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취미를 시작하고픈 일본의 시니어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분야 1위는 아웃도어·여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여행하고 싶은 시니어가 76.7%로 가장 많았다. 특히 활동적인 취미를 원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커뮤니티 서비스인 ‘취미인클럽’(趣味人倶楽部)을 운영하는 오스턴스(オースタンス)가 회원 1098명을 대상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취미’를 조사했다.
취미인클럽은 50~70대의 시니어 세대의 취미를 연결하는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로 약 36만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스턴스의 이번 조사는 40~70대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참여자의 약 50%는 70대가 차지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약 90%는 현재 취미가 있었다. 이들 중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취미가 있는 사람은 약 60%였다.
새롭게 취미를 시작하고 싶다고 한 응답자의 41%는 아웃도어·여행 분야의 새로운 취미를 원했다. 이어 음악·악기(27.4%), 스포츠·댄스(23%)가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아웃도어·여행을 선택한 응답자의 76.7%는 코로나로 인해 떠나지 못했던 여행을 가고 싶어 했고, 39%는 드라이브를 꼽았다.
음악·악기를 선택한 응답자 중 61.5%는 악기 연주를 배우고 싶어 했고, 42%는 음악 감상을 원했다.
스포츠·댄스 분야에서는 걷기(33%)가 1위였으며 댄스(23%), 트레이닝(20%)이 뒤를 이었다.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싶은 이유로는 ‘즐거울 것 같아서’(28%)가 가장 높았으며, ‘친구와 즐기거나 새로운 사람과의 교류가 있을 것 같아서’가 16%로 2위, ‘건강·노화 방지를 위해서’가 14%로 3위를 차지했다.(단일 응답)
취미를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으로는 1위가 ‘혼자’(60%), 2위가 ‘취미 동료’(45.3%), 3위가 ‘친구’(27.4%) 순이었다.(복수응답)
오스턴스는 이번 조사를 통해 “70~80대가 되어도 취미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최근 코로나 이후 유튜브나 온라인 레슨이 보편화 되면서 트레이닝과 같은 액티브한 운동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제한되고 사람과의 기회가 훨씬 줄어든 만큼 외로움이나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시니어가 많아졌다”며 “취미를 통해 건강이나 교류를 원하는 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아연 작가
조력사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과 스위스를 함께 가줄 수 있는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처한다면 본인도 조력사를 택하겠는가? 지난 8월, 두 가지 난제에 대한 대답을 담은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가 출간되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안락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가길 바라며 용기 있게 나선 신아연(60) 작가에게 되물었다. ‘왜? 어째서 안락사를 반대하는가?’
2021년 7월 25일. 신아연 작가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20년 전부터 그의 글을 즐겨 봤다는 얼굴 모를 애독자가 함께 스위스로 떠나줄 수 있겠냐고 정중하게 물어왔다. 비행기 삯부터 스위스에서 머물 호텔의 숙박 비용을 포함해 여정에 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과 함께. 그러나 제안에서 정작 파격적인 부분은 따로 있었다. 스위스행의 목적이 ‘조력사’였다는 점이다.
죽음의 여정이 일깨운 삶의 소중함
조력사는 안락사와 함께 인위적으로 생명을 중단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안락사는 타인에 의한 생명 중단으로,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조력사의 경우 외부의 도움을 받되 스스로 치사량의 약물을 마시거나 주사를 놓는 자살 행위에 가깝다. 화두를 던지고 떠난 고인의 죽음은 조력사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소극적 안락사까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다.
섣불리 따라가도 되는 것일까. 국내에선 허가되지 않은 죽음을 방조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신 작가는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위스에 도착해서도, 죽음을 결심한 이와 함께 보낸 2박 3일 동안에도 고뇌는 계속됐다. 신 작가는 조력사 시행 직전까지 고인의 가족과 함께 고인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애썼다. 책 전반부에 일기처럼 전개되는 조력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독자까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다. 도리어 시종일관 마음 편해 보였던 건 죽음을 앞둔 고인뿐이었다.
“고인에게 동행을 제안받았을 때부터 악몽에 시달렸어요. 직전까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죠. 지인들도 모두 가지 말라고 말렸어요. 조력사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게 될까봐, 두렵고 무거운 기억으로만 남게 될까봐 걱정하는 마음이었죠.”
밸브를 돌림으로써 생을 마감하는 인간을 지켜보는 일은 실로 기가 막힌 경험이었다. 아직도 어젯밤 일처럼 생생해서 가슴팍에 통증을 느낄 정도라고.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행운으로 받아들인다. 주변 사람들과 스스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 강렬한 경험은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낳았다. 죽음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잘 살기’만 하면 죽음을 그다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건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은 결코 멀리 있지 않고, 죽음과 삶이 동전의 양면처럼 딱 붙어 닮았다는 점도 깨달았죠. 그러니 죽음에는 삶의 모양이 그대로 반영되리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아끼며 진실된 삶을 살아야 하고요.”
존엄한 선택? 되레 사회적 약자 내칠지도
고인이 원하던 대로, 신 작가는 고인과의 일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출간 직후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온라인 매체 ‘오마이뉴스’에 그가 직접 기고한 책 소개 글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 메인에 소개돼 15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글과 카페나 블로그 등에 공유된 글까지 합쳐 7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댓글 수도 놀랍지만, 신 작가는 거의 대부분의 댓글이 안락사 찬성으로 입을 모으고 있어 더욱 놀랐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8명이 안락사 허용을 원한다고 하던데, 제가 받은 댓글로만 보면 9.9명은 안락사 허용을 외치는 것 같더군요. 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까지 의견이 일치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놀라운 한편으로 우려스럽기도 해요. 삶과 죽음을 논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만장일치가 아니라 적절한 비율로 찬성과 반대가 나뉘어야 옳다고 생각하거든요.”
