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점은 독서 인구의 감소와 온라인 서점, 전자책 출판 등으로 중소형 서점은 거의 고사 직전이다. 그래서 불황이 아니라 공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역시 1979년도에 4092개 출판사가 등록, 1997년도에는 최고 4612개사를 기록했다. 바로 이무렵부터 출판 불황이 시작돼 해마다 감소하더니 지난 2008년 3979개사로 30년만에 3000개로 줄어든 바 있다.
일본의 서점 수는 1999년 2만2296개가 있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1만4241개를 기록해 15년 동안 8천 개 이상의 서점이 자취를 감췄다.
일본 전국 91개 기업의 497개 점포를 대상으로 경영데이타를 수집해 분석한 2014년판 ‘서점경영지표’에 빠르면 점포 전체 판매고는 전년도에 비해 2.8% 줄어들어 17년 연속 감소 추세를 기록해 출판 불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이 함께 겪고 있는 출판계 침체와 서점 불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없는 것일까? 그 작은 힌트를 출판시장의 전쟁터이자 최전방인 서점 현장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감성을 판다, 발견하고 즐기는 재미
독서는 습관이라 한 번 떠난 독자는 돌아오지 않듯이 도서구매 역시 습관이기에 한 번 발길이 뜸해진 독자가 다시 서점을 찾기 힘든 법이다. 온라인에서 신용카드 번호만으로 저렴한 전자책을 클릭해 읽는 ‘독서’는 ‘행위’일 뿐 ‘행동’이 아니다. 서점을 방문해 책 향기 속에서 직접 만지고 자신이 원하는 책과 만나 지갑을 열고 고생해 번 돈을 꺼내 지불하는 일련의 과정은 책 속에 담긴 지식과 정보 이상의 값진 경험인 것이다.
먼저 ‘놀 수 있는 책방’을 내걸고 1986년 나고야 1호점으로 출발해 현재 전국 422개 점포를 갖고 있는 복합형 서점 ‘빌리지 방갈로(Village Vanguard)’ (www.village-v.co.jp)를 주목하고 싶다. 마치 서점 구석구석에 숨겨진 보물찾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각종 서적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품, 그리고 다양한 아이템들이 가득 넘쳐나 이곳을 찾은 고객은 유원지에 놀러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일반 서점과 달리 신간과 잡지에 치중하지 않고, 각 부문의 담당자 판단으로 대형출판사 이외의 중소 출판사 서적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 발견하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방갈로가 즐비한 마을을 찾아 창고 속에 잠들고 있는 보물들을 찾아내는 기분, 모든 걸 내려놓고 편하게 재충전할 수 있는 짧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CC)가 운영하는 전국 CD 및 DVD 대여점 쓰타야(TSUTAYA)와 쓰타야서점(?屋書店)에서 서적 및 잡지 등을 판매하는 ‘쓰타야 북스(TSUTAYA BOOKS)’다. 전국 696개 점포의 2012년 판매액이 1097억 엔을 기록해 초대형 서점 기노쿠니야서점을 누르고 연간 서적 판매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701개 점포의 잡지와 도서 매출이 전년 대비 5.9% 증가한 1109억 엔을 기록하면서 연간 서적 판매고의 정상을 지켰다.
프리미어 에이지 50~60대를 노려라
지난 2012년 12월 5일 도쿄의 다이칸야마에 오픈한 쓰타야서점은 널직한 매장과 고급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독특한 컨셉트 등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CC)이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셀 수 없는 기획들의 총집대성이라고도 불리는 쓰타야서점은 총 3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곳은 ‘숲 속의 도서관’을 내걸고 ‘프리미어 에이지’로 명명한 50~60대 시니어 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들 세대의 기호에 맞춰 서점, 음반 및 영상 매장, 카페 등이 들어서 있으며, 일반 서점에서 많이 판매되는 비즈니스, 처세술 등의 분야는 취급하지 않는 반면 인문, 자동차·바이크, 손목시계, 잡지, 아트, 건축, 디자인, 요리, 여행이라는 아홉 가지 테마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즉 ‘프리미어 에이지’ 세대의 관심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서적은 물론 관련 상품과 예술품 전시까지 ‘문화’를 다루고 있으며, 심도 있는 기획이 빚어내는 문화의 향기를 맡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각 매장에는 안내 카운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영화 코너 바로 옆에는 여행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트래블카운터까지 마련되어 있다.
