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 물, 비늘, 껍질
일정 4월 26일까지 장소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김정옥의 단독 기획초대전으로, 그동안 작가가 주목해왔던 ‘물고기’ 연작에서 더 나아가 물고기가 살고 있는 환경, 즉 수족관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작품들로 이뤄졌다. 작가는 “투명한 수족관은 제한성을 전제로 한 삶의 환경”이라며 “물이 아닌 공기로 치환된 수족관 속에서 인간은 서로 무리 짓고 군중 속에서 부대끼다 동시에 문득 개인으로 반짝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수족관 안에서 무리 지어 사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유추해보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비늘의 반짝임으로 표현했다.
◇ 히말라야... 그리움을 찾아서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갤러리 하리&멘탈ART
‘마음을 읽는 작가’로 알려진 김애옥의 2020년도 첫 전시다. 하얀 눈을 휘덮고 있는 설산이 태양의 빛을 받아 마치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로 채워졌다. 작가는 히말라야에 다채로운 컬러를 입힌 데 이어 인간들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쓰지 않아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쁨과 슬픔의 조각들을 스펙트럼의 파장 이미지로 펼쳐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자가 특정 히말라야 이미지를 선택하면 그에 따른 마음의 상태를 읽어준다. 아울러 그림을 통해 숨어 있던 내면의 그리움을 비추는 등불 역할도 한다.
◇ 추니박, 침묵의 숲
일정 4월 25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융합산수’를 개척한 추니박의 ‘검은 풍경’ 연작과 ‘치유의 숲’ 연작을 감상할 기회다. 30여 년간 작가가 확장해온 한국화의 지평을 확인하는 자리인 동시에, 그의 최신 작품세계까지 살펴볼 수 있다. ‘검은 풍경’ 연작은 그동안 한국 풍경화를 그려왔던 작가가 그랜드캐니언,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난 광활한 대자연을 한국 전통 필법으로 풀어내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치유의 숲’ 연작 총 120여 점 중 주요 작품 34점을 선별해 공개할 예정이다.
◇ 툴루즈 로트렉 展: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일정 5월 3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후기 인상주의파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국내 첫 단독전이 열린다.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150여 점으로 구성되며, 모두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 및 수채화를 비롯해 로트렉의 사진과 영상, 당대의 생활용품 등이 19세기 말 생동감 넘치는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물랭 루주의 모습을 투영한다. 아울러 로트렉의 일생을 담아낸 미디어 아트와 물랭 루주의 히스토리를 간직한 특별 제작 영상 등 다채로운 장르의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 Stage
◇ 드라큘라
일정 4월 28일~5월 1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데이비드 스완 출연 김준수, 조정은, 손준호 등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로, 수백 년이 지나도록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블랙 스크린을 설치하고, 스탠딩 세트를 플라잉 세트로 전환하는 등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장비와 세트를 보강해 웅장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트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백암아트홀 연출 성종완 출연 이건명, 엄기준, 박건형 등
15년간 유지해온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일상의 대화를 통해 표현한 연극이다. 대학로 공연 당시 최고 객석 점유율 103%, 누적관객 수 20만 명을 기록하며 ‘아트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인간의 이기심, 질투, 소심한 내면의 심리를 블랙코미디 특색을 살려 거침없이 드러낸다.
◇ 사운드 오브 뮤직
일정 4월 28일~5월 1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정태영 출연 이연경, 배다혜, 송일국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지배를 피해 조국을 떠나야 했던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에델바이스’, ‘도레미송’ 등 동명의 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넘버들로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 Movie
◇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
개봉 4월 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T.G. 헤링톤, 대니 클린치 출연 벤 재프, 월터 해리스 등
뉴올리언스 재즈를 대표하는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가 음악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를 담았다. 쿠바를 배경으로 한 즉흥 버스킹 등 소울 가득한 재즈 선율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밥정
개봉 4월 예정 장르 드라마, 다큐멘터리 감독 박혜령 출연 임지호
임지호 셰프가 자신의 친어머니와 양어머니, 그리고 길 위에서 인연을 맺은 어머니들을 위해 그리움으로 차린 밥상과 인생의 참맛을 함께 담았다. 산과 들, 계곡 등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도 감상 포인트다.
● Book
◇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저ㆍ심심
25년간 우울증을 알았던 저자가 자연에서 위안을 얻었던 1년간의 소회를 쓴 일기다. 가벼운 무기력증부터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며, 그때마다 자신을 위로했던 자연의 모습을 생생한 글과 그림, 사진으로 묘사했다. 섬세한 문장과 감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간을 어루만지는 자연의 따뜻한 손길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저ㆍ산처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코로나19 못지않게 역사상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전염병 13가지를 살펴본다. 발병 당시의 상황과 에피소드, 질병 극복 방법까지 소개한다.
◇ 건강 공부 엄융의 저ㆍ창비
건강의 정의부터 올바른 스트레스 및 식습관 관리, 신종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정리했다. 주제별 건강 상식과 더불어 일상생활 수칙 등도 제시한다.
◇ 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ㆍ포르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의 명시 30편을 사랑, 사람, 시라는 ‘시옷’의 단어들로 풀어냈다. 저자는 숨 가쁘게 달린 하루의 끝에서 ‘시’와 마주하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길 바란다.
◇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저ㆍ샘터사
베란다 작은 정원을 가꾸며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베란다는 세계의 축소판, 그 작은 공간에 우주가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신선한 통찰력이 곳곳에서 빛난다.
