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얼마가 있으면 될까요?”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이 질문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현금흐름 세계에서 가장 불확실한 건 ‘내가 몇 살까지 살지 모른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 자산을 마련할 때는 평생 퍼 올릴 수 있는 우물형 자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산을 연금화 해야 할까? 아내와 두 자녀가 함께하는 4인 가족을 꾸려나가는 ‘김중년’씨의 가상 사례를 KB골든라이프센터에 의뢰해 현금흐름 만드는 노후 대비 자산설계를 받아봤다.
1. 국민연금 수령액이 얼마나 될까요? 아내와 국민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김중년 님은 60세까지 국민연금을 낸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 수령액은 140만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본인의 경우 군 복무 추납제(1988년 1월 1일 이후 군 복무한 경우 해당)활용해 군 복무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보험료를 내면 연금수령 금액을 늘릴 수 있습니다.
배우자분은 3년간 직장생활을 하였으나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7년간 내지 못한 연금을 추가 납부해 국민연금 소득을 만드시길 제안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김중년 님의 국민연금 수령액 조회는 NPS국민연금공단사이트에서 예상노령연금액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주부 님은 현재 국민연금 가입이 안 됐다면 임의가입자로 가입해 10년 동안 최소 월 9만 원을 내면 평생 월 약 18만 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주부 님은 22세부터 24까지 직장가입자 경력이 있어 추가납입제도 활용이 가능함으로 119개월(10년 미만)분을 추가로 납입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2. 퇴직연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디폴트 옵션을 골라야 한답니다. TDF를 추천받았는데, 상품을 고를 때 퇴직년도를 예상연도로 맞춰야 하는지 더 늦춰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TDF 말고 다른 투자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퇴직연금은 어떻게 운용해서 언제부터 연금으로 받는 게 좋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TDF는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겟으로 투자 자산과 안전 자산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그러니까 투자자 생애주기를 고려한 위험관리, 펀드가 스스로 해주는 리밸런싱, 하나의 펀드로 완성하는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기본적으로 활용합니다. 바쁜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을 운용하기에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운용사마다 TDF 운용 전략이 다르므로 TDF를 여러 개 분산해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본인 투자성향 및 은퇴 시기를 감안해 디폴트 옵션 상품에 묶음으로 운용 중인 TDF로 옵트인(Opt-in) 해 투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중년 씨는 현재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디폴트 옵션 상품을 직접 매수하는 ‘옵트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디폴트 옵션 상품을 매수하려면 기존 운용하던 상품을 매도해야 가능하다.
퇴직연금은 만55세 이후에 수령 가능하지만 김중년 님의 경우 재취업 후 60세 부터 연금을 받으면 좋을 듯합니다. 퇴직연금 수령방법은 기간지정, 금액지정, 자유인출방식 등 다양합니다. 김중년 님은 자유인출방식을 통해 필요할 때 인출해 사용하다가 추후 반퇴 생활 또는 국민연금 수령 등에 따라 기간을 지정하는 방식 또는 금액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수령 방법을 변경해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김중년 님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결과에 맞는 디폴트 옵션에 투자하거나 또는 본인이 미래에 전망이 좋다고 판단되는 종목 투자도 가능합니다. 원금보장을 원한다면 투자 분석 결과에 상관없이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도 운용이 가능합니다.
퇴직연금 수령 시점은 퇴직 후 55세부터 가능하며 소득공백기인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받거나, 필요한 시점에 자유인출방식을 활용해 수시로 인출할 수도 있습니다.
3. 노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생활비에 최대한 가깝게 연금을 받으려면 어떤 연금을 더 준비해야 할까요? 연금 준비를 위해 넣어야 하는 돈은 몇 세까지 얼마를 넣어야 할까요?
[고경환 센터장]
연금저축펀드를 추가로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예상 은퇴 시기까지 3년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계약직으로 최대 5년까지 재취업 가능하므로 국민연금은 60세까지 내고 연금 계좌인 IRP와 연금저축펀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운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우리나라의 연금 3층 보장체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돼 있습니다. 김중년 님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가입이 돼 있고 개인연금은 미가입 상태입니다. 따라서 연금저축계좌로 세액공제 한도인 연간 900만 원을 추가 납입해 납부 기간에는 세제 혜택을 받고, 은퇴 후에는 연금으로 활용 가능한 개인형 IRP 계좌로 부족한 연금을 채우시길 추천합니다.
4. 노후에는 주택도 연금으로 받아야 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연금을 받는 게 좋을지가 고민입니다. 또 지금 집으로 받는 게 나은지,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서 받아야할지도 고민이 됩니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월 생활비가 충족되면 주택연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닌가도 싶고요. 그래도 연금으로 받는 게 좋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김중년 님은 현재 상환해야 할 대출금도 있으며 자녀 학자금과 결혼자금이 1억 8500만 원이나 필요합니다. 추후 자녀들이 분가하게 되면 현재 거주 중인 부동산에서 조금 작은 부동산으로 거처를 옮겨도 좋을 듯합니다. 현재 보유 중인 아파트를 팔아 대출금을 상환하고 더 작은 주택으로 이사하는 시기는 대략 계약직으로 5년 정도 근무한 후 은퇴가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이때 이전한 주택을 활용해 주택연금을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장수리스크를 확실히 보장합니다만 국민연금으로만 노후를 담보하기에 부족한 금액입니다. 퇴직연금은 연금소득세율이나 절세를 고려한 수령을 계획하고, 주택연금은 의료비나 간병비가 필요한 시기에 종신으로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55세에 퇴직하고 계약직으로 재취업하면 연봉이 50% 삭감됩니다. 주택연금신청은 55세부터 가능하니 은퇴 후 56세부터 주택연금을 받아 계약직으로 삭감된 월급을 보완해 사용하시기를 제안합니다.
주택연금 수령 시 필요금액에 따라 정액형, 초기증액형, 정기증가형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해 받을 수 있습니다.
5. 1~4번의 연금을 준비했다면 각각의 연금 개시는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국민연금은 정상적인 수급시기인 65세에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60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는 퇴직연금을 금액지정방식으로 생활비에 필요한 만큼 받다가, 국민연금이 나오는 시기에는 기간지정방식이나 자유인출방식으로 전환하기를 제안합니다. 이때는 국민연금을 주된 소득원으로 활용하고 추가로 필요한 생활 비용은 퇴직연금에서 조달할 수 있겠습니다. 퇴직연금이 소진되면 주택연금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노지원 센터장]
김중년 님은 72년생으로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55세 퇴직 후 수령이 가능하므로 바로 연금을 수령해 대출금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퇴직금에서 출금해 갚거나 그동안 모아둔 적금으로 상환할 수 있겠습니다. 주택연금은 55세부터 신청해 계약직으로 삭감된 급여에 보태서 생활비로 사용합니다.
