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마곡지구에 조성하는 시니어타운에 시니어 맞춤 서비스를 적용하기 위해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롯데건설은 이번 ‘초고령 사회 주거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니어타운 비즈니스모델 개발 업무협약’을 통해 차별화된 시니어 서비스를 개발, 서울 마곡지구에 공급하는 ‘VL르웨스트’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VL르웨스트’는 부산시 기장군에 조성되는 ‘VL오시리아’에 이은 두 번째 롯데그룹의 시니어타운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CP3-1블록에 들어설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810가구(전용면적 51~145㎡) 규모로 건립된다. 만 60세 이상을 위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다.
VL(Vitality & Liberty, 이하 브이엘)은 롯데호텔이 선보이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다. 자녀와의 동거 대신 개인 생활을 선택하는 액티브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서비스들을 집약했다.
우선 24시간 응대 가능한 컨시어지, 주 2회 제공되는 하우스키핑, 기사 동행 렌터카 서비스 등 롯데호텔의 노하우를 담은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지 인근 대형 의료기관과 연계해 전문 의료진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와 호텔 셰프가 관리하는 맞춤형 건강 식단도 선보인다.
롯데JTB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요트 투어와 같은 롯데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문화 서비스는 물론, 국내 최초 반려견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펫 프렌들리’ 정책도 펼친다.
이런 롯데호텔의 서비스와 함께 건물에도 시니어 맞춤형 설계들이 적용될 예정이다.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는 고령 국가에 진입한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선진 사례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트렌드 연구를 통해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출간한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VL르웨스트에 롯데건설만의 시니어 특화 설계와 VL만의 특화 서비스인 호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해 시니어 레지던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수도권 내 역세권 지역과 광역시 복합단지 중심의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운영사업은 롯데그룹의 신사업이다. 롯데호텔 안세진 대표이사는 브이엘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국내 실버산업은 불과 10여 년 만에 100조 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 평가하며 “브이엘은 롯데호텔이 여가 산업에서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이지 프렌들리 시대의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힌 바 있다.
‘펨테크’(femtech)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을 합친 말로,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국제시장정보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가 2020년 225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에서 2027년에는 650억 달러(약 77조3000억 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초기 펨테크 시장은 월경, 임신, 수유 등 젊은 여성 타깃이었으나, 최근 중년여성 건강이나 갱년기 등을 테마로 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해외 펨테크 시장 정보 플랫폼 ‘펨테크 애널리틱스’(FemTech Analytics, FTA)에 따르면, 지역별 펨테크 기업 수는 북미(52%)가 1위, 유럽(24%) 2위, 아시아(14%) 3위로 타나났고, 국가별로는 미국이 49.1%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는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라 월경, 임신, 난임, 갱년기, 피부미용, 건강 등을 중심으로 펨테크 서비스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FTA가 펨테크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Global FemTech Survey, 2021) 결과 펨테크를 이끄는 주요 트렌드 1, 2위로 ‘난임과 임신’(36%), ‘갱년기’(27%)가 뽑혔다. 한때 팸테크 시장의 주류를 차지했던 ‘월경’(19%), ‘성’(17%) 문제 등을 제치고 ‘갱년기’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수명 연장과 더불어 늘어난 폐경 이후의 삶이 이러한 결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갱년기 증상 모니터링을 통한 개인 맞춤형 치료와 상담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여성호르몬 감소와 폐경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변화에 대응하는 개별 정보 제공과 지료를 통한 증상 완화를 지원한다. 또, 안티에이징에 초점을 맞춘 미용 시술 등에 대해 원격 진료와 처방약을 배송해주기도 한다. 해당 앱 등을 통해 증상이나 병력 등을 입력하면 전문가의 상담을 거쳐 처방약을 배송 받을 수 있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수고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펨테크 서비스인 ‘카리아’는 앱을 통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해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한 방법 들을 제안한다. 아울러 사용자의 일상생활을 기록, 분석해 전문 영양사의 맞춤형 레시피를 제공하거나 인지행동요법 등을 소개해 증상 완화를 돕는다. 또, 안티에이징 분야에 대한 원격 진료와 처방약을 배송하는 ‘뉴알엑스’, 폐경 전후 신체적, 심리적 건강관리 및 주름, 검버섯 등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배송해주는 ‘로리’ 등도 주목받는 서비스다. 이밖에 미국의 ‘버추헬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며, 싱가포르의 ‘엘로케어’는 복약 시기를 놓치거나 약물을 과다복용 하지 않도록 돕는 모니터링 기기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 역시 사춘기부터 폐경기까지 월경주기를 고려한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국내 펨테크 현황은?
