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해 느리게 살고 있는데 웬 청산도까지 가냐는 친구를 설득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곳’ 해남으로 달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우리나라의 남쪽 기점을 해남현으로 잡고 있다. 그리고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해남 땅 끝에서 서울까지 천 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이천 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고 했다.
천 리를 달려왔으니 시장기가 만만치 않았다. 입이 짧아 늘 음식 선택에 불만을 표시하는 친구의 입을 닫게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뒤에서 갈구어대야 자신의 존재감이 확인된다고 믿는 그의 특징은, 얄밉게도 절대 자신이 식당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해남매일시장의 상인들에게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은 낙원식당. 노부부가 의논해가며 당일의 식단을 짜는데, 대표 음식은 간장게장이다. 반찬 하나하나를 설명하면서 손님들과 소통하는 부부의 모습이 정겨웠다. 소박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치 않은 백반의 반찬들에 홀딱 반한 불평쟁이는 일행의 동의도 없이 다음 날의 간장게장까지 미리 예약을 했다. 식사 후, 시간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완도의 야경은 멀리서 점멸하는 어선의 불빛들이 배경을 이루면서 입체감을 더했고, 한낮에 어수선했던 밤 부두에는 희미한 백열전구들이 말라가는 생선들을 지키고 있었다.
주막의 바다 감상
청산도는 해남에서 배로 들어간다. 청산도행 배에 차량을 싣고 승선할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차량 운전자와 다른 승객들이 분리되어 매표하고 승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줄어든 지금, 은퇴자의 조용한 평일 여행이 오히려 청산도의 잔잔함과 잘 어울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배에 올랐다.
청산도는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1993년)의 촬영지다. 푸른 산 푸른 바다 황톳길이 어우러진 곳에서, 소리꾼과 의붓딸 송화가 진도아리랑에 맞춰 어깨춤을 추면서 5분 30초짜리 롱 테이크 장면을 연출했다.
이런 ‘느림의 쉼터’인 청산도에는 차가 별로 없다. 차가 필요하지 않아서다. 차로 다니면 이 풍경과 바람, 소리들을 가슴과 귀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촬영지에서 신흥리로 내려가 돌담마을을 걷다가 다시 아리랑을 부르며 몽돌해변으로 넘어가려면 목젖을 적시고 가야 한다. 촬영지에 있는 주막에서 바다를 감상하며 청산도 전통막걸리에 꽃파래해물전을 곁들이면 금세 불콰해지지만 오르는 취기는 바닷바람이 부드럽게 달래준다. 약간 신맛이 나는 막걸리도 산뜻하게 깨서 이후 일정에 방해를 주지 않는다.
길옆에 초분이 보였다. 시신을 이엉으로 덮어두었다가 2~3년 후 뼈를 골라 땅에 묻는 일종의 풀무덤이다. 고기잡이 나간 사이 부모가 죽으면 바로 돌아와 장례를 치를 수 없었기에 어촌에서 생긴 일종의 이중 장례 풍습이라니, 고단했을 어촌의 삶이 와 닿는다.
최고의 전망, 범바위
초분을 지나 청산도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범바위 전망대를 찾았다. 먼 옛날, 신선에게서 십장생에 들어갈 동물들을 소집하라는 명을 받은 범이 자신이 그 명단에 없다는 사실에 삐쳐서 사슴을 죽였다. 그래서 신선의 노여움을 샀고, 그 범이 바위로 변한 곳이 바로 범바위다. 자연 상태에서 음이온이 가장 많이 방출된다는 이곳의 이름은 범(호랑이)+유(有)+다(多)라고 한다. 그 이름을 붙인 그 노력이 참 가상하다. 이곳 범바위 부근에는 자철석이 많아 자력 작용이 활발해 실제로 나침반들이 엉뚱한 곳을 가리킨다. 그야말로 ‘자기장을 뿜어내는 신비의 섬 청산도’인데 근육의 적절한 이완과 수축을 유도하고 뇌의 특정 회로를 제어해 행복한 마음이 들도록 만든단다.
나이가 들면서 일출보다 일몰을 즐기게 되었다. 일출은 새벽에 움직이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몇 번 보니 감흥도 덜하다. 그런데 일몰은 아무 때나 친숙하게 볼 수 있지만 찬찬히 느끼면서 본 지는 오래되었다. 그래서 '노을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유명한 청송해변을 찾았다. 해변 옆에 같이 앉았던 젊은이들은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마자 사진 몇 장을 찍고 자리를 떴다. 안 보이던 해가 수평선 너머에서 나오는 일출보다 덜 반갑고 그래서 감탄사도 안 나온단다. 역시 젊은이다웠다. 노을은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햇볕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이다. 광학적인 원리가 똑같기 때문에 사진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출은 빛이 뻗어 나오는 형상인 반면 일몰은 빛이 수렴되는 형상이라 부드러운 느낌이란다. 그래서일까. 일몰은 일출 못지않게 빨갛지만 뜨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일출은 해가 커다랗게 보이다가 작아지지만 계속 하늘 위에 떠 있다. 그러나 일몰은 그야말로 그냥 '꼴까닥' 넘어간다. 참 빠르게 사라진다. 우리네가 가는 순간도 마찬가지이리라. 꽃도 사람도 해가 질 때처럼만 곱게 가면 좋겠다.
‘느리게 걷기’는 느긋하게 걸으며 상념을 떨치거나 일념에 빠져드는 행위다. 하지만 그 행위조차 개의치 않는 게 걷기의 궁극적 경지라고 한다. 그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청산도 바닷가를 느리게 걸으면서 그렇게 ‘코로나 갑갑 생활’을 잠시 잊었다.
여름이 물러나면서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게 된다. 지루했던 장마 이후 맞는 상쾌한 가을의 정취가 반가워 자칫 소홀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환절기 건강이다. 변덕스런 날씨가 반복되는 가을 환절기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시니어들은 호흡기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큰 일교차와 건조해진 환경으로 기관지 점막이 마르면 호흡기 기능이 악화되고 체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천식 등 각종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늦여름과 초가을 시기에 기침이나 가래, 콧물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환절기가 되면 으레 찾아오는 미세먼지나 황사도 문제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기침과 재채기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또 기관지를 자극하면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는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증가시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도 크게 높인다.
