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어디서 보낼 것인가. 죽기 전까지 어디서 살 것인가는 시니어의 마음 한쪽을 무겁게 만드는,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주제다. 특히 치매나 중풍 같은 질환으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면 더욱 문제다. 한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인보호)시설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설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일반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후를 맡길,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없는 것일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새 연재는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첫 번째 주자가 된 플로렌스 너싱홈의 문을 두드렸다.
자유로를 따라 파주시 탄현면을 찾아 달린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러 두 번이나 왕복한 길이다. 웬만해선 붐비지 않는 그 길을 따라 서울에서 30분 정도 달려가면 ‘대동리’라 쓰인 출구가 나온다. 달랑 대동리라고만 쓰인 표지판이 다소 생경하다. 거기서부터 중앙선도 없는 국도를 5분 정도 달리면 드디어 플로렌스 너싱홈이 나타난다.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설계된 구조
요양원을 둘러보니 구조가 독특하다. 병실과 식당, 공용시설 등 용도별로 구분되어 있는 병원과는 다르게 어느 곳을 봐도 거실 모양을 한 공간이 눈에 띈다. 사방이 비슷한 풍경이다. 이예선 원장은 유니트(Unit) 단위로 조성된 설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외 너싱홈도 이렇게 유니트 개념을 도입한 곳이 많아요. 1개 유니트에 11~12명 정도가 머무는데요, 어르신들의 침실과 함께 거실과 화장실, 목욕탕이 세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작은 한 집에서 소수의 어르신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며 거주하게 되는 것이고, 이런 작은 집 여러 개를 합친 전체 시설을 운영하는 개념이죠.”
단일 유니트에는 전담 요양보호사들이 배치돼 함께 생활하고, 각 유니트는 성별이나 질환 종류, 개인별 성향 등이 고려돼 환자들이 배정된다.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장기요양보험 4~5등급 정도의 가벼운 치매 환자들은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할 수 있을 만큼 일상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플로렌스 너싱홈의 정원은 총 49명. 2015년 증축 결과 설치 허가 면적 기준으로만 계산하면 56명까지 인가가 가능했지만, 동선이나 생활의 편의성 등을 위해 정원을 축소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삶의 끝이 아닌 연장으로
플로렌스 너싱홈이 지향하는 환자들의 생활은 ‘그동안 살아온 삶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정의된다. 각자 인생을 살면서 갖게 된 기호나 취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개개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자녀에게도 숨겨온 ‘까막눈’을 고치고 싶어 하는 환자에게는 글쓰기나 산수 숙제를 내어주기도 하고, 마비된 모습을 남에게 숨기고 싶은 어르신에겐 태블릿 PC를 통해 침실에서 할 수 있는 전래동화 보기 같은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평생 가사를 해온 사람이 많기에 요리 재료를 다듬고 있으면 잔소리하는 어르신도 많다. “예전 기억이 되살아나 손질법을 알려주시기도 한다”고 전담 영양사는 웃으며 얘기한다. 매번 어르신들의 손을 빌리면 노동으로 비춰질 수 있어 계절별로 날짜를 잡아 실컷 만져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장 속을 버무리거나, 잔뜩 받아온 콩을 다 같이 둘러앉아 손질하는 식이다.
이외에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수시로 운영된다. 실버체조나 레크리에이션이 운영되기도 하고 분기별로는 가까운 관광지에 나들이를 가거나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종교 역시 ‘살아온 삶’의 범주에 들어간다. 인근 종교 시설에서 찾아와 어르신들을 위한 예배나 미사를 시설 내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또 주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찾아오는 봉사활동도 플로렌스 너싱홈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다. 관계자는 “지나친 포교 목적이 아니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한다.
환자 건강 위해 농장도 운영
음식은 환자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변화가 많지 않은 생활이다 보니, 식사가 오락 중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플로렌스 너싱홈이 자랑하는 부분 중 하나가 여기 있다. 바로 식재료에 관한 것. 플로렌스 너싱홈은 신선한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 자체 농장을 마련했다. 원하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는 식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가 많다 보니, 주변 농가에서 농작물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뽑아가라”는 농민들도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음식을 만들고 나서 대접하는 데도 원칙이 있다. 반드시 어떤 음식을 드시고 있는지 원형을 보여드리고 그 자리에서 먹기 좋게 요양보호사가 잘라주며 식사를 돕는다.
