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와 오후 7시. 만화가의 안부 인사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봉선이’는 매일 다른 사진을 배경으로 아침저녁마다 인사를 건네온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150명에게 5년째 꾸준히 보냈다고 하니 내심 기대하는 마음마저 든다. 내일은 어떤 안부 인사를 받게 될까. 좋아하는 만화책 시리즈의 다음 편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팬의 마음이 바로 이런 걸까.
만화가의 상징인 빵모자와 검정색 긴 코트 차림. 만화박물관 로비에서 마주친 권영섭 한국원로만화가협회 회장은 ‘만화가 할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호쾌하게 주먹 악수를 건넨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는 대신 만화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로 향했다.
기획전시 ‘만화, #시대를 담다’가 진행 중인 1층 전시관에는 시대의 얼굴로 자리 잡은 만화가들의 이름과 대표작이 짝 맞춰 걸려 있었다. 한국전쟁 후 삶의 애환이 담긴 캐릭터 봉선이가 붉은 섬에 갇히고, 이를 구하러 가는 방울이 아빠의 여정과 봉선이를 둘러싼 사건사고를 다룬 작품. 만나뵙기 전부터 받았던 안부 그림 속 봉선이가 전시 액자 속 흑백 만화에서도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캐릭터를 채색하는 스타일이나 말풍선 속 대사는 달라졌지만 1960년의 봉선이와 2021년의 봉선이, 둘의 그림체만큼은 한결같았다.
성실함을 타고난 그림 이야기꾼
60년이 훌쩍 넘는 꾸준함의 원천은 역시 만화에 대한 오랜 애정이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만화를 처음 접했다. 친구들이 만화책을 한두 권 들고 다니는 것을 눈여겨본 그는 집에 있는 감나무에서 감을 따다주고 친구들의 만화책을 빌려 읽었다. 감으로 빌린 만화책을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그 만화책이 교회에서 빌려준 것임을 알았다. 이에 교회를 다니며 교회의 만화책을 모두 읽은 그는 만화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학생 권영섭은 만화의 근간인 이야기와 그림, 두 가지 모두 곧잘 했고 좋아했다. 신문 보기를 즐겼고 혼자 남아 그림을 연습했다. 수업을 마친 뒤 쉬는 시간마다 교실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어렵잖게 이야기를 덧붙일 때면 친구들과 선생님께 ‘만화가 해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는 그림을 계속 그렸고, 책과 신문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실력을 쌓아나갔다. 열아홉 살이 되던 해 지역신문 ‘대구매일’에서 주최한 만화 작품 공모전에 덜컥 입선하면서 만화가의 꿈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가 자란 영주 시골 동네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큰 신문사 만화 공모전에 당선돼 원고료를 탔다는 사실이 크나큰 자랑이었다고 한다.
꿈이 확고했던 그는 무작정 서울에 올라가 동아일보 편집국 문화부장을 만났다. 신문에 연재 만화를 그리게 해달라고 조르기 위함이었다. 원하던 대로 바로 만화를 그리지는 못했지만, 인쇄 조수로 일하면서 만난 김경언 만화가로부터 만화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었다. 스승에게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1959년 연합일보 아동만화 공모전에 당선된 그는 과학만화 ‘우리들의 척척박사’로 연재를 시작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연재는 3년간 이어졌다.
“만화에 나온 그대로 시험이 출제돼 도움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내가 진짜 과학박사인 줄 알고 박사님, 박사님 하며 과학에 관해 묻는 편지도 받고요.”
아이들을 위하여
그를 당대 인기 만화가 반열에 올린 작품은 ‘오손이와 도손이’다. 고아로 자란 형제가 헤어졌다가 검사와 도둑이 되어 만나는 내용의 만화는 당시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1960년대 만화계 3대 출판사 중 하나였던 부엉이문고가 소년만화에 두각을 드러내는 그를 알아보고 새 작품을 의뢰해왔다.
생각해둔 작품은 있었지만 제목과 주인공 이름을 정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교회에서 알게 된 김천애 전 숙명여대 음악대학장이 전국을 다니며 불렀던 가곡 ‘울 밑에 선 봉선화’를 듣고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당시 준비하던 작품의 제목은 ‘울 밑에 선 봉선이’, 주인공의 이름은 봉선화에서 본떠 봉선이가 됐다.
봉선이 만화의 이야기는 집안 형님을 보며 구상해냈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장교가 될 만큼 성공했지만 질 나쁜 친구들의 꾐에 넘어가 사업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불행해진다는 기구한 사연을 닮았다. “형에게 직접 충고하기가 어려워서 만화에 경고의 의미를 담았는데, 나중에 만화책을 받아본 형님이 자신에게서 착안된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에 불같이 화내시더군요.”
가족 내의 실랑이는 있었으나 만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권영섭은 여세를 몰아 ‘봉선이 시리즈’를 이어서 발표했다. 시리즈 중에서 ‘울 밑에 선 봉선이’ 이후 발표한 ‘봉선이하고 바둑이’가 가장 인기가 좋았다. 1960년대 당시 남자아이들은 만화 ‘산호의 라이파이’, 여자아이들 사이에선 ‘봉선이하고 바둑이’ 만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수준이었다고 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신문 만화를 연재했는데, 봉선이 만화가 인기가 많으니 다음 이야기를 내달라고 독자들이 성화였어요. 출판사 사장이 한 달에 책 두 권을 그리면 집을 사주겠다고 부추겼지만 불가능했죠.”
