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과 휴가가 시작되는 7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 오페라 ‘텃밭킬러’
일정 7월 3~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남의 집 텃밭에서 훔친 작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그 가족의 우스꽝스럽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애달픈 사연을 담았다. 가족 구성원 캐릭터를 통해 부조리한 자본주의 사회 속 시민들의 현실적인 삶을 투영한다.
◇ 전시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일정 7월 9일~10월 27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이탈리아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과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에서 대여한 287점의 에트루리아 보물들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종교, 제사,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그리스·로마 문명에 영향을 끼친 에트루리아인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다.
◇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일정 7월 10일~8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 손주와 함께 즐길 만한 공연이 시리즈로 마련됐다. 캐나다, 일본 등 국내외 우수 공연단체가 참여해 음악극 ‘아빠닭’, 무용극 ‘댄싱뮤지엄’, 그림자극 ‘루루섬의 비밀’ 등 3개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 축제 '2019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
일정 7월 12~14일 장소 평촌 중앙공원, 평촌CGV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독립·예술영화 대표 영화제로, 축제 기간 42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개막식에서는 ‘별들의 고향’(1974)의 이장호 감독이 공로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더불어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안양시가 선택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특별 상영된다.
◇ 뮤지컬 '맘마미아'
일정 7월 14일~9월 14일 장소 LG아트센터
2004년 국내 초연 이래 15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맘마미아’가 2019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원년 멤버인 최정원, 신영숙, 김영주, 남경주 등을 필두로 박준면, 서만석 등 새로운 얼굴들이 함께 화려한 무대를 장식한다.
◇ 영화 '나랏말싸미'
개봉 7월 24일 출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
훈민정음 창제에 얽힌 세종과 신하들의 갈등과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송강호가 세종 역을 맡아 애민정신이 투철한 임금의 면모와 더불어 그동안 업적에 가려져 있던 ‘인간 세종’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SBS ‘영재발굴단’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반가운 얼굴의 소녀들이 소개됐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의 주인공들이다.
이번 뮤지컬 ‘마틸다’는 쿼드 캐스팅(한 배역에 배우 4명을 캐스팅하는 것)으로 4명의 어린이가 같은 배역을 맡았다. 4명의 배우 중 내가 관람한 회차의 주인공 설가은 양의 체구가 가장 작아 보였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는 내내 어찌나 당찬지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똑 부러지게 연기와 노래를 잘 해냈다. 어떤 평론가가 우스개로 말했듯이 아동학대가 아닐지 우려될 만큼 긴 대사와 노래를 한다.
다섯 살인 마틸다는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을 만큼 독서광이고 천재성을 가졌다. 반면 마틸다의 부모는 매우 천박하고 무식하다. 마틸다를 낳을 당시에도 엄마는 화려하고, 야한 옷차림으로 춤 경연대회에 가야겠다고 하는 등 딸에게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는다. 춤바람 난 엄마와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사업가 아빠는 마틸다를 학대하고 방임한다. 부모는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책을 보지 말고 게으른 오빠처럼 TV를 보라고 윽박지른다. 엄마 역할은 뮤지컬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최정원 배우가 연기했다. 부풀린 머리, 천박하게 느껴지는 말, 옷차림이 잘 어우러져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학교에 간 마틸다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담임인 ‘미스 허니’ 선생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힘이 없고, 겁이 많아 교장 선생에게 꼼짝을 못 한다. ‘미스 트런치불’이라 불리는 교장 선생은 아이들을 몹시 싫어하는 괴팍한 여자다. 아이들을 혐오해서 마틸다를 포함한 학생들을 괴롭힌다. 트런치불 교장 선생의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학교운영으로 친구들과 미스 허니 선생은 공포에 떤다. 그러나 조그마한 여자 어린이인 마틸다는 용감하게 맞서 “옳지 않아!”라고 소리친다. 무대에서 미스 트런치불이 워낙 체구가 크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서 긴가민가했는데 그 역할을 남자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여장을 한 것이었다. 올백의 쪽진 머리를 하고 어깨를 부풀린 투피스, 긴 부츠를 신었는데 그 모습이 참 잘 어울려 재미를 더했다. 아이들이 여러 줄의 긴 그네를 타는 장면은 무대를 벗어나 관객석까지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펼쳐져 신선했다.
