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김부자(가명) 씨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최근 앓고 있던 대장암이 악화돼 부쩍 기력이 약해진 김 씨는 자신을 끝까지 봉양해준 첫째에 모든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 둘째 김미남 씨는 오래전 사이가 틀어져 사실상 가족의 연을 끊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김부자 씨는 생을 마감하기 전 “나 김부자는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상가와 삼성역 소재 아파트를 포함해 재산 목록에 기재된 모든 재산을 첫째 김효녀에게 물려준다. 2022. 4. 12. 삼성역에서 김○○ 씀”라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러나 김 씨가 생을 마친 후,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둘째 김미남 씨가 유언장은 무효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유언은 피상속인의 단독 행위인데다 사망 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으면 이처럼 분쟁이 생길 위험이 있다.
민법상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의 5가지가 있다. 그중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필증서다. 피상속인이 자신의 손글씨로 유언의 내용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필증서의 방식은 생각 외로 까다롭다.
우리 민법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의하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와 “전항의 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타자로 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언장은 자필로 작성했으나 금융재산목록과 부동산목록을 컴퓨터로 작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민법에서는 이 사례도 무효로 판단한다. 유언장 전체를 자필로 작성해야 유언 내용이 인정된다. 즉 전문,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중 하나라도 빠지거나 내용을 모두 손으로 직접 작성하지 않으면 유언은 무효다. 날인 시 서명은 위조의 위험이 있어 손도장(지장)으로만 한정한다.
주소는 유언자 생활의 근거지이면 되고,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해 등록된 곳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김부자 씨는 번지까지 작성한 것이 아니라 ‘삼성역에서’라고만 기재했기 때문에 유언장에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아파트라면 동, 호수까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본인이 작성한 것이 분명하도록 모두 자필로 기재했고, 인감도장까지 찍었지만 무효가 된 것이다. 결국 첫째 김효녀와 둘째 김미남 씨는 아버지의 뜻과 무관하게 법정상속 비율에 따라 1/2씩 상속받게 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시 중단되거나 폐쇄됐던 벚꽃길이 개방된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 여의도와 석촌호수 벚꽃길이 3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다만 두 곳 모두 기존에 진행했던 벚꽃 축제는 따로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영등포구는 여의서로 벚꽃길을 제한적으로 개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영등포구는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여의도 봄꽃축제'를 개장 16년 만에 전면 취소한 바 있다. 시민들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강대교 남단∼의원회관 사거리 1.7㎞ 구간인 여의서로 벚꽃길을 걸을 수 있다. 개방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8시∼오후 10시다.
벚꽃길 진·출입로는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와 의원회관 사거리 두 곳이다. 한강공원에서 벚꽃길로 올라오는 통행로는 모두 차단되고, 벚꽃길 내 전동킥보드와 자전거 주행은 금지된다. 차량 운행은 30일 낮 12시부터 다음 달 9일 낮 12시까지 여의서로에서 전면 통제될 예정이다.
송파구도 3년 만에 석촌호수 벚꽃길을 열기로 했다. 석촌호수 벚꽃 축제는 따로 열리지 않지만 운영 시간 제한 없이 호수를 찾아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비대면 축제’가 열리는 곳도 있다. 경북 경주시는 지역 대표 봄 축제인 '벚꽃축제'를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비대면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관광객을 분산시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숨은 벚꽃 명당 찾기, 벚꽃과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활동) 등 친환경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서귀포시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 사이에 많은 상춘객이 유채꽃 축제 행사장인 유채꽃 광장과 녹산로 일대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해 2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방역에 힘쓸 계획이다. 조랑말체험공원 내에 약 10만㎡ 규모로 조성된 유채꽃 광장의 출입구를 지정해 방문객을 상대로 호흡기 증상 유무 등을 확인한 뒤 입장을 허용한다. 또한 축제 기간에는 동시 수용 인원을 최대 299명으로 제한한다. 이 밖에 지자체들도 지역 내 봄축제 개최와 관련해 온라인 진행이나 취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유일의 세계 100대 골프장인 환상적인 코스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 골프장을 방문했다. 베트남의 골프장은 하노이와 호찌민, 그리고 다낭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 골프장(The Bluffs HoTram Strip, 파71, 7007야드)은 베트남의 유일한 세계 100대 코스로서 그 아름다움과 레이아웃이 최고 수준이다. 거리는 파3는 그린의 센터, 파4, 5는 그린 앞까지여서 실제로는 7200야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캐디는 110명 정도이고, 주말에는 150여 명이 라운드를 즐기며 평일에도 50~80명의 골퍼가 방문한다고 한다.
붕따우 지역에 위치한 골프장은 호찌민시에서 2시간 15분 걸리며, 전용 호화버스가 하루에 세 번 왕복한다. 10시, 12시, 18시에 출발하며, 호텔에서는 13시, 17시, 22시에 운행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코스 설계자 그렉 노먼은 “베트남 남부의 모래언덕에서 진정한 링크스 골프를 경험할 수 있으며, 라운딩 내내 보이는 환상적인 해안 풍경은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이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유니크한 골프 경험을 선사하는 골프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전설적인 골퍼 그렉 노먼은 331주간 세계 골프 랭킹 정상에 군림했으며, 메이저 대회인 더오픈 챔피언십 타이틀을 두 차례 차지한 바 있다.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 골프 코스는 그가 설계한 베스트 코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코스 설계를 할 때 방해 요소를 최소로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디자인 팀은 사이트에 가장 어울리는 자연적인 요소를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합니다. 개울, 바위 형태, 식재와 지형, 기복 등은 라운딩 전략을 세울 때 느낄 수 있는 유니크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노먼은 “이러한 개성과 품질을 가진 골프장은 지금까지 두 개 설계했는데, 그중 하나가 여기이고 다른 하나는 아일랜드의 둔버그(Doonbeg)”라고 말했다.
베트남 최고 코스로 손색없어
골프장은 4~6월 바람이 많으며, 특히 10~12월은 매우 바람이 강하다고 한다. 코스 입구로 들어가는 곳부터 도로 양쪽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5번 홀과 18번 홀 페어웨이를 사이에 두고 클럽하우스로 올라온다. 좌우로 모래땅과 링크스 잔디가 가득하다.
