벗겨낼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관람객이 가뭄에 콩 난 형국으로 드물다. 도대체 코로나가 삼키지 않은 게 뭐람.
미술관을 나와 올림픽조각공원으로 들어선다. 43만 평에 달하는 올림픽공원의 전체 부지 가운데 자그마치 23만 평이나 되는 너른 공간에 조성된 올림픽조각공원은 소마미술관이 보유한 최상의 자산이다. 국내외 작가들의 조각 220점이 산재했다.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예술 향연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공간의 스케일과 작품들의 품격으로 세계적인 조각공원이라 평가된다. 스위스의 저명한 화가 한스 에르니(Hans Erni)는 ‘금세기 미술사의 획기적인 사건’이라 극찬했다.
그러나 정작 알아보는 이가 많지 않다. 일부러 찾아와 유심히 감상하는 눈들로 후끈할 법하지만 실상은 다르단다. 미술계 사람들은 그래 속이 쓰리다. 진수성찬을 차려놨지만 먹자는 사람이 드문 꼴이다. 구미에 맞는 사람만 한갓지게 포식한다. 꿈과 상상을 말없는 말로 두런거리는 조각 작품이 흔전만전한 산책 공원이라니. 한풍이 맵차지만 기분은 상승한다.
< 2편에 계속 >
예년이라면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로 왁자지껄했을 12월.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차분하고 프라이빗하게 연말을 보내려는 이가 많아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즐겨볼 만한 호텔가 프로모션과 패키지를 살펴보자.
겨울 낭만을 더할 액티비티&디저트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윈터 온 아이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아이스링크 이용권을 비롯해 객실 1박권, 스낵바 음료 등을 제공한다(12월 14일~2021년 2월 21일, 2인 기준 30만 원부터). 부티크 베이커리 숍 ‘더 델리’에서는 ‘산타클로스 모자 케이크’ 등 크리스마스 케이크 8종을 12월 한 달간 판매한다(5만~7만 원).
손주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워커힐 호텔 앤 리조트는 어린이 투숙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워커힐 산타 우체국’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아이들이 호텔 내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부모(조부모)가 미리 맡겨둔 선물과 산타의 답장이 전달되는 이벤트다(12월 18~27일). 겨울 동안 운영하는 ‘겨울 하루’, ‘겨울 휴식’, ‘겨울 풍경’ 등 객실 패키지와 연계해 진행한다(24만5000원부터).
룸서비스로 즐기는 풍성한 다이닝 파크 하얏트 서울은 소중한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룸콕 페스티브 룸서비스’를 운영한다(2인 기준 17만6000원). 연말 분위기를 담은 다채로운 메인 메뉴와 함께 크리스마스 디저트, 무알코올 칵테일까지 객실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더불어 투숙객 대상으로 소믈리에가 엄선한 와인 4종을 최대 15%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호텔에서 함께하는 연말 회식 글래드 여의도에서는 최대 12인까지 스위트 객실에서 호텔 셰프의 요리와 주류를 즐길 수 있는 ‘호텔에서 회식해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객실 침대 대신 인원에 맞게 테이블을 놓아 프라이빗 다이닝 룸처럼 세팅한다(12월 31일까지, 30만~50만 원). 같은 기간 레스토랑 ‘그리츠’ 투고 박스 메뉴로 파티를 열 수 있는 ‘프라이빗 파티 패키지’도 판매한다(12만 원부터).
여유롭고 안락한 한 해 마무리 켄싱턴 리조트 설악밸리는 연말·연시를 맞아 휴식과 미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윈터 초이스 다이닝 패키지’를 마련했다(2021년 1월 31일까지, 25만9000원). 알프스 산장 분위기로 꾸며진 레스토랑 ‘몽트뢰’에서의 조식 뷔페 2인, 스위스 치즈 퐁뒤 또는 치즈 플래터와 와인 2잔, 켄싱턴 치킨과 캔맥주 세트 중 1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객실에서도 서비스 가능).
딸기 뷔페로 만끽하는 상큼한 연말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제철 딸기로 마련한 ‘베리 베리 베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선한 생딸기를 비롯해 딸기 치즈 케이크, 딸기 타르트 등 디저트류와 딸기 헤이즐넛 피자, 블랙 페퍼 크랩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다. 아울러 미국 프리미엄 티 브랜드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의 차 6종과 커피도 함께 곁들일 수 있다(12월 4일~2021년 3월 28일, 6만8000원).