당시 서울의 일반 가정집은 밤 12시면 전깃불이 나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촛불을 켜놓고 새벽 4시까지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하루에 두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작업을 했다. 모두가 잠들었어야 마땅한 새벽을 노려 침입하려던 도둑을 깜짝 놀라게 한 뒤 내쫓은 경험은 그에게 우스갯소리일 뿐이다.
게다가 최초의 순정만화라 당시 여성 독자들로부터 하루에 팬레터를 스무 통씩 받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는 진지한 고민을 적어 보낸 편지에는 일일이 답장을 써주었다. 만화 작업에 편지 답장까지 쓰니 이틀에 한 번은 밤을 새워야만 했다. 바빠도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보람 때문이었다. 한 번은 안 좋은 선택을 하려던 독자가 봉선이 만화 시리즈를 읽고 위로를 받았으며 용기를 갖게 됐다는 편지를 받은 적도 있다. 소녀 시절 만화로 접한 봉선이 덕분에 용기를 얻고 새 삶을 살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하러 오는 이들이 아직도 종종 있단다.
먹고살 만큼은 돼야 하지 않겠나
1960년대 만화 대본소는 2만여 개가 넘었는데, 이곳에서 얻은 만화책은 한 번 읽고마는 것이 당연했다. 당시는 질이 좋지 않은 선화지를 사용해 출판 만화책 자체의 질도 떨어졌으며, 너나 할 것 없이 만화가를 하겠다고 몰려들어 만화의 수준에 악영향만 미쳤다.
만화책은 사회의 악으로 규정당해 질타를 받았다. 여성단체 등 여러 단체가 모여 어린이날만 되면 남산에서 만화책 태우기 운동을 할 정도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군부 정권은 만화자율심의위원회를 세우지 않으면 만화를 전부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해왔다. 하는 수 없이 만들어진 것이 1968년 창립한 한국아동만화가협회다.
그는 이때부터 부회장 세 번, 회장 세 번을 역임하며 협회라는 큰 단체를 운영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외에도 어린이전도협회 부회장을 지냈던 그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원로만화가협회를 만들고 12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원로만화가협회는 만 60세 이상 작품 경력이 20년 넘는 원로 만화가들로 이뤄진 비영리 법인이다. 경로사상과 이웃사랑, 국민화합과 상생을 위한 작품을 제작하거나 만화 자서전을 의뢰받아 제작하는 등 재능기부에 망설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원로만화가협회 일을 하는 데는 다른 목적이 하나 더 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데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적어도 손자들이나 그 자손들이 ‘할아버지 나 뭐 먹고 싶어요. 저 장난감 갖고 싶어요’ 할 때 당당히 사줄 수 있는, 그런 체면 유지하는 정도로만 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는 한국원로만화가협회를 이끌며 원로 만화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누구보다 힘쓰고 있다. 한국 만화 발전에 힘쓴 협회 회원들이 손주 앞에서 당당하길 바란다.
그래서 한국원로만화가협회의 신년 목표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 사업의 성공이다.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인 NFT는 블록체인 기술로 생성되어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하다. 그는 원로 만화가들의 그림과 기술을 NFT에 접목해 원로 만화가들에게 고정적인 수입처를 만들어주려 한다. 그는 NFT 관련 스타트업 직원들과 만나 계약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39년생 아니라 39세 현역 만화가
스스로 ‘39년생’이 아닌 39세라 말하고 다닌다. 그만큼 바쁘게 살고, 미래를 계획한다. 우선 100권짜리 성경만화 전집을 내는 것이 목표. 현재는 40권가량만 완성하고 출판사의 사정으로 더 이상 작업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어린이 성경 주석 전집 완성’이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는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많으며 누구보다 어린이를 중시한다. 어른에게는 지금 현재의 가치뿐이지만 어린이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동 정서에 맞는 만화가 없어 순정만화를 그렸듯, 그는 3년 동안 수원시 어린이집을 돌며 유아를 대상으로 만화교실을 열었다. 자기 얼굴을 그리게 하고, 가족이나 사물을 그리게 하면서 창의력을 개발하는 30여 분의 수업에 집중한다. 다음에 또 와달라며 붙잡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고 한다.
“어린이는 박사가 될 수도 있고 과학자가 될 수도 있죠. 심지어 대통령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봉사는 언제든 기꺼이 하고 있습니다.”
그의 봉사는 어린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원로만화가협회는 그를 필두로 노인들을 위한 만화교실을 열기도 했다. 여러 경로당을 돌며 일주일에 세 번, 두 시간 수업 동안 과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표현하게 하고, 책자도 제작하게 도왔다. 그는 이외에도 교육부나 문화관광부 측 인사에게 제안해 여러 재능기부 만화교실을 열고자 계획하고 있다.
매일 밖에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고 실천해나가는 그는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지하철 타고 오가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꺼내 아침저녁으로 보낼 안부 그림을 그린다. 이 역시 5년째 빼먹지 않고 해오는 일. 적지 않은 나이에 현역 만화가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그의 원동력은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이었다.