현재 50~60대인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자 추억과 전문성을 내세우고 야심차게 선보인 쓰타야서점은 아날로그적 정서가 물씬 풍긴다.
또한, ‘없는 영화가 없다’를 내걸고 다양한 장르의 신작은 물론 국내외의 클래식한 작품 등을 골고루 갖춘 영상 매장이 있으며, 재즈 클래식 록 등 1960~80년대 음악에 주력한 음반 매장은 대여 12만 장, 판매 1만 장의 규모를 자랑한다.
북소믈리에로 불리는 각 테마별 매니저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책을 추천하고 설명해 준다. 특히 직접 손글씨로 친절하게 내용을 소개하는 안내문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영상 매장에는 5명의 매니저가 영화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신간을 소개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려는 배려와 노력이 돋보인다.
츠타야서점은 활기를 잃어가던 지역 문화 부흥에도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츠타야서점이 들어서기 이전에 1500명 내외였던 1일 통행 인구는 주말에만 3만 명 이상으로 급격히 늘었으며, 많은 외국인들과 관광객들도 일부러 이곳을 찾아 새로운 도쿄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일본 통신원│이태문
1999년 와 2000년 으로 데뷔. 에도 작품활동.
도쿄외국어 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동대학원 외국인연구자, 일본여행문화연구소 공동연구원을 거쳐 게이오대학, 와세다대학, 니혼대학, 무사시노대학, 오츠마여자대학 등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어 강의. 번역서 ‘백화점’ ‘박람회’ ‘운동회’ 등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도대체 신중년 여성을 겨냥한 피트니스 클럽이 왜 필요한가?” 대답은 단호했다. “기존 피트니스 클럽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지 않은가. 모든 기구와 프로그램은 남자를 위한 것으로 구성돼 100% 활용이 불가능하다. 특히 신중년 여성의 경우, 러닝머신 이용 후 땀만 빼고 돌아온다. 근력운동이 중요한 시기인데 말이다. 그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다.”
김재영(55) 커브스코리아 대표는 여성 전용 피트니스 클럽 ‘커브스’를 국내에 들여놨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전국에 유치한 클럽이 250개를 넘어섰고 미래창조경영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커브스의 전략은 무엇이며 어떤 점이 신중년 여성에게 통했을까?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
김 대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피트니스 컨설턴트로 일했다. 당시 획기적이었던 발리 토탈 피트니스클럽의 본사 부사장으로 있었다.
“국내 피트니스 시장을 2~3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자부심이 컸다. 초창기 회원은 3000~4000명에 육박했고 그 수치를 유지해야 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그는 결론이 좋지 못했던 이유를 ‘하드웨어는 충분했으나 소프트웨어의 부재’라고 밝혔다.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불리는 피트니스는 어떤 쪽으로든 재미있고 흥미를 갖게 하는 요인이 필요했는데, 그 부분을 간과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그는 분명한 초점에 충분한 소프트웨어로 승부할 수 있는 피트니스 콘텐츠 발굴에 주력했다.
“일본 피트니스 시장을 공부하고 있을 때, 커브스를 알게 됐고 이를 국내에 들여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주변의 반대도 있었지만 현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돼 밀어붙였다.”
그가 강조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커브스는 회원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쉽고 빠르게 진행되며 100회 티셔츠 증정, 이달의 퀸 선발, 잡지 발행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근육량 보강이 진정한 안티에이징
“활력을 되찾는 길? 꾸준한 운동이라고 누구나 답할 수 있다. 근데 진정한 의미의 안티에이징은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근력운동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여성은 30대가 넘어가면 근육량이 매년 1%씩 감소해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관건인데 신중년 여성들은 살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유산소 운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근력 증대는 신진대사를 촉진해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기초대사량을 높여 지방 연소가 쉬운 체질로 변화하게 한다. 특히 신중년 여성에게는 뼈의 미네랄 밀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심장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질병 예방 등 수많은 이점을 갖고 있어 건강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스트레칭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짧은 시간에 효과를 낸다는 커브스의 장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왜 커브스인가?
“커브스의 핵심은 쉽고 빠른 30분 순환운동이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배치된 12개 유압식 운동기구로 근력운동을 진행하고 사이사이 배치된 12개의 발판으로 유산소운동을 30초마다 번갈아가면서 한다.
