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한철과 함께 하는 나우(NOW)프로젝트가 뇌전증의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디지털 싱글 앨범 ‘쉼표합창단’을 5월 8일 발표한다.
나우프로젝트는 공동 음악 창작 과정을 통해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는 지역 사회 협업 프로젝트다. 2015년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가까이’라는 노래로 시작으로 올해는 뇌전증 인식 개선을 위한 뇌전증 어린이와 가족 합창단인 ‘쉼표합창단’을 모집했다.
디지털 싱글로 발표되는 노래 ‘Have A Good Time’은 이한철이 작사‧작곡한 노래로 총 다섯 가족으로 꾸려진 쉼표합창단원이 함께 했다. 이 곡은 일시적인 경련이나 발작이 나타나는 뇌전증의 증상을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표현했다. 이 시간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 모두가 더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내용의 가사를 담고 있다.
나우프로젝트 관계자는 “이한철 감독과 쉼표합창단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연습해가는 과정 자체가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Have A Good Time’이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따뜻한 공감으로 바꾸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싱글 앨범 ‘쉼표합창단’으로 발표되는 ‘Have A Good Time’은 5월 8일에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음원 발매를 기념해 5월 11일 홍대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공연도 진행한다.
시니어 뮤지션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노년반격(老年反擊)’이 4월 22일 디지털 싱글 앨범 을 발표한다.
나우(NOW)프로젝트는 공동 음악 창작 과정을 통해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자는 지역사회 협업 프로젝트이다. 2015년 장애 인식 개선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시니어 뮤지션과 노래를 만들며 새로운 시니어 모델상을 제시하는 노년반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노년반격 시즌2에선 ‘실버그래스’와 ‘바야흐로’가 발굴됐었다.
지난 1월부터 지원자를 모집한 노년반격 시즌2는 심층면접을 통해 ‘민들레트리오’를 선발했다. 이유진(보컬, 리드기타), 이수정(보컬, 키보드), 반보영(보컬, 기타, 젬베, 멜로디언)으로 구성된 ‘민들레트리오’는 여성 3인조의 아마추어 포크 밴드이다.
노년반격의 총괄 감독인 가수 이한철과 민들레트리오가 공동 창작한 ‘외출하는 날’은 이한철이 쓴 멜로디에 민들레트리오의 이야기를 붙여 완성됐다. 평범한 일상에 녹아들어 꿈꾸던 일을 접어두어야 했던 순간들로부터 외출하는 내용의 노래인 ‘외출하는 날’은 유려한 멜로디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끄는 가사가 특징이다. 지난해부터 노년반격을 함께 주최해온 이한철은 “‘외출하는 날’ 노래의 내용처럼 이번 음원 발매와 더불어 민들레트리오의 활발한 음악적 외출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싱글 앨범은 4월 22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이어 5월 11일에는 홍대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상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전쟁영화다. 한국전쟁 때 미군에 의해 수백 명이 죽은 영동군 노근리 사건을 영화한 것이다. 문성근 등 알려진 배우들도 몇 명 출연했으나 딱히 주연 배우라고 꼽을 만한 사람도 없고 줄거리도 단순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지 못하고 봤는데 그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자의 고향이 영동이라 출연 배우들의 말투가 정겨웠다.
1950년 7월, 평화로운 충청북도 황간의 한 작은 마을은 한국전쟁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했다. 노인들은 나무 그늘에서 한가로이 장기를 두고 있었고 젊은이들은 논밭에 나가 일을 했을 정도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합창대회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마을에도 전쟁의 여파가 밀려온다. 미군들이 간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하늘에는 전투기들도 보였다. 전쟁 초기 북한군에 밀린 미군들이 저지선으로 이 마을을 선정한 것이다. 미군들은 곧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주민들에게 피난을 권한다. 남쪽이 아닌 동네의 깊은 산속으로 피난을 가면 산에 숨어 있는 빨치산들에게 습격을 당할 수 있으니 남쪽으로 피난을 가라고 몰아쳤다. 실제로 필자의 조부모와 동네 어르신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주민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가지 않고 깊은 산속으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 이 지역은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줄기로 깊은 산이 많기도 했다.
