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폐지 수집 노인은 약 1만 5000명. 하루 11시간 일하고 1만 원을 번다. 폐지를 잔뜩 쌓아둔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있는 노인을 담은 사진 한 장은 ‘노인 빈곤’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싶은 기업들이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올해 ‘폐지 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폐지 수집 노인에 관한 데이터를 제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폐지 수집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추산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도시의 단독·연립·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곳이다. 이 지역에서 이들이 수집하는 폐지는 전체의 28.4%, 재활용의 60.3%를 담당한다. 폐지 수집 기여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폐지 수집 노인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법 중 어떤 방식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사회적기업들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다른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연계하고 알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동 가치 말하는 세 가지 시선
폐지 수집 노인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사회와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가 있다. 사회적기업인 러블리페이퍼, 끌림, 아립앤위립이다.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 신유진 끌림 대표,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는 “폐지 수집 노인을 빈곤하다는 관점으로만 보지 않고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유진 대표는 수입보다도 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불쌍하다는 시선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이 빈곤보다 더 큰 문제”라면서 “끌림 리어카를 끌면 광고를 보고 ‘이게 무엇이냐’ 말을 거는 시민이 많다. 어떤 ‘끌리머’는 스스로 광고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부심을 갖게 되어 ‘이제 허리 펴고 일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드리는 수익에서 1만 원을 정기적으로 기부하시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와 소통하고 인정받는 것에서 오는 삶의 만족도가 더 크다는 의미다.
심현보 대표는 “본질적인 변화를 원했다. 우리는 이분들과 얼마나 오래 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정규직으로 함께하게 된 옥자 님의 경우 키보드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이제는 ‘신이어뉴스’ 발행인이 되어 직접 글을 쓰고 댓글도 단다. 옥자 님을 좋아하는 팬도 생겼다. 우리와 함께 일하면 정부에서 나오는 수급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심 대표는 본질을 해결하려면 ‘노인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립앤위립은 앞으로 ‘노인 일자리’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기 대표 역시 새로운 비영리 스타트업을 통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 인식을 바꾸려 한다.
기우진 대표는 “우리는 폐지 수집 노인을 ‘자원재생 활동가’라고 부른다. 사회적·경제적·환경적 가치가 재평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분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빈곤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노동이 가치 있기 때문이다. 폐지 줍는 이유를 ‘빈곤’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배제’당하고 있는 현상을 봐야 한다. 사회적·경제적 배제는 ‘노인’이 되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러블리페이퍼에 고용된 세 명의 어르신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보다 “눈 뜨면 갈 곳이 있고, 함께 일하는 친구가 있어 회사 가는 게 설렌다”고 말한다.
‘자원순환법 개정안’과 같은 법과 제도 마련을 통해 사회 안에서 이들의 역할을 명명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필요한 건 사회 안에서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정과 소통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기우진 대표와 이야기를 더 나누어봤다.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인터뷰
Q 폐지를 줍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데요. 빈곤이라는 것 외의 관점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구 통계학적으로 노인이 많아지면서 빈곤한 노인도 늘어난 것인데, 우리 사회는 이를 대비할 시기를 놓쳤어요. 노인 빈곤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고 할까요? 그렇다보니 전기 노인과 후기 노인을 나누는 기준인 75세를 넘은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소득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요. 빈곤하다고 해서 모두가 폐지를 줍는 것은 아니에요.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은 사회 구조 때문이지만, 폐지를 줍는 것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Q ‘폐지 줍는 노인’이 아니라 ‘자원재생활동가’라고 명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사회에서 이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요.
폐지를 줍는 행위를 ‘빈곤하기 때문이다’라고만 설명할 수 없어요. 저는 ‘배제’라는 단어를 씁니다. 빈곤이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단조로워집니다. 생필품이나 금전 지원의 형태에 그치고 말아요. 그런데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으로 배제되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거든요. 그렇다면 이 부분을 회복해줄 수 있는 문제 정의가 필요합니다. 이들의 일을 인정해줌으로서 소속감, 자존감,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죠.
우리 사회는 법과 제도로 이뤄져있습니다. 그래서 ‘자원순환법 개정안’이라는 법으로 이 분들을 ‘자원재생활동가’라고 정의하고 바르게 불러줌으로써 이 분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빈곤의 관점으로 본다면 복지와 연결이 되는데, 사회적 배제의 관점으로 본다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중요한 점은 재사회화입니다.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 은퇴만 하더라도 내가 해왔던 것들이 쓸모없어진다는 박탈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폐지를 주우면서 우리 동네가 깨끗해지고 환경이 보호된다는 말을 하시거든요. 하지만 이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없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이 분들을 지원해야 하는 당위성은 ‘빈곤’해서가 아니라 ‘가치 있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복지의 개념은 상당히 포괄적입니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활동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혜적 지원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Q 궁극적으로 시혜적 지원 외에 어떤 점을 보충해야 할까요?
이 분들의 활동을 경제적 가치로 산정하고 사회·환경적 가치로 활용한다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을 거고, 복지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지게 되겠지만, 재원이 충당되고, 사람이 필요하고, 인프라가 형성되어야 하는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시혜적 복지와는 다른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중장년이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폐지를 줍는 이유는 가처분 소득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주택이 서울에서 흔히 말하는 10억, 20억이 넘는 고가의 아파트가 아니라 1~2억 내외의 다세대 주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에 관한 부분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있는 거죠.
Q 결국 노인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겠군요.
요즘 액티브시니어라고도 하는데, 이 분들이 65세가 넘었을 때에 이 분들에게는 어떤 복지가 적합할까요? 시니어가 시대에 따라 변하듯, 조금 더 세련된 복지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노인 일자리에 대한 관점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러블리페이퍼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저희가 매번 ‘멋있게 망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하는데요.(웃음) 명확하게는, 어르신들에 대한 법과 제도가 완비되어 행정적으로 어르신들이 지원 받는 센터 같은 곳이 생기고, 그 지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저희는 문을 닫고 싶습니다.
저희는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 사회 인식 개선이라는 두 가지 소셜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러블리페이퍼를 통해 고용과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스피커 역할을 해왔는데요. 사회적 기업으로서 한계를 조금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영리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비영리스타트업을 통해 어르신들의 네트워킹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어 법과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 외에 자원순환을 활용한 기부도 해보려고 합니다.
현자가 말했다. 헌것에서 새것을 보라 했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찾으라 했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삼탄아트마인은 폐허를 딛고 일어선 뮤지엄이다. 쓸모를 잃고 퇴기처럼 버려진 폐탄광(구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을 볼 것 많고, 놀 것 많고, 느낄 것 많은 곳으로 리뉴얼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폐탄광의 주인은 누구인가? 오가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잡초와 이끼와 뒤엉긴 거미줄이 주인일 따름이다. 그러나 낡고 시든 사물에서도 쓸모를 발견하는 눈을 가진 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 뮤지엄의 설립자 김민석(작고)은 폐탄광을 깊숙이 바라봐 역사를 건져 올리고 예술을 새겨 넣었다. 공간이 통째 관점의 이동으로 길어 올린 창의의 산물이다.