6. 현재 적금 계좌에 있는 돈으로 수익을 더 내고 싶은데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원금을 잃을까 걱정도 되고요. 어떤 상품에 얼마 정도를 투자해보면 좋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보유 중인 적금은 가장 먼저 마이너스 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출을 상환하고 IRP 계좌에 연간 납입 가능 한도 1800만 원을 넣어 저축은행 정기예금(4.4% 복리)에 투자하기를 제안합니다. 저축은행은 기관별로 5000만 원까지만 예금자 보호가 된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ISA 계좌에 연간 납입 가능 한도 2000만 원을 납입하고 정기예금, 채권형 상품 등 수익을 추구하지만 크게 손실이 나지 않는 상품으로 운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IRP·ISA 계좌는 계좌 안에서 운용되는 상품의 손익이 통산되고 과세가 이연돼 실효수익이 높고, 절세를 활용한 투자이므로 위험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ISA 계좌는 3년경과 시 연금계좌로 이전해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노지원 센터장]
공격투자형, 적극투자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안정형 등 개인별 투자 성향 분석 결과에 따라 상품을 제안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기대수익률과 위험도는 비례 관계에 있음을 인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7. 퇴직 후 소득공백기에는 일하려고 합니다. 다니는 회사에서 연장할지 조금이라도 연봉을 높여 다른 일을 할지는 고민 중입니다. 수입이 아무래도 절반가량 줄어들 텐데, 자녀에게 필요한 자금 준비도 해야 해 걱정입니다.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때부터는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요?
[고경환 센터장]
계좌 내에서 정기예금, ETF, ELS, 펀드 등을 다양하게 운용 가능한 ISA 계좌를 추천합니다. 연간 최대 2000만 원, 총한도 1억 원까지 납입 가능합니다. 한도 내에서 자유 납입 가능하고 3년 이상 경과 시 비과세 한도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 세제 혜택이 있습니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순이익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를 적용 가능합니다. 자금 운용 시 계좌 내에서 상품별 손익 통산이 적용되고 의무가입기간(3년) 경과 시 해지해 60일 이내에 잔액 전부 또는 일부를 IRP로 이전해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노지원 센터장]
보통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의 소득공백기에는 다시 일하셔서 현금흐름을 만드시거나 퇴직금과 근무 기간에 가입한 개인연금에서 받는 연금으로 생활비를 사용합니다.
8. 마지막으로, 더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고경환 센터장]
마이너스 통장 상환 후 해지를 추천합니다. 마이너스 통장 사용은 습관이며 예금 보유 시 예금 담보대출 가능합니다. 자금 필요시 인터넷뱅킹으로 보유 중인 예금을 담보로 실시간 대출 가능하므로 신용을 활용한 대출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먼저 재직 중에 받은 신용대출이 있다면 퇴직하기에 앞서 한도를 늘리거나 대출금 상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집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담보대출이 되는 건 아닙니다. 소득 증빙서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 필요자금을 계산해 미리 신규로 대출을 받거나 상환하는 등 계획적인 대출관리가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하기 위해서 신용카드는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성인이 된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자금을 침범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하겠습니다.
은퇴 후 적당한 일은 건강, 여가, 사회적 관계, 재정 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잘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준비하면 좋습니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인간관계의 중심축이 사회생활에 있었지만, 퇴직 후에는 관계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새로운 적응이 필요합니다. 부부관계(서로 존중),자녀관계(친구처럼 소통),친구관계(동네 친구 사귀기) 등 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은퇴 후 심한 감정 기복과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동체 참여, 자원봉사, 악기·언어 배우기, 명상, 긍정적 사고방식 기르기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건강관리도 필요합니다.
노후에는 전화사기 등 디지터렝 취약한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많습니다. 금융사기에 주의해야 하고, 치매·질병·장애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성인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로 치매가 우려된다면 미리 법원에 성년후견제도를 신청하는 게 좋습니다.
*상기 내용은 KB국민은행의 은퇴·연금 자산관리 종합상담 채널 ‘KB골든라이프센터’의 도움으로 작성 됐습니다. 상담 내용은 개인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가까운 금융기관에서 정확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국민연금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해 납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정 씨는 전월에 비해 국민연금보험료가 인상되었다는 통지서를 받고 의아해했다. 정 씨의 소득은 전월과 같았기 때문이다. 본인 소득의 변동이 없어도 국민연금보험료 산정 방식에 따라 보험료가 변동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 씨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상담을 의뢰해왔다.
국민연금보험료 인상
올해 7월 1일부터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국민연금보험료가 인상되었다. 국민연금보험료는 ‘기준소득월액×보험료율(9%)’의 산식으로 산정한다. 올해 국민연금보험료가 인상된 이유는 기준소득월액이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기준소득월액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 소득이다. 한번 정해진 기준소득월액은 7월 1일부터 다음해 6월 30일까지 적용한다. 기준소득월액은 하한과 상한 금액이 있다. 이 말은 국민연금보험료에 최저와 최고 금액이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참고로 2022년 기준소득월액 하한액은 35만 원, 상한액은 553만 원이었고, 2023년 하한액은 작년 대비 2만 원 인상된 37만 원, 상한액은 37만 원 인상된 590만 원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보험료도 ‘표 1’과 같이 변동된다.
기준소득월액은 상한이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이 기준소득월액을 초과하더라도 국민연금보험료는 최고 금액인 53만 1000원을 초과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의무가입자인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경우 기준소득월액 변경이 보험료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보험료 납부의 기준이 되는 소득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전년도 12월 31일 현재 지역가입자 전원의 기준소득월액의 중위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4월 1일부터 다음해 3월 31일까지 해당 보험료를 납부한다. 만약 임의가입자가 더 많은 연금액을 수령할 목적으로 중위수 기준소득월액 기준 이상의 보험료를 납부하길 원하면 국민연금공단에 신청해서 상한액까지 납부보험료를 변경할 수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
올해 7월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가 시행되었다. 우리말로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영제도다. 단어를 하나씩 짚어보며 제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제도는 퇴직연금 운영에 대한 책임주체에 따라 확정급부형(DB), 확정기여형(DC), 그리고 개인연금(IRP)으로 구분한다. 디폴트 옵션 제도가 적용되는 퇴직연금은 DC와 IRP다. 즉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디폴트 옵션 제도와 상관없다. 둘째, 디폴트(Default)다. 디폴트는 영어의 ‘Default Value’에서 유래한 말로 ‘초기값’, 즉 ‘기본 설정값’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은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평균 6% 이상)에 비해 낮은 편(평균 2% 미만)이다. 저조한 수익률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무관심이다. 사전지정운영제도가 도입되면 해당 가입자가 스스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영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진 방법으로 퇴직연금이 운영된다. 디폴트 옵션으로 운영이 허용되는 상품은 ‘표 2’와 같다.
