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지난주에 ‘물서가 진란한 말장난’을 썼더니 재미있다고 하는 분이 의외로 많아 나 스스로 놀랐다. 원래 인간은 유희본능이 있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여서 그런 글이 먹히는가보다. 더구나 코로나19가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리는 데다 어디 나다니기도 겁나니 즐거운 걸 자꾸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떤 분이 글을 읽고 “절망 댄다하닙다!”라고 카톡을 보내왔기에 “내가 염오시켰나보다” 했더니 “전느 직잔 옴여되고 탁라한 삼라이닙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아, 그러니까 스타시군요”라고 응수했다. 스타는 스스로 타락한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애들같이 주고받다가 이왕 말장난을 시작한 거 이번엔 받침을 뺀 이름 이야기나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친구 임철수와 나는 니은 하나 차이이지만, 받침을 빼면 지나 내나 똑같이 이처수가 된다. 사람 이름에서 받침을 빼는 이유는 놀려먹기 위해서다. 짝사랑 상대가 도대체 내 맘을 몰라준다면 그 사람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휴지가 없어 트월킹(twerking)으로 털어내는 걸 상상하면 좋다고 한다. 트월킹은 자세를 낮추고 상체를 숙인 채 엉덩이를 빠르게 흔들며 추는 춤이다. 받침 빼버리기는 이름에 대한 트월킹 같은 거다.
그렇게 받침을 빼고 보니 김대중은 기대주, 문재인은 무재이, 이재명은 이재며, 반기문은 바기무, 윤석열은 유서여, 조국은 조구, 정경심은 저겨시, 강경화는 가겨화, 윤미향은 유미햐, 손혜원은 소혜워, 최강욱은 최가우, 김어준은 기어주, 노영민은 노여미, 이성윤은 이서유 이렇게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차가 지고 이나여가 올라왔다. 그런데 와, 추미애는 역시 세다. 빼버릴 받침이 없어 온전하게 그냥 추미애다. 과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그동안 받침 없는 삶이 얼마나 모질고 힘들고 억지였을까?
이렇게 받침을 빼고 사람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건 47년 전인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4학년 2학기에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지방에서 교생실습을 해야 할 때 나는 이천북중에 가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가르쳤다. 중학교엔 독일어 과목이 없으니까 그랬던 건데, 지방 실습은 유신시대의 말도 안 되는 제도였다.
하여간 그 학교에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 평화봉사단원 한 명이 있었다. 성이 Knapp인 그 젊은이를 교사들은 납도 아니고 냅도 아니고 크납도 아닌, 나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받침을 빼고 편하게 부르려고 성을 나 씨로 지어준 것이었다.
그 나 선생이 내 지도교사(그도 독어과 출신 영어교사였다)와 이야기하면서 날 평하기를 “very sour”라고 했다고 한다. 처음엔 신랄하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맛이 간 녀석’이라는 뜻이었던 거 같다. 거 왜 있잖은가? 음식이 상했다는 산패(酸敗)라는 말. 그러니까 지도교사랑 둘이서 나를 흉보고 안주 삼아 씹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한국인 중에는 ‘바서오 선생님’이 있었다. 무슨 과목이었는지 잊었는데, 키 작고 머리가 약간 벗겨진 바서오는 이웃집 아저씨같이 사람 좋고 귀엽고 약간 어수룩하고 모자란 듯도 해 놀려먹기 좋았다. 그래서 교사들이 박성온이라는 이름에서 받침을 이 뽑듯이 다 빼버리고 바서오로 개명을 해준 것이었다. 알고 보니 대학 선배였던 바서오 선생은 역시 대학 선배인 교장과 함께 우리 교생 일동 5명(?)에게 거하게 저녁을 사준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짓궂은 내가 그날 술자리에서 바서오라고 부르며 놀려먹은 기억이 난다.
바서오 선생님을 안 뒤부터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에서 받침을 빼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대상이었던 건 아니고 이름이 좀 특이하거나 별나다 싶으면 그랬다. 이천북중 당시 내 지도교사는 오늘날 미국에서 저명한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박흥진 씨인데(나는 걸핏하면 바킁진이라고 쓴다), 받침을 빼니 바흐지가 됐다. 근데 이게 뭐야? 바가지도 아니고. 바흐친이라면 몰라도 좀 재미가 없었다. *미하일 미하일로비치 바흐친(1895~1975, 러시아의 사상가, 문학 이론가)
여러 사람의 받침을 빼 봐도 바서오만큼 재미있고 말맛이 좋은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좀 재미가 있다 싶은 이름은 다음과 같다.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 글 읽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누군지 다 알 것이다. 기조피[血?], 소재피[血?], 이혀[舌?]규, 소우혀[舌?], 하태혀[舌?], 유태혀[舌?], 바과수, 바사도, 바서수, 바재우, 바저사, 바조지, 야조서, 이조거, 채여보….
이 글을 쓰면서 겨우 안 건데, 받침을 뺄 때는 박이나 반, 방 씨 성 가진 분들의 이름이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이런 발견을 하게 만들어준 바서오 선생님은 지금 어디서 살아가고 계실까. 정확히 모르지만 나이가 팔순을 좀 넘었지 싶은데, 혹시 이름이 성온(性溫)이라면 글자 그대로 따뜻한 성품으로 가족은 물론 이웃들과 잘 화목하게 지낼 것 같다.
이름은 남의 놀림감이 될 수는 있으나 젊어서든 늙어서든 변함없이 소중한 것이니 저마다 이름값을 제대로 하면서 살아야 한다.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이름을 닮아간다는 말도 들었다. 전혀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않은데 그렇다고 주장하면 정말 참 거시기한 일이긴 하지만.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이따금 옛 생각에 잠기곤 한다.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자니 흘러간 추억이 떠오르면서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아날로그 감성을 되찾고 싶어진다. 그럴 땐 우울해 말고, 푹신한 이불 위에서 노트북 전원을 켜보자.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은 없어도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명작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번 주는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Classic is the best)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추억의 고전영화를 소개한다. 브라보 안방극장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사랑과 영혼 (Ghost, 1990)
#멜로 #감상적인 #배우자와_함께
세상을 떠난 연인이 나를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머물러 있다면 어떨까? 로맨틱한 설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사랑과 영혼’은 개봉 당해 흥행수익 2위를 기록한 명작이다.
