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의 친구 셋이 오랜만에 만났다. 한 친구가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어 자리를 못 비워 두 사람이 가게로 갔다. 저녁시간은 치킨 배달이 많아 바쁘니 점심시간에 만났다.
치킨 집 친구는 올해 말까지만 치킨집을 하다가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부부가 같이 장사하느라고 너무 고생을 많이 했고 돈도 벌 만큼 벌어 노후자금은 확보해놨다는 것이다. 이제 그 친구를 치킨집에서 볼 날도 얼마 안 남았다. 친구도 그만 둘 날이 며칠 남았다며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다. 그만둘 생각을 하니 주문에도 더 적극적이고 친절해졌다고 한다. 그동안 쓰던 주문 전화번호도 꽤 알려져 있는데 프리미엄을 받고 넘겨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적당한 권리금을 갖고 들어올 작자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수년간 자리를 지켰을 만큼 어느 정도의 매출은 보장이 되는 가게인데도 그 동네가 곧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면 재입주하기 전까지는 매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약점이 있다. 결국 권리금을 좀 깎아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치킨집이 팔리면 양평에 전원주택을 하나 사서 노년을 텃밭이나 가꾸며 살겠다고 했다. 마침 먼저 자리 잡은 친구가 있어 마음을 굳힌 것 같다. 농사지어 수익을 낸다는 것은 또다시 노동을 요구하니 어렵고 과일나무 심어 과일이나 따 먹고 즐기는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전철로도 갈 수 있으니 앞으로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또 한 친구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파는 사업을 하는 친구다. 비서 한 명 두고 몇 명 안 되는 직원들과 일하는데 지식을 파는 사업이기 때문에 자신이 은퇴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복지의 최고 좋은 방법이 일하는 거라는데 하는 데까지 할 생각이라고 했다. 늘 바쁘게 살아 자주 볼 수 없어서 원망을 많이 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차츰 일을 줄이고 스트레스 덜 받는 방향으로 회사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어릴 적 어울리던 친구 세 명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고 있다. 최근 카톡으로 자주 연락하고 산다. 그러다 보니 이제야 자주 만나자는 스케줄을 짜게 된다. 일단 그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보내는 스케줄을 짠다. 당일 만남은 물론 일박으로 단풍여행 계획도 짜본다. 당일이면 계룡산 정도를 행선지로 잡고 일박이면 경상도의 우장산이나 전라도의 내장산까지도 가보자는 계획을 짜본다. 내년 3월에는 한국 친구들이 미국에 부부동반으로 열흘간 놀러간다는 계획도 잡아본다. 미국 친구 한 명은 벌써 캠핑카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내년부터는 우리 친구들이 65세가 된다. 각자 다른 길에서 바쁘게 살았다. 다시 모여 풀냄새 난초 냄새나는 우정의 지란지교로 돌아가야 한다. 딸린 식구도 생겼다. 모두의 공통점은 여행이나 자주 다니자는 것이다. 어딜 가나 경로우대를 받을 수 있으니 더 좋다. 그러자니 내 주변의 스케줄을 줄여야 한다. 고정적으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부터 정리해야 한다. 놀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여행을 감당할 체력도 다져야 한다. 의상이나 신발 등 장비도 점검해야 한다. 여행 갈 때 새 신을 신었다가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으니 신발도 지금부터 길을 들여놓아야겠다.
불면증의 시대다. “나는 불만 끄면 잔다”는 행복한 사람은 요즘 찾기 힘들다. 특히 전체 불면증 환자의 68%가 50세 이상이라는 기사로 미뤄봤을 때 독자의 수면시간도 안녕하지는 못할 듯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잠들지 못하는 ‘가련한 영혼’을 잠의 신세계로 빠뜨려 줄 아이디어 상품! 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기능성 베개, 잠의 질을 바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2009~2013) 디스크 진료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목디스크 환자가 약 70만 명에서 90만 명으로 근 30%나 늘었다. 과거의 목디스크는 보통 노화가 시작되는 40~50대에나 오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겼다. 지금은 과도한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용 혹은 익스트림 스포츠에 의한 부상으로 20~30대에서도 나타나는 흔한 병. 따라서 목 건강, 더 나아가 잘못된 습관이 가져다 준 틀어진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기능성 베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터넷 검색창에 ‘기능성베개’라고만 쳐도 다양한 모양과 가격의 베개가 시선을 끈다. 그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두 제품을 소개한다. 바로 전문물리치료사출신이 개발한 ‘가누다 베개’와 자생한방병원이 개발한 ‘자생추나베개’다.
소지섭 베개로 유명한 가누다 베개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균형 있고 편안하게 잘 가누다’라는 의미의 가누다 베개는 배우 소지섭이 광고모델로 등장해 더욱 유명해진 베개다. 가누다 베개는 두개천골요법이라는 도수치료법을 응용해 만들었다. 인체의 두개골 구조와 뇌척수액의 흐름을 기초로 바른 수면자세를 도와주는 것. 전문물리치료사가 할 수 있는 도수치료기법(손으로 직접 치료하는 기술)인 후두두개골기저부이완법(목덜미를 풀어주는 기술)과 제4 뇌실압박법(CV4효과: 뒷머리를 지긋이 눌러주는 기술) 등을 응용해 물리적 압력 없이도 잠을 편히 잘 수 있게 해주고 불면증을 완화해 준다고 설명한다. 특히 머리와 뒷목이 이어지는 부분을 부드럽게 받치고 지지해주어 C 자형 목(경추)을 유지해 준다. 자는 동안 치료를 받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했다. 누울 때 어깨 눌림이 덜해 편하며 옆으로 누워도 어깨와 귀가 눌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가누다 베개는 크게 블루라벨 알레그로와 골드라벨 두 종류로 나뉜다. 블루라벨 알레그로는 대, 중, 소, 주니어 사이즈가 있다. 골드라벨은 보조패드가 있어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나 블루라벨 알레그로보다 약간 높다. 고밀도 항균 메모리폼과 소취 항균섬유를 사용했으며 생활방수가 된다.
