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데, 숨이 턱 막히는 열기와 습도 탓에 조금만 걸어도 온몸이 금세 땀으로 젖기 십상이다. 잠시 땀을 식혀보지만 더위를 먹은 듯 어지럼증까지 느껴진다.
‘어지럼증’(현기증)이란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지각 현상을 뜻한다. 65세 이상 시니어 10명 중 3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노화에 따라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 빈번히 나타난다.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량이 줄어들면서 혈압이 크게 낮아지는데, 충분한 수분 보충이 부족할 경우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이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106만 934명에 이른다. 특히 전체 환자의 약 40%(40만 9638명)가 무더위가 이어지는 6~8월에 집중된다.
문제는 어지럼증을 단순히 더위 먹은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경우, 자칫 낙상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응급실에 내원한 손상 환자를 살펴본 결과 낙상 환자가 27.1%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중장년층 이후 추락·낙상 환자 비율이 점차 증가해 70세 이상 환자에서는 63.3%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지러움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낙상이 발생하면 강한 외부 충격이 그대로 허리에 가해져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탈출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가 발생할 위험이 크며, 척추가 납작하게 내려앉는 ‘척추압박골절’이 극심한 통증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시니어의 경우 근육량과 골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더욱 치명적이다. 따라서 낙상 후 허리 통증이 지속된다면 척추 질환을 의심하고 조기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한방에서는 낙상으로 인한 척추 질환 치료를 위해 침, 약침,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 통합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침 치료는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 통증을 즉각적으로 완화한다. 통증 정도가 극심한 환자에게는 응급 침술인 동작침법(MSAT)이 활용된다. 한의사가 주요 부위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환자의 능동·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경감시키는 치료법이다. 근육의 과도한 긴장을 풀고 관절액 분비를 촉진해 운동 능력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동작침법의 즉각적인 허리 통증 경감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통증의학 분야의 저명한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을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는 30분 만에 허리 통증이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통 주사제보다 5배 빠른 진통 효과로서 입원률과 입원 기간을 줄여 일상 복귀에도 유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하고 손상된 근육과 인대를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더불어 근골격계 강화에 도움을 주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우선 여름철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저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혹시 모를 낙상 사고를 방지하는 첫걸음이다. 평소 물을 충분히 마셔 체내 수분 부족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맥주나 커피는 수분 배출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리는 고강도 운동과 과도한 실외 활동 또한 가급적 자제하도록 하자.
우리는 흔히 ‘더위 먹었다’고 가볍게 표현하며 여름철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더위는 생각보다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큰 위험 요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관리에 힘써 슬기롭고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도록 하자.
수년 전 실버 생활체육에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곧이어 ‘파크골프가 인기’라는 말이 전국 곳곳에서 들려왔다. 반짝 흥행이 아니었다. 파크골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계적 일상 회복이 되면서 아예 실버 생활체육 주요 종목으로 부상했다. 인근 공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서. 단지 그뿐일까? 현장에서 들은 파크골프의 진짜 인기 이유는 꽤 흥미롭다.
양평교 초입에 들어서며 걱정이 앞섰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성 장맛비가 예고돼 있었고,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먹구름과 대기를 감도는 꿉꿉함은 양평교 아래 오가는 이 하나 없다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영등포 파크골프장’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불안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야말로 ‘줄 서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매일 영등포 파크골프장을 찾는 이는 500여 명. 영등포구파크골프협회 ‘사랑클럽’ 회원 A씨가 전한 인기는 그 이상이다. “파크골프가 정말 인기예요. 말도 못 해요. 체감상으로 매년 두 배씩 느는 것 같아요. 이거 봐요, 치려고 밀려 있는 거!”
영등포뿐만 아니다. 파크골프는 일대 붐을 맞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회원이 그 방증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4만 5000여 명 수준이던 회원은 2022년 10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6월 기준으로는 12만 명을 돌파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즐기는 동호인쪾비동호인까지 합하면 그 수는 대략 40만~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쓰 강가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도심 속 공원이나 유휴부지에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서 ‘공원 골프’(PARK GOLF)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는 2000년 경남 진주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 상락원에 6홀이 들어서며 처음 소개됐다. 실버 세대 생활체육 핵심 종목으로 부상한 건 수년 사이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현재 실버 세대 생활체육 유행은 ‘게이트볼에서 파크골프로 전환’되고 있다.
현장은 클럽 한 개와 공 한 개, 그리고 티만 있으면 누구나 인근에서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의 편의성과 접근성에 열광한다. 몇 천 원이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비용도 현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사랑클럽’ 회원 A씨는 “파크골프가 노인들에겐 최적의 운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운동 여러 가지 해봤지만,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습니다. 접근하기 좋고, 이용료 저렴하고, 잔디 밟으면서 많이 걷고요.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어요? 고작해야 산책하는 건데, 산책은 지루해서 오래 못 해요. 근데 파크골프는 3시간이고 4시간이고 하죠!” 옆에서 듣고 있던 회원 B씨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장점이 정말 많아요.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아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게 삶의 활력이 돼요.”