풍금으로 전해지는 선율은 환상적이었다. 화음의 오묘함에 매료된 소년은 깊고 깊은 예술의 체계 속으로 빠져들었다. 음악을 한 차원 높은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는 숨은 예술가, 이종열(李鍾烈·82) 대한민국 피아노 조율 명장 1호를 만났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무대 뒤로 들어갔다. 크고 작은 무대 장비들 사이에 대한민국 피아노 조율 명장 1호 문패가 달린 방 하나, 이종열 조율사가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개인 공간이다.
“1995년 1월부터 예술의전당으로 출근했습니다. 원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오페라단, 발레단 등 예술 단체들이 상주해 있었어요. 조율사 공간은 없었지요. 우면산 중턱에 건물 새로 짓고 다들 그쪽으로 이전하고 나니 방이 생겨 하나 얻었습니다.”
올해로 피아노 조율만 64년. 수천 명의 연주자를 만났다. 2003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내한했을 때, 연주가 끝나고 이종열에게 경의를 표하며 청중의 박수를 이끌었던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헝가리의 안드라스 시프, 이탈리아의 미켈레 캄파넬라 등 까다롭기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에게 인정받은 조율사.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종열의 손을 거치면 음에서 빛이 난다”며 그의 실력에 찬사를 보냈다.
“별거 아닌 거 같겠지만 저는 국위선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이런 조율사가 있구나 하고 말이죠.”
세종문화회관에서 15년. 그리고 예술의전당에서 25년.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장 1호 조율사다. 2007년 피아노 조율사로서는 처음으로 명장 1호가 된 이종열 조율사는 오랜 시간 음악 안에서 살아왔다. “평생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하니 행복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지 않아요. 어떤 직업이든 다 스트레스가 있어요. 집에서 레코드판을 들을 때가 가장 편안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 뭔가 잘못될까봐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잖아요.(웃음) 제 직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유명한 연주자와 악수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 좋겠다’고 해요. 그런데 연주자마다 추구하는 소리와 음색이 다르죠. 어떤 연주자는 ‘피아노 소리를 브라이트(밝게)하게 해주세요’ 또 누구는 ‘이쪽 소리가 너무 쨍쨍거려요. 줄이면 안 될까요?’ 합니다. ‘건반을 눌렀을 때 건반이 저항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어요.(웃음) 어제는 조율이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듣고 다음 날에는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게 제 일입니다.”
우리 가락을 통해 음을 알다
이종열 조율사는 전주 출신으로 전주 이 씨 종가에서 태어났다. 행동거지와 언어, 옷매무새에 제약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런 집안 분위기에서 공구를 다루고 피아노와 가까이 사는 자신이 신기하다고 했다.
“양반은 뛰면 안 된다고 해서 조용조용 걸어 다녔습니다. 제사도 크게 지내는 집안이었고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시조창을 참 잘 부르셨어요. 할아버지가 선창하면 동네 분들도 따라서 노래 부르곤 했죠.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어른들이 기분 좋으니까 풍악을 한 거예요. 왔다 갔다 하면서 들었는데 다 외워지더라고요. 음악적 재능이 있었던 거죠.”
학예회 때 친구들은 독창을 하거나 무용을 했는데 이종열 조율사는 무대에 올라 양반다리를 하고 시조창을 했다. 돈 벌어 제일 먼저 산 것도 클래식 음악이 아닌 시조창 레코드라고 말했다. 우리 가락에 귀가 열리더니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피아노 독주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교복을 입고 찾아다니기도 했다.
“풍금소리는 너무 좋은데 학교 비품이라 만질 수 없었어요. 여유 있는 집 자식들이 기타를 사서 배울 때 저는 달밤에 반딧불이가 돌아다니는 곳에서 하모니카를 불었어요. 할아버지가 단소를 자주 부셨는데 ‘궁상각치우’ 5음계였어요. 저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서양 음계가 필요해서 대나무를 뚫고 구멍 크기를 조절해가면서 직접 만들어 썼습니다.”
먼 훗날 생각해보니까 그 자체가 관악기 조율이었다. 불어보고 소리가 잘 나면 악기 하나를 완성해갔다.
조율을 만나다
풍금을 원 없이 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기독교 신자였던 사촌이 끊임없이 전도를 하자 그는 못 이기는 척 교회로 향했다. 교회에 가야 했던 명분은 바로 풍금. 페달을 밟으면서 풍금을 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교회 집사라는 분이 풍금으로 반주를 하는데 멜로디에 옥타브를 첨가하는 정도였어요. ‘아, 저걸 내가 배워?’, ‘그럼 열심히 교회에 다니자’ 했어요. 오르간 교본을 사서 혼자 공부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면 ‘음악 통론’을 펼쳤죠.”
오르간 교본을 떼고 난 뒤에는 580개가 넘는 찬송가 전곡을 쳤다. 그런데 풍금을 치는 게 너무 좋아지자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단소와 하모니카를 불 때는 몰랐는데 똑같은 장조의 3음계라도 건반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났다. 집에 있는 공구를 교회로 가지고 가 풍금을 뜯어보고야 말았다. 풍금은 놋쇠 철판을 깎아서 조율하는데 점점 어려워지고 소리는 제 소리에서 점점 멀어졌다. 스스로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풍금이 일본 제품이니까 어딘가 문원이 있을 것 같았어요.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니 ‘피아노 구조, 조율, 수리’라는 책이 일본에 있었어요. 장남으로서 농사 일구고 동생들 보살피기를 원했던 아버지는 제가 이런 책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렵게 사정해서 용돈을 받아 책을 주문했어요.”
