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중장년층이 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0·60대의 홈서비스 결제 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48%, 25% 증가했으며, 홈 인테리어 관련 소비도 2019년 대비 80%, 60대는 40% 증가했다.
상품 정기배송도 40대 이상 신규 소비층 유입으로 결제액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19년 대비 2020년 결제액 증가율은 40대 57%, 50대 97%, 60대 109%였다. 특히 우유 구독, 신문 구독 등 수십 년도 더 된 정기구독 서비스가 최근 다시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점은 주목할만 하다. 속옷, 취미 용품, 면도 용품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중 인테리어 관련 정기구독 서비스가 속속 출시돼 주목받고 있다.
‘더빌리’는 취향에 따라 유명 디자이너의 조명, 소품, 가구 등을 대여할 수 있다. 구독 기간은 7일부터 180일까지 다양하다. 구독 기간이 완료되면 새 상품을 선택하거나 구매 또한 가능하다. 상품 3개를 60일마다 바꾸거나 인기 브랜드를 7~30일간 경험해보는 단기 서비스, 촬영용 인테리어 소품 렌털 등 다양한 유형이 마련돼 있다. 더빌리는 “공간 전문 큐레이터가 엄선한 상품으로 재충전를 위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며 “특히 프리사이클링 상품은 공유 사이클 횟수 제한 정책과 철저한 검수 관리를 통해 상품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꾸까’는 구독자에게 정기적으로 꽃다발을 보내주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원하는 꽃다발 크기와 받고 싶은 요일을 선택하면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을 2주에 한 번 보내주는 식이다. 꾸까에 따르면 “디자인 컨셉 회의와 2~3번의 수정을 거쳐 최종 꽃다발을 확정하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 습도에 따라 배송 방법을 변화시키는 등 끝없는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약 32만 명이다. 이들은 “꽃이 있는 공간을 지나칠 때마다 기분의 색깔이 반짝하고 밝아진다”며 “매번 잊을 때쯤 새 꽃이 배달오니 너무 힐링이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계절마다 제철 꽃을 받아볼 수 있는 해당 서비스는 화훼 농가에도 새로운 기회다. 코로나19로 경조사 같은 각종 행사에 따른 화훼 수요가 꽉 막힌 상태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조달청에서도 화훼 농가 지원을 위해 구독 서비스를 개발하고 종합쇼핑몰을 통해 공공기관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비싸서 쉽게 사기 어려운 그림 시장에도 정기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핀즐’은 큐레이터가 매달 선정한 작가의 작품을 집에 걸어 감상할 수 있도록 대형 아트 포스터를 제공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매달 A1 크기의 아트 포스터 1장과 함께 작품 소개 및 그림과 함께 즐기면 좋은 플레이리스트 등이 담긴 ‘에디터스 레터’를 함께 제공해 구독자가 그림을 쉽고 친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아티스트와 작품 선정은 내부의 전문 큐레이션팀에서 매월 트렌드와 계절감 등을 고려해 작품을 선정하며, 매거진과 영상은 아티스트의 일상을 직접 취재하여 제작된다. 지난달의 작품은 반납할 필요 없이 소장하면 된다. 정기구독 서비스는 핀즐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한편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과잉 지출을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독할 경우 건당 구매보다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금액으로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지만, 구독 서비스 해지에 어려움을 겪어 장기간 서비스를 유지하는 등 지출이 더 클 수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에서는 구독 서비스 해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소비자가 해지하기 위해 버튼을 찾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고 하면, 그야말로 소비자 기만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출근 전 아침, 부지런히 일어나 나를 위한 커피 한잔을 내린다. 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한 부엌 테이블에 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기분 좋게 마주한다. 좋아하는 음악 중 산뜻한 아침과 잘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 재생하고, 직접 내린 진한 아메리카노를 음미한다. 바쁜 아침에도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에서 나만의 취향과 여유를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코로나19 시대가 되면서 집이 ‘주거’라는 기본 역할을 넘어 일과 여가 등 새로운 기능을 더한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으로 변화하고 있다. ‘홈카페’ 역시 레이어드 홈의 한 종류로,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났다.
지난해 5~6월 커피전문점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줄어든 반면, 가정 내 커피 소비는 오히려 늘었다. 홈카페의 인기에 힘입어 커피 수입액도 크게 증가했는데,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전년 대비 11.48%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홈카페는 5060 신중년 사이에서도 핫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전국 50세 이상 남녀 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팩트피플스 조사에 따르면, 5060세대의 62%가 최근 1년 이내 커피머신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안한 공간에서 즐기는 커피의 맛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홈카페’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무려 453만 개의 관련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유리컵을 가득 채운 뽀얀 우유 사이로 천천히 퍼지는 에스프레소 한잔부터 슈거파우더를 잔뜩 뿌린 핫케이크와 과일을 곁들인 플레이팅, 그리고 카페 분위기 가득한 인테리어까지. 집에서 내린 맛있는 커피와 직접 만든 디저트, 그리고 본인 취향의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카페 분위기를 내면 홈카페가 완성된다.
사람들을 매료시킨 홈카페의 매력은 무엇일까. 구독자 5만 명을 보유한 시니어 인플루언서이자 책 ‘친애하는 커피씨’의 저자 허미경 작가는 매일 집에서 두 잔의 커피를 내려 마시며 홈카페를 즐긴다. 허 작가는 홈카페의 매력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커피를 손수 내리는 과정과 시간을 ‘나’를 위한 선물로 느낀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종종 잊게 되는데, 자신을 위한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자신에게 정성을 들인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장점을 집에서도 누릴 수 있다. 그는 “따뜻한 조명과 그윽한 커피 향, 햇살 가득한 창가처럼 카페가 가진 공간적 특성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을 준다”며 “이런 공간이 집에 있으면 자기만의 고유성을 더한 특별한 홈카페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경제적 이점이다. 그는 “한 달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계산해보니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커피머신을 사고도 남더라”며 “이렇게 생각하다 커피머신을 세 대나 샀다”고 고백했다. 이어 “가족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기분 좋은 추억도 쌓아, 결과적으로 커피머신 구매는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홈카페 인플루언서의 커피 즐기는 노하우와 팁
홈카페는 오직 ‘나’를 위한 카페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 한잔과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인테리어라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홈카페에 처음 입문하는 시니어를 위해, 홈카페 인플루언서에게 홈카페를 즐길 수 있는 노하우와 팁을 물었다. 약 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홈카페 전문 유튜버 ‘세론’은 홈카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맛있는 커피’를 꼽았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본인 입맛에 맞는 질 좋은 원두가 필요하다. 상태가 좋은 원두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과정인 ‘로스팅’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 커피 향기 성분은 15일이 지나면 50% 손실되므로,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고 신선한 원두를 구매하기를 권한다. 또 원두는 원산지에 따라 풍미가 다른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원두를 찾아 커피를 즐기면 된다.