가격은 블루라벨 알레그로 22만8000원, 골드라벨 15만8000원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홈쇼핑을 이용하면 더 저렴한 가격과 사은품을 받아볼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의 야심작 자생추나베개
척추전문 한방의료기관인 자생한방병원은 오랜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치료를 받기 힘들거나 목 통증이 재발하는 환자들을 위해 자는 동안에도 건강한 C 자형 목으로 유지해 주는 자생추나베개를 개발했다. 두상의 압력뿐만 아니라 소재, 통기성, 발수기능을 두루 고려했다. 자생추나베개는 바른 자세로 누웠을 때 뒷목이 들뜨지 않게 전체를 받치는 곡선형으로 설계했다. C 자형 목을 위해 베개 중앙(목과 머리 경계 부위)에 가로로 ㄷ자 모양의 절개라인을 만들어 목 길이에 상관없이 목의 압력을 골고루 분산해 누구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옆으로 누웠을 때 척추가 휘지 않을 어깨 높이인 10~15cm를 고려해 베개 높이 또한 맞췄다. 이 베개는 얼굴을 감싸주는 유선형으로 턱이 틀어지지 않게 부드럽게 감싸주며 어깨 안쪽 끝까지 베개가 닿게 만들어 잠에서 깬 뒤 어깨나 팔 저림을 최소화했다. 높낮이 조절패드로 두상 생김새에 맞춰 베개를 조작할 수도 있다. 베개 뒷부분에는 목의 피로를 실질적으로 풀어주는 지압봉 6개를 부착했다. 자생추나베개는 메모리폼이 아닌 공기 세포 모양의 결정구조처럼 생긴 ‘노그노플렉스2소재’를 사용했다. 작은 공기구멍으로 통기성을 유지하고 각기 다른 사람들의 두상과 자세에 맞게 섬세하게 변형되고 원형으로도 회복이 빠른 신소재다. 자생추나베개는 정품 한 개 22만9000원이고 이 제품 또한 각 쇼핑몰에서 다양한 구성과 방법으로 구입할 수 있다.
심신 안정과 숙면이 필요할 때 ‘멘탈닥터’
멘탈닥터는 집에서 누구든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심리 안정과 개선을 돕는 기구다. 멘탈닥터는 안구운동을 통해 심리불안의 원인이 되는 나쁜 기억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유도하고 과거 상처도 재인식할 수 있게 해 준다. 멘탈닥터를 안경처럼 착용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귀로 들리는 지시를 들으며 눈에 보이는 파란 불빛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인다. 이렇게 이어폰으로 들리는 이야기와 함께 안구운동을 반복하면서 뇌 기억에 갇힌 신경세포의 정보를 모아 부정적인 기억들로 인한 감정을 제거해 마음의 고통을 해소해 숙면할 수 있도록 도움 받는다. 안구운동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명상과 음악을 병행한다. 내레이션에는 호흡과 명상, 이미지 요법, 암시 효과, 근육 요법, 자율신경 훈련법 등 여러 가지 심리기법이 적용돼 불면증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작동 진행 과정과 음원을 이용자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홈페이지를 통해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상담을 통해 맞춤 콘텐츠도 제공한다. 특히 마음 건강과 부정의 기억을 처리하거나 증상에 따른 콘텐츠, 명상호흡 등 각박한 삶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주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가격은 멘탈닥터 아이스캔(패밀리고급형)이 49만5000원이다.
집 안 캠핑족이 늘어난다 ‘따수미난방텐트’
집에서 웬 텐트냐고 하겠지만 생활텐트 전문기업인 아이두젠의 ‘따수미난방텐트’는 집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맞다. 2014년 출시됐을 때 ‘텐트계의 허니버터칩’이란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당시 아이두젠 공식 홈페이지의 10종류 텐트가 품절이 될 정도였다. 일명 수면텐트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에 들어가서 자면 따뜻하게 온도가 유지돼 잠이 잘 들기 때문이다. 따수미난방텐트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가정에서 쓰는 텐트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했기 때문에다. 우풍이 심한 집에서는 난방텐트가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공간일 수 있다. 실내에서 활동을 할 때 가장 제약이 덜 가는 구조로 설계해 현재 ‘디자인특허 출원’에 등록했다. 공기순환이 좋은 실내용 원단을 사용해 내부온도는 강하게 유지하고 수분과 습기는 외부로 배출할 수 있게 했다. 텐트 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젖은 수건을 걸 수 있는 고리와 구멍도 만들었다. 따수미텐트의 난방효과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입증한 바 있다. 올해 초 KBS에서는 가정집 안방에 보일러를 그냥 가동했을 때와 따수미텐트를 설치했을 때를 비교해 온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실험했다. 보일러를 켜고 1시간 후 실내 안방 온도는 21.9℃이었는 데 반해 따수미 난방텐트 내부 온도는 26℃로 4℃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가습효과도 30% 이상 나타나 난방비를 절감하는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따수미난방텐트는 사이즈별로 2만원대에서 7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잠들기 참 쉽죠? ‘따스안 온열안대’와 ‘레그셀루션’
마지막으로 초간단 잠드는 방법이다. 바로 ‘온열안대’와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레그셀루션’이다.