그린 스피드는 10피트 넘게 빠르고,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는 최고의 코스로 손색이 없었다. 카트의 페어웨이 진입이 허용되며, 페어웨이의 업앤드다운이 매우 심하다. 그린 난이도는 80%로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투어 기간에 본 기자가 방문한 10여 개의 베트남 코스 중 최고의 관리와 페어웨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카트길 옆과 벙커의 잔디조차도 철저하게 트림을 하는 등 그야말로 빈틈없는 관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홀들이 시각적으로는 페어웨이가 그렇게 넓게 느껴지지 않는데, 이는 절묘한 설계와 주변 지형을 잘 이용해 시계의 차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강한 바람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희비가 엇갈린다. 홀과 홀 사이에 이어지는 엄청난 듄스(Dunes)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무더위를 강한 바람에 날려 보내면서 화려한 듄스 풍경이 골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대단한 도전성이 요구되는 코스다.
바람과 링크스가 절묘한 만남
3번 홀(파3, 360야드) : 왼쪽 210야드 지점부터 오른쪽 280야드 지점까지 모래사막 링크스가 막고 있어 시야가 완전히 막혔다. 그러나 좌우가 비교적 넓으니 안심하고 중앙을 공략하면 된다. 바람이 불어 거리 손실이 많았다.
8번 홀(파4, 364야드) : 오른쪽 150야드 지점에 호수가 있으며, 페어웨이 중앙 250야드 지점의 벙커가 멋지다. 유일하게 물이 있는 홀로 특히 훅을 주의해야 한다.
10번 홀(파5, 579야드) : 오르막에 넓은 페어웨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마음껏 드라이버를 치고 싶은 힐링 홀이다. 강한 바람을 타고 세컨드까지 490야드를 오는 운이 좋은 날이었다. 아깝게 버디를 놓쳤지만 그야말로 힐링이 되는, 맘에 드는 홀이다. 그린 뒤로 가면 멋진 나무숲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퍼터를 마친 후 그냥 돌아오지 말고 반드시 감상하기를 강추한다.
12번 홀(파4, 359야드) : 내리막이 심하며, 멀리 그랜드호텔이 보인다. 오른쪽과 그린 뒤로 넓은 바다가 강한 바람과 함께 밀려온다. 세속에 찌든 마음을 씻어주는 듯하다.
18번 홀(파4, 430야드) : 페어웨이 좌우로 듄스가 길게 이어지는 길고 어려운 오르막 홀이다. 세컨드 시 오르막이 더욱 심해 실제 길이는 460야드로 봐야 한다. 투온은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러프가 깊어서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그린 뒤로 멋진 클럽하우스가 우뚝 자리하고 있다.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은 진정한 링크스 스타일 골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8홀 전체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다와는 수백 미터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홀이 환상적인 링크스풍으로 설계되었으며, 코스 주변에는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우뚝 솟은 모래언덕이 이어져 있다. 언제나 강하게 부는 바람으로 변수가 많지만 무더위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또한 허허벌판에 유일하게 우뚝 솟은 그랜드호텔은 강한 바닷바람을 보란 듯이 이겨내며 해변가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 내에 카지노를 비롯해 다양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한국식당도 준비되어 있다. 베트남에서 라운드를 계획한다면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되는 코스로 강추한다.
한파에 호수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위에 눈이 내렸다.
얼지 않은 곳엔 강이 생겼다. 아침 햇살이 반사되면서 존재감이 살아났다.
얼지 않았다는 것은 물밑에 움직임이 있어서다. 물길이 있다는 것이다.
물의 흐름은 에너지가 되었다.
그 힘은 한파에도, 갑작스런 폭설에도 본래를 지키게 했다.
모진 세파 속을 도도히 흘러 오늘에 이른 우리네 인생과 같다.
수많은 도전과 극복, 끝없는 노력으로 점철된 인생이다.
그래서 더더욱 값어치 있는 인생이다.
눈 내린 호수를 가로지르는 황금빛 강처럼.
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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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기 싫다가 연결되고 싶다가
알아주기 싫다가 알아주고 싶다가
전화하기 싫다가 전화하고 싶다가
이해하기 싫다가 이해하고 싶다가
안아주기 싫다가 안아주고 싶다가
글 올리기 싫다가 글 올리고 싶다가
몇 해 전 제가 SNS에 올렸던 글로, 마음 미장공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까? 확실합니까?
암요, 당연하죠.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관심받기 위해 사는 사람입니까?
예, 맞습니다.
외로움과 관종 사이 : 시선의 감옥
“세상에는 큰 관종과 작은 관종, 그리고 자신은 아니라고 우기는 관종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종 중의 관종입니다.”
스스로를 ‘관종’이라 고백한 제게 어떤 분은 자신을 ‘관종인 듯, 관종 아닌, 관종 같은 관종’이라고 유행가 가사에 빗대어 말하기도 합니다. ‘관심종자’(關心種字)라는 말을 줄여서 흔히 ‘관종’이라고 말합니다.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병적인 상태에 이른 사람을 부르는 이 말이 처음에는 비하나 조롱을 의도했다면, 요즘에는 누구나 내면에 갖고 있는 당연하고 정상적인 욕구나 욕망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서로 관종이라고 놀리거나 흔쾌히 관종임을 인정하며 웃음바다를 만드는 장면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머리를 자르거나, 평소에 안 입던 치마를 입거나, 염색을 하거나, 또는 인터넷에 글을 새로 올리거나, 프로필 사진을 바꾸거나 할 때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 마음일까요?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친구 수도 훨씬 많고, 좋아요 같은 공감 숫자가 몇 배, 몇 십 배 많을 때 우리는 절망합니다. 부러움을 넘어 질투심이 샘솟고, 자신을 탓하고 자학하면서 지독한 외로움에 빠집니다.