커피추출기로는 반자동 커피머신보다 ‘핸드드립’을 추천했다. 핸드드립은 분쇄된 원두에 손으로 직접 물을 부으면서 커피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종이 필터와 종이 필터를 받쳐줄 ‘드리퍼’만 있으면 돼 초기 자본이 덜 든다. 드립식 머신으로 뽑는 커피보다 쓴맛이 덜하고 커피 맛이 더 부드러운 장점도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시니어에게는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원두를 추천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P) 방식으로 카페인을 제거한 원두를 사용하면 되는데, 이는 화학물질 없이 순수 물로만 카페인을 제거한 원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즐기고 싶은 시니어에게는 우유와 휘핑크림, 그리고 생크림과 설탕으로 만든 우유 거품을 활용하기를 추천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으면 라테가 되고, 거기에 우유 거품을 더하면 부드러운 카푸치노가 완성된다. 이처럼 우유, 우유 거품 등으로 변화무쌍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우유 거품은 생크림 100g에 설탕 10g을 넣고 세게 저어 거품을 내주면 거품기 없이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어 우유를 못 마시는 시니어에게는 라테에 우유 대신 두유를 넣으면 더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으면 과일청을 활용해 달달한 티를 즐기기를 권했다. 과일청은 제철 과일을 썰어 설탕에 절인 후 숙성 기간을 거치면 완성되는데, 이렇게 한번 만들어두면 따뜻한 차나 시원한 에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소 심심할 수 있는 홍차에 레몬청을 넣으면 달달한 ‘레몬 홍차’가 되고, 밋밋한 얼그레이티에 자몽청을 넣으면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자몽 얼그레이티’가 완성된다.
남보다 ‘나’를 의식한 홈카페가 성공한다
‘홈카페’라고 해서 남을 따라 거창하게 꾸미거나 어려운 메뉴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된다면 성공적인 홈카페는 완성된다. 눈에 띄게 예쁜 인테리어나 고급스러운 커피머신보다는 좋아하는 공간의 특징이나 디저트 취향과 같은 나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허 작가는 식물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담아, 베란다를 작은 식물정원으로 꾸미고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다. 작은 조명을 두어 밤에도 운치 있는 카페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는 “제가 홈카페를 꾸민 것처럼 집을 꾸미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집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감성 한 스푼만 얹어도 충분히 멋진 홈카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사하게 홈카페를 꾸미지 않아도, ‘나’의 취향을 조금이라도 곁들인다면 누구든지 자신만의 홈카페에서 마음의 여유와 평온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허 작가는 홈카페가 시니어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며 적극 권했다. 중장년층은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느라 자신에게 소홀한 시간을 보내왔고, 의식적으로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소홀하기 쉽다.
홈카페를 꾸미는 과정은 그동안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나’의 취향을 알아가도록 돕고, 홈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차를 준비하는 과정은 나에게 손수 지어 먹이는 따뜻하고 정갈한 밥상과도 같다. 홈카페가 그동안 열심히 살아오느라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나’의 가치를 다시 알아갈 기회를 선사한다는 의미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시니어들이 홈카페를 통해 집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즐기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로 기분전환도 하며,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으로 마음의 평화도 찾는 일석삼조의 기회를 누리기를 기대한다.
시니어를 위한 특별한 홈카페 메뉴
홈카페 전문 유튜버 ‘세론’이 시니어에게 추천하는 특별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자세한 레시피는 세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커피를 즐기고 싶은 날, ‘아인슈페너’ 아메리카노와 같은 블랙커피에 휘핑크림이 듬뿍 올라간 커피다. 블랙커피와 크림을 섞지 않고 분리된 채로 마시는 것이 특징인데, 블랙커피와 크림을 함께 맛보면서 부드러운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날, ‘애플 시나몬 블랙티’ 홍차와 계피, 사과를 끓여 만든 차다. 사과의 단맛이 살짝 느껴지고 계피와 홍차 향이 좋아,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우유를 넣어 밀크티로 마셔도 맛있다.
친구들을 초대해 특별한 차를 내주고 싶은 날, ‘다즐링 레몬’ 따뜻한 다즐링(인도의 홍차 생산지) 홍차에 레몬청을 넣은 차다. 홍차를 우려낸 다음 레몬청만 넣으면 되는 간편한 레시피로 특별한 차를 즐길 수 있다. 홍차와 레몬의 조합이 은은하고 새콤하니 잘 어울린다.
손주들과 디저트를 함께 먹고 싶은 날, 상투과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리볼’이다. 앙금과 아몬드가루, 달걀, 세 가지 재료를 섞어 팬에 짜서 굽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레시피에,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맛까지 완벽하다. 밀가루와 버터가 들어가지 않고 반죽 과정이 어렵지 않아 강력 추천한다.
과거 5080음악에서 이제는 대중음악으로 인정받고 있는 트로트. 이와 같은 트로트 열풍은 지난 2019년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통해 시작됐다. 이어 MBC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유재석)이 불씨를 지폈고,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으로 그 열기가 이어졌다.
정말이지 '트로트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현재는 우후죽순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과 사골 수준으로 나오는 오디션 출연자들로 인해 대중의 피로도가 높고 트로트 열풍도 한 풀 꺾인 기세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트로트가 믿고 쓰는 카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또?'라는 생각이 드는 것. 그렇다면 트로트는 왜 인기를 끌었고, 어떤 반응들이 있었는지 트로트의 성공에 대한 명과 암을 짚어봤다.
트로트의 이유있는 인기 이유
갑자기 트로트는 왜 인기를 끌었던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시발점은 '미스트롯1'이었다. TV조선이 워낙 중장년층, 시니어들에게 인기 있는 채널이었는데, '미스트롯1'을 본 그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 시니어들의 눈에는 우리가 즐겨 듣던 추억의 노래를 젊은 가수들이 부르니 더욱 반갑고 흥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는 어른들의 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트로트를 들어보니 재밌고 중독성이 강해 트로트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트로트의 매력 요인은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직설적이고, 인생의 희로애락이 녹아있어 마음을 건드린다는 점이다.
SBS '나이트라인'에 출연한 하춘화는 "트로트는 전통가요다. 한국의 전통가요를 하는 가수들은 외롭게 비바람을 맞고 그 누구의 관심과 신경을 안 써줄 때도 그것을 꿋꿋이 지켜왔다"면서 "트로트는 어려울 때 더 많이 생각나고 위안을 주는 음악의 한 장르"라고 이유를 짚은 바 있다.
더 나아가 트로트가 오디션 프로의 인기를 넘어 열풍이 된 이유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도 있다. 시니어들은 팬덤을 형성했고, 젊은 세대가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처럼 활동했다. 자신의 스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을 챙겨보다 보니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으로 인기가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쌓이는 피로도…결과는?
