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가 이어지는 2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뮤지컬) 파가니니
일시 2월 15일~3월 31일 장소 세종M씨어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비운의 대가로 남게 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와 ‘바이올린 협주곡 2번-라 캄파넬라’ 등을 재편곡해 매력적인 ‘록클래식’으로 선보인다.
(오페라)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즈 내한공연
일시 2월 19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설적인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가 발굴한 천재 아티스트 ‘마르첼로 알바레즈’. 뛰어난 음악적 능력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 무대를 석권한 그의 첫 내한공연이다. ‘카르멘’, ‘팔리아치’, ‘투란도트’ 등 총 13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100분간 오페라 세계에 흠뻑 빠져보자.
(클래식)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세드릭 티베르기엥 듀오
일시 2월 21일 장소 LG아트센터
영국의 대표 신문 ‘타임스’가 ‘음악계를 평정할 듀오’라며 극찬한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와 피아니스트 세드릭 티베르기엥. 이들의 합주로 낭만주의 실내악 명곡인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3번)’을 들을 수 있다.
(연극) 자기 앞의 생
일시 2월 22일~3월 23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출연 양희경, 이수미, 김한, 오정택, 정원조 등
세계 3대 문학상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쓴 ‘자기 앞의 생’이 원작이다.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랍계 소년 ‘모모’와 돈을 받고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유대인 보모 ‘로자 아줌마’의 대화를 통해 사회적 차별과 약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수작이다.
(콘서트) 미스터션샤인 OST 오케스트라 콘서트
일시 2월 24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출연 안두현, 이현진, 송민제, 이신규
20세기 초 조선 의병들의 의와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각종 차트를 휩쓴 미스터션샤인 OST가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뮤직비디오 영상과 함께 음악을 감상하며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개봉 2월 27일 장르 다큐멘터리 출연 강금연, 곽두조, 박금분 등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할머니들의 욜로(YOLO) 라이프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경북 칠곡에 사는 ‘평균 86세’ 꽃다운 청춘들이 배움의 즐거움에 빠져 인생을 재밌게 사는 비법을 전수한다.
거품과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는 둥근 통 안의 옷들을 보면서 어쩌다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을 잘 표현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다. 바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연말 대학로(알과핵 소극장/극단 모시는 사람들)에서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연극을 봤다. 30년 넘게 대를 이어 세탁소를 운영하는 강태국 씨의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다뤘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중견 극작가 김정숙 씨가 쓴 희곡으로 2003년 예술의전당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2005년 대학로 공연까지 33만 관객을 동원했다. 동아연극상, 희곡상도 수상했다. 극작가 김정숙 씨는 현재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대표이기도 하다.
연극은 시간이 되어도 불이 켜지지 않는 암전 상황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잠시 후 불이 켜져서 보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그 후 다시보기로 난장판이 된 상황을 되짚어온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오아시스 세탁소를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강태국 씨는 세탁소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단지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정이 오가도록 자신이 가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전 맡긴 어머니의 옷이 생각나서 찾아온 초라한 행색의 남자에게 옷을 찾아 그냥 내어주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가 하면 무명 연기자가 오디션을 볼 때마다 손님이 맡기고 오래 안 찾아가는 옷을 빌려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치매로 오늘내일하는 할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세탁’이라는 말을 남기자 세탁소를 습격한 자녀들은 세탁소에 걸린 옷들을 뒤지며 할머니의 유품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연극은 욕심을 부리고 서로 밀치던 사람들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세탁기에서 하얀 옷을 입고 나오는 것으로 끝난다.
옷걸이마다 빼곡하게 옷이 걸린 무대를 보니 한 친구가 생각난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녀는 계절별로 옷 세 벌만 남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만날 때마다 늘 눈에 익숙한 간결한 옷차림이다. 여럿이 만난 자리에서 누군가 “세 벌은 너무 적은 거 아니야?” 하고 물었더니 “많이 갖고 있으면 나중에 여러모로 힘만 들지” 하면서 미리 정리하는 삶을 연습하고 싶다고 했다. 나를 포함한 몇이 “대단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우리는 여전히 실천을 못하고 있다.