영화는 '몰리'(데미 무어)의 연인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괴한에게 살해를 당하며 시작된다. 샘은 쓰러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져 시간 내 천국의 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승에 남는다. 그러던 중 괴한이 몰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지켜주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육신 없이 영혼만 남은 샘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결국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오다 매’(우피 골드버그)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죽은 연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몰리와 그녀를 지켜주려는 샘, 생사의 벽에 부딪힌 두 사람은 교감할 수 있을까.
적적한 밤, 진한 로맨스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면 ‘사랑과 영혼’을 추천한다. 도자기를 빚으며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두 남녀의 모습은 3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당신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2.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드라마 #교육적인 #자녀와_함께
진정한 스승의 역할은 무엇일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는 명문 고등학교에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 선생이 새로 부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키팅은 출세와 성공보다 삶의 의미와 문학의 가치를 중시하는 교육자다. 그는 첫 수업부터 시인들의 시에 점수를 매기는 교과서를 찢어버리는 대신 학생들을 책상 위로 올라가게 해 색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 키팅의 파격적인 수업에 자신도 몰랐던 인문학적 호기심을 발견한 학생들은 서클 ‘죽은 시인의 사회’를 결성해 매일 밤 시와 문학을 노래하며 낭만을 키워나가지만, 학교 측은 서클의 존재를 알아버리고 키팅까지도 위기에 처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육 방식에 대한 키팅과 학교의 입장차를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가르침 의미를 묻는다. 자식과 손주를 둔 입장이라면, 언제나 키팅처럼 행동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카르페디엠’, 현재를 살아야 하는 것. 한 번뿐인 인생,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뛰어드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 또한 어른의 몫 아닐까.
3.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 1985)
#공상과학 #유쾌한 #온가족이_함께
눈앞에 타임머신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무엇을 할 것인가?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이런 발칙하고 유쾌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영화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소심한 아버지와 쾌활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는 로큰롤을 즐겨 듣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던 마티는 괴짜 과학자 '에메트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실수를 저지른다. 50년대로 도착한 마티는 젊은 시절의 부모님을 만나지만, 마티의 어머니는 제 아들인 줄도 모른 채 마티에게 첫눈에 반하고 아버지는 그녀를 향한 말 못 할 짝사랑을 이어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린 마티는 두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마티의 아버지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때로는 작은 선택이 모든 것을 뒤바꾸기도 한다. 보다 멋진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야 하는 법. 과거를 통해 현재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주는 메시지다.
최근 대한민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트로트가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년 주류에서 벗어나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젊은 세대도 대폭 늘었다. 이러한 열풍 속, 트로트의 지난 100년을 더듬어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그리는 이가 있다. 바로 가수 주현미다. 올해로 데뷔 35년 차, 그녀는 현재의 명성에 머무르지 않고 트로트의 명맥을 다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일환으로 일궈낸 첫 에세이 ‘추억으로 가는 당신’의 저자로 대중 앞에 선 주현미를 만나봤다.
“트로트 붐의 과실만을 노리며 몰려드는 사람들과 달리,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조용히 묵묵하게 해내고 있는 가수.” ‘추억으로 가는 당신’ 서두 추천사에서 김영식 KBS 가요무대 PD가 쓴 표현이다. 그의 말대로 주현미는 눈앞의 이익이 아닌, 사명감을 안고 이번 책을 엮었다.
“책이 나오니 기분이 참 묘해요. 첫 음반이 나왔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많이 설레고 신기하네요.(웃음) 그런데 에세이를 냈다고 하니 흔히 가수로서 제 삶에 대해 썼으리라 생각하더군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닌데 말이죠. 개인사보다는 우리가 사랑했던 가요들의 역사에 대해 담고자 했어요. 유행가는 그 시대의 상황과 서민들의 애환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죠. 그 뒷이야기를 알면 노래에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물론 곡마다 얽힌 제 경험과 추억도 곁들였지만, 그것이 주는 아니었죠.”
이렇게 책이 나오기까지는 2018년부터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 ‘주현미TV’가 밑거름이 됐다. 사실 ‘주현미TV’가 탄생하게 된 배경 역시 책 출간 계기와 다르지 않았다. 대중을 비롯한 가요계 후배들이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부르길 바라는 마음, 또 시대를 거치며 변형된 가요의 원곡들을 복원해 자료로 남기고자 하는 뜻이 컸다.
“가령 ‘사의 찬미’를 찾아서 들어보면, 수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윤심덕의 원곡을 그대로 따라 부른 이는 없어요. 무엇이 원곡인지, 어디가 어떻게 바뀐 건지 알기 어려워졌죠. 문제는 대부분 우리 가요가 이런 상황 속에서 불리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미래 세대가 원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때 너무나 힘들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그 중간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죠. 재작년부터 저희 밴드마스터인 이반석 음악감독의 도움으로 유튜브를 통해 매주 한 곡씩 옛 노래를 기록해나가고 있어요.”
취미까지 되어버린 트로트 사랑
현재 ‘주현미TV’가 선보인 곡은 130여 곡. 그중 50곡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책에 담겼다. 책에는 주현미의 목소리로 녹음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곡마다 QR코드가 첨부됐다. 애당초 작업을 결심하고 추려낸 옛 노래는 1000여 곡에 달했단다. 목표량을 채우려면 앞으로 근 10년은 바라봐야 하는 오랜 작업이지만, 이만큼 해온 것도 다행이라며 뿌듯해하는 그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한 곡에 5분 남짓한 영상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시공을 넘나들고 있다.
“대부분의 자료가 ‘~라고 전해진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식으로 돼 있고, 서로 다른 내용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근거를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기록물로 남기는 자료라 팩트 체크를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죠. 수십 년 전 이야기부터 책이나 음반 등 온갖 자료를 총동원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과거 ‘SP’라 했던 돌판 음반을 갖고 계신 일본 팬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정리한 곡은 제 스타일로 부르지 않고 최대한 담백하고 깔끔하게 불러 원곡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죠.”
