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후반, 또래의 여성 직장 동료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든 손문숙(51) 씨. 어느덧 4년째 모임을 통해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부터 퇴직 후 인생 계획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퇴직 후에는 작은 도서관을 꾸려 회원들과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는 그녀.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의 저자 손문숙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4년 째 직장의 여성 동료들과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임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 학습 공동체에서 1년 동안 독서 토론을 공부했습니다. 독서 토론의 즐거움을 먼저 깨닫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런 기쁨을 나눠주고 싶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여리 독서 모임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사무관 이상으로 구성된 여성 관리자 네트워크에서 만든 동아리로 회원들은 여자이고 나이는 40대 후반 이상입니다. 1년 단위로 회원들을 모집하는데 매년 17명 정도 활동하고 있고 인천 북구도서관에 직장인 독서 동아리로 등록돼 있어 매월 1회 평일 퇴근 후 도서관에서 모임을 합니다.
Q. 모임에서 주로 도서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토론 방식은요?
토론할 책을 같이 의논해서 정하기 때문에 문학, 철학,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고정 관념을 깨우치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요.
우리가 하는 토론은 찬반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닌, 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비경쟁 방식입니다. 직장 동료들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정, 직장, 사회 문제 등 사적인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풀어냅니다.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 자녀에 대한 고민, 남편과 시댁과의 문제, 직장 이야기, 퇴직 후 인생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Q. 중년 이후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얻은 일상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또 동료들에게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나요?
저는 40대 후반에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나를 찾고 타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가정, 사회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인생 2막에 작가로 살고 싶다는 멋진 꿈을 가지고 제 인생에 첫 번째 단독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회원들이 더 많았습니다. 독서 모임에 나오면서 1년 동안 같이 읽을 책 목록이 공지되면 시간 여유 있을 때 책을 미리 읽어둡니다. 매월 모임에 나올 때 한 번 더 읽고 토론 후에 블로그나 독서장에 기록을 남기면서 한 번 더 복기를 합니다. 그러면 한 책을 세 번 정도 읽는 셈이지요.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다보면 이해가 안 되던 것들도 알게 되고 본인의 생각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죠. 독서 모임을 통해 강제로라도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읽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혼자 읽을 때는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독서 토론을 하게 되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도 하고요.
Q. 이번에 펴내신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에 담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요?
저와 독서 모임 회원들이 독서 토론을 통해 깨달은 자아와 인생에 대한 성찰과 긍정의 힘을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카페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이 소수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 생활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공기 마시듯 행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죠.
Q. 독자로 책을 접할 때와 이번처럼 저자가 되어 책을 접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독자로 책을 읽을 때보다 독서 에세이 작가로서 원저작을 읽을 때는 좀 더 꼼꼼하게 읽고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생각과 통찰을 글로 담아내야 해서 일반 산문을 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습니다.
Q. 우리네 인생에서 ‘독서’(또는 책)가 주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故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여성 중장년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입니다. 작중 니나를 통해 저자는 “모든 게 미정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라는 말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들 중의 하나에 우리를 고정시키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거침없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죠. 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모험적으로 살아간 그녀의 삶의 방식은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도 동경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Q. ‘내 인생의 책’이라는 타이틀로 한 권을 꼽는다면 어떤 책이 될까요? 그 이유는요?
인상 깊은 좋은 책들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꼽고 싶습니다.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실천하는 지식인이셨고 “삶에 대한 공부를 통해 우리가 변화와 창조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공부이다”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Q.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SNS 활동도 하고 계신데요. 주로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계신가요?
동료들과 토론한 책 이야기를 주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남깁니다. 처음에는 독서 토론을 한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서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서 나중에 책으로 만들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습니다.
Q. 현재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장차 퇴직 후에 작가가 되어 책을 쓰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저는 퇴직 후에 집필실을 겸해 여자들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의 독서 모임 회원들과 퇴직 후에도 우리들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어서입니다.
퇴직이 8년 반 정도 남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미래를 상상하며 차근차근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도서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으고 꾸준히 책을 쓰고 있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는 사십 초반에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최근 신중년의 로망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다. 육중한 배기량의 고성능 엔진에서 나오는 무게감과 힘을 갖춘 바이크로 국도를 달리며 산하를 감상하는 경험은 남다른 중독성을 갖게 해 많은 이들을 모터사이클의 신세계로 뛰어들게 하고 있다. 윤수녕 강원모터사이클연맹(KMF) 회장 겸 모토쿼드 대표는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계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며, 선진문화의 도입과 안전교육을 추구하는 모터스포츠 전문가 1.3세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토피스타’ 강원도 인제 행사를 앞둔 그를 만나 꾸준한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는 국내 모터사이클 세계를 슬라이딩해봤다.
최근 국내 모터사이클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강원도 인제군이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이곳에 모터스포츠 경주장인 인제스피디움이 있기 때문이다. 모토쿼드는 모터사이클과 스포츠카로 가능한 레저와 스포츠 활동 사업을 하는 회사로, 윤수녕 대표는 이곳 인제스피디움에서 이륜차 마니아를 위한 기초 리그인 로드레이스 모토피스타와 강원 인제 모토스피드페스타라는 이륜 라이더 축제 등 다양한 경기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크를 탄 지 어언 30년째라는 그에게 바이크의 매력에 대해 묻자 단숨에 ‘도심 탈출’이라고 정의했다.
“현대인의 일상은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카테고리가 정해진 반복된 삶이죠. 그런 삶에서 빠져나와 일탈이라든가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안전한 경로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현대인의 일탈이라고 하면 음주나 유흥이나 레저 등을 떠올리겠지만 그에 비해 훨씬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게 모터사이클이에요. 자신이 있는 위치를 이동시켜주니까요.”
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모터사이클은 확실하게 배우고 안전을 확보해 취미로 제대로 접하면 그 어느 것보다 빠른 도심 탈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두세 시간이면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파묻힐 수 있는 게 사실이니, 그의 말이 머릿속으로 훅 들어왔다.
