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연극계에는 유명 배우 하나 없이도 관객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 작품이 있다. 극단 몽시어터의 (이동선 연출·석지윤 작)이다. 작품성과 관객 선호도 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이 연극은 지난 11월 재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달빛을 한껏 받고 있는 밤 고양이를 연상하게 하는 포스터는 잔인함과 괴기함을 표현한 듯하다. 뚜껑을 열어보니 할퀴고 물어뜯는다, 웃음까지 줬다 뺏는 블랙코미디다. 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스트레스와 광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관객 또한 ‘내 본성은?’이란 질문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안에는 우리 입장을 대변하는 ‘노인’이 등장한다. 젊은 관객들이 집중하는 연극 속 노인은 어떤 방식으로 비춰졌을까?
비밀을 감춘 듯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현대 빌라. 연극이 시작되면 근심 가득한 얼굴의 빌라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는다. 빌라 주변에서 고양이가 계속 죽어가는 상황을 알아보려고 관리인이 주민들을 모은 것. 게다가 옆 동네에서 한 여성이 사이코패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주민들은 빌라에 사는 한 사내를 범인으로 지목해 고양이를 죽인 범인이자 옆 동네 아가씨를 죽인 사이코패스로 몰아가면서 본성을 드러낸다. 그 가운데 홀로 살고 있는 노인. 그 또한 내면에 감추고 있던 욕망을 조금씩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는 빌라 주인의 장인이다. 빌라 1층이 비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빌라를 관리하는 사위의 여동생이 가끔 노인을 돌봐준다. 사회시설에 다니며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착한 노인으로 비춰지지만 실상은 농아학교 급식에 약을 타 학생들을 식중독에 걸리게 한다. 그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젊은 주민들의 뒤를 쫓으면서 사건에 빠져든다.
말을 못하는 노인, 그래도 세상 이야기에 끼고 싶다
노인은 자유롭게 말하지 못한다. 과거 폐질환을 앓아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 그의 말을 그나마 잘 알아듣는 사람은 자주 얼굴을 보고 살아온 빌라관리인 사위의 여동생이다. 그가 몸짓으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유추하는 정도다. 말을 못하지만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그는 구성원으로서 행동하고 싶어 한다.
나이 들어도 남자의 본능은 존재한다
쥐가 출몰하는 빌라 내부. 사람들이 대화를 하다 쥐 소리와 함께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려 아수라장이 된다. 한참 동안 어두웠던 공간에 불이 켜지면 어느샌가 탁자에 올라간 노인이 지팡이로 쥐를 쫓기 위해 천장을 두드리고 있다. 빌라에 사는 젊은 아가씨는 쥐 소리를 무서워한다. 쥐를 쫓는 일은 젊었을 때부터 해본 노인이다. 늙어버린 그가 현재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이 어쩌면 쥐를 쫓는 일일지도 모른다. 또한 젊은 여자를 보호하고픈 남자로서의 은근한 본능은 아닐까. 나이든 어른이기 때문에 행동이나 생각 자체가 젊은이들처럼 빠르지 않지만 은연중에 음흉한 속내를 드러낸다. ‘나도 남자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인은 노력한다.
여기가 세상의 끝이다!
이 연극에서 노인 역의 절정은 피칠갑을 하고 “여기가 세상의 끝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비중 있고 의미 있는 대사이자, 노인의 유일한 대사이기도 하다. 노인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다양한 의미의 끝을 선포한다. 노인 역할을 맡은 배우 김수보씨는 “중의적인 표현이 맞다. 사이코패스의 시점에서의 끝, 노인의 끝일 수도 있고, 극 안에서 상황을 끝내고자 하는 마침표의 의미이기도 하다. 연극 대본 지문에 작가가 ‘뻐끔 뻐끔’으로 해놓은 작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시니어의 현실을 대변하다
말을 못하는 노인, 세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걸음걸이는 캐릭터를 떠나서 우리 사회 속 실제 시니어들의 위치를 반영한다. 이에 대해 김수보씨는 연기를 한 배우로서 해석을 들려줬다.