얼마 전 10만 구독자(실버버튼)를 돌파한 ‘주현미TV’. 혹자는 수익이나 홍보 목적으로 개설된 소속사 유튜브 채널이라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현미TV’는 현재 그녀의 사비를 통해 제작할뿐더러, 오히려 수익은 마이너스나 다름없다고. 혹여 영상이 인기를 끌더라도 저작권이 있는 곡들이기에 이윤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구조란다. 그럼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던 건 트로트를 향한 진심, 그리고 후배와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힘든 작업인 줄 몰랐기 때문에 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웃음) 물론 힘들고 수익이 안 난다고 해서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술도 안 마시고, 특별히 사치도 안 하니까, 이걸 내 용돈으로 하는 취미라 여기려고요. 또 35년간 팬들 사랑 덕분에 행복했고 돈도 벌 수 있었는데, 이 일이 그에 보답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결코 가벼운 무대와 노래는 없다
다른 세대보다 특히 중장년층이라면 이번 책을 통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주현미는 책에서 “옛 노래가 많은 공감을 얻는 것은 그 시절을 직접 겪었거나 그 아픔을 간직한 채 노래를 부르시던 우리 부모님이 기억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녀에게도 그런 옛 노래가 있는지 묻자 최희준의 ‘하숙생’이라 답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줄곧 하숙생을 흥얼거리셨는데, 그때는 그 가사가 무슨 얘긴가 했어요.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지금 와서 불러보니 참 위안이 되고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가사더군요. 아버지는 어떤 심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버지도 지금의 내가 느끼는 허무함과 슬픔을 경험하셨을까 싶었죠. 시간을 뛰어넘어 노래가 이어준 감정 덕분에 그 시절의 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어요.”
아마 이러한 감정 또한 나이를 먹고 삶이 숙성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산물일 테다. 어느덧 예순, 그녀는 현재의 시점을 자신의 노래 ‘가을과 겨울 사이’에 빗대 표현했다. 그리고 인생의 봄이었던 시절에 불렀던 ‘비 내리는 영동교’, ‘짝사랑’ 등도 인생이 무르익으니 노랫말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한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예전의 낭랑한 목소리도 듣기 좋지만, 깊이가 더해진 주현미의 노래에 더 큰 위로를 받고,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무리 작은 무대에 서도 여전히 긴장이 되고 떨려요. 노래를 부를 때, 나에겐 아무런 추억거리가 없는 가사라 해도, 듣는 이는 어떤 깊은 사연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때문에 곡 하나하나를 절대 가볍게 해석할 수 없고 편하게 부를 수 없는 거죠. 대중이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하는 친구 같은 가수로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찔레꽃’을 부른 백난아 선생님은 타계하시기 직전 앨범에 이런 글을 남기셨어요. ‘아직도 사랑이 많고 아직도 열정이 많습니다. 아직도 그리움이 많고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팬들이 있고 무대가 있는 한, 이 생명 다할 때까지 노래할 것입니다.’ 저 역시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노래하겠습니다.”
대구 청라언덕으로 가는 길에 가곡 ‘동무생각’을 흥얼거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어릴 적 배운 노래인데도 노랫말이 또렷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근대 풍경을 묘사한 벽화 골목을 지나자 야트막한 언덕이 나타났다. 정원으로 가꾼 언덕 위에 붉은 벽돌로 지은 서양 주택 세 채가 그림처럼 자리했다. 청라언덕은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다웠다.
걷기 코스
동대구역▶ 버스▶동산 청라언덕▶ 3·1만세운동길 계단▶ 계산성당▶ 이상화고택▶ 서상돈고택▶ 마당깊은집▶ 교남YMCA▶ 대구기독교역사과(구 제일교회)▶ 약령시한의약박물관▶ 진골목(종로)▶ 화교협회(화교소학교)▶버스▶ 김광석골목
청라언덕에서 부르는 연가
1890년대 조선에 들어온 미국인 기독교 선교사들은 동산언덕을 사들여 주택, 교회, 병원을 지었다. 푸른 담쟁이넝쿨이 붉은 벽돌로 지은 주택을 휘감았다. 대구읍성 동쪽 언덕이었던 동산은 이때부터 푸를 靑(청)과 담쟁이 蘿(라) 자를 써 ‘청라언덕’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1910년경 선교사들이 지은 서양 주택 세 채가 남아 있다. 선교사 이름을 딴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이 그것. 미국식 방갈로 형태로 지은 주택 둘레에 나무가 우거진 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해 이국적 정취를 더했다. 이 건물들은 각각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00년대 전후의 서양 의료기기들과 외국인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 3·1운동 역사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챔니스 주택과 블레어 주택 사이에서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이 곡을 붙인 ‘동무생각’ 노래비를 찾았다. 이 노래에 작곡가의 러브 스토리가 담겨 있을 줄이야. 박태준이 고교생 시절 한 여학생을 짝사랑했는데, 훗날 이 사연을 들은 이은상 시인이 노랫말을 써줬다고 한다. ‘동무생각’의 ‘동무’는 동성 친구가 아닌 이성이었던 것.
청라언덕에서 계산동으로 넘어가기 위해 3·1만세운동길 계단을 내려간다. 좁고 가파른 이 계단은 1919년 대구 3·1만세운동 당시 고교생들이 일본의 눈을 피해 집결지로 이동했던 통로였다. 계단 중간쯤에 멈춰 서니 가로수 위로 우뚝 솟은 계산성당 쌍탑이 보인다.
대구의 예술가를 만나는 골목길
계단을 내려와 큰길을 건너면 곧 계산성당 앞이다. 계산성당은 100여 년 동안 이 터를 수호하듯 하늘을 향해 뾰족한 쌍탑을 얹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 눈에도 멋있어 보이는지 성당을 배경 삼아 기념 촬영을 하느라 분주하다.
성당 뒤쪽에는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와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민족운동가 서상돈(1850~1913)의 고택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상화는 1934년부터 1943년 사망하기 전까지 이 집에 살면서 수많은 항일 시를 남겼다. 그가 해방된 조국을 보았다면 자신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대한 답시를 짓지 않았을까.