모터사이클은 종합예술과 같다
윤 대표가 말하는 모터사이클의 또 하나의 강점은 개방감이다. 달리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탈 때는 사각의 틀 안에 갇히지만 모터사이클은 바람을 맞는 맛이 있어요. 온몸이 그걸 인지하죠.”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우리가 흔히 모터사이클을 봤을 때 떠올리는 피지컬적인 면보다는 멘탈적인 면이 더 강하게 와 닿았다. 그 또한 국내 모터사이클 문화를 선도하면서 수많은 선수를 발굴했는데, 그 과정에서 체력 단련을 통한 피지컬의 증량보다는, 이 무생물과 교감하면서 마인드컨트롤을 잘 해서 사고 없이 경기를 헤쳐 나가는 게 더 중요 포인트라고 강조한다고.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하루 종일 정신교육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도 바로 안전이다. 모터사이클의 특성상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단번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유치원, 고등학생이 아니라 40대 전후 어른들이 주로 배우러 오시죠. 그 정도 나이의 사회적 포지션이면 남의 말 듣기가 쉽지 않지만, 모터사이클은 정말 배워야 하는 스포츠예요. 컨트롤하고 정비하고 좋은 컨디션 유지하게끔 계속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성도 들여야 하고 비용도 드는 복합적인 스포츠죠. 예술로 치면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종합적인 스포츠예요. ‘야 빠르다’ 하는 건 일반적인 시선이고 들여다보면 혼연일체적인 게 있고, 정식 경기장에서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기를 올려야 그 가치가 빛나는 것입니다.”
인제스피디움을 발판으로 모터스포츠 문화 정착 추구
윤 대표가 말하는 정식 경기장이란 당연히 인제스피디움이다. 그가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이벤트는 ‘모토피스타’. 국내 아마추어 선수가 로드레이스에 입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로 피스타는 이탈리어로 질주, 경주란 뜻이다. 시즌 포인트로 연간 챔피언을 뽑으며 강원모터사이클연맹 산하의 모토피스타는 매년 4라운드가 진행된다. 윤 대표가 인제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펼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 중 하나다.
“10년 전만 해도 경기장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이지만 쉽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이 균형 감각이에요. 피지컬은 서양 사람만 못해도 훨씬 더 균형 감각이 있어 모터스포츠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굉장히 희박하다가 이걸 스포츠로 받아들이고 아카데미에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고, 한국적 절차를 밟아야겠다고 결심한 게 10년 전이었습니다.”
사실 다수의 언론에서 이미 보도된 대로 인제스피디움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기관과 단체들 사이의 갈등으로 몇 년간 잡음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외부인사로서 인제스피디움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었고, 당사자들 간의 교섭을 이끌며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모터스포츠 교육을 위한 라이딩 센터 착공
“사실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 문화의 단계로 보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경기장이 먼저 우뚝 만들어진 상태였어요. 어떻게 보면 불안정한 거죠. 그래서 중간에 허브가 될 수 있는 아카데미나 R&D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일본만 봐도 큰 경기장들 중에 60년 된 곳이 있는데 그 경기장 하나만으로도 인제군만 한 도시가 먹고살 정도로 다양한 유관시설들과 인프라가 구성돼 있어요. 그래서 제 생각은 인제군을 모터스포츠 특화지역으로 만들자는 거예요.”
윤 대표는 인제스피디움을 중심으로 한 모터스포츠의 멀티플렉스화 계획을 들려줬다. 그 첫 발걸음이 내년에 착공되는, 라이더들의 교육을 위한 라이딩 센터다.
“이동수단이라는 본질적인 면에서 보면 스포츠 분야는 제대로 크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교육도 그렇고 스포츠와의 접목을 추구하기 위해 내년에는 교육 사업 분야에 집중하고자 해요. 교육받은 라이더들이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게 경기죠. 그래서 인제 하면 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경기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곳으로 인식되도록 하고 싶어요.”
라이더들이 ‘시원하다’고 말하는 이유
레저용으로 쓰는 바이크는 250cc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250cc 이상 되는 바이크의 등록 대수를 보면 10년 전만 해도 3만 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15만 대 이상이 등록되어 있다. 통계만 봐도 레저로 바이크를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레저용 바이크는 고가의 상품이라 사회적 포지션이 높고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소유하고 있죠. 흔히 크고 시끄럽고 손 가는 게 많다고 생각해 배우기를 망설이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용기를 내시라,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확실하게 배우면 안 다치고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가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을 보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점이 있다. 보통 예민한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고 오면 “시원하다”고 말한다는 거다. 그런데 온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모터스포츠다.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사고라도 날까봐 온갖 신경을 다 쓰는데 그러면서도 뭔가가 해소된다는 거죠. 집중이 집중을 치유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와서 스트레스를 푸시고 갑니다. CEO나 교수, 의사, 디자이너, 연구원, IT 분야 종사자들이 많아요.”
바람처럼 바이크를 타며 인생을 향유하다
바이크 타는 아버지를 보고 배우며 타다가 라이더가 된 윤 대표.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그는 “의외의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하고 전제를 깔았다.
“지극히 개인적 얘기지만 명상 쪽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명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매인 삶이 모터사이클로 탈출하는 것과 비슷하죠.”
과연 일맥상통하는 얘기라 생각했다. 일찍이 미국의 대학교수이자 작가인 로버트 피어시그는 모터사이클과 선 체험 간의 교차점을 탐구한 소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집필해 명작의 반열에 올린 바 있다. 윤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보이는 바람의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정신적인 자유가 거기에 있고 그 사람의 정신세계 또한 거기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유한 바이크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빠르고 강하게 타는 게 아니라 고독한 바람같이 타는 사람이 좋습니다. 그 바람이 산들바람일 수 있고 강풍일 수도 있는데 자연과 동화된다는 의미죠. 뭔가 지나갔는데 아무렇지 않고 산등성이에서 새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대형 바이크를 타고 1·2차선을 넘나들며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문화를 알면 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제는 강원도 인제 전역의 아름다운 곳, 산하 등 그런 곳들을 이동하는 도구로서의 바이크가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봐요.”
부자(父子)가 함께하는 모터사이클 투어 꿈꾼다
사실 윤 대표의 아버지도 아들처럼 모터사이클 마니아다. 스위스 알프스부터 터키, 스페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라이딩을 하는 아버지를 둔 그가 모터스포츠 세계에 입문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아버지 건강이 허락되면 서울에서 출발해서 실크로드를 달리고 유럽까지 가는 대장정을 함께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못 가지만…. 9월에 강원도 전역에서 하는 평화 모터사이클 랠리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도 이제 50대에 이른 만큼 나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몸의 변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벌판 같은 경기장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드를 향한 그의 의지와 사명감은 쉬이 꺼질 것 같지 않다.
“필드 플레이어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긴 하죠. 하지만 건강관리를 하면서 되도록 오래할 생각이에요. 아버지도 내일모레 여든이신데 현역이신걸요.(웃음)”
바이크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쩌면 불행한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것을 모르고 인생을 살았구나 하고 깨달을 때쯤 사내 윤수녕 대표가 멋진 라이더로 서 있었다.