외로워서, 연결되고 싶어서, 관계를 맺으려고 시작한 그런 행위가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위축시킵니다. 관심을 받고, 공감을 얻고, 위로와 인정을 받으려고 시도한 일에서 정작 우리 자신을 소외시키고, 살아 있는 유령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타인이라는 ‘시선(視線)의 감옥’에서 우리는 언제쯤 탈출할 수 있을까요? 누구를 위해서 뭔가를 바꾸고, 새로 꾸미고, 주저리주저리 자기 담벼락이든, 남의 공간이든, 심지어 뉴스 기사 댓글로라도 답을 달면서 도대체 왜 이러고 살까요?
외로움은 디폴트다!
바로 외로움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두 미치도록 외로운 탓입니다.
사랑과 관심에 목마른 우리는 외로움을 디폴트(Default)로 살아갑니다. ‘채무 불이행’을 뜻하는 경제용어가 아니라, 여기서는 컴퓨터 사용할 때 시스템이 자동으로 적용하는 미리 정해진 값이나 조건을 말합니다. 인간인 이상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외로울 수밖에 없기에 외로움은 디폴트요, 미리 정해진 운명 같은 상수(常數)라 하겠습니다.
몇 해 전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유명 연기자가 세상을 등졌는데, 그가 생전에 남긴 인터뷰에서 연예인으로 살아온 지난 2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외롭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외로움의 끝은 세상과 영원히 이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인기와 명예, 사랑을 받았던 사람도 이 넓은 세상에 내 편이 한 사람도 없다고 느낄 때 외로움에 질식되고 맙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모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느낄 때 실제로 우리 뇌에서 통증을 느끼는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내 영혼과 육신을 갉아먹는 외로움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로움을 대하는 법
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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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중에서
시인 정호승이 노래한 수선화의 외로움은 뭘까 생각해봅니다. 그 수선화가 우리 인간일 테니까요.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자기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져버린 나르시스가 결국 물속에 몸을 던지고 그 뒤 피어난 꽃이 수선화입니다. 외로움을 잘 견디는 방법은 외로움을 뛰어넘어 극복하는 것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외로움에 골몰하다가 접한 이 시에서 저는 퍼뜩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현대 인류는 나르시스로 상징되는 자기애(自己愛, Narcissism)가 결핍되었기에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것은 아닐까요. 정신분석학 용어인 자기애는 크게 병적인 인격 장애와 건강한 나르시시즘으로 구분됩니다. 외로움 처방전으로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건강한 자기애를 말합니다. 이것은 ‘고독’이란 말과 긴밀한 관계를 갖습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른가요?
우리는 어렸을 때 특히 사춘기에 인생에 대해 심오한 뭔가를 깨달은 양, 멋을 부리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너 뭐하고 있어?” 이렇게 동무가 물을라치면 한껏 어깨에 힘을 주고 “짜식, 나 고독을 씹고 있지” 이렇게 대답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독일 철학자이자 신학자 폴 틸리히는 혼자 있음을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혼자 있는 고통이 외로움(Loneliness)이라면, 스스로 택한 혼자됨의 즐거움이 고독(Solitude)이라고 합니다. 외로움은 상실에서 비롯되기에 필연적으로 빈 가슴이 됩니다. 친구나 연인, 팬, 지지자 등 잃어버린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고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내가 타인을 필요로 하는데도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한 소외가 외로움이라면, 고독은 타인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홀로 두는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감정입니다. 내가 원해서 확보한 시간을 내 의지로 채우는 즐거움이 고독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상태인지, 즉 ‘자발적’인지 아닌지가 외로움과 고독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결국 (외로움을) 피할 수 없으면 (고독으로) 즐겨야겠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내가 행복하기 위해 말입니다.
법정 스님이 ‘홀로 사는 즐거움’에서 역설한 것도 외로움보다는 고독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태어날 때, 세상을 뜰 때 본질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사람이지만, 그러면서도 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게 바로 우리지만 홀로 있을 때 진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며, 자기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고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시, 그림, 음악 같은 예술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처절한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꾼 데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괴테가 말한 것처럼요. “영감을 받는 것은 오로지 고독 속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
외로움과 고독을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사실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철학적·심리학적·실존적으로 구분될 뿐입니다. 앞의 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안고 살아야 하는 외로움,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이 떠오를 거라 믿습니다.
자발적 고독은 나에 대한 사랑
바야흐로 혼술, 혼밥, 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 뭐든 혼자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우리 인류는 더욱더 혼자 먹고, 혼자 마시고, 혼자 놀고, 혼자 여행하는 ‘호모 얼로니우스’(Homo Aloneus, 외로운 인간)가 되어갑니다. 이제 외로움을 넘어 스스로 존재가 환하게 빛나는 ‘홀로움’, 참다운 고독을 맞이할 때입니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시선의 감옥’에 갇혀 있는 외로운 나를 구원해야 합니다. 허공에 부딪혀 흩어지는 자조 섞인 독백 대신 ‘내면의 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방치하고 무심했던 ‘진짜 나’에게 말을 걸어보십시오. 많이 기다렸다고, 어서 오라고, 그때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너를 지켜보며 사랑할 거라고 얘기해줄 것입니다. 내 삶의 노예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주인으로 당당히 우뚝 서기 위해서 말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 같이 하실까요?
외로움에 발 벗고 나선 영국과 일본
2018년 영국 정부는 한발 앞서 외로움에 대처하기 위해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 엄밀히는 외로움부)를 만들고, 다양한 캠페인과 가이드라인을 두어 민관이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은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국가적 과제로 삼아 대응한다고 합니다. 외로움과 소외, 고립은 우울이나 무기력 같은 감정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해치는 극단적 상황으로 나아가기 쉽습니다. 특히 전 세계가 코로나 상황에서 자살률이 상승하고, 이로 인한 손실과 상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은 막대한 신체적 손상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정서적 유대와 인간관계가 훼손되고, 외로움과 고립감이 만성화되면 결근이나 생산성 저하 등 경제 전반에도 막중한 피해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고독, 외로움은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는 인간 고유의 심리 상태라지만 경제적·신체적 환경이 곤란할수록, 특히 갑작스런 퇴직이나 은퇴를 맞은 중장년 세대일수록, 사별이나 이혼 등 가족 관계가 단절되거나 상실될수록 그 영향은 심각할 수 있습니다. 소외와 단절과 고립으로 인한 소통 부재는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촉매가 되기 쉽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되면서 외로움에 대처하는 일은 단지 개인이 해결해야 할 수준에서 사회와 국가가 긴급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로 부상한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지난 4일 개막해 한창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은 뜨거운 응원 속에 15일 현재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중장년층도 도전해볼만한 종목을 추천한다.
