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라이프]진한 연애를 꿈꾸는 진짜 남자 '조영남'

기사입력 2015-03-18 10:04 기사수정 2015-03-23 11:28

“잔머리 쓰는 남자, 여자들은 안 좋아한다고”

1970년대를 풍미했던 ‘쎄시봉’ 가수, 라디오 장기 DJ, 예능 프로그램에 감초 게스트, 그리고 독보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화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조영남. 올해 칠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조영남과의 인터뷰는 그가 지금까지 어떻게 현역으로 살아갈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자유의 상징과도 같은 그의 사고는 거침없었다. 하지만 그 거침없음으로 인해 수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수십 년 동안 만들어진 수많은 대중의 호불호 속에서도 그가 지켜 가고자 하는 삶의 중심은 무엇일까?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짧고 굵다. 무뚝뚝하고 툭툭 던지는 듯한 조영남의 화법은 마치 묵직한 못을 박은 것처럼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답을 던진다.

“재밌게 사는 방법에는 낚시, 바둑, 골프, 등산…. 그중 하나 골라서 하면 되는데 돈 안 드는 걸로는 그림 같은 게 있지. 딴 것들은 돈이 드니까 추천하기가 거북하네. 그런데 낚시하고 똑같아. 뭐든 낚싯줄 드리우듯이 시작하면 하게 되는 거지. 일단 경험을 해봐.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도 그림 시작할 때는 아마추어로 시작했지. 그런데 이걸 계속 30년 넘게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프로 대접을 받더라고. 저절로 프로가 됐어.”

인생 후반전에 들어와 화가로서 이름을 세운 조영남. 그에게 인생 후반전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 길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을 때의 대답이다.

뿔테 안경 너머로 익살스러운 웃음과 함께 늙지 않는 청춘을 실제로 마주하니 더 진솔했다.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

화가가 된 그에게 그림이 좋다 나쁘다의 평가 기준이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도 조영남다웠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거 그리는데 남이 뭘 보고 느끼겠어. 그런 건 모르고. 낚시나 바둑 같은 것보다 그림 그릴 때가 단순히 좋을 뿐이야. 그래서 하는 거지.”

그러나 대화를 더 진행하니 단순히 좋아서는 아니었다. 조영남이 화투를 통해 미술을 선택한 이유는 미술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음악은 내가 노래 잘하는 사람과 똑같이 하면 금방 인정받잖아? 그런데 내가 피카소와 똑같이 그리면 미술계에서 실력이 없다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아. 음악과 미술은 그런 차이지.

그런데 화투를 아무도 안 그렸었더라고. 내가 그걸 알고서 처음 화투 그림을 시작한 거지. 딱지도 그린 사람이 없었어. 딱지가 우리에게 익숙한 추억의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소재로 그림을 그린 사람이 없더라고. 그래서 2년 전부터 그리고 있어. 미술은 100% 자유야. 화투를 그려도 되고 딱지를 그려도 되고 하다가 말아도 되고. 그런데 음악은 까다롭잖아. 음정, 박자를 맞춰야 하잖아. 내게 음악과 미술은 정반대야.”

그는 치열하고 골똘하게 연구해 독자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미술이라며 미술과 음악을 포함한 예술은 모순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에 닿는 그림을 담아내고 있다.

징징 짜면 죄(罪)라는 생각

우리는 동창들을 만나면 “그 친구보다는 내가 괜찮았는데 잘 안 됐어” 식의 추억 이야기를 곧잘 하게 된다. 조영남에게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그에게는 정말 안 어울리는 질문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열등감 있게 보여? 나는 아무것도 없었어. 내가 얼마나 무감각한 남자냐 하면 어렸을 때 가난했잖아? 가난도 실감을 못 하는 정도였어. 어렸을 적에 가난했다고 한숨 푹푹 쉬는 친구들 있잖아. 난 학교 가는데 하늘이 노랄 때가 있었거든? 그럴 때는 ‘아! 내가 굶었구나’ 생각하고 친구들 접선해서 얻어먹으면서 견디고 그랬지. ‘가난하다’, ‘불행하다’, 그런 느낌을 안 가졌었어. 그러려니 싶었던 거지.”

조영남은 자신의 낙천적인 면모가 피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부모님 양쪽으로부터 받은 긍정의 피다. 혹시 그런 천성이 그가 젊게 사는 비법이 아닐까. 그는 세대 갈등을 느껴본 적 전혀 없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나이를 먹었다는 걸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이 나이 돼서 늘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보다 몸이 더 불편하잖아. 그러면 ‘늙었구나’ 하고 생각하지. 하지만 한탄하지는 않아. 나보다 불행한 사람들이 태반이잖아. 내가 징징 짜면 안 되지. 그러면 죄 받는다고 생각해.”

그는 현재 딸과 함께 사는 중이다. 딸의 나이도 20대 중반. 딸의 결혼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다.

“그건 자기가 하는 거지 내가 하는 게 아니지. 나는 딸이 뭘 하든지 찬성하고, 간섭 안 해.”

딸과 함께 수다를 떠는 거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그에게 문자를 보내도 외면당하는 요즘 아버지 세대에 대한 조언을 물어봤더니 손사래를 쳤다.

“자식 문제에 대해서 이렇고 저렇고 할 주제가 아니야. 두 번 이혼했는걸. 해선 안 되는 거로 생각해. 현대인들이 문제를 푸는 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냐. 안 돼서 안 하는 거지.”