피부생리학에 기반을 둔 화장품을 만들고 있는 유용기 대표는 무분별한 제조사와 무책임한 판매자들로 인해 화장품 시장이 난잡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피부과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매년 놀랍도록 훌륭한 화장품 성분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민감하고 예민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유가 뭘까? 피부와 화장품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이다. 이를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건강한 피부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유랍 유용기 대표의 K뷰티 견해를 들어봤다.
유랍 화장품의 에이지리스(Age-less)와 리페어 뷰티 사이언스(Re pair Beauty Science) 의미는?
인체생리학을 알면 노화의 원인들을 알 수 있다. 노화된 피부는 첫째, 피부장벽을 튼튼하게 재구성해야 하고 둘째, 부족한 단백질들을 보충해줘야 한다. 셋째, 노화로 인해 몸속에서 잠자고 있는 단백질의 기능을 깨워줘야 한다. 넷째,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있는 영양 유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마지막 다섯째는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이 무너지면 노화로부터 몸을 절대로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근육은 피부 노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근육이 튼튼해지고 피부장벽이 건강해지면 안티에이징, 10년 아니 그 이상의 훨씬 젊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유랍은 국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
화장품의 본질과 피부생리학에 기초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고객들이 이를 높이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 피부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제품의 효능·효과를 높이려 노력해왔고, 그 효과를 믿어주는 마니아층이 굳건하게 형성되었다. 초기의 목표는 세계 최고 안티에이징 화장품 개발이었는데, 최근에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보습과 재생을 아우를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스위스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유랍’을 만들게 된 계기는?
사회생활 첫 시작이 독일의 화장품을 수입해서 한국의 피부관리실에 판매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피부를 더 잘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공부로 이어졌다. 그때가 1991년.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에 남자 피부관리사는 없었다. 내가 1호가 된 셈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피부관리실 원장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피부관리에 대해 강의를 했다. 내가 공부한 것을 기반으로 한 정보 전달이었다. 그리고 이 무렵 유럽의 화장품 제조사 대표들과 피부관리 전문가들을 참 많이 만났다.
그런데 아는 게 많아질수록 당시 내가 취급하고 있는 화장품이 자꾸만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계기가 되었다. 독일 화장품인데도 불구하고 피부에 대한 이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했다. 문제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개선을 요구했지만 한 번도 반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 이름을 건 진짜 좋은 화장품을 만들자고. 이론과 실제가 맞아떨어지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에 내가 에스테틱 업계에서는 좀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명감도 컸다.
준비는 2006년부터 했고 2011년 우여곡절 끝에 스위스에 화장품 제조사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스위스 정부에서 화장품 제조사 법인을 설립한 한국인은 내가 최초라고 했다. 스위스를 택한 이유는 유럽 화장품 원료들 중 최상의 원료들이 대부분 스위스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스위스인의 피부 타입이 비슷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리고 바이오산업이 가장 발달한 국가라는 것도 나를 이끌었다.
나는 30년 동안 거의 모든 유럽 국가의 화장품들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리고 그 특성들을 연구한 결과 내가 추구하는 것과 스위스 화장품이 가장 잘 맞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확실한 효과와 안전성, 최신 성분들, 여기에 최첨단 바이오산업을 결합한 것까지. 지금까지 내가 추구해온 것들을 현실화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겨나는 곳이었다. 여기에 한국인의 끝없는 도전정신과 정직성, 그리고 철학을 담으면 세계 최고의 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국내 시장에 대한 차별화 전략은?
화장품은 피부에 바르는 것이다. 피부가 건강해야 노화도 늦게 온다. 피부가 예민하고 민감하면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과 잡티가 생긴다. 피부 노화가 빨리 찾아오면 활력과 자신감이 없어진다. 건강도 그렇지만 피부도 늙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피부 상태를 보면 대부분 예민해져 있다. 원인을 알기 위해 연구도 많이 했다. 잘못된 피부 상식과 잘못된 화장품 사용이 문제였다. 소비자가 피부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피부를 위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조언하기 위해 유튜브와 페이스북도 활용한다.최선을 다해 홍보하려고 한다.
완벽한 안티에이징을 위한 연구 결과가 궁금하다.