아직까지 국내 펨테크 산업은 월경주기 관리나 여성용품 등 월경 케어나 임신, 출산 전후 관리 및 육아 등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 즉, 중장년만을 위한 펨테크 서비스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유방암 정보 및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루닛케어’를 비롯해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을 지원하는 ‘닥터나우’, ‘올라케어’, ‘닥터콜’ 등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건강 관련 서비스는 적지 않다. 해외 펨테크 서비스의 초창기 모델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미루어볼 때, 점차 그 수요에 따라 관련 서비스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김도연 연구위원은 25일 발표한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 펨테크’ 보고서를 통해 “최근 디지털 헬스 케어 서비스를 확대하는 국내 보험사들은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솔루션 개발을 통해 서비스 차별화가 요구된다”며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건강 상태 분석을 통한 운동과 식단 추천, 멘탈 케어가 일반적인 형태이며, 여성 고유의 건강 특성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종합적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여성 호르몬 변화를 고려한 건강관리 지원 역량이 플랫폼 이용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모델, 쇼호스트, 보디빌딩 등을 취미로 하다가 현역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니어가 늘었다. 요리, 사진, 여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취미를 즐기고 싶은 시니어들이 참고하기 좋은 취미 플랫폼을 소개한다.
시니어는 소중하니까 시소
시소는 수채화, 홈가드닝 등 실내 수업인 정규클래스 ‘배움’과 미술 산책, 농장 나들이, 음악살롱 등의 실외 수업 ‘나들이’를 운영한다. 시소에서 취미 생활을 하는 시니어들은 “이 시간이 소중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취미만 즐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인생2막을 함께 위드플
위드플은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서로를 들여다보며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시니어 맞춤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테마형 여행 상품 ‘새로울지도’와 관심사를 향유하는 소그룹 커뮤니티 프로그램 ‘원데이 클래스’가 있다. 가이드가 아닌 전문가가 주제별 이야기를 가지고 함께 여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전을 응원합니다 파파나나어드벤처
모델, 연기, 발레, 라이브쇼퍼, 크리에이터 활동이 하고 싶은 시니어라면,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는 파파나나어드벤처 플랫폼을 살펴보자. 어떤 수업이든 수강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취미가 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2의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는 시니어들이 참고하기 좋은 플랫폼.
그들의 걸음은 거침없었다. 원숙미 넘치는 이들의 워킹은 패션 신진들이 세상에 내놓은 참신한 의상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지난 17일 크래프트72에서 열린 동덕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2022년 졸업패션쇼에선 행사 도중 조금 색다른 모델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박지영, 진태리, 김보민, 신비, 권수희, 박영애, 이에스더, 김도진 등 8명의 시니어 모델들이다.
동덕여대 패션쇼는 4년제 대학 중 국내 최대 규모의 졸업 패션쇼로 유명하다. 과거 제이에스티나나 메트로시티와 같은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도 갖췄다. 이 행사에 시니어 모델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학교 측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패션업계의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고려한 의상 디자인을 교육 과정에 반영 중”이라고 말하고, “중장년 체형을 고려한 시니어 모델의 기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설명했다.
이번 쇼를 위해 학교 측은 지난 3월 시니어 모델 선발을 위한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 경쟁에 참여한 지원자는 300여 명에 달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런웨이에 선 시니어 모델들은 약 40여 명의 전문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장에서 이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프로에 버금가는 몸 관리와 태도, 연기 등은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끌어냈다.