◇컬링 : 컬링은 해외에서도 따라하기 가장 쉬운 종목으로 꼽힌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기 때문. 운동신경이 둔한 사람도 30분만 기초자세를 배우면 컬링을 즐길 수 있다.
컬링은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했다.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돌덩이를 미끄러뜨리며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했다.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제18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컬링은 길이 44.5m, 너비 4.75m 아이스링크 위에 표시된 '하우스'라는 원에 스톤을 밀어 넣는 경기다. 얼마나 원 중심 가까이에 스톤을 밀어 넣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경기는 10엔드로 구성되며 각 팀 선수들은 각 엔드마다 2번씩 스톤을 던진다. 하우스 중앙에 가까이 보낸 팀의 스톤 수대로 점수 부여가 된다.
컬링은 단순해 보이지만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릴 정도로 두뇌 싸움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이에 중장년에게 특히 좋은 이유는 치매 예방이 될 수 있으며, 스톤을 투구할 때 곧은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세 교정 효과가 있다.
더욱이 컬링 장비는 보통 대여받을 수 있고, 특별한 복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컬링 슈즈가 필요하기는 하지만(구입 비용 12~15만원), 비용이 부담된다면 운동화 위에 보조슬라이드를 착용하면 된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북유럽에서 유래 됐으며, 눈 덮인 지형을 스키와 폴을 사용해 이동하는 겨울 스포츠이다.
1967년 노르웨이에서 군인들이 '스키를 신고 설원 위를 달리는 대회'를 열면서 스포츠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제1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크로스컨트리용 스키는 일반 스키와 종류가 다르다. 디자인이 더 날렵하고, 뒷꿈치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스키를 타는 방법은 클래식 주법과 프리스타일 주법이 있다.
클래식 주법은 평행을 이룬 상태에서 빠른 걸음을 걷는 것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보통 기본인 클래식 주법을 배운다. 프리스타일 주법은 스케이팅을 하듯 V자로 스키를 벌리고 11자로 폴을 찍고 힘차게 밀며 나아가는 동작이다.
크러스컨트리 스키는 평지를 걷는 운동이고 속력이 빠른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이스하키 : 한국 선수들은 출전하지 않지만,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젊은 남성의 스포츠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연령층이 다양하다.
특히 중장년에게 아이스하키가 좋은 이유는 건강 증진에 좋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체중이 감량하고, 혈압이 정상 수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아이스하키는 팀당 2명의 골키퍼와 20명의 플레이어로 구성된 두 팀이 상대 골대에 퍽을 넣어 득점이 많은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출전하는 6명은 일반적으로 3명의 포워드, 2명의 디펜스, 1명의 골키퍼로 구성된다.
체력을 요구하는 아이스하키는 처음부터 잘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스틱을 제대로 다루는 데까지만 3개월이 걸린다. 운동 신경이 부족하다면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한 아이스하키는 운동 전 스트레칭은 필수이고, 중간 중간 휴식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네시아 빈탄섬에는 세 개의 그림 같은 코스가 있다. 세계 100대 코스에 오른 리아 빈탄, 아름다움으로 명성을 떨치는 라구나 빈탄, 그리고 오늘 소개할 빈탄 라군이다. 1996년에 개장한 빈탄 라군 골프장(Bintan Lagoon)은 빈탄의 세 개 골프장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그 다음해인 1997년에 라구나 빈탄이, 1998년에 리아 빈탄이 차례로 개장했다.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가 설계한 시 뷰(Sea View) 코스는 비교적 평탄하고 물을 많이 끼고 있는 아름다운 코스다. 이안 베이커(Ian Baker-Pinch)가 설계한 우드랜드(Woodlands) 코스는 거리는 비교적 짧지만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탓에 산세의 기복이 심해 어렵다. 주변의 리아 빈탄보다 더 난이도가 있다.
방문한 당시엔 수시로 장대비가 내리다가 거짓말같이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다른 빈탄의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코스 전체가 정글 속에 페어웨이와 그린을 앉혀놓은 듯하고 일부 홀은 바다를 접목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시 뷰 코스 1번 홀 좌측으로는 30여 개의 타석이 준비된 연습장이 있다. 캐디는 전체 70여 명이며 36홀 규모로는 많지 않은 수다.
빈탄 라군 골프장은 자체적으로 255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싱가포르와 빈탄섬을 연결하는 왕복 페리를 하루에 두 차례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빈탄 라군은 잘 준비된 호텔과 다양한 먹거리가 큰 자랑이다. 일식당과 중식당은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뷔페 식당인 FIESTA에서는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태국, 인도 등 7개 국가의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한식도 단체 관광이나 골퍼들이 찾을 땐 어김없이 준비한다고 한다. 호텔 내의 미니 마트는 멀리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일상용품과 간식거리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413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은 4개의 레벨로 구분하여 고객의 취향과 가격대를 맞추었으며, 방 3~4개를 갖춘 25개 동의 빌라도 구비해 다양한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나이트클럽이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MOJO CAFE가 아침 6부터 밤 11시까지 제빵류와 커피 등을 판매한다. TERAC라는 양식당은 맥주는 물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어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거의 24시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이안 베이커의 우드랜드 코스
이안 베이커의 우드랜드 코스는 페어웨이도 평탄한 곳이 드물고 업앤드다운이 매우 심한 도전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페어웨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내리막 경사진 1번 홀처럼 많은 홀이 어려운 코스 레이아웃이다. 그리고 코스 전체가 무성하고 키가 큰 나무들로 페어웨이 주위를 꽉 채운다. 가히 정글 속에 앉혀놓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느낄 수 있다.
3번 홀(파4, 337m)은 티 샷 할 때 내리막 후 세컨드 샷은 다시 오르막인 우드랜드 코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린 앞쪽의 좌우와 왼쪽의 벙커가 홀을 어렵게 느끼게 만들었다.