파크골프가 사랑받는 주요 요인 중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종주국 일본의 파크골프협회는 파크골프가 퍼진 요인에 대해 “경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을 들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일반 골프장은 1번 홀에서 티업하면 다른 팀을 만날 수 없지만 파크골프는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교류가 이뤄지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랑클럽’은 회원 60여 명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 C씨의 말이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파크골프를 접하고 사람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자주 보니까 빨리 친해졌지요. 한번 어울리면 아침에 만나서 저녁까지 있다 가기도 합니다. 그게 너무 재밌어요.”
여기에 ‘한국판’ 파크골프만의 매력이 더해졌다. 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해온 것이다. 파크골프는 하프 9홀(파33) 1라운드 18홀(파66)로 진행된다. 파3 네 개, 파4 네 개, 파5 한 개로 기본 제원은 일본과 같다. 차이는 한 홀의 거리다. 위험 방지, 연령이나 남녀 차이에 의한 핸디캡 최소화 등을 위해 거리를 100m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일본과 국내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9홀까지 연장 길이가 500m지만, 국내는 790m까지 가능하다. 파5 홀의 경우 일본은 60~100m, 국내는 100~150m다. 현재 국내는 대개 최장 거리인 150m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경호 대한파크골프협회 사무처장은 “국내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한 요소”로 이를 지목한다. “일본은 ‘놀이’이고 우리는 ‘생활 스포츠’, 나아가 ‘경기’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80대 이상이 파크골퍼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우린 연장 길이가 기니까 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됐습니다.”이 사무처장은 배우기 쉬운 점도 파크골프 인구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파크골프는 6개월 정도 열심히 하면 3년, 5년 배운 사람과 대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이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스포츠는 10년 이상 해야 우승할 수 있어요. 1~2년 바짝 해서는 대회 정상을 꿈꾸기 어렵지요. 그런데 파크골프는 노력 여하에 따라 6개월~1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지는 운동입니다. 전국 투어를 다니는 분들도 그 수가 상당합니다.”
파크골프는 ‘경기’로 자리 잡고 있다. 대회 규모로 확인된다. 국내 대회 상금이 3000만 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경제 효과는 현장에서 먼저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산천어축제를 연이어 취소했던 강원도 화천군은 파크골프 대회를 유치해 특수를 누렸다. 약 한 달간 이어진 대회에 1500여 명의 선수단과 가족이 방문해 지역 음식점, 숙박업소는 물론 편의점과 카페까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경제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말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파크골프장에도 라이가 있어요?’입니다.(웃음) 당연히 있지요. 다 다르고 각각의 특색이 있습니다. 대회 당일 처음 가서는 성적을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습하러 현장에 일주일 전이나 열흘 전에 가서 현지에 체류하며 꽤 많은 비용을 씁니다. 1억 원을 투자해서 대회를 치른다고 하면, 그 열 배 이상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대회에 나가는 선수만 해도 500~600명입니다. 그 지역에 머물면서 쓰는 돈은 엄청납니다. 지자체에서 계속 유치 신청이 들어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파크골퍼들에게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클럽’ 회원들은 스포츠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고는 못 삽니다. 대회 나가는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해요. 진짜 장난 아니에요!(웃음)”
현장은 단기적 경제 효과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파크골프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07년에 이미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장수 국가군으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고령자의 진료비, 의료비는 당면한 문제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475만 9000원, 1인당 본인 부담 의료비는 110만 6000원에 달한다. 전체 인구 대비 각각 2.8배, 2.7배 수준이다. 반면 생활체육 참여자의 1인당 연관 의료비는 비참여자 대비 절반가량에 그친다. 생활체육 참여만으로 의료 비용 감소에 직접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장은 파크골프가 현재 최일선에 있는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랑클럽’ 회원 A씨의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노인들이 집에만 있으면 자식이고 며느리고 손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리도 다 압니다. 근데 파크골프장에 나오면 운동하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끼리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때론 반주하기도 하고, 내내 놀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는 피곤해서 바로 잡니다.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 아프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할까 봐요.(웃음) 또 실제로도 아프면 못 합니다. 그러니까 파크골프를 하기 위해서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요. 본인 건강하지, 가정의 평화 가져오지, 종국에는 사회적 비용 안 들지. 파크골프는 삼박자를 다 갖춘 운동이라니까요!”