평소 느끼지 못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TV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외선 노출로 인해 눈의 피로 또한 쌓여만 간다. 이때 필요한 것이 온열안대다. 시중에 눈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달래는 다양한 안대들이 다양하게 출시돼 있어 원하는 가격대와 사이즈를 구매하면 된다. 온열안대는 PC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직장인과 장거리 여행이나 출장을 떠나는 여행객이 꼭 가지고 가야 할 필수품이다. 책을 많이 보는 취업준비생과 수험생, 잠을 잘 못 이루거나 숙면이 필요할 때 간편하게 눈에 쓰고 있으면 금세 잠을 청하게 된다. 마나술의 따스안 온열안대의 경우 4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 눈 주위가 촉촉하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안구 건조증이 있거나 눈이 자주 뻑뻑한 사람이 사용하면 좋겠다. 별도의 향을 첨가하지는 않았으나 주 재료인 황토향이 아로마향처럼 얼굴 한가득 퍼진다. 기분이 쉽게 풀리면서 편안해지는 장점이 있다.
레그셀루션은 종아리나 발목에 붙이는 파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 실제 파스보다 청량감이 좋고 촉촉하다. 다량의 수분을 함유한 고밀착 하이드로겔 성분이 다리에 수분을 서서히 공급해 붙이고 있는 동안 상쾌함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장시간 걷거나 서 있을 경우, 오랜 시간 앉아 있어서 다리가 붓거나 뭉치면 잠들기도 쉽지 않다. 피곤한 부위에 붙이고 쉬면 피로가 풀리면서 몸이 노곤해진다. 따로 마사지를 하거나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레그셀루션을 꼭 써보기 바란다.
펜션 문화가 넘쳐흐른다. 구석구석 경치가 좋다는 곳에는 멋들어진 유럽풍의 집들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예약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의 바캉스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물론 한강변에 텐트를 치는 캠핑 족들을 비롯하여 산과 들로 캠핑 문화도 변화를 거듭한다. 젊은 사람들의 앞서가는 생각들이 선진국 문화를 창출한다. 답답한 아파트 생활 속에서 탈피하여, 모처럼 온 가족이 야외에서 바베큐를 구어 가며 오손 도 손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삶의 여유처럼 보인다.
필자는 이번 휴가를 맞이하여 양평의 한 멋진 펜션에서 또 하나의 문화생활을 맛보았다. 그것들은 삶의 또 다른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새로운 휴식처 그 자체였다. 사실 늘 시간이 많으니 휴가라 할 것도 없었지만 가족들의 시간들이 안 맞으니 대충 그렇게 때우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2시, 거리는 차들의 전쟁이었다. 막히는 거리를 뚫고 북한강을 거슬러 양평으로 향했다. 강변을 따라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향해 산길로 들어섰다. 산꼭대기 쪽에 다 와서야 예약을 한 '힐 펜션'이 나왔다. 삼면이 모두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나무들이 울창했다. 강가 쪽은 모두가 예약이 끝나서 그곳도 겨우 잡았다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 산꼭대기에도 몇 채의 펜션들이 더 있었다. 안내원이 미리 준비한 곳으로 안내를 했다. 이층의 한가운데 집이었다. 총 아홉 채의 고급스러운 펜션이 있었다. 실내로 따라 들어갔다. 겉모습보다 많이 달라 필자는 깜짝 놀랐다. 복 층 구조로 되어있는 실내가 미국의 스튜디오를 그대로 연출해내고 있었다.
1층에는 부엌과 화장실이 있고 2층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침실이 있다. 침실의 바로 앞에는 미국식 스파인 4인용 자쿠지가 보글보글 물 소리를 내며 준비되어있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부엌 바로 옆으로 자그마한 수영장이 파랗게 보인다. 가족용 수영장이 아담하게 물을 퐁퐁 뿜어내며 순환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찌는 무더위에 우선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물이 너무 차가워 소름이 끼쳤다. 몇 번을 휘저어대다가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따뜻한 자쿠지 물속에 몸을 담갔다. 세차게 따뜻한 물을 쏟아내어 마사지를 해주는 스파의 물줄기가 온몸을 나근나근하게 덥혀주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기분이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안내원은 시뻘건 숯불을 가져다주었다. 미리 준비해 간 고기로 바베큐를 하면서 온 가족은 모처럼 미국적인 생활을 다시 맛보고 있었다. 바로 수영장 옆에 숯불 그릴이 준비되어있었다. 한국의 모든 것들이 선진국의 문화를 앞서가며 그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즐기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한번 수영장과 필자가 좋아하는 자쿠지 스파를 흠뻑 즐겼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 아까워서 후회 없이 실컷 '1박2일'을 즐기고 싶었다. 필자 가족은 깨끗하게 뒤 정리를 하고 대 만족감으로 고급스러운 펜션을 나섰다.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다.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러운 카페가 즐비하다. 각양각색의 음식점과 멋들어진 펜션의 모습으로 길거리에는 젊음의 활기가 넘친다.
양평의 북한강 주변에는 마치 유럽의 궁전 같은 웅장한 집들도 많이 있었다. 과연 모든 곳들이 1년 내내 성업이 되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한 계절의 휴가 문화에도 이제 찬바람이 불어온다. 잘 지어진 럭셔리한 펜션들이 곧 썰렁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1년 내내 여유로운 휴가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몰려왔다..
