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노년기를 위협하는 질병이자 노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열 명중 한 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치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 치매를 정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어가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 일본에서 이용하고 있는 세계의 신박한 치매 치료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치매 노인끼리 떠나는 버스 여행부터 해변에서의 소소한 휴가까지
네덜란드 두틴험 시의 한 치매 요양시설에서는 시내 버스를 운행하는 치매 노인과 그 뒤에 탑승해 농담을 주고 받는 치매 노인들을 볼 수 있다. 해변에서 가까운 하를렘 시의 요양시설에 머무는 치매 노인들은 시설 내 해변에서 소소한 휴가를 보낸다. 이 모든 일은 요양시설 안의 ‘시뮬레이션 방’에서 이뤄진다.
시뮬레이션 방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 놓고 있다. 평소 외출할 때 탔던 버스에 타면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수가 늘어선 네덜란드의 시골길을 볼 수 있다. 해변을 구현한 방에서는 진짜 모래가 깔려 있고 이따금씩 철썩이는 파도 소리도 들린다. 심지어 해변의 열기가 느껴지는 곳에서 맛 보는 아이스크림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이 모든 것은 창문 위치에 달린 화면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시골길 영상, 열기를 조성하는 램프 등으로 만들어진다.
네덜란드의 이례적인 치매 치료 방식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네덜란드의 64세 이상 인구 320만 명 중 약 8.4%인 27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43년 전까지 그 수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고령층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증상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심 끝에 고안해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고, 카페나 버스 정류장, 펍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소를 구현해낸 시뮬레이션 방을 가족이나 시설에서 함께 지내는 노인들과 함께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빛과 향, 마사지, 음향을 이용하는 시뮬레이션 방은 1990년대부터 네덜란드 전역의 의사와 치매 간병인이 개척해 온 방식이다. 침대 위에서 안정을 취하게끔 하거나 약물을 처방하는 정통적인 치매 치료법을 거스른다. 에릭 스헤르데르(Erik Scherder)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신경 심리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환자의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낮출 수 있다면 생리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네덜란드의 한 치매 환자 담당 간병인은 “이런 형태의 시뮬레이션이 실제로 치매 환자에게 투입되는 약물 치료의 필요성을 낮춘다”고 증언했다.
치매 환자도 자유롭게 지출하게, 시브스타(Sibstar)
영국에는 치매를 앓는 노인이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시브스타(Sibstar)’로, 치매 환자가 스스로 일상 지출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보안 카드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한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융합으로 생겨난 금융서비스다.
시브스타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창업자이자 CEO 제인 시블리(Jayne Sibley)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시브스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Sibstar’에 게재된 인터뷰 동영상에서 그는 “치매 환자인 부모님이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무언가를 구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제품을 구매하는 등 치매 환자인 부모님이 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목격했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부모님이 치매라는 질병에 구애 받지 않고, 스스로 상점이나 카페를 가고, 요가 수업을 등록하는 등 일상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사업을 구상했다.
시브스타는 앱이나 홈페이지로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에게 선불 체크카드를 보내준다. 시브스타 앱으로 체크카드에 연결된 계좌로 돈을 입금해 카드를 사용하면 된다. 앱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점, 현금이나 포인트 방식 등 치매 환자가 주로 카드를 사용하는 장소나 결제 방식을 미리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앱으로 카드 사용자인 치매 환자와 가족 또는 법적 대리인이 매일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어 치매 환자가 소비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영국 유일의 치매 환자를 위한 핀테크 기업인 시브스타는 아이디어와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설립돼 영국 알츠하이머학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Alzheimer's Society Accelerator Program)에 선정됐다.
테라피 독·테라피 캣과 함께하는 노인, 애니멀 테라피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치매 노인의 심리 치료에 활용하는 애니멀 테라피(animal theraphy)도 있다. 지난달 26일 지지통신은 일본 환경성이 내년부터 지자체가 보호하는 개·고양이를 병원이나 요양원에 제공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니멀 테라피(animal theraphy)를 희망하는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테라피 독’과 ‘테라피 캣’으로 노인의 심리치료를 담당한다.
다비드 쿠르토(David Curto) 알츠하이머성 치매 전문 의사는 스페인의 건강보험그룹 ‘사니타스’(Sanitas)의 소식지의 칼럼에서 반려동물을 이용한 요법을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법 7가지 중 하나로 소개한 바 있다.
반려동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식사를 챙겨주고, 산책을 시켜주거나 털을 빗겨주는 등의 행동이 치매 환자의 정신 상태나 기동성을 향상시킨다. 또 다비드 쿠르토는 반려동물이 주인에게 보이는 애정이 치매로 인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핍을 채워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치매 노인의 신체, 인지, 감정, 사회적 부분 등 모든 면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적었다.
