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선택은 보통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영화나 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세상의 수많은 장소 중 하필 그곳이 선택된 데는 그만한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더 많이 알려진 울루루(Uluru)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한 소녀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꼭 가고 싶어 했던 꿈의 장소로 나온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나 연인이 혼자 찾아온 울루루는 시간이 가져다준 무게만큼의 황량함과 상실감을 안은 채 뭔가 허무의 기운마저 자아내는 듯했다. 떠난 소녀의 갈망을 대신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매해 백만 명이나 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아프리카보다 더 거칠고 혹독했던 땅, 호주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에서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 내륙 지방에 대해 과장이란 있을 수 없으며 19세기 탐험가들이 느꼈던 표현할 수 없는 더위와 끊임없는 물 부족, 고난은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멜버른에서 시작해 그레이트오션로드, 애들레이드, 앨리스스프링스를 거쳐 울루루를 탐험한 뒤 서호주의 주도 퍼스, 몽키마이어, 웨이브록, 프리맨틀을 거치는 길고 험한 한 달간의 여정은 아프리카 여행이 무색할 만큼의 혹독한 인상을 줬다. 빌 브라이슨도 나와 같았다니 언제 만나서 한잔하며 호주라는 낯선 땅에 대해 수다라도 떨고 싶은 심정이다.
해가 떠오르면 40℃가 넘는 가혹한 더위와 파리떼에 시달려야 했고, 날이 흐리면 세찬 바람과 장대비, 천둥 번개까지 쳤던 곳. 호주라 하면 시드니 정도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서호주나 남호주, 울루루가 있는 사막 지역 센트럴 호주는 좀체 상상이 되지 않는 곳일 수도 있다. “‘자유로워지다’라는 것은 설령 그것이 잠깐 동안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역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것이다”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던가. 극한의 추위와 미세먼지로 마음마저 꽁꽁 얼어버린 겨울, 지구 반대편 뜨거운 땅 호주로 향했다.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관문, 앨리스스프링스
울루루 여행을 계획할 때 주변에서 듣게 되는 대부분의 정보는 매우 더운 곳이니 반드시 열사병 약을 준비해야 하고, 모기방지 약을 뿌려야 하며, 파리들이 떼로 날아드니 망이 달린 모자를 써야 한다는 얘기 등이었다. 실제로 울루루 거점 도시인 앨리스스프링스에 가 보니 40℃가 넘는 땡볕의 날씨였다. 눈이 부셔 선글라스를 안 쓰면 강한 햇볕에 금방이라도 타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행 가기 전 예약해놓은 울루루 캠핑 ‘더락투어’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걸었을 뿐인데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버렸다.
울루루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호주의 동서남북 주요 도시에서 앨리스스프링스로 와 투어에 참여하거나 차를 렌트하기도 한다. 편리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에어즈록공항에 내려 인근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물며 하루 이틀 울루루를 돌아본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다 해도 에어즈록공항에 내려 고작 몇 시간 머무르는 것만으로 아웃백(호주의 오지를 뜻함)을 체험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열흘에 가까운 종단 또는 횡단여행은 아니어도 최소한 2박 3일은 소요되는, 앨리스스프링스에서 울루루로 가는 아웃백 캠핑을 선택했다.
애보리진의 성지, 울루루
지구의 배꼽이라는 별칭처럼 울루루는 호주 대륙 한가운데, 앨리스스프링스 남서쪽 400km 지점에 있다. 약 5억 년 전 거대한 지각운동에 의해 융기한 모래바위로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바위로 알려져 있다. 1872년 탐험가 어니스트 길스가 발견했고 호주 초대 수상인 헨리 에어즈(Henry Ayers)의 이름을 따 ‘에어즈록’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울루루(Uluru)’가 일반 명칭이다. 애보리진(Aborigine)이라 불리는 이곳 원주민의 성지로도 알려진 울루루의 이름에는 ‘그늘이 지난 장소’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출 때면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보이는 붉은 사암질의 바위는 크기가 해발고도 867m나 된다. 바닥에서의 높이는 330m, 둘레는 무려 8.8km에 이른다. ‘섬처럼 고립된 산’인 울루루는 바다의 빙산처럼 대부분의 덩어리는 땅속에 묻혀 있다. 암석 표면은 미세한 홈이 뒤덮고 있으며 측면에는 마치 동굴과 같은 깊은 홈이 나 있다.
바람에 실려 온 모래는 계속해서 암석을 깎아내린다. 비라도 내리면 측면의 홈을 따라 폭포가 형성되어 마치 붉은색 표면에 검은 혈관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시시각각 바뀌는 바위의 색깔이 장관이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온종일 주변에 머물며 색의 변화를 즐긴다, 일출에는 오렌지색, 이른 아침에는 적갈색, 정오에는 호박색, 그리고 해질 무렵에는 짙은 선홍색으로 바뀐다. 울루루 주변에는 멀가나무, 청회색의 백단향, 데저트오크, 블러드우드와 유칼리나무 숲도 있지만 킹브라운, 웨스턴브라운 같은 독사도 서식하므로 걸을 때 주의를 해야 한다.
울루루의 정상 정복은 매우 위험하고도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원주민들이 정상 등반을 적극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상 정복을 하려다 사망한 사람이 37명에 이른다.
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발견했는데, 마치 신성한 원주민의 살에 철심이라도 박은 듯 잔혹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런데도 종종 울루루 여행기를 읽다 보면 정상 등반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성지를 보존하기 위해 2019년 10월 26일부터 등반이 전면 금지된다고 한다.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과 킹스캐니언
2박 3일의 더락투어 일정에는 울루루 탐험 외에도 카타추타 국립공원과 킹스캐니언 탐험이 포함된다. 첫째 날엔 울루루, 둘째 날엔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 돌아오는 길엔 킹스캐니언 탐험이 일반적인 코스다. 1958년 호주 정부가 울루루와 카타추타를 호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 토지를 소유한 원주민인 아그난족과 토지반환소송이 벌어졌다. 수차례의 협상 끝에 2084년까지 이 지역을 호주 정부에 임대해주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 울루루와 함께 주요 성지로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카타추타(1069m)의 이름에는 ‘머리가 많다’는 뜻이 담겨 있다. 카타추타는 다채로운 36개의 바위가 모여 바위산을 이루고 있는데, 혹자는 단순한 울루루 탐험보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가로질러 바람의 계곡을 트레킹하는 코스를 선호하기도 한다.