요즘 말로 하면 삼탄아트마인은 재생 공간이다. 즉 다시 살려낸 공간이다. 그러나 폐허인들 죽어 나자빠진 무생물일 리 있으랴. 폐탄광은 그것대로의 마지막 숨을 지니고 여전히 살아 있는 게 아닐까. 유형무형의 자취로 웅얼웅얼 과거를 두런거리고, 손을 뻗어 흥망성쇠의 허무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 이런 폐탄광의 고즈넉한 은유를 예술로 북돋운 게 삼탄아트마인이다. 유별나게 외진 곳을, 세속 도시를 저 아래로 밀어내는 고원을, 첩첩이 겹친 산과 물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곳을 찾아가는 여정부터 구미에 맞아 즐거울 테지. 함백산 자락의 고지대에 있으니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단층 건물이 보인다. 실은 경사지에 세운 4층짜리 본관 건물의 맨 위층이다. 입구에서 표를 끊은 뒤 중앙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차례로 관람할 수 있게 돼 있다. ‘삼탄아트센터’라 이름 붙은 본관 건물은 낡았다. 하지만 탄광 시절의 골격과 구조를 그대로 고이 간직했다. 부분적으로 모던한 장식을 살짝 양념처럼 뿌렸을 뿐, 원형을 흩뜨리는 변형만큼은 자제했다. 모든 사물과 풍경을 가급적 그대로 살려 예술의 범주 안에 폐탄광을 수렴한 셈이다.
로비, 카페, 아트 레지던시룸 등이 있는 4층에서 눈에 띄는 건 광원(鑛員)을 그린 대형 초상화다. 석탄가루로 뒤범벅된 얼굴은 밤처럼 어둡다. 눈빛만 퍼렇게 살아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역의 피로와 신산이 서린 눈이다. 풍요 따위와는 거리를 두고 살 수밖에 없었던 광원 인생의 애환을 드러낸 작품이다. 어쩌면 삼탄아트마인의 반쯤은 여전히 탄광이다. 광부들의 실상과 동향을 실감나게 유추할 수 있는 구조물과 유물이 가득하니까. 오늘날 석탄 산업은 거의 숨이 넘어간 채 미미하게 잔존할 뿐이다. 만약 탄광과 광원들에 관한 썩 괜찮은 보고서를 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의 리서치를 통해 눈부신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다시 말하자면 삼탄아트마인을 관람하는 재미의 하나는 머잖아 전설 정도로만 남을 과거의 탄광 시대로 회귀한 것 같은 기분을 불러일으킨다는 데 있다.
스케일과 디테일 함께 살려
3층엔 ‘삼탄역사박물관’이 있다. 광원들이 사용했던 채탄 장비는 물론 방대한 분량의 갖가지 서류와 책자들까지 충실하게 보존해 전시했다.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을 볼 수 있는 ‘현대미술관 캠’도 3층에 있다. 2층에는 광원들에게 요긴하게 쓰였던 필수 시설들을 재생한 ‘마인갤러리’가 있다. 광원들이 하루의 작업을 마친 뒤 몸을 씻었던 공동 샤워장엔 나신 조각상을 전시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화장실이었던 공간엔 중세 서양의 기사들이 착용했던 갑옷을 설치해 눈길을 끈다. 웬 갑옷? 뜻이 있다. 갑옷이 감옥인 것은 갑옷이 몸을 가두기 때문이다. 행군을 하거나 전투를 할 때 기사들은 용변을 그대로 갑옷 안에다 봐야만 했다. 화급한 용무마저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인데, 광원들에게 주어진 조건 역시 열악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지하 갱도에서의 채탄 작업 중에 용변인들 자유로웠으랴. 그렇다면 광원들에게 지상의 화장실은 갑옷에서 벗어나 비로소 후련하게 용무를 볼 수 있는 일종의 구제소. 이렇게 전시 공간 곳곳에 탄광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설치 작품과 스토리텔링을 실어 디테일을 살렸다.
스케일은 또 어떻고? 일단 폐탄광의 규모부터 웅장하다. 이에 조응하며 채워 넣은 전시물들의 규모 역시 거대하다. 2층에 있는 수장고가 그 하나의 예다. 이 수장고에는 지구를 종횡으로 누비길 무른 메주 밟듯이 한 설립자가 반평생에 걸쳐 수집한 오만 가지 미술품과 공예품이 보관돼 있다. 컬렉션에 대한 설립자의 놀랄 만한 집념 이상의 광적인 몰입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손화순 삼탄아트마인 관장에 따르면, 이 수장고는 국내 최초로 등장한 ‘보이는 수장고’다. 미술관 수장고는 원래 직원들조차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하게 통제된다. 그러나 이 뮤지엄은 관람객들이 유리벽 너머로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게끔 개방적인 구조를 조성한 것이다.
1층에도 전시실이 있다. 광원들이 장화를 씻었던 세화장을 재활용한 공간이다. ‘예술, 그거 어렵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걸까? 누구나 소소한 예술적 행위를 만만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놀이터’ 역시 1층에 있다. 여기에서 긴 통로를 따라 본관 건물을 벗어나 이제 삼탄아트마인의 노른자와 만난다. 바로 ‘레일바이뮤지엄’이다. 광장처럼 널찍한 공간이다. 바닥에는 광차가 움직였던 레일이 호흡을 멈춘 긴 꼬리 짐승들처럼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다. 시커먼 탄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컨베이어 벨트 역시 한편에 누워 영원한 잠에 들었다. 이곳은 조차장이다. 광원들을 지하 채탄막장까지 실어 나르기 위한 플랫폼이었다. 마치 번지점프대처럼 허공으로 우람하게 치솟은 권양기(捲揚機, 무거운 짐을 움직이거나 끌어올리는 데 쓰는 기계)의 기능이 집약적으로 작동한 센터였다. 즉 탄광의 심장부였다.