“입주까지 5년은 기다려야 한대요.”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서는 롯데건설의 실버타운 ‘VL 르웨스트’가 최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최고 경쟁률 205대 1을 기록했다. 배우 노주현 등 유명 인사도 관심을 보였다. ‘VL 르웨스트’처럼 도심형 고급 실버타운은 평균적으로 2년에서 5년은 기다려야만 입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실버타운(시니어타운) 열풍이 불고 있다.
실버타운 왜 수요 증가했나
실버타운이란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이 집단적 또는 단독적으로 거주가 가능하도록 노인들에게 필요한 주거 및 휴양·여가시설, 노인용 병원, 커뮤니티센터 등 서비스 기능을 갖춘 노인주거단지를 말한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고령친화주택에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실버타운은 입주 보증금을 내고 달마다 이용료를 내는 임대형과 분양형으로 나뉜다. 분양형은 부동산 사기로 이어진 경우가 생기면서 2015년부터 신규분양은 금지됐다. 입지에 따라서는 1세대 전원형, 2세대 도심형, 3세대 도심 근교형으로 나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8명은 노인 단독가구다. 이 중 부부가구는 58.4%, 독거가구는 19.8%에 해당한다. 자녀와 같이 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건강·경제적 안정, 개인생활 향유 때문’이라고 62%가 응답했다. 과거와 달리 자녀의 부양을 받지 않아도 된 그들이 거주할 공간을 찾다 보니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실버타운에서 살게 되면, 지금처럼 혹은 더 이상으로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노인의 수요와 다르게 전국의 실버타운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 기준 전국의 실버타운은 38개소였다. 현재 국내 만 60세 이상 인구는 약 12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그런데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세대는 전국 기준 1만 세대에 불과하다. 즉, 수용력이 0.1%도 안 되는 상황인데, 실버타운에 입주를 원하는 사람은 늘어나니 평균 2년~5년의 대기 시간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실버타운에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실버타운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식사’를 꼽는다. 나이가 들수록 균형 잡힌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에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실버타운에는 건강관리를 위한 물리치료실과 부속 의료기관, 운동시설 등이 있다. 서예실, 도예실, 노래 연습실 등 취미·여가 시설도 있으며, 대부분의 실버타운은 목욕탕, 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실버타운의 입주 가능 연령은 만 60세 이상이다. 부부가 입주를 원한다면 부부 중 한 명만 60세 이상이어도 입주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실버타운은 생활비를 100% 본인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시니어를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싸지는 실버타운, 소외당하는 중산층
그렇다면 실버타운에 입주하고 싶다면 얼마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할까. 가장 먼저 입주 시 목돈이 필요하다. 임대형 실버타운이라면 입주 보증금이 필요하고 자가 소유형 실버타운은 주택 구입 비용이 든다. 매달 내는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식비다. 실버타운마다 의무식 제도가 있다. 식사를 하든, 하지 않든 일정한 식비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월 생활비에는 식비와 함께 공동시설 유지 및 관리 비용과 직원 인건비, 화재보험료 등이 들고, 주 1~2회 청소 비용도 포함된다. 그 외에 전유부분에 대한 공과금과 개인별로 사용하는 비용은 추가로 내야 한다. 상하수도 요금, 전기요금, 급탕비, 인터넷 사용료, 케이블 TV 시청료, 전화 요금 등이 해당한다.
즉, 실버타운에서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보증금과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확한 비용은 실버타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울 소재 실버타운은 부부 기준으로 봤을 때, 보증금 4억~6억 원에 생활비 300만~400만 원 정도가 든다. 경기권이나 지방은 월 생활비가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지방의 경우 생활비가 100만 원 대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입주 대기까지 타면서 인기를 끄는 고급 실버타운의 비용은 ‘억’ 소리가 난다. 고급 실버타운 중 베스트로 꼽히는 곳은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더 클래식 500’이다.보통 1인과 부부 기준이 다른데, 이곳은 1인 부부 모두 보증금이 9억 원이다. 여기에 약 500만 원의 월 생활비가 든다. 또한 ‘VL 르웨스트’는 보증금 7억 5000만 원, ‘삼성 노블카운티’는 보증금 3억 2000만 원에 해당한다.(1인 기준)
더욱이 올해 실버타운 사업은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약 7000세대가 입주 될 예정이다. 앞서 말한대로 ‘VL 르웨스트’가 분양되고,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는 4차 입주자를 모집한다. 또한 대형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그룹의 계열사 엠디엠플러스도 실버타운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짓고 있으며, 연내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고급 대형 실버타운이 연이어 조성되는 것에 따라 ‘중산층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에서는 실버타운에는 경제적인 지원을 안 하지만,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노인복지주택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산층 소외 지적을 의식한 듯, 정부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실버타운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2027년까지 매년 1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것. 특히 서울시는 서울형 실버타운 ‘골드빌리지’를 만들 계획이다.
