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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세대 넘어선 '럭셔리' 완성
- 요즘 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시니어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의 모든 삶을 희생했다면, 요즘 시니어는 스스로의 인생에 충실하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자녀의 미래를 지원하면서도, 젊은 감성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오팔 세대’라 불리는 이들 시니어의 우아한 인생을 들여다봤다. 요즘 시니어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전쟁과 혹독한 불경기가 지난 뒤 태어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시니어 삶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옛 시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지원하고 응원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덕분에 이전 세대와 달리 풍요로운 노후를 즐긴다. 이들은 1958년 전후에 출생해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고도 불린다. 오팔 세대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오팔처럼 화려한 인생을 즐긴다. 자신을 가꾸고,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남은 노후를 우아하게 장식한다. 은퇴 전의 삶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목적이 강하다. 희소가치가 높은 것을 모으거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화려한 문화·예술활동을 즐기고, 재충전을 위해 호화스런 여행을 떠나거나 거친 레포츠에도 뛰어든다. ◇이제 한정판 구입도 거뜬하게 한상민(61세) 씨는 캠핑 마니아이자 한정판 수집광이다. 캠핑과 관련된 한정판 제품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비교적 저렴한 ‘실리웨어 티타늄 코펠세트’부터, 고가의 ‘힐레베르그 케론4GT’ 텐트까지, 최근 2년간 60여 개의 한정판 캠핑용품을 모았다. 최근에는 20만 원대 ‘조커 사냥용 나이프’ 한정판과 캠핑용품은 아니지만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구성된 297만 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한정판’ 수집은 대체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내에 없는 상품은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고, 판매가 완료된 상품은 온라인 중고카페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옛 시니어들은 일반적인 수집을 취미로 즐기긴 했어도 한정판을 모으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정판 수집이 시니어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천연 원석 모으는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원석은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모양 때문에 희소성이 꽤 높다. 보석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보석 가격이 워낙 비싸서 그런 것이지, 원석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것은 아니다. 주로 파워스톤으로 사용되는 천연 화산암과 흑요석 같은 몇만 원짜리 원석부터 20만 원 안팎의 가넷 원석이 거래되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육박하는 다이아몬드 원석도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원석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정선 대표는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찾는 젊은 여성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나이 든 손님이 많이 방문한다”며 “시니어 손님들은 인체의 치유와 균형에 도움이 되는 원석을 집 안에 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수정이 방출하는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논문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자수정을 사용해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사람이 내뿜는 기운이 다른 것처럼 원석도 각기 다른 파장을 방출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안목 기르려고 공부하다 정순철(62세) 씨는 정년퇴직을 한 3년 전부터 그림 경매 일정을 꼼꼼히 체크한다. 만족스러운 작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부족하면 오히려 제값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규모가 좀 작은 옥션에서 위작인 줄도 모르고 사서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옥션 구매를 하지 않는 날이면 전시회를 가거나 미술품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은퇴 후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었다.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쉽진 않지만, 퇴직 후 여유가 생긴 터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시니어들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짜리 작품을 관심 있게 살펴보는데, 작품 값 외에도 15~20%의 구매수수료와 특송을 통한 배달료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더 따진다. 감동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귀는 어두워질수록, 더 좋은 음질을 원한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시니어들이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점점 떨어지게 마련인데, 좋은 음질의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용 리스닝룸을 만들어 오로지 감상에만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후자에 속한다. 오디오를 즐기는 시니어는 좋은 음질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구성을 늘 고민한다. 오디오를 취미로 삼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뱅앤올룹슨’의 무선 스피커 하나의 가격은 무려 270만 원에 달한다. 하이파이(Hi-Fi) 오디오의 구성 장비 중 하나인 파워앰프의 경우 미국 ‘제프롤런드’ 제품은 3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하이파이 오디오 구성 장비인 CD플레이어와 프리앰프, 파워앰프, DA컨버터, 튜너, 스피커 등을 모두 장만하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기존 기기보다 두 배 더 비싼 장비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음질이 두 배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디오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취미로 꼽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은 수백~수천만 원을 들여 원음의 재현율을 0.1%라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단체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욕이 넘치는 요즘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자유 여행에 큰 관심을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정신없이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보다 직접 계획을 세운 뒤 떠나는 걸 더 선호한다. 이들은 평소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 곳에 흥미를 보이지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정에 따라 움직인다. 취향이 뚜렷한 시니어들은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초호화 기차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의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는 객실에 다다미 바닥과 전통적인 삼나무 욕조가 있다. 혼슈 동쪽 섬에 있는 온천과 고대사원 등을 방문하는 이 여행은 1인당 500만 원 정도가 든다. 또 아일랜드의 ‘벨몬드 그랜드 하이버니안’ 열차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더블린, 코르크, 벨파스트를 방문하는 이 여행의 비용은 1인당 350만 원 정도다. 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은 여행도 혼자 떠난다. 일본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이 내놓은 나홀로 여행객을 위한 맞춤상품은 50~70대의 신청만 받는다.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여성 전용 상품도 있어 남성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 이 상품은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여행과 함께 사진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오팔 세대는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에 40대 안팎의 나이였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덩치 큰 DSLR보다 작고 얇은 ‘미러리스’와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 디지털 카메라 조작에 익숙한 이들은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사진에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놀 줄 아는 오팔 세대 홈 파티를 열어 지인을 초대하는 시니어도 늘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쉽게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마켓컬리의 경우 ‘레시피 골라 담기’를 통해 음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다. 가정간편식(HMR) 메뉴가 다양해져 홈 파티 음식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HMR은 바쁜 직장인이나 수험생이 메인 수요층이었는데, 이제는 시니어를 위한 보양식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홈 미팅 후에는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한다. 젊은 세대의 놀이터이자 공부방 역할을 해온 이곳에 시니어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 심지어 커피숍을 찾는 시니어 손님이 늘자, 날계란이 들어간 쌍화탕을 메뉴에 추가한 곳도 생겨났다. 지역에 따라서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실버벅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들이 시니어의 아지트로 바뀌고 있다. 이외에 산악바이크나 서핑 등 짜릿한 아웃도어 활동에 도전하는 시니어도 있다. 옛 시니어들은 힐링과 휴식이 목적이었다. 반면 도전적이고 체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요즘 시니어들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긴다. 물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시니어도 많다. 이들은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몸매를 가꾸거나 체력을 단련한다. 대한민국 1호 여성 시니어 보디빌더인 임종소(76세) 씨는 “허리 협착증을 앓던 중에 근육강화 운동을 해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좋아졌다”며 “이왕 시작한 거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 결과 피트니스 대회에서 2위를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피트니스 외에도 왈츠, 탱고, 자이브 등 사교댄스를 배우고 있다”며 “매일매일이 바쁘고 즐겁다”고 덧붙였다.