1. 향과 풍미가 진한 수입 맥주를 좋아한다. 2. 손재주는 없지만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다. 3. 인내심이 강한 편이다.
이 세 가지에 해당한다면 맥주 만들기에 도전해도 괜찮겠다.
물론 모든 조건을 떠나 수제 맥주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더욱 추천한다. 캠핑이나 나들이, 친구 모임 등에 직접 제조한 맥주를 가져간다면 사람들의 관심과 질문 세례를 한몸에 받을 것이다. 한껏 어깨가 으쓱해졌다면 레시피는 조금 늦게 말하는 게 좋겠다. 기대(?)와는 다르게 과정이 꽤 단순하기 때문이다.
맥주 시연 및 도움말 수수보리 아카데미
수제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손맛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모양을 내거나 꾸미는 작업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료 준비가 끝나면 물을 끓이고 순차적으로 재료를 넣고 때가 되기만 기다리면 된다. 단 한 줄로 이야기하자면 그렇지만, 중간중간 몇 가지 과학적 이론을 알아야 더 재미있고 정확하게 맥주를 만들 수 있다. 가령 ‘수제 맥주 만들기’라는 키워드로 웹서핑 하면 생소한 용어 때문에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구나’라고 생각하고 포기할지도 모른다. 글로만 보면 어렵고 사진으로만 보면 심심한 게 맥주 레시피라 하겠다. 그러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처음 만들어볼 때는 맥주 공방을 찾아 도움을 받거나 ‘원데이 클래스’ 등을 통해 눈으로 익힐 것을 권한다.
대체로 과정이 수월하지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위생이다. 모든 술은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는 사람이 아닌 효모들이 일할 수 있게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 따라 실패할 수도 있고, 맥주 맛이 달라질 수도 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발효가 끝나고 뚜껑을 딴 맥주의 맛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작업의 묘미다.
가정에서 손쉽게 제조할 수 있는 DIY키트나 혼합재료 등을 이용하면 몇 가지 과정을 생략하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자신감이 붙고 나면 맥주 회사나 블로거들이 공유하는 맥주 레시피를 참고로 해 평소 즐기던 맥주 맛을 재현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수제맥주의 꽃 ‘홉(Hop)’
홉은 맥주의 양념과도 같다. 홉의 쓴맛은 맥아당의 단맛을 상쇄해 흔히들 아는 쌉쌀한 맥주의 풍미를 낼 수 있게 한다. 홉을 60분 이상 끓이면 알파산(쓴맛을 내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 적절한 쓴맛이 맥주를 즐기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같은 홉이라도 15분을 끓이면 풍미를 끌어낼 수 있고, 마지막에 넣어 주면 그 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쓴맛, 풍미, 향은 맥주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홉을 골라 시차를 두고 넣어 주면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만들고자 하는 양이나 재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L 기준 5만~7만원이 든다. 수제 맥주 전문점에서 파는 맥주 한 잔 가격(평균 350~500ml 7000~1만3000원)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게 즐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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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밥은 먹기 싫고 가볍게 한 끼 때우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한 끼 주식이 되기도 하면서 끼니 사이 출출함을 달래줄 간편한 간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1위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국민이 사랑하는 식품임엔 분명하다.
필자 또한 새로운 라면이 출시되면 꼭 맛을 보는 라면 마니아다. 캠핑 할 때 야외에서 먹는 라면 맛과, 해외 여행할 때 외국 음식에 질리고 집밥 생각날 즈음 끓여 먹는 라면 맛이란 가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항상 시험에 빠뜨리고 결국 의지를 꺾게 만드는 원흉이 가족들이 야식으로 끓이는 라면 냄새와 딱 야식시간에 맞춰 방영되어 침샘을 자극하는 라면 광고 이다.
이런 라면을 많은 사람이 건강을 이유로 피해야 할 음식으로 꼽곤 한다. 나트륨 함량이 높고 면을 기름에 튀겨 지방 함량 또한 높으니 특히 우리 시니어가 살짝 멀리해야 하는 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너무 자주 먹지만 않는다면 영화 제목처럼 ‘파 송송, 달걀 탁’ 넣고 5분이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라면을 한 번쯤 끓여 먹는 것도 건강에 크게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면 면을 한번 삶아내고 건져서 다시 끓인다든지, 스프의 양을 줄이는 방법. 그 외 몸에 좋은 채소 나 우유 등을 첨가하여 끓여 먹는다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걱정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라면의 매력 중 으뜸은 다른 음식 또는 식재료와의 조화다. 라면에 콩나물을 넣고 청양고추만 넣어도 시원한 해장라면이 되고, 된장만 살짝 풀고 파, 마늘, 채소를 첨하가면 구수한 장국라면이 되기도 한다. 그뿐인가? 천원 남짓의 인스턴트 음식 라면이 때론 그 비싼 식재료 문어와 만나서 문어라면이 되기도 하고, 때론 대게를 넣어 대게 라면을 끓여 내기도 한다. 오징어, 꽃게 어떤 해물을 넣어도 해물탕 과 같은 시원한 라면을 만들 수 있으니 그 응용력이 참으로 다양하다.
더 화려한 변신으로는 라면에 버섯(과하게는 송이버섯) 들을 넣고 끓인 버섯라면 전골, 소고기와 갖은 채소를 넣으면 쇠고기라면 전골 이 소박한 라면의 변신은 무한하다.