안락사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이유를 그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 자체는 늘고 있지만 삶의 질은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로 인한 걱정과 우려, 더 나아가 불안과 공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신 작가의 생각이다. 무의미한 생명 연장으로 인해 받을 육체적·정신적 고통, 그에 따른 의료 비용 부담 등이 두려워 안락사 시행을 찬성한다는 거다.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안락사 시행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죽음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고, 나아가 안락사 시행 반대 입장에 섰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에서다. 인간의 존엄성과 삶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위한다지만, 허용 기준이 모호해 악용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이미 안락사를 허용한 네덜란드에서는 가정을 가진 41세의 사업가가 불안장애와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안락사를 선택해 사회에 충격을 안긴 바 있어요. ‘네덜란드의 안락사 법이 알코올 중독자를 죽이기 위해 쓰였다’며 비난이 들끓었죠. 캐나다에서도 최근 ‘만성질환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사회에서 멸시를 받고 있기에 죽기를 원한다’며 신청한 존엄사가 승인되어 논란이 일었다고 해요. 안락사가 사회적 약자를 제도적 죽음으로 몰아가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라고 상황이 다를까요?”
다른 건 없다,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안락사 시행에 확고한 반대 입장에 선 그는 이 책을 계기로 안락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공론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가 안락사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호스피스 케어다. 말기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사회적 고통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하는 호스피스 케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건이 된다면 인세의 일정 부분을 호스피스 시설 확충에 사용하고픈 마음도 있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조력사 현장에 동행한 사실이 알려진 후 신 작가는 세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나이와 안락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각기 다른 세 사람이 고인과 같은 부탁을 해온 것이다. 그중 두 명은 이미 스위스 안락사 시행 단체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전처럼 결심을 바꾸려고 발 동동 구르는 대신, 그는 이들과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지금은 친구 사이에 하듯, 카카오톡 메시지나 이메일로 안부를 묻는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넨다는 행위 자체가 섣부를 수 있어 매사 조심스럽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메일 한 통, 메시지 한 줄만큼의 용기를 내고 있다.
신 작가는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웰빙’(Well-being)한다면 ‘웰다잉’(Well-dying)도 저절로 따라오리라고 믿는다. 여전히 죽음이 두렵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낯선 이들을 위해, 고인이 생전 신 작가에게 남긴 이야기 중 일부를 옮겨 적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조력사를 앞두고 있는 저 또한 평소와 다른 무엇을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그럴 수 없네요. 그저 하던 대로의 일상 그 이상은 없더군요.
어느 책에서 시한부 젊은 주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고 대답하고, 그 소망을 이룬 며칠 후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주부로 살면서 밥하고 살림하는 일이 기쁘고 즐겁기만 했을 리 없을 텐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어쩌면 지겹기조차 한 그 일상이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됩니다. 이 점에서 저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O₂, 산소, 원자 번호 8, 화학 산소족에 속하는 비금속 원소, 공기의 주성분이면서 맛과 빛깔과 냄새가 없는 물질. 호흡과 동식물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기체라는 사전적 의미의 산소. 강원도 홍천에 산소길이 있다. O₂길. 마스크 때문에 마음껏 숨 쉴 수 없어 미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수타사 산소길이 떠올랐다.‘그래 이번에는 산소길이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홍천의 수타사 산소길은 1~4코스로 총 4개 코스가 있다. 수타사 산소길을 걷는다고 하면 대부분 1코스를 말하는데, 수타사 주차장에 주차하면서부터 걷기가 시작된다. 인근에 오토캠핑장까지 있어 주말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공작산 생태숲 산소길 코스는 3.8km로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수타사-공작산 생태숲-귀소(출렁다리)-용담-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이다. 걷기에 따라 1~2시간 정도 걸리지만, 수타사 경내를 천천히 돌아보고 숲길을 걷다가 쉬다가 느긋하게 숲멍도 한다면 3시간도 금방이다. 참 여유롭게 돌아보는 산소길 트레킹이다.
눈을 들어보니 해발 887m의 공작산이 날개를 펼친 듯 에워쌌다. 깊은 골짜기 위로 봉우리들이 겹겹이 솟은 모습이 공작새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공작산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다. 그 산 아래 수타사 가는 길이 반기듯 쭉 뻗어 있다. 산소길 초입에 천년 고찰 수타사의 품격을 거친다는 것, 시작부터 차분히 숨 고르기를 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건 당시에는 우적산 일월사(日月寺)였다가 공작산으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로, 다시 새 한자인 수타사(壽陀寺)로 바뀌었다. 수타사 옆의 용담에 매년 승려들이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잦아 목숨 ‘수’(壽)로 바꾸었다고 한다. 예스러움이 물씬 전해지는 절의 분위기가 꾸밈없이 단아하다. 옛 모습을 품고 있는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에서도 위엄을 보여준다. 한나절 푹 퍼질러 앉아 목탁 소리 들으며 쉬면 좋을 깊은 산속 절이다.
수타사를 나오면 바로 공작산 생태숲이다. 생태숲 자리는 예전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었는데, 이제는 동식물의 서식 환경을 보호하고 다양한 생태체험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태연못 탐방로로 온통 연잎으로 뒤덮인 연밭이다. 그 사이로 놓인 부드러운 곡선의 데크 위를 걷는 이들의 풍경이 그림 같다.
산소길은 대부분 흙길이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깊은 숲속이다. 오래된 홍우당 부도가 숲길 옆으로 자연스럽게 나란하다. 부도는 부처나 승려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신 탑이다. 그 길을 지나면 정말 빽빽한 숲속이다. 폭도 좁아서 나란히 걷기보다는 홀로 걷기 좋으니 숲을 자연스럽게 즐기면 된다. 막상 숲에 들어서면 마치 밀림에 온 듯 오래된 숲속 풍경에 놀란다. 얼기설기 나무줄기가 양쪽으로 서로 얽혀 고개를 숙여 지나가야 하고, 빼곡한 나무 사이로 하늘이 빼꼼히 보이는 것 또한 깊은 산중에 파묻혔음이 느껴진다. 걷기 좋은 완만한 오솔길이 계속 이어진다. 어느 순간 새와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자연 속에 내가 있다. 짙은 풀 냄새가 나를 둘러싸고, 비로소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 초록이 가장 초록다운 숲이다. 싱그러움이 가슴속 가득 찬다. 역시 산소길이다.