화장품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피부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키고 가꾸려면 좋은 화장품을 잘 사용해야 한다고 계속 느껴왔다. 화장품과 피부관리의 종착점은 결국 안티에이징이다. 피부 노화를 최대한 늦춰주는 안티에이징의 제일 기본은 보습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젊음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외적 젊음은 바로 피부다. 그 피부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건 화장품이다. 그래서 함부로 사용해서도 안 되고 함부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안티에이징의 핵심은 단백질인데 종류가 매우 많고 가격에도 큰 차이가 있다. 1g에 1억 원이 훌쩍 넘는 것도 있고 몇만 원짜리도 있다.
15년 전부터 단백질과 단백질을 또는 단백질과 다른 물질을 결합해 파워를 월등하게 키운 합성단백질도 개발되고 있다. 단백질 성분이 피부와 잘 어울리고 효능을 보일 수 있도록 화장품에 접목시키려면 단순 화학반응에 대한 이해가 아닌 피부생리학, 세포생리학 그리고 면역학까지 공부해야 한다. 피부 나이 10년 늦추기는 꿈도 허상도 아니며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의 모습을 10년 아니 단 5년만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들을 하지만 유랍 화장품이 추구하는 안티에이징 목표는 10년 그 이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랍 화장품을 더 알아주는 이유는?
해외에서는 화장품을 과학으로 인정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저 향과 텍스처에 치중한 브랜드도 많다. 그에 반해 유랍은 철저하게 생리학을 기본으로 탄생한 화장품이다. 나는 유랍을 눈 딱 감고 한 달만 사용해보라고 한다. 틀림없이 피부가 응답해줄 것이라고. 유랍은 노화가 진행된 40대 피부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화장품의 최종 목표는 안티에이징이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20~30대도 사용하길 권한다.
해외에서는 피부를 연구하고 과학에 기초해 만든 화장품을 많이 인정해주는 편이다. 특히 스위스는 바이오산업이 발전한 나라이고 유럽 국가들 중 화장품 법률 적용이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소문난 나라다. 그래서 스위스 브랜드가 더욱 신뢰를 얻는 것 같다. 영국, 독일 사람들도 스위스 하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유랍 화장품 비즈니스를 하며 얻은 인생 철학이 있다면?
정직하면 망한다. 이것이 내가 느낀 점이다. 정직하고 바른 사람이 잘 살고 성공하는 시스템이어야 하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향과 색소가 없고 실리콘 성분이 없어야 좋은 화장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막상 그렇게 만들면 향이 어쩌니 색깔이 어쩌니 발림성이 어쩌니 하면서 구입을 안 한다. 결국은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 확립이 관건인 것 같다. 신뢰가 생기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화장품 상식들을 충분히 커버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고객들에게 다양한 방면에서 지속적인 신뢰를 전달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유 대표님이 생각하는 안티에이징과 나이 듦의 기준은?
노화에는 정신적 노화, 사회적 노화, 생리학적 노화가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에 철학도 공부하고 공중보건학과 생리학도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뭐든지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생리학도 인문학의 중심에 세우려고 한다. ‘생리학적 건강이 곧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건강으로 연결될 수 있다.’내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조화롭게 추구해야 건강한 세상이 되고 인생이 즐겁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최근 신중년의 로망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다. 육중한 배기량의 고성능 엔진에서 나오는 무게감과 힘을 갖춘 바이크로 국도를 달리며 산하를 감상하는 경험은 남다른 중독성을 갖게 해 많은 이들을 모터사이클의 신세계로 뛰어들게 하고 있다. 윤수녕 강원모터사이클연맹(KMF) 회장 겸 모토쿼드 대표는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계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며, 선진문화의 도입과 안전교육을 추구하는 모터스포츠 전문가 1.3세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토피스타’ 강원도 인제 행사를 앞둔 그를 만나 꾸준한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는 국내 모터사이클 세계를 슬라이딩해봤다.
최근 국내 모터사이클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강원도 인제군이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이곳에 모터스포츠 경주장인 인제스피디움이 있기 때문이다. 모토쿼드는 모터사이클과 스포츠카로 가능한 레저와 스포츠 활동 사업을 하는 회사로, 윤수녕 대표는 이곳 인제스피디움에서 이륜차 마니아를 위한 기초 리그인 로드레이스 모토피스타와 강원 인제 모토스피드페스타라는 이륜 라이더 축제 등 다양한 경기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크를 탄 지 어언 30년째라는 그에게 바이크의 매력에 대해 묻자 단숨에 ‘도심 탈출’이라고 정의했다.
“현대인의 일상은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카테고리가 정해진 반복된 삶이죠. 그런 삶에서 빠져나와 일탈이라든가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안전한 경로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현대인의 일탈이라고 하면 음주나 유흥이나 레저 등을 떠올리겠지만 그에 비해 훨씬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게 모터사이클이에요. 자신이 있는 위치를 이동시켜주니까요.”