셋째, 옵션이다. 옵션은 옵트인(OPT-IN)과 옵트아웃(OPT-OUT)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옵트인과 옵트아웃을 쉽게 이해하려면 체크 박스를 통해 의사를 밝히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옵트인은 ‘체크 박스에 체크가 안 되어 있는 상태’, 즉 ‘동의를 위해서는 체크 박스에 체크를 하는 행위가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옵트아웃은 ‘체크 박스에 이미 체크가 되어 있는 상태’, 즉 ‘별도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뜻한다. DC형 가입자는 근로자 스스로 운영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지정운영제도가 의무적으로 도입되는 옵트아웃 방식이다. IRP 가입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 사전지정운영제도에 가입할 수 있는 옵트인 방식이다. 디폴트 옵션이 작동되어 사전에 지정된 운영 방식으로 퇴직연금이 운영되는 중이라도 가입자는 언제든지 적립금 운영 방법을 사전지정운영 방식과 다르게 ‘직접’ 지정할 수 있다. 퇴직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관심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것이 이 제도의 취지라는 점을 이해하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연금 가입 대상 주택 확대
현재 주택연금 가입 대상 주택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의 주택이다. 공시가격이 시가의 60~7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시세로 12억 원 내외의 주택이 해당한다. 올해 7월 3일 금융위원회는 최근 몇 년간 주택 가격 상승과 주택연금 가입자 증대를 위해, 주택연금 가입 요건인 주택 가격의 상한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이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은 법 공포일로부터 3개월 후인 올해 10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주택연금 가입 대상 주택을 결정할 때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지만, 지급하는 연금액은 시가 기준으로 한다. 주택연금 가입 주택 가격이 상향되면 지급받는 연금액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유의할 점은 한국주택금융공사법에 의하면 주택연금 지급 기준이 되는 주택의 최고 시세는 12억 원이다. 즉 시세가 12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라 하더라도 지급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액 최고 금액은 주택 가격 12억 원이 기준이다. 현재 주택 가격에 따른 연령별 주택연금액은 ‘표 3’과 같다.
주택연금은 최종 수익자가 연금액을 모두 수령한 후 당시의 주택 가격과 기지급된 연금액의 차이를 정산한다. 기지급된 연금액이 주택 가격을 초과한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별도의 금액을 청구하지 않는다. 반대로 기지급된 연금액이 주택 가격에 미달할 경우에는 기지급된 연금액과 주택 가격의 차액을 상속인 등에게 지급한다. 따라서 주택의 시세가 12억 원을 초과하는 상태에서 12억 원을 기준으로 연금이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주택 가격을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0·50대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2019년 약 3400억 원에 달했다. 60대 이상의 같은 해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약 1760억 원이다. 2019년과 2020년 40대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총 약 7700억 원에 이른다.
노후에 금융사기로 재산을 다 잃게 되면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심적 피해도 상당하다.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금융 사기뿐 아니라 경제적 학대도 위험 요소다. 80대 부모의 연금을 독립하지 못한 50대 자녀가 가져가는 예도 있고, 요양원 원장이나 요양보호사가 치매에 걸린 고령자의 예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은퇴 후 준비 없이 창업했다가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폐업하면서 자산 압류에 처하는 사례도 있다. 대출 사기에 휘말려 압류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여러 이유로 자산이 압류되면 노후 생활이 빈곤해지는 악순환에 들어설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노후에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압류방지 방법들과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알아두자.
◆압류방지통장
1. 국민연금 안심 통장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압류를 못 하게 되어있지만, 국민연금을 받아서 일반 통장에 넣어두면 연금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다. 통장에 압류가 들어온다면 연금이라는 걸 소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게 국민연금 안심 통장이다. 분할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 반환일시금을 입금할 수 있고 일반 자금은 입금할 수 없다. 한 번에 이체할 수 있는 금액은 최저 생계비 수준인 185만 원까지다. 출금할 때는 일반 통장과 같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2022년 6월 기준 안심 통장 가입자는 약 32만 명이다.
2. 행복지킴이통장
행복지킴이 통장은 수급자 전용 압류방지 통장이다.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수급금 등만 입금할 수 있다. 야외 육체노동이 많아 질병이 잦은 농민을 위한 정책보험 ‘농업인NH안전보험’의 보험금도 행복지킴이 통장으로 입금 가능하다.
주민센터에서 수급자 증명서를 발급받고, 은행에 방문해 행복지킴이통장을 개설하면 된다. 이후 주민센터에 해당 통장을 수급금 입금계좌로 변경하면 된다. 농업인NH안전보험으로 행복지킴이통장을 개설하고 싶다면 보험가입내역확인서나 보험증권을 챙겨야 한다.
구직급여‧연장급여‧구직촉진수당 등의 압류를 방지하는 실업급여 지킴이통장도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해당 통장을 행복지킴이통장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 주택연금 지킴이통장
주택연금을 받고 있다면 주택연금 지킴이통장으로 185만 원까지 압류를 방지할 수 있다. 185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다면 185만 원은 지킴이통장으로, 초과금액은 일반계좌로 나누어 지급해준다. 가까운 주택금융공사 지사를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주택연금 전용계좌 이용 대상 확인서’를 발급한 뒤 주택연금을 받는 계좌의 은행 영업점에서 개설할 수 있다. 입금액은 한도가 있지만 잔액은 한도 없이 유지할 수 있고 출금 및 이체도 자유롭다.
4. 농지연금 지킴이통장
농민이라면 농지연금 전용 지킴이통장이 있다. 농지연금 제도는 고령 농가의 소득 안전망 확보를 위해 영농 경력이 5년 이상이고 만 65세 이상인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로 받는 연금이다. 농지연금 지킴이통장은 NH농협은행이나 지역 농·축협에서 가입할 수 있다.
농지연금 신규가입자는 압류방지통장 개설 후 농지연금에 가입하면서 해당 통장으로 연금 수급을 신청하면 되고, 기존 농지연금 가입자는 통장 개설 후 한국농어촌공사에 계좌 변경을 요청하면 된다. 안심통장과 마찬가지로 185만 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
5. 기타 압류 방지 통장
위 네 가지 통장 외에도 ▲실업급여 지킴이통장(구직급여‧연장급여‧구직촉진수당 등) ▲공무원연금 평생 안심통장(공무원 연금 수급자) ▲국방부 압류방지 통장(장병급여 안심통장) ▲희망지킴이통장(산재보상 수급자) ▲노란우산공제(자영업자·소상공인) ▲임금채권 전용통장(사업주 대신 국가가 지급하는 체불임금 압류방지) 등이 있다.
또한 퇴직금도 압류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퇴직연금 통장으로 잘 알려진 IRP 계좌를 활용하면 된다. 퇴직금을 일반 통장으로 받으면 압류 위험이 있지만 IRP 통장에 넣어둔 퇴직금은 압류할 수 없다.
◆금융사기 예방 서비스
6. 지정인 알림서비스
카드 대출 금융사기가 걱정된다면 지정인 알림서비스를 신청하자. 고령자의 신용카드 대출 상품 이용 내역이 가족이나 사전 지정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안내된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령자가 가입 가능하다. 대면으로 신규카드 발급할 때 가입할 수 있으며, 발급 후에 개별 가입도 가능하다. 다만 알림서비스에 가입할 때 알림을 받도록 지정한 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만약 지정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알림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7. 대리청구인 지정
치매로 인해 보험금 수령이 걱정될 때는 대리청구인 지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험 수익자가 치매, 의식 불명, 중대한 질병 등으로 직접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을 때를 위한 서비스다. 대리청구인이 대리로 보험금 신청을 할 수 있다. 대리청구인은 치매보험, 자동찿보험, 질병·상해보험 등 다양한 생명·손해보험에 적용된다. 치매보험의 경우 계약을 체결할 때 원칙적으로 대리청구인을 지정하도록 되어있다. 다만 서비스 적용 가능 상품이나 지정대리청구인의 범위는 보험회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 또 대리청구인에게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나서 피보험자(보험 가입자)가 의사능력을 회복해 보험금을 다시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이미 보험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재지급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따라서 대리청구인은 믿을만한 사람으로 신중하게 지정하도록 하자.