기구들은 피스톤 원리를 활용해 유압식으로 제작된 여성 전용 운동 기구로 빨리 하면 할수록 강도가 강해진다. 완벽히 소화한다면 500kcal의 열량이 소모된다. 두 세트를 반복하면 30분이 소요된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지켜 효과를 극대화하는 키워드다. 이는 피트니스의 최근 추세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크로스 핏(Cross Fit)’, ‘타바타(Tabata) 운동법’ 같은 단위별 복합 인터벌 트레이닝과 큰 틀에서 맥락이 비슷하며 여성에게 맞게 설계된 서킷트레이닝이라고 볼 수 있다.
“커브스는 불필요한 3M이 없다. 남자(Man), 거울(Mirror), 메이크업(Make up) 말이다.” 김 대표는 운동 외에 신경 쓰이는 부분을 최대한 배제시켜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으며 그 전략이 결국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커브스 대표로서 향후 10만 회원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지만(웃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신중년 여성들이 즐겁고 재미있는 문화를 향유하며 건강해 지는 것이다. 꾸준한 운동, 특히 근력 운동을 빼먹지 말고 합시다”라고 강조했다.
커브스 인터뷰
▲질병 극복 중계은행클럽 김현경씨
“5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했지만 임파선에 전이가 됐다. 꾸준한 운동으로 임파선에 자리 잡고 있던 혹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현경씨는 17개월 동안 커브스에 다니며 임파선 혹이 줄었고 12kg을 감량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전에는 체력이 별로 좋지 못해 오랜 시간 걷지 못했는데 현재는 체력이 좋아져 친구들과 여행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을 가게 된다면 특히 등산도 하고 싶고, 딸과 함께 해외에서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자유여행을 하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매니아(300회 이상 운동) 오금클럽 조원숙씨
“조급해하지 마시고, 꾸준히 운동을 계속해 보면 압니다.”
조원숙씨는 3년 이상 커브스에 꾸준히 다닌 마니아다. 딸의 추천으로 시작한 운동이지만 이제는 몸이 알아서 운동을 하라고 시킨단다. 그녀는 “헬스장처럼 심한 운동이 아니어서 꾸준히 하니 운동효과를 느끼게 되어 꾸준히 다닐 수 있었다”며 “친절한 트레이너와 여러 이벤트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홍보대사1위 진접클럽 정미화씨
“여성들만의 공간이다 보니 무엇보다 깨끗하고, 깔끔한 분위기, 정보 공유 등 많이 힘을 들이지 않고 운동할 수 있어 좋다.”
정미화씨는 커브스 홍보대사로 뽑혔다. 주변에 커브스를 전파하며 함께 운동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그녀는 “많은 운동을 했었지만 즐겁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했었다. 그래서 지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커브스를 다니면서 많이 힘을 들이지 않고도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운동을 하면서 힘이 들어 포기한 사람과 운동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커브스 운동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는 2009년까지 취업, 대학진학 등의 이유로 인구유출 현상이 심각했었다고. 그런데 2010년부터 인구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2010년에는 순유입자 수가 437명, 2011년 2342명, 2012년 4873명, 2013년 7824명 등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4년에도 역시 제주 유입 인구는 고공행진 중이다. 일례로 서귀포시에서 주최하는 귀농 귀촌 교육의 경우 단 2시간 만에 마감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서귀포시에서는 이례적으로 주말반까지 만들었지만 수요에 비하면 부족한 반 편성이었다.
도대체 제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제주의 매력과 신비가 갑자기 커진 이유가 무엇일까? 왜 우리는 벼락을 맞은 듯이 제주에 끌렸을까?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갖고 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들의 사연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제주도 안에서도 이런 현상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 두 가지를 갖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2모작’을 꿈꾸는 이들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제주도에 귀농 귀촌 바람이 부는 것은 제주도의 1차 산업 부흥을 의미한다. 농어촌 사회에서는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고 도시 이주자들이 몰고 오는 문화 이민의 바람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들이 제주도에 뿌리를 못 내리면서 일어나는 갈등도 있고 은퇴자금을 앞세워서 부동산을 사는 바람에 제주도 땅 값이 들썩이는 역효과도 일으키고 있다.