해방 후 일본과의 국교가 닫혀 있던 시절. 책이 한국으로 오는 데 두세 달이 걸렸다. 문제는 일본어였다. 해방이 되던 해 소학교에 입학했던 그는 일본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한국식 교육을 받게 된 것. 해방 후 처음 발간된 ‘일본어 첫걸음’이라는 책을 사서 교본이 오기 전 열심히 독학하며 글자를 익혔다.
“기다리던 책이 왔을 때는 어느 정도 일본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빨리 보고 싶어서 샛길로 접어들어 논두렁에 앉아 책을 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피아노 구조 도면을 살펴봤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조율을 시작한 거죠.”
풍금 조율을 시작하면서 피아노와 쳄발로와 파이프오르간 등의 악기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피아노를 조율해도 쳄발로 등 다른 건반악기까지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
조율의 인생을 정리하다
작년 말 이종열 조율사는 60여 년 조율사로 살아온 삶을 정리하면서 ‘조율의 시간’(민음사)을 펴냈다. 백전노장의 이야기는 담백했고 진솔했다. 베스트셀러가 됐고, 사람들은 조율사 인생에 주목했다. 재미있는 것 하나. 책을 읽다 보니 마치 판소리의 아니리가 연상되는 박자감이 느껴졌다. 그와 인터뷰를 해보니 확실히 알았다. 어려서부터 시조창을 하는 할아버지의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으니 자연스레 리듬이 말하는 습관으로 밴 것. 박자처럼 글 속에도 묻어 있었다.
이종열 조율사는 말초신경을 보호하기 위해 술과 담배를 멀리한다고 했다. 술은 모임에서 맥주 반 잔 정도, 담배는 피운 적 없다. 귀가 나빠지면 높고 낮은 음을 구별할 수 없다.
“조율 자체는 기계를 보고 해도 되지만 조율의 최고 생명은 ‘보이싱’입니다. 음색을 고르게 음량 크기를 같게, 밸런스를 제대로 맞춰야 하거든요.”
아무리 조율이 잘되어 있어도 보이싱이 안 좋으면 피아노를 못 치겠다며 일어나는 연주자도 있다고. 그는 앞서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하기도 했지만 인생 끝까지 조율에 매진할 생각이다.
“지금도 할 게 많아 보입니다. 학문은 끝이 없잖아요. 죽기 전날에도 궁금한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늘 새로운 것들이 들리고 보입니다.(웃음)”
그는 한 차원 높은 피아노 조율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에서 발간한 기술 서적 중 보이싱 파트는 이종열 조율사가 집필했다. 제자들과 함께하는 ‘튜닝아트가’라는 모임도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튜닝아트, ‘조율은 예술이다’라는 뜻입니다. 돌아가면서 조율에 관해 토론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서로 조언도 해줍니다. 지금 예술의전당에 새 공연장을 짓고 있는데 훌륭한 후배가 대기 중입니다. 이제 서서히 제자들에게 자리를 내줘야죠. 100년, 200년 할 수 없잖아요.”
그는 피아니스트 뒤에 선 조율사로서의 자부심을 조심스럽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관객은 조율하는 사람에게 아무 관심이 없어요.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에게만 박수치고 소리 지르잖아요? 그런데 연주자들은 공연장에 오면 저한테 매달립니다. 조율사의 손에 멋진 공연이, 연주가 달려 있으니까요.”
● Exhibition
◇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
일정 3월 31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개인전이다. 에를리치는 주로 거울을 이용한 착시 현상에 착안해 엘리베이터, 계단, 수영장 등 친숙한 공간을 소재로 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체험까지 가능한 그의 작품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몸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총 4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영화 포스터 13점으로 꾸민 ‘커밍 순’으로 시작한다. 이어 ‘탑의 그림자’, ‘자동차 극장’ 등 대형 작품을 비롯해 남·북한 지도를 모티브로 한 ‘구름(남한, 북한)’까지 만날 수 있다.
◇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일정 4월 25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예술가에게 창의적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우연한 발견이 예술적 발상과 작품으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환경적 조건은 무엇인가’ 등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기획된 전시다. 창작에 영감을 준 이미지를 발견한 당시의 순간과 그 특별한 발견을 작품으로 옮겨나가는 창의적 행위의 과정에 대해 그린다. 이세현, 손봉채, 베른트 할프헤르 등 세렌디피티(뜻밖의 발견)를 경험한 작가 21명의 예술작품 78점과 더불어 흥미로운 일화와 사례, 작가노트 등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아름다움의 발견에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 환상의 에셔展: EXIT-에셔의 방
일정 4월 30일까지 장소 서울웨이브아트센터
20세기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네덜란드 작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에셔의 그래픽 디자인, 판화 에디션, 아카이브 영상과 더불어 VR 작품과 특별 제작된 대형 오브제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미술에 수학과 과학을 접목한 작가 특유의 기하학적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예술가의 이성적인 논리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뫼비우스의 띠’, ‘펜로즈 삼각형’ 등을 직접 체험하며 작품 속 에셔가 표현했던 원리들을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 감상하도록 구성한 점이 흥미롭다.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일정 4월 23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1967년부터 시작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전시로, 매년 세계 80여 개국에서 30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 76명의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인다. 영향력 있는 심사위원단을 통해 선정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날 기회다. 2019년 수상작 전시 외에도 2018년 수상자 벤디 베르니치의 특별전이 함께 열린다. 더불어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상’ 수상 도서 16권이 전시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세계 일러스트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다.
● Movie
◇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개봉 3월 5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초희 출연 윤여정, 강말금, 김영민, 윤승아 등
‘우리 순이’, ‘산나물 처녀’ 등으로 주목받은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평생 일복에 시달리며(?) 살던 주인공 ‘찬실’에게 전에 없던 행운이 굴러들어오며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여성 서사의 작품에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더했다. 배우 윤여정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속정 깊은 주인집 할머니 ‘복실’ 역을 맡아 극에 훈훈한 감동을 불어넣는다.