8. 보이스피싱지킴이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지킴이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보이스피싱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보이스피싱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안내한다. 다양한 보이스피싱 사례들도 소개한다. 사전에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보이스피싱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한편, 만약 피해가 있었다면 신고와 함께 해결 방법들을 알아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에서는 금융사기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고 사전에 금융사기 예방교육을 받아두는 것도 좋겠다.
노후 준비에서 최근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득 공백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다. 과거에는 ‘노후에 모아둔 자산이 얼마여야 하는가’가 노후 대비 자산 준비의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사망 전까지 끊기지 않고 현금 창출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졌다. 50대 이상 퇴직자들이 퇴직 전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재정관리’다. 또한 120세 시대에 중요한 자산으로 떠오르는 것은 ‘인적 자산’이다. 전문가들은 연금으로 최소생활을 준비하고,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나의 가치를 올려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인적 자산 관리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자들이 ‘미리 준비했으면 좋았겠다’고 말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나의 노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보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50대 이상 퇴직한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퇴직 전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가 되는 것’에 대해 조사했다. 응답자 중 37.5%가 미리 준비하지 못해 후회하는 것으로 ‘재정관리’를 꼽았다. 특히 연금 준비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보였다. 응답자의 약 70%는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 개인연금에 더 관심을 가지고, 국민연금을 더 받을 수 있게 신경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연금 외에 ‘주식이나 펀드 투자’(27%)와 ‘의료비 관련 괜찮은 보장 보험’(21%)을 준비해뒀으면 좋았겠다고 후회했다.
이동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개인연금으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모습”이라면서 “투자를 통해 노후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은퇴 이후에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정관리 다음으로 준비하지 못해 아쉬워한 것은 ‘퇴직 후 일자리 계획 및 준비’다. 응답자의 약 67%는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부업을 준비하거나, 자격증 등을 미리 공부하거나, 재취업·창업 준비를 미리 시작할 걸 후회했다.
이어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기에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묻자 ‘일자리로 소득 마련’을 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퇴직금·저축자금·투자자금 활용’이 뒤를 이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 소득 공백기를 대비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묻자 ‘재취업·창업 등 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답변이 많았으며, ‘퇴직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고도 했다.
이동근 연구원은 “일의 목적에는 자아실현과 같은 가치 실현도 있겠지만, 이번 설문 조사는 다른 결과를 종합해볼 때 은퇴 직후 소득 공백기에 생활비를 마련할 소득원으로서 일자리의 의미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퇴직 후 소득 공백기에 일하거나 근로기간을 늘리겠다는 답변을 통해 노후 생활비에 일이 가지는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결국 퇴직 후에 중요한 것은 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후 연금으로 수입이 없을 때를 대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노후에 모아둔 자산이 얼마여야 하는가’가 노후 대비 자산 준비의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사망 전까지 끊기지 않고 현금 창출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졌다. 더불어 소득이 꾸준히 발생할 수 있도록 ‘일’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노후 대비 자산 준비’란 ‘얼마나 풍족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미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퇴직했더라도, 지금부터 나의 자산을 점검하고 현실에 맞는 자산 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은퇴 생활을 연금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는 윤 씨는 국민연금부터 사적연금까지 다양한 연금에 가입 중이고, 거주 중인 주택도 연금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윤 씨는 연금마다 상이한 가입 조건과 지급 방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자 상담을 신청해왔다.
가입 자격
국민연금은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이 있는 국민이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다만 소득이 없더라도 해당 연령에 속하면 희망에 따라 임의로 가입할 수 있고, 60세가 넘어도 65세까지 임의계속가입자가 될 수 있다. 연금계좌(IRP, 연금저축)의 경우 연령에 관계없이 IRP는 소득이 있으면 가입할 수 있고, 연금저축은 소득이 없어도 국내 거주자면 가입할 수 있다. 보험회사에 가입하는 금리형 연금보험이나 변액연금보험 등 연금보험의 경우 계약자(보험료를 납입하는 자)는 특별한 가입 제한이 없다. 다만 연금을 지급할 때 기준이 되는 피보험자는 보험사에 따라 가입 연령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 혹은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납입 금액
국민연금 납입 금액인 국민연금보험료는 기준소득월액의 9%다. 사업장 가입자는 사업자와 가입자가 반반씩 부담하고, 나머지 가입자는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 연금계좌는 연간 납입할 수 있는 한도가 IRP와 연금저축 등 통틀어 1800만 원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연금보험의 납입 한도는 원칙적으로는 없다. 하지만 보험 차익에 대한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월납입 보험인 경우 월 150만 원까지, 일시납 보험인 경우 1억 원까지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의 주택이어야 한다.
납입 시 세제 혜택
국민연금은 납입보험료 전액에 대해 연말정산 혹은 종합소득세 신고 시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연금계좌는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는 세금이 부과되는 단계에 따라 다르다. 세금은 소득에서 비용을 공제한 후 과세표준의 크기에 따라 차등 세율을 적용하여 세액을 산출한다. 소득공제는 소득에서 비용 성격으로 법으로 정한 금액을 뺀다. 따라서 소득공제는 과세표준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적용되는 세율을 낮출 수도 있다. 세액공제는 소득공제가 적용된 후 산출된 세액에서 해당 금액을 뺀다. 소득공제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하고, 세액공제는 저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연금보험은 납입 시 아무런 세제 혜택이 없다. 주택연금은 일종의 대출이기 때문에 저당권을 설정해야 한다. 저당권 설정에 따른 등록면허세, 지방교육세를 최고 75%까지 감면해주고, 농어촌특별세 면세와 국민주택채권 매입의무 면제 혜택이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재산세를 25% 감면해준다. 주택연금 가입으로 인한 대출이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다른 연금소득이 있는 사람이 주택연금을 받은 경우에는 그 받은 연금에 대해서 해당 과세 기간에 발생한 이자비용 상당액을 해당 과세 기간 연금소득 금액에서 공제해준다. 공제 한도는 연간 200만 원인데, 공제할 이자 상당액이 200만 원을 초과하면 200만 원을 공제하고, 연금소득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 금액은 없는 것으로 한다.
연금 지급 시기
국민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만 60세부터 65세까지 정해진 시기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고, 조건이 되면 5년 범위 내에서 연금을 더 빨리(조기연금) 혹은 더 늦게(연기연금) 신청할 수 있다. 연금계좌는 만 55세 이상이면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연금보험의 경우 원칙은 만 45세 이상이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납입 금액에 관계없이 보험 차익에 대해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종신형연금은 피보험자가 만 55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 혹은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연금 수령 시 과세
국민연금은 2002년 이후 납입분부터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으로 종합과세된다. 연금계좌는 만 55세 이후에 수령하는 과세 대상 연금소득(퇴직금 등 제외된 금액)이 연간 1200만 원 미만이면 분리과세되어 저율(3.3~5.5%)의 연금소득세가 과세되고, 연간 12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연간 1200만 원 초과 시 분리과세 세율은 16.5%다. 연금보험은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에는 납입 금액을 초과하여 수령하는 금액에 대해 이자소득세가 과세된다. 이자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연금보험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에는 수령하는 금액 전액 비과세된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비과세다.