극작가이자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대표는 살면서 한 번쯤 해봤을 세탁소 혹은 세탁기에 담긴 생각을 무대에 올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냈다. 인간관계가 점점 야박해지고 물질만능주의로 물들어가는 현 시대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연극이었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가까이 자리한 알과 핵 소극장으로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극단 모시는 사람들)’ 공연관람을 위해 향했다. 이 작품의 작가인 김정숙 연극 연출가의 초대로 브라보마이라이프 매거진 동년 기자들과 함께 했다. 아담한 무대에는 깨끗하게 포장된 옷들이 가득 걸려 있고 무대 좌우엔 수선과 다림질을 하는 코너로 꾸며졌다. 우측에 설치된 커다랗고 낡은 옛날식 세탁기가 눈에 들어온다.
실내 전등이 꺼진 암흑의 소극장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침묵을 깨는 남녀 신음을 시작으로 무대 조명이 들어오며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의 막이 올랐다. 1, 2층 전 좌석을 메운 관람객의 숨소리가 멈춰졌다. 무대에는 여러 가지 피켓을 든 환자들의 항의와 함께 세탁소 주인 강태국(조준형 분)과 여주인 장민숙(문상희 분)의 하소연 섞인 이야기가 개그 못지않은 대사로 펼쳐진다. 극 중 내내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을 웃음바다에 빠지게 하면서 잔잔한 감동과 현실을 풍자하는 대사로 관중을 몰입하게 했다. 세탁철학을 지닌 주인장은 무명 배우에게 옷을 무료로 빌려주는 정이 넘치는 이웃 아저씨다. 남편에게 서운함도 있으나 남편과 아들을 사랑하는 여주인 민숙, 사고뭉치 배달꾼 소팔 등 늘 세탁소는 왁자지껄하다.
30년째 대를 이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아시스세탁소와 주인 강태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큰 재산을 가진 이웃 안 씨 할머니가 임종에 앞서 마지막으로 남긴 ‘세탁’이란 말을 듣고서 세탁소에 맡겨진 빨래 속에 재산을 숨겨 놓았다고 믿는 안 씨네 가족이 세탁소를 찾아오며 극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안 씨 큰아들은 재산을 찾을 수 없게 되자 발견한 재산의 50%를 보상금으로 내건다. 주인장 강태국을 제외한 극 중 인물 모두는 그 재산을 찾기 위해 어느 날 야심한 밤에 동물로 둔갑하여 세탁소를 습격한다. 세탁소는 아수라장이 된다. 이를 지켜본 강 씨는 더러워진 빨래를 세탁하듯 오염된 인간의 마음을 세탁하기 위해 이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깨끗이 세탁된 이들은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하고 가 씨가 빨랫줄에 널어 말리며 극은 막을 내린다. 1시간 반이 언제 지나갔는지 싶었다. 넉살 좋은 배우들의 연기에 웃다가 극 내용에 눈물을 찔끔 짜기도 했다. 가슴이 훈훈해지기도 했다. 특히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의 설정이 연극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세탁소에서 빨래를 세탁하듯 물질만능주의로 동물처럼 변한 인간을 커다란 세탁기에 넣고 세탁을 한 후 하얀 옷으로 갈아입힌 사람다운 인간을 빨랫줄에 널어 말리며 현대인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극의 대미를 장식했다.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은 권호성 연출로 12월 30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에서 공연된다. 2003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된 이래 수많은 공연이 이루어졌고 동아연극상 희곡상, 연극협회 우수연극상 등을 수상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이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였다. 일상적 삶의 현실을 바탕으로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구성과 풍자로써 우리에게 시종일관 웃음을 주면서 잔잔한 감동 그리고 희망의 따사한 메시지를 남긴다. 지금도 연극 무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또 보아도 좋은 연극으로 기억에 남았다.
(전시) 로메로 브리토 : Color of Wonderland
일정 1월 3일~3월 10일
장소 3·15아트센터 제1, 2전시실
팝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의 회화와 조각, 영상미디어 등 총 10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밝은 색상을 많이 사용하는 그의 작품에는 유쾌한 에너지가 담겨 있어 ‘힐링 아트’라는 애칭이 따르고 있다.
