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라면이라도 캠핑장에선 유독 맛있게 느껴진다. 그건 아마 캠핑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주변 환경 덕분일 게다. 산과 바다, 숲과 계곡 등 천혜의 자연을 둘러싼 곳에선 공기마저 달달하다. 그런 캠핑의 맛을 한층 더 돋우어줄 레시피와 더불어 자연까지 생각한 요리 에티켓을 담아봤다.
사진 및 레시피 제공 상상출판(캠핑 가서 잘 먹게 해주세요, 이미경 저)
✽레시피 1숟가락=일회용 숟가락 기준, 1컵=일회용 종이컵 기준
따끈한 안주가 생각날 땐? 홍합 바지락찜
캠핑의 밤이 무르익어갈 때쯤 가볍게 기울이는 한잔은 가을밤의 낭만을 더욱 짙게 만든다. 쌀쌀한 날씨엔 아무래도 따끈한 안주가 제격이다. 소주, 맥주, 와인 등 다양한 주종과 잘 어울리는 홍합 바지락찜을 추천한다. 깔끔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매력적이다.
레시피 *4인분 요리시간 20분
재료 홍합 500g, 양파 1/4개, 청양고추 1개, 대파 1/4대, 고추기름 2숟가락, 식용유 3숟가락, 다진 마늘 1숟가락, 참기름·통깨 약간씩 양념 재료 고추장 2숟가락, 고춧가루 2숟가락, 설탕 1/2숟가락, 물엿 1숟가락, 청주 2숟가락, 간장 1숟가락, 청양고추 약간
① 홍합은 껍데기를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은 뒤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을 약간 넣어 입을 벌릴 때까지 삶는다. 홍합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볶을 때 사용하면 좋다.
② 양파, 청양고추, 대파는 곱게 다진다.
③ 양념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 숙성시키면 더 맛있다.
④ 팬에 고추기름과 식용유를 넣고 다진 마늘과 양파를 넣어 볶다가 양념장과 청양고추, 대파, 홍합을 넣고 뒤적거리면서 볶는다.
평범한 마트 소시지는 NO! 캠핑용 수제 소시지
캠핑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릴’이다. 소시지 역시 캠핑장 그릴 위의 단골 재료다. 시중에 판매하는 소시지도 맛있지만, 좀 더 특별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수제 소시지’를 추천한다. 집에서 미리 만들어 쿠킹포일에 돌돌 말아 가면, 숯불에 바로 굽기만 하면 돼 편리하다.
레시피 4인분 요리시간 30분
재료 양파 1/2개, 당근 1/8개, 양송이버섯 4개, 불린 표고버섯 2개, 풋고추 1개, 소금 약간, 다진 쇠고기 200g, 다진 돼지고기 200g, 다진 마늘 2숟가락, 녹말가루 2숟가락, 식용유 적당량 고기 양념 재료 토마토케첩 2숟가락,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대체 식재료 쇠고기, 돼지고기 → 닭고기, 새우살
① 양파, 당근, 양송이버섯은 곱게 다진다.
② 불린 표고버섯은 물기를 꼭 짜고 기둥을 떼어 곱게 다지고 풋고추는 꼭지를 떼어 4등분해 곱게 다진다.
③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 당근, 양송이버섯, 표고버섯, 풋고추를 넣어 볶다가 소금으로 간해서 식힌다.
④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토마토케첩을 넣어 섞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⑤ ④에 채소, 버섯, 다진 마늘, 녹말가루를 넣고 치댄다.
⑥ 반죽을 끈기 있게 잘 치대어 길쭉하게 빚은 뒤 쿠킹포일로 감싸 그릴이나 팬에 익힌다.
마시고 남은 와인으로 만드는 상그리아
만약 캠핑 때 챙겨간 과일이 있다면 남은 와인을 활용해 상그리아를 만들어보자. 술에 약하다면 술의 양을 줄이고 주스를 더 넣어 약한 알코올음료로 즐기면 좋다.
레시피 4인분 요리시간 10분
재료 오렌지 1/2개, 굵은소금 약간, 사과 1/2개, 키위 1/2개, 레드와인 2컵, 크랜베리 주스 2컵 대체 식재료 사과 → 딸기, 키위 → 포도
① 오렌지는 껍질을 굵은소금으로 문질러 씻고,
사과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째 슬라이스한다.
② 키위도 껍질을 벗겨 슬라이스한다.
③ 레드와인에 크랜베리 주스를 붓고 섞는다.
④ 슬라이스한 오렌지, 사과, 키위 등을 넣은 뒤 고루 섞어 완성한다.
캠핑 요리 에티켓 & 주의사항
① 요리를 하며 나오는 쓰레기는 재활용, 음식물, 일반쓰레기 등으로 구분해 지정된 장소에 분리 배출한다. 특히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이나 오수를 캠핑장 바닥에 버리면 환경오염과 해충 발생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② 요리가 끝난 뒤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요리에 사용한 숯이나 번개탄, 목재 등에 불이 확실히 꺼졌는지 확인하고, 남은 재는 한곳에 모아 허가된 장소에 버린다. 특히 가을엔 제대로 끄지 않은 불씨가 화재로 직결되니 조심해야 한다.
③ 남은 음식물은 남겨두지 말고 바로바로 처리한다. 남은 음식물을 방치할 경우 야생동물이 찾아올 위험이 있다. 가급적 남은 재료를 잘 활용해 요리하는 지혜를 잘 발휘해보자. 요리한 음식이 많을 때는 캠핑장 내 이웃들과 나누면 사이도 돈독해지고 좋다.
캠핑카에서 즐기고 싶다면?
대한민국 캠핑 인구는 500만 명이 넘는다. 국내 캠핑 산업 규모는 2017년 2조4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3.7%(5055억 원) 성장했다.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 등록 대수도 각각 573대, 2535대로 총 3108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50.4% 증가했다.
캠핑카 종류는 카라반, 캠퍼 밴, 폴딩 트레일러, 트럭 캠퍼 등으로 나뉜다. 카라반은 흔히 말하는 캠핑카를 의미한다. 캠퍼 밴은 소형 트럭이나 미니 밴, 화물 트럭을 개조해 캠핑카로 만든 차량이다. 폴딩 트레일러는 차량 뒷부분에 연결해 견인하는 차량을 가리킨다. 트럭 캠퍼는 평소 트럭으로 활용하다가 캠퍼를 합쳐 캠핑카로 만든 차량을 말한다.
캠핑카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옵션에 따라 4000만 원대부터 1억 원이 넘어가는 것도 있다.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렇게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0만~2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된다면 시중에서 이보다 저렴한 비용의 중고 캠핑카를 구할 수도 있고, 일정 기간 빌려서 즐길 수도 있다.
캠핑카 대여를 원한다면 대여 업체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보통 15일 정도 여유를 두고 예약을 해야 원하는 날짜에 대여가 가능하다. 차량은 여행 날짜에 맞춰 대여 업체의 차고지를 직접 방문하거나 홈 렌털 서비스를 이용해 자택에서 픽업한다. 렌털료는 1박 2일 기준으로 국산차는 35만~50만 원 선, 수입차는 45만~80만 원 선이다.
캠핑카 대여 조건은 만 26세 이상, 운전 경력 최소 1년 이상. 대인·대물·자손 종합보험은 기본으로 가입돼 있으나 자차 보험은 빠져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한다. 또한 승용차에 비해 차체가 커서 운전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안전운행수칙을 교육하는 업체에서 1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캠핑카 운전, 보험은 필수!
캠핑카 운전, 보험은 어떻게 가입해야 할까? 대여용 캠핑카의 경우 대인·대물·자손 등 종합보험이 가입돼 있으나 자차의 경우 계약할 때 별도로 체결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① 캠핑카≠캠핑 트레일러 캠핑카는 운전석 일체형인 ‘캠핑카’ 그리고 엔진이나 동력원 없이 앞차에 끌려가는 형태인 분리형 ‘캠핑 트레일러’로 구분된다. 일체형 캠핑카는 일반 승용차가 아니므로 ‘업무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캠핑 트레일러는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종합보험에 가입할 필요 없이 ‘자기차량손해(자차)’ 담보만 가입하면 된다(일부 캠핑카는 경우에 따라 인수 여부 및 보장 사항에 차이가 생길 수 있으니 승차 전에 확인하도록 한다).
② 캠핑 트레일러 사고 시 보상은?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가던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끌고 가던 앞차의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리고 캠핑 트레일러가 파손된 경우에만 트레일러에 가입한 ‘자기차량손해(자차)’ 담보로 보상받으면 된다. 단, 사전에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갈 앞차의 보험사에 트레일러 견인 여부를 반드시 미리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사고 가능성이 더 높아지므로 ‘레저장비 견인 중 위험담보 요율’이 적용돼 보험료는 상승된다. 또한 앞차와 트레일러를 잇는 연결고리가 있다면 연결고리는 앞차 자동차 보험 추가 부속품으로 해놓아야 한다.