연금 외 수령
국민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국적상실·국외이주 등의 사유로 국민연금에 더 이상 가입할 수 없거나, 60세에 도달했으나 가입 기간(10년)을 채우지 못했을 때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반환일시금’으로 한 번에 지급한다. 연금계좌에서 만 55세 이전에 납입했던 금액을 인출할 경우 16.5%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한다. 만 55세 이후라도 정해진 연금 수령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연금 외 소득으로 보아 16.5%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한다. 연금보험의 경우 월납입 보험은 납입 기간 5년 이상과 계약 기간 10년, 일시납 보험은 계약 기간 10년을 유지할 경우 연금 외 수령하더라도 전액 비과세다. 주택연금은 수령 방법을 인출한도(대출한도의 50% 이내)를 정해놓고 한도 내에서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 금액은 평생 동안 매월 연금을 받는 ‘종신혼합방식’이나, 인출한도(대출한도의 50% 이내)를 정해놓고 한도 내에서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 금액은 정해진 기간 동안 매월 연금을 받는 ‘확정기간혼합방식’을 선택하면 연금 외 수령이 가능하다. 주택연금 수령은 비과세다.
가입자 사망 시
국민연금 가입자 혹은 10년 이상 가입자였던 수급자가 사망하면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연금계좌는 가입자 사망 시 배우자가 계약을 승계할 수 있다. 연금보험은 연금 지급 전 피보험자 사망 시에는 정해진 보험금(연금적립액+사망보험금)을 사망 시 수익자에게 지급한다. 연금보험 연금 지급 후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전에 지정한 방식에 따라 해당 수익자에게 지급한다. 연금 지급 방식이 종신형이고 보증 기간 내에 사망했다면 보증 기간까지 수익자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종신형의 보증 기간 후에 피보험자가 사망했다면 연금 지급은 중단된다. 연금 지급 방식이 상속형인 경우에는 연금 지급 시점까지 적립된 원금의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피보험자 생존 시까지 연금으로 지급하고, 사망 시에는 적립된 원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한다. 연금 지급 방식이 확정형인 경우에는 미리 확정된 기간 동안 피보험자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정해진 수익자에게 연금액을 지급한다. 주택연금은 본인이 사망하더라도 배우자 생존 시까지 가입 당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연금을 선호하는 은퇴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복수로 연금에 가입한 경우 각 연금의 주요 특징을 알고 있으면 보다 효과적으로 노후생활에 연금을 활용할 수 있다.
“노인들이 달라지고 있어요. 과거의 인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노인의 정신 건강과 복지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과거의 노년 세대를 지금은 액티브 시니어라고 지칭하듯,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생애주기 확대와 함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전국의 독거노인 현황을 조사하고 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생활을 돕는 기관이다. 2011년 처음 기관이 설립되었을 때는 독거노인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2020년부터는 노인 부부 세대까지 아우르는 중앙노인돌봄지원기관으로 발전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기관의 역할이 재평가되는 계기였죠. 전염병 공포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어르신들이 저희 생활지도사들만은 환영했으니까요. 단지 마스크나 생필품을 전달해서가 아니라,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저희가 유일한 사회와의 소통 창구였죠.”
마음의 병, 우울증이 대표적
특히 노인 세대의 정신 건강 관리에 한몫했다. 독거노인들은 여러 가지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고 김 센터장은 지적한다.
“우울증이 가장 흔하죠. 아무래도 노년 세대의 상당수는 독거노인이고, 홀로 지내다 보니 우울증에 시달리기 마련이에요. 특히 코로나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어요.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은둔형 질환자도 많아요. 이 밖에도 최근에는 감정기복이 심한 조현병이나 저장강박증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는 일반적인 직접 서비스 외에 우울형과 은둔형 노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기관에서도 이들을 가볍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우울감을 가진 분들은 일단 우울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죠. 자존감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요. 그래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력이 생기니까요.”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매일 안부를 확인하며 우울감을 줄이고,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유도한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게 하고, 식사를 함께 만드는 등의 방식이다. 우울감이 심하면 의료기관과 연계해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도록 한다. 우울감 해소를 위해 기업들과 협력해 첨단기기를 보급한 것도 센터의 성과다. 센터는 S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기반인 NUGU 비즈콜을 보급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안부를 확인했다.
우울증은 이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인식도 과거에 비해 나아져, 노인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거나 치료에 협조적인 편이라고 김 센터장은 설명한다. 문제는 은둔형 어르신이다.
찾기도, 대하기도 어려운 은둔형
“은둔형 어르신은 남성이 많아요. 황혼 이혼을 했거나 비혼인 상태에서 퇴직 후 사회와 단절된 경우죠.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요. 전입 절차를 밟지 않은 무연고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죠. 쪽방이나 여인숙에서 장기 투숙하거나 고시촌 같은 곳에 머물러 외부와의 접점을 찾기도 힘들고요. 문제는 이런 분들이 식사 같은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워하고, 위생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자살률도 높다는 점이에요.”
이런 은둔형 노인들은 생활보호사들도 대하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한다.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협박이나 욕설은 예사이기 때문이다. 또 돌봄 인력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어,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수고까지 발생한다.
최근에는 저장강박증과 관련한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말 그대로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물건의 가치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많은 물건을 집 안에 쌓아두는 증상이다.
“원주에서 저장강박 어르신을 직접 뵌 적이 있어요. 인지장애까지 앓고 계셨죠. 물이 끊겨 위생도 엉망이었는데, 고장 난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고 계셨어요. 벌레 꼬인 고기를 봤을 땐 경악할 수밖에 없었죠. 저장강박증은 위생적으로 문제를 야기해 본인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문제가 돼요. 그분의 경우엔 지자체와 함께 수도 공사도 다시 하고, 냉장고도 고치고, 물건도 치워드렸어요. 이런 저장강박증은 물리적으로 물건을 치운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야 재발하지 않아요.”
조현병이나 치매도 노인의 ‘마음의 병’에 자주 등장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런 병의 경우 본인이 병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반발이 엄청나게 심해요. 우울증은 순순히 인정하시는데, 치매나 조현병은 흥분하면서 화를 내고 대화를 단절해버려요. 심지어 이미 진단을 받았음에도 저희에게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생활지원사들이 의심스러운 소견을 발견하면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인 진단과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심하면 노인 범죄로 발전
이러한 정신 건강 악화는 단순히 노인 자신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인 범죄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경찰청이나 보험연구원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장년층의 범죄는 계속 증가세에 있다. 50대는 강력범죄 증가가 눈에 띄고, 65세 이상의 경우 폭력과 절도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증가율은 남성을 웃돌기도 한다.
“힘없고 노쇠한 노인만 생각하면 안 돼요. 이제 체력적으로 중년 못지않은 노인들도 많아요. 성욕이 유지되면서 성범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범죄 이력이 있는 분들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죠.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요. 때문에 기관에서도 생활보호사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들이 쌓이면 결국 돌봄 인력 부족과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질환이 아니어도 생활보호사들을 곤란하게 하는 노인들이 있다. 공짜를 좋아하거나 생활보호사를 가정부 정도로 여기는 경우다.
