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용산가족공원’에서 사진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은 작업의 특성상 약속시간에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하나둘씩 흩어져 사진을 찍다가 정해진 시간에 다시 만나는 모임이다. 피사체를 찾아다니던 중 가족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벤치에 혼자 쓸쓸히 앉아 있는 노인을 보았다. 오후 네댓 시쯤 되는 시간이었다. 계절과 시간까지 어우러져 그 뒷모습에서 외로움이 잔뜩 묻어났다. 부자나 빈자나 나이가 들면 똑같이 맞이하는 모습이다. 젊을 때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차츰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소외감과 함께 외로움도 점점 깊어진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비 안 올 때 미리 우산을 준비하듯 인생의 가을 초입에 겨울 준비를 해놓는다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사랑 없인 못 살아요
이 글을 쓰면서 위의 사진에 어울리는, 조영남이 부른 ‘사랑없인 못살아요’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밤 깊으면 너무 조용해/ 책 덮으면 너무 쓸쓸해/ 불을 끄면 너무 외로워/ 누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네/ 이 세상 사랑 없이/ 어이 살 수 있나요/ 다른 사람 몰라도/ 사랑 없인 난 못 살아요/ 한낮에도 너무 허전해/ 사람 틈에 너무 막막해/ 오가는 말 너무 덧없어/ 누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네. 이런 가사가 어느새 마음에 다가오는 것을 보니 필자도 이 가을엔 어쩔 수 없이 쓸쓸해지려나 보다.
외로움은 삶을 성찰하게 한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인간관계도 맺으면서 살아가지만 관계에는 기쁨도 있지만, 책임감도 따른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행복이 있다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려움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늘 행복하기만 바라며 그 외의 어려움은 외면하려고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신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그림을 취미로 하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 사이에 회자되었다. 배우 김혜수와 구혜선의 그림이 아트페어에 걸린 이야기가 화제가 되더니, 배우 하정우의 그림이 수천만원에 거래된다는 이야기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러다 가수 조영남의 대작 논란으로 ‘아트테이너’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이르렀다. 이쯤 되니 그림은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유희’로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물론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젤을 세운다. 그리고 하얀 캔버스를 올려 조금씩 스케치를 한다. 아마 노후의 취미생활을 꿈꾸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본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는 53.2%가, 60세 이상은 56.4%가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법으로 취미활동을 꼽았다. 자원봉사나 종교활동 등 다른 활동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였다. 그러나 실제 여유시간을 보내는 여가활동으로 50대의 72.2%가, 60대 이상의 81.2%가 가장 간단한 TV 시청을 꼽았다. 대다수가 이상과 현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예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3%도 되지 않았다.
심리적 장벽이 높은 취미 ‘미술’
미술은 시니어들을 위한 취미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분야 중 하나다. 시니어 대상 교육기관에서 미술은 빠지지 않는 단골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붓을 손에 쥐지 못하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선입견이라고 권인수 화백은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서 5년째 일반인과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화실 ‘아트담’의 대표이기도 한 권 화백은 회화나 미술에 대한 편견이 장벽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가 입시 교육에 집중하면서 학생들이 미술, 그러니까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초등학교에서 멈춘 셈이죠. 잘 못 그리는 것이 당연해요. 그런데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재능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에요. TV 프로그램 에 나오는 수많은 달인들을 보세요. 그들이 자기 직업에 대해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랜 직장생활과 노력 덕분이죠.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선입견 중 하나는 그림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는 것. 그러나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만 따지면 결코 그렇지 않다. 화실 수업료를 제외하면 이젤과 물감, 붓 등의 구매비용은 25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사진이나 자전거 등에 비교하면 되레 저렴한 취미인 셈이다. 이나마도 캔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들을 강습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교육기관도 있다.
학원…화실…본인에 맞는 곳 선택을
실제로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주변에서 ‘스승’을 찾는 일이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회화 등 미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각 자치구가 운영하는 문화회관과 백화점 등이 운영하는 문화센터가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학원이나 화실 등이 있다.
구청 문화회관이나 백화점 문화센터는 다른 취미와 병행이 쉽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교육 인원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강사가 1대 1로 지도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학원은 입시 미술을 겸하거나 정해진 강의 위주로 운영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고, 화실은 1대 1 지도를 중심으로 수업을 한다. 미술학원은 대학 인근에 많고, 화실은 반대로 주거지역 주변에 많다. 수업 형태나 시간, 수업료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충분히 교육기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본인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이 시니어에게 주는 장점은 다양하다. 미술 수강생들은 운동에 비해 체력적으로 제한이 없는 취미이면서, 고도의 집중을 통해 잡념을 사라지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11년째 송파에서 화실 ‘모노그라프’를 운영 중인 서양화가 김용일 화백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시니어들에게 제공하는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평생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죠. 적은 비용에 비해 얻는 성취감도 크고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배우면 남에게 그림을 선물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서는데, 그 과정에서 얻는 자존감도 상당합니다. 그룹 전시회를 통해 본인의 그림이 남에게 인정받거나 팔리는 경험은 시니어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화실에서 형성된 커뮤니티를 통한 사회활동도 그림을 배우는 과정이 주는 매력 중 하나다. 앞서 소개한 아트담은 인근 구치소 면회자들을 위해 대기실에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고, 모노그라프의 경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그림 봉사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전시회 활동은 그림에 대한 욕구를 재충전하는 기회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일부 지역의 경우 화실은 체면을 내려놓는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고소득층 수강생들이 많은 한 화실의 관계자는 “재벌이나 정치인, 연예인 등이 신분을 숨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유난히 걸레질이나 설거지에 열중했던 한 회원이 지자체장의 부인이라고 밝혔을 때 주변에서 적잖이 놀란 적도 있어요. 사교를 위해 일부러 모인다기보다, 본인의 원래 모습을 찾아 순수한 문하생으로서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니 관계가 홀가분해지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기는 치매 예방에 큰 도움
그림은 심리적인 부분 이외에 실제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유명한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의 신경과 전문의 로즈버드 로버트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 논문을 통해 “그림 그리기 등 노년의 미술 활동이 경도인지장애(치매의 전 단계)에 걸릴 가능성을 73% 낮춰준다”고 발표했다. 그는 4년간 256명의 85세 이상 노인을 관찰했는데, 미술 활동이 수공예(45%), 사교활동(55%), PC활용(53%)보다 인지기능 보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림 그리는 것이 경도인지장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미술 활동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손의 미세한 운동과 관련된 신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자극들이 신경세포의 퇴화를 방지하고,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인지기능 유지에 사용되도록 변화를 일으키는, 일종의 신경가소성 효과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그림 창작활동은 치매 예방뿐만 아니라 시니어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술 활동은 인지기능이나 창의력 향상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추억 회상을 통해 의미있는 대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의사 소통 능력도 향상시키죠. 자아감이나 자존감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심지어 치매환자 간병인의 삶의 질까지 향상시킨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마포복지관에서 수채화를 가르치고 있는 류영선 강사는 “소질을 걱정하는 회원분들에게 관심이 곧 소질이라고 늘 말씀드려요.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릴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니까요. 실제로 시작하고 나면 기대 이상으로 쉽게 적응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붓을 잡고 행복하다는 말씀을 연발하시는 회원분들을 보면 다른 분들도 주저하지 말고 빨리 시작하셨으면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1987년 부산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된 사만다 푸티먼과 아나이스 보르디에가 4년 전 SNS를 통해 극적으로 재회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를 보면서, 그리고 “저 역시 입양아로서 살아온 삶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아나이스 역시 입양의 어두운 면이나 슬픈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저희는 대부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만다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의 입양 현실에 시선이 향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입양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국내 법원에서 국내외 입양을 허가받은 아이는 105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 입양은 683명으로 2014년의 637명보다 약간 늘어났지만, 국외 입양은 374명으로 2014년의 535명에 비해 줄었다. 국외 입양아 현황을 보면 미국이 전체의 74.3%로 가장 많고 이어 스웨덴(9.6%), 캐나다(5.9%), 노르웨이(2.7%) 순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1년 4206명이던 입양 아동은 2003년 3851명, 2006년 3231명을 거쳐 2013년 2652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리고 2014년 1172명, 2015년 1057명으로 감소하는 등 입양이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역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을 입양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 입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며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하는 연예인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 중견 연기자 송옥숙, 탤런트 이아현, 개그맨 엄용수, 연극배우 윤석화, 가수 조영남, 개그우먼 이옥주 등이 자녀를 입양해 키우는 대표적인 연예인들이다.
