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원종(56)과의 인터뷰는 2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본 기분이었다. 그와 나눈 이야기에는 희로애락이 녹아 있었으며, 그의 다양한 모습도 깃들어 있었다. 이원종은 연기에 관해 얘기할 때는 한없이 진지했고, 재밌거나 행복한 이야기를 할 때는 세상 깊은 보조개 미소를 지었다. 특히 그 미소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보았다.
사실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이원종은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처럼 편안하다. 지난 8월 연극 ‘더 테이블’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이원종. 한껏 고무된 그는 10월에 ‘가면산장 살인사건’으로 다시 무대에 선다.
“저는 연극무대에 계속 서고 싶지만,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집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죠. 하지만 10년간 쌓은 연극 경력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까지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것이 배우로서 누린 혜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은 제게 보약이고, 링거예요. 드라마나 영화로 열심히 달렸으니 연극으로 열심히 잘 쉬기도 해야죠.”
타고난 배우의 우연한 탄생
지금은 천명과도 같은 배우의 길. 역사의 서막은 우연히 시작됐다. 경기대학교 재학 당시 이원종은 예쁜 여학생을 보고 따라서 연극반에 들어갔다.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도 배우에 큰 뜻은 없었다고. 그러다 강원도 최전방으로 입대한 후 신의 계시 비슷한 것을 느꼈다.
“군대에 있다 보니 1, 2학년 때 연극했던 것들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휴가 나오면 도서관에 가서 연극에 관한 책을 무작위로 골라 읽었어요. 연극의 ‘연’ 자도 몰랐는데 책을 읽다 보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복학한 후 본격적으로 연극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공부도 열심히 했죠.”
배우를 업으로 삼기로 결심한 이원종은 무작정 대학로로 향했다. 여러 극단을 전전하던 끝에 마침내 그는 극단 ‘미추’에 들어갈 수 있었다. 미추는 과거 MBC와 마당놀이를 공동 주최하던 유명한 극단이다.
“실전 무대 연기에 대해 극단에서 많이 가르쳐줬어요. 연극배우는 많은 탤런트를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요. 탈춤이나 한국무용, 발레 같은 현대무용도 해야 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것이 좋죠. 그런 것들을 배우고 자신을 채우면서 배우들은 ‘연극뽕 맞았다’는 표현을 썼어요. 저는 연극뽕을 아주 제대로 맞았죠. 하하.”
이원종은 미추에 들어가고 이듬해인 1992년 ‘오장군의 발톱’ 주연을 맡았다. 그 작품으로 러시아에 공연도 하러 가고, 연극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연극배우의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1990년대는 이원종에게 가난의 시대로 기억된다.
이원종은 1994년, 6세 연상의 아내와 결혼했다. 아내는 연기 선생님으로 두 사람은 가진 것 없이 사랑으로 가정을 이뤘다. 그는 “마당놀이 한 번 하면 50만 원 번다. 공연을 3개월 동안 하는데, 연습은 또 석 달 한다. 그러면 1년이 거의 다 지난다”라며 1년 연봉이 50만 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살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기 때문에 그는 젓갈 장사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명세 감독이 이원종에게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출연 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이원종은 ‘연극은 순수예술, 영화는 대중예술로서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이명세 감독도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러브콜을 보냈고, 마침내 이원종은 마음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끝내 출연을 거절했으면 그는 평생 후회할 뻔했다.
“감독님이 저의 거절에도 대본을 주시고, 배역도 저한테 고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형사 역할과 짧게 등장하지만 강렬한 짱구 역할이 있었는데, 결국 형사 역할을 했어요. 장장 7개월 동안 촬영했죠. 그때는 필름으로 촬영해서 한 신 한 신이 무척 소중했고, 연기 연습을 더 철저히 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거의 다 배웠죠.”
이후 이원종은 2001년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현각 스님, ‘신라의 달밤’에서 조폭 마천수로 등장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이듬해 SBS 인기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종로 두목 구마적을 연기해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극 중 구마적과 김두한(안재모 역)의 대결 장면은 분당 최고 시청률 64%까지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원종은 “ 20년이 지났는데 저는 아직도 구마적”이라면서 “구마적은 내게 행운이자 숙제”라고 표현했다. “가수도 평생 히트곡 하나 남기기 어렵다고 하는데, 배우로서 닉네임 하나를 가졌다는 것은 행운이죠. 반면 역할이 제한된다는 단점도 있어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어요. 시트콤에도 출연하고, 코믹한 연기도 많이 했죠.”
OTT의 유행, 또 다른 전성기로
올해 이원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먼저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에 모스크바 역으로 출연했다. ‘종이의 집’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동명의 스페인 드라마가 원작이다. 이원종은 원작의 모스크바와 싱크로율이 높아 제작진이 캐스팅 1순위로 점찍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원작의 성공으로 기대감이 매우 높았으나,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후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원작을 따라 하려는 것이 느껴져 이질감이 강하게 들었다는 반응이다. 이원종은 이에 대해 안타까운 탄식을 했다.
“우리가 조폐국을 털었잖아요. 우리나라 돈은 유럽 전역에서 쓰이는 유로화와 달리 남북한에서만 쓰이는 돈이에요. 그리고 원작에서는 조폐국에서 10억 유로, 한화로 1조 3700억 원 정도를 털었지만, 우리는 4조 원을 털었어요. 그것을 어떻게 운반할지도 재미가 될 수 있죠. 겨울에 후반부인 7~12부가 공개될 예정인데, 한국적인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본격적으로 재밌어질 예정입니다.”