“소통을 좋아하시는 분은 생활보호사와 금방 친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딸보다 더 가깝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적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정신적으로 가까워지면 물질적인 것을 요구하는 경우예요. 금전 거래는 절대 안 된다고 교육하지만, 소액의 무언가를 사다달라고 한다든가 소액을 요구하면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집안일을 시키기도 하죠.”
때문에 센터에서는 돌봄 인력의 이런 정신적 ‘소진’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한다. 관련 교육은 물론이고, 1일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상담이 필요할 경우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 있어도 고립 사례 발생
김 센터장은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 대상자가 아니지만, 사회와 단절되고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노인들도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종의 복지 사각지대죠. 자녀가 부동산을 부모 명의로 돌려놓고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재산이나 소득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예외 대상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쌀 등을 긴급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번 하반기에는 경제적 여력은 되지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범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정부는 노인들의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2021년 고독사예방법을 시행하고,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꼴인 고독사 발생을 20% 줄여 2027년까지 0.85명 정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물론 그 중심에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도 있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 문제에 이웃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마음의 병은 다각도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이제 노인들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생활 형태까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요. 정부의 복지 체계가 꼼꼼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이웃이 함께 돌봐주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의 자산 관리 방법으로 최근 신탁이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신탁이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은 은행 재직 당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를 런칭하고, 국내에서 ‘최초’인 다양한 신탁 상품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범위를 넓혀왔다. 금융권에서는 그를 신탁 분야의 ‘선구자’라 부를 정도다. 그는 곧 트러스트2.0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며 상속뿐 아니라 생애 전반을 신탁으로 관리하는 시대다. 배 본부장을 만나 신탁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Q 신탁이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합니다. 신탁이란 무엇인가요?
신탁은 생전, 사후에 필요한 다양한 영역을 관리합니다. 가상의 자산 관리 법인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50대가 되면 각자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양합니다. 부모님의 의료비나 자녀의 교육비를 고민해야 하거나, 나의 건강관리를 위해 자산이 필요하기도 하죠. 투자로 자산을 늘리고 싶기도 할 테고요. 또 상속 이슈도 있습니다. 같은 금액을 상속 받더라도 세금 문제가 형제마다 다르기도 하고 공통으로 마련해야 하는 비용도 있거든요. 이렇게 부모님, 자신, 형제, 자녀 등의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 구조를 완화하는 계약이 신탁입니다. 중립적인 시스템으로서 하나의 도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Q 고령화 시대에 노후자산 관리의 한 방법으로 신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2006년에 신탁법 개정이 이뤄져서 유언대용 신탁이 도입됐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고객들이 사후에 자녀를 위해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기 시작했어요. 장애가 있거나 몸이 아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부모가 부재할 경우, 사후에 아이들에게 정해진 목적으로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하고 싶은 수요가 있었던 거죠.
신탁은 계약에 기반을 둔 자산 관리 시스템입니다. 본질은 계약이죠. 믿을만한 사람에게 나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맡기는 것인데요. 스스로 온전하게 자산관리를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운영과 관리 방법들을 계약 안에 녹일 수 있습니다. 생전에 나를 위해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할 수도 있고, 혹시 내가 사망했을 경우 누구에게 남은 자산을 줄 것인지 상속까지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고령 사회가 되어가면서 사전, 사후의 자산 관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우리나라와 사정이 좀 다르긴 하지만 해외의 사례들을 보면서 신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Q 하나은행 재직 당시 은행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설립하셨어요. 유언 대용 신탁, 치매 대비 신탁, 증여 신탁, 기업 승계 신탁, 상조 신탁, 봉안 신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최초로 신탁 상품을 제안하시면서 국내 신탁 시장의 범위를 넓혀 오신 건데요. 구체적으로 이 신탁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증여 신탁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언 대용 신탁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온 것들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수탁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게 맡겨 관리하고 운영하다가 사후에 ‘누구에게 주라’고 하면 유언 대용 신탁입니다. 우리나라에 신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인가된 기관이 60개가 있는데요. 어떤 곳은 부동산만 취급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금전만 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영역이 다른데요, 대표적으로는 은행, 증권, 보험사가 신탁을 주도하고 있었죠. 2010년 우리나라에서 신탁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요. 이 시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원하는 방식으로 사후에 자산이 쓰일 것을 설정하는 자산 관리 방법을 찾는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신탁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기 전에 법무부의 유권 해석을 받아 유언 대용 신탁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어요.
치매 대비 신탁은 자산 관리 과정에서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이라는 조건으로 자산 관리 목적을 정하는 거죠. 제가 이 신탁을 만들었을 때는 두 가지 수요가 있었어요. 첫째, 내가 치매에 걸리더라도 자산이 나를 위해 쓰이면 좋겠고, 둘째, 사후에는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상속하고 싶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치매에 걸렸을 때 자녀들에게 자산을 뺏기지 않고 병원비나 생활비 등에 지출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더라도요. 처음 이런 내용의 신탁을 만들 때는 저에게도 상당한 도전이었습니다.
유언 대용과 치매 대비 신탁이라는 물꼬가 트이니 신탁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꼭 상속이나 유언을 대신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관리하는 것이더라고요. 고객들의 요구도 점차 다양해지기 시작했고요. 상조 신탁과 봉안 신탁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생전 관리부터 사후 관리까지 모두 맡기고 싶은 것이죠. 초기에는 요양원에 있는 분들이 급하게 이런 방법을 고민했다면, 이후에는 경도 인지 장애가 왔거나, 현재 몸이 안 좋으신 분들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원하는 방식으로 상속하고 싶어 하는 식으로 확장된 거예요.
상조 신탁은 자산 관리를 맡긴 금액 중 일부를 사망했을 때 상조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지정하는 계약입니다. 과거에 여러 상조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 시기가 있었어요. 상조 회사에 적립식으로 돈을 넣어두었던 사람들은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산을 만약 신탁으로 맡긴다면, 상조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나의 자산은 남게 되죠. 이후에 다른 상조회사와 계약을 다시 하면 되니까 신뢰성과 안정성이 확보되는 셈입니다.
또 자산 관리부터 마지막 장지까지 원스톱으로 신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제안했던 것이 봉안 신탁이에요. 용인 공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55만 평 규모로 신뢰성이 높은 곳이어서, 고객에게 할인된 금액으로 봉안당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것입니다.
Q 사람마다 생애 주기가 다르고 삶의 이벤트가 다른데, 이를 개인에 맞춰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신탁의 장점이네요. 그렇다면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가 다양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셈인데요. 금융, 부동산, 법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가족과의 갈등 완화까지 할 수 있는 소통 능력도 있어야 하겠어요.
그래서 신탁이 무척 어려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신탁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무 협약을 맺은 곳들도 신뢰성이 높고 안전한 곳으로 선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영역별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와 동력이 생길 거예요.
이번에 논의 중인 신탁업 혁신 방안 중에서는 전문기관과 금융기관이 위·수탁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시니어타운, 요양 법인 등이 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분이 편하게 신탁 상담을 받을 수 있겠죠. 물론 신탁의 업무 범위는 구체적으로 논의 되어야 하지만요.
Q 우리나라와 해외의 신탁이 많이 다른가요?