국내에서도 전자약이나 디지털 치료제, 추억의 가요 가사가 수록된 음악 퀴즈 책자를 제공하는 등 신박한 치매 치료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도입 단계에 머물고 있다. 중앙치매센터는 2060년 치매 유병률이 20%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시니어들이 덜 아프고, 더 행복한 사회가 하루 빨리 준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여러 반발로 인해 공론화가 무산됐던 ‘고용연장’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정년을 늘리는 고용연장 공론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부터 고용연장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관련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고령사회연구팀을 신설했다. 고령사회연구팀은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에 대비해 고령자 고용 정책 현황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고령사회연구팀은 첫 사업으로 ‘고령자 고용촉진 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를 선정했다. 2월부터 시작된 해당 연구는 고령자 고용정책 수립 지원을 목표로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특히 고용연장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연구팀 사업계획서에는 ‘고용연장의 원활한 사회적 논의를 위한 주요 전제조건과 환경 분석’, ‘고용연장의 주요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연구 결과 도출’ 등이 과제로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진행한 선행연구 분석 목록에도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고령자 ‘계속 고용’ 사례가 포함됐다.
정부는 이전에도 고용연장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했다. 그런데 고용연장은 기업의 이해관계와 청년실업 문제에 따라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고용연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했을 때도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목소리가 커 공론화가 무산됐다.
이러한 파장을 의식한 정부는 고용연장이 의무적인 정년을 제시하는 ‘정년연장’과 달리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노동계와 중장년층의 표심을 의식해 고용연장 공론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생산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고용연장 카드도 대안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동시에 생산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메울 수단으로 고용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발표가 연말에 예정된 것을 고려하면 고용연장에 대한 공론화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과 노사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정보원의 연구와 공론화 귀추가 주목된다.
“제덕아 사랑해. 제덕이 파이팅.” 지난 26일 김제덕을 키운 친할머니 신이남 씨(86)가 손자에게 보내는 힘찬 응원의 메시지가 전파를 탔다. 안동MBC와 인터뷰에서 손자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신 씨는 “제덕아, 개밥 주러 가자”고 말했다. 다섯 살배기 손자와 함께 강아지에게 밥을 줬던 추억 덕분이다.
“코리아 파이팅!”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뒤흔든 함성의 주인공, 열일곱살 김제덕은 할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지난 1일 귀국한 뒤 JTBC와 인터뷰에서 그는 “올림픽 준비하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했는데,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에 인사드리러 가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6세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손자는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2016년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초등학교 6학년 김제덕은 “올림픽 국가대표가 돼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는 게 꿈”이라고 말할 정도다.
조부모 손에 자라 성공한 아이들로 ‘미스터트롯’ 정동원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말 KBS ‘인간극장’에 출연한 정동원은 폐암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를 위해 가수로 성공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정동원의 할아버지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정동원이 참가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노래를 가르쳐 주고 가수의 꿈을 응원해 준 할아버지 덕분에 손자는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 트로트 가수가 됐다.
조부모 육아의 좋은 예는 서양에도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도맡아 키우다시피 한 빌 게이츠, 복잡한 가정사로 하와이 외갓집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조부모 손에 자란 아이들 중에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양육법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걸까.
무한한 사랑과 지지, 손주 정신 건강에는 백신
전문가들은 조부모 육아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선물한다고 말한다. ‘양육유형이 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석사논문을 작성한 최복경은 결론에서 “부모 중심의 육아보다 조부모가 함께 양육하는 형태가 더욱 유리하다”고 적었다.
어린이집 원장을 지냈던 최복경은 실제로 2~5세 영유아 원생 36명에 대한 ‘행동 관찰일지’를 두 달간 작성했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조부모의 보살핌 유무에 따라 기본 생활습관, 의사 소통, 사회정서 발달 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관찰했다.
결과는 조부모 육아의 완승. 생활습관과 의사 소통, 사회정서 발달 모두 조부모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우위를 보였다. 최 원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조부모 육아와 맞벌이 부모 육아는 정서적 안정감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육 경험이 있는 조부모로부터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으면, 일하는 아이의 부모들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어 아이가 세상에 대해 신뢰감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글렌 H 엘더 교수 연구진은 조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학교 성적이 우수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성취감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조부모와 자주 만나고, 조부모가 자신의 인생에 중요하다고 말한 아이들이 외부 환경과 관계 없이, 자신의 학습능력을 최대로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조부모와 손주가 가까이 살고, 자주 만날수록 아이의 성적과 성취도가 높다는 얘기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연구진은 10대까지 조부모와 친밀한 아이들이 친사회행동(봉사와 기부 등 보상을 바라지 않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행동) 성향이 높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조부모가 손주에게 용돈을 주는 것보다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쳐 주거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로 조부모에게 친밀함을 느꼈다.