두 고택 앞을 지나는 골목에는 시인 이상화, 소설가 현진건, 화가 이인성 등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다 하여 ‘예술가 골목’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이 골목에 한국전쟁 직후 대구를 배경으로 한, 한 소년의 성장소설 ‘마당 깊은 집’(1988)의 문학체험공간이 들어섰다. 이 소설은 김원일(1942~)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데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 5분 정도 걸으면 3·1만세운동 때 주요 지도자들이 회의했던 대구 구 교남YMCA 회관과 1893년에 지은 대구기독교역사관(구 대구제일교회)을 만난다. 모두 문화재로 지정된 근대건축물이다.
한약재 향 머금은 약전골목
대구기독교역사관 옆에는 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자리했다. 2층에서는 사상체질 진단, 무료 한방차 시음, 족욕 체험, 한방비누 만들기 등의 다채로운 한방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의약박물관 골목 일대는 한약재상이 밀집한 약전골목이다. 카페에서도 한방차를 판다. 이 골목에선 늘 한약재를 달이는 냄새가 달달하게 풍겨온다.
약전골목을 빠져나와 조선시대 영남지방 선비들이 과거 보러 한양 가던 길, 영남대로를 걷는다. 대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약재 상점과 음식점, 카페 등이 모여 있는 좁은 골목길이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담장 벽화가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벽화보다 눈길을 끈 것은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칼국수집이다. 대기하던 손님이 “이 집이 유명한 원조 칼국수집인데요, 빵게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맛이 기가 막혀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김이 펄펄 솟는 칼국수 찜통을 아쉽게 바라보며 다음 대구 여행을 기약한다.
넓은 종로 긴 진골목
영남대로에서 한 블록 위로 올라가면 열십자 모양의 대로인 종로가 있다. 종로 인근에 부자 동네였던 진골목과 약전골목이 있어 요정, 권번 같은 유흥 시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한약재상과 음식점, 전통시장, 백화점 등이 자리한 대형 상권을 이루고 있다. 종로에는 화교의 역사도 공존한다. 근대에 화교들이 정착해 요식업, 포목업 등을 하며 살았다. 이들은 대구 갑부 서병국의 저택을 매입해 화교협회 건물로 사용했고, 그 앞에 화교 소학교를 세웠다. 근대건축물인 화교협회 건물은 예약(053-255-0561)한 후 관람할 수 있다.
차와 사람이 뒤섞여 지나다니는 종로를 걷다 진골목으로 숨어든다. ‘진’은 ‘길다’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에도 있던 골목이며, 근대에는 재력가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진골목 명소인 정소아과의원은 1937년에 지은 서양식 주택으로 소설 ‘마당 깊은 집’에도 등장한다. 노인들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미도다방도 이곳 터줏대감이다. 한때 유학자가 많이 방문해 양반다방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골목이 긴 만큼 옛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또다시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진골목까지 둘러본 뒤 버스를 타고 방천시장 인근 김광석골목을 찾아간다. 대구에 오면 왠지 꼭 들러야 할 것 같다. 애잔한 그의 목소리와 어울리는 계절, 늦가을엔 더욱더 그렇다. 김광석(1964~1996)이 방천시장 골목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이 골목이 조성됐다. 350m쯤 되는 골목 입구에서 김광석의 기타를 본뜬 대형 조형물이 반긴다. 골목 담벼락에는 한몸 같았던 기타를 품에 안고 하회탈처럼 웃음 짓던 김광석과 그의 노래들이 벽화로 되살아났다. 오토바이를 탄 김광석은 그림 속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실감난다.
그가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을 건네는 벽화 앞에 앉아 골목으로 흐르는 노래를 듣는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오늘도 그의 노래에 위로받는다.
주변 명소 & 맛집
안지랑 곱창골목
안지랑 동네의 넓고 긴 골목 양옆으로는 곱창집이 늘어서 있다. 식당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상가 규모가 크다. 안지랑에서 곱창을 주문할 때는 1인분, 2인분 단위로 주문하지 않는다. 꼭 한 바가지, 두 바가지로 주문할 것. 한 바가지는 500g이다. 매운 양념을 한 불곱창과 곱창, 막창 등의 메뉴가 있는데 숯불에 한 번 더 구워 불맛을 더한 불곱창이 인기다. 메뉴를 고르기 어려울 땐 반반 주문을 해보자.
동인동 매운찜갈비 골목
대구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데, 그 이유는 여름에 너무 더워서란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겠다는 전략 음식인 셈이다. 서문시장에 매운양념어묵이 있다면, 동인동에는 매운찜갈비가 있다. 굵게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새빨간 양념이 갈비를 뒤덮고 있다. 보기보다 맵진 않다. 매콤하고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롭다. 양은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양푼에 찜갈비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낙영찜갈비, 봉산찜갈비, 싱글벙글찜갈비 식당이 유명하다.
별난 먹을거리 천국 서문시장
대구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에는 500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대구가 패션 섬유 도시로 이름난 만큼 원단, 한복, 의류 관련 제품을 파는 매장이 많다.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납작만두, 칼제비, 삼겹살자장면, 매운양념어묵 등 타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음식을 판다. 납작만두는 당면으로 만든 엄지손톱 크기의 만두소를 얇은 만두피로 감싸 지진 것이다. 매운양념어묵은 맵게 조린 어묵 위에 콩나물을 수북이 올린 것인데 아귀찜과 흡사하다. 자장면에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열 조각을 올려주는 삼겹살자장면이야말로 서문시장의 독보적 아이템이다.
여행 정보 걷기 Tip
• 중구 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걷기 코스 ‘근대로의 여행’은 총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본문에 소개한 코스가 가장 인기 있는 2코스 ‘근대문화골목’이다. 매주 토요일 10:00, 14:00 두 차례 무료 정기해설을 진행한다. 신청은 대구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 서문시장은 2코스 걷기 전후에 가면 좋다. 걷고 난 뒤 들를 경우 김광석골목을 먼저 둘러보고, 2코스 근대문화골목길을 역순으로 걸으면 된다. 청라언덕에서 서문시장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다.
