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세상 편해 보이는 사람 또 없다. 웃는 인상은 기본이다. 모두를 향한 감사가 담긴 듯 등을 굽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인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몸짓, 평생 몸에 밴 버릇 같다. 누군가 말을 건네면 온화하게 웃고, 나직하게 말한다. 속 깊게 생각한 뒤 유쾌한 해답을 찾아주는 사람, 한정수 동년기자를 만났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명품 패널!
한정수 동년기자는 최근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네이버 채널 시니어 패널로 등장했다. 1기부터 쭉 동년기자로 다방면에 참여해왔는데 이번에는 영상 출연에 과감히 도전한 것이다. 전자 체온계 사용후기에서부터 신세대 음료 마시기, 다림질 사용기를 통해 적절한 입담과 친근한 표정으로 프로그램 중심을 잡았다. 촬영을 진행했던 후배 기자도 한정수 동년기자의 준비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촬영하는 거 재미있었어요. 저는 뭐든 시작하기 전에 봐야 할 자료가 있으면 꼭 여러 번 챙겨보고 숙지합니다. 따로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 다리미 촬영 전에는 아내에게 다림질 방법을 물어도 봤습니다. 뭔가 하나 발견했을 때의 희열, 저는 그런 준비단계가 좋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 나서서 강연을 하는 직업이 촬영 현장에서 제대로 먹혔다. 적당한 타이밍에 호응하고 질문하는 것이 베테랑 방송인만큼이나 능수능란했다. 나서지 않으면서도 옆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실력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나를 가만히 보니까 리더는 절대 아니고 뒤에서 누군가를 보듬어주는 역할이 더 맞더라고요. 어디를 가나 리더들은 많이 흘리고 다녀요. 리더가 놓치는 것을 주워 담는 역할, 목적 달성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거나 낙오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힘을 줘서 몰고 가는 역할이 저에게 맞습니다. 그래서 제 별명이 양치기견인 ‘보더콜리’입니다.”
봉사와 우연이 천명이 되다
올해 일흔두 살의 전문 강사 4년 차인 한정수 동년기자. 변화관리와 인간관계에 관한 주제로 주로 강연한다. 강연장에서 한정수 동년기자의 인기는 정말 남부럽지 않다. 강의가 끝나면 박수뿐만 아니라 사진 찍자고 다가오는 이들에, 명함을 요구하는 이도 많다.
“그런데 처음부터 전문 강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사료 사업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이후 ‘뭘 하면서 살까’를 고민했습니다.”
은퇴자로서의 고민은 봉사활동을 하도록 이끌었고 스피치 학원으로까지 인도했다. 공부를 썩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기에 대중 앞에 서서 방향을 제시하는 선생으로서의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정년퇴직과 함께 ‘경로자 우대카드’를 받아들고 나니 뭘 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앞으로의 진로를 생각하면서 뭘 배우고 싶어 합니다. 이런 고민으로 대한노인회에 전화를 걸었더니 집에서 가까운 경로당에 가서 봉사를 하라더군요.”
처음에는 성의 없는 답변에 할 말을 잃었다. 화를 누르고 생각해 얻은 결론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모르면 어린애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대한노인회의 조언대로 경로당에 가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봉사하러 가니까 경로당 총무가 ‘할 짓이 없어서 젊은 놈이 경로당에 나오냐’고 언성을 높이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생각한 바가 있어서 경로당에 나간 거잖아요. 한 달 근무를 해보니 너무 열악하더라고요. 정부에서 한 달에 36만 원씩 10개월을 줘요. 그 돈으로 전기요금, 난방비 등을 다 해결해야 하니까요.”
경로당에는 58명의 어른이 계셨다. 이런저런 비용을 따져보니 매일 한 사람당 200원을 지원받는 셈이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그 길로 경로당 근처의 절, 성당, 교회, 기업체를 찾아다녔어요. 한 달에 한끼 식사비만 기부해 달라고 했더니 어르신 인원이 너무 많아서 힘들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줄 수 있는 일정 금액을 통장에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3만 원, 5만 원 조금씩 통장에 쌓이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나들이도 다녔다. 멀리 갈 일이 생기면 간호사도 동행했다.
“다행히 다니면서 사고 한 번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소문이 났어요. 다른 경로당에서도 봉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어요. 그런데 문제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결국은 돈 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걸 많은 사람 앞에서 하려니 말이 잘 안 나오는 거예요. 정식으로 한국언어문화원에 들어가서 스피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6개월 과정 동안 정말 열심히 배웠다. 발성 연습을 할 때는 30분 동안 페트병에 담긴 물을 두 병이나 마셔댔다. 6개월 하고 났더니 물 한 모금 안 마시고도 목소리가 자유자재로 나왔다.
“첫 강의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했습니다. 스물아홉 명 앞에서 강의했는데 28장 되는 자료를 정말 달달 외워 갔습니다. 첫 번째 강의에서 만족도 조사가 아주 높게 나왔습니다. 만점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일을 한다니까 고교 동창들은 희한하게 보더라고요. 어렸을 때 제가 싸움질은 좀 했는데 공부는 못했거든요.(웃음) 처음부터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4년째 하고 있고 지금은 한국언어문화원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이 아닌 강사들을 위한 ‘파워 스피치’ 수업을 진행한다고. 주어진 시간 안에 대중이 알아듣고 또 새길 수 있는 이야기를 펼치는 방법을 전수 중이다.
“리더 성향은 아니지만 내 것이라고 강하게 느끼는 것이 생기면 끝까지 남아서 결국은 뭔가 하더라고요. 강의를 4년째 하다 보니 어디서 강의 들은 누구라고 인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강의안 자료를 모아 공동저서로 2015년과 2017년 책을 냈다. 그리고 올해 단독으로 ‘우연은 천명이다’란 제목의 책을 준비 중이다.
“저는 공부 잘하던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이 경로당에 갔다가 말을 못해서 스피치를 배우고 눈에 띄어서 강사로 활동하고…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늦게나마 공부를 시작해 참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어요. 우연히 하나씩 주어진 것을 받아먹은 거죠. 그 결과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제가 태어난 소명은 아마 누구를 가르치고 도우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배우고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한정수 동년기자. 그런데 꼭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란다. 뭔가 알아야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다.
“사회적인 편견도 있고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인식 부족 탓에 약해지고 비굴해지고 스스로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장애인들이 꽤 있습니다. 그냥 놔두면 낙오되거나 자연 도태됩니다. 그들을 잘 추슬러 끝까지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앞으로의 인생은 이 방면에서 펼쳐보려고 해요.”
사랑하는 아내 이야기
인터뷰 중간중간 ‘아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우선 3년 전 아내의 친구들이 살고 있는 일산으로 집을 옮겼다고 했다.
“강남에 살 때 종종 아내의 친구들이 우리 집에 자주 찾아왔습니다. 아내랑 놀려고요. 그런데 어느 날 힘드니까 저희 부부더러 이사 오라고 하더군요. 아내 친구가 민낯에 슬리퍼 끌고 와서 냉장고 열어 집에서 먹을 거 먹고요. 아내도 외롭지 않고요.”