“배우들은 배역을 맡으면 자기 역할이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는 작업을 합니다. 일단 노인은 젊었을 때 열심히 노력하며 착하게 살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삶은 독거, 소외된 노인이 된 거죠. 그다음에는 노인의 사이코패스적 기질은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습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제일 대접받지 못하는 대상이 노인입니다. 고령화 사회이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없는 부류죠. 노인이 하는 일이라곤 아이들 무료급식 봉사입니다. 착한 척하면서 사는 것이죠. 정작 속내는 고령연금도 줄고 자신이 먹을 것도 없는데 무료급식 봉사라니, 사회에 대한 서운함이 깊어질 수도 있죠.”
노인의 대사는 거의 없지만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12명의 인물들 속에서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노인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힘든 몸을 움직이고, 안 나오는 목소리를 애써 쥐어짜며 “이곳이 세상의 끝이다!”라고 외친다. 이 연극속 노인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 시니어 세대의 현실을 볼 수 있었다. 고령화 사회, 100세 인생을 대비하자는 말들은 많지만 우리 사회의 노인들에 대한 대책은 연극 속 노인의 걸음걸이만큼 느린 것은 아닐까.
“진지 드셨어요?”
일본 도쿄의 도심을 빙글 도는 전철 노선인 야마노테선(山手線)의 스가모(巢鴨)역에 내리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분주히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상한 풍경, 이분들 뒤를 쫓아 가다보면 스가모 상점가가 나타난다.
이곳은 이른바 젊은이들의 거리로 대표되는 하라주쿠(原宿)에 빗대어 할아버지 할머니의 하라주쿠라고 불리는 명소로 800미터의 길가에 2백여 점포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곳곳에서 지인끼리 “진지 드렸나”라며 안부를 전하고, 처음보는 사이지만 “내가 왕년에는 한가닥했지” “요즘 돌아가는 꼴이 영…” 등 추억담과 더불어 편하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우리랑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2013년 기준으로 평균수명 80.21세와 86.61세를 기록한 일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젊은이 중심의 대형 슈퍼나 백화점과 달리 중장년층용의 모자, 신발, 외출복, 속옷, 지팡이, 전통과자 등 생활 필수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걷다가 힘들면 가게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점포 주인이랑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쌀과자(센베) 전문점에서는 가게에서 제공한 녹차와 함께 달콤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특히 한여름에는 상점가 번영회가 대형 얼음을 설치해 시원한 분위기 연출은 물론 고령자들의 열사병 방지에도 일조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상점가의 최고 히트 상품은 바로 붉은 색 속옷이다. 일본에서는 전통의상인 기모노(着物) 안에 붉은 속옷을 입거나 환갑을 맞이하면 붉은 옷을 입고 축하하는 풍습이 있는데, 붉은 색 속옷을 입으면 단전을 자극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개구리와 오리 등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속옷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보약이 따로 있나’ 이게 최고 건강법
일본의 고령자들이 지팡이를 짚고서 보조기를 밀어서라도 이곳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1596년 세워져 1891년 스가모로 자리를 옮긴 절 고간지(高岩寺)에 참배하기 위해서이다. 이 절은 1945년 미군의 공습으로 전부 타버려 1957년 다시 짓는 등 일본의 근현대사를 함께 했다.
이 절을 찾는 참배객들은 경내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큰 향로의 연기를 손바람으로 아픈 부위에 뒤집어쓴다. 향 연기가 어깨결림, 신경통은 물론 치매에도 효험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학생들도 머리에 잔뜩 뒤집어 쓰기도 한다.
향로 옆 샘물로 손과 입을 깨끗이 씻고 나서 본전에 시주와 함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손주 녀석 바라는 대학에 떡하니 붙게 해 주옵소서” “딸내 부부가 금슬 좋게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등 저마다의 소박한 소원을 빈다. 보통 5엔 동전을 시주함에 던진 뒤 복을 비는데, 5엔이 일본말의 인연인 ‘고연(御?)’과 발음이 같아 말의 힘을 빌어 소망하는 것에도 인연이 깃들길 담았기 때문이다.
