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통 ‘미성당’
‘납작만두’는 동인동찜갈비, 무침회, 복어불고기 등과 함께 이른바 ‘대구10味’로 불린다. 대개 맛있는 만두라고 하면 얇은 피에 두툼하게 꽉 찬 소를 생각하지만, 납작만두는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그 이름처럼 납작하게 생긴 것은 물론이고, 속은 적고 피가 대부분이다. 무슨 맛으로 먹나 싶겠지만, 평양냉면의 매력처럼 삼삼하니 보들보들한 식감이 자꾸 입맛을 당긴다.
납작만두를 파는 가게는 전국 곳곳에 있지만, ‘미성당’이 그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6·25전쟁 이후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미성당의 창업주였던 故 임창규 씨가 당면, 부추, 밀가루 등 최소한의 재료로 납작만두를 고안한 것이다. 보통 만두라면 빚은 뒤 쪄내 바로 먹지만, 납작만두는 한 번 초벌로 삶은 뒤 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갔다 센 불로 구워낸다.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만두를 조금이라도 더 크게 불려먹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덕분에 푸짐해 보이는 것은 물론 납작만두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아버지의 대를 이은 2대 주인장 임수종(56) 씨는 여전히 50여 년 전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만드는 방법, 재료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별것 안 들어가고 대충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일정한 맛과 모양을 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평일에는 하루 1만5000~2만 개, 주말에는 하루 3만 개 정도 그날 쓸 만두를 빚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20년 이상 된 베테랑이라 문제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직원들과 정직한 맛을 유지한 게 장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요.”
직원들이 오래 일했다는 건 주인장의 인심도 한몫했으리라. 임 씨는 “상부상조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고마운 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역사만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을 미성당 식구들. 그러나 올해 그들은 50여 년간의 추억을 고이 간직한 가게를 떠나야만 했다. 원래 미성당이 있던 남산 4-5지구가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시작해 이전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더 오래가기 위한 또 다른 출발로 여기고 있단다. 그 새로운 시작엔 임 씨의 아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아들도 대를 있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 가게가 너무 쾌적해서(웃음) 옛날 분위기가 덜 나긴 하는데,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 차차 다시 역사가 쌓이겠죠. 아들의 손맛도 무르익어 갈 테고요. 아버지께서는 제게 늘 ‘불맛’이 중요하다 강조하셨어요. 그게 우리 집의 노하우와도 같은데, 아들도 그 불맛을 잘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대구3호선 남산역 2번 출구 도보 4분
주소 대구시 중구 명덕로 93
영업시간 10:30~21:00 (명절 휴무)
대표메뉴 납작만두, 쫄면, 우동 등
※본 기획 취재는 (사)한국잡지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