- 2020-04-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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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대 보디빌더 임종소, 잠자던 무한 가능성, 일흔 넘어 깨어나다
- 이보다 더 화려한 등장이 또 있을까. 건강미 발산하는 젊음의 무대를 요즘 말로 제대로 씹어 먹었다. 그저 걷게만 해달라는 심정으로 체육관 문을 두드렸을 뿐인데,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소박한 소망을 빌었을 그녀는 15cm 유리구두 위에서도 위풍당당했다. 제25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피규어 38세 이상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임종소(林鍾昭·75) 씨를 만났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시작하는 살맛나는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방송을 보면 유명인이 이미지 변신을 위해 살을 뺀다거나 피트니스대회에 나가 건강한 근육을 자랑하는 모습을 종종 접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때 잠시뿐. 화제성은 쉽게 가라앉고 만다. 하지만 지난 5월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이하 WBC)에 출전했던 75세 보디빌더 임종소 씨의 인기는 각종 매체를 타고 꾸준하게 전파되고 있다. 환한 미소에서 건강한 에너지와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지금 제 모습이 저 처녀 때 성격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활달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거든요. 아버지가 부평에서 상업을 하셨는데 둘째 딸이었던 제가 장사를 거들었어요. 저 시집갈 때 친정에 가게를 사주고 온 사람이라니까요. 75세,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싱그럽고 통통 튀는 목소리를 가진 매력녀가 불과 몇 달 전 관중들 앞에서 멋진 근육을 드러내며 완벽한 포즈를 취하던 임종소 씨다. 그녀를 만난 시간은 오후 3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일하고 왔어요. 주중 3시간씩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2시 40분까지 식당에서 설거지를 해요. 그 이후에는 체육관에 와서 운동하거나, 오늘같이 인터뷰가 있으면 약속 잡거든요. 저는 하루에 딱 3시간만 일하면 됩니다. 별거 없어요. PT(개인강습) 비용 내려고 다니는 거니까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딸네 집에서 생활한다는 임종소 씨는 자녀들에게 부담 주는 것이 싫어서 돈 쓸 데가 생기면 필요한 만큼 벌어서 쓴다. “처음 일하러 갈 때 나이를 살짝(?) 속였어요. 한 달쯤 되어 세금 정산을 한다고 해서 신분증을 사장님께 보여드렸더니 당황하시더군요. 그래도 한 달 동안 좋게 봐주셨나봐요. 1년 넘게 다니고 있으니까요.” 될성부른 보디빌더 알아본 관장님 그녀가 피트니스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허리 협착증 때문이었다. 맷돌을 다리에 맨 것처럼 몸이 늘 무겁고 힘들었다. “땅에 발을 디디면 미칠 듯이 아프더라고요. 뼈가 내려앉으니까 못 걷는 거예요. 제가 에어로빅을 35년 했어요. 강사증만 없을 뿐이지 안 해본 동작이 있겠어요? 그렇게 활동적인 사람이 잘 걷지 못해 집에서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봐요. 삶이 끝난 거잖아요. 진지하게 전동 휠체어를 사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병원을 다녀도 잠시만 반짝 좋아질 뿐이었어요.” 담당의는 근육이 약해졌으니 근육강화운동을 해보라며 권했다. 마침 에어로빅 학원에 가던 길에서 봤던 체육관 입간판이 떠올랐다. “예사로 쳐다보고 다녔는데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맞춤운동, 재활운동이라는 문구가요. 곧장 체육관으로 가서 의사와 했던 얘기를 박용인 관장님께 했어요. 의사와 같은 생각이라고 하시더군요. 그 자리에서 등록했어요. 그날 오전 11시쯤 체육관으로 들어갔는데 PT 받을 사람이 두 명이나 있다더군요. 두 시간 기다려 바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정말 절실했어요. 이거 아니면 죽는다, 여기서 못 고치면 절름발이가 되거나 휠체어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관장이 권하는 훈련을 믿고 했다. 협착 증세는 한 달 만에 좋아졌다. “휠체어를 타는 상상까지 하며 막막했는데 좋아졌잖아요. 정말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운동했어요. 일주일에 3회 받던 코칭을 2회로 줄이고 한 3개월쯤 됐을 무렵, 관장님이 ‘보디빌더 한번 해보세요’ 하더라고요.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러냐며 웃어넘기려 했는데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게 작년 8월쯤이었어요.” 박용인 관장은 보디빌더 경력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각종 대회 심사위원 등으로 꾸준하게 활동해왔다. 임종소 씨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뜻이다. “관장님이 저처럼 근육이 좋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어요. 제 근육이 예쁘대요.(웃음) 저는 옆에서 부추기면 진짜 그런가 하고 또 따라요. 시니어 부문에 출전하면 무조건 입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입상을 떠나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여러 사람들한테요. 나이 들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장님도 진짜 좋은 생각이라고 했어요.” 비키니는 잘못 없다 집중적으로 근육운동을 하면서 대회 준비를 하는데 비키니가 말썽이었다. 대회에 비키니를 입고 출전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관장님이 부천시장기 제7회 부천보디빌딩 및 피트니스대회에 출전한다고 이미 등록을 해버렸더라고. 비키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어요. 보석이 박혀서 그런지 50만 원에서 70만 원이나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거 살 능력 안 된다고 대회 출전 못하겠다고 했더니 예전에 출전했던 분의 옷을 빌려오셨어요.” 살아생전 입어볼 거라고는 상상도 안 해본 비키니를 입고 사람들 앞에 서야 했다. 옷을 가져다 놓고 안 입겠다고 이틀을 실랑이했다. “출전할 만큼 몸이 다져졌으니 나가보면 절대 후회 안 할 거라고 관장님이 그랬어요. 등록도 해버린 상태이고, 그 상황에서 안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대신 15cm 유리구두는 제가 샀습니다. 집에서 비키니를 입고 연습했어요. 우리 손녀가 하나는 대학교 2학년이고 하나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할머니 멋쟁이’라고 ‘예뻐 죽겠다’고 해요. 딸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빠가 계시면 어림도 없어’ 하더라고요. 그래도 어차피 시작했으니까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줬어요.” 첫 대회는 자유포즈와 지정포즈를 도대체 어떻게 하고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떨리는 마음으로 치렀다.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가는데 사회자가 갑자기 인터뷰를 하자고 했어요. 어떻게 나오시게 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관장님이 권유해서 나왔고, 무엇보다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입상은 못했는데 인기는 좋았어요. 그러고 나서 20일 후에 WBC대회에 또 참가했어요. 이미 벗은 거 한 번 더 못 벗겠느냐고 했죠.(웃음)” 규모가 큰 대회이기도 했고 첫 대회에서 아쉬웠던 것들을 만회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자유포즈는 인터넷을 검색해 참고하면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포즈로 만들었다. 자다가도 연습할 정도로 자세를 외우고 집중했다. 그 결과 한창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2위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금이 가장 화려한 시절 WBC대회 이후 각종 매체에서 임종소 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특집 다큐를 제작하고 보도를 이어갔다. 영국 BBC에서도 70대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건강한 한국 시니어 여성이라며 소개했다. 대회 이후 그녀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매체와 만나 영상을 찍고 인터뷰에 응해주는 일이 많아졌다. 그 와중에도 식당에 잠깐 나가 용돈을 벌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평일에는 관장님이랑 운동하고, 토요일에는 모델 워킹 연습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사실 좋아하는 취미가 하나 더 있어요.” 임종소 씨는 35년간 했던 에어로빅을 나이 더 먹으면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교댄스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4~5년 정도 됐어요. 에어로빅은 격렬하잖아요. 다리 아파서 못 뛰게 되면 찬찬히 할 수 있는 춤을 춰야지 싶어서 배우고 있습니다. 왈츠, 탱고, 자이브 등을 춥니다. 함께 배우는 친구들이랑 소셜 모임에도 가고요. 남녀가 함께 추는 거라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우리들은 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노후를 즐겁게 보내자 했습니다. 저는 왈츠가 좋아요. 제일 멋있는 거 같아요. 매일이 즐겁고 바빠요.” 에어로빅과 사교댄스를 배웠다는 얘기에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다. WBC대회 영상 속 임종소 씨의 동작이 유연하게 리듬을 타면서 연결되는 점이 인상적이었기 때문. 그저 1년 준비해서 갑자기 등장한 반짝 스타가 아니라 꾸준하게 관리해온 자신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댄스를 위해 운동했지. 그래요, 맞아요. 건강을 잃으면 댄스고 뭐고 뒷방 늙은이 되는 거예요. 생각하면 기가 막혀요. 제가 좀 스타의식이 있나봐요. 많은 사람이 저한테 집중한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은 거야.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즐겼습니다.” 임종소 씨는 결혼한 뒤 아이들과 남편, 가족만 생각하면서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고 있다.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지, 누가 대신 안 챙겨주잖아요. 효자, 효부가 있어도 대신 아파줄 수는 없어요. 그리고 나이 먹었다고 꿈을 접지 않았으면 해요. 자신감 잃지 말고, 뭐든 할 수 있으니 도전하자,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에도 열심히 사는 모습, 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합니다.”