조부모 양육이 아이들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만들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중국, 영국, 일본 등 8개 국가의 논문 23편을 비교 분석한 중국 상하이 대학교의 안 루오펭 교수는 “조부모에게 지금 세대에게는 오히려 풍요에 따른 과식과 비만이 문제임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꼽은 문제점은 조부모의 ‘지나친’ 너그러움이다. 그러나 조부모의 너그러움은 손주들에게 정신적 안정감의 기반이 됐다. 조부모가 너그러움의 정도만 조절한다면 손주의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만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 건강을 위협받는 일이 잦아지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부모의 무한한 사랑은 손주에게 ‘정신 건강 백신’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조부모 육아가 주목받고 있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웃는 얼굴, 난처한 얼굴, 우는 얼굴. 직접 나누는 대화보다 메신저로 주고받는 메시지가 익숙해진 요즘. 한 줄짜리 짧은 메시지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표정’이 있다. 바로 이모지(Emoji)다. 한국에서는 이모티콘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모티콘의 한 종류로 보면 된다.
“이모지처럼 시대를 초월한 개념이면서 현대적인 것도 없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건축·디자인부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는 이모지(Emoji)를 이렇게 평가했다. 1999년 일본에서 탄생한 최초의 이모지는 2016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수장품이 됐다. 올해 발표된 ‘이모지 14.0’ 후보에는 임신한 남성을 본뜬 모습의 이모지가 등장해 전 세계 누리꾼들의 논쟁거리로 등극했다.
이렇듯 이모지는 단순히 감정을 전달하는 이모티콘의 개념을 넘어, 첨예한 사회적 이슈를 비추는 창이 됐다. 사회적 성을 의미하는 ‘젠더’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맞물려 디지털 세상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젊은 신입사원이나 손주를 이해하고 싶은 시니어라면 이모지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소수 세계를 담는 12픽셀 그림
지난 17일 발표된 ‘임신한 남성’ 이모지 외에도 다양성을 반영한 사례는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내년에 출시될 이모지 14.0의 최종 후보군에는 왕자나 공주로 성별을 구분 짓지 않은 ‘왕관을 쓴 사람’ 이모지,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손이 악수를 나누는 이모지가 포함됐다. 또 케이팝(K-POP) 아이돌 가수와 팬덤이 자주 사용하는 손가락 하트 이모지는 케이팝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
성별·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부수는 이모지도 지속적으로 추가됐다. 2012년에는 손을 잡은 동성 커플의 이모지가 등장했고, 2015년에는 같은 모양의 이모지를 피부색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변화했다. 지난해 출시한 산타 할머니, 우유병을 물린 남성 이모지나 턱시도를 입은 여성, 결혼식 면사포를 쓴 남성도 궤를 같이 한다. 2019년부터는 청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이모지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사용자 반응도 좋다.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가 지난 4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새롭게 추가된 이모지’ 중 가장 인기 많은 이모지 1위는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사람’, 3위는 ‘턱시도를 입은 사람’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모두 성별을 드러내지 않은 성 중립적인 디자인의 이모지다.
전통적 관념이 익숙해 이러한 변화를 낯설어하는 시니어가 반길만한 이슈도 있다. 지난해 한 대학생이 알약을 장기모양으로 디자인해 세계 디자인상을 싹쓸이했다. 출품자인 최종훈 씨가 디자인에 붙인 이름은 ‘피모지’. 약(pills)과 이모지(emoji)의 합성어다. 할머니 댁에 쌓여있는 약 봉투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린 그는 출품서에 “시각장애인들, 특히 노인들이 직관적으로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효능을 알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고 적었다. 복용하는 약이 여럿인 노인들이 약물을 잘못 복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태어난 디자인이다.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정확한 용량에 따른 조제가 어렵고, 일정하지 않은 모양의 알약은 쉽게 부서져 복용량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이 알약 모양으로 정확히 식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해당 디자인에 대한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배려가 돋보이는 착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일본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최고령 ‘이것’ 유튜버가 탄생했다. ‘이것’은 은퇴 뒤 처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치매와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보다 16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이것’이 고독사와 같은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바로 온라인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게임이 셧다운제를 비롯해 각종 규제 도입으로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노인과 게임이 함께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일본에서는 노인과 게임을 연결시켜 고령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게임기를 잡은 채 행복해하는 일본 노인 사례를 소개한다.
게임은 아흔 살 할머니를 꿈꾸게 한다
지난해 5월 일본 치바현에서 모리 하마코 할머니가 세계 최고령 게임 유튜버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930년 2월 18일생인 모리 할머니 나이는 올해로 91세. 할머니는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게이머 할머니(Gamer Granma)’로 구독자 51만 명과 소통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할머니 사랑은 40년 전에 시작했다. 자녀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만 가지고 노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게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처음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즐겼던 게임이, 수영과 뜨개질을 제치고 지금까지도 할머니 곁을 지키는 넘버원 취미가 됐다.
‘콜오브듀티 시리즈’, ‘슈퍼마리오’, ‘스카이림’, ‘GTA5’ 등. 1980년대부터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모리 할머니가 2015년 유튜브 채널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기네스월드레코드 공식 유튜브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할머니는 “나 혼자 이런 즐거운 일을 하고 있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자의 도움을 받아 ‘게이머 할머니’ 채널에 매달 매달 동영상 서너 편을 올린다. 손자 도움을 받아 제작한 게임 기기 ‘언박싱’(상자를 열고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 실시간 게임 방송 영상 같이 콘텐츠 종류도 다양하다.