최근 대한민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트로트가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년 주류에서 벗어나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젊은 세대도 대폭 늘었다. 이러한 열풍 속, 트로트의 지난 100년을 더듬어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그리는 이가 있다. 바로 가수 주현미다. 올해로 데뷔 35년 차, 그녀는 현재의 명성에 머무르지 않고 트로트의 명맥을 다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일환으로 일궈낸 첫 에세이 ‘추억으로 가는 당신’의 저자로 대중 앞에 선 주현미를 만나봤다.
“트로트 붐의 과실만을 노리며 몰려드는 사람들과 달리,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조용히 묵묵하게 해내고 있는 가수.” ‘추억으로 가는 당신’ 서두 추천사에서 김영식 KBS 가요무대 PD가 쓴 표현이다. 그의 말대로 주현미는 눈앞의 이익이 아닌, 사명감을 안고 이번 책을 엮었다.
“책이 나오니 기분이 참 묘해요. 첫 음반이 나왔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많이 설레고 신기하네요.(웃음) 그런데 에세이를 냈다고 하니 흔히 가수로서 제 삶에 대해 썼으리라 생각하더군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닌데 말이죠. 개인사보다는 우리가 사랑했던 가요들의 역사에 대해 담고자 했어요. 유행가는 그 시대의 상황과 서민들의 애환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죠. 그 뒷이야기를 알면 노래에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물론 곡마다 얽힌 제 경험과 추억도 곁들였지만, 그것이 주는 아니었죠.”
이렇게 책이 나오기까지는 2018년부터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 ‘주현미TV’가 밑거름이 됐다. 사실 ‘주현미TV’가 탄생하게 된 배경 역시 책 출간 계기와 다르지 않았다. 대중을 비롯한 가요계 후배들이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부르길 바라는 마음, 또 시대를 거치며 변형된 가요의 원곡들을 복원해 자료로 남기고자 하는 뜻이 컸다.
“가령 ‘사의 찬미’를 찾아서 들어보면, 수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윤심덕의 원곡을 그대로 따라 부른 이는 없어요. 무엇이 원곡인지, 어디가 어떻게 바뀐 건지 알기 어려워졌죠. 문제는 대부분 우리 가요가 이런 상황 속에서 불리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미래 세대가 원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때 너무나 힘들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그 중간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죠. 재작년부터 저희 밴드마스터인 이반석 음악감독의 도움으로 유튜브를 통해 매주 한 곡씩 옛 노래를 기록해나가고 있어요.”
취미까지 되어버린 트로트 사랑
현재 ‘주현미TV’가 선보인 곡은 130여 곡. 그중 50곡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책에 담겼다. 책에는 주현미의 목소리로 녹음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곡마다 QR코드가 첨부됐다. 애당초 작업을 결심하고 추려낸 옛 노래는 1000여 곡에 달했단다. 목표량을 채우려면 앞으로 근 10년은 바라봐야 하는 오랜 작업이지만, 이만큼 해온 것도 다행이라며 뿌듯해하는 그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한 곡에 5분 남짓한 영상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시공을 넘나들고 있다.
“대부분의 자료가 ‘~라고 전해진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식으로 돼 있고, 서로 다른 내용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근거를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기록물로 남기는 자료라 팩트 체크를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죠. 수십 년 전 이야기부터 책이나 음반 등 온갖 자료를 총동원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과거 ‘SP’라 했던 돌판 음반을 갖고 계신 일본 팬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정리한 곡은 제 스타일로 부르지 않고 최대한 담백하고 깔끔하게 불러 원곡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죠.”
얼마 전 10만 구독자(실버버튼)를 돌파한 ‘주현미TV’. 혹자는 수익이나 홍보 목적으로 개설된 소속사 유튜브 채널이라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현미TV’는 현재 그녀의 사비를 통해 제작할뿐더러, 오히려 수익은 마이너스나 다름없다고. 혹여 영상이 인기를 끌더라도 저작권이 있는 곡들이기에 이윤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구조란다. 그럼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던 건 트로트를 향한 진심, 그리고 후배와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힘든 작업인 줄 몰랐기 때문에 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웃음) 물론 힘들고 수익이 안 난다고 해서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술도 안 마시고, 특별히 사치도 안 하니까, 이걸 내 용돈으로 하는 취미라 여기려고요. 또 35년간 팬들 사랑 덕분에 행복했고 돈도 벌 수 있었는데, 이 일이 그에 보답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결코 가벼운 무대와 노래는 없다
다른 세대보다 특히 중장년층이라면 이번 책을 통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주현미는 책에서 “옛 노래가 많은 공감을 얻는 것은 그 시절을 직접 겪었거나 그 아픔을 간직한 채 노래를 부르시던 우리 부모님이 기억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녀에게도 그런 옛 노래가 있는지 묻자 최희준의 ‘하숙생’이라 답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줄곧 하숙생을 흥얼거리셨는데, 그때는 그 가사가 무슨 얘긴가 했어요.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지금 와서 불러보니 참 위안이 되고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가사더군요. 아버지는 어떤 심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버지도 지금의 내가 느끼는 허무함과 슬픔을 경험하셨을까 싶었죠. 시간을 뛰어넘어 노래가 이어준 감정 덕분에 그 시절의 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어요.”
아마 이러한 감정 또한 나이를 먹고 삶이 숙성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산물일 테다. 어느덧 예순, 그녀는 현재의 시점을 자신의 노래 ‘가을과 겨울 사이’에 빗대 표현했다. 그리고 인생의 봄이었던 시절에 불렀던 ‘비 내리는 영동교’, ‘짝사랑’ 등도 인생이 무르익으니 노랫말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한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예전의 낭랑한 목소리도 듣기 좋지만, 깊이가 더해진 주현미의 노래에 더 큰 위로를 받고,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무리 작은 무대에 서도 여전히 긴장이 되고 떨려요. 노래를 부를 때, 나에겐 아무런 추억거리가 없는 가사라 해도, 듣는 이는 어떤 깊은 사연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때문에 곡 하나하나를 절대 가볍게 해석할 수 없고 편하게 부를 수 없는 거죠. 대중이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하는 친구 같은 가수로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찔레꽃’을 부른 백난아 선생님은 타계하시기 직전 앨범에 이런 글을 남기셨어요. ‘아직도 사랑이 많고 아직도 열정이 많습니다. 아직도 그리움이 많고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팬들이 있고 무대가 있는 한, 이 생명 다할 때까지 노래할 것입니다.’ 저 역시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노래하겠습니다.”