그러나 이와 같이 과열된 열풍에 대해 비단 좋은 시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사실 모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잘 된 것은 아니다. '미스트롯1'의 인기 이후 따라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양산됐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먼저 MBC에서는 '트로트의 민족', KBS2에서는 '트롯전국체전'이 각각 방영됐다. SBS에서는 현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는 '트롯신이 떴다'가 방송됐고, 비슷한 포맷의 MBN '헬로트로트'는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트로트의 인기로 시청률은 높았으나, 그 이후에 후광 효과는 이어지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대중의 피로도가 축적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올해 방송된 '미스트롯2'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송가인, 임영웅을 잇는 참가자가 나오지 않았고, 공정성으로 인해 잡음이 많았다. 그러면서 더욱 트로트 열풍은 식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관찰 예능', '외국인 예능' 등 그때마다 트렌드가 되는 것들이 있다. '트로트 오디션' 또한 그 노선을 따라가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 많았다. 사실 앞서 말한대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스-미스터트롯'의 제작진도 최근 K-POP 가수를 뽑는 '내일은 국민가수'를 내놓은 것이 아닐까. 이와 함께 앞으로의 트로트 열풍이 어떻게 될지는 우리가 뽑은 가수들에게 달렸다고 보여진다.
이와 관련 한 트로트 가수는 최근 브라보마이라이프에 "많은 트로트 가수 후배들이 나오고, 트로트곡들도 재조명되어서 좋다. 그런데 현재는 대중들이 많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피곤해 하기 때문에 후배들의 인기가 거품이 될까 봐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연에서 자기 노래가 아닌 인기 곡을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가수로서 생명력이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안타깝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옛날 노래가 히트를 치면 작곡가, 작사가는 저작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좋지만, 가수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노래 한 곡이 인기를 얻으려면 여러 무대를 직접 돌면서 피 땀 흘려서 결과물을 얻는 것인데, 그 노력이 묻히는 것만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덧붙였다.
슬픈 일일수록 알리고 나눠야 한다는 핑계로 허례허식만 늘어난 우리나라 장례·추모 문화가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변화하고 있다. 감염 우려로 인해 접객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추모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이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80.9%가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소모적인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장례 준비 및 절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 추모보다 접객에 치우친 문화 등 관례에 얽매여 피로감이 쌓인 데 따른 응답으로 해석된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는 복합장례 공간 ‘채비’를 마련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삼일장을 간소화한 ‘1일 가족장’과 빈소 임대료·식대를 없앤 ‘무빈소 가족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1일 가족장은 채비에 빈소를 차려 하루 동안 직계존비속을 비롯한 친인척을 초대해 고인을 기리고 추억을 나눈다. 무빈소 가족장은 일회성 추모식을 진행한 후 장례를 마무리한다.
고인이 운명한 직후부터 부고하고 빈소가 차려지면 정신없이 조문받기에 치우친 장례식 대신 오롯이 가족들끼리 진심으로 지나간 이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김기혁 채비 홍보팀장은 “코로나19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의식은 간소하게 하고 추모와 애도가 중심이 되는 고인 중심의 장례식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며 “국내 상조 회사가 이익을 독식하는 불합리한 구조의 개선을 위해 장례용품의 원가를 공개하고 공동 구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상조 회사와는 달리 불필요한 품목을 제외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추모·성묘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623개의 국내 장사시설에선 코로나19에 따라 성묘객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흥원이 위탁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유족들이 직접 고인에 대한 온라인 추모관을 만들고, 차례상·분향·헌화·사진첩 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현실(VR) 조문·추모관 서비스 업체 별다락은 3D 모델링으로 만든 샘플 조문·추모관을 자체 누리집에서 선보였다. 별다락은 코로나19로 인해 조문조차 꺼려진 상황에서 누구나 빈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무빈소 온라인 장례식을 기획했다. 박수인 별다락 대표이사는 “장례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납골당 예약과 방문이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고자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현재 부고장 서비스와 함께 메타버스 추모관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선 안정적인 3D 화면으로 추모관을 볼 수 있게 구축하고, 이후 가상공간 안에서 아바타가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즘 방송가가 노리는 주요 시청층은 시니어, 즉 중장년층이다. 젊은 세대는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OTT 프로그램으로 시선을 돌렸기 때문에 TV 앞에 남은 세대는 시니어가 된 것. 이에 방송가에서는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방송의 트렌드를 보면, 트렌디하고 재밌기보다는 시니어들이 보기 편한 프로그램들이 많은 편이다.
그 프로들을 보면 공통점이 많다. 먼저 장치적인 부분을 보자면, 자막은 보통 시니어들이 알아보기 편하게 크고 강한 편이다. 소리를 잘 못 들었을 경우의 시청자를 위해 이해를 돕는 자막도 찾아보기 쉽다. 사회자도 톤이 높고 큰 목소리로 알아듣기 쉽게 얘기한다. 다인원의 패널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들의 큰 리액션은 시청자도 함께 반응하게 하고,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제작진의 노력에 시니어들은 응답했다. 물론 앞서 말한 장치적인 부분은 부가적인 것이고,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어떤 콘텐츠의 프로그램이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공통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오디션 프로의 식지않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젊은 세대가 열광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미스-미스트롯' 이전에 트로트는 기성 세대의 전유물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젊은 세대가 간드러지게 트로트를 부르자, 시니어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푹 빠져버렸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는 긴장감과 함께, 덧붙여지는 참가자들의 사연이 시니어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심지어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참가자를 아들, 혹은 딸을 보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고, 팬덤까지 형성하게 된다.
최근 '미스-미스트롯' 제작진은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국민가수'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트로트가수가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K-POP스타, 국민가수를 뽑는다. 1회 16.1%, 2회 15.4%(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미스-미스터트롯' 시청자들이 '국민가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로트'에서 'K-POP'으로 주제가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구성이 이전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앞서 말한 자막, 진행자, 패널 등 장치적인 부분 역시 비슷하다. 아무 정보 없이 '국민가수'를 본 시청자는 '새로운 트로트 오디션인가?'라고 착각하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미스-미스터트롯'과 달리 이번에는 다양한, 시니어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는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여러 번의 오디션을 거치면서 시니어들도 실력자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길러졌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 중장년층은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오디션이 특히 그러한데, 한 번 빠지면 끝까지 보고 진심으로 출연자를 응원하게 되는 것. 때문에 '국민가수'가 더욱 대박나려면, 송가인, 임영웅과 같이 시니어들을 확 사로잡을 출연자가 필요해 보인다.
# 전원생활도 예능으로
나이가 들수록 전원 생활에 대한 욕망이 강해진다. 과거에는 드라마 '전원일기'가 있었다면, 현재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니어들은 대리 만족하고 있다. 전원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힐링하게 되는 것. 특히 이러한 프로들은 잠깐만, 어쩌다 봐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이다. 2012년부터 방송된 스테디 인기 프로그램으로 중년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현재도 평균 시청률 4%대가 나오고 있다. 여성 중년들은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마음을 뺏겼다. 현재 세 번째 시즌이 방영 중이고, 수요일 저녁 방송인데도 5~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 중인 혼자 사는 중년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전원생활과 함께 같이 밥 해 먹고 수다 떠는 것이 거의 전부이지만, 오고 가는 아줌마 입담이 웃음을 자아낸다. 리얼하고 현실적이어서 공감하면서 보기 좋다.