폐탄광이 폐탄광인 건 심장이 꺼져서다. 모든 것은 흘러 마침내 심장을 잃고 어둠 속에 깃든다는 걸 웅변하나? 삼탄아트마인을 휘어감은 바탕색은 석탄가루가 착색한 검정이다. 그래서 뮤지엄의 어느 공간이든 검은빛으로 어둡다. 독일 프롤레타리아 판화의 선구자 케테 콜비츠가 말하길, ‘고통의 빛깔은 아주 어둡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삼탄아트마인이 도입한 오브제의 하나는 ‘고통’이기도? 예술을 보기 위해 뮤지엄에 왔지만, 예술 못지않게 가슴을 치는 건 광원들의 족적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막장에 삶을 걸었던 광부보다 더 절박한 고통은 흔치 않을 테다. 그들이 캔 무연탄은 제 몸을 불살라 세상을 도왔다. 광부도 석탄도, 인신공양에 맞먹을 행장을 남겼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게 인생이다. 현재의 내 삶과 내가 원했던 삶 사이엔 얼마나 간격이 크던가. 뒤엉긴 실타래처럼 낭패스러울 수 있는 게 삶이라는 연극이다. 유바카(58, ‘유바카하우스’ 운영)는 귀촌으로 삶 전체를 거의 낙원에 가깝도록 부양시켰다. 매우 이상적이거나 진취적인 유형의 귀촌 사례다. 처음엔 개척자적인 기세로 터전을 다듬는 일에 비지땀을 쏟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0여 년간 폐가로 방치된 흙집을 사들였던 것. 그러니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고치고 다듬고, 빼거나 보태고, 칠하고 도배하고, 뿌리고 심고….
집의 나이는 89살. 유바카는 파란만장한 드라마가 저장됐을 폐가를 의미심장한 공간으로 개조했다. 적절한 성형과 조형으로 어디서고 흔히 볼 수 없는 경관을 빚어냈으니 창의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유바카는 리모델링 선수?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부동산 컨설턴트와 공간 디자인 기획자로 일했으니까. 서울에 살다 이곳 부여군으로 귀촌한 것도 부여의 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총괄감독으로 참여하면서였다. 일 때문에 왔다가 아예 눌러앉은 거다. 부여의 자연환경과 풍토에 덜미를 잡힌 셈이다. 올해로 귀촌 3년 차다.
유바카의 집은 순박미를 토대로 삼아 변신했다. 쓰러져가는 옛날 흙집의 골격을 그대로 살려둔 채 보수와 미화 작업을 했다. 따라서 본색은 여전히 옛날 흙집 그대로다. 싹 밀어내고 새로 집을 짓지 않은 건 자금 사정 때문이라기보다 전통 흙집이 지닌 담백하고 순후한 본질에 매료돼서다. 옛날 시골집에 퇴적된 세월의 고고학적 깊이와, 집을 훑고 지난 풍상이 자아내는 고색창연이라니. 유바카는 신축 건물로는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흙집의 태와 결에 반색했던 것 같다.
“집이고 마당이고 처음엔 풀 더미에 뒤덮여 험상궂었다. 전기와 수도는 물론 화장실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붕까지 뻗은 풀들을 다 뽑아내자 제법 어엿한 집의 형태가 드러나더라. 기본은 탄탄한 폐가였던 것이다. 따라서 원형을 살리며 단장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건 21세기에 알맞은 주거 환경이네! 이 집을 처음 본 순간 떠오른 생각이 그랬다. 소박한 흙집과 마당, 텃밭 등의 구성 요소와 함께 삶을 평온하게 즐길 수 있는 집이라 봤던 거다.”
‘집아! 그동안 혼자 얼마나 심심했니?’ 그는 집에게 말을 걸며 단장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낡은 양철 지붕 위에는 다시 양철 지붕을 겹으로 올려 비가 새지 않게 단속했다. 허물어진 담장과 벽면의 흙과 돌들은 보수 재료로 재활용했다. 본채 외에 대문과 사랑채와 창고도 가급적 원형을 그대로 둔 채 보완했으며, 다양한 색조의 페인트를 칠하거나 도배를 해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식탁 하나뿐인 초미니 레스토랑
이 집을 처음 본 사람이면 누구나 눈을 끔벅이며 감탄한다. ‘어라! 이렇게 아름다운 촌집이 있었어?’ 날랜 솜씨로 성형한 구조의 다채로움. 미감과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갖가지 꾸밈과 치레. 소박해서 다정한 정원의 나무와 화초들을 애무하며 일렁거리는 햇빛의 대열. 또 하나의 감상할 만한 정원에 해당할 싱그러운 텃밭. 아파트라는 사각 상자에서 따분한 일상을 보내기에 지친 이들 누구나 이 집에 와서는 즐거워 팔짝팔짝 뛴다.
집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큰돈 들이지 않고 새로 짓는 것보다 더 새로운 운치와 재미를 돋운 모델이 여기에 있으니 눈요기만으로 지나치기엔 아까운 가치를 지닌 집이다. 귀촌을 해서 집을 마련하려거든 딱 나를 닮은 거처를 만들어봐! 흙집이 하는 얘기가 그렇다. 그런데 유바카는 이 기똥찬 시골집에서 무엇을 하나? 즐긴다. 삶의 오후를 안심과 자족 속에서 느긋하게 즐긴다. 자그마한 마당에 온갖 꽃을 즐비하게 심어둔 건 마루에 앉아 꽃들의 내밀한 언어에 귀를 열고서 허무하지만 진정 허무할 것도 없는 삶을 관조하기 위해서다. 이쯤이면 별 결함과 허기가 없는 삶일 테다. 생계는 무엇으로 도모할까. 식당 영업과 민박으로 해결한다. 재미있는 건 창고를 멋스럽게 개조한 식당 공간에 식탁이 단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예약을 하고 찾아드는 점심 손님 한 팀, 저녁 손님 한 팀만 받는 초미니 레스토랑이다. 민박 방도 달랑 하나다.
유바카는 자칭 ‘밥 디자이너’다. 여느 셰프와 달리 요리에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접목해 사뭇 특별한 밥상을 차린다. 이건 그가 귀촌 이후 고안한 장르가 아니다. 서울 인사동의 한식 레스토랑 ‘꽃밥에 피다’에서 이미 충분한 커리어를 쌓았으니까. ‘꽃밥에 피다’는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며 지속 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는 레스토랑에 주는 엠블럼인 ‘미쉐린 그린스타’를 받은 식당. 유바카의 시그니처 메뉴였던 ‘보자기 비빔밥’은 이 식당의 대표 음식이었다고 한다.
“음식을 디자인하는 건 일반적이지만 도시에서는 식재료 자체에 한계가 있다. 이미 잘 다듬어져 시장에 나온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뿌리를 제거하지 않은 대파나 원형이 보존된 재료를 구입할 수 있으며, 텃밭에서 손수 가꾼 채소를 원형대로 식탁에 올릴 수 있어 한결 다양한 디자인을 구사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밥상을 디자인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훼손되지 않은 뿌리, 줄기, 꽃 등을 음식과 함께 통째로 디자인해 시각적 만족을 유도한다. 재료의 길이와 굵기를 그대로 살려내는 디자인에도 사람들은 굉장한 호기심을 드러낸다. 아주 흔한 식재료로 재미있고 고급스러운 자연 밥상을 차려내기 때문이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맛이지 않나?
“모두들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혀를 심하게 학대했다. 짜고 강렬한 음식으로 혀를 혹사시키니까. 새로운 방식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나의 요리는 다르다. 한결 색다른 디자인과 맛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음식만을 디자인하는 건 아니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디자인하자는 데 초점이 있으니까.”
