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고객이 자신의 신용상태 및 변동 내역을 한 눈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MY신용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MY신용관리’ 서비스는 신한 쏠(SOL)에서 간단한 신청만으로 본인의 △나의 신용정보 △맞춤 신용관리 팁 △추천 대출상품 및 가능 한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신한은행 대출이 없는 고객도 신한 쏠만 가입하면 사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MY신용관리’ 서비스는 기존 타사 서비스와 달리 외부 신용평가 기관의 신용정보가 아닌 은행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의 산출 결과를 제공한다. ‘매우우수’에서 ‘위험’까지 7등급으로 세분화된 본인의 신용상태를 서비스 가입 시점을 시작으로 매월 15일과 말일 기준 최대 2회 재평가해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신한은행이 어떤 요소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 ‘맞춤 신용관리 팁’을 통해 개인 별 최대 5가지 항목을 알려주고 신한 쏠에서 신청할 수 있는 비대면 대출 상품의 예상 한도를 제공해 고객이 본인의 신용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은행이 평가하는 실질적인 신용정보를 제공해 고객과 은행 간 신용 관련 정보 격차를 줄이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신한은행은 고객의 합리적이고 편리한 금융생활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튜브 방송이 있다. 바로 수어를 통해 금융 지식을 알려주는 ‘윤쌤의 쉬운 금융 수어’이다. 신한은행에서 27년 동안 일하고 퇴직한 윤현숙 씨가 제2의 인생을 열며 운영을 시작. 과연 이 독특한 콘텐츠는 어떤 연유로 출발하게 된 걸까? 이런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 목소리에서부터 훈훈한 온기가 전해지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현숙 씨는 1972년생으로 1991년 3월에 조흥은행에 입사했다. 그 후 조흥은행은 신한은행과 통합해 상호를 신한은행으로 변경했고, 그녀는 27년 동안 신한은행 지점 VIP실에서 일하며 차장직까지 올랐다. 그리고 2018년에 희망퇴직을 했다.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썩 건강하지는 않았어요. 특히 두통이 심했죠. 그게 심해지더니 아무 증상 없이 갑자기 정신을 훅 잃어버리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엎드려 있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 일하는 날이 많았죠. ‘오늘은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었는데, 다행히 회사에서 명퇴 기회를 주셔서 선택하게 됐죠.”
VIP실이라고 하면 흔히 편한 업무를 하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그녀는 나름의 지독한 전쟁을 치렀던 셈이다.
“사직서는 컴퓨터로 작성해서 제출하면 됐어요. 다 쓰고 나니 ‘누르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내용의 팝업이 뜨더라고요. 바로 제출을 눌렀죠.(웃음)”
그녀는 퇴직하자마자 바로 수어 학원에 등록했다. 수어(手語)를 배워 청각·언어장애인들을 돕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2014년에 일했던 지점에는 장애인 고객이 많이 왔어요. 그들을 보다 보니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보고, 자신의 업무를 다 처리하지 못하고 가는 안타까운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죠. 그때마다 내가 수어를 할 줄 알면 해결해줄 수 있을 텐데 싶었죠.”
수어는 당연히 인사부터 배웠다. 처음이라 실수도 많고 아직 서투르다. 하지만 태어나서 경험하는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수어를 배우는 그녀가 유튜브와 만나게 된 것은 노사발전재단 금융센터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을 수강하면서부터였다.
“수어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싶었죠. 그러다가 나에겐 금융 지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유튜브에 많은 금융 정보가 있지만 수어로 알려주는 동영상은 없었어요. 내가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죠.”
은행에서 27년 동안 VIP 고객을 상대한 만큼 그녀의 금융 지식은 프로페셔널하다. 은퇴설계전문가, AFPK, 부동산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변액보험·손해보험·제3보험·생명보험 대리점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보이스 피싱이나 금융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은 금융 정보를 잘 알 수가 없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어서 금융 정보를 얻기 힘들고, 은행에서도 적극적으로 케어할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실 일을 그만둔 다음에는 다시는 금융 일을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가진 지식이 도움이 된다면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금융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얻어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사기를 안 당하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손끝으로 나눌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2인생을 발견한 윤현숙 씨. 그녀는 알기 쉬운 금융 수어가 세상을 이롭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잘해서 하게 되는 일은 없다”는 말에 용기 얻어
자신의 지식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마음으로 1인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윤현숙 씨에게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죠. 그리고 퇴직한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여행 얘기만 하는데, 여행은 남편이 퇴직하면 같이 가기로 했어요. 그동안은 봉사할 수 있는 수어 실력을 탄탄하게 쌓을 생각이에요.”