여러 아이를 입양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있는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 부부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반인의 입양에 대한 인식 전환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엄존하는 한국에서도 차인표-신애라, 이아현 같은 대중의 시선을 받는 연예인 스타들이 입양 문화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자녀를 가슴으로 낳아 키우는 연예인들은 입양은 특별하거나 칭찬받을 일이 아니며 입양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과 다른 가족이 더 행복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민이(큰아들)에게 하나님이 우리를 부모로 선택하게 했듯 둘째 예은이, 셋째 예진이는 우리가 입양한 것이 아니라 정민이와 다른 방법으로 이 아이들이 우리를 부모로 선택했습니다. 입양은 가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에게 울타리를 쳐주는 것이며 새 가족과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새 가족이 생기면서 아이가 사랑을 알게 되고 다른 가족들도 입양한 아이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입양한 예은, 예진으로 인해 가족들이 더 행복해졌어요.” 두 아이를 입양한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말이다.
“결혼 전 입양을 해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슴으로 낳은 아이도 배 아파 낳은 아이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째를 입양하고 키우면서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셋째도 입양을 하게 됐지요.”신애라의 말이다. 신애라의 적극적인 입양 의사에 남편 차인표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입양단체 관계자들은 스타 부부 차인표-신애라의 두 아이 입양은 많은 사람들에게 입양에 대해 관심을 끌게 하고 국내 입양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한다.
“입양했다고 하면 왜 칭찬받는지 솔직히 저는 반감이 듭니다. 내 딸들은 나를 있게 해준, 살게 해준 사람들입니다. 딸들이 아니었으면 너무 힘들어서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2007년 첫째 딸 유주(9)를, 2010년 둘째 딸 유라(6)를 입양한 탤런트 이아현이다. 이아현은 입양은 특별한 일이거나 찬사를 받을 일이 전혀 아니라고 했다.
혈연에 대한 집착, 법과 제도 문제 등 한국에서 입양이 활성화하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자녀들을 입양한 연예인들은 강연과 홍보대사, 그리고 방송 등을 통해 입양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입양한 아이를 잘 키워 결혼까지 시킨 코미디언 엄용수는 방송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녀 셋 중 둘이 ‘가슴으로 낳은 애들’이다. 피 한 방울 섞이고 안 섞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랑으로 가족을 이루면 되는 것이다”라며 입양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설파한다.
입양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연극인 윤석화는 방송 등 대중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유교적인 사상이 많고, 국내 입양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외국의 사례나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정말 아이들이, 생명이 크는 것은 사랑이 가장 우선이고, 오히려 DNA(혈연)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랑이고,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직도 많은 아이가 해외로 입양 가고 국내 입양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죠”라며 국내 입양이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입양 문화가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장애아나 혼혈아 입양을 꺼리는 인식은 여전하다. 2015년 한 해 장애나 건강에 이상이 있는 아동 중 국내 입양은 24명이었지만, 해외 입양은 99명이나 됐다. 정부가 해외 입양을 통제하지 않았던 시기인 2002년에는 해외로 입양 간 장애아가 827명에 달했고 국내 가정에 입양된 장애아는 16명에 불과했다.
필리핀계 혼혈아를 2007년 입양해 가정을 이룬 중견 연기자 송옥숙은 “입양한 아이가 혼혈이냐 아니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혼혈아에 대한 사회의 시선에 개의치 않았다.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만이 중요했다”고 말하며 장애아나 혼혈아에 대한 입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입양아 가정에서 고민이 많은 입양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연예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자녀를 입양한 연예인들 대부분은 외국처럼 입양 공개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가수 조영남은 “아이를 입양한 것은 세상의 빚을 갚는 심정이었어요. 아이를 공개 입양한 것은 입양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려고 한 거예요. 결과적으로 입양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아이를 밝게 키운 것 같아요”라고 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저희가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비밀 입양이라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비밀 입양은 아이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부모야 본인이 선택한 거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은 비밀 입양을 할 경우 숨겨야만 하는 음지가 생기는 것이지요”라며 입양 공개 찬성 이유를 밝혔다.
개그맨 엄용수는 여섯 살 때 입양해 2007년 결혼해 가정을 꾸린 딸 엄현아(35)씨가 아이를 낳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입양은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더 많은 사람이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입양은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게 아니라 소중하게 태어난 생명을 하나의 인격체로 키워내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따뜻한 가정 안에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할 권리가 있고, 어린아이들을 사회적 인재로 키워내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입양은 내 삶에 가장 잘한 일이다.” 2003년 공개 입양으로 아들 매튜를 가족으로 맞은 영화배우 故 김진아가 생전에 나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경력 35년 이상의 신인 밴드가 데뷔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지만 어찌 됐든 사실이다. 이 경력 넘치는 밴드는 컨트리음악의 한 장르인 블루그래스(Bluegrass) 음악 밴드인 ‘실버그래스’. 나 와 같은 이름난 경연은 아니지만, 당당히 오디션을 통해 경쟁을 물리치고 정식 데뷔를 할 기회를 잡았다. 이 실버그래스의 다섯 멤버인 김구(金口·60), 김원섭(金元燮·60), 이웅일(李雄逸·60), 임영란(林永蘭·55), 장광천(張光天·56) 시니어 뮤지션을 만나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노년반격(老年反擊)’. 시니어 입장에선 좀 언짢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다소 발칙하기도 한, 아니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픈 의욕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이름의 행사가 얼마 전 열렸다. 노년반격은 아마추어 시니어 음악인을 발굴해 육성하기 위한 행사로, 전국 55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서울 우리마포복지관과 글로벌 제약사 한국에자이가 공동 주최하고 신노년연합과 한국음악발전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가 공동 후원했는데, 1차 사전 심사를 거쳐 7팀이 2차 오디션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렇게 발탁돼 데뷔의 기회를 얻은 두 팀 중 한 팀이 바로 실버그래스다. 실버그래스의 데뷔곡 ‘첫 번째 가출’의 녹음 현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낯설지만 친숙한 블루그래스
이들이 사랑하는 블루그래스 음악은 18세기 무렵 미국 애팔래치아에 정착한 영국 이주민들의 전통음악이 토대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스 등에서 온 발라드나 무곡을 기반으로 현악단의 음악과 북미 민속음악이 결합되며 형식을 갖추기 시작했다. 명칭은 빌 먼로가 이끌었던 밴드 ‘빌 먼로 앤드 히즈 블루 그래스 보이즈(Bill Monroe & His Blue Grass Boys)’에서 유래했으며 이들이 활동한 1950년대 후반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대부분 곡이 피들(바이올린의 일종), 벤조, 만돌린, 어쿠스틱 기타, 더블베이스 등으로 구성된 밴드에 의해 연주된다.
실버그래스 역시 이런 블루그래스 밴드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멤버 중 김구씨가 만돌린을, 김원섭씨는 콘트라베이스, 이웅일씨와 장광천씨는 어쿠스틱 기타, 임영란씨는 벤조를 담당한다. 다른 블루그래스 밴드와 마찬가지로 모든 멤버가 악기 연주와 노래에 참여한다.