모리 할머니는 “이 나이까지 살아서 ‘게임을 계속한 게 옳았구나’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며 “정말로 장밋빛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기네스북 등재 소감을 밝혔다. “패션이나 스포츠에 비해, 게임은 나이 들어서도 취미로 즐기기에 편해서 좋다”며 다른 시니어들에게도 게임을 권했다.
모리 할머니는 그의 영상을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동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덕분에 희망이 생긴다’는 댓글에 오히려 힘을 얻는다는 할머니. 게임은 일본에서 아흔 살 할머니도 꿈을 꾸게 만들고 있다.
노화 방지, 운동 효과, 기억력 향상...게임의 놀라운 효과
지난해 기준 일본에서 65세 이상 인구는 3619만 명으로 28.8%를 기록했다. 2025년 고령자 인구 비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일본 정부가 시도하는 다양한 고령자 대책 중 하나가 게임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고령자의 건강과 사회 활동 증진 측면에서 게임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게임이나 2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전 형태의 콘솔 게임을 활용해 노화를 막아보려는 시도가 일본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이타마현의 ‘실버 e스포츠 협회’는 정기적으로 모여 게임을 즐기며 친목을 도모한다. 돗토리현에서 지역 내 고등학생과 고령자들 사이 게임 대전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도야마현에서는 민간 기업과 연계해 ‘실버 e스포츠 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고베에는 60세 이상 고령자만 이용할 수 있는 PC방도 등장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체 대표는 “노년의 고립을 막고 사회 활동과 교류를 장려하는 장소로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게임방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게이오대학교 연구진은 노인이 게임을 하면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게임을 하는 노인 집단의 주의기능이 더 높고, 심박수도 평균치보다 높아 빨리 걷는 운동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비디오 게임이 노인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임 유튜버 모리 할머니 외에도 게임이 노인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꾸준하게 소개되고 있다. 온라인 레이싱 게임 덕분에 은퇴 이후 처음으로 활기를 되찾았다는 50년 운전 경력의 93세 ‘베스트 드라이버’ 우라베 류지 씨가 그렇다.
이처럼 ‘노화 예방’ 같은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도 노인에게 게임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5년 앞두고 있는 우리 사회도 노인 건강을 위해서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시니어들을 위한 전용 앱이 나오고 금융상품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니어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대면 금융에 익숙지 않은 시니어들에게 모바일 위주 서비스가 제공돼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니어들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은행 점포 수 감축과 고령화에 대비해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마련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고령자 전용 모바일앱’을 자체 개발해 출시했다. 큰 글씨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간편한 사용자환경(UI)을 구축해 시니어들이 더 쉽게 이용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케어닥’과 손잡고 간병비 수납과 정산, 장기요양보험제도 같은 실버 케어 온라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시니어 고객 전용 은퇴설계 모바일 플랫폼 ‘KB골든라이프X’를 선보였다.
문제는 시니어를 위한 금융서비스가 시니어들이 어려워하는 비대면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모바일 기기 사용에 미숙한 시니어 고객 대부분은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업무를 본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60세 이상 이용자들의 인터넷은행 이용률은 평균 3%에 불과했다.
이 같은 지적에 자본시장연구원은 자체 발간물 ‘자본시장포커스’에서 고령친화적 금융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지점 수가 줄어드는 추세는 피할 수 없으므로 비대면 금융과 오프라인 지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영국은행협회(BBA, British Bankers Association)는 금융회사가 지점폐쇄를 결정할 때 점포가 있던 지역과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도록 한다. BBA는 지점폐쇄의 대안으로 영상통화를 통해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영상텔레뱅킹, 이동점포 같은 서비스를 금융회사들에게 추천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은 전국에 트럭형 은행 약 150대를 운영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들에게 직접 찾아간다. 아울러 시니어 고객이 아플 때를 대비해 업무 대리인 사전예약제를 운영하고, 노인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간병 관련 자격증을 따게 하는 은행도 있다.
금융시스템을 설계할 때 인지능력이 떨어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학대'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학대는 지인이나 제3자에 의해 금융사기에 노출돼 보유자산을 잃는 것을 말한다.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익숙하지 않은 비대면 금융 환경에 놓인다면 계좌번호를 틀려 잘못 송금하거나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금융학대를 막기 위해 디지털 감시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디지털 감시시스템은 고령자의 자산관리와 금융거래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알리는 서비스로 미국의 에버세이프(Eversafe), 영국의 칼게라(Kalgera)가 대표적이다.
에버세이프와 칼게라는 인공지능을 통해 노년층에 대한 금융범죄 유형을 파악한다. 또 노인의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견되면 금융기관에 알려 고령층을 보호한다.