# 스포츠 예능의 감동
스포츠 예능도 시니어들이 사랑하는 TV 프로그램이다. 시니어들이 올림픽 경기에 열중해서 보는 것과 유사한 심리다. 스포츠 예능의 인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것과도 비슷하다. 시니어들은 출연자들을 자신의 자녀를 보는 듯이 보고 응원하게 되는 것. 또한 '왕년에는 나도 저랬는데'라는 생각으로 이입해서 예능을 보기도 한다.
시니어들에게 인기를 끈 대표적인 스포츠 예능으로 JTBC '뭉쳐야 찬다'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시즌2가 방영 중이며, 6~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은 물론, 웃음과 감동이 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다. 지난 6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또한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업이 축구선수인 것처럼 연습하고 임하는 출연진을 보면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재밌거나 공감이 되어서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웃음보다는 감동과 서사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보여진다. 시니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다음 프로그램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손효정 기자 shjlife@etoday.co.kr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서도 자산가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집값 상승, 주식 열풍 등으로 인해 자산가들의 자산 규모 또한 커지는 추세다. 또한 세계적인 고령화와 자산가치의 변동으로 인해 부의 이전에 대한 부자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KB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증여에 대한 부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부자들은 자산이 증가함과 동시에 상속⋅증여를 통한 부의 이전도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상속과 증여를 통한 부의 이전 추이를 보면, 2010년 상속⋅증여는 신고액 기준으로 18조원 규모에서 2019년 50조원 규모로 약 2.7배 늘었다. 상속재산도 증여재산과 증가추이를 같이 했다. 상소인 수도 2010년 4083명에서 2019년 9555명으로 2.3배 증가했다.
상속과 증여가 양적으로 늘었을 뿐 아니라 부자들의 상속⋅증여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상속이나 증여 등의 방법으로 자산을 누구에게 물려주려고 하는가?’라고 질문하고 복수응답을 받은 결과 부자들은 대부분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자녀에게 상속⋅증여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2011년 98.7%에서 2020년에는 93.9%로 소폭 하락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는 손자녀에게 상속⋅증여하겠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11년에는 9.2% 정도만 자산을 이전하려는 대상으로 손자녀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2020년에는 31.8%로 22.6%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총자산 50억 원 이상 부자들은 배우자나 손자녀를 자산 이전 대상에 포함한 경우가 36.9%로 크게 증가했다. 형제와 자매에 대해서도 총자산 50억 원 이상 부자들의 선호 경향이 소폭 증가했다.
부모와 자녀 모두 재력가라면 손자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세대생략 상속⋅증여’를 고민하게 된다. 세대생략 상속⋅증여는 일반 상속⋅증여에 30%이상 할증된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조부모가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그 재산을 다시 손자녀에게 물려줄 때 세금을 중복해서 내는 것보다 할증세를 내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증여 규모가 큰 경우 분산해 세율을 낮추거나 자산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미리 물려주면 세율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세대생략 상속⋅증여가 늘어나는 추세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는 “어차피 일어날 부의 이전이라 생각하고 나중에 낼 세금을 미리 내는 경우, 출생 시 선물로 상속⋅증여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정으로 손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속⋅증여로 자산을 물려주려고 생각하는 부자들은 10년 전에 비해 자산 이전의 대상으로 자녀뿐만 아니라 점차 배우자와 손자녀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었다. 이와 흐름을 같이 하여 물려주는 자산의 유형에서도 부동산 자산과 함께 금융 자산도 물려주려는 경우가 증가했다.
부자 중 부동산 자산을 물려주겠다고 한 경우는 2011년 83.7%, 2020년 85.6%로 비슷했다. 그런데 ‘보험 외 금융상품’을 주겠다는 응답은 2011년 75.5%에서 2020년 84.1%로 증가했다. 이는 집값의 꾸준한 상승과 지난해 주식시장의 호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구상수 회계사는 “집값이 올라 부동산 자산가치가 높아지거나 증시상황이 바뀌어 개인이 보유한 자산 유형이 바뀌면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자산 유형도 바뀌게 된다”고 언급했다.
인생이 하루살이와 비슷하다지만, 하루라도 온전한 기쁨으로 두근거리며 살기가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생활도 욕망도 가벼워지면 좋겠지만, 실상은 달라 정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 들솟는 게 변화에의 욕구이며, 시골살이를 하나의 활로로 모색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광주광역시에서 학원 강사로 살았던 강승호(60, ‘지리산과 하나 되기 농원’)의 귀농 역시 활로 찾기의 방편으로 결행되었다.
강승호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로 귀농했다. 귀농의 직접적인 동기는 건강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대입학원의 유능한 수학강사였다. 입시학원 강사란 피 말리는 직업이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혹처럼 붙이고 산다. 그럼에도 과속질주를 습으로 삼았고, 마침내 몸에 이상이 온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동안 주력한 건 등산이었다. 백두대간 산행에 몰두하기도 했다. 산이 주는 좋은 에너지와 자연 생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라. 긍정적인 가치를 산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자 아예 산에서 살고 싶더군. 결국 아내의 동의를 얻어 지리산으로 들어왔다.”
처음의 구상은 간결했다. 조용한 산자락에 작은 집 하나 짓고 텃밭이나 일구며 한가하게 살 계획이었으니까. 일에 덜미 잡히지 않아도 좋을, 덜 벌고 덜 소비하는 산골 생활로 몸은 물론 마음까지 북돋아 진정한 만족을 누리고 싶었다. 단순 소박한 삶이 주는 행복을 원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딱히 일 없이 술렁술렁 텃밭이나 가꾸는 생활은 그의 적성에 부합하지 않았다. 단순한 생활이 어디 쉽던가. 채우기보다 어려운 게 비우기다. 일벌레로 살기보다 어려운 게 별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다. 게다가 강승호는 일을 거침없이 벌이고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일이 없으면 무슨 재미? 적막한 산촌에 들어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독백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런 것이었을 테다.
강승호는 일을 도모하기로 작심하고 약초 농사에 뛰어들었다. 한결 야심만만하게 덤벼든 건 토종벌 농사였다. 하지만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다. 치사율 90%에 달하는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의 기습으로 벌들이 대부분 괴사했던 것. 이렇게 초장부터 확실하게 실패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 밤잠을 설치며 궁리하고 연구해 찾은 대안이 펜션 운영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최상의 무기에 속할 추진력을 발동했다. 초봄이면 와글와글 피어나는 산수유 노랑꽃 화신(花信)으로 세상의 겨울잠을 깨우는 산수유 마을 중에서도 가장 높고 수려한 언덕배기에 위치한 터를 사들여 펜션을 짓고 이사했다.