단순한 제스처 혹은 손짓이라는 의미가 강한 수화(手話)보다 언어적 역할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는 수어는 2016년 수화언어법이 통과되며 언어로 인정됐다. 이후 방송뿐만 아니라 관공서의 연수, 세미나 등은 물론 동네 주민센터에서 회의를 할 때도 수어 통역사 배치가 필요해졌다. 윤현숙 씨는 수어 통역을 할 때 단순히 기계적으로 언어만 번역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의 문화는 독특해요. 그분들에게 좀 더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에 해박해야 해요. 이 모든 걸 꿰뚫고 있어야 그분들을 잘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녀는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말 많이 고민해보라”고 조언했다. 수어 통역사가 애초의 바람이었다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어찌 보면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녀는 유튜브 동영상 제작 방법을 가르쳐준 선생님이 “잘해서 하는 것은 없다, 계속 깨지면서 하는 거다”라고 한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툴러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금융을 비롯해 재무설계 상담도 하고 싶어요. 자산가들의 금융이 아니라 파산 직전에 처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드리면서 그분들의 마음까지 보듬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12·16 부동산 종합 대책’을 꺼내자 은행주들은 즉각 반응했다. 대출, 세제, 청약 등을 강력하게 옥죄는 초강력 부동산 대책에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은행주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
그럼에도 증권가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봤다. 은행주는 이익 안정성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가치 대비 낮은 데가 전향적 배당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된 규제는 부동산시장 통제로서 제재강도가 높지만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규제 관련 노이즈가 계속 발생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투자매력도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대책 여파···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6일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신한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1250원(-2.74%) 떨어진 4만4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KB금융도 전 거래일 대비 950원(-1.90%) 하락한 4만9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각각 950원(-2.46%), 200원(-1.65%) 내려간 3만7650원, 1만1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은행주의 하락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17일 신한지주(-0.11%), KB금융(-2.24), 하나금융지주(-0.40%), 우리금융지주(-0.84%)는 종가 기준으로 전날 떨어진 낙폭을 줄이더니 18일과 19일 2거래일에는 보란 듯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18일과 19일 신한지주는 4만5300원과 4만5450원으로 각각 전 거래일 대비 950원(2.14%), 150원(0.33%)이 오르며 16일 하락한 주가를 대부분 회복했다. KB금융도 18일 4만9400원으로 전날보다 1450원(3.02%)이 오른 주가로 장을 마감했다. 19일에는 주가 변동이 없었다.
하나금융지주는 18일에 900원(2.40%)이 상승한 3만8400원, 19일에 200원(0.52%)이 상승한 3만8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빠졌던 주가를 모두 회복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같은 기간에 각각 1만1900원, 1만2000원으로 50원(0.42%), 100원(0.84%) 오른 가격에 장을 마감했다.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을 듯
이렇듯 다시 상승세를 탄 은행주들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빠졌던 주가를 대부분 회복했다. 이를 예상한 듯 증권사들은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을 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부동산 대책 가운데 은행업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투기적 대출수요 규제 강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강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민간보증(서울보증보험) 제한 및 2주택 이상 차주의 전세대출 회수 등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대부분 신규대출에 한정돼 은행의 대출 성장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최근 은행들은 자본비율이 높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등 자율적인 배당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난도 금융상품의 일부 판매를 허용하는 등 배당과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는 모습은 은행주에 대한 우려를 줄인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대출의 경우 부동산임대업대출 취급강화를 감안해도 내년엔 5% 이상 증가할 것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가 견조한 전세자금대출이 내년에도 15% 내외의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순이자마진(NIM)은 최근 우호적인 금리여건으로 내년 상반기에 상승 반전이 예상된다”며 “최근 자사주 소각과 전향적 배당정책 고려와 같은 주주친화정책 강화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은행주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신한지주(6만 원), KB금융(6만 원), 하나금융지주(5만5000원), 우리금융지주(1만7000원)의 목표주가를 설정했다. 대신증권도 이들 은행주의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제시하고 신한지주(5만5000원), KB금융(6만 원), 하나금융지주(4만5000원), 우리금융지주(1만6000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 연말 세제혜택에 관심 있는 고객들과 함께 Q&A 형식으로 연금에 대해 알아보는 제2회 ‘연금스쿨’을 실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금스쿨은 신한은행이 고객들의 노후 및 은퇴준비를 위해 진행한 ‘퇴근 후 100분’과 ‘부부은퇴교실’ 참석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만든 후속 프로그램이다. 연금에 대한 궁금증을 질의응답 중심의 쌍방향 소통으로 쉽게 알아갈 수 있게 진행하는 세미나다.
이번 연금스쿨에서는 은퇴재무설계의 핵심인 연금으로 은퇴 후에도 월급을 받는 방법과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적극적인 상품관리 전략이 공유됐다.
연금스쿨에 참석한 한 고객은 “연금과 세제혜택에 대한 법규와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광범위해서 어디서부터 알아보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연금스쿨에 참여해 연금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연금 상품 운용을 잘해서 은퇴 후에도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관계자는 “은퇴 준비를 위해 많은 고객이 연금에 가입했지만 이후에는 상품관리나 운용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진다”며 “연금스쿨을 통해 고객들이 연금을 잘 관리해서 풍요롭고 행복한 ‘두번째 인생’을 맞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침 첫차를 타본 적이 있는가. 어둡고 텅 빈 길을 걸어서 파란 조명 켜진 정류장에 서면 무대 위에 배우가 등장하듯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시계를 보며 발을 구르다 보면 기다리던 첫 버스가 스르르 꿈결처럼 도착한다. 하루를 가장 빨리 여는 사람들이 버스 위에 오른다. 금세 사람들이 들어차고 냉기 가득한 버스 안은 사람 냄새 나는 온기로 따뜻해진다.
그리고 또 하루가 시작된다.
미세먼지 가득했던 3월 초, 새벽 3시 30분. 서울시의 양천공영차고지에는 초록색 지선버스와 파란색 간선버스가 새벽잠 자듯 빽빽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남보다 빨리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속속 모인다. 이곳에는 4개 시내버스 회사뿐 아니라 마을버스 등 10여 개 버스 업체가 입주해 있거나 주차하고 있다. 이날도 도원교통 6514번 버스를 운전하는 황재현(63) 씨는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했다. 6514번 버스 운전만 23년째. 정년을 마치고도 계약직으로 3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 퇴직 후에도 여전히 승객들을 맞이할 수 있어 매일이 감사하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황 기사의 건강을 생각해서 짧은 노선버스를 권했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온 6514번 버스가 익숙하고 또 친근하기 때문에 바꾸지 않았다. 황재현 기사는 아침 첫차를 운전할 때마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남들보다 일찍 깨어 출근하는 분들이잖아요. 주로 새벽에 나가서 건물 청소하시는 연세 많은 여성분들이 타십니다. 연세가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많아요. 한편으로는 그래도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입니다.”
