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삶과 사랑을 그리다 ‘영혼의 정원展’

기사입력 2018-08-31 16:33 기사수정 2018-08-31 16:33

▲'영혼의 정원展' 전시 팸플릿(박혜경 동년기자)
▲'영혼의 정원展' 전시 팸플릿(박혜경 동년기자)

8월의 무덥던 어느 날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볼 기회가 생겼다. 흔히 그림 전시회는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감상했는데 이번에는 강남의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이다. 생소한 곳이라 찾아가기가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작품전이 끝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어 부리나케 그림을 보러 갔다.

유명 작가와 작품에 관한 얄팍한 지식을 가진 나는 샤갈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었는데 실은 샤갈의 작품에 이러한 제목은 없다. 김춘수 시인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혼동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김 시인도 샤갈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시라 한다. 실제로는 샤갈의 ‘비텝스크 위에서’가 눈 내리는 마을을 그린 작품이라 한다.

언젠가 ‘비텝스크 위에서’를 보았을 때 느꼈던 우울과 슬픔이 생각난다. 비텝스크는 샤갈의 고향으로 그가 늘 그리워하던 곳이라 한다. 비텝스크는 아픈 사연을 지닌 지역으로 유대인의 탄압이 심했다. 짐 보따리를 진 검은 남자가 공중에 떠 있는 이 그림에서 문외한인 나도 어떤 어두운 슬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

▲마르크 샤갈의 '러시아 마을'(M컨템포러리 제공)
▲마르크 샤갈의 '러시아 마을'(M컨템포러리 제공)

어쨌든 샤갈을 떠올리면 환상적인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사람들이 거꾸로 서 있거나 동물들도 날아다니듯 표현되었다. 신랑신부도 꼭 안은 채 하늘로 길게 떠 있고 새가 거꾸로 날아가는 모습 등은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샤갈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이다.

전시회는 보통 사진 촬영이 금지인데 이번 샤갈 전은 3, 4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4부로 나뉜 전시회는 1부 꿈, 우화, 종교, 2부는 전쟁과 피난, 3부는 시의 여정, 4부 사랑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사랑 표현 작품이 많은데 샤갈은 사랑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랑이 주제인 4부에서 샤갈은 부인 벨라와의 결혼식 그림을 비롯해 남녀가 함께 등장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밝은 색채와 대비해 얼굴은 아무 감정이 드러나 있지 않아 의아한 느낌을 받는다.

샤갈과 부인 벨라가 등장하는 그림에선 사랑하는 연인들이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하다. 샤갈의 그림은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샤갈과 벨라는 서로 사랑했고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인생관을 공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벨라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버지니아와 바바 그들의 아이들까지도 사랑했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동물을, 태양을, 자연과 꽃들을, 그리고 서커스와 시 그리고 신을 사랑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마르크 샤갈의 '보라색 수탉'(M컨템포러리 제공)
▲마르크 샤갈의 '보라색 수탉'(M컨템포러리 제공)

“나는 그대만을 바라보고 그대는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할 뿐”이라 했는데 그림 속 주인공은 부인인 ‘벨라’가 아닌 ‘바바’라는 여성이었다고 하니, 사랑꾼인 그를 이해해 주어야 할지 배신감을 느껴야 할지 조금 혼란스럽다. ‘진정한 예술은 사랑 안에서 존재한다’는 M컨템포러리 마르크 샤갈의 ‘영혼의 정원展’을 멋지게 감상했다.

1, 2부는 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받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4부는 화려한 색감의 환상적인 표현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부인만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했다 한들 어찌하겠는가? 샤갈의 작품을 보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으니, 이로써 다 용서하고 이해해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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