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모터사이클은 확실하게 배우고 안전을 확보해 취미로 제대로 접하면 그 어느 것보다 빠른 도심 탈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두세 시간이면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파묻힐 수 있는 게 사실이니, 그의 말이 머릿속으로 훅 들어왔다.
모터사이클은 종합예술과 같다
윤 대표가 말하는 모터사이클의 또 하나의 강점은 개방감이다. 달리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탈 때는 사각의 틀 안에 갇히지만 모터사이클은 바람을 맞는 맛이 있어요. 온몸이 그걸 인지하죠.”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우리가 흔히 모터사이클을 봤을 때 떠올리는 피지컬적인 면보다는 멘탈적인 면이 더 강하게 와 닿았다. 그 또한 국내 모터사이클 문화를 선도하면서 수많은 선수를 발굴했는데, 그 과정에서 체력 단련을 통한 피지컬의 증량보다는, 이 무생물과 교감하면서 마인드컨트롤을 잘 해서 사고 없이 경기를 헤쳐 나가는 게 더 중요 포인트라고 강조한다고.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하루 종일 정신교육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도 바로 안전이다. 모터사이클의 특성상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단번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유치원, 고등학생이 아니라 40대 전후 어른들이 주로 배우러 오시죠. 그 정도 나이의 사회적 포지션이면 남의 말 듣기가 쉽지 않지만, 모터사이클은 정말 배워야 하는 스포츠예요. 컨트롤하고 정비하고 좋은 컨디션 유지하게끔 계속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성도 들여야 하고 비용도 드는 복합적인 스포츠죠. 예술로 치면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종합적인 스포츠예요. ‘야 빠르다’ 하는 건 일반적인 시선이고 들여다보면 혼연일체적인 게 있고, 정식 경기장에서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기를 올려야 그 가치가 빛나는 것입니다.”
인제스피디움을 발판으로 모터스포츠 문화 정착 추구
윤 대표가 말하는 정식 경기장이란 당연히 인제스피디움이다. 그가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이벤트는 ‘모토피스타’. 국내 아마추어 선수가 로드레이스에 입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로 피스타는 이탈리어로 질주, 경주란 뜻이다. 시즌 포인트로 연간 챔피언을 뽑으며 강원모터사이클연맹 산하의 모토피스타는 매년 4라운드가 진행된다. 윤 대표가 인제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펼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 중 하나다.
“10년 전만 해도 경기장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이지만 쉽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이 균형 감각이에요. 피지컬은 서양 사람만 못해도 훨씬 더 균형 감각이 있어 모터스포츠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굉장히 희박하다가 이걸 스포츠로 받아들이고 아카데미에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고, 한국적 절차를 밟아야겠다고 결심한 게 10년 전이었습니다.”
사실 다수의 언론에서 이미 보도된 대로 인제스피디움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기관과 단체들 사이의 갈등으로 몇 년간 잡음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외부인사로서 인제스피디움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었고, 당사자들 간의 교섭을 이끌며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모터스포츠 교육을 위한 라이딩 센터 착공
“사실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 문화의 단계로 보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경기장이 먼저 우뚝 만들어진 상태였어요. 어떻게 보면 불안정한 거죠. 그래서 중간에 허브가 될 수 있는 아카데미나 R&D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일본만 봐도 큰 경기장들 중에 60년 된 곳이 있는데 그 경기장 하나만으로도 인제군만 한 도시가 먹고살 정도로 다양한 유관시설들과 인프라가 구성돼 있어요. 그래서 제 생각은 인제군을 모터스포츠 특화지역으로 만들자는 거예요.”
윤 대표는 인제스피디움을 중심으로 한 모터스포츠의 멀티플렉스화 계획을 들려줬다. 그 첫 발걸음이 내년에 착공되는, 라이더들의 교육을 위한 라이딩 센터다.
“이동수단이라는 본질적인 면에서 보면 스포츠 분야는 제대로 크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교육도 그렇고 스포츠와의 접목을 추구하기 위해 내년에는 교육 사업 분야에 집중하고자 해요. 교육받은 라이더들이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게 경기죠. 그래서 인제 하면 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경기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곳으로 인식되도록 하고 싶어요.”
