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일의 세계 100대 골프장인 환상적인 코스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 골프장을 방문했다. 베트남의 골프장은 하노이와 호찌민, 그리고 다낭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 골프장(The Bluffs HoTram Strip, 파71, 7007야드)은 베트남의 유일한 세계 100대 코스로서 그 아름다움과 레이아웃이 최고 수준이다. 거리는 파3는 그린의 센터, 파4, 5는 그린 앞까지여서 실제로는 7200야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캐디는 110명 정도이고, 주말에는 150여 명이 라운드를 즐기며 평일에도 50~80명의 골퍼가 방문한다고 한다.
붕따우 지역에 위치한 골프장은 호찌민시에서 2시간 15분 걸리며, 전용 호화버스가 하루에 세 번 왕복한다. 10시, 12시, 18시에 출발하며, 호텔에서는 13시, 17시, 22시에 운행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코스 설계자 그렉 노먼은 “베트남 남부의 모래언덕에서 진정한 링크스 골프를 경험할 수 있으며, 라운딩 내내 보이는 환상적인 해안 풍경은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이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유니크한 골프 경험을 선사하는 골프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전설적인 골퍼 그렉 노먼은 331주간 세계 골프 랭킹 정상에 군림했으며, 메이저 대회인 더오픈 챔피언십 타이틀을 두 차례 차지한 바 있다.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 골프 코스는 그가 설계한 베스트 코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코스 설계를 할 때 방해 요소를 최소로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디자인 팀은 사이트에 가장 어울리는 자연적인 요소를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합니다. 개울, 바위 형태, 식재와 지형, 기복 등은 라운딩 전략을 세울 때 느낄 수 있는 유니크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노먼은 “이러한 개성과 품질을 가진 골프장은 지금까지 두 개 설계했는데, 그중 하나가 여기이고 다른 하나는 아일랜드의 둔버그(Doonbeg)”라고 말했다.
베트남 최고 코스로 손색없어
골프장은 4~6월 바람이 많으며, 특히 10~12월은 매우 바람이 강하다고 한다. 코스 입구로 들어가는 곳부터 도로 양쪽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5번 홀과 18번 홀 페어웨이를 사이에 두고 클럽하우스로 올라온다. 좌우로 모래땅과 링크스 잔디가 가득하다.
그린 스피드는 10피트 넘게 빠르고,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는 최고의 코스로 손색이 없었다. 카트의 페어웨이 진입이 허용되며, 페어웨이의 업앤드다운이 매우 심하다. 그린 난이도는 80%로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투어 기간에 본 기자가 방문한 10여 개의 베트남 코스 중 최고의 관리와 페어웨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카트길 옆과 벙커의 잔디조차도 철저하게 트림을 하는 등 그야말로 빈틈없는 관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홀들이 시각적으로는 페어웨이가 그렇게 넓게 느껴지지 않는데, 이는 절묘한 설계와 주변 지형을 잘 이용해 시계의 차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강한 바람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희비가 엇갈린다. 홀과 홀 사이에 이어지는 엄청난 듄스(Dunes)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무더위를 강한 바람에 날려 보내면서 화려한 듄스 풍경이 골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대단한 도전성이 요구되는 코스다.
바람과 링크스가 절묘한 만남
3번 홀(파3, 360야드) : 왼쪽 210야드 지점부터 오른쪽 280야드 지점까지 모래사막 링크스가 막고 있어 시야가 완전히 막혔다. 그러나 좌우가 비교적 넓으니 안심하고 중앙을 공략하면 된다. 바람이 불어 거리 손실이 많았다.
8번 홀(파4, 364야드) : 오른쪽 150야드 지점에 호수가 있으며, 페어웨이 중앙 250야드 지점의 벙커가 멋지다. 유일하게 물이 있는 홀로 특히 훅을 주의해야 한다.
10번 홀(파5, 579야드) : 오르막에 넓은 페어웨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마음껏 드라이버를 치고 싶은 힐링 홀이다. 강한 바람을 타고 세컨드까지 490야드를 오는 운이 좋은 날이었다. 아깝게 버디를 놓쳤지만 그야말로 힐링이 되는, 맘에 드는 홀이다. 그린 뒤로 가면 멋진 나무숲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퍼터를 마친 후 그냥 돌아오지 말고 반드시 감상하기를 강추한다.
12번 홀(파4, 359야드) : 내리막이 심하며, 멀리 그랜드호텔이 보인다. 오른쪽과 그린 뒤로 넓은 바다가 강한 바람과 함께 밀려온다. 세속에 찌든 마음을 씻어주는 듯하다.
18번 홀(파4, 430야드) : 페어웨이 좌우로 듄스가 길게 이어지는 길고 어려운 오르막 홀이다. 세컨드 시 오르막이 더욱 심해 실제 길이는 460야드로 봐야 한다. 투온은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러프가 깊어서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그린 뒤로 멋진 클럽하우스가 우뚝 자리하고 있다.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은 진정한 링크스 스타일 골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8홀 전체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다와는 수백 미터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홀이 환상적인 링크스풍으로 설계되었으며, 코스 주변에는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우뚝 솟은 모래언덕이 이어져 있다. 언제나 강하게 부는 바람으로 변수가 많지만 무더위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또한 허허벌판에 유일하게 우뚝 솟은 그랜드호텔은 강한 바닷바람을 보란 듯이 이겨내며 해변가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 내에 카지노를 비롯해 다양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한국식당도 준비되어 있다. 베트남에서 라운드를 계획한다면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되는 코스로 강추한다.
한국의 50대 이상에게 전공투에 대해 묻는다면 영화를 보러 간 극장의 대한뉴스에서 반복된 도쿄대학 야스다 강당이 불타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일부 과격한 학생들이 학교 건물을 점거하여 경찰에 진압되며 화재가 발생했고, 그 때문에 천하의 도쿄대학이 그해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는 결론이 따라붙었다. 전공투는 일본 학생운동의 과격화와 몰락의 상징으로 그려졌다. 좌절한 학생들은 과거를 묻어버리고 체제에 투항하여 기업 전사 ‘시마 과장’(課長 島耕作)이 되어 ‘기업 사회 일본’의 초석이 되었다는 것이 우리가 전공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다. 그러나 이러한 패배와 좌절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조된 것은 아닌가? 2019년 전공투 운동 50주년을 맞아 시행된 설문조사에 답변한 전공투 참가자들의 85%는 ‘운동에 참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68%는 ‘현재의 삶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적극적으로 회신을 보내온 집단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모두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1968년부터 1969년까지 일본 대학가에 과격한 학생운동이 등장했다. 수업 거부와 데모를 넘어서 본관을 점거하여 행정 업무를 마비시켰다. 학부 단위의 자치회와 별도로 학부와 분파를 넘어선 연합 조직이 전체 대학 단위로 결성되었다. ‘전공투’는 이러한 연합 조직인 전학공투회의(全學共鬪會議)의 줄임말이다.