한국인에게 블루그래스란 음악은 단어부터 생소하지만, 일단 대표적인 한두 곡을 들어보면 어떤 음악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노래 중 하나는 1976년 조영남에 의해 발표된 ‘내고향 충청도’다. 올리비아 뉴튼존이 발표한 ‘Banks Of The Ohio’를 번안한 이 곡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사 내용이나 멜로디 구성 등으로 인해 전형적인 블루그래스로 평가받는다. 이 곡 이외에도 다양한 블루그래스 음악이 번안되어 1970년대 이후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아왔다.
동호회 덕분에 의기투합
하지만 한국에서 정식으로 블루그래스란 음악의 저변이 확대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동호인들은 1981년 의정부 장호원 캠프장에서 ‘한국 블루그래스 협회’를 창립한 것을 ‘역사적 사건’으로 꼽는다. 이때 실버그래스의 멤버이자 오랜 친구 사이이기도 한 이웅일, 김구씨도 그 현장에 있었다.
실버그래스는 2006년 개설된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한국 블루그래스 음악 클럽(cafe.daum.net/KBMA)’의 회원들로 구성됐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그때 의정부 모임의 출신들이기도 하다.
사실 실버그래스의 노년반격 출전 계기는 이랬다. 오디션 공고를 본 클럽 운영자가 참가 제한자격인 만 55세 이상인 회원 중 적당한 멤버들에게 추천을 한 것. 그렇게 의기투합하여 준비 없이 경연에 나서게 됐다.
이웅일씨는 그래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사실 대부분 멤버가 클럽 설립 초창기 때부터 함께한 멤버이기도 하고, 여러 무대위에서 함께 즉석 공연을 많이 했던 사이라 화음을 맞추는 데는 문제없었습니다. 또 워낙에 블루그래스 음악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특징이 있기도 하고요. 덕분에 오디션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연주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웅일씨는 1970년대 말 라디오 방송에서 블루그래스 음악을 접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벤조를 배우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고.
“그 후 일 때문에 사우디에 1년간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곳에선 외국으로 송금하는 것이 자유롭더라고요. 그래서 국내에선 구하지 못했던 블루그래스 악보들을 영국이나 호주의 서점을 통해서 사 모았어요. 그렇게 확보한 악보들을 동호인들과 공유하기도 했고요. 아마 국내 보급된 악보 중 상당수는 저를 통한 것일 겁니다.(웃음)”
인력개발 분야 연구원인 이웅일씨의 ‘절친’ 김구씨는 20대 후반부터 귀금속 관련 일을 해 온 사업가. 실버그래스 안에서는 만돌린을 담당하고 있다.
“만돌린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해서였어요.(웃음) 아무래도 기타나 벤조보다 인기가 없었거든요. 가볍기도 하고, 독특한 음색 때문에 지금은 매력에 빠져 있습니다. 만돌린은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악기지만, 바이올린과 유사한 음역의 소리가 마음을 치유해 주는 힘이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김구씨는 서울 약수동 자신의 매장 인근에 지하 연습실을 만들어놓고, 음악연습뿐만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을 초대해 봉사활동 차원에서 무료로 기타와 우쿨렐레 강습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각기 다른 악기마다의 매력이 원동력
김원섭씨 역시 ‘이 바닥’에서 꽤 오랜 이력의 소유자다. 블루그래스 클럽에는 음악적 뿌리가 같은 요들음악을 하다 전향한 이들이 많은데, 김원섭씨 역시 그런 사례다. 대학 시절 ‘한국 바젤 요들 클럽’을 통해 음악을 시작해, 지금까지 식지 않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자랑하는 블루그래스 애호가 중 한 명이다.
사실 노년반격에는 솔로로 지원해 최종 예선까지 올랐다가 콘트라베이스가 부족한 실버그래스에 합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합류하게 됐다.
“콘트라베이스를 시작한 건 10년 정도 됐는데, 각각의 다른 악기들 소리를 감싸안으며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매력이죠. 음악은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보다는 정식으로 익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대학생에게 레슨을 받았고, 노래에도 관심이 많아 성악을 개인지도 받기도 했습니다. 음악은 자기관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해줘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갈 겁니다.”
실버그래스의 홍일점인 임영란씨는 얼마 전까지 숙명여자대학원에서 음악치료를 가르쳤던 음악 전문가. 그 역시 요들을 거쳐 블루그래스를 즐기게 되었는데, 특히 벤조 특유의 음색에 빠져 본격적으로 악기 연주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피아노와 기타는 조금씩 다룰 줄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벤조가 처음이었어요. 처음 시작할 땐 음악이 아닌 소음에 가족들의 볼멘소리도 있었지만, 50대 여성이 겪는 변화를 음악으로 극복할 테니 감수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때부터는 잘 협조해 주더라고요. 딸은 클래식 기타 전공자이고 남편도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훤칠한 체형에 카우보이모자가 인상적인 장광천씨는 현재 부천에서 활동 중인 교회 전도사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한 강좌에 참석했던 것이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강단에 서 있던 이는 1970년대 유명했던 블루그래스 마니아인 요들 전도사 김흥철씨.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음악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고 했다.
“블루그래스 가스펠을 부르며 교회 내에서 활동을 계속했었죠. 군부대 방문이나 봉사활동 등 한 해에 70~80회 정도 공연도 했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의 뿌리는 대부분 이 블루그래스 음악에서 왔다고 추측돼요. 실제로 미국에는 블루그래스 찬송 음반도 많고요. 그래서 저도 블루그래스 가스펠 앨범을 준비 중이고,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시니어들의 ‘희망’ 됐으면
물론 이들의 활동은 오디션 입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27일에 그들의 데뷔곡 ‘첫 번째 가출’이 공개됐다. 전형적인 블루그래스 곡의 형태를 띠는 이 노래는 노년반격의 프로듀서인 가수 이한철이 작곡했고, 작사는 멤버 중 김원섭씨의 가사 초안을 뼈대로 다른 멤버들이 살을 붙였다.
가사 내용은 시니어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강냉이 장수를 보고 사달라고 조르다 부모님께 혼이 나 가출을 한 주인공이 결국 아버지에게 ‘아프지 않은’ 매를 맞는다는 내용이다. 멤버들은 노래를 작사하는 과정이 서로의 추억담을 꺼내놓는 작업 같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30년 넘게 각자의 음악을 해 온 이들이지만, 정식 데뷔는 처음인지라 모든 과정이 새롭고 떨릴 수밖에 없다.
실버그래스 멤버들은 “노년반격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설렙니다. 어릴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우리의 노래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시니어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블루그래스 음악이 보급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우리를 통해 많은 시니어들이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실버그래스 밴드 구성은 즉흥적인 면이 있었지만, 앞으로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관객들 앞에 많이 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며, “나이가 많아도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고, 우리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5월부터 노년반격을 통해 함께 합격한 부산 출신의 시니어 그룹 ‘바야흐로’와 함께 콘서트를 갖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글 배국남 논설위원 겸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etoday.co.kr
“제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 주위에서 책 쓰는 것을 권했지만, 저술은 작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해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시간이 흘러 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써봤는데 제 삶을 더 열심히 살게 됐어요. 책 쓰는 것이 저의 삶을 더 알차게 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고요.” , , 등 에세이, 소설, 요리책 등 8권의 책을 쓴 중견 연기자 김수미(64)가 밝힌 책 쓴 배경과 책 쓰기의 긍정적 영향이다.
