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추억, 버리지 말고 ‘수선’하세요

기사입력 2021-11-02 15:26 기사수정 2021-11-02 15:26

찢어진 책ㆍ깨진 그릇ㆍ구멍난 양말이 재탄생... "치유와 회복 느껴"

50대, 60대처럼 삶이 켜켜이 축적되는 나이에는 가진 물건도 그만큼 쌓이기 마련이다. 그중 오래되고 망가졌지만 소중한 기억이 얽혀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을 터. 이를 다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 탄생시키고, 개성을 살리는 다양한 ‘수선’ 방법이 있다.

(재영책수선)
(재영책수선)

책 수선

종이가 다 떨어지고 부식된 책이 있다면 보통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버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책 수선가의 손을 거치면 간직하고 싶은 책을 오래도록 추억하고 보관할 수 있다. ‘재영책수선’은 찢어진 종이를 붙이거나 거뭇거뭇한 자국을 지우고, 표지나 책장을 제작한다. 오랫동안 수집한 만화전집, 유명한 책의 초판본, 낡아 버린 일기장 등 수선 의뢰도 다양하다. 그는 책 수선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하는 행위’라고 소개했다. 오래된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함이다.

(김수미 킨츠키 작가)
(김수미 킨츠키 작가)

킨츠키

선물 받은 커피잔이나 오랫동안 즐겨 사용했던 그릇이 깨졌을 때 킨츠키 기법으로 복원할 수 있다. 옻칠 공예의 일종인 킨츠키는 일본식 도자기 수리 기법이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밀가루 풀로 이어 붙인 뒤 깨진 선을 따라 옻을 칠하고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려 마무리한다. 곳곳에서 킨츠키 기법을 배우는 소규모 클래스도 진행 중이다. 2018년부터 일반인 대상 킨츠키 클래스를 운영한 김수미 작가는 “킨츠키는 단순히 깨어진 것을 이어붙이는 도자기 수선을 뛰어넘어 새로운 아름다움과 가치를 연결하는 공예기법”이라며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에 새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치유와 회복의 소중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다닝 기법

‘다닝’은 유럽의 전통 의류 수선 기법이다. 수선할 부분 뒷면에 버섯 모양의 다닝 머시룸을 대고 세로 실과 가로 실을 서로 교차시켜 구멍을 메우는 식이다. 감쪽같이 수선하지는 못해도 내가 쓰고 싶은 색은 무엇인지, 바느질을 얼마나 어떤 모양으로 할지 등의 고민을 통해 애착을 더 한다. 망가진 옷은 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찢어진 블라우스, 뒤꿈치 부분이 해진 양말, 소맷부리가 닳은 재킷 등 오래된 의류를 수선하는 작업을 통해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의 옷을 입을 수 있다. 나만의 세월에 개성이 스며드는 것은 덤이다.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얽힌 오래된 물건은 새 물건보다 힘이 있다. 또한, 빠르게 많이 소비하기보다 적은 것을 고쳐 쓰면서 오랫동안 소유하려는 움직임은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경희 환경정의이사장은 “덜 사고, 나누어 쓰고, 고쳐 입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가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 시켜 잠재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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