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토털 인테리어 리모델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정부의 도시정비 규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올해 181만 세대에서 2030년 521만 세대로 늘어날 전망이라서다. 정부가 도시정비 규제에 대한 입장을 바꿔도 사업기간은 10년 이상 걸려 노후 아파트의 리모델링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하우스 중심으로 ‘외형성장’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한샘이 리하우스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먼저 대리점과의 상생구조로 인한 리모델링 활성화에 주목해야 한다. 한샘은 지난해부터 기존 제휴점의 전환을 시작해 4분기 대리점수가 450개로 늘었다. 대리점 전환 시 점주는 본사 제품과 직시공 인력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이로써 대리점과 리하우스(리모델링)부문 매출이 모두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또 아파트 매매거래 회복으로 안정화될 다른 사업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으나 하반기부터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회복되는 중이다. 아파트 매매거래가 회복되면 한샘의 전 사업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거래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DB금융투자는 한샘의 올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4.5% 증가한 1만7790억 원, 영업이익을 5.8% 늘어난 591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미 아파트 거래량 저점이 확인됐고, 리모델링 물량 증가와 단가 상승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DB금융투자는 한샘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7만2000원으로 20% 상향조정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리모델링 수요 증가와 아파트 매매거래 회복으로 수혜가 예상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9만3500원을 제시했다. 한샘의 지난 20일 주가는 종가기준 6만8300원이다.
다만 한샘의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샘은 전방산업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리하우스사업 전략을 꺼냈다. 마감재시장이 정체 또는 위축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한샘은 리모델링사업을 확대했다. 주거아파트가 노후화되는 반면 재건축사업이 용이하지 않은 대한민국 주거시장에서 찾아낼 수 있는 유효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전략적 유효성과 무관하게 리하우스사업이 연간 500억원대로 하락한 한샘의 영업이익 반등을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DB금융투자는 리포트를 통해 “리하우스를 제외한 사업부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주식시장과 비교했을 때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실적 개선 기대감만으로 주가 상승이 지속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강변의 노른자위 땅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한 곳인 성동구. 그리고 성동구의 중심지가 된 ‘성수동’. 서울숲공원과 최고급 주상복합단지 호재에 강남 접근성까지 갖춘 성수동 상권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을까.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작은 골목에 공장들과 자동차공업사들이 들어선 준공업지역이다. 하지만 서울숲공원이 인접한 데다 강남 접근성이 좋고 지하철 2호선(뚝섬역·성수역)과 분당선(서울숲역)이 지나는 더블역세권이라는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최고급 주상복합건물의 등장과 기존 수제화거리, 카페거리, 갈비골목으로 몰리는 수요를 등에 업고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정부 규제와 치솟는 임대료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또 새로운 상권이 기존 상권을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부작용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지만 실제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성수동을 찾아봤다.
예술과 문화가 있는 ‘성수동’
1970년대부터 주택단지가 형성된 성수동은 현재 도로 폭과 주차 등이 열악한 편이지만 동서남북으로 골목이 정돈돼 실용적이며 편안한 느낌을 준다. 교육재단 등이 공익문화사업에 기여하고 있으며 혁신을 거듭하는 창의적인 젊은이들의 사회적기업이 정착했다. 유명 영화사와 스튜디오, 갤러리, 디자인, 공방 등 문화공간이 들어오면서 예술적 가치를 품었다. 길을 따라 상권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며 지역 전체(Sector)가 예술문화지역(Zone)로 변모하는 형태라 다른 지역과 확연히 구별된다.
특히 서울숲공원은 면적 43만 ㎡에서 60만 ㎡로 40% 정도 확장될 전망이라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중랑천 둔치와 이어지는 수변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인근에 위치한 승마장터와 뚝섬유수지는 생태숲 등 자연녹지로 꾸밀 예정이다.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이 2022년 6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가능한 구역부터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이 지역은 압구정 청담동 등 강남 업무 중심지를 마주하고 있다. 또 지하철을 이용하면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5정거장 거리에 선릉역이 있고 2호선 뚝섬역이나 성수역에서 5~6정거장 거리에 잠실역이 있어 앞으로 더욱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성수동=부촌’으로 거듭나다
성공한 사업가나 연예인 등 유명인이 꼬마빌딩이나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스지콜렉션의 패션디자이너 지춘희와 가수 지코, 배우 권상우, 이시영 등이 성수동에 위치한 빌딩을 매입했다. 분양가가 40억 원이 넘어 화제가 된 갤러리아포레는 배우 김수현과 유아인, 가수 지드래곤 등이 거주하고, 204㎡가 33억 원 정도 하는 트리마제에는 가수 써니와 김재중, 김희철 등 유명 연예인이 살고 있어 ‘성수동=부촌’ 이미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고급 주상복합단지의 등장은 확실한 호재로 나타났다. 한강이 보이는 지상 45층, 230가구 규모의 갤러리아포레와 지상 47층, 76가구 규모의 트리마제는 현재 서울시의 일반 주거지역이 35층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오히려 혜택을 본 경우다.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지상 49층, 280가구 규모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2021년 입주를 시작한다. 또 지상 49층, 34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와 5성급 호텔 1개 동을 짓고 있다. 초고층은 아니지만 지상 20층, 292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예정인 장미아파트도 지역 발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지식산업센터와 동반성장 중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상업시설도 덩달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가 성수동 일대를 지식산업센터 등 정보기술(IT) 산업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면서 첨단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기업들의 입주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인근 뚝섬 상업시설과 성수지구 전략정비사업 등의 개발호재도 갖춰 성수동의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성수동에는 코오롱디지털타워, 한라시그마밸리 등이 있으며 앞으로 프리미엄 첨단 지식산업센터 ‘성수동 선명스퀘어’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식산업센터는 IT 관련 산업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아파트형 공장이다. 일반적으로 지식산업센터 한 곳이 들어서면 최고 1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상주하게 돼 인근 상권에 호재로 작용한다.
임대료 상승이 가파른 이유는?
다만 성수동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치를 판단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 지역이 임대료 상승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이나 상가의 임대인은 월세를 더 올려주겠다는 임차인들의 제안에 스스로 차임을 올렸고, 뜬다는 지역을 잘 아는 건물의 매입자는 소위 뜬 지역의 임대료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게다가 주변 임대인들도 덩달아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비정상적이고 복잡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비, 영업비 등 권리금도 문제다. 테이크아웃, 커피, 디저트, 공방 등을 차린 임차인들은 나중에 권리금 등이 상승해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성수동은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을 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본래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문화 또는 상권이 생기며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자영업자들의 ‘둥지 내몰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제화거리 떠나는 ‘구두 장인’
성수동의 수제화거리는 과거엔 외부인의 왕래가 뜸한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핫플레이스로 변신했다. 교통편도 좋고 먹거리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임대료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존 점포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 보증금과 월세, 특히 권리금이 오르면서 몇몇 수제화 점포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가고 있는 상황.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은 수제화 점포가 많이 남아 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부담에 치인 점포들이 빠져나가 수제화거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수제화거리는 5년 전, 33㎡ 기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5년 전에는 1500만 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4000만 원 정도가 보통이고 많게는 5000만~7000만 원 하는 곳도 있다.