최근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의 유무가 아파트 선택 기준 중 하나로 주목받는 가운데 조성 단계부터 키즈카페, 시니어클럽하우스, 골프연습장 등을 마련하고 입주자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계획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실시한 주거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래의 주거가치 중 쾌적성, 커뮤니티, 편리성의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건설사들도 해당 수요에 발맞춰 움직이는 분위기다. 호반건설이 인천 연희공원 내에 공급하는 ‘호반써밋 파크에디션’은 공원 안에 단지가 위치해 조망은 물론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피트니스클럽, GX룸, 실내골프장 등 체육시설을 비롯해 1인 독서실, 작은도서관, 주민회의실, 키즈클럽,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마련된다.
동문건설이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일원에 분양 중인 ‘원주 동문 디 이스트’는 단지 내 커뮤니티에서 2년간 다양한 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향후 유치될 ‘째깍악어 키즈센터’는 실내 놀이터와 다양한 놀이·학습 프로그램이 제공한다. 찾아가는 운동 서비스 ‘후케어스’는 입주민 대상 키즈 프로그램과 시니어 프로그램으로 나뉘며, 연간 4회씩 총 8회 진행한다. 운영 예상 프로그램으로는 유아 성장 발레, 키즈 성장 발레, 시니어 라인댄스, 시니어 메디 발레 스트레칭 등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운영계획은 추후 입주민들이 자유롭게 협의해 변경 진행할 수 있다.
제주시 신제주 생활권 총 425세대 규모로 조성되는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는 단지 내부에 어린이집, 키즈&맘카페, 피트니스, 스크린골프, 실내골프연습장, 시니어클럽하우스 등 1991㎡ 규모의 대규모 멀티 커뮤니티 센터가 조성돼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7월 1주(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아파트 가격은 0.00%으로 보합을 유지했다. 수도권(0.04%→0.04%)은 상승 폭 유지, 서울(0.04%→0.03%)은 상승 폭 축소, 지방(-0.03%→-0.04%)은 하락 폭이 확대됐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새뮤얼 울먼) 나이로 따지는 청춘은 한시적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청춘은 영원할 수 있다. 소나무처럼 언제나 푸르름을 간직한 중장년의 인생 3막을 돕는 사회적 기업 ‘에버영코리아’가 탄생한 지 어언 10년. 그 사이 60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푸릇한 10대의 마음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정은성 대표를 만났다.
2013년 송파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 ‘송파 인터넷 콘텐츠 사업단’이 토대가 된 에버영코리아. 당시 고령화 현상을 주시해온 정은성 대표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인식되던 노년층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발견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더 생산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존재로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로 에버영코리아를 설립한 것. 특히 기존 노인층 대상의 공공 일자리에서 벗어나 IT를 주요 업무로 내세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노인들이 IT 업무를 한다는 건 획기적이었어요. 주된 업무는 ‘네이버 지도’ 거리뷰(촬영한 거리의 실제 모습을 360도 회전하는 사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에 나오는 인물이나 자동차 번호판 등을 블러링(개인정보 등을 가리기 위해 사진을 흐릿하게 보정하는 작업)하는 거였죠.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당시 시니어 직원 30명 중 스마트폰 보유자가 딱 한 분이었거든요. 그만큼 당사자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생소한 일이었죠. 그러나 저는 확신이 있었고 자신이 있었어요. 다행히 예상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됐고, 저희를 롤모델로 한 다양한 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긍심을 느껴요.”
AI 시대,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기
시니어만 고용해서 일이 되겠느냐, 얼마나 가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10년 차 기업에 접어든 걸 보면 기우였을 테다. 그만큼 기업의 10년은 여러 가지를 증명해내는 의미 있는 숫자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정 대표다.
“10년 업력을 사람 나이에 비유하면 30~40대 정도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아직도 10대 같다는 마음이 들어요. 사춘기처럼 아직 불안한 부분도 있고, 때론 무모하기도 하고 그래요. 또 변화 속도가 빠른 IT 분야를 하다 보니 안정됐다가도 또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를 겪곤 하죠. 최근에는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많은 직업군이 위기를 맞았잖아요. 저희도 기존에 하던 블러링 작업을 AI가 대체하면서 관련 업무가 꽤 줄었습니다.”
정 대표는 ‘무모함’이라 표현했지만, 그 말에는 10년 전 에버영코리아를 선보였을 때와 같은 열정과 의욕이 내포된 듯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진행하던 사업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역으로 그는 다시 성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신사업들은 대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준비 중입니다. 어쩌면 시니어들이 AI와 관련된 일을 선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나간다면 오히려 청년층보다 경쟁력과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거죠.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텐데, 저희에겐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해요.”