이번 행사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진행된 오프라인 패션쇼라는 점.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약 2000여 명의 관람 인파가 몰려, 행사의 주목도를 실감케 했다.
행사를 기획‧연출한 아시아시니어모델협회 주윤 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오랜만에 현장이 줄 수 있는 패션쇼의 감동을 전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시니어모델들이 프로와의 실력차를 줄이기 위해 워킹의 보폭이나 속도 등 많은 부분에서 맹연습을 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해외 브랜드들도 컬렉션에서 시니어 모델을 꼭 참가 시킬만큼 패션 업계에서 시니어 파워는 성장하고 있고, 패션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세대의 장벽을 허물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는 빨라지는 역설 속에 5060세대 신중년들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삶과 일에 대한 걱정이 많다. 은퇴한 후에도 대체 일자리를 찾으며 노후를 준비하는 신중년이 맞닥뜨릴 위기와 그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SK행복나눔재단이 개최한 ‘2022 SIT Talks, 고령 사회를 맞는 신중년의 새로운 삶과 일’ 행사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1층 ‘열림’에서 열렸다. 발표와 대담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신중년의 삶과 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사회 혁신가,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비롯해 총 70여 명이 참석했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로 10년 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은 50세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고려해 이번 행사에서는 노동력 부족, 사회적 부양 부담 증가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첫 번째 발표는 시니어에게 맞는 기업형 일자리 개발에 힘써온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가 맡았다. 정 대표는 취업시장에서의 나이로 인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일했던 경력을 활용해 IT 업무 기반의 신중년 맞춤형 일자리 개발 과정을 공유했다. 또한 “지속가능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신중년에 맞는 고용·제도가 필요하다”며 “시장 경쟁력을 갖춘 회사다운 회사로서는 가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표는 김만희 패스파인더 대표가 진행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 퇴직 후 또래 신중년들의 가치 있는 인생 2막을 위해 일해왔다. 특히 일의 개념을 확장, 신중년 일과 활동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사회적 의미를 더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실행해 꾸준한 일과 활동으로 이은 사례를 소개한 뒤, 여기에 ‘로컬’의 개념을 적용했다. 그는 “신중년과 지역을 잇는 ‘패스파인더’ 모델을 통해 신중년은 두 번째 삶을 살 기회를 얻고, 사회는 지역 소멸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 이후에는 대담이 이어졌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가 사회를 맡은 대담 시간에는 신중년이 느끼는 일의 의미, 일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환기하며 신중년의 성향과 수요가 다양한 만큼 각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 언급됐다.
이와 함께 신중년의 ‘일다운 일거리’를 위해 기업·지역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신중년 당사자에게 필요한 준비나 마음가짐으로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일자리 세대 갈등 이슈에 대해서는 세대 간 상호 보완하고 협력하는 ‘세대 공존형’ 모델의 가능성을 살펴보기도 했다.
송제훈 행복나눔재단 그룹장은 “이번 SIT 행사가 신중년의 새로운 삶과 일 그리고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기를 희망한다”며 “앞으로 신중년의 경제 활동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모델의 도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36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튜버 박막례(75), 최초의 시니어 모델 김칠두(67), 시니어 보디빌더 김철수(75)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젊은이들 못지않게 인생을 즐기는 시니어가 늘었다. 동년배들과 취미 활동을 즐기고 싶은 시니어라면 시니어 맞춤 취미 플랫폼을 주목해보자.