“주된 관심사는 이성”

‘조영남’이라고 하면 스캔들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이성에 대한 관심은 어떤지 물어봤다. 그러자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가장 빠르고 굳건한 목소리의 대답이 즉시 돌아왔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내 제일 주된 관심사지.”

조영남 하면 다들 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의 활력이 나이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그런 반응에는 일말의 부러움이 섞여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왜 철딱서니 없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나한테 데려와 봐. 누가 철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해줄게. 나처럼 철딱서니 없으면 여자들이 좋아하는데.” (웃음)

솔직히 생각해보자. 요즘 사람들은 인생관을 세워도 그 인생관대로 삶을 잘 운영하지 못한다. 자신의 삶을 주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고 있는 조영남에게 철이 없다고 말하는 것에는 어폐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관대로 잘 안 되는 이유가 있어. 돈 쓰기를 싫어하니까.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는데 되겠어? 그게 큰 원인이지. 그리고 사람들이 잔머리를 너무 써. 너나 할 것 없이. 그게 걸림돌이야. 그러다 보니 솔직하게 이야기를 못하지. 그런데 내가 그걸 솔직하게 말하니까 철딱서니 없다 하지. 진실을 얘기하니까. 진실은 항상 거북살스럽거든.”

진실을 직시하기 어렵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진실의 표현에 대한 수위 조절 또한 참 어려운 일이다. 그 물음에 그 또한 선선히 어렵다고 동의했다.

자신에 대한 반감에 투덜대지 않는 이유

▲잠시 개구쟁이 포즈를 취한 그는 요즘,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천재 학자 리처드 파인만과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에 푹 빠져 있다.

조영남이 자주 가는 본인만의 아지트가 있을까? 그는 그런 곳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 좋아하는 술도 줄였다고 한다.

“난 독주가 좋아. 그런데 나이가 드니 술도 안 들어가. 맛도 없고, 흥도 안 나고.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술이 들어갈 때 마음껏 먹어둬라, 나중에 후회한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 클럽도 한 번 가봤는데, 정말 재미가 없더라고. 젊었을 때 갔어야지. 뭐든 할 수 있을 때 해야 해.”

조영남의 삶의 궤적을 보면 다른 것들은 열정이 보이는 게 많은데 유독 돈을 버는 일에는 크게 애정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돈 버는 직업은 아니잖아. 그래서 내 이름으로 해서 망한 적도 없고. 그런 걸 하면 죄 짓는 거라 생각해. 나는 신이 노래만 불러도 먹고 살게끔 해줬는데, 다른 걸로 먹고 살려고 하는 건 신의 뜻에 어긋나고, 나 자신에게도 어긋난다고 생각해.”

확고한 신념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연예인이다.

“꼼꼼하다기보다는 와이즈(Wise)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아. 나는 현명하려고 무지하게 노력했고 나름 성공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그는 유명인으로서 사람들이 자기를 몰라볼 때가 가장 섭섭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가 유명하니까 나에 대한 몰이해도 나오는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나에 대한 반감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아. 사람들이 날 모르는 척할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세상 사람 전부가 다 날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오늘 같은 인터뷰를 통해 조영남이란 사람에 대해 알 수 있겠지. 해서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거고.”

“없어지는 걸 생각 중…생텍쥐페리처럼”

▲아련한 첫사랑이 생각나는 쎄시봉 공연이 3월부터 시작. 쎄시봉 멤버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4명이 부르는 노래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미롭다.

그는 영화 ‘버킷리스트’를 좋아해서 네 번이나 봤다고 말했다.

“보면서, 난 어떤 버킷리스트가 있을까…. 한 가지가 딱 생각났어. 내가 손목시계를 좋아해. 그래서 제네바에 가서 손목시계를 3박 4일 보고 오는 걸로 버킷리스트를 정했지. 그런데 그걸 하고 나니까 너무 싱거워. 너무 싱거워서 뭐 다른 건 없을까 생각했는데…. 지금도 없어.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했더라고.”

자신이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하고 싶은 걸 다한 상태였다는 걸 깨달은, 억수로 운이 좋은 남자, 조영남의 정체다.

“없어지는 걸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생텍쥐페리가 비행기를 몰고 구름 속으로 사라졌잖아. 그게 늘 부러워서 흉내 내려고 했는데 비행기를 배우려면 학원에 다녀야 하고 귀찮아. 그러니 버킷리스트가 없을 수밖에 없지.”

최근 그의 화투 그림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 같아 인터뷰 막바지에 넌지시 가격이 많이 올라갔느냐고 물어봤다.

“굉장히 비싸졌지.”

그리고 바로 무심하게 툭 던진다.

“아, 그런데 그게 뭐 팔려야지.”

<쎄시봉 공연 일정>

쎄시봉 큰형님으로 알려진 조영남은 이전까지 쎄시봉 콘서트와 별개로 개인 활동을 했지만 올해는 쎄시봉 전국투어 콘서트에 합류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영화 쎄시봉 OST에 등장한 신곡 백일몽 라이브 버전을 최초로 공개 할 예정이다.

다음은 2015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 상반기 일정이다.

4월 4일 일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4월 11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4월 12일 전주 전주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4월 18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4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hall D

5월 9일 대구 경북대학교 대강당

5월 23일 인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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