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출판시장은 1950년의 6·25, 1960년의 4·19와 1961년의 5·16, 1972년의 10월 유신,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1989년의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말미암아 대체로 10년을 주기로 많이 읽히는 책의 유형이 달라진다. 광복 이전이 암흑기였다면 광복 이후 6·25가 터지지 직전까지는 민족문화 재건기로 볼 수 있다. 이후 1950년대는 전후 허무주의, 1960년대는 이데올로기, 1970년대는 산업화, 1980년대는 역사성, 1990년대는 대중출판, 2000년대는 글로벌 출판, 2010년대는 디지로그 출판 시대로 정리할 수 있다.
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사진
◇ 광복~1949년 민족문화 재건
“아버지가 들고 온 『조선역사』란 책에 빨려들어 밤새도록 읽고 모자라 수업시간에까지 읽다가 들켰다. 그 바람에 전교생 앞에서 10여분이나 을지문덕이 수나라의 대군을 무찌르는 대목을 소리 높여 읽는 수모를 겪었다. 그 바람에 학생들은 그 책이 동이 나도록 모두 구입하였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대 사학과 교수였던 김성칠(金聖七, 1913∼1951)이 보고 겪은 6·25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담은 『역사 앞에서』(창비)에 실린 신경림 시인의 추천사에 나오는 글이다. 신 시인은 한 칼럼에서 『조선역사』가 “한글을 깨치고서 처음 읽은 책”이라고 말했는데 이 책이 광복 이후 최초의 베스트셀러다.
해방 공간 시기에는 우리 역사와 글, 문학을 펴내고자 하는 욕구와 읽고자 하는 욕구가 넘쳤다. 이런 욕구 때문에 『우리말 큰사전』(한글학회, 1947), 『조선어표준말모음』(조선어학회, 1946) 등의 사전과 학술교과서가 인기를 끌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로는 『해방 전후』(이태준), 『내가 넘은 삼팔선』(후지와라 데이, 1949), 『나는 자유를 선택하였다』(크리미센코, 19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1948), 『목넘이 마을의 개』(황순원), 『렌의 애가』(모윤숙), 『청록집』(조지훈 외) 등이 있다.
◇ 1950년대 전후 허무주의
1950년대를 상징하는 베스트셀러는 정비석의 『자유부인』이다. 한국전쟁으로 한반도의 전체 인구 3000만 명 중 3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전쟁의 후유증이 적지 않았을 때에 대학교수 부인의 파탄적 행동을 그린 소설이 1년 만에 10만 부가 팔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이 소설이 “문화의 파괴자로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적군”(서울대 법대 황산덕 교수)이라는 공격이 나왔고, 작가는 열띤 논쟁을 벌여야 했다. 『우리말 큰사전』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가운에 젊은 세대에게 유머감각을 크게 심어준 『얄개전』(조흔파)이 등장했다. 이 시대의 베스트셀러에는 『슬픔은 강물처럼』(최희숙), 『마음의 샘터』(최요안), 『청춘극장』(김래성), 시집 『사랑이 가기 전에』(조병화) 등이 있다.
◇ 1960년대 이데올로기
1960년대를 상징하는 베스트셀러는 최인훈의 『광장』이다. 소설 속 철학도 이명준은 북에 올라가 북한의 정치체제에 가담해보지만 남의 ‘밀실’과 북의 ‘광장’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다 제3국행을 택한 끝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이야기는 4·19의 성과를 5·16세력에게 빼앗긴 경험을 지닌 지식인에게 깊은 허무감을 안겼다. 이 시기의 베스트셀러에는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박계형), 『저 하늘에도 슬픔이』(이윤복), 『석녀』(정연희), 『조선총독부』(유주현), 『거대한 뿌리』(김수영), 『금강』(신동엽) , 『빙점』(미우라 아야코) 등이 있다.
◇ 1970년대 산업화
통기타와 청바지, 생맥주로 대표되는 ‘청년문화’가 등장한 1970년대는 『별들의 고향』(최인호), 『영자의 전성시대』(조선작), 『겨울 여자』(조해일) 등의 이른바 ‘호스티스 소설’들이 한 흐름을 이뤘다. 산업사회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여성의 상품화 현상을 ‘호스티스’라는 사회적 존재에 초점을 맞춰 다루고 있는 이 작품들은 고도성장의 이면에 숨은 우리 사회의 그늘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늘은 또 있었다. 부랑노동자의 삶을 그린 황석영의 『객지』와 도시빈민의 삶을 그린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이 시대의 주목할 베스트셀러로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박완서), 『김약국의 딸들』(박경리), 『서울 1964년 겨울』(김승옥), 『데미안』(헤르만 헤세) 등이 있다.
◇ 1980년대 역사성
1980년대는 이념의 시대이자 불의 시대였다. 대학과 신문사에서 쫓겨난 지식인들이 출판계에 유입되어 변혁이론의 창출과 보급에 앞장섰다. 대표적인 성과로 강만길의 『한국근대사』와 『한국현대사』를 비롯한 근현대사 관련 서적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는 대하소설의 시대이자 시의 시대이기도 했다.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홍명희의 『임꺽정』, 박경리의 『토지』 등은 모두 대중에게 정치적 각성을 하게 만든 ‘역사교과서’였다. 1980년대 내내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이념시나 민중시가 거대한 트렌드였지만 정작 불로 뜨거워진 대중의 몸을 식혀준 것은 쉽게 읽히는 서정시였다. 서정윤의 『홀로서기』,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이해인의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등의 시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대중에게 위안을 안겨주었다. 이밖에 이 시기를 상징하는 베스트셀러로는『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마광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바스콘셀로스), 『숲속의 방』(강석경), 『인간시장』(김홍신) 등이 있다.
