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형태를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새우는 모래에 구멍을 파고 고비물고기(goby fish)에게 집을 제공한다. 반면에 새우는 시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집밖을 나와 모래 위로 올라가는 순간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이럴 때, 고비물고기는 꼬리로 새우를 건드려 신호를 주고, 함께 모래 속 구멍으로 피한다. 산호초도 플랑크톤의 일종인 조류(algae)에게 자신의 안에 사는 것을 허락하여 집을 제공하고, 조류는 대신 산호의 뼈대를 구성하는 탄산칼슘을 만드는 과정을 돕는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은 이들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폭넓은 상리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공생관계를 갖는 존재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전체 수는 1014개로 인체 모든 세포 수의 10배이다. 그들의 유전 정보를 모두 합하면 인간 전체 유전 정보의 50~100배에 이를 정도이다. 그들의 종류는 무려 500가지가 넘는다.
그들은 누구일까? 바로 장내 미생물이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의 국제공동연구진에 의해서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지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사람과 장내 미생물은 처음부터 세대를 같이 하면서 함께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내 세균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이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은 오늘날 점점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다고 알려진 장기는 심장, 간, 폐, 신장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장(腸) 건강의 상태가 인체 건강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판단과 감정을 결정하는 머리에 있는 두뇌뿐만 아니라 장에 제2의 뇌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두뇌는 단단한 머리뼈 안에서 척수액에 의해 떠있는 공간에만 존재하지만, 장 신경계로 알려진 이 제2의 뇌는 식도에서 항문까지 9m에 걸쳐서 길게 연결되어 있으며, 무려 5억 개에 달하는 뇌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상하거나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구토나 또는 배탈이 나서 급하게 생기는 설사는 사실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배출하려는 몸의 방어 작용이다.
따라서 설사병에 지사제를 초기에 쓰는 것은 가려서 하는 편이 맞다. 세균에 의해 설사가 일어난 것이라면, 차라리 세균이 충분히 배출되게 하는 것이 회복을 더 빠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는 것도 장 신경계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이 장 신경계는 사람의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우울증과 수면,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요즘 들어 점점 증가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때문에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울증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환자의 약 87%는 앞에서 얘기한 장 신경계의 퇴행으로 인해 장 신경계가 파괴되거나 사멸되어 세로토닌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아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 연구진에 의하면, 장 신경계의 이상과 함께 나타난 이상 단백질이 신경을 타고 뇌에 침투하면, 파킨슨병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장 신경계가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따라서 장내 세균이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떤 사람도 장내에 유익한 균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서로 경쟁하며 일정 비율을 유지하기 마련인데, 보통 건강한 장이라고 한다면, 유익한 균이 85%의 비율을 유지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무너지는 것과 관련하여 최근 주목되는 것이 비만이라는 질병이다. 장내 세균 중에 비만을 일으키는 세균이 증가하면, 비만이 유발된다는 것인데 비만 세균은 체지방을 만들어 내고, 지방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아세테이트(acetate)라는 지방산을 만들어 지방 축적을 도와 비만을 유도하며, 그들이 분비하는 ‘그렐린’이라는 공복 호르몬은 배고픔을 자주 느끼게 해줌으로써, 음식 섭취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비만 세균의 대표적인 종류는 페르미쿠테스(Fermicutes)속에 속하는 세균들인데, 비만인 사람에게서는 이 세균의 비율이 전체의 90%까지도 늘어나며, 체중을 감량하면 거꾸로 그 비율이 떨어진다.
더 재미있는 것은 비만을 일으키는 장내 세균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과학저널 에 수록된 논문에 의하면, 내장 세균 중에서 포자(홀씨)를 만들어 사람의 몸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종류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이 홀씨를 다른 사람이 흡입하면 비만뿐만이 아니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장내 세균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것으로 최근에 밝혀진 질환으로 만성 피로 증후군이 있다. 이 만성 피로 증후군은 극심한 피로감 외에도 두통, 근육통, 관절통, 인후통이나 시각 장애, 기억력 장애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코넬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샘플을 비교한 결과,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분포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염증 작용을 하는 세균이 크게 감소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은 오히려 늘어났다. 연구진이 반대로 환자들의 대변에 나타난 수치를 먼저 보고 환자 여부를 역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에도 정확도가 83%나 되었다. 이런 결과들을 볼 때, 이제 건강의 척도에도 새로운 차원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에 유익한 장내 세균의 비율을 인위적으로라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숙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 있는 미생물이다. 즉, 유익한 장내 세균을 직접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임상적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객관적인 결과만 보더라도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해주고, 항생제 복용에 의해서 장내 세균 분포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기 쉬운 설사를 치료해주며, 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소아들에게서 급성으로 생기는 바이러스성 설사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로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기 쉬운 소아 설사는 빠르게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이 효과를 발휘한다. 항생제를 과도하게 복용해서 장기간 설사나 변비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도 프로바이오틱스가 또한 도움이 된다. 또, 영·유아나 소아들의 면역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가 되고 있다. 중이염이나 감기에도 저항력을 주며,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바이오틱스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주는 효과도 있으며, 갱년기 이후의 여성들에게 감염성 질염을 방어할 수 있는 확률도 높여준다. 여성의 질 내에도 세균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 중에서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익한 균의 숫자가 줄어들면 방광염의 발생률이 높아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요도의 길이가 짧아 요로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여성들에게도 좋은 건강의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의학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용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한 아기들과 이웃을 위해 기도합시다.” 영화가 끝나고 한 관객의 말에 극장은 어느새 예배당이 되었고, 관객들은 한참동안 그곳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낙태를 결심했던 한 여성은 눈물로 참회하며 아기를 낳겠다고 마음먹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는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살 것을 다짐했다. 영화 가 불러온 변화였다. 엄밀히 말하면, 주사랑공동체 이종락(李鐘洛·62) 목사가 만든 ‘베이비박스’가 일으킨 기적과도 같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2007년 12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새벽, 대문 앞에 정체 모를 굴비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비릿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고, 그 냄새를 맡은 길고양이들이 상자 주변을 서성거렸다. 뚜껑을 열어 본 이종락 목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상자 속에 든 것은 바로 갓난아기였기 때문. 하마터면 추위에 동사하거나 길고양이들의 위협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어쩌면 더 많은 생명이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길거리에 방치된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이 목사는 체코의 ‘베이비박스’ 소식을 들었고, 2009년 12월 가로 70cm, 세로 45cm, 높이 60cm의 베이비박스를 직접 만들어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 교회외벽에 설치했다. 보온효과가 있는 따뜻하고 푹신한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는 순간 교회 내부의 벨이 울리도록 설계했다. 막상 그렇게 마련해 놓고도 그 벨이 울리지 않길 바랐던 이 목사다.
“제발 어린 생명이 버려지지 않길, 그러나 버려질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이곳에 넣어 주길 기도했어요. 호기심에 사람들이 박스 문을 열어 벨이 울리곤 했는데 처음 아기가 들어온 것은 3개월 만이었어요.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탯줄을 달고 있었는데… 그 심정은 말로 표현 못 해요. 그래도 길 가에 버려지지 않고 베이비박스 문을 열고 우리에게 와준 것에 감사했죠.”