이 시기 학생운동의 폭발은 구조적 문제였다. 단카이 세대라고도 불리는 제1차 베이비붐 시기(1947~1950년)에 탄생한 이들이 18세가 되는 1965년부터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본래 일본의 고등교육은 도쿄대학을 정점으로 하는 7개의 구 제국대학이라는 엘리트 양성 기관과 그 외의 지방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일본 정부는 후자를 통해 대량 양산 교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부실한 대학들이 급증하며 사립대학의 등록금 인상, 입학 및 회계 부정, 공립대학의 사립화, 무차별적인 연구비 수주 등의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대학은 학생들의 대화 요구를 거부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을 약속했다가도 정부의 압력을 받아 약속을 번복하고 기동대를 투입하여 강경 진압을 계속했다. 학생들은 소속 학부와 정파를 넘어 학교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조직을 만들었고, 1969년 9월 5일에 전국 전공투를 결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지도부가 투옥되고 이후 당파 간의 항쟁이 격화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전공투 운동은 과연 무엇을 남겼는가
1960년대의 안보투쟁이 외부의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운동이었다면 전공투 운동은 대학과 학생, 연구자의 존재 방식을 묻는 ‘대학의 이념과 학문의 주체를 둘러싼 운동’으로 발전해갔다. 대학은 ‘제국주의적 관리에 편입된 교육 공장’에 불과하며, 교수는 ‘관리 질서를 담당하는 권력의 말단 기구’에 불과했다. 결국 이러한 관리의 질서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률적으로 전공투 세대라고 표현하지만 20대 후반의 대학원생부터 19세의 신입생까지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다양한 그룹이 있었다. 이미 사상적 자아를 형성하고 직업적 교육도 어느 정도 완수한 대학원생이나 학부의 상급 학년은 운동이 쇠퇴한 후에도 의사나 변호사, 연구자의 길을 걸었다.
전공투를 상징하는 인물, 도쿄대 전공투의 대표이자 전국 전공투 의장으로 선출된 야마모토 요시타카(山本義隆)는 도쿄대 투쟁 당시 물리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이었다. 제도권 학계를 떠난 그는 출옥 후 유명 입시학원의 물리 강사로 30년 넘게 일하면서 자연철학과 과학사 분야의 연구를 계속했다. 학원 교재로 출판한 ‘물리입문’도 유명했지만, 2003년에 집필한 ‘자력과 중력의 발견’은 학술상과 출판 저작상을 휩쓸며 학술적 능력을 입증했다. 그 밖에도 논픽션 작가이자 도쿄 도지사에 당선된 이노세 나오키, 설명이 필요 없는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유명 프로듀서 테리 이토 등이 있다.
‘속 전공투백서’에 의하면 70대 중반이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설문 응답자의 10%는 700만 엔 이상의 수입이 있으며, 최고 소득자는 3000만 엔이었다. 1000만 엔 이상의 수입도 꽤 있었다. 한편으로는 일본 65세 이상 고령자 세대의 평균 소득인 308만 엔에 훨씬 못 미치는 250만 엔 이하의 수입을 가진 이들이 40% 정도 된다고 한다. 노년의 활동가들 사이에도 생활의 격차는 존재했다.
투쟁이 끝난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 의료와 복지, 농업, 장애인, 노동 등의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한 이들이 많다. 특히 여성의 경우, 여성은 차 심부름이나 하던 당시의 일본 사회에서 전공투 경험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키울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한편으로 상처도 남았다. 운동을 그만둔 이유로 ‘동료들이 서로 죽이는 내부 폭력’과 ‘취직’이 거의 비슷한 비율이었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패배감과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이다. “합계 37년간 평사원으로 정년을 맞았다. 내부 항쟁으로 중증 장애를 입은 활동가를 만난 일이 있다. 속죄의 마음으로 평생 평사원에 머무르겠다 결심했다. 이전 활동가의 부음을 들을 때마다 속죄의 마음이 강해지며 무언가 종교에 귀의하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와 같은 회상에는 살아남은 자들의 무게가 느껴진다.
현재의 정치 성향도 명확하다. 아베 정권의 개헌에 대해서는 95% 이상이 반대하며, 선거에는 항상 참여한다는 대답이 77%였다. 지지 정당은 입헌민주당이 52%, 자민당도 8.8%이며, 공산당은 6.8%에 불과했다. 은퇴한 헤이세이 덴노에 대해서는 65.5%가 긍정적 평가였으며,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는 68.9%가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 정치 참가 의사를 묻자 과반수가 앞으로 참가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70대 중반이 넘어도 그들의 의욕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 같다.
병원을 자주 들락거린 사람이라면 소아과 간판 앞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의문이 있다. ‘왜 노인과는 없는 거지?’ 실제로 병을 달고 사는 것은 노인인데 말이다.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노인과는 존재한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소소하게 운영되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곱씹어보니 고령화라면 세계 최고로 꼽히는 우리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일임을 금방 알게 된다. 이에 대해 정희원(39)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인의학’ 도입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선진국에서는 고령화사회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노년내과가 생겨요. 최근에는 정부가 주도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죠. 나이가 들면 만성질환이 늘고, 노화를 부르는 요소들이 축적되죠. 신체 기능도 떨어지고요. 한꺼번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죠. 이럴 때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판단해서 치료하면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어요. 섬망, 욕창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안고 있는 다양한 질환에 대해 전문 치료과에서 각각 치료받으면 약이 많아지고 몸에서 섞이죠. 그러다 부작용이 생기면 또 그에 대한 약을 처방해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서 비효율적이죠.”
노인의학은 생물학적 노화의 결과인 노쇠와 여러 가지 질병,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변화가 혼재된 상태에서 환자에게 맞춤 의료를 제공하는 전문 분야다.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몇 살부터 노년내과에서 담당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생리학적으로 노쇠의 특성을 가지는 인구 집단을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분야다.