◇ 1990년대 대중출판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된 직후 시작된 1990년대가 만들어낸 최고의 상품은 ‘개인’이었다. 1990년대 최초의 밀리언셀러인 『세계는 넓고 (내가) 할 일은 많다』(김우중)에서부터 1990년대 말의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까지 책 제목에 ‘나’는 넘쳤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컴퓨터 길라잡이』(임채성 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한호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등 개인의 성공 욕망을 자극하는 실용서나 자기계발서가 상한가를 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의 출판시장을 휩쓴 『소설 동의보감』(이은성), 『소설 토정비결』(이재운), 『소설 목민심서』(황인경) 등의 역사인물소설 트로이카들도 사실상 자기계발서 역할을 했다.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이었던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일본은 없다』(전여옥),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 등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으며,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박완서), 『물 위를 걷는 여자(신달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양귀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공지영), 『혼자 눈뜨는 아침』(이경자) 등 사랑(결혼)과 일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베스트셀러로는 『퇴마록』(이우혁), 『드래곤 라자』(이영도),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석용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 외), 『오체불만족』(오토다케 히로타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 등이 있다.
◇ 2000년대 글로벌 출판의 시대
2000년대는 절대 고독의 개인이 발견되는 여정이었다. 고학력 사회가 되었지만 고학력자일수록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는 바람에 성공욕구만 넘쳐났다. 덕분에 베스트셀러의 산실은 자기계발서였다.『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 줘잉),『화』(틱낫한),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 『배려』(한상복),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켄 플래차드 외),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시크릿』(론다 번) 『이기는 습관』(전옥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대중은‘성공’을 버리고 ‘행복’으로 말을 바꿔 탔다. 2000년대의 베스트셀러로는‘해리포터’ 시리즈(조앤 K. 롤링)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과 같은 블록버스터 소설, MBC 방영도서,‘Why’를 비롯한 스토리만화 등이 있다. 이 밖에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국화꽃 향기』(김하인), 『가시고기』(조창인) 등과 같은 극도로 축소된 인간관계를 다룬 소설들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도 있다.
◇ 2010년대 디지로그 출판의 시대
1998년의 국지적인 IMF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차원이 달랐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광풍 앞에 개인은 오로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대안적인 사람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셀프힐링’의 책들만이 인기를 끌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등 멘토가 던져주는 ‘위로와 공감’의 어록집,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등 사회적 어젠다를 담은 책, 대안의 삶, 성찰, 관계나 소통 등을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해를 품은 달』(정은궐), 『미생』(윤태호) 등의 미디어셀러와 『서울 시』(하상욱) 등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다.
이 시대에 인기를 끄는 것은 위로와 공감의 어록, 관계와 소통을 다룬 책들이다. 이제 개인은 오로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일까.
한기호(韓淇皓)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학 학사, 2000년 제41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기획부문 출판상, 학교도서관 저널 대표이사.
※영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단종이다. 비운이라는 단어가 늘 따라붙는 어린 임금. 그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 영월을 찾았다. 열일곱 살 소년의 곡절이 녹아든 그곳에서 그의 애달픈 마음을 헤아려 보고자 한다.
글ㆍ사진 김대성 여행 작가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막상 청령포를 마주하고 서니 어쩐지 강을 건너기가 망설여진다. 서강 물줄기가 휘감아 돌아 삼면을 둘러싸고 서쪽으로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마치 섬과도 같은 곳, 청령포. 단종은 이 적막한 곳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유배생활을 했다. 558년 전 이 강을 건너야 했던 어린 임금의 심정은 어땠을까. 어쩌면 그 역시 배에 오르기 전 이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영영 영월 땅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체념하면서 말이다. 한 나라의 왕이 어찌 이리 참담한 생애를 살아야 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배에 오르니 채 2분도 안 돼서 청령포에 닿는다. 자갈밭을 지나 울창한 송림 사이로 들어서면 단종어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따라 복원한 어소에는 밀랍인형으로 단종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고, 마당에는 ‘단묘재본부시유지’라는 영조의 친필 비석이 세워져 그의 한을 위로하고 있다. 담장 밖 소나무 한 그루는 마치 왕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 신하처럼 단종의 거처를 향해 굽어 있어 눈길을 끈다.
나이 어린 임금의 유배생활은 하루하루가 원망이자 그리움이요, 두려움이자 눈물이었다. 아마도 할아버지 세종의 인자한 얼굴이 떠올랐을 테고, 왕위에 오른 지 2년 4개월 만에 돌아가신 아버지 문종에 대한 원망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낳고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이별한 아내 정순왕후를 향한 그리움이 마음에 사무쳤을 것이다. 당장에라도 한양으로 돌아가고 싶었겠지만, 숙부인 세조의 서슬 퍼런 기운을 어린 그가 어찌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그저 조용히 숨죽여 눈물로 달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곳 숲에는 특별한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바로 ‘관음송’이다. 수령 600년의 이 노송은 단종의 애달픈 유배생활을 보고, 그 절규와 울음소리를 들었다 하여 관음송이라 불리어 왔다. 두 갈래로 갈라진 이 나무에 소년 왕이 걸터앉아 시름을 달랬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관음송을 지나면 산책로는 자연스레 절벽 위 능선 길로 이어진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수고가 따르지만 그리 높지는 않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절경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 소박한 망향탑이 있다. 한양에 두고 온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하나 둘 돌을 주워 쌓아올렸다는 돌무더기가 왠지 애처로워 보인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가면 해질 무렵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던 노산대다. 노산대에 올라서니 절벽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한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이렇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을 단종 생각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괜스레 무겁게 느껴진다.
◇청령포를 떠나 동을지산에 묻히다
하늘도 단종의 슬픔을 알았을까. 그해 여름 참 많은 비가 내렸다.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여 청령포가 물에 잠길 지경에 이르자 단종의 거처를 동헌의 객사 관풍헌으로 옮겼다고 한다. 청령포에 유배 온 지 두 달여 만의 일이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단종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 세조의 동생 금성대군이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된 것. 이 일로 단종은 노산군에서 다시 서인으로 강봉되고, 결국 사사되었다.
12세의 어린 나이로 조선 제6대 왕에 오른 단종. 돌봐 줄 사람 하나 없는 어린 임금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결국, 3년 만에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457년 10월 24일 그렇게 떠나갔다. 그해 그의 나이 17세였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조는 “단종을 죽여 강물에 버리고 그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하라”고 했다. 단종의 주검이 청령포 앞 강물에 버려졌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영월 호장 엄흥도가 나섰다. 그는 “옳은 일을 하다가 화를 입는 것을 달게 받겠다”면서 아들과 함께 시신을 수습해 영월 ‘동을지산’에 묻었는데, 그곳이 지금의 장릉이다. 단종은 승하한 뒤에야 비로소 편안한 자리를 찾은 듯하다. 영월 장릉이 조선왕릉 가운데 3대 명당으로 꼽히고 있으니 말이다.