아이를 낳은 우리 아이들, 손가락질보다는 따뜻한 손길로
한국의 베이비박스 소식을 접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영화예술학교 학생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는 2013년 미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50개 주 870개 극장에서 500만 관객과 만나며 제9회 샌 안토니오 기독교독립영화제 대상, 제5회 저스티스영화제 영화상을 받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이 영화를 계기로 애틀랜타주에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졌고, 인디애나주에서는 병원과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 베이비박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법안이 나오기까지 했다. 한국에서는 올해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고, 최근까지 몇몇 소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영화를 본 이들은 이종락 목사의 헌신에 감탄하고 대단한 일을 했다며 박수를 치지만, 그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베이비박스 사역은 목사 개인의 계획이나 목적으로 이만큼 온 것이 아니에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가령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불이 난 것을 보면 신고하는 게 맞잖아요. 길 가에 버려진 아기들을 어떻게 그냥 두고 보겠어요. 당연히 보호하고 구해야죠.”
단 한 명의 아기라도 더 살리기 위해 만든 베이비박스이지만 처음 이 사실이 매스컴을 탔을 때만 해도 곱지 않은 시선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미혼모들이 무책임하게 아기를 유기하게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100개가 넘는 베이비박스가 있지만 1년에 겨우 한두 명의 아이밖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었다. 게다가 2012년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입양특례법이 실행되기 전 2년 7개월 동안은 76명의 아기가 들어왔는데, 그 이후에는 1년 5개월 동안 305명이 베이비박스에 남겨졌어요. 정상적인 경우라면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는 게 별거 아니지만, 미혼모나 특히 미성년자들에겐 큰 부담이죠. 그래서 산부인과를 가지 못하고 몰래 출산을 하게 되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무엇보다 아기를 두고 가는 미혼모 중 60% 이상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가슴 아픈 이 목사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자기가 낳은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린 미혼모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성교육을 하는 경우가 드물죠. 자신이 가진 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면 아이들도 그러한 행동을 잘 절제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일이 벌어졌다면 그땐 그들을 보호하고 이야기를 들어줘야죠.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하지만 대부분 어른들은 학생이 임신했다고 하면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며 손가락질하죠. 그게 다 우리 사회의 ‘체면 문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미성년자가 아이를 가지면 주변 사람의 시선 때문에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숨어버리게 되죠. 그러다 우울증을 겪거나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요.”
이 목사는 미혼모들이 찾아오면 “열 달 동안 아기를 지키느라 고생 많았다.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기와 함께 자살하려고 결심했던 엄마들도 많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음을 돌려 자신을 찾아와 귀한 두 생명을 살릴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이 목사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아기를 키우겠다고 데리고 간 미혼모도 150여 명이다. 그런 미혼모들을 위해 분유, 기저귀, 생활비 등을 지원해 주고 주사랑공동체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며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목사는 어린 엄마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그들의 부모세대로부터 뻗어 나왔을 때 진정한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생 후반전에 행복 더하기 ‘입양’
그동안 베이비박스 문을 통해 세상의 품에 안긴 아기는 올해 900명을 넘어서 이제 1000명에 가까워졌다(2016년 7월 8일 기준 979명). 이 목사는 모든 아기의 베이비박스 일지를 쓰고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키울 수는 없지만 애정을 담은 엄마의 손편지도 함께 보관한다. 이는 부모가 다시 아기를 찾고자 할 때 귀중한 자료가 된다.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 목사도 그중 9명의 아이를 입양해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 그가 입양한 아이들은 장애가 있거나 전신마비, 다운증후군 등을 앓고 있다. 아이 한 명을 양육하기도 힘들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손길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30여 년 전, 심각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둘째 아들 ‘은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사랑하는 보배 은만이 덕분에 생명의 거룩함, 소중함을 깨닫고 배웠어요. 몸을 움직이거나 말은 못하지만 그 아이는 눈빛으로 이야기하죠. 그 눈을 바라보면 인생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사는 게 아니라는 것, 하루를 만족하고 현재를 감사히 여기고 이웃을 사랑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 9명의 아이를 입양했지만, 몇 명 더 입양하고 싶어요. 그만큼 삶의 보람과 행복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입양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까다로운 국내에서는 입양 의사가 있던 이들도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 목사는 자녀들을 장성시킨 중·장년에게 입양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알 것이다.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란 아이들이 삶에 얼마나 큰 보람과 기쁨을 주는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입양은 자신의 무언가를 할애하는 것이 아닌 인생에 행복을 더하는 일이라고 한다.
“어제 다섯 명의 아이를 입양한 70대 중반의 교수님이 다녀가셨어요. 그분 말씀이 입양을 하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다 크고 출가하면 부모들은 외롭고 쓸쓸해지는데 그럴 틈이 없는 거죠. 나도 우리 첫째 딸이 자랄 땐 모르는 것도 많고 정신없이 지냈어요. 이제는 더 능숙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키울 수 있어 좋더라고요. 특히 갱년기 주부들은 우울증을 앓기도 하는데, 입양을 계기로 다시 사랑으로 아기를 키우다 보면 그 아이가 주는 기쁨으로 삶이 더 행복하고 즐거워질 거예요.”
1000명의 부모, 하나뿐인 부부
를 본 관객이라면 이종락 목사의 아내 정병옥 여사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고 이 목사를 내조하느라 힘들고 고단할 텐데, 영화 속 그녀는 늘 명랑한 목소리로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는 그런 아내가 있었기에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목사에게 아내는 늘 고맙고도 가장 미안한 존재다.
“밤낮 안 가리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키우느라 서로 대화할 정신이 없었어요. 지금은 우리가 해오던 일들에 담당자도 따로 두고 아이들도 많이 커서 조금 여유가 생긴 편이에요. 나는 그전에 참고 인내했던 마음이 많이 다독여졌지만 아내는 오히려 그런 점들을 드러내고 이야기하죠. 가끔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낼 때도 있는데, 그만큼 내가 이 사람을 고생시켰다는 생각이 들어 측은하기도 해요.”
1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부모이자 수호천사 역할을 해온 부부이지만, 정작 남편과 아내의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했던 시간은 적었다고 한다. 무심하고 소홀했던 지난날은 묻어두고, 매주 목요일을 휴일로 정해 단둘이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낯간지러워 못했던 애정 표현도 이제는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는 이 목사다.
“아내는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큰 위로를 받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 외에 지금까지 내가 남편으로서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노력하고 고마움을 표현해야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었는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아내가 안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마지막엔 내가 ‘아이 러브 유’라고 말하죠. 처음엔 서투르고 어색했는데,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버릇이 되면 괜찮더라고요. 물론 서로 잔소리도 하고 툭툭거리기도 하는데 알고 보면 그게 바로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의 두터운 사랑이고 정이죠.”