또한 ‘종이의 집’을 통해 젊은 배우들과 호흡한 이원종은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종서의 연기에 대해 “날것의 매력이 있다”면서 칭찬한 바 있다. 이원종은 전종서를 비롯한 젊은 세대의 연기를 칭찬한 것이라고 짚었다.
“전종서는 제가 지금까지 봐온 것과 다른 연기를 하는 거예요. 틀렸다는 것이 아니고 사물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 거죠. 참 신선했고 같이 연기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저는 현재 50세가 넘었고, 그 친구는 20대잖아요. 지금 20대는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느꼈고, 30대, 40대가 되면 어떤 연기를 할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또 이원종은 쿠팡플레이 드라마 ‘범죄의 연대기’에 출연한다. 범죄물에 유독 많이 출연하면서 형사와 범죄자를 오간 이원종. 이번에는 피해자 대표 역을 맡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이원종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예로 그는 OCN ‘손 the guest’에서 박수무당 역을 연기했는데, 무당을 직접 여러 명 만나보고 탐구했다. 덕분에 실감 나는 연기가 가능했다.
“‘범죄의 연대기’에서 맡은 역할은 대학교 강사인데 사기를 당한 사람이에요. 아는 변호사한테 부탁해서 기록물도 확인해봤는데, 실제로 교수들이 사기를 많이 당하더라고요. 그리고 작가님이 어떤 과 교수인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도록 열어두셨어요. 제가 관심이 많은 철학과 교수로 설정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이원종은 ‘가면산장 살인사건’으로 무대에 오른다. 10월 4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공연이 열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원작으로, 외딴 산장에 모인 남녀 8명과 한밤중에 침입한 은행 강도범의 인질극을 그린다. 이원종은 극 중 도모미의 아버지 노부히코 역을 연기한다.
“2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배우 13명이 무대에 올라 연기를 펼쳐요. 요즘 이런 연극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죠. 무엇보다 살인사건이라고 하면 어두운 이야기일 것 같잖아요. 그런데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엉뚱하고 독특해요. 거기서 나오는 재미를 자신합니다.”
실제 이원종은 어떤 아빠일지 궁금했다. 슬하에 두 딸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다. 이원종은 “아버지가 굉장히 가부장적인 분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자상하고 친근한 아빠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애들이 제가 자상하다고 느낄지 아닐지는 또 모르는 일이죠. 큰딸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고, 둘째 딸은 외국 대학교에 다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듣고 있어요. 저는 큰딸한테 한 달에 월세 개념으로 30만 원씩 받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립심을 길러주고 싶어서죠.”
‘기회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원종은 어떤 작품이든 어떤 역할이든 노력을 쏟는다. 그래서 매 작품 다른 모습이 나오고, 새로운 연기가 보인다. 외국 작품처럼 우리나라 작품의 주인공도 나이가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원종이 주인공 그 자체인 작품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떤 배역을 맡아 연기하든지 ‘이원종이라는 배우, 참 재미있더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저는 물리적인 나이에 맞는 배역을 맡아 잘 소화해내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1965년생인데 내년에는 제게 맞는 작품이 뭐가 될지 아직 모르죠. 그런데 50세든 60세든 마음은 똑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나이는 먹었지만 저도 청춘이에요. 늘 사랑하는 것을 느끼죠. 그러니까 60대도 60대에 맞는 사랑과 이별이 있는데, 그게 제게 연기로 주어진다면 잘 소화해내고 싶다는 거예요.”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1989)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시인은 자신이 지나온 모든 시간이 머뭇거림과 탄식과 질투로 가득했다고 고백합니다. 끝없이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했지만 끝내 한순간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참회합니다. 혹시 질투의 불길 속에서 자신을 태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질투로 아파하는 모든 분과 마음 미장공 아홉 번째 이야기 함께하겠습니다.
아직도 질투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살림하는 전업주부로 산 세월이 많던 시절, 무릎 나온 바지에 애들 안 입는 낡은 티셔츠 입고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든 날 아침, 승강기에 같이 탄 이웃을 나도 모르게 훔쳐보게 됩니다. 옷차림부터 머리 매무새며, 들고 있는 서류가방, 풍기는 향수 냄새까지. 저는 물론 세수도 하지 않은 채입니다. 머리부터 발끝, 아니 구두 끝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또래로 보이는 여인. 역한 냄새 나는 쓰레기봉투를 든 나와 예쁜 백을 단정하게 든 그녀.
‘아 저 여자는 무슨 일을 할까? 얼마나 전문적이고 근사한 직종에 있는 걸까? 출근해서는 얼마나 재미 있고 또 의미 있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올까?’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보던 때도 많았습니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아이들 챙기느라 자신을 가꿀 수 없었던 제 모습이 창피스럽기도 했습니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이는 사람들 모습, TV에 나오는 유명인이나 드라마 속 주인공을 보다가 당신은 시기와 질투, 시샘하는 마음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까? 이 감정이 도대체 뭐길래 나를 초라하게 하고 내 신세를 형편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까요.
질투의 대상과 거리 : 최소한 사촌은 돼야 배가 아프다
친구가 성공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죽는다.