본전 참배를 마치면 이윽고 사람들은 '도게누키 지죠(가시를 뽑아주는 지장보살)'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다. 고령자를 비롯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주된 목적은 “제발 내 고질병 좀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게 하소서”, 즉 이 지장보살의 영험을 얻기 위해서이다.
옛날 실수로 바늘을 삼킨 한 하녀가 이 지장보살 본존의 부적을 삼킨 뒤 바늘을 토해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고, 지금도 그 부적이 병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참배객들은 지하수 샘물로 불상을 씻긴 뒤 하얀 수건으로 자신의 아픈 부위를 정성껏 닦으면서 병 치료와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나이 드신 분들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가족끼리 혹은 젊은 커플들도 많이 찾는다.
특히 매월 4,14,24일에는 제례가 있는 날로 상점가에는 먹거리와 토산품, 그리고 고령자용품 등을 파는 온갖 노점상까지 들어서고 일본 전국에서 참배객과 관광객이 약 10만 명 몰려든다고 한다. 그 가운데 소문을 듣고 그 풍경을 보려고 오는 관광객이 6만 명이라고 하니 하루 종일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상점가와 노점상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하긴 도쿄 디즈니랜드의 연간 입장객이 약2500만 명이라고 하는데, 이곳 작은 상점가와 절을 찾는 사람이 연간 800만 명 규모라고 하니 참으로 알짜배기 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 덕분에 ‘스가모’는 다른 지역 상점들의 매출액이 몇 년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5년간 무려 15%나 상승했다고 한다.
일본의 실버산업 규모
스가모 상점가의 손님층 95%가 40세 이상이고, 60세 이상은 30.6%라는 조사 결과를 두고서 다른 지역에 비해 고객 연령이 현저하게 치우쳐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특화된 거리이기에 색다른 관광지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일본 사회는 2030년에 65세 이상이 세 명 중 한 명, 75세 이상은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시장 전체의 가계 소비 가운데 고령자의 소비 비율이 2015년 42.3%, 2030년에는 47%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고령자의 소비총액을 보면 2015년 72조엔, 2020년 74조엔, 2025년 75조엔, 2030년 77조엔 등 늙어가는 일본사회와 달리 실버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거부할 수 없는 초고령화 사회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실버산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젖 먹던 힘이 남아 있는 한 이곳을 찾아 무병장수를 빌려는 고령자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쇠퇴해지는 젊은이의 거리 하라주쿠와는 달리 스가모는 갈수록 주목받으며 빛을 발하지 않을까?
고령사회 일본의 명암
같은 고령자들이 모여 옛 추억을 나누며 건강, 여가 생활, 쇼핑 정보 등을 서로 교환하는 우물가의 쉼터와도 같은 스가모. 인터넷과 SNS의 디지털 시대에 직접 만나 안부를 전하고 따스함을 함께 하는 아날로그의 정서는 역시 수치로는 표시하기 힘든 은은한 맛이 있다.
일본사회의 고령화율은 1970년 7%(고령화사회), 1994년 14%(고령사회), 2005년 20%(초고령사회)를 넘어서 2011년에 23.3%를 기록했는데, 2011년도 고령자 세대의 연평균소득은 307만엔으로 이 가운데 67.5%가 공적연금에 해당한다. 공적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걸 알 수 있지만,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라고 실버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의 그림자도 짙은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 보이피싱 사기의 피해자가 2003년 당시 약 70%가 여성이고, 60세 이상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피해 세대의 과반수 이상이 60세 이상의 노인만이 사는 고령자 세대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령자를 노린 집 수리와 각종 건강상품, 노후 상담을 빙자한 투자 등 방문 판매를 통한 사기도 크게 늘고 있다. 고령자의 판단력 저하를 이용한 범죄이기도 하지만, 0.03% 이하의 제로 금리로 은행보다는 집안에 현금을 보관하는 걸 선호하는 고령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구매력과 자금력을 갖춘 일본의 고령자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실버산업을 뒷받침하는 주춧돌이자 먹고 살기 힘든 다음 세대들의 동경과 원망의 대상이면서 범죄에 노출된 먹이이기도 하다.