뮤지컬 ‘마틸다’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옳지 않은 세상을 향한 재기발랄한 일침이 돋보이는 이 뮤지컬은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커서 가히 어른 동화라 해도 될 만하다. 어른들도 자기주장을 잘하지 못하고 사는데, 아니라고 생각되면 아니라고 외치는 용감한 마틸다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다. 또한, 아이들이 많이 등장해서인지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뮤지컬이다. 등장하는 어린이 배우들을 보니 우리나라 뮤지컬의 장래가 매우 밝겠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지금도 당찬 아이가 불의에 맞서 당당하게 허리에 두 손을 짚고 외치는 카랑카랑한 대사 “옳지 않아!”가 귀에 맴돌고 있다.
가족 나들이하기 좋은 5월, 이달의 추천 전시·공연·행사를 소개한다.
제20회 담양대나무축제
일정 5월 2~7일 장소 죽녹원 및 관방제림 일원
대한민국 대나무 주산지로 알려진 전라남도 담양. 가족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담양을 주목해보자. 이곳에서는 매년 대나무 심는 날(죽취일)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축제를 연다. 바로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담양대나무축제. 6일간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서는 대나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대나무 활쏘기, 대나무 뗏목타기, 대나무 액세서리 만들기, 대나무 부채 만들기 등)이 운영된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일정 5월 3일~10월 28일 장소 디뮤지엄
디뮤지엄이 2018년 첫 전시를 공개한다.
날씨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챕터(‘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로 구성된다. 2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햇살, 눈, 비, 안개, 뇌우와 같은 날씨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으로 재조명했다.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당신의 날씨에 관한 기억을 새로 추억해보자.
레슬러
개봉 5월 9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김대웅 출연 유해진, 나문희, 성동일, 김민재 등
포스터에 한 손에는 금메달을, 다른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든 배우 유해진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꾼으로 변신한 살림 9단이자 아들 바보인 유해진은 영화 ‘레슬러’에서 ‘귀보’ 역할을 맡았다. 그가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유쾌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렸다. 또 나문희, 김민재, 성동일 등 세대를 어우르는 베테랑 연기파 배우들이 만나 호흡을 맞췄다.
얼굴도둑
일정 5월 11일~6월 3일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출연 성여진, 신안진, 주인영, 황선화 등
연극 ‘얼굴도둑’은 개인의 자아와 내면을 비추는 ‘얼굴’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진실한 감정을 놓치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트립 투 스페인
개봉 5월 17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등
열정의 나라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산탄데르에서 말라가까지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며 음식과 인생, 사랑에 대한 수다를 펼치는 미식 여행기다. 영국의 대표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출연해 유쾌한 입담을 보여준다.
시카고
일정 5월 22일~8월 5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출연 최정원, 박칼린, 남경주, 아이비 등
한국에서의 공연은 열네 번째. 최정원, 아이비, 남경주, 박칼린 등이 참여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섹시하고 뜨거운 뮤지컬을 찾고 있다면 농염한 재즈 선율과 관능적인 춤이 매력적인 ‘시카고’를 추천한다.
◇exhibition
다빈치 얼라이브: 천재의 공간
일정 2018년 3월 4일까지 장소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
예술, 과학, 음악,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사적 업적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를 색과 빛, 음향으로 재조명한다. 전시는 ‘르네상스, 다빈치의 세계’, ‘살아있는 다빈치를 만나다’, ‘신비한 미소, 모나리자의 비밀이 열린다’ 등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제1섹션에서는 실물 크기로 재현한 다빈치의 발명품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 베네치아에 보관된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다빈치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나리자’에 관심이 있다면 제3섹션을 확인하자. 세계적 미술 감정 기업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모나리자 원화를 10년간 분석해 밝혀낸 25개의 비밀을 공개한다. 당시의 색감을 그대로 복원해 재현한 진짜 모나리자를 감상해보자.