폐공장으로 번진 ‘권리금’ 진통
카페거리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의 카페는 폐공장과 창고였기 때문에
5년 전만 해도 권리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주 가끔 권리금이 없는 곳이 나오긴 하지만 곧바로 임차인이 나타나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렵다”며 “보증금과 임대료도 수제화거리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카페거리는 젊은 예술가들이 문을 닫은 공장이나 창고를 활용해 만든 새로운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대림창고가 꼽힌다. 공연과 전시회를 여는 등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공간이다. 이외에도 폐공장과 창고를 활용한 색다른 카페가 많아 외부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성수동 카페거리 일평균 유동인구는 9만6492명으로 월평균 약 300만 명이 성수동 카페거리를 찾는다. 같은 시기 카페거리의 평균 매출은 3113만 원. 유사 업종 11월 평균 매출 2155만 원에 비해 958만 원가량 더 많은 셈이다.
수요 몰리자 갈비골목도 ‘시끌’
갈비골목도 임대료 상승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갈비골목은 1980년대부터 인기를 끈 먹자골목이다.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도 했지만 서울숲공원과 최고급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면서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넘어온 커피전문점 블루보틀 1호점과 아모레퍼시픽의 체험공간인 ‘아모레성수’가 들어서면서 20~30대 수요까지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수제화거리나 카페거리와 다르지 않았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59㎡ 갈비가게 점포가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5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요즘엔 물건이 별로 없다”며 “게다가 권리금은 내부 시설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많게는 1억 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수동은 몇 년 전부터 뜨는 상권으로 소문이 나서 보증금과 월세,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더 큰 부담을 안고 들어가야 할 지역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전히 성수동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성수동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상권”이라며 “일시적인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있지만 지식산업센터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계속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유동인구 증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아시아의 나라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카자흐스탄 역시 먼 듯하면서도 가깝고, 낯선 것 같으면서도 친근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인천공항에서 카자흐스탄 국영 항공 에어아스타나를 타고 6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알마티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인 카자흐스탄의 경제문화관광 중심지다. 오랜 기간 소련의 지배 아래 있었던 탓에 카자흐스탄어 외에 러시아어도 사용한다. 130여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슬람교와 러시아정교를 믿지만 종교적 색채는 비교적 옅다. 음식과 풍경, 종교와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주변국의 장점을 관대하게 품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북적이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곳. 한국인에겐 의병 홍범도 장군이 생애를 마친 곳이자 10만 고려인이 살고 있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땅이다.
대자연과 유럽풍 시티라이프 체험
이륙한 지 얼마나 된 걸까. 창밖을 보니 하얗게 이어진 선이 보인다. 구름인 줄 알았더니 길이가 무려 2000km에 달한다는 톈산 산맥이다. 중국,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4개국에 걸쳐 있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비행기가 사뿐히 내려앉자, 병풍처럼 둘러싸인 만년설산 아래 녹색의 나무들과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포근히 안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알마티에서의 시간은 차분하면서도 평화롭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이다.
알마티(Almaty)라는 지명은 사과를 뜻하는 ‘알마’와 할아버지를 의미하는 ‘아타’가 합쳐진 알마아타(Alma-Ata)에서 유래됐다. 그만큼 사과가 유명하다. 알마티의 가로수길이라 할 수 있는 아르바트 거리는 세련된 노천 카페들과 ‘스타벅스’, ‘망고’ 같은 글로벌 체인점들로 가득하다. 벤치와 분수대 주변에는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이 모습이 보인다. 이밖에 대통령공원, 판필로프의 28인 기념비, 젠코프 러시아 정교회, 젤료니 바자르 재래시장, 알마티의 남산타워 콕토베 케이블카도 있다. 이들 구시가지에 있는 건물들은 역사에 비해 너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그 이유는 1887년과 1911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파손되어 재건축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린 협곡’과 위구르족 마을
이튿날, 3시간여 차를 달려 차린 협곡으로 갔다. 도심을 벗어나자 차도 건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길 양쪽으로는 끝없는 옥수수 밭이 펼쳐져 있었다. 양떼와 말들만 가끔 보이는 황량한 거리였다. 살짝 지루해질 무렵 점심을 먹을 겸 위구르족 마을에서 내렸다. 언젠가 가봤던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마을 모습과 닮아 있다. 세계는 이토록 신기하다. 어느 국경이든 그곳에는 교집합의 삶이 있고 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여행자는 마치 깨달음의 퍼즐을 푸는 듯한 신기함을 느낀다. 길가에 늘어선 가게에서는 하미과(노란색 껍질의 멜론)를 비롯한 과일과 빵을 팔고 있다. 골목 안은 양꼬치 샤슬릭 굽는 연기로 가득했다. 샤슬릭은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중국 신장 등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으로, ‘꼬챙이’를 뜻하는 투르크어 ‘쉬시’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두툼하게 썬 양고기에 소금과 후추, 각종 향신료로 간을 한 후, 꼬치에 꽂아 숯불로 훈연한다. 특유의 풍미와 함께 씹을 때 느껴지는 풍부한 육즙이 일품이다. 다른 음식들도 대부분 맛있다. 우리나라 만두국과 비슷한 ‘펠메니’와 카자흐스탄의 대표 면 요리인 ‘라그만’으로 행복한 식사를 하고 난 뒤 보니 그제야 식당 안의 독특한 분위기가 눈에 들어온다. 혼자 식사를 하는 촌로와 막걸리처럼 보이는 차를 마시는 호탕한 두 여인의 모습이 인상 깊어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세상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운 건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현지인의 얼굴엔 그 나라의 역사와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방불케 하는 차린 협곡. 150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인해 생겨난 계곡이다. 지질학적·생태학적 보호를 위해 200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입구에 도착하니 몸을 날려버릴 듯한 세찬 바람이 격한 환영을 한다. 협곡 아래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 약 2km 트레킹을 했다. 황톳빛 기암괴석들과 ‘낙타가시’로 불리는 수풀 사이를 지났다. 닳고 닳은 관광지였다면 바위마다 이름을 붙이고도 남았을 터.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들과 핸드폰으로 추억을 담느라 바쁜 젊은이들의 모습이 풍경과 어우러지며 싱그럽게 다가왔다. 작심한 듯 트레킹 복장을 갖춘 유러피언들도 눈에 띄었다.
절벽 아랫길은 물론 윗길로도 트레킹이 가능하다니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에게 매력적인 장소임에 틀림없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엔 방갈로와 유르트(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 쓰는 이동 가능한 주거 형태)가 갖춰진 에코파크리조트(Eco Park Resort)가 있어 숙식이 가능하다.
유르트에 머물면서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도 보고 동틀 무렵의 협곡도 산책하며 하루쯤 문명과 동떨어져 쉬어가고픈 곳이다.