한정수 동년기자뿐 아니라 친구들까지 아내를 극진히 보살피는 듯했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아내가 근무력증을 앓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치매로 오래 편찮으셨어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9년 만에 아내에게도 병마가 찾아왔어요. 그때는 집에 가면 다 환자였습니다. 제가 뭘 했겠어요? 재롱부려야죠. 웃고 싱거운 소리 하면서 맨날 즐겁게 웃었어요. 어느 날 아내가 너무 아파 제가 어머니를 일주일 모셔봤어요. 도저히 못 모시겠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 그때 되게 울었어. 이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젊은 시절 만나 6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돈 열심히 벌어야 했던 시절에는 남편 뒷바라지, 어머니 아프실 때는 병수발. 이제는 자신이 몸이 아파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해보고 나이 들어버린 사랑하는 아내다. 연애 때 얘기 좀 들려 달라 하니 바로 어제 얘기를 꺼내는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진다. 조계사에서 흑석동으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바래다주다 통금에 걸린 일화, 일이 바빠 못 갈 뻔했던 신혼여행을 친구 때문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많은 것이 부족하던 시절 감내하면서 남편을 믿고 지지해준 멋진 여인이 한정수 동년기자의 아내였다.
“제가 지방으로 강의 다닐 때는 아내와 꼭 같이 다닌다고 했잖아요. 아내가 사실 멀미를 해서 버스를 못 타요. 그런데 남편이 운전하는 차는 참 잘 타요. 타자마자 양말 벗고 발도 올려놓고 등도 뒤로 하고 잠도 푹 잘 자고요. 비 오는 날 차 타는 걸 좋아하는데 차 안에서 비 내리는 걸 보는 모습이 꼭 가을날 코스모스를 감상하는 소녀처럼 예뻐요. 생각만 해도 좋아요. 요즘은 아내의 친구들 덕분에 마음이 편해요. 저녁때는 대신 제가 집에 일찍 들어가죠.”
어머니가 남기신 유산
“살아왔던 모든 게 다…. 제가 어디에 글을 써도 은퇴 전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아요. 너무 힘이 들어서요. 다음에 그 얘기로 책 하나 내려고요.(웃음)”
옛이야기 좀 들려 달라고 하니 눈빛이 흔들렸다. 긴 웃음이 깊은 한숨으로 느껴졌다. 1940년대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GDP 60달러 시대. 없어도 너무 없던 시절이었다고 운을 뗐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돌아가셨어요. 제가 다섯 남매의 장남인데 아버지 장례 다 지낼 때까지 눈물 한 방울 안 흘렸어요. 아버지가 굉장히 미웠어요. 갑자기 돌아가셨잖아요. 그때 딱 드는 생각이 ‘어떻게 하면 굶지 않나’였습니다. 가족들 굶기지 않으려고 안 해본 것이 없어요. 얼굴에 웃음기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가 자꾸 저더러 웃으래요. 싫어도 어머니 때문에 입이라도 웃었어요.”
얼굴을 찡그리면 어머니가 역정을 내셨다. 어머니 앞에서만이라도 웃어보려 노력했다.
“어머니가 슬퍼하는 게 싫었어요. 힘들어도 싫어도 짜증이 나도 무조건 웃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습관이 됐고 긍정적인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어머니는 한정수 동년기자에게 호 하나를 지어주셨다고 했다. 덕강(㥁姜)이었다.
“어머니가 너는 복이 오는 걸 원하지 말고 덕을 쌓고 살라며 지어주셨습니다. 그분 생각에는 제가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고 있고 또 그렇게 살아지고 있습니다.”
한정수 동년기자랑 마주하고 얘기하다 보니 집중해서 보게 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왼쪽 뺨의 주름이다. 팔자주름이 깊게 패이면 사나워 보인다지만 왼쪽 팔자주름의 의미는 남다르다. 기꺼이 웃을 때 코의 왼쪽 근육을, 인위적으로 웃을 때는 오른쪽 근육을 사용해 웃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 유심히 본다. 한정수 동년기자의 왼쪽 팔자주름은 길고 깊다. 오랜 세월 웃음을 잃지 않고 시대를 이겨내며 살아온 우리 세대 아버지의 얼굴이다. 문득 ‘미남 주름’이란 말이 생각났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 노력했던 한정수 동년기자. 그의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본지 에디터가 진행합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6위를 차지한 ‘가족(손주)들과 여행’에 대해 알아봤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여행박사
자녀들이 어렸을 때 방학과 휴가에 맞춰, 어쩌면 의무감(?)에 가족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에겐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훌륭한 부모의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었을 터. 어느덧 자녀가 장성하고 일상의 여유가 찾아들었을 때쯤 떠나는 가족여행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아들딸이 보내주는 효도 차원의 관광도 좋겠지만, 내가 직접 계획하고 실천하는 여행은 더욱 뜻깊다. 때로는 배우자와 단둘이, 또는 손주와 함께, 가능하다면 노부모를 모시고 가족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을 위해 여행박사(여행사)의 조언을 담아봤다.
시니어 가족여행 트렌드는?
시니어의 가족여행은 적게는 2~3명부터 많게는 10명이 넘는 대가족까지 인원이 다양하다. 엄마와 딸의 여행, 할머니와 손녀와의 여행, 시니어 부부 여행 등 단출하게 가기도 하고, 환갑 기념이나 형제 계모임 등 가족 구성원 간 화합을 다지기 위해 계획하는 경우도 많다. 한 가지 특징은 여행 인원이 적을 때는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의 선택 비율이 비슷하지만 인원이 많아질수록 패키지여행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이 저렴하고 많은 인원이 가이드 안내에 따라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편리성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사 겸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우리 가족만의 ‘소규모 맞춤 여행’과 해외 현지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렌터카를 직접 운전하는 ‘렌터카 자유여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행 초보 시니어에게 권하는 테마
중국 ‘장가계’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시니어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장엄한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라면 꼭 한 번 가보길 권한다. 걷기가 불편한 아이나 노인 동반이라도 문제없다. 대협곡에 설치한 유리다리와 바위산은 산악버스를, 십리화랑 협곡은 모노레일을 이용하고, 천문산 케이블카와 백룡산 투명 엘리베이터가 있어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다.
가족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면 태국 방콕이나 파타야를 선택해도 좋다. 어린 손주와 장성한 자녀, 시니어 부모가 가는 3대 여행은 취향이 달라 여행지에서 하고 싶은 것이 각기 다르다.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저렴한 태국은 가성비 좋은 넓고 깨끗한 호텔이 많아 조식과 부대시설을 이용하며 쾌적한 여행을 즐기기 좋다. 화려한 태국 사원, 시원한 파타야 바다에서의 액티비티, 피로를 풀어주는 타이마사지, 미각을 자극하는 요리 등 남녀노소 모두 만족하는 매력 포인트가 많은 여행지다.