에버영코리아의 모토 중 하나는 ‘배우는 것을 그만두면 노인이 되고, 계속 배우면 젊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그는 시니어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매주 관련 정보들을 모은 웹진 형태의 ‘비타민E’도 공유한다. 이렇게 익힌 기술과 내용을 점검하는 차원의 시험도 수시로 치르며 정성평가에 반영한다. 회사의 방침에 불만을 표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는 현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라 강조한다.
“각자 일도 바쁘고 자주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버거울 수 있겠죠. 한편으론 부담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시도를 하기도 해요. AI 같은 기술은 이제 좋든 싫든 가져가야 하는 큰 흐름이니까요. 에버영코리아 직원들은 오래 일하기를 희망하세요. 실제로 초창기 직원의 52%가 아직도 계시니까요. 그런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귀찮고 힘들겠지만 이 정도 부담이라도 있어야 트렌드를 읽고 익히려 노력하시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쓰는 방법이에요. 물론 스스로 변화하려는 분도 많아요. 결국 그런 태도가 뭔가를 바꿀 수 있고,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는 길이라고 봐요.”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
정 대표는 10년간 에버영코리아를 이끌며 ‘평생 현역으로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함께하는 직원들 또한 같은 목표와 꿈을 갖길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두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외로움은 커지고 자존감은 낮아진다는 건데요. 이걸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저희 직원들에게 ‘일하면서 뭐가 좋은가’ 여쭤봤는데, 한 분이 ‘가족이 생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옆에서 ‘가족보다 낫지!’라고 하시더군요.(웃음) 또 어떤 여직원분은 월급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나 뿌듯하셨대요. 그동안은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만 생활했는데, 처음 자신이 번 돈으로 무언가를 해봤다는 거죠. 한편으론 늙으면 배우자보다 자식에게 기대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했다는 자부심도 크게 느끼시더라고요. 노후에 일자리는 단순히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셈이죠. 그런 내면적인 자원이 채워지니까요.”
그는 직원들에게 CEO 칼럼을 통해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한 적이 있다. 사가(社歌)에 ‘몸은 시니어 마음은 청춘’이라는 가사가 있을 만큼 평소 마음의 힘을 믿으며, 누구나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정 대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때때로 체력이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기도 한다. 때문에 내면의 건강뿐만 아니라 외적인 건강도 뒷받침돼야 평생 현역, 자립하는 노년을 살 수 있다. 그는 작은 습관들을 통해 직원들의 건강도 살피고 있다.
“매년 직원들에게 수첩을 만들어주는데요. 앞부분에는 분기별 컨디션을 진단하는 ‘백세건강체크’와 하루하루 건강한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몸 마음 관리표’가 있어요. 여기에는 식습관, 운동 습관, 마음 습관 3가지 항목이 있는데, 이걸 매일 기록해보는 거죠. 단순히 O, X 정도로 체크만 하면 돼요. 강압적인 건 아니지만, 해마다 관리를 잘하신 직원들에겐 포상도 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근력이 참 중요한데, 운동을 하려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잖아요. 막상 계획했다가 잘 지키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상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요. 아무리 소소한 거라도 그걸 해냈을 때 성취감도 따라오고요.”
정 대표가 말하는 소소한 습관은 가령 이런 것들이다. 근력 유지를 위해 면도하는 동안 무릎 살짝 굽히기, 15분 거리의 식당에서 점심 먹기(오고 가며 30분은 걸을 수 있다고), 출근해 회사 문을 열며 마음속으로 1초간 ‘행복’이라 외치기. 어렵고 힘든 일은 못 하는 이유를 찾기 일쑤지만, 이러한 작은 습관은 핑곗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지키기도 수월하단다.
“저는 17년 전부터 이런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위해서인데, 이는 곧 평생 현역이 되기 위함이죠. 그런데 막상 오랜 세월 중장년과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건강하니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니까 건강해진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노후는 일자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가장 좋은 기업을 위한 최선의 방법
정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중장년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에버영코리아만의 복지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타 회사라면 ‘자녀 출산 축하금’이 책정되지만, 이곳에서는 ‘손주 출산 축하금’이 나온다. 부모가 아닌 ‘본인 환갑, 고희 축하금’이 있고, ‘형제상(喪) 조의금’이 있다. 황혼육아의 짐을 지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은 없지만, 해외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도록 장기휴가는 제공한다. 정년은 따로 없지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주기 위해 형식적으로나마 ‘100세 정년’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저곳에 입사해볼까’라고 관심을 보이는 중장년도 있을 터. 그러나 일반적인 중장년 채용과 비교해 에버영코리아의 입사 과정은 꽤 까다로운 편이다. 이 역시 정 대표만의 뜻이 담겨 있었다.