곧 고령층으로 편입될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의 60대보다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높은 액티브시니어들이다. 따라서 비대면 금융 확산이 장기적으로는 일반적인 방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디지털금융 환경에서도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인지능력 저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액티브시니어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로 비대면 금융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령화에 따른 디지털 접근의 불편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후에 수입과 지출의 차액이 매달 5만 엔(약 50만 원)만 나도 65세부터 100세까지 30년 동안 2천만 엔(약 2억 원)이 부족할 수 있다.” (일본 금융청 금융심의회)
2019년 6월 일본 금융청이 발표한 보고서가 일본의 시니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돈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 할 수 없고,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의료기술 발달로 ‘100세 시대’를 누리게 된 시니어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제 장수가 행복한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받은 월평균 노령연금은 53만6000원에 불과했다.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시니어는 매달 받는 국민연금으로는 일상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노화로 인해 만성질환을 평균 1.9개나 앓고 있는 시니어는 매달 적지 않은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서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40만9536원이다. 월평균 노령연금에서 진료비를 제하면 남은 금액은 12만6464원. 아무리 소비가 적은 시니어라고 해도 12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한 달 생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는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일하는 노인 10명 중 7명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 후에도 아파트 경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어르신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 고령 질병이자 치료비 부담이 무거운 암을 앓은 시니어들은 더욱 심각하다. 2018년 기준으로 항암 치료를 받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유병자’는 201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의료기술 발달로 암 완치 판정을 받는 환자도 늘었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 국내 암환자의 일반인 대비 5년 뒤 생존 비율은 70.3%에 달한다.
그러나 암 생존율이 증가함과 동시에 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시니어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총액이 늘어나는 탓이다. 한화생명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질환 전체의 평균 치료비는 2877만 원이다. 가장 치료비가 많이 드는 간암은 환자 한 사람당 치료비가 6623만 원이나 필요하다. 은퇴 후 소득이 없는 시니어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대수명은 83.3세에 달한다. 59세에 은퇴한 시니어가 평균적으로 24년이 넘는 시기를 적자로 인생을 살며 마감하는 셈이다. 은퇴한 시니어의 노후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인간은 꽤 많은 것을 두고 떠난다. 이를 ‘유품’이라 부른다. 유품을 정리하는 작업은 고인을 애도하는 아름다운 일이지만, 상황에 따라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주인 없이 어질러진 집이 숙제처럼 느껴질 때, 고인이 생전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제 손으로 처분해야 할 때 남겨진 가족의 회한은 더욱 커진다. 사랑하는 이들이 먼 훗날에도 자신을 떠올리며 웃음 짓기를 바란다면 삶의 끝뿐 아니라 그다음 페이지도 아름다워야 한다. 장래 유품이 될 물건을 직접 정리하는 ‘생전 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가장 힘들었던 건 옷이었어요. 빈집 거실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부모님과 언니의 옷을 손에 쥐고 있자니 하염없이 눈물이 북받쳐 올랐어요. 여러 가지 추억도 떠오르고요. 그 많은 옷을 제가 가질 수도 없고, 결국 조금만 남기고 과감히 처분했어요.”
14년 전 어머니와 언니를 잃고, 4년 전 아버지를 여읜 히라쓰카 요우코(59) 씨는 2년 전 아무도 살지 않는 친정집을 홀로 정리했다. 분주히 식기와 주방용품, 옷가지를 처분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옆에서 참견하는 사람이 없어 한편으론 속이 편했지만 넘쳐나는 물건을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으로 혼자 결정하려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며 “세상을 떠난 가족이 소중히 여기던 것들이라 더 그랬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노조미(67) 씨는 어머니가 살아 있을 적 함께 정리를 시도했지만,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게 하는 어머니의 완고한 태도에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두어야만 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어머니를 떠나보낸 노조미 씨는 모든 것이 그대로인 공간을 5년간 정리하며 외로운 작별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신이 건강할 때 주변을 조금씩 정리해 홀가분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최근 국내 출간된 책 ‘부모님의 집 정리’는 일본 중장년 세대가 고령으로 접어든 혹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의 집을 정리하며 느낀 경험담을 담고 있다. 이들의 진솔한 고백은 국경을 초월해 생의 마무리를 앞둔 시니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령화 사회에 ‘생전 정리’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남겨진 자식이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는 과정은 썩 유쾌하지 않다. 대부분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을 분류하고 버리다 원망 섞인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리를 끝낸 이들은 마침내 한 가지 공통된 깨달음을 얻는다. 아름답게 이별하려면 정리는 스스로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 누군가의 자식이기 전에 부모이기도 한 이들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생전 정리를 결심한다.
◇ ‘데스클리닝’과 ‘가타미와케’
웰다잉 산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전 정리는 아직 낯선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유품 정리를 삶과 동떨어진 문제로 보고, 가족의 몫으로 여기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품 정리를 스스로 실천하고, 생활 속 문화로 발전시킨 국가도 있다.