여행 베테랑 시니어에게 권하는 테마
여행 베테랑 시니어는 일반인이 많이 가지 않는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경향이 크다. 특히 해외 경험이 풍부한 20~30대 자녀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유럽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같은 패키지 상품이라 하더라도 여러 나라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보다 ‘이탈리아 패키지’, ‘스페인 패키지’, ‘발칸 패키지’ 등 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즐길 것을 추천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와 함께라면?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보행이 불편한 노부모와 여행하는 시니어라면 여행박사 ‘휠링투어’를 고려해보자. 호텔 방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지, 관광지에서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교통수단은 있는지, 계단 없는 식당은 어느 곳인지 등 거동이 어려운 가족이 동반했을 때는 그만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점이 많다. 여행박사 ‘휠링투어’는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맞춤여행 상품으로 항공, 호텔, 휠체어 탑승 슬로프 차량 등 여행객의 필요에 따라 구성이 가능하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들 한다. 1990년대 후반 IMF를 악으로 깡으로 견뎌야 했던 부모 세대에게 묻는다면 ‘평범했노라’ 회상하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넥타이를 매던 손놀림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어느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살아야만 했던 수많은 아버지 중 변용도 동년기자도 있었다. 남들보다 이른 ‘용도폐기’ 인생을 딛고 잇따른 ‘용도변경’ 요구에도 능숙 능란 살아온 인생. 세월 역경을 딛고 여유로운 귀촌생활에 도시생활 잘 섞어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푸른 들판이 바라보이는 땅콩집에 산다
인터뷰가 있기 며칠 전, 변용도 동년기자와 점심식사를 하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사촌 부부와 마음이 맞아 경기도 고양시에 대지를 사들이고 건물을 지어 두 가구가 같이 사는 이른바 ‘땅콩하우스’에 산다고 했다. 텃밭을 일궈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채소를 따먹고 집 주위 논밭 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변용도 동년기자는 우렁이 알과 관련한 기사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온라인에 게재하며 귀촌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참새에게 모이도 가끔 준다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리는 귀촌생활이라니. 마침
8월호 커버스토리가 귀농·귀촌 이야기라 변용도 동년기자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햇빛 잘 드는 텃밭에서는 상추, 오이, 가지, 파 등이 잘 자라고 있었다. 집 안 마당에 깔아놓은 잔디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아내 이흥열 씨가 집에서 딴 부추로 만들었다며 부추전을 부쳐 내오신다.
“논에 가면 우렁이도 있고 오리도 봅니다. 가을이면 밤도 많이 떨어져요. 사실 이곳에는 안사람 때문에 왔습니다.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대신 아내가 제 매니저 역할을 종종 해줍니다. 지방 강의가 있을 때 운전을 해주기도 하고 주변 역까지 차로 바래다주고 마중도 나오고 말이죠.”
‘좌절할 시간에 뭐든 했다
멀리 내다보이는 들이며 밭이며 마음 참 편안하게 해주는 곳에 사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 아닐까? 현재 변용도 동년기자의 직업은 전문강사다. 여가 설계와 생애 재설계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 등을 또래 시니어에게 가르친다.
“정년퇴임 후 여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취미생활이라든지 봉사활동, 학습 이런 것들에 관해 강연합니다. 제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요. 다행히 강의를 듣는 분들이 잘 호응해주셔서 강의시간이 즐겁습니다.”
뿐만 아니다. SBS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 리포터로 시니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시니어 자격으로 노크할 수 있는 매체란 매체는 두루 섭렵했다. 글을 좋아하다 보니 저서도 출간했고 육십 넘어서부터는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연기에 관심이 생겨 연극무대에 설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투 운동을 ‘춘향전’에 접목한 창극 ‘어화둥둥 아.우.성’에서 변사또 역으로 출연합니다. 50플러스영등포센터에 있는 연극 소모임 작품인데 저는 회원은 아니고 이름이 특이해서 뽑혔대요. 이래봬도 제가 고등학교 때와 군 시절에 연극무대에 서본 경험이 있거든요. 7월 30일 공연이고 10월에도 서울시청에서 공연한다는군요.”
말 그대로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살고 있는 이가 바로 변용도 동년기자다. 하지만 은퇴는 그의 생각보다 빨랐다.
“마흔일곱 살에 회사 그만뒀거든요. 쌍용화재 영남권 본부장이었는데 IMF 앞두고 하루아침에 해임됐습니다.”
꽤나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보험 상품을 최초로 개발한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낚시보험, 골프보험 등 특색 있는 보험에서부터 가정종합보험, 해양시추보험 등을 개발했다. 텃새 심한 제주도권 본부장으로 지낼 때 만났던 직원들은 아직까지도 변용도 동년기자가 제주에 떴다 하면 만나기를 청한다.
“회사에서 나오고 나서 참 많은 일을 했어요. 청학동 산골에서 나고 자라다 대학교를 다녀야해서 서울로 왔고 졸업한 뒤로 회사에만 있었으니 제가 뭘 어떻게 했겠어요. 회사 나와서 처음으로 한 사업이 만화방이었습니다. 화정 L마트 옆에서 한 3년 했어요. 요즘 만화방이 유행이던데, 예전에 집에서 만화 보던 식대로 드러누워서 만화를 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잘됐어요. 처제에게 인수하고 부대찌개 집을 한 1년 했습니다. 술도 팔다 보니 늦게 끝났습니다. 안사람 고생이 심했죠.”
힘에 부쳐 부대찌개 가게를 팔았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간 곳이 당시 호황을 누리던 생활정보지 회사 건물. 보직은 조경관리사였다.
“고양, 일산 이쪽에서 생활정보지가 상당히 잘됐습니다. 그 회사 건물에서 조경관리사를 뽑더라고요. 말이 좋아 조경관리사지 쓰레기도 치우고 허드렛일 다 했죠. 그때 월급이 40만 원이었습니다. 제가 가끔 강의할 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명색이 대기업 임원이던 양반이 대비전 마당쇠 했다’ 그래요.”
나무 좀 가꾸다 쓰레기 치우고, 단풍 치우고, 잔디도 깎았다. 마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도 기회라 생각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한창 정육식당 바람이 불 때였어요. 생활정보지 회사가 500평 정도 잔디밭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기다 정육식당 하면 딱 좋겠다 생각하고 회사에 건의를 했더니 그럼 저더러 점장을 하라더군요. 마당 쓸다가 대형 식당 점장이 된 거죠. 처음엔 젊은 사람 시키라면서 못하겠다고 고사했는데 그동안 제 얘기를 들었는지 믿고 맡기더라고요.”
마음에 안 차도 열심히 덤벼들었더니 새로운 길이 열렸다. IMF 때는 드라마 엑스트라 출연도 해봤다. 정치인의 주례가 잠시 금지됐던 시절에는 예식장 전속 주례사도 했다.
“여하튼 돈 되는 일이라면 다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잘했든 못했든 이 모든 것들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어쨌든 기회가 되면 그냥 한번 도전해보자고요. 규모가 작건 소소하건 해보면 뭐든 얻는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변용도 동년기자를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안 해본 일이 거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제대로 인정받을 때까지 파고드는 근성은 타고난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살고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찾아다니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다.