킹스캐니언 트레킹은 웅장한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거리 코스와 협곡을 따라 산책하는 단거리 코스로 나뉘는데, 필자가 갔을 때는 비가 많이 내려 길이 유실되는 바람에 캠핑카에서 짐을 다 내리고 홍수가 난 강을 걸어서 건너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울루루에 내리는 비와 인사이드 트랙
애보리진의 신성한 바위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 땡볕 속을 걸었다. 가시투성이의 덤불과 무자비한 풀 스피니펙스에 찔리지 않으려 조심했다. 또 더위와 파리떼의 습격에 대비해 머리엔 망을 써야 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마법 같은 것! 5성 호텔의 그 어떤 호화로움도 수백만 개의 별이 쏟아지는 별밤 아래에서 잠드는 사치를 넘어서지 못한다.
울루루 아웃백을 탐험하는 동안 체코, 헝가리, 스위스,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18명의 친구들은 낮엔 40℃의 태양을 견디고 밤엔 천둥과 장대비를 피하며 함께 웃고 떠들면서 2박 3일을 보냈다. 캠핑이 끝난 후 누군가는 케언스로 누군가는 고국인 동남아로, 나는 퍼스를 향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막에도 천둥 번개가 치고 그렇게 많은 비가 온다는 걸 처음 알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속에서도 우린 즐겁게 살아남았다. 대자연은 힘들고 거친 환경 속에서도 서로 웃음을 나누고 즐기고자 한다면 진정 가능함을 가르쳐주려 한 것 같다.
여행 끝 무렵 프리맨틀의 한 서점에서 울루루를 제대로 탐험한 여성의 일대기가 담긴 책 ‘인사이드 트랙(Inside tracks)’을 만났다. 앨리스스프링스에서 출발해 울루루를 지나 인도양(샤크만)까지 무려 2700km를 낙타 4마리와 함께 273일간 도보로 횡단한 27세의 로빈 데이비드슨(Robyn Davidso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 이야기가 담긴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내가 이 여행을 통해 깨달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당신이 허락하는 만큼 당신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모든 시도나 노력에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은
첫 결심을 실행에 옮길 때 내딛는 첫 발걸음이라는 사실이다.”
Travel Tip
가는 방법 호주의 대도시들(시드니, 퍼스, 애들레이드, 케언스)에서 앨리스스프링스공항이나 에어즈록공항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으며, 기차나 아웃백종단여행을 통한 방법도 있다. 앨리스스프링스에서 울루루까지는 차로 약 6시간 정도 소요되며 중간중간 유서 깊은 휴게소나 낙타농장 등 야생 체험도 할 수 있다.
울루루 캠핑투어 더락투어 therocktour.com.au
여행 루트 앨리스스프링스→울루루→울루루-카타츄타 국립공원→킹스캐니언→앨리스스프링스
웰빙(wellbeing)을 그저 호의호식하는 정도로 여긴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국립국어원은 웰빙을 ‘참살이’라 정했다. 참되고 보람 있는 생활을 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높인다는 뜻이다.
갤럽(리서치 전문 업체)은 문화와 정서가 다른 150여 개국을 대상으로 상세한 설문조사를 통하여 삶의 가치에 관한 요인을 찾아냈다. 대부분의 사람은 건강과 재산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른 5가지 웰빙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직업 활동(Career Wellbeing): 직업, 봉사, 교육 등 정규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자기 발전을 도모하고 정체성을 확립하여 삶의 가치를 높인다.
2. 사회적 관계(Social Wellbeing): 가족, 친구, 친지, 직장동료 등 여러 사람과 좋은 대인관계를 맺어 상호 협조하며, 화목하게 기쁨을 나누면서 삶을 풍요롭게 한다.
3. 재정 안전성(Financial Wellbeing): 빚에 허덕이지 않고 재정적 여유가 있어 물건을 구매하여 얻는 짧은 행복감보다 보람 있는 여행, 친구와 즐거운 식사, 가족 캠핑 등 오랫동안 남는 추억의 경험을 구매하며, 남을 위해서도 돈을 쓸 줄 안다.
4. 육체 건강(Physical Wellbeing):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책임진다. 운동의 생활화, 건강식으로 능력의 70%를 먹으며, 적정 체중의 유지, 무리하지 않고 내일을 위하여 7시간 이상 숙면한다.
5. 지역사회 환경(Community Wellbeing):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좋은 주택환경 등 생활환경이 깨끗하고 안녕과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갤럽의 분석에 따르면 5가지 모두 해당하는 사람은 7%에 불과하며, 한두 가지 해당하는 사람은 66%라고 한다. 5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하나라도 개선하면 그만큼 삶의 가치는 높아진다. 따라서 이 5가지 웰빙을 모두 효율적으로 누리는 자만이 진정한 웰빙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귀농·귀촌을 결심하기 전, 원하는 마을을 미리 둘러보게 될 것이다. 이왕 방문을 계획했다면 휴가를 겸해 마을의 명소와 맛집도 두루 즐기고, 다양한 농촌 체험도 맛보기로 해보자. 마을의 자연과 전통문화를 활용해 체험과 휴양 공간을 제공하는 ‘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라면 가능하다. 지 단편적인 사례를 통해 귀촌·귀농의 성패 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 제공 및 도움말 웰촌
◇ 전북 고창군
‘구시포 해수욕장’은 해변이 넓고 완만해 아이부터 노인까지 안전하게 즐기기 좋은 피서지다. 이곳에서 차로 5분 남짓 거리의 ‘상하농원’은 이국적인 풍광과 더불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최근 tvN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주목받고 있는 ‘고창 학원농장’은 한여름이면 해바라기가 만개해 절경을 이룬다. ‘미당시문학관’, ‘선운사’, ‘고창 고인돌유적지’ 역시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고창 여행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체험 포인트>> 상하농원 상하농원에는 우유 제조공장 견학을 비롯해 머핀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다양한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또 올해 7월부터 ‘파머스빌리지’를 열어 운영 중이다. 농원 식당과 테라스 룸, 패밀리 룸 등 숙박 공간도 마련돼 있으니 여행 일정에 참고하자.
◇ 경북 예천군
‘삼강주막마을’에서는 두부, 묵, 배추전 등과 곁들여 먹는 막걸리 한 상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내성천이 휘감아 돌아나가는 ‘회룡포마을’은 육지 속 섬처럼 독특한 모습이다. 인근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은 예약을 통해 무료로 양궁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출렁다리마을’은 시골 인심 가득한 밥도 먹고, 다양한 농산물 수확 체험까지 즐기기 제격이다. 여행을 끝내기 아쉽다면, 마을에서 차로 15~20분 거리에 있는 ‘문경주조’에서 오미자막걸리 한잔 어떨까?