수타사의 산소길은 인근 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홍천 읍내로 장 보러 가던 길이었다. 그 길을 걷다가 쉬어 가라고 쉼터가 있지만 힘들 것 없으니 그냥 계속 천천히 걷게 된다. 신봉마을을 반환점 삼아 돌며 시골 마을의 평온함도 얻는다. 수타사 계곡이 흐르는 출렁다리 소 구간에서 물소리 들으며 멍하니 쉬면 된다. ‘’은 소나 말 등의 가축에게 먹이를 주는 여물통인 구유를 뜻하는 강원도 방언이다. 계곡이 마치 구유처럼 생겼다 해서 소라 불린다.
나무가 바람에 사사삭 흔들리는 나즈막한 소리,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 숲 내음, 흙 내음, 초록의 색감만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한참을 걸었어도 가뿐하다. 후텁지근하고 끈적이던 더위도 잊었다. 숲이 깊어 햇빛도 저만치에 있다. 산소길에선 다만 마음껏 숨 쉬고 청량한 산속의 운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초록을 실컷 눈에 담았다. 천천히 한숨 돌리며 용담에 다다르니 계곡 쪽으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줄을 이어놓았다. 바위와 물의 깊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부터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넣어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메워져 평범한 소(沼)의 모습이다.
운동화를 툭툭 털며 산소길을 내려가다 옆길로 고개를 돌려보니 산림치유쉼터의 숲속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그야말로 신선놀음 중이시다.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 숲속에 쉼터와 명상 공간이 마련되어 시원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모습이다. 어딜 보아도 산소 뿜뿜. 보는 사람 마음도 시원하다.
홍천의 자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홍천을 다녀보면 무궁화 꽃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마을길에서도 볼 수 있지만 무궁화공원, 무궁화테마파크, 무궁화수목원, 체험관 등 온통 무궁화 꽃 도시다. 이는 홍천군이 우리나라 무궁화 메카로 선정되어 무궁화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자 조성됐기 때문이다. 무궁화 명소인 홍천의 무궁화수목원을 찾았을 때는 꽃이 한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무궁화수목원은 국내 최초로 무궁화를 테마로 조성한 공립수목원으로,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 사랑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각 테마별로 남궁억 광장, 무궁화 조형물, 품종원, 미로원과 16개의 주재원을 비롯한 숲속 산책로, 숲속 도서관 등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특히 무궁화가 한창 피어나는 8월에는 ‘나라꽃 무궁화 홍천 축제’가 열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수목원 입구에 길게 이어지는 280m 산책로 끄트머리에 위치한 무궁화(Rose of Sharon)의 집이 연출하는 풍경이 시선을 끈다. Rose of Sharon. 서양 사람들은 무궁화를 이렇게 부른다. 샤론의 장미는 성스럽고 선택받은 곳에서 피는 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나라꽃이 우리 민족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희망의 빛이 되기를 소망했다는 설명이다.
무궁화의 집을 둘러싼 푸른 들판엔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었다. 무궁화와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난 들판의 풍경은 홍천의 핫플레이스 예약이다. 현재 야간 경관 조명으로 은하수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연출되어, 데이트 커플들이 찾아오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곳이다.
홍총떡과 올챙이국수
홍천의 맛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서민 음식 홍천메밀총떡(홍총떡)은 시장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홍천의 메밀로 만든 반죽을 얇게 부쳐서 준비한 소를 넣고 드르르 만 홍총떡은 홍천의 대표 향토음식이다. 구수하고 개운한 김치나 무채 양념의 순한맛과 매운맛, 강원도 제철 나물이나 시래기를 넣은 나물맛으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홍천중앙시장에 가면 총대를 닮아 총떡이라는 홍총떡과 메밀전, 올챙이국수 등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또 한 군데, 전직 청와대 셰프가 운영한다는 음식점에서 명태회막국수와 낙지만두도 먹어볼 만하다.
홍천 여행
수타사 산소길 :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 덕치리 5-3
교통 : 수도권 기준 자동차로 약 두 시간. 대중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홍천종합버스터미널까지 약 한 시간 반 소요
홍총떡 : 홍천중앙시장 및 홍천 각 관광단지에서 판매. 홍천 오일장 1, 6일. 장날 아니어도 홍총떡은 영업 중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가 ‘기술과 삶 :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을 주제로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다. 주최사인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국내외 100대 제론테크놀로지’를 선정해 제론테크놀로지존(GT존)에서 전시 및 쇼케이스를 운영한다. 100대 제론테크놀로지는 100개의 제품·서비스, 100명의 전문가, 100개의 기관을 말한다. 다양한 제론테크놀로지의 접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참여가 예정된 친고령 기업을 미리보기로 소개한다.
●돌봄 분야
원더풀플랫폼의 독거노인을 위한 AI 돌봄로봇 ‘다솜이’는 말벗 대화, 가족이나 생활보호사와 영상통화, 복약이나 식사 시간 알림, 긴급 상황 알림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뉴스, 음악, 영상체조 등도 제공한다. 영상과 음성을 융합한 AI 돌봄로봇의 실제 서비스는 국내외에서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은 AI가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무엇보다 네이버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 대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생성하는 데 최초의 초대형 한국어 AI ‘하이퍼클로바’ 기술이 활용됐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등 여러 지역에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은 말 그대로 입고 벗을 수 있는 로봇기술을 말하며, 착용자의 신체활동을 돕는다. 고령화 사회에 웨어러블 로봇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에프알티(FRT)는 국내에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5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
특히 에프알티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의 보행을 보조하기 위해 개발된 웨어러블 로봇이 있다. 로봇의 근력 강화 기능을 보조받아 보다 쉽게 보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노인 스스로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줘 돌봄이 필요한 노인뿐만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의 신체 부담 또한 줄여준다,
●여가/사회참여 분야
로쉬코리아는 시니어 라이프 플랫폼 ‘시소’(시니어는 소중하니까)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시소는 ‘오프라인 클래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 여가, 취미 관련 콘텐츠를 소개·제안하고 오프라인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술, 가드닝, 한지공예 등 취미 교육을 비롯해 미술 산책, 다이닝 커뮤니티, 음악살롱 등 문화 체험, 농장 나들이, 서울 근교 여행 등 액티비티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시니어의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며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있다. 담당 크루가 시니어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유튜브 제작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장보기나 운동 등도 함께 한다.