더 아트 오브 더 브릭
일정 2018년 2월 4일까지 장소 아라아트센터
전시회의 주인공인 네이선 사와야는 세계 최초로 오직 ‘레고’만을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다. 지구본, 전화기 등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부터 인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까지 약 100만 개의 레고를 사용해 제작한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연인(키스)’,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등 유명 예술가들의 대표작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품 관람 이후엔 레고를 활용해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디 아트 오브 더 브릭’전은 세계에서 꼭 봐야 하는 10개의 예술 전시 중 하나로 소개되었으며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book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저·나무생각)
늙은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가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심으며 기적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황량했던 언덕이 생기를 되찾고, 말라버린 하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진정으로 옳다고 믿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언가를 처음 시도하는 사람의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환자 혁명 (조한경 저·에디터)
현직 의사가 기존의 의료 상식에 반기를 들었다. 환자를 향해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저자는 ‘약과 병원에 의존하지 말고 건강 주권을 회복하라’고 주장한다. 성인병 치료의 열쇠는 환자에게 달려 있다며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쉬우면서도 다양한 ‘혁명’을 제시한다.
◇movie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타워즈’ 시리즈가 첫선을 보인 지 40년이 되는 올해 또 하나의 시리즈가 탄생했다. “선과 악의 전쟁, 거대한 운명이 결정된다”는 문구가 눈에 띄는 이번 영화는 비밀의 열쇠를 쥔 ‘레이’를 필두로 ‘핀’, ‘포’ 등 새로운 세대가 중심이 되어 운명을 결정지을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결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는 ‘레아 공주’ 역으로 얼굴을 알린 캐리 피셔가 지난해 작고하기 전 연기한 시리즈로 그의 마지막 ‘레아 공주’를 감상할 수 있다. 전편에서 감독으로 활약한 J.J. 에이브럼스가 제작에 참여하고 향후 시리즈 3부작 연출이 확정된 라이언 존슨이 연출을 맡았다.
개봉 12월 14일 장르 액션, SF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마크 해밀, 캐리 피셔, 아담 드라이버 등
아들에게 가는 길
코다(CODA, 청각장애인의 정상인 아이) 가정의 한 장애인 부부가 아들을 키우면서 겪는 문제를 다룬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시골 할머니 댁에 보내지만 떨어져 지내는 만큼 아이와의 거리도 멀어진다. 진심으로 다가서려 하는 부모와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하는 부모가 답답한 아이.
자식은 어떤 존재이고 부모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묻고 가족 해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 가족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로 2016년 제17회 장애인영화제에서 우수상,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한 최위안 감독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봉 11월 30일 장르 드라마 감독 최위안 출연 김은주, 서성광, 이로운 등
◇stage
빌리 엘리어트
2010년 한국에서 최초로 초연된 뮤지컬 가 7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이 배경이다.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보여준다.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일정 2018년 5월 7일까지 연출 스테판 달드리 출연 천우진, 김갑수, 최정원 등
블라인드
시각을 잃은 후 세상과 단절된 청년 ‘루벤’과 몸과 마음이 상처로 가득한 여자 ‘마리’가 만나 마음으로 서로를 느끼며 교감을 해나가는 사랑 이야기다. 오로지 마음으로만 교감하는 둘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봐야 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장소 수현재씨어터 일정 2018년 2월 4일까지 연출 오세혁 출연 박은석, 이재균, 김정민, 정운선 등
거미여인의 키스
남성 2인극으로, 이념이 다른 두 주인공인 몰리나와 발렌틴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며 다가가는 슬픈 사랑을 연기한다. 몰리나 역은 배우 이명행과 김호영이, 발렌틴 역은 송용진과 김선호가 지난 공연에 이어 재연을 확정했다.