정 교수는 설명 과정에서 ‘약을 정리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말 그대로 현재 복용 중인 약 중 꼭 필요한 약물만 복용할 수 있도록 수를 줄이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과정을 말한다. 각기 다른 전문의가 처방한 약은 나름의 목적이 존재하지만 이것들이 충돌을 빚어 부작용이 생길 경우 이에 대한 또 다른 약을 처방하기보다는, 복용 중인 약물에 변화를 주어 불필요한 약을 줄이고 부작용도 없앤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간단하고 단순한 일이지만, 모든 질환에 대한 경험과 약물 부작용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하지만 만나기 힘든 ‘노인의학’
물론 기존의 의료기관이나 진료과가 이런 부분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건강보험제도 구조상 환자가 처방전을 직접 가져다주지 않는 이상 다른 병원에서 내 환자에게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의사는 알 길이 없다. 노년내과에서 현재 복용 중인 모든 약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에게 맞는 맞춤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니까요. 같은 80대라도 사람마다 상태가 너무 달라요. 기대여명이 짧은 상태라면 무리하게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처방하는 약을 유지할 필요는 없어요. 부작용만 생기죠. 노인의학은 일종의 정밀의료로, 생물학적 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까지 고려해서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합니다. 치료와 함께 돌봄 계획도 수립하고, 연명의료도 논의하죠. 어디에 사는지, 환자분의 의향은 어떤지, 보행 속도나 악력은 어떤지도 고려해요. 물론 이 과정에서 약도 정리합니다. 이렇게 환자의 이런저런 일들을 챙기다 보면 환자 1명당 진찰 시간이 30분을 훌쩍 넘어가죠. 상업적인 병원에서 노인의학을 외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물론 환자 입장에선 ‘속 시원한’ 경험이다. 하루에 먹던 수십 개의 약이 정리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약값 부담도 줄어든다. 또 환자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혹은 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도 찾을 수 있으니 걱정이 줄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앓고 있는 질환이 여러 개여서 다니는 병원이 많고, 신체 기능이 떨어진 것 같다면 한 번쯤 노인의학 진료과를 찾아 전체적인 신체 건강 상태나 치료 방향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노쇠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점검하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이다.
국내에 노인의학 진료과가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병센터’를 설립했다. 이어 2009년에 서울아산병원에 노년내과가 생겼고, 2010년에는 신촌세브란스에 노년내과가 들어섰다. 짧은 기간에 연이어 노인의학 진료과가 신설되면서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의료계 내에서 진료 영역에 대한 갈등으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인의학의 필요성 때문인지 관련 진료과 설립은 계속 이어졌다. 삼성서울병원과 전남대학교병원, 건양대학교병원, 울산대학교병원, 은평성모병원 등 국내 10여 개 진료과에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 처음으로 시도됐다가 잘 안 됐죠. 공공의료가 잘 되어 있는 영국에선 내과 의사의 10%가 노인내과 간판을 달고 진료하고 있어요. 영국 정부는 각 과별로 따로 진료하고 처방하는 것보다 노인병을 전담하는 사람이 맡아보는 것이 효율적이고 보험 재정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개인과 사회 모두 중요한 지속가능한 나이 듦
정희원 교수는 최근 책을 한 권 출간했다. ‘지속가능한 나이 듦 :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다소 긴 제목의 책이다. 노인의학 의사이자 생명과학 박사까지 취득한 정 교수는 나이 드는 것을 노화 메커니즘이나 나이라는 숫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노화의 생물학적 정의와 메커니즘을 다룬 ‘시간 :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과 노인의료의 문제점과 사례를 다룬 ‘질병 :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고령화에 대한 이야기 ‘사회 : 초고령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그것이다.
‘지속가능한’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이 단어는 지난 몇 년간 경제 분야의 화두였다. 의료와는 다소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정 교수는 “나이 듦이라는 것을 극복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에 대한 반감에서 이 표현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티에이징이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마치 나이 듦을 재앙처럼 여기려 하지만, 실제로 노화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에요. 노화를 받아들이고, 본인이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그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 질병이나 노화의 축적을 예방함으로써 덜 고통받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젊어서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않고 운동 부족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면 노쇠는 남보다 빨리 오기 마련입니다. 살아가면서 장애가 생기는 것을 지연시키고, 노화를 맞이하더라도 삶의 질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나이 듦이라고 봤어요.”
정 교수는 이러한 관점이 단순히 개인의 삶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복지사회 정책이나 고령화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언론에선 마치 고령화가 사회의 종말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회에서 고령의 구성원이 늘어나는 것이 파멸적인 것은 아니에요. 우리 사회는 지금 복지정책을 디자인할 때 과거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미는 실수를 하고 있어요. 65세가 도움이 필요한 약자였던 것은 수십 년 전의 이야기고, 지금의 65세는 그 기준이 세워졌던 시절 50대 수준의 신체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의료나 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기준으로 삼는 ‘노인’에 대한 정의를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인의 기준을 무조건 나이로 가르려는 연령주의적 발상은 문제가 있어요. 65세가 되었다고 그 순간부터 갑자기 다른 종족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나는 적어도 늙지 않았다는 분리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부적절한 기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관료적인 생각은 변화될 필요가 있어요. 이제 나이는 많지만 건강 상태가 좋고 독립적으로 오래 살 수 있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정 교수는 그 이유를 삶의 폭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갖는 시점도 과거에 비해 10년 가까이 늦춰졌고, 지금의 86세대나 X세대가 65세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10년 전의 65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 적응 역량이 높을 것이라고. 나이라는 숫자는 같지만 생애 주기의 위치와 능력, 역할이 달라지는 변화를 정 교수는 ‘스냅샷의 오류’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좋을까. 정 교수는 노화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획일화된 노화 예방 상식으로 접근하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신이 처한 노화 스펙트럼에서의 위치에 따라 그에 맞는 건강 증진 활동을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50대는 만성질환 관리를 잘하면 뇌졸중 등 질환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나 혈당 등을 철저하게 관리시키지만, 이미 노쇠한 어르신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낙상이나 섬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단백질 섭취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성인은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노화 시계가 빨라져요. 그러나 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근감소를 막기 위해 단백질 섭취를 권해야 하죠. 이렇게 생애 주기에 따라 예방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다른 목표를 설정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보호자 ‘효자’ 되지만, 병원에선 ‘불효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노인의학을 다루는 의료기관도 많지 않고, 병원 내에서도 입김이 셀 수 없는 진료 과목이다. ‘돈 잘 버는 효자’ 노릇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런데 왜 정 교수는 ‘노년내과’를 선택했을까.