“두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죽었어요. 건강하던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한 명은 산에 갔다가, 한 명은 차를 몰고 가다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간 거야. 술도 안 먹고 건강관리도 잘했어요. 다른 친구는 100억대 자산가였고요.”
죽고 나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 허망하게 갈 수도 있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사진이었다.
“어렸을 때 친구 권유로 ‘촌놈의 세상보기’라는 문패를 달고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마침 있어 글 쓸 때마다 사진과 같이 올렸어요. 좀 더 잘 찍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두 친구가 죽고 난 뒤에 사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죠.”
점점 사진에 취미가 붙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일산동구청에서 하는 무료 사진교실이 있다기에 찾아가 일주일에 두 번 사진도 배웠다.
“때마침 첫째 아들이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겠다며 사두었던 카메라가 있었어요. 아이가 그 사업을 접으면서 카메라를 저에게 줬습니다.”
2010년 7월에 사진 공부를 시작했고, 그해 10월에 공모전에 당선됐다. 스물여덟 번 도전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시니어 기자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블로그에서도 덤덤하게 인생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방송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케이블TV 출연 뒤 KBS ‘아침마당’에 은퇴준비 전문강사 중 사진 분야 강사로 출연하며 인생에 큰 계기를 맞이했다. 진짜 다른 사람들 삶에 귀감이 되는 전문강사가 된 것이다.
“육십이 돼서 사진을 배우기 전까지는 먹고살기 위해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제 여유가 좀 생겼어요. 요즘은 아침이 되면 사진기를 들고 나갑니다. 장애인 시설에 가서 사진 찍어주는 봉사도 하고요.”
물론 변용도 동년기자의 사진 실력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도 빛을 발한다. 온라인에 게재하는 기사에 적절한 사진은 기본이고 다른 동년기자 취재에도 사진기자로 참여한다.
“2017년 1월호 ‘브라보 마이 라이프’ 커버스토리에 장영희 동년기자가 취재했을 때 제가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물으니 사진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변용도 동년기자의 집 3층은 개인 사진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최근 ‘한 달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써낸 자서전에서 자신을 청학빛그림학교 교장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죠. 영상도 배우고 싶고, 책도 3년에 한 권은 내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고 말이죠. 사진이 빛그림이잖아요.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카메라로 그리는 수채화이기도 하고요. 제 사진 전시회 제목도 ‘카메라로 그리는 수채화’였습니다. 저희 집 3층도 좋은 전시 공간이니 야외전시도 할 수 있겠죠. 두세 명은 이곳에서 충분히 합숙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침에 주변을 돌변서 산책도 하고요.”
훗날 때가 되면 아내 이흥열 씨와 함께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고 했다. 집의 규모를 땅콩하우스로 줄인 것도 훗날 여행을 하면서 살 계획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사진도 찍지만 사람들을 찾아가 봉사도 하니 찾아가는 사진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사람하고도 오랫동안 얘기했습니다. 지금은 강아지 때문에 못 가요. 아직은 챙겨줘야 하니까.”
집 안 가장 따뜻한 자리에서 이불 깔고 사는 반려견 헨리 때문에 아직은 계획을 이행할 수 없다고 했다. 함께 산 지 19년, 앞도 잘 못 보고 귀가 나빠져 잘 듣지도 못해 재롱도 부리지 않지만 가족이기에 늘 마음이 쓰인다.
‘용도변경’ 그리고 ‘다쓰가’
인터뷰를 마치고 변용도 동년기자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신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용어인 ‘용도변경’과 ‘다쓰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첫째 사자성어가 용도변경입니다. 후반생을 바쁘고 즐겁게 살자고 만든 말입니다. 60세에 제 삶을 용도변경했습니다. 사진이 그 출발점이었고요. 취미에 머물지 않고 영역을 확대해 강사로 방송인으로 사진강사로 저술로 활동하고 있죠. 현재 사진작가로 나름의 브랜드도 만들었고요. 포토스토리텔러, 제가 만든 세계 유일한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다쓰가’는 ‘다 쓰고 가자!’를 세 글자로 줄인 말입니다. 은혜를 되갚고 경험과 지혜, 재물을 다 쓰고 가는 것을 후반생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뭔가 물어보려 연락했던 오늘도, 여전히 바삐 살고 있는 변용도 동년기자. 그렇게 부지런히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걸음을 옮겨 어디론가 떠나 걷고 있다. 너무도 이른 절망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고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스민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본지 에디터가 진행합니다.
저마다 고치고 싶은 습관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오랜 습관은 고치기 힘들고 개선 의욕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사는 현재, 나쁜 습관이 있다면 여든에라도 고쳐야 남은 20년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브라보 동년기자단이 꼽은 시니어의 7가지 나쁜 습관들에 대해 최명기 연구소장에게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물었다.
도움말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겸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걱정도 습관이다’, ‘게으름도 습관이다’의 저자)
[사례1] 건강 맹신에 대한 자기 과신 김종억(65) 동년기자
당뇨 환자에게 과도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유발해 당뇨 수치를 올린다는 교육을 받았으나 신뢰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했다. 빠르게 걷기 2만 보, 8시간 이상 자전거 타기 등을 했다. 어느 날 저녁식사 전 격렬한 운동을 한 뒤 확인해보니 당뇨 수치가 오히려 상승했음을 알게 됐다. 직접 실험적 수치로 확인한 뒤에야 믿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과도한 운동 습관을 고치고 건강을 자신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Solution 약을 먹고 건강하든, 먹지 않고 건강하든, 건강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며 건강을 유지하면 온전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처방약 대신 식사 조절, 운동 등으로 건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검증받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결국 병이 악화하면 나중에는 약은 약대로 먹고 후유증까지 남습니다. 자기 과신보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2] 바둑 중독(게임 중독) 이두백(68) 동년기자
인터넷 바둑을 즐긴다.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을 지속하게 되고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한두 끼니를 거르며 몰입하기도 한다. 아내의 불평이 커짐은 물론 다음 날 잠이 부족해 나른해지고 허리도 아프고 눈도 따가워지며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맑고 차분한 심적 상태가 고갈되어 가는 것이다. 바둑의 마력과 유혹 그리고 단절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Solution 인간에겐 자존감을 유지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바둑은 그 수단이지요. 또 재미가 없으면 사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는 책도, 영화도, 산책도 재미 있었습니다. 그래서 온종일 바둑 둘 시간이 없었겠지요. 최근 바둑에 중독된 것은 예전의 활동들이 재미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게임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바깥 활동을 늘려나가면, 자연스럽게 게임 중독에서 풀려날 겁니다.
[사례3] 난폭운전 습관 김미나(54) 동년기자
여성스러운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운전할 때다. 바쁠 때 과속이나 무리한 차선변경을 하던 게 습관이 돼 이제는 급한 일이 없어도 난폭운전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대학 시절 진한 짝사랑의 상처를 주었던 선배가 내 차를 타게 됐다. 선배는 “너 운전 원래 이렇게 해? 운전 좀 살살 하고 다녀”라며 메마른 말을 던졌다. 이후 숙련된 난폭운전 습관이 스르르 떠나갔다. 사랑이라는 부드러운 한 방의 힘 아니었을까.