중년에 취미활동이나 외국어 학습, 악기 연주, 유산소 운동 등을 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때마다 의사가 적당한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년이 되면 유산소 운동에 도전하고 취미활동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악기 연주나 외국어 학습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혼자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이 많다.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하게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다. 나이 들어 외국어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거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다.
앞으로 코로나가 일상이 될 것 같아 해외여행지에서 써먹기도 힘들 것 같고 원어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보려 외국어 공부를 한다는 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하루에 몇 시간씩 외국어를 배우면 뇌 건강은 좋아질 것 같다. 언어도 익히고 치매에 대한 두려움도 떨칠 수 있다면 일석이조 아닌가? 학창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꿈도 이루고 뇌 건강도 챙기고, 그리고 자기계발에도 열심인 나, 상상만 해도 자랑스럽다. 그래서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꿈, 현재의 만족, 미래에 대한 준비까지. 퍼펙트하게 삼위일체를 이루는 외국어 학습을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찾아봤다.
우리가 365일 매일 24시간 손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은 외국어를 배울 때 매우 유용한 도구다. 특히 전 세계의 빅 브라더라 할 만한 구글의 언어 학습 플랫폼은 놀라운 속도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 최근 구글 번역기는 103개국 언어로 텍스트 번역이 확대됐다. 게다가 여행 전 미리 다운로드해서 쓸 수 있는 언어가 59개국 언어라 하니 구글 번역기 하나만 있으면 해외에서도 겁날 게 없어진 세상이 됐다. 구글 번역기를 열고 마이크에 대고 언어를 말하면 지정된 언어로 음성이 흘러나오는 동시통역 기능까지 추가돼 해외 언어에 대한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 또 스마트폰 카메라를 표지판이나 메뉴판에 대면 38개의 언어로 텍스트를 즉시 번역해주는 기능도 있어 해외여행자들에게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네이버가 출시한 파파고도 막강한 번역 서비스를 하고 있다. 번역 실력도 생각보다 우수하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 번역은 깜짝 놀랄 정도다. AI가 이 정도까지 발전했다는 걸 생활 속에서 발견한다. 다음은 알아두면 유용한 언어 학습 앱들이다.
▶Duolingo 듀오링고는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들이 무료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게임을 하듯 단계별 학습을 끝내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포루투갈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체코어, 헝가리어, 루마니아어, 폴란드어, 터키어,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힌디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 베트남어, 태국어 등 23개 언어 학습을 돕고 있다. 2011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앱 다운로드 수 3억 건을 돌파했다. 2019년도에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의 앱으로 선정됐다. 2019년 12월에는 구글의 투자를 받아, 벤처 기업의 상징인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Rosetta Stone 1992년도에 처음 출시된 로제타 스톤은 외국어 학습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플랫폼 중 하나다. 1992년 시디롬으로 10개국의 언어 교습법이 출시된 후, 현재 버전 4까지 업데이트를 계속해 34개의 언어 팩을 지원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시디롬으로만 판매했지만 현재는 온라인에서도 교습이 가능하다. 외국어 학습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 앱은 사라져가는 미국 소수민족에 대한 언어 지원 프로그램 등 사회적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3년 전 세계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로제타 스톤도 큰 성장을 맞이했다. 2011년에는 로제타 스톤 코리아가 설립돼 기업체 어학 프로그램 지원 및 어학원 등 오프라인 사업도 하고 있다.
▶Drops 2015년에 론칭된 스타트업 언어학습 앱이다. 헝가리의 스타트업 회사로 현재 한글 학습도 가능한 상태. 한글 ‘ㄱ’ 자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가나다’부터 가르쳐주는 앱이다. 2018년에 론칭한 하와이어는 사용 인구가 300명에 불과하지만 사라져가는 언어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어젠다를 발표하는 등 기업의 소명을 중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31개국 언어가 서비스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앱 다운로드 500만 건을 달성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는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Babbel 2006년 독일 베를린에서 창업했다. 시디롬과 책으로 배우는 외국어 학습 분야에서 온라인 강좌가 곧 대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음악 믹싱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앱이다. 단순히 언어만 반복 교육하지 않고 문화마다 다른 손 모양 표시와 비언어 소통법 등도 가르쳐준다. 특히 사업을 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사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등을 위한 맞춤형 강좌를 개설해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2015년 펀드레이징에서 2200만 달러를 모았고, 애플 워치에 바벨의 다국어 학습 앱이 탑재되면서 글로벌 무대에 올라섰다. 현재 바벨은 1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자랑하며, 1일 다운로드 횟수도 10만여 건에 이르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 학습 앱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어 인터페이스는 지원이 안 된다. 영어를 디렉션 언어로 선택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Busuu 부슈는 듀오링고와 경쟁하는 언어 학습 앱이다. 언어 능력을 고급으로 올리고 싶은 대상자들에게 적합하다. 주제와 형식별로 과정이 세분화돼 있어 언어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앱이다. 기초 문법과 퀴즈, 언어 학습 기능 모두 유료다. 초보자가 이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TripLingo 해외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사와 쇼핑, 간단한 대화 등 주제별 문장을 쉽게 연습할 수 있다. 또 문화 관련 안내 및 환전·환율 계산기, 국제 통화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와이파이 전화, 현지 상황을 고려한 팁 계산기, 음성 번역기, 이미지 번역 도구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글 노원자생한방병원 송주현 병원장
은퇴, 자녀의 독립 등으로 그동안 짊어졌던 의무로부터 놓여난 시니어의 부부생활은 제2의 신혼과 다름없다. 반평생을 함께한 배우자와 부족했던 대화도 충분히 나누고 서로 취미도 공유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는 성생활 역시 빠지지 않는다. 실제 진료를 하다 보면 배우자와의 성생활에 대해 조심스레 질문을 꺼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칫 성생활로 인해 허리통증이 더 심해지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는 것이다.
성생활, 부부 건강과 사랑 위해 ‘필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808만 명이었던 국내 척추질환자 수는 지난해 92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연령층 비율은 65%에 달한다. 허리통증이 있음에도 증상이 경미해 병원 진료를 받지 않은 이들까지 감안하면 국민 질환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허리 건강을 위해 성생활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성생활은 부부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적절한 성생활은 척추 건강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성생활은 신체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심혈관 운동을 촉진해 혈액순환 등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게는 75%까지 감소한다. 에스트로겐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적지 않은 중년 여성이 골다공증에 시달린다. 성관계는 여성의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해 칼슘 흡수율을 높이고 피부 탄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뼈와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관계 중 나오는 엔도르핀은 허리통증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운동 효과는 덤이다. 캐나다 퀘벡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관계로 소모되는 평균 열량은 남성이 101kcal, 여성은 69kcal다. 이는 느린 속도로 조깅을 한 상태와 비슷하다.