(축제) 화천산천어축제
일정 1월 5~27일
장소 강원도 화천군 일원
5년 연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꼽힌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한다. 올해는 산천어 수상낚시, 루어낚시, 밤낚시 등의 산천어 체험과 눈썰매, 봅슬레이, 얼음축구 등으로 구성된 눈·얼음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뮤지컬) 라이온 킹
일정 1월 9일~3월 28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
출연 느세파 핏젱, 캘빈 그랜들링, 데이션 영 등
한국에서 원어로 만날 수 있는 최초의 ‘라이온 킹’ 오리지널 팀의 공연이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아프리카 초원, 그리고 화려한 의상과 가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그린 북
개봉 1월 10일
장르 드라마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등
천재 피아니스트와 망나니 매니저가 투어를 다니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며 작품상 등 골든글로브 5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공연) 레젼드 마술쇼
일정 1월 17~25일
장소 공연하닭
출연 김준표
마술사 김준표가 진행하는 ‘레젼드 마술쇼’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의 근거리 마술 공연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술을 마시면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 50분간 믿기지 않는 마술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연극) 오이디푸스
일정 1월 29일~2월 24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출연 황정민, 배해선, 남명렬 등
연극,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없이 재해석되고 있는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 왕’을 무대로 옮겼다. 배우 황정민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의 남자 ‘오이디푸스’로 변신해 기대를 모은다.
(전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일정 12월 4일~2019년 3월 3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미국, 영국,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국외 5개국과 한국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의 미술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주요 문화재 총 390여 점이 출품된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일정 12월 6일~2019년 1월 27일 장소 아트원씨어터 1관 출연 이순재, 박인환, 손숙, 정영숙 등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대학로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과 파지를 줍는 ‘송이뿐’,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과 기억을 잃어버린 ‘조순이’가 서로 인연을 맺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베테랑 연기자 이순재, 박인환, 정영숙 등이 출연한다.
(축제) 보성차밭빛축제
일정 12월 14일~2019년 1월 13일 장소 한국차문화공원 일원
차밭 빛물결, 은하수 터널, 빛 산책로, 디지털 차나무, 차밭 파사드 등 아름답게 꾸며진 빛 조형물이 보성의 겨울밤을 장식한다. 주말에는 불쇼, 불꽃, 음악, 레이저 조명이 어우러진 불꽃 공연, 실내정원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공연, 해외특별 공연 등이 진행된다. 또 소망카드 달기, 문화장터 등의 상설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영화) 스윙키즈
개봉 12월 19일 출연 도경수, 박혜수, 자레드 그라임스 등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 탭댄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탄생기를 그렸다. 종군기자 베르너 비숍이 포로수용소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이 모티프가 됐다.
(뮤지컬) 마리 퀴리
일정 12월 22일~2019년 1월 6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김소향, 임강희, 박영수, 조풍래 등
프랑스의 물리학자 마리 퀴리는 방사능 연구를 통해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하는 등 새 방사성 원소를 탐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라듐의 유해성을 알게 된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작품에 담았다.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
일정 12월 28일~2019년 3월 31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입체미술 운동의 탄생 배경에서 소멸까지의 흐름을 연대기적 서술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근대회화의 아버지’ 폴 세잔 등 유명 작가의 진품 명화 9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대미문의 발견이었다. 대작이 전시장에 걸려도, 이번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예술품이라고 소리 높여 말해도 콧방귀도 안 뀌던 전문가 집단이 수군거렸다. 흔하디흔한 골동품이라며, 귀신 붙은 그림이라며 내다버리고 없애버린 민화. 곱게 단장하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던 순간 사람들은 바로 무장해제돼 버리고 말았다. 고집불통 깐깐한 개인의 취향에 몰입하며 수많은 민화와 미술품을 수집해온 김세종(金世鍾·62) 평창아트 대표를 만나봤다. 기나긴 세월, 호랑이 눈으로 발견한 가치가 담긴 예술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고리타분한 예술계에 한 방 날리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기자(?)가 내 책에 대해 썼다는 거예요. 난생처음 책이라는 걸 썼는데 사람들이 알아줄지 몰랐어요.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책이 거의 다 나가 또 인쇄한다더군요. 글은 제가 다 썼어요. 이 내용을 쓸 사람이 대한민국에 저밖에 없거든요.”