◇ 다크 워터스
개봉 3월 11일 장르 드라마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마크 러팔로, 앤 해서웨이, 팀 로빈스 등
독성 폐기물 유출로 인류의 99%를 위험에 빠뜨린 미국 최고 화학기업 듀폰. 그들의 만행을 고발하며 전 세계를 뒤흔든 일간지 ‘보스턴글로브’의 심층취재팀 ‘스포트라이트’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 리암 갤러거
개봉 3월 1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개빈 피츠 제럴드, 찰리 라이트닝 출연 리암 갤러거 등
세계적인 록밴드 ‘오아시스’의 멤버였던 리암 갤러거의 삶과 음악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화려한 시절을 지나 험난한 시간을 보낸 그가 자신의 진솔한 심정을 고백하며 관객과의 소통에 나선다.
● Book
◇ 오팔세대 정기룡, 오늘이 더 행복한 이유 (정기룡 저ㆍ나무생각)
경찰서장을 지내다 정년퇴임 후, 온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한 오팔세대 가장의 파란만장 인생 후반전을 담았다. 진솔하게 풀어낸 저자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뿐만 아니라,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도 얻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터득한 은퇴설계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하며 오늘날 오팔세대의 활기찬 제2인생을 응원한다.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 (버나드 오티스 저ㆍ검둥소)
노년기 마음가짐과 실질적 조언의 비율을 3대 7로 구성해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입할 보험 조건, 병에 걸렸을 때의 대처, 유언 준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 인간의 모든 죽음 (최현석 저ㆍ서해문집)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죽음의 관계, 죽음의 유형과 특징, 치매·간병·호스피스·사별 등 웰다잉을 위한 실용적 지식을 총망라했다. 죽음에 대한 117개의 키워드를 꼽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가키야 미우 저ㆍ㈜소미미디어)
가부장적인 태도를 지녔던 ‘정년 아저씨’가 손주를 돌보기 시작하며 자신의 편견을 깨 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주인공의 인식 전환을 통해 가족과 사회를 위한 긍정적 변화를 촉구한다.
◇ 양준일 MAYBE (양준일 외 공저ㆍ모비딕북스)
최근 JTBC ‘슈가맨’을 통해 19년 만에 돌아온 가수 양준일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좌절과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던 그가 깨달은 삶의 본질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 모네에서 세잔까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 展
일정 4월 19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클로드 모네의 걸작 ‘수련연못’을 포함해 폴 고갱의 ‘우파 우파’, 폴 세잔의 ‘강가의 시골 저택’ 등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대표작 106점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수경과 반사, 자연과 풍경화, 도시 풍경, 정물화, 초상화 등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컬렉션에서 엄선한 인상주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최근 인터렉티브나 미디어 아트에 편중된 전시에서 벗어나 원화 고유의 진가를 확인하는 동시에 인상주의 작품과 작가들이 현대 예술에 끼친 영향을 조망할 기회다.
◇ 가능한 최선의 세계
일정 4월 5일까지 장소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
정지돈 소설가와 국내 젊은 작가 10인이 함께한 단체전으로, 문학과 시각 예술 간의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한다. 전시와 글이 어우러지는 형태로, 관객 스스로 전시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관람 방식이 돋보인다. 전시 주제인 ‘가능한 최선의 세계’는 정지돈이 그린 미래의 모습으로, 관객은 시놉시스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두 갈래 길을 마주한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색안경과 지시문을 전달받고 전시장을 헤매며 작품과 함께 배치된 이야기들을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저마다 모은 이야기는 다시 재배열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가능한 최선의 세계’로써 완성된다.
◇ 에릭 요한슨 사진전: Impossible is Possible
일정 3월 29일까지 장소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
스웨덴 대표 초현실주의 작가 에릭 요한슨의 아시아 최초 순회전이다.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 알려진 그는 여타 초현실주의 사진처럼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이 아닌,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 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한 장의 작품에 담아낸다. 특히 포토샵 기술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어릴 적 상상, 꿈꾸던 미래, 어젯밤 꿈 등 상상력을 주제로 한 4가지 섹션이 마련됐다. 작가의 유명 작품들을 비롯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신작들, 비하인드 메이킹 필름, 다양한 소품과 설치 작품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영롱한 광채를 뽐내는 ‘오팔’은 밝은 에너지를 가졌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욕망을 풀어놓는 오팔의 의미를 보면 기운이 솟구친다. 기성세대보다 더 스스로를 가꾸고 자기계발과 취미활동에 적극적인 50~60대 시니어들과 닮았다. 그래서 이들을 ‘오팔세대’라 부르나보다.
사실 오팔세대의 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동시에 베이비붐세대의 상징 ‘58년 개띠’의 오팔을 의미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오팔세대는 이제 은퇴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장은 오팔세대인 50~60대 시니어 고객 모시기에 집중한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니어 비중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은 그들을 위한 서비스와 문화행사를 강화하며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저금리시대에 예대마진이 줄어들자 시니어에게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며 이들의 자산관리와 똑똑한 소비를 도와 수익창출을 도모한다. 자연스레 최우수고객(VIP) 대열에 합류한 시니어들은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며 화려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백화점: 할인 혜택과 문화행사 강화
50~60대 시니어가 백화점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의 최근 3년 실적을 분석해보면 50~60대의 매출 비중은 30~40대보다 낮지만 고객단가는 가장 높다. 비싼 상품에도 지갑을 잘 여는 우수고객이란 의미다. 이들 중 연간 2000만 원 이상 소비하는 VIP 비중이 일반고객보다 8배가량 높아 백화점으로선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고객이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이 시니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풍성하다. VIP의 경우 등급별로 차등 적용된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에선 각각 5~10%, 현대백화점은 5%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아카데미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문화센터 정규강좌 50% 할인, 신세계백화점은 학기별 강좌 1개 30% 할인~무료 수강, 롯데백화점은 1개 강좌 20% 할인~2개 강좌 50% 할인, 현대백화점은 5% 할인 혜택을 준다. 뿐만 아니라 기념일 축하선물과 항공권 할인, 발레파킹, 무료주차 등이 VIP 등급별로 차등 제공된다.