Solution 난폭운전의 경우 법적인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가령 부모님을 모실 때는 난폭운전을 삼가하겠지만 운전 습관을 고치려면 누가 옆에 있건 안전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면 화날 일이 덜 생기고, 자연히 나를 방해하는 차도 줄어듭니다. 짜증이 나면 물을 마시거나 잠깐 차를 멈춰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을 태우지 말고 때때로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
[사례4] 습관과의 GO-STOP 실천 가재산(64) 동년기자
습관과의 고스톱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나쁜 습관은 아무도 스톱시킬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습관과의 고스톱에서 이겨야 한다. 좋은 습관은 계속 고(go)해서 내 습관으로 만들고, 나쁜 습관은 스톱(stop)해서 버려야 한다. 나는 20년 동안 해마다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습관과의 고스톱 판을 만들어 휴대폰에 저장하고 자주 이것을 꺼내 보면서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있다.
Solution 자신과의 승부는 나쁘지 않습니다. 나와 내기를 해서 좋은 습관을 이어가거나 나쁜 습관이 없어지면 스스로 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또는 주위 친구들과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그러면 서로 감시하고 위로하면서 나쁜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이어가게 됩니다. 실제 알코올 단절 모임도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합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좋은 습관을 지닌 이들을 가까이, 나쁜 습관이 있는 이들을 멀리해야 도움이 됩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3위를 차지한 ‘나쁜 습관 고치기’에 대해 알아봤다.
도움말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겸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걱정도 습관이다’, ‘게으름도 습관이다’의 저자)
1. 작은 일에도 쉽게 울컥하고 분노하는 습관
예) 일명 다혈질, 분노조절장애 등 갑자기 버럭 하며 화를 내는 행동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 생긴 습관이라면 우선 우울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감정은 인위적으로 조절이 잘 안 됩니다. 흔히 우울증이라 하면 슬프거나 눈물이 나고 죽고 싶은 감정에 빠져 있는 상태라 생각하지만 분노가 주된 감정인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치료가 뒤따라야 고칠 수 있습니다. 또 술도 감정기복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유독 술을 마셨을 때만 그런 것이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본인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작은 일에도 울컥 하고 화를 내는 것입니다. 이럴 땐 술을 끊는 게 우선입니다.
2. 아랫사람에게 반말하고 훈계하듯 말하는 습관
예) 초면에 무턱대고 말을 놓거나, 식당 등에서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행동상대가 자신보다 어릴 때, 무조건 나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원인입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상대 입장에서 이러한 나의 태도를 어떤 감정으로 바라볼지 헤아려봐야 합니다. 나의 말투로 인해 상대가 불쾌함을 느꼈다면 이후 아무리 올바른 말을 하더라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합시다.
3.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반복해 이야기하는 습관
예) “내가 왕년에 말이야~” 과거 자랑거리 등을 되풀이하는 경우
인간은 자신이 가장 빛났던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마련입니다. 좋았던 과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나쁜 습관은 아니지만, 반복하면 듣는 이는 지루할 수밖에요. 따라서 상대의 반응을 봐가면서 이야기하는 자제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나이 들수록 새롭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과거 일에 집착하는 것이지요. 새로운 일을 찾아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옛날얘기가 줄어들게 됩니다.
4. 술을 마시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기억을 못하는 습관
예) 술만 마시면 우는 사람, 집을 못 찾는 사람, 욕을 하는 사람, 음주운전 등
술이 뇌에 작용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억제가 안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입니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스트레스가 많아 그렇다”,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그렇다”라고 핑계를 대지만 사실 술 자체가 문제입니다. 술을 끊지 않는 한 해결이 안 됩니다. 조절해서 마실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술을 끊어야만 합니다.
5. 매사 어둡고 의욕 없이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습관
예) 늘 눈살을 찌푸리거나 멍한 얼굴
의욕이 없고 멍해지는 것도 우울증의 흔한 증상입니다. 우울증이 생기면 의욕이 사라지고 두뇌 회전도 늦어집니다. 누가 뭐라고 얘기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집중력도 떨어져 깜빡깜빡합니다. 만사가 귀찮고 재미있는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고 감정표현도 사라집니다. 이런 일상이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하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6.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습관
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인데도 쌓아놓고 누군가 갖다 버리면 화내는 경우
젊어서부터 물건을 못 버리는 습관이 있다면 강박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남들 눈엔 쓸모없지만 본인은 나중에 필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누군가 물건을 버리면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물건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물건을 더 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건을 늘릴 때는 그만큼 버리는 습관을 가집시다. 날을 잡아 물건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기간을 정해 나눠 버리는 게 현실적입니다. 일주일에 하나씩만 버려도 1년이면 50개의 물건이 정리됩니다.
7. 잘 기다리지 못하고 뭐든 급하게 서두르는 습관
예) 뭐든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고 조급증을 보이는 경우
서두르는 건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런 습관이 강박이 되고 타인을 재촉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급한 성격은 타고납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오히려 서두르는 걸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꾸물거리면 답답해하거나,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상대와 나를 멀어지게 합니다. 무조건 빠른 것이 좋고 느린 것이 나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내가 빠른 것은 괜찮습니다. 남에게 나와 똑같이 빨리 움직이라고 강요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 퇴직한 김 모(68세) 씨의 취미는 피규어 모으기다. 최근엔 3D 프린터로 직접 그의 얼굴을 본뜬 피규어를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피규어라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손주에게 줄 장난감도 미리 설계도를 다운받아 만들 계획이다. 손주가 좋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흐뭇하다. 오후엔 충치치료 때문에 치과에 다녀왔다. 구강을 스캔한 후 바로 3D 프린터로 출력하기 때문에 손쉽게 보철물을 씌울 수 있었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같지만 현실이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이미 상용화된 제품들의 사례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지만 그간 눈치채지 못한 제품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3D 프린팅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는 올해 삶에 큰 영향을 줄 10대 기술 중 하나로 ‘3D 금속 프린터’를 꼽았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금속으로 프린트하면 더 가볍고 강한 부품을 만들 수 있다. 3D 프린팅은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미국에서 1983년에 개발되어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 기술은 주로 산업체에서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그런데 최근 3D 기술 관련 주요 특허가 만료되며 3D 프린터가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다.
제작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는 ‘3D 프린팅 기술’
그동안 사용해온 2D 프린터는 종이에 잉크로 글자나 그림을 출력해왔다. 이와 비교할 때 3D 프린터는 3차원 그래픽 설계도로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한 층씩 쌓아올려 입체적인 물체를 인쇄한다. 과연 3D 프린팅 기술이 제조업에 혁신을 가져올까?
가장 대표적인 혁신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전 시제품 제작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보통 시제품 제작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그런데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몇 시간만으로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부품을 조립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완성품 제작도 가능하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대로 소량 맞춤 생산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얼굴을 본뜬 피규어나 예술 작품도 제작 가능하다.