“예전에 어떤 곳에서 아예 음식을 모두 갈아 내오는 경우를 봤어요. 아무리 환자에게 유동식이 좋다지만 섭식이 가능한 어르신들에게는 어떤 음식을 드시고 계시는지, 무슨 맛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리한 그대로의 음식을을 식탁에 올립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명지병원과 촉탁계약을 맺고, 물리치료실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물리치료실 방문을 나들이 삼아 즐기는 어르신들에게는 단골 놀이 장소다.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는 물리치료사가 직접 찾아간다. 이러한 맞춤형 환자 관리는 운영 전반에 적용된다. 이곳에서 요양보호사들과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모두가 매일 아침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효과가 좋았던 방법들도 공유한다.
이런 운영 방식에 대해 이 원장은 “1000명의 어르신이 계시면 1000가지의 방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불편함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이나 여러 증상에 대한 대응은 환자마다의 특징이나 삶의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풀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회를 하시거나 용변을 만지거나 소변 냄새가 심한 분은 모두 원인이 있어요. 배회와 용변을 만지는 원인을 찾아내야 해요. 소변 냄새로 수분섭취량을 감지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이 원장은 환자 가족들을 위한 조언으로 “그래도 가족만 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가능하면 자주 면회 오시는 것이 좋아요.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대부분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서 견디다 오시잖아요. 어쩔 수 없이 맡기셨다 해도, 엄마 표정이 편해졌다, 건강해졌다는 말 해주실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
요양병원과 요양원 뭐가 다를까?
법적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완전히 다른 개념의 기관이다. 따르는 법도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을,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을 따른다. 적용보험도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구분돼 재원도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료인이 설립하고 상주해야 하는 반면, 요양원은 의료인이 아니어도 설립 가능하다. 요양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대상은 만성질환자 혹은 회복이 필요한 대상으로, 치매 등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원과 구분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이런 시설의 주요 수요자인 치매 환자의 경우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조건을 모두 충족해, 양쪽 중 선택해 갈 수 있다. 현장에서 “결국 가족이 기관을 선택하는 조건은 가격과 입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요양병원은 보험으로 식비 지원이 되지만 간병비 부담이 큰 반면, 요양원은 요양비를 80~90% 보험으로 지원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월 비용은 요양병원이 다소 높다. 요양원마다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은 대부분 식비와 비급여 항목 때문이다.
이예선 원장의 요양원 선택법 "부모님 모실 때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치매실태조사를 위해 전국의 요양병원, 요양원을 다녀본 이예선 원장의 요양원 선택법은 두 가지.
1 직원의 표정을 살펴라 안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직원을 살펴보면 그 기관의 분위기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너무 조용하거나 딱딱하면 사무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다.
2 냄새를 맡아보자 청결 기준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냄새로 확인하는 것이 확실하다. 악취가 나지 않으려면 청소도 자주 해야 하고 환기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역한 냄새 없이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청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뜻.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이른 나이에 아내와 사별한 A 씨(67). 그는 요즘 새로운 동반자가 생겨 일상이 외롭지 않다. 동반자의 이름은 ‘그녀’. A 씨는 오늘 아침도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날씨를 물어본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A 씨는 그녀로부터 오늘의 뉴스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다. 식사 후 약 복용도 그녀가 챙겨주는 덕분에 깜빡할 일이 없다. 외출에서 돌아온 A 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도 그녀다. 저녁엔 책을 읽어주고 대화도 나눠준다. A 씨는 이제 남은 인생을 수명이 40년인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아내와 사별하고 로봇과 일상을 함께하는 A 씨의 사례다. 그동안 로봇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차가운 금속, ‘로보트 태권V’ 같은 추억 속의 만화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로봇이 최근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왔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은 주로 제조업에서 물리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서비스 로봇’은 청소에서 간병까지 일상에서 쉽게 활용된다. 과거에는 산업용 로봇이 로봇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서비스 로봇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사람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소셜 로봇’
특히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시니어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소셜 로봇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셜 로봇’은 인간과 대화도 나누고 교감하는 감성 로봇이다. 지능형 로봇이라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데다 모습이나 체형도 사람 또는 동물과 비슷하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일하던 로봇이 어떻게 인간과 감정을 소통하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일까. 그 중심에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등이 있다. 특히 소셜 로봇의 경우 이러한 신기술을 융합한 음성 인식과 감정 표현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로봇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경험치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면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고령화사회는 소셜 로봇의 등장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2017년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화로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고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간병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혼자 사는 인구도 증가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유럽과 일본 등은 일찌감치 다양한 케어 로봇을 개발해왔다. ‘케어 로봇’은 쉽게 설명하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로봇이다.