체험 포인트>> 삼강주막마을 500년 수령의 회화나무가 지키고 있는 삼강주막마을에서는 떡메치기, 팥죽 끓이기, 양반 자전거 타기, 양반 과거길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하루 묵어갈 계획이라면 황토찜질을 겸하는 황토방과 한옥 스타일의 민박, 체험관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 경남 하동군
화개천 계곡을 따라 4.2km 이어지는 ‘서산대사길’은 실제 서산대사가 걸었던 길이다. 걷다 보면 그 끝자락에 ‘지리산역사관’이 보인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사는 마을로 유명해진 ‘의신마을’에서는 계절마다 다양한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난다. 이곳에서 하루 묵은 뒤 다음 날에는 ‘화개장터’로 향하자. 끝으로 ‘박경리문학관’과 소설 ‘토지’의 배경인 ‘최참판댁’에 들러 수시로 열리는 문화행사에도 참여해보자.
체험 포인트>> 의신마을(베어빌리지)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을 만나는 탐방 해설과 야생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리산 청정 지역에서 나는 산약초, 산나물 등을 직접 채취해볼 수 있다. 베어빌리지와 도서관, 놀이터, 캠핑장 등도 이용 가능해 손주와 함께라면 더욱 유익하다.
◇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과 감악산이 둘러싼 ‘산머루마을’은 계절에 따라 산나물 캐기, 요리체험, 문화답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1979년부터 머루 재배를 시작한 ‘산머루농원’에서는 머루 관련 체험뿐만 아니라 와인숙성터널 관람 및 머루와인 시음까지 즐길 수 있다. 파주 일대에서 가장 높은 감악산(675m)에는 국내에서 최장 길이의 출렁다리가 있다. 높이 45m, 길이 150m에 이르는 출렁다리를 건너다 보면 운계폭포가 보이고, 그 끝자락에 법륜사가 나온다.
체험 포인트>> 산머루농원 ‘산머루 와이너리 투어’, ‘머루 수확 체험’, ‘나만의 와인’을 비롯해 ‘패키지체험’(머루 초콜릿, 머루 잼, 머루 비누 만들기, 와이너리 투어 및 시음)을 예약제로 운영한다. 와인을 즐기는 어른부터 달콤한 초콜릿을 좋아하는 아이까지 두루두루 유익하다.
◇ 충남 금산군
‘대둔산 자연휴양림’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다녀가며 잘 알려졌다. 편백 숙소, 피톤치드 치유의 방을 비롯해 집라인과 글램핑장 등 레저 시설도 마련돼 있다. 휴양림 산책을 마친 뒤에는 ‘금산인삼약령시장’에 들러보자. 전국 인삼 생산량의 80%가 거래되는 곳으로, 각종 인삼류와 약초를 20~50% 할인한다. ‘조팝꽃피는마을’은 그 이름처럼 조팝꽃 자생 군락지가 유명하다. 대표 특산물 인삼과 각종 농산물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체험 포인트>> 조팝꽃피는마을 희망센터캠핑장, 농촌인성학교 등을 운영하고, 여름에는 들깨 모종, 깻잎 따기, 매현천 물고기 잡이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볏짚 공예, 풍등 날리기 등 전통문화체험과 인삼 수확체험, 인삼콩 두부 만들기 등 인삼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인기다.
◇ 강원도 횡성군
‘풍수원성당’은 빨간 벽돌과 뾰족한 종탑이 어우러진 클래식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수원성당을 둘러본 후에는 ‘오마이갤러리’에 방문해 명화를 감상해보자. 트릭아트, 3D 입체 명화 등을 즐길 수 있다. 맛집과 체험을 모두 겸비한 오음산캠프는 산골 부녀회가 직접 나선 농가 맛집 ‘오음산 산야초밥상’과 농촌체험학교 ‘꿈꾸는풍뎅이’를 운영한다. 농촌의 계절 음식과 문화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귀농·귀촌을 염두에 둔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다.
체험 포인트>> 오음산캠프 오음산 산야초밥상은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밥상을 즐길 수 있다. 해바라기 씨가 들어간 도토리묵과 매일 아침 만드는 손두부를 등 시골건강밥상을 내놓는다. 꿈꾸는풍뎅이 학교에서는 향토절기문화교육, 친환경 제품 만들기, 숲속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65일 즐기는 농촌체험관광 포털 ‘웰촌’
'웰촌' 웹사이트에서는 전국 농촌체험휴양마을이 등록돼 각종 정보 및 서비스를 살펴볼 수 있다. 특정마을 소개 및 체험 프로그램, 숙박·캠핑, 음식·특산물 등은 물론 인근 관광지와 맛집까지 소개한다. 사이트 내 추천 여행코스와 네티즌 여행코스를 참고하면 일정을 잡는 데 수월할 것이다. 나만의 색다른 여행코스를 만드는 서비스와 농촌여행 스탬프 투어 등 이벤트 소식도 제공한다.
월간지 ‘브라보마이라이프’에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를 보니 1위가 ‘여행’이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비롯해 혼자 여행 떠나기,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 캠핑카·크루즈 여행하기 등 살아오면서 미뤄두었던 소망을 버킷리스트를 통해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버킷리스트일 뿐이다. 가슴 깊은 곳에 새겨놓고 이루기 힘든 로망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혼자 해외여행하기를 소망하는 사람도 있다. 패키지여행으로 세계 곳곳 안 가본 곳이 없는 사람들도 막상 혼자 여행을 떠나려면 용기를 내기 어렵다고 한다. 공항을 출발하는 것부터 이동하는 것, 먹는 것, 의사소통 등 모든 것이 고민거리다.
후쿠오카 공항 입국 심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입국심사장 줄에는 알록달록 화사한 옷을 입고 머리에 선글라스를 하나씩 얹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깔깔 웃으면서 이제 막 시작된 여행의 설렘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이거 다 적어야 한대. 영어로!”
누군가가 영어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주며 다급하게 말했다. 입국신고서를 미처 쓰지 못한 것이다. 패키지여행을 온 것 같은데 여행사에서도, 항공사에서도 미리 얘기해 주지 않았는지 수십 명의 사람이 여권만 달랑 들고 입국심사대 앞에 줄을 섰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급한 마음에 줄을 무시하고 건너다니는 아주머니들 때문에 입국장은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주변에 서 있던 청년들이 작성을 도와주고, 공항 직원들도 나섰다. 나도 옆에 서 있는 아주머니가 뜨문뜨문 써놓은 입국신고서를 들고 빈칸을 채웠다. 아주머니는 자신이 타고 온 항공사도 제대로 대지 못할 정도로 긴장해 있었다. 혹시나 여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몹시 흥분한 상태라 혼란은 가중되었다.
그 와중에, 혼자 웃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집에서 써 왔다고 빳빳한 입국신고서를 흔들었다. 딸이 써주었단다.
“딸이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딸이 있어야 돼.”