- 2019-10-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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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석삼조’ 맞춤형 산책길
- 우리 동네 이름은 ‘숲속 마을’이다. 고양시에 속하지만 산과 들판에 둘러싸여 마치 시골 마을 같다. 나의 아침은 산책을 하면서 시작된다. 건강을 챙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취미와 기술을 연마하는 장소로도 활용하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나지막한 동산 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좁고 구불구불한 숲속 길을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흙길에 아름드리는 아니어도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제법 울창해 신선한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집에서 출발해 조금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돌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이 산책길은 너무 한적해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는 머리끝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휴일에는 산악자전거를 타는 무리를 가끔 만나기도 하지만 평일에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 전용 산책길인 셈이다. 나의 아침 산책은 조금 남다르다.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아 그렇다. 물론 이 시간에 하루를 구상하고 앞으로의 삶을 디자인하는 건 다른 사람들과 같다. 내 산책에는 여기에 세 가지가 더 곁들여진다. 첫 번째는 하체 근력을 키운다. 아주 가파르지는 않아도 산길이라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져 유산소 운동을 하기에 좋다. 나이가 들면 다른 운동도 요구되지만, 특히 하체 근력이 중요하다.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허벅지 등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 내 산책길은 이 조건을 충족시켜준다. 하체 근력이 요구되는 연령대에게는 최적의 코스다. 두 번째는 사진기술을 연마한다. 빼곡한 일정으로 사진 촬영을 위한 별도 여행이 힘든 상황이어서 작품을 만들고 기술을 연마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날마다 같은 코스를 걸어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풍광이 다르고 나무와 꽃과 나뭇잎과 산새와 곤충들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사진 소재가 풍부하다. 산책을 하며 취미활동을 곁들이니 다소 긴 시간이 흘러도 지루하지 않다. 중간중간 피사체를 붙들고 촬영에 몰입하면 걷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날 때도 있다. 세 번째는 발성 연습을 한다. 산책로 중간쯤 산울림이 만들어지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저음, 중음, 고음 연습을 한다. 강의와 방송 그리고 가끔 아마추어 연극배우로도 활동해 목소리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SBS 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에 시니어 리포터로 출연하고 있어서 더 그렇다. 목소리 관리의 기본은 발성 연습인데 호흡이 기본이라서 맑은 공기가 흐르는 숲속이 좋다. 내 산책길에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목소리를 높여도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일이 없다. 발성 연습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나는 아침 산책을 하며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린다.
- 2019-04-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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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병진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
- “자신을 비운 자리에 상대를 받아들이듯 서로 다른 나무가 한 몸이 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가구가 완성됩니다.” 50여 년 ‘외길 인생’에 값하는 사유의 언어로 ‘전통 짜맞춤’을 설명하는 소병진(蘇秉辰·68) 씨. 1960년대 중반, 가난 때문에 학교 공부도 포기한 그는 열다섯 살에 가구공방에 들어가 ‘농방쟁이’ 목수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맥이 끊긴 조선시대의 가구 전주장을 재현해내고 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1호,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가 됐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았던, 작업대 위의 시간들이 가져다준 당연한 결과였다. 전북 완주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는 그는 마침 서울에 올라와 있었다. 6월 4일까지 열렸던 2018한옥박람회에서 ‘전통예술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주제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인터뷰가 잡힌 날,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약속 시간을 조금만 미뤄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의 작품과 제자들이 출품한 가구를 관람하고 전시장을 몇 바퀴 돌고 난 뒤에야 그가 나타났다. 사실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느라 늦잠을 잤다고 털어놨을 때 아직 건강한 그의 시절이 반가웠다. “좀 더 일찍 국가무형문화재가 되었더라면 제자들을 많이 길러냈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지만 그는 여전히 필드에서 펄펄 날고 있는 선수처럼 보였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도 믿기지 않았다. “평생 나무와 함께해서 건강한 거 같아요. 가구를 만들다 보면 스트레스와 잡념이 사라지거든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끼리 서로 끼워 맞추는 게 짜맞춤인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뇌를 써야 하니까 치매 예방에 좋지, 온몸을 움직여야 하니 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지, 시간도 잘 가지, 정서적으로도 좋지, 성취감도 있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요.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도 ‘전통문화는 미래산업의 최후 승부처’라고 했잖아요. 곧 시니어에게 짜맞춤이 최고의 직업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실제로 완주에 있는 그의 교육관에는 퇴직자들이 꽤 온다. 대부분 취미로 배우지만 제2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물론 후계자의 길을 걷기 위해 청년들도 문을 두드리기는 하지만 1년 정도 지나면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그는 전통문화의 부가가치를 내다보고 적극 지원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전통 짜맞춤 기법은 총 45가지인데 지금은 5가지밖에 안 가르쳐요. 돈 내고 그걸 다 배우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교육생들에게 손 연마(수공구 연마)만 시키면 지루해합니다. 빨리 물건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거예요. 6개월이면 사방탁자 정도는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흉내 내는 것밖에 안 돼요. 기술자가 되려면 눈을 감고도 나무를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이음매를 딱딱 때려보는 것만으로도 짜맞춤이 제대로 되었는지 감각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세대가 가구를 배울 때는 청소와 심부름 등 온갖 잡일을 해가면서 스승 밑에서 10년 이상 공을 들여야 겨우 인정을 받았어요. 그러나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공부할 젊은이들이 과연 있을까요. 정부가 전통문화를 짊어질 이수자들에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난 때문에 배우기 시작한 소목장 기술 ‘농방쟁이’. 과거에는 가구 만드는 사람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가 소목장이 된 인연은 5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전매청에 다니던 아버지가 직업을 잃으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자 열다섯 살 소년은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젓갈장사 등을 하며 7남매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를 보며 무슨 기술이든 배워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채 8촌 형을 따라 들어간 곳이 ‘전주 중앙가구’ 목공부 소목반. 그곳에서 운명처럼 전통 소목 기술자 이해민 명장을 만나 사사한다. 어린 소병진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을 알 정도로 눈썰미가 남달랐다. 남들은 10년 넘게 배우는 기술을 2년 반 만에 통달했다. 