마음을 디자인한다? 그건 무슨 뜻이지?
“음식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사람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기를 유도한다. 음식마다 담긴 스토리텔링을 삶의 이야기와 연결해 타성에 젖은 일상을 돌아보게 하고, 사람마다 제 안에 숨겨져 있게 마련인 소중한 가치와 재능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식탁 대화를 통해 그토록 진지한 소통이 가능하다니.
“내 삶의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게 사람들을 껴안아주는 나의 방식이다. 대화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내부에 아직 끄집어내지 못했을 뿐인 뭔가 대단한 게 있다는 자기 발견에 이르곤 한다. 막연했던 꿈을 구체화하기도 하고.”
육체노동이 일상이지만
말하자면 이 집은 식당이자 사교장이며 인생 교실이다. 유바카는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데에서 나아가 고객의 생각을 요령껏 노크해 마음의 중심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개개인 모두가 별처럼 빛나는 뭔가를 내장한 존재임을 상기시키기를 즐긴다. 그렇다면 그가 파는 건 다만 음식만이 아니다. 자신의 삶과 생각을 편집한 이야기까지 유통시키는 게 아닌가. 식당을 개업한 게 불과 2년 전이지만 이미 자리가 잡혔다. 일에 대한 몰입과 근면이 거둔 성취다. 자신이 지닌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가공해 마케팅의 원천으로 삼은 덕이기도 하다.
“먼 길 달려 우리 집을 찾아오는 이들의 고마운 마음을 늘 생각한다. 뭐 한 가지라도 더 잘해주기 위해 신경을 쓰지. 고객들 덕분에 내가 먹고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지. 난 손에 쥔 것 없이 귀촌했다. 처음 한동안은 마을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벌기도 했다. 이제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지낸다.”
종이 대신 광목 헝겊을 이용한 그림 동화책을 만들기도 한다지? 헝겊으로 만든 책이라니, 기발하다.
“어려서부터 헝겊에 동화를 쓰고 싶었다. 지난 20여 년간 쓴 헝겊 동화책이 100여 권이다. 상상력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동화 역시 상상력의 소산이다. 고객들은 이 책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대체로 하는 말이 이렇다. ‘아하, 별난 책이 다 있네! 나는 왜 이런 발상을 못 했지?’ 이렇게 되면 인생과 상상력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꽃이 화들짝 피어나기 마련이다.”
도시에서보다 시골에서 한결 만족도 높은 생활을 누리면서 사는 셈인가?
“자신만의 스타일과 콘텐츠에 확신이 있다면 어디에 산들 무슨 상관이겠나? 물론 도시와 시골에서의 생활 차이는 있다. 도시에선 뭔가 타율적인 게 나를 만족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시골에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 가령 마당의 꽃이나 담벼락의 풀을 마음 안에 불러들여 이웃으로 삼고 사는 즐거움은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은퇴를 앞둔 친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먹고살 능력이 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귀촌하라 권장하는 거다. 나만의 삶의 방식을 실현하기 좋은 게 시골이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오두막이라도 장만해 나만의 정신적 보물창고로 가꾸며 사는 건 생각보다 풍요롭고 즐겁다. 물론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그마저 좋은 경험으로 삼으면 그만이지.”
폐가를 산뜻하게 손수 단장한 전 과정은 물론, 식당 손님을 접대하는 일 등 모든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지나친 노동에 혹사당하며 사는 건 아닌가?
“(웃으며) 울퉁불퉁한 내 손을 보라. 육체적 노동은 일상이 됐다. ‘아이고, 힘들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비명을 토하기도 하거든. 하지만 중요한 건 모든 일상을 즐긴다는 점이다.”
사람이 어떻게 즐거울 수만 있지?(웃음) 고통을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로 들린다.
“난 아들을 잃기도 했다. 그 상처를 아물리기 위해 귀촌한 면도 있는 거다. 하지만 이 시골에서 홀로 진정으로 즐긴다. 고통? 사실 그런 걸 느낄 겨를조차 없이 바쁘다. 가끔 출몰하는 지네에 괴롭긴 하지만.(웃음)”
유바카는 즐거워 의기양양하다. 나보다 즐겁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보라! 그리 외치고 싶다는 투로. 일상을 덮치는 풍파가 왜 없을까마는 그는 기민하게 딛고 일어서는 것 같다. 만만치 않은 근성이다.
유바카가 주는 귀촌 Tip
•시골 생활을 고려한다면 망설임 없이 귀촌하라.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헌 집을 살 경우 전기, 수도, 화장실이 구비된 집을 매입하자. 수천만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시골에서도 독특한 일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농장의 잡일 등 ‘알바’가 얼마든지 가능한 게 시골이라는 점도 참고하자.
•이웃을 만나는 족족 먼저 인사하라. 특히 처음엔 무조건 베풀어야 한다. 중요한 건 진심과 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텃세를 모르고 살 수 있다.
묘지에 시신을 매장하던 우리나라 장례 풍습이 근래 화장으로 변했습니다. 현재 전국의 화장률은 9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고,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90% 이상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화장 이후 골분을 모시는 방식도 점점 새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는데요. 초기에는 봉안(납골)당에 모시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자연장(自然葬)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수목장은 자연장의 한 형태로 나무 주위에 골분을 묻거나 뿌려 장사지내는 방식입니다.
수목장을 시작한 스위스나 독일, 영국 같은 유럽 국가들은 골분을 그대로 뿌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묘비 등의 인공 시설은 가급적 조성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영국에서는 생분해성 재질의 용기를 사용하고, 스위스는 유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나무에 페인트로 표시하는 것만 허용합니다.
매장 장례 풍습이 있던 우리나라는 매장 묘지를 줄이기 위해, 2001년 시행된 장사법을 통해 봉안 시설 설치를 신고제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석물 사용과 대형화로 환경 훼손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2008년 장사법을 개정하면서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자연장 제도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자연장의 정의 및 종류
① 용어의 정의
•자연장(自然葬) :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
•자연장지(自然葬地) : 자연장으로 장사할 수 있는 구역
•수목장림(樹木葬林) : 산림법에 따라 산림에 조성하는 자연장지
② 자연장의 종류
수목장, 화초형, 잔디형
안장 방법 및 자연장 시 준수사항
① 자연장의 방법
자연장을 할 때는 화장한 유골을 묻기에 적합하도록 분골해야 하며, 화장한 유골의 골분, 흙, 용기 외의 유품(遺品) 등을 함께 묻어서는 안 됩니다. 지면으로부터 30cm 이상의 깊이에 유골함을 묻되 법령에 정한 용기를 사용해야하며, 용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합니다.