일행 중 한 사람이 부러움인지 탄식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그 아주머니는 아들만 있는 게 분명하다. 딸이 없어서 모처럼 간지 내고 나온 여행길에서 이런 어려움을 당한 것이다. 딸이 있었다면 미주알고주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혹시나 엄마가 당황할까 봐 입국신고서도 미리 써주고, 여행 가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환전까지 해줬을지도 모를 텐데 말이다.
공항에서 한바탕 난리를 친 사람들은 그날 밤 시원한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공항에서 겪은 일을 개망신이라고 깔깔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번 여행부턴 이런 일 따위에 딸을 찾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번엔 경험해 보지 못한 입국신고서 때문에 당황했겠지만, 여행길에선 한 번만 경험하면 알게 되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파울로 쿄엘료는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지만, 여행을 떠나기로 하는데 용기가 돈보다 중요한 건 맞는 것 같다. 혼자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고 첫발을 내디딜 용기만 있다면 그다음부턴 경험이 선생이다. 아들이든 딸이든 찾을 필요가 없다.
짧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어린이집 등하교버스에서 미처 못 내린 아이가 뜨거운 열기에 숨을 거두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던 체력 약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열에 숨지기도 했다. 강렬한 햇볕이나 뜨거운 열에 장시간 노출되면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 체온조절중추신경이 마비되어 생기는 병으로 40℃ 이상의 고열, 두통, 어지러움, 메슥거림, 평형장애가 오다가 혼수상태나 환각상태로 빠지고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물놀이 중 익사 사고의 50% 이상이 보호자의 부주의나 자신의 수영 능력을 과신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물놀이 전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고 심장에서 먼 발, 다리, 얼굴, 가슴 순서로 몸을 적신 뒤 튜브와 구명조끼 등 물놀이용 안전용품을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야 한다. 수영은 식후 30분이 지나 하는 것이 좋다. 바다 해수욕장의 기온이 상승하면 독성 해파리가 출현할 수 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요즘은 개인 휴대폰으로 폭염주의보를 알려주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리면 낮 12시부터 5시까지 허약자라면 외출을 삼가야 한다. 외출 중에 너무 더우면 지자체에서 미리 선정해 둔 인근 건물 더위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를 권한다. 덥다고 탄산음료나, 알코올,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는 물을 자주 마셔 체온조절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아울러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를 쓰는 습관을 갖는다.
전기는 담아갈 용기도 필요 없고 쓰고 나서 재처리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편리한 전기를 함부로 다루다가는 감전이나 화재 사고가 일어난다. 선풍기 회전날개에 아이가 손가락을 다치거나 콘센트에 호기심으로 젓가락을 꼽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선풍기 보호망을 씌우고 콘센트용 안전커버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기를 사용하는 캠핑용품이 많이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원으로 차량의 전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인근의 업소용 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기를 만지려면 전원 스위치를 반드시 내리고 손을 대야 한다. 여름철에는 몸이 땀에 젖어있고 얇은 옷을 입거나 벗은 상태도 많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이 더 높다.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나 깨진 콘센트도 사람이 충전부에 접촉하면 감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 전기충격에 놀라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거나 다른 물건에 피해를 주는 2차 피해도 조심한다.
폭염으로 인해 바깥 기온이 30℃가 되면 자동차 실내는 온도상승이 최고 85℃까지 상승한다. 이런 고온으로 자동차 안에 둔 일회용 가스라이터,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 안에 이런 물건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여름철 장거리 운행 중에 가끔 그늘에 주차해 배터리를 식히는 게 좋다.
건축 공사장에서도 주의를 해야 한다. 더우면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진다. 평소 같으면 알아차릴 위험 분위기도 주의력이 떨어져 모를 수가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하다가 아차 한 번의 실수로 공사는 중단의 위기에 놓인다. 그렇게 공사 기간 단축을 하려고 한 일이 오히려 공사 기간을 더 늦추는 등 마감 일정에 발목 잡히기도 한다. 아주 무더운 날은 과감하게 공사를 중단하고 쉬어가는 여유를 갖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빨리 공사를 완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까지는 비행기로 네 시간 남짓. 비행기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마음먹어볼 수 있는 피서지 몽골! 그 낯선 땅에 발을 딛자마자 가장 먼저 나를 툭 치며 환영 인사를 던진 건 사람도 동물도 아닌 바람이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해봤지만 몽골의 바람은 아주 생소하게 느껴졌다. 초원의 상큼함 같기도 하고 동물의 썩은 가죽 냄새 같기도 한, 뭐라 한마디로 형용하기 힘든 태초의 냄새 같은 것이었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세월에 걸쳐 지구 이곳저곳을 휘저으며 머물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했을 그런 바람이 지니고 있는 냄새. 그제야 난 깨달았다. 불과 네 시간 만에 와 닿은 곳은 대륙의 이편저편이 아니라 내가 살던 삶의 방식과 정반대의 삶이 있는 땅임을.
한여름 최적의 피서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몽골은 평균고도 1580m에 위치하며 5분의 1이 고비사막이다. 넓게 퍼져 있는 사막의 영향으로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에 속한다. 이르면 9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4월까지 겨울이 계속되고 매우 춥기 때문에 7월과 8월 한여름이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다. 여름 한낮의 평균기온은 16℃이고 밤엔 살짝 한기가 느껴질 정도.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쾌적한 휴양지를 찾고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을 것이다. 비라도 내리면 파카를 꺼내 입고 밤새도록 불을 지펴도 한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한반도 7.5배의 면적에 달하는 거대한 땅덩어리에 인구는 고작 서울의 한 구에도 못 미치는 280만 명이 사는 곳.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해 바다라 불리는 호수 홉스굴까지 한 바퀴 돌아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는 2499km의 길고 험한 여정이다. 피서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지만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에겐 맞지 않는 곳일 수도 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몽골 여행은 바람에서 시작해서 바람으로 끝난다. 초원의 바람에서 시작해서 구릉의 바람으로, 구릉의 바람에서 시작해서 호수의 바람으로. 러시아, 중국과 국경을 이루고 초원과 구릉 외에 4000개에 달하는 호수와 강이 있는 대자연이 몽골이다. 그렇다고 대자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역사를 품은 에르덴조(Erdene Zuu) 사원, 간단(Gandan) 사원 같은 불교 사원, 칭기즈칸 기념관, 자이승 전망대, 이태준 공원 등 역사적 건물들과 화산, 협곡까지 다채로운 자연을 품고 있다. 지구상에 아직 이런 땅과 이런 유형의 삶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원시적이다.