“본과 4학년 때였어요. 섬망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있었죠. 일반적으로 내과 의사는 환자를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선배 의사가 환자가 복용하던 약들을 종이에 끄적이더니 정리해주었어요. 그러고는 며칠 만에 멀쩡해져서 걸어 나가시는 걸 보았죠. 노인의학의 매력을 느꼈어요. 알아야 하는 분야의 폭도 넓고 깊은 데다, 복지정책이나 보험제도 등 사회의 기능적인 내용까지 알아야 하니까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것이 진짜 내과 의사가 아닐까 생각했죠.(웃음)”
정 교수는 내과 전문의이자 생명과학 박사이기도 하다. 그가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 역시 노인의학과 관련한 목마름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공의 과정을 통해 노화와 노쇠, 근감소증에 대해 공부했는데, 아직까지 노쇠와 근감소증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나이 듦에 따른 이런 변화가 생물학적으로 어떤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궁금했죠. 또 영양 섭취나 운동 등으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모델 동물을 통한 생물학 연구에선 노인의학적 접근이 활발하지 않아 임상 의사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사람의 노쇠는 복합적 요인이 오랜 기간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단순화된 실험으로는 쉽게 답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노인의학 의사로서 노인의학 클리닉의 장점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혼잡한 종합병원에서 휠체어를 끌고 5~6개 진료과의 외래진료를 다니시던 분들이 통합된 한 곳에서 진료받으면 드시던 약을 정리할 수 있고 병원에서 고생하시던 시간과 진료비도 줄어듭니다. 몇몇 분들은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는 것이 직업처럼 되어버리거든요. 이런 분들은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줄면 무척 기뻐하세요. 많은 분들이 이런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86세대, 최초에는 ‘386세대’라 불렸던 이들은 잘 알려진 것처럼 30대의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생이었던 시대에 등장했다. 1990년대 새로운 담론이 요구되던 시기에. 6월 항쟁을 이끌었던 386세대의 등장은 사회 각계에서 ‘수혈’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386세대의 활약은 산업화를 거치며 우리 사회를 성장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밟고 서 있던 무대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최근 86세대의 위기가 표면화된 장소는 바로 그들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던 정치권이었다. 지난해 30대인 이준석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면서, 여권의 주류 세력이었던 ‘86그룹’이 다시 조명됐다. 젊은 야당의 당대표와 대비되는 기득권 그룹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86그룹의 용퇴론으로 이어지며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여권에서는 86그룹이 당의 주류가 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세대교체를 위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과, 당의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의 성장을 막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우리가 원한 것은 더 나은 세상이지 기득권이 아니다”라며 “동일 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86세대 용퇴론에 대한 화답으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86세대의 정치 일선에서 활약은 다음 총선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재계에서 ‘빠른 퇴장’ 요구받아
86세대는 6월 항쟁에서의 활약과 함께 투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으로도 인정받는다. 한국 경제가 IMF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한 동력의 핵심에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재계에서 이들의 그림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진을 젊은 임원들로 대폭 물갈이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인사 성향으로 평가받던 현대차까지 임원들의 평균 연령을 크게 낮췄다. X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86세대가 설 곳은 많이 남지 않았다.
4대 그룹의 한 인사는 “이미 일부에서는 1970년대 초반생들도 인사 때 눈치를 보는 시기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86세대의 퇴장은 이미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고 평가한다.
사회의 주류에서, 주요 무대에서 내려오기를 강요받고 있는 86세대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고도성장 속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모든 책임론을 끌어안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한국 사회 만악의 근원
언론을 통해 평가되는 86세대는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 선민의식, 과잉 정치화, 낙관적 진보주의 등의 특성을 가진 집단으로 묘사된다. 독재정권을 끝냈다는 승리감에 도취돼 자기 최면에 걸렸고, 이는 선민의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언론의 평가뿐만 아니라 86세대를 겨냥한 서적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86 세대유감’이나 ‘불평등의 세대’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의 86세대에 대한 평가 역시 냉정하다. 이들이 주류로 성장한 이면에는 ‘자신만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바탕이 됐고, 오히려 불공정함의 상징이 돼 ‘실패를 모르는 혜택을 입은 세대’가 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시민사회 운동은 86세대에 의해 일궈졌지만, 이 세대에 의해 문이 닫혔다는 평가도 찾아볼 수 있다.
86은 쉬웠지만 우리는 어렵다
젊은 세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에서의 86세대에 대한 기록은 더욱 처참하다.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와 이로 인한 저출산 문제에서 연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원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86세대가 노력하면 당연히 얻을 수 있었던 요소들, 연애·결혼·집·가족·노후 안정이 어느 순간 사치재가 되어버렸다”고 강변한다.
자신들에 대한 박한 평가를 86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86세대와 함께 활약했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유튜브 프로그램 ‘알릴레오’를 통해 “386 책임론은 다분히 보수 언론이 지어낸 프레임”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86세대가 물러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86그룹이 주류인 여당과 현 정부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386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은 그의 방송 말미에 386세대가 이런 책임론에 상처받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그는 “후세대가 알아주기를 기대하지 말자. 민주화의 역사 사회적인 운동,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에 대해, 그런 인생을 산 것이 괜찮았던 것 같다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세월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도 부모 세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공감하면서 마무리해도 괜찮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걱정되는데 말이다. 이에 아쉬운 대로 영상 통화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보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과 전조 증상에 대해 짚어봤다.
고혈압, 국내 고혈압 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노인이나 마른 체형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노인 혈압 조절 목표는 수축기혈압 140~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를 추천한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국내 고혈압 인구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할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다"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의 경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만큼 평상시 주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65세 이상 인구서 환자비율 2배 높아져
고혈압만큼 고령자가 주의해야 할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국내에서 6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족부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또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가 안경을 쓰는 것을 치료라고 말하지 않듯 당뇨병 역시 평생 관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부모님의 체중이 갑자기 빠진다거나 갈증을 심하고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져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골절 등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척추 압박골절로 키가 줄어든다거나, 허리가 점점 휘고,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에서 더 빨리, 많이 나타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우유나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과 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운동이 좋다.
한제호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모님들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하지 통증으로 보행 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디스크)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아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두용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곧 치유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부모님의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질환 초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릎 통증․붓기 지속하면 퇴행성관절염 의심
무릎 관절은 평지를 걸을 때 체중의 3~4배, 내리막길에선 체중의 5~6배의 무게를 지탱한다. 노화는 무릎 관절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무릎 관절을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의 충격 흡수 기능도 떨어진다. 또 관절액의 윤활 작용도 약화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다리가 맞닿는 내측 무릎에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양반다리 같은 자세에서 통증이 생기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한다. 휴식이나 수면 시 통증이 심해지고, 아주 심할 경우 일상적인 보행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노동영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살 부위 뻗치는 통증 1~2주 지속하면 고관절질환 의심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몸의 기둥 역할을 한다.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걷기만 해도 4배, 조깅은 5배, 계단 오르내리기는 8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고관절 질환은 반복적인 사용과 노화로 발생하는 일차성 고관절 골관절염이 대표적이다. 골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고,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샅이 시큰거리고,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거동까지 불가능해진다.
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샅(사타구니, 두 다리의 사이)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Exhibition
◇ 파올로 살바도르 개인전 : 새벽의 백일몽
일정 1월 29일까지 장소 일우스페이스
국제 미술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젊은 작가,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 31)의 개인전 ‘새벽의 백일몽’(Ensueos en el amanecer)은 국내에서 열린 첫 개인전이다.
파올로 살바도르는 페루 출신 작가다. 그는 잉카 제국의 모태였던 케추아(Quechua) 부족의 후예로, 역사적 자부심이 강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강력한 모국주의 정서는 그의 예술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됐다.
살바도르의 작품에는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호한 생명체가 자주 등장한다. 고대 페루의 종교에서 사람과 동물은 동등한 존재이며, 페루 신화에도 사람과 신성한 동물이 상생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살바도르의 작품에서도 사람과 동물은 주종 관계가 아니라, 머나먼 미지의 여행을 떠나는 동반자로 표현된다. 살바도르는 급격히 변모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페루의 토착성,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페루의 고대 신화와 설화에서 이미지를 끌어오되, 개인의 경험과 현대 사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화풍을 창안했다. 서구 르네상스와 표현주의 같은 미술사를 수용하면서도 페루 전통문화와 결합하는 조형 언어를 천착했다. 고립, 고독, 몽상을 주제로 삼으면서 느슨한 붓 터치와 청과 적의 자극적인 색채를 통해 우화적인 서사를 만들어냈다.