남쪽으로 피난길에 나선 수백 명의 주민들은 미군 트럭을 보면 길을 비켜주었다. 그런데 하늘을 몇 차례 선회하던 미군 비행기에서 갑자기 긴 피난민들의 행렬로 폭탄과 총알을 쏟아 부었고 주민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다. 피난민 속에 위장한 적군이 섞여 있다는 정보에 의해 사살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노근리 쌍굴 터널로 몸을 피한 피난민들마저 저지선에 있던 보병부대의 사격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참하게 살해을 당했다. 기록에 의하면 단 25명만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그간 묻혀 있다가 1999년 AP통신의 최상훈, 찰스 J. 핸리, 마사 멘도자 기자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읁 노근리 사건에 대한 취재 보도로 2000년 퓰리처상까지 수상했으며 이어서 ‘The Bridge at No Gun Ri’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언론의 힘이다.
아쉬운 부분은 당시 피난민이 500여 명이었고 실제 희생자가 300여 명이 넘었다는데 피난민으로 나온 엑스트라 출연은 몇십 명에 불과해서 사실감을 감소시켰다. 그만한 인원 동원이 어려웠다면 컴퓨터 그래픽으로라도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본다.
‘작은 연못’이라는 제목도 내용과 동떨어져 영화를 보는 내내 연못을 찾느라고 관심을 가져봤으나 못 찾았다. 굳이 연못이라면 노근리 쌍굴 앞의 웅덩이일지 모른다. 이 영화에 기꺼이 자신의 음악을 쓰게 해준 김민기에게 보답하기 위함이었는지 모른다. ‘작은 연못’은 1993년 김민기의 4집 앨범의 타이틀이다.
동네 곳곳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생겨나면서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 영화가 아닌 작품들은 감상하는 게 쉽지 않다. 한국 고전 영화는 방송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 그래서 옛 영화와 다양한 영화 자료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갈 곳을 찾아봤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쌓아가는 한국영상자료원이 그중 한 곳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들어가 봤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보존하고 살리는 현장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높이 솟은 방송사 건물 사이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있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됐던 모든 영화를 수집·복원하고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유일본이 해외에만 있는 고전 영화는 해외 연구자를 통해 수입한 뒤 훼손되어 상태가 좋지 않은 필름은 수리해서 고화질 영상으로 복원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옛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를 자주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이 매력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365일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지하 1층에 2개관으로 운영하는 영화관 ‘시네마테크KOFA’는 한국 고전 영화에서부터 국내외 독립 영화와 예술 영화까지 상영한다. 일반 상업 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영화를 이곳에서만큼은 원 없이 볼 수 있다. 취재 당시 영화 를 상영했는데 영화에 관심이 많은 시니어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시니어층을 겨냥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 영화를 많이 상영해서 그런지 시니어의 발길이 잦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일 좋은 영화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상영 영화가 궁금한 독자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koreafilm.or.kr)에서 날짜와 영화를 확인해보길. 특히 3월에는 삼일절 특집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상영한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한눈에… ‘한국영화박물관’
1층은 ‘한국영화박물관’으로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운영된다. 상설전시관에는 세계 영화 탄생을 시작으로 100년 가까이 이어온 한국영화의 역사가 연대별로 정리돼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 인물의 자료와 사진, 영화에 쓰인 장비와 소품도 볼 수 있다. 나운규의 사진첩에서부터 196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격변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기획전시관에서는 4월 16일까지 한국영화의 거장 유현목 감독을 주제로 ‘유현목: 현실과 영화 사이’라는 전시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유현목 감독의 7주기를 기념하고 그의 영화 세계와 인생, 한국영화사적 의미를 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1956년 로 데뷔한 유현목 감독은 1994년 에 이르기까지 극영화 43편, 실험영화 및 기록영화 3편 등 총 46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2009년 6월 28일 영면했다. 그는 무엇보다 의 감독으로 기억되는 감독이다. 당시의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출구 없는 현실을 절망적으로 묘사한 것이 압권이다. 전시관에는 유현목 감독이 사용했던 서재가 재현돼 있으며 살아생전의 모습이 담긴 영상 기록을 볼 수 있다. 또한 유현목 감독이 손수 쓴 영화 대본과 세트장 스케치, 트로피 등을 통해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영화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2층에는 영화 도서관이 있다. 국내외 영화 대본, 영화 관련 논문, 영화 도록이 마련돼 있다. 영상물과 영화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영상물 2만6000여 점, 도서 7500여 점이 있다. 도서관도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든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한국영상자료원에 갈 여유가 없다면 유튜브나 네이버에서도 한국영화를 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들 중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작품 400편가량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용 정보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
한국영화박물관 10:00~19:00(휴일 18:00)
영상도서관 10:00~19:00(휴일 18:00)
시네마테크KOPA 12:30~19:30
홈페이지 koreafilm.or.kr
소녀들이 떼를 지어 노래하고 춤추는 이른바 걸그룹.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겼다 사라지는 이들에게도 조상은 있다. 바로 ‘김시스터즈’다. 한국전쟁 전후 미군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세 자매. 가수 싸이보다 훨씬 오래전 한국을 넘어 미국 전역을 흥분시킨 주인공들이다. 노래뿐만 아니라 춤, 악기에도 뛰어났던 한국 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 다큐멘터리 영화 이 그들의 파란만장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무대! 무한 가능성, 겁 없는 도전!