아침을 여는 버스 기사 황재현
버스 운전기사의 하루 일과는 음주측정 검사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다음엔 현찰로 버스비를 내는 일부 시민들을 위해 돈 통을 챙겨 버스로 향한다. 타이어는 이상이 없는지, 엔진오일이나 냉각수가 새지는 않는지도 확인한다. 다시 차고지 건물로 들어와 닫혀 있는 회사 배차실 문을 열고 나면 생기는 잠깐의 휴식시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보온병에 물을 한가득 담은 뒤 버스에 오른다. 첫차 타고 일터로 향하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가 운전하는 6514번 버스는 도원교통이 운행하는 버스들 중 가장 긴 노선을 달린다. 양천공영차고지를 나와 양천구, 강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5개구를 지나는 여정. 첫차는 왕복 3시간 10분 정도, 출퇴근 시간에는 4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는 구간이다. 노선이 길다 보니 각지에서 온 수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하루 800명가량이 이 버스를 이용한다.
첫차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이야기
운전기사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며 운행하기 때문에 매번 첫차를 모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에 네 번은 새벽 버스에 오른다. 20년 넘게 같은 노선버스를 운전하다 보니 얼굴이 눈에 익은 승객도 꽤 있다. 간혹 차고지에서 버스를 타는 승객도 있지만, 첫 손님은 차고지를 떠나 네 정거장 뒤인 푸른마을아파트 1단지에서 탄다. 첫차가 출발하고 7분 후다. 신한은행 신월동지점 정류장쯤 도착하면 버스 안은 어느새 승객들로 꽉 찬다. 환승하기 좋은 강서구청사거리나 까치산역, 당산역과 신길역 정류장에서는 타고 내리는 승객들로 붐비기까지 한다.
첫버스에서 만난 시니어 여성 4인4색
6514번 버스 안에서 시니어 여성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승객들은 매일 얼굴을 마주치기에 안면이 있지만 굳이 인사는 하지 않는다. 대충 어디서 내리고, 또 어떤 일터로 향하는지 짐작하는 정도다. 첫차를 타고 일터로 혹은 어딘가로 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들어봤다.
#1. 첫손님
아무데서나 내려요. 직장이 경복궁 쪽이라서 갈아타야 하거든요. 저요? 일해요. 그냥 아줌마들이 하는 청소 일이요. 아직 어둡기는 한데 집에서 정류장까지 금방 가요. 이 차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환승합니다. 경복궁에 도착하면 5시 10분이나 15분 정도 돼요. 매일 같은 차를 타니까 익숙한 얼굴이 많아요. 근데 서로 대화는 하지 않아요. 아침이니까 하루에 대한 계획도 하면서 조용히 가야죠. 저는 묵주기도하면서 가요.
#2. 여자의 완성은 메이크업!
까치산역에서 탔어요. 나는 강서구청에 내려요. 여자는 화장을 꼭 해야 해요. 부스스한 얼굴은 예의가 아니지. 적어도 눈썹이랑 입술만이라도 그려야 하는 거 아냐? 새벽 2시가 아니라
1시에 일어난다고 해도 단장하고 나와야죠. 나는 자고 일어난 모습은 이불 속에서 부부만 봐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매일 보는 사람들이니까 인사를 안 해도 마음속, 눈빛으로는 하죠. 그런데 이게 첫차인지 두 번째 차인지 잘 몰랐네. 나, 다음에 내려요.
#3. 일하러 가면서 여행해요
부천 고강동에서 4시 17분에 출발했어요. 부천에서는 그 버스가 첫차예요. 예전에는 좀 늦게 다녔는데 이 차 타고 다닌 지 두 달 됐어요. 오늘은 좀 빨리 왔네. 선유도공원에서 탔는데 당산역에서 내릴 거예요. 첫차 타고 일하러 가지만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니면 되는 거죠 뭐. 저같이 청소하는 여성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저 머리숱 많아 보여요? 제 머리카락이에요. 내가 올해 72세인데 가발 쓰면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고 해서 두피 관리에 신경 좀 쓰고 있어요.
#4. 새벽 산행 전문가
매일 관악산에 가요. 첫차를 타고. 그런데 오늘 좀 차가 늦었네. 10여 년 전에 갈증이 자주 일어나 병원에 갔더니 당뇨라더군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서 매일 가게 됐어요. 차가 안 막히면 관악산까지 50분이면 가요. 젊었을 때는 산악회 활동도 꽤 했는데 이제는 안 해요. 등산은 천천히 3시간 정도 해요. 습관이 되다 보니까 이제는 늦게 가는 게 싫어요. 저는 새벽 산행이 좋아요. 낮엔 너무 더워요. 가끔 도보여행도 하는데 산이 더 좋아요. 슬슬 다닙니다. 무릎이 안 좋거든요. 폭포 있는 데 가면 할머니들 많아요. 나랑 한번 가보실래요?(웃음)
기억에 남은 사람들
서울대 정류장에 거의 이를 때쯤 황재현 기사가 산에 오르는 승객이 매일 첫차를 타는 분이라고 말하니 마지막 손님이 “기사님이 어떻게 아시네” 하고 웃으며 내렸다.
취재를 마치면서 황재현 기사에게 첫차를 타는 승객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잠시 시간을 달라 했고 며칠 뒤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고 보니 그분 본 지가 오래됐네요….”
매번 버스에 오르면 운전석 뒤쪽에 앉아서 가던 80대 여성분이라고 했다. 등산복을 입고 첫차를 탈 때도 있고 낮에 탈 때도 있었는데 단골 승객이었다.