유통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공장에서 규격대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했다. 그런데 3D 프린터가 가정에 보급되고, 출력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나 동네 가게가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언제 어디서든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재고도 없어진다. 무엇보다 제조 과정이나 운송에 드는 노동과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임플란트에서 인공 장기까지, 의료와 3D 프린팅 기술의 만남
3D 프린팅 기술은 의료, 식품, 건축, 교육, 자동차 등 이미 많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은 아니다. 그렇다면 시니어는 어떤 분야에 주목해야 할까.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떠오르는 헬스케어와 3D 프린팅 기술의 만남도 혁신이 기대되는 분야다.
인간은 신체 구조가 다 다른데 지금까지는 정형화된 보형물을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정교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벨기에 연구자들이 83세 환자의 턱에 3D 프린터 기술을 적용한 티타늄 뼈를 이식하는 데 성공해 큰 화제를 모았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치의학과 보청기 분야에서 대중화되었다. 시니어는 임플란트나 틀니 등으로 치과에 갈 일이 많다. 그동안 치과기공사가 치아의 본을 뜨고, 금형을 제작하던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제 구강을 스캔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하루 만에도 시술이 가능해진다. 보청기 또한 일대일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족과 의수도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 코스 요리도 뚝딱! 버스도 하루 만에 찍어내!
# 평소 양식을 좋아하는 최 모(65세) 씨는 동창들을 초청해 샐러드와 스테이크를 점심으로 먹었다. 디저트로 만든 케이크에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예쁜 장식을 올렸다. 먹고 싶은 음식은 레시피를 다운받으면 푸드 프린터가 알아서 만들어준다. 최 씨가 운전하는 자동차도 맞춤 주문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차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 딸 결혼식에 가야 해서 옷과 신발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대로 설계도를 다운받아 3D 프린터로 출력할 예정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식품산업에까지 번지고 있다. 영양가 있고 멋지게 장식된 음식을 이제 3D 프린터가 만들어주는 시대다. 다운받은 레시피를 3D 푸드 프린터로 인쇄하면 시간도 단축되고, 정교한 장식도 가능하다. 만약 만성질환이 있다면 식이요법대로 건강식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기술로 3D 프린터는 피자, 초콜릿, 케이크, 치즈, 초밥을 출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다.
한편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서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기업인 바이오준(Biozoon)은 고령자들을 위한 3D 프린팅 식품을 개발했다. 이젠 유명 요리사들이 디자인한 부드러운 식품으로 영양가 있는 맞춤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3D 프린터가 냉장고처럼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나 패션산업도 3D 프린팅 기술을 피해갈 수 없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자율주행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이었지만, 최근 미국의 로컬모터스(Local Motors) 사는 자동차를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맞춤형 주문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큰 공장도 필요 없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 버스도 하루 만에 제작했다.
패션은 신소재나 트렌드에 적극적인 산업으로서 3D 프린터 도입 역시 활발하다.
집이나 항공기 부품 등 3D 프린터로 만드는 제품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물론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불법으로 총기를 제작하거나 지적재산권, 3D 프린팅으로 만든 물건의 안전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이 그렇다. 그러나 출력 소재가 다양해지고, 기술 개발이 빨라지면 3D 프린터가 시니어에게 많은 혜택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날이 진화하는 3D 프린터가 가져올 미래가 기대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 직장에서 은퇴한 강모(67세) 씨는 수입이 줄어들자 자동차를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주유비에 자동차보험, 주차비도 그렇지만, 차를 구입한 지 오래되어 수리비가 만만치 않았다. 자녀들이 독립해 예전처럼 차를 쓸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며 걱정을 덜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한 자율주행 공유 차는 강 씨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해준다. 필요할 때만 부를 수 있어 경제적인 데다 차량 소유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다.
최근 자율주행차는 무인 상태를 최종 목표로 발달하고 있는 중이다. 또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하는 차 대신 전기차가 늘고 있으며, 차를 공유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한편으론 자동차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 등과 만나 커넥티드카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업종에서 이제 전기전자 업종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동차 산업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에 신기술과 새로운 용어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걸까. 이에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와 시니어에게 가져올 파급 효과를 살펴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어려워지는 일 중 하나가 운전이다. 60대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6년 기준 전체 면허 소지자의 14.8%인 461만 명에 이른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도 늘고 있다. 2016년 전체 교통사고는 22만917건으로 2015년과 비교하면 1만 건이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2015년 대비 2016년 60대 이상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무려 2784건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자동차는 편리함도 주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다. 젊을 때부터 운전을 해온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운전을 하길 원한다. 이동이 힘들면 사회 참여를 제대로 못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시니어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동차 산업의 빅뱅을 일으킬 첨단기술들
현재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트렌드는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차량공유 서비스, 전기차다. 이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자율주행차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2020년에 사람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완성차, 부품, 반도체, IT, 통신 등 관련 기업들의 협력과 인수합병(M&A)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용 인공지능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중앙처리장치 기업인 인텔을 중심으로 협력하고 있다. 인텔은 자율주행 부품 업체로 유명한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완전 자율주행 인공지능 컴퓨터인 ‘드라이브 PX 페가수스’를 선보였다. 또한 글로벌 IT 기업도 이젠 자동차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했으며, 애플도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국내 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89%는 운전자 과실이 원인이다. 그래서 무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사고가 9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아서 척척 운전을 해준다면 노화로 신체나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도 생활이 편리해진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술 보완 외에도 아직 걸림돌이 많다. 우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국토교통연구원이 2016년 실시한 조사 결과 운전에 따른 피로감이 줄고 차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와 보안,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경우 차 소유주와 제조업체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스마트폰, 자동차의 스마트한 변화
# 박모(74세) 씨는 은퇴 뒤 아내와 자동차로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을 다니는 게 취미다. 그런데 시력이 저하되면서 운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구입한 자율주행차 덕분에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또 차 안에서 스트레스를 측정해주고, 건강 컨설턴트와 영상으로 상담도 할 수 있다. 얼마 전엔 차에서 심장질환으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박 씨의 건강 이상을 파악한 자율주행차가 근처 병원 응급실까지 차를 이동시켜줘 큰 도움이 됐다.
커넥티드카가 뜨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스마트폰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과 자동차, 병원, 쇼핑 등 사실상 모든 것과의 연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차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가 교통상황도 알려준다. 또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신용카드와 연계되는 전자계정을 부여받은 차로 상품 결제도 가능하다. 특히 커넥티드카는 차 안에서 운전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준다. 자동차에 앉기만 해도 자동 측정이 가능하다. 얼굴과 눈동자를 인식해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기술은 이미 여러 기업에서 개발됐다. 도요타는 운전자의 심전도를 측정하는 스마트 핸들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심박수와 뇌파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을 활발히 개발 중이다. 건강 이상이 발견되면 차가 스스로 119에 신고도 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자동차 산업보다 규모가 훨씬 큰 데다 고령자 급증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차량은 이제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차량공유 기업 리프트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10년 안에 끝날 거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차량공유 기업인 쏘카의 회원수는 2014년 51만 명에서 2016년 240만 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도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현대자동차도 차량공유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차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판매 중단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 판매된 전기차는 100만 대를 넘었다.