누구나 젊은 날 짝사랑의 기억을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여학교 시절 바람같이 나타나 어린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던 교생 선생님으로부터 함께 성탄 연극을 준비하던 교회 오빠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대부분 예방주사 자국처럼 기억의 한 구석에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낡아버린 기억은 이젠 나뭇잎 끼워진 책갈피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때론 ‘날카로운 키스’처럼 다가와 운명을 바꿔버리는 짝사랑도 있다. ‘사랑과 운명’을 다룬 작품 중 고전으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가 그렇다. 체호프의 4대 희곡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은 수없이 연극으로 공연되어 왔음에도 셰익스피어가 그렇듯 매번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는 연극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틈새에서 용케 찾아낸 남편 덕분에 영화 '갈매기(마이클 메이어 감독, 2018년 작)로 만나게 되었다.
영화는 어느 여름, 호숫가 별장을 무대로 다섯 인물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먼저 그들의 사랑 족보를 정리해 보면 별장 관리인의 딸인 마샤(엘리자베스 모스)는 주인집 아들 콘스탄틴(빌리 하울)을 사랑한다. 콘스탄틴은 동네 처녀 니나(시얼샤 로넌)를 사랑한다. 니나도 콘스탄틴을 사랑하지만, 그의 엄마 이리나(아네트 베닝)와 함께 온 연인인 작가 보리스(코리 스톨)에게 끌린다.
사랑의 파열음은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시작된다. 콘스탄틴은 희곡작가를 꿈꾸지만. 아직 역량이 모자란다. 배우가 되기를 소망하는 니나와 작은 시골에서 함께 연습도 하며 꿈을 키우는 도중 성공한 작가 보리스의 등장으로 질투의 화신으로 변한다. 보리스는 이미 명성을 얻고 있음에도 늘 새로운 작품에 대한 걱정으로 초조하다. 그는 니나를 보는 순간 새 작품의 영감을 얻고 그녀를 유혹한다.
이미 여배우로 성공을 거둔 이리나는 자기보다 젊고 이지적인 매력남 보리스마저 얻어 부족함이 없다. 다만 자신만 아는 이기적 행동으로 주변과 충돌한다. 특히 보리스의 등장으로 날카로워진 아들 콘스탄틴과 대립한다. 이루어지지 못하는 절망적 짝사랑에 지친 마샤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교사와 충동적으로 결혼하나 짝사랑의 끈을 놓지 못한다. 어느 날 콘스탄틴은 갈매기를 총으로 쏘아 흔들리는 니나에게 던지고, 자신의 머리도 겨냥하나 다행히 상처만 남기고 빗나간다.
체호프는 이 작품과 관련하여 “인간은 항상 두 가지를 열망한다. 가질 수 없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는 어쩌면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꿈을 상징하는지 모른다. 갈매기는 자유로워야 한다. 짝사랑도 꿈의 하늘을 날 때는 아름답지만, 소유하는 순간 죽고 만다. 갈매기를 쏘아 죽인 콘스탄틴은 자신의 갈망을 파괴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쏘아버린 것이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볼 때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짝사랑도 지금은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당시 어린 마음에는 밤을 새는 고통이었으리라. 아, 부조리한 인간의 운명이여!
쥐띠
아끼던 사람에게 서운함이 커질 듯. 자녀가 독립적으로 하려는 일 마음으로 밀어주세요. 부모에게 의지하지만 정신적으로만 의지할 듯. 주어지는 일 재미가 없어서 하고 싶지 않을 수 있고 성과도 조금 적은 듯. 상업자는 손님 뜸해짐. 이전에 앓았던 병의 재발 조심.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해도 다시 한 번 살펴볼 것. 묶인 돈 풀리지 않으나 기본적인 금전과 유흥비로 써도 될 약간의 돈도 유입될 듯하다.
소띠
과거의 안 좋은 습관 또는 나쁜 영향을 주는 사람을 끊으려 결심하고 노력하게 됨. 자녀와의 소통은 잘 안 되지만 일터에 있는 젊은이와는 소통이 잘됨. 그러나 너무 많은 일의 비밀 또는 비결을 부하에게 알려주지 말고, 신입인 경우에는 실수 없이 일하도록 잘 챙겨줄 것. 새로운 일은 자금 확보 충분히 된 후 추진 요망. 여자 투자자로부터의 계약을 기다린다면 약속을 구체적으로 받아놓아야 할 것이다. 건강은 악습관 근절 결심해 차차 호전되나 금단 증세에 의한 고통 있을 수.
범띠
뜻밖의 위치로 발탁되거나 좋은 제안 받으나 소통 부재로 잠깐 어려움 겪음. 짝사랑, 서로 어긋난 사랑으로 고민도 생김. 친구나 대인관계에서 오래 고민해온 일 당분간은 해결 잘 안 되니 주변 조언 들을 것. 자녀 출산 또는 자녀에게 경사가 있겠다. 동업, 투자자와 사인 맞지 않으니 함께 일하는 사람과 손발 잘 맞출 것. 병이 있으나 긴장감으로 드러나지 않고 눌려있는 상태. 금전 유입과 지출이 급속하다.
토끼띠
상대가 원하기도 하고 서로의 앞날을 위해 정리해야 할 사람이 있음. 대인관계에서 옥신각신 의견 분분해서 조금은 속 시끄러운 달이 될 수 있으나 더 발전된 관계를 위한 갈등이므로 점차 좋은 방향으로 해결됨. 딸의 눈치를 보거나 딸 혹은 손녀, 며느리 바보 소리를 듣는다. 일은 열심히 하는 만큼 잘 풀리고 재미있다. 미용, 항공, 패션 분야 매우 좋음. 나름 건강관리 잘 하고 있고 면역력도 좋으나 기침 조심하고 마스크 착용 권함. 금전관리 매우 잘하고 있다.
용띠
일보다 인간관계에 더 치중할 수 있게다. 애정이 있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관찰하며 지켜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 명확한 미래 설계가 없어서 지켜보고만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짓으로 다가와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할 것. 자녀에게 집착할 수 있다. 관심은 갖되 존중해줄 것. 좋지 못한 습관을 체크해보는 정도로만 할 것. 일은 즐겁고 재미있게 하는 편. 관절 염증 주의. 온천욕 도움될 듯. 금전 보통.