이 똘똘한 소년을 주변에서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어느날 그의 솜씨를 눈여겨보던 유명 목수 유춘봉 씨가 자기 집으로 오라 했다. “유춘봉 선생님은 서울에서 일하던 최고 기술자였지요. 전주 중앙가구에서 디자인 개발을 위해 모셔왔는데 그렇게 인연이 된 거죠. 내게 넓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은인입니다. 음료수 한 박스 사 들고 갔더니 ‘자네 인사성도 좋고 성실하고 솜씨도 참 좋네. 여기 놔두기 아까워서 하는 말인데 돈 벌고 싶은가, 기술 배우고 싶은가? 내가 만약 동일가구 보내주면 갈랑가?’ 하고 물으시더군요. 깜짝 놀랐죠. 동일가구는 아무나 들어가는 회사가 아니었거든요.” 더 큰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그는 유춘봉 씨가 써준 편지를 들고 서울로 올라갔다. 과연 소문대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였다. 그는 일본으로 가구를 납품하는 수출반에서 일하게 됐다. 최고급 가구를 제작하는 곳이었다.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한 수려한 디자인의 가구들을 보며 그는 가슴이 뛰었다. 함께 일할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장인들이었다. 이때 배운 기술, 특히 디자이너를 귀찮게 따라다니면서 배운 디자인 기술은 그가 조선시대 가구 전주장을 복원해낼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전주장’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다 “전주장을 처음 본 것은 동일가구에서 일할 때였어요. 휴일이면 인사동엘 자주 나갔는데 어느 날 골동품 가게에 있는 물건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자그마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가구였어요. ‘전주태극이층장’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길래 직원에게 물어보니 조선시대에 전주 지방에서 부잣집 마님들이 쓰던 가구라는 거예요. ‘우리 고향에서 조상들이 쓰던 가구라고?’ 귀가 번쩍 뜨였죠.” 그때부터 전주장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만들어보리라 마음먹고 월급을 타면 죽은 느티나무와 먹감나무를 사서 고향집에 쌓아 뒀고 전주장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갔다. 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한 가구를 통해 형태와 장석문양도 꼼꼼히 기록했다. 그것으로도 성에 안 차면 어렵게 구한 전주장을 분해해서 제작 기법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러기를 20여 년 그는 마침내 전통가구 전주장의 원형을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전주장 앞면에 들어가는 문양과 장석 하나까지 정통 그대로 살려냈어요. 장석은 너무 번쩍거리지 않도록 처리했고, 가구 보존을 위해 마무리는 동백기름으로 칠했지요. 전주장은 지방에서만 쓰이던 가구가 아니에요. 한때는 하사품으로 이용될 만큼 명성이 있었던, 조선시대 가구의 백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명감을 갖고 내가 알고 있는 기술을 모두 쏟아 부었어요. 2004년 전승공예대전에 ‘전주버선장’을 출품해 대통령상을 받았을 때 ‘내가 결국 해냈구나’ 하며 자부심을 느꼈지요.” 그 후 소병진은 ‘전주장’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2014년에는 마침내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로 선정이 됐다.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세월이 가져다준 보상이었다. 한때 부도를 맞아 ‘그만 살자, 격포에 가서 죽어버리자’ 하고 바위 위로 올라갔다가 어린 아들이 눈에 밟혀 다시 돌아왔던 날들은 이제 추억이 됐다. 그는 자신의 기술이 3대를 잇는 기술이라고 했다. 스승의 선대 기술까지 배웠으므로 100년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전주장 기술을 보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소목장(전주장) 등재를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하고 있다. 좋은 나무만 보면 아직도 설레는 사람 짜맞춤 가구에 사용되는 목재는 주로 오동나무, 느티나무, 먹감나무 등으로 보통 1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쓰인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좋은 나무만 보면 탐이 나고 설렌다고 말한다. “나무를 들여오면 눈과 비바람과 햇볕을 맞히고 건조 과정을 거쳐 가구를 만들기까지 20여 년이 걸려요. 지금 내 나이가 곧 70인데 20년 뒤면 90입니다. ‘내가 이 나무를 사용할 수 있을까? 미쳤지! 그만 사야지’ 하면서도 좋은 나무만 보면 ‘얼마여?’ 하고 물어요. 이게 바로 정신 같아요. 여기 쟁여놓은 나무들, 누가 10억 준다 해도 안 팔아요.(웃음)” 그의 교육관에는 귀한 목재들이 가득하다. 스승은 제자를 위해 나무를 구하고 제자는 그 나무를 쓰며 스승을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가는 마음의 길은 비움과 받아들임을 반복하며 상대를 꽉 안은 채 열릴 것이다. 순환의 사랑이 100년의 기술만큼 오래도록 이어지길 그가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 2018-06-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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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년기 잘 극복하려면, 액티브 시니어가 돼야
- 노화가 중년에게 무서운 이유는 신체적인 변화가 눈에 보여서가 아니다. 단지 주름이 늘고 흰머리가 늘어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가능했던 것들이 쉽지 않게 되면서 ‘늙는다’는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더 이상 높은 선반의 물건을 꺼내기 어려워지고, 달려가는 손주를 들어올리기도 버겁다. 숙면 후 아침의 개운한 기상은 젊은 날의 추억처럼 여겨진다. 여성들에게 이런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있다. 바로 ‘갱년기’다. 이 시기를 힘들게 겪어낸 여성들은 한꺼번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피할 수 없는 갱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방부인과 전문의인 이윤재(李侖哉·37) 자생한방병원 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신수(腎水)가 부족해서 그렇죠.” 이윤재 원장은 한방에서 바라보는 갱년기 증상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양방에서는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한 질환으로 해석하지만, 한방에서는 폐경과 함께 몸의 ‘정기(精氣)’라고도 불리는 신수의 부족이 이러한 증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한방에서는 신체의 변화가 숫자 7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데, 여성의 경우 14(7×2)세에 첫 생리가 시작되고 49(7×7)세에 천수가 다 돼 폐경을 겪게 된다고 하죠.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성조숙증도 발생하면서 초경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습니다. 폐경 시기는 큰 변화가 없거든요. 결국 갖고 태어나는 몸의 정기를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난 셈이니 몸에 무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여성 노화 증상의 ‘종합세트’ 이 원장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은 발현되는 기간에 따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갑작스레 나타나는 갱년기 급성 증상이 있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울긋불긋한 반점이 나타나는 안면홍조 질환, 땀이 많이 나는 발한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증상들은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급성과 구분되는 갱년기 아급성 증상은 여성의 생식기와 관련이 깊다. 질 점막이 건조해져 위축되거나, 성관계 시 통증이 발생한다. 또 자꾸 가려운 소양증도 나타난다. 만성 증상은 이와는 또 다르다. 근골격계에 통증이 나타나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심하면 손가락 관절에도 결절이 나타난다. 골다공증도 주요 만성 증상이다. 기억력 감퇴와 우울증이 나타나다 심해지면 치매로 확대된다. “이렇게 구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스무 가지가 넘는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도 있어요. 또 한두 가지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인지하지 못했던 다른 갱년기 증상을 찾아내기도 하죠. 증상을 방치하면 병이 심해집니다. 안면홍조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깁니다.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요. 관절통을 다스리지 못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질환이 확대됩니다.” 갱년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당사자가 겪게 되는 심리적 충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도 치료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이 원장은 말한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심리적 변화는 화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간화(肝火)가 대표적이다. 