“보통 경력이 많은 중장년을 채용할 때는 서류를 점검하는 차원의 가벼운 면접을 보곤 하죠. 저희 채용 프로세스는 서류, 필기, 실기, 면접으로 크게 4단계를 거쳐야 해요. 뭘 이렇게까지 하느냐고도 하는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입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또 가급적 서류 과정에서 많은 인원을 통과시키려 해요. 전에 면접장에서 한 분이 9년째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면접은 처음 왔다며, 되든 안 되든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해서 뿌듯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 최대한 기회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론 IT 업무를 해야 하기에 디지털 문해력이나 실무 능력은 필수다. 그가 재차 강조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시하는 인재상이란다. 아울러 사회와 환경을 위한 마음과 실천력까지 겸비했다면 플러스알파(+α)가 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비전과도 일맥한 부분이다.
“제가 내세운 비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회적 기업’입니다. 기업에게 ‘가장 좋다’는 건 최대(Biggest), 최고(Greatest) 같은 걸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베스트(Best)를 생각했어요. 이건 영어에서 굿(Good)의 최상급 표현인데요. 여기엔 ‘착하다’는 뜻이 포함되죠. 그러니까 ‘가장 선한 기업’을 꿈꾸는 거예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돈을 벌어야 해요. 그래야 사업이 유지되니까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오래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선한 기업은 결국 그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쓸 것이냐, 즉 누가 혜택을 볼 것이냐를 따지는 거죠. 우리 직원들은 함께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고 그 뜻에 동참하고 있어요. 그런 선한 직원들이 평생 현역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돕는 일, 그게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최선(最善)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은 노년 건강을 유지하는 수단 중 하나로 중요하다. 최근 운동 중에서 포켓볼이 노년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있다. 포켓볼은 여럿이서 즐길 수도 있고, 건강뿐만 아니라 성취감도 얻을 수 있어서다. 고양시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은 해당 흐름에 맞춰 포켓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켓볼은 테이블의 6개 구멍(포켓) 안에 공을 넣는 스포츠로 당구 종목 안에 포함된다. 대한당구연맹에서 소개에 따르면, 당구에는 크게 세 가지 종목이 있다. 그중 Pool(풀)이라고 부르는 것이 포켓볼이다. 포켓볼은 8볼, 9볼, 10볼 경기로 구성된다. 8볼 경기는 15개의 숫자가 적힌 목적구와 수구를 가지고 하는 게임이다. 큐대를 사용해서 7개의 자기 그룹의 공을 모두 넣고 마지막 8번 공을 넣어야 승리한다. 9볼, 10볼 경기는 각 명칭 숫자에 맞는 목적구와 1개의 수구를 가지고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포켓볼은 각각 지정된 포켓 안에 넣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그러한 만큼 포켓볼은 집중과 계산의 기술이 중요하다.
인기가 많아서 예약을 기다려야 한다는 덕양종합노인복지관의 포켓볼 수업은 6개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노인은 한 당구대당 4인 1조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에 참여한다. 포켓볼 수업은 기초‧활용 반으로 각각 개설되어 있어서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처음 기초반에 들어가면 강사는 줄무늬 공과 색 공이 무엇인지부터 기본적인 자세와 일반적인 규칙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활용 반 노인들은 평균적으로 포켓볼을 1년 이상 해왔다. 활용 반에 들어가면 기술적인 부분을 더 다루거나 게임을 하면서 상황에 따른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신채원 덕양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노인은 포켓볼 수업을 통해서 경기 기술을 습득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포켓볼을 처음 배운 어르신들도 수업하면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기도 한단다. 취미로 즐기는 여가의 목적을 넘어서서 삶의 목표가 뚜렷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포켓볼로 대회에 출전까지 한 사례도 있다. 과거 이곳에서 수업받은 이숙자 씨는 고양시장배 어르신당구대회에서 우승했다. 2022년에는 포켓볼 수업을 받은 회원들이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 뉴8볼 75세 이상 부문 금상을 탔다.
신 사회복지사는 “회원들은 노인복지관의 시설을 이용하거나 근처 당구장에서 연습하신다고 알고 있다. 복지관에서 공적인 모임을 만들지 않아도 다들 마음이 잘 맞으니까, 동호회로도 이어진다. 친구를 사귀면서 웃음이 많아지고 몸이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 사회복지사로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포켓볼 수업의 사례에서 보듯, 체육활동이 주는 영향은 적지 않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67.2%가 꾸준한 체육활동으로 신체적 건강을 유지했다. 참고로 전 연령 중에서 가장 높은 효과를 봤다. 체육활동이 정신 건강 유지에 효과가 있냐는 질문에는 50대 기준으로 60.4%가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그 이상의 나이는 적어도 57%가 넘게 효과를 보았다.