부부관계 끄떡없는 허리 관리법
중장년이 건강한 성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첫째, 허리통증이 일상에 불편을 주지 않을 만큼 치료돼야 할 것. 둘째, 전문병원에서 척추질환 치료를 받아둘 것. 셋째, 허리 건강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리할 것. 척추가 회복되기 전 성관계를 하면 전신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관계 시 허리를 앞으로 쑥 빼는 등 척추가 휘거나 회전하는 자세는 척추뿐만 아니라 주변 근육과 인대를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고 기존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년 이후 발생하는 척추질환은 꾸준한 치료가 필수다. 한방에서는 침습적 수술 없이 척추와 주변 관절, 근육, 인대 등을 강화하는 근본 치료를 시행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틀어진 뼈와 근육의 위치를 바르게 교정하고 침과 약침으로 통증을 없앤다. 여기에 척추 주변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한약으로 회복을 촉진한다. 이와 같은 한방통합치료는 수술이 불필요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 수술 후의 회복에 부담을 느끼는 시니어에게 알맞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부부 중 한 명이 허리통증이 있다면 핫팩이나 온열찜질기 등을 이용해 허리 건강을 챙겨주면 좋다. 온찜질은 체온을 올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척추 주변 인대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단, 찜질을 너무 오래할 경우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20분 정도만 해준다. 온찜질로 인대와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갑자기 자세를 바꾸면 통증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허리가 튼튼해야 부부 사랑도 튼튼하다. 배우자와의 안정된 성관계에서 오는 친밀감과 유대감만큼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또 있을까? 건강한 척추 관리를 통해 부부간의 사랑을 다시금 오래도록 지켜나가길 바란다.
2013년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를 통해 수많은 딸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었던 한성희(韓星姬) 이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딸의 결혼을 앞둔 한 엄마이자, 정신과 전문의로서 건넨 진정 어린 조언이 큰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잠시 절판됐던 도서가 최근 다시 출간됐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시간의 흐름 때문일까? 표지에 그려진 딸의 모습은 한층 더 성숙해져 있었다. 당시 50대였던 한 원장 또한 어느덧 60대에 이르렀다. 딸 못지않은 인생의 전환점을 지났을 터. 그녀는 “잘 성장하고 있다”며 담담히 안부를 들려줬다.
하나뿐인 딸아이의 결혼, 그것은 한 원장이 책을 펴낸 계기이자 크나큰 성장통을 앓게 한 사건이었다. 자녀의 독립이 시원섭섭한 건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녀의 상황은 좀 달랐다.
“딸이 미국 유학을 갔는데, 당연히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여겼죠. 그런데 어느 날 결혼 얘기를 꺼내더니 아예 미국에서 살 거라더군요. 제 나이와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20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본다 해도, 평생 딸을 볼 기회가 20번 남짓인 거예요. 너무나 기가 찬 노릇이었죠. 영원한 이별은 아니더라도, 그 못지않은 심정이었어요. 공항에서 서로 엉엉 울며 헤어졌지만, 즐거운 신혼을 앞둔 젊은 딸과 점점 늙어만 가는 엄마가 느끼는 아픔은 천지차이죠. 그 옛날 우리 친정엄마도 같은 마음으로 나를 보냈을 텐데, 이 정도로 상실과 아픔이 크리라고는 그땐 상상도 못했어요.”
아직 어린 딸을 이것저것 챙겨주고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았다. 아쉬운 마음도 달랠 겸 그동안 딸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가 완성됐고, 덕분에 그녀는 엄마로서의 삶 1부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도 어렵지만, 부모가 자녀로부터 독립하는 건 더욱 쉽지 않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부모가 말로는 ‘독립하라’고 하면서도 막상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죠. 아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하는데 내가 외롭고 힘들다고 계속 붙잡아두는 거예요. 겉으로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그럴싸한 이유를 대겠지만, 사실상 소유욕에서 비롯된 착취나 다름없죠. 물론 저도 아주 쿨하게 딸을 보내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만큼 자녀에게서 독립하는 건 누구에게나 참 힘든 일이죠.”
입체적 삶을 위한 경험 투자
그토록 힘든 일임에도 해내야 하는 까닭은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에 있었다. 딸의 성장은 물론 엄마의 성장까지 말이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것, 그리고 엄마에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것. 한 원장은 이러한 성장을 통해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고 보다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과정 같지만, 역할 변화에 따른 전환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 시기가 고통스러워서 어떤 이들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도 하죠. 자신에게 주어졌던 역할의 고리들을 과감히 끊어내는 용기가 필요해요. 물론 그것이 더러 외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라면 다 겪어야 할 일들이죠. 흔들리다가도 중심을 찾는 오뚝이처럼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것이 성장하는 과정이고, 그렇게 성숙해야 왜곡과 갈등 없이 자녀와 잘 분리될 수 있습니다.”
삶의 키워드를 ‘성장’이라고 언급한 한 원장은 몇 해 전 과감히 유학을 결정했다. 딸도 결혼하고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던 차였기에 사람들은 그녀의 선택을 의아해했다. 늦은 나이에 웬 공부냐는 반응이었다. 단순히 커리어만을 위했다면 단행하지 못했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성장을 바랐기에 가능했다.
“커리어는 성장을 통해 얻는 일종의 부산물이죠. 애당초 그걸 목적에 둔 건 아니었어요. 물론 현실적인 면에서 내가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두고 저울질을 많이 했었죠. 금전적인 리스크도 있었지만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거예요. 그러나 돈이란 것은 결국 나의 잠재성을 실현하고 내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쓰이는 거잖아요. 나중에 죽음에 이르렀을 때 돈이나 나이 등등 때문에 성장의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갑자기 남자가 된다거나, 공학자가 된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바람도 아닌데 말이죠. 그저 내가 해오던 것을 더 심화하려는 욕구였기에 조금만 발돋움하면 되는 거였어요. 그렇게 ‘돈을 경험에 투자하자’고 마음먹었죠.”