김세종 대표의 등장을 1990년대 돌풍을 일으켰던 서태지와 견주어도 될까? 새바람처럼 천지개벽 같은 울림이 깊게 파고들었다. 7월 간행된 김세종 대표의 저서 ‘컬렉션의 맛’은 나오자마자 빠르게 각종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특히 김세종 대표가 ‘잘 알지 못하는 기자’라고 언급한 이는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출신인 정재숙 신임 문화재청장이었다. 문화계 통(通)으로 불리던 정재숙 청장의 눈에 들었다는 것은 보석 같은 예술을 발견했다는 뜻과도 같다. 김세종 대표가 실제로 민화 소장품을 들고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런 현상이 최근에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7월 18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판타지아 조선’ 전시 첫날. 기자회견장에 온 기자만도 50명 가까이 됐다. 그간 이름 높기로 유명한 예술가 전시회에 고작 열댓 명 기자가 와서 자리를 해도 성공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회견장에 의자를 계속 내놓아야만 했다. 이 자리에서 한 통신사 기자가 “현대화랑과 민화 가격을 올리기 위한 의도 아니냐”며 김세종 대표에게 물었다.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은 김세종 대표의 민화에 대한 강한 집념을 알고 난 뒤 꾸준하게 지원하고 있는 숨은 조력자다. 예술의전당 전시 일주일 전 현대화랑에서는 ‘조선시대 꽃그림_민화, 현대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민화 전시전을 열어 김세종 대표 행보를 알리고 응원했다. 한국 미술계 영향력 1인자로 회자되는 박명자 회장이 합세했다니 기자의 얄궂은 질문은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17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민화를 독립운동하듯 찾아 모아온 김세종 대표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어요.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벌써 몇 년인데 우리 것에 대한 정립이 안 됐냐는 말이었죠. 정신 차리고 제대로 똑바로 보자. 외국 사람들은 조형으로 회화로 민화를 바라봐요. 우리는 맨날 귀신으로만 보려 한단 말이에요. 중국 책 찾아서 무슨 뜻이라고 해석하고요. 우리 식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정작 중요한 것을 몰라요. 민화는 순수 회화이고 예술이다. 세계 최고다. 기자들이 자꾸 말하라고 해서 평소에 말 잘 안 하는데 마이크 잡고 한 시간 이십 분은 떠든 것 같아요.(웃음)”
다음 날 이례적으로 ‘판타지아 조선’ 전시와 관련해 정성들여 쓴 기사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 질문을 했던 기자는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밤새워 기사를 썼다고 김세종 대표에게 전화했다. 책이 나오고 전시가 진행되면서 인터넷 사이트에는 김세종 대표는 물론이고 민화와 관련한 다양한 글과 사진이 쏟아졌다. 전시장을 다녀간 관람객들도 각종 SNS에 사진을 올렸다. 젊은 학생부터 시니어까지 우리 민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나누었다. 김세종 대표는 그저 하루하루가 신기할 뿐이라고. 좋은 민화 작품을 찾아다니고 수집하는 사람에게 문화계가 큰 관심을 가져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판타지아 조선’은 8월 말 예술의전당에서 전시 일정을 마무리하고,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10월 말까지 전시를 이어갔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안 그래도 예술의전당 전시 일정이 좀 짧게 느껴져 서운했는데 기회가 좋았죠. 9월, 10월 전국 여섯 곳에서 국제 비엔날레 행사가 열렸습니다. 외국 작가들이 한국으로 많이 들어올 텐데 서울 한복판에서 우리의 것을 세계에도 알릴 수 있으니 시기도 좋잖아요. 서울 전시 끝나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으로 넘어가서 순회 전시도 합니다. 민화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얻어지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김세종 대표가 인터넷과 각종 매체를 통해 갑자기 등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면면을 보면 한국 미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고수 중 고수임을 알 수 있다. 갑자기 책이 나오고 문턱 높은 전시관 세 곳에 소장 작품을 걸 수 없다. 예리하고 넓은 식견으로 예술품을 바라보고 의미를 찾아가며 미술품을 대한 것만도 40년 세월이다.