중소기업청의 로봇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케어 로봇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체 지원 로봇’이 대표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이동하거나 목욕할 때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생활 지원 로봇’이 있다. 생활 패턴을 파악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정보를 검색해주거나 물건을 찾아주는 일 등이다. 마지막으로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정서 지원 로봇’이 있다.
로봇으로 레크리에이션에 치매 예방까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일본 정부는 고령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의료와 간병 수요가 급증하자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간호 인력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는 38만 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소셜 로봇으로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 소셜 로봇인 페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15년 출시했다. 키가 120cm로 작지만, 인간과 모습이 비슷하며 감정도 공유한다. 또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통해 지능이 업그레이드된다.
페퍼는 하나의 커다란 스마트폰처럼 목적에 맞는 다양한 페퍼용 앱을 설치해 사용한다. 소프트뱅크는 로봇도 애플의 앱 스토어처럼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퍼는 요양시설에서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하고 노인들의 말벗 역할도 거뜬하게 수행한다. 또 체성분과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카운슬러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소프트는 페퍼의 대항마로 40cm짜리 케어 로봇 ‘팔로(Parlo)’를 출시했다. 팔로에 내장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요양시설 등에서 혼자 30분간 체조를 진행할 정도로 실무형 로봇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한편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어 로봇으로 ‘파로(Paro)’가 있다. 파로는 일본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간호용 로봇이다. 귀여운 모습의 파로는 인조 항균 섬유로 덮인 피부에 센서가 있어 손으로 만지면 반응하고, 간단한 단어도 이해한다. 연구 결과 파로는 심리치료는 물론 치매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FDA로부터 신경치료용 의료기기로 승인받기도 했다.
장·단점 꼼꼼히 파악해야
일본 정부는 요양시설에서 사용하는 로봇 구입 자금을 보조해왔다. 20만 엔(약 190만 원) 이상의 로봇을 구입하면 전액을 지원하고, 1개 시설당 총 300만 엔(약 2890만 원)까지 한도를 두고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더 나아가 2018년부터는 간병 로봇에 개호보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호보험은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보험을 말한다. 간병 로봇에 보험이 적용되면, 이용료의 80~90%를 보조받을 수 있어 간병 로봇 시장은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일본 간병 로봇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16%나 성장한 34억 엔(약 328억 원)에 이른다.
반면 산업용 로봇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서비스용 로봇 개발이 유럽, 일본에 많이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고령화로 로봇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현재 상용화한 대표 로봇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치매 예방 로봇 ‘실벗(Silbot)’이다. 현재 노인복지관, 치매지원센터에서 인지게임을 통해 치매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적인 느낌 때문에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로봇이 인간에게 주는 장점도 많다. 로봇이 간병 업무를 보조하면 간병인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로봇은 24시간 근무가 가능해서 위급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기 쉽다. 게다가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현재 케어 로봇은 보행을 보조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배설 문제에 도움을 주고,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시켜주는 등 세분화된 실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모바일 트렌드를 교체할 다음 패러다임이 ‘로봇’이라는 예측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일상에서 필수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로봇이 간호를 한다는 비판에 “기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로봇 중 어느 것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고령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1994년 11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습니다. 앞으로 나는 나의 친구, 내 가족을 몰라볼지도 모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인생의 황혼(黃昏)으로 가는 여행을 떠난다”는 말과 함께 10여 년간 치매와 싸우다 2004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옆을 지켰던 부인 낸시 레이건은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천천히 분해되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괴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병이 깊어졌을 때 레이건 대통령은 낸시 여사를 알아보지 못했고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며칠 전 필자는 초등학교 가을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열두 살 꼬맹이였던 친구들은 60대 환갑이 넘은 초로의 모습이었다. 주름진 얼굴, 서릿발 내린 흰머리 등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웃고 떠들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부모님 안부로 이어졌다. 우리 나이가 육십이 넘었으니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도 많고 살아 계신다 해도 90세 전후라서 어르신들 건강이 좋지 않다. 집에서 치매로 고생하시거나 요양원에 계신 분도 꽤 있다.