요즘 김수미처럼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책을 쓰는 연예인들은 빅뱅, 구하라 등 젊은 아이돌가수부터 최불암, 김혜자를 비롯한 원로 연예인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쓰는 책도 요리를 비롯한 좋아하는 취미나 사회 활동과 관련한 에세이, 연예인 삶과 생활을 담은 수필집, 연예인과 밀접한 뷰티와 패션 정보서, 그리고 소설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과거에는 대필 작가에게 의뢰해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았으나 이제는 원고 쓰는 일부터 사진, 삽화 등 직접 작업하는 연예인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불암, 김수미, 김혜자 등 중장년 연예인에서부터 김병만, 하정우, 유준상, 빅뱅에 이르기까지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책은 연예인의 삶과 생활, 일상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연예인들은 에세이를 통해 연예인의 삶과 생활, 연예인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뿐만 아니라 인생의 교훈이나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최불암의 에는 배우 입문에서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어려움,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30만 부가 넘게 팔린 김혜자의 는 전 세계 기아 현장과 빈민 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느낌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해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이 사랑 나눔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역할도 했다. 김수미의 는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면서 이를 극복할 방법을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
드라마, 뮤지컬, 영화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는 유준상은 최근 펴낸 에세이집 을 통해 20년차 배우로서의 소소한 삶을 그렸고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는 연기자 김여진은 에세이집 에 사회운동을 했던 대학 시절부터 2011년 홍익대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해고사태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기록, 배우로서 겪었던 일과 사랑을 담았다. 스타 하정우는 연기에 대한 단상과 연기자의 길을 먼저 걸었던 아버지 김용건을 비롯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를 펴냈다. 개그맨 김병만은 자전적 에세이집 를 통해 어려운 집안 형편과 기나긴 무명생활을 딛고 달인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요즘 10~30대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돌그룹 빅뱅의 는 부제, ‘꿈으로의 질주, 빅뱅 13,140일의 도전’이 알려주듯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해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멤버별로 진솔하게 담아 학부모와 청소년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미자, 장미희, 김미화, 서갑숙, 패티김, 조영남 등도 자신의 일상과 연예 활동과 관련한 수필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병만은 “제가 힘들게 살았고 어렵게 연예인이 됐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살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습니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과 용기를 주고 싶어 책을 썼어요”라고 책 쓴 이유를 말한다.
연예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인 패션, 뷰티, 다이어트에 대한 연예인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현정이 쓴 은 연기자로서의 삶과 생활, 그리고 여성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피부 관리에 대한 다양한 요령 등이 담겨 있다. 뷰티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는 연기자 유진의 과 연기자 박수진의 , 연기자 이혜영의 , 가수 옥주현의 등이 대표적이다. 카라 멤버 구하라의 네일북 , 소녀시대 효연의 패션 스타일에 관련된 등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연예인 뷰티, 패션 관련 서적이다.
연예인들이 많이 쓰는 책은 바로 자신이 하는 취미 생활이나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에 대한 것들이다. 취미를 넘어 그림 그리기가 직업이 된 가수 조영남은 미술 관련 책을 연달아내고 있다. 조영남은 , 등을 통해 미술과 그림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탤런트 김호진은 을 출간해 화제가 됐으며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하희라, 진미령, 류시원 등도 요리책을 냈다. 가구 만들기가 전문가 수준인 탤런트 이천희는 최근 출간한 에 가구 만드는 법부터 가구 만들기가 삶에 활력소를 주는 이유 등을 담았다.
유기견 보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효리는 최근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를 펴냈는데 이 책에는 이효리의 사진과 함께 그가 키우는 동물들과 유기견 보호소의 현실, 모피 동물들의 고통이 담겨 있다. 재테크를 잘하기로 유명한 방송인 현영은 를 출간했는데 15만 부가 팔리는 열기를 연출했다.
또한, 연예인들이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담은 인터뷰집도 속속 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여성과 주부의 삶에 관심이 많은 박경림은 여성으로, 그리고 엄마와 아내로 성공한 여성들의 인터뷰집 을 펴냈고 방송인 김제동은 시인 김용택, 소설가 조정래, 홍명보 전 축구대표 감독 등 25명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에세이집 를 출간했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쓰는 책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문성과 높은 글쓰기의 수준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소설이다. 가수 이적의 , 타블로의 , 차인표의 , , 구혜선의 등은 바로 연예인들이 쓴 대표적인 소설들이다. 이들 연예인이 쓴 소설들은 차이가 있지만 3만~1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패션으로서의 문학’이라는 글을 통해 “연예인이 쓴 소설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제공하는 글쓰기다. 상품으로서의 문학, 연예인 소설의 동시대적 의미는 상품성이 출판의 중요한 잣대가 된 현실, 그리고 팬시한 상품으로서 소설을 선택하는 독자의 경향이 만들어 낸 시대적 산물이다”고 분석했지만 연예인이 쓴 소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정다정씨(43)는 “차인표씨가 쓴 를 봤는데 ‘자살은 삶의 목록에 없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소설을 통해 잘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내는 책에 대해 유명성과 인지도만을 내세운 마케팅용으로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가 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진솔한 이야기이고 접해보기 힘든 내용인 데다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주류여서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많다.
책을 내는 연예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책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책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에 삶을 열심히 살게 된다.”
최불암, 김수미, 조영남 등 책을 3~20권을 낸 중장년 연예인들은 사람들, 특히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신중년 세대에게 책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책을 쓰게 되면 지나온 인생 1막을 정리하게 되고 앞으로 살 인생 2막에선 오류를 줄이면서 가치 있게 사는 길을 찾게 된다”고 말하면서.
조영남은 책을 쓰게 되면 여생이 훨씬 가치 있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취미와 사회활동에 대한 책을 쓴 젊은 연예인들은 “자신이 하는 취미생활과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책을 쓰게 되면 직장에서 얻지 못한 생활의 활력을 얻게 되고 직업 이외의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어 삶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책 쓰기를 권한다.
TV조선 '황금펀치',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의 MC로 활약하며 '강적들'의 정치만담꾼으로도 잘 알려진 시사평론가 이봉규.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은 남자 이봉규가 꿈꾸는 독립, 그만의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 노하우를 담은 책 이 나왔다.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Q. 어떤 중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재미없게 그냥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사는 사람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 일터로 나가기 싫어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퇴근 후에는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마누라에게 야단맞을까 봐 억지로 집으로 향하는 불쌍한 우리들의 중년 남자들, 자신은 늙어가고 있다고 자평하는 사람들이 꼭 읽기를 바랍니다.
Q. 자신이 갱년기라고 느낀 순간들에 대해 몇 가지 말씀하셨는데요, 그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갱년기를 어떻게 이겨 내셨는지요.
‘삶에 대한 즐거움이 사라졌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지금 생각해보면 갱년기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친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고, 심지어 집에서 나가기도 싫고 그냥 멍하니 TV만 쳐다보면서 리모컨만 하루 종일 돌려대고 있었죠. 샤워를 며칠씩 안 하는 날도 많았고요. 무기력증에 빠져서 ‘이렇게 나이 먹으면서 늙어가겠구나!’하고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보내던 중, 영화 를 봤습니다. 주인공 두 명(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이 6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로 작성합니다. 그들은 생의 마지막 6개월을 정말 재미있고 가치 있게 살지요. 그때 나도 문득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자고 마음먹고 써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죽기 전에 가장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상상력을 동원해서 죽는다는 가정으로 몰입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재미있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들이었습니다. 마치 영화 ‘버킷리스트’의 주인공들이 작성한 리스트처럼.
그때 생각했죠! 이제부터 재미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남을 위해 또는 가정을 위해 희생을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의 행복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랬더니 그 후 정말 거짓말처럼 재미있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은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그동안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Q. 어느 순간 중년은 그런 감정과는 멀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년에게 우정이란? 그리고 사랑이란?