-고어 비달, 미국 소설가
영성이 높은 한 수도사가 금식 기도하며 수련 중에 있습니다. 마귀가 아무리 유혹하고 훼방하려 해도 안 통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교구 인사에서 당신 동생이 주교가 되었다고 하는데….” 말을 맺기도 전에 “진짜? 말도 안 돼” 하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질투의 대상은 질투의 거리와도 밀접합니다. 부부나 연인, 형제자매, 친구 사이처럼 그 사람이 나와 얼마나 가까운지가 관건입니다. 거론한 대상이 자신과 너무 동떨어지고 격이 차이가 나면 질투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또래일 경우 질투의 불길은 활활 타오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사돈의 팔촌이 아니라 나와 가까운 혈연 관계인 사촌이 땅을 샀기 때문에 내 배가 아픈 법입니다. 평생 일면식도 없던 먼 친척이라면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만만할수록 불붙는 질투심
수십조 혹은 수백억 달러를 상속받았다거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일론 머스크한테 질투를 느끼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입니다. 막연히 부러워하거나 경탄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러나 매일 같이 운동하는 이웃이 경매로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샀다거나, 내 옆자리 동료가 주식으로 3000만 원을 벌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가 성취한 부와 행복의 크기가 내가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할 때 질투가 솟구칩니다. 또 이미 세상을 떠난 과거의 예술가나 과학자에게 질투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고인(古人)과 경쟁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동시대를 사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질투가 한결 커집니다. 질투는 시간적이나 공간적으로 나와 가깝고, 내용이나 크기로도 만만할 때 더 폭발해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질투는 죄가 없다?
질투(嫉妬)라는 글자에서 질(嫉)의 핵심은 계집 녀(女)에 있는 게 아니라 병 질(疾)에 있습니다. 괴로워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증오하고 성급한 마음 때문에 근심하다 결국 나한테 독이 되고 남에게도 독이 되는 것. 이러한 괴로움이 질투에 들어 있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투(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에 돌을 던졌으니 병이 들 수밖에요. 말이나 행동, 관계 따위로 손해나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병든 상태가 질투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질투의 신은 누구일까요? 바로 젤로스(Zelos)입니다.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는 질투를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하나로 꼽을 만큼 여자한테만 덮어씌웠는데, 서양에서 질투를 맡은 젤로스가 남신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젤로스는 폭력의 신 비아와 권력과 힘의 신 크라토스를 형제로, 승리의 신 니케를 누이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양 문화권에서 젤로스는 질투의 개념보다는 경쟁, 열의, 전념 같은 긍정적인 뜻을 더 많이 함축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질투의 이중주 : 스타 탄생과 몰락 이야기
1937년 ‘스타 탄생’이란 이름으로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8년 세 번째 리메이크된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은 사랑 영화이자 음악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질투가 주인공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작품입니다.
애리조나 하늘같이 타오르는
그대 눈동자
날 보는 그대 눈길에 불타고 싶어
내 영혼 깊숙이 캘리포니아
황금처럼 묻힌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빛을
찾아낸 그대
목이 메고 할 말을 찾지 못해
헤어질 때마다 가슴이 아파
해가 지고 밴드가 연주를 멈출 때
우리 모습 영원히 이대로
기억할 거야
(중략)
그대가 날 바라보면
온 세상이 사라지고
우리 모습 영원히 기억할 거야,
이대로
-OST ‘Always Remember Us This Way’(우리 모습 영원히 이대로 기억해)
중에서
나를 발견해주는 사람을 조심하라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외모가 걸림돌이 되어 낮에는 웨이트리스로, 밤에는 무명 가수로 무대에 오르던 앨리(레이디 가가 분). 천재 기타리스트이자 컨트리 뮤지션으로 명성을 날리는 슈퍼스타 잭 메인(브래들리 쿠퍼 분). 순회공연 중 우연히 찾은 바에서 노래하는 앨리를 보고 잭은 첫눈에 ‘캘리포니아 황금처럼 영혼 깊숙이 묻힌’, 그녀도 몰랐던 내면의 빛을 발견합니다. 나를 찾아내고, 무대에 세우고, 나를 키워주고 응원하는 사람과 결혼한 그녀. 내 진가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서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를 기회를 주었으니, 두 사람은 이제 사랑밖에 할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내가 당신을 망쳤어. 당신이 부끄러워. 안쓰럽고 그래. 당신 더럽게 못생겼어. 얼굴에 자신이 없어서 남한테 잘 보이는 게 더럽게 중요하지.”
전성기에서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잭과 달리 앨리는 스타 시스템에 힘입어 대형 토크쇼에 초대되는가 하면, 그래미상 3개 부문 후보로 선정될 정도로 승승장구합니다. 기쁜 소식을 들은 바로 그날, 잭은 술과 마약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독설과 폭언을 퍼붓습니다. 심지어 신인상을 받게 되어 시상식에 초대된 날, 앨리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옆에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소변을 보고 맙니다. 그 뒤 마음을 다잡고 알코올 중독 치료도 하는가 싶더니, 아내 앨리의 대형 해외 투어를 앞두고 목을 매달아 세상을 등집니다. 한 여자를 살렸지만 자신은 살리지 못했던,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남자. 앞선 기형도 시인의 독백과 겹쳐집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죄
질투는 오로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로 자신을 방치해 병이 되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열의, 열정, 전념을 담당하는 젤로스 신을 불러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제가 처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게 된 것은 남편의 공이 큽니다. 그 옛날 원고지에 글 쓰던 시절, 시외삼촌의 권유로 타자를 배운 남편을 보면서 마음에 질투의 불씨가 당겨졌습니다. 하지만 질투에 굴복하지 않고 선의의 경쟁과 열정이란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어 저도 당시 ‘한메타자교사’로 컴퓨터와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이에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 생기는 질투를 내 삶의 좋은 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뭔가를 해내는 것을 지켜보는 건 자신에게 굉장한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질투를 놓아주고 나부터 행복해집시다! : 마음의 주인 노릇
질투에 함몰되어 자기 비하와 자학으로 자신을 파괴할 것인지, 그 감정이 나를 옭아매지 않도록 방향을 선회해 자기 발전, 자존, 자족, 건강한 자극으로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 그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주인이 나일 때만 가능합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그 마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질문해보세요. 질투는 남보다 나를 망칩니다. 내 화살로 나를 쏘는 것과 같습니다. 남을 질투할 시간에 나를 더욱 사랑해보면 어떨까요. 남과 견주며 끝없는 고통과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지 말고 나부터 행복해집시다.