기품 있는 중년의 아름다움
그러나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자녀 세대의 경우 개인의 성장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한 원장은 자신을 찾아오는 워킹맘들의 우울한 심정을 절절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워킹맘으로 고단한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단, 허덕이며 사는 삶 속에서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땐 당연히 먹고살려고 일하지 자기실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생계를 위한 일이 꿈을 이루는 일이면 참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죠. 그러나 그런 중에도 자기 꿈을 위한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실현되지 않을 것 같아도 조각을 쌓다 보면 언젠가 실체가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애 키우고 일하느라 아직은 버겁더라도 가슴 한편에 꿈을 품고 살아야 언젠가 이모작, 삼모작의 기회도 잡을 수 있습니다. 짬짬이 단 15분이라도 취미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한 원장 역시 수십 년 동안 천천히 조금씩 즐겨온 취미가 있다. 바로 ‘첼로’다. 딸이 세 살 무렵 첼로를 샀는데, 이제 중급 정도의 실력은 된단다. 자신의 여든 살 생일에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연주하리라는 야무진 꿈도 생겼다. “인생 별것 없다. 재미있게 살아라”라며 힘든 시절 그녀를 위로했던 친정어머니의 말씀처럼,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다짐도 해본다. 그런 한 원장 역시 딸아이가 늘 즐겁게 또 아름답게 중년을 맞이하길 바란다.
“언젠가 제인 구달이 한국에 왔을 때 백발을 늘어뜨린 수수한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여든이 넘은 나이에 민낯이었는데도, 메이크업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지더군요. 코코 샤넬은 ‘스무 살 때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의 얼굴은 당신의 공적이다’라고 했는데, 자기 삶을 잘 다져온 이가 뿜어내는 고유의 아우라가 있는 거죠. 그렇게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만의 향기를 품는, 아름다운 중년의 딸을 보고 싶습니다.”
연극을 보면서 울고 웃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나 이곳에서는 좀 다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와 나를 알아간다. 배움의 영역에서 연극의 역할을 알차게 사용하는 교육연극협동조합 ‘재미사마’를 찾아갔다.
서울시 마포구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내의 몸짓교실. 교육연극협동조합 재미사마(이하 재미사마)의 신체 및 이미지 훈련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교육연극지도사들이 모이는 날. 신발을 벗고 마루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빨리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번개파워” 등 다소 우스꽝스러운 말을 하며 서로 악수를 하고, 특이한 신체 표현도 함께 따라해본다. 엉뚱한 말과 행동이지만 진지함이 느껴졌다. 남들에게는 참 이상해 보일지 모르나 연극인들에게는 아주 필요한 훈련 중 하나. 이 워크숍은 3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서하경 대표는 말했다.
“매달 한 번씩 진행해요. 다들 강사이다 보니 본인의 역량이나 수준도 좀 올리고요. 실제로 조합원들 앞에서 시범강연도 해보고 정보를 주고받아요.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각자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사마가 협동조합이 되기 전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공동 사무실에 심사를 거쳐 들어왔습니다. 1년 반 정도 됐어요.”
연극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재미사마는 2014년 소모임으로 시작해 2018년 11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원 5명에 회원은 40여 명, 전국적으로 재미사마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교육연극교사는 100명이 넘는다. 초창기에는 교육연극의 미래와 발전을 걱정하며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졌다. 정작 만나서는 술 마시는 일이 몇 년 동안 반복됐다고 신미정 총괄PM이 말했다.
“교육연극지도사들이 오프라인 워크숍을 한다고 해서 서울에 왔다가 재미사마 구성원들이랑 서하경 대표를 만났어요. 그때는 ‘술 마시는 재미사마’가 있었습니다.(웃음) 술을 한동안 마셨던 것에 대해 우리는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왜냐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서로 친해지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는 의미로 보거든요.”
5년 정도 워크숍하면서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이 술 한잔씩 하면서 얘기를 하다가 “그만 놀자!”라고 결론냈다.
“놀고 친해지는데 엄청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그러다가 이제는 사람과 가치에 대해 표현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설립한 것이 재미사마입니다.”
재미난 인생을 꿈꾼다
조합원 대부분은 50대로 구성돼 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들 열심히 하나 할 정도로 교육연극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작년 말 50플러스 축제에서 만났던 재미사마 사람들을 생각하면 열정과 기운이 솟는다.
수학강사로 꽤 큰돈을 모아 고급 취미에 빠져 살 수도 있었던 서하경 대표. 연극을 좋아해 용돈이 모이면 숨을 쉬듯 연극을 제작하고 연출하며 살아왔다.
“30여 년간 수학강사로 살면서 극장주를 꿈꾸며 틈틈이 연극을 만들었습니다. 잘나가던 강사 자리를 박치고 나와서 본격적으로 교육연극과 인연을 맺었죠.”
현재 재미사마의 대표이고 별빛도서관도 운영한다. 사회적 관계 확장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과 축제/문화기획, 연극 등과 관련된 강의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였던 신미정 총괄PM은 대치동에서 논술강사를 하다 결혼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주부였다. 춘천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알음알음 책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연극을 만나 지금의 동료들과 단체까지 만들었다. 역사·환경·문화 등을 접목한 교육콘텐츠, 문화기획 프로그램 등을 기획한다고. 교육연극협동조합 재미사마의 총괄PM이자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학교 멘토다. 희곡을 쓰고, 영상도 찍는 만능재주꾼이다.
“저는 재미사마의 꽃입니다.(웃음) 총괄PM(프로젝트매니저)이라는 직책으로 저를 부르는데 JB로 바꿔야 맞을 거 같습니다. 잡부요. 대부분의 프로그램 기획이나, 기관을 비롯해 저희를 원하는 곳에서 요청을 하면 그것들을 정리해요.”
취재 당일 얼굴을 비치지는 않았지만 3명의 조합원이 더 있다. 재활 관련 전공을 한 이미정 이사는 주부로 살아오다 어느 날 자연 체험을 하고 숲을 만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지금은 경기환경네트워크 사무처장으로 있으며, 경기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필환경 탈플라스틱 활동을 하고 있다. 김정연 이사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에서 정년퇴직한 후 서울시50플러스 인생학교에서 재미사마와 인연을 맺었다. HP Korea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현길용 감사도 인생학교를 통해 재미사마와 인연이 닿아 조합원이 됐다.
교육연극은 나이 든 이들에게 필요
교육연극이 중년과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시점은 신미정 총괄PM을 제외한 4명의 조합원이 50플러스 인생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교육연극은 우리나라 중년들에게 필요한 수업 형태라고 서 대표는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세대는 더 이상 밑줄 치고, 외우고, 필기해가며 공부할 필요가 없는 세대들이잖아요. 시험 봐서 인생의 관문을 넘어야 할 일은 끝났죠. 예를 들어 교육연극은 연극을 통해서 직접 역사 속에도 들어가 볼 수 있어요. 환경을 배울 때는 맹꽁이를 연기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고요. 즉흥극을 통해 현재의 나를 연기하고 서로 공감도 합니다. 그게 교육연극의 매력입니다.”