장소 아트원씨어터 2관 일정 2018년 2월 25일까지 연출 문삼화 출연 이명행, 이이림, 김주헌 등
타이타닉
타이타닉 사건이 발생한 지 105년, 브로드웨이 초연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상륙한다. 영화가 이 사건의 비극적인 사랑에 집중했다면 영화보다 앞서 제작된 뮤지컬 은 배가 항해하는 5일 동안의 사건과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장소 샤롯데씨어터 일정 2018년 2월 11일까지 연출 에릭 셰퍼 출연 김용수 왕시명 이상욱 등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재미있는 연극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이 이다. 팸플릿을 보니 네 명의 남녀주인공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담겨있는 신나는 블랙코미디인 것 같은데 왜 제목이 '대학살의 신'일까? 궁금했다.
궁금증은 연극이 끝나고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대학살의 신’ 이라면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도 떠오르고 무서운 이미지가 생각난다.
이 연극은 고상한 척 우아해 보이려고 애쓰는 중산층 두 부부의 이야기로 대학살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지만 실은 그들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자아가 튀어나오니 대학살의 현장처럼 아수라장이 된다는 의미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는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우선은 주인공이 유명한 탤런트와 뮤지컬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대한, 민국, 만세, 세쌍둥이 아빠인 송일국 씨와 그동안 보아 온 많은 뮤지컬에서 멋진 노래와 연기를 보여주었던 남경주 씨, 최정원 씨, 이지하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뮤지컬이 아닌 연극에서 호흡을 맞추어 연기한다니 매우 흥미롭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예술의 전당 소극장은 아담한 크기에 경사도가 있어 앞사람에 가려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아도 무대가 잘 보여서 다행이었다.
대부분 소극장이 좁은 좌석에 높낮이가 크지 않아 앞쪽에 요즘같이 늘씬하거나 건장한 젊은이라도 앉으면 머리에 가려 연극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날의 좌석은 무대와 매우 가까운 곳으로 손만 뻗으면 주인공과 악수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TV에서만 보았던 송일국 씨는 매우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관객에게 다가왔고 뮤지컬 배우인 남경주 씨와 최정원 씨, 이지하 씨는 어쩌면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는지 그들의 몸짓과 대사 한마디에 관객은 즐거운 폭소를 터뜨렸다.
2009년에 토니상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상 최우수 코미디 상을 받은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인 야스미나 레자의 고품격 코미디이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건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가 보다.
이 연극도 두 아이가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를 두 개나 부러뜨린 사건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가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피해자의 부모인 미셀과 베로니끄가 가해자의 부모인 알렝과 아네뜨를 집에 초대한다.
생활용품을 파는 직업을 가진 미셀 부부는 상대방이 변호사이므로 기죽지 않으려고 허세를 부리는데 평소 장식하지 않던 튤립 꽃을 한 아름 사다가 집안을 장식하고 고상한 척 대화를 해 나간다.
교양과 매너를 갖춘 듯한 가해자 부모인 변호사 부부는 실은 속물 변호사로 아들의 일엔 관심 없고 돈 되는 변호만 쫓는 남편과 그를 혐오하는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을 가식으로 펼치는 이중인격 아내이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속마음을 감추고 예의 바른 척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피해 아이의 엄마는 가해 아이의 못된 점을 피력하며 반성과 직접적인 사과를 원하고 가해 아이의 엄마는 놀다가 생긴 일인데 자기 아이가 뭐 그리 잘못했나 라는 속마음을 숨기고 있다.
그러니 대화가 겉돌고 결국은 가해 아이 엄마가 남의 집에서 구토를 하고 이에 고상한 척하던 집주인은 감정이 폭발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어느 사이에 각자의 부부가 평소의 불만을 터뜨리는 등 서로를 공격하며 대학살의 현장에 못지않은 상황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다.
송일국 씨의 무난한 연기도 좋았고 뮤지컬에서만 보았던 남경주 씨, 최정원 씨, 이지하 씨의 온몸을 던지며 보여준 연기도 매력적이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어 위선과 가식으로 뒤범벅된 인간의 민낯을 까발린 고품격 코미디 한 편이 관객을 즐겁게 하고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게 가슴을 쳤다.