결국 기관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가을,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관지를 튼튼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염증 발생을 줄이며 피를 맑게 해주는 음식이 제격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는 도라지, 오미자, 미나리 등이 있다.
먼저 도라지는 한방에서 폐, 기관지 질환을 치료하는 약재로 널리 쓰일 정도로 폐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데 제격이다. 폐뿐만 아니라 기도를 편안히 해주고 외부 자극으로 인한 기침이나 가래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해주고 열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폐, 기관지 등 호흡기의 열을 내려 촉촉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좋다. 도라지와 미나리는 양념에 무쳐서 먹기도 하고 각종 요리의 재료로 쓰이는 등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 제철을 맞은 오미자도 성질이 따뜻해 기침과 헐떡거림을 멈추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오미자 추출물을 동물에게 정맥 주사하면 기침을 억제하고 호흡을 촉진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오미자는 대개 차로 마시는데, 500㎖ 물에 오미자 10~15g을 넣어 충분히 우러날 때까지 은근하게 달이면 된다.
잦은 기침과 재채기는 기관지를 손상시킬뿐더러 척추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침과 재채기를 하면 복부의 압력이 상승하고 몸 앞과 뒤로 반동이 빠르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순간적으로 척추에 큰 부담을 주는데 허리가 약한 시니어의 경우 근육 수축과 인대 긴장으로 인해 허리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별것 아닌 듯 보여도 기침은 요통을 발생시키는 주 요인 중 하나다. 심하면 척추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제자리를 벗어나는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기침과 재채기는 자연스러운 면역 반응인 만큼 참기가 어렵다. 억지로 참으면 오히려 복부의 압력이 더 크게 척추에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기침과 재채기를 막으려 애쓰기보다는 입을 크게 벌려 시원하게 하는 편이 낫다.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척추를 보호하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 먼저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올 때 배에 힘을 주고 무릎을 약간 굽혀주면 척추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앉은 상태에서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올 경우에는 양손으로 무릎을 잡는 것이 좋다. 주변에 벽이나 가구 등 의지할 수 있는 사물이 있다면 손으로 단단히 짚어 목과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게 한다.
특히 시니어의 경우 노화로 의한 골다공증이 많이 나타나는데, 골밀도가 낮은 골다공증 환자들은 기침이나 재채기만으로도 척추 뼈가 주저앉거나 찌그러지는 ‘척추압박골절’이 생길 수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등에도 심한 통증을 유발하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면역력을 높이고 기침과 재채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을 시행한다. 대표적인 게 침과 뜸이다. 이 치료법은 기혈 순환 및 경혈 흐름을 촉진하고 체내 노폐물의 배출을 도와 면역력을 상승시킨다. 또 뼈와 신경 재생 및 강화를 촉진하고 기력 회복에 좋은 청파전, 연골보강환 등 한약을 복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몸도 큰 변화를 맞이한다. 이에 잘 적응하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걷기, 맨손체조 등 꾸준히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하루에 6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몇 년 전부터 나만의 북큐레이션으로 무장하고 독자와 호흡하는 소소한 이벤트로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던 동네 책방을 되살려내고 있는 책방지기들이 등장했다. 이곳 동네 책방 한쪽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조용히 책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가슴속 묻어뒀던 작은 행복 하나가 ‘똑똑’ 심장을 두드리며 응답한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행복한 삶’이 좋다. 오늘 당장 떠날 것, 가까운 동네 책방으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 가입된 독립서점들을 살피다 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이름이 있다. 마치 “저를 찾아와주세요…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드는 것처럼 시선을 붙잡아 맨 곳. 바로 ‘날일달월’이다.
일단 인터넷에서 ‘날일달월’ 웹사이트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찾아봤다. 색다르다. 비건식당? 아니, 책방에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을 판다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에는 컬러풀한 채소들로 가지런히 상차림한 사진이 올라와 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번 호에 소개할 동네 책방으로 선택했다.
‘날일달월’은 2호선 강변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강변역에는 동서울터미널이 있어 늘 사람이 북적이고 어수선한 곳이다. 이런 번잡스런 곳에 독립서점이라니? 의아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동네 책방이 산골에도 생기고 우리 동네 구석탱이에도 있는데 터미널이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날일달월’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열심히 채소를 씻던 분이 반겨준다. 먼저 점심 메뉴로 미역콩국수진지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았다.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라 불리는 이효재 씨와 언뜻 인상이 비슷하다.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광목 앞치마를 둘렀다. 한눈에 봐도 대표인 듯 보였다.
창가를 제외한 벽면에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다. 찬찬히 살펴보니 출판사별로 칸이 나뉘어 있다. 서가를 살펴보다 음식 준비에 바쁜 주방으로 다가가 물었다. “혹시 이곳 대표님이신가요?” 그러자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제가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답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이렇게 해서 여희숙 대표와 날일달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생채식 식당과 작은 책방의 조합
‘날일달월’은 2018년에 문을 열었다. 비영리법인인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를 맡고 있는 여희숙 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생채식 식당이자 작은 책방이다. 여 대표는 교사 생활과 독서시민운동 등을 하며 평생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오래전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2017년경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 독립을 하고 은퇴한 남편과 덩그러니 넓은 아파트에 살면서 큰 공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즈음 건강이 안 좋아진 남편 덕(?)에 먹거리도 완전히 바꾸게 됐다. 이래저래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할 때 거추장스럽기만 한 대형 아파트를 호기롭게(?) 팔고 두 부부가 살기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로 옮겼다. 그리고 집 앞의 빌딩 3층을 임차해 책방 공사를 시작했다.
나만의 공간인 동네 책방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나니 전국 각지의 ‘도서관친구들’ 회원 성원이 하늘을 뚫을 듯했다. 이왕이면 전국 곳곳에 그물망처럼 뻗어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친환경 농산물이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식재료를 소개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사실 전국에서 도서관 서포터즈를 하는 이들의 경우 귀농을 해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거나 여러 가지 먹거리 관련 일을 하는 이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공유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희숙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책’과 ‘가장 필요한 생채식 먹거리’가 조합된 ‘날일달월’이 탄생했다. 책방에 식당?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날일달월에 들어서면 오묘한 조합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흔히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확’ 풍기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놀라게 된다. 여 대표는 생채식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채식이라 지지고 볶을 일이 없어요.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아서 책을 읽거나 고를 때 거슬리는 게 전혀 없습니다. 채식동호회나 환우회 카페 등을 통해 알고 방문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오히려 이분들은 ‘채식 전문식당인 줄 알고 왔는데 책방이네?’ 하며 놀라고 가요.”