이 때 그 어떤 화려한 식재료를 넣어도 라면이 다른 음식이 되지 않고 앞에 첨가된 재료 이름이 수식어가 되는 그저 문어라면, 대게라면 인 것이다. 모든 재료를 어우르지만 절대로 라면이 아닌 다른 음식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라면이 엑스트라로 들어가는 음식을 보자. 그 대표적인 음식이 부대찌개. 라면이 들어가지 않은 부대찌개를 상상할 수 있을까? 떡 볶이, 김치찌개 그 외 많은 음식에 사리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때의 라면 역시 본래의 음식에 들어가 어우러지며 맛을 배가 시키지만 라면 본연 성질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음식에 어떤 역할로 들어가든 어우러지되 같아지지 않는 진정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음식인 것이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친구나 연인을 집에 들일 때 예전의 ‘커피 한잔 하고 갈래’라는 말 대신 ‘라면 먹고 갈래?’ 로 바뀌었다. 넌지시 그렇지만 강렬한 유혹의 뜻으로 쓰는 말이다.
날씨가 많이 더우니 뜨거운 라면 대신 나만의 레시피로 시원한 냉 라면을 만들어 가볍게 한끼 해결해 보자.
“냉라면 드시고 가실래요?”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 차는 발이나 다름없다. 차가 없으면 누구나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이민 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운전 면허증을 따는 일이었다. 그리고 차를 구입해야 하는데 그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낯선 땅에 천지가 어리둥절하고, 가난한 이민살림에 비싼 새 차를 산다는 것은 엄청난 사치였다.
필자는 두 번에 걸쳐서야 겨우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미국면허증을 따는 일은 만만치가 않았다. 필기 시험은 그렇다 해도, 실기시험의 시내주행은 지금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운전 라이센스를 어렵사리 얻어내고 드디어 필자 소유의 중고차 한대를 구입했다. 남편이 타던 싸구려 중고차는 온 가족이 타기에 작고 좁기도 했지만 틈만 있으면 골치를 썩였다.
남편과 함께 하루 종일 쏘다니며 미국인 자동차 매매상뿐만 아니라 멕시칸, 한국인 자동차 판매상을 돌아다녔다. 결국은 한국인에게 하얀 색 밴 한대를 구입했다. 낯선 땅에서 소유한 첫 재산이었다. 남편은 신이 나서 몇 번씩이나 차를 닦아 대더니 기념으로 바람을 쐬자며 온 가족을 출동시켰다. 아이들은 세탁소 근처에 있는 ‘인 앤 아웃’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 햄버거는 한국사람들 그리고 대체로 미국인들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이따금씩 먹고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이유는 모든 재료가 냉동 식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당시 ‘인 앤 아웃’은 백인이 아니면 종업원으로 채용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은 하늘을 치솟아 몇 십분 씩 줄 서는 것은 보통의 일이었다.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남편은 싼타모니카 언덕을 지나 대단한 미국의 거부들이 살고 있는 어마어마한 동네로 구불구불 구경을 시켜줬다. 그 유명한 해변도로 1번 후리웨이를 타고 멀리까지 약 두어 시간은 돌아 다닌 것 같았다. 어느 작은 해변 골목길로 들어설 때쯤에 차가 덜컹 덜컹하더니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남편은 하얗게 당황해 안절부절 야단이 났다.
덩달아 아이들도 불안해 했다. 차에서 내려서 왔다 갔다 하더니 문제가 생겼다며, 시동이 걸리지 않아 더 이상 갈수가 없다고 했다. 필자도 갑자기 어찌 해야 하는지 몰라 멍청히 서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동네에서 졸지에 발없는 미아가 된 것이다. 필자는 어딘가 연락을 해야 했지만 그때는 핸드폰도 없었다.
얼마 후에 세리프(경찰차)가 왔다. 자초지종을 묻더니 라이센스(운전면허증)와 보험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차는 우선 길가의 한편으로 안전하게 옮겨놓아야 한다며 도와주기를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힘으로 이리 밀고 저리 밀고 하더니 자리를 잡았다. 어느새 캄캄한 밤이 되어 쌀쌀한 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 들었다. 바닷가 옆이라 더 바람이 불어왔다.
옷을 벗어 아이들을 감싸 안고 대책을 연구했다. 차를 그 자리에 일단 그대로 놔두고 내일 다시 와서 처리하기로 했다. 남편은 이리저리 둘러 보더니 다행히도 세탁소가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다며 그냥 걸어가자고 했다. 가족들은 터덜터덜, 대략 한 시간 넘게 밤길을 걸어온 것 같았다.
멀리 필자의 세탁소가 보이기 시작할 때는 그야말로 환희였다. 밤11시, 차가 없으니 집으로 갈수가 없다. 그렇다고 교회사람들을 불러 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도착 후, 밤늦게 다시 캄캄한 세탁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분이 묘했다. 일단은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한국라면이 있었다. 세탁소 안에서 냄새를 풍기며 라면을 보글보글 끓여 먹었다. 구수한 라면 맛이 기가 막혔고, 가족들은 기분이 좀 풀린듯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세탁소 안에서 하룻밤을 지내야만 했다. 필자는 궁리 끝에 우선 걸레를 만들어, 가족이 잠잘 공간만큼의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냈다. 맨 밑에는 푹신한 담요를 몇 장 깔았고 그 위에 깨끗하게 빨아놓은 손님들 이불 몇 개를 두둑하게 깔아놓았다. 손님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또 깨끗이 다시 빨아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손님들이 찾아가지 않았던 옷들과 수건을 꺼내어 돌돌 말아 베게도 만들었다. 아주 부잣집 몇 천불 짜리 고급 거위 털 이불도 꺼내어 덮기로 했다. 네 식구가 두 다리 쭉 뻗고 자기에는 아주 훌륭한 잠자리가 만들어 졌다.