지역문화예술프로젝트 ‘청춘유랑극단’이 제주도 어르신들을 찾아간다.
청춘유랑극단은 서울에 집중된 공연문화자원을 지방의 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이병용 빅터스 아트앤컬쳐 대표가 기획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목적지로는 육지와 떨어져 있는 제주도를 선정했다.
이병용 대표는 “공연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제주도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청년 배우들이 찾아가는’ 무대인 ‘청춘유랑극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에 어르신들을 위한 볼거리 위주의 공연을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2에서는 극 속에 트로트, 마술, 춤 등을 자연스럽게 융합시켜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또한 중앙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이자 극단 ‘두 하늘’의 연출인 강민호 연출과 협력해 제주도 지방 특색을 살려낸 작품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연극영화과 학생들과 예술 전공 중국 유학생들이 협동 작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국경을 넘는 문화예술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예정이다.
청춘유랑극단 시즌2는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서 시작해 일주일간 낙천리 의자마을, 한원리, 협재리, 무릉리 등 제주도의 마을을 찾아가며 순회공연을 올린다. 제주주민협의회 초청공연으로서, 9월 3일 토요일에는 이중섭거리의 서귀포 관광극장에서 이중섭의 예술세계와 일대기를 그린 ‘길 떠나는 가족’을 각색한 공연 ‘나와 소’를 통해 서귀포 주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마지막 날에는 한라산 정상에서 청춘 선언문 발표식과 작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공연의 마침표를 찍는다.
한편, ‘청춘유랑극단 시즌2’의 제주 순회공연 과정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2022년 6월 21일 우주로 솟아오르는 누리호의 모습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바로 누리호의 성공에 눈물짓는 항우연 연구원들의 모습이다. 그 속에 조기주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도 있었다. 그는 앞서 말한 대로 클러스터링 기술 개발에 앞장서 누리호 발사 성공을 이끈 주역이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여러 엔진을 한 다발로 묶어 운용하는 것으로, 누리호는 1단에 75톤급 엔진 4개를 묶었다. 도합 300톤급 추력(물체를 진행 방향으로 밀고 나아가는 반작용의 힘)으로 200톤짜리 누리호는 무사히 궤도에 안착했다.
조기주 팀장은 근황을 묻자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쉴 새 없이 생겨났던 기술적 문제, 1차 발사 실패 원인 분석 및 보완 등의 중압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홀가분하게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누리호 2차 발사에서 위성 궤도 투입의 목적은 완벽하게 달성했지만, 기술적으로 추가·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비행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면서 “향후 누리호 3차 발사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발사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항우연 연구원들은 12년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그들의 심경이 어떨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조기주 팀장은 “너무나 기쁘고 스스로 자랑스러웠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소감을 전했다. 그때의 감동과 열기가 남아 있는 모습이다.
“1차 발사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부분을 보완하고 검증시험을 통해 완벽히 해결했음을 확신했으나, 발사 당시에는 같은 문제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발사 운용을 했습니다. 이륙 순간부터 궤도 투입까지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됐을 때의 안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예요. 우리나라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확보하는 순간에 참여하고 있다는 데 대해 공학자로서 긍지를 느끼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조기주 팀장은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에서 열유체역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조 팀장은 “박사학위 이후 국내 산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시점에 항우연에서 액체 추진 과학 로켓 연구를 진행 중이고, 액체 추진 우주발사체 개발을 기획 중이라는 사실을 접했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에 제 전공지식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여 지원했다”라고 항우연 연구원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02년 나로호 사업을 시작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이 되었고,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나로호, 누리호 발사체 개발을 하면서 연구·개발하는 모든 것이 우리나라 우주 개척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자긍심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우주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조기주 팀장.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누리호 개발 경험이 있는 연구원으로서 여건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발사체 연구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우리나라 발사체 개발에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또한 민간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을 통한 우리나라 우주산업 활성화에도 참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나로호, 누리호 발사체를 개발하느라 저의 청춘이 어느덧 흘러가 버렸습니다. 되돌아보면 제가 선택한 인생에 후회는 없지만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갔음을 새삼 느낍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세대 간 갈등으로 많은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각자 자리한 삶의 분야에서 후배 세대를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설득하여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시니어들이 잘 이끌어나가야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요즘 시골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렵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심화된 까닭이다. 그러나 고요했던 마을이 최근 청년들의 웃음소리로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일자리 부족과 주택난을 피해 ‘탈도시’한 젊은이가 하나둘 늘어서다. 이들은 지역의 값진 자산과 톡톡 튀는 감성을 한데 버무려 새로운 귀촌 문화를 이끌고 있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격언이 만들어진 건 그만큼 도시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서일 테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출세 기회가 주어졌고, 경제·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거듭된 경제 위기와 물가 폭등으로 도시는 더 이상 탄탄한 직장과 아늑한 내 집을 보장해줄 수 없게 됐다.
농어촌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졌다. 고즈넉한 마을에서 묵묵히 밥을 지어 먹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휑한 부지에는 탁 트인 논이 펼쳐진 ‘논 뷰’(View) 카페가 들어선다. 가장 시골스러운 것이 오히려 가장 세련된 것으로 변모했다.
팍팍한 도시 생활을 뒤로한 채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실행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아이디어 부족이다. 무작정 귀촌에 도전했다간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젊은 귀촌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나 자원에 아이디어를 덧대 새로운 경제를 창출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소개한다.