“펜션에 어울릴 땅을 마련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뒤져 마음에 드는 터를 발견하고 지주를 찾아 매입한 뒤엔 건축 허가 문제를 해결하느라 뛰어다닌 곳이 많았다. 길을 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낸다든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
귀농해서 민박이나 펜션을 차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패 사례가 흔하다. 당신의 펜션은 어떤가? 기대치가 있었을 텐데.
“순조롭게 돌아간다. 입지의 자연환경이 좋은 덕분이다. 보다시피 산 중턱에 자리해 조망부터 뛰어나다. 지리산의 풍치를 한눈에 만끽할 수 있는 자리로 여기보다 나은 곳이 없다는 얘기를 흔히 듣거든. 미디어에도 수차례 소개되면서 꽤 알려졌다.”
펜션 투숙객에게 인생을 배워
펜션의 성공 관건은 입지 여건에 달려 있다. 강승호는 썩 이상적인 자리를 잡았다. 터전의 저 아래로 높고 낮은 산들이 펼쳐지고, 골짜기로는 농가들이 올망졸망 들어앉아 정겹다. 그는 조경에도 공을 들였다. 널찍한 잔디 뜰과 정원수를 적절히 조합해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물도 있다. 하나는 벼락을 맞고 무 토막처럼 통째로 절묘하게 갈라진 벼락바위. 산 너머 어느 집에서 구해왔다는 이 바위 두 덩어리를 그는 열린 문처럼 배치해 펜션의 상징물로 삼았다. 지하수와 약수, 계곡물 세 가지 식수를 세 개의 수도꼭지를 통해 동시에 비교하며 맛볼 수 있는 샘터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강승호의 재주와 수완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어떻게든 펜션 손님들의 흥미와 호감을 사고 싶었던 것이다.
고객의 뒤치다꺼리로 피곤해지기 쉬운 게 숙박업이다. 강승호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 접근했다. 손님들과 요령껏 어울려 산중 생활의 무료감을 달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거다.
“도시와 달라 시골에선 사람들과 교유할 기회가 드물다.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투숙객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귀농 이야기, 지리산 이야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숙박업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단지 수익 목적으로만 차린 펜션이 아니라는 얘기다.”
민박집을 하다 평생의 벗을 얻는 경우도 있더라.
“손님들의 요구와 비위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 주말 밤마다 술 시중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웃음) 그러나 포용해서 함께 어울리다 보면 누구나 마음을 연다. 감동적인 사연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럴 때면 나는 인생을 배운다.”
이를테면 어떤 사연을?
“꽉 찬 예약으로 공실이 없던 어느 날, 어떤 이가 방을 하나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 예약 손님의 양해를 구해 방을 마련해줬다. 알고 보니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더군. 그날이 아내의 환갑날이라며 ‘오늘을 위해 2년 전부터 색소폰을 배웠다’는 게 아닌가. 색소폰을 연주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다. 그날 밤 그는 가수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연주했다.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그토록 뜨거운 부부애라니! 수십 년을 함께 살아도 부부 사이에 빙하가 흐를 수 있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부부간의 유대가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무조건 아내 말을 따르면 탈 날 게 없다. 남자보다 매사에 현명한 게 여자라는 게 내 생각이다.”
강승호는 지역에서 잘 알려진 귀농인이다. 이름 있는 기관이 주는 상도 받았다. 유기농으로 지은 산수유를 가공해 현대백화점 명인명촌관에 납품도 한다. 물정도 기술도 모르는 초심자로 귀농했지만 거둔 성과가 한둘이 아니다. 아내 이경영(54)의 조력이 있어 가능했던 성적이다. 처음 귀농 제안을 했을 때 아내는 망설였다. 그러나 긴 고민 없이 동의하더란다. ‘그토록 원하는 귀농이라면 당신 뜻에 따르겠어요!’ 그 한마디 던지며.
‘분산 전략’을 구사하다
강승호에겐 할 일이 많고 많다. 벌여놓은 일이 여러 개라 몸이 닳도록 뛰어야 한다. 펜션에 쏟아부은 땀과 정성도 수북할 테지만, 갖가지 약용작물을 기르고, 찻집을 운영하고, 산수유마을학교를 이끌며, 산촌 유학을 테마로 한 마을사업까지 주도한다. 일복이 터졌다. 열심히 몸 놀려 일하는 것만이 유일한 비법이라는 듯 동으로 뛰고 서로 달린다. 여하튼 그의 귀농은 탕탕 순항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만은 않단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순탄하게 흘러온 게 아니다. 농산물을 생산해 그대로 파는 1차 농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공 판매와 체험 교육까지 접목한 6차 농업을 지향해야 한다. 이게 만만한 일이겠나? 가공 농가가 타산을 맞출 확률은 10% 미만이다.”
귀농 전에 농업 교육은 받았나?
“아니다. 귀농을 하고 나서야 사전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거든. 뒤늦게 부지런히 기관을 쫓아다니며 배웠다. 숲 해설사, 문화 해설사 등 자격증도 여섯 가지나 땄다. 이렇게 나름대로 분발해 자리를 잡은 편이지만 경제적 애환도 있었다. 그로 인해 아내와 자식들을 고생시켰다. 이건 귀농 이후 내 삶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일의 규모와 방향을 과도하게 설정한 걸까?
“농촌에 와서 안타까운 건 주민들의 열악한 현실이었다. 나만 편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뭔가 작으나마 주민들에게도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거다. 귀촌이나 귀농을 해서 이웃들이야 어떻든 나만 즐겁게 살면 된다는 생각, 살다가 정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이는 무모하다. 외지인들이 들락날락하는 바람에 더 힘들어지는 건 원주민 농부들일 뿐이다.”
똑똑하고 이타적인 귀농인이 나서서 마을 공동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벽에 부닥쳐 좌초하는 사례가 많다. 아예 나서지 않는 게 상책이라 조언하는 이들도 있더군.
“그 대목이 참 어렵다. 원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합리성과 효용성이 명백한 경우에도 색안경부터 쓰는 이들이 있다. 나는 현재 산촌 유학 관련 사회적 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으로부터 이미 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부지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이 반대해서지. 귀농인이 선의를 가지고 앞장서도 외지인에 대한 본능적인 불신이랄까, 원주민들에겐 그런 게 있어 난처하다. 차라리 나서지 않는 게 현명한 처신이라는 견해는 어쩌면 탁견이다.”
귀농을 고려하는 사람들 중엔 ‘아주 작은 농사’로 ‘소확행’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소규모 농사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어 쓸 수 있을까?
“흠, 가능하다. 작물을 길러 가족이 먹고 남는 걸 수시로 로컬 매장에 가져가 손수 팔면 된다. SNS를 통한 직거래도 유망하다. 이 문제엔 관이 나서야 한다. 소규모 귀농 농가 지원을 위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강승호는 10여 종의 명함을 지니고 산다. 햐, 그는 문어발식 농업의 선수? 그게 아니란다. 분산 전략이 아니고선 가망성이 낮아 다종다양한 일을 펼쳤다. 지독한 승부욕이 그를 몰아치는 것 같다. 그런데 뜻밖에도 목표는 조신하다. “결론은 비우고 살기다!” 무욕으로 진정한 행복을 맛보겠다는 얘기다.