아이들은 마치 캠핑을 온 것 같다며, 아늑하게 꾸며진 잠자리 위에 벌러 덩 눕더니 두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가며 좋다고 했다. 남편도 웬만한 텐트보다 좋다며 따뜻한 커피한잔을 타 먹자고 했다. 나름대로 낭만이 흘렀다. 온 가족은 중고차와 씨름한 덕분으로 피로가 몰려와 어느새 골아 떨어졌다. 결국 가난이 가져다 준 중고차 경험은 전혀 색다른 캠핑세계를 맛보게 해주었다. 비록 힘겨운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그것은 또 생각하기 나름이었고 받아들이는 자의 긍정적 위안이었다.
차디찬 세탁소 콘크리트 바닥에서의 하룻밤은 이민자가족에게 커다란 추억거리를 안겨주었다. 언제 또 필자 가족이 그러한 잠자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에 오히려 감사했다. 아이들도 생전처음으로 맞이한 낯선 경험에 불만 없이 잘 잤다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모닝커피를 먹기 위해 맥도날드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깔깔대는 웃음이 가득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지난날의 고된 이민생활은 결국 필자 삶의 커다란 재산이 되었다.
다들 진정한 친구가 몇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생각해 보면 필자도 주위에 친구가 많기는 하다. 대학 졸업 후 몇십 년을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이어오는 동창모임이 있는가 하면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 맞는 친구 셋은 삼총사가 되어 맛집 탐방이나 국내, 해외여행도 함께하고 있다. 여행은 역시 친구들하고 떠나야 자유롭고 좋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또 다른 친구는 우리 아이 초등학교 때 만난 네 명의 학부형 모임이다. 이들과도 어언 30년 가까운 세월을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이쯤에선 필자 성격이 원만해서라고 자부심을 가져 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오래된 인연이 아니라도 이웃이나 시니어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좋은 친구도 많다. 하지만 내가 위기에 빠졌을 때 아무것도 재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구는 누구일까? 한 드라마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요즘 방금 종영한 한 드라마에 빠져 울고 웃었다. 젊고 예쁜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이제는 인생 다 산 듯한 60~70대 어르신의 이야기이다.
어르신이라는 말보다는 극중에선 꼰대라고 표현했지만 시니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도 이미 그 대열에 합류한 지 꽤 되었기 때문에 어르신이나 꼰대라는 단어가 내게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드라마에는 이리저리 얽혀 친구처럼 지내는 선 후배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람은 37세의 딸로 글 쓰는 작가이며 엄마와 그 친구들의 노년 인생에 대해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엄마는 음식점을 경영하며 억척스레 돈을 모아 친정 부모와 사고로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된 장애인 남동생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이모라 부르는 엄마의 친구나 선배인 등장인물로 이들 중에는 암에 걸려 투병 중이지만 탤런트로 활동하는 아직도 아름다운 외모의 영원 이모와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꽤 탄탄한 재산가가 되었지만 그러느라 결혼도 한 번 못 해 본 노처녀로 공부를 계속하지 못해 학력콤플렉스에 걸린 충남 이모, 어릴 때 잃은 큰아들을 가슴에 품은 소녀 감성의 희자 이모, 희자의 첫사랑이었던 성재아저씨, 딸 셋과 남편 뒷바라지에 평생을 짓눌린 정아 이모와 가부장적으로 아내를 무시하고 부려먹는 정아의 구두쇠 남편이 나온다.
매 편마다 재미있고 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검진 결과 암이라 진단받는 엄마 장난희 여사, 낙담하고 절망하는 가운데 그래도 친구들의 격려와 보살핌이 있다.
필자 또래의 나이로 설정되어 있으니 필자가 어느 날 저런 진단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상황이 깊은 고민과 공포로 다가왔다. 드라마 주인공은 가족 외에 친구들의 전폭적인 보살핌을 받지만, 필자는 남편과 아들 외에 누구에게 저런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까?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친구 희자 이모는 혼자 사는 이미 깊어진 치매 환자이다. 낮에는 멀쩡하지만, 아기 때 죽은 첫아들의 트라우마로 밤마다 인형을 업고 밤길을 배회한다. 그를 지키는 친구들과 첫사랑 성재아저씨의 보살핌이 눈물겹다.
성재 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첫사랑 희자를 찾는다. 사별한 성재 씨의 아내는 참 현명했던 것 같다. 죽기 전 남편에게 요리하는 법이나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트레이닝을 시켰다. 그래서 변호사인 성재 씨는 제법 혼자 요리도 잘하며 살고 있다.
정아 이모는 평생을 남편 뒷바라지를 한 순종적인 여인이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생활비도 아끼라고 요구하는 구두쇠로 물 한잔 떠다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걸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다. 정아 이모는 나이 들어 자녀들 출가시키고 나면 남편과 세계여행을 떠날 희망으로 버티고 살아왔는데 남편은 돈 아깝다며 꿈도 꾸지 말라고 한다. 이에 정아 이모는 집을 나온다. 변두리 산동네에 집 한 칸을 얻어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는 그저 맥주 한 병 자유롭게 마시고 싶다는 희망을 이룬 것이다.