“딸이 미국에 산다며 초콜릿도 주시고 뒤에 앉아서 저를 ‘동상’이라고 부르셨어요. 제가 어리다고요.(웃음) 운전석 안전 펜스가 없을 때 뵈었는데 안 보이신 지 한 몇 년 됐습니다. 돌아가신 모양입니다.”
서울대 정류장에서 회차해 차고지로 돌아가는 시간에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승객들의 세대와 성별도 달라지는 풍경이다. 새벽에 하루를 여는 시니어의 활기참 뒤에 차분하게 하루를 여는 젊은이들이 조화롭게 시간을 나누어 버스에 오른다. 아침 버스 안이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영화 장면들처럼 느껴졌다.
1월에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4130m이니 태어나서 가장 높은 곳에 갔다 온 셈이다. 고생길이었으나 여행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됐다. 또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노!”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히말라야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 뒤 엉덩이가 자꾸 들썩이는데 이번에는 아프리카 여행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빅토리아 폭포를 보는 것이 하이라이트이고 보츠와나, 남아공, 잠비아, 에티오피아 5개국을 10일 동안 다녀오는 여정이다. 기본 경비는 480만 원. 생각한 것보다 싼 편이다. 추가 경비로 가이드 기사 팁 120달러, 비자 비용 100달러, 빅토리아 폭포 헬기 투어 165달러, 크루거 국립공원 야간 게임 드라이브 80달러를 준비하면 되고 생수를 사거나 팁을 줄 때도 약간의 돈이 필요하다. 이참에 집에서 가장 먼 아프리카에 가보자는 결심이 섰다.
이번에도 같이 갈 사람을 섭외해봤는데 실패했다. 비용도 부담되고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렇게 고생하면서까지 굳이 아프리카 여행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돈이면 유럽 등 편한 여행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갈 기회가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럽 여행은 이미 여러 번 가봤고 앞으로도 갈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쉽게 가기 어려운 지역이다. 또 대자연을 감상하며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일은 물론 부담스럽다. 부작용으로 고생한 사람들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남미 지역 여행을 하려면 어차피 황열병 예방주사는 맞아야 하므로 맞기로 했다. 예방 백신 접종 증명이 없으면 아예 입국이 안 되는 나라가 몇 개국 있다. 황열병은 모기로 인해 감염되고 사망률이 25~50%에 이른다 한다. 말라리아, 뎅기열도 모기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말라리아는 예방 백신이 없고 단기 여행자는 여행 2일 전부터 귀국 7일 후까지 매일 말라톤이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뎅기열도 백신이 없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황열병 예방 백신을 맞으려면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생백신이라 보관 유효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에 예약하고 가야 해서 번거로웠다. 또 행정수수료로 3만2460원을 내고 전자 수입인지를 사야 한다. 인지는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있는 신한은행에서 취급한다. 신한은행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게 싫으면 다른 은행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취급을 안 하는 은행 지점이 많아 하나은행 을지로 6가점, 신한은행 국립중앙의료원에 문의해봐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로비에 가면 8번 창구에 황열병 전용 창구가 있다. 고객대기표를 뽑고 기다리지 말고 바로 8번 출구로 가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서 접수 및 기본 문진표를 작성하고 2층 감염병 센터로 가면 된다. 체온을 재고 진찰실에서 담당의사가 다른 병력에 대해 질문한다. 모두 통과하면 주사실에서 예방주사를 맞는다. 진료비는 1만8880원. 다시 1층 접수창구로 가서 황열병 예방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아 여권에 붙이면 끝난다. 단, 주사 쇼크 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20분 정도 근처에서 더 시간을 보내라고 권장한다. 이 접종은 10일 후부터 효과가 있으며 평생 유효하다. 그러나 여권을 갱신할 경우 기재사항이 달라지므로 다시 접종해야 한다. 접종 후 부작용은 10~25%로 높은 편이다. 두통, 근육통 등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다. 심하게 고생했다는 사람도 많다. 드물게 뇌염, 신장염, 간염 등 심각한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샤워는 접종 후 12시간 후에 할 수 있지만, 3일간은 음주, 목욕,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해외 여행자를 위한 예방 접종으로 파상풍, 장티푸스, A, B형 간염, 일본 뇌염 등을 권하는데 나는 일단 황열병 백신만 맞았다.
“은퇴한 뒤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인데 공시가격 폭탄을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최근 보유한 주택의 ‘2019년 공시예정가격’ 안내를 받고 충격을 호소하는 은퇴자가 많다. 주택가격이 오른 데 따른 인상이라지만, 소득도 없이 집 한 채만 있는 시니어까지 세금 폭탄을 맞을 우려가 커졌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A 씨의 경우 2018년 공시가격이 5억8300만 원이었는데, 2019년엔 무려 2배에 가까운 10억6000만 원으로 급등했다. 예정대로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A씨는 올해 보유세를 전년보다 50% 수준 늘어난 약 120만 원을 내야 한다. 게다가 앞으로 보유세는 1주택자라 해도 매년 150%씩 늘어나고, 다주택자는 300%까지 늘어나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공시가격발 보유세 폭탄 예고
2019년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간다. 수십억대 고가 주택뿐 아니라 5억 원 초과 중가 주택 역시 공시가격이 최고 3배까지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표준단독주택(2만1767가구) 공시예정가격 중 1216가구를 전수 조사한 결과, 공시예정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27%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대별(전년 공시가격 기준)로는 5억 원대 주택은 평균 33%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10억~20억 원 미만 고가주택은 평균 50%나 급등한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연남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2018년 9억1300만 원이었던 공시가격이 2019년에는 17억2000만 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도 189만 원에서 284만 원 정도로 100만 원 가까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됐다(1주택자, 만 59세, 만 5년 보유 가정). 서울 삼성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2018년 19억6000만 원이었던 공시가격이 올해는 32억7000만 원으로 껑충 뛰면서 보유세도 2018년 736만 원에서 2019년에는 무려 150%나 오른 1100만 원 수준이 된다.