평생을 참으며 살아온 여성의 쌓인 스트레스가 뭉친 기운을 만들고 간 쪽으로 쌓이면서 갱년기와 함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화가 쌓이면 안면홍조나 발한과 같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참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는 심리적 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 손주를 보다가 이 나이까지 왜 애를 봐야 하냐며 느닷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가족에게 갑자기 전화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죠.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상담하다 눈물을 쏟는 환자가 비일비재합니다.” 치료 방법 다양, 맞춤치료 필요 양방에서 여성의 갱년기를 치료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의 보충이다. 그러나 여성호르몬 보충이 쉽지 않을 때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과 난소암을 유발하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부모로 물려받은 경우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가슴 절제를 선택한 할리우드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같이 유전자 검사결과 변이가 발견돼 암 발병이 우려되거나 가족력이 있을 때 여성호르몬 치료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이 원장은 설명한다. “여성호르몬 보충제 사용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할 때는 한방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방에선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직접적으로 보충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현재의 상태에서 건강을 영위하도록 노력하죠. 즉 갱년기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질환별로 한약이나 약침, 뜸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무작정 이러다 말겠지 하며 증상을 방치했다가는 오래 고생할 수도 있다. 증상이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활동적인 삶, 갱년기에 도움 치료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다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해봤다. 갱년기를 피할 순 없는 것일까.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노화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것이다.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갱년기 역시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들은 몇 가지 있죠. 먼저 갱년기 증상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예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갱년기를 겪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미리 공부해두면 상황에 처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충격을 예방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40대 중반 전후면 갱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때 노화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겪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갱년기를 극복하려면 육체적으로 ‘액티브 시니어’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 원장은 말한다. 운동과 활발한 생활 등을 통해 기본 체력을 잘 유지하면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의 발병 가능성도 낮아진다. 또 근육량이 많으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 증가도 예방할 수 있다. 스트레스나 화도 잘 관리해야 한다. 명상, 요가와 같은 활동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고 체력에도 도움이 된다. 갱년기를 겪는 아내에 대한 남편들의 ‘외조’도 질환 관리에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자녀를 떠나보낸 빈 둥지에서 갱년기를 겪는 여성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여된 역할에 비해 한국 남성들의 기여도는 높지 않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환자들의 상당수는 남편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애들도 무탈하고, 특별히 힘든 상황도 없는데 왜 유난스럽게 구냐고 하죠. 아내가 아파도 그런가보다 하다가, 감정기복이 심해지면 되레 화를 내요. 감싸줘야 한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이죠. 이 고비를 지나 노년기로 접어들면 감정기복은 줄어들게 되어 있어요. 계속되는 것이 아니므로 슬기롭게 갱년기를 보내는 지혜가 필요해요. 위기를 잘 넘으면 함께 건강하게 살면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갱년기를 겪을 때 배우자와 갈등이 깊어지면 회복되기 어려워요.”
- 2018-05-1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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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흔이라는 나이가 주는 의미
- 서울 어느 단체에서 어르신 무료취업 상담실을 운영한다고 광고를 이곳저곳에 내 걸었다. 모집직종을 보니 경비,청소,주차관리,요양보호사,식당보조,지하철택배,치과기공배달,기타직종이라고 적혀있는데 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직종이 총 망라되어있다. 더 추가한다면 농어촌 일손 돕기 외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어르신을 모신다고 하면서 나이제한으로 70세까지만 뽑는다고 한다. 70세 초과는 명함도 내밀지 말라고 미리 공고문에 못을 박았다. 다른 말로 하면 70세가 넘으면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말이다. 아침에 테니스장에 나갔더니 여기저기서 수근 거린다. 무슨 말인가 들어봤더니 올해나이 70세인분이 우리 동호회 테니스모임에 가입해서 함께 운동을 하겠다고 어제 찾아왔단다. 일차적으로 회장이 면담을 해보고 반승낙을 한 상태인데 며칠 후 코트에 나와서 실력이나 인품 등 이런저런 것을 검증받기로 한 모양이다. 너무 나이 많은 분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 회원들이 수군대는 요지다. 여기가 무슨 양로원이냐! 왜 그렇게 나이 많은 분을 받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테니스장도 그냥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꾸어야 한다. 눈이 오면 눈도 치워야 하고 테니스코트를 평탄하기 위한 솔질도 하루 두 번은 해야 하고 라인기로 줄도 수시로 그어야 한다. 소금도 뿌리고 석회석도 들고 와서 라인기(line機)에 채우는 등 잡다한 일도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아직까지는 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번잡한 일을 아무리 신입회원이라 하더라도 나이 많은 분에게 막 시키기는 어렵다. 또한 테니스는 과격한 운동이고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데 마음은 앞서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다칠 우려도 있다. 과거 아무리 운동을 했다하여도 젊은 애들을 실력으로 당하기 어려울 텐데 누가 한편이 되어서 게임을 해 줄 것인가도 현실적인 고민이다. 자칫 동호회 분위기를 잡칠 우려도 있다는 걱정이다. 젊은 회원들이 우려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요즘 70대의 나이에 펄펄 나는 사람도 있다. 나이로 군림하려는 생각을 이미 버리고 젊은이와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달릴 각오가 된 ‘액티브시니어’도 많다. ‘나이로 그럴 것이다’ 하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편견이고 잘못이다. 사람이 70세가 넘으면 정신적 신체적 변화가 정말 어떻게 오는가. 주위에 있는 분들에게 물어봤다. 우선 81세의 우리 동네 호텔 대표님에게 물어봤다. 이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도 하지만 매일 두 시간씩 헬스클럽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분이고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신체적 변화를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 사람아 다른 것은 다 먹더라도 나이만은 먹지 말게”하시면서 80이 넘으니 식욕이 좀 떨어지는 것 말고는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나이가 들면 신체적 정신적 노화는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이를 나이라는 칼날로 두부 자르듯 자르지 말고 21세기 의료과학의 힘으로 개별 맞춤으로 검증하여 건강한 사람은 건강상태를 인정해줘야 한다. 고령운전자라고 무조건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성검사기간을 단축하여 검증된 사람은 계속운전을 허락하는 것이 좋은 예다. 스스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서 계속 일을 하도록 해주는 세상이 정의로운 나라다, 당연히 그렇게 바뀌도록 해야 한다.