스웨덴은 죽음에 대비해 주변을 정돈하는 ‘데스클리닝’(Death Cleaning)이 일종의 미니멀 라이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데스클리닝 전문가 마르가레타 망누손이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집을 정리하다 놀라운 광경을 발견한다. 물건 곳곳마다 어머니의 글씨로 처리 방법과 기증처가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저서 ‘내일 내가 죽는다면’에서 “꼭 내게 하는 말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이 작은 지시 사항들에 위안을 얻었다”며 “어머니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일로 생전 정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녀는 이후 데스클리닝 노하우를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장례가 끝난 후 고인의 유품을 주변에 전달하는 ‘가타미와케’(形見分け)라는 문화가 있다.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물건을 가족, 친구 등 지인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유산을 분배하는 경제적 개념이라기보다는 물건을 통해 고인을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한 목적에 더 가깝다. 홍수,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로 하루아침에 집과 가족을 잃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바다에 떠다니는 고인의 물건을 주고받으며 유래했다. 이후 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종활’(終活·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면서 본인이 생전에 미리 물건을 나누는 경우도 늘었다. ‘부모님의 집 정리’ 마지막 장에서는 80대 중반의 나이에 60년 동안 거주한 집을 직접 정리하고 가족과 이웃에게 물건을 나눈 쇼코 씨의 사례를 소개한다.
◇ 무엇을 남기고 정리할 것인가
이처럼 유품 정리는 단순히 공간을 정돈하는 차원을 넘어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를 파생시킨다. 특히 생전 정리는 가족이 짊어질 부담을 덜어주고, 다 함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유품 정리 서비스 키퍼스코리아 김석중 대표는 “유품은 혼자만의 것이 아닌 상속인과 공유하는 추억”이라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족과 죽음에 대해 논의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를 대비해 소화기를 준비하듯 생전 정리를 하면 재산, 상속 문제 등 사후 자신으로 인해 벌어질 불씨를 막을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생전 유품 정리는 후회의 대물림을 막는 일”이라고 했다.
자식에게 각별한 기억을 남겨줄 수 있다는 것도 생전 정리의 장점이다. 김 대표는 “물건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면 자식도 부모의 몰랐던 점을 알게 되고, 더욱 친밀감을 갖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자부심을 느끼고,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욱 의미 있는 정리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 대표가 제안하는 몇 가지 팁을 참고해 아름다운 ‘인생 졸업식’을 준비해보자.
◇ 웰엔딩을 위한 생전 정리 노하우 6가지
① 가족 간 비밀을 최소화한다
가까운 듯 보이면서도 알고 보면 먼 사이가 바로 가족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잘 나누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묵언하는 이들이 많다. 금전이 얽힌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생전에 보유하던 상가나 주택의 임대 정보에 대해 끝끝내 알리지 않아 유족이 곤란한 입장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족 간 비밀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직접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엔딩노트’에 관련 내용을 상세히 작성해둔 다음, 유사시 가족 구성원에게 노트의 존재를 알려도 된다.
② 재산과 승계 목록을 작성한다
정리는 자신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유품 정리도 마찬가지다. 종이나 컴퓨터에 집 안에 있는 각종 물건과 보유 중인 자산 현황을 적고, 이를 종류별로 묶어서 분류해본다. 그다음 각 물건과 관계된 사람을 떠올리고 승계 목록을 적는다. 가족에게 ‘올인’하기보다는 물건별 얽힌 사연이나 추억이 있는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 좋다. 가령 함께 골프를 즐긴 친구에게는 골프용품을, 음악 동호회 회원에게는 오래된 LP 박스를 선물하는 식이다. 한평생 소중히 여기던 물건이 쓰레기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필요한 사람이 물려받아야 한다. 나눔이 끝나고 남은 물건은 간직할 것인지, 기억 속에 남겨둘 것인지 고민하고 처분을 결정한다.
[PLUS+] 내 물건 체크해보기
. 예금통장·인감·보험증서·카드
. 연금수첩 등 연금 관련 서류
. 약·보험증·진찰권·병원 연락처
. 부동산 권리증·등기부등본
. 귀금속
. 현금
. 편지 및 일기장
. 사진
. 추억의 물건
. 취미용품
. 대여 중인 물건
. 가스·수도·전기·전화 등 청구서
. 가계도·친척 연락처 등 가족 관련 물품
③ 유산의 가치가 있는 물건은 기증한다
개인의 소장품이 때로는 국가와 사회의 귀중한 자산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더욱 의미 있게 공유하고 싶다면 각 물건과 관련된 기관에 기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령 그 시절에 입었던 교복이나 모아두었던 상패는 출신 학교에, 오래된 승마복은 역사박물관에 전달한다. 전달된 물건은 기관별로 50년사, 100년사 등 사사(社史)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서재에 쌓여 있는 책을 아동보육시설이나 지역 도서관 등에 기부하는 것도 의미 있다.