공시가격발(發) 보유세 폭탄이 예고되면서 ‘속도 조절’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더라도 단기간에 2배 가까이 올리는 것은 과도한 징벌적 과세 조치라는 의견이 있다. 특히 은퇴한 고령자 등 소득이 없는 사람들의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1월 25일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 발표에 이어 오는 4월, 아파트 등 공동주택 1298만 가구의 개별 공시가격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함께 공표할 예정이다.
건보료 인상 ‘13.4% vs 4%’
부동산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뿐만 아니라 각종 국세를 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상속세에서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및 건강보험료 산정 등 약 60개 분야에 활용된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연동된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이 덩달아 커지면서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건강보험료 폭탄’ 논란이 뜨겁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건보료 변화’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30% 인상될 경우 주택을 보유한 지역가입자의 월평균 재산보험료는 13.4%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는 소득보험료에 재산보험료(주택·토지·건물, 자동차 등)를 더해 산출한다. 이에 공시가격 변동에 따라 재산보험료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한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설명 자료를 통해 “공시가격이 30% 인상될 경우 재산보유 지역가입자 가구의 건강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약 4%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료는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한 ‘재산보험료 등급표’에 근거해 산정돼, 공시 가격 인상에도 동일 등급이 유지될 경우 보험료 인상은 없다는 것. 또한 건강보험료가 오를 수 있는 최대치는 월 2만7000원 이내이며, 이는 지역가입자가 공시가격 5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는 극단적인 경우에 한해서라고 강조했다.
집 한 채만 있고 수익 없는 노인, 기초연금 수급 대상 탈락하나
공시가격 인상은 기초연금에도 영향을 준다. 집 한 채에 따로 수익이 없는 노인은 기초연급 수급 대상에서 탈락할 우려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기초연금을 받아온, 주택을 보유한 노인 약 10만 명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기초연금 수급자 탈락 예측 통계’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평균 30% 인상되면 전국 기초연금 수급자 9만5151명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다.
20% 인상될 경우는 5만6836명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초연금제도는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생활안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매년 소득 하위 70% 노인에 해당하는 기준선인 선정기준액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공시가격 변동에 따라 주택 등을 소유한 노인 중 재산이 선정기준을 초과할 경우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올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137만 원, 부부가구 219만2000원이다.
보건복지부는 “공시가격 인상으로 제외되는 노인만큼 기존에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던 노인이 새롭게 포함될 수 있다”며 “향후 공시가격의 변화가 기초연금 수급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기존 수급자가 갑작스런 수급 탈락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 부동산제도’ 뭐가 달라지나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율이 최고 3.2%까지 강화되고, 공동명의로 소유한 경우 각자가 주택을 가진 것으로 간주한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 요건도 강화된다. 다주택 보유기간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주택만 보유하게 된 날로부터 2년 이상 지나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1월 발표했다.
정부는 종부세 세율 적용을 위한 주택 수 계산 방법도 새롭게 신설했다. 만일 부부가 주택 세 채를 공동명의로 보유하면, 남편과 아내가 각각 3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간주해 종부세를 중과한다. 다만 다가구주택은 분할등기가 되지 않아 한 채의 주택으로 본다.
임대사업자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도 축소된다. 기존에는 본인이 2년 이상 거주한 집을 팔 경우 횟수 제한 없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1회만 혜택이 주어지도록 바뀌었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도 강화된다. 종전에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하고 최종적으로 1주택만 보유한 경우, 해당 주택을 매각 시까지 2년 이상 보유했을 때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 앞으로는 다주택을 보유한 기간은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주택만 보유하게 된 날로부터 보유기간 2년이 지나야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시행 시기는 2년간 유예를 적용해 2021년 1월 이후 양도 시 적용하기로 했다.
2018년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이들 중 요즘 밤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코스피지수가 한때 연 고점 대비 20% 넘게 추락하는 등 격렬하게 요동치면서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늘었다.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시장도 피난처가 되지 못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2019년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격동의 세월을 맞아 ‘쥐꼬리’만 한 이자로 냉대받던 예·적금 등 안전상품의 가치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때마침 금리 인상으로 이자도 두둑해졌다. 다만 가입 조건이나 우대 혜택이 제한적이라, 자금 운용 목적에 맞는 꼼꼼한 비교가 필수다.
‘최고 6%대’ 예·적금 상품의 귀환
“또 허탕쳤어요. 오늘 1번이신 할머니, 손주 해준다고 오셨는데 새벽 1시부터 기다리고 계세요. 정말 핫하고 치사한 적금이다 싶네요.” (jhy***님)
최근 은행 문 앞에 새벽부터 대기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루 가입자 수 제한으로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고객도 상당수다.
SH수협은행은 ‘Sh쑥쑥크는아이적금’으로 인기 돌풍의 중심에 섰다. 아침마다 가입 전쟁이 벌어지자, 지점마다 하루에 10명씩만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비결은 금리다. 2018년 9월 출시된 이 상품은 타 시중 은행에서는 찾기 어려운 최대 연 5.5%의 금리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가입조건이 제한적이다. 월 10만 원 한도, 최대 만기는 5년, 만 6세 미만의 자녀 명의로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출시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판매고 10만 좌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예상외의 뜨거운 반응에 수협은 2018년 12월 말까지만 한시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 계획을 변경했다.