② 자연장에 사용하는 용기
•용기의 재질
1)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에 따른 생분해성 수지 제품
2) 전분 등 천연 소재로서 생화학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것
3) 수분에 의해 형체가 허물어지는 것(굽지 않은 토기 등)
③ 자연장지 내 제한 행위
자연장지에서 유족, 문상객 등은 추모 행사, 산책 등을 제외한 다음 행위는 할 수 없습니다.
•자연장의 장례식을 방해하는 행위 •자연장지를 고의적으로 파손·훼손하거나, 쓰레기 등을 투기하는 행위 •야영, 소란, 촛불을 피우는 행위 등 •상업적인 물품이나 인쇄물, 서비스를 판매(배부)·제공하는 행위 •음주, 흡연, 애완동물 출입 행위 등 •엄숙성 및 경건성을 고려하여 기타 지방자치단체장이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행위 •자연장지의 관리를 위해 자연장지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거나 일시적으로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서울시가 올해 동 단위의 집 근처 평생학습센터인 ‘동네배움터’ 218곳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동네배움터는 서울 시민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생활 근거리에 있는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공방 등에서 쉽고 편하게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7개 구, 197개소로 운영되다가 올해 1개 구, 21개소가 추가로 문을 열었다.
특히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이 확산한 점을 고려해 디지털 시민 교육을 폭넓게 다양화했다. 일례로 동작구에서는 어르신·중장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 프로그램을, 중구에서는 저소득 아동을 대상으로 ‘꿈꾸는 누리터’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한다.
요즘 주목받는 환경친화적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동대문구에서는 ‘헌 옷 줄게 새 옷 다오 의류 리폼하기’, 노원구에서는 ‘재활용으로 만나는 수(手)다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18개소 동네배움터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총 1205개이며, 시는 프로그램 운영 및 지원을 위해 총 13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동네배움터 운영 현황 및 참여 방법은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 또는 각 자치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진용 서울시 평생교육과장은 “그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곳곳의 동네배움터에서 들려올 시민의 웃음소리가 기대된다”며 “동네배움터에서 계층 간 벽을 허물고,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이웃 간 정을 나눌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양시는 ‘공공예술의 도시’를 표방하며 개성과 위상을 돋우고 있다. 도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로 가꾼다는 의도를 가지고 지역 곳곳에 예술을 흩뿌렸다. 안양예술공원은 그 센터이자 견고한 플랫폼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할 만한 이 산속의 예술공원은 사실상 국내 초유의 야외 공공미술 실험장으로 등장해 선구적인 성취를 거두었다. 마음을 훌훌 털어놓기에 적당한 숲길 산책과 미술품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명소다. 안양문화예술재단 김연수 공공예술부장에게 작품 소개와 관람 방법을 들어봤다.
“가장 중요한 작품은 관람 출발점인 알바루 시자의 ‘안양파빌리온’이다. 시자 특유의 미니멀리즘 건축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이 건축물은 직선이 거의 없는 유선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연 채광 효과에 의한 빛과 음영의 변화, 곡선으로 처리한 내부 벽면이 야기하는 안락하고 부드러운 느낌 등에서도 시자 작품의 디테일과 문맥을 읽을 수 있다.”
공원에 산재한 미술품을 구경하다가 작품 ‘전망대’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하더라.
“네덜란드 작가 MVRDV의 설치 작품이다. 삼성산의 등고선을 기반으로 산의 구체적인 형태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예술에 자연을 극적으로 접목한 설치 작품이다.”
플라스틱 상자를 첩첩이 쌓아 만든 ‘안양 상자 집’은 어떤 의도로 만든 작품일까? 평범한 오브제로 독특한 대형 설치 작품을 조형했다는 점에선 기발했다.
“불교적 상상력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원(寺院)을 형상화했다고 보면 되겠다. 겹쳐진 플라스틱 박스들의 틈새로 스며드는 빛의 효과를 통해 자연과 예술의 관계를 절묘하게 표출했다. 밤에는 내부에 밝힌 불빛이 밖으로 흘러나가 신성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독일 작가의 작품인데, 대량의 재활용 음료수 박스를 독일에서 직접 가져왔다. 한국의 박스는 빛의 투과율이 좋지 않아서다.”
순전한 예술로서의 작품 외에 실용성과 현장의 기능성을 추구한 작품들도 있어 이채롭다. 가령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용도의 작품들이 그렇다. 이런 경향을 공공미술의 특징으로 보면 되나?
“그렇다. 공공미술의 특징 중 하나인 공익성을 구현한 작품이 많다. 시민들이 산책하는 장소에 필요한 요소를 문제의식을 갖고 찾아내 보완하듯이 설치 작품으로 채워 넣은 것이다. 대형 작품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 역시 마찬가지 계열의 작품이다. 예술 작품이자 시민들의 통행로로 쓰이는 공간이니까.”
프랑스 작가의 작품 ‘발견’은 나무로 된 작고 허름한 원두막 형상이다. 이 작품은 시간 속에서 스러져 결국은 소멸할 것을 예감하고 만들었을까?
“냇가 흙 속에 묻혀 있던 쉼터 용도의 원두막을 발굴, 약간의 구조 보강을 해 복원했다. 유원지였던 과거의 역사성을 담은 작품이며, 이런 경향 역시 공공미술의 특징이다. 공원의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보수해 관리한다.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건 어쩔 수 없고.”
한결 효율적인 관람 방법이 있다면?
“현재 코로나 상황이라 잠정 중단됐지만, 우리는 도슨트를 통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로 감상의 재미와 즐거움이 커지니까.”
도슨트의 해설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라는 얘기다. 그러나 소나무와 하늘과 구름까지 만끽할 수 있는 산속 야외 미술관이니 혼자라도 충분히 즐겁다.
만약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면, 집이 쓰레기로 가득 차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우리는 스스로 얼마나 많은 양의 폐기물을 만들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22년차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 범람 시대, 인류의 미래는 바로 집 앞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있다고 말한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니까!
홍수열 소장은 20년 넘는 시간 동안 ‘쓰레기 길’만 걸어온 환경 전문가다.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읽은 ‘녹색 경제학’은 물 흐르듯 그를 환경에 눈뜨게 했다. “우리가 물질 소비를 많이 할수록 점점 폐기물은 늘어날 테고, 이것들이 다 배출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겠구나 생각했어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끔찍해지더라고요.” 이후 환경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논문 주제를 폐기물로 정하며 본격적으로 이 길로 들어선 그는 졸업 이후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현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11년간 활동가로 일했고, 2014년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를 세웠다.
쓰레기, 무엇이 문제일까?