중년 여성이 겪는 갱년기 증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제는 대체로 공론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갱년기 극복 과정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제약회사 등 여러 단체들은 관련 캠페인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한 번쯤 묻게 된다. 그렇다면 남성은?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들 쉬쉬할 뿐 해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남성 갱년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는지 대한남성과학회 허정식 홍보이사(제주대학교병원 비뇨기과)를 통해 알아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대한남성과학회 허정식 홍보이사
남성 갱년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정력이다. 남성에게 있어 정력은 성기능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자존심과 같은 것이다. 정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남에게 밝혀서는 안 되는 비밀 중의 비밀 취급을 받는다. 술자리에서 성생활에 대한 허풍 섞인 농담을 주고받는 것도 이러한 인식 때문이고, 안타깝게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도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남성 갱년기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허정식 이사는 아직 원인이 완벽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남성 갱년기는 학계에서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논란이 남아 있는 상태죠. 지금까지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의 감소와 연관 있다는 정도만 밝혀진 상태입니다. 용어 역시 변화가 있어 그동안은 ‘후기발현 남성갱년기증후군’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였지만, 최근에는 ‘남성호르몬결핍증후군’으로 부르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불확실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허정식 이사에 따르면 여성 갱년기의 경우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생리가 중단되는 경우를 말하지만, 남성의 경우는 노화과정이 급격한 생식능력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점진적인 감소세를 나타낸다고 한다.
남자의 고개 천천히 숙여져
대한남성과학회에서 2010년 전국의 40대 이상 남성 2000여 명을 대상으로 남성호르몬 검사를 한 결과 28.4%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이하로 나타났다고 허 이사는 설명했다.
“이렇게 40대 이상 남성은 4명 중 1명꼴로 갱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하게 대처하는 사람은 드물죠. 남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생식능력의 감소입니다. 그 이외에 안면홍조, 기억력과 집중력 감퇴, 피로감과 수면 장애, 내장지방 증가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근육량과 근력 감소, 체모와 골밀도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남성 갱년기라는 것이 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이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면 되는 것일까? 실제로 그렇다고 한다.
허 교수는 남성호르몬의 부족으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에게는 남성호르몬을 생리적 상태와 가장 근접하게 보충해 주는 것이 매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성호르몬은 약효 작용 시간이 충분하고, 안전하면서 사용이 편리한 제품을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겔 타입의 테스토스테론 연고가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식이요법이나 유산소운동을 통한 근력운동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남성 갱년기 증상 중 성기능과 관련해선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등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일반적이지만, 간혹 남성호르몬 부족 환자 중에서는 이러한 약제가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단독 요법이 실패한 경우에는 남성호르몬과 발기부전 치료제를 함께 투여해 치료한다고 허 교수는 말했다.
부족한 남성호르몬 보충가능
남성 갱년기 중 심각한 부분 중 하나는 단순한 성기능 저하로 생각해서 내버려뒀을 때 다양한 증상들이 함께 따라올 수 있다는 점이다.
“50~60대 베이비붐 세대는 무엇보다도 정년퇴직이나 은퇴에 따른 경제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런 스트레스와 만성피로, 우울증 등이 남성 갱년기와 겹치게 되면,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떨어져 가족관계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끼치게 되죠. 여기에 성욕 저하와 발기부전, 지적 활동이나 인지 기능의 저하 등에 시달립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남성호르몬 검사를 통해 수치가 정상범위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흡연과 음주는 줄여야 하고요.”
특히 허 이사는 남성 갱년기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인간은 누구나 젊음을 유지하고,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면서도, 중년이 되며 겪게 되는 몸의 변화에 순응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의 나이에는 그것이 정상일 것이라고 간주해 버리는 것이죠. 단지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져서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것인데, 쉽게 오판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남성 갱년기는 치료 가능한 질환
일부에서는 자가진단표 등을 사용해 몸 상태를 점검하는데 변별력이 높지 않고, 오히려 치료시기만 늦추기도 해서 최근에는 권하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아무래도 정력과 관련해선 보신음식이 빠질 수 없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실험적으로 해마를 먹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 역시도 증명된 바 없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운동을 쉬지 않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얻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남성 갱년기 증상을 너무 무시하거나,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질환은 치료의 대상일 뿐이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남성호르몬을 이용한 치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아내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자는 허벅지’(바다출판사)는 일본의 여성 수필가, 소설가인 다나베 세이코 (田邊聖子)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1928년생이니 89세 고령이다. 남녀의 습성과 차이에 대해 집요한 통찰력을 보이며 폭 넓은 지성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작가라고 한다. 1971년부터 90년까지 20년간 ‘주간 문춘(週刊 文春)’에 고정적으로 에세이를 올렸다고 한다,
‘여자는 허벅지’는 1977년까지 쓴 에세이 중에서 본문 에세이 중의 하나인데 얼핏 포르노 영화 제목처럼 들리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게 야하지는 않다. 이 책은 저자가 남자와 둘이 술 마시며 대화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남자들 얘기가 많다. 그래서 여성 독자 팬들이 많은 모양이다. 대화 남 에게 “처음 여자를 알게 되었을 때 가장 깜짝 놀랐던 게 뭐냐”고 물어서 얻어낸 답이 “여자의 허벅지가 이렇게 굵은 것이구나.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굵고 하얗더라고요”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남자는 간을 상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간호원들의 스커트를 볼 수 있어서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요즘엔 심각하고 진지한 책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에 손이 간다.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내용의 책은 읽고 나면 남는 게 없거나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책 표지 디자인도 좀 야해 보이며 가벼운 음담패설 수준으로 유쾌하게 썼기 때문에 품격도 있고 재미있다.
사춘기 때 남자들은 여자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안다. 그러나 이 책은 필자가 본 책 중에 가장 솔직하게 여자들의 이면을 노출했다. 사실 여자를 제대로 알고 나면 별 거 아니라는 것이다.
여자들이 목욕탕에 갔을 때 하는 이야기와 처녀, 현역, 노인 여자가 목욕탕에서 보이는 습성 등 남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남자들에 대한 여자들의 생각도 솔직하게 풀었다. 저자가 태평양전쟁을 겪은 사람이라 남자들이란 전쟁에 나가서 목숨을 바치는 존재로 속물인 여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이었으니 제복을 입은 남학생의 손길만 스쳐도 자궁 밑이 빠지는 느낌이었단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도 얘기한 것이 많다. 먼 길 가기 전에 미리 화장실에 들렀어야 했는데 길은 막히고 차 안에서 실례할 수도 없어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도 솔직하게 한다. 결국 집에 도착해서 화장실에 가서 해결했을 때의 그 기분을 얘기했다. 그걸 들은 남자는 그 기분을 남자들이 일을 끝냈을 때의 기분이라고 했다. 결혼식과 결혼 생활은 여자에게는 연극의 한 과정인데 남자들은 실리만 찾더라며 남녀는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으면 어느 정도 배가 나오고 머리숱도 적어져야 보기도 좋고 신뢰가 간다고 했다. 젊은 사람이 늙은 사람 흉내를 내는 것과 달리 노인이 젊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뱃살을 빼야겠다며 운동하는 사람을 보면 안쓰럽다고 했다.