2018년 12월 새롭게 출시된 새마을금고의 ‘우리아기첫걸음정기적금’은 선착순 제한 없이 ‘최소 5%’의 금리를 내세워 인기몰이에 들어갔다.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대상으로, 아동 또는 부모 중 1인 이상이 새마을금고와 거래하는 경우 파격적인 우대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납입 금액은 월 5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이며, 전체 새마을금고 통합 1인 1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 직장인 차은진 씨는 “친정어머니께서 아이 통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해서 연차를 내고 가서 적금에 가입했다”며 “연 5%가 넘는 상품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데 다행히 통장을 만들었다”며 기뻐했다. 최고 연 6.5%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우리아기첫걸음정기적금’은 새마을금고 지점별로 금리 차이가 있다. 방문 전 해당 지점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비단 아이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도 연 5% 안팎의 고금리 상품이 다수 나왔다. 우리은행의 ‘우리 여행적금’은 최고 연 6.0%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여행 특화 상품이다. 정기적금으로 가입기간은 6개월 또는 1년이며, 월 납입 한도는 50만 원이다.
금리는 가입기간 1년 기준으로 기본금리 연 1.8%에 우대금리 연 4.2%포인트를 더한 최고 연 6.0%다. 우대금리는 우리은행 첫 거래고객,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 또는 연금 수령이나 공과금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0.7% 포인트, 우리신용카드 이용액과 공과금 카드납부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3.5%포인트가 제공된다. 제주항공 국제선 왕복 항공권 할인권(최대 10%)과 현대백화점인터넷면세점 적립금(최대 8만 원) 및 1년간 최상위 멤버십 자격도 제공된다.
IBK기업은행의 ‘IBK W소확행통장’ 적립식의 경우 월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금이다. 계약기간 중 레저 업종에서 IBK카드를 사용한 실적, 온누리상품권 현금 구매 실적에 따라 최대 연 2.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최대 연 4.0% 금리를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의 ‘OK VIP 정기적금’은 최고 연 4.9%(만기 12개월)의 이자를 준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동시 가입이라는 조건이 있다. 월 보험료 납입액에 따라 기본금리 2.5%에 우대금리 0.9~2.4%포인트가 더해진다.
최근 출시된 은행 예금 가운데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상품이 눈에 띈다.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가 연 2.55%(2018년 12월 12일 기준)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은 연 2.5%를 이자로 준다. 스마트폰 가입 전용 상품이며 우대조건은 없다.
파킹 통장을 아시나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길을 잃은 부동자금이 ‘파킹 통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파킹(parking) 통장이란, 말 그대로 주차장에 차를 잠깐 주차하듯 단기간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통장을 의미한다. 아주저축은행의 ‘더 마니 드림 저축예금’은 단 하루만 맡겨도 최대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는 예금 잔액별로 달라지는데, △1만~9만 원이 1.6% △10만~99만 원은 1.7% △100만~499만 원은 1.8% △500만~999만 원은 1.9% △ 1000만 원 이상은 2.0%다. 예치금액 제한이 없고 인터넷뱅킹 이체수수료도 면제된다. OK저축은행의 ‘OK 대박 통장’은 복잡한 조건 없이 하루만 맡겨도 연 1.7% 금리를 준다.
3개월 안팎의 단기 자금 운용이 목적이라면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를 주목할 만하다. 증권사에서 한시 판매하는 상품으로, 단기 자금에 연 3%가 넘는 금리를 제공한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그룹 편입을 기념해 특판 RP는 3개월(91일) 약정 상품으로 연 3.3%의 금리가 적용된다. 신규나 휴면고객 대상으로 가입 한도는 2000만 원까지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하는 특판 RP는 3개월(91일) 예치 시 연 3%의 이자를 준다. 1인 가입 한도는 10억 원까지이며, 선착순 판매로 한도 소진 시 종료될 수 있어 지점별로 가입 한도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달러 투자 상품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달러 자산 수요에 맞춰 연 3%의 이자를 주는 ‘달러RP특판’을 내놨다. 만기는 3개월 약정이며, 달러RP에 신규 가입하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00만 달러까지 가입할 수 있다.
2019년 금리, 올라가나
주부 박지윤(가명) 씨는 ‘금리 인상시기’ 뉴스에 예금 운용기한을 저울질하고 있다. 박 씨는 “앞으로 금리가 올라간다면 자금을 짧게 굴리다가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을 텐데, 경기 침체 얘기도 많아 마냥 기다리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30일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종전 1.50%에서 0.25bp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새해 추가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9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8년 2.7%에서 2019년 2.6%, 2020년 2.5%로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새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2020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가 확인된 시점에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도 새해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19년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 악화 속에 GDP갭 마이너스 폭이 추가로 확대되며 정책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새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특판’ 고금리 상품 출시 경쟁도 곧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전후해 자금을 미리 확보해두려던 2금융권에선 특판으로 상당 부분 목표를 채웠기 때문에 계속 고금리로 고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의 시그널로 읽히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을 주목한다. 미국 국채 5년물과 2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고음이 들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 12월 5일 한국 국고채 3년물은 연 1.901%, 10년물은 연 2.058%로 마감해 금리 격차가 15.7bp로 줄었고, 장단기 금리의 축소 영향으로 단기 예금과 중장기 예금의 금리 차이도 크게 좁혀졌다.