숙자, 애자, 민자 세 명으로 구성된 ‘김시스터즈’는 1953년 미8군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배고픈 시절 가족의 생계를 위해 파란 눈의 병사 앞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노래를 부른 대가로 위스키 같은 현물을 받았다고. 이를 팔아 가족의 허기를 달랬으며 또 미래를 꿈꿨다. 노래뿐만 아니라 춤이면 춤, 악기면 악기 뭐든 주어지면 완벽한 하모니로 무대를 장악했다. 미8군에서 그들의 무대를 본 다수의 이방인은 김시스터즈라면 미국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무한한 가능성에 모험을 걸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건너가 한 호텔의 전속 가수로 이름을 알리다 1959년 미국의 인기 TV 쇼 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는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즈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 서는 꿈의 무대. 상상불가이지만 김시스터즈는 에 비틀스보다 더 많은, 20회 이상의 출연 회수를 기록했다. 또 시카고 팔머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는 등 1960년대 미국 전역에서 화제의 동양 연예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원조 K-POP 스타를 이야기하다
은 아시아 최초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걸그룹, 원조 K-POP 스타인 김시스터즈의 음악 여정을 담아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뜯기고 찢긴 세월 속에서 탄생한 김시스터즈.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적 증거이고 폐허 속에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운 자랑스러운 ‘우리’였다. 무엇보다 그들의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과 땀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김시스터즈 막내였던 민자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음식과 언어 소통 문제로 힘들었던 시간, 고된 연습 과정 등 화려한 이면 뒤에 가려진 ‘김시스터즈’ 각자의 인생 이야기도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우월 유전자에 노력이 더해진 국내 최초 걸그룹
대한민국 최초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온몸에는 전설적인 천재 음악가 집안의 우월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시작점에 있는 김시스터즈의 어머니와 아버지 등 가족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김시스터즈 멤버 숙자와 애자는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과 천재 작곡가 김해송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룹의 막내인 민자는 이난영의 오빠이자 작곡가인 이봉룡의 딸. 언니들과 견주어 절대 뒤지지 않는 재능을 지녔다. 그들은 우월 유전자를 과신하지 않고 진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난영은 김시스터즈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그룹을 결성한 뒤 노래와 춤, 악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훈련을 도맡았던 프로듀서가 바로 가왕 이난영이다. 아버지 김해송은 재즈, 만요(漫謠), 오페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던 작곡가이며 ‘오빠는 풍각쟁이야’, ‘연락선은 떠난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민자의 아버지 이봉룡도 ‘연락선은 떠난다’, ‘낙화유수’ 등 명곡을 작곡한 당대 유명 작곡가다.
은 ‘김시스터즈’의 성공 이야기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 더 나아야 한국 대중음악의 시초를 찾아가는 역사 여행이기도 하다.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 작곡가 손목인의 아내 오정심과 ‘노란 샤쓰의 사나이’ 작곡가인 손석우가 등장해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려준다.
음악에 무게중심을 두다
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김시스터즈가 활약했던 영상을 토대로 ‘김치 깍두기’, ‘아리랑’,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 ‘마이클 노를 저어라(Michael Row the Boat Ashore)’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찰리 브라운’은 김시스터즈가 의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노래. 미국 보컬그룹 코스터스(The Coasters)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특히 김시스터즈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낸 ‘김치 깍두기’는 음악을 넘어 시대와 가슴 아픈 추억을 담아냈다. 시간이 지나도 가슴을 울리는, 잊을 수 없는 그 시절의 명곡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은 열정 가득한 공연 장면들이 그 어떤 대규모 콘서트보다 더 흥겨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김시스터즈와 이난영이 함께한 공연이다. 한복을 곱게 입은 이난영이 구성진 목소리로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은 익히 있지만 무릎까지 오는 플레어스커트에 세련된 화장과 머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상상해본 적 없다. 그녀를 중심으로 율동을 하고 화음을 맞추는 김시스터즈의 모습은 온몸에 전율과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영화정보
감독 김대현
출연 김민자, 김숙자, 김애자, 이난영 등
러닝타임 70분
명보아트시네마에서 고전영화로 감상했다. 1992년 작품이다. 존 G. 에이빌드슨 감독 작품으로 PK 역에 스티븐 도프, 피트 역에 모건 프리먼, 가이 위처(PK 아역) 등이 나온다.