시니어는 소중하니까_시소
‘시니어는 소중하니까’를 줄여 부르는 ‘시소’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시소는 크게 배움과 나들이, 생활도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중 취미와 관련된 서비스는 배움과 나들이다. 수채화, 유화, 캘리그래피, 홈가드닝, 라탄 공예 등 실내 수업이 이뤄지는 배움은 정규 클래스로 운영한다. 나들이는 미술관을 관람하는 ‘미술산책’, 서울 근교 농장에서 가드닝을 즐기는 ‘농장 나들이’, 클래식 음악회 ‘시소 음악살롱’ 등이 있다. 정다혜 시소 매니저는 “체험으로 그치지 않고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원데이가 아닌 정규 클래스를 만들었는데, 수강생분들이 매주 보다 보니 서로 친구가 되는 효과도 있다”며 “배움도 나들이도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설계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미술산책’은 도슨트와 함께 매월 다른 전시를 관람하며, 당일 참석한 시니어들의 활동량을 관찰한 뒤 맞춤형으로 코스를 설계한다. 관람 후에는 반드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소통 시간을 가진다. ‘음악살롱’은 단순히 공연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연주자가 관객과 함께 음악·악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시소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니어들이 “이 시간이 소중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신중년의 인생 2막을 함께_위드플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60대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조사한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55.6%가 문화·역사·미술 등 주제가 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니어의 입맛에 딱 맞춘 여행 플랫폼이 있다. ‘사람과 함께’(With People)라는 의미를 담은 ‘위드플’이다. 홍순정 다음레저 대표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어떤 계기로 만나 서로를 들여다보며 같이 여행할 수 있는 ‘여행 친구’가 정말 중요하다”며 “나이 들어가며 고독하지 않도록, 여행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친구도 만날 수 있는 시니어 맞춤 여행 상품을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위드플’에는 당일, 반나절, 숙박으로 이뤄진 여행 상품 ‘새로울지도’와 2~3시간 관심사를 향유할 수 있는 소그룹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원데이클래스’가 있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여행이든 클래스든 테마가 있고,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실제 전문가가 함께한다는 점이다. 클래스에서는 숲해설가가 남산 트레킹 코스를 걸으며 숲 냄새를 맡아보고 솔방울을 만져보는 등 다른 시각으로 숲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건축가가 임장투어를 하며 홍대의 문화 상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야기해준다. ‘새로울지도’ 역시 주제를 가지고 운영되며, 최근에는 일주일 살기를 해보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강원도 인제 ‘시골살이’를 기획했다.
도전을 응원합니다_파파나나 어드벤처
시니어에게 제2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플랫폼 ‘파파나나 어드벤처’는 시니어 ‘파파나나’의 새로운 ‘어드벤처’(모험)를 응원한다. 모델, 연기, 발레, 라이브 쇼퍼, 크리에이터 클래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패션, 음식, 재무 관련 클래스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교육을 수강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취미가 현장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하영진 파파나나 어드벤처 교육이사는 “시니어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 요양원에서도 클래스가 오픈될 정도인데, 제대로 된 일자리 생태계가 없어 취미로만 그치는 점이 아쉬웠다”며 “파파나나 에이전시를 통해 라이브 쇼퍼, 시니어 모델,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니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동 파파나나 대표는 “큰 벌이가 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취미가 일자리로 이어졌을 때 삶의 원동력을 얻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며 “제2의 다양한 삶을 꾸려나가는 시니어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Senior)란 보통 고령자, 노인 세대를 말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시니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요즘은 시니어 세대를 경제·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는, 2040세대의 부모 세대 정도로 여기고 있다. 반대로 꾸밀 줄 모르고 고독하게 혼자 늙어가는 꼰대라는 인식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방송가에 불고 있는 시니어 열풍에 대해 조명해봤다.
지난 1일 첫 방송 된 LG헬로비전, MBN ‘엄마는 예뻤다’는 의학 패션 뷰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엄마의 예뻤던 청춘을 다시 돌려주는 건강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다. 배우 황신혜와 가수 이지혜, 장민호,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이 진행을 맡았다.
특히 황신혜로 인해 그가 과거에 진행을 맡았던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tvN ‘렛미인’이 떠오른다. 이와 관련 황신혜는 제작발표회에서 “‘렛미인’이 젊은 친구들의 메이크오버였다면 이번에는 또래, 동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엄마의 인생을 찾아준다”고 차이점을 짚었다.