자연스러운 치매 얘기에 경험담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치매 환자가 있으면 가족은 비상이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주방에 가스레인지를 켜놓는 등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치매 치료제는 없고 지연시키는 약만 있으나 그 효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최선책은 조기진단과 예방법 실천이다. 알려져 있는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햇볕을 많이 쬔다.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D 섭취량을 높인다. 둘째, 오메가-3가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다. 셋째, 숫자나 퍼즐 게임, 낱말 맞히기, 산·강 이름 암기 등 두뇌를 쓰는 게임을 한다. 넷째, 당분 섭취를 줄인다. 다섯째, 잠을 7시간 이상 충분히 잔다. 여섯째, 항산화제가 풍부한 커피를 하루 3~5잔 마신다. 일곱째, 스트레스를 낮추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명상을 생활화한다. 끝으로 취미, 모임 등에 자주 나가 사회활동을 한다.
이미 치매가 시작되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등급 판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구체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내용에는 방문 간호, 주간 보호, 단기 보호, 복지 용구 지원 등이 있다. 경증 환자를 위한 주간 보호 시설도 어린이집처럼 운영된다. 중증 환자는 24시간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요양원 입주가 가능하다. 현재 중증 환자의 경우 본인 부담금이 20%인데 ‘치매 국가 책임제’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10%만 부담하면 된다.
필자의 장모님도 등급을 받아 주간 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요양원이 싫은 사람은 간병인을 구하면 되지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요양원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각종 프로그램과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어 집에서 갇혀 있거나 누워만 있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치매는 본인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도 환자로 만드는 가족병이라 한다. 평소 예방법 등을 실천해 치매가 오지 않도록 하고, 주기적인 검진으로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고, 치매 관련 제도를 활용해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야 한다. 또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환자가 한 생애를 끝내고 황혼 여행을 잘 떠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돌봐야 한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65세 아들이 10년째 치매에 걸린 92세 노모를 위해 매일 밥상을 차리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요즘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벅차고 힘들다. 하지만 젊고 건강했던 엄마가 늘 하시는 말씀처럼 ‘자물쇠가 있으면 반드시 열쇠가 있는 법’이니 힘든 면만 보지 말고 열쇠를 찾아보려 한다. 친구 몇 놈처럼 퇴직하고 ‘삼식이’ 소리나 들어가며 살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삼시 세끼 요리사가 되었다. 덕분에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되었고, 이렇게 책도 내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책을 읽는 동안 필자는 7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어머니와 지낸 60여 년의 긴 세월이 매일 그립지만 마지막 5년만큼은 떠올리기가 싫다. 애처로운 기억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대전으로 근무지 발령이 나서 주중엔 대전에서 지내고 주말엔 어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오곤 했다. 그렇게 주말 모녀로 몇 년을 살았다. 그런데 집에서 혼자 지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한동안 불면의 밤을 보내셨고 급기야는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치매 초기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기 전에는 조선족 아주머니를 간병인으로 채용해 하루 24시간 케어도 해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점점 더 안 좋아지셨다. 여전히 잠도 잘 못 주무시고 식사량도 갈수록 줄었다. 아주 오래된 일은 기억하지만 며칠 전 일과 몇 시간 전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치매 증상도 심해져갔다. 결국 죽전의 한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2~3일에 한 번씩 침대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면 어머니는 늘 “조심해라, 조심해” 하시며 한마디를 잊지 않으셨다. “뭘 조심해요?”라고 물으면 “모든 걸 다 조심해야지” 하셨다. 그 나지막한 목소리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정상적일 때나 치매를 앓으실 때나 어머니는 그저 자식 걱정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상하시고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주저함이 없었던 어머니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치매 환자가 되시다니…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가누기가 힘들다.
이별 앞에서는 누구나 다 아쉬움뿐이겠지만 세상 떠나기 전 몇 년간 우울증과 치매로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해드리지 못했던 것이 회한으로 남았다. 건강에 좋지 않은데 하루 종일 TV만 본다며 퉁명스럽게 말했던 일, 도우미 아주머니 옷주머니에 시도 때도 없이 만원짜릴 집어넣어주시던 어머니를 눈 부릅뜨고 힐책했던 일, 혼자 미장원에 갔다가 길 잃고 헤매다 늦게 귀가한 어머니를 큰 소리로 야단쳤던 일, 병문안 오신 외삼촌 얼굴도 못 알아보시는 어머니에게 툴툴거렸던 일 등등.