실크로드와 칭기즈칸의 나라
기원전 13세기 초 칭기즈칸이 건설한 몽골 대제국은 ‘용감함’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에 나와 있듯 러시아와 중국, 동남아와 유럽, 중동 국가에 이르기까지 동서 문물교류에 큰 영향을 끼치며 실크로드를 열었다. 결코 멸망할 것 같지 않던 이 야생의 유목제국도 결국 막을 내리고 내륙 중앙부가 1688년 중국 청나라에 복속되어 ‘외몽골’로 불리다가 1911년 제1차 혁명과 1921년 제2차 혁명을 통해 독립을 이루게 된다. 고비사막을 주변으로 내몽골과 외몽골로 나뉘며 내몽골은 아직도 중국에 속해 있다. 몽골 여행 하면 대부분 울란바토르와 테를지를 중심으로 한 옛 몽골 제국으로의 여행을 말한다. 지금도 도시 한가운데서 전통 복장에 무공훈장을 단 노인을 볼 수 있는데 현대식 마트 앞 벤치에 앉아 먼 과거로 시선을 둔 그 모습이 왠지 모를 아련함을 자아낸다.
한국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마트
울란바토르 마트에는 한국 음식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집 건너 한국 음식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도시에만 머무른다면 먹는 데에는 아무 어려움이 없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몽골의 대표적 휴양지인 테를지에는 전통 가옥 게르를 호화롭게 개조한 호텔부터 유럽식 리조트까지 편리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말을 타며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기에 좋다. 그러나 몽골까지 와서 이런 편리함만 만끽하고 간다면 진정 몽골을 여행했다 할 수 없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수만 마리의 양떼와 말떼들을 호령하는 거친 유목민의 삶을 제대로 체험하려면 몽골의 옛 수도 하르호린(Kharkhorin)을 지나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호숫가 차강노르와 푸른 진주라 불리는 홉스굴까지 적어도 열흘간의 유목생활을 체험해보길 권한다. 유목민 전통 천막 게르에서 잠들고, 삶은 양고기 허르헉을 먹고, 30도의 독한 칭기즈 보드카에 취해보는 것. 그리고 새벽에 깨어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대자연에 온몸과 마음을 맡겨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몽골 여행이다.
스타렉스와 초원 화장실
몽골 여행은 눈뜨면 4륜 구동차를 타고 온종일 초원 사이로 난 울퉁불퉁한 오프로드를 달리다가 아무 데서나 철퍼덕 앉아 도시락을 먹고 볼일도 수풀 사이로 찾아들어가 보는 일이다(아프리카에선 이를 ‘부시 토일렛’이라 표현하는데 몽골에선 초원 화장실쯤 되겠다). 처음엔 우산이나 옷으로 가리면서 불편해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익숙해지면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간혹 길 한가운데 간이화장실처럼 보이는 곳도 있는데 재밌는 것은 앞문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얼마나 귀한 대자연과의 교감인데 문으로 풍경을 굳이 가릴 필요가 있을까.
말과 양 외에 초원을 달리는 차는 딱 두 종류, 한국 차 스타렉스와 러시아 차 푸르공뿐이다. 편한 아스팔트길은 없고 대부분 협곡과 구릉을 번갈아 넘어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길이다. 그중에서도 차강노르에서 홉스굴까지 12시간이나 달려야 했던 비포장도로는 내 생애 가장 고단한 여정으로 기록될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풍경은 답답했던 가슴속을 한방에 뻥 뚫어줬다. 도로 곳곳엔 ‘어워’라는 이름의 파란색 천을 두른 돌무덤이 있었다. 샤머니즘의 강한 전통을 보여주는 어워의 돌 사이사이에는 음식과 돈이 놓여 있었는데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도 이 어워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며 기도를 드렸다. 거친 비포장 길을 달리다 차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절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차를 타고 가지만 말을 타고 가는 것처럼 끝없이 요동치던 길. 어이쿠, 어이쿠 비명을 지르다 나중엔 그마저 체념한 채 눈을 감아버렸다. 어쩌면 이 길을 가장 잘 만끽하는 방법은 칭기즈칸을 떠올리며 말 타고 달리는 상상을 해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옛 수도 하르호린에서 만난 에르덴조 사원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칸은 다양한 문화와 민족을 아우르기 위해 모든 종교를 허락하고 관대한 정책을 폈다. 그의 아내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옛 수도 하르호린의 폐허 위엔 1585년에 세워진 몽골 최초의 티베트 불교 사원이 있다. 바로 에르덴조 사원. 108개의 불탑으로 성벽과 같은 벽을 이루고 있어 한참을 걸어야 제대로 볼 수 있을 만큼 광활하다. 사원 주변에서는 9세기경 투르크 기념비와 8세기경 위구르 왕국 수도의 폐허 등 역사적 유적도 만날 수 있다. 대륙 횡단용 캠핑카를 타고 이동하는 유럽의 단체 여행자들도 만날 수 있다. 어떻게 저들이 몽골 한 귀퉁이까지 왔을까 신기했지만 칭기즈칸의 명성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홉스굴의 비 내리던 밤과 차탄족 소녀
‘푸른 진주’라 불리는, 바다 같은 호수 홉수굴 근처 타이가 숲에서 진정한 노마드로 불리는 차탄족을 만났다. 전 세계에 약 200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차탄족은 순록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영하 40℃의 날씨에도 순록의 등에서 잠을 잘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이 부의 상징이지만 이들 유목민들에겐 순록의 숫자가 부의 상징이다. 오르츠라 불리는 천막은 게르와 다르게 생겼는데 에스키모족의 원추형 천막 티피와 닮았다. 여름엔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거나, 손수 만든 전통 장신구와 사탕, 꿀, 옷을 팔기도 한다. 전통 복장을 다소곳이 차려입은 차탄족 소녀의 수줍은 미소가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단순한 삶을 보여주는 땅
전통 음식 허르헉을 끓이는 강인한 인상의 몽골 여인. 밤새도록 난롯불이 꺼지지 않도록 두세 시간 간격으로 야크 똥을 넣어주던 무뚝뚝한 아들. 평생 번 돈을 주고 산 스타렉스를 애지중지 닦으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던 무뚝뚝한 아트레 아저씨. 그들의 웃음은 요란하지 않았고 그만큼 귀한 감동을 주었다.
노을이 지고 칠흑 같은 밤이 오자 별이 쏟아지더니 어느새 여명이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가는 풍경을 이토록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지구상에 몇 곳이나 될까? 짜릿한 볼거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몽골 여행이 허무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하루 종일 초원과 구릉을 달려 게르에 도착한 뒤 작은 불빛에 의지해 책을 읽는 일, 게르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 일, 바람의 소리를 듣는 일,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못해본 경험을 하면 그만큼 인생이 레벨업되는 것”이라던 어느 일본 영화의 대사처럼 한 번쯤은 복잡한 삶의 시간을 멈추고 단순한 야생의 삶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한 여행지로서 몽골은 최고의 땅이 아닐 수 없다.