강승호 씨가 주는 귀촌 Tip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함께 귀농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민보다 정착하기 ㅁ더 힘든 게 귀농임을 명심하자.
•원주민과의 갈등이나 마찰을 극구 피하라.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는 게 상책이다.
•작물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자.
•종묘상이나 묘목 상인의 얄팍한 상술에 현혹되지 마라.
•농업기관이 주관하는 농업 교육이나 영농 상담 창구를 적극 활용하자.
예능과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다재다능한 종합예술인 홍서범이 오랜만에 본업인 음악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에 그가 발표한 신곡은 ‘월든에 놀러간 니체’라는 다소 프로그래시브한 제목이다. 노래 내용도 제목 그대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연 속 삶을 통해 물질주의를 비판한 명저 ‘월든’을 쓴 월든 호수에 ‘신의 죽음’과 실존의 중요성을 외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찾아간다는 내용의 노래. 누가 봐도 보통 사람이 생각할 발상은 아니다. 그러나 홍서범에게 평범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신곡을 통해 다시금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그를 만나 독특한 인생관을 들어봤다.
“대중음악은 다양해야 하고 본인 생각이 담겨야죠. 인기만 쫓는 건 창작자로서 할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아이돌처럼 대 히트를 할 것도 아니고…. 가요계에 데뷔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예전 록 스피릿으로 돌아가서 음악도 옥슨답게 하자 싶었죠. 가사도 나이 들어서 사랑 타령 하기도, 이별 노래 하기도 그렇고…. 대신 내가 삶에서 느꼈던 거, 내 생각의 중심이 뭔지 정리해서 발표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월든에 놀러간 니체’예요.”
홍서범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과 니체의 철학이 자신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말한다.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서 삶의 본질에 대해 묻고자 출세를 접고 스스로 자연으로 들어갔다. 니체 또한 스위스 질스마리아의 호숫가에서 요양을 하며 저 유명한 영원회귀 사상을 정리했다. 두 사람의 우연한 공통점은 호수에서 자신의 대표적인 사상을 만들어냈다는 것. 홍서범은 그 두 장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니체가 월든 호수에 갔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 상상을 오롯이 노래로 만든 것이다.
홍서범을 통해 월든 호수를 만난 니체
노래의 비하인드를 들으니 과연 홍서범다웠다.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도 딱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한다.
“‘넌 왜 이렇게 안 되는 음악만 하냐’와 ‘이런 노래가 세상에 나왔다는 게 반갑다’였죠. SBS PD 했던 분은 ‘서범아 넌 이제 대중성 있는 것 좀 해라, 실험적인 음악 그만하고’라고 하시고, 저를 아는 분들은 ‘뭐 어차피 네가 할 음악 하는구나’라고 말하더군요.(웃음)”
자신의 음악을 누가 뭐라고 하든 관철한다는 게 그의 완고함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요즘 아이돌은 어떨까? 혹시 그의 기준에 벗어나는 거슬림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예상외로 그는 요즘 아이돌에 대해 무한한 긍정을 표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일제강점기를 벗어나고 미국 팝 음악이 들어오면서 미8군 출신 가수들을 통해 급격히 발전했거든요. 일본은 처음에는 영미 팝을 따라가다가 자기들 특유의 제이팝을 만들었어요. 물론 일본은 워낙 인구도 많고 다양해서 수준이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혼란기가 있었던 게,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제이팝을 많이 베꼈어요. 일본 음악이 금지였을 때 양심 없는 작곡가들이 많이 표절했죠. 그러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그쪽으론 못 간 거지. 그래서 다시 미국 팝을 추구한 거죠. 그런데 거기에 우리 민족 특유의 음악성, 표현력, 특유의 한이 블랙 뮤직 이상인데, 그게 더해져서 성공했다고 봐요. 이 짧은 시간에 빌보드를 점령할 정도니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우수성은 저도 감탄하고 있어요.”
그는 주변을 봐도 노래와 악기 연주를 너무 잘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감탄했다. 더구나 디지털 문화가 보급되면서 과거보다 쉽게 원하는 걸 접하고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우리 때는 소위 음반을 구해도 ‘빽판’이었고 악보도 없이 귀로 들어서 코드를 땄어요. 그러다 보니 이 팀 저 팀 코드가 다 다르고.(웃음) 지금은 발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죠.”
가장 싫은 것은 주변에 민폐 끼치는 것
최근 음악 트렌드에 대한 홍서범의 평가를 들으니 자연스레 후배 양성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손사래를 쳤다.
“게을러서 사업 쪽으론 관심이 없어요. 주변에선 그 정도 노하우 있으면 해도 되지 않느냐 하는데, 사업 재능이 없어요. 유혹은 많았죠. 하지만 그런 거에 혹해서 나도 해볼까 했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줄까봐, 스스로 판단해보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나도 할 일이 많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수만이 형 대단하고 박진영도 대단해요. 음악도 잘하지만 사업도 잘하니까요.”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 민폐 끼치는 일이다. 지금 시대에 아이돌 같은 후배를 대중가요 시장에 맞게 체계적으로 양성하려면 기본 자산이 천문학적으로 든다. 그렇다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혹시 사업이 잘 안 되면 투자자에게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 그가 사업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말한 것은 자신의 기준과는 너무나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통해 7080 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싶어
그럼에도 홍서범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살길 바라는 그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7080 문화로 전국 투어 하고 해외 투어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게 막혔죠. 이제 새롭게 해야 할 것 같아요. 7080 문화의 새 콘텐츠로 뮤지컬 같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작가도 있어야 하고 투자자도 있어야 해서 보통 일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공연할 때 나열식으로 차례대로 노래 부르고 내려오는 건 이제 끝났고, 그때 음악과 그때 사건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그 단계예요.”
7080을 위한 장기 공연 문화이면서 기존과는 다른, 뮤지션도 좋고 관객도 즐거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판단은 비슷한 시대를 산 가수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조용필조차 자신의 노래들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려고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현재 7080 뮤지션들의 공연 문화가 너무 일방적이라 답답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맞아요. 제가 시놉시스를 짠 후 작가를 불러서 이런 내용으로 써보라고 한 적 있어요. 그랬더니 ‘형, 이거 하려면 투자 많이 받아야 하고 언제 코로나가 끝날지도 모르는데’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일단 써놔야지!’(웃음)라고 타박했죠. 앞으로 7080이 가야 할 길은 그쪽이에요. 새로운 문화를 자꾸 만들어서 방향을 바꿔야죠.”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의 고충 이해돼
홍서범이 활동했던 7080으로부터 세월이 흐르면서 가요계도 가수들도 바뀌었다. 완제품으로 시장에 나와야 하는 요즘 세대 가수들과 달리 그의 세대 가수들은 데뷔 후에 연습도 겸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도 그는 노래에 대한 관점이 다른 가수들과 달랐다.