대부분의 노인종합복지관에는 운동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수업을 신청하고 싶다면 홈페이지 내에서 프로그램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수강 신청과 수강료를 내는 방법은 기관마다 다르기에,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 안내를 확인하거나 전화하면 된다.
푸근한 분위기를 풍기던 88kg의 과거를 벗어던지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았다. 닭가슴살과 고구마, 채소를 먹으며 ‘빡센’ 운동으로 근육을 잔뜩 키운 젊은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50세가 넘어 시작한 운동은 10년이 넘도록 계속됐고, ‘나이 든 몸’에 대해 더 잘 알 수밖에 없게 됐다. 강철진 할아버지는 시니어에게 집중된 콘텐츠로 유튜브의 느슨한 분위기를 뒤집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건강전도사 강철진입니다!”
유튜브 채널 ‘강철헬스전략’을 운영하는 강철진 씨다. 귓가를 기분 좋게 울리는 중후한 목소리와 시원한 미소, 옹골찬 근육은 가히 젊은이들도 부러워할 만하다. 항상 착용하는 모자에는 FBI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환상적인 보디 정보(Fantastic Body Information)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시니어들을 위한 기초 운동 상식, 집·공원·헬스장 등 장소에 따른 운동 방법, 보디빌딩 대회 전 일상 등 폭넓은 콘텐츠를 전한다. 시니어들은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우기보다 어깨너머로 따라 하거나, 잘못된 운동으로 부상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전달에 중점을 뒀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슴, 복근, 등, 팔, 어깨, 다리 등 신체 부위가 표시된 조끼를 입기도 한다.
과거 그는 40인치의 넉넉한 허리를 가진 수학 교사였다.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당했다. 그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책상과 교탁 사이 간격을 좁혀놓은 것이다. 그로부터 매일 퇴근 후 혼자 학교 운동장을 뛰었다. 보디빌딩 대회에도 출전했고, 2014년 서울시장배 마스터즈(50~59세)급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은퇴 후 63세가 되던 해에는 생활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평소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에 취업도 하게 됐어요. 제 첫 고객은 중년 여성분이었는데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지인들을 모두 데리고 오시더라고요. 입소문 덕에 바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지만 완벽히 원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표를 내고 ‘내가 알고 있는 건강 지식을 무료로, 많은 사람에게 전할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LG U+ 공동후원의 50+유튜버스쿨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개설, 편집 기술 등 다양한 수업을 들었고, 열심히 한 덕에 수석 졸업을 하게 됐어요. 소외되는 사람 없이, 많은 이들이 올바르게 운동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강 씨에게 ‘운동’은 12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본 발판이다. 끊임없는 도전 중 하나이자,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기 위한 도구라는 의미다. 그는 50세를 기점으로 몸을 재건축하기를 권한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기나긴 인생의 여정을 즐겁게 보낼 수 없어서다. 탄탄하게 깔아놓은 기초 체력으로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도전하고 배웠다. 트로트 대회에 나가거나 진로상담사, 분노조절상담 지도사, 스피치 지도사, 캘리그래피 지도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다. 퇴직하면 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퇴직 전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다. 최근에는 ‘한글 필기체’ 특허 출원도 했다.
“늦은 때란 없으며,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날입니다. 무엇을 시작해볼지 고민하고,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홍익인간의 이념을 따라 소외된 계층을 위해 운동 방법과 한글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말이죠. 늙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을 일궈낸 세대 아닌가요. 자부심을 느끼고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의 일부를 옮겨 싣는다. 두 번째 주제는 모자다.
1 ‘노랑 아디다스 모자 아버님’.
2 ‘목토시 아버님’. 독특한 모자 덕분에 첫인상은 훈장님이었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이 낙원상가 앞 길거리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동의를 구하고 가까이서 사진을 촬영했는데, 모자의 정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모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모자가 아니라 목토시였던 것. 어쩌면 패션은 일상 속 작은 시도로부터 시작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3 ‘아디다스 할아버지’. 아디다스 브랜드 로고가 박힌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가방까지 맞춰 든 모습이다. 게다가 요즘 1020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운동화인 나이키 에어포스까지. 그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왜 이 옷을 골라 입었는지는 구태여 여쭙지 않았다. 멋진 취향을 내가 직접 촬영해 남겼다는 점이 중요하니까.
4 ‘밀리터리 벙거지 아버님’.