낭독모임, 희곡 대본 읽기 등 프로그램 다양
여희숙 대표는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꾸리고 진행해왔던 터라 작은 책방을 열고 나서도 꾸준히 모임을 이끌고 있다. 현재 4팀의 독서모임을 이곳에서 하고 있는데 성격도 다채롭다. 주로 시니어들이 함께하는 월요일의 독서모임은 낭독모임이다. 얼마 전 1년간 이어진 ‘열하일기’ 낭독이 끝나고 현재는 ‘돈키호테’를 낭독 중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새롭게 등장한 모임도 있다. ‘연극배우와 함께 희곡 대본 읽기’다. 연극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힘들어진 연기자들을 조금이나마 지원하고 싶어 ‘좋은 희곡 읽기 모임’ 대표인 장용철 연기자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희곡 대본을 함께 읽으며 연기의 맛을 조금 맛봤다. 이후 6주 코스로 ‘햄릿’을 낭독했고 현재는 ‘오이디푸스’를 함께 읽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도 2팀이나 있다. 22년간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한 여희숙 대표는 어린 시절의 독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과의 모임은 아무리 피곤하고 힘이 들어도 이끌어나가고 있다. “어느 날은 오전 오후 꽉 찬 독서모임을 하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때가 많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밖에 ‘그림책 따라 그리기 100일 프로젝트’도 있다. 그림책 한 권을 정해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모임이다. 최근에는 안승준, 홍나리 작가의 ‘어느 날 우리는’을 따라 그렸다. 이 책에는 고양이와 사자, 돌고래 등의 동물들이 등장하며 그림책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노래와 함께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의 호응이 특히 높다.
또 백승우 감독이 진행하는 금요시네마는 2018년 8월부터 꾸준하게 진행해왔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둘째 주 금요일 백 감독이 큐레이션한 작품을 함께 보며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날일달월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한편 8월부터 11월까지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금요일, 달이 뜨면 심야책방으로!’ 이벤트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단법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함께하는 ‘심야책방 2020’은 서울 지역에서 ‘날일달월’을 포함, 15곳의 동네 책방이 참여한다.
‘날마다 달마다 좋은 책과 음식을 먹으면 밝아진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는 ‘날일달월’. 이곳에서 금요일 둥근 달이 뜨면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조용히 책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심야먹방 아닌 심야책방을 꿈꾸며.
Mini Interview ‘날일달월’ 여희숙 대표
여희숙 대표는 출판계와 교육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마산과 하동, 광양, 포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22년을 근무했다. 교사 시절 교실마다 작은 학급 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선생님’으로 소문이 날 만큼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생활화를 몸에 익히게 했다.
교사 일을 천직으로 알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던 여 대표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포스코를 다니던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였다. 천직을 포기할 수 없어 주말 부부로 살기를 3년. 결국엔 사직서를 쓰고 남편과 합류하면서 서울 광진구에 정착했다. 낯선 서울 생활은 오로지 동네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으로 버텨냈다.
독서시민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 역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여희숙 씨를 사서가 눈여겨보고 도움을 요청하면서였다고. 이후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서관친구들’ 활동을 시작해 현재 전국 회원 1만2000명에 달하는 비영리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도서관친구들’은 보령, 정읍, 남원, 광주, 진주, 울산, 창녕 우포, 부산, 제주, 부천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활동했으니 16년의 세월이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독서시민운동가로 활동한 여 대표는 KBS, EBS, 교통방송 등을 통해 아이들의 독서와 토론 지도를 위한 학부모 강좌를 진행하거나 패널로 출연, 독서 토론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펴낸 책으로는 2001년 ‘1년을 쓰고 50년을 간직할 독서노트’를 시작으로 ‘책 읽는 교실’, ‘토론하는 교실’,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아이는 도서관에서 자란다’ 등이 있다.
‘날일달월’ 서울 광진구 구의강변로 57 서림빌딩 3층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인과의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차박’이 새로운 휴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차박은 자동차와 숙박을 합친 말로, 차 안에서 즐기는 캠핑을 의미한다. 차에서 숙식을 해결해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라도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필요한 법. 차박은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여행 전 챙겨야 할 사항은 무엇이고,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 명소는 어디일까. 이번 휴가철 차박에 도전해볼 캠핑 초보를 위해, 10년 넘게 오토캠핑을 다녔으며 현재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을 운영 중인 ‘둥이아빠’에게 몇 가지 조언을 구했다.
Q. 차박 시 챙겨야 할 준비물은?
여행을 목적으로 한 순수 차박일 경우 주변 관광지나 맛집을 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차박 캠핑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캠핑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타프(캠핑 시 그늘막 또는 지붕 역할을 하는 도구)나 도킹텐트를 챙겨야 하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코펠, 버너도 필요하다. 잠을 잘 수 있는 매트와 이불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타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캠핑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Q. 차박 초보에게 권할 노하우나 팁이 있다면?
차박 초보라면 아무래도 차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차박을 하기보다는 ‘차크닉’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차크닉은 차박보다 좀 더 가벼운 개념으로 차를 이용해 즐기는 피크닉을 말합니다. 화장실이나 샤워장 등 시설이 갖춰졌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오토 캠핑장이나 가까운 공원에서 즐길 수 있다.
Q. 중급자와 고수가 됐다면?
어느 정도 차박에 적응해 시설을 갖춘 중급자가 됐다면 인기 있는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오토캠핑장이 아닌 노지에서 차박을 할 경우 무료로 운영되다 보니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 이럴 땐 최소한 생리현상을 해결 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 장소를 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고수는 웬만한 장비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간이 화장실이나 파워뱅크 같은 전기시설도 갖춰야 한다. 모든 게 준비됐다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나도 괜찮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장소는 사륜구동 차량으로만 갈 수 있는 노지일 확률이 높다. 인적 드문 곳을 찾는 게 쉽지는 않겠으나, 인공위성 지도로 알아보는 법도 있다.