영화는 악명 높은 아파르헤이트(흑백분리정책)으로 잘 알려졌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 17세기에 종교 탄압을 피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몰려든 유럽인들을 가리켜 ‘아프리카너’라고 부른다고 한다. 백인이 전 국민의 13% 수준으로 나머지 원주민들을 지배하며 차별 대우를 했으니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먼저 정착한 아프리카너와 새로 식민지를 개척하려 나선 백인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많았다.
영화의 시작은 한 농장이었다. PK는 영국계 아프리카너다. 어머니로부터 영국에 대해 배우고 보모로부터 아프리카를 배우며 자란다. 그런데 아버지는 코끼리에 밟혀 죽고 농사일에 서툰 어머니는 큰 가뭄을 맞아 기르던 소가 죽는 등 고난을 맞는다. 독일계 학교에 들어간 어린 PK는 영국을 미워하는 독일계 학생들에게 각종 핍박을 받는다. 그 후 어머니의 장례식 때 고향에 왔다가 줄루족 주술사에게 ‘코끼리에게도 맞서는 용기’를 배운다. 할아버지에게 간 PK는 할아버지 친구 독일인 박사에게 피아노 등 여러 가지를 배우며 성장한다.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자 독일인 박사는 수용소에 수감되지만, 인텔리로 대우받으며 여전히 PK를 지도한다. PK는 흑인 피트(모건 프리먼 분)에게 복싱도 배운다. 덕분에 고교 챔피언이 되고, 흑인 거주 집단에 들어가 흑인 기드온과 시합을 가져 이긴다. PK의 승리는 값진 것이었다. 가뭄이 곧 죽음을 뜻하는 아프리카에서 구세주 같은 비를 만든다고 해서 전설의 레인 메이커로 추앙받게 된다. 그리고 PK는 성장 과정에서 받은 인종 차별에 대항해 흑인들을 대신해 앞으로 나선다. 야학을 열고 옥스퍼드 전액 장학금도 포기한다.
이 영화에서 볼 만한 장면은 수용소 흑인들의 대합창이다. PK의 지휘로 각 부족들이 화음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흑인들이 노예로 북중남미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가서도 아프리카 음악은 그들과 함께 숨 쉬었다. 흑인들의 음악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전 세계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젊고 잘생기고 심지가 굳은 이런 PK에게 사랑 얘기가 빠질 수 없다. 고교 챔피언 복싱 경기가 열리는 날 객석에 앉은 한 소녀 마리아를 보고 그는 한눈에 반한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다. 서양에서는 이런 여자를 프레클 페이스라 하여 미인으로 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것처럼 PK는 마리아의 집 벽을 타고 몰래 들어가 마리아를 만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마리아는 인종차별주의의 주축인 국민당 장관의 외동딸이다. 둘의 사랑이 순탄치 않음이 예상되지만 그녀는 소신 있는 여성, PK를 도와 흑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현장에서 경찰의 곤봉에 맞아 즉사한다.
아프리카너들은 흑인들이 죄가 많아 피부가 검다고 생각한다. 13%에 불과한 백인들이 나머지 다수의 흑인들을 차별하며 지배하자 배워야 평등해지고 깨우칠 수 있다며 야학이 시작됐고, 여기서 배운 흑인들이 다시 교사가 되어 다른 흑인들을 가르친다. 영화 제목처럼 한 방울의 물이 대지를 적시듯 파워를 보여준다.
충무로에 있는 명보아트시네마는 매일 3~4편의 고전영화를 상영한다. 60세 이상은 입장료 3000원이고 조조는 2000원이다. 날 잡아 며칠간 시간투자를 하면 흘러간 명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탱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재미없는 영화일 수 있다. 80대의 마리아 니브 리고(80)와 후안 카를로스 코페스(83) 두 사람의 50년 간의 탱고 춤과 사랑에 대한 영화인데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그런데도 네티즌 평가 9.1의 명작으로 평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아르헨티나의 저먼 크랄 감독 작품이다.