과거에는 위생 관념이 없었던 탓에 가정에서 나오는 오물을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똥오줌을 다음 날 아침 길거리에 버리는 것이 일상이었고, 구한말 조선을 방문한 선교사는 조선만큼 더러운 곳은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현대로 올수록 단순히 치우는 것만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됐고, 우리 사회는 이를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자원 순환’ 작업을 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대한민국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59%로 전 세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쓰레기 배출량도 1인당 380kg 수준으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보다 재활용품 분리배출도 잘하고 있고 배출량도 적다는데, 뭐가 문제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분리배출이 정착되면서 ‘분리배출을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어떻게 버릴 것인가에 관한 논제는 정부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민간에 위탁하기 시작하면서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우리는 ‘재사용’과 ‘재활용’을 혼동하고 있어요. 재사용은 재활용보다 훨씬 환경친화적입니다. 오늘날 쓰레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는 재사용 문화가 일회용 문화로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재사용할 수 있는 유리병이 대부분 일회용 컵이나 페트병, 캔으로 대체됐죠. 재활용은 쓰레기가 버려지는 시간을 잠시 늦춰주는 것일 뿐 폐기물의 양을 줄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재활용되니까 괜찮아’라면서 일회용품 사용에 면죄부를 준다고 생각해요.”
국가, 기업, 개인의 3인 4각
우선 소비자들은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환경 문제는 인간의 과도한 생산과 소비로 인해 생겨났기 때문이다. 계속 공기를 불어 넣으면 풍선은 터질 수밖에 없듯 우리는 지구가 버틸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욕망과 소비를 통제해야 한다. “사실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해서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소비하는 건 의미가 없죠. 소비량을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분리배출은 그다음 과제예요. 다 쓴 물건을 분리하고 이물질을 제거해서 배출하는 행동은 소비자만이 할 수 있어요. 더불어 주요 품목의 배출 방법을 알아두면 좋죠. 우유팩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소비자들이 열심히 분리배출을 하지만, 일반 폐지와 혼합 수거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재활용률이 20% 정도밖에 안 돼요. 우리는 살면서 필연적으로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지만,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만 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국가의 경제 시스템과 기업 생산 체제의 개선이다. 기업은 생산 단계에서 포장재를 줄여 재활용이 잘 되는 물건을 만들고, 나라는 분리배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품목별 특성에 맞는 수거 시스템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배달 음식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와 함께 고객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를 마친 후 다회용기를 문 앞에 두면, 전문업체가 이를 수거해 세척과 소독 과정을 거쳐 음식점에 재공급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 왜 텀블러 안 들고 다녀?’나 ‘분리배출 방법이 물건 종류마다 다른 걸 왜 모르니?’라며 과도하게 질책하면 안 돼요. 개인이 실천할 수 있게 기반을 닦아줘야죠.”
쓰레기 문제는 단박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홍 소장은 “생산자는 깔끔하게 분리배출하지 않는 소비자를, 소비자는 애써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재활용 업체를, 재활용 업체는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만들어내지 않은 생산자를 탓할 게 아니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지구에서 쓰레기가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주변을 둘러보세요. 익숙한 그 장소가 곧 쓰레기를 줄일 무대입니다.”
시니어에게 MZ는 가깝지만 먼 세대다. 어디에서나 마주하지만, 이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를 준비하는 시니어와 달리 그들은 사회로의 진입 혹은 사회 내에서의 성장에 몰두한다. 소비를 통해서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며, 때로는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른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는 시장 내에서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MZ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다양한 소비문화를 살펴본다.
MZ세대는 시장에서 주목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MZ세대는 2020년 기준 서울 인구의 35.5%로 연령대 중 가장 큰 세대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달리 베이비부머 세대는 13.4%에 불과했다. MZ세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7.2%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추월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더불어 MZ세대가 경제활동인구로 진입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MZ세대는 명품을 통한 플렉스(Flex) 소비문화를 즐긴다. 실제로 샤넬을 사기 위해서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았다. 플렉스는 미국의 힙합 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부와 성공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52.1%가 플렉스 소비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50% 이상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자기만족’을 꼽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스타벅스 사은품을 얻기 위해 커피 몇 잔을 더 마시는 것도 그들에게는 플렉스다”라며 “MZ의 플렉스는 과시보다 심리적 만족과 보상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MZ세대에게 소비란 가치를 증명하는 일종의 표현 수단이다. 이들은 이른바 ‘가치 소비’를 지향하며, 신념(Meaning)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Coming Out) 소비를 줄여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순히 비싸고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소비를 결정하지 않는다. 제품의 무해성, 회사 경영인의 도덕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가치를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한다. 성장관리 앱 그로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10명 중 8명은 자신을 가치 소비자로 평가했다.
MZ세대는 소비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한다. 지속가능한 소비란 현재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낭비하거나 희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과 자원을 소중히 다루고, 이러한 것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현명한 소비를 실천 중이다. 친환경 재료 유무, 재활용 가능성 등 환경적 가치를 위한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MZ는 제로웨이스트나 비건, 리사이클링 등과 같은 지속가능한 소비를 한다. 소비의 목적을 소유보다는 실용성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제비족
실제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제비족’이 생겨났다. 중년에게 제비족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MZ세대에게는 다른 개념이다. 과거의 제비족은 몹쓸 짓을 하던 나쁜 부류의 사람으로 취급받았지만, 최근의 제비족은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말한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와 비건(Vegan)을 실천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를 0(제로)에 가깝게 만드는 활동이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한다. 예컨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자제하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며, 장 볼 때 일회용 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제로웨이스트숍 ‘비그린’에서 일하는 MZ세대 박민지(가명) 씨는 “기후위기 등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2년 전부터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개인의 변화로 전 지구적인 변화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이런 소비를 통해 작은 목소리마저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용기내 챌린지’가 인기를 끌었다. 이 챌린지는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용기(勇氣)를 내서 용기(容器)를 내자는 취지를 담은 캠페인이었다. 배우 류준열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확산됐다. 챌린지는 각종 SNS에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아니라 천 주머니나 다회용기 등에 음식과 식재료를 담아온 각양각색의 사례를 게시한 뒤, ‘#용기내 챌린지’ 또는 ‘#용기내 캠페인’ 등의 해시태그를 붙였다.
아울러 비건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비건은 동물성 식재료나 동물실험을 거친 성분을 사용한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했다. 하지만 비건은 최근 3년 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노션 인사이트 그룹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전까지 연평균 약 300건에 불과했던 비건의 버즈량은 2019년부터 32배 이상 급증했다.
MZ에게 비건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MZ세대의 약 27%는 비채식 위주로 먹되 필요에 따라 채식을 섭취하는 간헐적 채식을 하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채식을 지향하는 이유는 건강과 체중 관리,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실제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SNS에 꾸준히 자신의 비건 제품 사용 후기 혹은 식단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11월 기준 인스타그램의 비건 해시태그만 해도 약 70만 건에 달했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비건은 소수의 채식 생활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느낀 개인들의 사회적 책임 의식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는 경제적 투표권
MZ세대는 환경적 기준과 더불어 윤리적 기준을 토대로 소비를 결정한다. 올바름에 대한 기준이 높은 세대이기에, 불편함에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그들은 선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온라인에서 공론화하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아서 주도적으로 선한 변화를 끌어낸다. 이렇게 선한 변화를 취하는 능력을 선취력이라 부른다. 그들에게 선함은 중요한 가치다.