- 2018-01-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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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아직도 건재한 현역 테일러, 여용기 "옷 잘 입으니까 인생이 술술 풀려요"
- 마치 전투복을 입은 것 같다. 여기서 전투란 미(美)를 향한 전투다. 여용기(64)씨를 처음 보는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옷을 잘 입는 사람이 있나’ 하고 놀라게 된다. 그러나 여씨는 단순히 옷만 잘 입는 사람이 아니다. 1953년생인 그는 부산의 남성 패션숍 ‘에르디토’의 마스터 테일러로 근무하는 패션 전문가이기도 하다. 화려한 남자다. 들여다보니 그 화려함을 지탱시켜주는 인생의 궤적도 있다. 그를 멋있는 남자로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여용기씨의 삶과 철학이 궁금했다. 17세에 부산으로 상경한 거제도 소년은 우연히 양복 기술을 배우게 된다. 훗날 ‘부산의 닉 우스터’라 불리며 시니어 패션의 바로미터로 불리게 되는 여용기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형의 옷을 물려받아 입던 가난한 섬 출신 소년이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그는 22세에 최연소 재단사가 되고 29세에 부산 광복동에 자리한 모모양복점을 인수해 자신의 가게를 연다. 인생에서 일찌감치 성공의 과실을 맛본 셈이다. 화려한 성공과 깊은 실패의 나락 “당시에는 옷을 맞춰서 입었지, 사 입는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벌이가 상당했어요. 아무나 광복동 재단사가 되는 것도 아니었고. 서울 명동보다도 부산 광복동이 옷을 잘 만든다는 얘기를 듣던 시절이었으니까.” 당시를 회고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른 나이에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아 사장까지 했던 과거는 분명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기성복이 양복 시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여용기씨의 양복점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던 맞춤 양복점들까지 모두 극심한 불황에 직면하게 됐다. “기성복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는데 미숙했던 겁니다.” 다른 양복점들도 차례로 사라지는 상황에서 그 또한 버티기가 어려웠다. 30대 후반에 접어들 즈음 양복점 문을 닫았다. 이후 오랜 시간 건설업, 주차요원 등을 하며 혼자 두 아들을 키우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한 노력과 연구 “다른 걸 해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기술이든 10년은 해봐야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결국 그는 재단사였다. 지인이자 마스터 테일러인 양창선씨로부터 재단 일을 다시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여씨와 친하게 지냈고, 여씨의 모모양복점 옆에 코코양복점을 나란히 개업했던 양씨의 제안에 그는 잃어버린 고향과도 같았던 재단사로 복귀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실과 바늘을 놓고 지낸 세월. 감각을 되찾는 게 우선이었다. 작심하고 한 달 동안 시간을 내서 재단사로서의 옛 감각을 되찾는 동시에 새롭게 도래한 시대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연구했다. 어떤 마음으로 옷을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에 “시대적 흐름을 잘 봐야 한다”고 거듭 말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그러한 노력으로 환골탈태했다. 그 결과 작년 6월 부산 중구 남포동에 오픈한 남성 패션숍 ‘에르디토(EREDITO)’의 마스터 테일러를 맡게 됐다. 멋을 내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여용기씨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SNS 스타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이미 4만 명을 넘어섰다. 그가 올리는 그의 사진들을 보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눈에 봐도 ‘옷을 잘 입는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사진들이다. 센스와 위트를 겸비한 스타일링이 좋은 편인 그는 패션 잡지에 나오는 옷을 그대로 만들어 직접 입어봤다. 모자, 안경, 양말, 벨트, 신발, 넥타이를 맞춰 입고 액세서리로 꾸몄다. 그런 뒤 SNS에 올리니 20~30대 팔로어가 댓글을 단다. 그에게 자신을 코디할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는지 물어보자 “체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특히 머리와 얼굴 쪽에 주안점을 두고 옷을 입는 편입니다. 그런데 난 어떻게 입어도 자신 있어요. 나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옷을 더 잘 입어야 해요(웃음).” 하루에 두 시간은 두덕산을 등산하고 그중 30분은 근력운동을 한다는 그는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패션 전략을 “줄여 입어라”라는 말로 요약했다. “‘아저씨와 오빠는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입니다. 줄여 입으면 젊은 사람들이 입는 핏이 나와요. 그런데 막상 그렇게 입으려고 하면 겁부터 납니다. 불편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멋을 내려면 불편한 게 있을 수밖에 없어요. 멋을 내려면 감수해야 해요. 우리가 젊었을 때도 그랬어요. 당시에는 공중화장실이 대부분 재래식 화장실이라 일을 보려면 앉아야 해서 옷이 구겨졌잖아요? 그 구김을 만들지 않으려고 바지를 벗어서 걸어놓고 일을 본 적도 있어요.” 비스포크 맞춤은 한 벌의 슈트를 만들기 위해 1만2000땀의 손바느질이 필요하다. 비접착 방식으로 천연 광목을 대고 하나하나 손바느질 작업을 하면서 옷의 형태를 잡는다. 비스포크 슈트는 한 달 이상 걸리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정성이 깃든 슈트를 입으면 마음가짐도 반듯해지고 말도 신중하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옷을 잘 입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진심을 다해 만든 양복은 사람의 겉모습만 바꾸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도 바꿀 수 있어요. 좋은 사람이 입는 옷이 멋진 옷이죠. 멋진 옷으로 완성하는 건 결국 예절이거든요. 예절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죠.” 슈트는 내 인생의 최고 선물 흰 수염에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노신사가 양손에 줄자를 들고 정장을 맞추러 온 손님의 치수를 잰다. 곧이어 그는 커다란 테이블에 양복감을 깔고 바늘과 실을 무기 삼아 작업에 나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이 흐르는 노신사가 두꺼운 돋보기를 코에 걸고 열정적으로 손마름질하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여씨는 나이 들어서도 멋있게 보이고 싶다면 펑퍼짐한 옷은 벗어 버리고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을 연구하라고 조언한다. 나이 들어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 최고의 재단사로 불리면서 자신의 사업체를 가졌던 사람이 그 일을 그만두고 완전히 다른 일을 수십 년간 해야 했다. 그 좌절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오랜 고통 끝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보람을 느꼈던 과거를 다시 찾고 재도전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변화를 꾀하고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다시금 맞이한 인생의 봄은 그러한 마음가짐과 시도를 통해 도착할 수 있었다. 그의 외견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년의 아우라가 단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멋진 옷을 만들어 입고 제일 먼저 누구한테 보이고 싶냐 물었더니 아직 싱글(돌싱)인 그는 이렇게 답했다. “모 방송사 만남 주선 프로그램에서 저를 출연시켜준다고 합니다. 상대 파트너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스트라이프 슈트로 폼 좀 내볼까 해요. 슈트는 내 인생의 최고 선물이니까 또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르죠.”