“중학교 때 충남 보령에서 서울로 혼자 와 하숙을 했는데 춥고 가난해 정말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중국 문학평론가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과 펄 벅 소설에 심취하다가 철학에 빠졌어요. 그러다가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후 미아리 산동네에서 하숙을 하면서도 인사동 서예학원에 찾아가 청소를 대신 해주며 무료로 붓글씨를 배웠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수도공업고등학교 건축과에 입학했는데 어린 김세종 대표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이 많이 달라 힘들었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친구도 잘 사귀지 못했다. 그때 해방구가 바로 박물관이었고 미술관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달려가 양질의 그림과 다양한 작품을 꼼꼼히 보며 감각을 익혀갔다. 각 박물관을 천 번 이상은 갔다. 수년을 발품 팔아가며 예술품을 감상했더니 눈썰미가 생겨났다.
“서예를 배울 때였는데 학원에서 천재 화가로 불리는 소산(小山) 박대성 선생님을 만났어요. ‘나한테 들어와서 그림 공부해라’ 그러셔서 한 2년여 함께 있었습니다. 그러니 대학교 들어갈 생각도 못했지. 돈도 없었어요.(웃음)”
군대 전역하고 사회에 나오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는데 그림 그리는 재주는 손에 남아 있지 않았다. 막노동도 해보고 살아보려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지나게 된 충무로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디자인이었다. 미적 감각도 있었고 서예도 배웠으니 승산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광고계에 뛰어들어 당시 아파트 지면 광고에서 방송 광고까지 손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광고기획을 했다. 업계에서 명성을 얻으면서 업체 대표들을 만나고 다녔던 시기가 20대 후반이었다. 쾌속 질주는 계속됐다. 그러던 중 취미에 눈뜨기 시작했다.
“정적인 걸 좋아해서 20대 중반부터 난초와 수석을 수집했어요. 오랜 시간 모았는데 회의가 들었습니다. 우리 문화가 아니고 중국과 일본 문화였어요. 가만 보고 있자니 화분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았고요. 몇 년 뒤 한두 개만 남기고 다 남들 나눠줬습니다.”
취미생활을 접은 뒤 그는 무턱대고 미술품 수집에 뛰어들었다. 사기를 당해 집 두 채 값을 날려 먹은 적도 있다고. 때마침 광고기획사 사무실 옆에 한국 고미술 상인 1세대이자 큰손 김재숭 선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갔다. 그때부터 스승으로 모시고 3년 동안 미술품에 관한 공부를 이어갔다. 비슷한 시기 일본 민예 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의 책을 접하면서 수집에 대한 이해도 넓혀갔다.
“미적인 눈은 야나기 선생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국립박물관 문지방이 닳도록 다니면서 오랜 세월 시각적 관점이 생겼고요. 소산 선생께 그림 수업을 듣고 서예도 배웠습니다. 서른 살 이후부터 김재숭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책에도 썼지만 단순한 지식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진리를 배운 것이죠. 이후에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김환기 화백 작품 등을 수집했습니다.”
서른여섯에 잘하던 광고기획 일을 그만두고 IMF 때까지 미술관으로 가서 작품만 감상하며 살았다. 벌어놓은 돈은 잘도 없어지고 사라졌다. 마음치유를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공기 좋고 시원한 곳에 아지트가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종로구 평창동에 들렀다가 지금의 갤러리 공간을 발견했다. 17년 전 작게 화랑 문을 열어 민화와 옹기 등을 모으고 미술과 관련한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공력을 쌓았다.
“민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화랑을 열기 3년 전부터였어요. 민화가 너무너무 좋은데 왜 이렇게 안 알려진 거야? 어렸을 때부터 수천 번 넘게 미술관, 박물관을 다녔는데 왜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민화는 내가 찾아서 수집해야겠다’ 마음먹고 갤러리를 하게 된 거죠. 나이 먹고 생일잔치하듯 소박하게 한번 해보자. 그렇게 미술품 수집을 하게 됐습니다.”
갤러리에는 종종 예술계 대가들이 찾아와 김세종 대표와 얘기를 나눈다.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해 이곳에 앉아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현대화랑은 물론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인사들이 김세종 대표가 추구하는 소위 ‘민화운동’의 지지자이고 후원자다. 학연, 지연, 혈연이 아닌 김세종 대표의 진정성이 구심점이 됐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자존감을 회복해야 합니다. 민화도 그렇고, 지금 우리는 번지수 잘못 잡고 방황하고 있어요. 조형성, 아름다움, 예술성을 머리에 새기고 우리의 미를 바라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품격높은 예술성을 가진 민족이라는 것을요.”