‘걷기’가 열풍을 넘어 생활이 됐다지만 지역마다 생겨난 ‘길’을 제대로 찾아 걷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걷다 보니 계획했던 길을 찾지 못할 때가 있고 결국 ‘중도 포기’란 말로 마침표를 찍기 마련. 어디든 아무 곳이나 막 걷는 것이 아니라 완주의 기쁨을 느끼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꼭 주목하기 바란다. 매년 봄가을 함께 걷는 행복과 즐거움을 알기 위해 100명의 사람이 뭉친다. 바로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다. 건강을 위해 걷고 행복한 삶을 찾아 떠나는 이들과 길을 나섰다.
춘풍 맞으며 자연과 맞닿은 길을 걷다
봄꽃이 피기 시작한 어느 주말 아침,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이하 100인 원정대)가 서울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 앞 공원으로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함께 걷기로 한 곳은 서울둘레길 2코스(용마산·아차산)로 12.6km, 5시간 10분이 걸리는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곳이었다. 3월 17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시작한 100인 원정대는 6월 9일 서울둘레길 8코스인 북한산 구간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묵동천,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을 연결해 걷기 길을 조성한 2코스는 서울둘레길 중 풍광이 뛰어나 추천하는 이들이 많았다. 애국지사 묘역인 망우묘지공원과 아차산 보루 등 역사와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곳이기도 하다.
걷기에 앞서 원정대원들이 둘레길 우체통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섰다. 서울둘레길 스탬프북에 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도장으로 스탬프북을 다 채우면 서울둘레길 완주 증명서를 발급받게 된다고.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스탬프북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서 도장을 찍기 위해 줄 설 필요가 없다. 그래도 도장은 직접 찍어야 제 맛. 보라색 다양한 문양의 도장으로 채워지는 원정대의 스템프북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부럽기까지 했다.
인원 체크를 끝낸 진행요원과 원정대원들은 간단하게 몸을 풀고 난 뒤 묵동천을 따라 걷는 것으로 서울둘레길 2코스 완주길에 올랐다. 시냇가를 지나고 밭도 지나다 보니 진달래가 곳곳에 피어 원정대의 발길을 잡아끌기도 했다. 경의중앙선 양원역을 지나 중랑캠핑숲에서 잠시 쉰 원정대는 망우묘지공원 산책로를 밟았다. 10개 조로 나뉜 100명의 원정대원은 트레킹 전문가와 함께 속도를 맞춰가며 걷는다. 초보자에게 100인 원정대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건강을 걷기로 챙길 수 있을까요?
100인 원정대는 2014년 가을 서울둘레길 개통에 맞춰 대원을 선발하기 시작해 올봄 여덟 번째 기수를 맞았다. 서울시와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주관으로 봄가을 두 번 100인 원정대를 모집한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여 매주 토요일 지정한 코스를 함께 완주한다. 첫 만남은 어색하지만 헤어질 때가 되면 가족만큼이나 가까워진다고. 서로 도우며 넘은 산이며 들에 추억이 쌓이다 정도 든다. 사실 100인 원정대가 생겨난 이유는 간단했다. ‘새로운 걷기 길 홍보’다. 4년이 지난 지금은 홍보를 넘어 시민 복지와 건강에 초점을 맞춰 원정대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기수의 경우 건강 측정도 함께 진행했다. 걷기 전, 걷는 중간, 둘레길 완주 뒤 체중과, 체지방률, 근골격량, 기초대사량을 측정해 건강이 개선된 우수대원에게 시상도 계획했다. 결과는 100인 원정대 8기가 활동을 마무리하는 6월 9일 이후 공개한다. 100인 원정대를 통해 서울둘레길에 애정을 갖게 된 대원은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에서 아카데미 교육을 이수한 뒤 리본 달기를 비롯한 다양한 자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오는 9월이 되면 9기 100인 원정대를 선발한다. 원하는 사람은 서울두드림길 홈페이지(gil.seoul.go.kr)를 참조하면 된다.
※ 라이프@이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개하고 싶은 동창회, 동호회 등이 있다면 bravo@etoday.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구르메 레브쿠헨(Gourmet Lebkuchen). 나카가와 히데코(中川秀子·51)의 요리교실 이름이다. 연희동 주택가 골목을 헤매다 한참을 헉헉대며 올라가다 보면 2층 집 파란 대문이 보인다. 요리 스튜디오가 있는 그녀의 집이다. 이곳에 드나드는 수강생만 한 달에 200여 명, 대기자도 수백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 셰프의 딸로 태어나 독일과 스페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산 지 20여 년. 일본어 강사, 번역가, 기자로 활동했던 그녀가 지금은 요리를 가르친다.
순전히 사람들과 만나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두서없는 수다와 한숨, 투정까지 레시피가 되는 요리교실이 있다. 교실 주인은 나카가와 히데코. 우리말 독음이 ‘중천수자’라서 종종 ‘수자 언니’로 불리기도 하는 그녀는 연희동 자택에서 10여 년째 요리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하고 있다. ‘Gourmet’는 프랑스어로 ‘미식가·식도락가’라는 의미이고, ‘Lebkuchen’은 세상에 다양한 맛과 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려준 독일 과자 이름이다. 발음하면 구름이 연상되는 이 폭신 달달한 간판을 달고 그녀는 거의 매일 파티를 하듯 수강생들과 만난다. 무슨 비장의 무기라도 있는 걸까. 1, 2년을 기다려가면서까지 그녀의 요리교실을 탐내는 사람도 많다.
첫 연락이 됐을 때 그녀는 영국에 있다 했다. 너무 바빠 보여 거의 포기 상태로 그녀가 출판한 책들을 읽으며 귀국 날짜를 기다렸다. 요리교실을 통해 만난 수강생들과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다 보니 사람들이 왜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먹방 시대, TV만 켜면 수만 가지 레시피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카가오 히데코, 아니 수자 언니의 요리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바로 ‘식탁 위의 이야기’. 그녀는 각국의 특별한 요리를 가르칠 때마다 그날 참석한 사람들의 스페셜(?)한 인생 이야기도 식탁 위에 올린다. 모두의 스토리가 요리의 가장 빛나는 레시피가 되는 시간이다. 요리 배우러 와서 위로받고 마음 치유까지 하고 간다는 입소문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요리의 고수일 뿐만 아니라 마음을 녹이고 흔들어놓는 재주도 있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돌아오기 전 다행히 시간을 비워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약속한 날 그녀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얼마쯤 헤매어도 좋을, 옛 정취가 살아 있는 길이었다. 도자기에 문어가 그려진, 그녀의 작은아들이 만들어줬다는 요리교실 간판은 2층 집 파란 대문 기둥 위에 앙증맞게 달려 있었다.