재미사마를 통해 교육연극을 체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성도 있다.
“원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딴짓주부’를 공연할 때 만난 경력단절 주부들이었어요. ‘주부들의 자존감 여행’이 주제였는데 그림책 서점 운영을 꿈꾸던 분과, 결혼하면서 무용 활동을 접은 여성이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한 분은 내레이션으로 연기했고, 다른 분은 무대에서 춤으로 표현하셨어요. 그 후 무용하셨던 분은 다시 꿈을 찾아 무용 강사를 하게 되셨고요 한 분은 그 공연이 계기가 되어 도서관 등을 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하시더라고요.”
세대를 연결하는 통로는 연극
재미사마가 공연했던 작품 중 ‘멋진 하루’는 1인 가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미정 총괄PM이 한 달 반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해 공들여 쓴 창작극이다. 이후 마포문화재단 후원을 받은 서울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커뮤니티 ‘햅번’이 이 작품을 ‘빨래방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각색해 재공연했다.
“이후에 평균 나이 75세인 서초구서리풀스마트시니어학교 수료생들이 연기했습니다. 중년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청년들 애환도 들어 있어요. 시니어가 후배 세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가서 봤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더군요.”
이렇듯 교육연극이라고 해서 교실 안에서 모든 과정을 마치는 것은 아니다. 자축의 형태가 됐건 어떤 형태로든 공연을 한다.
“무대에 서는 경험을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연극을 하고 싶었던 분들을 모아 정식극단은 아니더라도 임의단체 수준의 조직을 만들어보려고요.”
올해는 작년에 했던 사업들이 이어져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부평5060인생학교’, ‘남양주 인생多모작학교-모두의 학교’, ‘서초구서리풀스마트시니어학교’ 등이 예정돼 있다. 특히 지금까지 계절학기로 진행했던 ‘50플러스 우리들의 연극교실’은 정규수업으로 편성됐다.
재미사마의 특징은 모두가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함께한다는 점이다. 일을 같이한다는 건 서로 견뎌주는 사이가 됐다는 거라고 서 대표는 말했다.
“주고받는 과정을 지나 걱정해주는 사이가 되면 일은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거 같아요. 재미사마는 앞으로도 서로의 믿음으로 함께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연극지도사 취득 과정
교육연극지도사 취득준비과정 1, 2, 3 까지 모두 수료하면 한국국공립대학평생 교육협의회 ‘교육연극지도사’ 자격취득시험 응시자격이 된다.
모집대상 교육연극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모집인원 200명
수강료 9만4500원
- 방송대 및 프라임칼리지 학위과정 2019년2학기 등록생과 졸업생 7만6500원
- 국가유공자 본인 및 배우자, 자녀는 수강료 면제
신청기간 2019년 12월 23일~ 2020년 1월 10일
신청방법 프라임칼리지 평생교육과정 홈페이지(prime.knou.ac.kr)
신중년들의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 수명은 길어지고 건강나이는 늘어 정년 후에도 뭔가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어떻게 찾을 것인가? 틈새나 새로운 시장을 창의적으로 개척해 성공한 신중년들의 경험담은 더없이 좋은 사례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이재흥)은 “창의와 도전으로 시작하는 인생 3모작” 신중년 창직 포럼을 9월 17일 aT센터(서울시 양재동)에서 개최했다.
꿈과 아이디어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인생 3모작에 성공한 신중년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한 포럼이다, aT센터 세계로룸을 꽉 채운 방청객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새로운 도전의 필요성과 의미 그리고 인생 3모작을 앞둔 신중년들이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새롭게 경력개발을 시도한 신중년 4인의 사례 발표와 질의응답 토크쇼로 이어졌다.
기조 강연에 나선 백만기(67세) 인생학교 교장은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과 마음가짐, 일을 통해 가치를 추구하는 방안을 들려주었다. “30년 가까이 금융회사에서 일한 뒤,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인생학교를 설립했다”며 “먹고 사는 일, 재미있는 일, 의미 있는 일, 이 세 가지가 부족함 없이 균형을 이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사례발표는 수다나무협동조합 홍성화(58) 이사장은 “꿈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완성하는 인생 후반”을 주제로 취약계층 관련 시설과 학교 등 공공시설 환경 개선을 위해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발표해 도움을 주었다. 창직은 “내게 필요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의미 있는 것에 대한 자기성찰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발표는 더 쇼퍼(웨딩카운전) 노경환(68) 대표의 “경험과 역량을 살린 인생 3모작”를 주제로 이어졌다. 노 대표는 호텔리어, 대리운전 기사 경험 등을 살려 웨딩카 운전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호텔리어로 일하면서 익힌 고객 응대 노하우를 살려 결혼식 신랑신부의 웨딩카를 운전해주는 웨딩카운전원을 창직했다. “아들의 결혼식에서 신랑신부 이동 서비스에 영감을 받아 창직했다”며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세 번째 사례발표는 유품관리사 김석중(51) 대표가 나섰다.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에 대비한 유품관리사의 전망을 소개하고 신 직업에 진출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지속적 도전의 원동력을 들려주었다. 일본 NHK 방송 유품정리회사 다큐멘터리를 보고 회사대표를 직접 찾아가 노하우를 배웠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등을 겪은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패키지 형식으로 유품 정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단순히 유품을 치우는 청소업이 아니라 지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농업협동조합 정년 후 취미로 텃밭 가꾸기 시작해 도시농업전문가로 거듭난 오영기(66) 회장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신중년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선 과거의 모습과 지위 등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기를 권유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틈새를 공략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일러주었다.
포럼을 주관한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신중년의 경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직업, 창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 알리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인생 후반을 완성하고 싶은 신중년에게 다양한 경력개발 사례로 창직과 사회 가치 구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러한 포럼을 비롯하여 신중년을 위한 다양한 채널의 지원제도가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
신중년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진로 정보서 ‘이제는 신중년으로’에 따르면 ‘경제적 수단’, ‘삶의 주요 구성 요소’, ‘심리적 만족과 보상의 수단’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삶의 활력소이자 원동력’, ‘삶에 규칙을 제공해주는 것’,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등 단순히 ‘생계형 돈벌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창업이나 창직, 사회 공헌 등의 경우 나름의 가치를 찾아 제2, 제3의 일자리로 삼는 신중년이 늘고 있다.