5060세대에게 던지는 조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막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더라도 문제는 없다. 그가 운영하는 실버만화교실에서 솜씨 좋은 이들은 만화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꼭 만화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든지 자기 안에 숨겨진 장점이 있거든요. 그걸 죽이지 말고, 나를 보면서 희망을 갖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건강만 하면 노인이라고 못 할 게 뭐 있겠어요?”
복지관과 기술교육기관. 기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찾아오는 쪽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기관은 텅 비고 말았다. 이에 기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복지관 대신 애플리케이션 내 게시판으로 불러 모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돌봄 방안까지 덧입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을 위해서.
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 사회생활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 과반수가 나 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루 5시간 이상의 여가시간 반절 혹은 그 이상을 TV 시청하는 데 썼다. 그간 지자체와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왔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동영상·모바일 앱 장착한 복지관
이에 복지관들은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바꿨다. ‘비대면 방식’ 하면 떠오르는 화상 공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좌 영상을 공유하거나, 카카오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노인들과 강사가 직접 대면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나 참여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채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구연동화나 요가를 동영상 강좌로 배우는 ‘집이지만 괜찮아’, 칼림바 악기의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 온라인 합동차례도 진행한다. 복지관에선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고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영상 주소를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로 꼬박꼬박 전송한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언택트 동네 한바퀴 걷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복지관은 실시간 걸음 수와 주간·월간 걸음 수, 걸음 수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매월 둘째 주 주간 걸음 수 10위 안에 든 어르신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드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직접 찍은 풍경을 앱 내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우철홍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복지1과 팀장은 “너무 춥거나 폭설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진행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염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한동안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어르신 질환 관리 SNS 그룹을 운영하고, 백신 접종 건강상담을 진행하며 비대면 건강관리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복돌(福doll)이’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에게 공백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가족 안전망이 취약하거나 활동 제약이 심한 어르신에게 제공됐다.
복돌이는 약 복용이나 기상·취침, 환기·산책해야 할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이 되면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게다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 안에만 있는 어르신의 활동을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어르신들은 복돌이의 얼굴을 직접 씻기고, 옷을 만들어 입혀주는 등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복돌이와 생활하는 한 어르신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며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복돌이가 집에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라며 만족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온오프믹스’(On-off mix)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니어 슈퍼스타 종로’, ‘바운스바운스’ 같은 기존 지역 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 세대가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참가자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참가자는 선배 부분, 만 59세 이하는 후배 부문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방식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온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즐기고 소통하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위드 코로나 또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 지역 내 찾아가는 서비스, 커뮤니티 케어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관의 역할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해
코로나19는 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복지관을 방문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돌봐야 하는 낯선 상황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프로그램을 열어도 신청자가 넘쳐 자리가 부족했고, 신청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복지관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와 거리두기는 실제로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복지관 방문이 어려웠던 1년 사이 치매 전 단계인 인지경도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올해 어버이날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나눠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묻기 위해서였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외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집에만 계시던 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연결돼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약 없는 전염병 사태가 낳은 ‘코로나 블루’가 전 세대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복지관 역시 어르신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형식이나 구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미연 관장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실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동어르신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비대면과 대면 방식을 병행하되 형식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웰다잉(Well-dying)으로 한데 묶이는 생애설계, 죽음교육 등이 그것이다.
비대면·4차 산업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교육원
평생교육기관을 논할 때 기술교육원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의 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 있으나,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다. 2021년 상반기 모집 기준 50대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을 정도다. 요양보호사 과정이나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과정이 시니어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중 요양보호사 과정은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2020년 기준 평균 98.9%를 기록하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역시나 ‘비대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중부기술교육원에서는 온라인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권미진 중부기술교육원 경영지원부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교육 내용을 바꾸진 않았으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육생에게는 담당 교수나 행정 담당자가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개편 및 신설도 앞두고 있다. 올해 신설된 방송영상크리에이터, 웹콘텐츠디자인 과정 등이 포함된다. 중부기술교육원 홍보 담당자는 “유튜버를 희망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지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이론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대면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IP] 서울시 기술교육원 지부별 학과 안내
동부 디지털콘텐츠디자인, 기계융합로봇, 특수용접, 스마트카정비, 조경관리 등
중부 요양보호사,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글로벌조리, 방송영상크리에이터, 헤어뷰티 등
북부 자동차외장튜닝, 배관용접, 자동차정비, 건축시공, 전기용접, 건물보수. 직업상담사 등
남부 가구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옻칠나전, 바리스타디저트, 헤어디자인, 외식조리 등
주간 1년, 주간 6개월, 야간 6개월, 단기 과정 등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 과정마다 진행되는 학과가 상이하며, 내년 교육과정은 12월 중순 서울일자리포털과 서울시 홈페이지, 각 기술교육원 지부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혼자 사는 노인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안전사고, 고독사의 위험 또한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국 1인 가구는 940만 907가구로 전체 세대의 약 40.1%다. 이 중 70대 이상 18.6%, 60대 17.7%로 20·30세대(32.2%)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은 급증하는 노인 1인 가구의 안전과 고독사 예방을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는 모양새다. 구리시는 올 4월부터 지역 내 수도미터를 단독으로 사용하고, 시에서 검침하는 수도미터를 사용하는 홀몸노인 가구를 조사해 151가구에 통신단말기가 부착된 원격검침 디지털 수도미터를 설치했다. 설치된 장비와 자료를 매일 아침 모니터링해 24시간 동안 물 사용이 없는 가구에 전화 연락을 취한다. 연결이 되지 않을 때는 행정복지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확인해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이 홀몸노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누구(NUGU) 돌봄 케어콜’ 서비스를 출시했다. 누구 돌봄 케어콜은 SK텔레콤 AI ‘누구’가 전화를 걸어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하고 불편사항을 청취하는 서비스다. 전화를 받으면 AI가 대상자 본인이 맞는지 확인 후 “어제 식사는 잘하셨어요?”, “오늘 몸 상태는 괜찮으세요?” 등 안부 및 건강 상태를 묻는다. 통화 종료 후 통화 결과, 안부 상태, 기타 불편사항 등을 지자체에 전달해 돌봄이 필요한 경우 지자체가 후속 조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SK텔레콤은 “독거 어르신 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생활지원사 부족으로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누구 돌봄 케어콜이 빈틈없이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경상남도를 시작으로 누구 돌봄 케어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 ‘서울 살피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중장년층(50세~64세) 고독사 위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설치 후 24시간 내 화면 터치, 잠금 해제를 비롯한 통화 송수신 내역 등 핸드폰 사용이 없을시 사전 지정된 보호자와 동주민센터로 문자가 발송된다.