◇241년 만에 복위되다
어린 임금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 장릉을 빼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장릉은 청령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단종은 사후 241년 만에 왕으로 복위되었고, 노산묘도 장릉이라는 능호를 받아 왕릉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췄다. 특히 장릉에는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과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위패를 모셔 놓은 장판옥이 함께 자리한다. 또한, 그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제단인 배식단사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단종역사관에는 단종의 생애와 유배생활 그리고 죽음과 복위되기까지의 일대기가 전시되어 있다.
역사관 뒤 능선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능침이 나타난다. 여타 왕릉에 비해 단출한 느낌이다. 담장을 둘렀으나 병풍석과 난간석은 세우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가냘픈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빼앗는다. 단종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부인 정순왕후의 능인 남양주 사릉에서 옮겨 심은 정령송(精靈松)이다.
이쯤에서 정순왕후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봉되었을 때, 정순왕후도 서인으로 강등되어 궁 밖으로 쫓겨났다. 남편과 청계천 영도교에서 생이별한 그녀는 동대문 밖에 초막을 짓고 평생 영월 땅을 바라보며 그 한을 달랬다고 한다. 그렇게 64년을 홀로 지내다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단종과 함께 복위되었고, 남편만 생각하며 일생을 보냈다 하여 사릉(思陵)이라는 능호가 붙여졌다.
조선 왕릉의 왕과 왕비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단종과 정순왕후. 이렇듯 그들은 조선왕조에서 가장 슬픈 역사로 남았다. 단종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어린 임금의 그리움이 마치 내 것인 양 가슴에 맺힌다. 내일 날이 밝으면 사릉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천년 역사의 중심에 선 한옥마을
전주라는 이름을 갖게 된 지 천년이 훌쩍 넘는다. 신라시대 때인 757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 속에 녹아든 역사의 무게는 가히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깊이를 지닌다. 후백제의 마지막 수도이자, 조선왕조를 꽃피운 발상지로 역사의 중심이 되어온 도시다. 그게 다가 아니다. 현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창의도시이자 판소리의 본고장으로, 또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담고 있는 도시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전주라는 이름의 화려한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 중심에 한옥마을이 자리한다. 700여 채의 한옥이 도심 한복판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한옥촌이 형성된 것은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자긍심의 표출로서 지금의 한옥마을을 이루게 된 것이다. 1905년 일본이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한 이후 전주에도 일본인들이 대거 들어왔다. 처음에는 전주성 바깥쪽 전주천변에 거주했으나, 성곽이 강제 철거되고 성 안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력을 확장하며 일본인들이 전주 최대의 상권을 차지하고 만다. 이에 대한 반발로 1930년을 전후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전통가옥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늘어나는 일본식 건물에 맞서 뜨거운 민족의식이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조선왕조의 뿌리이면서 암울한 시대를 헤쳐 나가려는 저항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역사의 향기를 따라 거닐다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목대에 오를 것을 권하고 싶다. 이곳에 올라야 한옥마을 풍경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천천히 올라도 10분이면 충분히 오를 만큼 나지막하다. 언덕바지 중턱에 설치된 조망대에 서면 기와지붕과 처마 곡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정벌하고 개선하는 길에 종친들과 전승 축하잔치를 벌인 곳이다. 그 자리에서 유방이 불렀다던 대풍가를 읊어 자신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뜻을 넌지시 나타냈다고 한다. 훗날 조선왕조를 개국하고 이곳에 정자를 지어 오목대라 이름 붙였다. 정자 앞에는 고종황제의 친필 비석과 비각도 함께 세워져 있다. 태조께서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는 뜻의 ‘태조고황제주필유지’라는 비문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든다. 한 왕조의 막을 내리는 황제가 그 나라의 문을 열었던 선조의 머문 자리에 글귀를 새기는 심정은 어땠을까.
오목대에서 내려와 태조로를 따라 400미터 정도 가면 두 마리의 사자가 기다린다. 경기전 정문 앞에 있는 하마비(下馬碑)이다. 이곳을 지날 때는 계급의 높고 낮음과 신분의 귀천을 떠나 누구라도 말에서 내려야 하며, 잡인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곳의 하마비는 한 쌍의 사자가 판석을 받치고 있고, 그 위에 비를 세워놓았다. 여느 하마비와는 다른 모습이다. 조선왕조를 건국한 왕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봉안한 곳이기에 수문장으로서 하마비의 위용이 남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전에는 또 하나의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거북이 그것. 정전 중앙에 ‘丁(정)’자형으로 돌출된 배향 공간이 있다. 그 돌출된 지붕의 측면에 거북 두 마리가 붙어 있다. 경기전을 지은 목공이 화마를 피하고 조선이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 쌍의 거북을 붙여놓았다고 전해진다. 사실 이 거북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거북을 찾아보는 것도 작은 재미다. 경기전에는 태조의 어진을 모신 본전 외에도 전주 이씨 시조 이한공의 위패를 모신 조경묘, 조선의 여러 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 예종의 탯줄을 묻은 태실, 어진박물관 등이 함께 자리한다. 어진박물관에는 태조의 어진을 비롯해 세종, 영조, 정조, 고종, 순종 임금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가까이서 왕의 얼굴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누려볼 기회다.
경기전과 마주 보고 있는 전동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성당 중 하나다. 호남지역 서양 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것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픈 역사도 함께 한다. 천주교의 첫 순교자가 나온 장소가 여기다. 많은 천주교 신자가 참수당한 자리에,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성벽의 돌들을 가져다 주춧돌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하에서 성당을 떠받치고 있는 돌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이 스며들었을까. ‘한국 최초의 순교터’라는 비석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전동성당에서 동쪽으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고려 때 쌓은 성문이 우뚝 서 있다. 풍남문이다. 옛 전주부성의 남쪽 문으로 네 곳의 성문 가운데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는 보물이다.