중년에게 우정은 중요합니다. 사랑은 훨씬 더 중요하죠. 소년기의 우정은 맹목적이고, 청년기의 우정은 맹목적인 우정에 다소 앞날에 대한 도움을 받거나 줄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둡니다. 그러나 중년의 우정은 맹목적이게 순수하지도 않고 도움을 받거나 주기도 귀찮아집니다. 친구를 만나서 머리를 굴리거나 신경을 쓰기가 피곤해지는 것이죠. 배려하기도 힘에 벅차게 되고요. 그냥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상대는 뭔가 우월감을 노출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자격지심이 있어서 히스테리를 부리면 마음이 무겁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헤어져서 돌아갈 때 내가 뭐하러 아까운 시간에 그 친구를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았지? 하는 생각에 친구와의 만남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처지가 비슷하거나 코드가 맞는 친구를 만나면 아무 생각 없이 수다를 떨고 재미있게 소주잔을 비웁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어릴 적 친구와 만나는 횟수는 반대로 줄어들게 되지요. 어릴 적 친구는 늘 마음속으로 그립죠. 그런데 막상 만나려고 하면 스케줄도 서로 다르고 지금 사는 가치관도 다르고 관심사도 달라서 공유할 게 별로 없습니다. 물론 어릴 적 친구와 코드가 잘 맞고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금상첨화의 우정이 지속되겠죠. 그런데 중년의 나이에 그런 친구는 많지 않을 겁니다. 한두 명만 건져도 인생을 아주 잘 산 것이라고 자평해도 됩니다.
중년의 사랑은 사활적인(vital) 이슈입니다. 사랑이 없는 중년의 삶은 죽는 연습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불쌍한 인간입니다. 사랑하면 젊어지죠!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대상이 부인이면 최고의 행복이죠. 만약 부인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면? 이혼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합하라고 조언합니다. 부인도, 다른 여인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부터 사랑을 애써서 찾아야 합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사랑은 필수입니다. 특히 중년에게는!
Q. 책에서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시간이나 설계를 해본 적 없으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삶에 회의가 느껴질 수밖에.’라고 하셨습니다. 이상은 무엇이고, 현실은 어떠하며, 설계하신 모습은 무엇인지요.
사람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겠죠. 나의 경우 이상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의 통념과 충돌하고 어느 정도 맞출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죠. 그래서 요즘 설계하고 있는 인생 계획은 ‘나의 이상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사회의 통념을 용기 있게 깨버리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남은 50년 행복을 위해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기로 마음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라는 책을 내면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여러분과 공유하자는 것이지요. 마치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동아리를 하는 것처럼.
Q. 만약 하나님이 “봉규야~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으신다면 “전 지금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애원한다고 하셨는데요. 또,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 표현하셨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제가 지금이 황금기라는 것은 일이 잘 풀려서 황금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인생 중에서 지금이 제일 자유롭고 행복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회의 통념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나의 이상에 맞추는 용기가 필요한 중년입니다. 인생을 잘살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가 아닌 행복하게 살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중년입니다. 이를 위해서 두 가지를 버려야 합니다.
첫째는 “칭찬받기 위해 구걸하는 노예근성”입니다. 때로는 가족에게 칭찬받기 위해 애쓰고, 때로는 상관에게 칭찬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때로는 사회 통념의 가치에 맞춰서 출세했다는 칭찬받기 위해 발광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좀먹고 있습니다. 남의 칭찬이나 사회의 통념은 나의 행복과는 무관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고래가 춤추면 행복할까요? 아마도 무지 불행한 고래일 것입니다. 오죽 고된 훈련을 받았으면 사람의 지시(칭찬)에 고래가 춤을 춥니까? 우리는 불쌍한 고래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태평양을 자유롭게 헤엄치면서 짝짓기하고 맛있는 거 자유롭게 먹고사는 고래가 행복하듯이 우리도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서 나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즐겁고 행복한 중년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둘째는 자식입니다. 자식을 버려야 행복합니다. 버리라는 의미는 자식을 어디에 내다 팔거나 자식으로부터 도망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식을 위해서 나의 행복을 포기하거나 양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식을 애지중지 키우면 그 자식이 잘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십중팔구는 애지중지 키우면 오히려 자식이 독립심이 없어서 불행하게 됩니다. 아버지도 불행하고 자식도 불행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위해 우리 아버지들은 그렇게 발버둥 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부모들에게 배울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자식이 대학을 들어가면 첫 학기 등록금만 대주고 나머지는 학자금대출로 본인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사람은 대학 졸업 후에 상당 부분 시간을 학자금대출 갚느라 고생합니다. 그런데 그걸 고생이라고 불평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통념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지요. 우리는 자식들이 졸업할 때까지 꼬박꼬박 학비를 대두고 용돈까지 챙겨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시집·장가 갈 자금까지 마련해주느라 등골이 휘어지게 희생합니다. 그런데 우리 자식들은 행복할까요? 잘 될까요?
천만에 오히려 자생력이 없어서 나이를 먹어도 남에게 의존하려는 나약한 젊은이로 자랍니다. 사업자금 대달라고 떼쓰고 유산을 미리 떼어달라고 부모에게 협박합니다. 이게 다 부모가 잘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자기가 희생하고 자식은 잘 키워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과 사회통념이 자식도 망치고 자신도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 ‘이기적으로 사는 남자들’에서 신성일, 손학규, 강용석, 김갑수, 조영남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중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신성일 선생이 제일 부럽습니다. 우선 그 나이에 아직도 멋진 모습이 부럽습니다. 그러나 매일 운동하고 정신수양을 하니까 그 모습이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습니다. 부인 엄앵란 여사에게 “방송에서 나를 마음껏 흉보라! 그래야 방송이 재미있어서 당신이 잘 팔릴 거야~”라고 말하는 용기와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습니다. 원조 한량 신성일 선생을 따라잡기 위해 ‘한량 시즌2’ 이봉규가 분발해야겠지요. 출판기념회에 신성일 선생이 오셔서 응원을 해주셨는데, “한량 신성일이 ‘시즌1’이었고 이제 ‘한량 시즌2’ 이봉규가 행복하게 살아갈 겁니다.”라고 마이크 잡고 외치니까 껄껄 웃으시더라고요.
Q. 아직도 ‘나는 늙었다’ ‘나는 늦었다’고 말하는 중년들에게 한마디!
“왜 노인행세하고 자빠졌니?”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송해 선생은 90인데도 아직도 재미있게 일하고 술 드시고 매일 목욕탕에서 노래를 부른답니다. 이제 40~50대의 중년들이 늦었다고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멍청한 바보입니다.
인생 100세 시대 지금 중년들은 반 정도밖에 살지 않은 ‘신청년’입니다. 나머지 50년 60년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젓인지는 지금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디테일한 방법은 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솔직하게 내뱉었습니다. 나는 지금 째지게~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같이 행복하시죠!
1970년대를 풍미했던 ‘쎄시봉’ 가수, 라디오 장기 DJ, 예능 프로그램에 감초 게스트, 그리고 독보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화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조영남. 올해 칠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조영남과의 인터뷰는 그가 지금까지 어떻게 현역으로 살아갈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자유의 상징과도 같은 그의 사고는 거침없었다. 하지만 그 거침없음으로 인해 수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수십 년 동안 만들어진 수많은 대중의 호불호 속에서도 그가 지켜 가고자 하는 삶의 중심은 무엇일까?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짧고 굵다. 무뚝뚝하고 툭툭 던지는 듯한 조영남의 화법은 마치 묵직한 못을 박은 것처럼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답을 던진다.
“재밌게 사는 방법에는 낚시, 바둑, 골프, 등산…. 그중 하나 골라서 하면 되는데 돈 안 드는 걸로는 그림 같은 게 있지. 딴 것들은 돈이 드니까 추천하기가 거북하네. 그런데 낚시하고 똑같아. 뭐든 낚싯줄 드리우듯이 시작하면 하게 되는 거지. 일단 경험을 해봐.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도 그림 시작할 때는 아마추어로 시작했지. 그런데 이걸 계속 30년 넘게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프로 대접을 받더라고. 저절로 프로가 됐어.”
인생 후반전에 들어와 화가로서 이름을 세운 조영남. 그에게 인생 후반전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 길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을 때의 대답이다.