-1999년 와 2000년 으로 데뷔. 에도 작품활동
-도쿄외국어 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동대학원 외국인연구자, 일본여행문화연구소 공동연구원을 거쳐 게이오대학, 와세다대학, 니혼대학, 무사시노대학, 오츠마여자대학 등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어 강의
-번역서 '백화점' '박람회' '운동회' 등
우리투자증권은 27일 '100세 시대 행복 리포트'를 통해 노후대비 자산배분 방법으로 현금성 자산을 줄이고 주식과 연금·보험 비중을 확대할 것을 제시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100세 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3대 연기금과 외국가계 등의 자산배분 사례를 통해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제안했다.
서 연구위원은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 2012년 기준으로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은 현금성 45.4%, 주식 17.2%, 채권 5.8%, 연금·보험 27.4%, 기타 4.2% 등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26조원 가량의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채권 비중이 60.2%로 가장 크고 주식 30.1%, 대안 등 대체투자 수단 9.5%, 단기자금 등 유동성 자산 0.3%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의 주식 비중은 48%가 넘고 대안투자 자산 29.1%, 채권 자산 22.2% 등이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 가계들은 현금과 예금 같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자산이 지나치게 많다"며 "이를 줄이고 주식과 대안자산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연기금의 운용 사례와 고령화가 진전된 선진국 가계의 금융자산 구성현황을 고려할 때 현재 17% 수준인 주식 자산을 20% 이상 30%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7% 수준인 연금과 보험 자산은 선진국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40% 이상으로 높여 노후 준비에 대한 확실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자산배분이 50%에 육박하는 현금 및 예금자산을 줄임으로써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초연금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 파기로 기초연금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은 2월 국회를 넘기게 됐지만 민주당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의 협상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를 반대하면서 연계 시 지급 대상을 80%까지 확대하거나 지급액을 일괄적으로 2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법 논의는 4월 임시국회로 미뤄졌지만 이견차가 커 계속해서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3월 중 기초연금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먼저 3월 국회를 제안했고, 새누리당에서도 필요성은 느끼지만 지금처럼 이견이 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당초 오는 7월부터 기초연금제를 도입·실시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준비하는 데 4개월 가량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기초연금법의 2월 처리를 호소해왔다.
올해부터 국민연금 수급권자가 자신의 가계형편에 맞게 노령연금을 받을 시기와 금액이 조정할 수 있게 됐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부분연기연금제도 도입 등을 담을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이 2012년 9월말 정부법안으로 발의돼 국회 상정됐으며 올해 통과되는 대로 시행된다.
부분연금제도란 수급자 개인의 경제사정에 맞게 노령연금 수급 시기와 액수를 조정하게 한 것이다. 이에 노령연금액의 필요한 부분만 받고 나머지는 50~90% 범위에서 일정 비율을 연기가 가능하다.
현재는 노령연금 수급자가 자신의 개인 사정에 따라 연금을 늦춰 받고 싶어도 노령연금액 전부에 대해 최대 5년까지 수령을 미룰 수밖에 없다. 물론 연기기간이 끝나고 나서는 받을 시기를 뒤로 늦춘 금액보다 증액된 연금을 받게 된다. 보통 연금 수급시기를 늦추면 1년에 7.2%씩 최대 36% 늘어난 연금액을 받을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연금을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도 부분연금과 마찬가지로 연금액의 50~90% 사이에서 미리 받는 연금 비율을 수급자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조기노령연금은 말 그대로 퇴직 후 소득활동 중단으로 줄어든 생활비에 보태려고 연금을 앞당겨 미리 받는 것을 말한다.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가 소득활동에 종사하지 않으면 노령연금을 5년 앞당겨 받을 수 있다. 다만, 조기노령연금을 받으려면 받아가는 연금액이 30% 깎이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연금 수급자가 일을 계속할 경우 연금을 깎아 지급하는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의 기준이 지금의 연령에서 소득으로 바뀐다.