박해영 하나은행 Club 1 PB센터 PB팀장은 “단기 상품(1개월짜리 등)의 금리와 장기 상품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상당수 자산가들이 3개월 이내로 짧게 자금 운용을 하는 추세”라며 “금리 동결 혹은 인하 등의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단기 운용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중한 예금 안전하게 지키는 법
높은 금리의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성’이다. 과거 저축은행 파산 사태를 거치며 예금자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 파산 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보호해주는 제도다. 고금리를 겨냥해 저축은행 등에 예금을 맡길 경우 금융기관별로 5000만 원 이내로 나눠 분산 예치하는 것이 좋다.
새마을금고, 신협, 농·수협 지역조합은 현재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 금융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른 자체 기금에 의해 보호를 해준다. 새마을금고 예금은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은행과 마찬가지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하고, 신협도 신협중앙회를 통해 준비된 예금자보호준비금으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 원까지 보호한다.
금융상품별로 예금자보호 대상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적금은 기본적으로 보호 대상이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수익증권,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주택청약저축 등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대형 증권사가 판매하는 발행어음 같은 경우 예금자보호법의 원금보장을 적용받진 못하지만, 신용도가 좋은 회사인 경우 파산 가능성이 희박해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경기불황 예고 지표로 꼽히는 예·적금 및 보험 해약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악화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금융상품으로 급전을 융통하려는 SOS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보험해지나 카드론 등은 더 큰 손실을 부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 50대 주부 정희주(가명) 씨는 최근 가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지난달 남편의 무릎수술로 가게 문을 열지 못하면서 수입은 줄고 의료비는 늘어났다. 당장 이번 달 임대료와 카드값 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이다. 그동안 근근이 유지해온 가족들의 보험부터 깨야 할지 알아보고 있다.
# 치킨집을 운영했던 김문수(가명) 씨는 최근 가게 폐업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금이 남았다는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치킨집 폐업 후 다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갑자기 월급의 몇 배를 마련하려니 숨이 턱턱 막힌다. 급전을 위해 카드론 등도 알아보고 있지만, 폐업 과정에서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시중은행에서 개인 및 개인 사업자 명의의 정기예금과 적금을 중도 해지한 건수는 총 725만4622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175만927건(31.8%)이 늘어났다. 손해보험사 장기보험상품의 최근 1년(2017년 7월∼2018년 6월) 동안 해약 건수는 402만9737건으로 1년 전보다 30만5064건(8.2%) 늘었다. 해약환급금은 15조7851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조2290억 원(25.7%) 증가했다.
카드론 이용과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의 올 상반기 카드론 이용액은 2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9조5000억 원)보다 16.4% 증가했다. 대출 잔액이 늘면서 카드론 연체율도 올라가 신용 불안의 조짐이 짙어졌다.
◇ check point/ 보험
소득이 줄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금융상품 중 가장 우선적으로 해지를 고민하는 대상이 보험이다. 그러나 장기상품인 보험은 특성상 중도해지 시 원금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 또한 보장성 상품은 해지 후 사고가 닥칠 경우 가정에 더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만일 매월 넣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이어서 보험해약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찾아보는 게 낫다.
감액완납제도는 보험료를 더 내지 않고 지금까지 낸 보험료 한도에서 보장을 받는 방법이다. 보장기간과 지급조건은 그대로 두고 보장금액을 낮춘다.
일부만 해지해 보장 수준과 보험료를 낮추는 감액제도도 있다. 감액한 부분은 해약 처리해 해약환급금이 지급된다.
보험 해약이 불가피한 사정이라면, 보험사에 즉각 해약을 알리지 않고 보험료를 연체하는 게 낫다. 해약 직후 사고를 당하면 아무런 보장도 받을 수 없지만, 연체 중이라면 실효 때까지 약 2개월간 보장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급전이 필요한 경우라면, 보험해약 대신 보험약관대출을 고려해볼 만하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의 해약환급금 범위 50~95% 내에서 대출하는 계약으로 신용등급이 낮거나 빚이 있어도 간편한 심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은 약관대출을 통해 고객에게 지급 약정된 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확정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중 금리확정형 보험계약 대출 시 가산금리는 평균 2%로 집계됐다.
◇ check point/ 예금·적금
직장인 이광희(가명) 씨는 오는 연말 36개월 약정으로 부어온 적금의 만기를 맞는다. 문제는 지난 명절 준비로 지출이 늘어나, 당장 다음 적금을 넣을 돈도 부족하고 카드결제일 카드자금도 모자란다는 것. 이 씨는 아깝지만 적금 해약을 고려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이미 가입해둔 예·적금이 있다면 이를 먼저 활용하는 것은 당연지사. 다만 예·적금의 경우도 중도 해지하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서는 손실이 거의 없지만) 당초 약정된 이자를 제대로 받을 수 없으므로 중도해지 이율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만일 1~2개월 적금을 넣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만기이연제도를 활용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만기일 전에 적금 불입 횟수를 채우고, 입금이 지연된 만큼 만기를 늦추면 당초 약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적금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잠시 소액만 필요해 예·적금을 유지하고 싶은 경우에는 예·적금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통상 예·적금 이율의 1~2%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90~9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 check point/ 카드대출
카드대출은 그동안 급전의 대명사였다. 카드 고객의 한도만 남아 있으면 언제든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애용됐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넘기 힘든 고객에게도 비교적 대출 승인이 까다롭지 않게 이뤄진다는 이점도 있다.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평균 연 15% 내외로 이자도 상당할 뿐더러, 신용등급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물품을 산 금액에 대해서는 연체하지 않는다면, 할부로 거래하더라도 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사용하면 고금리 이자는 이자대로 내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이 높다.
소득이나 신용등급 등의 문제로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카드대출보다는 은행대출을 활용하는 게 낫다.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등장으로 24시간 비대면 대출도 가능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13일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KEB하나·롯데·비씨(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대출금리는 최저 5.9%, 최고 23.90%로 집계됐다. 평균 금리는 15% 수준이다.