#올레길 벤치에서 터져 나온 아내의 소원, “여보, 부탁이 있어.”
‘달파란’(게스트하우스 & 카페)은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에 있다. '파란달’보다 ‘달파란’이 느낌이 있지 않은가? 달파란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김태환(52)씨는 전직 국어 교사다. 지금은 교사직을 명예퇴직하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달파란 게스트하우스는 2012년 12월에 오픈한 곳으로, 3층짜리 게스트하우스 과 별채 카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에게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특이한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 위미리에 위치한 세천포구 바다를 봤을 때 그 느낌이 파란 달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고 설명한다. 게스트하우스 이름도 시적이고 제주 정착기 역시 운명처럼 시적으로 시작된다.
“올레길 10코스를 걸으면서 송악산 중턱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였어요. 참 좋다는 느낌을 갖고 한참 앉아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여보, 내가 소원이 하나 있는데, 들어 줄래?
-뭔데?
-우리, 여기서 살면 안 될까? 제주에 살고 싶어
“그 순간 제 입에서 너무 쉽게 그래. 라는 대답이 나왔어요. 제가 살면서 몇 가지 잘한 일들이 있는데, 이 순간이 바로 그 잘한 일이에요.”
정말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지 궁금했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도 궁금했고.
“처음엔 그저 먹고 사는 정도만 수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시작했는데, 다행히 먹고 살면서 대학교 다니는 애들 등록금 댈 정도는 버는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앞으로의 꿈이요? 시간이 지나면 규모를 줄여서 제 개성에 맞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요. 저만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사는 게 제 꿈입니다.”
선량하게 웃는 주인 부부의 얼굴을 보면 ‘제주의 마법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내려놓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제주에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심지어는 대학생 자녀들을 서울에 두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그 것. 우리는 이것을 ‘제주홀릭’이라 부른다.
“지금도 저처럼 중년 분들이 많이 여행하러 내려와요. 우리 숙소에서 머물다 가는 분들 중에 진지하게 제주살이를 고민하는 분들도 많구요. 그분들에게 농담처럼 말해요. 올레길 자꾸 걷다 보면 저처럼 제주에 주저앉게 됩니다. 하구요.”
#가수 장필순이 추천한 그 곳의 그 남자, “대기업에 다닐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요리하는 남자’는 애월읍 하귀리에 위치한 작은 요리 주점이다. 멋진 미소의 이영태(52) 씨는 ‘요리하는 남자’의 주인공이다. 생전 요리할 것처럼 생기지 않은 외모지만 의외로 요리하는 모습이 편안하게 잘 어울린다. 평소에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했다. 평촌에 살다가 제주에 온 것은 2011년 2월.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부장 직까지 하고 나면 그 이후엔 설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숨막히는 일상생활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귀농을 꿈 꿨고 그렇게 귀농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말했단다.
“꼭 그렇게 깡촌으로 가야 해? 촌도 있고 도시 같은 분위기도 있는 제주는 어때?”
친구가 그냥 툭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제주에 집을 구해서 내려오게 되었다. 늦둥이 딸이 중학교 입학할 때, 서둘러 떠나왔고 시내권 중학교보다는 시골지역에 위치한 학교로 보냈다. 딸은 제주 생활에 잘 적응했고 순박한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행복한 중학 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 딸은 올해 제주외고에 수석으로 입학했단다. 온 가족이 제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고 있었다. 원래는 농사일을 해보려고 땅을 알아봤지만 희한하게도 지금의 가게 자리가 나왔을 때, 끌리듯이 그 날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피 속에 요리에 대한 애정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보시다시피 작은 가게잖아요? 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죠. 만약에 돈 벌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장사를 했다면 지금처럼 즐겁게 살지는 못했을 거예요. 딱 지금이 좋아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요.” 그러면서 그는 어떤 요리를 파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설명했다.
“초임 직장 시절에 일본에 파견근무를 나가서 5년 정도 있었는데, 그때 먹었었던 일본요리들을 제 손으로 만들어서 판매하곤 해요. 제가 맛있게 먹은 음식들은 흉내 내려고 노력하면 비슷한 맛이 나오더라구요.”