대부분은 가모카라는 남자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저씨”라고 부르지만 당시 47세 일본 평균의 남자란다. 저자 또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년 남자이니 양기가 입으로 올라 야한 얘기를 솔직담백하게 하는 남자로 나온다. 음담패설 에세이를 쓰는 작가이니 못할 얘기도 없을 것이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신단다. 에세이를 연재하는 사람이니 글감을 찾기 위해서라도 그런 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남자의 3대 쇼크는 사춘기 때 성기 주변에 나는 털, 그리고 노안, 갱년기 때 성기 주변의 털이 하얀 색인 걸 보고 쇼크를 받는다고 썼다. 반면에 여자의 3대 쇼크는 남자가 생각하기에 초경, 첫 경험, 출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성에 대한 지식을 처음 접했을 때, 결혼 생활, 늙음이라고 했다.
‘주간 문춘’에서 일부러 남자들이 알고 싶은 여자의 속 이야기를 쓰라고 주문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여자의 초경, 여자의 성욕, 여자들의 핸드백 속에는 뭐가 들었을까 등에 관한 얘기들이 그렇다.
일본이 전쟁을 얼마나 준비했는지 ‘낳아라, 번식하라“는 구호까지 붙이며 인구 수를 늘렸다는 얘기도 있다.
재일교포가 많이 사는 오사카(大阪)에 살아서인지 조선 남자들에 대한 이미지도 좋다고 썼다. 마늘과 기름 냄새, 강한 소주 냄새, 역동적인 발음의 조선 말 등이 매력이라는 것이다. 겉으로 예의바르고 소심한 일본인들에 비하면 훨씬 남자다운 것이다.
남자들의 속마음도 대화 남을 통해 털어 놓았다. 빚 대신 딸을 받아 맘대로 하는 상상, 공주를 납치해 요리하는 상상, 옛날 귀족들처럼 여자가 서른을 넘기면 침소를 다른 여자에게 넘겨준다는 관습 등을 알려준다. 일본인들의 잔인함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세계적 장수지역인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은 세계에서 콩을 가장 많이 먹는다. 장수에 좋다는 ‘슈퍼푸드(Super Food)’라는 용어를 세상에 퍼뜨린 미국의 영양학 박사 스티븐 프랫(Steven G. Pratt)이 선정한 14가지 음식에도 콩이 들어간다.
서양은 밀 위주의 문화이고, 동양은 쌀 위주의 문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독특하게 적용되는 음식 문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콩 문화이다.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콩 음식이 발달했다. 콩을 발효시킨 메주, 간장, 된장, 청국장 등과 콩을 가공한 두부, 순두부, 콩비지 등이 많이 만들어졌다. 콩은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통해 단백질을 합성하기 때문에, 우리 민족에게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콩들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유행하고 있다. 쥐눈이콩, 녹두, 완두, 렌틸콩, 병아리콩, 여우콩, 동부콩, 팥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이 콩은 어디에 좋고, 저 콩은 어떤 병에 좋다는 말이 많다. 그런데 음식의 효능을 찾을 때는 큰 부류의 공통점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녹두, 완두의 차이보다는 녹두, 사과의 차이가 더 크다. 즉 콩류는 공통점이 훨씬 많으며, 이들의 공통점을 알고 나서, 콩 각각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콩과 식물은 대표적인 덩굴 식물로 뿌리가 깊고 덩굴이 질기며 생명력이 강하다. 칡,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 감초, 황기, 콩, 팥 등이 있다. 칡 ‘갈(葛)’은 막을 ‘알(遏)’에서 나왔는데, 도로를 뒤덮어 길을 막아 버릴 정도로 잘 자라며 질기다는 뜻이다. 19세기 말엽 미국에 도입된 칡은 현재 미국 남부를 점령하고 북부로 진격 중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생태교란 식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1분에 1마일씩 자란다는 속설이 있는 아까시나무는 제초제를 쳐도 안 죽어 아까시나무만 죽이는 제초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족제비싸리는 대한제국 무렵 민둥산이 많아 홍수가 나자, 이를 막는다고 북미에서 수입했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고 질기다. 회초리, 빗자루로 쓰던 싸리나무 역시 콩과 식물이다.
이렇게 빨리 자라고 질길 수 있는 것은 수액을 공급하고 순환시키는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칡은 수십 미터 떨어진 말단까지 수액을 공급해 준다. 덩굴식물인 콩과는 체액을 순환시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단맛이 있기 때문에 해독하는 힘이 강하다. 그리고 콩과는 모두 서늘하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콩가루를 많이 쓰며, 술독을 푸는 데 칡뿌리, 녹두전 등 콩류가 꼭 들어간다. 황달, 부종, 배가 더부룩한 경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길 수 있는 심혈관질환, 뱃살에도 콩류가 좋다. 공해독, 약독을 풀어주는 데도 콩류가 좋기 때문에, 양약을 장기 복용할 때 콩류를 약간씩 먹어 주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콩류 전체를 살펴보면 콩깍지가 길면 길수록 체액을 순환시켜 몸 밖으로 빼내는 효능이 강한데, 녹두, 팥 등이 그렇다. 심혈관계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위장의 찌꺼기, 군살, 독소 등을 제거하는 힘이 강하다. 콩깍지가 짧을수록, 즉 1개의 콩깍지에 들어 있는 콩이 적으면 적을수록 기운을 보충하고 생식기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강한데, 약콩, 쥐눈이콩, 여우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이 그렇다. 생식기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은 여성의 갱년기 증상에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신부전 등 신장 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단백질이 많은 콩류는 오히려 부담이 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날콩에는 단백질 분해를 방해하는 트립신(trypsin) 저해제가 많기 때문에, 그냥 먹을 경우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콩을 쪄서 가루내면 트립신 저해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된다. 그리고 콩에는 질소와 황이 있어 배에 가스가 차게 하고 방귀를 잦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녹두는 콩 중에서 해독력이 가장 강하고 차가운데, 해독하는 힘은 녹색 껍질에 있다. 두통, 편도선염, 가슴 답답, 당뇨, 고열, 양약 중독, 중금속 중독, 술독 등의 해소에 좋다. 녹두베개를 만들어 베고 잠자면 머리를 시원하게 해서 열 많은 사람의 두통에 좋다. 그런데 원기가 쇠약해진 노인이나, 기운이 약한 사람, 속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한약 먹을 때 녹두, 녹두 나물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한약마저 해독해 버리기 때문이다.
붉은 팥은 뚫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각기, 부종, 창만에 좋으며, 산모의 젖 분비도 촉진한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할 수 있는데, 팥은 이런 밀가루 음식의 부작용을 가장 잘 풀어준다.
따라서 팥빵, 찐빵, 붕어빵, 팥칼국수, 타이야끼 등 밀가루 음식에 팥이 자주 들어간다. 동지팥죽, 찹쌀떡에 팥이 들어간 것도 새알, 찹쌀떡을 먹고 잘 체하는 부작용을 팥이 없애주기 때문이다. 뚫는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에서는 “오래 복용하면 피부가 검어지고 마르며 야위게 된다”고 주의시키고 있다. 1개의 팥 깍지에 4~15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백편두는 까치콩, 제비콩이라고도 부르는데, 남미 열대가 원산이며,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져 구토, 설사하고 땀이 쉽게 나며 몸이 무겁고 부을 때, 더위 먹었을 때, 아주 좋은 여름철 곡식이다. 소화력이 약할 때는 그냥 볶거나 생강즙 치료에 볶아서 쓰면 소화력도 높여 준다. 또한 콩의 일종이기에 해독하는 힘도 있는데, 여름철 식중독과 비상독, 복어독 등을 풀어준다.