중간 휴식시간 없이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이 연극은 열정적인 배우들의 연기에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연극 배우 윤석화가 데뷔한 해는 1975년. 그 이후 4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의 존재가 갖는 힘은 특별하다. 이제 그 이름에는 한국 연극을 상징하는 묵직한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갈비뼈 골절이라는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휠체어 투혼으로 9일간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선사한 윤석화는 몸이 회복되자마자 올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첫 번째 공식 공연 일정을 결정했다. 그것은 그녀가 올해로 일곱 번째로 진행하는 특별한 콘서트, 바로 격년으로 여는 입양 위한 자선콘서트다.
탄자니아 아동들과 결연을 맺는 등 평소 입양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윤석화는 국내 입양기관과 미혼모 자립을 위한 자선콘서트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2003년 부터 윤석화는 자선콘서트를 기획해 14년 동안 격년으로 7회째 콘서트를 열게 됐다.
그리고 자선콘서트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을 동방사회복지회와 애란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는 올해는 ‘만남’을 주제로 자선 바자회와 함께 특별한 친구들과 함께 꾸미는 토크 콘서트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6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개최한다.
나눔의 가치를 위해 최고의 게스트와 스탭들이 뭉치다
이미 지난 여섯 번의 콘서트에서는 이영애, 박정자, 이문세, 황정민, 이병우, 김광민, 한젬마 등 윤석화가 꿈꾸는 따뜻한 내일을 지지하는 많은 대가들과 친구들이 함께 자리하여 공연을 빛냈다. 이번 일곱 번째 공연에서 나올 게스트들 또한 그 면면이 호사롭다. 윤석화의 영원한 무대 동반자이자 선배인 연극계 대모 박정자, 서울예대 연극과 교수이자 배우 박상원, 한국 뮤지컬 1세대의 상징인 디바 최정원과 전수경, 진정성 있는 연기로 사랑 받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일국, 장르를 초월한 팔방미남 배우 이종혁과 박건형, 강력한 연기 내공의 씬스틸러 배해선,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 겸 뮤지컬 디바 바다, 여심을 녹이는 매력적인 보이스의 뮤지컬 배우 카이와 팜므파탈 뮤지컬 배우 윤공주, 뜨거운 화제를 모은 JTBC 에서 우승을 거머쥔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인 테너 김현수 등이 출연한다.
이 화려한 게스트들은 올해 테마인 ‘만남’ 타이틀에 걸맞게 각 회 차마다 커플을 지어 등장할 예정이다. 박건형-바다, 박정자-박상원, 배해선-김현수, 최정원-송일국, 전수경-이종혁, 카이-윤공주 등 6일 동안 신선하고 즐거운 ‘만남’을 보여주는 무대를 꾸미고자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이번 공연은 단순히 무대 위의 콘서트뿐만이 아니라 공연이 이뤄지는 설치극장 정미소의 내외부에서 미술 전시와 함께 이뤄진다. 공연과 함께 진행되는 전시는 대한민국 1세대 스타 CF감독이자 연극배우 박정자의 남편인 이지송 감독이 총괄하며, 창작집단 ‘51%’ 소속 신진 작가들이 8일 동안 진행되는 공연과 함께 다양한 장르와 형태의 미술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자선 콘서트의 틀을 깬, 그야말로 국내 최고 수준의 스탭과 게스트들이 콜라보하는 다층적인 감각의 종합 예술이 펼쳐질 예정이며 이러한 감각적인 기획은 윤석화가 가진 문화적 저변의 너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나눔은 실천을 통해야만 살아날 수 있는 단어다. 윤석화는 자신의 경력이 쌓은 무게감에 걸맞는 실천을 통해 그 단어의 가치에 뜨거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문화 예술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자선콘서트 의 날짜별 게스트 라인업과 티켓 오픈은 5월 23일 화요일 오후 2시 인터파크를 통해 진행된다.