뿔테 안경 너머로 익살스러운 웃음과 함께 늙지 않는 청춘을 실제로 마주하니 더 진솔했다.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
화가가 된 그에게 그림이 좋다 나쁘다의 평가 기준이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도 조영남다웠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거 그리는데 남이 뭘 보고 느끼겠어. 그런 건 모르고. 낚시나 바둑 같은 것보다 그림 그릴 때가 단순히 좋을 뿐이야. 그래서 하는 거지.”
그러나 대화를 더 진행하니 단순히 좋아서는 아니었다. 조영남이 화투를 통해 미술을 선택한 이유는 미술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음악은 내가 노래 잘하는 사람과 똑같이 하면 금방 인정받잖아? 그런데 내가 피카소와 똑같이 그리면 미술계에서 실력이 없다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아. 음악과 미술은 그런 차이지.
그런데 화투를 아무도 안 그렸었더라고. 내가 그걸 알고서 처음 화투 그림을 시작한 거지. 딱지도 그린 사람이 없었어. 딱지가 우리에게 익숙한 추억의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소재로 그림을 그린 사람이 없더라고. 그래서 2년 전부터 그리고 있어. 미술은 100% 자유야. 화투를 그려도 되고 딱지를 그려도 되고 하다가 말아도 되고. 그런데 음악은 까다롭잖아. 음정, 박자를 맞춰야 하잖아. 내게 음악과 미술은 정반대야.”
그는 치열하고 골똘하게 연구해 독자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미술이라며 미술과 음악을 포함한 예술은 모순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에 닿는 그림을 담아내고 있다.
징징 짜면 죄(罪)라는 생각
우리는 동창들을 만나면 “그 친구보다는 내가 괜찮았는데 잘 안 됐어” 식의 추억 이야기를 곧잘 하게 된다. 조영남에게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그에게는 정말 안 어울리는 질문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열등감 있게 보여? 나는 아무것도 없었어. 내가 얼마나 무감각한 남자냐 하면 어렸을 때 가난했잖아? 가난도 실감을 못 하는 정도였어. 어렸을 적에 가난했다고 한숨 푹푹 쉬는 친구들 있잖아. 난 학교 가는데 하늘이 노랄 때가 있었거든? 그럴 때는 ‘아! 내가 굶었구나’ 생각하고 친구들 접선해서 얻어먹으면서 견디고 그랬지. ‘가난하다’, ‘불행하다’, 그런 느낌을 안 가졌었어. 그러려니 싶었던 거지.”
조영남은 자신의 낙천적인 면모가 피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부모님 양쪽으로부터 받은 긍정의 피다. 혹시 그런 천성이 그가 젊게 사는 비법이 아닐까. 그는 세대 갈등을 느껴본 적 전혀 없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나이를 먹었다는 걸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이 나이 돼서 늘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보다 몸이 더 불편하잖아. 그러면 ‘늙었구나’ 하고 생각하지. 하지만 한탄하지는 않아. 나보다 불행한 사람들이 태반이잖아. 내가 징징 짜면 안 되지. 그러면 죄 받는다고 생각해.”
그는 현재 딸과 함께 사는 중이다. 딸의 나이도 20대 중반. 딸의 결혼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다.
“그건 자기가 하는 거지 내가 하는 게 아니지. 나는 딸이 뭘 하든지 찬성하고, 간섭 안 해.”
딸과 함께 수다를 떠는 거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그에게 문자를 보내도 외면당하는 요즘 아버지 세대에 대한 조언을 물어봤더니 손사래를 쳤다.
“자식 문제에 대해서 이렇고 저렇고 할 주제가 아니야. 두 번 이혼했는걸. 해선 안 되는 거로 생각해. 현대인들이 문제를 푸는 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냐. 안 돼서 안 하는 거지.”
“주된 관심사는 이성”
‘조영남’이라고 하면 스캔들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이성에 대한 관심은 어떤지 물어봤다. 그러자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가장 빠르고 굳건한 목소리의 대답이 즉시 돌아왔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내 제일 주된 관심사지.”
조영남 하면 다들 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의 활력이 나이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그런 반응에는 일말의 부러움이 섞여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왜 철딱서니 없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나한테 데려와 봐. 누가 철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해줄게. 나처럼 철딱서니 없으면 여자들이 좋아하는데.” (웃음)
솔직히 생각해보자. 요즘 사람들은 인생관을 세워도 그 인생관대로 삶을 잘 운영하지 못한다. 자신의 삶을 주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고 있는 조영남에게 철이 없다고 말하는 것에는 어폐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관대로 잘 안 되는 이유가 있어. 돈 쓰기를 싫어하니까.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는데 되겠어? 그게 큰 원인이지. 그리고 사람들이 잔머리를 너무 써. 너나 할 것 없이. 그게 걸림돌이야. 그러다 보니 솔직하게 이야기를 못하지. 그런데 내가 그걸 솔직하게 말하니까 철딱서니 없다 하지. 진실을 얘기하니까. 진실은 항상 거북살스럽거든.”
진실을 직시하기 어렵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진실의 표현에 대한 수위 조절 또한 참 어려운 일이다. 그 물음에 그 또한 선선히 어렵다고 동의했다.
자신에 대한 반감에 투덜대지 않는 이유
조영남이 자주 가는 본인만의 아지트가 있을까? 그는 그런 곳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 좋아하는 술도 줄였다고 한다.
“난 독주가 좋아. 그런데 나이가 드니 술도 안 들어가. 맛도 없고, 흥도 안 나고.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술이 들어갈 때 마음껏 먹어둬라, 나중에 후회한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 클럽도 한 번 가봤는데, 정말 재미가 없더라고. 젊었을 때 갔어야지. 뭐든 할 수 있을 때 해야 해.”
조영남의 삶의 궤적을 보면 다른 것들은 열정이 보이는 게 많은데 유독 돈을 버는 일에는 크게 애정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돈 버는 직업은 아니잖아. 그래서 내 이름으로 해서 망한 적도 없고. 그런 걸 하면 죄 짓는 거라 생각해. 나는 신이 노래만 불러도 먹고 살게끔 해줬는데, 다른 걸로 먹고 살려고 하는 건 신의 뜻에 어긋나고, 나 자신에게도 어긋난다고 생각해.”
확고한 신념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연예인이다.
“꼼꼼하다기보다는 와이즈(Wise)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아. 나는 현명하려고 무지하게 노력했고 나름 성공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그는 유명인으로서 사람들이 자기를 몰라볼 때가 가장 섭섭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가 유명하니까 나에 대한 몰이해도 나오는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나에 대한 반감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아. 사람들이 날 모르는 척할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세상 사람 전부가 다 날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오늘 같은 인터뷰를 통해 조영남이란 사람에 대해 알 수 있겠지. 해서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거고.”
“없어지는 걸 생각 중…생텍쥐페리처럼”
그는 영화 ‘버킷리스트’를 좋아해서 네 번이나 봤다고 말했다.
“보면서, 난 어떤 버킷리스트가 있을까…. 한 가지가 딱 생각났어. 내가 손목시계를 좋아해. 그래서 제네바에 가서 손목시계를 3박 4일 보고 오는 걸로 버킷리스트를 정했지. 그런데 그걸 하고 나니까 너무 싱거워. 너무 싱거워서 뭐 다른 건 없을까 생각했는데…. 지금도 없어.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했더라고.”
자신이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하고 싶은 걸 다한 상태였다는 걸 깨달은, 억수로 운이 좋은 남자, 조영남의 정체다.
“없어지는 걸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생텍쥐페리가 비행기를 몰고 구름 속으로 사라졌잖아. 그게 늘 부러워서 흉내 내려고 했는데 비행기를 배우려면 학원에 다녀야 하고 귀찮아. 그러니 버킷리스트가 없을 수밖에 없지.”
최근 그의 화투 그림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 같아 인터뷰 막바지에 넌지시 가격이 많이 올라갔느냐고 물어봤다.
“굉장히 비싸졌지.”