◇캠핑카 대여 업체◇
코카투캠핑카 인천광역시 서구 도곡로 239
락앤롤캠핑카 서울시 중랑구 면목로30길 25-3
대명캠핑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325번길 45-73
캠핑(camping)이란 집과 도시를 벗어나 텐트와 침낭 등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자연 속에서 숙영하는 행위를 말하며, 캠핑 스타일에 따라 크게 백패킹과 오토캠핑으로 분류할 수 있다. 등산 중심의 백패킹이 최소한의 짐을 배낭 안에 가볍게 패킹해 자연 속에서 이동 중에 먹고 자는 행위라면, 오토캠핑은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이용해 지정된 캠프 사이트에서 야영하는 행위로 그 개념을 이해하면 될 것이다.
늘어나는 등산 인구와 그로 인한 무분별한 취사로 야기되는 자연 오염이 심각하게 문제가 되면서 국립공원을 포함한 일부 산에서의 취사와 야영이 상당수 금지됐고, 국내 캠핑은 이제 정해진 사이트에서 한정돼 누릴 수밖에 없게 됐다. 백패킹이든 오토캠핑이든, 캠핑의 가장 기본이 ‘머문 흔적 없이 자연을 있는 그 자체로 온전하게 즐기는 일’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숙영하든 훌륭한 캠핑이 되지 않을까? 이에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 반드시 숙지하면 좋을 장비 준비를 비롯해 백패킹과 오토캠핑을 아울러 캠핑 입문 전반에 필요한 유용한 주요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캠핑 입문에 필요한 주요 장비 10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집과 달리, 야외에서의 캠핑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지는 석양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텐트 밖 일출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면 이 모든 수고로움은 조금쯤 너끈한 마음으로 감당해도 좋지 않을까? 보다 안락한 캠핑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를 소개한다.
① 텐트 가벼우면서 견고해야 한다. 또 설치와 철거가 빠르고 쉬워야 좋다. 종류는 1인용에서 2~4인용, 그 이상까지 다양하지만 4인용 이상은 부피도 크고 무거울뿐더러 만약 백패킹 중에 사용한다면 산에서는 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음을 알아두자.
② 침낭 화학섬유 침낭과 우모 침낭이 있으며 계절에 맞는 제품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크게 하계용, 춘추용, 동계용으로 나뉘며 봄~가을철 두루 사용하는 3계절용이 있다. 최근에는 하계용을 제외하고 대개 우모를 사용한다.
③ 매트리스 텐트와 침낭 못지않게 중요한 숙영 장비다.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습기를 전면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매트리스는 크게 발포스펀지형과 공기주입형으로 나뉜다. 단열성이나 부피와 무게 등을 고려할 때 공기주입형이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튜브가 갑작스레 터지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④ 타프 방수처리한 천인 타포린(tarpaulin)의 줄임말이 타프다. 햇빛을 가리고 비와 바람을 막아줘 텐트 없이 비박할 때 요긴한 장비다. 당일치기 캠핑에도 유용하다. 매우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에 좋으며, 침낭 커버가 있더라도 그 위에 타프를 설치하면 한결 쾌적한 야영을 즐길 수 있다. 한편 고어텍스 소재의 침낭 커버는 침낭의 보온효과를 높여주고 숙영지에서 비바람과 눈으로부터 침낭을 보호해준다. 무엇보다 장소에 큰 제약 없이 야영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⑤ 스토브 요리를 하기 위해 불을 켜는 캠핑용 도구 혹은 난로를 말한다. 스토브는 연료와 용도에 따라 다양하므로 캠핑 스타일을 꼼꼼히 따져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⑥ 코펠 냄비, 프라이팬, 접시, 밥그릇을 겹겹이 포개어 한 번에 수납하는 휴대용 식기다. 야영 중에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커피 마실 물도 끓일 수 있다.
⑦ 수저 및 다용도 나이프 수저는 캠핑 필수품. 다용도 나이프는 음식을 손질하거나 로프를 자르거나 나무를 깎을 때 쓴다.
⑧ 랜턴과 이동용 랜턴(+보조배터리)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밤을 위해, 그리고 어둠 속 원활한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장비다. 비상시를 대비해 여분의 보조배터리도 반드시 준비한다.
⑨ 기능성 의류 캠핑 중에 착용하는 의류도 중요하다. 방풍·방수 재킷은 갑작스럽게 눈과 비와 바람을 맞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신체를 보호해주며, 우모 재킷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기능성 의류는 캠핑 시 4계절 내내 휴대하고 다니는 게 좋다. 우모 재킷 대용으로 담요도 무방하다.
⑩ 구급약품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상비약 및 소독약 등을 반드시 겸비해 안전한 캠핑에 만전을 기한다.
있으면 좋은 오토캠핑 서브 장비 5
캠핑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캠핑 스타일에 따라 구비하면 더욱 안락하고 편안한 컨디션을 제공하는 캠핑 서브 장비도 함께 소개한다. 집에서 쓰던 물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캠핑 중 활용도가 높을 경우 캠핑에 최적화된 장비를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래 소개하는 서브 장비는 등산 중심의 간소함을 추구하는 백패킹 때보다 주로 오토캠핑 중에 사용된다.
① 테이블 테이블을 이용해 여유롭고 낭만적인 야영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② 의자 캠핑장에서는 잠잘 때와 움직일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의자에 앉아 보낸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자연을 감상한다.
③ 그릴 캠핑장에서의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기대한다면? 그릴은 숯이나 가스 등의 연료로 불을 피워 석쇠나 불판에서 고기를 구울 수 있도록 돕는다.
④ 키친 테이블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는 조리대와 캠핑 스토브를 설치해 조리를 돕는 장비다. 조리도구나 양념 등도 보관할 수 있으며 음식물과 식기를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과 설거지통 등의 보조장비까지 곁들이면 집에 있는 주방 부럽지 않은 캠핑용 키친이 완성된다.
⑤ 해먹 나무 혹은 지지대를 이용해 걸터앉거나 누울 수 있게 해주는 그물 침대를 말한다. 설치가 간편하면서도 활용도가 뛰어나 캠퍼들에게 인기가 좋다.
◇캠핑 관련 쇼핑몰◇
콜맨 코리아 coleman.co.kr, 코베아 kovea.co.kr, 캠핑몰 campingmall.kr
캠핑라이프 campinglife.co.kr, 오케이아웃도어 okoutdoor.com
무슨 일을 하건, 그 분야의 최고가 돼라! 자주 듣는 얘기다. ‘최고’에겐 갈채가 쏟아진다. 다들 ‘최고’가 되기 위해 질주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혼을 파는 결탁마저 불사한다. 삶의 눈먼 과속은 대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욕망이라는 총구에서 발사된 열정의 탄환. 이 위험한 물질은 과녁을 맞히고도 좌절한다. ‘최고’가 되고서도 감옥에 끌려가는 사람조차 있지 않던가. 그런데 말이다. 자전거 세계여행가 차백성은 권장한다. “꿈을 좇아 최고가 돼라!”고. 그가 말하는 최고란 뭘까. 자전거 여행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자전거로 세계 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점점 늘고 있다. 주로 청년층이 즐긴다. 차백성도 청년이다. 그의 나이는 68세.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애늙은이도 있지 않던가. 가슴에 시퍼런 청년이 살아 있으면 청년이다. 정열과 패기로, 차백성은 청년 열차에 올라탔다. 그는 프로다. ‘전업 자전거 세계여행가’로 통한다. 직업적으로 자전거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그가 유일할 거다. 그의 여행엔 협찬이 붙는단다. 여행서 집필과 강의도 어언 직업화됐다.
자전거로 지구를 누비는 사람이라 근육질의 터프가이를 예상했다. 그러나 마주앉고 보니 아니다. 그저 평범한 외양이다. 맑은 표정으로 보자면 학자풍이다. 여기저기 관절이 결릴 시절이지만 몸짓이 곧고 민첩하다. 육체에도 정신에도 강골이 들어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인생의 황혼에 무슨 수로 청년의 새아침을 열었겠나. 그는 바야흐로 진정한 전성기를 맞이했다.
“요즘 최상의 행복을 느끼며 산다. 골든 에이지! 바로 지금이 그렇다. 나에겐 하루도 거르지 않는 세 가지 일과가 있다. 운동, 독서, 글쓰기가 그렇다. 이 셋은 새로운 여행에 나서기 위한 준비 작업이자 일상을 맘껏 즐기는 방식이다.”
나이 들며 사람들은 흔히 습관에 안주한다. 나이 타령이나 하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한다. 당신처럼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즐긴다는 건 상상으로나 가능할 뿐이다.