모노라마가 론칭한 ‘주민참여형 복지사각지대 신고 서비스’는 카카오톡 채널을 기반으로 한다. 제보자가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장소를 카카오톡으로 작성해 해당 지자체에 제보하면,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신고 사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현장에 방문하는 식이다. 이는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의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례관리’의 첫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백명희 서울시복지재단 지역공동체팀장은 “코로나로 비대면, 비접촉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서울시는 기술의 발전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고, 고독사 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인터넷 초창기 ‘-_-;’ ‘*^^*’ 등 기호를 이용한 감정 표현에서 시작한 이모티콘은 이제 다양한 그림체와 움직임을 통해 이용자들의 감정뿐만 아니라 취향까지 드러낼 수 있다. 카카오·라인 등 여러 메신저 플랫폼에서는 이미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에 이모티콘 관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캐릭터를 개발하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이모티콘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수익 창출도 가능해 부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연정(45) 작가는 결혼, 출산 후 직장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다. 아이 셋을 키우며 생활비가 부족해 구직 활동을 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던 탓이다. 생활비가 절실했던 때,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다 발견한 현수막이 그를 이모티콘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모티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림을 전공했고 영상 공부를 한 적이 있어 이걸 살리면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생활비는 부족한데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만 이어지더군요. 일단 뭐든 해서 가정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했죠.”
그러나 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면접을 통해 왜 이모티콘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목표 금액은 얼마인지 등 여러 질문에 답해야 했다. 쟁쟁한 사람들 사이에서 위축되기도 했지만 결국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교육을 받은 후 당당히 이모티콘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모티콘 심사 기준이 6개 정도 되는데, 꽤 까다로워요. 자꾸 심사에서 탈락하게 되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중학생 아들에게 이모티콘을 구성한 후 ‘이거 네 이야기야’라며 보여줬더니 ‘엄마 이거는 이런 느낌이 아니야’ 하면서 자기가 쓱쓱 다시 그려주더라고요. 그걸 다시 보충해 심사 요청을 했더니 승인이 됐어요. 그게 지금 카카오톡에 올라가 있는 ‘게임덕 장돌이의 일상’이에요. 장돌이는 제 아들의 별명인데, 덕분에 이모티콘 작가로 데뷔할 수 있게 됐죠.”
장돌이 이모티콘 이후 자신감을 얻었지만, 중년의 나이에 10대, 20대 감성의 그림을 그리기란 쉽지 않았다. “장돌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은 아무래도 공부가 더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하는 게 맞겠다’ 싶었죠. 평소 아버지가 카카오톡으로 좋은 이미지나 좋은 말들을 보내주시는데, 답변으로 어떤 걸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쓸 만한 것으로 이모티콘을 구성했어요. 결과는 성공이었죠. 그게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 이모티콘이에요.”
오 작가는 인사말 이모티콘을 구성할 당시 40대 이상의 연령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확실한 메시지 전달이나 의사 표현을 목적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중장년층은 ‘메시지형 이모티콘’에 높은 수요를 보일 거라 예상했다고. 20대들이 놀이 문화로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특성과는 상반된다.
“이모티콘 작가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에요. 시간이나 장소에 매여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시간을 충분히 쪼개서 활용할 수 있죠. 제일 좋은 건 전공도, 성별도, 나이도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특히 저 같은 주부들에게 괜찮은 직업 같아요.”
이모티콘이 네이버OGQ, 라인, 밴드 등에도 입점하며 승승장구한 덕에 작가 지망생 시절 수업을 듣던 경기도 여성일자리재단 경기IT새일센터의 강사가 됐다. “저처럼 경력이 단절된 여성, 빠듯한 생활비 탓에 부업을 하려는 직장인, 그림 전공자 등 다양한 수강생들이 있어요. 특히 40대 이상인 분들은 ‘강사님 보니까 희망이 생긴다’며 용기를 얻어 가시는데, 제가 더 뿌듯하죠.”