침블락 스키리조트와 빅알마티 호수
알마티 시내에서 차량으로 30분 정도만 가면 닿을 수 있는 침블락 스키리조트에서는 사시사철 만년설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메데우 아이스링크를 지나 3단계에 걸쳐 케이블카를 나눠 타고 해발 3200m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구간 사이의 휴게소에는 간단한 먹을거리와 커피가 마련돼 있다. 전통 의상을 입고 독수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즐거움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곧 맞이할 겨울 시즌을 준비하느라 바빠 보였다. 정상에 올라 바에서 마신 맥주 한 잔의 맛이 잊히지 않는다. 문득 스키를 좋아해서 세계의 스키장을 찾아다니는 친구가 떠올랐다. 사진을 찍어 보내주니 당장 올겨울 스키 여행지로 찜했다는 답신이 온다. 11월에부터 4월까지 스키를 탈 수 있어 겨울이 짧은 스키 마니아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2011년 동계 아시안게임과 201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최지로 선정될 만큼 자연설이 좋고, 별장부터 유르트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도 갖춰져 있다. 스키나 보드 장비 대여도 가능하다. 스키를 즐긴 후 근처 온천에서 몸을 녹인다면 이보다 좋은 휴식이 없을 것 같다.
침블락 스키리조트에서 내려와 한 시간 정도 이동해 도착한 곳은 빅알마티 호수. 가는 길은 대관령 고갯길처럼 꼬불꼬불했지만 눈부신 에메랄드 호수를 설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모습은 달력 속 풍경처럼 아름다웠다. 아무데나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도 정겹다.
탐험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탐험이 시작된다고 했던가. 알마티 외 다른 도시들도 탐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은퇴 후 가장 먼저 생각해보는 직업 중 공인중개사를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재테크의 대명사인 부동산에 관한 관심은 시니어의 일상 속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정부 규제의 변수로 예측도 전망도 어려워져 믿을 만한 부동산 정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맨손으로 시작해 부동산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전문가이자 여러 부동산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출연까지 하며 부동산 업계 트렌드를 꿰뚫고 있는 장용석 ㈜장대장 부동산그룹 대표. 그를 만나 현시점 우리나라의 진짜 부동산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용석 ㈜장대장 부동산그룹 대표는 부동산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빈손으로 출발해 10여 년 만에 이름만 대면 아는 부동산 전문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큰돈이 흐른다기에 혹시나 하고 시작했어요. 2004년 무렵이었어요. 저희 집 형편이 안 좋은 상황이어서 고시원에서 지내던 시절이었죠. 부동산 일을 한번 제대로 해보자 하고 뛰어들었어요.”
2007년, 장 대표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국내 경제도 좋았고, 지방에서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부동산 시장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현지 부동산에 가서 제가 관리하는 고객이 꽤 있는 척했죠.(웃음) 한 지역을 가면 매물을 구하기 위해 열 군데 이상의 부동산을 돌았어요. 그렇게 10여 군데 돌아야 겨우 하나 얻을까 말까 했어요.”
땅은 책으로 경험하는 게 아니다
부동산은 발로 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장 대표 또한 그러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더러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부동산그룹의 대표가 된 데에는 확실한 성공 사례들이 있었다.
“평택 부동산 가격이 엄청 뛰었잖아요. 평당 20만 원, 30만 원 하던 시절에 많이 소개했어요. 지금은 200만 원, 300만 원 하죠. 세종시는 제가 그렇게 투자를 권했는데도 사람들이 안 하더라고요. 평당 몇십만 원 하던 땅값이 지금은 몇백만 원가량 합니다. 부동산 투자자들 중에 싼 매물만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는 평당 몇십만 원도 부담스러웠겠죠.”
발로 뛰는 타입이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았다. 부동산과 얽힌 사람들의 천태만상은 그를 씁쓸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번은 새만금을 끼고 있는 부안 땅을 산 장모와 사위가 왔어요. 돈은 장모가 내기로 했고요. 예를 들어 그 땅이 901평이라고 가정하면 장모가 451평, 사위가 450평 반반씩 나누기로 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장모가 더 갖게 된 한 평을 가지고 식사를 하다가 싸움이 난 거예요. 장모가 땅을 사주는데 사위가 한 평 더 가져가려고 어떻게 저러나 싶었죠.”
가짜 정보와 분양가 상한제의 속내
장용석 대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BSCNBC ‘시선집중 부동산 길라잡이’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며 화제에 올랐다. 더불어 TV조선 ‘부동산 로드 이사야사’에서도 최고 전문가로서의 진면목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부동산 삼국지’에 복귀해 가수 방미와 함께 부동산 강의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줬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부동산 강사로 명성이 높다. 부동산 전문 방송에서 패널로 참여하고 싶어 직접 찾아가 면접을 보고 방송을 한 게 방송인 경력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동산 관련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면서 온갖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방송 전문 패널로서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방송에서는 강한 얘기를 못해요.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가능하죠.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조회 수와 구독자 수가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만큼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지 유튜브에 나오는 정보들이 진짜라는 걸 의미하진 않아요.”
최근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분양가 상한제다. 장 대표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 기미가 보이면 무조건 막겠다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재건축을 앞둔 강남권의 오래된 아파트가 투자 대상 1등이었죠. 1등이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그다음은 5년에서 10년 이내에 지어진 신규 아파트로 투자자들이 몰렸고요. 그리고 이들 매물이 좀 올랐다 싶으면 강남 외 지역 재건축 아파트 구매로 이어졌죠. 정부에서는 관련된 규제를 계속 해왔는데 정책 효과가 없자 이제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하게 된 거예요.”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있는 듯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예를 들어 관리 처분을 신청했던 단지들이 분양에 들어가야 하는데 분양가 상한제 기준을 입주자 모집 공고 전까지로 하면 다 해당되거든요. 그러자 조합은 헌법소원까지 가겠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어요. 규제가 많아지고 적용기간이 길어지면 또다시 부동산 시장은 왜곡될 겁니다.”
부동산 부자들이 요즘 움직이는 곳
장 대표는 “부동산은 심리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최근 언론에서, 서울의 경우 양질의 주거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기사를 싣자 가격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판매자들은 안 팔려고 하고, 구매자들은 급매물을 노리고 있다는 게 요즘 분위기란다. 그래서 당분간은 보합세에서 약간 올라가는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강남 부자들이 요즘 부동산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일까? 최근 SNS를 타고 떠도는 소문에 대해 물어봤다.
“사람마다 달라요. 작은 규모로 여러 채 가진 분들이 있는데, 작은 건 강남 지역 외에 있는 거죠. 그런 곳은 사실상 입주 단계에서 값이 많이 내려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파는 분들이 많아졌지요. 강남권에서도 일부 비슷한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듯해요. 우리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이 모두 판매로 돌아섰다면 강남 매물이 많아야 하잖아요? 말만 무성할 뿐이지 실물 거래는 없다는 얘깁니다.”