예컨데 60~64세인 노령연금 수급자의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월소득(A값)보다 많으면 초과 소득을 100만원 단위의 5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이 높아질수록 5%씩 감액율을 높이는 식이다.
지금은 수급자의 소득과 상관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60세 50% △61세 40% △62세 30% △63세 20% △64세 10%씩 등으로 연금 지급액을 깎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으로 들어오는 소득은 적은데도 단지 나이 때문에 깎이는 연금액수가 많은 등 불합리하고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국내 정치권이 기초노령연금을 두고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원부족으로 인한 공약파기에 대해 거듭 사과해야했다. 이처럼 노인복지문제는 곧 정부의 재정문제와 직결된다.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려면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하지만 이는 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책임을 안긴다. 그렇다면 먼저 고령화를 겪은 선진국의 노인복지 상황은 어떨까.
이 같은 의문에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창간 특집으로 노인 복지 선진국의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그 일환으로 노인복지 선진국 주한 대사에게 각국 노인복지 정책과 현황 등 실태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럽병’ 딛고 유럽의 맹주로 올라선 독일
그 첫 번째로 독일의 롤프 마파엘 주한 대사를 만나봤다. 통일이후 경제가 거덜 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딛고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독일. 유럽의 다른 이웃나라와는 달리 노령화의 충격을 이겨낼 특별한 방안이 있지는 않을까.
최근 독일 경제의 견고함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 1990년의 통일로 독일은 동·서독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다. 통일 이후 20년간 약 2조 유로, 우리 돈으로 3000조원이 넘는 금액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도한 재정적자로 독일은 곧 ‘유럽의 환자’로 전락했다.
하지만 조세, 연금, 노동 등의 분야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현재는 유럽경제의 맹주로 변신했다. 이런 놀라운 변신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노년층이 경제개혁을 위한 비용절감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마파엘 대사는 독일 노인 복지의 현황을 묻는 질문에 대뜸 스웨덴을 얘기했다. “스웨덴 대사와 이런(노인복지) 주제로 얘기를 많이 한다. 독일과 스웨덴은 노인 복지 접근법이 다르다. 독일이 좀 복잡하고 스웨덴이 간단하다. 스웨덴은 복지예산을 세금으로 마련하고 독일은 연금·의료 등의 보험으로 준비한다.”
“독일의 노인들은 4가지의 생활보장 수단이 있다. 먼저 한국의 국민연금과 같은 법정(공적)연금이다. 두 번째로 일정규모 이상의 직장에서 제공하는 직장연금 보험이다. 개인연금에도 가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가 세금으로 충당하는 부분이 있다. 연금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해 기초생활이 안 되는 노인을 위해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다. 국가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은 마지막 것 밖에 없다.”
“또 다른 연금의 정부 보조를 예를 들면, 아이 한 명당 3년의 육아휴직이 보장된다. 육아휴직으로 3년 직장을 쉬면 국가에서 연금을 내준다. 1992년 이후 출생자녀에 해당된다.”
◇공적연금 비중 줄여 정부재정 부담 축소
독일도 2000년 이후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인구의 감소로 공적연금의 재정 압박이 크게 증가했다. 연금재정이 위기에 처하자 2001년 연금개혁을 통해 개인연금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리스터연금을 전격 도입했다.
민간연금보험에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공적연금의 비중을 줄인 것이다. 리스터연금 도입이전 80%가 넘었던 공적연금의 비중은 절반이하로 내려갔다. 그만큼 정부의 재정부담이 줄었다는 의미다. 그래도 연금 수급자의 만족도가 65% 정도로 매우 높다.
독일의 공적연금의 경우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현재의 취업세대가 노인들의 연금을 내준다는 것이다.
자신이 낸 만큼 노후에 돌려받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는 달리 현재의 취업자들이 낸 돈이 바로 노년층의 연금으로 지급된다. 1957년 아데나워 총리 시절에 이 같은 내용의 세대 간 협약이 체결됐고 1980년대 중반까지 노령연금액은 꾸준히 상승했다.