6번 홀(파4, 315m)은 그린 앞에 두 개의 커다란 벙커가 나란히 있어 매우 부담스럽다. 내리막 홀로 그린 80m부터 그린 앞까지는 다시 오르막이다. 재미있으면서 어렵다.
8번 홀(파5, 444m)은 티 샷 할 때 내리막으로 그린 앞 8~40m 왼쪽의 9번 홀 티잉 그라운드 앞과 공유하는 호수가 위협적이다. 호수 옆 오른쪽에 있는 큰 나무 한 그루가 그린을 공략 할 때 부담스럽다. 그린 앞의 긴 벙커와 좌우 벙커도 위협적이다. 세컨드 샷이 짧으면 내리막에 걸려 어려워진다.
16번 홀(파5, 450m)은 내리막으로 멀리 좌우로 멋진 벙커가 무성하고 길게 이어지는 나무숲과 더불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전형적인 포레스트 스타일 홀이다. 세컨드 샷부터 오르막으로 우드랜드 코스의 모습을 잘 보여주면서 도전성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홀이다. 원숭이들이 종종 돌아다닌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시 뷰 코스
거장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로 전반 9홀은 이안 베이커가 설계한 우드랜드 코스만큼이나 울창한 수림을 갖고 있다. 후반 9홀은 울창한 수림과 물,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코스다. 특히 12번 홀은 바다와 리조트 그리고 그린이 잘 조화된 홀로 잭 니클라우스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9번 홀과 18번 홀의 절묘한 배치는 더욱 이를 뒷받침한다.
11번 홀(파5, 492m)은 멋진 내리막 홀로 페어웨이와 그린 뒤로 멀리 바다가 펼쳐진다. 그린 앞 140~150m에서 페어웨이를 가른 10m 폭 물길이 있어 세컨드 샷에 유의해야 한다.
12번 홀(파3, 142m)은 그린 뒤로 바다가 펼쳐지며 그린의 멋진 돌들이 바다와 조화롭고 아름답다. 홀 오른쪽으로는 멋진 바위들과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지며 400여 개의 호텔과 페리 선착장과도 함께 펼쳐지는 멋진 홀이다.
18번 홀(파4, 361m)은 멋진 내리막으로 그린 앞 왼쪽에 100m 벙커와 해저드가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그린 오른쪽 뒤 클럽하우스가 멋지다. 왼쪽은 9번 홀이 같은 모습으로 함께 병렬하고 있다. 멋진 대비가 돋보인다.
아름다운 인도네시아의 섬 빈탄에서의 4일간 라운드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기회가 되는 대로 나머지 두 코스도 소개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비치와 울창한 정글 속에 앉혀놓은 아름다운 골프장과 휴양처로, 숙박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는 누구나 한 번쯤 와봐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서울에서 레코드숍을 운영하는 그녀는 작은 체구지만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푸른 자연 속을 뛰놀면서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간직한 꿈이 있다. 바로 ‘지구별 여행자’가 되는 것. 그녀는 오늘도 레코드숍에서 세계 각국의 음악들을 들으며 음악의 본고장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이는 어떤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도서 ‘여행을 수놓다’의 저자 신명숙 작가(68)의 이야기다. 신 작가는 ‘늦었다 싶을 때가 이르다’는 생각으로 60대의 나이에도 여행과 모험을 즐기고 있다.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신명숙 작가에게 받은 에너지를 시니어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신명숙 작가는 2007년 50대에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해 67개국을 다녀왔지만, 아직도 갈 곳이 많이 남았고 힘닿는 데까지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군가는 편하게 크루즈, 패키지 여행을 즐겨야 할 나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왜?’라고 반문한다.
신 작가가 문학계에 이름을 올린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녀는 2016년 미래에셋 수필부문 공모에 당선됐고, 2018년 계간지 ‘주변인과 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2018년 나온 여행 에세이 ‘지구본 위를 거닐다’, 2020년 나온 시집 ‘웅이와 라넌큘러스’가 있다. ‘여행을 수놓다’는 지난 8월 출간됐다. 담백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레코드숍, 그리고 여행
섬세한 글을 쓴 그녀가 여행 작가 이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실제 만난 신명숙 작가는 예상보다 더 호탕하고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역시 평범한 삶은 아니었다. 신 작가는 무려 23년간이나 레코드숍을 운영했고, 그러면서 늘 여행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분명한 것은 레코드숍을 하면서 늘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었고, 새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의 본고장에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꾼 것 같아요. 힘들기도 했죠.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 서울에서 분당을 왔다 갔다 하느라 매일 밤 12시에 집에 들어오곤 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고 호황도 겪었지만, MP3가 나오고는 사양 산업이 되어 결국 가게를 정리했지요.”
2004년 레코드숍 문을 닫았다. 매일 바쁘게 일하던 사람이었기에 쉼표는 어색했다. 일상이 무료했고, 우울증 비슷한 것도 겪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되는 법. 신 작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성남문학원에 다녔고, 여행자의 삶도 시작됐다. 오랫동안 품었던 꿈에 가까워졌다.
첫 여행은 딸과 함께한 중국 패키지 여행이었다. 이후 몇 차례 패키지 여행을 경험한 뒤 신 작가는 여행의 참맛을 맛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에 2007년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혼자 타국을 여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낭여행 동아리에 가입했고, 사람들과 함께 인도 여행을 떠났다. 책 소개에도 적혀 있듯이, 이 인도 여행은 신명숙 작가가 여행자의 삶을 사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두 명씩 현지 가정에서 숙박 체험을 했어요. 저는 한 총각과 아잔타 석굴 뒤편에 있는 집에 가게 됐어요. 거기가 정말로 더러워요. 화장실 하나 없는 곳이더라고요. 제가 간 집은 애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곳 사람들 주식이 짜파티라고 부침개처럼 생긴 것에 달밧이라는 것을 앙금처럼 부어서 먹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그거를 한 일곱 식구가 7~8장을 놓고 먹는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 모자란 양인데, 거기서 또 한 장을 제게 주는 거예요. 사람이 이렇게도 사는구나, 충격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18세 아기 엄마가 있었는데, 내가 아이섀도 바르는 걸 그 큰 눈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쓰던 것을 줬더니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저를 보던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사람들이 인도에 갔다 오면 인생관이 바뀐다고 하던데 저도 그랬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애들이 반찬을 남기면 ‘너네들은 인도 한 번씩 갔다 와야 해’라고 말했어요.”