그는 초반 목표였던 300만 원 수익을 넘어 얼마 전 1000만 원을 달성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3000만 원. 10억대의 유명 이모티콘 작가들의 이야기가 남 일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림 실력과 상관없이 간단하게 선 몇 개만으로 그린 캐릭터로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 있는 이모티콘이 될 거라고 봐요. 망설이시는 분들도 걱정을 거두시고 힘껏 도전해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것이 멈췄다. 코로나19는 주야간보호센터, 치매안심쉼터 등 치매 환자를 위한 관련 기관에도 타격을 줬다. 대면 관리가 축소되면서 치매 어르신의 돌봄에 사각지대가 생겼다. 다행히 멈추지 않은 것도 있다. 치매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최근 지자체와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비대면 문화와 공존할 수 있는 돌봄 방식, 학습지가 개발돼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치매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호평받고 있는 치매 학습지 세 가지를 소개한다.
필사하고 글 지으면서 ‘오늘도 공부’
‘오늘도 공부’는 치매 예방에 도움 주는 일일 학습지다. 치매를 예방하고 싶은 어르신이나 치매의 전 단계 증상으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매달 한 권씩 제공하는 학습지 안에는 하루에 10~15분 정도 투자하면 풀 수 있는 언어 및 인지활동지가 수록돼있다. 제주시 건입동에서 6개월간 진행한 ‘노인 인지-정서 효과성 검증’ 프로젝트로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의 인지능력이 유지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오늘도 공부는 어르신들이 매일 필사할 수 있는 글귀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일에는 필사할 수 있는 ‘날마다 따라 쓰기’, 주말에는 ‘주말 백일장’으로 어르신들의 예전 기억을 되살려 언어로 구성하게끔 유도한다. 한 어르신은 주말 백일장 코너에 “학습지로 카카오톡에 글을 써서 보내는 것도 배우고 큐알코드로 노래도 배웠다. 이제는 욕심이 생겨서 손주한테 유튜브도 가르쳐달라고 한다”고 적기도 했다.
학습지를 제작한 사회적기업 ㈜꿈틀은 현재 건강보험공단 대전·충남지부와 성동구립 사근동노인복지센터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원구 ‘데일리 홈런’, 은평구 ‘노노(老老)케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 지자체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 학습지를 제공하고 있다. 유장효 꿈틀 이사는 “시범사업 운영 중인 지역 외에도 주야간보호센터에 관리 교사를 파견해 어르신들의 학습지 활용도를 높여 인지능력 저하를 막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추억 속 노래 들으며 ‘쿵짝쿵짝 뮤직북’ 풀어
광진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지난 8월부터 ‘쿵짝쿵짝 뮤직북’(이하 뮤직북) 학습지를 활용하고 있다. 노래를 활용한 인지학습지인 뮤직북에는 주5일, 4주간 사용할 수 있게 20곡의 가사와 문제들이 담겨있다. 노래는 고향역, 노란샤쓰 사나이, 봄날은 간다 등 어르신에게 익숙한 곡들이다. 어르신들은 학습지의 QR 코드를 활용해 노래를 듣고, 해당 노래에 대한 문제를 푼다.
뮤직북에는 치매 어르신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풀 수 있는 난이도의 문제가 수록돼있다. 센터에서는 주 연령대가 60, 70대인 보호자가 원할 때도 학습지를 제공한다. 그 덕에 조금 어렵다는 치매 어르신부터 비교적 쉽다는 보호자 분까지,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사용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러나 ‘재밌다’는 사용 후기만큼은 치매 유무를 막론하고 들려온다고. 광진구치매안심센터 음악치료사는 “이번 뮤직북은 이벤트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으로, 기존에 센터에서 활용하던 가정 인지학습지와는 별개”라며 “내년에도 만들게 된다면 단권으로 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센터 방문이 어려워 우편으로 학습지를 전달하고 있다. 음악 청취에 필요한 인터넷 활용이 어렵거나, 활용 방식 자체를 어려워하는 홀몸 노인에게는 직접 댁으로 찾아가 학습지와 함께 음악이 수록된 라디오를 한 달 정도 대여해드리기도 한다. 음악치료사는 “뮤직북은 어르신들이 많이들 좋아하시는 음악을 매개로 인지능력을 자극하기 위해 만든 교재”라며 “교재 제작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다른 지자체 치매안심센터 소속 여러 음악치료사들과 많은 소통을 거쳤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음악을 매개로 하는 교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주 새로운 문제로 치매 관리하는 ‘치매안심 실버펜’
강북구 치매안심센터는 지난해부터 기억키움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치매안심 실버펜’(이하 실버펜)을 제공하고 있다. 틀린 그림 찾기, 글자 기억하기, 더하기 빼기 같은 간단한 산수 문제 등 기억력이나 지남력, 집중력 등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들이 실려있다. 매주 다른 내용과 문제들로 구성된 실버펜은 주 1회 어르신 댁 우편함에 배송된다.
예방보다 치료 성격을 띠는 실버펜은 경증 치매를 앓는 어르신의 인지기능 현상 유지가 목적이다. 강북구 치매안심센터 기억키움쉼터 김준호 작업치료사는 “어르신들의 연령대나 보호자의 유무, 교육수준이 학습지 효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라며 “경증에서 중증으로 치매가 심화되고 있거나 글자를 읽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은 조금 어려워하신다”고 말했다.