그리스가 원산지인 렌틸콩은 자생지, 모양, 생태환경, 효능이 백편두와 거의 유사하다.
약용으로 많이 쓰이는 쥐눈이콩(서목태)은 검고 작으며 속이 파란 것이 특징이다.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쥐눈이콩은 상당히 강력한 해독제이다. 당뇨를 치료하고, 피를 맑게 하며, 중풍 치료와 예방에 좋고, 뼈를 튼튼하게 하며, 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에 좋다. 쥐눈이콩은 콩깍지에 1~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중동이 원산지이며 지중해, 인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 병아리콩은 땅콩처럼 고소한 맛, 밤처럼 구수한 맛이 특징으로 콩 비린내가 없고 포만감이 높다. 콩깍지에 2~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이 콩 역시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갱년기증상 완화에 좋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어 만든 뮤지컬 .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 무대를 올린 후 미국, 독일, 프랑스 등 49개 프로덕션, 440개 주요 도시에서 6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만났다. 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 이후 1200회 공연,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중년 여성들의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2004년 조연출을 시작으로 12년 동안 해오며, 이번 공연의 국내 협력 연출을 맡은 이재은 연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맘마미아 연출을 맡게 된 계기
2004년부터 조연출을 시작으로 12년 동안 해온 작품이에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연출을 맡게 됐죠. 즐겁고 신나는 무대 연출로 주목받아온 뮤지컬이지만, 이번에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지금까지의 공연과 비교한다면?
국내 뮤지컬 중에 중·장년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고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작품이 드물죠. 배우 최정원(도나 역)·이경미(로지 역)·성기윤(샘 역)씨 같은 경우에는 2004년 공연에는 30대였지만, 이번 공연에는 실제 맡은 배역과 가까운 연령대가 됐어요. 그러면서 역할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지고 풍부한 감정을 연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탄탄하게 작품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배우들과 12년 동안 함께 해온 제작팀의 내공이 더해졌으니 가장 완성도 높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이번 공연의 강점이라 생각해요.
중년 배우들의 열정을 확인하는 순간
연륜이 있는 배우일수록 열정이 훨씬 높다고 생각해요. 다른 뮤지컬에 비해 중·장년 배우가 많은 편인데, 젊은 친구들과는 다른 열의를 느낄 수 있어요. 단순히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의 패기 이런 것과는 다른 노련미가 느껴지죠. 실제로도 공연을 위해 준비도 많이 하고요.
중·장년 관객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장면
1막에 타냐와 로지가 도나의 침실에 마주앉아 “우리도 젊었었지. 그때는 그랬었지”하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주인공들의 대화처럼 중·장년 관객도 저마다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잖아요. 함께 끄덕끄덕하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2막에는 엄마가 시집가는 딸을 위해 드레스를 입혀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도 엄마와 딸들에겐 인상 깊죠. 그 외에도 도나(엄마)와 소피(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모녀가 함께 보면 가슴 뭉클한 장면이 많아요.
아바(ABBA)의 음악으로 채우는 작품, 가장 반응이 뜨거운 노래는?
단연 ‘The winner takes it all’이 아닐까 생각해요. 2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난 도나가 “너를 보고 엄청나게 설레었지만, 그동안 난 정말 괜찮았어. 괜찮았어. 괜찮았어…”라고 해가며 참고 참다가 결국 “그런데 있잖아. 나 너무 힘들었어”라며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죠. 애써 감정을 숨기는 도나의 모습이 안타깝고 슬퍼요. 그런 감정선을 따라가다가 도나의 노래를 들으면 감동은 배가되죠. 실제로도 많은 관객이 꼽는 명장면이기도 하고요.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는지
모녀가 와도 좋고, 친구끼리 와도 좋지만 특히 갱년기를 겪는 어머니들이 오셨으면 해요. 도나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지금도 늦지 않았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나이야. 나도 이렇게 나이 들었지만 좀 더 젊게 살아볼까? 새로운 것을 시작할까?”하는 자신감을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첫사랑이 생각날지도 모르겠어요.
공연 뮤지컬
일정 6월 4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폴 게링턴/국내 협력 연출 이재은
출연 최정원, 신영숙, 전수경, 이경미, 홍지민 등
영양제에 관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의 연령대에 꼭 맞는 영양제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다. 아무래도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게 되면, 체력이 감소하다든지, 노안이 생긴다든지 하는 증상부터 시작해서 근육이나 뼈를 삐끗해서 후유증이 오래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사실 영양제는 고사하고 삼시 세끼도 잇기 어려웠을 때를 돌아본다면, 노화가 현대사회에 비해서 급속히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사진을 유심히 보게 된다면, 그 차이를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50대에 접어들면 벌써 노령층으로 분류했을 정도로 생리기능이 급속히 쇠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운동이나 영양식 섭취, 그리고 영양제의 알맞은 복용만으로도 훨씬 더 수준 높은 건강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영양제 복용은 선택이라기보다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필수항목이라고 본다. 중년 이후 연령대에 따라서 찾아오기 쉬운 질병과 그에 대비할 수 있는 영양제를 추천한다면 다음과 같다.
40 ~ 50대 갱년기여성
① 골다공증
칼슘, 비타민D, 크랜베리가 좋다.
여성의 경우 골밀도가 낮아져 골다공증이 되기 쉽고, 이럴 경우 골절의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골밀도를 높여주는 약을 처방받거나, 칼슘과 비타민D를 섭취해야 한다.
② 고지혈증
오메가-3 지방산, 식이섬유를 추천한다.
갱년기에 갑자기 고지혈증이 생기는 여성이 많아지는데, 음식 때문에 생겼다기보다는 몸 안에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여 지방의 대사과정에 변화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적당한 운동과 함께 오메가-3 지방산이나 식이섬유 등의 섭취가 권장된다.
③ 질염, 방광염
프로바이오틱(유산균), 식이섬유가 효과가 있다.
중년 이후에는 질과 요로의 상피세포가 얇아지면서 탄력도 떨어지고 혈액순환도 줄어서 세균이나 진균 등의 감염이 증가하여 발생한다. 예방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산균이 장뿐만 아니라 질과 요도의 점막에 정착하여 나쁜 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전에는 1캡슐에 10억 마리 정도의 유산균이 함유된 것이 보통이었지만, 요즘 판매되는 유산균 제품 중에는 1캡슐에 100억 마리의 유산균이 함유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유산균의 장내 생존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유산균의 영양소로 쓰일 수 있는 식이섬유와 함께 복용하며, 자주 재발되는 방광염의 경우, 크랜베리 추출물이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40 ~ 50대 갱년기남성
① 발기부전
멀티비타민 미네랄, 아르기닌, 인삼, 은행잎 엑스 등을 추천한다.