“늙었다고 자조할수록 퇴보한다. 늙음 안에는 경륜이나 지혜 등 좋은 가치들이 들어 있지 않던가. 역사를 보더라도 60세 이후에 위업을 남긴 사람이 많지 않던가. 나는 늙음이라는 걸 경쟁력으로 생각하며 산다. 이 나이에도 자전거 여행을 계속하는 건, 그 경쟁력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자동차 여행은 어떤가? 굳이 자전거만을 수단으로 고수하는 이유는?”
“어릴 적에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나 그의 자전거 여행에 동경심을 품었다. 그때 꿈이 생긴 것이지. 나, 어른이 되면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할래! 그랬던 소년기의 꿈을 뒤늦게 이룬 셈이다. 김찬삼 선생이야말로 내 인생의 위대한 멘토다.”
김찬삼(1926~2003)은 ‘여행의 신’으로 불렸다. 비(非)문명, 오지, 가난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여행 원칙을 끝까지 관철한 인물이다.
“대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이른 작고도 어린 나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쳤다. 염세주의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으니까. 선친은 우주처럼 큰 존재였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며 어린 내게 인생은 유한하다는 걸 일찍부터 경험하게 했다. 덕분에 좀 조숙하지 않았을까. 이미 발아한 여행에의 꿈이 아버지를 잃은 뒤로 한층 영글었던 것이다. 내게 꿈이라는 게 없었다면 평생을 방황으로 허비하고 말았겠지.”
날마다 100km씩 달렸다
삶이 부끄러운 건, 꿈을 잃었을 때다. 꿈의 관리에 능란하지 못한 채, 꿈을 배반하고 엉뚱한 행로를 헤맸다는 자각이 찾아들 때다. 차백성에게도 그 자각의 순간이 찾아왔더란다. 2000년, 그의 나이 49세 때였다. 참을 수 없는 삶의 진부함에 소스라쳤던 것 같다. 살아온 날들 전체에 회의를 느꼈다는 게 아닌가. 어라, 나 지금 뭐하는 짓이지? 나여! 이건 나의 삶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자가 심문을 했던 모양이다. 대우건설 임원이었던 그는 마침내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수면 아래에 매장된 꿈을 두레박으로 길어 올렸다. 그렇게 자전거 세계여행의 시동이 걸렸다. 첫 여행은 미국 서부 해안 종주. 3000km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다.
“시애틀에서부터 샌디에이고까지, 태평양을 끼고 이어지는 ‘하이웨이 원’을 달렸다. 하루 평균 100km씩, 한 달에 걸쳐 완주했다.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는 감개무량했지. 나도 드디어 자전거 여행가 대열에 올라섰다는 만족감이 컸다. 오래된 꿈을 비로소 이루기 시작했다는 쾌감은 더 컸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체력을 다져 떠났겠지? 하루 100km를 날마다 달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물론 준비기간이 있었다. 미국 종주를 하기 이전에도 자전거를 자주 탔다. 나는 매번 엄청난 준비를 하고 떠난다. ‘고생한 그대여, 다 놓고 훌쩍 떠나라!’ 그런 식의 구호를 불신한다. 준비가 충실하지 않은 여행엔 폐단이 많아서다.”
숙식은 어떻게 해결했나?
“불가피한 경우엔 모텔에 투숙했지만, 거의 캠핑을 했다. 자전거엔 7개쯤의 가방을 매단다. 텐트와 취사도구까지 챙기다 보면 꽤 무거워진다. 30kg 이상 된다. 나의 모든 해외여행이 그런 식이다.”
하룻밤만으로도 온몸이 쑤시는 게 캠핑일 수 있다. 말 못할 불편이 많았겠다. 캠핑을 기본으로 하는 이유는?
“두 가지 이점 때문이다. 하나는 캠핑장을 통해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한결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 또 하나는 경비 세이브! 불편? 별안간 설사 날 때가 가장 난감하다. 화장실을 찾기 어렵더라고.”
칼을 두 자루나 들고 덤비는 강도도 만나게 되는 게 자유여행이다. 사고는 겪지 않았나?
“내겐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미리 면밀히 예방하는 것이지. 유럽 여행의 경우엔 집시들을 특히 조심한다. 순식간에 자전거를 훔쳐가기 때문에 자전거를 항상 몸에 붙이고 다닌다. 캠핑할 때도 자전거를 분해해 텐트 안에서 끌어안고 잔다. 미국에선 송아지만 한 개가 공격을 해서 죽는 줄 알았다. 용케 모면했다. 미국 개들이 다들 훈련됐다는 게 퍼뜩 생각나 외쳤다. 싯 다운!(sit down) 그러자 대번에 주저앉던걸. 하하핫. 여행엔 기지가 필요하다.”
가벼운 사고는 여행의 풍미를 더해준다. 일테면, 길을 잃을 경우, 더 흥미진진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길이란 결국 어디로든 이어지니까. 그러나 차백성에게 길을 잃는 식의 얼간이 짓은 용납되지 않는다. 사고율 제로! 노련한 여행자의 기록이 혁혁하다.
자전거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근사한 물건에 속한다. 자동차가 지구덩이를 까맣게 뒤덮은 이 시대까지 사멸하지 않은 그 생명력이라니. 이른바 적정기술의 산물이다. 이 주목할 만한 철 구조물에 인간의 숨결과 피를 부여하는 게 차백성이다. 페달을 밟는 그의 거친 숨결에 자전거도 격동하겠지. 그의 몸통에 흐르는 피가 핸들을 거쳐 바퀴까지 설레어 번질 테지. 사물과 인간의 동체대비, 그 사랑과 안심이 여행을 지속하게 할 것이다.
꿈 없는 욕망의 질주는 방황에 불과
그런데, 고독하지 않을까? 그는 늘 혼자 떠나고 혼자 돌아온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페달만 밟는 날도 많다는 게 아닌가.
‘나 홀로 여행’을 수칙으로 삼은 사람에게선 독특한 취향 이상의 자기폐칩이랄까, 뭔가 집요한 나르시시즘이 느껴진다. 외바퀴 자전거처럼 고독하지 않을까? 고행을 자행하나?
“고독. 사실 그게 가장 힘겹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 자체가 고독과의 동행이지 아니한가? 당신 역시 곁에 와이프가 있더라도 외로울 게 아닌가? 고독이란 사귈 만한 벗일 뿐, 나쁜 게 아니다. 자전거 여행은 고독과 동행한다는 점에서 인생과 편차 없이 닮은 것 같다. 인생의 축소판이자, 인생을 관조하게 하는 전망대, 그게 자전거 세계여행이지. 그러고 보면 이건 구도 내지는 탐구여행이겠네.”
차백성은 책벌레에 가깝다. 여행 중에도 자주 책을 읽는다지. 그게 고독을 녹여 친구로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인 모양이다. 여권처럼 항상 들고 다니는 책도 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 애호가이기도 하다. 일부러 지중해 크레타 섬을 찾아 카잔차키스의 묘를 참배하기도 했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이는 카잔차키스의 비명(碑銘)으로, 차백성의 가슴에도 화인(火印)처럼 새겨진 것 같다.
자전거는 느리다. 느려서 더 잘 보이고, 더 많이 보인다. 모든 지나갈 수밖에 없는 세상 풍경이 잽싼 발길을 멈추고 천천히 흘러간다. 풍경은 물론 삶의 풍속까지.
세계 각국을 섭렵하는 중에 본 최고의 비경은 어디였나?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사운드의 피오르드였다. 만년설 빙하가 흘러내려 형성된 협곡이다. 숨이 멎는 듯한 경이를 느꼈다. 그런데 비경보다 감동적인 건 사람이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도, 사람의 비경을 만나기 위해서다.”
미움이 쌓이는 게 인간사이지만, 늘 그리운 건 사람이다. 봄날의 여행처럼 따뜻한 존재. 누구나 그런 사람을 기다린다.
“잊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한번은 인가 없는 오지의 어둠 속에서 곤경에 처했다가 어떤 남자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진정 비범한 인간애로 나를 도왔다. 눈물겨워 감사의 뜻을 전할 수밖에. 그러자 그가 하는 말이 의표를 찔렀다. ‘나에게 고마워할 것 없다. 다음에 너도 남을 도우면 되지 않니?’ 그 한마디는, 이후 내 삶의 푯대가 되었지.”
부인에게 헌신적일 거 같다. 그런데 어쩌자고 20년째 ‘홀로 여행’만 하지?
“아내에겐 동의를 미리 구했다. 각자가 추구하는 삶 존중하기. 이는 현명한 부부애이지 않을까? 나는 오랫동안 꿈을 잃은 채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으나 그건 일종의 방황이었다. 비관적으로 산 세월이었지. 쉰 살에 이르러서야 잠에서 깨어나 유예했던 꿈을 실현했다. 그러자 긍정적인 인간으로 변하더군.”