현재는 기억키움쉼터로 어르신들의 직접 방문이 어려워 쉼터 직원들이 전화로 어르신들의 활용 정도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김 작업치료사는 “다 푼 학습지를 수거해 어르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사용한다”며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학습지 자체를 낯설어하시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재밌어하신다”고 전했다. 실버펜은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되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오더라도 쉼터 신규 등록자나 대면 프로그램 신청 대기자에게 제공하는 등 비대면 관리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제 디지털에 무능하면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을 보는 시대다. 키오스크 주문 방식을 알지 못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지 못하고, 공공기관의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할 줄 몰라 한참을 기다려 수수료까지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반대로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초래한다. 식당에서 무인 기기(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 매장에서 상주하는 직원을 아예 없애거나 혼잡 시간대엔 무인 주문기로만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타임’을 운영하기도 해 직원을 불러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처럼 노인들에게는 디지털 세상의 진입 장벽이 높게만 느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 가운데 여건은 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자발적 비 이용’이 72.5%, 나머지 ‘비자발적 비 이용’에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키오스크 체험존’을 마련했다. 체험존에서는 음식 주문, 티켓 발매, 증명서 발급 등을 연습해볼 수 있다. 스스로 체험이 어려운 노인들은 설치된 기관의 사회복지사, 디지털 강사가 직접 돕는다. 체험존 위치는 스마트폰, PC로 네이버에 접속해 ‘스마트 서울맵’을 치고,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도시 생활지도→키오스크 체험존’을 차례로 눌러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서울시 디지털포용팀에 문의해도 된다.
서초구에서 개발한 앱인 ‘서초톡톡C'를 활용해 집에서 연습할 수도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서초톡톡C를 검색해 무료로 다운로드한 다음 무인민원발급기, 패스트푸드, 고속버스, ATM기, KTX 발권, 병원 등 상황별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서초구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르신들에게는 힘든 경우가 많다”며 “인기가 좋은 강좌는 스마트폰 작동법과 키오스크 활용 수업”이라고 밝혔다. 정보취약계층인 노인들에게는 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업이 가장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강동구 등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지난해 말 AI 로봇 ‘리쿠’를 도입했다. 리쿠는 노인들에게 터치나 스크롤 같은 기본적인 작동법은 물론 카카오톡에서 친구를 검색하거나 사진을 전송하고 메시지 알람을 끄는 방법도 알려준다. 리쿠는 단순한 음성을 인식하고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 감정, 성향을 학습해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기술을 탑재했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하고,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디지털배움터’에는 디지털 소외와 정보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강좌가 준비돼있다. 노인들이 집 가까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온라인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신청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강좌 내용, 일시,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지난 6월 시니어 A 씨는 딸에게서 급한 사정으로 폰을 수리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신분증 사진과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보내주고 딸이 보내온 애플리케이션(앱)도 설치했다. 그러나 딸인 줄 알았던 문자 발송인은 메신저피싱 가해자였고, A 씨의 증권 계좌에서 보유 중인 주식이 매도되고 이를 담보로 3000만 원가량의 대출이 실행되는 등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50세 이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메신저피싱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5일 ‘2021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을 발표하고, 중장년층에게 피해 예방을 위해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메신저피싱 피해액의 93.9%가 50세 이상 연령층에서 나왔다. 50대의 피해 금액은 245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수의 52.5%에 달했다. 60대는 186억 원(36%), 70대는 25억 원(5.4%)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메신저피싱은 타인의 메신저 계정을 도용해 등록된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다. 사기범은 주로 자녀를 사칭해 ‘아빠’나 ‘엄마’에게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라고 접근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관심사를 활용해 ‘백신 예약’이나 ‘금감원에 계좌 등록’ 등을 빙자하는 문자가 대량 발송되기도 했다.
이들은 속아 넘어간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요구했다. 이후 신분증 촬영본이나 계좌번호·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얻어내거나 원격조종앱 같은 악성앱을 설치시켜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탈취했다.
사기는 탈취한 피해자의 신분증과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해 수시입출금 계좌 잔액을 직접 이체하거나 저축성 예금·보험을 해지하고, 피해자 명의로 비대면 대출을 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금감원은 “메신저피싱은 피해자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발생해 피해구제 신청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보유 중인 금융자산을 탈취당할 뿐 아니라 거액의 대출까지 떠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의 올바르고 적극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 측은 “자녀를 사칭하며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수상한 문자를 받았을 경우 전화를 걸어 자녀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신분증이나 계좌번호·비밀번호를 제공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URL(인터넷주소)을 터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오늘(6일)부터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국민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가운데,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정부나 카드사를 사칭한 ‘스미싱’메시지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악성앱 주소를 포함한 문자메시지를 대량 전송하고, 문자 수신자가 이를 누르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등을 탈취하는 사기 수법이다.