장대장 대표는 유튜브 채널 ‘장대장TV’ 등 다양한 SNS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2019년 개정 부동산 세법, 부동산 통계 해석, 조정대상지역 내 각종 규제 적용 시기 등 업로드되는 부동산 관련 최신 정보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개업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프랜차이즈 전국 지점도 모집 중이다. ㈜장대장 부동산그룹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선진국형 프랜차이즈 지점을 통해 전국의 알짜배기 분양 매물을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소개하고 그로 인한 수익은 본사와 지점이 모두 상생하는 방향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그래서 최근 경기 침체, 가짜 부동산 정보, 비관론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자신이 이끄는 장대장 부동산그룹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지점 확대를 통한 본격적인 종합 부동산그룹으로의 확장이다. 부동산 회사의 기본은 좋은 매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그가 지점을 늘리려는 이유도 지점이 많아지면 안 팔리는 매물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소비 심리가 죽으면 안 팔리겠지요. 그럴 바에는 싸게 파는 게 낫잖아요. 예를 들어 5억 원짜리를 4억5000만 원에 팔아주고, 대신 2주 안에 해결해주겠다고 하면 건설 사업자도 돈을 벌고 부동산 업체도 이익을 나눌 수 있고, 고객도 좋은 거죠. 사장될지도 모르는 매물을 가져다 모두가 윈윈하게 만드는 게 제 계획이에요.”
새로워져야 할 부동산 투자전략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좀 더 투명하게 만들자, 이를 기반으로 부동산 산업을 다양하게 확장하자’는 게 그의 사업 목적이다.
또한 현장과 본사와의 소통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저희는 유료로 상담을 하는데 무료로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해가 안 가는 게, 변호사 상담은 당연히 돈을 내는 걸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부동산 상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부동산 중개소에서 해주는 공짜 상담을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정보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으면서 살아왔기에 계속 실수하고 실패했던 게 아닐까?
“미국은 변호사 위에 부동산 전문가가 있어요. 수수료도 굉장히 비싸서 3%나 돼요. 그걸 양쪽에서 받으니 6%죠. 우리나라는 최고가 0.9%예요. 그것도 비싸다고 내리자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사기를 당하죠. 적게 받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그만한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그럴 때 신뢰도 생긴다고 말한다. 또 부동산 업계에서 사고를 친 사람은 다시는 업계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모종의 인증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에게도,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무려 1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날려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부동산 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싶은 그의 사업 목표와 이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동산 시장 투명하게 만들고파
스포츠를 전공한 그답게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일하는 일면도 볼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장 대표는 사업을 안 하고 ‘선수’로만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고백했다. 사장이라는 자리가 맞지 않다기보다는, 그의 삶의 궤적이 보여주는 바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 업계의 부조리함을 개선하고 싶었고, 하던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사람이다. 흔히 말하는 ‘노력해서 어쩌다 보니’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머리 아픈 일을 너무 겪어서… 이제 좀 편하게 살고도 싶기도 하고,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그렇지만 부동산 연구소를 만들어 최고의 평가도 받고 싶어요. 아무래도 그게 지금 하는 사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장 분석과 통찰력으로 사업을 하면 할수록 고객 사례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적확한 빅데이터가 구축되고 그걸 제 연구에 활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업계 베테랑들이 한 말을 들려줬다.
“부동산 사업이 경기를 가장 많이 타요. 함께 일하는 이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욕심 부리지 않고 오래 일해야 무슨 일이 벌어져도 대응할 수 있다.’”
어쩌면 그 말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욕심에만 급급한 부동산 분야에 마땅히 필요한 금언 아닐까. 그가 만들 새로운 한국 부동산 비즈니스 모델의 비전이 궁금해졌다.
56년 전통 ‘미성당’
‘납작만두’는 동인동찜갈비, 무침회, 복어불고기 등과 함께 이른바 ‘대구10味’로 불린다. 대개 맛있는 만두라고 하면 얇은 피에 두툼하게 꽉 찬 소를 생각하지만, 납작만두는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그 이름처럼 납작하게 생긴 것은 물론이고, 속은 적고 피가 대부분이다. 무슨 맛으로 먹나 싶겠지만, 평양냉면의 매력처럼 삼삼하니 보들보들한 식감이 자꾸 입맛을 당긴다.
납작만두를 파는 가게는 전국 곳곳에 있지만, ‘미성당’이 그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6·25전쟁 이후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미성당의 창업주였던 故 임창규 씨가 당면, 부추, 밀가루 등 최소한의 재료로 납작만두를 고안한 것이다. 보통 만두라면 빚은 뒤 쪄내 바로 먹지만, 납작만두는 한 번 초벌로 삶은 뒤 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갔다 센 불로 구워낸다.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만두를 조금이라도 더 크게 불려먹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덕분에 푸짐해 보이는 것은 물론 납작만두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아버지의 대를 이은 2대 주인장 임수종(56) 씨는 여전히 50여 년 전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만드는 방법, 재료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별것 안 들어가고 대충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일정한 맛과 모양을 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평일에는 하루 1만5000~2만 개, 주말에는 하루 3만 개 정도 그날 쓸 만두를 빚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20년 이상 된 베테랑이라 문제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직원들과 정직한 맛을 유지한 게 장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요.”
직원들이 오래 일했다는 건 주인장의 인심도 한몫했으리라. 임 씨는 “상부상조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고마운 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역사만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을 미성당 식구들. 그러나 올해 그들은 50여 년간의 추억을 고이 간직한 가게를 떠나야만 했다. 원래 미성당이 있던 남산 4-5지구가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시작해 이전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더 오래가기 위한 또 다른 출발로 여기고 있단다. 그 새로운 시작엔 임 씨의 아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아들도 대를 있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 가게가 너무 쾌적해서(웃음) 옛날 분위기가 덜 나긴 하는데,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 차차 다시 역사가 쌓이겠죠. 아들의 손맛도 무르익어 갈 테고요. 아버지께서는 제게 늘 ‘불맛’이 중요하다 강조하셨어요. 그게 우리 집의 노하우와도 같은데, 아들도 그 불맛을 잘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대구3호선 남산역 2번 출구 도보 4분
주소 대구시 중구 명덕로 93
영업시간 10:30~21:00 (명절 휴무)
대표메뉴 납작만두, 쫄면, 우동 등
※본 기획 취재는 (사)한국잡지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전용 85㎡의 아파트를 보유한 K 씨는 요즘 매일 전세 시세를 확인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2년 전 여름 8억3000만 원에 현재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전세 시세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 씨는 “최근 인근 지역의 입주 물량이 많아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이미 시세가 7억 원 초반대로 떨어져 재계약을 해도 1억 원가량을 돌려줘야 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의 기류도 심상찮다.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주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늘어나,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우려가 크다. 일부 지방에선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 전세’ 경고음마저 들려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전국의 주택 전세 가격은 2년 전인 2017년 1월 말보다 1.4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 아파트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조선 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시가 2년 전 대비 34.98%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광역시에서는 울산의 전세 가격이 13.63% 떨어졌다.