지역과 귀촌인은 ‘상생’해야
충북 괴산에 둥지를 튼 ‘뭐하농’은 농부도 흙투성이의 고된 삶을 벗어나 얼마든지 남부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청년들이다. 같은 뜻을 가진 젊은이들이 주식회사를 만들고, 자금을 모아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수익 구조도 짠다. 무언가를 하는 농부들의 공간이라는 뜻의 ‘뭐하농 하우스’는 반딧불이를 방사하는 행사를 무료로 진행하거나, 도시 청년들에게 창업·창농을 가르치는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충북 청주시 문의면 꿀카페 ‘해밀당’의 최고야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남편과 시댁으로 귀농했다. 해밀당은 부부가 직접 채집한 달콤한 벌꿀로 메뉴를 구성한다. 수해와 병충해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농촌과 뗄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는 상품을 생산할 때 최소한의 포장재를 사용하고, 작물을 기를 때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려 한다. 더불어 마을 환경 캠페인도 진행한다.
경북 문경시 산양면의 ‘화수헌’은 청년들로 이루어진 기업 ‘리플레이스’가 운영한다. 화수헌은 문경의 700평 규모 고택을 트렌드에 맞게 개조한 한옥 카페로, 냇물이 워낙 맑고 깨끗해 비단결 같다는 금천과 현리마을의 한옥들이 어우러져 안온한 분위기를 풍긴다. 포털 사이트에서 ‘문경 카페’를 검색하면 상단에 뜰 정도로 명소가 됐다. 오미자차, 매실차, 미숫가루 등 대부분의 메뉴는 문경에서 나고 자란 식자재로 만들어 지역 특색을 살렸다. 이외에도 사진 스튜디오 ‘볕드는 산’, 폐양조장을 보수한 복합문화공간 ‘산양정행소’를 차례로 열며 문경의 작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별별 귀농·귀촌 유튜브 채널
●귀농다큐 KTV
국민방송에서 운영하는 다큐멘터리 채널이다. 귀농·귀어·귀촌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담았다. 인기 동영상으로는 ‘150억 원 들여 만든 국내 1호 민간 정원!’, ‘우리는 4600만 원으로 여유를 샀습니다’ 등이 있다.
●리틀타네의 슬기로운 생활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시골 전원생활을 시작한 30대 리틀타네와 영국 특파원 20대 망고로아의 유학 생활이 번갈아 올라오는 자매 채널이다. 두 사람은 비슷한 듯 다른 생활을 보여주며 묘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귀농빚쟁이
30대에 귀농한 쨍이 씨의 채널이다. 빵빵한 청년 농부 지원책에 귀가 솔깃해 로망을 갖고 혼자 시골로 왔다. 그러나 추가 시설비, 농약비 등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쨍이 씨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농촌의 현실을 풀어낸다.
임업후계자 교육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증에서 출발해 미래산림연구소의 ‘귀산촌·임업후계자 과정’ 수업에 동행했다.
미래산림연구소는 산림청 지정 전문 교육기관이다. ‘귀산촌·임업후계자 과정’은 5일간 40시간 수업이 진행된다. 3일간은 귀산촌에 대해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고, 2일간은 현장 교육을 한다. 귀산촌 현장을 찾아 선배로부터 임산물 재배와 귀산촌 경험을 공유받는다. 조경진 미래산림연구소 대표는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등에서 일한 전문가다.
그가 이끄는 이번 6기 수업은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다. 13일에는 강원도 평창과 홍천에서, 14일에는 충청북도 충주에서 현장 교육을 했다. 본지는 충주 현장 교육에 함께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16명 수강생의 열정은 시들지 않았다.
조경진 대표는 “보통 50대 중반이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이날 교육에는 부녀가 다정한 모습으로 동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원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수업을 듣게 됐단다. 조 대표는 “꼭 귀산촌이 아니더라도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수업을 듣는다”라면서 “은퇴 후 귀산촌을 생각한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이날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충주 수안보면에 위치한 순수자연주의 농장 ‘슬로우파머’다. 정성훈 대표는 건설회사에 다니다 퇴사하고 귀산촌했다. 정 대표는 슬로우파머를 친환경 임산물 체험과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농촌 체험지로 발전시켰다. 지난해에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으로 ‘제17회 생활원예 중앙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정성훈 대표는 처음 귀산촌을 했을 때부터 자리를 잡기까지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특히 이웃 주민들과 소통하고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정 대표는 직접 농장을 돌면서 곰취, 산마늘, 능개승마 등의 임산물 재배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진 점심 식사에는 수육과 슬로우파머에서 재배한 나물들이 나와 건강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충주시 소태면의 ‘보늬숲밤농장’이다. 이곳의 김의충 대표는 열아홉 살부터 밤농사를 짓기 시작해 42년 차에 접어들었다. 현재 김 대표는 아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닭도 함께 키우는데, 밤을 먹고 자란 닭과 달걀은 건강하고 맛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3만 5000평의 농장에는 김의충 대표가 사랑으로 키운 밤나무가 가득하다. 김 대표는 친환경 농법으로 밤을 재배한다면서 농사꾼의 마음가짐과 열정에 대해 강조했다. “농사짓는 사람은 나무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밤나무에 대한 지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서울시 동대문구에는 치매 환자 실종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울타리’가 쳐졌다. 관내 택시회사에 ‘치매파트너’를 양성하고 경찰서와 협조를 통해 치매환자 실종에 대응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다. 실종환자 발생시 실시간으로 ‘실종알리미’ 카카오톡 채널에서 알림톡을 발송하고, 실종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인근에서 활동 중인 기사 중심으로 배회 어르신을 찾는 데에 동참한다. 실종 어르신을 발견하면 ‘안심귀가’ 송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건복지부는 동대문구를 비롯한 ‘치매안심마을’ 우수 사례 공모를 실시해, 선정된 시군구에 예산 및 홍보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이는 올해 집중적으로 추진할 치매 정책 중 하나로, 복지부는 지역사회 치매 관리 허브기관으로 치매안심센터를 고도화하고, 돌봄‧의료서비스를 다양화할 예정이다.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치매안심마을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성을 따라 읍면동 단위로 조성하는 마을이다. 2017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19년 전국에 확대돼 현재 641개 마을(2021년 기준)이 운영 중이다.