◇ 알렉스 카츠 개인전 : Flowers 꽃
일정 2월 5일까지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미국 출신 작가 알렉스 카츠(94)는 ‘세계 10대 화가’이자 ‘현대 초상회화 거장’으로 통한다. 이번 전시는 카츠의 작품 중에서도 꽃을 주제로 한 회화들을 특별히 조명한다. 이 꽃 시리즈는 이전에 소개된 적 없었던 작품들이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그린 것이기 때문.
카츠는 “나는 (이 시리즈를 통해) 팬데믹에 지친 세상을 어느 정도 격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까지 아우르며, 한 장르의 작품만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아시아에서의 첫 번째 전시로 의의를 더한다.
●Book
◇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이제경·일상이상)
100세 시대다. 이는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와 같이 20년 공부해 직장에서 30년 일하고 은퇴하는 ‘3단계 인생’(교육-일-은퇴)으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이에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은 책을 통해 ‘골드 인생 2.0’을 제시한다.
‘골드 인생 2.0’은 건강한 체력과 정신으로 노후에도 스스로 경제활동이나 취미를 즐기면서, 자신과 가족의 행복뿐만 아니라 지역과 글로벌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인의 사회책임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먼저, 이제경 원장은 80세까지 일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평생직장이 사라지므로 세 번은 은퇴하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비전문가에서 전문가로 변신하는 첫 번째 은퇴하기, 전문가에서 사업가로 대변혁하는 두 번째 은퇴하기, 사업가에서 사회봉사자의 길을 걷는 세 번째 은퇴하기를 추천한다.
비전문가에서 전문가로 변신해 근로소득 외에 업무 관련 기타소득도 얻고, 전문가에서 사업가로 대변혁해 사업소득 외에 금융과 부동산 등 자산소득도 얻고, 사업가에서 사회봉사자로 거듭나 사회가치 소득과 자산소득까지 얻으면 나뿐만 아니라 증손자까지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저자는 자신과 여러 부자들이 실천하고 있는 금융·부동산·미술품 투자 노하우, 합법적으로 세금 줄이는 방법 등도 소개했다. 또한 자신의 기대여명을 측정하고 ‘건강수명 늘리기’, ‘정신건강 챙기기’ 등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법, 가정과 사회에서 행복한 인간관계 만드는 방법도 담았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표재명·드림디자인)
키에르케고르 철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고(故) 표재명 교수. 그는 1978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교수로 1년간 현지에 머물면서 아름다운 이미지의 엽서를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냈다. 가족들이 그 엽서들을 모아 펴낸 책으로, 아버지의 마음이 담겼다.
◇라디오 탐심(김형호·틈새책방)
강원도에서 방송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30대 초반부터 라디오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책에는 라디오와 관련된 에피소드 27가지가 담겼다. 라디오가 탄생과 성장,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인간, 사회와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고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얘기한다.
◇이까짓, 탈모 : 노 프라블럼 (대멀(김준석)·봄름)
천만 탈모 시대. 탈모는 이제 청년과 중년의 연결고리가 됐다. 15년 차 대머리 영화배우이자, 탈모인 대나무숲 채널 ‘대멀’의 주인장인 저자. 그는 탈모 고충부터 웃픈 가발 경험담 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내 탈모인들에게 정보와 희망을 전달한다.
●Stage
◇엑스칼리버
일정 1월 29일 ~ 3월 13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권은아
출연 김준수, 김성규, 이지훈, 에녹, 강태을, 신영숙, 장은아, 민영기, 손준호, 김소향, 케이 등
국내 대형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서울에서 단 6주간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아더 역 김준수, 랜슬럿 역 이지훈, 에녹, 강태을, 모르가나 역 신영숙, 장은아, 멀린 역 민영기, 손준호, 기네비어 역 최서연, 울프스탄 역 이상준, 엑터 역 이종문, 홍경수가 다시 한번 무대를 빛낸다. 여기에 아더 역 김성규와 기네비어 역 김소향, 러블리즈 출신 케이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더한다. ‘엑스칼리버’는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평범한 소년 ‘아더’가 성인이 되고 왕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인간인 아더가 고난과 역경을 헤쳐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엑스칼리버’는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웃는 남자’, ‘마타하리’ 등 수많은 흥행작을 탄생시킨 EMK의 제작 노하우가 집약된 세 번째 오리지널 뮤지컬로 2019년 월드프리미어로 초연됐다.
◇라스트 세션
일정 1월 7일 ~ 3월 6일
장소 대학로 티오엠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의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이다. 오영수는 신구와 함께 프로이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이상윤과 전박찬은 루이스 역을 맡아 연기한다.
정신분석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나니아 연대기’ 작가이자 영문학자인 C. 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극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면서도 재치 있는 논변을 쏟아낸다.
◇그때도 오늘
일정 1월 8일~2월 20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이희준, 김설진, 이시언, 차용학, 오의식, 박은석 등
연극 ‘그때도 오늘’은 네 가지 장소와 네 가지 시간을 가지고 총 여덟 명의 배역이 등장하는 에피소드 형식의 공연이다. 1920년대 광복 전의 모습, 1940년대 제주도, 1980년대 부산, 2020년대 최전방 등 총 네 가지 배경이 나온다. ‘그때’를 지금 ‘현재’로 여기며, 각자의 눈에 비친 미래를 확신하는 인물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오의식, 박은석, 김설진은 2020년대의 은규, 1980년대의 주호, 1940년대의 사섭, 1920년대의 윤재 역의 남자1 배역을 맡는다. 이희준, 이시언, 차용학은 2020년대의 문석, 1980년대의 해동, 1940년대의 윤삼, 1920년대의 용진 역의 남자2 배역을 연기한다.
일반적으로 MZ의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5년생, Z세대는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다. MZ세대에 대한 분석과 견해는 넘쳐나는데 모두 남의 이야기였다. MZ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서, 정작 MZ세대의 이야기는 없었다. 1992년생 고광열은 그래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기성 언론의 기사, 연구기관 보고서, 국내외 논문, MZ세대를 다룬 책들까지. 자료를 끌어모은 뒤 주변 밀레니얼 친구, Z세대 동생을 붙잡고 물었다. “너네 정말 이렇게 생각해?”
회식은 싫다. 점심 회식도 예외가 아니다. 일의 마무리를 위해 퇴근 시간 후 30분~1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는 ‘무료봉사’로 여겨 질색한다. 먹고살기 위해 사회생활을 한다만 회사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의 나와 친구들 사이의 나는 엄연히 다름을 선포하고, 1년에 한 번뿐인 친구의 생일에 교통정리 경광봉이나 멜로디언 줄 같은 쓸데없는 것들을 선물한다. 주식, 가상화폐 코인 수익률을 신경 쓴다지만 저축만 고집하는 부류도 많다. 공유주택(셰어하우스)과 차량 구독 서비스는 소유하지 못해 고르는 차선책이다.