“저는 노래를 어떻게 해야 잘할까가 아니라 전체적인 음악의 완성도를 중요시했어요. 솔직히 노래를 만든 후에 녹음할 때가 되어서야 처음 불러본 노래도 있었죠. 노래는 신경 안 썼던 거지. 그래서 초창기에는 노래를 불렀다기보다는 샤우트를 했어요. 감성 표현 같은 게 약했죠.”
음악을 종합적으로 보는 그의 관점은 가창자로서의 가수보다는 프로듀서와 흡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에 대한 비판에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떨 때는 나보다 노래 잘하는데 어떻게 평가를 하지?(웃음) 이런 경우도 생길 테고. 그렇다고 ‘정말 잘하시네요’라고만 말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방송이라 뭔가를 해야 하니까. 어려워요, 남을 평가한다는 건. 해본 사람만 알지. 저는 못 할 거 같아요. 그리고 프로들이 무대에 올라도 스트레스가 큰데 아마추어면 더 심하겠죠. 오래 준비했는데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도 있으니 평소의 70%만 해도 성공이라고 봐요. 그것도 멘탈 싸움인 거 같아요. 웬만하면 칭찬도 많이 해줘야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잘 노는 게 잘 사는 것
홍서범은 한국식 나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가 강조하는 자신의 나이는 만 62세다. 환갑을 넘긴 그에게는 잘 노는 게 잘 사는 거라는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유쾌하게 살다 가자, 나에게 주어진 대로 즐길 수 있는 최대한 즐기자는 생각이에요. 물론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고민한다고 풀리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아니면 내 능력 밖인가’ 판단하는 게 중요해요. 능력 밖인 고민은 접는 거예요. 그런데 해결할 수 있다면? 그럼 해보는 거죠.”
한마디로 그는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이 아니다. 그 덕분인지 유독 피부가 좋아 보였고, 살도 안 찌는 듯했다.
“체질도 그렇지만 가만히 한자리에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운동도 많이 하고. 옛날에는 축구를 많이 했고 지금은 배드민턴을 일주일에 한 번 쳐요. 틈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에 가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살이 찔 수가 없지. 피부도 땀을 많이 흘리니까 좋은 거 같네요. 등산처럼 혼자 하는 게 가장 운동이 많이 돼요. 즐겨 찾는 산은 북한산입니다. 코스도 많고 아무 생각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거죠.”
무한긍정과 힘찬 에너지, 자유로움
홍서범의 성격을 지금까지 들여다봤으면, 그가 소위 관계 정리에 대해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정리한다?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만날 사람은 만나고 안 만날 사람은 안 만나게 되는 거죠.”
그가 참여하고 있는 연예인 모임이 꽤 많다. 공놀이야(축구), 콕놀이야(배드민턴), 산놀이야(등산), 큐놀이야(당구), 휠놀이야(자전거), 술놀이야(음주)까지 총 6개. 그중 공놀이야에만 쉰 명 이상 가입되어 있다. 그런데 활동할 때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안 나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 그래서 관리를 맡고 있는 후배가 안 나오는 회원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홍서범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참여할 상황이 못 되니까 못 하는 거지. 만약 걔네를 내치면 내쳐지는 사람 기분이 어떻겠냐. 놔두면 적당한 때 돌아온다. 언제든지 문을 열어놔야 들어올 게 아니냐. 한번 인연 맺었는데. 그리고 참여 안 한다고 우리한테 해 되는 거 있어?”
그 말을 들은 후배는 할 말이 없었다. 홍서범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는 사례였다.
뭐든지 푹 빠져 사는 남자
홍서범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한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에게는 어떤 사람은 평생 갖지 못할 후회 없는 자유에 대한 확신이 이미 있었다.
“니체 형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정말 좋은 말씀이 ‘다시 살고 싶도록 그렇게 살아라’예요. 그럴 정도로 살아야죠. 어제도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북한산에 갔어요. 다들 대기업 사장 하다 명퇴했는데 삶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 날이 70대 중반까지면 이제 10년밖에 안 남았어요. 원 없이 살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고 보면 시간이 너무 짧더라고요. 그러면 여행도 많이 다니고 노는 게 남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말하니 걔네들이 ‘야, 난 매일 놀아’라고 대꾸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야, 그렇게 놀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빈둥빈둥 노는 건 진짜 무료해’라고 답해줬죠. 무료함이 인생 최대의 적이에요.”
그가 심심하고 지루해하는 모습은 상상되지 않았다. 아마 10년 후에도 그는 니체를 월든 호수로 불러들인 것처럼, 또 다른 독보적이고 독특한 노래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 유쾌한 종합예술인 홍서범의 인생이 보여줄 무료하지 않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인절미’라떼, ‘흑임자’아이스크림, ‘귀리’우유 등 최근 식품업계의 신제품 동향이 시니어의 향수를 자극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흑임자나 인절미와 같은 예스럽고 향토적인 식재료들은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선호하는 시니어들이 주로 찾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복고라는 의미의 ‘뉴트로’ 열풍이 식품시장까지 이어지며,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디저트가 MZ세대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할머니와 밀레니얼(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을 합친 ‘할메니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레트로 열풍이 MZ세대 사이에서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할머니 음식이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음식들에 젊은층이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전통 식재료가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할메니얼로 불리는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찰떡콩떡’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게 됐다”며 “뉴트로 식품은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를 충족해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에게 전통 식재료는 신선한 맛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즉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레트로’(retro)에서 재미를 찾는 MZ세대의 특징이 전통 식재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현상이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에 이어, 음식의 맛과 건강(라이프)의 밸런스인 ‘맛라밸’이 식품업계 트렌드로 떠오르며 할메니얼 입맛을 부추겼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에 열광하던 MZ세대가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건강하고 담백한 맛을 지향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간식도 영양과 맛을 모두 갖춘 디저트로 즐기는 경향이 짙어져 뉴트로 식품에 인기를 더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추억의 식재료를 현대적인 감성에 맞게 재탄생 시켜, 시니어와 젊은층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국민간식이라 불리우는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2019년 말 ‘찰 초코파이’로 재탄생했다. 초코파이에 우리 전통 디저트인 떡을 접목해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인절미, 흑임자, 팥앙금 등 전통 식재료를 초코파이에 사용해, 유행에 민감하고 이색 조합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배스킨라빈스는 이번 9월 이달의 맛으로, ‘찰떡콩떡’이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인절미를 메인 원료로 활용한 ‘찰떡콩떡’은 곡물 풍미를 더한 ‘찰떡 아이스크림’과 ‘콩고물 아이스크림’에 쫄깃한 ‘인절미 떡’과 바삭한 ‘흑임자 볼’이 쏙쏙 박혀있는 제품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가을과 추석 시즌을 맞아 전통 간식 메뉴인 ‘인절미’를 활용한 10월 한정판 음료와 디저트를 출시했다. 인절미와 카페라떼를 혼합한 ‘고소한 인절미 카페라떼’가 대표 메뉴다. 바삭한 크로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인절미를 더한 디저트메뉴 ‘인절미 아이스크림 크로플’도 함께 선보였다.