뱀띠
주변의 충고를 잘 들으면 해결되는 일이 많다. 하던 일 잘 풀리지 않아 접을 수도 있음. 쏙 빠진 상대 있으나 내 일에 도움은 안 됨. 사람 때문에 일을 못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친구의 진정어린 충고에는 귀 기울일 것. 자녀를 지나치게 간섭하면 거부당할 수 있다. 자녀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뒤만 받쳐주는 것이 좋음. 간혹 발생했던 증세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주변인 병, 사망 또는 주변과의 단절로 우울증 올 수 있으니 주의 요망. 갑자기 수입이 줄 수 있고 무언가를 정리할 수도 있음.
말띠
상대 또는 본인 중 남자 쪽이 잠수 이별 감행해 연락 두절될 수 있음. 친구관계도 조금 소원해짐. 친구에게 너무 안 맞는 주장을 할 수 있다. 남자 말띠의 경우 자녀에게 보수적 잣대를 대지 말 것. 자녀는 이미 성장했음. 무언가 일을 시작하려 하나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림. 직장, 사업장에서 나를 지켜보는 이 있으니 참고할 것. 휴식이 필요. 갑작스레 큰 돈, 공돈, 용돈, 보너스 등이 따름.
양띠
연말에 무리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조금 어려워질 수 있다. 친구, 자녀, 아끼던 사람과 서먹해지고, 연인, 부부 사이는 데면데면해진다. 일만큼은 재미있게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로 인한 즐거움이 따름. 갑자기 건강검진 권유받을 수 있으니 의사가 권유하면 꼭 검진할 것. 칼에 베는 상처 등을 주의. 도구 가지고 하시는 일을 특히 조심하라는 뜻. 금전은 큰 재미나 변화 없어 보임.
원숭이
어린 자녀 또는 철없는 자녀와의 작은 말다툼이 빈번할 수 있으나,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됨. 현실은 힘들어도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는 잘 지켜냄. 겉으로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 대인관계도 무리 없고, 주변인들이 볼 때 별일 없이 잘 지내는 것으로 보임. 일이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돈을 벌기 위한 여러 가지 궁리를 해보는데 새롭게 배워 해보는 일은 대부분 잘하게 될 듯.
닭띠
주변인과의 관계는 좋으나 애정 관계에 답답함 있다. 효자, 효녀의 효도로 삶의 잔잔한 즐거움 있음. 업무에서는 베테랑이지만 일이 살짝 싫증날 수 있다. 연말 이후의 지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겠고 체력이 딸려서일 수도 있으니 체력 보강에 힘쓸 것. 베테랑이라도 에너지 떨어지면 일이 힘들어진다. 어깨관절, 고관절 등의 염증 주의. 거두어들일 돈 많음. 일해 두고 수금만 하면 되는 곳도 제법 됨.
개띠
무언가를 정리함. 회사 그만두거나 직원 감축, 감봉 등 정리 정돈하면서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려 함. 사랑했던 이와의 관계 단절 예상. 여자의 이별 선언으로 인한 헤어짐이 우려됨. 대인관계가 나무랄 데 없이 좋은 건 개띠 품성 덕. 자녀에게 관심을 갖되 부모의 존재를 인식시킬 것. 신장, 방광, 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피로 주의. 금전운은 다소 막힌다.
돼지띠
건강이 악화돼 최소한의 일만 신경 쓰다 보니 친구들을 챙기지 못해 구설에 오른다. 오해 있을 수 있으나 신경 쓸 여력 없음. 건강과 주변 평판이 지금 시이소 관계. 건강을 우선하라. 참된 인간관계라면 한 사람으로도 행복하다. 사랑받는 느낌이 참 좋다. 간혹 짝사랑일 수도. 자녀를 인정해주고 부모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 있겠다. 일은 여성의 도움이 필요. 어느 정도 쓸 만큼 금전운이 따른다.
타로마스터 유나김(維那金 명리연구원 '유나와 12달 이야기' 원장)은 타로 칼럼니스트이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정한 동양역리문화협회 부산시지부 학술위원을 지낸 부산의 현업 역술인이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별자리별 운세를 제공하고 있으며 실시간 무료타로상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채널 Yu-na Kim(유튜브 검색창에 '유나김타로')
저마다 고치고 싶은 습관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오랜 습관은 고치기 힘들고 개선 의욕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사는 현재, 나쁜 습관이 있다면 여든에라도 고쳐야 남은 20년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브라보 동년기자단이 꼽은 시니어의 7가지 나쁜 습관들에 대해 최명기 연구소장에게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물었다.
도움말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겸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걱정도 습관이다’, ‘게으름도 습관이다’의 저자)
[사례1] 건강 맹신에 대한 자기 과신 김종억(65) 동년기자
당뇨 환자에게 과도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유발해 당뇨 수치를 올린다는 교육을 받았으나 신뢰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했다. 빠르게 걷기 2만 보, 8시간 이상 자전거 타기 등을 했다. 어느 날 저녁식사 전 격렬한 운동을 한 뒤 확인해보니 당뇨 수치가 오히려 상승했음을 알게 됐다. 직접 실험적 수치로 확인한 뒤에야 믿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과도한 운동 습관을 고치고 건강을 자신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Solution 약을 먹고 건강하든, 먹지 않고 건강하든, 건강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며 건강을 유지하면 온전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처방약 대신 식사 조절, 운동 등으로 건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검증받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결국 병이 악화하면 나중에는 약은 약대로 먹고 후유증까지 남습니다. 자기 과신보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2] 바둑 중독(게임 중독) 이두백(68) 동년기자
인터넷 바둑을 즐긴다.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을 지속하게 되고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한두 끼니를 거르며 몰입하기도 한다. 아내의 불평이 커짐은 물론 다음 날 잠이 부족해 나른해지고 허리도 아프고 눈도 따가워지며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맑고 차분한 심적 상태가 고갈되어 가는 것이다. 바둑의 마력과 유혹 그리고 단절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Solution 인간에겐 자존감을 유지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바둑은 그 수단이지요. 또 재미가 없으면 사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는 책도, 영화도, 산책도 재미 있었습니다. 그래서 온종일 바둑 둘 시간이 없었겠지요. 최근 바둑에 중독된 것은 예전의 활동들이 재미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게임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바깥 활동을 늘려나가면, 자연스럽게 게임 중독에서 풀려날 겁니다.