치매 환자로 누워 있어도 어머니가 곁에 있을 때는 든든했다. 오늘도 필자는 혼자 쓸쓸히 저녁밥을 먹는다. 의 저자처럼 하루 세끼 함께 밥 먹어주던 어머니가 필자에게도 있었음을 기억하며….
치매는 외상이나 암, 사고처럼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밤손님처럼 슬그머니 온다. 치매환자가 자신의 치매를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막상 자신의 병을 알 때가 되면 인지능력이 사라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건강할 때 치매에 대비하여야 한다.
어머니는 환갑이 지난 다음 해 큰 사고로 전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식물인간’ 막내딸의 곁을 꼼짝하지 않고 지키며 20년 동안 간병에 매달렸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었다. 어머니는 점차 환자가 되었다. 결국 체력이 소진되어 고관절이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하였다. “수술하지 않으면 고관절이 괴사한다”는 진단 결과였다.
수술을 마치고 퇴원하자 걱정대로 치매가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왔다. 치매환자는 그 증상이 여러 가지다. 어머니는 야간 발작이 심하고 움직임이 불가능하였다. 가족회의를 한 뒤 노인요양원에 어머님을 모셨다. 매주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치매환자에게는 ‘삶과 죽음, 꿈의 경계가 없다’고 느껴졌다. 어머님의 의식이 조금 돌아왔을 때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기억력은 가까운 일부터 천천히 상실되었다. 문병 올 때마다 좋아했던 증손들을 먼저 잊고 손자, 며느리, 사위를 차례대로 잊었다. 장남인 필자를 마지막까지 겨우 알아보았다. 아버님과 막냇동생의 소천을 알리지 않았으나 누구에게 소식을 들었는지 한 해 전에 어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밤중에도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있어야 하였다. 소원대로 아버님과 막냇동생을 따라 10년간 치매로 고생하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치매 발병은 고령이나 유전이 주된 원인이라고 흔히 말하고, 불치병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요양원에서 만난 보호자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사고’가 의외로 많았다. 골절이나 외상이 없는 낙상, 조그만 외상 등 본인이나 주위에서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작은 사고가 면역력이 약해진 시니어에게 큰 병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다.
치매는 당사자도 고생이 많지만 돌보는 가족의 고통은 더 심하다. 자신이 치매환자가 된다면 가족으로부터 격리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가끔 들었다. 하지만 막상 자기 앞에 닥치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지능력이 상실되어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치매환자다. 아무 대비 없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 하나뿐인 ‘생명’이다.
아버지는 조상숭배는 물론이요 선산에 가묘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구순이 되던 해에 충수염 수술을 받고 나서 거동을 전혀 할 수 없게 되었다. 잔병치레 한 번 없이 백세인생을 넘보던 아버지는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산에 매장하지 말고 화장하여 뿌려 달라”고 자식과 손자까지 다 불러서 유언을 남기고 얼마 후 소천하셨다.
치매환자가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환자는 의식이 없어서 고통 자체를 모르지만, 괴로움은 오롯이 가족에게 남는 것이 치매다.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하여야 한다. 가족이 모이면 종종 아내와 아들딸에게 이야기하고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내가 걸리든 아내가 걸리든 마찬가지다.
우리 부부의 의견은 “건강하게 살도록 최선을 다한다. 치매에 걸리거든 가족과 분리하라. 그래야 남은 가족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중증이 되더라도 연명치료는 절대 하지 마라”였다.
1~2년 전부터 오락가락하시던 어머님의 정신세계는 아흔여덟이 되던 해에는 하루 중에 많은 시간을 현실과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시곤 했다. 어쩌다 마주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환한 미소로 반기시다가도 깜박깜박 기억을 잊으실 때마다 가슴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던 것은 아마도 여섯 자녀 모두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노환까지 겹쳐 힘들어하시는 어머님을 요양병원으로 모시게 된 것은 그해 4월 초순경이었다. 자식들이 모여 의논 끝에 일단 병원으로 모셨다. 낯선 환경에 갑자기 노출된 어머님이 밤잠을 설치시고 웅얼거리는 소리가 다른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간병사의 얘기를 듣고도 어머님을 다시 집으로 모셔야 된다는 얘기를 선뜻 하는 자식은 없었다. 어머님은 잠깐씩 맑은 정신세계로 나오실 때마다 집으로 가고 싶다고 되뇌셨다.