메뉴판에 있는 ‘간장새우’도 얼마 전 강남에 갔다가 맛있게 먹은 메뉴인데 제주에 내려오자마자 바
로 만들어 봤단다. 반응이 썩 괜찮다며 씩 웃는 모습이 참 해맑게 느껴졌다. 얼마 전, 모 잡지에서 가수 장필순씨가 자신이 자주 다니는 명소들을 하나씩 나열하면서 소개했는데 그곳에 요리하는 남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물었더니 장필순씨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는 장필순씨인지 몰랐다고 한다. 여러 명이 와서 음악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고 갔는데 얼마 뒤에 한사람이 찾아와서
-장필순씨, 안 왔어요? 하고 물었단다.
-장필순씨가 여길 왜 와요? 하자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지난번에 같이 왔잖아요. 했다는 거다.
그때부터 장필순씨는 후배들과 자주 이곳을 찾았고 4,5개월 전부터는 이효리씨 부부도 데리고 왔단다. 아마도 행복한 주인장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술이 잘 들어가게 되는 것 아닐까?
‘달파란’의 주인장 김태환씨, ‘요리하는 남자’의 주인장 이영태씨 모두 공통점은 예전 직장보다 지금 제주에서 하는 일이 훨씬 만족스럽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충고 또한 같다. 여행지에서 봤던 제주는 잊으라고. 바다를 감상하고 잔디를 다듬고 하는 로망은 일상생활이 되는 순간 또 하나의 삶이 된다고. 조선시대 윤선도의 는 실제 어부들의 삶과 비교하면 얼마나 황당한가? 실제 어부의 삶은 관념 속 어부의 삶과는 다르다. 한없이 한가롭고 유유자적할 수는 없다. 제주의 삶도 그렇다면 적절한 비유가 될까?
중장년층과 베이비부머세대, 퇴직자들, 즉 시니어들이 공통적으로 최대의 관심 정보는 뭘까? 바로 일자리다. 재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고 연금은 부족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55∼64세 고령자 고용률은 2012년 63.1%로 1995년 63.6%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고용지표상으로만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가고 있고, 여성과 중장년층의 고용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보면 시간제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등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숫자만 채우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50대 이후 시니어들 재취업은 정부와 기업의 전직지원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는 재취업에 절망
비자발적, 자발적이든 정든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던 퇴직자들은 인생2막을 열기 위해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재취업이 필수다.
그러나 시니어 계층의 재취업과 창업에 대한 절박한 사회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중장년층 구직자들을 위한 전직 서비스가 아직 자리잡지 않았고, 기업들이 퇴직자를 바라보는 편견도 넘어야 할 벽이다.
명예퇴직 신청을 한 1년 전부터 50대 초반 A씨는 6개월 동안 ‘전직지원전문가’에게 심리상담, 진단과 피드백,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 전직교육, 취업알선 등 전문 컨설팅을 받았고, 퇴직 후 곧바로 자신의 경력과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했다.
퇴직이 배우자의 사망에 이은 가장 큰 심리적인 충격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퇴직은 개인에게 또한 매우 큰 시련이다. 게다가 고령화사회 정년퇴직 연령이 낮아지는 노동시장의 형태 속에서 퇴직은 고급 인력들의 사회 참여 폭이 작아지는 사회 해체의 문제와도 연관돼기 때문에 퇴직자들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고민은 매우 커져갔다.
따라서 그 동안 회사를 위해 기여한 근로자들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그 대안으로서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지원프로그램)가 도입되고 확대되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퇴직 후 일정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또 재취업을 위한 각종 교육훈련제도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정년연장과는 별개로 기업들은 고령화의 적극적인 대응책으로서 전직지원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의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며, 일자리가 행복의 조건인 상황에서 이직하는 근로자가 가급적 실업 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지원하는 전직지원서비스의 중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퇴직자에게 일시적 희망 퇴직금이나 복리후생보다는 근로능력이 있는 중·장년 근로자를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년의 재취업과 창업이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재취업에 대한 비틀린 시선이다. 시니어들에게 정부가 주도하는 재취업 지원이 시니어들의 전문성이나 그간 해왔던 일들과는 상관없는 일감들을 맡기기 일쑤라는 불평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실행이 잘 안되는 이유
소위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일지라도 퇴직을 앞둔 1주일 전에 단발성으로 워크샵을 가거나 온라인 상담정도에 그친다. 이력서 쓰는 방법 알려주거나 면접 보는 스킬정도. 직전 퇴사 처리된 회사에 대해 악의를 품지 않도록 잘 달래주는 일이 겨우 아웃플레이스먼트라고 시늉하는 행태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의 평판에만 신경쓰는 저비용 고효과를 기대하는 변형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흉내내고 있다는 의미다.