별 꿈 없는 보편적 인생도 얼마든지 어엿할 수 있다. 꿈으로 말하자면, 인생 자체가 한바탕의 꿈이지 않을까?
“꿈이 없는 건 강아지나 시체일 뿐이다. 모든 살아 있는 사람에겐 다 꿈이 있다. 잊었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따름이겠지. 꿈을 찾아야 한다. 무슨 일이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꿈으로 삼아 도전하라는 얘기다. 도전했다면 최고가 되어야겠지. 그게 가장 좋은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꿈 없는 욕망의 질주는 방황에 불과하다는 얘기이겠지. 꿈이라는 산소통이 빠져나간 삶은 자아를 질식시킨다는 얘기일 테고.
“자전거 여행의 꿈을 이루자 삶의 시공간이 확장되었다. 한결 농밀한 삶이 가능해졌지. 그게 왜냐면, 가령 한자리에서 90년을 산 사람의 삶과 90년을 여행하며 산 사람의 그것은, 질적으로 너무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비단 여행만이 아니라 뭐든 꿈을 좇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다.”
차백성은 자전거 세계여행만을 꿈으로 삼진 않았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도 뿌리 깊은 것이었단다. 굴레를 벗어나고픈 그의 유목적 개성이 문예 욕망으로 번진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세 권의 여행기를 낸 작가로 변신했다. ‘아메리카 로드’, ‘재팬 로드’, ‘유럽 로드’. 셋 모두 인문학적 내공과 글맛으로 버무려진 가작이다. 이제 그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좀이 쑤셔 못 견딘다. 그보다 더 그를 달구는 건 물론 여행 충동이지만.
한국관광공사 캠핑정보 사이트 ‘고캠핑’(www.gocamping.or.kr) 기준 전국 캠핑장 수는 2300여 곳에 이른다. 과거 강가나 계곡 주변에서 텐트를 치고 즐기던 것에 머무르지 않고, 요즘은 펜션이나 휴양림, 카라반 등 다양한 편의시설에 체험활동이나 액티비티 등을 운영하는 캠핑장도 늘어났다. 산, 바다, 도심 등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휴식, 취미, 관광 등 그 목적까지 고려해야 선택지를 좁혀가며 만족스러운 캠핑장을 고를 수 있다. 캠핑장 찾기 팁과 더불어 테마별 추천 캠핑장 정보까지 담아봤다.
도움말 및 자료 제공 캠핑퍼스트(김한수 이사)
캠핑은 야외에서 먹고 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여기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안락하고 깨끗한 편의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많아졌지만, 꼼꼼히 따져보지 않는다면 예견했던 불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즉, 어떤 캠핑장을 고르느냐에 따라 캠핑의 질이 달라지는 셈이다. 캠핑장을 고를 때는 캠핑의 목적을 먼저 염두에 둔다. 휴식을 위한 것인지,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함인지, 취미활동을 병행할 것인지 등에 따라 산, 바닷가, 계곡 등 주변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가족 등 동반자의 특성을 고려해 서로의 취향을 잘 반영한 캠핑장을 고른다.
◇ 캠핑장 선택 시 주요 고려사항
① 접근성 캠핑장에 머무는 시간에 비해 이동시간이 길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거리나 교통 상황 등을 확인해 무리가 가지 않는 위치를 선정한다. 새벽에 출발해 밤에 돌아오는 일정을 선호하는 캠퍼들도 많다.
② 예약 가능 여부 아무래도 예약을 해야 더 안정적이다. 몇몇 캠핑장은 예약자에 한해서만 입장 가능하다. 선착순 운영 캠핑장을 간다면 대안으로 근처 다른 캠핑장들도 미리 알아두자.
③ 편의시설 캠핑장 인근에 식료품이나 캠핑용품을 구입할 만한 편의시설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에 따라 캠핑 짐을 쌀 때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정리해 빠짐없이 챙기자.
◇ 캠핑장 찾기 Q&A
❶ 초보 캠퍼가 캠핑장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실제로 캠핑장을 보고 선택하기는 어렵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참고하게 된다. 이러한 캠핑장 후기의 경우 주관적인 견해이거나, 간혹 대가를 받고 호의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가급적 다양한 리뷰를 살펴보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글이거나 홍보성 내용들은 걸러서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❷ 중장년이 캠핑장을 고르며 특별히 더 살펴봐야 할 것은? 지병이 있거나 건강이 염려되는 중장년의 경우 위급 상황에 찾아갈 인근 병원 위치를 파악해두도록 하자. 거동이 불편하다면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지형이 좋다. 자식이나 손주 등이 찾아올 계획이라면, 방문자 출입이나 인원 추가가 가능한지의 여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❸ 가을철 캠핑장(캠핑사이트) 선택 요령은? 가을은 비교적 쌀쌀하기 때문에 해가 잘 드는 자리에 텐트를 설치하면 좋다. 마른 나뭇잎이 많거나 마른 잔디인 경우 작은 불씨에도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한다.
◇ 테마별 추천 캠핑장
Theme#1 자연환경 취향 따라 Pick!
[01]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캠핑장
행복한나드리 캠핑장 |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소규모 캠핑장이다. 가을에 찾는다면 알록달록 물든 주변 풍경과 더불어 코스모스도 만끽할 수 있다. 캠핑장 인근의 배론성지나 치악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단풍 구경을 가도 좋다. 솔방울 공예품 만들기, 목공예 등 시기별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옥전리 286-1)
달숲 캠핑장 | 산속에 단풍나무와 밤나무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가을이면 절경을 이룬다. 주변 소음이 적고, 캠핑장 내에서도 고성방가 등을 엄격히 제한해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청풍호와 청풍문화재단지, 도담삼봉 등이 가깝고, 제천 시내와 인접해 대형마트 등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 89-1)
[02] 숲속 힐링&자연휴양림 캠핑장
춘천숲자연휴양림 | 서울에서 1시간 이내에 닿는 거리로, 잣나무와 참나무 숲이 우거진 아늑한 자연휴양림이다. 산림휴양관, 숲속의집을 비롯해 야영데크, 글램핑장, 오토캠핑장 등이 마련돼 있다. 데크 이외에도 고급텐트와 캠핑에 필요한 모든 장비가 대여 가능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강원 춘천시 동산면 종자리로 224-104)
편백힐 치유의숲 | 치유의숲 내에 캠핑장이 있어, 편백나무 사이사이 텐트 설치가 가능하다. 피톤치드를 가득 내뿜는 조용하고 깨끗한 숲을 즐기기 제격이다. 야영장과 함께 편백나무와 황토로 벽을 만든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 방 내부에도 나무보일러를 설치해 향긋한 편백의 기운을 따뜻하게 만끽할 수 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하남실길 212)
[03] 바다를 한눈에 오션뷰 캠핑장
몽돌바다 캠핑장 | 서해 몽돌해변과 인접한 500m의 전용 해변을 보유한 곳으로,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감성돔, 우럭, 도다리, 숭어 등이 잡히는 갯바위 낚시 포인트가 여러 곳 있고, 인근 갯벌에서 짱뚱어와 바닷게 채집 등 바다를 즐기기 좋다. 해질녘 노을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꼽힌다. (전남 신안군 암태면 신석리 413-1)
욕지도 파라다이스 오토캠핑 | 욕지도 유동마을의 한 폐교를 개조한 곳으로 민박과 야영장을 함께 운영한다. 캠핑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유동해수욕장이 나온다. 인근 방파제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거나 조개, 고동, 소라 등 해산물을 채집할 수 있다. 섬에 있는 캠핑장이기 때문에 예약 전 통영 삼덕항에서 배편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유동길 111)
Theme#2 다양한 즐길 거리 따라 Pick!