책 ‘MZ세대 트렌드 코드’의 서술 방식은 가차 없다. 그들이 회식을 좋아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고 단정 짓고, 회사의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너를 착취하겠다’와 동일하게 여기는 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럼에도 MZ세대 고광열은 MZ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MZ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기성세대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진출한 1990년대생이 경제력을 갖고, 근무 중인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일하는 요즘이다. 미우나 고우나 고객이요, 부하직원이며, 이 세상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요즘 것들 아닌가.
MZ, 왜 그렇게 생각해?
그는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워라밸(Work-life Balance)’, ‘현재 중심’, ‘거리두기’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은 1990년대생 사회 초년병이 늘어나면서 주목받았다. MZ세대에게는 회사보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 정시 퇴근이 당연하고, 회식은 개인 시간을 잡아먹는 숙적이며, 회사 사람들과는 필요에 의해 함께하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되기 싫어한다. 그의 회사생활 또한 이해 안 되는 것들투성이였다. 그 역시 잦은 회의와 회식, 기저에 깔린 과도한 집단주의가 불편했다.
다들 군말 없이 하던 일들이 왜 MZ세대에게만 불편 요소로 전락한 걸까. 그는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온라인의 발달로 인한 수평적 사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 활용이 자연스러운 MZ세대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기성세대와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나이와 경력이 주는 정보 권력 역시 희미해진 것이다. 농촌사회에서 연로자(年老者)를 원로(元老)로 우대한 이유 역시 축적된 정보와 경력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활용이 능숙한 ‘디지털 원주민’ 젊은 세대가 정보력 우위를 점하는 추세다.
수평적 사고를 가진 MZ세대는 회사와 단순히 돈과 능력을 주고받는 상호 계약 관계를 맺었다고 여긴다. 제공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 공정하므로 회사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느끼면 퇴사한다. 그 역시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기업이나 공단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40대나 50대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날아드는 질문은 가볍고 단순하다. 젊은 사람들이 정말 코인을 많이 하느냐, ‘쓸데없는 선물 주고받기’를 실제로 하느냐 같은 것들이다.
“궁금해하시는 것들은 대체로 기사에서 일반화하는 것들이에요. 20대 전부가 코인을 한다는 둥,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서 공유주택을 선호한다는 둥 설명하는 그런 글들이요.”
그가 MZ세대를 대표해 같은 세대를 설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도 여기에 있다. 신세대를 이해하려는 기성세대의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여겼다. “이상하다고 느낀 것들을 모아다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진짜 이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압도적이었어요. 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더라고요.”
MZ세대가 쓰는 같은 세대 이야기라 더 수월하리라 판단했다. 게다가 당시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 내용에도 마케팅 분야의 접근법이 녹아들었다. 마케팅은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해 그들이 원하는 걸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성세대가 MZ세대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 신입사원 MZ세대의 뇌 구조와 트렌드, 문화를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탄생했다.
지금, 나, 돌고 돌아 워라밸
현재에 집중하는 성향 역시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먹고살기 위해서 사회생활은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회사가 ‘이 정도는 해주겠지’ 하는 기대도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기성세대가 보기에 영 쓸데없는 것에 흥청망청 돈을 쓰기도 한다.
“1990년대생이 현재만을 생각한다고 비난해서는 안 돼요. 청년들의 성향은 보통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거든요.” 성장사회는 겪어본 적도 없고, 사회 전반적으로 기회가 적다 못해 없는 수준. 기회의 부재는 포기로 이어진다. 소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구도에서 1990년대생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향이 개인주의로 발현하는 흐름 역시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그는 못 박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생 75.2%가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고 답했다. 63.1%가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불호나 거절 표현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만큼 존중받기를 원할 뿐이다.
돌고 돌아 워라밸이다. 영화 취향이 다른 애인에게도 함께 보길 강요하지 않고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택한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집단주의와 단체생활을 상대적으로 꺼린다. ‘모두 다 함께’를 강조하는 집단에서는 소외되거나 희생되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며 불가피한 비효율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회사보다 자신의 삶을 챙기는 자세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세 가지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요. 모두에게 맞아떨어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하나씩 떼어서 너도 이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다 그렇다고 대답할걸요?”
각 세대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책에서도, 연단에 서서도 이 점을 꼭 짚고 넘어간다. ‘요즘 애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정도로 그냥 받아들이기를 추천하는 그의 조언은 퍽 현실적이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MZ세대에게 일을 맡길 땐 이직 시 경력 증명에 도움 될 것이라고 설명해야 효과적이고, 맥락 없고 선을 넘나드는 B급 감성 유머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재 개그’를 남발하거나 선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식이다. 일반화는 금물이니 그의 조언이 불문율도 아니다. 까다롭고 별나지만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참고했던 자료 중 MZ세대를 ‘바람직한 몬스터’에 빗댄 분석이 기억에 남아요. 진화심리학 용어로, 과거와 전혀 다른 특질을 갖지만 결국 사회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개체를 뜻하죠. 별나지만 결국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낼 세대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이혼 건수는 3만8446건으로 전체 이혼 가운데 34.7%를 차지했다.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황혼이혼인 셈이다. 이혼 연령도 높아졌다. 남성의 평균 이혼 연령은 1990년 36.8세에서 지난해 48.7세로 올라갔고, 여성도 32.7세에서 45.3세로 높아졌다.
이처럼 늦은 나이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가 많아지는 데에 전문가들은 기대 수명이 80대가 넘는 장수 시대가 한몫했다고 말한다. 현재 50~60대에겐 ‘늙어서 이혼해 뭐하나’보다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인생 20~30년이 있다’라는 논리가 더 통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여생이라도 편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황혼이혼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 역시 황혼이혼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혼자 살아갈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여성 또는 이혼을 치부처럼 여겼던 사람들이 많아 불행한 결혼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이 약해짐과 동시에 이혼의 이미지가 개선되어 이혼을 자연스러운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조가 형성됐다.