- 2017-02-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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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에이징] 당뇨 환자도 잘 모르는 당뇨 이야기
- 김포시에 사는 오영자(52·가명)씨는 요즘 불만이 많다. 당뇨병 치료 중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먹는 것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얼마 전 의사가 인슐린 주사로 치료 방법을 바꿔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복부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하다니… 인슐린 주사는 치유가 어렵다는 증거라는 주변의 이야기도 자신을 짓누른다. 그녀의 고민은 당연한 것일까?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宋基壕·46) 교수에게 당뇨 환자들의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 물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당뇨병은 일명 ‘성인병 4종세트(당뇨, 고혈압, 고지혈, 통풍)’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 흔한 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천적으로 포도당을 연소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소아 당뇨병을 1형이라고 부르고, 서구화된 식생활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떨어지는 상태를 2형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는 2형으로 보면 된다. 유전이나 감염 등도 2형 당뇨병의 원인으로 유추된다. 당뇨병은 혈관병이다 송기호 교수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뇨병은 정말 완치가 안 되는 병인가?”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대부분의 경우 당뇨병은 완치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젊을 때 비만으로 당뇨에 걸렸다가 체중 감량 후 완치한 사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죠.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완치가 안 된다니 겁부터 날 법하다. 하지만 송 교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당을 조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치료만 잘하면 문제될 일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연소에 관한 병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 수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진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그다음부터라고 송 교수는 지적한다. “당뇨병을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잘 쌓입니다. 당연히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 문제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서운 것은 대혈관 합병증이에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것들이죠. 그래서 당 수치뿐만 아니라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조절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당뇨 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망막병증이나 통증,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신경병증 역시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혈관병의 일종.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에 의해 망막의 혈관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망막병증은 당뇨 환자의 약 6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의 가장 큰 복병은 합병증 안타깝게도 당뇨는 혈관성 질환 외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따라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당뇨발)이다. 당뇨발이라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여름철 당뇨 환자를 위협하는 당뇨 합병증 중 하나. 하지 절단, 족부궤양 등으로 대표되는 당뇨발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의해 상처 발생이 쉬워지는 동시에, 고혈당으로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아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을 잘 관리해야 한다. 폐렴을 당뇨 합병증으로 보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 감소와 신체기관의 기능 저하로 인해 감염질환에 특히 취약해 감염질환의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경우 건강한 성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최대 3.1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깨가 굳는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도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중 하나. 전체 인구 중 오십견 환자가 2~3% 정도인 반면 당뇨 환자는 36%로 5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일반 오십견 환자에 비해 더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약 vs 주사제 무엇이 다를까 당뇨를 치료하는 방법은 먹는 약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환자에 따라 인슐린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천적인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가 필수다. 먹는 약과 주사제는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주사제는 인슐린을 몸속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먹는 약은 췌장 등 소화기관에서 인슐린 분비를 좀 더 활발히 하도록 자극하거나, 이뇨를 촉진해 당 배출이 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당뇨병 초기 환자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사용해 혈당을 잘 잡아주면 6개월 이내에 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간혹 주사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계시는데, 치료 효과가 크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으신 분들은 약을 써도 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인슐린 주사가 효과적이죠”라고 설명한다. 일부 환자들은 ‘주사제=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초기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하고, 먹는 약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나아질 수도 있다. 당뇨 약 오래 먹어도 될까 당뇨병은 평생의 친구라고 표현할 만큼 오래 함께해야 한다. 이는 당뇨 약 역시 평생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별 문제는 없을까? 송 교수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약을 많이 먹는다고 체내에 무언가가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 동안 대사되면 사라져요. 오래 먹는다고 문제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간혹 약을 오래 먹으면 좋지 않다고 안 드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경우 혈당 조절이 안 돼서 더 심각한 병까지 얻게 됩니다. 당뇨 약은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당뇨 약이 췌장에 무리를 주거나 췌장암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오해하는데, 이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뇨 약과는 무관하게 당뇨병 환자의 췌장암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한 병 시니어의 경우 당뇨병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당을 소비하는 양도 줄어드는 데다 근육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줄고 내장지방은 증가해요. 근육 감소는 당뇨뿐만 아니라 낙상 등 다른 질환의 발병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에 운동은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관절이 좋지 않다면 아쿠아로빅이나 실내자전거를 이용한 운동이라도 하시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니 일주일에 150시간 이상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당뇨병 발병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혈압, 중풍, 만성신부전 같은 병들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와 여명에 따라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 여명이 많지 않은 암환자들이 무리하게 혈당 조절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콤한 음료수, 당뇨 환자에게는 독 당뇨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음식이다. 혈당 관리가 음식 섭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www.diabetes.or.kr)를 방문해보면 식생활에 대한 안내가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 얼마나 먹고 식사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면 좋은지, 외식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에 관련한 내용들이다. 또 계절별 식단이나 요리법도 알 수 있다. 송 교수는 “식단을 짜서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기본적으로 빵이나 케이크와 같은 가공된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쌀 역시 백미보다는 가공이 덜 된 현미를 먹고, 고기보다는 생선을 드시고, 야채를 많이 드세요. 그리고 소식하는 습관도 아주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가 특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한 것 중에는 음료수가 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오렌지주스와 같은 과즙 음료들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될 독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당뇨에 좋다고 소문난 음식들 역시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 의사들에게 여주, 돼지감자, 누에가루, 달맞이꽃종자유, 해독주스와 같은 것들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에요. 환자들이 건강식품만 믿고 약을 끊는 경우가 있거든요. 환자에게는 치명적이죠. 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들은 되레 간수치만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복용하시면서 적당히 드시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맹신은 절대 안 됩니다. 방송에 나오는 검증 안 된 일반인의 경험담들도 믿지 마세요.” 당뇨병 소모품비용지원제도를 아시나요? 당뇨병 환자들에게 약값 외에도 부담되는 것이 있다. 바로 혈당 검사지나 채혈침, 인슐린 주사기, 1회용 주삿바늘 등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5년 11월 15일부터 모든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 소모품 구입비용을 지원한다. 본인 비용으로 구매하면 구매 비용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건강보험 당뇨병 환자 등록→처방전 발급→의료기기 판매업소에서 제품 구입→요양비 청구순이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다니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관련 절차를 도와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지원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 병원을 다니고 있다면 반드시 챙기자.