#맛에 반하고, 멋에 빠지다
이쯤 되면 슬슬 허기가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한국을 대표하는 맛의 고장답게 맛있는 음식이 수두룩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주비빔밥을 비롯해 콩나물국밥, 오모가리탕, 전주백반, 한정식까지 무엇을 먹어도 후회는 없다. 풍성한 음식은 물론 훈훈한 인심까지 더해져 여행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오모가리는 뚝배기의 전주 사투리다. 크고 작은 오모가리에 끓여낸 매운탕이 바로 오모가리탕. 얼큰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전주막걸리집’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막걸리 주전자가 추가될 때마다 특별 안주가 코스로 따라오는 전주만의 특별한 문화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전주 음식에는 특별함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에서 맛보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 그 맛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다시 거닐어 보자. 오목대에서 경기전으로 이어지는 태조로를 걸어왔다면, 이제 한옥마을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은행로를 걸어볼 차례다. 수령 6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버티고 선 은행나무 길. 한가로이 거니는 발길 따라 맑은 물소리가 들려온다. 화강석으로 조성된 조그마한 실개천이 길 옆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물길 따라 곳곳에 정자와 작은 연못, 물레방아 등이 조성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전통문화가 묻어나는 공간과 세련되게 꾸며진 공간이 오밀조밀하게 어우러져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골목 구석구석 숨어 있는 다양한 전시관, 박물관, 체험관도 재미를 더한다.
한옥마을이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이와 함께 상업시설이 그만큼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게스트하우스와 음식점, 카페 등이 들어서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한옥카페에 앉아 우리 문화를 즐기는 외국인의 모습에 뿌듯한 마음도 든다. 한옥과 어우러진 커피향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다. 골목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번잡한 도심의 풍경에 익숙해져 잊
혀가던 곳. 좁은 골목 사이사이
스며든 세월의 향기가 옛 정취를 고이 간직한 채 기다린다. 반가운 마음에 돌담 너머 누군가의 살림집 마당을 염치도 없이 훔쳐보게 된다. 골목길에서 느끼는 감정은 연령대마다 다를 것이다. 골목을 가로막고 실컷 뛰놀던 시절이 있을 테고, 지친 마음으로 지나쳤을 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에 마음이 즐겁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골목길,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마다 조심스럽다. 행여 추억이 달아날까. 더 느린 걸음으로 남모를 향수에 젖어든다. 처마 밑으로 저녁밥 짓는 냄새가 풍겨오면 다시 오목대로 가자. 석양에 익어가는 한옥마을 풍경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짙어가는 노을 아래 하루 동안 지났던 길들이 오버랩 돼 쌓여간다. 걸어온 인생의 길처럼. 천년의 향기를 품고 있는 전주한옥마을.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직도 돌아볼 곳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비둘기 집’이란 노래를 불렀던 마지막 황손을 만나러 ‘승광재’도 들러야 하고, 문학의 향기를 좇아 ‘최명희 문학관’과 ‘책방거리’도 가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서두르지 말자. 하루로 모자라면 하룻밤 머물러도 좋고, 다음에 다시 찾아와도 좋다. 느린 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어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니까.
열매를 먹으면 요강이 뒤집힐 만큼 소변 줄기가 세어진다 해서 이름 붙여진 복분자(覆盆子). 한방에서는 남성의 정력을 강화시키고 양기를 보하는 약재로도 쓰이고 있다. 복분자는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을 여성에게는 에스트로겐을 증가시켜 남녀의 양기와 음기 보호에 탁월하다. 이뿐만 아니라 기운을 도와 몸을 가볍게 하고 머리가 희어지는 것을 방지하며 눈을 밝게 해 적당량 섭취하면 중장년층의 생활에 활기를 더할 수 있다.
복분자는 원액으로 먹기도 하고, 말려서 차처럼 우려서 마시거나 복분자주로 담가서 섭취한다. 태생적으로 기운이 강한 사람은 자주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고, 당뇨환자의 경우 소화흡수가 빨라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변을 농축시키는 작용이 있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적게 나오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고, 소변이 잦은 사람이 먹으면 이뇨 작용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는 복분자에 대해 ‘성질은 평(平)하며 맛은 달고 시며 독이 없다. 남자의 신기(腎氣)가 허하고 정(精)이 고갈된 것과 여자가 임신되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간을 보호하고 신장을 기능을 보해주는 작용을 해 야뇨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연산군이 잦은 소변으로 쑥뜸 등을 처방받아 증상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복분자를 술이나 음식, 차로 먹는 것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연산군의 증상에 대해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의 진단을 들어봤다.
◇ “소변이 자주 마렵다? 양기(陽氣)가 부족하고 하초(下焦) 기능이 떨어진 것” - 내의원 진단
장 원장은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은 참으로 불편한 증상이다. 혹시라도 밤에 볼일을 자주 보게 되면,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므로 피로가 쌓여 더욱 큰 문제다”며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은 방광이나 기타 요로계의 괄약근 등이 약해져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하초(下焦)의 기능성이 약해져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랫배가 차가우면서 소변 줄기가 시원찮고 수시로 조금씩 자주 보게 되는 경우는 이른바 양기(陽氣)가 부족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산군의 경우에도 아랫배를 따뜻하게 덥혀 주고 뜸을 떠서 온기를 불어넣어 주니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기록을 볼 때, 양기가 매우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왕들 중에서 사치와 방탕 패륜 등으로 왕위를 빼앗긴 유일한 왕이었던 것을 보면, 비뇨생식 계통의 양기를 무척 많이 소모했으리라 짐작 된다”고 설명했다.
◇ “안토시아닌과 비타민C가 풍부해 노화방지에 좋은 복분자“- 수라간 음식처방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은 “복분자는 카로틴, 폴리페놀, 안토시아닌, 염화시아닌배당체 성분이 풍부해, 노화방지는 물론 항암효과까지 인정받고 있는 식품이다. 특히 신장의 기를 보호해주고 정액 생성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진정시켜주고, 항산화 효소 작용으로 체내 곳곳의 노화를 예방하며 비타민 C 성분은 피부 개선 및 피로회복에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액을 활용하여 각종 요리에 첨가하거나 희석해 먹는다면 맛도 좋고 몸도 건강해지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며 복분자를 활용한 음식으로는 출출할 때 간식으로 알맞은 ‘복분자 핫케이크’와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대접하면 좋은 ‘복분자 구절판’을 권했다.