이들은 14살, 17살 때 만나 50년 세월 동안 함께 춤췄다. 마리아와 후안은 탱고의 발생부터 발전단계까지 탱고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이었다. 댄서 커플들이 그렇듯이 둘은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으나 결국 둘은 50년간 같이 춤을 췄다. 그리고 둘 다 파트너만한 사람을 못 만난 것이다. 대사 중에 "바위를 먹었는지 무겁다"며 불평하는 장면이 나온다. 춤 세계에서 남자들이 여자 파트너에게 하는 단골 불평 중 하나이다. 춤추는 여자는 가벼워야 한다.
이 영화를 통해 탱고의 가치, 탱고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탱고는 1860년경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몬테비데오의 항구 사창가와 술집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수많은 유럽 이민자들이 향수를 달래던 곳이다. 그래서 탱고는 아르헨티나 춤으로 알고 있지만, 유럽 이민자들이 많았던 것을 볼 때 스페인 안달루시아 땅고, 쿠바의 하바네라 음악, 아프리카 음악까지 한꺼번에 녹아 만들어진 음악이자 춤이라 볼 수 있다. 탱고는 오늘날 그 가치를 인정 받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탱고가 순탄하게 발전해 온 것은 아니다. 초기 발생 환경부터 열악했기 때문에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다. 유럽의 상류 사회 무도회에 탱고가 처음으로 선 보였을 때 음악과 춤은 좋은데 그대로 수용하기는 곤란한 점이 많았다. 여성의 다리가 강조되고 바디 컨택트가 심하며 머리를 맞대는 등 기존 모던댄스와는 너무나 달랐다. 무도장을 넓게 돌며 추는 춤도 아니고 제자리에서 추는 춤이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탱고는 그대로 원형대로 두고 왈츠처럼 모던댄스 형식으로 변형 시킨 것이 오늘날 인터내셔날 탱고 또는 컨티넨탈 탱고이다. 다른 모던댄스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춘다. 홀드는 타이트하지만 머리 부분을 다른 모던댄스처럼 서로 떨어지게 변형했다. 홀을 넓게 쓰면서도 탱고의 박진감은 그대로 살렸다.
음악도 초기 탱고 음악은 아르헨티나 토속적인 면이 많아 국제적으로 통용되기는 어려웠다. 그때 피아졸라라는 음악가가 탱고음악을 세계화 시켜 오늘날 엄연한 음악 장르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천재적인 음악가 피아졸라의 노력과 성과,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온 후안과 마리아의 춤도 그에 따라 발전하여 탱고의 역사가 된 것이다.
영화에서 후안과 마리아는 탱고를 공연 예술로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다. 1.2m 넓이의 나무 판을 만들어 둘이 올라가 탱고를 춘다. 오늘날 춤 연습을 위해 신문지 한 장 크기에서 춤을 추라는 예가 여기서 나온 것 아닌가 싶다. 그 안에서 움직이려면 둘의 호흡과 밸런스는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위험하다. 대부분의 공연장은 무대가 크지 않다. 거기에 맞게 춤을 만든 것이다.
후안과 마리아가 아직 생존해 있으니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 형식이나마 만들 수 있어 다행이었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둘은 파트너로서는 헤어졌다. 그러나 고령임에도 탱고의 열정은 그대로 살아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시(exhibition)
1)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 이삭줍기 전: 밀레의 꿈, 고흐의 열정
일정 3월 5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9세기 서양미술사를 빛낸 거장들의 명작 130여 점을 만날 기회다. 작품 보존을 위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고흐의 ‘정오의 휴식’은 오르세미술관 개관 이래 수십 년 동안 유럽 이외 지역으로 반출된 적이 없으나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대여를 허가했다.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아카데미즘과 사실주의, 인상주의와 자연주의, 상징주의와 절충주의, 20세기 예술의 다양한 원천 등 5개의 테마로 나누어 각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 간의 대비와 유기성, 예술사의 흐름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2) 닉 나이트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
일정 3월 26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닉 나이트(Nick Knight)의 국내 첫 사진전이다.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의 결합이 돋보이는 닉 나이트 특유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 실험을 접목한 패션필름까지 폭넓게 마련돼 있다. 초상사진,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페인팅·폴리틱스, 정물화·케이트 등을 주제로 한 110여 점의 각양각색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선데이 라이브 앤 클래스(SUNDAY LIVE & CLASS)’ 등 유익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들도 살펴볼 만하다.