전직지원프로그램이 있다고 소문난 기업에도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개념도 모르고 있는 곳이 많다. 퇴직자들이 아웃플레이스먼트제도를 요구하지 않아서 도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HR부서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정보를 아예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 기업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가 IMF 경제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전직지원장려금제도가 도입되면서 국내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도입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한 기업들과 퇴직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해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할만큼 서비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퇴직자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 시에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보다는 현금 보상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다.
위로금을 선호하는 퇴직자들, 전직지원 서비스 요구해야
이런 이유들로 인해 도입 초기에 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계 기업 및 국내 기업은 많이 늘었지만,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만 커진 시장 규모는 역설적으로 그리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중인 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이같은 퇴직(전직)자에 대한 재취업, 창업 알선 등 지원서비스가 의무화 되면 전직지원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은 늘어 날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자 가운데 장년을 대상으로는 전직지원 장려금을 지급하고, 사업주에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것이다.
KT는 지난 4월 무려 8300여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1조3000억원 가량을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억4457만원에 이르렀다. 또 한국시티은행은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에서 5년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4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혜택도 보장했다.
현대차그룹 계열회사도 최대 2억원을 넘게 퇴직위로금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감원인데, 막대한 인건비를 지출하게 된다.
경력관리체계가 자리 잡힌 일본, 공공과 민간 양쪽에서 재취업 지원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치룬 해외 선진국에서는 재취업-창업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들이 우리나라보다 고도화되어 있다. 일본은 정부의 ‘헬로워크’와 민간의 ‘시니어살롱’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헬로워크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고용안정 기회 확보를 위해 만든 공공직업안정소의 애칭으로 전국에 약 500개가 만들어져 있다. 취직 상담, 직업 교육, 직업 소개, 고용보험 관련 업무 등 취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실 일본에서도 헬로워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무 능력을 가진 중·고령자들을 위해 단순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시니어살롱’은 전문 경력을 가진 시니어를 대상으로 구인구직 및 직업 교육, 상담을 진행하는 민간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일본의 국가 공인 경력관리체계가 안착됨에 따라, 경력관리모델에 의해 노년에도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는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베이비붐이란 단어의 탄생지인 미국은 비영리단체(NPO)가 잘 정비돼 있어 경험과 지식이 많은 계층의 재취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NPO는 200만 개 정도 있는데 그중 절반은 의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30% 정도는 각종 교육 활동, 나머지 20%는 기타 다양한 활동을 한다. 미국에서는 NPO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취업 인구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미국 전체 취업 인구의 10% 가까이가 NPO에서 일하고 있는 걸로 나온다. 즉 취업 알선 분야의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그 분야 자체가 일자리까지 제공할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각 지역사회 내에서의 재취업 지원 활성화 시작
우리나라도 문제들에 대한 대책과 대안들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매 시기마다 열리는 다양한 일자리 박람회와 함께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다.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이 경제단체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40대 후반 항공회사 출신 조기 퇴직자는 “간혹 일자리를 연결해 줘도 그곳에서 추천해주는 일자리들이 너무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앞으로 10년 뒤에도 폐지가 노인 일자리를 감당하는 비극적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00인 이상 기업은 퇴직을 앞둔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고용정보원 한 연구원은 전직지원 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퇴직자에 대한 전직지원은 결국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선진 외국처럼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나 통계치 목표에 기준을 두지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모색한다면 퇴직자들이 전직 및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퇴직 후 재취업은 이제 근로자 개인의 것으로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중장년 퇴직자의 전직과 노후설계 지원은 기업이 정부, 전문가와 손잡고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전직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기업에 따라 기본교육만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체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기본교육은 퇴직을 앞둔 대상자의 변화, 심리, 가족, 건강, 여가, 경력, 법률, 재무, 인생설계 등 퇴직후 누구에게나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말한다.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 기업에 따라 집합교육 및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도입단계인지라 전직지원에 대한 집체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전직지원 상담의 경우에는 개인적 상황에 따라 시간을 유동적으로 하고 있다.