스프링소프트는 치매 예방과 인지 능력 향상 목적의 기능성 게임이 탑재된 스마트 테이블인 ‘해피테이블’을 개발했다. 터치스크린 기반의 놀이형 테이블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과 협동 방식으로 게임이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시니어 사용자의 정확도나 반응 속도 등 게임 데이터를 분석해 인지 능력 이상 유무 진단, 치매 조기 발견 등이 가능하다.
●교육 분야
캐어유는 ‘스마트 에이징 솔루션 실현을 통한 시니어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설립된 시니어 디지털 케어 플랫폼 기업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및 기술을 개발해, 이를 어르신들에게 보급하고 교육하기까지 전반을 관리한다.
특히 캐어유는 무인 키오스크 교육 시스템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카페와 패스트푸드 주문, KTX와 영화관 예매, 은행 ATM, 무인민원발급기 등 총 6종에 대한 키오스크 이용 방법부터 카드 결제까지 교육과 반복 연습이 가능하다.
교육용 콘텐츠 이외에도 치매, 우울증, 스트레스 등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정신건강테스트’ 애플리케이션도 탑재해 활용도를 높였다.
한편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에는 이밖에도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이지태스크, SMD솔루션, 로보케어, 효돌, 미스터마인드, KB골든라이프케어, KT리얼큐브, 맨엔텔, SK하이닉스(실버프렌드)/SKT행복커넥트, 시스포케어, 비지팅엔젤스, 케어닥, 인바디, 리디자인, 한국에자이, 유한킴벌리, 사랑과선행, 멀틱스, 바이칼AI, 휠라인, 템프업, 아하컨설팅, 현대자동차(CES), 에버영코리아, 신한, 채움인지교육연구소, DNX, 대교이프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스토어에서 앱 깔고 들어가서 로그인하면 돼.”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요즘은 너무나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 한 문장은 마치 외국어와 같다. 조금 더 쉽게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할 수는 없는 걸까?
고령층은 스토어가 뭔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어디에 설치하라는 것인지, 로그인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한다. 아날로그가 익숙한 이들에게 디지털은 마치 새로운 언어와도 같다. 그럼에도 고령화 시대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있기에, 이들의 디지털 편의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는 대신 고령자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디자인을 반영한 고령층 전용 모바일 뱅킹 앱을 내놓는 이유다. UX 디자인은 ‘감성 중심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산업디자인 영역에서 강조되다가, 스마트폰이 급성장하면서 IT 업계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노년층의 육체적·심리적 상태에 대한 연구는 공간을 넘어 모바일로 연결되었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는 김현지 UX 콘텐츠 매니저와 ‘고령층을 위한 UX 디자인’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UX 디자인을 적용해 고령층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주거 공간을 만든다면,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고령층이 생활하기 적합한 주거 공간은 ‘누구나 살고 싶은 공간’입니다. 공간을 통해 세대를 인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에 베리어프리 디자인을 적용할 때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장애물이 없도록 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사회적 약자를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그들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실제 고령층은 ‘고령자를 위해’ 고안된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아요.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특별 대접을 받고 싶어 하지 않더라고요. 베리어프리 디자인은 이를 보완해 계속 진화했고, 이제는 ‘유니버설’(Universal) 디자인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이면서, 고령층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요.
주거 공간은 어린이나 성인도 부주의하면 다칠 수 있는 곳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고령층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요. 아이를 위해 집 안 모서리마다 스펀지로 감싸두는 것처럼 사소한 장애물을 없애는 거죠. 문턱을 없애거나, 욕실과 거실의 단차를 없애거나, 욕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재질 타일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첨단 기술은 꼭 필요한 곳에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작은 제품만으로도 고령자의 삶의 패턴이나 건강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은 고령자 주거 공간에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캐나다의 스타트업 ‘젠다카디언’(XandarKardian)은 레이더 기술로 사람을 99.9%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 제품을 만들어요. 화재경보기처럼 생긴 박스형과 테이블에 둘 수 있는 스탠드형이 있는데요. 카메라나 마이크 없이 레이더만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도 가능합니다. 고령 1인 가구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가 느릴 수 있는데요. 고령자가 거주하는 공간에 센서를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해 데이터로 상태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집 전체를 바꿀 수 없을 때는 이런 제품이 도움이 됩니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집 안 곳곳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데요. 이 기술들이 이용자의 안전이나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설치되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Q 키오스크나 모바일 앱이 늘어나면서,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을 위한 ‘단순한’ UX·UI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령층을 위한 모바일 UX 디자인을 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한가요?
‘어포던스’(Affordance) 디자인으로 새로운 제품·기능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입니다. 조사를 해보니 고령층이 새로운 기기나 모바일을 사용할 때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기능을 잘못 눌러 갖고 있던 정보나 자료가 사라지거나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휴대폰을 바꿔도 아는 기능만 사용하게 됩니다. 기능이나 화면이 단순하다고 사용이 쉬운 건 아닙니다. 단순함보다는 ‘명확’해야 합니다.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디자인으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죠.