◇ 건강 레시피
①복분자 구절판
재료: 복분자 가루 1작은술, 밀가루 1/2컵, 당근 1/2개, 오이 1/2개, 햄 50g, 표고버섯 50g, 석이버섯 20g, 쇠고기 100g, 달걀 1개, 식용유 1컵, 소금 1/2작은술
겨자장 재료: 겨자 1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간장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1. 밀가루에 복분자 가루와 소금, 물을 섞어 걸쭉한 상태로 반죽한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1의 반죽으로 지름 6cm 정도의 전병을 얇게 부친다.
3. 당근은 길이 5cm로 채썰고, 오이도 돌려깎기 한 다음 같은 길이로 채썬다.
4. 햄과 표고는 5cm 길이로 채를 썬다.
5. 석이버섯은 곱게 채를 썬다.
6. 고기도 표고와 같은 크기로 채를 썬다.
7. 달걀을 흰자와 노른자로 분리하여 황백지단을 부친다.
8. 팬에 기름을 두르고 오이, 당근, 석이, 햄, 표고, 고기 순으로 익힌다.
9. 겨자를 따뜻한 물에 개어 끓는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 뒤 식초·설탕·간장·소금으로 양념한다.
10. 그릇에 모든 재료의 색깔을 고려하여 가지런히 돌려 담고 가운데 전병을 담아 겨자장을 곁들인다.
②복분자 팬케이크
재료: 복분자 가루 50g, 핫케이크가루 250g, 계란 1개, 우유 150mL, 버터 약간, 설탕 2큰술, 물 2큰술
1. 볼에 계란을 깨뜨려 넣어 거품기로 잘 섞어준다.
2. 1의 볼에 우유를 부어 잘 섞은 후 핫케이크 가루와 복분자 가루를 넣어 덩어리 없도록 잘 풀어준다.
3. 팬에 버터를 약간만 넣어 녹인 후 반죽을 한 국자 넣어 고르고 둥글게 펴서 구워준다.
4. 약불에 앞뒷면 1~2분 정도 굽는다.
5. 꿀 또는 설탕 시럽을 핫케이크가 뜨거울 때 끼얹어 완성한다.
6. 버터 한 조각을 뜨거운 핫케이크 위에 올려주거나 과일 등으로 장식한다.
『왕의 병을 고친 수라간 건강음식』(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세계음식문화연구원장 양향자 지음/아카데미북)
오미자는 껍질의 신맛, 과육의 단맛, 씨의 맵고 쓴맛, 전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짠맛까지 다섯 가지 맛이 난다 해서 오미자(五味子)라고 불리며, 오미(味)는 오장(腸)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열매에는 사과산과 주석산 등 유기산이 풍부해 세포의 산성화를 막아 노화를 방지한다. 혈당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에도 좋다. 피로를 빨리 회복시켜주고 시력과 심장기능을 강화시키며 혈액순환장애와 기억력감퇴, 사고력 둔화를 예방한다.
오미자 특유의 신맛에는 갈증을 해소해 주는 성분이 있어 오미자차를 틈틈이 마셔주면 갈증을 해소 할 수 있다. 오미자와 황률(깐 밤)과 대추를 섞어 끓이거나 미삼을 넣고 오래 달여 마시면 빈혈도 사라진다.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어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평소 건강한 사람들도 오미자를 꾸준히 섭취하면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덜 느끼게 된다. 오미자차를 음주 전후로 마셔주면 오미자의 디옥시시잔드린, 시잔드롤 등의 성분이 간의 회복을 도와 숙취 해소에 좋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은 서병(暑病, 여름에 날씨가 몹시 더워서 생기는 병으로 고열로 목이 마르고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 있다.)을 앓았는데, 이를 고치기 위해 오미자탕(五味子湯)을 처방받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성종 25년, 조선시대 문신 송흠(宋欽)이 임금을 문안하고 나와 이르길 “성상의 몸이 몹시 여위셨고, 얼굴빛이 위황(痿黃)하고, 입술이 또 건조하십니다. 성상께서 큰 소리로 약을 물으시므로 아뢰기를, ‘청심연자음(淸心蓮子飮)·오미자탕(五味子湯)·청심원(淸心元) 등의 약이 청량한 재료가 들어 있어서 갈증을 그치게 할 수 있으니, 청컨대 이를 진어하게 하소서’라고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 “오미자를 섭취해 열을 내리고 모자란 진액을 보충해 줘라.” - 내의원진단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은 성종의 증상에 대해 “성종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였는데 그중에서 가장 성종을 괴롭힌 질병은 서병(暑病)에 의한 감기증상이라 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종의 경우 이런 서병이 겨울철까지도 이어져 감기 증상이 끊이지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에 대항해 맞서는 성종의 면역력이 매우 약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얼굴이 누렇게 뜨면서 허리가 뭉치고 입술이 마르며 갈증이 심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열이 매우 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단순히 열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모자란 진액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오미자가 좋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 “눈이 침침한 중장년층, 오미자 꾸준히 복용하면 눈이 밝아져.” - 수라간 음식처방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은 “오미자는 눈을 밝게 하고 양기를 세게 하여 정력을 도우며, 술독을 풀고 피로회복을 도와준다. 중장년의 경우 눈이 침침한 느낌이 지속되면 오미자를 꾸준히 복용하면 시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혈액 순환 장애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며 중추신경 계통의 뇌, 정신 기능을 안정시켜 치매 예방에도 좋다”며 “마른 오미자는 생수에 우려 오미자차로 만들어 먹는다. 끓여 먹게 되면 씨앗의 떫은맛이 우러나오게 되므로 건오미자를 물에 헹구어 낸 후 1:20(오미자:생수) 정도의 비율로 즐기면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찬물에 서서히 우려내야 맛이 더 좋다”고 조언했다. 오미자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오미자 양갱’과 ‘오미자 화채’를 권했다.
◇ 건강레시피
➀ 오미자 화채 레시피
재료: 오미자 1/4컵, 물 2컵, 설탕 2큰술, 꿀 2큰술, 배 1/2개, 잣 1작은술
1. 물을 끓여서 식힌 다음 깨끗하게 씻은 오미자를 넣고 12시간 우려낸다.