서울도 역전세난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 여파로 ‘강남 4구’의 전셋값이 2년 전 대비 3.86% 내렸다. 서울 강북권은 일부 오름세도 보이는 등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서울 전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지난 2년간 평균 1%대에 불과해 주택 시장 위축이 지속될 경우 서울에서도 역전세난 확산의 우려가 있다.
세입자 대비책 ‘전세보증보험’
서울 마포구의 전세 세입자인 L 씨는 올가을 전세 만기를 맞아 전세보증보험을 알아보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L 씨는 “전세보증보험은 가입기한(전세 계약 2년 중 1년 초과 이전)이 정해져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서울 도심 지역은 역전세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혹여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해 만기가 지나도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전세 계약이 끝났음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이사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이 대표적이다. 가입 가능 시기와 보험료를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경과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은 임대차 계약 개시일로부터 10개월(임대차 계약 기간이 1년인 경우에는 5개월이 경과되지 않은 시점)이 경과되지 않은 시점에 가입해야 한다.
보증금액은 전세 계약서상 보증금 전액이며, 전세 계약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보증기관에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료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경우 아파트는 연 0.128%, 그 외 주택은 연 0.154%를 내야 한다.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의 보험료는 아파트의 경우 연 0.192%, 기타 주택은 연 0.218%다. 전세 보증금이 3억 원이면 2년간의 보험료는 아파트의 경우 92만1600원, 기타 주택은 115만2000원이 든다. 전세금을 떼일 걱정이 없지만, 연간 40만~50만 원 수준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보험 가입은 선택 사항이지만, 집값과 전셋값 비율 및 선순위 대출 확인은 전세 계약 전 필수 사항이다. 집주인의 대출과 전세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70%를 넘어가는 경우 ‘깡통 전세’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계약을 재고하는 게 낫다.
계약 후 이사까지 마치면, 14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만일의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 해도 보증금에 대한 우선순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다.
규제지역 외 다주택자, 1억 초과 보증금 반환대출 허용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전셋값이 외환위기 때처럼 20% 급락할 경우, 집주인 5명 중 1명은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집주인의 7.2%는 신용대출을, 14.5%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보증금 반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문제는 지난해 등장한 9·13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유주택자들의 대출이 사실상 꽉 막혀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대출은 보유주택 수와 관계없이 연간 한도 1억 원 내에서 허용된다. 다만 생활안정자금 중 1억 원을 초과하는 임차보증금 반환용도 대출의 경우 규제지역에서는 1주택 세대 또는 1주택에 준하는 세대만 가능하다. 다만 규제지역이 아닌 기타 지역의 경우 주택보유 수에 상관없이 1억 원을 초과하는 임차보증금 반환용도의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경우 대출기간에 주택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체결해야 하고, 약정을 위반하면 해당 대출 회수 및 주택 관련 대출 제한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대출 총액은 지역별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이내여야 한다.
최근에는 집주인이 전세금 하락분만큼 세입자에 되레 이자를 주는 ‘역월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년 전 울산에서 2억4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던 B 씨는 최근 시세가 2억 원 이하로 내려앉자, 역월세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종종 나타나던 역월세 사례는 입주 물량이 많은 서울 송파·강동구 등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역월세 전환율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고, 고육지책인 만큼 은행 이자보다 다소 높은 이율로 책정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역전세난 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대책 마련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매유예제도 연장, 역전세 대출상품 출시, 세일앤리스백 가입대상 확대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주택 시장 위축에 따른 역전세난 및 깡통전세 실태 파악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현재 정책의 초점이 집값 안정화에 맞춰지면서 집주인을 위한 대안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깡통전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발틱 3국 중 ‘라트비아’가 한국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국내 대중 가수, 심수봉이 불렀던 ‘백만 송이 장미’라는 번안곡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의 원곡은 라트비아의 가수가 불렀다. 특히 이 노래 가사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그루지아의 한 화가가 프랑스 가수를 흠모해 바친, ‘서글픈’ 백만 송이 장미. 라트비아 수도인 ‘리가’에 두 번째 방문하는데도 그 유행가 선율이 계속 머릿속에 감돈다.
두 번째 만남이 더 행복한 ‘리가’
필자는 현재 4개월 여행의 막바지에서 핀란드에 와 있다. 가을이 짙은 핀란드 경치를 바라보면서 ‘최고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나라, 도시를 만났다. 기억나는 곳들이 많지만 그중 한 곳이 라트비아 리가다.
러시아 프스코프에서 버스를 타고 에스토니아 국경을 넘어 라트비아 리가로 향했다. 4년 전 늦가을, 잠시 발만 딛고 떠나버렸던 리가. 어떻게 변했을까?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중앙시장 건물이 반갑다.
다우가바(Daugava) 강 제방 위에 열 지어 서 있는, 다섯 개의 거대한 홀 모양의 건물. 현재는 시장 건물이지만 원래는 독일이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공격할 목적으로 지은 체펠린 비행선 격납고였다. 전쟁이 끝난 후 리가로 그대로 옮겨져 현재는 활황을 누리는 재래시장 건물이 됐다. 잠시 눈인사로 대신하고 여행자들의 ‘숙제’와 같은 숙소 찾기에 나선다. 그런데 4년 전의 버스터미널이 아니다. 여행 안내소가 생겼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친절한 여행 안내원이 있다.
올드 타운까지는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길이 울퉁불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내버스 타고 숙소로 갈까?”라고 물었더니 ‘고작 7분 거리’라면서 걸어가란다. 터미널에서 올드 타운으로 들어서는 골목길이 제법 정돈되어 캐리어를 끄는 데 크게 힘들진 않다.
저렴한 가격의 숙소 또한 훌륭하다. 낡은 건물이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무거운 짐 옮기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내도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조식 제공에 오이와 자른 레몬을 넣은 음료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한껏 편한 마음으로 어슬렁어슬렁 올드 타운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도심의 거리는 화려하고 활발하다. 관광 인파로 넘실대는 골목의 카페에서는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와 흥을 돋운다. 같은 장소를 두 번 방문하는 일은 생각보다 좋다. 기억을 더듬는 것도 좋고, 못 본 곳들을 재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4년이란, 충분히 도심을 변하게 할 수 있는 시간 같다.
‘백만 송이 장미’로 더 친숙하게 다가온 나라
제정 러시아 시대에 ‘리가’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에 이어 제3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활황을 누렸다. 러시아에서 발원한, 리가의 젖줄인 다우가바 강은 수로로 이용하기에 좋은 요새였다. 당시 리가는 ‘동유럽의 파리’, ‘동유럽의 라스베이거스’라 불렸다. 동유럽에서는 최고로 유흥산업이 발달했던 도시. 한국인에게는 ‘백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로 알려진 나라.
‘백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는 라트비아 작곡가 라이몬즈 파울스가 만들고, 라트비아 여가수 아이야 쿠클레가 처음 불렀다. 이 노래를 알린 사람은 러시아 여가수인 알라 푸가체바다. 노래 가사는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의 시다.