그의 남편은 불편한 생활을 견딜 수 없다. 평생 그렇게 다해 줄 것처럼 잘해놓고 이제 자기의 곁을 떠난 아내를 원망하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이 나이가 되니 암이라는 병과 치매라는 무서운 질병이 복병으로 숨어있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암 수술 후 앞으로 치료를 계속해야 하고 치매가 심해지지 않도록 보살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친구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해 보이는 따뜻한 내용이다.
그들은 별것 없는 인생 이만하면 괜찮다고 하며 서로를 보살피며 살기로 한다. 인생은 죽음만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모두 뭉쳐 커다란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건 좋은 인간관계라는 걸 느끼게 해 준 부럽고도 잔잔한 아름다운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드라마가 끝났을 때 필자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를 떠올리며 나직하게 뇌어보았다. ‘디어 마이 프렌즈…’
만나면 반갑지만 막상 함께 있다 보면 서로 지지고 볶다, 헤어지면 그리워하기를 반복하는 대상이 바로 손자와 손녀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손자 손녀를 책임지고 뭔가 해야 한다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까?
그래서 서울 S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 26명에게 물었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어떤 것을 하고 싶고, 좋았는지.
어떨 때 할아버지·할머니가 미운지도 들었다.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기 전에 한 가지 알아둘 것! 체력은 필수다.
(*주관식으로 이루어진 설문으로 중복 대답한 어린이가 다수 있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요!
26명의 아이들은 조부모와의 경험이나 해보고 싶은 것으로 여행이나 놀이공원을 많이 대답했다. 특이한 점은 조부모와 함께 공놀이나 배드민턴 등을 했던 경험을 말한 어린이가 다수였다는 점.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뛰고,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기타 의견에서 대중목욕탕에 갔던 것, 보드게임 했던 기억 등을 꼽기도 했는데 어린이 자신에게 집중해 주고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는 마음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손자 손녀들은 일단 부모 없이 조부모와 있는 동안만큼은 약간의 일탈을 꿈꾸는 것으로 드러났다. 2번 문항의 ‘조부모와 몰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1위가 바로 영화와 TV 보기. 평소 부모 제재가 아이들에게 있다는 의미다. 기타 의견에 ‘숙제 안 하기’나 ‘아이스크림 먹기’ 등도 부모가 들으면 싫어할만 한 행동 아닌가. 적어도 조부모를 부모보다는 편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이들이 조부모와 하고 싶은 것은 참으로 다양했다. 윷놀이, 오목, 보드게임 등 앉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야외 활동은 기본이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등산이나 캠핑을 가고 싶다는 어린이, 태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 여행을 하고 싶다는 어린이도 있었다. 여름방학을 의식해서인지 바닷가나 수영장에 함께 가고 싶다는 의견도 많다. 손자 손녀와 뭔가를 하고 싶다면 체력 먼저 꼭 길러야 할 것 같다.
조부모가 싫을 때는 단연 화내거나 혼 낼 때였다. 기타 의견에서 ‘공부한다고 칭찬할 때가 싫었다’라고 응답한 어린이도 있었다. 혹시 공부를 막 시작한 손자를 보고 칭찬한 적이 있다면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싫어하는 것을 먹으라고 할 때’, ‘할머니 혼자서 힘들게 어디 갈 때’가 싫다고 답한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 Skittles Sour Cocktail(새콤한 스키틀스 칵테일)
재료 스키틀스, 소주, 토닉워터, 라임주스
HOW TO MAKE
추잉캔디 ‘스키틀스’를 활용한 칵테일이다. 스키틀스를 색깔별로 구분해 소주에 넣고 냉동고에 반나절 정도 보관한다(소주 반 병에 스키틀스 10알). 스키틀스의 색과 맛이 녹은 살얼음 소주(소주잔 1~2잔)에 얼음, 라임주스(소주잔 1/2잔), 토닉워터 적당량을 넣어 완성한다.
Tip. 스키틀스 소주에 얼음만 넣어도 캠핑장 등에서 즐기기 간편한 칵테일이 된다.
◇ Rainbow Sangria(레인보우 상그리아)
재료 화이트 와인, 수박, 키위, 파인애플, 오렌지, 포도 등 과일 5가지
HOW TO MAKE
모양도 예쁘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파티 음료로 즐기기 좋은 칵테일이다. 색깔이 다른 과일 5가지를 준비해 작게 썰어 둔다. 길고 투명한 잔에 과일을 차례로 넣고, 화이트와인을 채운다.
Tip.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사용하고, 스파클링을 쓰는 것도 좋다. 음료를 먼저 마시고 과일을 꺼내 먹는다.
◇ Wine Ice Cream Cocktail(와인 아이스크림 칵테일)
재료 아이스크림, 레드와인, 롤 과자 또는 믹스베리
HOW TO MAKE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디저트 ‘아포가토(Affogato)’처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둥글게 파인 접시에 아이스크림을 담고 롤 과자나 믹스베리 등을 얹는다. 아이스크림 위에 레드와인을 부어 완성한다.
Tip.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맛으로만 사용한다. 기호에 따라 탄산수를 첨가해도 좋다.
요즘은 다들 형편이 좋아졌는지 휴가철이나 무슨 때만 되면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로 인천공항이 북새통이 된다고 한다. 소시민인 필자는 아이가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 더는 아빠 엄마와 휴가를 같이 보내려 하지 않게 되었을 때까지 여름휴가나 겨울휴가 여행을 국내, 특히 동해안으로 갔다. 우리나라 곳곳 다 아름답지만, 그래도 한계령을 넘어 설악산으로 가는 구불구불 길이 좋았다. 고개 넘어 맞닥뜨리는 동해의 탁 트인 파란 잉크 빛 바다와 특히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 해산물이 풍부하다는 점이 그곳을 여행지로 꼽는 첫 번째 이유였다.