어버이날을 불과 나흘 앞두고 필자는 3일간의 어머님 휴가를 병원에 신청했다. 요란한 경광등 소리를 내며 응급차를 타고 어머님이 필자의 집으로 오셨고
그날부터 어머님 침대머리에서 간이의자를 펴놓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밤이 되면 “애야, 저기 창문을 좀 열어놓아라” 하시고는 연신 밖을 내다보시면서 알듯 모를 듯 젊은 시절의 기억을 떠듬떠듬 풀어내시곤 했다. 그런데, 그 지명(地名)이나 단어 하나하나는 어렴풋이 어린 시절에 들었던 말들이 틀림없었다. 다음 날 출근하는 관계로 너무 피곤한 나머지 깜박 졸다가 깨어보니 밤새 설치시던 어머님의 머리가 침대 밑으로 축 처져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어머님을 흔들어 깨우니 푸시시 하고 감았던 눈을 뜨셨다. “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어머님이 집에 오신 지 이틀이 지나고 내일이면 다시 병원으로 가시는 날이다. 퇴근길에 사가지고 간 옷을 보여드리고 입혀드리자 어머니는 무척이나 좋아하시면서 얼굴이 상기되셨다. 옷을 다 입혀드리고 나니 곱디고운 아흔여덟의 어머니가 그곳에 계셨다. 카네이션도 한 송이 달아드렸다. 어머니와 함께 이러저러한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어머니는 시키는 대로 표정도 밝게 하시고 포즈를 취해주셨다. 노래 좀 해보시라고 하니 처음에는 입술만 달싹달싹하시다가 누님이 “어머니 좀 크게 해보세요!” 하면서 귀에 대고 소곤소곤 아리랑 선창을 하니 어머님께서 힘을 내어 아리랑을 따라 부르기 시작하셨다. 너무 고운 자태로 차분하게 불러보시는 아리랑! 이것이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어머니의 아리랑이련가? 어머니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 중에 ‘사발가’라는 노래도 있었다.
“석탄 백탄 타는데~ 연기만 펄펄 나고요. 요네 가슴 타는데~ 연기도 김도 안 나네~”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던 필자의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뜨거운 불덩이가 목젖을 타고 올라왔다. 급기야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이 몰려와 결국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말았다. 함께 노래를 부르던 누님도, 아내도 모두가 얼싸안고 흐느끼는데, 정작 어머니만큼은 차분하게 그리고 끝까지 아리랑을 이어서 부르시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두 번 다시 들어볼 수 없는 어머니의 노래일까? 아니 어머니 가슴에 달린 빨간 카네이션을 두 번 다시 사드릴 수 없는 세상이 오는 건 아닐까?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깊은 슬픔을 꾸역꾸역 참아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그렇게 눈물의 파티는 성대하게(?) 끝이 났다. 그날, 병원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는 그 후에도 5년을 더 사시다가 2년 전 103세의 연세로 하늘나라에 가셨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우리에게도 현실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곁에 두고 있다. 바로 일본이다.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모셨던 A씨는 지난 2012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 종로의 상가 건물 소유주였던 어머니에게 A씨의 삼촌 B씨가 접근해, 사후에 재산을 모두 자신이 맡는다는 위임장과 유언장을 받아낸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원의 상속재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냈지만, B씨는 법원의 결정 직전에 건물을 급히 팔아버렸다.
결국 소송을 벌인 끝에 2015년 법원은 치매로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들을 배제하고 동생에게 모든 재산의 관리 처분 권한을 준 위임장은 무효라며, 건물을 산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유언자 의사 정상 여부 판정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민법에선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 성년후견 심판 등의 제도로 법률 행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모든 성인은 기본적으로 의사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과 같은 법률 행위와 관련해 치매 같은 질환으로 인해 의사능력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람에게도 현실적인 고민이 될 수 있다. 치매가 없거나 사소한 건망증이 나타나는 초기 치매의 경우 일상생활에는 장애가 없지만 병력이 법적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언을 남겨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일본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메디컬리서치라는 회사는 최근 ‘의사능력감정(意思能力鑑定)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유언 작성 전 작성자의 뇌 대사 기능을 아밀로이드 PET-CT 등의 장비를 이용한 진단과 정신과 전문의의 면담을 통해 의사능력의 유무를 감정하는 서비스다.