이번 공모에서는 서울 동대문구를 포함해 총 28개 시군구를 치매안심마을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경기 광명시에서는 배회증상을 보여 실종이 우려되는 치매 환자에게 ‘스마트태크’를 보급해 실종을 예방한다. 남원시에서는 ‘25시 치매 돌봄 구축’으로 치매 환자 가정 내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실종자 발생 시 신속한 위치 확인 및 추적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인지 프로그램 운영 면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된 지역도 있다. 목포시는 ‘다시, 청춘 GO!’를 통해 입학식부터 졸업식까지 학교생활을 재연한다. 이로서 치매 환자의 교류를 지원하고, 인지기능과 신체기능, 사회성 강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치매안심마을에서는 치매 환자 돌봄으로 지친 보호자와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안양시는 ‘우리 동네 마음충전소’를 운영해 가족 돌봄 및 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다. 속초시는 ‘休 + culture 보호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환자 보호자들에게 시립박물관, 자생식물원, 족욕 공원을 즐기는 1일 체험 프로그램을 선사한다.
김혜영 치매정책과장은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도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치매 환자 및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치매안심센터의 기능을 치매 관리 허브기관으로 강화하고 치매안심마을의 확산을 통해 치매 환자 및 가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1시 30분 방송인 고(故) 송해의 49재 추모공연이 서울 종로구 모두의극장(허리우드극장 5층)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이상벽, 조영남, 현숙, 심형래 등 생전 고인을 따랐던 후배 문화예술인 12인이 한마음으로 준비해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달 8일 갑작스러운 비보에 각계각층의 추모가 이어졌고, 49재가 열리는 현재까지도 종로 송해길 주변 상인과 시민들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 생전 고인은 KBS1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받은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문화 1번지 종로’의 부활을 알리는 극장식 추억의 쇼를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했고, 종로 거리에서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축제를 여는 등 평소 종로에 대한 깊은 열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9년 본지와의 만남에서도 “송해길에 자주 나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맛있는 것도 즐기면서 사는 재미를 느끼시라”며 종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건강한 모습으로 길거리 담소도 마다치 않으며 시민들과 유대해온 그이기에 빈자리는 더욱 컸다.
이에 이번 추모공연을 기획하고 무대를 제공한 ㈜추억을파는극장 김은주 대표는 “송해 선생님은 생전 실버영화관 홍보대사로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후배를 양성하며 양질의 무대를 위해 힘써오셨다”며 “그게 종로를 찾는 어르신은 물론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길이라 여기셨다. 하늘에서도 분명 후배 문화예술인들이 준비한 무대를 흐뭇하게 지켜보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이 더욱 뜻 깊은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과거 고 이주일이 폐암으로 고통받던 본인의 모습을 공개하며 대한민국 흡연률 감소에 기여했듯, 고 송해의 죽음은 ‘어르신 낙상사고 예방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주최측은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매주 월요일 ‘모두의 극장’을 무료로 대관하는 한편, 수익금 일부로 어르신 관객에게 미끄럼방지매트를 제공한다. 아울러 독거노인이 화장실 낙상사고로 고독사하지 않도록 관련 캠페인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한편 송해는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후 끝내 눈을 뜨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추모공연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오늘 오전 11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현장 접수한다(300명까지). 평소 송해를 따랐던 후배 문화예술인 이상벽, 조영남, 전원주, 최주봉, 김성환, 박일준, 현숙, 배일호, 조항조, 이용식, 심형래, 김은주((주)추억을파는극장 대표)가 무대에 오른다. 공연 관람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은 전액 기부 예정이다.
노인들이 안락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만족할 만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의 난제에 부닥쳤던 해외 여러 나라는 노인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을까? 지구촌의 다양한 노인 주거 형태를 살펴보자.
은퇴 후엔 거주지를 옮겨 다니기가 쉽지 않다. 질병, 노환 등 신체적으로 한계가 올수록 더욱 불편하다. 그래서 집을 고르는 기준의 변화와 새로운 거주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병원과 시설의 상황은 만족도가 낮다. 2020년 노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거동이 불편해도 내 집에서 간병 관련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싶다’는 응답이 56.5%로 요양 시설 31.3%, 가족 합가·근거 거주 12.1%보다 많다.
초고령사회 초입에 선 지금, 혼자 생활하는 노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자택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 수도 급증할 전망이다. 노인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이동이 쉽지 않고 식사를 챙겨 먹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가족 중 누군가가 오랫동안 간병하거나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새로운 주거 대안을 선보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노인 마을
대표적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곽에 치매를 겪는 이들이 모여 사는 호헤베이크 마을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역 기관들의 협조, 치매 요양 전문 간호사의 아이디어로 2009년 시작됐다. 1만 2000㎡ 규모에 영화관, 카페, 마트, 헬스장, 레스토랑, 미용실 등 웬만한 편의시설을 다 갖췄다. 거주 시설은 치매 환자 개인의 삶과 취향을 조사해 일곱 가지 인테리어로 지어 선택하도록 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공방, 음악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클래식 감상실도 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250여 명의 간병인·의사·요양보호사·직원 등이 마을 곳곳에 상주한다. 이들은 평소 슈퍼마켓 직원이나 미용사 등으로 생활하다 환자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만 나선다. 마을 주민들은 함께 모여 요리하고, 사교 행사를 열고, 장도 본다.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최대화하고 간병인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다. 정신이 흐릿하고, 손과 머리를 떨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어도 일반 요양원처럼 종일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아도 된다. 치매 등급을 받은 입소자들은 개인 형편에 따라 한 달 최소 500유로(약 64만 원), 많게는 2500유로(약 322만 원)를 정부에 내면 된다.