‘엄마는 예뻤다’는 사연 접수, 솔루션, 애프터 3단계로 구성된다. 자녀들이 엄마를 위한 사연을 보내 신청하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닥터스 군단’이 카운슬링부터 시니어 뷰티, 패션팁까지 사연자에게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박현우 CP는 “엄마들이 가족을 위해서만 살고 본인 삶이 없다. 그런 엄마들을 위한 건강 프로그램인데 패션, 뷰티까지 더했다. 자식들이 엄마의 사연을 신청한다”며 “대반전은 없지만 표정이 변한다. 웃음을 되찾고 당당해진다. 엄마들이 행복해지니 자식들도 자연스럽게 밝아진다. 그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매력이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2021년에는 MBN에서 ‘오래 살고 볼일-어쩌다 모델’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바 있다. 시니어 스타일 아이콘을 찾는 시니어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장장 5개월의 시니어 모델 선발 과정은 웃음과 감동을 안겨줬다.
최종 우승은 73세의 최연장 도전자 윤영주 씨가 거머쥐었다. 윤영주 씨는 “70대를 대표해 통쾌한 기분”이라며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기쁘다. 힘들지만 짜릿한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같은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외에도 시니어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 중인 혼자 사는 중년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7년부터 방영됐고, 현재의 시즌3에 와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
또한 시니어 연예인들의 합창단 도전기 JTBC ‘뜨거운 씽어즈’도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합창단은 배우 김영옥, 나문희를 중심으로 하며, 평균 연령 56.3세다. 김영옥, 나문희, 박정수가 고민 상담을 해주는 채널S ‘진격의 할매’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젊은 세대의 고민을 인생 경험이 많은 할매들이 듣고 매운맛 상담을 해주는 콘셉트인데 그 조언의 깊이가 달라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할매들의 입담은 젊은 MZ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시니어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이유는 고령화 사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65세 노인 인구 비중은 17.3%다. 특히 2020년부터 2040세대의 부모 격이자 총인구 800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65세에 진입했다. 엄마, 아빠 세대가 고령층이 된 셈으로 노인 세대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이 100세 시대에 50·60대는 사회·경제적으로 젊은 층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사회상은 ‘꼰대’가 아닌 ‘진짜 어른’을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나이가 많아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도전하면서 참된 말을 해주는 어른들을 원한다. 제작진은 그 니즈를 프로그램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모델들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에 휩싸인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시니어 모델 전문 에이전시이자 교육기관인 EMA(Elite Model Agency)은 28일 소속 시니어 모델들이 참여한 화보를 공개했다. 8명의 시니어 모델이 참가한 화보에서 각 모델은 우크라이나 국기의 색상인 노랑과 파랑이 쓰인 의상을 입고 촬영에 임해,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란 문구를 준비해, 빨리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했다.
EMA의 알렉스 강 대표는 “시니어 모델들은 직간접적으로 한국전쟁을 겪었던 전후 세대인 만큼 전쟁의 참상과 우크라이나 국민이 겪을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조속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번 화보 촬영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동덕여대 패션디자인과 졸업작품전을 위한 시니어 모델 공개오디션이 23일 동덕여자대학교 디자인연구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번 공개오디션은 5월 17일 크레스트72에서 개최되는 동덕여대 패션디자인과 졸업작품전을 위한 것이다.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는 패션 업계에서 많은 인재 배출로 주목받는 교육기관 중 하나로, 이들의 졸업패션쇼에는 프로 모델이나 연예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유튜브 채널을 통한 온라인 쇼로 진행되기도 했고, 김명애 총장이 직접 모델로 나서 화제가 됐었다.
이 대학에서 시니어 모델을 졸업작품 패션쇼에 기용하는 것은 올해로 3번째다. 시니어 모델을 학생들의 졸업패션쇼에 기용하는 것은 대학 측의 중‧장년 의상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학과 관계자는 “중‧장년을 위한 의상은 소비자의 체형 등을 고려해 시니어 모델을 기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베이비부머들이 패션업계의 주요 소비자로 주목받으면서, 이들의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의상 디자인을 공급하기 위해 교육 과정에도 반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디션에는 약 300여 명의 시니어 모델이 몰려 높은 경쟁을 보였다. 이 중 약 50여 명의 예선 통과자가 이날 오디션에 참가했다. 동덕여대 측은 8명의 시니어 모델을 선발해 약 40여 명의 다른 프로 모델과 함께 오는 5월에 개최되는 졸업패션쇼의 런웨이에 세운다는 계획이다.