한 화가가 살았네/홀로 살고 있었지/그는 꽃을 사랑하는 여배우를 사랑했다네/그래서 자신의 집을 팔고, 자신의 그림과 피를 팔아/그 돈으로 바다도 덮을 만큼 장미꽃을 샀다네/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붉은 장미…
이 시는 그루지아(현 조지아)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가 프랑스 출신 여배우에게 사랑에 빠졌던 일화를 바탕으로 쓴 것. 한 가난하고 외로운 무명화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살고 있는 고장에 유명하고 아름다운 여배우가 순회 공연차 오게 된다. 그녀를 흠모하던 화가는 단 하루밖에 없는 그 기회를 이용해 특별한 방식의 사랑 고백을 계획한다. 여배우가 묵고 있는 호텔 광장에 장미를 가득 뿌려놓겠다는 것. 자신의 모든 재산을 처분해 장미 백만 송이를 산 그는 그녀가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모든 곳에 장식했다. 이 노래는 동유럽 일원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길거리 음악의 대명사가 됐다.
구시가 골목 즐기기
긴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골목길. 자꾸만 길을 잃게 만들면서 블랙헤드 길드 광장 앞으로 안내를 한다. 이 광장은 리가의 랜드마크로 건물에 금박이 박혀 있어 금세 눈길을 끌어당긴다. 예전 상인들의 숙소와 연회장이었던 건물. 눈길을 끄는 천문시계에는 처음 주문한 길드가 시계공의 눈알을 빼버렸다는 전설이 흐른다. 너무 아름답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동유럽의 흔한 전설 중 하나다.
그것보다 이 건물의 특징은 블랙헤드다. 금박 건물에 이들의 수호성인인 성 마우리티우스가 새겨져 있다. 그는 북아프리카 흑인 출신의 로마 전사였다. 그래서 블랙헤드라는 건물명으로 지칭된 것. 이 전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건물의 80%가 파괴되었는데 라트비아가 재건축(2001년)했다.
현재 박물관과 관광안내소가 함께 있다. 길드 앞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조형물은 1510년, 리가의 길드 회원들이 커다란 전나무를 세워놓고 각양각색의 화려한 장식을 해 밤새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자리에 있다. 작은 트리 조형물. 왠지 억지스럽다. 그보다 광장 뒤쪽에 있는 성 피터 성당의 뾰족한 첨탑이 눈길을 끈다.
1209년에 건설된 이 성당은 1666년 이후 여러 차례 보수되었다가 현재는 1941년의 모습 그대로다. 이 성당은 시대에 따라 가톨릭 성당, 루터 교회, 그리고 박물관 등으로 여러 차례 기능이 바뀌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이 성당을 찾는 이유는 첨탑(123m)으로 올라 시내를 조망하기 위해서다. 탑 위까지 걷지 않고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다.
구시가지의 붉은 가옥과 강, 좁은 골목길, 그리고 사람들을 구경한다. 특히 반가운 것은 한국의 유명 기업 상호가 새겨진 멋진 고층 건물이다. 성당 뒤쪽으로는 독일 형제 작가인 그림 형제의 유명한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 나오는 동물들의 동상이 있다.
이외에도 독일인들이 이 땅에 와서 처음으로 지은 돔 성당도 여러 번 만난다. 이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6768개의 파이프를 가진 오르간. 제작(1884년)될 당시만 해도 이 파이프 오르간은 세계에서 가장 컸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네 번째 크기가 됐다.
스웨덴 문과 아르누보 건축
그 어떤 곳보다 필자의 관심을 끈 곳은 스웨덴 병사와 리가 아가씨의 사랑 이야기가 흐르는 스웨덴 문 주변이다. 누군가의 설명을 듣지 않으면 눈여겨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아치형 문.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애달파서일까? 좁은 골목길에서 풍겨나오는 향취가 남다르다.
케케묵은 연륜이 고스란히 남은 건물 모퉁이의 작은 카페들. 올드 타운의 화려하고 시끌벅적함과는 미세하게 색깔을 달리한다. 카페를 장식하고 있는 화단에 오후의 햇살이 스며들 때면 커피향이 그립다. 스웨덴 문을 지나면서 만나는 리가 성은 1330년, 리보니아 기사단의 기지로 강변 옆에 건설되었다.
리가의 구시가지를 빠져 나와 동쪽으로 가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1935년에 세워진 자유의 기념물 옆 공원의 작은 개울에서는 보트를 빌려 탈 수 있다. 또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화약탑(1621년)과 리가에서 가장 큰 러시아 정교회의 모습도 보인다. 라트비아의 시인이자 사회운동가인 라이니스의 동상도 만날 수 있다.
리가 여행의 숨겨진 보석은 신시가지 거리의 아르누보 건축물이다. 리가의 아르누보 건축 설계는 미하일 에이젠슈타인이 했다. 1899~1914년에 조성된 이 건물은 요즘 들어 많은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필자는 그가 남긴 화려한 건축 양식보다는 그의 아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흔적을 찾고 싶었다. 당시 세르게이는 러시아권의 유명한 영화감독이었지만 그 흔한 동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의 흑백영화는 무성시대의 찰리 채플린을 무색케 할 정도다.
Travel Data
교통편 발틱 3국은 버스 편이 용이하다. 탈린이나 리투아니아에서 리가 행 버스를 타면 된다. 교통정보 대부분 걸어 다녀도 된다. 시내 교통카드는 편의점에서 판매한다.
맛집 퓨전 레스토랑이 많다. 구시가지 쪽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음식값이 비싸다. 반면 동쪽 호텔 뒤쪽으로 가면 저렴하면서도 맛 좋은 음식점이 즐비하다.
숙박 고급 호텔을 비롯해 아파트, B&B, 호스텔 등 다양하다. 고급 호텔은 가격이 비싸지만 도미토리룸은 1인당 2만~3만 원 선에 이용 가능하다.
대표 술 리가 블랙 발삼(Riga Black Balsam)은 러시아의 여황제 예카테리나의 병을 낫게 한 술로 유명해졌다. 그 외 리가는 러시아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보드카가 많다. 라트비아 최고의 맥주는 알다리스(aldaris)다.
시차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날씨 리가의 기온은 전형적으로 14°C에서 23°C. 5월부터 9월 중순까지는 날씨가 온화해서 여행하기 좋다. 그러나 11월부터는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지고 일교차가 커서 두터운 겨울옷이 필수다.
“평창올림픽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외국인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호텔 접객에 대한 매력을 느꼈죠. 그래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알아보게 됐어요.”
호텔플렉스 서울드래곤시티에서 만난 한상도(韓相度·60) 씨는 두 번째 인생의 일터로 호텔을 선택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 씨는 원래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 일본계 회사에서 기계장비용 벨트 생산과 관련한 일을 했다. 그러다 본사가 철수하면서 재건축 지역에서 시행 사업에 손을 댔다. 실적이 꽤 좋아 경제적으로 안정은 됐지만, 나이를 먹어서도 할 수 있을 만한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호텔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호텔 업무는 마음에 들었지만 쉽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나이만 보고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지인에게서 야놀자에서 진행하는 교육 이야기를 들었어요. 5월 교육에 신청하려고 봤더니 경쟁률이 높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교육장 방문도 해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였죠.”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반장을 맡아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 씨는 말한다.