상담 및 컨설팅의 경우는 개인의 재무상태나, 경력 활용방안, 법률적 문제나 여가활용 방안 등 개인의 문제를 1:1로 전문가에 의해 심층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며 창업이나, 재취업의 경우 컨설팅을 통해 재취업 실행까지 지원 하도록 해야 한다.
P&G, 수출입은행, 한전, KT에서는 이러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이미 시행 중에 있으며, 퇴직 예정자 뿐만 아니라 이미 퇴직한 사람들도 유용하게 접할 수 있어 향후 기업들이 전직지원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 그룹, 계열사별로 18개 경력컨설팅센터 운영 중
한편 대기업들도 자사의 직원들을 위한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를 차차 갖춰나가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처음 탄생한 개념으로 우리 말로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 또는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들 중 80% 이상이 이를 실행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개념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IMF 이후 기업에서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정부에서는 실업률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활용돼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지속 적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실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 그룹을 들 수 있다. 삼성은 회사를 떠난 임직원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끔 퇴직 관리를 해주는 경력컨설팅센터를 2001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각 계열사별로 18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40~50대 중장년 퇴직(예정)자들의 재취업을 돕는 전직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력컨설팅센터는 퇴직임원, 정년퇴직자(또는 예정자), 퇴직자(또는 예정자)를 대상으로 자문역 전직, 정년준비, 전직 상담을 해주며 재취업 알선뿐만 아니라 재교육, 창업지원을 하면서 퇴직 후 삶을 계획할 수 있게끔 종합적으로 관리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총 3천 600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이 센터측의 얘기다.
센터 관계자는 “전직지원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회사는 내부 고객으로서의 근로자와의 계속적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퇴직과 관련한 근로자 개인의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심리안정 후 여기서는 6단계의 교육을 실시합니다. 일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고 자산을 체크, 가족, 건강, 여가, 관계 등을 탐색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한다”고 말했다.
재취업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실패를 줄이기 위해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가 국내 전직지원서비스의 롤모델로 부각되면서 LG, SK 등도 벤치마킹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직지원장려금제도 부활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장, 재취업보다는 더 늦기 전에 생애설계부터 하지”
전문가들은 재취업 준비를 자신의 장점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물론 척박한 재취업 환경을 갖고 있는 현재에 그를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당연히 시니어 본인은 재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고 실행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은 어찌 보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재점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니어 취업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는 아직 현실적으로 시니어들의 취업 지망과 기업이 인재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의 격차가 큼을 우회해서 알려준다. 물론 시니어들의 눈높이 낮추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기업에서 시니어들을 고용하는 일에 거부감을 갖는 풍토 또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선 시니어 재취업에 있어 정부에서 기업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세금 감면, 인센티브 등이 보다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중장년 대다수가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정년은 57세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고 기업의 장년 채용 기피 관행이 있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중장년 재취업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보완책을 내놓아 중장년 고용률의 획기적인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꽃피는 봄. 가슴이 설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봄꽃 소식에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따스한 봄바람 따라 꽃길을 거닐고, 자전거도 타며 봄꽃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두 발로 만나는 봄날의 향기는 두 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한 봄꽃 트레킹 코스를 따라 화려한 꽃 잔치가 열리는 경기도에서 싱그러운 봄을 만끽해보자.
■꽃향기 넘실거리는 ‘남양주여행’
‘걷기 길’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남양주시에도 한강나루길, 새소리명당길 등 총 13개의 길이 조성돼 있다. 그 중 가족, 연인들의 봄꽃 트레킹으로는 다산길 2코스가 제격이다. 능내삼거리에서 마재마을 연꽃단지를 거쳐 다산유적지까지 이어지는 2코스는 강물을 따라 조용한 숲길과 야트막한 산길, 마을길이 어우러져 있어 봄날의 정취를 즐기며 걷기에 좋다.