반면 17개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3.78%에서 최고 연 6.69%로 집계됐다. 신용등급이 우수하다면 최저 연 3% 후반대에서 빌릴 수 있다.
신용등급 및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렵다면,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지원을 통해 대출을 지원하는 생계자금 지원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서민금융통합콜센터는 (국번 없이) 1397이다.
살아가는 데 음식은 꼭 필요하다. 요즘은 과잉 섭취 때문에 고민이거나 다이어트가 큰 관심사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집 안 물건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간소하게 먹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TV를 틀면 넘쳐나는 쿡방, 먹방 프로그램. 과거의 요리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나와 요리법을 시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음식점을 컨설팅해주거나 여행과 결합해 외국의 맛집까지 탐방하는 등 계속 진화 중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미식과 여행에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먹는 즐거움이 영원히 가능하면 좋겠지만, 시니어는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로 식생활에 제한이 생긴다. 그래서 최근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며 시니어를 위한 식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 식품 시장 규모 갈수록 늘어
바나나, 두유, 두부, 청국장의 공통점은? 고령화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식품들이다. 1인 가구와 고령화로 간편식을 찾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식품의 매출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일도 깎지 않고 씻기만 해서 간편하게 먹는 과일이 인기다. 유통회사나 식품 관련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매장 진열은 물론 시니어 식품 시장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7명 중 1명인 고령화 사회다. 또 황혼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노인 1인 가구도 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삼시 세끼는 필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시니어 식품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시니어의 식생활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유명한 욕구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하위 단계에서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즉 가장 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인 안전 욕구가 충족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들의 식생활 사정은 심각해 보인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노인 28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6명 중 1명은 영양 섭취가 부족했다. ‘영양 섭취 부족’은 1일 권장 열량 섭취량(남성 2000kcal, 여성 1600kcal)의 75% 미만에 해당하고, 칼슘 등의 섭취량이 평균에 못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칼슘은 전체의 약 82%, 지방은 약 71%나 부족했다. 단백질이 부족한 노인도 약 31%나 됐다. 이렇게 영양이 부족하면, 신체의 대사기능이 저하되고 면역체계에 이상이 온다. 최근 한 기업에서 40~80대 부모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절반이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귀찮다(26%), 소화가 안 된다(22%)는 이유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시니어는 연령대에 따라 건강상태도 다르다. 스스로 식재료를 준비하고 식사를 챙길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노화로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혼자 식사를 챙기지 못할 경우가 문제다. 나이가 들면 왜 식사하는 데 불편함을 겪게 되는 걸까. 그것은 몇 가지 신체 변화 때문이다. 우선 미각의 변화다.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미뢰가 크게 줄어들면서 미각이 둔해지는 탓에 짜거나 달게 먹게 되어 당뇨와 고혈압 위험이 커진다. 그다음으로는 저작(咀嚼) 장애다. 치아와 잇몸 손상으로 음식 씹기가 힘들어 영양 섭취가 어려워진다. 또 연하(嚥下) 장애(삼킴 장애)로 음식물이 기도나 폐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소화액이나 연동운동 감소로 인한 소화 장애도 생긴다. 이러한 여러 장애 때문에 고령자를 위한 별도의 식품과 서비스 개발이 시급한 것이다.
실버 푸드가 발달한 일본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은 ‘노인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및 급식 서비스’로 정의된다. 건강기능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 두부류 및 묵류, 전통 및 발효식품, 인삼과 홍삼 제품이 여기에 포함된다.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는 출하액 기준 2011년 5104억 원에서 2015년 7903억 원으로 약 55%나 급증했다. 2015년 국내 전체 식품 시장 규모로 보면 아직 1.5% 수준으로 비중이 미미하지만, 고령화 속도로 볼 때 급성장이 예상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친화식품은 영양분과 소화 용이, 저작과 연하 용이 순으로 중요했다. 또 60세 이후 건강한 간식을 챙겨 먹거나, 영양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식품의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시니어를 위한 식품과 서비스 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다. 일본은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노인이다.
이들을 위한 고령친화식품을 일본에선 개호(介護)식품이라 표현한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는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DF, Universal Design Food)로 식품의 굳기와 점도를 고려해 규격에 맞춘 식품을 판매한다.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는 쉽게 씹을 수 있는 1단계부터 삼킬 수 있는 4단계까지 구분된다. 이후 2014년부터 개호식품은 스마일케어식(Smile Care Foods)으로 명칭을 바꿔 판매 대상을 넓혔다. 개호 예방을 위한 식품부터 무스나 젤리 상태의 식품까지 범위도 넓다. 이런 음식들은 외관상으로는 차이가 없이 물성을 변화시킨다.
심화되는 고령화, 실버 푸드 시장 온다
나물 종류의 채식을 좋아하는 시니어도 있고 육식을 선호하는 노인도 있다. 또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식단 조절이나 영양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고령자를 위한 식품은 만성질환을 위한 건강식, 끼니를 챙기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간편식, 저영양 상태를 보충하는 영양식, 건강이 악화된 사람의 간병식 등 세분화되어야 한다.
신체가 쇠약해져 이동이 어려우면 식재료를 사러 다니기도 힘들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구매 난민, 쇼핑 난민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노인을 위한 식품을 판매하거나 이동 점포까지 운영한다. 또 상품배달뿐 아니라 고령자 혼자서 하기 힘든 전구 교체 등의 집안일까지 지원해 인기다.
우리나라도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고령친화식품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했다. 식품기업들도 고령자를 위한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 시니어는 미식과 간편식을 즐긴다. 고령친화식품 시장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상태이지만, 시니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과 서비스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