“보름간의 교육 중 대부분이 실습이었어요.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방을 치우고 정돈하는 룸메이드 일이 쉽지 않았죠. 다양한 손님들이 오니까요. 더러워진 방을 치우는 교육을 받으면서 내 자신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했어요. 지금까지도 그 각오는 유효해요.”
그렇게 작은 호텔에서 교육을 받다 프랑스 아코르 계열의 세계적인 대형 호텔 체인이자 국내 최초의 호텔플렉스로 손꼽히는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 소감은 어땠을까. 그는 “처음 일하러 갔을 때 완전히 딴 세상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불필요한 접점을 피하기 위한 근무자들만의 통로와 업무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규모가 엄청나요. 고객들은 전혀 알 수 없는 곳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위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투숙객을 위해 얼마나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게 됐고, 덕분에 자부심도 생겼어요.”
그가 호텔에서 맡은 업무는 딥클리닝. 일반 룸메이드가 해결하지 못하는 특수 청소다. 카펫에 흘린 오물 자국이나 아이가 소파 가죽에 한 낙서를 지우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다. 처음엔 고됐지만 지금은 9가지 정도 되는 특수약품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게 됐다.
“첫날 일하고 들어갔더니 손톱 밑에 까만 때가 껴 있더라고요. 아내가 뭘 하다 왔길래 그러냐면서 잔소리를 하더라고요. 이실직고했다가 그만두란 소리만 들었어요. 설득하는 데 애먹었죠.”
매일 아침 갈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맡은 일만 다 하면 퇴근시간이 정확합니다. 치워진 깨끗한 방에서 만족해할 고객을 생각하면 보람도 꽤 큰 직업입니다. 나중에 내 호텔을 가져보는 꿈도 꿔봅니다. 다른 시니어에게도 호텔 일을 해보라 권하고 싶어요.”
폴란드 남부에 자리한 크라쿠프는 옛 폴란드의 수도다. 17세기 바르샤바로 천도하기 전까지 유럽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다. 바르샤바는 세계대전 때 완전 파괴되어 온 도시를 새로 복원했지만 크라쿠프는 옛 유적지가 고스란히 남은 고도다. 구시가지는 세계유산 등재가 시작된 첫해(1978)에 지정되었다. 매력이 폴폴 넘치는 그곳엔 동양적인 것들도 남아 있다. 13세기 타타르족에게 굴복당했던 이 도시에는 만두를 닮은 ‘피에로기’가 전통음식으로 남았다.
글·사진 이신화(여행작가, ‘on the camino’의 저자, www.sinhwada.com)
피아스트 왕조와 야기에워 왕조가 남긴 위대한 업적
체코 프라하에서 폴란드로 가는 중요한 목적은 아우슈비츠를 보기 위함이다. 침대열차를 타고 승무원에게 오비시엥침 역에서 깨워 달라 부탁하고 깊은 잠에 빠진다. 덜컹거리는 기차의 움직임도 기적소리도 못 느낀 채 깊은 잠에 빠진 그날. 친절한 승무원이 일부러 깨우러 왔지만 잠에 취해버렸다. 어쩔 수 없이 크라쿠프 역에 내린다. 첫새벽이라 검표원도 없다. 부산하던 사람들의 발자국이 사라진 역사에 우두커니 한참 서 있다가 빠져나온다. 요새 역할로 성을 에둘러 심은 숲 정원을 넘어서자 바로 구시가지다.
도시는 기대 이상으로 고풍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크라쿠프는 그 역사가 깊다. 폴란드의 첫 번째 피아스트 왕조(960년경~1370년)가 410년간 통치했다. 피아스트 마지막 왕이었던 카지미에시 3세는 폴란드의 역대 왕들 중에서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피아스트 왕조 이후 야기에워 왕조(1386∼1572)가 186년간 통치한다. 야기에워 왕조는 리투아니아의 대공작이었던 요가일라가 야드비가 여왕과 정략결혼(1386)하면서부터다. 이 결혼으로 폴란드 사상 가장 빛나는 황금시대가 출현한다. 역 앞에서 만난 야기에워 기마상(1910, 그룬발트 전쟁 500주년 기념)이 힘차 보이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1410년, 독일 기사단을 격파한 그룬발트(타넨베르크) 전투는 대단한 일이었다.
500여 년의 중세 유럽 문화의 중심지, 유적으로 남아
도심을 에두른 방어벽인 바비칸(누문, 망루, 1498년경)이 남아 눈길을 끈다. 바비칸은 성 플로리안의 성문을 통과하고 도시에 들어온 모든 사람의 검문소 역할을 했다. 성문을 통과하면 겨우 마차 두 대가 지날 수 있는, 돌로 포장된 좁은 플로리안스카 길이 펼쳐진다. 올드 타운의 메인 광장은 리네크 글로브니(마켓 광장)다. 근 500년 넘게 크라쿠프 상징의 장소다. 언제나 많은 사람으로 활기가 넘치는 광장엔 골목을 누빌 관광마차가 대기해 있고 카페, 레스토랑은 물론 난전도 펼쳐진다. 광장에는 14세기에 지어졌다가 1555년 재건된,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된, 직물 길드관(sukiennice)이 있고 그 앞에는 19세기 폴란드의 위대한 작가인 아담 미츠키에비치의 동상이 있다. 그의 명성은 셰익스피어에 비교될 정도다.
또 가장 우아하고 화려한 두 개의 첨탑을 갖고 있는 성 마리 성당이 있다. 첨탑을 만든 형제의 불행한 전설이 흐르고 종탑에서는 매시간 ‘헤이날(Hejnal)’이라는 트럼펫 멜로디가 연주된다. 1241년, 몽골군(타타르족)의 침략을 알리던 노 나팔수를 기리기 위한 연주다. 이 성당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0년간 미사를 집전한 곳이다. 성 마리 성당 뒤에는 성 바바라 교회가 있고 중앙 광장 남쪽 끝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작고 오래된 성 아달베르트가 남아 있다. 유럽을 종단하던 중세 상인들의 예배처는 원래 10세기에 지어졌지만, 바로크양식의 지금 모습은 17세기에 재건축된 것. 이 작은 성당은 몽골 침략 때 시민들의 피난처였다.