이후 2008년부터는 남편과 함께 여행했다. 여행 동반자가 된 부부는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여전히 금슬 좋은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과거 펜팔로 만난 사이라고. 신명숙 작가는 예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그 기본에 연애편지와 일기가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일기는 지금도 매일 쓴다고.
“제가 남편한테 같이 여행 다니자고 꼬셨죠.(웃음) 여행하면서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오는데 남편과 공감이 안 되는 거예요. 얼마나 서글퍼요. 그래서 제가 나이 들어 공감하면서 얘기할 수 있게 같이 여행 가자고 했죠. 2008년에 중국 장자제에 갔는데, 남편이 반한 거예요. 2009년에는 북인도에 갔고, 그렇게 주기적으로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갔어요. 지금은 제가 우리를 ‘2인조 시니어 여행단’이라고 불러요. 저는 바람잡이, 남편은 행동대장이에요. 처음에는 제가 다 리드했거든요. 지금은 역전되어 남편이 어디 가자고 예약도 다 하기 때문에 전 신경도 안 써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웃음)”
발칸, 중동, 시베리아 여행을 수놓다
‘여행을 수놓다’는 2017~2018년의 여행기다. 신명숙 작가는 책에 나온 순서와 반대로 발칸, 중동, 시베리아 순으로 여행을 했다. 책에 실린 여행지는 러시아, 발칸 지역의 루마니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중동 지역의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그리고 그리스, 포르투갈이다.
책을 읽으면 신명숙 작가와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설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신 작가가 태블릿 PC에 여행의 순간순간을 기록했기에 가능했다. 그 메모들이 쌓여서 여행기가 됐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까지 나왔다. 신명숙 작가는 ‘여행을 수놓다’가 천편일률적인 여행책과는 다르기를 바랐다.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느낀 것까지 쓰자면 아마 책 몇 권은 되겠지만, 그런 책들은 시중에 이미 많죠. 저는 그것들을 전부 배제하고 진솔하게 긴장된 부분을 이겨낸 후 제 자신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부각하려고 했고, 의도한 부분을 함께 여행하는 분위기로 공유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문학을 가까이하다 보니 말장난을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닌 산문식으로 썼고, 차별화하려고 했어요.”
신명숙 작가는 여행지 중에 “발칸 지역의 알바니아, 마케도니아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을 바꿔서 다른 곳을 가게 될 때가 있는데, 두 국가가 그랬다. 사전지식 없이 갔지만 좋았고 인상에 남는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특히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보면 신 작가도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도움도 받았다. 그 수많은 인연 중에서 신 작가는 알바니아에서 ‘저주받은 산’으로 통하는 세스산을 같이 트레킹한 사람이 제일 생각난다고 말했다.
“스물네 살의 프랑스 아가씨인데, 처음에는 배낭 큰 거 메고 당당했거든요. 그런데 한산한 산장에 내리니까 기가 확 죽는 거예요. 혼자 무서우니 계속 우리한테 따라붙는 거죠. 그래서 트레킹을 같이 했는데, 그녀의 가방이 너무 크고 무거우니까 계속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했죠. 겨울 산행은 빨리 올라가고 빨리 내려와야 위험하지 않아요. 그런데 놓고 갈 수도 없고, 정말 책에 표현한 대로 내버리고 싶더라고요. 그 아가씨 부모님이 의사예요. 우리나라 정서를 생각하면 돈이 많겠다 싶은데, 두 분이 공공기관 의사라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자립심을 키우고자 혼자 6개월 동안 여행을 하는 건데, 1달러에도 벌벌 떨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책에서 ‘깍쟁이’라고 표현했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배운 게 많아요.”
반대로 시베리아 여행은 예상보다 잔잔했다고 기억되는 듯하다. 시베리아 여행 후기는 횡단 열차 탑승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바이칼호를 보기 위해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72시간을 내리 기차 안에 있어야 한다. 때문에 책 내용 또한 기차 안과 밖의 풍경,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신명숙 작가는 기차처럼 달리고 싶었나 보다. 역시 에너지가 넘치는 신 작가다.
코로나19, 다시 열린 여행길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나가야 견딜 수 있었다”는 신명숙 작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 답답했을 터. 그래도 남편과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단다. 또한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건강 유지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매일 등산을 포함한 운동을 1시간 이상 한 지도 30년이 됐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등산을 많이 해본 신 작가는 안나푸르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온 67개국 중에서 가장 좋았던 나라를 묻자 어떻게 한 나라만 꼽을 수 있겠냐고 고심하더니 칠레라고 답한다. “칠레를 바람의 땅이라고 하는데, 호수가 정말 많다. 그런데 호수 빛이 다 다르고, 라마들이 능선에서 돌아다니는데 정말 아름답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해외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있기에, 그녀는 다음 목적지로 중앙아시아를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는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상반기에 안 되면 또 6개월을 기다려야겠죠. 중앙아시아, 그러니까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을 가보고 싶어요. 아직 안 가보기도 했고요. 비행기로 5시간 내로 갈 수 있는 곳은 다 남겨뒀어요. 일부러 먼 곳만 갔죠. 중남미 쪽은 비행기만 20시간 넘게 걸려요. 하루라도 어릴 때 멀리 다녀온 거죠. 아, 유럽도 나중에 가도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남겨뒀어요. 노후에도 심심하면 여행을 가야 하잖아요. 지금까지 늘 해왔던 것처럼 건강 관리하고 여행을 가야죠.”