[사례3] 난폭운전 습관 김미나(54) 동년기자
여성스러운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운전할 때다. 바쁠 때 과속이나 무리한 차선변경을 하던 게 습관이 돼 이제는 급한 일이 없어도 난폭운전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대학 시절 진한 짝사랑의 상처를 주었던 선배가 내 차를 타게 됐다. 선배는 “너 운전 원래 이렇게 해? 운전 좀 살살 하고 다녀”라며 메마른 말을 던졌다. 이후 숙련된 난폭운전 습관이 스르르 떠나갔다. 사랑이라는 부드러운 한 방의 힘 아니었을까.
Solution 난폭운전의 경우 법적인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가령 부모님을 모실 때는 난폭운전을 삼가하겠지만 운전 습관을 고치려면 누가 옆에 있건 안전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면 화날 일이 덜 생기고, 자연히 나를 방해하는 차도 줄어듭니다. 짜증이 나면 물을 마시거나 잠깐 차를 멈춰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을 태우지 말고 때때로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
[사례4] 습관과의 GO-STOP 실천 가재산(64) 동년기자
습관과의 고스톱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나쁜 습관은 아무도 스톱시킬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습관과의 고스톱에서 이겨야 한다. 좋은 습관은 계속 고(go)해서 내 습관으로 만들고, 나쁜 습관은 스톱(stop)해서 버려야 한다. 나는 20년 동안 해마다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습관과의 고스톱 판을 만들어 휴대폰에 저장하고 자주 이것을 꺼내 보면서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있다.
Solution 자신과의 승부는 나쁘지 않습니다. 나와 내기를 해서 좋은 습관을 이어가거나 나쁜 습관이 없어지면 스스로 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또는 주위 친구들과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그러면 서로 감시하고 위로하면서 나쁜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이어가게 됩니다. 실제 알코올 단절 모임도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합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좋은 습관을 지닌 이들을 가까이, 나쁜 습관이 있는 이들을 멀리해야 도움이 됩니다.
작은 농촌 지역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고객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입니다. 평균연령이 60대 이상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온화하거나, 무표정한 표정으로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듯 한 분이 천천히 사무실로 입장했습니다.
더러는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물과 차를 마시러 오기도 합니다. 또는 햇살이 따사로운 앞마당 벤치에 한참을 앉아 있기도 합니다. 또 어떤날은 생뚱맞게 묻지도 않은 소식이나 의견을 전달합니다. 본론을 듣기까지 한참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 시계는 천천히, 평화롭게 갑니다. 다시 생각하면 이게 정상적인 ‘인간의 삶’의 속도일 수도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대표선수 몇 분만 소개하겠습니다.
1. 머리에 곱게 힘을 준 P
아이고, 여기는 참 좋네. 다른 곳에 여행 가지 않아도 되겠네. 사무실이 산 아래 아늑히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네. 나도 이런 곳에서 일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젊은 시절에 학교 선생이었거든. 아이들이 어찌나 떠드는지, 매일매일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래서 집에 가면 내 자식들에게 유독 엄격했지. 왜 그랬나 몰라. 지금도 살갑게 대하는 게 잘 안 돼. 다른 일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2. 보석 같은 아들을 둔 K
우리 며느리 또래 되겠네. 나는 그 친구가 어려워. 우리 아들을 너무 부려먹어. 고기도 아들이 굽고, 설거지도 아들이 많이 해. 돈도 벌고, 집안일도 해. 그래서 싫어.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만나면 스트레스 받아. 아들이 너무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 나는 상관없어. 그래서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잘 만나지 않아. 대화도 별로 없어. 각각 살아가는 거지 뭐.
3. 43세 아들 학비 대는 N
아들이 미국에서 파일럿 공부를 하는데 돈이 필요해! 이제 그만하면 좋으련만. 참 똑똑한 아이였는데. 공부도 정말 잘했어. 서울에 있는 K 대학교를 갔거든. 동네에서 제일 공부를 잘했어. 그런데 나도 늙어가는데, 이게 마지막 논인데…. 어쩌겠어. 공부를 꼭 하고 싶다는데…. 나야 뭐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촌(村) 에서 살면 돈도 별로 안 들어.
서로 다른 이유로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았을 우리의 시니어. 그들에겐 큰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 끝도 없는 사랑 바로 ‘자녀 사랑’입니다. 대부분의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거 아시죠? 짝사랑을 받은 자식들은 그 벌로 또다시 자신의 자식들을 짝사랑하겠죠.
필자는 대표선수들이 입장해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마다 흥분하며 목에 핏대를 세웁니다. 인생은 뭐가 되냐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한평생 일만 하다가 죽는 노예도 아니고, 자식은 자식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아야지 그런 식으로 살면 절대 안 된다고. 요즘은 그렇게 살면 안 되는 세상이라고.
한참을 듣곤 지긋한 표정으로 고개도 끄덕입니다. 분명 동의하는 표정 같습니다. 뿌듯합니다. 분명히 앞으로는 다르게 살 것 같습니다. 내 말에 100%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충격적인 한마디에 필자는 모든 희망을 내려놓습니다.
“난 돈 필요 없어.”
필자가 이렇게 종종거리는 이유도 다 돈 때문인데, 돈이 필요 없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겸손하게 살아가나봅니다. 돈보다 자식이 무섭고, 돈보다 자식이 어렵고, 돈보다 자식을 사랑합니다. 필자도 조금은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끝없는 짝사랑은 이제 제발 그만두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랑은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
미안하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의미와 재미’ 모 방송 채널의 슬로건이기도 한데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이 둘의 균형을 잡는 일은 매우 어렵다. 실험성이 강해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 흥행에 실패해 조용히 사라지기도 하고, 진부한 막장드라마가 시청률을 올리는 일은 흔하다. 욕하면서 본다는 우스개처럼 말도 안 되는 설정에 진저리를 치지만, 그런 드라마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면 나름 일정한 역할이 있음에 틀림없다.
인간이 본디 그렇게 생겨먹은 것은 아닐지. 사실 진종일 의미만 찾다가는 피곤과 스트레스로 제명대로 살기 어려울 듯싶다. 재미는 그 반대편에 있으면서 긴장을 이완하고 감정을 조율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테면 아줌마들이 막장드라마를 보며 실컷 욕을 하고 나면 응어리졌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이치이다. 두통이 오면 아스피린을 찾듯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지도 모른다.