Q.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명소는?
충북 충주 목계솔밭을 추천한다. 목계솔밭은 광활한 대지에 화장실과 개수대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차박뿐 아니라 오토캠핑족들도 자주 찾는 명소다. 한 마디로 차박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충주 수주팔봉 캠핑장과 삼탄유원지, 양평 광탄유원지, 여주 신륵사 등이 차박 캠핑을 즐기는 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Q. 차박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사전에 차박 캠핑 장소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본 뒤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전하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이나 오지는 해가 일찍 져 빠르게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형을 잘 파악해서 운전해야 한다. 한 팀 보다는 2~3팀 정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고, 동행자는 졸음·음주 운전을 하지 않도록 운전자를 주시해야 한다.
등산의 바이블로 통하는 미국의 등산 도서 ‘마운티니어링’(mountaineering)의 부제는 ‘산에 자유가 있다’이다. 이 제목을 빌려 필자는 ‘트레킹에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트레킹은 등산보다 난이도가 낮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 아름다운 자연과 교감하며 걸을 때, 얼마나 자유로운가. 트레킹을 즐기려면 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트레킹이 등산과 다른 점, 건강에 좋은 이유, 철학자들의 트레킹 예찬론, 시니어들이 즐길 때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아보자.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언택트 시대에 트레킹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비교적 감염 걱정 없이 자연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은 느리고 고지식한 여행이다. 일반 여행은 차를 타고 여러 관광지를 찍고 다니지만, 트레킹은 온전히 두 발로 길을 여행한다. 속도가 느리기에 길에서 만난 새와 나무, 풀 한 포기와도 친구가 된다. 자연과 호흡하며 걷다 보면 느린 속도에 적응되고,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치유는 트레킹이 은밀하게 건네는 선물이다.
느린 여행, 트레킹의 매혹에 빠지다
트레킹의 사전적 정의는 다소 애매하다. 백과사전에는 ‘목적지가 없는 도보여행 또는 산과 들과 바람 따라 떠나는 사색 여행’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목적지 없이 바람 따라 떠나는’ 트레킹은 없다. 트레킹은 목적이 뚜렷할수록 좋다. 그래서 필자는 나름대로 트레킹에 대한 정의를 내려봤다.
일반적으로 등산은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 트레킹은 정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정상을 대신하는 새로운 목적을 찾아야 한다. 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이런 이유로 트레킹의 영역은 무한히 확장된다. 개인 취향에 따라 꽃길, 물길, 단풍길, 눈길, 강길, 섬길, 문학예술, 유적답사 등 다양한 목적과 테마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트레킹은 육체적 행위이며 상상력이 강조되는 정신적 행위다.
트레킹은 걷기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 유산은 인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꾸준히 걸으면 누구나 건강해질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이 낫고, 음식을 먹는 것보다 걷기가 더 낫다”고 쓰여 있다. 우리 선조들은 걷기의 위대함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걷기가 각종 암과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유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인간은 걸으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의 발을 다양한 교통수단이 대신하고 있다. 프랑스의 작가 다비드 르 브르통은 자신의 저서 ‘걷기 예찬’을 통해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고 주장했다. 걷기를 통해 느끼는 행복한 감정은 인간 존재의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이다.
걷기를 삶의 모토로 삼고 불꽃처럼 살다 간 사람은 19세기 철학자 니체다. 그는 우울증을 걷기로 치유했다. 스위스 엥가딘 고원의 실스마리아(Sils Maria) 마을에 방을 얻어 지내며 호수를 걸었다. 이곳에서 역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탄생했다는 건 널리 알려졌다. 니체는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며 대부분의 작품을 걸으면서 완성했다. “앉아서 지내는 삶은 성령을 거스르는 진정한 죄악이다. 걷기를 통해 나오는 생각만이 어떤 가치를 지닌다”는 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어디 니체뿐인가. 칸트, 루소, 디킨스 등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가 걷기를 예찬했다.
시니어 트레커들이 주의해야 할 점
필자는 모험적 트레킹을 즐긴다. 모험은 인간의 피를 뜨겁게 하는 힘이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목표를 이뤘을 때의 느끼는 희열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모험의 목표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체력과 능력에 맞게 정하면 된다. 북한산 또는 지리산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백운대나 천왕봉에 오르는 걸 목표로 하면 된다.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완주는 더없이 훌륭한 목표다.
몇 년 전 필자는 오랫동안 꿈꿨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다녀왔다. 포터 없이 홀로 히말라야를 자유롭게 걷자는 목표를 세웠다. 어깨를 짓누르는 짐의 무게와 고산병에 시달리며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끝내 목표를 달성했다.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병풍처럼 둘러싼 설산을 향해 걸어갈 때 느꼈던 행복함과 충만함은 아직도 깊게 남아 있다. 히말라야 산속 어느 로지에서 만난 5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혼자 온 트레커들이었다. 한국, 미국, 독일, 러시아, 이스라엘 등 국적도 다양했다. 트레킹을 좋아해 세상 구석구석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들과 밤새 수다를 떨었다. 나는 한국의 제주 올레길을 추천했고, 그들에게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러시아 등의 알려지지 않은 코스를 알려줬다. 10년 후에 알래스카에서 만나자는 우리의 두루뭉술한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시니어들이 트레킹을 즐길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체력과 건강을 항상 점검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무리하고 얕잡아볼 때 나온다. 자연 앞에서는 겸손하고 솔직해야 한다. 관절이 안 좋으면 스틱을 사용해 무릎이 받는 하중을 줄이는 게 필수다. 스틱은 관절이 받는 하중의 30%를 줄여준다. 트레킹 코스는 무리하게 짜지 말고 여유롭게 움직이는 게 좋다. 걸을 때는 되도록 술을 마시지 말자. 술은 과음을 부르는 법이고, 취하면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술은 걷기를 마치고 마시는 걸 원칙으로 정하자. 트레킹에는 등급이 없다. 걷기를 통해 행복을 즐기는 자가 최고의 트레커다.