깊은 가을 시월의 막바지 토요일에 흥겹고 참으로 신명 나는 우리 국악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국립 창극단)’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관람했다. 사실 음악이라면 젊을 때부터 팝송, 샹송, 칸초네 등을 즐겨 들어서 국극이나 마당놀이 같은 창극엔 관심이 덜 했다. 그러나 나이 들어감에 따라 국악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고 기회가 있어 감상해 보았던 ‘심청전’이나 ‘흥보가’ 등으로 우리 국극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느끼고는 관심을 두고 찾아보게 되었다.
오늘 본 작품은 외설적으로만 알려진 ‘변강쇠전’을 바탕으로 주인공은 변강쇠가 아닌 그의 여자 ‘옹녀’였다. 그래서 제목도 ‘변강쇠에 점을 찍고 옹녀’가 되었나 보다. 옹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로 남자만 밝히는 여자가 아닌 자의식을 가지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용감하게 운명에 맞서는 의지의 여인으로 나온다. 포스터만 봐도 예쁜 옹녀가 유혹하듯이 도발적인 모습으로 돌아보고 있어 오늘의 옹녀 연기가 기대되었다. 이제까지 보았던 뮤지컬이나 연극의 오케스트라는 무대 아래에서 객석을 마주하고 연주를 했다. 그런데 이 공연의 연주자들은 무대를 향해 앉았는데 국극의 특성상 지휘자가 없어 연기자들의 동작을 보면서 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쟁, 피리 긴 나팔 같은 악기가 보였다.
무대가 열리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나와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절을 하며 “옹녀 인사드리오”라고 했다. 목소리부터 어찌나 간드러지는 지 웃음이 절로 났다. 창극의 매력은 말투와 억양에 있는 듯하다. 외롭다는 단어도 ‘외로와라’ 고 하니 더욱 정감이 느껴진다. 무대는 다른 뮤지컬이나 연극보다 매우 단조로웠지만, 가림막이 네 조각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어 공간이 다양하게 연출되어 입체적으로 보였다.
이전의 공연에선 옹녀도 죽어 장승이 되어 변강쇠와 서로 마주 보며 영원히 함께한다는 내용이었다는데 이번 공연에는 죽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옹녀가 이승과 장승의 세계를 오가며 변강쇠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아기도 낳아 기른다는 설정이다. 다들 잘 알고 있듯 옹녀는 미인이기는 하지만 청상살, 상부살이 끼어 만나는 남자마다 죽는 운명을 타고났다. 열다섯에 첫 결혼을 하지만 하룻밤에 남편이 죽고 열여섯, 열일곱 등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일 년에 한 번씩 혼인만 하면 남편이 죽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를 탐하는 동네 남정네도 모조리 상을 당하니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쫓겨나는 길에서 만난 변강쇠와 살림을 차리고 궂은일로 돈을 버는데 손끝이 야물어 남보다 많은 돈을 받는다. 변강쇠는 하는 일 없이 노름판에서 옹녀가 번 돈을 다 써버리지만, 옹녀는 자신과 만났는데도 죽지 않으니 감사히 생각하고 감수한다. 그러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을 뽑아 장작으로 태워버린 변강쇠는 장승들의 저주를 받아 온갖 병을 얻어 죽는데 옹녀의 변강쇠 살리기 작전으로 장승들과의 한판 전쟁이 볼만하게 펼쳐진다.
재미있는 건 우리 판소리에 녹아있는 해학과 풍자로 듣기 민망한 비속어도 많이 나오는데 거부감 없이 즐겁게 웃으며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시간이 넘는 공연에 옹녀 역 이소연 배우의 청량하고 맑은소리가 계속되어서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이 창극은 2014년 초연된 이후 성황을 이루며 5년째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옹녀 이야기는 조금씩의 변화를 주는 연출로 계속될 것 같다. 신명 나는 매력적인 한 판 창극에 마음이 시원해진 하루였다.