2. 배는 껍질을 벗겨서 적당한 두께로 썬 다음 모양틀로 찍는다.
3. 우려낸 오미자 물에 설탕과 꿀을 넣어 섞은 다음 배와 잣을 띄워 완성한다.
➁ 오미자 양갱 레시피
재료: 오미자 1/2컵, 흰팥앙금 100g, 설탕 1/3컵, 한천(젤라틴) 50g, 밤 5개, 대추 5개
1. 물을 끓여서 식힌 다음 깨끗하게 씻은 오미자를 넣고 12시간 우려낸다.
2. 껍질을 깐 밤은 먹기 좋게 썰고, 대추는 씨를 빼고 돌돌 말아 얇게 썰어둔다.
3. 한천(젤라틴)은 미리 따뜻한 물에 불려둔다.
4. 냄비에 불린 한천(젤라틴)과 우려낸 오미자, 설탕을 넣고 잘 저어준다.
5. 4에 흰팥앙금을 채를 이용해 뭉치지 않게 넣어주고, 밤을 넣고 익으면 불을 끈다.
6. 5를 틀에 적당량 넣고, 준비한 대추를 올려 장식한 뒤 굳힌다.
7. 양갱이 굳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완성한다.
『왕의 병을 고친 수라간 건강음식』(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세계음식문화연구원장 양향자 지음/아카데미북)
5월부터 12월까지 남산골 한옥마을에 국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국악당에서 5월 1일에 ‘서울에서 듣는 한국음악 평롱[平弄] : 그 평안한 떨림’을 개막한다고 28일 밝혔다.
‘평롱[平弄] : 그 평안한 떨림’은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적 감성을 담은 국악콘서트로 12월 31일까지 펼쳐진다.
이 공연에서는 인간의 삶의 여정을 일곱 개의 곡에 담았다. 조선왕조 예악정신을 집대성한 서문의 ‘악(樂)’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서문에서는 ‘악(樂)’이란 하늘에서 와 사람에게 깃들고 자연에서 생겨나, 단순한 소리와 선율의 모음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연과 하나 되는 깊이 있는 울림이라고 했다.
또한 ‘평롱’은 한국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종묘제례악, 수제천, 아리랑, 판소리 등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한국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공연은 총 7개의 구성으로 이뤄져있다.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과 한국의 대표 궁중음악 ‘보허자’를 재구성한 ‘아침을 여는 노래’로 막을 연다. 이어 서울ㆍ경기 민요인 ‘긴 아리랑’으로 거문고와 가야금, 기타의 선율을 선보인다.
공연의 절정에는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진다. 전통음악의 백미 ‘수제천’의 웅장함과 ‘인천 뱃노래’의 신명과 흥을 진하게 담는다. 여기에 궁중무용 ‘춘앵무’를 장엄하고 예술적인 영상으로 선보여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대미는 강렬한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로 장식한다. ‘다시 별에게 이르는 길’이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와 함께 희망찬 피날레를 장식한다.
평롱의 제작진은 국내외 실력파들로 채워졌다. 전통과 현대음악의 결합, 음악극적 실험 등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정가악회가 참여했고, 헐리우드 음악 전문학교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Musicians Institute)의 학장인 윤지영 음악감독이 편곡을 맡았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 겸임교수인 손호성 교수가 무대디자이너를 맡아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이끈다.
공연은 70분 동안 이어지며 입장료는 일반인 5만원, 학생 3만원이다. 공연은 휴식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8시, 주말ㆍ공휴일 오후 5시에 펼쳐진다. 예매는 인터파크(www.interpark.com)나 예스24(www.yes24.com)를 통해 가능하다. 문의는 남산골 한옥마을(02-2261-0502)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한국인 육류 소비량은 1인당 43.7kg에 달했다. 2009년 1인당 36.8㎏이었던 육류 소비량은 매년 늘어 4년 만에 22.4%가 증가했다. 이러한 소식이 들릴 때면 중장년들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걱정하며 육류섭취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육류 소비량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실제 돼지고기는 단백질·지방·비타민A·비타민B·칼슘·인 등을 포함하고 있는 영양식이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 육류에는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혈관이 약해지기 때문에 육류를 섭취하면 튼튼한 혈관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 육류의 콜라겐은 피부를 탄력적으로 만들어주며, 세로토닌 성분은 신경안정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완화 시켜준다. 물론 기름진 고기를 과식하게 되면 비만이 되고 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다. 지방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줄이기 위해 찜을 해서 먹거나 채소나 버섯 등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조선 제6대 임금 단종 즉위년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황보인·남지 등이 육즙을 진어하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신하들은 영양이나 발육상태가 좋지 못했던 어린 왕을 걱정하여 중국으로 의원을 파견하는 회의까지 했다고 한다. “졸곡(卒哭) 전에 만일 병이 있으면 육즙(肉汁)을 진상하는 것은 세종의 유고(遺敎)입니다. 이제 성상께서 춘추가 아직 어리시고 혈기가 충실치 못하시며 구역질하는 증세가 있으시니, 놀랍고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청컨대 육즙을 조금 진어하소서.”라며 단종에게 육즙을 권하였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 “고기와 야채·과일을 함께 섭취해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뤄라” - 내의원 진단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은 “육식은 기혈을 보강시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양기(陽氣)에 치우쳐 있어 열(熱)이나 담(痰)을 만들어내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나 중풍이 있는 어르신들은 가능한 기름기가 없는 육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기를 먹을 땐 고기만 먹지 말고, 야채나 과일을 함께 섭취해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육류요리엔 콩이나 표고버섯을 함께 넣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라” - 수라간 음식 처방
세계음식문화원 양향자 이사장은 “중장년층은 단백질·비타민·무기질·수분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단백질이 부족하면 팔다리에 기운이 없어지고 잘 넘어질 수 있는데 이럴 때 육류를 섭취해주면 좋다.”며 “돼지고기의 경우, 목심은 단백질과 칼슘의 함량이 다른 부위에 비해 높은 편이다. 앞다리살과 안심은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B1의 함량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돼지고기를 조리할 때 콩이나 표고버섯과 함께 조리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 부추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돼지의 찬 성질을 보완해주고, 양파는 돼지고기의 비타민 B1의 흡수를 촉진시켜 비만을 예방해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도와준다.“라고 덧붙였다.