‘어포던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이에요. 서비스나 시스템을 만들 때 사용자가 보기만 해도 직관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대략 짐작해 사용하게끔 하는 디자인입니다. 어포던스 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면 처음 보는 제품·서비스여도 이전의 경험으로 추론해 사용할 수 있어요. 사람은 볼록 튀어나와 있는 버튼을 누르고 싶은 심리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컴퓨터 자판이 그 심리를 이용해 디자인된 제품이죠.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터치스크린보다 버튼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디지털에서 그 기능을 강조해야 할 때는, 누를 때마다 진동이 울리는 ‘햅틱 기능’을 강화해 버튼 누르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노화에 따른 신체적·심리적 변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고령층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넣거나, 폰트 사이즈를 키우는 등의 고려이지요. 다만 상품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마케팅하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예요. 고령층을 고려해 만든 앱이어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단순한 기능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거든요.
Q 사용자 경험이 잘 반영된 UX 디자인 예시가 있을까요?
최근 2~3년 동안 사용한 앱 서비스 중에서 사용자 경험이 가장 좋았던 건 영국 핀테크 회사인 ‘리볼트’(Revolut)의 ‘리볼트 온라인 뱅킹’이에요. 한국의 토스를 떠올리면 되는데요.
모바일 뱅크 앱은 다른 어떤 앱보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3년 전 처음 이 계좌를 개설할 때 ‘한 페이지에 한 가지’(One Thing Per Page)로 디자인된 페이지가 최소 10개 이상은 되었던 것 같아요. 과정이 매우 명확했고, 매 페이지마다 제가 은행 계좌 개설을 제대로 해나가고 있다고 안심시켜주었습니다.
한 화면에 한 가지 행동만 집중하게 하는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필요한 요소라는 걸 느꼈는데요. 노년의 신체적 변화를 고려한 원칙이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수용하기가 힘들어지거든요. 뇌에서 메시지를 전송하는 데 관여하는 화학물질이 줄어들고, 신경세포에서는 이런 화학적 메시지에 대한 수용체 일부가 손실되기 때문인데요. 신경세포가 줄어들면 다소 느린 반응을 하거나, 어떤 작업을 마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 단어를 상기하는 능력과 같은 정신 기능의 쇠퇴는 만 70세 이후 기억 용량이 줄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한 페이지에 한 가지’ 원칙을 모바일 앱 디자인에 적용하는 건 노화를 경험하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이죠.
물론 이로 인해 전체 과정이 길어질 수 있어요. 두 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는 열 가지 단계를 하나씩 보여주면 열 페이지가 되니까요. 이런 문제는 UX 디자인 설계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진행 바(Precessing Bar)를 통해 현재 내가 전체 단계 중 어느 단계를 진행하고 있는지 보여주거나, 질문이 몇 개 더 남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혹은 각 페이지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으로 화면을 이탈하려는 사용자를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 애플 같은 빅테크 회사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문적으로 쓰는 ‘UX 라이터’(UX Writer)의 역할이 무척 커지고 있어요.
김현지 디자이너가 전하는 시니어를 위한 모바일 UX 디자인 Tip
1. 시력을 고려한다
시력의 변화는 만 40세부터 시작된다. 나이 들수록 색채 시력이 떨어져 비슷한 색을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파란색 음영은 희미하게 보인다. 고령층이 쨍한 컬러를 좋아하는 이유다. 색상 대비 비유 검사가 필요하다. 중요한 아이콘의 색상은 푸른 계열을 피하고, 메시지 전달을 강조하고 싶다면 색상보다 폰트의 크기와 굵기를 사용하자.
2. 인지 변화를 반영한다
인지적 변화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지만 자연스럽게 퇴화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기억, 주의력, 의사결정을 고려해 디자인한다. 기억력·주의력이 약해지면 멀티태스킹이 어렵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므로 한 화면에 여러 기능을 넣지 않아야 한다. 고령층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익숙한 디자인, 레이아웃, 색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신뢰가 필요한 서비스라면 전문가 의견을 노출해보자.
3. 운동 제어 능력
나이 들면 ‘노인성 진전’으로 인해 손떨림 현상을 겪는다. 따라서 화면 아이콘이 너무 작거나 복잡하면 안 된다. 손가락 태핑이 다른 운동 능력보다 늦게 감소해 스마트폰 터치 인터페이스가 고령층에게 더 적합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텍스트 보내기와 같은 수준의 과도한 손가락 태핑을 해야 하는 디자인은 금물이다.
김현지 UX 콘텐츠 매니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 요소와 공간 만족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실리콘밸리 테크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프리랜서 여행 작가로도 일했다. 저서로는 ‘아이와 함께 런던’, ‘한 번쯤은 아일랜드’, ‘아일랜드 홀리데이’가 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고령자와 장애인 등 관광약자 유형별로 적합한 관광 상품을 제공하는 ‘경기도 무장애관광 시범투어’를 10월까지 총 10회 진행한다.
이번 사업은 고령자, 장애인, 영유아 등 관광약자가 장애물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무장애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도가 무장애경기관광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 모집한 관광약자에게 관광비용을 전액 제공하고, 맞춤형 관광지를 안내한다. 고령자에게는 이동편의시설이 운영되는 곳으로, 영유아와 동반자에게는 기저귀 교환대와 아기쉼터를 갖춘 곳으로, 지체장애인에게는 장애인화장실과 휠체어대여소가 있는 곳으로 각각 안내하는 식이다.
13일 발달장애인과 동반 관광객을 위한 양평 세미원을 시작으로, 10월 말 영유아와 동반자 대상 용인 한속민속촌과 어린이박물관까지 회당 20여 명씩 10회에 걸쳐 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도는 이번 시범투어 결과를 통해 참여자의 만족‧불만족 요인을 도출하고, 관광약자에게 적합한 관광코스 정보 등을 홈페이지에 제공할 계획이다.
최용훈 경기도 관광과장은 “이번 시범투어를 통해 관광약자들이 경기도만의 무장애관광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시범투어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누구든지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관광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로의 날 일본 시니어세대가 올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여행의 인기가 높아졌다.
오는 9월 19일은 일본 공휴일의 하나인 경로의 날(敬老の日)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에 힘쓴 노인을 경애하고 장수를 바란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는 집안의 친척뿐 아니라 알고 지내는 노인들을 찾아 뵙고 안부를 묻거나 선물을 한다.