- 2017-02-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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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의 맛] 맞춤형 건강 도시락으로 편리하고 맛있게 새해 식단 관리하기
- 건강을 위해 도시락을 먹는다고 하면 의아할 것이다. 도시락은 편리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만큼 맛과 영양은 부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저 가볍게 한 끼 때우기 식사가 아닌 내 건강상태까지 고려한 맞춤 도시락이라면 어떨까? 물론 가장 중요한 ‘맛’을 빼놓을 수는 없다. 프리미엄 도시락 전문점 ‘바빈더박스’에서 찾은 맛과 건강, 그리고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계기로 본지 제작에 참여한 김홍관 시니어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하며 맛본 도시락 후기까지 담아봤다. ‘대한민국 액티브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5060세대의 고민 1위는 ‘건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운동이나 음식을 통해 건강을 챙기려는 이는 많지만, 꾸준히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가 있거나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음식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건강을 위해서라지만 번거로운 일이라 관리에 소홀해져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바빈더박스의 장대근 대표는 이러한 식단 관리의 불편함은 줄이고 맛과 건강을 더할 방법으로 ‘도시락’을 제안한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면서 맛과 영양까지 담아내기 위해 ‘건강한 조리법’과 ‘엄선된 식재료’를 원칙으로 삼았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후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미슐랭 셰프들에게 요리를 사사한 장 대표는 음식이 우리 몸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길로 운동학을 배우며 헬스 트레이너와 크로스핏(고강도 복합운동) 자격증을 따는 등 음식과 운동 두 분야를 고루 섭렵했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는 개인의 입맛과 건강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락 상담이 가능하다. 도시락은 원하는 기간, 시간, 횟수 등을 정해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어 꾸준한 식단 관리에 유용하다. 장 대표는 “중·장년의 경우 커다란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는 일상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적인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필수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으면서도 자극적인 맛은 줄인 도시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처럼 여기는 도시락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수비드(sous-vide, 저온 진공조리) 공법으로 재료의 식감과 영양을 살렸다. 인스턴트 도시락에는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튀김 메뉴가 주로 쓰이지만, 바빈더박스 도시락에는 튀긴 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재료의 수분과 영양소 파괴를 줄일 수 있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하면 손은 더 많이 가지만 시간이 지나 도시락을 먹어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고, 유기농 채소 등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 ‘도시락이라는 작은 공간에 자연을 가득 담아 정성을 선물하겠다’는 게 그들의 모토(motto)다. 새해를 맞아 건강 식단 관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김홍관 시니어 인턴기자가 나섰다. 직접 자신의 상태를 토대로 상담을 받고 그에 맞춘 도시락을 주문했다. 조리해서 바로 먹지 않는 도시락의 특성상 포장 후 5시간 뒤에 맛보았다. ◇ “비타민과 영양은 올리고, 염분과 당분은 낮추고” (61세 남성 시니어, 기자 본인) 이번 탐방은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수제 도시락 전문점에서 이루어졌다. 자신의 체형, 건강상태, 입맛 등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락 주문이 가능해 육식을 줄인 채식 위주의 식단을 요청했다. 상담 결과 단백질과 비타민 성분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생굴해산물볶음 도시락을 추천받았다. 신선한 생굴과 더불어 주꾸미, 홍합, 야채 등이 어우러진 메뉴다. 시중에 파는 도시락은 물기가 별로 없는 반면, 본 도시락은 재료 본연의 수분을 함유하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해 식감이 부드러웠고 맛도 좋았다. 반찬은 오징어젓갈, 매실절임, 배추김치, 소고기장조림 등이었다.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해 먹기 편했다. 밥은 곤드레나물밥이었는데, 볶음밥처럼 수분이 없고 꼬들꼬들했다. 도시락에 담기 전 팬에 볶아내기 때문인데 상담 시 요청하면 부드러운 밥으로 받아볼 수 있다. 도시락 용기가 환경호르몬이 발생되지 않는 무해한 재질이라 시간이 지나 온기가 없는 음식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된다고 한다. 도시락 용기와 포장 디자인은 우리나라 전통 문양인 문창살을 형상화해 고급스러워 보였다. 기본 메뉴에 국물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 역시 컨설팅 과정에서 된장국 등을 추가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주문 메뉴에 따라 차이가 난다. 기자가 주문한 도시락 가격은 1만2000원. ◇ “굶지 않고 맛있게 즐기는 다이어트 도시락” (60세 여성 시니어, 다이어트 중) 저칼로리, 저지방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도시락을 주문했다. 컨설턴트는 바빈더박스의 메뉴 중 여성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헬스메뉴’를 제안했다. ‘헬스메뉴’는 기름기가 없고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닭가슴살이 담긴 샐러드다. 비타민과 칼슘이 풍부한 미니 양배추, 그린 빈, 방울토마토, 케일, 아마란스 등 신선한 채소와 말린 과일이 들어 있다. 닭가슴살과 채소는 40~60도에서 저온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해 수분기가 많았다. 촉촉한 닭가슴살과 신선한 채소 본연의 맛과 향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샐러드드레싱은 과카몰리와 오리엔탈소스가 제공된다. 과카몰리소스는 아보카도로 만들어 걸쭉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오리엔탈소스는 간장을 베이스로 해 가볍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주문한 도시락 가격은 8000원. △ 도시락 문의 www.babindbox.co.kr 분당점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103-9 (031-704-8180) 홍대점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6 (02-336-8180)
- 2017-01-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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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lth Life] “여름엔 물이지 말입니다”
- 한여름 피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물이다. 물속에 온몸을 담그면 더위 따위는 쉽게 잊을 수 있다. 여기에 더위를 피하며 건강까지 되찾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는 방법이 바로 수중 운동이다. 수중 운동이라고 해서 수영만 떠올린다면 곤란하다. 태생이 맥주병 체질이라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운동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의사들이 꼽는 시니어들에 가장 좋은 음식은 없다. 늘 한결같이, 재미없는 대답만 돌아온다. 바로 균형있는 식사와 적절한 운동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운동은 어떨까? 음식과 달리 정답이 있다. 많은 의사가 시니어에게 좋은 운동으로 수영을 권한다. 특히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수영을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라고 추천한다.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의 신성일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체중은 특히 무릎과 같은 관절에 악영향을 주고, 그 관절의 이상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면 체중은 더욱 불어나고, 그 불어난 체중은 관절에 다시 더 나쁜 영향을 줍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니어들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를 ‘비체중부하운동’이라고 불러요. 즉 체중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 전신운동이 되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영이 제일 좋습니다.” 실제로 각 수영 교실에선 네 가지 영법, 즉 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을 가르치는 과정 이외에도 시니어들 대상의 재활운동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 수영을 교육하고 있는 문여송 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장에 있으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적잖이 오시는데, 그중에는 어깨나 허리, 무릎에 이상이 있거나,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하시는 분도 꽤 있습니다. 이렇게 오는 분들은 상담을 통해 수준에 맞는 수영 교실에 배치하기도 하고, 아쿠아로빅과 같은 재활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권하기도 합니다.” 현장에 있다 보니, 수영의 효험을 본 극적인 사례들도 적지 않다. 체중 감량을 통해 예전의 몸매를 되찾거나, 아픈 관절이 낫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분은 허리 수술을 하고 온 분이었어요. 처음에는 발차기하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나중에는 의사들이 주의시키는 접영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됐죠. 물론 무턱대고 하는 건 아니고 부상 부위에 맞게 맞춤 지도가 따라야 합니다. 체중 감량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식사 조절이 동반되어야 하고요.” 아쿠아로빅은 전통적인 수영 이외에 시니어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수중 운동이다. 물속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에어로빅으로 보면 되는데, 특성상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니어에게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영을 못 해도 할 수 있는 수중운동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예 재활전문의 프로그램을 도입한 수영장들도 있다. KBS 스포츠월드가 대표적인 곳 중 하나. 이곳은 수중 전용 운동기구를 도입해서,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아쿠아테크’ 교실을 운영 중이다. 부력 장비를 이용해 깊은 수심을 활용한 운동을 하거나, 덤벨이나 밸런스 링을 활용해 무리를 주지 않는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이나 일본,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에서는 ‘아쿠아바이크’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말 그대로 물속에 운동용 자전거를 가져다 놓고 페달을 밟으면서 상체를 움직이는 운동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선 일부 클럽을 통해 소개가 시작된 상태다. 아무래도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교육받는 공립 수영장이 부담스럽다면 사설 수영장을 선택하면 된다. 현재 강남 스포월드에서 회원들을 가르치고 있는 심민 전 아테네올림픽 수영 국가대표 수석코치는 “사설 수영장이 아무래도 편의시설이나 수질관리 같은 면에서 공립 수영장보다 유리한 게 사실이죠. 시에서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수질검사 결과를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어요. 운동 후 몸을 풀어줄 수 있는 스파시설도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는 몸 상태에 따라서는 개별 교육이 중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영법이라도 근육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담을 줄 수도, 질환이 개선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같은 자유형이라고 해도 어깨 회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절에 주는 부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속도를 내기 위한 수영과 재활을 위한 수영은 달라야 해요. 그래서 본인의 몸 상태에 맞는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현장의 관계자들은 수영은 절대 어려운 운동이 아니며, 상담을 통해 불필요한 공포나 불안요소를 날려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올여름 몇 시간의 투자를 통해, 건강 회복과 함께 새로운 취미 하나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 2016-07-04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