지구 한 바퀴의 거리는 약 4만 ㎞다. 하루에 11㎞ 정도를 1년쯤 걸으면 약 4000㎞다. 10년쯤 걸으면 지구 한 바퀴 거리다. 그 과정에서 얻는 건강과 반짝반짝 빛나는 사유는 보너스다. 그렇게 꾸준하게 걷다가 하늘이 부르면 미련 없이 떠나자. 나의 묘비명은 이렇게 쓰이면 좋겠다. ‘열심히 걷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사람’.
진우석 시인이 되다 만 여행작가, 걷기 달인으로 통한다. 학창 시절 지리산 종주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걸었다. 저서로 ‘대한민국 트레킹 바이블’,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이 있다. 현재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두발로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 도서명: 지리의 힘
- 지은이: 팀 마샬
- 번역: 김미선
- 출판사: 사이
미국은 어떻게 20세기 초강대국이 되었는가? 중국은 왜 강력한 해양 대국을 꿈꾸는가? 중동지방에서 계속 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같은 아메리카 대륙인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간의 경제력 차이는 왜 나는가?
이 책은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주요 국가들의 상황과 국가 간 대립, 분쟁의 근본 요인을 각 국가가 처한 자연 지리에서 찾는다.
전 세계 30개 이상의 분쟁 지역에서 지역 갈등, 정치, 종교, 민족, 역사, 문화에 대해 25년 동안 취재 활동을 해온 영국 BBC 방송기자 출신의 저자는 지리적 요인에 의해 인류의 각 공동체와 개인의 운명이 결정되어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계를 10개 지역으로 나눠 공동체별로 ‘자연에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했는지’,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영유권 분쟁, 자원 전쟁, 경제 전쟁 등 각 지역의 갈등 원인이 된 지리적 요인은 무엇이고, 갈등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현재 상황과 미래 예측까지 간략하게 잘 정리해놓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해선, 한반도의 위치와 높은 산맥이 없는 이유로 강대국들의 대외 팽창정책의 ‘경유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지정학적 관점에 따른, 우리나라의 숙명에 대한 단호한 분석이다. 중국 때문에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맺고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저자의 지적과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한 ‘한반도 분단’ 문제는 모두가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임을 한 번 더 환기해준다.
평소에 관심이 없으면 모를 세계 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 현대사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서구 중심, 미국 중심의 시각이 보여 조금 아쉽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새로운 지리적 현실을 함께 맞이하려면 인류가 함께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하면서.
▶ 책 읽은 소감: 만약 독서의 목적이 세계 역사와 현대사에 대한 지식의 충전과 정보의 획득이라면 100%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압축해놓은 점 또한 장점이다. 서구 중심의 관점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도서다.
▶ 평점: 3.89 (5점 만점)
▶ 논제
-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였던 저자는 ‘미국 편’에서 “미국의 인구지형도 변화(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관심이 라틴아메리카와 극동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느리게나마 식어갈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유대인 금융 자본이 주축이 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아래 인구 구성의 변화만으로 그런 현상이 과연 나타날까요? 저자의 예측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83)
- 저자는 한국 문제를 주로 전쟁 발발 가능성에 두고 설명합니다. 즉 “두 개의 한국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상태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선택은 각국의 명분과 영향력 유지를 위해 일정 부분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편, 통일은 한반도의 경제가 한동안 후퇴할 것이기에 이미 세계 최고의 번영을 이룬 대한민국이 이 번영을 포기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복잡한 입장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과 방법은? (p.174)
- 저자는 세계의 역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지리의 힘’이라고 강조합니다. 현재 글로벌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입니다. 지리적으로 부딪히지 않았던 두 강대국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계 무대에서 조우한 이래 현재는 여러 분야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양국 간에는 직접 전쟁을 치른 경험도 이미 한 번 있습니다. 만약 미래의 어느 시점에 두 국가 간에 두 번째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지점은 어디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요? (p.79)
- 저자는 중국에 대해 인권이나 민주주의적 가치를 강조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면, 전대미문의 사회적 동요가 발생해 수십 년 후퇴할 거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이런 관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54)
예년과 다르게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여름 분위기. 그렇다고 멍하니 집에만 있을 순 없다. 답답하고 북적이는 도심을 벗어나 탁 트인 자연으로 트레킹을 떠나보자. 때가 때인 만큼 몇 가지 주의 사항만 지킨다면 더욱 즐겁고 건강한 여행이 될 것이다.
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 참고 한국관광공사 여행 경로별 안전 여행 가이드
[STEP1] 트레킹 여행 前
산책이나 등산하는 이들을 보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기에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레킹을 할 때도 마스크를 안 써도 될까?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는 “충분한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곳이라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괜찮다”며 “그러나 탐방객이 많거나 교행하는 등 밀접 접촉의 위험이 있을 때는 비말 전파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ㆍ개인 준비물 일정에 맞춰 트레킹 장비나 개인 물품을 챙기되 ‘마스크’(여분 포함), ‘손 소독제’, ‘개인 물통 및 식기’(숙박 시 수건)도 꼭 포함한다. 가족끼리 트레킹을 가도 물통이나 식기는 따로 준비하는 게 좋다.
ㆍ교통수단 이용 개인 차량 이용을 권한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경우, 당일 대면으로 매표를 하는 것보다는 온라인 예매 또는 현장 자동발매기를 이용한다. 좌석 여유가 있다면 적당한 거리를 둔 자리를 예약한다.
ㆍ여행 동선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에서 여행지의 폐쇄 여부를 확인해 동선을 짠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확진 환자 이동 경로도 참고한다.
※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 [오늘의 여행 Issue]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행정보 변동사항]에 관광지 및 축제, 행사 등의 정보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됨
[STEP2] 트레킹 여행 中
트레킹 중에도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타인과 마주칠 때는 두 팔 간격 정도 거리를 유지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에티켓을 잘 지켜도 트레킹을 할 때는 통증이나 부상 등의 다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임 교수는 “관절염 등 무릎 통증이 있는 시니어는 경사가 높은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 트레킹은 삼가야 한다”며 “걷기 전 스트레칭과 워밍업 등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골절 방지, 쥐가 나는 등의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ㆍ음식점 점심, 저녁 혼잡 시간대는 피하고 소독, 환기 등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식당을 찾는다. 가능하다면 야외테이블을 이용하고 다른 테이블과 인접한 자리는 피한다. 집게, 가위, 수저통을 만진 뒤에는 손 소독을 하고, 가급적 준비해간 개인 식기를 쓴다. 모바일 페이 등 비대면 전자결제 방식을 택하고, 계산 시 영수증은 폐기 요청한다.