연희동의 ‘킨포크’
구르메 레브쿠헨 수강생들은 요리를 배우러 왔다가 그녀의 음식 철학에 반해 아예 친구가 되어버리곤 한다. 요리도 요리이지만 그녀에게 푹 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교실은 어느새 연희동의 킨포크(kinfolk)로 불리고 있다.
“저는 셰프라는 호칭보다는 요리 연구가로 불러주는 게 좋아요. 푸드 디렉터, 연구라는 말에는 문화적, 인문학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잖아요. 요리 기술만 가르쳤으면 힘들어서 벌써 그만뒀을 거예요. 스토리가 있는 음식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만나 요리하고, 먹고, 마시고, 수다 떨고, 웃고, 눈물 콧물 빼는 시간을 사랑해요. 그 시간 속에 우리가 귀하게 여겨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그녀는 식재료를 사러 자주 들르는 ‘사러가 쇼핑센터’, 빵집, 도자기 공방, 한의원 등 동네를 오가며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오래 기억한다. 궁금해서 기웃거리고, 고마워서 감동하고, “밥 먹었어? 우리 밥 먹자!”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지인이 운영하는 화랑에도 괜히 들러보곤 한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도무지 사는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요리는 사랑이고 우주다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 요리 셰프였던 아버지를 따라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와 일본을 오가며 지냈던 그녀는 코즈모폴리턴으로 살기를 원했다. 1994년 연세대 대학원 국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 한국 남자를 만나 두 아이를 낳고 벌써 24년째 한국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녀만의 철학을 실천하는 ‘구르메 레브쿠헨’ 안에서 여전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살고 있다.
지금은 요리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지만 어렸을 때 그녀는 아버지의 직업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현재 85세인 아버지는 프랑스 요리계의 대부 무라카미 노부오(村上信夫)의 제자가 된 후 78세까지 주방에서 일했다.
“부모님은 제가 대학에서 요리 관련 공부를 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 일이 싫었어요.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뜨거운 불 앞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모습만 봤거든요. 일본대사관 전속 요리장으로 있던 아버지가 독일에서 돌아와 고향 사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셨는데 갑갑하게 섬에 갇혀 사는 이유가 다 아버지 직업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린 마음에 어느 날은 화가 나서 ‘나는 정장을 입고 매일 출근하는 사람과 결혼할 거야!’ 하며 대들기도 했죠. 지금 생각하면 참 철이 없었어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았던 그녀는 그러나 20대에 동독과 스페인에서 지내면서 요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방인의 심정을 헤아려 요리를 해주고 같이 나눠 먹는 친구들에게서 따뜻한 마음을 느꼈고, 음식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 관계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로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친구들 생각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도 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그때 알았다. 그리고 그 마음에 점점 중독(?)되어갔다. 결혼해서 살던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이유 중 하나가 언제든 바비큐 파티를 하고 싶어서였다니 참 대책 없이 귀여운 여인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때 경비실 인터폰이 울린 적도 있어요.(웃음)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죠. 마침내 단독주택을 샀을 때 마치 신한테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뻤어요. 자그마한 정원과 별이 있는 밤하늘이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몰라요. 지인들을 불러 주말마다 파티를 열었어요. ‘그렇게 파티를 자주 하면 돈이 많이 들 텐데’ 하면서 걱정을 해주는 지인도 있었어요. 요리는 문화예요. 그리고 우주예요. 문화를 나누고 서로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그 신비스러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남편도 그녀 못지않게 파티를 즐기고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다. 일본어 강의를 하던 시절 한 수강생을 통해 알게 됐는데 첫눈에 미각도 있어 보였고 술을 좋아하는 남자라 금세 친해졌다.
“제 인생이 시원하게 펼쳐지지 않았던 시절이었어요. 이런저런 지루함도 밀려와 그만 일본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먹었어요. 가서 학위도 따고 그동안 못한 효도도 좀 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때 운명처럼 남편이 나타난 거예요. 서로 술을 좋아하다 보니 처음부터 만나는 게 어색하지 않았어요. 자주 자리를 함께하며 음식을 즐기고 대화를 나눴죠. 자연스럽게 이성의 감정이 싹트더군요. 그래서 함께 같은 음식을 즐기는 것은 중요한 일 같아요. 이유도 모른 채 애인과 헤어진 사람은 그(그녀)와 즐겁게 먹었던 음식이 뭐였는지 한번 검토해볼 일이에요.(웃음) 남편은 제가 하는 일을 적극 지지해주고 때로는 가혹한 조언도 해줍니다. 물론 제 지인들과도 잘 어울리고요.”
한국 음식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한국에 사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스페인 요리 파에야를 가르쳐준 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 그녀의 요리교실. 수강생 연령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여자 수강생이 대부분이지만 남자도 꽤 있다. 4년째 요리를 배우는 60대 교수님도 있고, 한 치과의사는 캠핑을 다니다가 요리에 관심이 생겨 그녀의 교실을 찾았다.
“남자분들이 요리 배우는 걸 그렇게 좋아하실 줄 몰랐어요. 그분들은 특별한 요리를 배우러 오시는 게 아니에요. 꽈리고추멸치볶음 같은 아주 소박한 가정식 요리를 원해요. 나이가 드니까 뭘 먹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하기가 점점 구차하다는 거예요. 괜스레 아내 눈치를 보시는 거죠.(웃음) 간단한 안주 요리에 대한 관심이야 다들 뜨겁죠.”
최근, 은퇴 후 혼자 지내는 남자들을 위한 요리교실을 기획하고 있다는 그녀는 한국의 내림 음식들은 매우 훌륭한데 제대로 된 레시피가 없어 국제화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매력적인 한국 음식은 양념장이에요. 간장에 마늘과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넣어 맛을 낸 양념장은 어느 나라에서도 맛보지 못한 음식이에요. 결혼 후 시어머님에게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이거 조금 넣고 저거 조금 넣으면 된다’ 하시는 거예요. 답답한 마음에 한국 궁중음식연구원에 가서 공부도 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 음식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때로는 프랑스 요리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관계. 나카가와 히데코, 아니 수자 언니답게 ‘요리의 관계학’을 펼쳐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홍천강을 건너려는 순간 강가에 나란히 늘어선 카라반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지 몇 대의 차량이 있었을 뿐인데 주변의 풍광이 바뀐다. 그 속에서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이들에겐 또 어떤 풍경이 들어올까 상상하는 순간 한 사람이 인사를 건넨다. 김귀성(金貴成· 54) 보또피아 대표다.
“이 시설의 운영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입니다. 아내가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귀촌 생활을 하고 싶다고 해서, 강가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마음먹은 것이 시초였어요.”
작은 집치고는 꽤 큰 규모다. 3층 규모의 펜션 건물에는 객실만 10개가 되고, 좌측에는 카라반 7대가 서 있다.