젊은 세대의 결혼율 감소, 고령화와 맞물려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황혼 이혼 비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실제로 과거에 비해 이혼 상담을 의뢰하는 황혼부부가 훨씬 많아진 추세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부부로 지내온 만큼 서로 합의에 따른 협의이혼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이혼 여부 자체나 재산분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판상 이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재판상 이혼은 조정 이혼 절차와 이혼소송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유책 배우자 위자료 청구, 제소 기간 잘 따져야
재판상 이혼은 부부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이혼을 반대할 때에도 법률상 이혼 사유가 인정된다면 이혼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혼인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유책 배우자에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유책 배우자 여부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다만 설령 상대방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유책 사유가 발생한 시점이 지나치게 오래전이라면 이혼 청구가 불가능할 수 있어 이혼사유별 제소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외도를 사유로 이혼소송을 할 때에는 외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또는 외도가 있던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용서를 한 부정행위를 근거로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재산분할’이 주요 쟁점... ‘기여도’ 중요해
사실 황혼이혼을 다루는 재판상 이혼에서는 유책 배우자의 위자료보다는 부부의 공동재산을 나누는 재산분할이 가장 큰 쟁점 된다. 한 변호사는 “위자료의 경우 아무리 명백한 유책 사유가 있어도 액수가 크지 않다”라며 “황혼의 재산분할은 길었던 혼인 기간만큼 함께 축적해온 재산도 많아 액수도 크고 분쟁의 소지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재산분할은 유책 사유보다는 혼인 기간 동안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증가시키는데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재산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한데, 기여도는 외부 경제활동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즉, 전업주부라고 해도 가사 노동과 육아에 기여한 바가 인정되므로 50%에 가까운 재산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혼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혼인 기간 가운데 공동으로 쌓은 재산에 한한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또는 혼인 전부터 갖고 있던 특유재산의 경우는 재산분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재산을 유지하고 증식하는 데 배우자가 기여한 바가 있으면 기여도만큼의 분할 요구를 할 수는 있다.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현금,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연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이 포함된다. 다만 일반 자산 외에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채무 역시 재산분할에 포함되니 주의해야 한다.
아직 수령하기 전인 배우자의 퇴직금이나 연금에 대해서도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 분할연금은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수급연령이 됐을 때 받는 국민연금)을 나눠 받도록 한 연금제도다. 분할연금을 수령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과 이혼한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산 명의가 공동명의가 아닌 일방 배우자로만 되어 있다면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 처분이나 은닉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한 변호사는 “부부관계가 틀어진 후에 배우자에게 공동명의를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부부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이혼의 조짐이 보인다면 상대방 명의로 된 재산의 가압류 또는 가처분 신청을 미리 해 두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등산은 시니어의 대표적인 취미 중 하나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먼 거리에 있는 높은 산 대신 근교의 낮은 산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또한 헬스장과 같은 실내 체육시설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산의 헬스장을 이용하고 있다. 이른바 산스장(산+헬스장) 문화가 꽃피고 있다. 중년들 사이에서 삶의 활력소로 불리는 산스장의 매력에 대해 살펴본다.
산스장은 산에 있는 헬스장을 뜻한다. 정확히 말하면 산 정상 및 중턱에 있는 공용 운동시설이다. 산스장에는 공중걷기, 파도타기 등 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야외 운동기구와 더불어 일반적인 헬스장에서 볼 수 있는 벤치 프레스 등 여러 가지 운동기구가 있다. 헬스장 영업 중지와 더불어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른바 ‘산스장’이란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다. 산의 곳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등산과 더불어 헬스를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산스장의 장점 중 하나는 지리적 접근성이다. 일반적으로 산스장은 해발이 낮고 접근성이 높은 도심권 내의 산에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남산의 장충체육회 건물 옆 산스장은 도보 10분 내외에 버스 정류장이 있으며, 가까운 지하철역은 도보 20분 내외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근거리의 도심에서 운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야외 운동기구 시설은 현재 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1일 1회 소독과 소독제 비치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곳을 안전한 체육활동 장소로 여기고 있었다. 산스장에 가려면 등산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등산을 일상의 탈출구이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행위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등산 선호 이유로 안전성을 꼽은 이들이 61.5%에 달했다. 10년째 산스장을 이용 중이라는 60대 시니어 김명숙(가명, 이하 모두 가명) 씨는 “코로나19 이후 헬스장과 같은 실내 체육시설은 사람의 접촉도 신경 쓰이고 밀폐된 곳이라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데, 산은 거리두기가 가능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니어의 산스장 라이프
산스장은 이전부터 시니어의 주 무대였다. 실제로 서울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0·60대 시민의 50~70%는 공원 및 산의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동작구 국사봉 산스장 인근에 사는 70대 주민 이숙희 씨는 “지금처럼 야외 운동기구가 잘 갖춰지기 훨씬 전부터 다녔다”고 말하며 “코로나19 이후 여행도 못 가고, 실내 생활이 길어진 탓에 갑갑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더욱 자주 들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산스장을 즐기는 시니어의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첫 번째 유형은 운동보다 산책에 목적이 있었다. 운동복 차림이 아닌 가벼운 나들이 차림을 하고 가족 단위로 산스장을 방문했다. 10대 자녀와 함께 산 정상에 처음 올라온 50대 유영자 씨는 “동네 뒷산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 경사가 가파른 탓에 올라오느라 힘들었지만 비교적 시간은 짧게 걸렸다. 정상에 이런 운동시설이 있어서 놀랐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두 번째 유형은 오롯이 등산만 즐기는 이들이다. 산의 정상에 있는 산스장에는 알록달록한 등산복과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등산스틱까지 챙겨온 이들도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지리산 등 해발이 높은 산에 자주 올랐다는 시니어 김명수 씨는 “코로나19와 더불어 관절 등 건강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장거리에 있는 높은 산 대신 동네의 뒷산을 찾고 있다”라고 말하며 “안전사고도 대비하고 등산하는 기분을 내고 싶어서 등산스틱을 챙겨왔다”라고 밝혔다.
세 번째 유형은 자연 감상과 함께 운동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다.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헬스장과 같은 실내 체육시설보다는 신선한 공기도 마실 수 있고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되는 산스장을 선호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산스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시니어 심영수 씨는 “헬스장보다 운동기구는 적지만, 신선한 공기와 사시사철 변하는 산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하며 “올라오는 코스가 다양해서 컨디션에 따라 등산 코스를 조절할 수 있고, 헬스장처럼 영업시간 제한이 있지 않아서, 언제든 올 수 있어 좋다”라고 설명했다.
이 유형의 특징은 혼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산스장 내에서 시니어들끼리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동호회처럼 회비를 걷거나 시간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아침, 점심, 저녁 중 겹치는 시간대끼리 자연스럽게 그룹을 형성하고 있었다. 동년배들답게 관심사가 비슷해서 쉽게 곧잘 어울렸다. 운동 중 쉬는 시간에는 장기를 두거나, 병원 및 염색약 등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했다. 또한 기구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알려주는 이들도 있었다.
강도와 빈도 조절
산스장은 심리적 개선 효과도 있지만, 시니어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규칙적인 운동을 방해하는 요소로 부상 우려, 운동 지식 부족, 건강 상실과 질병, 운동 동기 부족, 시간·기회 부족, 그리고 경제 여건을 꼽았다. 운동의 긍정적 기능을 알고 있어도 기회가 부족하거나 경제적 제약이 발생한다면 지속적인 수행이 어렵다. 하지만 산스장은 시·공간적 제약이 없고, 경제적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만 있다면 노인에게 좋은 운동 장소다.