ㆍ숙박시설 위생 상태와 안전 상황 등을 점검하고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 예약한다. 엘리베이터, 손잡이, 리모컨 등을 만진 후에는 손 소독을 하고 객실 내 수건, 가운 등 여러 사람이 썼던 용품은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음식은 호텔, 리조트 등 시설 내 식당보다는 룸서비스를 이용한다. 객실은 수시로 환기하고 사우나, 수영장 등 공용시설 출입을 삼간다.
ㆍ공용시설 공용화장실 등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는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사용 전후에는 반드시 손 소독을 하고, 사용하는 시설의 층이 높지 않다면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전통시장이나 상점을 방문할 경우 물건을 만지는 행위는 자제하고 눈으로만 살펴본 뒤 구입한다. 액티비티 체험 시 헬멧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해도 마스크는 필수다.
[STEP3] 트레킹 여행 後
발열 및 호흡기 증상 등이 나타나면 트레킹을 중단하고 즉시 귀가한다. 여행 후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살펴보고 혹여 우려스럽다면 자가격리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여행 중 입었던 옷과 물품 등도 곧바로 세척, 소독한다. 당분간 약속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 가족과의 접촉도 최소화한다. 3~4일 정도 지나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일상으로 복귀하고, 의심 증상이 심해지면 관할 보건소를 찾는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대홍수가 끝난 후 ‘노아의 방주’가 멈춘 곳은 해발 5000여m 높이의 아라라트 산이다. 노아는 비둘기를 이용해 세상으로 나올 때를 확인한 뒤 제단을 쌓고 첫 포도원을 가꾸는 등 새로운 삶을 이곳에서 시작했다. ‘아라라트’라는 명칭은 ‘우라르투’(Urartu)의 히브리식 이름이다. 우라르투 왕국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 국가 아시리아와 대적하기도 했으나 기원전 6세기에 페르시아에게 멸망당했다. 그 후 페르시아 제국에서는 총독을 파견해 이 지역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우라르투는 ‘아르메니아’(Armenia)로 불렸다. 이렇게 노아의 후손들이 지켜온 땅 아르메니아는 오랜 시간을 버텨오며 생긴 슬픔의 생채기를 처연한 바람의 아름다운 숨결로 들려주는 곳이다.
가장 오래된 도시 예레반의 품격
아르메니아는 한글보다 1000년 이상 앞서 만든 그들만의 고유문자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3분의 1 정도 되는 2만9000㎢ 면적에 해발 1000m가 넘는 산악지대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총인구는 300만 명.
이 중 35%인 106만 명이 수도 ‘예레반’(Yerevan)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디서든 아라라트 산이 보인다.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이 산은 삶의 시작이자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될 아름다운 보금자리다. 그리고 영혼을 치유해주는 곳이다. 치유는 밝은 곳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빛과 어둠이 서로 만나는 곳에서 시작되며 그런 곳에서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수천 년의 슬픔을 덮어온, 자신들의 시작이자 끝인 아라라트 산을 언제나 보고 싶어 한다. ‘베르니사시 시장’ 한복판, 화가의 거리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그림은 아라라트 산과 노아의 방주를 그렸다. 아르메니아에 입국할 때 출입국 심사대에서 여권에 찍어준 스탬프에도 아라라트 산을 의미하는 산 모양이 선명하다.
인간이 살아온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인 예레반은, 구 소련의 건축가 ‘알렉산더 타마니안’(Alexander Tamanyan)이 아르메니아가 소비에트 지배하에 있을 때 설계한 계획도시다. ‘공화국 광장’에서 ‘자유 광장’을 거쳐 ‘캐스케이드’에 이르는 시내 거리는 신고전주의풍 건물들로 장식해 마치 파리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여행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예레반은 잃어버린 낭만을 되찾아줄 것만 같은 분홍색 빛을 띤 도시다.
해외 유명 브랜드숍과 유럽풍 분위기의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길은 광장과 광장을 연결해준다. 노천카페에는 까맣고 짙은 눈썹의 아르메니아인들이 누군가를 하루 종일 그리워하는 것 같은 눈길로 지나가는 여행자를 바라본다. 원형 형태의 오페라 극장에서 흘러나오는, 체리빛 노을 색을 띤 바이올린의 흐느낌은 이방인의 발걸음을 잡는다. 수업시간을 기다리던 발레 아카데미의 청소년들은 수줍어하면서도 주차 요금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외부인을 위해 기꺼이 무언의 손길을 내민다.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문화적 품격이 돋보인다. 무엇을 흉내 낸 가벼움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아온 그들만의 자연스러움과 자존감이 스며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르메니아에 다시 가고 싶어 하고, 예레반을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로 꼽는다.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아르메니아 국화는 ‘물망초’다. 6000년의 역사를 가진 그들에게는 20세기에도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오스만 제국에 의해 행해진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이다. 오스만 제국에서 살고 있던 250만여 명의 아르메니아인들 중 150만여 명이 살해당했다. 이 참화는 1973년 유엔에 의해 ‘20세기 최초의 제노사이드’로 규정됐다. 이어서 많은 나라가 공식적으로 제노사이드(genocide, 국민·인종·민족·종교의 차이 등으로 집단을 박해하고 살해하는 행위)로 인정했다. 이 역사를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건 야만과 폭력으로부터 우리와 후손들의 삶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레반의 서쪽 언덕에는 ‘제노사이드 추모 공원’이 있다. 아르메니아를 방문하는 다른 나라 정상들도 이 공원에 꼭 들러 기념식수를 한다. 추모탑 밑에는 절대로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365일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상처를 극복하는 길이 무조건적인 망각은 아니기에 물망초를 국화로 선택한 아르메니아의 아픔에 공감이 된다.