신명숙 작가는 여행 외에 글쟁이, 그리고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목표도 있다. 그것은 신 작가에게 ‘제2의 인생’ 희열을 느끼게 해준 손주들과 관련 있다. 손주들, 그러니까 두 딸의 자녀들은 각각 열 살, 일곱 살, 다섯 살이다. 신명숙 작가는 손주들이 태어날 때부터 기억에 남는 순간을 모두 기록해뒀다. 나중에 손주들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들어서 선물해줄 계획이다. 과거 바쁘게 사느라 엄마로서는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할머니로서는 다르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손주들을 정말 사랑하고, 그애들을 잘 데리고 다녀요. 이번 여름에도 제가 자진해서 수영장, 해수욕장에 데리고 다녔어요. 요즘 애들은 정서적으로 시골 이런 것에 너무 고갈되어 있어요. 우리 애들도 호텔이나 가려고 하니까, 그거를 제가 대신 해주는 거죠. 내가 시골에서 자라서 심성도 악하지 않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손주들에 대해 쓰고 있는 것도 나중에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할머니의 흔적을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애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두 딸에게 속죄하는 마음도 있어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내 빈자리를 매정하게 다그치는 것이 바르게 세우는 것이라 믿었고, 엄마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곁에 없어 어릴 적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비가 온다’고 전화하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뛰어서 가라’고 했던 말이 그렇게나 서운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요. 그래도 그런 흔들리는 날들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음을 두 딸에게 고백하는 마음도 전하고 싶어요.”
신명숙 작가 인생의 좌우명은 ‘리드하는 삶을 살자’다. 누군가한테 끌려가거나,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내 삶은 내가 키를 잡고 살자는 생각이다. 평생 활기차게 진취적으로 살아온 신 작가는 늦은 나이에 꿈 또한 실현하고 있다. 그녀는 인생에서 늦은 것은 없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배낭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시니어분들이 배낭여행을 못 떠나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시점에서 탈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거예요. 굳이 배낭 메고 힘들게 가야 여행이냐, 패키지로 얼마든지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그거에 갇혀서 못 나가는 거예요.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오히려 패키지만 열심히 찾아다니더라고요. 제가 만든 말이 있어요. ‘삼잘’이라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라는 뜻이에요. 너무 ‘삼잘’에 연연하지 말고, 여행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많은 시니어분들이 내 책을 보고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여행이 위축됐다. 이에 호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호캉스족’이 늘고 있다. 장기간 누적된 여행 욕구를 개별 공간이 보장되는 호텔에서 푸는 문화가 확산한 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명절 연휴조차 고향에 내려가기보다 호캉스로 시간을 보냈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이번 추석 연휴(9월 18일~22일, 총 5일)의 국내 여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호텔 이용률이 전년 연휴 대비 40.7% 증가해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이에 발맞춰 호텔업계는 다양한 패키지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실버 호캉스' 상품들이 눈길을 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가을을 맞아 11만2400여㎡(약 3만4000평) 숲속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도심 라운딩 앤 호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라운드와 호캉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데다 골프클럽 짐맥클린 골프스쿨 프로에게 개별 레슨을 받은 후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골프는 비거리 300야드, 3개 층 75타석의 완전 자동 티업 시스템을 갖춘 실외 연습장(90분)과 호수와 그린이 펼쳐진 파3 골프장 중 선택 가능하며 11월 30일까지 운영된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필름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고 고품질의 LP 음악을 감상하며 아날로그 감성의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폴 인 레코드’ 패키지를 내놨다. ‘레코드(Record)’의 중의적 의미인 기록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담아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패키지 이용객에게 객실 타입에 따라 흑백 필름 카메라와 LP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 제공된다. 오는 11월 21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콘래드 서울은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실버 럭셔리(Silver Luxury)’ 패키지를 선보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연예인이 다녀간 펜트하우스와 스위트룸에서 숙박하며 서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객실에는 뵈브 클리코 샴페인 1병, 콘래드 서울 타워 모양을 모티프로 하여 만든 시그니처 디저트 타워가 마련돼 있으며 세단 차량 픽업 서비스도 있다. 11월 29일까지 예약 가능하며, 투숙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능하다.
건강검진과 호캉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패키지도 있다. 부산미래IFC검진센터는 지난 5월 같은 건물의 아바니센트럴부산호텔에서 숙박하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HO캉스! 프리미엄 숙박검진 패키지’를 선보였다. 숙박 검진을 통해 검진 전 금식, 식이 조절, 약 복용 등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고 건강 상태를 정확히 체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대훈 부산미래IFC검진사업부 지원팀장은 “오픈 이벤트로 진행했었던 숙박검진 패키지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 고객이 비교적 많았다”며 “호텔과 센터가 같은 건물이라 이동이 용이함은 물론이고, 대장내시경을 진행하는 경우 검진 전 금식이나 약 복용 등을 집보다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패키지 진행에 대해서는 “현재 VIP 검진 항목에 한정해 조식을 포함한 숙박권이 포함돼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예능과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다재다능한 종합예술인 홍서범이 오랜만에 본업인 음악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에 그가 발표한 신곡은 ‘월든에 놀러간 니체’라는 다소 프로그래시브한 제목이다. 노래 내용도 제목 그대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연 속 삶을 통해 물질주의를 비판한 명저 ‘월든’을 쓴 월든 호수에 ‘신의 죽음’과 실존의 중요성을 외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찾아간다는 내용의 노래. 누가 봐도 보통 사람이 생각할 발상은 아니다. 그러나 홍서범에게 평범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신곡을 통해 다시금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그를 만나 독특한 인생관을 들어봤다.
“대중음악은 다양해야 하고 본인 생각이 담겨야죠. 인기만 쫓는 건 창작자로서 할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아이돌처럼 대 히트를 할 것도 아니고…. 가요계에 데뷔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예전 록 스피릿으로 돌아가서 음악도 옥슨답게 하자 싶었죠. 가사도 나이 들어서 사랑 타령 하기도, 이별 노래 하기도 그렇고…. 대신 내가 삶에서 느꼈던 거, 내 생각의 중심이 뭔지 정리해서 발표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월든에 놀러간 니체’예요.”
홍서범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과 니체의 철학이 자신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말한다.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서 삶의 본질에 대해 묻고자 출세를 접고 스스로 자연으로 들어갔다. 니체 또한 스위스 질스마리아의 호숫가에서 요양을 하며 저 유명한 영원회귀 사상을 정리했다. 두 사람의 우연한 공통점은 호수에서 자신의 대표적인 사상을 만들어냈다는 것. 홍서범은 그 두 장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니체가 월든 호수에 갔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 상상을 오롯이 노래로 만든 것이다.