영화 ‘미드나잇 선’(6월 21일 개봉, 스콧 스피어 감독)은 로맨틱멜로 장르에 속하나 사실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다. 내용과 장면들이 거의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다. 주인공의 불치병은 ‘러브 스토리’를 닮았고 우리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해 뜨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하는 것이나 노트를 두고 와 결국 다시 만나는 스토리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빼다 박지 않았나. 곳곳의 대사나 영화적 장치도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주인공 케이티(벨라 손)는 XP(색소성건피증)라는 희귀병에 걸렸다. 이 병은 태양에 노출되면 급속히 악화되어 죽는 병이므로 햇빛을 피해야만 한다. 종일 방에 격리된 그에게는 엄마가 남겨준 기타와 창문 너머 10년째 짝사랑하고 있는 찰리(패트릭 스왈제네거)가 유일한 세상의 희망이다. 밤에만 외출이 허락된 케이티는 어느 날 기차역에서 심야의 버스킹을 하게 되고 현장에서 찰리를 만나게 된다.
둘은 사랑에 빠져 매일 밤 데이트에 나서고 함께 기차여행까지 가게 된다. 케이티는 길거리에서 버스킹도 하고 수영을 즐기기도 하는데 시계가 방수가 안 되어 고장 나는 바람에 집에 갈 시간을 놓치게 되고 결국 햇빛에 노출되고 만다. 그 사건으로 병이 악화되어 병상에 눕는다. 케이티는 찰리에게 상처를 주기 싫다며 만나지 않게 되고 둘 사이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여기까지 들어봐도 매우 익숙하지 않은가. 극의 전개 또한 매우 손이 오글거릴 정도로 작위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미덕은 이 뻔해 보이는 익숙함이 주는 감정적인 편안함이다. 마치 모차르트나 베르디의 똑같은 음악을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듯이. 이 영화에도 갈등은 있지만, 모든 등장인물의 익숙한 진정성이 갈등을 녹이는 감동의 원동력이다. 모차르트나 베르디의 음악에 불협화음이 없는 것처럼.
케이티는 아빠와 대화를 통해 부성애를 확인하고 아빠는 케이티와 찰리가 다시 만나게 도와준다. 케이티는 어깨를 다쳐 수영을 그만둔 찰리를 격려해 다시 재기하도록 하고 찰리는 죽기 전 케이티가 만든 찰리 송을 녹음하도록 돕는다. 케이티는 자신이 아끼던 수첩에 찰리를 향한 마음을 남긴다. 케이티의 노래는 유튜브에서 대박을 친다. 아, 모두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내용은 진부하고, 연출은 작위적이고, 연기는 서툴지만, 보고 난 뒤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는 감동이 있다. 어차피 세상에 비슷하지 않은 게 어디 있으랴. 성경 전도서에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 그만하면 푯값은 충분히 했다.
시간여행이 동일한 기간 동안 반복된다는 ‘타임 루프(Time Loop)’라는 독특한 소재와 원제와 달리 기발하게 지은 제목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충격적인 영화이다.
작가 로렌 올리버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서 이 소설로 데뷔와 동시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는 물론 아마존닷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 주목 받는 신인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라이 루소 영이라는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영화이다. 주연에 조이 도이치가 샘 역으로 나온다.
샘은 발랄한 여고생이다. 집에서 가족들에게 사랑 받고, 아침에 집을 나서면 학교까지 카풀로 가는 친구들3명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잘 나가는 퀸카 4인방이다. 차를 타고 즐거운 수다를 떨며 학교에 도착하면 학우들이 반겨준다. 남자 친구 롭도 있다. 그날은 ‘큐핏 데이’라고 2달러를 내면 장미 한 송이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는 날이다. 샘은 퀸카이므로 여러 송이의 장미를 받는다. 그러나 당연한 일인 듯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녁에 샘을 짝사랑하는 학우 켄트가 여는 파티가 있어 같이 참석한다. 파티에 온 왕따 줄리엣을 단체로 놀려 먹기도 한다. 초대한 켄트의 집에서 켄트의 아버지 방문을 열어 보니 “너 답게 살아라(Become who you are)”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샘은 퀸카 4인방들과 파티에서 돌아오다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다음날 아침 샘은 어제와 똑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현상을 발견한다. 아침에 집에서 일어난 일부터 친구들과 카풀로 학교에 간 일, 학교생활, 그리고 파티까지 똑 같은 일이 그대로 반복된다. 타임 루프라는 시간의 한계에 갇힌 것이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날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줄리엣이 자살했다는 소식도 듣는다. 똑 같이 반복되는 일이니 어떤 일이 벌어지며 누가 어떤 순간에 어떤 말을 걸어올지도 미리 안다. 그때부터 반복되는 하루를 다르게 살아 보려고 해본다. 늘 편안했던 가족들을 귀찮은 존재로 생각했던 과오, 이유 없이 왕따 시켰던 줄리엣에 대한 이해, 겉만 보고 사귀었던 남자친구들, 늘 우리 편이어서 좋게만 보았던 4인방의 퀸카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하루는 이기적인 4인방 절친들에게도 시비를 걸어 본다. 남자친구 롭에게도 결별 선언을 한다. 다음 날은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완전히 새로운 샘을 보여준다. 먼발치에서 샘을 짝사랑하는 켄트에게는 먼저 다가가서 키스 세례도 퍼붓는다. 마지막 장면도 역시 왕따 줄리엣이 파티에서 따돌림을 당하다가 뛰쳐나가는 장면인데 샘도 쫓아 따라 나간다. 그리고 차도에서 줄리엣이 지나가던 차에 치이려는 순간 샘이 밀쳐내며 대신 죽는다.
사람이 죽고 나면 남은 사람들이 죽은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줄까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다.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된다. 그러나 그 기억은 영원히 남는다. 그러므로 한순간 한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육신은 죽어도 영혼은 바로 저승으로 가지 않는 모양이다. 저승으로 가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기간을 주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샘의 하루 생활을 보여주는 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여러 번 보여주므로 영화 만들기는 수월했을 것 같다. 그러나 조금씩 달라지는 샘의 모습을 자세히 봐야한다. 행동이나 말씨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