④ 골동품과 고물을 구분한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낡을수록 빛을 발하는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은 자신만의 작은 박물관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고장 난 물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물건은 함께한 세월에 관계없이 고물에 불과하다. 즉 골동품과 고물을 구분해야 한다. 예컨대 유산의 성격을 띠는 풍금이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그랜드 피아노는 소장 가치가 있지만, 젊은 시절에 가져다놓고 쓰지 않는 가정용 피아노는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쓰임새를 다해 창고 신세를 지거나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이 있다면 과감히 버린다.
⑤ 명예롭지 못한 흑역사는 정리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에게나 알려져서는 곤란한 흑역사가 하나쯤은 있다. 생전에는 자신의 노력(?)으로 비밀을 묻어둘 수 있지만,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각되는 경우가 있다. 은밀한 취향을 기록해둔 사진이나 영상, 주고받지 못한 금단의 편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집 살림을 위해 사용했던 휴대폰이 나온 사례도 있다. 이를 발견한 가족은 상실의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인다. 기왕이면 흑역사를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그간 쌓아온 명예가 실추될 만한 일련의 기록이 있다면 스스로 정리한다. 정리의 기준은 가족과 제자가 보았을 때 부끄러울 만한 일이다.
⑥ 디지털 정보도 꼼꼼히 관리한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 사회에서는 인터넷에 올린 기록물도 모두 자산이다. 특히 남겨진 이들에게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추억할 수 있는 선물이 되므로,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도록 수첩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이트별로 적어둔다. USB, 외장하드 등 별도의 장치에 모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면 인터넷 세계는 너무도 방대해 ⑤와 같은 부끄러운 기록이 자신도 모르는 새 어딘가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은 휴대폰과 동기화된 경우가 많아 함께 정리를 해두어야 한다.
[PLUS+] 엔딩노트 작성하기
일본 영화 ‘엔딩노트’에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다가온 죽음에 좌절하지 않고 엔딩노트를 작성하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한 번도 찍어보지 않았던 야당에 표 한 번 주기’,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 가기’ 등 노트에 적은 리스트를 성실히 실천해나가며 삶의 엔딩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그런 주인공의 하루하루를 조명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주체적인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엔딩노트는 말 그대로 행복한 엔딩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기록해두는 노트다. 정해진 규범이나 양식은 없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전에 하고픈 일을 버킷리스트 형식으로 쓰거나, 장례 절차나 유품 처리 방식,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기록해도 된다. 차마 얼굴 보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적는 방법도 있다. 유언장과 다른 개념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남겨진 이들이 떠난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된다.
청년의 취업과 실업은 사회적 문제로 늘 언급된다. 하지만 출생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고령자 취업과 실업 문제를 마냥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은퇴가 노동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가 우리보다 빨리 진행된 해외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해외의 중장년 취업 지원 제도를 살펴보자.
참고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난해 일본은 법 개정을 통해서 정년을 70세로 연장했다. 종업원들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 의무’를 규정한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올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본의 가전제품 판매점 ‘노지마’(Nojima)는 근로자의 고용계약 상한 시기를 65세에서 80세로 연장했다. 65세가 된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근무 태도 등을 고려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정년 연장을 통해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숙련된 노동자를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정년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정년이 연장되는 원인은 고령화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다. 실제로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대부분의 중위연령은 40세 이상이며,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 등은 50세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고령화가 진행된 상태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중위연령이 56.4세로 급격히 상승하여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고령화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도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어느 국가도 고령화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10년간 OECD 평균적으로 55~64세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가별로 편차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네덜란드의 경우 18%P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아이슬란드의 경우 소폭 감소했으나 평균 80% 이상을 유지하며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종합하면 은퇴 이후에도 중장년의 취업은 세계적으로 활발한 상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은퇴자의 역량을 활용한 취업 프로그램이 민간 부문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각 나라에서는 중장년을 위해 어떤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까? 고령화 정책의 선두주자인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 미국
미국은 중장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지역사회 고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일로써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서는 이제껏 쌓은 역량을 발휘하여 일할 기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삶의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다양한 학습 기회를 준다.