[01] 역사·문화·관광지 인근 캠핑장
화적연 캠핑장 캠핑장 | 바로 옆 한탄강이 흐르고, 근처에 명승 제93호 화적연이 있어 겸재 정선이 그림으로도 옮겼을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화적연은 영평8경중 제1경이자 포천 한탄강8경 중 제3경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그밖에 산정호수, 철원제2땅굴, 고석정 등이 인접해 주변 볼거리가 풍부하다. (경기 포천시 관인면 뗏마루길 43-116)
별을 다는 아이 | 온전히 캠핑을 즐기게끔 캠핑장 내에는 별다른 놀이 공간이 없지만, 인근의 다양한 문화 시설과 접근성이 좋다. 장흥유원지 내에 위치해 있고, 장흥자생수목원, 송암천문대, 권율장군묘,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장흥아트파크, 조각공원, 두리랜드 등이 인접해 아이들과 함께하기 제격이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309번길 132)
영월 느티나무 캠핑장 | 영월 내리계곡에 위치해 청량한 자연 경관이 매력적인 곳이다.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에도 좋지만, 주변 볼거리 덕분에 언제라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다. 김삿갓문학관, 별마로천문대, 고씨동굴, 청령포, 장릉, 모운동마을, 아프리카미술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등 찾아갈 명소가 즐비하다.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내리계곡로 1061)
[02] 농촌·텃밭·공예 체험 캠핑장
귀한농부학교 | 농부체험, 민속체험, 미꾸라지 잡기, 쿠키·피자 만들기, 목공예, 식물공예, 숲해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체험농장의 경우 당일 또는 연간 회원권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캠핑장 내 민속체험장, 동물농장, 허브농장, 수생원 등이 마련돼 있다.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422)
다릿재농원 | 캠핑장 천등산과 장병산 사이 기슭에 위치한 곳으로, 가을이면 사과(홍로) 따기, 밤 줍기, 모과청 담그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번 가을에는 매주 토요일 선착순으로 인근 충주 고구려 천문과학관 견학도 진행한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765-4)
신화 가족목공체험 캠핑소 | 목수 부부가 운영하는 목공체험 캠핑장. 아버지가 만들어주는 책상, 가족이 만드는 식탁 등 원하는 품목을 정해 오랜 기간 숙박하며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캠핑장 내 카페와 가구 작업소, 갤러리, 수확체험농장 등도 이용 가능하다. 목공예 비용은 실비로 책정된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 강상로 326)
Theme#3 특별한 편의시설 따라 Pick!
[01] 글램핑·카라반 캠핑장
새연카라반 리조트 |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은 리조트형 캠핑장으로,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곳이다. 계곡 럭셔리 카라반, 프리미엄 폴딩도어 카라반, 스파 카라반 등 여러 콘셉트의 카라반과 감성 글램핑, 오페라 글램핑 등 다양한 글램핑도 즐길 수 있다. 짚바이크, 클라이밍 등 독특한 액티비티도 운영한다. (경기 가평군 조종면 운악청계로333번길 86)
생각 속의 집 | 모던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눈에 띄는 글램핑장이다. 복층형 펜션 2동과 독특한 구조의 글램핑 사이트 5동이 자리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원주 레일바이크가 캠핑장을 지나고,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간현관광지, 한솔 오크밸리 등 관광지도 가까워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52-5)
[02] 스파·찜질방 겸비 캠핑장
원주 참숯가마 캠핑장 | 힐링존, 피크닉존, 스카이워크존 등 다양한 콘셉트의 사이트가 마련된 이곳의 백미는 바로 ‘참숯가마 찜질방’이다. 캠핑장 입장객에 한해 무료로 이용 가능한데, 매주 불 빼는 날에는 참숯가마에 구운 ‘3초 삼겹살’도 맛볼 수 있다. 깡통열차 체험장, 모래놀이터 등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무료로 개방한다. (강원 원주시 신림면 솔치로 88)
그린콩 캠핑장 | 깔끔한 농장형 캠핑장으로 오토캠핑과 일반캠핑 사이트 모두 운영한다. 사이트마다 느티나무가 한 그루씩 있어 그늘 걱정이 필요 없다. 여름엔 캠핑장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쌀쌀한 가을엔 따뜻하게 야외 스파를 즐기면 좋다. 스파 시설은 총 3동으로, 1회 5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경기 가평군 북면 소법리 627-54)
◇ 캠핑퍼스트가 제안하는 캠핑장 매너 15가지
1. 캠퍼들이 잠드는 밤 10시~아침 7시까지 매너(에티켓)타임을 지킨다(매너타임은 캠핑장에 따라 다를 수 있음).
2. 고성방가는 자제한다. 음악은 볼륨을 낮추거나 이어폰을 사용한다.
3. 쓰레기는 분리수거하고, 샤워실, 개수대 등 공용시설을 깨끗하게 쓴다.
4. 주변에 피해를 주는 과도한 음주는 자제한다.
5. 불꽃놀이 금지. 텐트에 불꽃이 떨어지면 장비 손상이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6.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캠핑장이라도 통제가 안 된다면 출입을 삼간다.
7. 캠핑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곤 한다. 자전거든 자동차든 꼭 서행한다.
8. 도난사고에 유의하자. 귀중품은 휴대하고 캠핑장을 벗어날 때 고가의 장비는 차량에 보관한다.
9. 드론은 항공법에 준수해 사용하자.
10. 풍등 날리기 금지. 나무가 많은 캠핑장 특성상 풍등은 자칫 화재로 이어진다.
11. 남녀노소 불문 노상방뇨 금지. 아무리 급해도 용변은 화장실을 이용한다.
12.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하기.
13. 다른 옆 캠퍼의 생활공간인 사이트를 허락 없이 지나치는 일은 삼간다.
14. 각종 공놀이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즐긴다.
15. 캠핑장 내 과도한 애정행위 자제하기.
현대인 대부분은 도시에서 삽니다. 패스트푸드와 공장에서 찍어낸 음식이 가득하고, 매일 국적도 모르겠는 음료수를 마시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삶이 반복되는 그 도시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거대 도시는 스트레스 공장입니다. 이 스트레스를 떨쳐버리려고 산소 공장인 자연을 찾고 캠핑을 합니다.
캠핑(camping)이란 무엇일까요? 수많은 종류의 여가활동이 있지만 캠핑은 특별합니다. 반드시 ‘자연’을 찾아가야 하거든요. 스쳐 지나며 눈에 담기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 속으로 뛰어듭니다. 거기서 자연의 세심한 변화와 숨결,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교감합니다. 그러니까 캠핑은 자연 속에 온전히 함몰되는 아웃도어 활동인 거죠. 이보다 더 근사하게 자연을 누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단언컨대 캠핑은 자연을 만나는 가장 멋진 여행법입니다.
캠핑의 매력은 참 많습니다. 가족을 모이게 합니다. 넉넉하고 싱싱하고 맑고 평화로운 자연의 품속은 더 솔직하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자연은 그 어떤 환경보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묘한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별빛이 쏟아지는 눈부신 밤, 그윽한 달빛 아래 풀벌레 소리 정겨운 가을밤, ‘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는 밤, 빗방울 소리 감미로운 텐트 안에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술잔을 기울이노라면 어떤 철옹성도 무너지고 맙니다. 특급호텔이 주지 못하는, 자연이 가진 힘입니다.
진화하는 캠핑 문화
사실 자연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한데’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니 캠핑을 떠나려면 먼저 자연에 대해 이해하고 친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온갖 풀과 꽃과 나무, 그곳을 터전삼아 사는 곤충과 새, 날씨와 계절의 변화까지. 기본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캠핑은 먹고 자는 데 필요한 모든 짐을 챙겨야 해서 수많은 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또 장비 사용법을 익혀야 하죠. 장비구입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많은 짐을 이동시키기 위해선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 짐을 꾸려야 해서 수납의 압박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도 모든 세팅을 완료하기까지는 평균 한두 시간은 걸리고, 캠핑이 끝난 후 철수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캠핑을 마치고 돌아온 후 장비를 손질하고 다음에 사용하기 편하게 정비하는 데도 힘을 써야 하죠. 참 수고로운 일입니다. 그 수고와 불편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쉽고 편리하게 바뀐 캠핑 문화
그렇다고 부담스러워할 것도 아닙니다. 몇 해 전의 캠핑 열풍은 캠핑 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쉽고 편리하게 바꿔놓았거든요. 먼저 캠핑의 형태와 방식이 크게 발전·변화했습니다. 캠핑장 정보가 풍부해졌고, 열악한 시설의 캠핑장들이 도태되며 전체적인 캠핑 환경이 좋아졌습니다. 모든 시설을 갖추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캠핑카가 흔해졌고, 어떤 이들은 직접 캠핑카를 제작하거나 자신의 차량을 개조하기도 합니다. 차량의 지붕에 텐트를 올리거나 짐칸에 맞춤한 텐트를 설치해 숙박을 하는 ‘차박’도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 모든 시설이 갖춰진 곳에 먹을거리만 챙겨가서 캠핑을 즐기는 ‘글램핑’ 전문 캠핑장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캠핑이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게 가깝고 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장비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예전엔 텐트와 취사도구, 침낭이 장비의 모든 것이었죠. 요즘엔 캠퍼들이 캠핑을 하다가 필요성을 느껴 직접 개발한 수많은 장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모든 장비들은 더 가볍고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져 캠핑을 점점 쾌적하게 해주고, 수고도 덜어줍니다.