행사를 기획‧연출한 아시아시니어모델협회 주윤 회장은 “최신 많은 시니어 모델이 배출되는 것에 반해 설 무대가 없어,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에서 참가비를 요구하거나, 의상 구매를 강요하는 등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오디션과 같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많은 시니어 모델이 설 수 있는 여러 무대를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년에 독립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20~30년 짊어졌던 책무, 스스로 옭아맨 관성, 혹은 삭막하고 답답한 도시 등 벗어나고자 하는 대상도 다양하다. ‘노년 독립자’들이 독립을 꿈꾸게 된 이유, 그 밖의 것들로부터 독립을 시도하게 된 계기와 이유를 들여다봤다.
노년과 독립, 두 단어의 조합이 낯설다면 MBN ‘나는 자연인이다’(이하 ‘자연인’)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야생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를 모토로 201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중장년층 시청자의 ‘최애’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2020년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순위에서 다큐멘터리로는 지상파와 비지상파 통틀어 최초로 1위에 오를 만큼 연령에 관계없이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노년 독립, 시초에 자연인이 있다
자연인들이 살던 세상을 떠나온 이유는 다양하다. ‘자연인’ 프로그램의 공동 MC인 윤택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인의 유형을 몸이 아파서, 사업에 실패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배신당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자연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사연은 제각기 다르지만 자연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일구며 살아간다. 친숙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삶의 이야기와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신동민 PD는 2019년 이달의 PD상 수상 소감으로 “시청자들의 로망을 간접적으로 실현해주는 부분이 있어 큰 호응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프로그램 방영이 햇수로 10년이 되어가면서 ‘자연인’ 프로그램을 보고 자연인이 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화면 속 자연인들이 선배로서 자연인 꿈나무들을 양성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710만 명에 육박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 다수의 중년이 은퇴 후 귀농·귀촌을 꿈꾸는 걸 고려한다면, 자연인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시니어 1인 가구 “간섭 싫어, 연락 안 해”
실제로 시니어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통계청의 2021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고령자 1인 가구는 166만 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의 35.1%에 달한다. 노인 세 명이 모이면 그중 한 명은 홀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명확하다.
책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에 시니어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실려 있다. 자녀와 살고 싶다고 대답한 노인 비율은 2008년 32.5%에서 2011년 27.6%, 2014년 19.1%, 2017년 15.2%, 2022년 12.8%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 역시 2017년 23.7%에서 2020년 20.1%로 내려앉았다. 흔히들 중장년층이 자녀와 함께 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시니어들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원한다. 혼자 살든 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든 젊은 세대를 포용하며 살든, 가족에게 간섭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노인 단독 가구로 사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62.0%가 ‘건강과 경제적 안정 등 자립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7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따로 사는 자녀들과의 연락 빈도는 줄어들었으나 친구나 이웃과의 연락 빈도가 더 높아지는 양상도 보였다. 노인들 삶의 모습이 자녀와 같이 살지도 않고 자주 연락하거나 왕래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결혼 대신 따로 또 함께
최후의 순간까지 도움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사는 것. 이 시대 중장년층의 바람을 실제로 실천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KBS1에서는 한 집에 살며 서로를 돌보고 생활하는 68세 노인 3명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결혼 유무부터 생활 방식이 전혀 다른 이들이 함께하는 공간의 이름은 ‘노루목 향기’다.