우리나라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은 아니어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법체계로는 증여 신탁의 경우 실질적인 신탁의 기능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미국에는 생명 보험 신탁, 연금 양도 신탁과 같은 상품들이 있어요. 기부와 상속을 설정할 수 있는 신탁 CRT, CLT도 대표적인 신탁이죠. 이런 신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려면 세금과 관련해서 제도가 완전히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에 연세의료원, 용인공원, 하나은행, 법무법인 가온 네 곳이 업무 협약을 맺고 신탁을 출시했어요. 연세의료원에 위탁자가 기부하면, 연세의료원에서 기부자를 돌보다가 돌아가셨을 때 기부한 돈 일부를 상조·장례·봉안당 비용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기부도 하고 사후에 필요한 부분을 서비스로도 받아볼 수 있는 것인데요. 이런 시작이 모여 각 영역이 결합하면 하나의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트러스트 2.0이 시작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신탁을 맡기려면 자산이 얼마나 있어야 가능할까요?
꼭 자산이 많아야만 신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49재 신탁을 만들었을 때 최소 가입비용을 1만 원으로 제안했어요. 적금과 다름없는 구조지만 굳이 신탁이라는 계약을 거치는 건 제3자의 개입 없이 내가 원하는 목적으로 명확하게 자산이 쓰이도록 하기 위해서죠.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해 1억 만들기 등의 목적을 달성하면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설정을 할 수도 있어요.
Q 신탁은 언제부터 맡기는 게 좋을까요?
60대보다 4~50대가 오히려 신탁에 관심이 높습니다. 부모님에게 상속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상속이 꽤 복잡하다는 걸 느끼고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건데요.
물리적으로 생각하자면 건강을 고려해야 합니다. 60대 중후반이 넘어서면 건강에 대비해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건강이 염려되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신탁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겁니다.
건강 이외에 시점을 생각해보자면 결혼을 막 하려고 하는 예비부부도 신탁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미국에는 이런 신탁 문화가 잘 되어있어요. 결혼할 때 각자의 신탁으로 자산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인데요. 내 자산의 얼마를 결혼 후 자녀의 대학 자금으로 쓰고 싶다거나, 혼자 계신 부모님에게 사용하고 싶다는 자산 사용 목적을 설정해둘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신탁에 관심을 가질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고령화 시대에 신탁은 원스톱 서비스로서 하나의 자산 관리 도구로 활용될 텐데요. 꼭 고령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에 이벤트에 따라 이제는 다양한 신탁 서비스가 갖춰져 있다는, 누구나 신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금융, 부동산 등 자산을 모두 맡겨 운용하는 종합재산신탁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령화 시대 노후 자산 관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속, 증여까지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자산 관리, 왜 신탁인가?
신탁은 자산 수익 관리, 재산권 이전, 후견까지 생애를 마감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금전 신탁의 경우 나의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존에 은행, 증권사 등이 하던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노후자산관리로 신탁업이 중요하게 꼽히는 이유는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 세 명의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명의를 수탁자에게 두면 위탁자는 재산의 소유권을 분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상속, 증여, 기부에 있어서 더 많은 선택지를 준다.
또 신탁에는 후견 기능도 있다.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정신적 제약이 따를 때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후견인에 의한 금융 착취 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신탁의 장점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신탁이 노후자산 종합관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상속 및 증여 시 취소불가능신탁, 생명보험신탁, 양도인 연금신탁 등 다양한 분야의 신탁 상품이 발달해 있다. 신탁을 맡길 수 있는 요건인 자기자본 기준이 높지 않아서, 여러 비은행 신탁회사들이 자유롭게 노후 신탁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교육자금증여신탁, 결혼육아지원신탁, 장애인신탁 등의 상품이 활성화되었다. 일본의 신탁 규모 비율은 GDP 대비 173%에 달하는데(미국 94%, 한국 53%), 그중 절반 이상이 고령자의 종합신탁이다. 일본은 2004년과 2006년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개정했다. 이에 재신탁, 종합재산신탁(포괄신탁)이 활성화되었고, 신탁대리점업도 가능하게 됐다. 운용형, 관리형 등 스몰라이센스를 이용해 신탁업 진입이 자유롭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탁업 혁신, 가능할까?
최근 우리나라도 유언대용신탁, 치매안심신탁 등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신탁 대상에 따라 금전과 부동산으로 나뉘는데 이는 일본, 미국과는 다른 점이다. 또 자기자본 요건이 높아 신탁업 운영 기관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60개 신탁회사의 총 수탁액은 1223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이 중 금전신탁이 약 590조 원, 재산신탁이 약 633조 원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앞으로 신탁 시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주요 시중 은행들의 신탁 사업은 성장세를 보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탁 자산은 351조 2622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 증가했다.
또한 올해 교보생명은 종합신탁업 진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에 하던 금전신탁업에 이어 재산신탁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본인가를 받으면 종합신탁업을 하는 다섯 번째 보험사가 된다.
다만 자산관리서비스로서 신탁업이 잘 굴러가려면 우리나라 신탁업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신탁업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신탁 가능한 재산 종류를 늘리면서 법무법인, 병원, 요양원 등 분야별 전문 기관도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주로 금전 신탁에만 몰려있던 것이 부동산 등 다양한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종합 신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물꼬를 틀겠다는 것. 하지만 신탁업 혁신방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송흥선·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 시대 신탁업의 중장기 발전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지 관련 신탁 활성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의 기준이 일정 자산 기준을 넘긴 금융기관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장애인신탁 등의 신탁 운영은 다른 기관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연구원은 “주요국 신탁업은 경제성장, 고령화 정도, 가계자산 축적, 자본시장 발전 정도에 비례해 꾸준히 성장해왔다”면서 “우리나라 신탁업도 양적으로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질적 성장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신탁업 전반의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 신탁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 일본 법제를 참고해 신탁 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종합재산관리신탁 및 재신탁 활성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수익증권발행신탁 등 신탁을 통한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신탁대리점업 도입 등 신탁 판매 채널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무엇보다 특정금전신탁 등의 쏠림에 따른 불완전판매 개연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익자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년학회가 오는 5월 19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이화여자대학교 ECC 및 포스코관에서 ‘2023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건강, 경제, 돌봄서비스, 여가, 주거, 관계, ICT 기술 등의 다면적 차원에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응 방안과 전략”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기조 강연으로는 이윤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건강 노화의 과제와 전망” 에 대해 발표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기대수명은 83.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치고 있으며, 질병·부상으로 인한 건강상실년수도 2019년 기준 10.2년에 달한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로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을 다룬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8.4%,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4.2%에 그치고 있다.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를 위한 사람 중심 일차 의료 제공체계 모형”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 주은선 경기대학교 교수,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양재진 연세대학교 교수, 권순만 서울대학교 교수, 이용주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이윤신 보건복지부 과장이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이번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는 국민연금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사회보장정보원·한국 취약노인지원재단·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회·중앙사회서비스원·건강보험연구원·건축공간연구원·국 노인인력개발원·한국교통연구원 등의 기관 세션, 실천현장전문가 세션의 기획 발표가 이어진다.
보건정책, 예술치료, 사회복지, 노인 심리, 신진 연구, 뉴 라이프 스타일 등 자유 발표 세션도 있을 예정이며, “이야기 치료를 적용한 노인 상담”의 주제로 특별세션(내러티브 노인 상담)이 진행된다.