시니어를 위한 문화행사와 이벤트 초청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부터 예술의전당과 제휴를 맺고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VIP 전용 문화공연 ‘신세계 클래식 페스티벌’을 연다. 그동안 서울시립교향악단,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피아니스트 조성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 유수의 클래식 대가가 이 무대에 올랐다. 현대백화점도 매년 VIP를 위한 문화강좌인 ‘더 스튜디오 클래스’를 열고 있다. 연 4000만 원 이상 구매한 ‘쟈스민 클럽’ 회원만 참여할 수 있다. 요리,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강사로 나온다.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 명사가 직접 추천한 책, 공기정화식물, 난, 꽃 등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은행: 알짜 금융상품과 은퇴설계 지원
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도 시니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올해 1955년생이 65세로 고령자가 되고 1960년생 은퇴자도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은행들이 시니어 특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꼼꼼히 들여다볼 만하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 ‘열두번의 행복’ 시리즈를 추천했다. 이 상품은 매월 찾아오는 월급날의 행복을 은퇴 후에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분할지급식 투자상품으로 ‘낮은 위험,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현재 펀드와 신탁상품이 있다. KEB하나은행은 ‘행복 노하우 연금예금’을 소개했다.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확보하고 매달 수령하는 원리금을 생활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돈이 많이 필요할 때는 많게, 그렇지 않을 때는 적게, 이자만 필요할 때는 이자만 수령할 수 있다.
노후설계에 대한 실질적인 어드바이스가 필요하면 각 은행의 시니어 혜택 플랫폼을 이용해보자. 신한은행은 ‘신한 미래설계’로 고객의 은퇴를 지원한다. 금융 서비스와 함께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은퇴설계전문가(ARPS) 등 금융 관련 전문자격을 보유한 645명의 미래설계 컨설턴트를 전국 영업점에 배치해 고객의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래설계센터에서는 부부은퇴교실, 미래설계캠프 등 다양한 은퇴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우리은행은 서울 신촌점과 명동점에 ‘우리 시니어 플러스 센터’를 열고 공간 대여와 맞춤형 금융정보 공유강좌, 은퇴설계교육 등을 진행한다. 자산관리와 연금 관련 세미나도 열린다. 이와 함께 시니어 맞춤 온라인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고객 전용 ‘시니어 플러스 홈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카드: 똑똑한 소비 돕는 풍성한 혜택
시니어를 위한 똑똑한 카드 상품도 챙겨보자. KB국민카드는 ‘KB골든대로 체크카드’를 추천했다. KB골든대로 체크카드는 50~60대 고객의 생애주기에 특화된 업종 이용 시 결제금액의 5%가 포인트로 적립되는 중장년층 맞춤형 상품이다. 이 카드는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이면 △병원, 약국 등 건강 관련 업종 △대형마트, 주유소 등 생활밀착 업종 △골프, 사우나 등 여가 업종 △생명·손해보험 등 보험료 결제 시 월 최대 2만 점까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신한카드의 시니어 계층을 위한 ‘신한미래설계카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카드의 주력 서비스는 의료비 할인 혜택이다. 병원·약국은 물론 동물병원에서 월 최대 1만 원까지 결제액의 5%를 할인해준다. 생활비 할인 혜택도 돋보인다. 4대 주유소에서 ℓ당 60원(월 최대 30만 원), 3대 대형마트에서 5%(월 최대 1만 원), 대중교통과 택시 이용 시 5%를 할인해준다.
VIP를 위한 프리미엄급 카드도 시니어의 현명한 소비를 돕는다. 롯데카드는 최근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장하며 ‘엘클래스 L60’을 선보였다. ‘프리미엄의 깊이를 경험하다’라는 콘셉트를 가진 엘클래스 L60은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의 VIP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의 탠텀은 해외여행을 할 때 사용하기 좋다. 페닌슐라 등 해외 유명호텔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객실 등급도 올려준다.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항공 마일리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도 ‘더 베스트’, ‘더 클래식’ 시리즈를 내놓았다. 여행과 레저,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른 프리미엄 카드보다 쉽게 바우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텔·문화: 포인트 적립과 클래식 향연
호텔 회원으로 등록한 시니어라면 할인된 가격이나 포인트를 적립하며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신라호텔은 객실 이용금액의 1~3%, 식음료 이용금액의 최대 1%가 적립된다. 또한 객실 업그레이드 서비스(연간 최대 5회)와 무료 세탁 서비스도 회원등급별로 적용해 지원한다.
롯데호텔은 객실 이용금액에 따라 3~6%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는 롯데호텔앤리조트 객실, 식음업장을 비롯해 롯데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세탁 서비스 10~20% 할인, 식음료 5~10% 할인, 객실 업그레이드, 1박 무료숙박권 등의 혜택도 회원등급별로 제공한다.