라이더들이 ‘시원하다’고 말하는 이유
레저용으로 쓰는 바이크는 250cc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250cc 이상 되는 바이크의 등록 대수를 보면 10년 전만 해도 3만 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15만 대 이상이 등록되어 있다. 통계만 봐도 레저로 바이크를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레저용 바이크는 고가의 상품이라 사회적 포지션이 높고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소유하고 있죠. 흔히 크고 시끄럽고 손 가는 게 많다고 생각해 배우기를 망설이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용기를 내시라,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확실하게 배우면 안 다치고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가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을 보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점이 있다. 보통 예민한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고 오면 “시원하다”고 말한다는 거다. 그런데 온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모터스포츠다.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사고라도 날까봐 온갖 신경을 다 쓰는데 그러면서도 뭔가가 해소된다는 거죠. 집중이 집중을 치유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와서 스트레스를 푸시고 갑니다. CEO나 교수, 의사, 디자이너, 연구원, IT 분야 종사자들이 많아요.”
바람처럼 바이크를 타며 인생을 향유하다
바이크 타는 아버지를 보고 배우며 타다가 라이더가 된 윤 대표.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그는 “의외의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하고 전제를 깔았다.
“지극히 개인적 얘기지만 명상 쪽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명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매인 삶이 모터사이클로 탈출하는 것과 비슷하죠.”
과연 일맥상통하는 얘기라 생각했다. 일찍이 미국의 대학교수이자 작가인 로버트 피어시그는 모터사이클과 선 체험 간의 교차점을 탐구한 소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집필해 명작의 반열에 올린 바 있다. 윤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보이는 바람의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정신적인 자유가 거기에 있고 그 사람의 정신세계 또한 거기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유한 바이크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빠르고 강하게 타는 게 아니라 고독한 바람같이 타는 사람이 좋습니다. 그 바람이 산들바람일 수 있고 강풍일 수도 있는데 자연과 동화된다는 의미죠. 뭔가 지나갔는데 아무렇지 않고 산등성이에서 새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대형 바이크를 타고 1·2차선을 넘나들며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문화를 알면 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제는 강원도 인제 전역의 아름다운 곳, 산하 등 그런 곳들을 이동하는 도구로서의 바이크가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봐요.”
부자(父子)가 함께하는 모터사이클 투어 꿈꾼다
사실 윤 대표의 아버지도 아들처럼 모터사이클 마니아다. 스위스 알프스부터 터키, 스페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라이딩을 하는 아버지를 둔 그가 모터스포츠 세계에 입문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아버지 건강이 허락되면 서울에서 출발해서 실크로드를 달리고 유럽까지 가는 대장정을 함께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못 가지만…. 9월에 강원도 전역에서 하는 평화 모터사이클 랠리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도 이제 50대에 이른 만큼 나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몸의 변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벌판 같은 경기장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드를 향한 그의 의지와 사명감은 쉬이 꺼질 것 같지 않다.
“필드 플레이어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긴 하죠. 하지만 건강관리를 하면서 되도록 오래할 생각이에요. 아버지도 내일모레 여든이신데 현역이신걸요.(웃음)”
바이크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쩌면 불행한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것을 모르고 인생을 살았구나 하고 깨달을 때쯤 사내 윤수녕 대표가 멋진 라이더로 서 있었다.
외국 분위기로 꾸민 집에서 기내식을 먹고 이국적 요가와 유명 해외 여행지를 관광하며 현지 음식을 즐긴다? 언뜻 들으면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인터넷만 연결되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늘길이 막힌 탓에 올해 휴가가 아쉬운 당신을 위해 ‘랜선 해외여행’을 소개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해외 여행길이 막혀 올해는 여름휴가를 집에서 보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집콕, 방콕만 하고 있기엔 너무 아쉬운 시간. “힐링은 여행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래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찾아봤다.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해외여행이 잔뜩 검색된다.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랜선 타고 떠나는 ‘집콕 해외여행’이다.
◇아침은 간단하게 ‘브런치’로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아침식사는 가볍게 준비할 수 있는 ‘에그드랍 샌드위치’,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하는 건 어떨까. 호텔 조식만큼은 아니지만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맛도 훌륭하다. ‘폰타나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사용해 유럽 정통 오리지널 머스터드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샐러드를 곁들여도 좋다. 이들 재료와 상품은 G마켓이나 옥션 등 오픈마켓에서 구하면 된다. 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외국산 유명 커피나 차 역시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어, 해외에서 맞이하는 아침 분위기를 즐기는 건 어렵지 않다.