한국노년학회는 1978년 창립된 개인의 노화와 사회적 고령화에 관한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고 고령화 문제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이론적·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다학제적 학술단체다.
2025년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다차원적 접근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노인세대 진입과 젊은 노인층의 등장으로 소득, 건강, 재산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 노인 세대와는 다른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견배우 선우은숙이 지난해 10월, 이혼 15년 만에 아나운서 유영재와 재혼 소식을 전했다. 그는 재혼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앞에 놓인 허들에 멈칫하면 영원히 넘지 못할 것이라는 유영재의 말을 듣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 나이에 무슨’, ‘다 큰 자식들 보기에 부끄럽다’며 재혼을 꺼리던 분위기도 옛말이다. 이혼이 흔해진 만큼 재혼도 흔해졌고, 성인이 된 자녀들도 자신의 행복 못지않게 부모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축복 속에 한 재혼이라 해도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닐 터. 다시 이혼하게 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 재혼 배우자와 전처의 자식 사이에 재산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용인시에 사는 공정한 씨와 그 자녀들의 변호사 상담기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
case
공정한(70세, 가명) 씨는 젊은 시절부터 시작한 사업이 크게 성공해 많은 부를 이루었다. 이외에도 100억 원 정도의 빌딩으로 임대수익을 얻고 있어 노후 걱정을 딱히 하지 않는다. 그는 은퇴 후 윤택하고 한적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에 용인시로 거주지를 옮겼다. 평생 일군 회사는 아들에게, 강남 소재 집들은 두 딸에게 한 채씩 물려줬다. 15년 전 아내와 갑작스럽게 사별한 후 죄책감이 마음 한구석을 짓눌렀지만, 과거의 아픔은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만의 삶을 일궈나가려 한다. 최근에는 골프에 재미를 붙여 매일 골프장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그러다 같은 클럽 회원인 문호란(60세, 가명) 씨와 많이 친해졌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 씨가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 후 자식도 없이 쭉 혼자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남은 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얼마 뒤 공정한 씨는 아들과 두 딸에게 문호란 씨와 재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자식들은 문 씨가 결혼을 통해 공 씨의 재산을 노리는 건 아닌지, 행여나 나중에 문 씨와 재산분할과 관련한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눈치다. ‘부모의 재혼을 기뻐해주지는 못할망정 벌써부터 재산 물려받을 생각을 하다니’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선 변호사와 의논해 좋은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들 공명식(가명) 씨가 변호사를 찾아와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심정을 토로했다. “아버지의 새 인생은 당연히 응원합니다. 하지만 문 씨가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지 얼마 안 가 다시 이혼을 요구할까 걱정됩니다. 아버지 마음에 상처가 될 뿐 아니라 재산분할까지 해줘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두 분의 사랑을 가로막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버지와 문 씨가 결혼하기 전, 문 씨에게 이혼할 경우 일체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각서를 쓰게 하면 될까요?”
혼전 계약, 이혼 후에는 효력 없어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한 당사자 중 한쪽이 다른 한쪽에 대해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 전’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한 자’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혼인을 하려는 당사자들이 혼인 후의 재산적 법률관계를 미리 약속하는 부부재산계약이 있지만(민법 제829조) 이는 혼인 기간 중 재산에 대한 계약이고,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를 들면 결혼하기 전에 ‘공정한 씨의 재산은 오로지 공정한 씨의 것이고, 문호란 씨는 이에 대해 등기이전을 요구하거나 근저당권설정을 하지 않는다’와 같은 계약은 허용된다.
미국에서는 억만장자들이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을 미리 논의하는 혼전계약서(Prenup)와 관련된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내용의 혼전계약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실제 이혼 협의 단계에 이른 경우에 당사자 간 재산목록을 모두 공개하고 쌍방의 기여도나 재산분할 방법 등에 대해 협의 작성된 재산분할 협의는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사실혼 악용하는 사례도
해당 내용을 들은 공 씨는 “아버지와 문 씨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긴 하지만, 사실혼 관계가 당사자의 생존 중에 해소되는 경우에만 재산분할청구가 가능하다. 즉 사망한 이후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근로기준법의 유족 보상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유족 보상 연금, 공무원연금법의 유족 급여, 군인연금법의 유족 급여 등은 모두 사실혼 배우자도 연금 수급권자인 유족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공정한 씨와 문호란 씨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만 한다면 공 씨가 사망한 후 재산 문제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혼 부부는 혼인신고라는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신고 없이 당사자 사이에 헤어지자는 합의가 있거나, 한 명이라도 상대에게 이별을 통보하면 이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 사실혼 배우자가 곧 사망할 것으로 보일 경우 다른 한쪽이 신속히 관계를 해소하고 재산분할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 남성이 배드민턴을 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이 사실혼 배우자가 사실혼 관계의 해소를 주장하면서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한 사례가 있다. 남성이 의식불명인 상태라 심판청구서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남성은 사망했지만 대법원은 “두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사실혼 관계가 해소됐기 때문에 사실혼 배우자인 여성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며 “상속인들이 수계(법정 절차를 상속받아 이어감)받아 재산분할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권리의 구제를 위해 필요했다고 이해해볼 수 있겠지만, 또 다르게 보면 사망을 앞둔 배우자를 두고 혼인 관계 해소를 선언한다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지 않은 면도 있어 보인다.
재산분할 유리하게 진행하려면
공정한 씨 자식들은 ‘아버지와 문 씨가 이혼하거나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재산분할을 유리하게 가져가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씨가 사망하기 전에 남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미리 증여하면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법률혼 배우자인 문호란 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가 유류분 권리를 주장하는 것)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절반이니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범위에서는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
더불어 공명식 씨는 아버지 공정한 씨가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환을 앓거나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 문호란 씨가 마음대로 재산을 사용하거나 빼돌릴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임의후견계약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임의후견은 본인(아버지)이 직접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 보호에 관한 사무를 미리 다른 자에게 스스로 위탁하는 대리권 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법원이 직권으로 개시 결정을 하고 후견인을 설정하는 성년후견과 달리 임의후견은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따른 것으로, 당사자가 직접 후견인이 될 자와 계약한다. 재산별로 후견인을 지정하고 관리 범위를 설정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정한 씨가 자녀 중 1인을 임의후견인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임의후견계약을 체결해두었다가 질환으로 인해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해진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법원에 후견의 개시 및 후견감독인의 선임을 청구하면 된다. 참고로 후견감독인은 후견인을 감독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임의후견계약 및 개시는 당사자가 이미 치매 중증에 이른 경우에는 그 계약 체결 및 개시 자체에 대한 의사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하기를 권한다.
그 밖에는 아예 은행에 재산을 신탁하는 신탁상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몇몇 은행에서 상속 및 자산관리를 위한 신탁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공정한 씨가 보유하고 있는 빌딩을 재혼 전에 은행에 신탁해두고, 공 씨를 수익자로 지정하여 월세 등을 얻되, 사후에는 그 재산을 공명식 씨 등 지정된 자녀들에게 귀속되도록 사후수익자를 지정하는 것이다. 신탁은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소하고 관리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전문가와 상담하여 알아보고 대비한다면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도 있겠다. 모두가 행복한 노후를 위하여, 브라보 마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