Chapter 2. 사회공헌 일자리
대기업, 공무원 등 수십 년 동안 주된 일자리에서 경제력과 사회 경험을 축적한 이들에게 ‘일’이란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닌 ‘보람’을 목적에 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사회 공헌 일자리는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동시에 누리는 기회로 작용한다. 그러나 관련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 없이 진출했다간 보람은커녕 좌절을 경험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사회 공헌 일자리에 대한 개념과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시사경제용어사전(기획재정부)에는 ‘사회 공헌 일자리란, 금전적 보상은 적지만 자기만족과 성취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봉사적 성격의 일자리’로 나와 있다. 이러한 개념을 확장해 일과 활동의 범위를 취미·여가, 자원봉사, 공헌형 일자리, 혼합형 일자리, 생계형 일자리로 구분할 수 있다.
◇ 사회 공헌 일자리 유형별 특징
① 자원봉사 신중년이 사회 공헌 분야를 이해하고 이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함양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향후 ‘공헌형 일자리’, ‘혼합형 일자리’로의 경력 전환 시 사회 공헌 분야의 경력 디딤돌 기능을 한다.
② 공헌형 일자리 신중년의 사회 공헌 일자리 참여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기대가 점차 늘어나는 시기이므로 향후 정책적 지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③ 혼합형 일자리 현시대의 흐름이 사회적 가치, 지속 가능한 발전 등 과거 경제성장에만 목적을 둔 시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에 혼합형 일자리는 현재보다 머지않은 미래에 더욱 각광받고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 혼합형 일자리 ‘제3섹터’ 이해하기
혼합형 일자리의 주 무대가 되는 ‘제3섹터’에 대해 알아보자. 제3섹터란 공공부문(제1섹터)과 민간부문(제2섹터)이 공동으로 출자한 사업체 또는 이러한 형태의 사업주가 시행하는 사업 방식을 일컫는다. 제3섹터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고용 창출 잠재력을 가진 주체로 주목받고 있으며, 비영리단체(NPO),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농어촌 공동체 등이 이에 속한다. 사회 공헌과 더불어 적정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로 평가되며 보람과 수익을 동시에 얻으려는 신중년의 관심이 높다.
◇ 사회 공헌 활동 지원 사업
만 50세 이상 퇴직전문 인력이 사회적기업 및 비영리단체 등에서 지식과 경력을 활용해 사회 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선정 6개 기관(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사)한국비서협회, (사)한국직업상담협회, (사)한국HRM협회, (사)희망도레미, ㈜상상우리)과 노원50플러스센터,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등에 방문 또는 온라인(워크넷)으로 신청 가능하다.
◇ 제3섹터 ‘협동조합’에 대한 궁금증 이모저모
협동조합의 설립 단계는?
①발기인 구성→②정관 작성→③설립 동의자 모집→④창립총회 개최→⑤설립 신고/설립 인가→⑥사무 인수인계→⑦출자금 납입→⑧설립 등기→⑨사업자 등록 신청
발기인이 되어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발기인이 되고자 한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해볼 필요가 있다. ‘①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②그 필요가 절실한가? ③기꺼이 책임지려 하는가?’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필요한 사업인지 우선 따져봐야 한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 정도의 필요라면 협동조합 설립을 한 번 더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협동조합 설립 등기 비용은 얼마나 들까?
•공증료: 3만 원 •등록면허세: 출자액의 0.4%(사회적 협동조합 0.2%) -등록면허세가 11만2500원 이하인 경우 11만2500원으로 책정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대부분은 과밀억제권역으로 등록면허세가 3배 중과세 •지방교육세: 등록면허세의 20% •등기신청 수수료: 3만 원
협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협동조합 상담, 교육, 컨설팅, 경영지원 등의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와, 사회적협동조합 상담 및 교육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 조합’이 대표적이다.
참고 및 발췌 한국고용정보원 ‘이제는 신중년으로’(2019)
글 김대중 본부장(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새해가 시작되었다. 늘 그래왔듯 연초가 되면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기관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말에 퇴직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근로가 끝났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거나, 기업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취업을 해야 할지, 창업 또는 귀농·귀촌·귀어를 해야 할지, 봉사활동을 하며 살 것인지, 취미생활이나 하며 쉴 것인지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취업을 할 것이냐, 창업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9년은 창업보다는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있다. 창업은 ‘운7 기3’이라고 말하곤 한다. 즉 창업의 성공은 기술이나 능력, 아이템보다 운이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다. 창업을 시작하며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을 1년도 채 안 되어 접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준비도 오래했고 도와주겠다는 지인도 많았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외의 경기 불황 때문이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외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출을 줄인다. 소비나 구매에 대한 사고도 ‘있으면 좋겠네, 하면 좋겠네’에서 ‘없어도 되겠네, 안 해도 되겠네’로 180도 바뀐다. 개인들이 하는 사업 중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니어가 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그동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이가 들면 육체적 문제나 고령자 일자리 한계 등의 이유로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필요하다면 창업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많은 중장년 퇴직자가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면서 무모한 창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대의 재취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준비하고 도전해야 성공한다.
최근 통계상으로 봐도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개인 상황이 안 좋다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 시니어 계층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경제적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이를 극복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고, IMF 외환위기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그야말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세대다. 이러한 경험과 연륜이 있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재취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모순의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유도한다고 해서 욜로(YOLO)족을 꿈꾸는 세대에게 통할 리 없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부모 세대인 중장년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재취업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가장 빠른 방법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퇴직자가 지역아동센터나 사회적 기업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있고, 민간 취업이나 창업이 어려운 고령자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공익형 일자리도 있다. 이외 민간 지원 내실화를 통한 시니어 인턴십 사업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신중년 경력 활용 지역 서비스 일자리 사업이 신설되는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거나 참여 방법이 궁금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각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중장년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정년퇴직 후 무려 20여 년을 더 노동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기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나이에 대한 기존의 인식 틀을 깨야 한다. 정년퇴직 연령과 기대수명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50대는 30대, 60대는 40대, 70대는 50대로 봐야 한다. 신체나이와 사회적 나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정년퇴직이나 일반퇴직을 앞둔 분들에게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졸업과 함께 첫 번째 취업 준비를 하고 노력했듯이, 이제는 퇴직 후의 두 번째, 세 번째 재취업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 시장형 일자리, 시간제, 인턴제 가릴 것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재취업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니어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
고려대 및 동대학원 졸업(경영학석사), 중앙대 HRD정책학 박사(수료). 노사공동 전직지원센터 본부장,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본부장,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센터장, NCS 및 일자리위원회 전문가 활동 중. 저서로는 춘추전직시대(春秋轉職時代), 전직으로 당신의 인생을 환승하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