(연극) 어둠상자
일정 11월 7일~12월 2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출연 송흥진, 신안진, 백익남 등
이강백 작가의 신작 ‘어둠상자’. 고종의 마지막 어진을 찍은 황실 사진사 4대의 고난에 찬 분투극이다. 극중 인물들의 여정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함축적이고 흥미롭게 표현했다.
(영화) 언더 더 트리
개봉 11월 8일 장르 드라마 출연 시구르더 시거르존슨, 토르스테인 바흐만 등
층간소음, 주차문제 등 요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웃 간의 갈등을 다뤘다.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이웃과 돌이킬 수 없는 다툼을 벌이는 영화 ‘언더 더 트리’는 제74회 베니스영화제와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11개 영화제에 초청되어 9개의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축제) 여수동동북축제
일정 11월 10~11일 장소 전라남도 여수시 용기공원 및 선소일원
올해 여수에서 처음 선보이는 동동북축제에서는 전문 아티스트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초대형 북 퍼레이드를 비롯해 ‘북·드럼 전시’, ‘북·드럼 경연대회’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 러빙빈센트展
일정 11월 16일~2019년 3월 3일 장소 M컨템포러리
2017년 11월 개봉해 4주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한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 사용된 원화와 제작 과정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아티스트들이 반 고흐의 기법으로 캔버스 위에 유화로 재현한 6만5000여 장의 프레임 중 엄선된 120점을 공개한다. 또 영화 ‘러빙 빈센트’의 비하인드 영상 클립과 소품으로 사용된 코스튬, 고흐의 방을 만나볼 수 있다.
(국악)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
일정 11월 22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분단 이후 잃어버렸거나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북한 작곡가들의 관현악곡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 단소 협주곡 ‘긴 아리랑’, 북한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관현악 ‘경축’ 등 총 5개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일정 11월 27일~2019년 2월 24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유라시아의 중심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보여주는 전시로 총3부에 걸쳐 구성했다. 동물 모양 금판과 관모 장식, 누금기법을 사용한 드리개, 문자가 새겨진 잔 등을 통해 당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초원에서 이룩한 물질문명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유독 중후한 가을의 정취와 잘 어울리는 클래식. 잔잔한 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때론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일상의 생기를 더한다. 그러나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이 적지 않다. 공부하려 작곡가와 노래 제목을 외우더라도 정작 그 곡을 듣지 않는다면 헛수고. 책을 읽으며 손쉽게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이지 클래식’을 책방에서 만나봤다.
참고 도서 ‘이지 클래식’ 류인하 저 자료 제공 42미디어콘텐츠
일상에서 만나는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등 클래식 대표 음악가를 중심으로 영화, 드라마, CF, 만화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그들의 곡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개된 클래식을 바로 들어볼 수 있도록 동영상 링크가 연결된 QR코드를 수록했다. 글을 읽기 전후로 음악을 감상하면 그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수월할 것이다. 음악가의 삶과 작품 탄생의 비화, 당대 작곡가들의 얽히고설킨 사랑과 우정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알차게 담았다.
작곡가별 대표 음악과 추천 음악 알아보기
제목과 음악가는 몰라도 귀에 익숙한 클래식 몇 곡 정도는 있을 것이다. 앞서 도입부에서 클래식의 제목, 작곡가 등을 매치했다면, 그다음은 각 음악가의 또 다른 대표곡과 저자의 추천 음악을 알아볼 차례다. 작품명에는 영문과 작품 번호 등을 함께 실어 유튜브나 해외 사이트 등에서도 쉽게 검색하도록 정리했다. 추천 음악의 경우 유명 연주자나 지휘자의 공연 영상이 QR코드로 연결돼 훌륭한 연주가 어우러진 명곡을 감상할 수 있다.