정부는 국민비서 사전 알림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행안부는 “카드사나 국민비서 외 출처가 불분명한 안내 문자를 받았을 때에는 클릭하지 말고 바로 삭제하고, 문자를 확인했다면 URL 클릭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미싱이 의심되는 문자를 받았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 118상담센터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사기 피해가 발생했을 시 즉시 유출된 개인정보 관련 금융회사나 경찰청, 금감원에 피해를 신고하고,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신청 후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해당 금융회사 영업점에 3일 이내로 제출하면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미술품으로 하는 ‘아트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트테크는 ‘아트(Art)’와 ‘재테크(財tech)’를 합친 용어다. 미술품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은 소액투자자들이 미술품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트테크는 주로 MZ세대가 시장의 주 이용객이다. 하지만 아트테크는 미술품을 보는 안목과 연륜이 있는 시니어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시장이다. 실제로 꽤 많은 시니어 미술 애호가들이 아트테크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에 따르면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아트테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의 이용 고객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2040세대 비율이 60%를 차지하고 있고, 5060세대도 굳건한 팬층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품은 주식이나 코인과 비교하면 위험도가 낮고 장기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는 투자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술품은 가격이 비싼 탓에 일부 상위층 자산가만 누릴 수 있는 투자처였다. 그런데 최근에 아트테크 플랫폼이 생기면서 주식처럼 회사 소유권을 쪼개듯, 미술품 소유권을 쪼개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에 소액투자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수 쉽게 미술품을 살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미술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자신이 구매한 미술품을 방이나 자신만의 공간에 걸어놓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작품관리를 플랫폼 기업에서 전문적으로 해 주기 때문에 손상이나 도난 같은 위험이 사라진다는 장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처럼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까다로운 작품관리 부담을 더는 탓에 아트테크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아트테크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이제 갓 시작된 수준이다. 또 플랫폼마다 특징과 장단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을 잘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아트테크 시작을 고려하고 있는 시니어를 위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3곳을 비교·분석했다.
천 원의 즐거움 ‘테사’
테사는 뱅크시, 마르크 샤갈 같은 유명작가들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구매할 작품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작가와 작품 관련 정보가 나온다. 작가의 다른 작품 가격, 비슷한 작품들의 수익률 등 투자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세 플랫폼 중 개별 분할 소유권 가격이 가장 싼 것이 특징이다. 소유권 1개가 1000원이며, 작품 대부분이 소유권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플랫폼 내에서 소유권 거래도 할 수 있다. 또 작품마다 테사 이용자들의 댓글이 달려 있다. 포털 사이트 주식 종목토론방과 비슷한 느낌으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테사는 자신이 가진 소유권을 지인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거래에는 계좌이체와 신용카드 외에도 카카오톡 암호화폐 지갑 ‘KLIP’의 암호화폐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단점이 있다면 미술품 거래를 앱으로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웹페이지에서는 미술품을 거래할 수 없다.
국내 거장 작품 다수 확보한 ‘아트앤가이드’
아트앤가이드는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이중섭과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 같은 국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취급하고 있다. 아트앤가이드도 테사와 마찬가지로 구매할 작품을 누르면 작품정보와 투자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 분할 단위가 10만 원, 100만 원으로 세 플랫폼 중 가장 크다. 다만 작품 소유권의 5~10%를 회사가 보유하면서 작품의 수익과 리스크를 공동구매자와 함께 나눈다. 아트앤가이드는 미술품 공동구매 말고도 소액으로 인테리어에 사용할 수 있는 미술품을 판매하거나 미술품 아트콜라보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한다.
미술 관련 소식을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점도 아트앤가이드의 특징이다. 하지만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한 상태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쓰는 ‘앱스토어’에는 앱을 출시하지 않아 아이폰 이용자는 웹으로 거래해야 한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플랫폼 내에서 소유권 거래를 할 수 없는 것도 단점이다.
종합 아트 플랫폼 ‘아트투게더’
아트투게더는 미술품 공동구매뿐 아니라 경매, 미술품 위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종합 아트 플랫폼에 가깝다. 플랫폼 내부 ‘조각거래소’를 통해 소유권을 중도에 팔 수도 있다.
작품 분할 단위는 만 원이다. 작품 소유권을 구매하면 구매한 수량에 따라 온라인 권리증, 엽서형 권리증을 준다. 수량과 권리증 지급 여부는 작품마다 다르다.
미술품 소유권을 공동구매하면 소유권자들은 전시와 렌탈 같은 부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아트투게더는 세 플랫폼 중 작품별 렌탈 현황을 가장 잘 정리해 제공한다. 작품별 렌탈 비용도 사이트에서 알려주고 있어 작품을 빌리려는 이들도 참고할 수 있다. 단점은 모바일 기기용 앱이 없어 웹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20대 여대생 A씨가 빠르게 달리던 걸음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르며 휴대폰 화면을 본다. 화면에는 A씨가 달린 거리와 시간이 나타난다. 그 옆으로 세 명의 청년이 줄 지어 뛰어가며 ‘파이팅!’ 구호를 외친다. 7월의 어느 밤, 서울 성북천 산책로의 풍경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야외 러닝을 즐기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달리기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앱으로 ‘셀프 훈련’을 하는가 하면, 일면식도 없는 이들끼리 모여 달리기만 하고 헤어지는 독특한 모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동호회나 문화센터 강좌 등 특정 집단에 소속돼 친목을 다지며 운동을 즐기는 중장년 세대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달리기도 앱으로 배워요
“자, 이제 절반 달렸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걸음이 느려질 무렵 귓가에 활기찬 음성이 들려온다. 헬스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아닌 스마트폰 앱 ‘런데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런데이는 난이도와 컨디션별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트레이닝 서비스로, 운동 기록을 SNS에 공유할 수 있어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MZ세대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런데이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0여 개의 인증 게시물이 SNS에 올라오고 있다.