“귀촌을 준비하면서 주변에서 경험하신 분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단순히 우리 식구 쉬겠다고 집 하나 달랑 지어놓고 들어와 사는 것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일밖에 안 되겠더라고요. 시골에 내려와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살려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내가 자리 잡은 땅의 가치를 유지하고 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그런 활동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혹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도 쉽게 처분하고 갈 수 있을 테니까요.”
독자들은 이미 그의 말에서 직업을 눈치 챘을 수도 있겠다. 그가 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는 바로 건축업. 원래는 프로그래머로서 각종 가맹사업의 회원관리나 매장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사업에 손을 댔다가, 필요한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일에 매력을 느껴 건축 사업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과 그의 열정 덕분에 지금의 보또피아가 탄생했다.
“덕분에 내려와 있는 아내와 딸아이가 아주 바쁘게 살고 있어요.(웃음) 시골의 정취도 느끼면서 외롭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죠. 제가 하는 일은 가족이 접객이나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또 손님들도 서운함을 느끼지 않도록 여러 가지 시설 투자를 통해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에요.”
그가 카라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업가로서 매력 있는 아이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익도 나면서, 적은 투자비에 매각도 쉬워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보또피아는 지금 80% 완성된 상태예요. 카라반 캠핑장 주변 공원 조성이 마무리되면 두 대가 더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때는 수영장과 작은 동물원도 만들 예정이에요.”
그는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이 머무는 장소의 가치를 높이고 귀촌 자금을 적재적소에 투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체 예산의 상당 액수를 자신이 지낼 집, 그리고 잘 내려오지도 않는 자녀들 방 꾸미는 데 거의 다 써버리고는 결국 시골에서 지낼 방안을 찾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꼭 카라반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작은 민박용 방이든, 큰 비용 안 들이고 생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시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일명 ‘버킷리스트(bucket list)ʼ라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버킷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항목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서베이를 통해 시니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여행, 취미, 관계·가족, 일·성취, 보람, 도전 등 총 7가지 주제로 나눠 알아봤다.
서베이 대상 브라보 동년기자단,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수강생, 낭랑18세 시니어 치어리더팀 등 50세 이상 남녀 140명(50대 61명, 60대 53명, 70대 이상 26명)
서베이 방법 주제별 버킷리스트 예시 항목 15가지 중 선택(중복 선택 가능) 및 그 외 항목이 있는 경우 별도로 작성
◇브라보 버킷리스트 상위 20위 목록
7가지 주제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여행’이다. 상당수 시니어가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올레길 투어’ 등 제주 여행과 관련한 버킷리스트를 희망하고 있었다. “쉽게 이룰 수 있으니까”, “외국어 부담 없이 여행하고 싶어서”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밖에 혼자 여행 떠나기(27),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25), 캠핑카/크루즈 여행하기(18),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9) 등
운동이나 레포츠 등 몸을 쓰고 활동적인 취미보다는 배움, 글쓰기, 책 읽기, 전시회 관람 등 문화적, 정서적 활동을 원하는 이가 많았다. 아직 특별한 취미를 찾지 못해 ‘새로운 취미 갖기’(24)를 버킷리스트로 선택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텃밭 가꾸기(21), 그림 관련 취미 갖기(19), 수영 배우기(16), 취미 동호회 가입(14), 수화 배우기(6) 등
가족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애인 같은 친구를 만드는 등 새로운 관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휴대전화번호를 정리하거나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는 등 관계 정리에 관한 항목들도 눈에 띈다.
그밖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21), 7명 용서하기(17), 휴대전화번호부 정리하기(15), 첫사랑에게 편지 쓰기(7) 등
제2직업을 향한 욕구와 더불어 전문 분야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내고, 강연, 전시회를 여는 등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다.
그밖에 귀농하기(15), 창업하기(12), 10년 후부터는 일 안 하고 놀기(8), 자격증 10개 따기(8) 등
버킷리스트 서베이 전체 항목 중에서 ‘재능기부’가 1위에 올랐다. 단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살린 사회적 활동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그밖에 장기기증 신청하기(16), 아프리카 봉사활동 가기(15), 봉사활동 1000시간 채우기(13), 유기견 돌보기(6) 등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을 추구하는 웰빙(well being)을 넘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유언장 작성 등 웰다잉 관련 항목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밖에 드레스 입고 파티하기(17), 세컨드하우스 짓기(14), 레스토랑에서 고급 코스요리 먹기(13), 주식·펀드 투자하기(12)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는 이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이룰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버킷리스트 만들기’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순간 이미 한 가지 항목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공모전 참가하기(14), 파격적으로 염색하기(13), 무인도에서 살아보기(7), 타투(문신) 해보기(6)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위한 7가지 방법
도움말 박창수 작가
하나,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라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목표는 유럽 배낭여행부터 서울 나들이까지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경우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행 자금을 위해 적금을 든다거나 평소 걷기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등의 세부적인 목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귀농이나 창업 등 오래 준비해야 할 목록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실천할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리스트를 차례로 적어나가자.
둘, 작은 목표는 매년 갱신하라 큰 목표가 담긴 버킷리스트와 작은 목표를 써놓은 버킷리스트를 따로 마련하고, 작은 목표 리스트는 매년 갱신한다. 원대한 목표만 적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의욕도 저하되고, 실천 의지도 약해진다. 한 해, 한 달 정도 투자해 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작성하자.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며 얻은 자신감은 큰 목표를 이루는 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셋, 유행에 편승하지 마라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뤄가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원하는 목표나 유행에 따라 버킷리스트를 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만족도가 높을지 등을 깊이 생각해보고 진정 나만을 위한 목록들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 남의 눈치 보지 마라 돈이 많이 든다거나 스스로 주책없어 보이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족이나 친구들 눈치를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또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남에게 보였을 때 더 그럴싸하고 훌륭해 보이는 일들을 적곤 한다. 이른바 체면치레 때문에 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여행, 공부, 취미, 봉사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목표이지만, 그중에 한두 가지만이라도 나만의 개성과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것을 적어보면 어떨까?
다섯, 크게 쓰고 소문을 내라 자기 꿈을 소문내는 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기분 좋은 속박(?)을 느끼는 편이 낫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선언을 하거나 큰 종이에 적어 서재나 화장대 등에 붙여 자주 인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은 물론 스스로와의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진다.
여섯, 1+1을 생각하라 나를 위한 버킷리스트이지만, 그것이 사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외국어 배우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를 뛰어넘어 ‘외국어를 배워 어려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재능기부하기’ 등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법까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뜻깊은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일곱, 버킷리스트에는 점수가 없다 목표로 정한 버킷리스트를 꼭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물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경우에 말이다. 버킷리스트는 숙제나 시험처럼 누군가에게 검사받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부담 갖거나 서두르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발걸음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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