자동차의 빅뱅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트렌드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금융, 헬스케어, 차량공유 등 산업의 경계를 나누기도 어렵다. 자동차 산업의 첨단기술은 시니어의 이동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운전을 하지 않는 탑승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시니어의 니즈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과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다음 연재 순서
❹식스 포켓(six pocket) 시대, 손주와 SNS로 친해지기
❺해외 시니어 여행 트렌드
❻3D 프린팅 기술 어디까지 왔나
서울 어느 단체에서 어르신 무료취업 상담실을 운영한다고 광고를 이곳저곳에 내 걸었다. 모집직종을 보니 경비,청소,주차관리,요양보호사,식당보조,지하철택배,치과기공배달,기타직종이라고 적혀있는데 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직종이 총 망라되어있다. 더 추가한다면 농어촌 일손 돕기 외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어르신을 모신다고 하면서 나이제한으로 70세까지만 뽑는다고 한다. 70세 초과는 명함도 내밀지 말라고 미리 공고문에 못을 박았다. 다른 말로 하면 70세가 넘으면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말이다.
아침에 테니스장에 나갔더니 여기저기서 수근 거린다. 무슨 말인가 들어봤더니 올해나이 70세인분이 우리 동호회 테니스모임에 가입해서 함께 운동을 하겠다고 어제 찾아왔단다. 일차적으로 회장이 면담을 해보고 반승낙을 한 상태인데 며칠 후 코트에 나와서 실력이나 인품 등 이런저런 것을 검증받기로 한 모양이다. 너무 나이 많은 분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 회원들이 수군대는 요지다. 여기가 무슨 양로원이냐! 왜 그렇게 나이 많은 분을 받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테니스장도 그냥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꾸어야 한다. 눈이 오면 눈도 치워야 하고 테니스코트를 평탄하기 위한 솔질도 하루 두 번은 해야 하고 라인기로 줄도 수시로 그어야 한다. 소금도 뿌리고 석회석도 들고 와서 라인기(line機)에 채우는 등 잡다한 일도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아직까지는 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번잡한 일을 아무리 신입회원이라 하더라도 나이 많은 분에게 막 시키기는 어렵다. 또한 테니스는 과격한 운동이고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데 마음은 앞서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다칠 우려도 있다. 과거 아무리 운동을 했다하여도 젊은 애들을 실력으로 당하기 어려울 텐데 누가 한편이 되어서 게임을 해 줄 것인가도 현실적인 고민이다. 자칫 동호회 분위기를 잡칠 우려도 있다는 걱정이다.
젊은 회원들이 우려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요즘 70대의 나이에 펄펄 나는 사람도 있다. 나이로 군림하려는 생각을 이미 버리고 젊은이와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달릴 각오가 된 ‘액티브시니어’도 많다. ‘나이로 그럴 것이다’ 하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편견이고 잘못이다.
사람이 70세가 넘으면 정신적 신체적 변화가 정말 어떻게 오는가. 주위에 있는 분들에게 물어봤다. 우선 81세의 우리 동네 호텔 대표님에게 물어봤다. 이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도 하지만 매일 두 시간씩 헬스클럽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분이고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신체적 변화를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 사람아 다른 것은 다 먹더라도 나이만은 먹지 말게”하시면서 80이 넘으니 식욕이 좀 떨어지는 것 말고는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나이가 들면 신체적 정신적 노화는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이를 나이라는 칼날로 두부 자르듯 자르지 말고 21세기 의료과학의 힘으로 개별 맞춤으로 검증하여 건강한 사람은 건강상태를 인정해줘야 한다. 고령운전자라고 무조건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성검사기간을 단축하여 검증된 사람은 계속운전을 허락하는 것이 좋은 예다. 스스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서 계속 일을 하도록 해주는 세상이 정의로운 나라다, 당연히 그렇게 바뀌도록 해야 한다.
택시운전사를 선망하던 시대가 있었다. 차량의 증가를 운전자가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던 시절. 그때만 해도 운전면허증은 우월함의 상징이었다. 미래에도 그런 시대가 올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바로 최근 유행하는 드론 얘기다. 이제 드론은 사람을 나르고, 농기계로 쓰고, 짐을 배달하고, 군사용으로도 쓰인다.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드론을 보면 자동차 문화가 시작되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자동차도 처음 나왔을 땐 지금의 용도를 상상하지 못했다. 드론도 그렇다.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런 급격한 성장은 시니어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까.
드론을 정확히 정의하면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를 뜻한다. 드론 하면 떠올리게 되는,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형태의 비행체 외에 정찰이나 지상목표물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맡고 있는 군용 무인비행기도 드론에 속한다. 우리가 드론이라고 생각하는 비행체는 항공안전법상 무인비행장치에 속하는 무인멀티콥터다.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려 멀티콥터라고 부르는데 장비에 따라 대개 4~6개의 프로펠러가 작동한다.
드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계기는 역시 기술 발전 때문이다. 과거 드론 형태의 원격조정 비행체는 제 몸 하나 띄우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늘로 날아올라도 조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원격조정 헬리콥터는 동호인 사이에서도 난이도가 최고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조종이 어렵다. 그러다 약 5년 전부터 드론이 일반인에게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카메라를 거뜬히 싣고 날아올랐고, 방송용 헬리콥터에 사람이 타고 촬영한 것보다 떨림 없는 안정된 화면을 제공했다. 적재할 수 있는 무게도 늘고, 조종이 쉬워지면서 드론의 용도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방제 조종사 성수기에 연소득 올려
대표적인 드론 관련 직종은 역시 영상이나 사진 촬영 분야와 연관이 있다. 이미 드론을 활용한 항공촬영 업체가 여러 곳 성업 중이다. 일반 방송촬영뿐만 아니라 기업 홍보용 영상, 지도제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또 다른 유망 직종 분야는 농업. 그중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농약 살포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농업용 드론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드론 조종사의 평균 연봉이 약 1억원에 이른다는 발표도 있었다. 상용 드론 시장의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중국은 넓은 농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본은 농촌의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제용 드론의 도입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부터 농약살포용 드론을 ‘무인항공방제기’로 분류해 정부융자지원 대상 농기계로 등록시키고 있다. 아직은 중국산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국산 업체들도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선 드론을 이용한 수요가 늘면서 “3개월 일하면 1년 쉬어도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능숙한 드론 조종사는 월 소득이 300만~5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농약 살포시기가 정해져 있고, 아직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일부 지자체에선 공동구매 형식으로 지역 농민을 대신해 드론 방제업체와 일괄 계약하기도 한다. 산업용 드론은 12kg이 넘으면 자격증 소지자만 운용이 가능하다. 농가에서 정부 융자를 통해 드론을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운용하려면 자격증을 따야 하는 등 쉽지 않다.