뜨거운 호평 속에 지난 2월 막을 내린 뮤지컬 이 더욱 화려한 무대와 출연진으로 다시 돌아왔다. 국내 첫 라이선스 공연부터 앙코르 무대까지 수장을 맡은 한진섭 연출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초연 무대 연출 계기는?
작년 초 처음 SMG의 박영석 대표가 음악을 들려줬다. 바로 가슴이 뛰었다. 어린 시절 듣고 좋아했던 닐 세다카의 음악들로 만든 뮤지컬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됐다. 꿈 많던 젊은 시절의 뜨거운 에너지가 삽시간에 되살아나 몸과 마음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작업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감흥을 나와 비슷한 시절을 보낸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아주 강렬하게! 또 젊은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어쩌면 단순하고 더딘, 답답한 템포의 시기였지만 느린 만큼 낭만적이고 진솔했던 그때를 이해하고 즐겨보기를, 그래서 세대 간 소통해 보길 권하고 싶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이 작품은 ‘거창한’ 작품이다. 거의 창작한 작품이란 얘기다. 라이선스로서 이 작품을 처음 대했지만 거의 90% 창작했다 할 수 있다. 국내연출을 경험했던지라 주크박스 뮤지컬을 다시 만들 기회가 생긴 것이 무척 소중했다. 곡은 외국에서 왔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우리의 정서'를 담고 싶었다. 제작진, 크리에이티브 팀 모두가 뜻이 같았다. 한마음이 되었고 를 대적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노력했다. 우린 진정 이 작품이 세대를 아우르는, 모두 소통하는 가족극이 되길 희망했다.
뜨거운 호평 속에서 앙코르 공연을 올리게 된 소감, 앙코르 공연에서 보완한 부분
큰 사랑과 호응을 얻어 감사할 따름이다. 앙코르 땐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 기회가 금방 찾아왔고, 부담감보다는 설렘으로 작업했다.
첫째, 드라마의 개연성과 풍요로움을 위해 몇몇 캐스트의 대사와 곡을 추가했다. 둘째, 디자인 면에선 쇼 장면 조명을 더 화려하게 연출했다. 음악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음향 디자인을 새단장했다. 안무와 쇼 의상도 더 화려하게 보충했다.
초연에선 ‘게이브’ 역에 대한 소개가 2막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다소 갑작스럽기도 하고 부족한 면이 있어서 1막에 자기소개 개념의 경쾌한 곡을 앙상블의 춤과 함께 추가했다. 또, ‘마지’와 결혼하기로 했다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결심한 ‘레오나드’의 속마음을 ‘허비’와의 대화를 통해 설명하는 장면도 넣었다. 더불어 극적인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1막 끝에 마지와 레오나드의 분명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과, 2막 후반부의 ‘오! 캐롤’ 넘버 때의 반전 장면을 조명과 음악을 통해 보충했다.
남경주, 서범석, 전수경 최정원, 김선경 등 중견 배우들과의 호흡은?
20~30여 년을 함께 호흡해왔다.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아 연습 중 오가는 깊이 있는 대화 덕분에 작품이 풍성해졌다. 내가 자칫 놓치는 주관적 대목도 그들의 예리한 지적으로 객관적일 수 있었다.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튼튼한 골격은 이미 세워졌다. 한마디로 화려한 시너지의 잔치였다.
중장년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또는 음악이 있다면?
귀에 익은 노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One Way Ticket To The Blues’가 그랬고, 에스더를 향한 허비의 사랑고백 노래였던 ‘You Mean Everything To Me’가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작품 제목으로 사용 된 ‘Oh! Carol’을 신나게 따라 부르며 모두들 좋아했다. 한편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King Of Clowns’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마 극에 몰두한 상태에서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어 감동적이었으리라 판단한다.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초연이 시작 될 무렵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세태가 혼란스럽다. 그다지 경쾌한 뉴스가 없다. 화려함이 아닌 담백한 음식을 차려놓고 따뜻한 방에서 가족끼리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길 바라는,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노력한 중장년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그들이 행복하고 즐거우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의 가족과 그들이 속한 사회가 평안하면 좋겠다. 우린 ‘모두가 행복해지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했기에.