꽃배달 서비스 회사 ‘하나큐피트’(花キューピット)는 55세 이상의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경로의 날에 받고 싶은 선물’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경로의 날 받아 기뻤던 선물 1위는 과자 등의 식품(33%)이었다. 2위는 꽃(18%), 3위는 여행(17%), 4위는 전화 혹은 편지(11%), 5위는 의류나 액세서리 등의 패션 제품(10%), 마스크 등의 위생 상품(4%)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받고 싶은 선물을 물었을 때는 순위가 조금 달랐다. 1위는 과자 등의 식품(31%)으로 같았지만 2위는 여행(23%)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으나, 최근 그 영향이 줄자 여행을 원하는 시니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스크 등의 위생 상품을 원한다(8%)는 응답이 5위로 의류나 액세서리 등의 패션 제품(3%, 6위)을 웃돌았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 시 마스크 등을 자주 사용하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꽃 선물의 경우에는 꽃바구니(25%)나 꽃다발(20%)보다 화분(27%)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중에서는 보기에 예쁘면서 달지 않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화과자가 가장 인기 있으며, 평소 먹을 수 없는 음식이나 영양가 높은 음식 선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기프트몰’ 매출 데이터로 본 ‘경로의 날 받고 기쁜 선물 인기 순위’)
육아의 최전선에 있는 조부모들은 손주 돌봄이 자신의 건강, 인간관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양육을 맡으면 아이의 정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맞벌이 부부의 경제적 부담 또한 줄어들 수 있지만, 체력과 시간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 조사’
ㆍ조사 기간 : 2022년 7월 29일~8월 4일 ㆍ조사 대상 : 손주를 돌보는 55~69세 조부모 302명
ㆍ조사 기관 : 한국리서치 ㆍ조사 방법 : 온라인 설문 ㆍ표본 오차 : 신뢰수준 95.0%, ±5.64%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 돌봄이 피곤하다’(87.5%)고 토로했다. 육아 시 느끼는 어려움(복수 응답)으로는 ‘신체적 한계’가 63.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개인 시간 부족(55%) △정신적인 스트레스(25.8%) △육아 정보 지식 부족(22.5%) △자녀와의 갈등(22.2%)이 뒤를 이었다.
조부모들은 손주를 돌보는 대신 ‘여가와 취미’(67.9), ‘친구와의 교류’(49.3%)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주수산나 연세대학교 BK21 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경제 개발기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아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노년기에도 문화 공연이나 전시, 여행을 즐기기를 원하는 특성이 있다”며 “손자녀 양육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의 한계가 생기고, 그 자체가 손자녀 양육을 하기 싫은 이유이기 때문에 개인 시간을 되찾는 것이 보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손주 육아를 하며 ‘친구나 지인’(39%)과 소원해졌다고 밝혔다. 더불어 ‘배우자’(19%), ‘자녀’(18%), ‘며느리 또는 사위’(13%), ‘다른 자녀’(11%) 등과 멀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사회정서선택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사람은 점차 나이가 들어 생애 후반으로 갈수록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조부모들은 친구나 지인 관계보다는 가족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고 설명한다. 다만 주 교수는 “어떤 영역을 선택하느냐는 개인과 가족의 상황, 가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231개의 지방문화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 지역문화 구심체를 한데 아우르는 조직이 바로 한국문화원연합회다.조직 최정상에 자리한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은 토목업체 대표인 동시에 11년째 서울 중랑문화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지만 지역문화를 향한 애정은 남다르다. 지역문화에 대한 변치 않는 철학, 남다른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문화는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며, 사람들이 그 꽃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는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선포한 ‘대한민국 문화 플랫폼 한국문화원연합회’라는 슬로건과 ‘제1회 지역문화박람회’ 개최 계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전에도 여러 사업을 운영하며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지역문화박람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내나라여행박람회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행사이고, 문화도시박람회는 정부 주도 아래 정책 사업을 홍보하는 장이죠. 이와 달리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추진하려는 지역문화박람회는 민간 주도의 ‘문화 종합마켓’이 될 겁니다. 231개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특색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지키는 데 주력한 231개 문화원만이 준비할 수 있는 행사라는 설명이다.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설립한 지방문화원은 정부 주도 단체나 문화 사업이 할 수 없는 일을 가능케 한다고 자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31개의 힘이 모여야 가능한 일들
국내 최초의 지방문화원은 1947년 설립된 강화문화원이다. 이후 자생적으로 설립해 운영했고, 1962년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지방문화원들이 전국에 들어섰다. 1994년 기존 법령을 폐지하고 대체 법령인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됨에 따라 지방문화원이 지역문화의 구심체 역할을 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합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2021년 빅데이터 센터 구축사업’ 문화 부문의 지역문화 빅데이터 센터로 선정됐다. 60여 년의 세월 동안 각 문화원에서 수집한 자료들의 중요성을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2017년부터 ‘지방문화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을 통해 지방문화원 한켠에 방치되고 있는 기록들을 모아, ‘디지털 아카이빙’(아날로그 형태의 자료를 디지털 표준으로 인코딩해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그대로 제공하지 않고, 활용하기 좋도록 기획하고 가공하는 것까지가 연합회의 역할이다.