중년이 되면 누구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성욕의 저하와 발기부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 연령의 남성들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약 때문에 그 증상들이 악화되는 수가 있으며, 당뇨병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전반적인 건강을 돕기 위해서 적절한 멀티비타민 제품 중 미네랄을 기본으로 아르기닌이나 인삼 또는 은행잎 제품이 도움이 된다.
② 전립선 비대증
비타민C, 아연, 항산화제, 소팔메토 등이 도움이 된다.
전립선 비대증은 노화로 남성호르몬이 변하여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에 완전한 예방이 불가능하더라도 미리 대비를 잘하면 발생을 늦추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전립성 비대증을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사전적 예방이 아주 중요하다. 비타민C와 아연이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도록 권장한다. 항산화제, 소팔메토등의 섭취도 고려할만 하다.
60세 이상 노년기
① 노년기를 위한 영양제 복용의 기본 사항
60세 이후에는 골밀도가 감소하여 골다공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혈관의 탄력이 떨어져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에 노출된다. 따라서 60세 이후에는 꼭 섭취해야 할 영양소와 피해야 할 영양소를 구분해서 나이에 맞게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먼저 부실한 치아와 골밀도 저하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비타민D와 칼슘의 보충에 신경 써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미네랄이 골밀도 감소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폐경 이후에는 철분의 과잉 섭취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철분 섭취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 여기에다 에너지 영양소의 흡수를 도와줄 비타민B 군과 혈관 영양을 위한 오메가-3, 항산화제도 섭취해야 하므로 60대 이상을 위한 적절한 가격대의 영양 복합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격도 주요 고려 요소의 하나이다. 남은 생애동안 계속 복용한다고 가정하면 부담 없는 가격의 영양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② 60세 이후 섭취해야 할 영양소 : 오메가3·비타민 C·칼슘
평소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보았을 때, 육식을 즐기는 편이라고 판단되거나 혈액검사에서 평소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편이라면 오메가-3를 섭취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노력을 통해 심혈관 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약이나 식품 중에서 중성지방의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성분의 폭은 아주 좁은 편이다. 약 중에서는 보통 페노피브레이트라는 약을 사용하고, 식품으로는 거의 오메가-3 정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체내 활성산소의 양이 많을수록 노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므로 신체 기능이 빠르게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평소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비타민C, 셀레늄 등의 영양소를 지속적으로 섭취해 항산화 관리도 해야 한다. 한 가지 꼭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칼슘 부족으로 인한 골밀도 약화는 폐경기 이후 가속되는데, 칼슘은 체내 흡수율이 낮기 때문에 비타민D와 함께 섭취해야 한다.
③ 60세 이후 섭취를 피해야 할 영양제 : 철분과 비타민 A
앞서 얘기한 대로 폐경 이후 필요량이 줄어드는 철분을 과잉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혈액 검사나 방사선 검사에서 유추할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의 가능성보다 예상외로 빠른 질환의 진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60대 이후에는 철분의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타민A는 60세가 지나면서 남녀 공통적으로 섭취 권장량이 감소하고, 과잉 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섭취 시 유의해야 한다.
비타민A의 부작용은 피로, 식욕결핍, 위장장애, 다뇨증, 모발 손상, 피부건조 등 다양한 편이므로 이상증상이 나타날 때, 비타민A의 과용 여부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세상, 구태여 ‘사진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구식이라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술적인 이야기를 모두 차치하더라도 나들이를 떠나면서 어깨 한 쪽에 혹은 목걸이처럼 카메라가 한 대 걸려 있지 않다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는 것 아닐까? 나들이가 잦아지는 계절이 찾아온 지금 배우자를 위해,
혹은 가족을 위해 멋진 사진 한 장을 위한 준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면 간혹 “요즘 세상에 사진을 누가 카메라로 찍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한다. 힘들지만 묵묵히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에게는 야유나 조롱 섞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틀리지 않은 이야기다. 이미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는 값비싼 카메라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카메라 꼭 있어야 하나?
그럼에도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DSLR(일안반사식 디지털카메라)이나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미러리스(광학 뷰 파인더가 없는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해 갖는 장점은 물리적인 크기에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스마트폰은 물리적인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가장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광학적인 표현의 문제다. DSLR이나 미러리스는 렌즈 교환이 가능해, 소위 이야기하는 ‘흐려지는 사진’ 즉, 피사계 심도가 얕아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가 적은 사진 등의 표현이 가능하다. 반면에 스마트폰 카메라는 거의 모든 기종이 광학 줌이 아닌 디지털 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선 그 차이점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인 화질의 차이도 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1000만 화소 이상의 고해상도의 센서를 장착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좁은 센서 안에 많은 화소를 몰아넣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화소가 같더라도 스마트폰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는 화질의 수준차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카메라를 선택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사진을 취미로 갖거나 다양한 장면의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면 렌즈가 교환 가능한 기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많게는 10가지 이상의 렌즈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3~4가지 렌즈만 있어도 거의 모든 사진 촬영은 가능하다.
최근 카메라를 선택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wifi(무선인터넷)나 스마트폰을 지원하는지 여부이다. SNS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야외에서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재빨리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wifi나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기종들은 야외에서 바로 업로드나 공유가 가능하다.
시니어들의 경우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무게’다. 아무래도 체력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들이 사용하는 전문가용 기종의 경우 본체만 1kg이 넘고, 렌즈 하나의 무게도 보통 800g이상이다. 카메라 본체와 렌즈 몇 개를 챙기면 자칫 여행이 행군으로 바뀔 위험에 빠진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온라인 등을 통해 적당한 기종 몇 가지를 고르고 나서, 매장 등을 방문에 직접 만져보고, 내 손에 잘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DSLR은 니콘이나 캐논, 미러리스는 올림푸스, 소니, 삼성 등이 최근 사용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있다.
카메라를 구매하지 않고 즐긴다?
최근에는 다른 방식으로 사진촬영을 즐기거나 카메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렌털족(族)’의 등장이다.
사실 이 렌털족은 연예인들을 따라다니는 극성팬들이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연예인은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는 학생들이 카메라 장비 대여업체를 통해 고가의 망원렌즈와 카메라를 임차하기 시작하면서 렌털족의 시초가 됐다. 그러다 최근에는 카메라 사용 빈도가 낮은 직장인이나 다양한 장비를 사용해보고자 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대여업체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 운영 중인 카메라 장비 대여업체는 약 20여 곳. 그 중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지만, 지방 주요 도시에도 한두 군데씩 성업 중이다.
대표적 대여업체 중 한 곳인 ‘PLAY SLR’의 김현기 팀장은 대여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촬영 갈 때 빈손으로 오시는 고객들도 꽤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리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가방까지, 여기에 메모리카드 같은 소품까지 통으로 빌려 가시는 고객들이 적지 않습니다. 구매 자체를 부담으로 여기는 고객들도 많지만, 최근에는 구매 전 비교체험을 위해 빌려가는 경우도 많죠. 아무래도 대여 전문 업체들은 판매업자와 달리 장비에 대한 문의에 객관적으로 답변해 드릴 수 있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디지털 카메라 어렵지 않을까?