5 ‘히피 아버님’. 그의 옷차림은 1960~70년대에 평화와 사랑을 외치고 반전(反戰)을 요구했던 히피(Hippie)를 연상시킨다. 긴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와 꽃무늬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거나 불을 피우며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 이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이라면 지금도 자유분방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지 않을까? 히피 아버님은 막연한 상상 속 인물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 같았다. 그의 모습에 매료된 나는 용기를 내 촬영에 대한 동의를 구했고, 시대의 흔적을 패션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반려동물이 고령자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고 간병비까지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어 하는 일본 고령자의 비율은 매년 줄고 있다. 끝까지 돌보지 못하고 남겨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고령자와 반려동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령자의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함이다. 일본 시니어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연구 조사를 들여다봤다.
반려동물 있어 좋지만 ‘돌봄 고민’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좋은 점으로 “부부 사이 대화의 중심이 된다”, “지병이 있지만 열심히 살도록 바뀐다” 등을 꼽았다. 반려동물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가족 간 대화가 이어지며,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게 되는 등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함으로써 간병 비용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고령자의 간병 비용이 키우지 않는 고령자에 비해 절반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반려동물이 질병 예방 효과와 간병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역할 부여, 규칙적이고 활발한 생활 유지 등이 간병 비용을 줄이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따른 고민도 있다. 주로 자신의 노화로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보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과 반려동물이 노화함에 따라 필요한 돌봄을 주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반려동물이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했다.
또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의 상실감을 우려하기도 한다. 펫푸드협회의 ‘2022년 전국견묘사육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이 그 이유로 꼽은 것 중 △여행·장기외출이 어려워서 △이별이 괴로워서 △돈이 들어서 △공동주택에 살기 때문에 반려동물 금지라서 △죽으면 가엾어서 등이 1~5순위를 차지했다.
고령자의 반려동물 사육 의향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동물병원 비교 사이트, 반려동물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요양시설, 반려동물 신탁 서비스, 묘 서비스, 공양(供養) 서비스, 반려동물 호텔 서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펫 돌봄 서비스, 펫로봇 관심 높아져
동물과의 접촉이 인지 기능과 운동기능 유지 및 개선에 도움이 되고, 정서 안정으로 이어지며, 재활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지자체ㆍ시설 등의 기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쿠오카현 고가시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지원이 필요한 노인의 집을 방문해 도움을 주는 케어매니저 정책을 마련했다. ‘혼자 사는 노인이 갑자기 사망해 반려동물만 남았다’거나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입원할 수 없다’는 독거노인의 상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르던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하거나, 시설에서 기르는 동물과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요양시설도 늘고 있다. 노인홈 검색 사이트 ‘모두의 개호’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노인홈은 2022년 8월 기준 전국에 409개로, 전년 대비 146개가 늘었다.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24개가 증가한 것에 비해 2년 새 많이 늘어난 셈. 요양시설에 전문 펫시터가 상주해 돌봄을 제공하고, 반려동물 전용 활동 공간도 있다. 반려동물 냄새를 없애는 탈취 효과가 있는 커튼이나 산책 가방을 사용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나아가 반려동물의 죽음까지 책임지는 시설도 있다고.
한편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경제적·심리적 문제를 걱정하는 시니어들은 펫로봇에 관심을 보였다. 우메즈 유키에 하루메쿠 시니어 생활방식 연구소 소장은 “비사육자의 펫로봇 이용 의향 비율이 31.2%라는 결코 적지 않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면서 “펫로봇이 정서적 생활을 돕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반려동물을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의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고 하루메쿠(ハルメク) ‘시니어 여성의 애완동물 사육에 관한 의식과 실태조사’, 리서치 회사 크로스마케팅 ‘반려동물에 관한 조사’(2022년), 펫푸드협회 ‘2022년 전국견묘사육실태조사’, 취미인클럽×하쿠호도 2022 ‘반려동물과 생활의 질 조사’
바야흐로 인플루언서 시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통찰력을 나누며 인생2막 스타를 꿈꾸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3인 소개한다.
유튜브 ‘내편TV’ 임플란트 타이거(1969년생)
국회 공무원 출신 ‘임플란트 타이거’ 김상호 씨는 ‘내편TV’를 통해 정부 제도나 복지 정책 등의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한다. 최근 새로운 정보 제공 채널 ‘어그래TV’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강철헬스전략’ 강철진(1953년생)
수학교사 출신 강철진 씨는 ‘강철헬스전략’을 통해 시니어를 위한 운동 정보와 방법을 일러준다. 자칭 건강전도사로, 63세에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유튜브 ‘꽃중년’ 허은순(1967년생)
아들의 권유로 패션 유튜브를 시작한 허은순 씨. 이제는 그의 콘텐츠를 기다리는 팬들도 생겼다. 삶의 기록처럼 유튜브를 하며 ‘나이 들수록 푸르게 살자’는 일종의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