덴마크 코하우징·일본 컬렉티브 하우스
코하우징(Co-housing)은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해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 등으로 전파됐다. 공동생활 시설과 소규모 개인 주택으로 구성돼 사생활과 공동체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협동 주거 형태다. 일반적으로 거주하게 될 입주민이 주체가 되어 그룹을 형성한 뒤 지방정부, 건축가, 은행 등과 협조해 설립한다. 그중 ‘시니어 코하우징’은 핵가족화와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시니어 코하우징은 ‘미드고즈그룹펜 코하우징’이다. 코펜하겐의 공영주택회사 라이예보에서 지은 560채의 아파트 중 5층 아파트 단지 4개 열을 개조해 만들었다. 대부분 1인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자기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층에 공동 거실, 식당, 회의실, 부엌, 창고가 있는 코먼하우스를 반드시 거쳐야 해서 서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본에는 코하우징과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세대 결합 주택, 컬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가 있다. 도쿄 아리카와구에 위치한 ‘캉캉모리’는 노인 시설과 보육원이 함께 입주한 12층 건물의 2층과 3층에 있다. 이곳에는 유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살고 있다. 공용 주방과 식당, 게스트룸 등이 있으며,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은 거주자들의 몫이다. 사람들은 일주일에 몇 번씩 공동 식사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한다. 공동 식사는 월 1회 당번제로 거주자 몇몇이 날을 정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시간과 공간의 일부를 공유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노인들은 아이들 덕에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 세대 교류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목할 만한 국내 노인 주거 형태
세 할머니의 유쾌한 동거, 노루목 향기
여주시 금사면. 이혜옥, 이경옥, 심재식 씨는 자신들이 마련한 공간에 ‘노루목 향기’라 이름 붙이고 5년째 함께 살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직장동료, 친구 사이인 이들은 요양원이나 복지 시설이 아닌 마을형 노인 생활공동체를 꿈꾼다. 마을 노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많은 이들과 즐겁게 사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노인과 청년이 서로 돌보는 청춘발산마을
광주광역시 서구 발산마을은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몇몇 노인만 남아 있었지만 2015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청년들이 다시 거주하게 됐다. 노인과 청년이 한데 모여 골목이웃회를 열고 거리 청소, 분리배출 등 마을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러운 이웃 문화가 만들어졌다. 또 할머니들이 폐품을 모아 마을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거나, 청년들의 가게 일을 도움으로써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가 형성됐다.
농촌에선 해 지면 할 일 없다더니 다 옛말인가. 전라남도 화순의 작은 창고에서는 매일 밤 드론이 힘차게 날아오른다. 시속 60㎞ 속도로 날아다니며 요란하게 부딪치고, 골문을 시원하게 파고드는 드론볼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다 함께 모여 동고동락하던 연습 시간, 그로 인해 일궈낸 값진 승리가 주는 희열 앞에서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
주어진 시간은 3분. 소형 드론을 감싼 드론볼을 공중에 떠 있는 골문에 집어넣어야 한다. 각 팀에선 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수비수 3명, 길잡이 1명과 유일하게 득점이 가능한 스트라이커(공격수) 1명으로 구성된다. 수비수 드론은 골문을 지킨다. 길잡이 드론과 상대팀 수비수 드론이 치열한 육탄전을 벌인다. 길잡이가 비집어 길을 터놓으면 스트라이커가 눈 깜짝할 새 골대를 통과한다. 스코어보드가 올라가는 순간이다.
드론축구 경기는 3세트 중 세트 득실로 승부를 가른다. 한 세트만 해도 스무 골은 가볍게 터진다. 선수단 성향에 따라 전략도 다양하다. 수비수는 스트라이커가 선취점을 얻어낼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가 하면,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상대 팀 스트라이커를 격추시켜 다시 못 날도록 바닥에 꽁꽁 묶어두기도 한다. 세트가 끝나기 전에는 드론을 감싼 기체가 파손되거나, 배터리가 방전돼도 선수를 교체할 수 없는 규칙 탓이다. 정비는 세트 사이 주어지는 5분 동안만 가능하다.
드론, 고요한 농촌의 밤을 가르다
화순의 농부들은 어쩌다 이 생소한 스포츠에 빠져들게 된 걸까. 하율호 단장과 평소 친분이 있던 박인철 유림어스 감독이 드론축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꾸준히 제안한 게 시작점이 됐다. 하 단장도 처음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아는 드론이란 비료를 살포하기 위한 방제용이 전부였고, 무엇보다 생소한 스포츠에 도전할 마음이 선뜻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지칠 줄 몰랐다. 그는 드론축구단을 운영해 나주 문평중학교를 폐교 위기에서 구하고, 전남 영광에서 노인 대상으로 치매 예방을 위한 드론 교육을 진행한 경력이 있었다. 드론축구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줄곧 거절하던 하 단장도 연습용 드론이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모습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설득만 어려웠지,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 단장이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참여 의사를 밝힌 농부 몇몇과 선수단을 창단한 뒤 4종 드론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국내 최초 노인 드론축구단 ‘유림어스’의 시작이다.