시니어들의 디지털 카메라 사용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는 ‘디지털 장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전문적인 촬영 기법은 고사하고, 사진을 찍고 나서 그 사진을 PC나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촬영이나 공유가 상대적으로 편한 스마트폰을 선택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사용자들을 위해 각 브랜드는 사진학교나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완전 초보에서부터 전문가를 위한 과정까지 그 교육내용도 다양하다.
니콘이나 캐논 등 주요 카메라 제작사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절차나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제조사가 운영하는 사진학교는 사용하는 기종에 맞는 최적화된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 사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에게 유익하다. 이론적인 교육과 함께 야외촬영 수업도 참여할 수 있다.
올림푸스 한국 영상사업부의 윤은경 차장은 “사용자들을 위한 사후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각 제조사들의 교육지원 노력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올림푸스의 경우 지난해 시니어 사용자들을 위한 강좌를 별도로 운영한 바 있으며, 올해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을까?
최근 사진을 즐기는 추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개방적인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과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폐쇄적 SNS를 통해 끼리끼리 작품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특히 폐쇄적 SNS를 검색하면 중년들의 사진모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 밴드의 한 모임에서 만난 조이례씨(53)는 “남편의 카메라 선물이 사진 취미의 계기가 됐어요. 인생 후반에 무언가 집중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서 너무 좋습니다”라며, “힘든 갱년기여성으로서 우울하지 않고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친구가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귀원씨(57)는 “지난해 명퇴하고 나서 생긴 여유 속에서 여행하며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사진이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계기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만나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사진의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대상포진이라는 병은 ‘통증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통증이 가장 무섭다. 피부에 생기는 물집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딱지가 생기면서 가라앉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통증은 한두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통각에서 통증을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를 지속적으로 망가뜨리면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주기 때문이다.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수년까지도 이 통증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의 2차적인 문제를 남기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어디에 문제를 만드느냐에 따라 각막염, 녹내장으로 실명을 일으키거나 뇌졸중,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구안와사라고 알려진 안면신경마비도 연평균 4.2% 정도의 증가율을 보이는데, 그 원인으로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한 안면신경 손상을 지목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 45만여 명이던 환자가 2012년에는 57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다시 2년 후인 2014년에는 64만 명 수준까지 대폭 늘어났다. 4년 전인 2010년에 비하면 무려 42%나 증가한 것이다.
대상포진 환자 증가 추세
우리나라의 대상포진 환자는 왜 이렇게 급작스런 증가율을 보이는 것일까? 원래 대상포진이라는 병은 어릴 적 수두를 앓았던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이 수두 바이러스가 수두가 완치된 이후에도 신경다발 속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증식하게 된다. 그 후에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서 염증과 발진, 물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소아기에 수두를 앓았던 사람만 이 병에 걸린다면, 유독 요즘에 그 발병률이 늘어나는 이유는 더더욱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본다면, 대상포진 환자들이 유아였을 적의 특정한 몇 년 동안 수두가 크게 유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국가 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어 의무적으로 수두 백신을 맞은 세대들이 기성세대가 되면 대상포진은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2013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0%는 연령층으로 볼 때 50대 이상이었다.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인 65세 고령층을 놓고 비교해보면, 40세 이하의 청·장년층보다 무려 8~10배 발병위험이 높다. 또, 폭염으로 인해 체력 소모가 심해지는 7~9월에 노년층의 대상포진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대상포진은 면역력만 충분히 유지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병인데, 면역력이 약해지기 마련인 노년층에게는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이라는 것이다. 이 대상포진으로 인한 끔찍한 고통은 노령인구에게 심각한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70대 영국인 호스피스의 사연은 그 심각성을 더 크게 보여준다.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의 안락사를 돕고, 그들의 여명을 보살폈던 70대 노인이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은 후, 나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그 끔찍한 고통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서 삶에 대한 미련을 접고 말았다. 그래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더라도 영국에선 안락사가 불법이어서, 자의에 의한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로 건너간 것이다. 결국 가족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생을 마칠 준비를 끝낸 후에 한 병원에서 약물투여로 숨을 거두었다.
대상포진은 백신예방이 최선
이 대상포진의 고위험군 환자층은 노년층만이 아니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도 면역력이 약해지므로 고위험군에 속한다. 물론 노년층일수록 그 확률은 높아진다. 대상포진이 일단 발병한 후에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시점이다. 확산되기 이전에 신속한 치료를 해야 효과가 좋다. 물집이 생기기 전까지는 감기 몸살에 걸린 것처럼 근육통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대상포진이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기 마련이다. 결국 대상포진은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대상포진 백신은 공급의 한계로 인해 50대 이상의 고령층만 접종이 가능하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백신 중에서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15만~18만 원 정도 하는 가격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소수만 백신을 맞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백신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60대 이상의 인구 3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를 보면 발생 위험이 5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성별이나 인종, 만성질환 여부에 관계없이 고른 효과를 보였다. 또, 만약 발병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고 잘 견딜 정도로 지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상포진의 원인질환인 수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유아들이 수두 예방접종을 맞지만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백신의 예방효과가 100%라기보다는 가볍게 앓고 지나갈 정도로 막아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즉, 수두의 감염과 그로 인한 성인들의 대상포진 발생 자체를 완벽히 억제할 수는 없지만, 백신접종만 효과적으로 잘되면 삶을 고통스럽게 할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접종의 중요성
노년층에게 또 필요한 접종으로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들 수 있다.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기 마련인 인플루엔자는 독감이라는 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의 노인과 만성질환자, 그리고 장기이식 등으로 인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발병될 경우 합병증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의 합병증이라면 가장 무서운 것이 역시 폐렴이다. 폐렴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2차적으로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균에 감염되어 세균성 폐렴으로 나타나기도 있다.
현재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보통 3~4가지의 예상 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을 섞어서 접종한다. 효력은 겨울철과 봄철을 지날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밝혀진 인플루엔자의 종류도 이론적으로 144가지나 되며, 유전자 돌연변이 등으로 그 이상의 종류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완벽한 대책은 되지 못하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는 있다. 그 외에도 폐렴구균 백신 또한 같은 이유로 노년층에게 필요하다.
이렇게 백신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이른바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은 아니더라도 그 집단 대부분의 구성원이 해당 질환에 면역을 형성하고 있다면 전염의 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에 유행병이 발생하기 어렵게 된다. 만약 이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유행병을 넘어 풍토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롭게 이주해오는 주민이나 신생아는 계속 생기기 때문에 그 사회의 집단면역은 가변적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이후 영국에서는 웨이크필드 박사가 홍역백신으로 인해 자폐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접종거부 바람이 확산되는 바람에 3차례의 홍역 대유행이 영국을 휩쓸었고, 현재도 영국은 홍역 유행국으로 남아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백신접종 거부로 사망하는 사람이 150만 명 수준이다. 건강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철저한 백신접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모든 병은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 원인은 심각한 사고나 사소한 해프닝일 수도 있고, 최근의 일이거나 또는 꽤 오래전 벌어진 사건이 단초가 되기도 한다. 부산에서 만난 옥기찬(玉基燦·55)씨와 그를 치료한 부산대학교치과병원의 허중보(許仲普·40) 교수의 이야기는 조금 특별했다. 이제 중년의 삶을 시작하는 환자를 위해 다른 치료법을 선택한 의사의 이야기는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치아가 아플 때에는 모든 생활이 문제였습니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이 있었고, 여러 어려움 때문에 아내까지 힘들어했었습니다. 그중 가장 문제는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제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으니까요.”