그리고 바로 무심하게 툭 던진다.
“아, 그런데 그게 뭐 팔려야지.”
쎄시봉 큰형님으로 알려진 조영남은 이전까지 쎄시봉 콘서트와 별개로 개인 활동을 했지만 올해는 쎄시봉 전국투어 콘서트에 합류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영화 쎄시봉 OST에 등장한 신곡 백일몽 라이브 버전을 최초로 공개 할 예정이다.
다음은 2015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 상반기 일정이다.
4월 4일 일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4월 11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4월 12일 전주 전주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4월 18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4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hall D
5월 9일 대구 경북대학교 대강당
5월 23일 인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한국영화에 복고 코드가 있다’란 말이 잊힐 만하면 나온다. , , 등이 복고 정서를 드러내는 영화인데, 흥행 또한 만만치 않더니 여기에 영화 까지 이에 가세했다. 어느 비평가는 이런 현상을 ‘필연’이라며, 그 이유를 거창하게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많은 사회구조와 연결 짓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들인 군복, 바싹 처올린 새마을 머리, 청바지, 고고장, 월남치마, 씨레이션 등 시대를 상징하는 풍경과 어휘들의 퇴장이 문화 스펙트럼을 보여 왔다. 영화는 이런 시대의 표정을 정교하게 포착, ‘그 시대의 이야기’로 빚어내는 것이다
글 김정수 시인 / 문학박사
추억으로 가는 청춘열차
먼저 오늘의 ‘추억영화’를 영화 으로 시작할까 한다.
60년대 말, 70년대 초 우중충한 우리의 한 시절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재방(再放)되는 듯하다. 한때 주말 마다 TV로 찾아오던 ‘명화극장’처럼. 성우의 ‘오버 랭귀지(?)’ 더빙으로 더 친숙했던 게리 쿠퍼니, 소피아 로렌이니, 딘 마틴이니, 오드리 햅번처럼 다소 철 지난 그러나 어딘지 살가운 눅눅한 질감의 문화와 추억을 만난다.
어두컴컴한 조명에 궁기마저 보이는 실내 분위기에 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지금은 이 바닥에 ‘큰 산‘이 된 앳된 그래서 무모해 보였던 ‘쎄시봉’ 지기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등 자칭 ‘싱어송 라이터’들이 통기타를 뜯으며 노래하고, 걸쭉한 ‘구라’도 날리던 곳이었다.
여기서 잠깐, 오늘의 주제는 도, ‘어두웠던 한 철’도 아니다. ‘한 시대의 풍경’이 우리에게 어떻게 남아있으며, 이 ‘과거소환’이 어떤 방법으로 가능하며, 거기에서 오늘의 주제인 ‘영화음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음악’도 듣고 또 본다. 그러나 결코 이 사건은 당연치 않다. 100년도 채 안된 ‘뉴 테크놀로지’. 1920년대 후반, 무성영화 시대가 발성영화에 밀려나고, 영화에 ‘소리’가 등장했고, 그 소리에 대한 욕구의 정점에 ‘영화 음악’이 꽃 피웠다.
‘영화음악’은 사전적으로는 ‘영화를 위한 작곡·편곡·선곡된 음악’이다. 그러나 이전 무미건조한 뜻풀이에도 불구하고, ‘영화음악’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 발전했다. 영화음악은 필연적으로 영화를 더욱 ‘영화’이게 하는 절대 영역이 됐다.
처음엔 영화음악을 ‘영상의 덧칠’ 정도로 여기다가, 점차 ‘영사의 또 다른 자아’로 신분이 상승한 데 이어, 급기야 ‘영상 너머’까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쟁마저 기적으로 바꾸는
본격적인 ‘영화음악’과 ‘추억’을 풀어볼까 한다. 한 시대를 군림하고, 기어이 문화가 되고, 곰삭은 추억이 되어, 아직도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한 현상을 이야기하려 한다. 혹자들은 늘 ‘이 영화’를 비망록의 첫 자리에 앉히곤 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 유태계 폴란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Wladyslaw Szpilman·1911~2000)’의 실화 영화.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나치에 점령당한 폴란드의 유명 음악가였던 주인공이 단지 유태계라는 이유로, 쫓기고 테러를 당하고, 가두어지고,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나들다가 탈출했으나, 폐허에 버려져 굶주림과 추위에 쓰러질 즈음, 음악을 좋아하는 독일군 장교를 만나 구사일생 살아남는다는 평이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단순한 서사구조지만 ‘음악’이라는 촉매를 통해 절망과 희망, 휴머니즘과 사랑까지를 말하게 된다. 영화 전편을 차지하는 황량한 폐허 속에서, 헐벗고 굶주려 목숨조차 이을 수 없는 처참한 몰골의 주인공이 언 손을 녹이면서 연주하는 쇼팽의 ‘발라드 1번 G단조 op. 23’은 서러우면서 환희에 찬 울림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피골이 상접한 스필만을 연기한 애드리안 블로디(Adrian Brody)와 그의 목숨을 구해준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Hosenfelt) 역의 ‘토마스 크레취만(Thomas Kretchmann)의 탁월한 연기는 이 음악 속에서 비로소 완성에 도달한다. 특히 처음 서툴게 음 하나하나를 눌러가다가 곡의 진행에 따라 점차 안정되어 가면서 예전의 기량과 완숙도에 몰입하는 과정은 보는 이들의 감동을 절정으로 몰아가 결국 눈물을 체험하게 한다. 이 연주를 시종 바라보는 호젠펠트의 표정 변화는 완성도 높은 연주와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켜 감상자들의 호흡까지 가쁘게 한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폐허 위로 울려 퍼지는 쇼팽의 음악은, 아니 스필만의 연주는 처참한 전쟁의 참사조차 감동의 배경으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었다.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품은
롤랑 조페 감독이 1986년 발표한 은, 그 해 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명화다.
18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식민지 각축을 벌였던 아마존 상류 원주민 마을에서 있었던 선교와 순교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의 거대한 원시림과 장쾌한 이구아수 폭포라는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 라인이 몰입도를 높이는데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성이 한껏 발휘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와 오보에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는 영화음악을 말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명곡이다.
특히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노예상인에서 신부로 변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인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와 엄격한 신행과 아가페적 사랑을 몸 전체로 표출한 제레미 아이언스(Jeremy Irons)의 연기가 음악과 어우러져 영화 전체의 격(格)과 디테일을 살렸다. 침략자들이 총과 화포를 난사하며 학살과 파괴를 자행하는데도 그 한가운데로 묵묵히 행진하는 무리들이 끝내 죽어가며 흩뿌리는 선혈과 비명 사이로 넬라 환타지아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극한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느끼게 했다. 유난히 깡마른 가브리엘 신부가 맨 몸에 십자가를 멘 채 이구아수 폭포로 떨어지는 극적 상황에서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엑스터시와 눈물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이렇듯 영화음악은 절정의 완숙한 연기와 하나가 되어, 관객의 감성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감당한다.
도 보석
이 밖에도 쉬 잊히지 않은 영화와 영화음악이 몇 편 있다.
자크 드미 감독의 에서 안타까운 연인들의 눈으로 주고 받는 밀어를 느끼게 해주는 ‘미쉘 르망’의 ‘I will wait for you’는 감정의 잔물결을 보는 듯 애잔했다. 특히 1965년의 에서의 ‘My favorite things’,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등은 알프스를 배경으로 낭랑하게 퍼지는 ‘줄리 엔드류스(Julie Andrews)’의 맑은 음색으로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에서는 사이먼(Simon)과 가펑클(Garfunkle)이라는 걸출한 듀엣의 목소리로 ‘Sound of silence’ ‘로빈슨 부인’ ‘스카보로의 추억’ 등의 밀리언셀러를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의 명감독 뤽 베송 감독의 은 킬러라는 비정한 세계를 한 여자 아이와의 감정선과 교차시키면서, 또 다른 휴머니티를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라스트신에서 킬러가 생전에 아끼던 화분을 땅에 묻는 소녀의 무표정 위로 ‘스팅(Sting)’의 기타 선율의 ‘Shape of my heart’은 ‘아픈 위로’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 줬다.