풍요로운 문화생활도 시니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예술의전당의 노블회원(70세 이상·무료가입)이라면 공연 40% 이상 할인, 무대리허설 관람, 음악감상강좌 30% 할인, 월간 ‘노블N’ 발송 등의 혜택이 따라온다. 유료회원일 경우에는 공연·전시 5~40% 할인(최대 5매), 선예매 서비스, 음악회 초청, 아카데미 수강료 5% 할인, 제휴매장 및 우대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세종문화회관의 회원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무대 위의 몸짓, 오래된 명화의 감동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연회비는 5만~10만 원으로 공연당 4~6매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세종예술아카데미 할인과 공연 프로그램북 등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유료회원가입이 제한된 상태. 향후 개선된 서비스를 다시 제공할 예정이다.
연극 ‘여자만세2’는 고지식한 시어머니와 순종적인 며느리가 사는 집에, 70대 여인 ‘이여자’가 하숙생으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전작 ‘여자만세1’보다 등장인물의 폭을 넓히며 더욱 풍성해졌다. 드라마 속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던 배우 윤유선이 합류해 공주병에 걸린 시어머니 ‘홍마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 ‘최서희’를 맡았다. 지고지순하면서도 야무진 최서희를 통해 중년 여성으로서의 삶과 희생을 연기한 배우 윤유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 작품과 역할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요?
A. 최근 들어 가족극을 접하기 어려워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시대를 사는 가족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는 점이 반가웠고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어찌 보면 서희는 요즘 시대 며느리치고는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인물일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의 엄마들은 참고 살아야 할 일이 많지만, 서희도 그랬고 제 경험상으로도 그런 삶이 꼭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족을 향한 인내와 희생이야말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작품 속 대사 중 가장 공감한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내가 나를 사랑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결국 서희도 점점 자신을 사랑하며 행복을 찾게 되거든요. 저 역시 나를 사랑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을 가족과 나눌 때 더 큰 행복을 얻는 것 같아요. 서희가 자주 하는 대사 중에 “그러게요”라는 말이 와 닿았어요. 가족끼리도 생각이 다를 때 너무 솔직하게 말했다가 상처를 주고받곤 하잖아요. 서희의 “그러게요”라는 한마디가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처럼 느껴졌어요.
Q. 여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뤘다는 점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함께한 선후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A. 다들 자신의 이야기, 내 엄마의 이야기라 떠올리며 작품에 임한 것 같아요. 여자들 이야기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연출가는 남자분이에요.(웃음) 이런저런 장면을 그리는 과정에서 여배우들의 경험과 생각을 잘 참고해주신 덕분에 공감대를 끌어올릴 수 있었죠. 제 경우엔 양희경 언니를 비롯한 선배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든든하고 편했어요. 또 다들 음식 솜씨가 좋아요. 현장에 밤이며 고구마며 간식들을 챙겨와 늘 배부르고 즐거워요.
Q.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인가요?
A. 시어머니와 며느리, 엄마와 딸, 시누이와 올케 등 어떤 관계이든 여성분들이 함께 보시면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생각해요. 또 남자분들도 오셔서 그동안 몰랐던 어머니, 아내, 딸의 심정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도 좋겠고요. 무엇보다 새해가 밝았으니, 가족끼리 공연장 찾아 즐겁게 한 해를 맞이하셨으면 해요. 내 행복이 곧 우리 가족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연극 '여자만세2'
일정 2월 2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장경섭 출연 양희경, 성병숙, 윤유선 등
◇ Exhibition
#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30여 년을 재조명한다. ‘시간 이미지 장치’를 부제로 하는 이번 기획전은 국내 비디오 작가 60여 명의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시간성, 행위, 과정의 개념을 실험한 1970년대 작품에서 시작해, 1980~90년대의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과 싱글채널 비디오까지 아우르며 한국 비디오 아트의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해석했다.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 미술’, ‘탈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등 크게 7개의 주제로 나뉜다. 기술과 영상 문화, 과학과 예술, 장치와 서사 등 이미지와 개념의 문맥을 오가며 진화해온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다각도로 살펴볼 기회다.
# 매그넘 인 파리
일정 2월 9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프랑스 파리를 주제로 한 사진전으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 20세기 사진의 신화로 불리는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소속 작가 40명의 작품 400여 점이 공개됐다. 2014년 오텔 드 빌(파리 시청)에서 처음 개최됐던 이번 전시는 2017년 일본 교토문화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앞서 열린 파리와 교토 전시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엘리어트 어윗의 사진 40여 점으로 구성된 특별 섹션 ‘Paris’와, 파리의 패션 세계를 담은 작품 41점을 추가로 만날 수 있다. 파리의 풍경이 담긴 옛 지도와 희귀도서, 앤틱가구 등으로 꾸며진 ‘파리 살롱’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풍성하다.
# 알폰스 무하: Alphonse Mucha
일정 3월 1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체코를 대표하는 화가 알폰스 무하의 판화, 유화, 드로잉 등 오리지널 작품 230여 점을 작가의 삶과 여정에 따라 총 5부로 나눠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체코 출신의 테니스 선수 이반 렌들의 개인 소장품을 주축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일명 ‘무하 스타일’이라 알려진 넝쿨 같은 여인의 머리카락, 독특한 서체 등 매혹적인 아르누보 스타일의 포스터에서 작가가 고국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작품까지 총망라한다. 도슨트 운영과 더불어 체코문화원과 함께하는 미술사 강연 및 시즌 이벤트, 키즈 아틀리에 등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 고향 gohyang: home
일정 3월 8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시립미술관 비서구권 전시 시리즈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 복잡한 사회·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동 지역의 현대 미술을 살펴본다. 중동에서 발생한 다양한 미술적 활동을 통해 고향을 잃거나 빼앗긴, 또는 고향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민족’이라는 관념적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기억의 구조’, ‘감각으로서의 우리’ 등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이미지, 사운드 설치, 드로잉,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아우른다. 전시기간에는 할리드 쇼만 컬렉션의 영상 작품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시네마테크 컬렉션으로 구성된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 Stage
# 뮤지컬 '레베카'
일정 3월 15일까지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엄기준, 신성록, 옥주현 등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계 콤비 미하엘 쿤체(대본·작사)와 실베스터 르베이(작곡)의 대표작. 영국 대표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 ‘레베카’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 ‘레베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로맨스,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강렬한 음악으로 전 세계 1900만 관객을 마음을 사로잡으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라이선스 공연의 상징이 된 회전하는 발코니 신은 관객이 꼽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다.