“인터넷에서 검색되지 않는 자료는 사실상 없는 자료나 마찬가지예요. 그런 의미에서 각 지방문화원에 쌓여 있던 자료들은 있어도 없는 자료나 다름없었죠. 이번에 문화 부문 빅데이터 센터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도 원할 때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는 지역N문화 포털을 보충하고, 여행이나 교육 등의 산업 분야에는 가공된 디지털 데이터를 제공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혜자 벗어나 주체적 노인 되어야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 사업’, ‘실버문화페스티벌’ 등 행사를 진행하며 노인 문화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오고 있다. 2005년 어르신 대상으로 예술 활동비를 지원하며 노년 세대의 문화생활을 응원했던 것이 시작점이다. 어르신은 복지제도의 수혜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여타 단체에서도 노인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노인에 대한 인식도 덩달아 꾸준히 변화했다. 하지만 김태웅 회장에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의 노년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인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개개인 삶의 사이클은 이미 변화하고 있는데 노인 문화는 여전히 제자리에 멈춰 있어요. 여태 열심히 일했으니 인생의 남은 시간은 편안하게 쉬겠다, 그렇게들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노년기에도 주체적인 태도로 적극적인 인생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합회에서 시행하는 노인 문화 프로그램들도 같은 취지에서 비롯됐다. 노인이 자신의 삶을 즐기고, 그로 인해 주체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돕는 것. 김 회장은 이를 일자리로도 승화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한 생존이 목적인 수동적 뉘앙스의 ‘일자리’와 노인이 삶의 주체가 되게끔 하는 기회로서의 ‘일거리’로 표현을 구분해 사용하는 점만 봐도 그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처지를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살면서 축적해온 삶의 경험을 쓸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 노인들은 ‘선배 시민’이 된다.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지역사회 내의 갈등을 해결하고, 어려움을 겪는 후배 시민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 요즘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즐겁게 누릴 수 있는 성격의 문화도 물론 필요하다. 김태웅 회장은 유튜브로 즐길 수 있는 건전하고 유익한 노인용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노인들도 유튜브를 즐겨 보기 때문이다. 노인 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성화한다면,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문화 수준을 향상하는 데에 일조하리라는 그의 기대도 섞여 있다.
‘풀뿌리’ 문화의 힘
김태웅 회장은 ‘마이너리티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일이 문화원의 역할이라고 굳게 믿는다. 지역문화의 마이너리티라는 성격은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생전 문화원과의 특별 대담을 진행할 때 강조했던 부분이다. 문화의 영역이야말로 마이너리티, 소수성이 갖는 힘이 폭발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마이너리티가 갖는 고유의 가치와 의미가 존중될 때 거대한 울림이 되어 퍼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웅 회장은 문화원연합회 60주년을 맞아 작성한 칼럼에서도 이어령 전 장관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만큼 그에게 마이너리티는 지역문화를 꿰뚫는 핵심이자 지방문화원이 잊지 말아야 할 정신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혹은 지방문화원의 시작 역시 마이너리티 그 자체였습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무슨 문화냐’며 핀잔하던 시기에는 문화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마이너리티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문화의 중요성을 누구나 인정하는 시대가 됐죠. 지역문화의 거점으로서 231개 지방문화원이 구축해낸 풀뿌리 문화는 어느덧 ‘메이저리티’가 됐어요. 지방문화원이 앞으로도 문화 분권의 주체로서 마이너리티의 힘을 모으고 꽃피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잘 보존된 우리의 놀이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지역N문화 포털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한국 전통 게임에 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재미있게 구성해 제공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대한민국 문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준비를 이미 마친 듯하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윤영미(60). 그녀의 제주도 집 이름은 ‘무모한 집’이다. 직접 작명했다는 윤영미는 “제 인생을 돌이켜보니 저는 굉장히 무모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무모하다’는 꼭 부정적인 말은 아니다. 누군가의 무모한 도전과 열정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윤영미 역시 무모한 성격 덕에 아나운서가 됐고, 더 나아가 ‘여성 최초’라는 이름 아래 여러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윤영미의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도전은 60대에 접어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윤영미에게 아나운서는 오랜 꿈이었다.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방송반 아나운서를 맡은 그녀는 진행의 매력에 푹 빠졌고, 아나운서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예 아나운서 명찰을 달고 다니던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녀를 ‘윤영미 아나운서’라고 불렀다.
윤영미는 반드시 아나운서가 되어야만 했다. 목표를 정한 그녀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었다. 방법이 없다면 찾아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윤영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청량리역 역장을 찾아가 “왜 여자는 방송을 안 하냐”고 물으며 방송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한 달여 동안 안내 방송을 한 그녀는 ‘최초의 지하철 방송 여자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윤영미는 대학 졸업 후 춘천MBC 사장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 당시 춘천MBC에는 공채 제도가 없었는데, 아나운서 시험을 볼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패기 덕에 윤영미는 1985년 춘천MBC 아나운서가 되면서 꿈을 이뤘다. 이어 그녀는 1991년 SBS 개국 당시 경력직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SBS 입사 후에도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캐스터’, ‘최초의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제가 워낙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는데 방법을 알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잖아요. 저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걸 직접 해보고, 뭐라도 시도해보려는 편이에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이기도 했고요. 저희 어머니도 늘 ‘안 되면 끝까지 해봐라. 분명히 길이 보인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말들이 많은 힘이 된 것 같아요.”
이런 아나운서 처음이라고?
춘천을 벗어나 SBS라는 큰물로 옮겨가니 고충이 따랐다. 윤영미는 “SBS에 들어가서 한 3년 동안은 TV 방송을 못 했다. 제 자리가 없었던 거다”라면서 “당시 아나운서 중에 순위를 매기자면 저는 거의 꼴찌였다”라고 말했다. 쟁쟁한 아나운서들 사이에서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 윤영미. 그녀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윤영미가 찾은 돌파구는 ‘야구’였다. 당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자 캐스터가 없던 시절이었다. 윤영미는 자신이 길을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야구를 좋아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야구의 ‘야’자도 몰랐기에 그녀는 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당시에는 야구에 미쳐 살았던 것 같아요. 매일 근무 끝나면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봤어요. 당시에는 신문밖에 없으니까 스포츠신문을 탐독하고, 야구 중계를 켜놓고 따라 하면서 중계 연습을 했죠. 1년 동안 고시 공부하듯 공부했더니 야구가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당시 아나운서 국장이었던 이계진은 윤영미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 캐스터 오디션 기회를 줬다. 윤영미는 당당히 합격하며 마침내 ‘여성 최초 야구 캐스터’가 됐다. 그렇게 그녀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야구 캐스터로 활약하며 이름도 널리 알렸다. 지금도 그녀는 1994년 4월 7일 광주 첫 중계부터 한국시리즈 중계 등 영광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후 2000년대 윤영미는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녀는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 무대를 선보였다. 아나운서라는 고정관념을 깬 혼신의 무대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후 윤영미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 됐다. 신신애와 이박사 성대모사는 물론 시원한 입담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최초의 아나테이너 탄생이었다.