MZ세대의 ‘선취력’은 소비문화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돈으로 혼내주는 문화, 돈쭐 문화가 탄생했다. 돈쭐은 반어적 의미로,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행위다. 개인·소상공인·기업이 사회적으로 선한 행동을 했을 때 선행자가 매출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비다.
반대의 경우엔 불매로 대응한다. 2019년 당시 일본의 수출규제에 반발해 대규모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일본의 한 의류 브랜드 매출은 70% 가까이 하락했으며, 편의점 수입 맥주 1위를 달리던 일본 맥주 브랜드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당시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등과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영애 교수는 “MZ세대에게 소비는 경제적 투표권과 같다. 투표를 통해 권리를 행사하듯이 선행을 실천한 회사나 자영업자에게는 착한 소비를 통해 매출로 보상을 해주고, 윤리적 기준에 어긋난 회사나 상품은 불매를 통해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다”라고 말했다.
MZ세대, 가치 기부로 판을 짜다
현재 MZ세대는 기부를 주도하는 세대로 거듭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발표한 ‘2021 기부 트렌드’에 따르면 코로나19 특별모금에 참여한 기부자 중 MZ세대 비율은 38.2%에 달한다. 2014년 세월호 특별모금(25.6%), 2019년 강원도 산불(32.1%)과 비교했을 때 기부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부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는 기부의 방식도 남다르다. 통상적인 모금 이외에 기부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기부에 참여하고 있었다. 기부런은 비대면 기부 마라톤을 말한다. ‘기부’와 ‘런’(run)이 합쳐진 형태로 후원금 형식의 참가비를 내고 일정 거리를 달린 후 SNS에 인증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최근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바비톡이 기획한 ‘퍼플라이 마라톤 기부런’ 참가 티켓이 판매 오픈과 동시에 3분 만에 완판됐다. 이 캠페인은 암 환우들의 가발 구입비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참가비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 기부될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기부의 판을 짜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해 SNS상에서 자발적으로 기부를 독려한 ‘#1339 국민성금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다. 대구 청년단체에서 시작한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 캠페인은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콜센터 번호 1339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339원, 1만3390원, 13만3900원 등 1339를 연상할 수 있는 금액을 기부하도록 독려했다. 1명이 지인 3명과 공유하면 3일간 9명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았다. 두 달간 약 5만8000명이 참가했으며 약 1억6000만 원을 모금했다.
최근에는 NFT를 활용한 기부도 등장했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불리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복제나 위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이다.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일종의 정품 인증서다. 최근 NFT가 기부 수단이 됐다. NFT 스타트업 ‘도어랩스’는 2020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모습을 NFT 카드로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금은 전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기부했다.
다양한 기부 방식이 등장했지만 MZ세대 기부의 본질은 그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기부다. 임명호 교수는 “MZ세대의 특성은 공존을 위한 공정에 관심이 많고, 자기 주도적인 태도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사회 내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노력한다. 가치 소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치관을 기부로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것은 3년 만의 일이었다. 처음 김석중(52) 키퍼스코리아 대표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소개됐을 때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길게 길러 뒤로 묶은 머리와 유품정리 과정에서 허락을 받아 쓰고 있던 작은 캐리어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모험을 떠나는 여행가 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국내의 대표적인 유품정리사로 손꼽히는 유명인이 되었다. 유재석과 함께 TV에도 얼굴을 비췄고, 대학 강단에도 섰다.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는 이제 그가 양복 차림이 잘 어울리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변치 않은 것도 있다. 유품정리 분야의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전히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안부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최근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은 우리에게 다소 친숙해진 듯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와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 퀴즈’) 등을 통해 이 직업이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그가 이 사업을 국내에 소개했을 때 유품정리 분야는 고독사한 시체 곁의 혈흔을 지우고 사용하던 물건을 처분하는 특수청소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수청소라는 사회적 인식 여전
“‘유 퀴즈’를 통해 소개되긴 했지만, 제 입장에선 많이 아쉬웠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감성적인 부분만 부각된 편집이었거든요.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한 충분한 소개가 이뤄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죠. 넷플릭스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특수청소의 연장선에 있는 직업으로 소개되었으니까요. 갑자기 사망한 사람의 집에 들어가 살았던 흔적을 지우는 청소로 여기는 인식은 아직 여전한 것 같아요.”
실제로 그의 회사를 포털사이트에 기업 등록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키퍼스코리아’를 장례 관련업에 포함시키고 싶었지만, 심사 과정에서 결국 폐기물업으로 등록되었단다. 그로서는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그간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사회의 변화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변화의 요인으로 ‘유품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품은 불길한 것 혹은 쓰레기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죽은 사람의 물건이니 함께 사라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나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어요. 유품이 추억이 되기도 하고 재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유품정리업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어요.”
또 대중의 인식 변화로 ‘사자’(死者)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본가를 정리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유품정리 분야의 의미 있는 변화로 봤다.
“단순히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물건을 비운다는 개념이 아니라, 부모님을 추모하고 추도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품정리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어요. 무엇을 남길지, 버릴지 돕는 카운슬링 기능이 강화됐으니까요. 비우는 것이 아니라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우리 일이 된 셈이죠.”
우리에게 맞는 ‘한국식’ 추모 도입
그는 11년 전 키퍼스코리아를 창업하고 유품정리라는 생소한 분야를 국내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라는 저서 발간을 꼽았다. 본지와의 첫 번째 만남의 계기이기도 하다.
“책이 나오고 나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학교로 들어가 장례학과에서 강의도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유품정리라는 서비스 시스템을 되돌아보고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고인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 이외에 법적인 소유권과 관련된 상속, 고인을 기리는 장례와 관련된 것까지 개념을 확장시키고 체계화한 것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그의 사업은 영감을 받은 NHK 다큐멘터리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의 주인공이자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 회사 키퍼스 대표 요시다 다이치(吉田太一) 사장을 통해 2010년 시작됐다. 일본의 유품정리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오다 보니 당연히 한국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일본 특유의 가타미와케(かたみわけ) 문화를 배경으로 한 일본식 유품정리는 물건의 가치나 본질보다는 고인과 관련된 ‘추억’을 정리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것을 우리만의 시스템으로 변화시켜 한국식 매뉴얼을 만드는 데 10년 걸렸어요. 그 기간 한국에서 노력했던 과정을 일본 키퍼스에서도 오롯이 지켜봤기 때문에, 한국식 유품정리로 변화하고 자리 잡는 것을 응원하고 있죠. 또 일본의 경우 유품정리 업체가 유품의 운송, 폐기처리, 재활용 등 모든 분야에 대한 권한을 허가받고 직접 처리하는 반면, 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연결하고 컨트롤타워 역할만 한다는 것도 차이 나는 부분입니다.”