◇도서(book)
1) 인생의 발견(시어도어 젤딘 저·어크로스)
21세기의 예언자라 불리는 영국의 철학자 시어도어 젤딘이 유명 인물들의 전기와 철학적 탐색을 통해 발견한 28가지 질문을 담았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인간과 삶에 관해 끊임없이 성찰해온 저자의 성숙한 지혜와 혜안을 엿볼 수 있다.
2) 브릿마리 여기 있다(프레드릭 배크만 저·다산책방)
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이다. 59세 중년 남성 오베와 얼핏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향을 지닌 63세 중년 여성 브릿마리. 누군가의 그늘에서만 살아온 그녀가 삶의 위기를 통해 온전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렸다.
◇영화(movie)
1)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희귀암에 걸린 26세 청년이 한국인 최초로 49일 만에 뚜르 드 프랑스 풀코스를 완주한 실화를 영화화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체육교사를 꿈꾸었을 정도로 건강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던 그는 뚜르 드 프랑스 완주라는 꿈을 키운다. 3500km 레이스의 마지막 지점인 파리 개선문을 통과하며 꿈을 이룬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이 영화의 포스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봉 1월 1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이윤혁 출연 임정하, 전일우, 박형준 등
2)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떠돌이 음악가와 고양이 한 마리가 우연히 만나면서 인생의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목처럼 주인공 제임스는 어깨에 고양이 밥을 올리고 거리 이곳저곳에서 기타를 치고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따뜻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두 주인공은 2007년에 만나 현재까지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 데이비드 허슈펠더 음악 감독과 싱어송라이터 찰리 펑크 등 실력파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개봉 1월 4일 장르 드라마 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 출연 루크 트레더웨이, 루타 게드민타스 등
◇공연(stage)
1) 인간
프랑스의 천재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인류 마지막 생존자인 화장품 연구원 라울과 호랑이 조련사 사만타가 ‘인류는 이 우주에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재판을 벌이는 2인극이다.
일정 3월 5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연출 문삼화 출연 고명환, 오용, 박광현 등
2) 꽃의 비밀
네 명의 아줌마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해 벌이는 사건들을 유쾌하게 그렸다. 장진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코미디 장르의 연극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일정 2월 5일까지 장소 대명문화공장 연출 장진 출연 배종옥, 소유진, 이청아 등
3)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중국 고전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비극성에 희극적 요소를 곁들여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2015년 이 작품의 무대에서 유명을 달리한 배우 고 임홍식의 공손저구 역은 중견 배우 정진각이 이어받았다.
일정 1월 18일~2월 12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연출 고선웅 출연 장두이, 하성광, 정진각 등
4) 아이다(AIDA)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던 해 토니 상과 그래미상 등을 휩쓸었던 명작으로 한국에서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막이 오른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두 여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라다메스 장군의 사랑을 노래한다.
일정 3월 11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키스 배튼, 박칼린 출연 윤공주, 아이비 등
음악과 춤 영화라고 해서 서둘러 개봉관을 찾았다. 이런 영화는 매니아 외에는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금방 종영되기 때문이다.
춤은 탭댄스 일부와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비에니즈 왈츠가 나왔다. 영화 ET에서 자전거를 타고 창공을 나르는 듯한 환상적인 배경이다. 정통 비에니즈 왈츠에서 약간 변형하여 두 남녀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 좋았다.
이 영화의 광고 포스터는 요란하다. 광기의 드러머를 소재로 했던 영화 ‘위플레쉬’를 만들었던 감독 데미언 채즐 작품이다.
제73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여우주연상을 수상,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제52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개막작,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작 등으로 성가를 높였다. ‘올해 가장 황홀한 경험’, ‘넋을 잃게 황홀하다’, ‘가장 창의적인 영화’, ‘이 영화는 마법이다’ 등의 찬사를 받았다.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주연상 등 주요부문의 수상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주연에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 역으로 라이언 고슬링, 배우 지망생 미아 역으로 엠마 스톤이 출연했다.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에서 짜증이 극에 달할 만한데, 차 안에 있던 젊은이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도 나와서 LA 시내를 내려다보며 춤을 춘다.