가수 양희은 씨의 노래처럼 한계령은 나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아 정답고 한계령 올라가는 길에 있는 한옥 민박집이나 바람불이라 불리던 계곡 야영장은 우리 가족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주었다.
지금은 어딜 가도 호텔이나 콘도, 화려한 리조트로 쾌적한 숙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우리 가족은 텐트를 준비해 자연 속에 머무르는 방법을 택했는데 남편이 아들에게 숲 속에서 지내는 낭만을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고 나도 도심과 다르게 밤하늘의 쏟아질 듯 촘촘히 빛나는 별빛을 볼 수 있고 풀벌레 소리 들리는 야외가 마음에 들었다.
아들이 고사리손으로 제 아빠를 도와 텐트 치는 걸 보는 것도 대견하고 즐거웠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아들이 서너 살 무렵부터 차에 온갖 캠핑 장비를 싣고 여행을 떠났다. 엄마인 나는 휴가 동안 먹을 밑반찬이며 간식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바닷가에서 회를 사 먹는 일 외에는 집에서와 똑같이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그 근처의 특산품이 무언지 맛집은 어디 있는지 찾아다니며 식도락을 즐기지만, 그땐 왜 그리 힘들게 양념 하나까지 준비했는지 아마 그게 현명한 아내와 엄마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우습기만 하다. 자청해서 고생한 거지만 그런 게 또 즐거웠고 준비하는 동안 행복했었다.
승용차에 텐트며 오색파라솔 달린 테이블, 온갖 캠핑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날은 가족 모두 들떠서 가슴이 설레었다. 설악산으로 가는 길로 미시령과 한계령이 있는데 미시령 쪽도 휘몰아치는 물살이 시원한, 계곡을 끼고 달릴 수 있는 멋진 길이지만 주로 한계령을 지나서 갔다. 한계령은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다. 꼭대기에 있는 한계령 휴게소는 그림처럼 아담하고 경치가 좋아 마음에 들었다. 가끔은 온통 안개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일 때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맑고 청량한 공기와 둘러 보이는 경치가 너무나 멋졌다.
짙은 갈색의 휴게소 건물도 운치 있고 안으로 들어가 테라스의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강원도 명물 음식을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으며 특히 테라스 끝쪽에서 사진을 찍으면 구름 위에 떠 있는 듯 정말 멋진 풍경의 사진이 되어서 매번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곤 했다. 그래서 설악이나 동해안에 갈 때는 항상 한계령을 거쳤는데 요즘은 빠른 길이 생겨서 한계령 고개를 넘는 차량이 많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 어쩐지 애잔하고 마음이 쓸쓸하다. 한계령에 오르기 전 초입에 시원한 물줄기가 모여 옥빛의 깨끗한 연못을 이룬 옥녀탕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그곳에 나는 재미있는 추억 하나가 있다.
어느 해인가 설악산으로 휴가를 갔을 때였다. 시끌벅적한 동해안 대진항의 분위기도 만끽하고 맛있는 회와 싱싱한 해산물 구경도 실컷 하는 등 좋은 시간을 가졌으며 다음날은 그곳에서 좀 떨어진 동명항이라는 작은 포구에도 들러서 또 다른 맛과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설악산에서는 너무나 피곤했다. 모든 사람이 다 여기로 모인 듯 인파에 뒤덮여 온통 계곡이나 길이 복잡하고 소란스러웠다.
여행 마지막 날에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쳐서 몹시 피로함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외 없이 한계령을 지나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오다가 옥녀탕 앞에 이르렀다. 여기서 잠깐 쉬어가자고 내려서 보니 정말 맑고 깨끗한 계곡 물이 있었다.
필자는 물을 너무 좋아한다. 수영을 그리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설악산의 계곡에서 실망했던 마음이 옥녀탕을 보니 다 풀어지고 티셔츠와 핫팬츠 차림이었던 나는 옥녀탕 물속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정말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서 두 팔로 물을 휘휘 저으며 수영을 했다. 남편이 그만 나오라고 손을 흔들었는데 그때 지나가던 순찰차에서 마이크로 “옥녀탕에 계신 분 빨리 나오세요, 들어가면 안 됩니다.” 라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서 쉬고 있던 관광객들도 웃으며 빨리 나오라고 손짓을 해 댔고 누군가는 휘파람까지 불었다. 깜짝 놀라서 재빨리 나왔는데 어찌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곳에 들어가면 안 되는 줄 몰랐고 주변 어디에도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없었다고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벌금이라도 내야 하나 걱정했지만, 경찰관을 태운 순찰차는 자리를 떴다.
그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있는 설악산 계곡이니 들어가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순찰차의 경고를 듣고는 이름 있는 계곡에 무단 침입한 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있던 많은 관광객에게도 무척 부끄럽고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자연을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데 깨끗한 물이라고 텀벙 뛰어들다니 너무 철없는 행동을 했다. 그후에도 휴가 갈 때 올 때 그곳에 들러 보았다.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없어도 물에 들어간 사람은 없으니 많은 사람은 나처럼 지각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반성도 되고 너무 창피하지만, 그래도 나는 설악산 옥녀탕에서 수영해 본 사람이라는 생각에 즐거운 미소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