◇해외 분위기에서 즐기는 ‘랜선 요가’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는 요가를 즐겨보자. 구독자가 161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보호 뷰티풀’(Boho Beautiful)은 해외 여행지를 배경으로 요가 영상을 제공한다. 시청자는 20분 동안 이국적인 배경과 음악을 보고 들으며 마치 해외에서 요가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원하는 부위 운동과 복부 식스팩 만들기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맘에 드는 영상을 골라 동작을 따라하면 된다.
◇방 안에서 맛보는 ‘기내식’
모처럼 해외여행 분위기를 냈으니, 점식식사는 기내식으로 해결하자. 편의점 CU에서는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기내식 콘셉트의 도시락을 준비했다. 항공사가 종교나 개인적 신념 등으로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고객을 위해 다양한 기내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이 상품도 입맛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했다. 은박 용기 하나에 다양한 음식이 담겨 나오는 기내식 특유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 알루미늄 용기를 사용했다. 상품명도 ‘포크 플리즈’, ‘치킨 플리즈’, ‘비프 플리즈’로 실제 기내식 느낌을 살렸다.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도 할 수 있으니 집 안에서 편리하게 즐겨보자.
◇내 방에 꾸미는 ‘해외 여행지’
이제 방 안을 해외 여행지로 꾸며보자.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의 ‘여행 데꾸테리어’ 기획전을 살펴보면 다양한 해외 브랜드 인테리어 소품을 찾을 수 있다. 여행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가전제품과 유럽풍의 취미용품들도 만날 수 있다. 데꾸테리어는 ‘데스크 꾸미기’와 ‘인테리어’를 합성한 신조어다. 빈티지 소품으로 유명한 브랜드 ‘하이타이드’와 ‘툴스 투 리브바이’도 해외 여행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소품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어 활용해볼 만하다.
◇본격적으로 떠나는 ‘랜선 여행’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먼저 유튜브를 통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각국의 유명 관광지를 실시간으로 방문하면 된다. 특별한 공연이 펼쳐지는 것도 아닌데,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비추는 유튜브 채널 ‘어스캠 라이브’(EarthCam Live)에는 해외여행에 목이 마른 수백 명의 사람이 접속해 대화를 나눈다.
◇‘가상현실’로 만나는 체험 투어
가상현실(VR)을 체험할 수 있는 영상도 준비해보자. 체코관광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 운동부터 VR 투어, 오페라 등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타히티관광청도 VR 영상 등을 선보이는 디지털 캠페인을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 중이다.
◇현지 레시피로 만든 ‘로컬 푸드’
아침에는 브런치를, 점심에는 기내식을 먹었으니 저녁에는 해외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워보자. 집에서 즐기는 해외여행인 만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메뉴로 고른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똠양꿍’은 어떨까. 현지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리되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로 알아봤다. 식재료는 동남아 식재료 인터넷 쇼핑몰인 아시아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두바이에서 뛰고, 스위스에서 오르고
저녁식사도 했으니 이번엔 트레킹을 해볼까. 해외 관광청들은 주요 여행지의 풍경을 홍보하는 캠페인 영상을 대부분 공개하고 있다. 두바이관광청은 이국적인 중동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알 시프와 사막을 보여주고, 황홀한 경험을 선사하는 스카이다이빙 등의 액티비티를 소개하고 있다. 스위스관광청도 산악 마라톤이라 불리는 트레일 러닝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영상을 통해 6만5000㎞의 하이킹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맥주와 해외여행 ‘영화 속으로’
해외 유명 도시가 나오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 전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지구 반 바퀴를 돈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만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느낌이 충만한 ‘레터스 투 줄리엣’ 등을 보며 잠시 랜선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영화를 감상하며 세계 맥주를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칭따오’, 맥주 여행의 성지 독일의 ‘에딩거’,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 ‘필스너’, 집에서 즐기는 네덜란드 생맥주 ‘하이네켄’ 등을 추천한다.
◇내년엔 ‘누구랑 어디로’ 떠날까
잠자리에 들기 전에 코로나19 종식 후 찾아갈 해외 여행지와 함께 떠날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왕이면 마음이 맞는 이를 찾아본다. 여행 플랫폼 트래블메이커의 ‘현지인 테스트’는 일종의 여행 심리 테스트다. 진단표는 취향과 성향에 알맞은 해외 도시들을 추천해준다. 제시된 문항은 총 12가지. 선택을 기반으로 한 결과 페이지는 최적의 동행자 유형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