라라랜드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난다. 황홀한 사랑과 함께 LA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장면이 넘어간다. 둘은 각자 분야에서 미완성의 상태에서 만나 각자의 무대를 만들어 간다. 순수한 희망이 있을 때이다. 세바스찬의 음악 세계에서 부딪히는 갈등, 미아의 오디션 탈락 등 인생의 험난한 고비를 겪는다. 포기할 수도 있으나 결국 포기하지 않고 열정으로 도전하여 성공한다는 얘기이다.
세바스찬의 재즈 피아노 연주 솜씨는 볼만하다. ‘위플레쉬’의 드럼만큼은 안 되어도 재즈 피아니스트의 매력을 물씬 풍긴다. 미국에서도 재즈의 유행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유행에서 퇴색하면 퇴물이 되는 것이다. 업주의 취향과도 안 맞으면 해고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재즈 카페를 열어 자리 잡는다.
몸뚱아리 하나로 승부해야 하는 배우 미아가 오디션을 보는 과정은 처절하다. 죽도록 연습해온 연기를 초반에 잘라버리는 무례함과 수모를 수없이 겪어야 했다. 애써 오디션 연기를 하는데 정작 심사 측 사람들은 잡담이나 하고 딴 짓을 한다. 이 계통 사람들이 원래 좀 그런 면은 있다. 일인극을 연습해서 무대를 빌렸는데 관객이 한 명도 안 왔다. 꿈을 포기할 만하다. 그러나 운명의 지푸라기가 나타난다.
사랑만 생각했다면 미아가 파리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연기 생활을 위해 장기간 떨어져 있어야 했다. 다 포기하고 둘이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각자의 미래가 더 중요했다.
교통체증으로 지방도로로 빠져 남편과 들른 재즈 카페가 세바스찬이 희망처럼 얘기하던 상호였다. 아니나 다를까. 카페 주인은 세바스찬이었다. 둘이 뜨거운 포옹이라도 했어야 했지만 둘 사이를 모르는 남편이 있었다. 멀리서 미소로 만남의 기쁨을 표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소년 아카펠라 합창단인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선정하는 최정예 솔리스트를 비롯한 알토, 테너, 베이스로 구성된 24명의 소년합창단을 이끄는 지휘자 휴고 구티에레즈(Hugo Gutierrez)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한국에 방문한 소감
한국에 올 때마다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투어 때마다 늘 재미있고 값진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깊은 역사와 전통, 명성을 쌓아온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고유의 목적인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시는 관객들에게 노래를 통해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 공연만을 위해 특별히 고려한 점
한국 공연을 위한 레퍼토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솔리스트들만 별도로 집중 훈련을 하였고, 변성기를 맞은 단원의 목소리와 성대 훈련을 위해 매일 단원들의 자세를 살피고 파트별 연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앙코르곡들도 함께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부르기 때문에 단원들이 발음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어려운 점이 있지만, 많은 한국 관객들이 기대를 안고 공연장을 찾아주시기 때문에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신경 쓴 레퍼토리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곡인 마이클 잭슨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입니다. 또 뮤지컬 중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도 이번 프로그램에 함께 구성했습니다. 뮤지컬 합창곡으로 각 파트별 단원들의 웅장하고 뚜렷한 음색과 하모니를 감상할 기회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년합창단을 이끌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
단원들과 세계 투어를 다니면서 음악을 통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알리고,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호흡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주는 관객들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아티스트로서 큰 보람입니다.
아이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는지
어린 단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엄격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대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어려서부터 소년합창단으로서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하기 때문에, 엄격한 교육과 함께 끊임없는 대화와 배려, 이해와 관용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투어를 다니면서 합창단원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늘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휘자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본 관객이 얻을 수 있는 메시지
우리 합창단은 110년 전부터 노래를 통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알려왔습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단원들이 그 역사를 이어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난민 문제와 테러, 전쟁 등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아픔이나 경제적, 환경적인 문제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마음의 여유와 위안, 더 나아가 우리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을 돌아보고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 휴고 구티에레즈(Hugo Gutierrez)
10년간 프랑스 낭트 뮤지컬 아카데미에서 플랑타즈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했으며, 2012년 오툉대성당합창단에서 오르가니스트와 지휘를 맡았다. 2014년 7월부터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을 이끌고 있다.
△ 공연 소개
일정·장소 12월 11일 용인 포은아트홀, 12월 17~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외 12월 8~16일 서울, 성주, 부산, 울주, 김포 순회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