옛 나루터에 고즈넉이 떠있는 나룻배는 운치를 더해주고, 물결 위로 반짝이는 물비늘은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강바람에 실린 꽃향기는 봄을 실감케 한다. 마을을 돌아 내려가면 다산지구공원에 닿는다. 강변을 따라 꽤 넓게 조성된 공원은 잔디광장과 실개울, 조망대, 산책로, 생태습지, 수생식물원 등의 시설이 있어 생태경관을 탐방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업적과 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다산유적지와 실학이야기 가득한 실학박물관도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다산길 2코스는 풍경이 뛰어나고 볼거리가 풍성해 도시락을 싸들고 여유롭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남양주 여행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옛 추억을 고이 간직한 ‘능내역’을 추천한다. 능내역은 2008년 이후로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이다. 하지만, 기차가 멈추고 오히려 더 이름난 역이 되었다.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대합실은 ‘고향사진관’이란 이름의 전시실로 꾸며져 추억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빛바랜 사진과 나무 의자들은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옛 철길을 따라 다산길(1코스)과 자전거도로가 놓이면서 열차카페와 간이식당, 자전거 대여소가 들어섰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꽃향기를 맡으며 실컷 달려보는 것도 좋다.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걷는 ‘수원여행’
해마다 4월 중순이면 수원의 경기도청에서 ‘경기도민 한마음 벚꽃축제’가 열린다. 40년생 아름드리 벚나무 200여 그루가 피워낸 하얀 벚꽃은 하늘을 덮고 산들산들 봄바람이 지날 때면 반짝이는 꽃비를 내린다. 도청 정문 주위와 우회도로를 따라 도청 후문에 이르는 팔달산로에서 화사한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른편 팔달산공원을 거쳐 화성행궁 방향으로 내려온 후 화서공원에 이르는 팔달산길은 벚꽃은 물론 진달래와 개나리가 한데 어우러진 봄나들이 최적의 꽃길이다.
경기도는 행사기간 동안 도청을 개방해 주요 도정을 홍보하며 주요행사의 홍보 부스를 선보인다. 우수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벚꽃길 나눔장터’는 벚꽃축제를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수원여행에서 ‘화성행궁’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벚꽃축제의 낭만을 가까운 화성행궁에서 이어가는 것도 좋다. 행궁은 왕의 지방행차 시 머물던 임시처소다. 화성행궁은 개혁군주 정조가 세우고 12년간 13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원행했으며 경복궁의 부궁이라 불릴 만큼 규모나 기능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대장금’, ‘이산’ 등 사극 드라마의 세트장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정문인 신풍루에서는 4월5일 상설 한마당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무예24기 공연과 장용영 수위의식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평화누리 자전거길 ‘DMZ 자전거 투어’
출발 신호와 함께 임진각 아래 통문이 열리고 300여대의 자전거가 일제히 임진강변 군 순찰로로 접어든다. 이어지는 철책과 초소 사이에서 다소 긴장된 얼굴이 통일대교에 접어들면서 상쾌한 봄바람에 부드러워진다.
DMZ 자전거 투어는 임진각을 출발해 민통선을 넘어 통일대교, 통일촌 입구, 초평도에서 임진각으로 돌아오는 17.2㎞구간에서 진행된다. 올해부터는 군부대의 협조로 약 2㎞ 코스가 더해져 초평도 인근의 중간 휴식 장소에서는 간식을 즐기며 수려한 임진강의 풍경을 감상하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느낌을 가족에게 엽서로 전하는 이벤트가 준비된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11월까지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 DMZ 자전거 투어를 개최하며 4월에만 13일과 27일 2회에 걸쳐 진행한다. 경기관광공사의 임진각 평화누리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자전거 투어를 마쳤다면 냉전의 유산 ‘오두산 통일 전망대’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남북분단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서부전선의 최북단으로 남과 북이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2㎞ 거리에 대치해 있다. 전망실에서는 개성의 송악산이 보이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모습도 볼 수 있다. 1층의 개성공단 홍보관에는 남과 북이 힘을 합해 생산한 양말, 시계, 신발, 화장품이 전시돼 있고 기획전시실에는 통일·안보와 관련된 테마 사진전이나 특별전이 열린다.
탄현면 헤이리마을길에 위치한 ‘못난이유원지’는 헤이리 예술마을의 다양한 테마공간 중 특이하게도 못난이 삼형제를 중심으로 옛 소품들을 전시한다. 못난이 상회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울보 못난이 인형과 불량식품을 팔고 못난이 식당에서는 추억의 도시락을 맛보는 등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 좋은 곳이다. 유원지 내의 옛날물건 박물관에는 마당에 있던 수도펌프, 오래된 잡지 등 소소한 소품들을 전시한다.
경기일보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사진ㆍ자료 제공=경기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