이외에도 투썸플레이스의 ‘쑥 라떼’, 이디야의 ‘쌍화차’와 같은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시장에 나와, 다양한 세대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최근 BTS(방탄소년단)와 블랙핑크, 유재석 등 대중스타들의 생활한복 착용하고, K-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생활한복 열풍이 불고 있다. 생활한복이라는 용어 의미는 ‘생활’ 속에서 편하게 입도록 한 한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한복을 재해석했다는 생활한복은 시니어들이 일상 속에서 입기에 얼마나 편해졌을까.
한복의 현대화, 생활한복 어떻게 변했나
초창기 생활한복은 1980년대 후반 민족문화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생활한복은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되찾고자 하는 운동이라는 목적에 맞게, 소재를 일률적으로 사용하고 디자인을 단순화해 이를 많은 국민에게 보급하고 생활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둬 제작했다. 실용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당시 생활한복은 ‘생활’이라는 부문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 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생활한복은 용도와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소재와 색상을 사용해 한층 편하고 다채로운 디자인의 한복으로 변신했다. 유명 생활한복 브랜드 ‘돌실나이’는 변화하는 대중의 요구와 사회적 흐름에 맞춰 매년 새 제품 600~700개를 제작할 정도다. 최근 사회적으로 환경에 대한 이슈가 커지자 100% 면이나 린넨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한 한복들이 다수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한 특성이 있어, 최근에는 생활 속 편리함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합성소재를 활용한 실용적인 한복들이 시장에 대거 나오는 추세다.
그렇다면 생활한복은 일상에서 착용할 의복으로서 얼마나 입기 편하고 간편해졌을까. 지난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화제가 됐던 우리 선수단의 생활한복 유니폼 디자인을 통해 알아본다.
선수단이 입은 생활한복은 ‘자켓’형 덧저고리, ‘셔츠’형 속저고리, 그리고 대님바지로, 전통 한복에 비해 구성이 매우 간소화됐다. 유니폼을 제작한 ‘돌실나이’의 김남희 대표는 “현대 생활의 정장 차림에 맞는 형태로 한복의 요소를 보완·변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저고리는 자켓 형태로 만들어 입고 벗기 간편하게 만들었다. 원단은 ‘쿨울’(Cool wool) 소재를 사용해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에 시원하고 가볍게 입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덧저고리 안에 입는 속저고리 셔츠는 땀 흡수성과 통기성이 좋은 pk 소재를 사용했다. 팔 길이도 짧게 해 시원함을 더하고, 옆구리와 겨드랑이 부분에 매쉬 원단을 사용해 습하고 더운 날씨에도 시원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바지는 우리나라 한복 바지의 풍성함과 편안함을 담은 두 폭 바지로, 한국의 멋을 살렸다. 우리 전통을 멋스럽게 표현하면서도, 구김성 없는 스판 소재의 원단 사용과 허리 부분의 고무밴드 처리로 활동성을 더했다. 전통적인 대님의 형태를 사용해 발목 부리를 모아주며, 여밈 단추를 통해 탈착이 편리하도록 디자인했다.
이렇게 요즘 생활한복은 ‘생활’에 초점을 둬, 계절과 용도를 고려해 남녀노소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제작되고 있다. 기계세탁이 가능하고 다림질이 필요 없는 소재의 제품까지 개발돼 실생활에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는 추세다.
중장년층 취향 저격하는 생활한복의 매력
특별한 날에만 입는 행사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상에서 한복을 생활화하기 위해 생활한복 시장은 50~60대를 먼저 겨냥했다. 김 대표는 “돌실나이의 주 소비층은 중장년층”이라며 시니어들이 생활한복을 선호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중장년층의 나이에 걸맞는 ‘우아함’과 ‘중후함’이다. 한복의 고운 선과 아름다운 색감은 중장년층의 연륜에 우아하고 중후한 분위기를 배로 더한다. 김 대표는 “시니어 고객은 재구매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생활한복을 입고 나가면 다른 사람들과 차별점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 받아 좋다는 것이 중장년층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평”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는 ‘편안함’이다. 요즘 생활한복은 한복의 디자인을 갖추면서도 현대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현대복에 가깝다. 오히려 부드러운 소재와 넉넉한 핏으로 편안함을 더한다. 이렇게 일상에 특별한 우아함을 주면서도 생활에 무리가 없는 실용성까지 갖춰, 생활한복의 매력 한 번 빠진 시니어는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이야기다.
한편 김 대표는 우리 고유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색으로 50~60대를 겨냥한 ‘돌실나이’와는 차별점을 둔 산하 브랜드 ‘꼬마크’를 2014년 런칭했다. 생활한복은 나이 들어야 입는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10~20대를 겨냥한 브랜드로, 돌실나이에 비해 스타일링이 파격적이고 트렌디한 것이 특징이다.
생활한복 대중화 전망은?
사실 현재 한복업계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돌실나이 김 대표는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과 같은 행사가 줄어들면서 전통한복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생활한복 업체는 타격이 적다고 해도, 생활한복의 뿌리인 전통한복만 보면 한복업계가 존폐 위기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생활한복에 대한 관심이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에서도 우리 고유의 의복인 한복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드는 젊은 한복 디자이너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온라인 시장이 강화되면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생활한복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며 “한복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우리 한복 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리슬, 리을, 단하주단 등 20~30대 젊은 한복 디자이너들이 우리 전통 의상에 트렌디한 감각을 더하며 생활한복 시장을 새롭게 이끌어가고 있다.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를 통해 세계인의 이목을 끈 블랙핑크의 한복을 제작한 ‘단하주단’과 BTS의 애용 한복 브랜드로 유명한 ‘리슬’이 대표적인 젊은 감각의 생활한복 브랜드다.
BTS, 블랙핑크와 같은 영향력 있는 K팝 아이돌 스타들의 한복 착용에서 비롯한 MZ세대의 한복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경복궁 등 가까운 고궁에 방문하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반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복 착용 인증샷을 올리거나 한복 일러스트를 올리는 ‘#한복챌린지’에 적극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젊은 층의 한복에 대한 관심을 고려하면 생활한복의 대중화는 감히 기대해볼 만하다.
생활한복의 대중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물론 현재로서는 어렵다. 하지만 한복을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한복 디자이너들은 우리 옷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자리를 지켜야 하며, 소비자인 대중은 한복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이를 생활 속에서 향유하려는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따라가기 급급한 현대사회에서도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생활한복은 우리 전통의상에 현대의 색깔을 입혀, 한국 고유의 멋을 살리면서도 실용적인 의복으로 재탄생했다. 그 열정과 노력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남녀노소 모두가 생활한복으로 일상을 편안하고 멋스럽게 누리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