텐트 안에 서서 움직일 수 있는 대형 텐트인 리빙쉘에 커다란 타프를 설치하고, 그 속을 온갖 장비들로 가득 채워서 즐기는 캠핑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최소한의 장비를 준비해 떠나는 ‘미니멀 캠핑’을 즐깁니다. 여기에 맞춰 소형 승용차 트렁크에 모두 싣고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의 작고 튼튼한 텐트와 타프, 부피가 작고 가벼운 장비가 많이 출시되었습니다. 요즘은 편리함에 더해 감성 캠핑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좀 더 분위기 좋은 재료와 모양, 기능을 갖춘 장비가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예전엔 접근이 쉽지 않은 전문 분야에 속하던 캠핑 방법이 다양해지고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간단한 기본 지식만 익히면 푸른 언덕, 맑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별을 헤며, 소쩍새 소리에 취하는 하룻밤 한뎃잠을 즐길 수 있습니다.
노년, 캠핑을 즐기기에 최적
얼마 전에 본 백발의 부부 캠퍼를 잊을 수 없습니다. 함께 텐트를 세우고 장비를 펼친 후 장작을 피우고,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무척 다정스럽고 귀해 보였습니다. 평생 자녀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을 텐데, 이제는 까맣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진 나이가 되어 함께 오순도순 소꿉장난하듯 캠핑을 즐기시더군요. 젊은이들이 장비 자랑하며 하는 캠핑에서는 볼 수 없는 안정되고 편안하며, 아름다운 풍광이었습니다. 캠핑이 노년의 삶에 그리 잘 어울리는 것인 줄 그때 알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백세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80~90은 어르신의 기본 나이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60~70만 되면 철마다 관광버스를 타고 전국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획일적인 ‘효도관광’을 즐겼지만 그런 구태의연한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해외 유명 트레킹을 떠나고, 배낭을 꾸려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며,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가 하면 캠핑카로 전국을 유랑하는 시니어를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건강하고 즐거우니 무엇인들 못할까요!
아내가 자매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다고 해 이번 여행은 캠퍼밴 여행으로 결정했다. 두 처형과 처제 그리고 아내와 나 다섯 명이 25일 동안 뉴질랜드의 구석구석을 다녔다. ‘마음 가는 대로 걸으며, 자신을 보채거나 강요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청정 국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연의 보고를 다니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겸손을 배웠다. 뉴질랜드는 나를 격려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여행지였다. ※ 본 기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성수기 여행 차량 예약은 미리미리
캠퍼밴 여행은 소파와 침대는 물론 주방, 식탁, 화장실, 냉장고, 에어컨, 가스, 샤워 시설까지 갖춘 개조 차량을 타고 다니며 즐기는 여행 방법이다. 뉴질랜드에서 캠퍼밴(camper van, 캠프용 밴)을 빌리려면 ‘2종 보통 이상’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한 21세 이상 75세 미만의 운전자가 있어야 한다. 캠핑과 익스트림 스포츠의 천국인 뉴질랜드에는 ‘마우이(Maui)’, ‘주시(Jucy)’ 등의 렌탈 회사가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회사는 마우이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수용 인원에 따라 2·4·6인승으로 나뉜다. 빌리는 가격은 차량 연식과 임차 시기(계절별)에 따라 달라진다. 마우이에서는 연식에 따라 ‘마우이’, ‘브리츠(Britz)’, ‘마이티(Mighty)’로 구분해 관리한다.
캠퍼밴 예약은 마우이의 한국 에이전시 사인 INL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에이전시 역할도 해주고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없다. 여행기간 중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INL에 여행기간과 인원을 알려주면 견적 및 예약사항, 여행 표준일정 등을 보내준다. 여름철 성수기(우리나라의 경우 12~1월)에는 6개월 전에 예약해야 원하는 차량을 빌릴 수 있다.
베이스 캠프 ‘홀리데이 파크’
캠퍼밴의 기능들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려면 물도 채워 넣어야 하고 전기 충전도 해야 한다. 여행 중 발생한 생활 오수와 분뇨는 반드시 지정된 장소인 ‘덤프 스테이션(dump station)’에서만 버릴 수 있다. 이렇게 캠퍼밴에 필요한 것들을 보충하면서 쉴 수 있는 곳이 ‘홀리데이 파크(Holiday Park)’다. 이곳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숙박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캠핑장이다. 샤워시설, 공동식당, 조리시설, 세탁실, 바비큐장도 있다. 대부분의 홀리데이 파크는 국립공원 가까운 곳에 있으며 뉴질랜드 캠핑 여행의 핵심 역할을 한다. 이용료는 기본요금이 있고 인원수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홀리데이 파크는 ‘톱10 홀리데이 파크’, ‘키위 홀리데이 파크’, ‘HAPNZ 홀리데이 파크 그룹’ 등 몇 개의 체인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각 그룹은 회원에게 10~15%의 할인 혜택을 준다.
별 헤는 밤의 야영장 ‘DOC’
홀리데이 파크 외에 정부기관 ‘자연보호부(Department of Conservation)’에서 관리하는 캠핑장 ‘DOC’도 있다. 뉴질랜드 전역에 준비되어 있는 500개의 DOC는 사설 캠핑장인 홀리데이 파크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 전기와 물 공급이 안 되고 생활 오수와 폐수를 버릴 수도 없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양심 박스에 기부하는 형태로 이용료를 받는다)과 자연 친화적인 위치가 장점이다.
캠핑을 할 수 없는 곳도 있으므로 거의 모든 마을에 있는 ‘여행자 정보센터 i-center’에서 홀리데이 파크와 DOC 위치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 된다.
뉴질랜드에서의 운전 요령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운전방향이 반대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좌회전, 우회전 상관없이 운전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중앙선을 두고 운전한다는 생각만 하면 된다. 회전 교차로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돌면 된다.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제한 속도다. 과속을 하면 벌금 액수가 크다. 카메라에 찍히면 귀국 후에도 벌금 통지가 온다. 행복한 여행을 하려면 제한 속도는 반드시 지키는 게 좋다. 고속도로에서 일반 차량의 제한속도는 100km이지만 캠퍼밴의 경우는 90km다. 가능하면 80km로 천천히 다니는 게 좋다.
‘톨로드(toll road, 유료도로)’는 세 곳 있다. 이 도로는 전자감응식 장치로 통행 체크가 되며 비용 납부는 인터넷에서 해야 한다. 사전에 인터넷에서 차량 등록을 한 후 도로를 이용하거나 도로를 이용한 후 5일 이내에 인터넷에서 납부를 하면 된다. 납부시기를 놓치면 한 달 정도 지난 뒤에 3만~4만 원 정도 추가된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쪽 남반구의 남북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이며, 시차는 4시간 빠르다.
뉴질랜드의 북섬은 태평양판 지각이 인도-호주판 밑으로 들어가 화산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형성된 섬이다. 특히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부터 동쪽 태평양 연안까지는 화산 활동이 가장 많은 ‘타우포 화산대’에 속하는 지역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북섬을 ‘불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반면 남섬은 두 판이 맞물리면서 지각이 올라와 형성된 섬이다. 지각 판이 서로 밀면서 남섬에서 가장 높은 지형 ‘서던 알프스 산맥’도 만들었다. 이 산맥에는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23개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편서풍을 타고 뉴질랜드로 불어오는 바람이 태즈먼 해를 통과하면서 습기를 잔뜩 머금은 채 ‘서던 알프스 산맥’을 만나면 많은 비를 뿌린다. 이렇게 내린 비는 높은 산 위에 만년설과 빙하를 만든다. 남섬을 ‘얼음의 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남섬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오르드 랜드 국립공원’을 비롯해 빙하가 만든 계곡과 호수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산맥을 넘은 바람은 건조하고 따뜻한 바람으로 바뀌어 캔터베리 평야의 초원을 형성하는 기후가 된다. 이곳은 양들의 천국이다.
원주민 문화 영향받은 뉴질랜드 역사
뉴질랜드는 인간의 손길이 닿기 전까지 각종 동식물이 살아 있는 태고의 땅이었다. 이러한 땅에 AD 1000년경부터 폴리네시아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연도 서서히 파괴되었다. 대표적 사례로 ‘모아새’의 경우 이때부터 인간에게 식용 자원이 되면서 멸종했다. 뉴질랜드에 들어온 마오리족은 석기문화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이후 18세기에 유럽인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몇 차례 충돌이 일어났다. 그 후 양측은 공존하기 위해 1840년 ‘와이탕이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으로 마오리족과 유럽인들은 같은 땅에서 함께 살기로 뜻을 모았고 뉴질랜드가 건국되었다. ‘뉴질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알면 도움이 되는 정보
•뉴질랜드로 여행할 때 이용하는 항공편이 경유할 경우 가능한 한 상하이 푸둥 공항은 피하는 게 좋다. ‘수화물 자동 연결’이 되지 않아 짐을 찾은 후 다시 부쳐야 할 뿐만 아니라 입국, 출국 신고와 검사를 또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농업 국가라서 입국할 때 식품에 대한 검사가 매우 엄격하다. 통관할 수 없는 식품류는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통과되는 식품들은 겉면에 라벨을 일일이 붙이고 리스트를 준비해 세관 검사를 받을 때 제출하면 좀 더 편리하다.