△한진섭 연출가
뮤지컬 , , , , , 외 다수 연출. 제6회·11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 등 수상.
△ 뮤지컬 디큐브아트센터, 일정 5월 7일까지
뮤지컬 애호가가 아니라도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제목은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된 후 5,000회 이상의 장기 공연, 토니상 9개 부문 수상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기념비적 뮤지컬로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고 우리나라도 1996년 초연 이래 2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에 국내 초연 20주년을 기념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로열석의 티켓이 생겨서 친구와 보러 가기로 했다.
먼저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생각하면 현란하고 숨 가쁘게 펼쳐지는 탭댄스가 그려진다.
수십 명의 무희들이 일사분란하게 타닥타닥 타다닥하며 굴러대는 발소리는 참으로 유쾌하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어서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공연 날을 기다렸다.
무대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이었는데 가보니 공연장이 필자 맘에 딱 들었다.
항상 공연을 가게 되면 좌석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소극장도 그렇지만 세종문화회관이나 큰 규모의 공연장도 앞자리 사람의 머리에 무대가 가려져 이쪽저쪽 사이로 관람하느라 신경 쓰인 적이 많았는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아도 좌석의 경사가 커서 앞사람에 가려 공연 보는 게 힘들 염려는 전혀 없었다.
모자를 즐겨 쓰는 필자는 연극이나 영화관에 가면 뒷사람에게 영화가 시작되면 모자를 벗을 테니 안심하라고 미리 말해 준다. 앞자리 사람의 머리와 모자 때문에 화면이나 무대가 가려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배려를 안 할 수가 없다.
토월극장에서는 필자와 필자친구 모두 모자를 벗지 않고 관람할 수 있어 좋다고 웃었다.
역시 뮤지컬의 시작은 막을 반쯤만 걷고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수십 명의 다리로만 연기하는 탭댄스였다.
야망과 능력이 출중한 연출자, 이미 한 물 갔는데도 거만한 여주인공, 그 여주인공의 복잡한 남자관계, 청순 발랄한 새내기의 출현, 삼각관계와 오해, 여주인공의 발목 부상으로 공연이 중지될 위기, 이로 인해 예상치 않게 행운을 잡아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새내기 등 뻔한 내용이지만 익숙한 음악과 경쾌한 춤이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다이내믹한 탭댄스,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로 펼쳐지는 브로드웨이42번가에 이번엔 탤런트 송일국 씨와 이종혁씨가 더블 캐스팅 되었다. 여주인공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 씨와 최정원 씨다.
오늘 무대엔 송일국 씨와 김선경 씨가 열연을 펼쳤다. 송일국 씨도 노래를 두 세곡 했는데 역시 전문 뮤지컬 배우와는 많이 달랐지만 연기를 잘하니 보기에 괜찮았다.
송일국 씨는 ‘줄리안 마쉬‘라는 뮤지컬 연출자로 분했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자 줄리안에게 ‘프리티 레이디’라는 작품은 꼭 성공시켜야 할 중요한 공연이다.
그는 여주인공으로 도로시를 캐스팅하면 1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장난감회사 사장 에브너의 제안에 이제는 한물간 여배우인 도로시를 주인공으로 정한다.
자신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고 자만한 그녀는 거만하기만 하다.
브로드웨이 댄서가 되려고 시골에서 상경한 페기는 두려움에 주춤거리다 오디션 기회를 놓치지만 그녀의 춤을 본 안무가가 재능을 발견하고 코러스로 채용한다.
‘프리티 레이디’ 연습중 주인공 도로시가 넘어져 부상을 당하고 도로시의 부상이 페기 때문이라고 오해한 줄리안은 그를 해고시킨다.