양상훈 세한대학교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교수는 “야외 운동기구는 악력을 사용해야 하므로 노인의 근력을 늘리는 데 효과적인 운동기구다. 다만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장시간 이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기구 자체가 하중을 조정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운동 강도와 빈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용관·원영신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 연구팀은 야외 운동기구의 건강 증진 기능을 증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1.5시간의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씩 총 6주간 참여한 노인들의 체력 및 신체 기능이 증진되었으며,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지표가 개선되는 등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 암의 발병과 관련 있는 염증 물질 케메린(Chemerin)의 혈중 농도도 낮아졌다. 전 교수는 “자신의 체력 상태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한 번에 30분 정도 운동을 주 5일 진행해도 동일한 운동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운동에 처음 참여하는 노인의 경우 하루 20분 미만으로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운동을 통한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전사고 예방하려면
아무리 운동 효과가 좋다고 할지라도 안전사고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전국 공공체육시설 현황’에 따르면 설치된 야외 운동기구는 약 13만 개에 달한다. 매년 6000대 이상 설치하지만, 제품 안정성이 일부 미흡해 손가락·목·발 등 신체 끼임, 미끄러짐 등의 안전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했다. 햇빛·눈·비 등에 노출되고 제품 노후화로 인한 사고 우려도 지적되어, 제품 안전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매년 50~70건의 야외 운동기구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연령별로 나누면 ‘10대 이하 및 60대 이상’의 연령층이 대다수(94.3%)를 차지한다. 사고 원인은 ‘부딪힘’(41.5%)이 가장 많았고, 이어 ‘미끄러짐·넘어짐’(28.3%), ‘눌림·끼임’(15.1%), ‘추락’(13.2%)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71세 남자 노인이 산에 설치된 1m 높이의 운동기구에서 뒤로 추락해 후두부에 찰과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 7월부터 관련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야외 운동기구가 안전 확인 품목으로 지정됐다. 국가통합인증마크가 부착된 제품만 시장에 출시되면서 안전사고 예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산스장에 오를 때 낙상사고도 조심해야 한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처리한 산악 구조 출동은 총 1397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특히 지난 3월 기준 50·60대는 전체 구조 인원의 47.7%를 차지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고령자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무리하거나 혼자 산행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푼 후에 올라가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질병에 걸리기 쉽다. 시니어들이 많이 앓는 류머티즘 관절염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흔히 자가면역질환이라 부르는데, 종류가 다양하며 치료가 어려워서 난치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을 만나, 자가면역질환의 특징과 치료에 대한 한의학적 관점을 들어봤다.
한의학에서 면역(免疫)은 역병을 면할 수 있는 저항력을 일컫는데, 건강한 면역을 위해서는 자연의 이치를 알 필요가 있다.
“건강한 면역력은 에너지 순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신체의 원리는 우주와 같다. 우주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로 돌아간다. 즉 태양의 뜨거운 기운(火)은 땅으로 내려오고, 땅의 수증기(水)는 반대로 하늘로 올라가서 비를 뿌리고, 이를 통해 만물이 자라난다. 예를 들어 인체에서 심장은 ‘화’의 기운을 가지며, 신장은 ‘수’의 기운을 갖는다. 심장을 통한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신장을 통해 호르몬의 균형이 잘 이루어지면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을 막는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고, 호르몬이 불균형하지 않게 해야 한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어떤 식으로 정의하고 있을까?
“한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피의 관점에서 본다. 혈액은 몸을 순환하면서 독소를 배출하고 영양을 공급하는데, 자가면역질환은 순환장애로 인해 나쁜 피가 발생했을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체내 순환을 막는 지방이 증가하면 피가 탁해지고, 호르몬이 부족하면 피가 걸쭉해진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피가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 이러한 혈액을 어혈(瘀血)이라 부른다. 우리 몸은 면역을 통해 외부의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기능에 고장이 나면 어혈을 적으로 착각하고 공격하며 염증을 유발한다. 어혈이 특정한 관절의 활막에 붙어서 일어나는 병을 류머티즘 관절염이라 부르며,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달라붙는 부위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양생(養生)을 위하여
한방에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접근 방식이 양방과 다르다.
“양방과 한방은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흔히 양방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과잉 면역 반응으로 정의하고, 염증을 발견하고 그 통증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치료의 중심을 증상으로 보고 진통제나 억제제를 통해 완화하고자 한다. 이와 다르게 한방은 몸에 중심을 둔다. 증상이 나오는 이유는 피의 순환과 밀접하므로, 순환장애가 생기는 원인을 소화 기능, 심폐 기능, 비뇨 기능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알맞은 요법을 통해서 치료한다. 궁극적으로는 탁해진 피를 맑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은 중년 여성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류머티즘 환자의 80%가 40대에서 70대 사이의 여성이다.
“중년 여성은 갱년기를 지나면서 호르몬의 변화가 찾아온다. 더불어 여성은 매월 생리를 하는 만큼 혈액의 변화가 왕성하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류머티즘 관절염은 피가 탁해져서 발생하는 질병이므로 피를 맑게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봉독 약침과 건칠단을 활용한다. 봉독 약침은 꿀벌에서 채취한 벌의 독을 정제하여 주사기로 혈 자리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벌의 독에는 아파민, 멜리틴 등 염증을 완화하고 피를 맑게 하는 성분이 있다. 건칠단은 마른 옻나무인 건칠을 활용한 약인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우르시올을 제거한다. 모두 피를 맑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끝으로 생활 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의학에서는 면역력 강화를 위한 양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생이란 생명력을 강화하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실제로 건강의 75%는 생활 습관 개선에 달렸다. 다만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게 좋다.
무조건 운동이 좋다고 해서 과하게 할 필요는 없다. 때에 따라서는 과한 운동이 염증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피를 맑게 하는 데는 생수가 효과적인데, 소화 기능이 안 좋다면 찬 생수는 추천하지 않는다. 늦게 자더라도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생의 비결은 알맞은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 있다.”
유형별 면역력 올리는 습관
소화 기능_소화가 안 되는 사람은 손발이 차고 늘 피곤하다. 이런 경우엔 엔진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고급 휘발유를 조금씩 자주 넣는 게 좋다. 밀가루 음식과 찬 음료는 멀리해야 한다. 과식이나 급하게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차라리 낫다.
순환 기능_순환 기능이 떨어지면 물만 먹어도 붓고, 몸이 늘 무겁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푸석푸석함을 느낀다. 이런 경우엔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 탄수화물 과잉은 지방으로 축적된다. 지방은 혈액순환을 막는다. 대신 두부, 콩, 생선, 토마토, 오이 등을 섭취하면 좋다.
비뇨 기능_비뇨 기능이 떨어지면 뒷골이 자주 당기고, 입이 자주 마르며, 충혈이 자주 생긴다. 이 경우엔 음식보다 수면이 중요하다. 호르몬이 잘 생성되는 황금 시간대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인데, 이때 자는 것을 권한다. 하체 운동을 하면 호르몬 분비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