◇ 건강레시피
①제육강정
재료: 돼지고기 200g, 밀가루 2큰술, 전분 3큰술, 견과류(땅콩·해바라기씨·호박씨 등) 약간, 청주 1큰술, 소금·후추 약간
강정 소스: 고추장 1큰술, 케첩 1큰술, 물엿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약간, 핫소스 약간, 기호에 따라 매운 고추 1~2개
1. 돼지고기는 한입 크기로 썰어 청주·소금·후추로 밑간해서 재워둔다.
2.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소금을 약간 넣고 물을 넣어 되직하게 반죽한다.
3. 팬에 분량의 양념을 넣어 강정 소스를 만든다.
4. 튀김 팬에 기름을 붓고 170도 정도로 가열한다.
5. 반죽에 재워둔 고기를 넣고 버무려 한 조각씩 붙지 않도록 튀겨낸다.
6. 튀겨낸 고기는 만들어둔 소스에 견과류와 함께 버무려 완성한다.
②찹스테이크
재료: 쇠고기 등심 200g, 양파 1/4개, 청피망 1/2개, 홍파프리카 1/2개, 마늘 3쪽, 육수(물) 1컵
브라운소스: 버터 1큰술, 밀가루 1큰술, 토마토페이스트 1큰술, 월계수입 1~2장, 와인 1큰술, 소금·후추 약간
1. 쇠고기를 큼직하게 썬다.
2. 양파·피망·파프리카를 고기와 같은 크기로 썬다.
3. 마늘은 편으로 썬다.
4, 팬에 버터를 두르고 브라운 루(밀가루를 버터로 볶은 것)를 만들어 와인·토마토페이스트·월계수잎·육수를 넣어 끓인다.
5. 소스가 은근히 끓으면 소금·후추로 간하고, 월계수잎은 건져낸다.
6.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고기를 볶다가 양파, 피망, 파프리카 순으로 볶는다.
7. 준비해둔 브라운소스를 넣고 볶아 완성한다.
『왕의 병을 고친 수라간 건강음식』(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세계음식문화연구원장 양향자 지음/아카데미북)
‘나물국 오래 먹어 맛을 못 느껴.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네. 이 없는 이, 먹기 좋고. 늙은 몸 양생에 더없이 알맞다.’
고려 시대 이색(李穡)의 문집인 『목은집』에 실린 시조 ‘대사구두부내향(大舍求豆腐來餉)’의 한 대목이다. 허균의 『도문대작』에서도 ‘서울 창의문 밖 사람이 두부를 잘 만들며 그 연하고 매끄러운 맛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두부는 예로부터 맛과 향이 좋고, 광택이 나며, 모양이 반듯하고, 먹기 간편하여 음식의 오미(五味)를 갖춘 식품이라 했다.
두부는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콩으로 만들어 단백질이 풍부하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덩어리이기 때문에 섭취 시 소화와 흡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화율 면에 있어 콩은 65%인데 비해 두부는 95%에 이르기 때문에 두부로 섭취하면 아미노산의 완전한 흡수를 도울 수 있다. 두부에 함유된 단백질과 필수 지방산은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신경세포 성장에 도움을 준다. 폐경기에 섭취하면 갱년기 증상이 완화되고, 유방암·난소암·전립선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 이소플라본의 작용으로 뼈 손상을 늦추고 뼈 조직을 형성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두부 속 사포닌은 노화를 막고, 독을 없애며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콩을 주재료로 한 두부 요리는 종기 등의 열을 식혀주는 데에도 탁월하다. 조선왕조실록 문종 때의 기록을 보면 ‘내의 전순의(全循義)가 내전에서 나오면서 말하기를, “임금이 종기가 난 곳이 매우 아프셨으나, 저녁에 이르러 조금 덜하고 농즙이 흘러나왔으므로 두탕(豆湯)을 드렸더니 임금이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음식의 맛을 조금 알겠다.’ 하셨다. 하니, 여러 신하가 모두 기뻐하였다’고 나왔다. 당시 문종은 오래 앓고 있던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내의원에 명하여 발운산(撥雲散)을 달여 올리게 하고, 두탕(豆湯)을 섭취해 병을 다스린 것으로 알려졌다.
◇“열이 상부로 잘 올라가는 체질은 두탕(豆湯)으로 다스려라” - 내의원 진단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은 “문종은 세자 때부터 심한 종기로 고생했지만 직접 아버지(세종)의 병시중을 들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세종 승하 후, 몸을 돌보지 않고 슬퍼하다 결국 종기가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렀다. 당시 ‘발운산’이라는 처방을 내렸는데 동의보감에는 ‘풍독이 위로 올라와 눈이 침침해지고 눈동자에 이물이 끼며 간지럽고 아파 눈물이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슬퍼하는 기운이 너무 심해 기가 역류함에 따라 열독이 위로 올라가게 됐던 것 같다. 즉 열이 상부로 잘 올라가는 체질이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로 보았을 때 두탕의 처방은 의미가 있다. 콩을 탕으로 만들면 성질이 차가워져 번거로운 열을 식혀주고 모든 독을 없애는 효능이 증폭된다”고 설명했다.
◇“두부, 현미·해조류·닭가슴살 등과 함께 먹으면 빈틈없는 영양 섭취” - 수라간 음식 처방
세계음식문화원 양향자 이사장은 “두부는 많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지만, 식물성 단백질의 경우 일부 아미노산(이소류신·라이신·메티오닌·페닐알라닌·트레오닌·히스티딘 등)이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두부를 현미밥이나 김·미역과 같은 해조류 또는 닭 가슴살 등 동물성 단백질과 함께 섭취하면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두부는 국을 끓이거나 부침하여 자주 먹는데 두부로 탕수를 해 먹으면 일반적인 식재료라도 특별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달달한 시금치와 고소한 두부를 같이 무치면 밥반찬으로도 좋다”며 ‘두부탕수’와 ‘두부시금치무침’을 권했다.