# 마당놀이그 '춘풍이 온다'
일정 1월 26일까지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연출 손진책 출연 김준수, 서정금, 김미진 등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바탕으로 한 마당놀이극이다. 34명의 배우와 20명의 연주자가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기생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탕진한 한량 춘풍을 그의 어머니와 몸종이 혼쭐내고 가정을 되살린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마당놀이 특유의 세태를 꼬집는 풍자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 2020 신년음악회
일정 1월 4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휘 정명훈 출연 서울시립교향악단, 클라라 주미 강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경자년을 맞아 새해 첫 주 토요일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끈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4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며 의미를 더한다.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으로,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비롯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고 사랑받아온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 Movie
# 피아니스트의 전설
개봉 1월 1일 장르 드라마·판타지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팀 로스, 프루이트 테일러 빈스 등
‘시네마 천국’, ‘베스트 오퍼’에 이은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감독과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감독이 함께한 ‘예술과 사랑’ 3부작 마지막 편이다. 2002년 12월 개봉 이후, 22년 만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첫 정식 개봉을 확정했다. 이탈리아 작가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소설 ‘노베첸토’가 원작. 평생 바다 위에서 살며 한 번도 땅을 밟아본 적 없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기에 아름다운 영상과 황홀한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개봉 1월 16일 장르 드라마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아델 하에넬, 노에미 메를랑 등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2관왕에 이어 토론토, 뉴욕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여인과 그녀의 결혼식 초상화 의뢰를 받은 화가 마리안느의 미묘한 관계를 그린다.
# 몽마르트 파파
개봉 1월 9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민병우 출연 민형식, 이운숙, 민병우
아버지의 인생 2막을 담은 아들의 다큐멘터리. 미술교사로 평생을 산 아버지는 은퇴 후 ‘몽마르트 거리 화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파리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도전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 Book
# 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 (키만소리 저·책들의정원)
엄마는 해외로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자신도 영어공부를 해서 혼자 해외여행을 가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거부한 그녀는 ‘현자 씨’라 불러 달라며 가족들에게 선포한다.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며 ‘나다운 나’로 살고 있는 현자 씨의 홀로서기 에피소드를 웹툰과 에세이로 담았다. 자신의 이름 석 자로 인생 2막을 살며 못다 한 꿈을 이뤄가는 당당한 꽃중년의 모습을 그린다.
#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신정근 저ㆍ21세기북스)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에 이은 신정근 교수의 신작. ‘중용’의 원문 중 신중년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60개의 명문장을 엄선해 인생의 무게 중심을 잡는 법을 일러준다.
#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수지 홉킨스 저ㆍ에프)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딸에게 전하는 엄마의 사랑과 조언을 담은 그림 에세이다. 엄마가 떠나고 딸이 홀로 할 일들을 날짜별, 단계별로 보여주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처방전도 제시한다.
# 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저ㆍ시공사)
북극에 고립된 78세 천문학자와 지구로 귀환 중인 우주비행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 느낀 지난날의 사랑과 회한을 그린 소설. 극한 상황 속 인간의 고독과 복잡한 내면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 어반 우즈맨 (맥스 베인브리지 저ㆍ목요일)
우드 카빙으로 숟가락, 주걱, 도마 등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을 손수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재 구하기부터 도구 사용법, 관리법 등 초보자를 위한 목공 매뉴얼이 자세히 실려 있다.
각종 송년회가 줄을 잇는다. 올해도 송년 모임이 14개 정도 된다. 저녁 약속이 많은 것은 별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저녁 자리의 술이다. 한창때만큼 마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업 될 정도로는 마신다. 분위기 좋은 날은 좀 오버할 때도 있다.
문제는 내가 술 마시는 것을 아내가 싫어한다는 거다. 지난 시절 술로 인해 몇 번 아내의 속을 태웠던 원죄가 있어 아내의 이해 부족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되는 것인데, 그렇다고 사느라 안간힘을 다해 붙잡고 있는 이성의 질긴 밧줄을 잠시 야들야들하게 해주는 이 묘약을 완전히 놓아버릴 수가...
이틀 전 초등학교 동창 송년회 때 마신 술 때문에 아내가 화가 잔뜩 났다. 그런 상태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에 아내와 함께 갔다. 썰렁한 작은 불편함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 놓은 채 객석에 앉았다.
5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지휘자 ‘토마스 손더가드’의 첫 내한 공연이었다. 거기에 유명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먼저 ‘헬리오스 서곡(Helios overture), Op.17’로 무대를 열었다. 어둠과 고요 속에서 서서히 호른, 현악기와 목관 악기들의 선율이 등장한 후 트럼펫의 팡파르가 울리며 연주는 신화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인용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곡이 연상되었다. 오케스트라는 지구별 빛과 어둠이 닿기 시작하는 새벽에서부터 코발트 빛 하늘이 오렌지빛 석양으로 물들어갈 때까지 에게 해의 하루 풍경을 영혼이 울리는 소리의 빛깔로 그렸다. 밤의 여신이 살포시 고개를 들면서 첫 번째 프로그램 연주는 끝났다.