제노사이드 때 학살을 피한 난민들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교포)를 형성했다. 현재 해외에 사는 아르메니아인은 800만 명으로 아르메니아 인구보다 많다. 해외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인 상당수는 성공한 기업가들이다. 이들은 아르메니아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그 힘이 막강하다. 미국에서도 유대인만큼은 아니지만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가 정치,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병상련일까. 미국 L.A. 글렌데일의 위안부 소녀상 건립 당시 미국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계 디아스포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세계 최초 기독교 공인 국가
아르메니아인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아라라트 산. 그러나 현재 아르메니아인들은 갈 수 없다. 과거 스탈린이 아르메니아 민족주의를 억압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이 산을 터키에 분할했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아라라트 산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산자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코르 비랍’(Khor Virap)’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에는 지하 20m 깊이의 동굴이 있다. 아르메니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그레고리’(St. Gregory)가 왕의 명을 거역해 13년 동안 갇혀 있던 곳이다. 그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왕의 병을 고치자 왕은 크게 감동해 기독교로 개종했다. 아르메니아는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했다. 이때가 301년. 로마보다 91년이나 빨랐다. 코르 비랍 수도원은 7세기 때 동굴 위에 세웠다.
아르메니아는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도 기독교를 지켜왔다. 심지어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도 아르메니아의 정체성을 지켜주고 통일을 시킨 힘은 신앙이었다. 동방정교회, 서방 가톨릭, 개신교가 아닌 ‘아르메니아 사도회’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엄숙한 신앙에는 초기 기독교의 순수함과 절제, 소박함이 많이 남아 있다. 아르메니아에서 기독교의 비중이 커진 주요 원인은 그들만의 고유문자로 성경을 번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원은 중요한 예술, 문학, 교육센터이자 ‘카트치카’(khatchkars, 십자가 문양을 판 돌비석)의 완성처가 됐다.
아르메니아에서 가볼 만한 여행지
에치미아진 (Echmiadzin) 아르메니아 정교회의 중심지로 300년경에 세워진 아르메니아 최초의 교회다. 예수님의 옆구리를 찔렀다고 추정되는 창이 보관돼 있다.
가르니(Garni) 신전, 아자트(Azat) 계곡 헬레니즘시대에서 로마시대에 걸쳐 태양신 미트라를 숭배하기 위해 이오니아 양식으로 세운 신전. 신전 밑 아자트 계곡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주상절리가 있다.
게하르트 수도원 (Geghard Monastery) 고대 아르메니아의 동굴 수도원으로 예수님을 찌른 창이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계곡의 바위를 파서 만들었다.
타테브 수도원(Tatev Monastery) 해발 2000m 높이에 위치한 수도원. 외부에서 침입을 하면 말발굽 소리에 기둥이 흔들렸다고 한다. 고즈넉한 풍광과 코카서스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세반 호수(Sevan Lake) 바다가 없는 아르메니아에서 유명한 호수. 해발 1900m에 위치한 이 호수는 물이 맑고 깨끗해 가재도 잡힐 정도라고. 세반 호수의 송어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집 밖을 나서면 걷거나 또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통해서 목적지를 향하게 된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요즘은 어디든 가지 못할 곳이 없다. 그리고 여행을 하거나 아주 먼 거리 이동을 할 경우엔 비행기나 기차, 버스는 물론이고 여객선 등의 교통수단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준다.
그동안 누가 뭐래도 여행의 맛은 기차였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각 지역의 모습과 계절의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셀렌 여행길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KTX라는 빠른 기차를 이용하면 전국 아무리 먼 지역도 당일 여행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엄청난 시간 단축을 선사한 것이다.
얼마 전 섬 여행을 했을 때는 다섯 가지 이상의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KTX로 두 시간 달려간 도시에서 버스로 한 나절 돌아다녔다. 그리고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조용하고 호젓한 섬 신안의 12사도 순례길을 앞에 두고 걷기 시작했다. 이동수단의 기본인 두 발로 긴 시간 걷는 행위가 사색과 치유의 시간을 준다는 것, 그래서 걷기 열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자전거로 돌아보아도 좋다. 근래 들어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언택트’(비대면) 이동수단으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전거 대여소에서 분홍색 자전거를 빌려 천천히 섬을 돌아보는 재미도 있다.
다시 섬을 나올 때는 여객선을 타고 나와 약 한 시간 정도 요트를 타는 호사를 누렸다. 신안 섬 다도해를 즐기는 요트 투어가 있었다. 요트는 누구나 타기 어려울 거란 생각을 한다. 예전보다 대중화하고 있는 중이어서 가격도 많이 낮아졌기에 한 번 용기를 내볼 만하다. 누구나 즐겨봄직한 다채롭고 재미있는 해양 레포츠다. 우리나라에는 부산, 제주, 여수, 통영, 신안 섬 등 요트 타기 좋은 바다가 많다.
그리고 목포로 나와 역으로 가기 전에 잠깐 해상 케이블카로 도심을 즐겨볼 수 있다. 땅과 바다는 물론이고 하늘 높이 날아보자. 케이블카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목포 시내 전경과 유달산의 속살을 내려다볼 수 있다.
유달산 아래로 명량대첩의 요충지였던 고하도가 용의 모습으로 앉혀져 있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서 목포 근대문화 거리와 옥단이 길을 찾아본다. 내리막 끄트머리쯤에 세월호가 누워 있어서 바라보는 마음이 아프다. 틈새 시간을 이용한 도시 구경이다. 짧은 여행 중에 묵묵히 두발로 걷고, 버스, 자전거, 여객선, 요트, 해상 케이블카, 왕복 KTX가 함께했다.
우리에게 탈거리가 이뿐일까.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바다에서 할 수 있는 것 중 보트 타기와 패들보트가 있다. 부모 세대는 그저 바닷가 모래밭에 앉아 구경이나 하는 줄 안다. 물론 패들보트는 강습을 받고 타도 일어나려면 물에 빠져버리기 일쑤다. 아이들처럼 우뚝 서진 못해도 그저 물 위에 엎드려 유유히 손으로 물을 밀어내며 바다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 없이 재미있다. 아이들에게만 어울리는 놀이라는 고정관념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카약을 한 번 타보는 건 어떨지. 연인들이 데이트할 때 보트 위에 둘이 앉아서 유유히 물 위를 나아가는 모습이 먼저 연상될 것이다. 이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다. 서툴게 노를 저어도 바다 위를 즐길 수 있다. 안전교육과 구명조끼, 안전요원까지 있으니 그리 겁낼 일은 아니다.