고인에 대한 추모 방식도 일본과는 다소 다르다. 일본의 경우 유품을 모아 한꺼번에 합동 공양을 드리지만, 김 대표는 집에서 먼저 공양을 드리는 것으로 바꿨다. 한국 정서에 맞게 축문으로 고인에게 인사를 드리고, 유품을 만지는 허락을 구하는 절차를 밟는다. 또 유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물건에 대한 기록을 만들어 다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그간 우리에게 안 맞는 것처럼 느껴졌던 옷을 벗어버리고, 우리 몸에 맞는 것을 찾게 되었어요.”
유품정리, 장례지도학과 만나다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 회사의 몸집을 키우거나 새로운 사업체를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그는 학교로 들어갔다. 기존의 ‘장례지도학’이라는 학문 분야에 유품정리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10년 전 전국의 장례 관련 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요시다 다이치 대표의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 순회강연을 계기로 각 대학 교수들과 인연을 이어나갔는데,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학교도 나름의 고민을 갖고 있었죠. 장례지도사를 선택해 입학한 학생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장례지도사 업무 영역의 한계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거든요. 지금의 업무 범위는 ‘장례식장’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더 나은 새로운 사업적 시도나 변신을 꾀하기 힘든 한계가 있었어요.”
그는 대학의 커리큘럼 자체가 전통 장례에 매몰되어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적어도 상속법이나 유품의 행정처리를 위한 관련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고, 사회적인 서비스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가 학교에서 일본의 장례나 죽음 준비에 대한 ‘엔딩 산업’을 한국에 맞게 학문적으로 적용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품정리 사회적 관심 중요
그렇다면 앞으로 유품정리 분야는 어떻게 바뀔까. 김 대표는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사망자 수와 그로 인한 유품의 증가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도 매년 30만 명 정도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어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망하기 시작하면 그 숫자는 50만을 훌쩍 뛰어넘을 겁니다. 이 세대는 갖고 있는 물건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한국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절약이 몸에 밴 세대죠. 이분들이 갖고 있는 물건, 그 물건의 역사적 가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질 겁니다.”
베이비붐 세대 할아버지, 아버지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8·15 광복, 한국전쟁 등 우리의 역사와 연관된 수많은 사료가 가보로 전해 내려왔지만,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자녀 세대에 이르러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격동의 시대에 대한 역사적 자료의 보고인데, 아직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아요.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단카이(団塊) 세대의 유품정리를 고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죠. 역사적 증언과 증거물 확보를 위한 생전정리도 이뤄지고 있고요. 우리도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두는 생전정리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래된 물건의 인기가 올라가고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어, 고령층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의 경제적 가치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생전정리가 노년층의 또 다른 자금 확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경적으로도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생전정리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흔히 생전정리라고 하면 죽기 전에 갖고 있는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후에 어떻게 정리할지 미리 정해놓고 그 우선순위에 맞춰 물건을 정리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겁니다.”
생태계 조성 위한 플랫폼 구축 희망
그렇다면 키퍼스코리아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는 ‘장례·유품정리·상속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고, 죽음을 준비하고 장례를 치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유품정리·상속 분야의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을 예정입니다. 한 번의 상담으로 모든 과정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죠. 일반적인 플랫폼과 다른 점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희의 검증을 거친다는 점이에요.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도록 담합이나 바가지요금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장례·유품정리·상속 생태계가 조성돼 양성화되고 산업적으로 고도화되기를 그는 희망하고 있다. 죽음과 그 과정에 대한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고 소수에 의해 음지에서 진행되는 구조로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장례·유품정리·상속 분야의 산업화가 국가적으로 큰 기여를 할 거라고 믿어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상속과 증여가 활성화되면 세수 확보에도 유리하죠. 환경 측면에서도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고요. 또 유산을 둘러싼 상속 분쟁이나 가족관계 악화를 방지하고, 고독사 예방도 가능하죠. 새로운 생태계로 변화한다면 소모적인 부분을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고,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50대, 60대처럼 삶이 켜켜이 축적되는 나이에는 가진 물건도 그만큼 쌓이기 마련이다. 그중 오래되고 망가졌지만 소중한 기억이 얽혀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을 터. 이를 다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 탄생시키고, 개성을 살리는 다양한 ‘수선’ 방법이 있다.
책 수선
종이가 다 떨어지고 부식된 책이 있다면 보통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버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책 수선가의 손을 거치면 간직하고 싶은 책을 오래도록 추억하고 보관할 수 있다. ‘재영책수선’은 찢어진 종이를 붙이거나 거뭇거뭇한 자국을 지우고, 표지나 책장을 제작한다. 오랫동안 수집한 만화전집, 유명한 책의 초판본, 낡아 버린 일기장 등 수선 의뢰도 다양하다. 그는 책 수선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하는 행위’라고 소개했다. 오래된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함이다.
킨츠키
선물 받은 커피잔이나 오랫동안 즐겨 사용했던 그릇이 깨졌을 때 킨츠키 기법으로 복원할 수 있다. 옻칠 공예의 일종인 킨츠키는 일본식 도자기 수리 기법이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밀가루 풀로 이어 붙인 뒤 깨진 선을 따라 옻을 칠하고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려 마무리한다. 곳곳에서 킨츠키 기법을 배우는 소규모 클래스도 진행 중이다. 2018년부터 일반인 대상 킨츠키 클래스를 운영한 김수미 작가는 “킨츠키는 단순히 깨어진 것을 이어붙이는 도자기 수선을 뛰어넘어 새로운 아름다움과 가치를 연결하는 공예기법”이라며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에 새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치유와 회복의 소중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닝 기법
‘다닝’은 유럽의 전통 의류 수선 기법이다. 수선할 부분 뒷면에 버섯 모양의 다닝 머시룸을 대고 세로 실과 가로 실을 서로 교차시켜 구멍을 메우는 식이다. 감쪽같이 수선하지는 못해도 내가 쓰고 싶은 색은 무엇인지, 바느질을 얼마나 어떤 모양으로 할지 등의 고민을 통해 애착을 더 한다. 망가진 옷은 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찢어진 블라우스, 뒤꿈치 부분이 해진 양말, 소맷부리가 닳은 재킷 등 오래된 의류를 수선하는 작업을 통해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의 옷을 입을 수 있다. 나만의 세월에 개성이 스며드는 것은 덤이다.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얽힌 오래된 물건은 새 물건보다 힘이 있다. 또한, 빠르게 많이 소비하기보다 적은 것을 고쳐 쓰면서 오랫동안 소유하려는 움직임은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경희 환경정의이사장은 “덜 사고, 나누어 쓰고, 고쳐 입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가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 시켜 잠재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