회사 측은 “일본은 치매환자 1300만 명 시대가 도래했고, 치매로 인한 상속 분쟁이 2014년 1만2577건에 달했다”며 “치매환자라도 유언장을 작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의사능력감정을 통해 의사능력이 인정되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의사능력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종합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법원에서 법적 분쟁으로 인해 소견서 작성을 요청받는 일이 왕왕 있다”며 “의학적으로 의사능력을 감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법적으로 첨예한 경우 소견서 작성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의 의사 출신 성용배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유언장 작성자가 자발적으로 인지능력과 관련한 진료나 감정을 받고, 진료기록, 소견서 등 그 근거를 남기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는 의사능력의 존부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문제제기의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치매환자를 위한 일본 최초의 원격진료 서비스도 얼마 전 시작됐다. 준텐도(順天堂)대학교병원은 지난 7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IBM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환자나 보호자는 아이패드를 통해 병원과 치료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병원 측은 “환자의 내원에 필요한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가족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를 돕는 간병인을 통한 정보도 의사가 참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효율적인 진료 서비스 제공과 함께 지역 병원과의 연계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 측은 원격진료가 활성화돼 자료가 축적되면 치매환자의 빅데이터 분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서울대학교병원이 원격치매센터를 설립해 일찌감치 원격진료 서비스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이어 정부의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수년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돼왔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정보통신기술 활용의료’로 명칭을 바꾸고 대상도 축소해,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며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에게는 카네이션을 만들어 가슴 한 쪽에 달아드리면 그게 효도라고 말입니다. 나머지 364일은 그저 철없는 자식이었습니다. 속없는 말썽꾸러기였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부모님이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사는 형편이 어렵다 생각하시는 부모님은 당신의 무능력 때문에 자식까지 고생한다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자연히 부모님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끝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어느 날 부모님은 안 계셨습니다.
365일 중 하루 5월 8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에 감사하자는 날이었죠. 이시대의 젊은이들이 부모의 은혜를 방치하고 저버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국가에서 어버이날을 지정하여 하루만이라도 그 은혜에 감사하자며 강제하고 나섰을까요?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과제로 ‘나이든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을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천사였고 슈퍼맨이었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후원자였습니다. 영원한 내편이었고 인생의 스승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돌보지 않은 부모님은 조금씩 병들어 갑니다. 마침내 몸져 누워 자리를 보전한 부모님은 더 이상 천사도 슈퍼맨도 후원자도 아닌 귀찮고 쓸데없는 존재일 뿐입니다. 이제 부모는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아무 것도 혼자서 할 수 없고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자식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인생의 크나 큰 의미도 함께 깨닫게 됩니다.
기시미 이치로의 부모님에 대한 애정은 각별합니다. 20대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학업을 중단하며 간호해야 했고, 50대에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어머니 간호에 지칠 즈음 어머니는 위독해졌고 오래도록 곁에 있었지만 임종을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꿈속에 어머니가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채 깨닫기 전에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치로는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스스로도 늙어 가면서 아버지의 노화를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나이든 부모님을 간병한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더 이상 노령화에 대한 문제를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겨서는 곤란합니다.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지만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내일은 대선일입니다. 많은 대통령 후보가 노령화에 대한 대비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령화 문제를 국가에 떠넘기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수없이 노인요양 병원을 짓는다 해도 삶에 녹아 있는 가치를 찾지 않고는 모두가 헛될 뿐입니다. 기시미 이치로는 설파합니다. 부모님이 나를 몰라본다 해도 부모님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
김병호(59세)씨는 다음 달이 되면 정년퇴직이다. 30년 넘게 근무해온 직장을 떠나야 하는 김병호씨는 그야말로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몸에 배어버린 직장인의 삶을 접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두렵기도 하다. 김병호씨의 지난 60년의 삶은 퇴직 이후를 위해 준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비교적 잘살아왔다고 자부를 하는 김병호씨는 남은 시간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며 재무상담을 의뢰해왔다.
◇ 김병호씨 현재 상황
김병호씨의 가족으로는 전업주부인 배우자(56세)와 현재 직장인 큰아들(29세),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작은아들(26세)이 있다.