•여행 중 뉴질랜드 내 북섬과 남섬을 오가는 ‘인터아일랜더(Interislander) 페리 크루즈선’을 이용할 때 ‘톱10 홀리데이 파크’ 회원은 15%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인터아일랜더 크루즈선 홈페이지: www.interislander.co.nz
㈜INL 메일주소: inltours@campervan.co.kr
톱10 홀리데이 파크 홈페이지: top10.co.nz
키위 홀리데이 파크 홈페이지: www.kiwiholidayparks.com
톨로드 비용 납부 사이트: www.tollroad.govt.nz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숲해설가 활동에서 가장 자랑이었던 곳. 4년을 공들여 가꾼 곳이었는데, 비는 한순간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2011년 7월 28일. 최악의 집중호우로 손꼽히는 그날 하루 내린 비의 양은 301mm. 그 자리엔 그도 있었다. 사고가 좀 더 일찍 일어났다면 다른 18명의 희생자에 포함될 수도 있었다. 비폭탄은 그렇게 우면산 비탈과 그의 마음에 커다란 생채기를 냈다. 당시 우면산 자연생태공원 관리를 맡고 있던 서두문(徐斗文·74) 씨 이야기다.
“너무 무섭고 암담했죠. 4년간 애써 가꿔온 생태공원이 한순간에 사라졌으니까요. 게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황장애까지 왔어요. 한동안은 숲해설도 싫어져 멀리 했을 정도예요.”
비폭탄에 날아간 4년
서 씨가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은 2007년. 기간직 근로자 신분이었지만 공원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숲생태 해설 프로그램을 구성해 14명의 숲해설가들과 함께 자연체험교실을 진행하고, 공원 조경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공원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두꺼비 서식지가 있어 봄이면 뭍으로 떼 지어 기어나오는 모습이 장관이었고, 반딧불이 서식지를 조성하려고 먹이가 되는 다슬기도 뿌리며 정성을 들였는데, 산사태로 모든 것이 허사가 됐어요.”
그는 이후 접하게 된 호스피스 자원봉사 교육과 봉사활동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공황장애가 치유됐다고 털어놨다. 죽음 앞에 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죽음의 위기 때문에 얻게 된 무거운 병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은 사고를 딛고 복구가 됐고, 두꺼비 서식처는 지난해 말 자연환경대상에서 서초구청에게 최우수상을 안겼다.
담배 품질관리에 평생 바쳐
서 씨는 원래 숲해설이나 생태공원과는 대극(對極)에 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건강을 해친다며 외면받는 담배를 만드는 일이 그의 직업이었다.
“당시엔 전매청으로 불리었던 KT &G에 1970년 입사해서 2002년 6월에 신탄진 제조창 생산국장으로 퇴직했어요. 재직 중에는 담배 제조에 대한 품질관리 부문에 주로 종사했죠. 실무자 시절엔 신탄진, 광주, 수원 등 여러 지방 공장을 거쳤습니다. 퇴직 무렵엔 외산 담배 수입 자유화에 대항해 국산 담배 시장을 지키느라 애쓰기도 했죠.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청자, 사슴 등의 담배부터 제 손을 거쳐 갔습니다.”
담배가 제대로 제조됐는지 외관과 담배 맛을 점검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였기 때문에 흡연을 해야 했다. 애연가였던 그는 많을 땐 하루에 두 갑을 피웠었다고. 지금은 건강을 위해 금연한 상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담배 맛을 점검하기 위해 피워보는 것을 ‘시끽(試喫)’이라고 해요. 시끽 담당 직원들이 전용 시끽실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웠죠. 원칙상 담배의 외부 반출은 금지되어 있는데, 당시 담배는 고가의 기호품이라 더욱 엄격하게 관리됐습니다. 대신 업무를 위해 제조된 담배를 피우는 것은 허가돼 작은 기쁨이기도 했습니다.(웃음)”
지금은 담배도 흡연자도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분위기이지만 국내 담배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변치 않았다. 서 씨는 퇴직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담배의 수분이나 지름, 포장 재질 등을 줄줄이 꿰고 있다.
숲속 여행 기획자 꿈꿔
그러다 숲해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에 개장한 서울숲이 계기가 됐다. 퇴직 후 잠시 공인중개사와 주례 일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서울숲 지킴이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서울숲 지킴이가 되기 위해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았어요. 그렇게 서울숲 안내데스크에서 근무를 시작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덜컥 겁이 나는 거예요. 이 정도 얕은 지식으로 서울숲을 찾는 아이들을 가르쳐도 되나 싶었던 거죠. 안되겠다 싶어서 숲생태지도자협회에서 진행하는 숲해설사 양성과정에 등록해 제대로 공부를 했어요. 1년간 강사님들과 전국 숲을 누볐죠. 국립수목원이나 홍릉수목원, 물향기수목원 등은 안방처럼 드나들었죠.”
전남 함평 출신으로 자연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는 숲해설사로서의 활동이 늘 즐거웠다고 이야기한다. 남들 앞에 나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도 한몫했다. 회사에선 직원 교육도 하고, 한때는 주례 전문인으로 활동했을 정도다.
“숲에 대해 배울수록 신이 나요.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고 나면 숲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사람들에게 숲 해설을 할 때는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을 열고 숲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합니다.”
최근에 그는 새로운 것을 계획 중에 있다. 여행기획에 숲 해설을 더한 상품을 만드는 것. 최근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서 주최한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 1기로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어릴 적 아빠 손을 잡고 수없이 캠핑을 다녔던 딸이 아버지를 위해 추천해서 참여했다.
“교육 과정이 끝난 후 숲 해설 경험과 여행자 과정에서 익힌 것을 바탕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구성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다른 분들을 모시고 제가 기획하고 주도한 여행을 한다는 것이 뿌듯하고 벌써부터 설레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건강해지는 여행을 콘셉트로 잡았어요. 참가자들에게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노후에 도움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이에게 숲을 알리는 숲속여행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나이 든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는 검버섯은 보기 흉하다. 요즘은 피부과에서 검버섯 제거 처치를 하는 것이 대세다. 길거리 보도블록 위에도 마치 검버섯처럼 검은 반점이 많다. 씹다가 아무렇게나 뱉어버린 껌 때문이다. 보기가 흉해 전국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마련해 껌딱지를 제거하는 모양이다. 씹던 껌을 뱉을 때는 작은 오물에 불과하지만 길바닥에 뒹굴면서 며칠이 지나면 시커먼 흉터처럼 남는다.
껌딱지는 제거가 쉽지 않다. 청소부들이 길바닥에 앉아 하나씩 캠핑용 도치램프로 지져 태우거나 칼로 긁어 떼어내고 있지만 워낙 껌딱지가 많아 신통치 않다. 외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에서는 나라 망신이라고 제거에 열을 올리지만 효과는 글쎄다.
최근에 서울 종로구가 고압 살수차 5대를 활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소용되는 비용과 투입 인력이 만만치 않다. 중구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일대에 껌딱지와 담배꽁초 제거를 위해 환경미화원을 따로 채용했다. 60세 이상 6명이 명동 일대 환경정비를 맡았다고 한다. 구청 환경미화원과 별도로 매일 3시간씩 작업을 한다. 마치 껌딱지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발상의 전환을 해 껌딱지를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영국에 사는 어떤 사람은 길바닥의 껌딱지에 색깔을 입히고 그림을 그려 볼거리를 만들었다. 반짝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여고생이 비슷한 작업을 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쁜 그림으로 덧칠을 하고 코팅을 한다 해도 구둣발에 밟히는 그림이 과연 며칠이나 갈지 의문이다.
껌은 다 씹은 후 포장지에 싸서 버리도록 안내가 되어 있다. 길바닥에 씹던 껌을 버리면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는 것과 같다. 경범죄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는다. 나 하나쯤 버리면 어때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껌딱지 해결책은 껌값을 올려서라도 제조업체에 제거 비용을 부담하게 하거나 국민에게 더 홍보하고 계도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리라 본다. 법에 의한 강력한 단속 방법도 있다. 부족한 경찰 인력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카파라치를 적극 활용해보 것도 좋겠다. 범죄 예방 및 범인 검거에 CCTV가 한몫하는 것처럼 개인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 카메라가 CCTV 역할을 하면 어떨까.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그 모습이 찍힌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하면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
우리가 걸어 다니는 보도블록은 공동의 재산이다. 깨끗하게 유지 관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지자체에 있고 우리는 함부로 다뤄도 좋다는 시설물은 절대 아니다. 우리 모두 문화시민임을 잊지 말자.