◇ 건강레시피
①두부탕수
재료: 두부 1/2모, 오이·양파 1/2개. 당근 1/4개, 목이버섯 3개, 마늘 1쪽, 대파 1/2, 녹말가루 1/2컵, 달걀 1개, 고추기름·식초·설탕·간장 각 1큰술
1. 두부는 큼직하게 잘라 소금을 뿌려 5분 정도 둔 뒤 키친 타올을 이용해 간수를 뺀다.
2. 오이·당근·양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목이버섯은 불려 한입 크기로 자른다.
3. 마늘은 편으로 썰고, 파는 큼직하게 썬다.
4. 두부에 계란 옷을 입히고 녹말가루를 묻혀 180도 기름에 튀긴다.
5. 다른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파를 넣고 볶다가 오이·당근·양파·목이버섯을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식초·설탕·간장으로 간한다.
6. 소스가 끓으면 녹말가루 푼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7. 튀긴 두부를 접시에 담고 소스를 뿌려 완성한다.
②두부 시금치 무침
재료: 두부 1/4모, 시금치 100g, 다진 마늘 1/2큰술, 다진 파 1/2큰술, 참기름 1작은술, 참깨 1/2작은술, 소금 1작은술
1. 시금치는 끓는 물에 데쳐서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으로 밑간한다.
2. 두부는 거즈에 싸서 물기를 제거하고 으깬다.
3. 으깬 두부, 시금치, 다진 마늘·파, 참기름, 깨, 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왕의 병을 고친 수라간 건강음식』(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세계음식문화연구원장 양향자 지음/아카데미북)
여행길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문화유산은 왕릉이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깊은 감흥을 느끼기도 하고 지루함의 원천이기도 한 왕릉은 대부분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에 위치,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이 된다.
조선왕릉은 500년 넘게 지속된 왕조의 왕과 왕비가 묻힌 무덤이다. 따라서 왕릉만 둘러봐도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천 과정을 파악할 수 있어 현장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부터 마지막 황제 순종의 유릉까지 총 42기 중 북한 개성에 위치한 2기를 제외한 40기(서울 8기·경기 31기·강원 1기)의 왕릉이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중 태릉과 강릉(서울 노원구)은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 그의 아들인 명종과 인순왕후의 능묘다. 태릉은 국가대표 선수촌이 들어서면서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 왕릉보다 선수촌이 더 유명해졌다. 그러나 선수촌 개발은 왕릉 훼손의 원인이 됐다. 특히 하나로 이어졌던 태릉과 강릉이 완전히 분리됐다. 강릉은 그동안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1월 1일부터 경기 남양주 사릉(思陵)과 함께 개방됐다. 사릉은 단종의 비 정순왕후의 능으로 다른 능에 비해 단출한 것이 특징이다.
동구릉(경기 구리)은 경복궁의 동쪽에 아홉 개의 능이 모여 있다 해서 동구릉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 왕릉군으로 조선을 개국한 태조의 건원릉을 비롯해 현릉, 목릉, 숭릉, 원릉, 수릉, 경릉, 휘릉, 혜릉이 함께 자리한다.
영녕릉(경기 여주)은 세종 영릉과 효종 영릉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세종 영릉은 조선왕릉 최초의 합장 능으로 소헌왕후와 함께 합장돼 있다. 효종 영릉은 인선왕후와 함께 있는 쌍릉이다.
서오릉(경기 고양)은 서쪽에 다섯 개의 능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추존왕 덕종 경릉과 예종 창릉, 숙종 명릉, 익릉, 홍릉을 비롯해 순창원 등 2원 1묘가 있어 동구릉 다음으로 큰 왕릉군이다.
파주삼릉(경기 파주)은 세자빈으로 세상을 떠난 장순왕후의 공릉과 성종의 비 공혜왕후의 순릉 그리고 영조의 장남인 추존왕 진종과 그의 비 효순왕후의 능이다. 서삼릉(경기 고양)은 서쪽에 있는 세 개의 능으로 희릉, 효릉, 예릉이 자리하고 있다.
장릉(경기 김포)은 인조의 아버지 추존 원종과 비 인헌왕후를 모신 쌍릉으로 대원군의 묘제를 따라 봉분은 병풍석과 난간석 없이 호석(무덤의 외부를 보호하기 위해 돌을 이용해 만든 시설물)만 두르고 있다.
조선왕릉은 대부분 1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지불한다. 주차비를 별도로 징수하는 곳도 있다. 일부 왕릉은 시간을 정해 왕릉에 대한 문화해설을 진행하고 있어 사전정보 파악 후 입장하면 보다 기억에 남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드라마 '황진이' 의상 제작과 KBS 다큐멘터리 ‘의궤, 8일간의 축제’에서 의상 재현 등으로.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한복을 연구해온 한복 명장 김혜순씨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 박물관에서 80여 점의 한복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한국문화재단(Kcul Foundation)은 지난 2일 "김혜순의 한복 패션쇼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지난 2일부터 오는 5월 26일까지 조선의 국보와 보물을 전시하는 `조선미술대전`의 오프닝 행사로 열린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미국 동부지역에서 약 500여명의 인사들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날 패션쇼는 필라델피아 미술관 관장인 티모시 러브(Timothy F. Rub)를 비롯해 미술관 여성위원회 위원, 우현수 큐레이터 등 15명의 유명인사를 비롯해 미국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에서 선발된 펜실베이니어대 와튼스쿨 학생, 더 락스쿨(The Rock School)발레단원 등 65명의 아마추어 모델 등 모두 80명이 직접 한복을 입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한국에서 입양한 딸이 모델로 참가한 영국 투자회사 대표이면서 예술협회 대표인 잉그리디 울버맨은 "다양한 나라의 수많은 예술품과 공연 등을 봐 왔지만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의 왕실과 옷이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보는 순간 내내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며 "딸에게 단 한번도 한국 문화를 알려줄 기회가 없었는데 딸이 이 쇼에 모델로 참여 한 것에 대해 매우 놀랐으며 영광으로 생각하고, 김혜순 디자이너에게 꼭 의상을 구입하여 딸에게 주고 싶다"고 밝혔다.
패션쇼는 1부 조선의 왕의 향연, 2부 사계, 3부 샐리라는 주제로 펼쳐졌으며, 국립극장 무용단 조현주 단원의 화려한 전통 춤을 시작으로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