김병호씨의 현재 재무상황은 아래([표1], [표2])와 같으며 퇴직을 하면 약 2억2000만원의 퇴직금이 예상된다. 김병호씨 가정의 현재 생활비는 매월 30만원의 대출이자를 포함해 350만원 정도가 지출되고 있으며, 취업한 큰아들이 매월 50만원의 생활비를 보조하고 있다. 대출을 전액 상환하고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면 가계생활비는 220만원 전후로 예상된다.
① 퇴직 후, 그리고 자녀 독립 후 예상현금흐름을 알고 싶다.
② 1억원인 부채를 어떤 방식으로 상환하는 것이 좋을지 알고 싶다.
③ 퇴직금의 전체 혹은 일부를 퇴직연금으로 수령하기를 원한다.
④ 자녀 1인당 1억원, 합계 2억원의 자녀독립 지원자금을 원한다.
⑤ 현재 가입 중인 보험상품의 적합성을 검토하고 싶다.
◇ 김병호씨 재무 진단 제안
부채상환 김병호씨는 부채 1억원을 현재의 여유자금으로 당장 상환할 수도 있고 퇴직금 중 일부로 상환할 수도 있다. 아니면 주택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한 후 주택의 규모를 줄이거나 주택 비용이 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현재의 주택에 그대로 거주하면서 여유자금이나 퇴직금의 일부를 자녀의 독립지원자금(자녀 1인당 1억, 합계 2억원)으로 준비해두고 싶다면 주택대출상환용 주택연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주택대출상환용 주택연금은 주택연금지급가능액의 70%의 범위 내에서 인출(1회에 한함)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주택에 그대로 거주하면서 부채를 상환하고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김병호씨가 주택대출상환용 주택연금을 60세 시점에 신청하면 대출상환 후 매월 46만원의 주택연금을 종신 지급받을 수 있다.
◇ 실업급여
정년퇴직은 실업급여 수급사유에 해당한다. 김병호씨는 10년 이상 고용보험가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1일당 5만원 한도로 하여 월 150만원을 퇴직 후 8개월(240일) 동안 총 1200만원의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실업급여는 퇴직 후 12개월이 지나면 잔여기간에 관계없이 수급자격이 소멸되기 때문에 퇴직 후 지체없이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신청해야 한다.
◇ 국민연금
1957년 생인 김병호씨의 완전노령연금 수급가능연령은 만62세가 되는 시점부터다. 연금액은 현재가치로 매월 110만원 정도 예상된다. 현재 김병호씨는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어 사업소득이 발생하지만 재직자노령연금의 지급이 제한되는 기준(2017년 기준으로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의 합계금액이 필요경비 공제 후 월 217만6483원원)이하이기 때문에 62세가 되었을 때 국민연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다.
◇ 퇴직연금
김병호씨가 퇴직금 중 일부인 1억원을 IRP(개인퇴직계좌)에 납입해 30년간 수령한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월 수령액은 30만원이다.
◇ 개인연금
김병호씨가 가입한 연금보험은 현재의 공시이율 조건일 때 지금부터 김병호씨가 생존하는 동안 매월 40만원의 연금이 지급되고 만약 김병호씨가 먼저 사망하면 부인이 생존하는 동안 매월 20만원이 지급되는 부부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연금상품이다.
◇ 보장성 보험
김병호씨의 경우에는 연금과 부동산 임대수익만으로도 현재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다. 다만 고액의 치료비가 요구되는 질병이나 장기간 간병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현재의 수입으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치매 등 장기간병 상태의 환자가 증가하면서 장기간병보험의 보험료가 비싸지고 있는 추세다. 김병호씨 부부가 가입한 종신보험은 1급의 장해(치매로 인하여 항상 간호를 받아야 하는 경우 포함) 상태가 되었을 때 사망보험금(1억원)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이다. 그리고 꼭 치매가 아니더라도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한 후 사망했을 때 사망보험금이 유가족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종신보험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암보험은 보장기간이 80세인 점이 좀 아쉽다. 부인이 가입하고 있는 실손보험의 특약에는 암이나 뇌졸중, 그리고 심근경색과 같은 주요 질병에 대한 진단비가 포함되어 있지만 김병호씨의 경우는 퇴직으로 인해 질병이나 상해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늦기 전에 월 보험료 10만원 수준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실손담보를 포함한 건강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