노루목 향기는 요양원, 복지시설이 아닌 마을형 노인 생활공동체를 꿈꾼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세상’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힌 사업 목표는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공 모델을 제시하는 것’. 심재식 노루목 향기 대표는 ‘202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종 선정 소감으로 “노인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노루목 향기의 노인 공동생활이 남긴 경험과 사례는 분명 사회적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후원, 기부, 투자 등을 목적으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인터넷으로 자금을 모으는 일)에서는 후원자들에게 무공해 국내산 행주, 스카프, 차받침, 농촌 민박 1박 등 다양한 후원 보상품을 제공했다.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노루목 향기를 응원하는 이들이 늘어 목표액보다 더 많은 후원금이 모였다. 이는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길어진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노년이 되기 전에 이미 결혼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선 이들도 있다.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이하 ‘비비’)의 조합원들이 그렇다. 올해로 20년 된 비비 역시 삶을 함께하는 비혼 여성 1인 가구 생활공동체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전주시 반영구 임대아파트에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 2006년의 일이다.
이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비혼 여성들만 20~30명 정도다. 같이 살지 않지만 회비를 내는 회원까지 합하면 비비는 50여 명으로 늘어난다. 이 중에서도 50세가 넘었거나 50세를 앞둔 창립 멤버들의 최근 관심사는 여성 노인 공동체 주택이다. 이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비혼이라는 정체성보다 노인이라는 정체성이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울”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들은 노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살 수 있는 공동체 주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뉴 그라운드’, 프랑스 파리 ‘바바야가의 집’ 등 여성 노인들이 꾸린 사회적 주택을 방문해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독립이 항상 선택지로 남는 것은 아니다. 선택하고 싶지 않지만 떠밀리듯 독립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런 연고 없이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 혹은 실직자의 경우가 그렇다.
경기도 부천시 범안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는 권오예 어르신은 기초수급자다. 반찬을 제공해주는 복지관 직원들이 너무 바빠 보여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다. “받은 만큼의 백분의 일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복지관 팀장님한테 그랬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 도울 테니 봉사 좀 시켜달라고.”
원치 않는 독립, 그럼에도 일어서다
권 어르신은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못 이겨 집을 도망쳐 나왔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 지인과 함께 살았지만, 그 역시 2017년 세상을 떠난 후부터는 혼자 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안 가 복지관 담당자에게 봉사를 자청하며 나선 그는 그 뒤로 쉬지 않고 봉사에 임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배달 봉사를 하면서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한마디 겨우 건넬 뿐이지만, 더 좋지 못한 처지의 노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하기만 하다.
중장년 남성의 원치 않은 독립으로는 실직이 흔하다. 50대에 실직으로 원치 않은 독립을 하게 된 가장들은 특히나 ‘사추기’(思秋期)를 겪기 쉽다. 사추기란 50대 전후 중년들이 겪는 변화를 사춘기에 빗댄 표현이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중년들은 ‘나는 뭘 위해 살아왔나’ 하는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다. 또 일자리를 잃으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경제적 위기, 사회적 지위의 박탈 등으로 은퇴남편증후군을 겪는 이들도 종종 있다.
책 ‘남자 독립 선언서’를 낸 이치원 씨 역시 50대 초반 실직 후 얼마간 혼란을 겪어야 했다. 교사, 광고회사, 제조회사, 금융회사 등 30년 동안 다양한 직업과 직장을 거쳤지만 50대 초반의 실직은 그간의 실직과 다른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규직으로의 재취업이 어렵고, 실직이 은퇴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고 치명적인 차이점이었다.
게다가 ‘실직 후 대처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 사회는 사람 채용하는 데만 관심이 있고, 회사를 나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실업수당은 어디서 신청하는지, 의료보험 지역가입자는 얼마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이다. 한참을 헤맨 끝에 의료보험 지역가입 신청을 끝낸 그는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실직은 인생이란 책에서 독립의 페이지로 넘길 수 있는 터닝 포인트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실직을 독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일자리를 찾았다. 경제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직장을 갖는 게 중년 남성의 정체성을 찾는 데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후 자금이 충분한 사람에게도 일을 할 것을 권한다. 그 다음이 건강과 취미다. 원치 않은 독립, 실직 후 조언을 구하기 위해 그를 찾는 이에게 ‘평생 운동’과 ‘평생 취미’를 한 개씩은 구비해두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독립이 좋다고 해도 건강 없는 장수, 즐거움 없는 삶은 형벌이나 다름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