이 앱의 특징은 운동 내내 보이스 트레이닝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초보자 대상 30분 달리기 프로그램에서는 달리기가 처음인 이들에게 응원으로 힘을 북돋아주고, 자세나 호흡법 등 간단한 운동 상식을 알려준다. 몇 가지 멘트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아닌 실제 트레이닝을 받듯 상황별로 다양한 멘트가 흘러나와 이용자들 사이에서 ‘런총각’이라고도 불린다.
이용자는 앱 내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다른 이들의 달리기 기록과 랭킹도 볼 수 있다. 앱을 이용하는 지인과 친구를 맺으면 지인이 운동을 시작할 때 알림이 전송돼 응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혼자서 하는 운동이지만, ‘따로 또 같이’ 달리는 듯한 경험을 제공해 의욕을 고취하는 셈이다.
나이키의 ‘나이키 러닝 클럽’(NRC)도 유사한 달리기 트레이닝 앱이다. 단거리 러닝, 장거리 러닝, 스피드 러닝 등 달리기 유형에 따른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보이스 트레이닝과 커뮤니티 기능이 동반된다. 다만 초보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이들보다는 어느 정도 숙련된 이들에게 알맞다.
초면이지만 같이 뛰어요
앱으로 자신만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나가는 이들이 있는 한편, 여럿이 모여 달리는 ‘러닝크루’도 M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새로운 러닝 문화다. 인스타그램에서 ‘러닝크루’를 검색하면 18만 건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러닝크루는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 소모임 앱 등 SNS를 기반으로 한 달리기 모임으로, 참여 신청부터 일정 조율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언뜻 보면 중장년 세대의 걷기·마라톤 동호회와 유사하게 느껴지지만, 성격과 운영 방식은 반대에 가깝다.
단체 활동과 규율을 중요시하는 기존의 동호회와 달리 러닝크루는 참여와 이탈이 자유로워 일회적 성격이 강하다. 크루에 가입하지 않아도 게스트로 참여 가능하고, 운영진이 아닌 일반 회원도 달리기 모임을 주최할 수 있다. 또 불필요한 친목을 지양해 사담은 최소화하고 정보는 이름 정도만 공개한다. 그래서 다 같이 모이면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달리기를 시작하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끈끈한 결속보다는 적당한 거리감,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만남과 헤어짐의 방식은 ‘모임’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지만, 달리기를 할 때만큼은 팀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달리다 지칠 때쯤 서로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으며, 앞서가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호흡을 맞추며 달린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는 ‘2030청춘러너’의 정주리 크루장은 “함께 달리는 것의 매력은 좋은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있다”며 “1km마다 ‘파이팅!’을 외치며 달리면 혼자 뛸 때보다 덜 지치고, 더 힘을 내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SNS에서 유행하는 이색 러닝
플로깅▶가볍게 뛰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뜻한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에서 하체 근력을 사용해 일반 조깅보다 운동 효과가 뛰어나다. ‘줍깅’이라고도 불린다.
우중런▶비 오는 날 달리는 것을 말한다. 더위에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야 확보가 어렵고 부상 위험이 커서 시니어 등 체력이 약한 이들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버추얼런▶참가자가 각각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정 거리를 완주하는 신개념 마라톤을 말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러닝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가 8월의 건강 이슈로 ‘노인 건강’을 선정하고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노인 건강관리수칙을 발표했다. 노인 건강관리의 일환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노인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캠페인도 함께 시작했다.
24일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노인 건강관리 정보 전달과 그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한 노인 건강관리수칙을 배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돼 사적모임과 야외활동에 제약이 있는 요즘, 코로나19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어르신의 일상 속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복지부가 배포한 노인 건강관리수칙 ‘건강돋보기’는 영양관리, 구강관리, 우울관리, 운동관리 등 노인 건강문제를 네 개로 나눠 각각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린다. 각 영역별로 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 방안을 담아 실생활에서 노인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자료는 노인 특성을 고려해 글씨를 확대하고 삽화를 포함하며 가독성을 높여 이해하기 쉽도록 제작했다. 카드뉴스와 리플렛(안내 책자), 모션그래픽(비디오 영상 또는 애니메이션 기술로 영상 속에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영상 제작 방식) 같은 여러 콘텐츠 유형으로 제작해 노인들에게 필요한 건강정보가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돋보기 자료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누리집에서 얻을 수 있다. 또 이번 자료는 대한노인회 협조로 전국 6만7000여 개 경로당의 지회장을 통해 지역 어르신에게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 ‘어르신 건강톡·안부톡 캠페인’도 24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진행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대상 건강관리 정보의 효율적인 확산을 위해 이번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캠페인 참여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SNS에 게시되는 ‘노인건강관리 수칙’ 카드뉴스를 저장한 후,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의 모바일 메신저로 주변 어르신에게 안부와 함께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후 모바일 메신저 화면을 캡처해 본인의 SNS 계정에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고 인증하면 된다. 복지부는 참여자 중 100명을 추첨해 1만 원 상당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 속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노인 건강관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이번 건강톡·안부톡 캠페인을 통해 부모님 등 주변 어르신의 안부와 건강을 살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