‘아랑 들롱’의 출세작 는 1960년 르네 끌레망 감독 작품으로, 푸른 지중해와 인간의 탐욕을 교직해, ‘니노 로타(Nino Rota)’의 애절한 트럼펫곡 ‘태양은 가득히’를 감싸 만든 명작이다. 방화도 추억 갈피에서 몇 꺼내본다.
에서 비 오는 텅 빈 사십 계단을 배경으로 잔잔히 깔리는 ‘비지스’의 ‘홀리데이’는 곧이어 벌어질 잔인한 살인을 예감케 하는 묵시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 몫을 했고, 또 오늘의 박찬욱 감독을 있게 한 에서는 이미 작고한 가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선곡, 남과 북의 무거운 체제에 눌려 아파하는 젊은이들의 혼란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준익 감독은 에서 가수 이선희의 ‘인연’의 서사적 가사를 영화 감성으로 이입시켰다.
느닷없이 한 음절의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있다. 이 때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영화 그 음악이 마음에 머물고 감돈다는 것은, 끝내 우리가 교환과 거래가 아닌 공감과 추억이라는 가치를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추억은 늘 일인칭일 수밖에 없다.
추억도 힐링이란다. 모쪼록 꼼꼼하게 쌓아가야 할 일이지 싶다.
‘비지스‘의 할리데이를 자주 들었던 ‘열차집’에 가서 돼지기름에 노릇노릇 부친 빈대떡을 어리굴젓 한 점 얹어 막걸리나 한 주전자 마실까 싶다.
글 윤성은 영화평론가
‘트윈폴리오’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에게, 아니 청바지와 통기타, 포크송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모든 이들에게 즐거운 선물이 될 영화가 개봉한다. 김현석 감독의 신작 은 윤형주, 송창식, 조영남, 이장희 등 60~70년대 포크 음악 열풍을 일으켰던 가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볼 거리와 들을 거리 등을 준비해 놓고 있다. ‘아주 멋지다, 매우 훌륭하다’는 의미의 ‘쎄시봉 (C ´est Si Bon)’은 이들의 활동무대였던 무교동 음악감상실의 이름이면서 영화의 주요 공간이기도 하다. 좋은 음악을 통해 수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쎄시봉 멤버들의 진한 우정과 첫사랑이 바로 여기서 펼쳐진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은 5년 전,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다시 한 번 통기타를 유행시킬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던 만큼, 영화의 흥행 가능성은 그린 라이트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 지난 2~3년간 ‘응답하라 1997/1994’, ‘, 등 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들이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복고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킨 것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배우들과 감독의 이력이 믿을 만하다. 트윈폴리오 제3의 멤버였던 오근태 역에는 정우와 김윤석이 각각 20대와 40대로 분해 열연했고, 강하늘(윤형주), 조복래(송창식), 진구(이장희), 김인권(조영남) 등이 합류했다. 이들의 뮤즈 민자영 역은 한효주와 김희애가 맡았다. , 등을 통해 로맨스와 코미디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던 김현석 감독은 에서 60년대 젊은이들의 세레나데를 다시 한 번 섬세한 감각으로 지휘한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마모된 그 청춘은 기억에서조차 아련해지고 마는 법. 그래서 더욱 그립고 소중한 그 시절이 간절해진다면, 한 편의 영화가 기꺼이 타임머신이 되어 줄 것이다. 참 다행이다, 우리에게 영화가 있어서.
영화
감독: 김현석
출연: 김윤석, 김희애, 정우, 한효주, 장현성, 진구, 김인권, 강하늘 등
제작: 제이필름, 무브픽쳐스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됐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의 ‘최고위과정(KALP : KCGG Advanced Leadership Program) : 좋은 몸, 좋은 마음, 좋은 공동체’ 제1기 프로그램의 현장. 강의를 경청하는 30여 명의 수강생들은 자유롭게 의문을 제기하고 강사나 다른 수강생이 이에 대답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덧붙이곤 했다. 감성으로 이뤄지는 강의는 딱히 마치는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았다. 교육이 끝나면 즐거운 호프 한 잔과 격의 없는 토론 등 애프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서로 공감하고 친구가 되어 공부를 한다는 장점이 최고위과정의 특징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장면들이었다.
인생을 관통하는 지혜의 정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최고위 과정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에서 연 ‘최고위과정’의 1기에서는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가 몸공부를 맡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 최갑수 서울대 서양학과 교수가 마음공부를 맡았으며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최영찬 서울대 농업생명학과 교수,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유종일 원장이 공동체공부를 맡았다. 그리고 신동원 KAIST 박사와 유홍준 전 문화재정창이 특강을 진행했다. 모두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철저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것이 특징.
몸공부, 마음공부, 공동체공부…리더를 위한 고품격 학습의 장
한 명 부르기도 힘든 이와 같은 전문가 인사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최고위과정을 진행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자체가 가진 전문가적 강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환경 보호와 문화 발전, 평화와 협력 증진을 위한 정책 연구를 목표로 출발한 협동조합이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관점에서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정책 연구기관을 표방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경제, 과학기술, 교육, 국토환경, 정치행정, 외교통일 등 총 14개 분과로 구성된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초대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
정책 의제를 개발하고 제시하는 사업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해결한다는 구조를 추구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그러한 목표를 위해 대부분의 조합원이 대학 및 연구기관의 정책 관련 연구자로 이뤄져 있다. 기존 조합원의 추천을 받아 조합원이 가입되기에 연구 수준을 보장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유종일 원장은 “협동조합이야말로 국가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대안이란 판단이 섰으며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지식과 문화의 생산과 공유 및 확산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협동조합’으로, 공동체를 위한 종합적인 싱크탱크 기능과 다양한 지식 관련 경제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그 취지를 소개했다.
최진석, 허은아, 조영남, 도현명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 초빙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성공적인 1기 프로그램의 마무리에 힘입어 2기 프로그램을 9월 17일부터 12월 3일까지 매주 수요일 총 12주 동안 진행한다. CEO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군, 관, 법조계 등의 전문지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접하는 것은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인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공유하고, 융합한 지식 정보를 체계적으로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강사진 역시 리더 경험을 가진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 위주로 적절히 배분하여 구성했다.
이번 2기의 몸공부 부분에는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홍이승권 가톨릭의대 교수가 직접 몸 건강의 개선법을 알려준다. 마음공부 부분은 노자에 대한 신선한 해석으로 유명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와 공자를 통한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북촌학당의 주대환 이사장, 예술과 인문학의 접점을 끊임없이 연구중인 유경희 미술평론가, 한학자인 학성강학연구회의 김종회 이사장이 맡아서 유교에서부터 풍수지리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인문학의 영역을 탐색한다.
은밀하고 깊게 격이 다른 연수 선보인다
공동체공부 부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전문가인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 김용진 서강대 글로벌서비스경영학과 교수, 공유가치 창출과 사회적 혁신 컨설팅 분야 전문가인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박윤애 서울시 자원봉사협회 센터장이 나와서 공동체 중심으로 변화중인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강 강사로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가수 조영남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시선을 엮어준다. 또한 해외 워크숍도 준비되어 일본, 중국 중 하나를 택하여 2박3일 동안 새로운 환경에서의 지식을 체득한다. 교육비 800만 원이라는 고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커리큘럼으로 프리미엄 연수의 가치를 지향하고자 하는 구성이 돋보인다.
비싼 돈만 내고 실속은 없는 연수 과정들은 이미 널려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과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기업인과 개인들이 직면한 여러 문제점들을 분야 전문가들 간의 컨버전스 체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받아,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경영 난제들을 해결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위과정 2기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