드론 띄우기도 어려워하던 평균 65세 농부들이 어엿한 드론축구 선수로 성장하기까진 수없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박 감독이 개인적으로 챙겨온 드론을 부수는 건 다반사일 정도였으니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재미가 붙자 연습 삼매경에 빠졌다. 정기 훈련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연습장을 찾아 드론을 날렸고, 유튜브를 보며 혼자 공부하거나 손자들에게 과외를 받기까지 했다.
이들은 내친김에 연습장까지 직접 마련했다. 쓰던 창고를 비워 애플수박 농사에 쓰던 그물망을 두르고, 선박에 두는 플라스틱 구명부환을 천장에 매달아 골대를 만들었다. 드론볼 부품을 미리 사서 ‘셀프 정비소’도 갖췄다. 정식 경기만큼 치열하지는 않지만 연습 중에도 드론볼이 부서지거나 드론이 자주 고장 나 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식 경기장 반절에 불과한 크기지만 이들이 열정을 불태우기엔 충분했다. 지난해 제1회 전남도립대총장배 전국드론축구대회에서 창단 7개월 만에 첫 승을 거뒀고, 지난 2월 열린 광주광역지회장배 드론축구대회에서는 당당히 4위를 차지하며 우수상까지 받았으니까.
이렇게 좋은 드론축구, 왜 안 하세요?
하율호 단장뿐 아니라 유림어스 선수들, 박 감독까지 입을 모아 말한다. 드론축구는 노인, 특히 도시가 아닌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제격인 취미라는 것. 드론축구 선배로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드론축구는 경기 시간이 3분으로 짧기 때문에 순간 집중력이 좋아야 해요. 순식간에 내 편 네 편 할 것 없이 드론볼이 엉키기 때문에 내 드론볼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정면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내 드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지도 모르고 애먼 곳 쳐다보고 있으면 질 수밖에 없거든요. 드론볼을 어떻게 움직여야 득점할 수 있을지 계산하려면 순발력도 좋아야 하고요.”
즐길거리가 비교적 다양한 도시와는 달리, 해 지면 꼼짝없이 집에 틀어박혀 TV나 봐야 하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그러나 드론축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장비와 농기구 보관하던 창고만 있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드론 국가자격증 취득도 크게 어렵지 않다. 최소 3명은 모여야 경기 출전 자격이 주어지므로, 훈련차 모여 인적 교류를 나눌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스포츠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덜하다는 점은 특히 매력적이다. 쉴 새 없이 머리를 써야 하니 치매 예방은 덤이다. 게다가 유림어스 선수단은 ‘국내 유일 노인 드론축구팀’으로 여러 차례 매스컴을 탄 덕분에 응원해주는 팬들도 생겼다. 경기가 끝나고 관객은 물론 상대 선수단의 응원과 박수갈채를 받노라면, 승패와는 무관하게 성취감과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노년기에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에 더욱 값지다.
이 모든 감정이 유림어스가 도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에는 화순군청이 시행하는 지원 사업에 응모해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따냈다. 이 돈은 화순에 드론축구 정식 경기장을 짓는 데 고스란히 쓰일 예정이다. 지금 사용하는 연습장 크기가 작아 경기할 때 거리감을 잃은 경험이 아쉬움으로 남은 탓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드론축구를 즐기고픈 마음도 한몫했다.
건강한 열정이 옮겨붙은 덕분인지, 화순에선 지난 2월 새로운 선수단이 탄생했다. 40~50대로 구성된 유림어스 2기, ‘화순어벤져스’ 팀이다. 현재 6명이 모인 화순어벤져스와는 매달 셋째 주 월요일에 모여 합동 훈련 겸 대항전을 진행한다. 창단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젊어서 그런지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며 선배들은 내심 부러운 티를 낸다. 그래도 1기가 실력에선 훨씬 앞선다.
유림어스 3기이자 ‘국내 최초 여성 노인 드론축구단’의 탄생도 머지않았다. 유림어스 1기 선수단의 아내들이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작년에 드론축구 장비를 처음 맞출 때, 저희 선수단 모두가 아내 몫의 드론볼까지 미리 사뒀었죠. 3기가 창단되면 브라보에 가장 먼저 연락하겠습니다.” 하 단장과 선수단이 호탕하게 웃었다.
아직 3부 리그에 속한 유림어스의 목표는 2부 리그 승격이다. 물론 갈 길이 멀다. 3부 리그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야만 2부 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사전에 포기란 없다. 유림어스의 드론볼은 새로운 골대를 향해 오늘도 날아오르고 있다.
[TIP] 나도 드론축구 즐기려면?
1 자격 요건 드론축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4종 드론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4종은 250g 이상 2kg 이하의 소형 무인동력비행장치에 대한 면허로, 온라인 교육만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항공교육훈련포털에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무인비행기) 교육을 수강하면 된다.
2 비용 드론볼, 드론 배터리, 충전기, 조종기 등 드론축구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하려면 1인당 약 130만 원이 든다. 드론볼의 경우 필요한 재료를 구매해 직접 조립해야 한다.
3 선수단 창단 및 합류 드론축구단에 소속돼야 드론축구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거주하는 지역의 지회, 지부의 팀에 합류하거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팀을 꾸릴 수도 있다. 경기 출전은 최소 3명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단 구성원도 3명 이상(수비수 2명, 공격수 1명)이어야 한다. 대한드론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 선수단 창단 신청을 하면 된다. 그 외 드론축구를 연습할 수 있는 전국의 드론축구장은 대한드론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