중장년의 관심사에 맞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앙코르 이니셔티브’(Encore Initiative)을 운영한다. 50세 이상 예비 창업자를 위해 온라인 수업, 워크숍, 업무 관련 네트워킹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특히 중장년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예를 들어 50세 이상 여성 10~15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경제 및 마케팅 지식, 자영업 상식과 관련된 교육을 한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 성과로 발생한 새로운 일자리는 삶의 의욕을 고취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활동 인구의 빈자리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앞서 본 예와 같이 취업이나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역량을 발달시키거나 삶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교육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백투워크 50플러스(Back to Work 50+)와 로드 스칼라(Road Scholar)다. 전자는 새로운 역량 개발에 해당하고, 후자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백투워크 50플러스는 미국의 5곳의 전문대학에서 진행되며, 중장년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워크숍, 개별 코칭 세션, 컴퓨터 교육, 노후 재정 관리 등을 가르친다. 로드 스칼라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여행 프로그램이다. 야외 모험 활동, 테마 여행, 세대 간 프로그램, 여성 특화 프로그램 등 40여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매년 10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니어의 학습 욕구를 교실이 아닌 여행을 통해 구현하는 사업 모델이다. 김 교수는 “로드 스칼라는 일반 여행에 학문적 깊이가 더해진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일본
‘노인들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세계적으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을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일본이 28.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2.8%), 핀란드(22.6%)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5.8%로 44위를 기록했다. 고령자의 비율만큼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도 높았다.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동 시장 참여율은 약 25%다. OECD 평균이 약 15%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이렇게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경제적·사회적 참여 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63.6%의 고령 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노동 시장에 남아 있기를 원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중장년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70세 이상도 건강 문제가 없다면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일본은 앞으로도 고령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들을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보고 있다. 고령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민간과 지역 복지기관들이 연계해 다양한 취업과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고령 노동자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게끔 보조하는 정책을 계속 확대할 전망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 바로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터 인재 프로그램’과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쌓아온 조정 능력, 협상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종합관리 능력을 살려 중소기업 재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도쿄일자리센터에서 주관하며,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에서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쌓은 55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직무 유형은 7가지 직종(경영, 인사노무, 재무경리, 해외영업, IT시스템 관련, 기술관리)으로 구분된다. 취직에 성공한 시니어 중 시니어의 전문성이 직종에 합치된 경우는 약 70%이며, 비전문 영역으로 취직된 경우는 30%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의 보수는 근무 시간, 주간 근무 일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주 5일 기준으로 25만 엔(약 264만 원)에서 30만 엔(약 317만 원) 사이다.
한편 민간 영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도쿄에 소재한 민간 주식회사 ‘퀼리티오브라이프’(Quality of Life)가 2006년 11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대기업 전문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경영 자문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조언자로서 경영지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50세 이상을 ‘생애 프로페셔널’로 임명한다. 이들은 고문 또는 어드바이저로서 기업의 여러 경영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생애 프로페셔널은 2가지 효과가 있다. 일단 시니어 전문가의 경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근무 형태로 고문 소개 서비스를 활용하면 주 1회 등 은퇴 후 유연한 방식의 근무가 가능하다. 시니어 비즈니스 관계자는 “은퇴 후 역량을 보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시니어는 기업이 탐내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국가와 더불어 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일자리 지원에 참여하면 시니어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해외의 민간에서 적용하고 있는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와 기관을 살펴보자.
해외의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 및 기관
시니어 네트워크
50세 이상 실직한 고령자로 구성된 비영리 사회혁신 조직이자, 덴마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단체다. 실직한 고령 근로자가 네트워킹을 통해 노동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로 지역 내 잡센터(Job Center)와 협력하여 구직을 원하는 실직 고령자와 구인처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리스타트 프로그램
50세 이상의 구직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수당을 수령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고용 보조금 정책이다. 일주일에 최소 30시간 이상 일하는 중장년 근로자 1인 고용에 2년 동안 최대 1만 달러의 급여를 보조하는데, 최초 6개월과 12개월에 각 3000달러, 그리고 18개월과 24개월에 각 2000달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제3기 인생대학
전일제 고용에 속하지 않는 고령층의 학습 고취를 위해 만들어진 전국 단위 학습 조직이다. 고령층 인구가 자신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관심사를 나누기 위한 연결망이다. 시험이나 과제 등은 없다. 대신 정규 수업과 스터디 그룹을 통해 흥미가 있거나 자신이 보유한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한다.
마음의 부력 (이승우 외 공저·문학사상사)
이상문학상의 44번째 작품집. 대상 수상작 ‘마음의 부력’과 이승우 자선 대표작 ‘부재 증명’ 외 5편의 우수작이 담겼다. 일상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돋보인다.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호원숙 저·세미콜론)
소설가 박완서 10주기를 맞아 그녀의 맏딸 호원숙이 부엌과 요리를 주제로 엄마와의 추억을 풀어냈다. 오직 딸만이 가진 생생한 기억으로 박완서 문학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어령, 80년 생각 (김민희 저·위즈덤하우스)
이어령 교수의 80년 철학을 그의 마지막 제자인 김민희 기자가 정리한 책이다. 질문 많던 6살 꼬마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 되기까지 ‘생각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쫓기지 않는 50대를 사는 법 (이목원 저·델피노)
대한민국에서 50대 가장으로 살아가는 저자가 중년에게 걸맞은 삶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저자만의 경험과 통찰로 중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1만 명 리더의 고민 (아사이 고이치 저·더난출판사)
리더라면 한 번쯤 해봤을 50가지 고민에 대한 조언이 담겼다. 저자가 컨설팅한 기업 사례와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한다.
식사가 최고의 투자입니다 (미쓰오 다다시 저·북라이프)
일본 최초로 노화 방지 전문 클리닉을 연 저자가 영양 불균형한 현대인을 위해 맞춤형 식사법을 소개한다. 건강 자산을 쌓는 ‘먹는 투자’ 7개념과 25개의 건강 레시피가 수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