고개를 돌리니 수많은 별 중 지구별에서, 수많은 사람 중에서 인연이 된 유일한 한 사람이 옆에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에는 러시아풍의 우수적 정서가 잔뜩 담겨있다 보니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 이날 두 번째 프로그램인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다단조, Op.18’도 예외 없었다. 처음 부분의 묵직한 베이스 음부터 한국인의 정서에 짝 맞았다. 이어지는 러시아풍 리듬과 차이콥스키의 협주곡 같은 템포와 선율에 이르러서는 점점 깊이 소리에 빠져들어 갔다.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연주에 몰입돼있을 때 오케스트라의 격앙된 합주가 정신을 깨웠다. 그 밝고 환한 기세를 몰아 장쾌한 화음으로 연주가 끝났다.
‘인연이 된 유일한 사람을 위해 못 할 게 뭐가 있을까? 한창 연애할 때였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술로 인해 불편한 아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마지막 연주는 무소르그스키의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스케치와 수채화에서 받은 인상과 감흥을 바탕으로 작곡한 이 음악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곡이 연주되는 동안 수십 편의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행복에 빠졌다. 그 소리에는 ‘톰과 제리’ ‘알라딘’ ‘라푼젤’ ‘라이온 킹’등 내가 알고 있는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이 다 있었다. ‘마음의 정화’ 그렇다! 마음이 정화되는 연주였다. 특히 내게 의미 있었던 소리는 종소리였다. 12월에 들리는 소리로 잘 어울렸다. 연주에서 들은 종소리는 끝을 알림과 동시에 시작을 알리는 의미의 소리였다.
당분간 술을 안 마실 생각이다. 아직 유일한 인연인 사람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은 가슴에 남아있는 것 같다. '전람회의 그림' 연주에서 울린 종소리는 누구에게 울린 종소리였을까? 술에게? 나에게?
◇ 가야본성 칼과 현
일정 12월 3일~3월 1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1991년 열린 ‘신비의 고대 왕국 가야’ 전시 이후, 보다 많은 자료와 연구를 통해 복원된 가야의 얼굴을 만날 기회다. ‘말 탄 사람모양 토기’(국보 275호)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문화재 1000여 점을 선보인다.
◇ 제13회 평창송어축제
일정 12월 21일~2월 2일 장소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 둔치
송어 얼음낚시를 비롯해 송어 맨손잡이, 텐트낚시, 눈썰매, 얼음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는 겨울 대표 축제다. 오대천에서 직접 잡은 송어를 맛보고, 다양한 겨울 놀이도 체험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자.
◇ 캣츠
개봉 12월 24일 출연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등
뮤지컬 ‘캣츠’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레미제라블’의 감독 톰 후퍼를 중심으로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제작진과 명배우들이 총출동해 원작 무대 못지않은 감동과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 금난새의 크리스마스 선물
일정 12월 25일 장소 롯데 콘서트홀
한국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지휘 아래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하모니를 이룬다.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비제 교향곡 C장조 1, 2악장부터 베토벤 운명 교향곡까지 감상할 수 있다.
◇ 리처드 용재 오닐 크리스마스 콘서트 ‘선물’
일정 12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오랜 시간 그를 찾아준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처럼 뜻깊은 무대를 마련했다. 이번 공연은 용재 오닐이 지닌 악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구성해 특별함을 더했다.
◇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 축전
일정 12월 31일~1월 1일 장소 경북 포항시 해맞이광장 일원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곶에서 매년 12월 31일부터 새해 아침까지 열리는 축제다. 해넘이와 해맞이는 물론 버스킹 페스티벌, 마당놀이, 불꽃잔치, 먹거리 및 체험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파란 하늘 아래 걷고 싶은 계절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 2019 서울 빛초롱 축제
일정 11월 1~17일 장소 서울 청계천 일대
매년 11월, 매해 다른 콘셉트로 청계천 일대에서 오색찬란한 등(燈)을 밝히는 서울의 대표 축제다. 올해는 ‘당신의 서울, 빛으로 꾸는 꿈’을 주제로 청계광장부터 수표교까지 약 1.2km 구간에서 형형색색 아름다운 등불을 감상할 수 있다.
◇ 호이 랑
일정 11월 6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고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발레극. 국립발레단의 신작으로 강수진 예술감독과 강효형 안무가를 비롯한 국내외 베테랑 제작진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 패왕별희
일정 11월 9~17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동명 경극을 원작으로 춘추전국시대 초한전쟁에서 패하고 자결한 영웅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사랑을 노래한다. 시각 중심의 경극과 청각 중심의 창극이 만나 특유의 웅장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 인테리어즈
일정 11월 15~17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노벨문학상을 받은 상징주의 대표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부각했다. 마치 집 안을 들여다보는 듯 관찰자의 시점으로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 아이다
일정 11월 16~2월 23일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한국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아이다’가 올해 무대를 끝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피어난 아이다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더욱 아련하게 펼쳐진다.
◇ 감쪽같은 그녀
개봉 11월 27일 출연 나문희, 김수안
70대 철부지 할머니 말순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10대 손녀 공주의 좌충우돌 동거를 그렸다. 말순 역의 나문희와 공주 역의 김수안은 65세의 나이 차이를 초월하는 연기 호흡을 통해 유쾌한 웃음과 훈훈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