우리처럼 수백조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아닌 직불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도 처음에는 연기금이 있었지만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바닥이 났다. 1969년부터 부과방식의 연금을 유지하고 있다.
마파엘 대사는 “독일의 공적연금은 취업자 수가 적고 연금생활자가 많으면 힘들어질 수 있다. 반면, 기금을 운영하는 쪽처럼 주식 등 자본시장이 어려울 때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은퇴 이후 다시 재취업에 나서는 사람마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고정적 수입이 없어 먹고살 걱정에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 재취업을 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유로 일자리에 임한 만큼 이들이 받는 대우와 보수 등도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저마다의 일과 보수는 다르지만 개개인에게 와 닿는 가치는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 특히 은퇴한 중장년층이 일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이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재취업에 나서는 이들이 일자리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를 소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재취업은 무엇보다 생활비 마련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의 경우 큰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생활비 마련’이다. 이와 관련,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는 전체 고령자의 59.9%는 장래에 일하기를 원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인 54.8%는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로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일을 통해 얻는 수입은 고령자에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일을 하면서 국민연금 수령기간에 여유를 갖고 액수도 늘릴 수 있다. 고령층(55~79세) 조사 결과 연금을 받는 고령층 가운데 10만원도 못 받는 이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수령자의 81.8%가 평균 50만원 미만을 받았으며, 이 중 10만원 미만(36.4%)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150만원 이상 수령자는 7.0%에 그쳤다. 월평균 수령액은 39만원.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은 10년이지만 가입기간이 길수록, 수령시기를 늦출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일을 지속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연기연금제도’를 신청해 후반기를 대비할 수 있다. 연기연금제도는 연금수급을 연기하는 경우 연기되는 기간만큼 매년 7.2%의 연금액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당장 필요가 없다면 연금 수령시기를 1회에 한해 최장 5년간 늦출 수 있으며, 이 경우 국민연금은 연기되는 기간만큼 매월 0.6%씩 가산해 나중에 돌려준다. 최대 연 7.2%의 금액을 가산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금수급 연기는 전액이 아닌 일부액 연기(부분연기연금제도)도 가능하다. 근로소득이 있어 연금액의 여유가 있다면 일부분(50%, 60%, 70%, 80%, 90% 중 선택)만 수령하고 나머지 금액을 연기해도 이자율 가산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수익은 바로 ‘의료비 절감’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보건복지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 이석원 교수에게 의뢰해 2008년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와 대기자 1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뒤 6%가 빈곤에서 빠져나오고, 건강도 나아지면서 의료비도 1인당 19만원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건강이 좋은 참여자가 일을 한 경우 의료비가 매월 1만3900원씩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또 건강이 좋지 못한 참여자가 일을 한 경우에도 의료비가 매월 3만8923원이나 줄었다.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던 고령자는 노인 일자리 참여 후 해를 거듭할수록 의료비 절감효과가 꾸준하게 증가해 사업 1년차에는 29만319원, 2년차에는 32만6630원, 3년차에는 37만5387원씩 감소했다.
복지부는 노인들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서 규칙적인 운동과 일상적 활동량이 늘고 의료기관 이용이 줄게 돼 건강이 증진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동료 노인과의 네트워크 형성도 건강증진 효과를 가져온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을 통해 삶의 애착을 높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활기찬 삶을 지속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 역시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일을 통해 저축, 투자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은퇴 전 저축한 금액으로 노후생활을 했던 과거와 달리 은퇴 이후의 기간이 길어진 만큼 은퇴 이후에도 저축과 투자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 후 고정 수입이 끊기면 현실적으로 저축에 어려움이 따른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00세 시대 안정적 은퇴를 위한 개인과 정부의 과제’ 보고서에서 현재의 20~40대는 금융자산으로 4억원을 모아도 은퇴 후 20년이면 소진돼 안정적 은퇴생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암울한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끝으로 고령자에게 고정수입이 계속 발생하는 만큼 부족한 노후자금은 일을 지속하고 저축을 통해 늘려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준비한 노후자금을 쓰지 않고 지켜 지속적으로 운용하고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