클래식과 더불어 즐기는 당대의 예술
클래식 관련 지식과 감상에만 치중하지 않고, 음악가들의 삶과 당대의 예술을 엿볼 수 있도록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각 음악가의 초상화나 사진, 명화 속에 담긴 모습, 기념 동상, 악보, 악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태어난 곳과 묘지 등 풍부한 자료가 더해져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장과 장 사이 ‘인터미션’ 코너를 마련해 클래식의 장르, 공연 감상 에티켓, 세계음악축제, 오케스트라의 종류 포지션 등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책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즐거움
plus 01
QR코드(Quick Response Code)란 세로줄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는 바코드(Bar Code)와 달리 가로줄이 더해지며 격자무늬 형태로 나타나는 2차원 코드를 말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정보를 읽어내 활용도가 높다. 앱 스토어에서 ‘QR코드’를 검색하면 ‘QR코드리더’, ‘QR코드스캐너’ 등 관련 앱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plus 02
클래식을 자주 듣고, 관련 지식을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악기에도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책에는 오케스트라 편성 포지션과 더불어 클래식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 종류가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익히 알고 있는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트럼펫은 물론 마림바, 피콜로, 비브라폰 등 생소한 악기들까지 그 모양과 특징을 정리했다.
plus 03
올 9월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무대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를 테마로 한 ‘원 나이트 인 파리(One Night in Paris)’는 9월 5일 예술의전당(서울)을 시작으로, 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라)에 이어 8일 대전예술의전당(대전)에서 펼쳐진다. 이 외에도 ‘조수미 콘서트 판타지아’(9월 2일, 김해문화의전당), ‘조수미 파크 콘서트’(9월 9일,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 등의 공연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8월의 무덥던 어느 날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볼 기회가 생겼다. 흔히 그림 전시회는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감상했는데 이번에는 강남의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이다. 생소한 곳이라 찾아가기가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작품전이 끝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어 부리나케 그림을 보러 갔다.
유명 작가와 작품에 관한 얄팍한 지식을 가진 나는 샤갈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었는데 실은 샤갈의 작품에 이러한 제목은 없다. 김춘수 시인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혼동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김 시인도 샤갈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시라 한다. 실제로는 샤갈의 ‘비텝스크 위에서’가 눈 내리는 마을을 그린 작품이라 한다.
언젠가 ‘비텝스크 위에서’를 보았을 때 느꼈던 우울과 슬픔이 생각난다. 비텝스크는 샤갈의 고향으로 그가 늘 그리워하던 곳이라 한다. 비텝스크는 아픈 사연을 지닌 지역으로 유대인의 탄압이 심했다. 짐 보따리를 진 검은 남자가 공중에 떠 있는 이 그림에서 문외한인 나도 어떤 어두운 슬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샤갈을 떠올리면 환상적인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사람들이 거꾸로 서 있거나 동물들도 날아다니듯 표현되었다. 신랑신부도 꼭 안은 채 하늘로 길게 떠 있고 새가 거꾸로 날아가는 모습 등은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샤갈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이다.
전시회는 보통 사진 촬영이 금지인데 이번 샤갈 전은 3, 4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4부로 나뉜 전시회는 1부 꿈, 우화, 종교, 2부는 전쟁과 피난, 3부는 시의 여정, 4부 사랑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사랑 표현 작품이 많은데 샤갈은 사랑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랑이 주제인 4부에서 샤갈은 부인 벨라와의 결혼식 그림을 비롯해 남녀가 함께 등장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밝은 색채와 대비해 얼굴은 아무 감정이 드러나 있지 않아 의아한 느낌을 받는다.
샤갈과 부인 벨라가 등장하는 그림에선 사랑하는 연인들이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하다. 샤갈의 그림은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샤갈과 벨라는 서로 사랑했고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인생관을 공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벨라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버지니아와 바바 그들의 아이들까지도 사랑했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동물을, 태양을, 자연과 꽃들을, 그리고 서커스와 시 그리고 신을 사랑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나는 그대만을 바라보고 그대는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할 뿐”이라 했는데 그림 속 주인공은 부인인 ‘벨라’가 아닌 ‘바바’라는 여성이었다고 하니, 사랑꾼인 그를 이해해 주어야 할지 배신감을 느껴야 할지 조금 혼란스럽다. ‘진정한 예술은 사랑 안에서 존재한다’는 M컨템포러리 마르크 샤갈의 ‘영혼의 정원展’을 멋지게 감상했다.
1, 2부는 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받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4부는 화려한 색감의 환상적인 표현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부인만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했다 한들 어찌하겠는가? 샤갈의 작품을 보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으니, 이로써 다 용서하고 이해해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