오래전 재미있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시험에서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란 질문에 많은 아이들이 ‘침대’라고 답한 것. ‘침대가 가구가 아닌 과학’이라고 강조했던 인기 광고 영향이었다. 아이들의 이유 있는 오답에 어른들 또한 웃으면서 수긍하고 말았다는 미담이었다. 이 희대의 사건(?)을 빚어낸 주인공을 만났다. 걸어온 길이 한국 광고계의 역사였다고 말해도 아깝지 않은 이 사람, 신강균(申橿均·67). 은퇴했다는데 매일 시간을 쪼개야 하는 연예인급 스케줄에 인터뷰 시간 맞추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속내 먼저 털고 인터뷰로 들어갔다.
60대 과즙미가 뿜뿜 터지는 사람
사진에서 느껴지는 저 중후함을 보라. 이제 막 은퇴 3년 차에 접어든 사람. 산책을 하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사색을 즐길 것만 같은가? 오산이다. 인생 뭐 있나. 생기발랄 여기저기 안 걸친 데가 없다. 그래서 별명이 걸침이다. 시낭송은 기본이요, 판소리도 모자라 남도와 경기민요를 오간 지도 7, 8년쯤. 요리하는 요시남(요리하는 시니어 남자), 가야금, 대금, 피리, 댄스, 캘리그래피 등이 취미이자 요즘 하는 일이다. 카카오톡 프로필은 자화상, 배경화면은 길게 뻗은 고속도로 중앙선에서 발랄하게(?) 뛰어오른 모습이다. ‘지금이 좋다’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기에 물었다. 그래서 지금이 좋으십니까?
“벨기에 학자 말에 인생의 행복 곡선이 U자 모양으로 됐답디다. U자에서 제일 밑이 30, 40대래요. 밥벌이도 해야 하고 자식들도 키워야 하니까. 행복감이 다시 회복되는 게 60대 이후라던데 김형석 교수님도 ‘백년을 살아보니’에 쓰셨더군요. 나도 지나고 보니까 지금이 딱 좋아요. 왜? 일의 터널에 있다가 빠져나와 나만의 시절을 사니까요. 지금 내 시간이 온전하게 딱 생긴 겁니다. 그렇죠?”
거절 받을 용기, No는 Yes의 신호
신강균 씨의 공식적인 이력은 광고대행사 오리콤에 입사해 기획이사까지 지낸 22년, 그리고 한세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생활 18년이 전부다. 얘기를 듣다 보니 번외 이력 하나가 더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힘들다는, 영어로 된 백과사전 영업사원을 했어요. 경영대학원 다닐 때 스스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다짜고짜 팔아야 했다. 당시 영업지역장이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 그가 지역을 정해주면 청계천이든 탄광촌이든 사람이 있는 곳이면 달려가 영업을 했다.
“무조건 일대일이었어요. 영어 새카맣게 모르는 노동자들에게도 팔았어요.(웃음) 영어로 된 명함 주고 가면 ‘뭐야 이게?’ 하는 반응이었죠. 열 번째 가면 ‘고생하쇼’, 스무 번째 가면 ‘물이나 한잔 들고 가슈’ 했죠. 거절당하는 훈련을 했던 거예요. 세일즈의 기본은 거절. 그러나 ‘노’는 ‘예스’의 또 다른 신호입니다.”
못 팔면 버스비가 없어 영등포에서 청량리까지 걸어서 귀가했다. 두 군데만 더 가보자 하고 약국에 들렀다가 백과사전을 팔기도 했다. 그때의 경험이 광고계에 입문해서도 큰 자산이 됐단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지갑을 열 것인가 고민하고 설득의 방법을 배우던 시간이었다.
광고계를 들었다 놨다 하던 시절
“광고회사도 내 발로 찾아 들어갔어요. 그때 광고계 대가이셨던 신인섭 씨를 찾아가 광고일을 하고 싶은데 어디가 좋겠냐고 물었죠. 학구적인 곳이라면서 오리콤을 추천해주시더군요. 그래서 오리콤으로 갔죠. 안내데스크에서 내가 여기 들어와야 하는데 누구를 만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차장급을 만나게 해줬어요. 결국 국장까지 대면했습니다. 마침 두 달 후에 경력 사원을 뽑는다기에 응시했죠. 대학원 졸업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던 때였거든요.”
광고계에 발을 들인 신강균은 신나고 강렬하게, 균형 잡힌 광고를 쏟아냈다.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OB라거의 ‘라라라’, 대우전자 ‘봉세탁기’ CF 등 한국 광고계에 길이 남을 작업을 했다. 특히 침대를 가구의 영역을 넘어 과학과 건강으로 해석해낸 에이스침대 광고는 사회적 인식 전환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당시 가구회사에서 침대를 생산하다 보니 침대 전문회사가 하향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이사할 때 가구 바꾸면서 침대를 세트로 바꾸는 거지. 침대 회사에서 봤을 때 환장할 일이죠.”
에이스의 침대공학연구소에 가보니 엄청난 무게가 나가는 쇠공을 침대 스프링 위에 8만 번 떨어뜨리며 연구를 하고 있었다. 매트리스 스프링이 몇 mm가 줄어도 폐기처분했다. 이 모습을 보고 난 뒤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탄생했다. 말 그대로 광고계를 휘젓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칸 광고제 동사자상을 받은 것은 물론 런던광고페스티벌에서도 그의 이름이 불렸다. 한국광고대상은 안방 드나들 듯하며 받았다.
인생은 3·7제다
지금도 광고주 앞에서 발표한 뒤 깨지는 꿈을 종종 꾼다는 신강균. 일에만 미쳐 살았으니 어디 소홀한 데도 있지 않았을까?
“내 신조가 3·7제입니다. 인생의 70%는 열심히 일하면서 조직에 충실하고 30%는 자기계발하자. 회사로 치면 자기만의 기획실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 사람이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는 겁니다.”
출근 전 시간을 활용해 영어학원에도 다녔다. 전날 술을 새벽까지 마셨어도 어김없이 일어나 영어학원에서 공부하고 회사에 갔다.
“8시 반에 시간 맞춰 출근하면 끌려가는 기분인데 내가 하고 싶은 걸 앞서 하고 가면 자발적으로 나가는 거죠. 아침에 일어나는 게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오늘 가서 뭔가 배워야지. 설득에 있어서도 자발성이 중요하거든요. 자발성 욕구를 자극하는 거요. 저를 위한 취미도 많이 했어요. 사물놀이도 하고 말이죠.”
주말이 되면 회사 일은 접고 무조건 가족들과 함께하는 아빠였다. 텐트를 가지고 홍도로 선유도로 해외로 이곳저곳 참 많이도 다녔다. 대학교수 시절에도 제자들과 각종 연수를 함께하면서 눈높이 교육을 했다. 취업률 성과 말고 제대로 성장하고 자생할 수 있는 제자 양성에 집중했다. 가르쳤던 학생의 70%는 광고계에서 일하고 있을 정도이니 나름 제자 농사는 잘 지은 셈.
“제자들이 지금도 술 사달라며 연락하는데 내가 바빠서 스케줄을 못 잡아요.(웃음)”
맞벌이 부부의 진정한 은퇴식 세계일주
작년 2월 교직에서 물러난 아내와 7개월여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온 신강균. 정년퇴임한 아내가 쓸쓸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돼 먼저 퇴임한 신강균이 다양한 취미생활에 매진하면서도 여행 준비를 해놓았다.
“작년 3월 9일에 딱 출발했어요. 캠핑 텐트 가지고요. 프랑스 파리에서 120일 정도 차를 빌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전역을 돌았어요. 그다음엔 배로 건너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스위스에서 트레킹하고요. 주로 산으로 들로 걸어 다녔어요.”
매일 5시간 이상 산을 오르고 캠핑장에서 텐트치고 밥 해먹어가며 여행했다.
“호텔에서 거의 자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호텔은 100달러 이상 비용이 드는데 캠핑장은 20달러면 샤워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호텔에 가면 손님인데 캠핑장에서는 우리가 주인입니다. 왜 비싼 돈 주고 손님 노릇을 해요.”
인생 목표는 황진이처럼 살기
신강균이 부부 세계일주 여행을 마치고 도전한 것은 바로 영화다. 서울대학교 총연극회 후배인 배우 정진영이 직접 쓰고 연출한 독립영화에 캐스팅돼 꽤 많은 분량을 소화하며 영화 연기에 도전했다. 이번 기회에 영화판에도 기웃거려볼까 생각한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황진이가 제 목표예요. 시·서·화·창(詩·書·畵·唱) 그리고 악기, 무용까지 다 하는 것이죠. 인생은 한 번뿐이고 아침에 눈을 뜨는 자체가 늘 고마운 일이죠. 그런데 까닥 잘못하면 너무 오래 살 수도 있어요.(웃음) 일본에서 100세 노인한테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뭔지 물었대요.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다면 일흔 살에 30년 계획을 세웠을 텐데’라고 했답니다. 저는요, 30년 계획은 욕심인 것 같고 20년 계획은 세워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