농약 살포에 드론 활용이 선호되는 데에는 시간 절약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농민 5~6명이 하루 종일 살포해야 하는 면적을 드론은 한 시간이면 방제한다. 게다가 사람이 뿌리는 방식은 농약이 비처럼 떨어져 농작물의 윗면만 도포가 되지만, 드론으로 방제할 경우 강한 바람으로 와류가 발생해 농약이 앞뒷면에 골고루 묻는다. 면적당 농약 사용량도 줄일 수 있어 토양 관리에도 유리하다.
국내에서 대표적 드론 개발 기업으로 알려진 바이로봇의 홍세화 이사는 “방제용 드론은 아직 모든 조정을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수준이지만,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은 방제 지역의 위치나 면적을 사전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농약이 살포되고, 살포된 양까지 빅데이터로 기록해서 농작물의 생육까지 관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로봇에선 완구용 드론 생산뿐만 아니라 어린이 대상의 드론 코딩 교육도 하고 있는데, 드론의 위치, 고도, 동선, 비행시간 등을 프로그래밍해서 드론 동작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런 코딩 방식이 산업용 드론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방제 등 드론을 응용한 각종 작업이 간편해진다.
이 밖에도 드론은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하는 여러 분야에 쓰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드론 조종자를 미래 유망 직업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은 5년 내 부상할 새로운 직업으로 선정했을 정도. 군이나 경찰, 소방 등 공공기관에서 드론 운용 전문가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수색이나 정찰, 구조 작업에 드론이 쓰이고 원자력 발전소 같은 주요 건축물 점검이나 교통 상황 분석 등에도 활용된다.
자격증 취득 비용은 300만원 선
기본적으로 완구나 경량 드론은 비행 가능 지역이라면 누구든 날릴 수 있다. 그러나 12kg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드론은 초경량 비행장치 비행자격증명 중 무인회전익비행장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14세 이상의 운전면허나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수준의 신체검사증명이 있는 사람이면 지원할 수 있다. 또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지정한 기관에서 2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쌓아야 한다. 파일럿의 숙련도를 인증받은 비행시간으로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비행시간을 쌓기 위한 비행은 교관 입회 하에 휴일과 날씨가 안 좋은 날을 제외한 날 중 낮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획득하기는 어렵다. 비교적 시간 여유가 많은 시니어가 자격증 취득에 유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격증 취득은 학과시험을 본 후 항공이론 구술과 실제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자격 취득을 위한 지정 교육기관은 항공교육훈련포털(www.kaa.atims.kr)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조종자격 취득 희망자는 포털을 통해 국내 모든 전문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이나 교육기관에서 이수한 교육이력 및 증빙자료, 자격증명 취득 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 자격을 획득한 인원은 지난 2월까지 총 1536명. 그간 전문교육기관이 부족해 배출 인원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각종 규제혁신, 조종교관 요건완화, 교육기관 설립지원 등을 통해 전문교육기관이 확대돼 지난해 교육수용 가능인원 994명에서 두 배가량인 17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수강생이 부담해야 할 교육비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국가자격증 과정은 약 300만원 내외다.
시니어 취미로도 안성맞춤
전문가들은 드론이 시니어에게 알맞은 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직업이 아닌 취미로 즐길 수도 있고, 또 맘만 먹으면 충분히 수익 사업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드론교육협회 이재윤 대구시협회장은 “시니어들이 드론을 배우고 나면 집중력도 늘고 손주나 다른 가족에게 아직 늙지 않았음을 자랑하는 계기로도 삼는다”며 “드론 조종이 산책이나 운동을 유도하고, 치매예방 등 교육 외적인 효과도 있어 노인대학 등에서 학과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드론은 잘 알려진 촬영이나 방제뿐만 아니라 드론의 유지 보수, 강사 등 다양한 직업 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으며, 조종교관자격 취득이나 숙련도를 확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니어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부산인적자원개발원과 함께 시니어드론기술창업스쿨을 운영했던 동의대학교 임환섭 교수도 “모집과정에서부터 시니어가 상당히 높은 관심을 보였고 결과도 성공적이었다”며 “드론과 관련한 창업에 성공한 분과 수료생들의 취업 소식을 접했는데, 보람과 함께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또 방제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귀촌을 고려하고 있다면 지역 주민들의 인심을 얻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귀촌의 성공은 지역 주민들과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드론 방제 기술이 있다면, 연고가 없거나 마을발전기금을 내놓지 않아도 환영받는 존재가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댄스 스텝에서 남자 스텝은 거의 대부분 전진하는 스텝이다. 그러나 가끔 뒤로 가는 스텝이 있다. Back Check, Back Lock, Back Whisk, Back Corte 등이다. 가장 어렵다. 앞만 보고 가다가 뒤로 간다는 것은 루틴이 아주 훤해서 여유가 있지 않으면 자칫 까먹고 실수하기 좋다. 뒤로 가는 스텝이 모양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당구에서도 대부분 공이 앞으로 진행하는 형태로 친다. 끌어치기가 유일하게 백 스핀으로 공의 아래쪽을 치면 수구가 앞 목적구에 맞고 나서 공이 뒤로 굴러 오는 기술이다. 4구에서는 이 기술이 필수이다. 동호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3구에서는 끌어치기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공이 앞으로 진행하는 길만 보다 보니 뒤로 끌어치기 해서 3 쿠션을 만드는 기술은 못 보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도 전진은 쉽지만, 뒤로 가는 후진은 어렵다. 고개를 돌리지 않으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전진은 감이 익숙하지만, 후진은 고개를 돌리고 보면서도 단순히 보이는 것 외에도 몸이 익숙하지 않아 접촉 사고를 내기도 한다.
유모차를 앞세우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보 아줌마가 있었다. 횡단보도를 거의 건널 무렵 유모차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이 아줌마가 진행을 멈추고 그걸 주우려는 찰라 신호대기 중이던 자동차가 돌진했다. 하마터면 엄청난 비극이 발생할 뻔 했다. 전진만 입력되어 있는 세상에 잠시 멈춤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좀 더 뒷쪽에 떨어졌더라면 되돌아 가야 하는데 이미 신호는 바뀌어 있었다면 여지없이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앞으로 걷는 것은 익숙하지만, 뒤로 걸어보라고 하면 힘들어 한다. 연습해 보면 할 수는 있지만, 눈이 앞을 보기에 적당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안 해봐서 뒤쪽은 어려운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시니어들은 뒤를 돌아보기 싫어한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는 익숙해져 있는데 뒤를 돌아보자니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남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데 혼자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퇴보를 뜻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지나온 과정이 힘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다시 군대에 입대하라고 하면 돈을 준다고 해도 싫다는 사람이 많다. 다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의외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이 많다. 그때는 고민도 많고 고생도 많이 해서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꽃길만 걷고 싶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지나온 과정이 꽃길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의미이거나 반대의 경우로 지나 온 과정이 험난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희망을 갖자는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는 그간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되돌려 보인다고 한다. 더 이상 앞은 기대할 수 없으니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