실망한 페기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기차역에 가는데 도로시 역할을 대신할 사람은 페기뿐이라는 단원들과 뒤늦게 오해를 푼 줄리안이 설득에 나서 공연은 무대에 올려 질 수 있게 된다는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계속되는 무더위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신나고 즐거운 음악과 춤을 감상하며 다 사라진 듯하다.
어쩌면 주연 조연 모두 탭댄스와 연기를 그리도 잘 하는지 그들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아직도 수십 명이 똑같이 맞춰 발을 구르던 탭댄스의 타닥타닥 경쾌한 리듬이 귓가에 맴돌고 있다.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어 만든 뮤지컬 .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 무대를 올린 후 미국, 독일, 프랑스 등 49개 프로덕션, 440개 주요 도시에서 6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만났다. 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 이후 1200회 공연,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중년 여성들의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2004년 조연출을 시작으로 12년 동안 해오며, 이번 공연의 국내 협력 연출을 맡은 이재은 연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맘마미아 연출을 맡게 된 계기
2004년부터 조연출을 시작으로 12년 동안 해온 작품이에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연출을 맡게 됐죠. 즐겁고 신나는 무대 연출로 주목받아온 뮤지컬이지만, 이번에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지금까지의 공연과 비교한다면?
국내 뮤지컬 중에 중·장년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고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작품이 드물죠. 배우 최정원(도나 역)·이경미(로지 역)·성기윤(샘 역)씨 같은 경우에는 2004년 공연에는 30대였지만, 이번 공연에는 실제 맡은 배역과 가까운 연령대가 됐어요. 그러면서 역할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지고 풍부한 감정을 연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탄탄하게 작품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배우들과 12년 동안 함께 해온 제작팀의 내공이 더해졌으니 가장 완성도 높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이번 공연의 강점이라 생각해요.
중년 배우들의 열정을 확인하는 순간
연륜이 있는 배우일수록 열정이 훨씬 높다고 생각해요. 다른 뮤지컬에 비해 중·장년 배우가 많은 편인데, 젊은 친구들과는 다른 열의를 느낄 수 있어요. 단순히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의 패기 이런 것과는 다른 노련미가 느껴지죠. 실제로도 공연을 위해 준비도 많이 하고요.
중·장년 관객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장면
1막에 타냐와 로지가 도나의 침실에 마주앉아 “우리도 젊었었지. 그때는 그랬었지”하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주인공들의 대화처럼 중·장년 관객도 저마다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잖아요. 함께 끄덕끄덕하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2막에는 엄마가 시집가는 딸을 위해 드레스를 입혀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도 엄마와 딸들에겐 인상 깊죠. 그 외에도 도나(엄마)와 소피(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모녀가 함께 보면 가슴 뭉클한 장면이 많아요.
아바(ABBA)의 음악으로 채우는 작품, 가장 반응이 뜨거운 노래는?
단연 ‘The winner takes it all’이 아닐까 생각해요. 2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난 도나가 “너를 보고 엄청나게 설레었지만, 그동안 난 정말 괜찮았어. 괜찮았어. 괜찮았어…”라고 해가며 참고 참다가 결국 “그런데 있잖아. 나 너무 힘들었어”라며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죠. 애써 감정을 숨기는 도나의 모습이 안타깝고 슬퍼요. 그런 감정선을 따라가다가 도나의 노래를 들으면 감동은 배가되죠. 실제로도 많은 관객이 꼽는 명장면이기도 하고요.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는지
모녀가 와도 좋고, 친구끼리 와도 좋지만 특히 갱년기를 겪는 어머니들이 오셨으면 해요. 도나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지금도 늦지 않았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나이야. 나도 이렇게 나이 들었지만 좀 더 젊게 살아볼까? 새로운 것을 시작할까?”하는 자신감을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첫사랑이 생각날지도 모르겠어요.
공연 뮤지컬
일정 6월 4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폴 게링턴/국내 협력 연출 이재은
출연 최정원, 신영숙, 전수경, 이경미, 홍지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