또는 바다 위를 빠르게 달리는 보트 타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신난다. 튀어오르는 바닷물을 맞으며 망망대해를 신나게 달려 바다 동굴이나 기암괴석에 다가가 신비로움을 확인하는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상쾌함에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다.
또 한 가지, 최근 어딜 가든 각 지자체에서 여행객 유치를 위해 마련한 시설 중 짚라인(짚와이어)이 있다.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듯 출발해서 하늘길을 가르며 바다 위를, 그리고 산 위를 미끄러져 간다. 온 산하의 정경과 다도해의 아름다움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이나 전망대에서도 보이지 않던 풍광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이 땅의 자연이 이리도 아름다웠음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런 액티비티한 즐거움은 하동 금오산, 가평 남이섬,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 보령 짚트랙, 강릉 아라나비 짚와이어, 정선 짚와이어, 김천 짚와이어와 출렁다리, 군산 선유도 등지에 가면 누릴 수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가 모험적이란 생각에 지레 겁낼 일은 아니다.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필수이고 사용법이나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문제없다. 미리 몸무게와 키를 재고 동의서 작성과 해당 질환이 있는지 확인한다.
어렵거나 헷갈리는 것 하나 없이 쉽고 신나는 놀이다. 타기 전에 겁을 잔뜩 먹고 긴장하지만 막상 타고 나면 또 하고 싶어 한다. 하늘을 나는 스릴을 만끽하고 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짜릿함을 경험한다. 비행의 두려움도 단숨에 극복하게 된다. 연인들에게는 가성비 최고의 이색 데이트가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지역마다 스토리 투어 버스, 스토리 자전거, 하늘 자전거, 숲속 기차가 숲을 달린다.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다. 상공에서 걷는 아찔함을 즐기는 스카이워크, 출렁거림의 묘미를 즐기며 걷는 출렁다리도 지역마다 계속 생겨나고 있다.
굳이 해외까지 갈 필요 없다. 편리한 이동수단과 신나는 탈거리는 의외로 많다. 여행 떠나기 전에 미리 꼼꼼히 확인하고 예약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면 더 확실하다. 수고로운 여행이나 동적인 놀이는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라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바른 자세는 척추 건강을 지켜주지만 항상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있기는 쉽지 않다. 바른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실천하기 어렵다면 생활 속 높이를 점검해보자. 컴퓨터 모니터나 작업대 높이 등 일상 속 높이를 조절하면 구부정한 자세로 인한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모니터는 살짝 높이고, 베개는 6㎝ 적당
고개를 앞으로 쭉 내민 자세는 목뼈를 일자로 변형시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모니터가 눈높이보다 너무 아래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목을 앞으로 빼기 쉬운데, 머리가 몸보다 1㎝ 앞으로 나갈 때마다 목에는 2~3㎏의 하중이 전해진다. 목에 전해지는 하중은 근육의 미세손상을 유발하며, 경직과 통증을 불러온다.
이런 자세가 반복되면 근육과 인대가 과도한 힘을 받아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머리가 앞으로 나오는 거북목 증후군으로 진행된다. 받침대 등을 이용해 모니터 화면 상단 기준 3분의 1 정도 되는 지점과 눈높이를 맞추면 거북목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또 고개를 오랫동안 숙였을 때는 반드시 고개를 뒤로 젖혀주는 동작을 해줘야 한다.
부평힘찬병원 서병선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고개를 앞으로 숙인 상태나 한쪽으로 쏠린 상태로 일하는 자세가 굳어지면 신체가 거기에 적응해 목뼈의 정상 곡선이 변형된다”며 “직업병으로 목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30~40대 사무직이나 특정 자세로 반복적인 일을 해야 하는 직업군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C자형 목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잘 때 높은 베개를 피해야 한다. 높은 베개를 베면 목뼈가 일자형이 돼 경추의 신경 및 혈관을 압박한다. 일반적으로 바닥에서부터 약 6㎝ 높이가 되는 베개를 선택하는 것이 목에 무리를 주지 않아서 좋다. 옆으로 누워 자는 버릇이 있다면, 어깨 넓이가 누운 자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좀 더 높은 베개를 선택하면 된다.
◇키에 따라 작업대 높이 조절해야 예방
반복해서 병원을 찾는 요통 환자들은 허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자세가 일상화 된 경우가 많다. 일을 하다가 생긴 요통은 원인을 찾기보다 통증이 있다가 사라지고 반복되다 보니 무시해 버리기 일쑤다. 작물 선별·포장이나 부품 조립처럼 작업대를 앞에 두고 서서 일할 때는 작업대 높이를 키에 맞게 조절하고 초기에 찾아오는 통증을 신중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자. 작업대 높이가 지나치게 낮으면 허리를 구부린 채 서있게 되는데, 척추 주위 근육에 긴장과 통증을 유발하며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에 높은 압력을 가해 디스크가 탈출될 위험이 커진다.
작업대 높이는 작업자가 허리를 곧게 펴고 섰을 때 팔꿈치 위치를 기준으로 하여 선별이나 조립 같은 정밀한 작업 시에는 팔꿈치보다 10~20㎝ 올라오게, 포장 등 가벼운 작업에는 팔꿈치보다 5~10㎝ 낮은 높이로 조절한다. 높이가 고정돼 조절이 불가능한 작업대의 경우 발 받침대를 사용하거나 작업대 위에 별도 거치대를 설치해 작업 높이를 설정하면 된다. 뒷굽이 높은 신발은 척추의 자연스러운 만곡을 변형시키므로 좋지 않다.
오래 서서 일할 때는 발판을 이용해 한 발을 올려놓거나 무릎을 약간 구부리면 좋다. 발 받침대에 한쪽 발을 교대로 올리면서 일하면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을 방지하고 허리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허리에 적당한 움직임을 가해야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디스크의 가운데 수핵까지 영양분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평소 바닥에 무릎을 대고 엎드려 한 발씩 뒤로 들거나 등을 아래 위로 구부렸다 펴는 운동을 반복하면 약한 허리를 튼튼하게 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