긴 역사의 명문, 야기엘론스키대학교
크라쿠프 거리가 젊음이 넘치는 것은 야기엘론스키대학교 덕분일 것이다. 1364년, 카지미에시 대왕이 설립한 이 대학교는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됐다. 유럽 최초로 지어진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교를 본떴다. 그가 죽은 후 답보 상태에 있던 대학교는 야기웨어 왕조의 야드비가 여왕이 산후풍으로 죽으면서 남긴 보석과 유언을 받들어 재건(1400)했다. 1406년에 예술학부가 창설되어 많은 음악가가 이곳에서 수학했다. 15~16세기에 크게 발전했고 1817년 야기엘론스키대학교로 개명했다. 세계대전과 공산주의 때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가 1918년에 폴란드가 해방된 후 눈부시게 발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대학교 출신이다. 16세기에 파우스트 박사도 이 대학교에서 연구했다. 특히 관심이 가는 인물은 1996년 노벨상을 받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시인이다. 그녀의 시어는 공감적이며 가슴을 폭 파고 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이 땅 위에서의 삶은 꽤나 저렴해/예를 들어 넌 꿈을 꾸는 데 한 푼도 지불하지 않지/환상의 경우는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대가를 치르고/육신을 소유하는 건 육신의 노화로 갚아나가고 있어”(쉼보르스카 시 ‘여기’ 중).
‘북쪽의 로마’, 무수한 성당들과 바벨 궁전
메인 광장에서 곧추 직진해 카노니차 거리부터 바벨 성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교회들이 열 지어 모습을 드러낸다. 교회는 비스와 강변까지 이어진다. 17세기, 이 도시에는 수도원과 오래된 성당(약 65개소)이 워낙 많아 과거 ‘북쪽의 로마’로 불렸다. 도시 남쪽, 비스와 강 상류의 석회암 언덕(해발 228m)에는 바벨 성이 우뚝 서 있다. 바벨은 폴란드 왕조의 가장 중요한 궁이었으며, 폴란드 문화와 역사의 상징이자 기념물이다. 500여 년간 군주들의 대관식을 비롯한 중요 행사가 열리던 곳. 특히 돔으로 덮인 지그문트 예배당의 탑은 작고 소박하지만 예술미가 뛰어나다. 지그문트 종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곤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바티칸으로 떠나기 전까지 봉직했던 성당이다. 그 외에도 유대인 지역인 게토가 남아 있다. 영화 ‘피아니스트’를 비롯 많은 명화를 만들어낸 로만 폴란스키가 8세 때 탈출한 곳이다. 또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의 영화 전반은 크라쿠프의 유대인 거주지였던 크라코브스카 거리가 배경이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영화의 배경이 된 골목들이다.
무술년(戊戌年) 부동산시장은 한 치 앞을 가늠키 어려운 ‘시계 제로’ 상태에 놓여 있다. 2017년 6월 이후 쏟아진 부동산 대책만 여섯 차례. 2018년 새롭게 적용되는 제도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주택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방위적 규제로 시장이 얼어붙는 가운데, 서울 인기 지역은 ‘안전자산’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 다주택자인 박준혁(65·가명) 씨는 새해 양도세 중과 방침에 따라 주택 보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 씨는 “주택을 급하게 처분하기 쉽지 않아, 자녀들에게 서둘러 증여할지, 임대사업 등록을 할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부장인 김수형(51·가명) 씨는 금리 인상 뉴스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착잡해진다. 김 씨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금리가 크게 올라갈까 걱정”이라며 “새해 각종 규제로 집값마저 떨어지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전국 주택 가격 하락 경고음
새해 벽두, 부동산시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흐른다. 새해 촘촘한 규제의 영향으로 매매와 임대시장 가릴 것 없이 진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부동산 연구기관과 리서치업체들은 2018년 집값이 보합 내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2018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017년보다 0.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2017년과 비슷한 보합을 유지하겠지만, 지방의 주택 가격은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의 전세 가격도 0.5% 하락할 것으로 봤다.
부동산 리서치업체인 ‘부동산114’가 최근 실시한 ‘2018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 소비자 2명 중 1명은 내년 상반기 부동산시장에서 매매와 전세 가격 모두 ‘보합’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매매와 전세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응답은 각각 23.99%와 21.08%로 나타났다. 소비자 10명 중 7~8명은 2018년 상반기에 주택 매매·전세 가격이 보합 또는 하락할 것으로 보는 셈이다.
2015년 이후 활황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은 투기 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대출한도를 축소한 ‘8·2대책’ 이후 움츠러들고 있다.
새해에는 금리 인상과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시행으로 대출의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파의 직격탄은 서울 외곽, 지방을 향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거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외곽 주택시장이 공급 과잉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말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오는 2022년까지 수도권 주택보급률(일반 가구수 대비 주택수 비율)을 107%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서울 수서역세권을 비롯해 하남, 화성, 김포, 남양주, 성남 등 신도시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이다.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부동산 수석컨설턴트(공덕지점장)는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는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의 주택은 앞으로도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외곽이나 지방의 중저가 주택은 정부가 확대하는 공공 물량과 섞이면서 조정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도 ‘2018년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지방은 하락세가 확대되는 반면, 서울 주거용 부동산은 금리 상승 압박과 준공 증가에도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가격은 강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 등 규제 산적
부동산업계는 2018년 부동산시장을 좌우할 주요 이슈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한 대출 규제 등을 꼽고 있다.
부동산114의 주택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주택시장의 파급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제도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20.11%)였다. 다음으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추가 지정(19.14%)에 대한 응답이 많았고, △신DTI(총부채상환비율) 시행(16.50%)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시행(12.62%) △중도금대출 보증요건 강화 및 보증비율 축소(9.85%) 등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관련한 내용들이 다수 꼽혔다.
우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주택 보유자들의 초관심사다. 4월 1일 이후 조정대상 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10%, 3주택 이상자는 20% 가산세율이 붙는다. 양도세 기본세율이 6%에서 최고 40%임을 감안하면 3주택 이상자의 경우 최고 60%까지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분양권의 경우 1월 1일 이후 조정대상 지역 내 거래의 경우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양도세율이 50% 적용된다. 양도차익이 1억 원이면 500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아야 할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할지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양도세 중과 예외가 적용되고 건강보험료를 깎아주는 등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2020년 말까지 등록한 연 2000만 원 이하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건보료를 8년 임대는 80%, 4년 임대는 40% 깎아준다. 또한 2019년부터 시행 예정인 임대소득자에 대한 분리과세 시, 필요 경비율을 등록 사업자는 70%로 높이고 미등록 사업자는 50%로 낮추기로 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조정대상 지역 내 3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로서 장기보유 계획이라면 양도세와 임대사업자 등록 시 세제 혜택을 신중하게 비교·검토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 ‘8·2 대책’에서 서울 전역(25개구)과 경기도 과천, 세종시 등 27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 중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와 세종시 등 12개 지역은 투기지역으로 다시 묶였다. 이어 9월에는 분당·판교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분양권 전매와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양도가 금지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최대 40%로 묶이게 됐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때는 전국 어디서나 LTV와 DTI가 10%포인트씩 낮아진다.
투기지역이 아니더라도 신DTI 시행으로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줄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DTI는 추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을 경우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대출의 이자만 반영하는 방식인 기존 DTI(총부채상환비율)과 달리, 기존 주담대의 원금과 이자가 모두 부채에 포함돼 산정된다. 4분기 시행 예정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본인 명의의 주담대 외에 신용대출이나 자동차할부, 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모든 대출을 합산하는 만큼, 다중 채무자의 대출 여력이 낮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