부산대학교치과병원의 교정에서 만난 옥기찬씨는 치아로 인한 문제가 한창일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부산의 한 제지공장에서 근무하는 옥기찬씨는 평소에 등산과 낚시를 즐기는 활동가 타입의 중년으로, 잔병치레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그렇게 건강했던 그가 치아에 문제를 겪게 된 것은 과거의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불의의 사고 때문. 1988년 당시 28세의 건장한 청년이었던 그는, 친구와 함께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평소와 다름없이 오토바이로 귀가를 하던 중이었다. 국도 위를 달리던 그는 이면도로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승용차를 발견하게 되고, 차량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작스럽게 틀어야 했다.
“어쩔 수 없었죠. 오토바이를 탄 상태로 자동차에 덤빌 순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겨우 피하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저도, 친구도, 오토바이도 논바닥 위에 있었습니다. 입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고요. 그래도 다른 곳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아직은 얼지 않았던 부드러운 논의 흙이 그를 받쳐주는 안전망 역할을 해 심각한 사고는 간신히 면했다. 그래도 옥씨는 그 사고로 윗니의 대부분을 잃어야 했고, 겨우 남아 있는 3개 치아로 윗니 8개를 모두 지지하는 적지 않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당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삶은 정상으로 돌아온 듯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 부위의 고통은 조금씩 넓고, 깊어져 갔다. 여느 부산 사나이들처럼 그 역시 사소한 고통에는 의연하려 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옆에 남아 있던 치아들도 세월의 흐름 때문에 썩고 뽑히면서, 어금니가 해야 할 일들을 앞니가 대신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붓고 피가 나는 것은 기본이었죠. 먹고사는 문제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습니다. 김치 같은 건 제대로 씹지 못해서 아내가 일일이 잘게 잘라주거나, 찌개로 푹 끓여야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밥도 많이 먹어야 반 공기가 못 되었죠. 체중도 빠져서 63~64㎏ 정도밖에 안 되었고, 제대로 먹질 못하니 늘 기운이 없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기운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니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사라져갔습니다.”
다른 많은 환자들이 그렇듯이 그 역시도 참다 참다 치과를 찾았다. 동네 치과에서 어느 정도 치료를 받으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들이 내놓은 해답은 의외였다.
“치과에서 치료가 어렵겠다고 하더라고요. 뼈가 별로 없다고. 그래서 좀 더 실력 있는 의사를 찾아야겠다 싶어, 두 군데를 더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같았습니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부산대학교치과병원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때서야 심각한 상황을 깨닫게 된 옥기찬씨는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적지 않은 돈이 들 것이 분명하고, 많은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를 하게 된다면 치료 후까지 계속 아플 것이라는 직장 동료들의 경험담도 그를 겁먹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어렵게 부산대학교치과병원을 찾은 것이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의 일이다. 남들은 연말이다 크리스마스다 들떠 있는 모습들뿐이었지만, 그의 눈에 그런 것들이 보일 리 만무했다.
처음 찾아온 옥씨의 모습을 허중보 교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단단하고 건강해 보이는 신체와 달리 입 주위만 나이가 몇 년은 더 먹은 듯한 모습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처음에 환자 상태를 봤을 때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앞니의 브리지로 연결된 의치는 흔들려 수명을 다한 상태였습니다. 기둥 역할을 했던 3개 치아 모두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때 가장 큰 고민은 보통의 치료를 하면 윗니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틀니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환자의 심정이었습니다. 틀니를 사용한다는 것은 노년이 됐다거나 혹은 젊음을 잃었다고 여겨 자포자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그를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이 남는 치아 하나 없이 틀니를 해야 한다고 하면, 마치 암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슬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중년 여성들은 남편에게까지 숨기고픈 여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되기도 한다고.
그래서 허 교수는 조금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부분틀니를 제거하고, 이를 받치고 있는 치아를 모두 뽑은 그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임플란트로 고정하는 임시 치아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심으려면 대체로 2개월 정도를 이가 없이 지내야 하는데, 치아가 없이 지낼 순 없기 때문에 임시로 만든 틀니를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임시 틀니라는 것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빠지기 일쑤이고, 상대와 대화하는 도중 달가닥거리기라도 하면 환자를 무척 난감하게 만드는 물건이기 때문에, 허 교수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허 교수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씹는 기능까지 할 수 있는 고정된 임시 치아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컴퓨터로 임플란트 8개가 심어질 자리와 각도, 깊이까지 모두 결정한 다음 그에 따라 장착될 임시 치아까지 모두 만들어 놓고 수술했습니다.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골이식도 해야 했고요. 수술 후 바로 임시 치아가 떨어지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해서 부드러운 음식 정도는 바로 씹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3번에 나누어, 6개월 정도 걸려야 치료할 수 있는 것을 한 번의 수술로 해결하는 것이라 꽤 까다로웠습니다.”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치아가 입안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화되는 기간과 잘 씹힐 수 있도록 조정되는 정도까지 모두 계산에 넣어야 했기 때문에 허 교수에게도 신중을 기하게 되는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25일, 수술을 끝낸 날 이후 옥기찬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술이 끝나고 4시간이 지난 후부터 식사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큼직한 김치를 마음껏 먹고 고기도, 야채도 실컷 씹을 수 있으니까 세상이 정말 달라져 보이더라고요.”
치료 이후 옥씨의 달라진 인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바로 주말 농장이다. 그는 올 여름부터 주말농장을 찾아 이런저런 농작물들을 심기 시작했다. 상추며 고추, 당근, 고구마, 케일 등 죄다 아삭아삭 씹을 거리뿐이다.
“이제 아내도 두 아들 것과 다르지 않게 식사를 준비하게 되고, 식사량도 늘었습니다. 실제로 체중도 5㎏ 정도 불었고요. 얼마 전에 갔던 친구의 딸 결혼식에선 얼굴이 밝아졌다며 놀라는 친구들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삶이 변하니 자연스레 치과치료 홍보대사가 됐다.
임플란트는 무조건 아픈 것이라며 겁줬던 직장 동료들에게 제대로 치과치료를 받아보라며 되레 큰소리친 적도 있고, 주변에 아픈 치아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있으면, 겁먹지 말고 병원부터 찾으라며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줄 정도가 됐다고.
과거의 옥씨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또 다른 환자를 향해 허중보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겠지만, 치과치료 역시 시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치아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을 악몽에도 비유할 만큼 두려워하면서, 남아 있는 치아가 견디지 못할 때까지 방치하는 것은 모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대수명도 훨씬 길어지는 만큼 관리나 조기치료가 무척이나 중요하니 너무 겁내지 말고 치과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