“당시 ‘엽기 아나운서’라고 주목받았는데, 요즘 같았으면 짤이 엄청 돌아다녔을 거예요.(웃음) 그런데 사실 아나운서실에서는 품위가 떨어진다면서 별로 안 좋아했어요. 저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도, 인지도가 높은 아나운서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미지 실추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고, 이왕 할 거면 어설프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즐겼을 뿐이에요. 시청자분들도 처음에는 제 모습을 낯설게 느끼다가 아나운서도 저렇게 할 수 있구나라고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때 아나테이너라는 말이 처음 나온 거죠.”
윤영미는 50대 진입을 앞두고 또 한 번의 도전을 했다. 2010년 12월 SBS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것.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방송국에서는 50세가 되면 방송 진행보다 교육 등 다른 것을 하기를 원한다.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는 필드에 계속 있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아나운서로 빛나는 윤영미. 그녀가 생각하는 아나운서로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일까.
“저는 특별히 비주얼적으로 뛰어난 것도, 대단한 특기를 가진 것도 아니에요. 제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성실성밖에 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다 성실하겠지만 저는 굉장히 프로의식이 강해서 평생 지각, 결석을 해본 적이 없어요. 천재지변이 있을 때는 아침 방송에 늦을까봐 전날 출근해 책상에서 잔 적도 있고요. 항상 미리 가서 준비하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믿음을 준 것 같아요.”
제주도, 그리고 가족
윤영미는 프리랜서가 된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종편 채널은 물론 홈쇼핑 채널에도 출연하고, 강연도 하고, 책도 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늘 가슴에 품고 있다. 현재 그녀는 제주도를 오가면서 살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가 제주도의 매력에 이끌려 정착하게 됐다.
제주도 살이를 한 지 벌써 3년째. 윤영미는 올해 종달리로 이사했다. 그 집이 바로 ‘무모한 집’이다. 그녀는 유튜브 채널 ‘윤영미의 무모한 집’도 운영한다. 이사를 하고 수리·인테리어 과정을 거쳐 집이 재탄생하는 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의 전통 양식을 살리면서 모던함을 가미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돌 부엌과 돌 인덕션, 찻장 등 윤영미의 감각이 녹아들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저는 방송이 있기 때문에 서울을 왔다 갔다 해요. 그래도 한 달에 반은 제주도에서 사는 것 같아요. 남편은 제주도에 계속 있고요. 제주도 집에 있다 보면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행복해요. 평생 생각만 하고 못 해봤던 일을 짧게나마 실현한 것 같아서 또 다른 꿈을 이룬 듯한 느낌이 들고 뿌듯해요.”
그런데 무모한 집은 정확히 말하면 윤영미가 산 집이 아니다. 6년 반 동안 장기 렌털한 집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집도 아닌데 대대적인 수리를 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윤영미 역시 생각보다 많은 돈을 썼지만 후회는 없다. 그녀는 “저는 남들과 다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에 살던 제주도 집은 ‘체리집’이었어요. 벚꽃(체리 블러섬)이 굉장히 아름다운 집이었거든요. 이번 집은 감나무가 있어 ‘감나무집’이라고 하려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남의 집에 그렇게 억대의 돈을 투자하느냐, 무모한 짓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돈이 그렇게 많이 들 줄 몰랐는데, 무모한 짓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제 인생 자체를 돌이켜보니 저는 굉장히 무모한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무모한 집’이라고 이름 지었죠.”
윤영미는 자신의 무모한 삶에 관해 얘기하면서 ‘결혼’을 언급했다. 결혼 또한 무모했다는 생각이다. 그녀는 서른다섯 살에 출판사 직원이었던 황능준 씨와 결혼했다. 화려한 아나운서였던 윤영미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결혼 전 소개팅, 선을 많이 봤는데, 황능준 씨만큼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없었단다.
즉 사랑 하나만 보고 결혼한 것인데, 결혼 생활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윤영미는 가장의 무게까지 짊어져야 했다. 황능준 씨가 결혼 후 3년 만에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전업주부가 됐기 때문. 졸지에 가장이 된 그녀는 악착같이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윤영미는 지난해 한 방송을 통해 그동안 쌓였던 가장의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늘 밝고 당당한 그녀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윤영미는 남편과 ‘졸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냐고 묻자 그녀는 “지금 남편과 거의 떨어져서 살고 있기 때문에 졸혼이나 마찬가지다. 30년 정도 같이 살았으면 많이 산 거다”라고 말했다.
“남편의 장점은 밝고 긍정적이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이에요. 결혼할 당시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사람만 좋으면 됐지’라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아요. 가장으로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윤영미가 오랜 시간을 버티면서 산 이유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 때문이었다. 현재 20대인 두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특히 첫째 아들은 미국 아이비리그에 편입한 바 있다.
“첫째는 경영을 전공해서 월스트리트 쪽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고, 둘째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 해요. 나중에 정말 우리 집을 지어줄지도 모르죠.(웃음) 저는 아이들이 무엇이 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애들을 속박하며 공부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애들이 알아서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윤영미는 어느덧 60대 시니어가 됐다. 동안 소리도, 젊게 산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잘 모르겠단다. 그냥 자신의 방식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을 뿐이라고. 윤영미는 나이를 먹을수록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야겠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과 여행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무모한 도전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뛰어들 그녀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우리 애들 학비를 대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제주도 집을 6년 반 계약했으니 잘 살아야죠. 또 욕심이 있다면 강원도나 전라남도에 새집을 얻어 제주도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싶어요. 인생의 목표는 오늘을 재밌게 살고, 하고 싶은 대로 살자예요. 독자 여러분도 마음에 어떤 갈망이 있다면 앞뒤 보지 말고 무조건 행하면서 즐기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