홍서범을 통해 월든 호수를 만난 니체
노래의 비하인드를 들으니 과연 홍서범다웠다.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도 딱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한다.
“‘넌 왜 이렇게 안 되는 음악만 하냐’와 ‘이런 노래가 세상에 나왔다는 게 반갑다’였죠. SBS PD 했던 분은 ‘서범아 넌 이제 대중성 있는 것 좀 해라, 실험적인 음악 그만하고’라고 하시고, 저를 아는 분들은 ‘뭐 어차피 네가 할 음악 하는구나’라고 말하더군요.(웃음)”
자신의 음악을 누가 뭐라고 하든 관철한다는 게 그의 완고함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요즘 아이돌은 어떨까? 혹시 그의 기준에 벗어나는 거슬림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예상외로 그는 요즘 아이돌에 대해 무한한 긍정을 표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일제강점기를 벗어나고 미국 팝 음악이 들어오면서 미8군 출신 가수들을 통해 급격히 발전했거든요. 일본은 처음에는 영미 팝을 따라가다가 자기들 특유의 제이팝을 만들었어요. 물론 일본은 워낙 인구도 많고 다양해서 수준이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혼란기가 있었던 게,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제이팝을 많이 베꼈어요. 일본 음악이 금지였을 때 양심 없는 작곡가들이 많이 표절했죠. 그러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그쪽으론 못 간 거지. 그래서 다시 미국 팝을 추구한 거죠. 그런데 거기에 우리 민족 특유의 음악성, 표현력, 특유의 한이 블랙 뮤직 이상인데, 그게 더해져서 성공했다고 봐요. 이 짧은 시간에 빌보드를 점령할 정도니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우수성은 저도 감탄하고 있어요.”
그는 주변을 봐도 노래와 악기 연주를 너무 잘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감탄했다. 더구나 디지털 문화가 보급되면서 과거보다 쉽게 원하는 걸 접하고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우리 때는 소위 음반을 구해도 ‘빽판’이었고 악보도 없이 귀로 들어서 코드를 땄어요. 그러다 보니 이 팀 저 팀 코드가 다 다르고.(웃음) 지금은 발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죠.”
가장 싫은 것은 주변에 민폐 끼치는 것
최근 음악 트렌드에 대한 홍서범의 평가를 들으니 자연스레 후배 양성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손사래를 쳤다.
“게을러서 사업 쪽으론 관심이 없어요. 주변에선 그 정도 노하우 있으면 해도 되지 않느냐 하는데, 사업 재능이 없어요. 유혹은 많았죠. 하지만 그런 거에 혹해서 나도 해볼까 했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줄까봐, 스스로 판단해보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나도 할 일이 많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수만이 형 대단하고 박진영도 대단해요. 음악도 잘하지만 사업도 잘하니까요.”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 민폐 끼치는 일이다. 지금 시대에 아이돌 같은 후배를 대중가요 시장에 맞게 체계적으로 양성하려면 기본 자산이 천문학적으로 든다. 그렇다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혹시 사업이 잘 안 되면 투자자에게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 그가 사업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말한 것은 자신의 기준과는 너무나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통해 7080 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싶어
그럼에도 홍서범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살길 바라는 그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7080 문화로 전국 투어 하고 해외 투어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게 막혔죠. 이제 새롭게 해야 할 것 같아요. 7080 문화의 새 콘텐츠로 뮤지컬 같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작가도 있어야 하고 투자자도 있어야 해서 보통 일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공연할 때 나열식으로 차례대로 노래 부르고 내려오는 건 이제 끝났고, 그때 음악과 그때 사건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그 단계예요.”
7080을 위한 장기 공연 문화이면서 기존과는 다른, 뮤지션도 좋고 관객도 즐거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판단은 비슷한 시대를 산 가수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조용필조차 자신의 노래들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려고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현재 7080 뮤지션들의 공연 문화가 너무 일방적이라 답답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맞아요. 제가 시놉시스를 짠 후 작가를 불러서 이런 내용으로 써보라고 한 적 있어요. 그랬더니 ‘형, 이거 하려면 투자 많이 받아야 하고 언제 코로나가 끝날지도 모르는데’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일단 써놔야지!’(웃음)라고 타박했죠. 앞으로 7080이 가야 할 길은 그쪽이에요. 새로운 문화를 자꾸 만들어서 방향을 바꿔야죠.”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의 고충 이해돼
홍서범이 활동했던 7080으로부터 세월이 흐르면서 가요계도 가수들도 바뀌었다. 완제품으로 시장에 나와야 하는 요즘 세대 가수들과 달리 그의 세대 가수들은 데뷔 후에 연습도 겸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도 그는 노래에 대한 관점이 다른 가수들과 달랐다.
“저는 노래를 어떻게 해야 잘할까가 아니라 전체적인 음악의 완성도를 중요시했어요. 솔직히 노래를 만든 후에 녹음할 때가 되어서야 처음 불러본 노래도 있었죠. 노래는 신경 안 썼던 거지. 그래서 초창기에는 노래를 불렀다기보다는 샤우트를 했어요. 감성 표현 같은 게 약했죠.”
음악을 종합적으로 보는 그의 관점은 가창자로서의 가수보다는 프로듀서와 흡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에 대한 비판에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떨 때는 나보다 노래 잘하는데 어떻게 평가를 하지?(웃음) 이런 경우도 생길 테고. 그렇다고 ‘정말 잘하시네요’라고만 말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방송이라 뭔가를 해야 하니까. 어려워요, 남을 평가한다는 건. 해본 사람만 알지. 저는 못 할 거 같아요. 그리고 프로들이 무대에 올라도 스트레스가 큰데 아마추어면 더 심하겠죠. 오래 준비했는데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도 있으니 평소의 70%만 해도 성공이라고 봐요. 그것도 멘탈 싸움인 거 같아요. 웬만하면 칭찬도 많이 해줘야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잘 노는 게 잘 사는 것
홍서범은 한국식 나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가 강조하는 자신의 나이는 만 62세다. 환갑을 넘긴 그에게는 잘 노는 게 잘 사는 거라는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유쾌하게 살다 가자, 나에게 주어진 대로 즐길 수 있는 최대한 즐기자는 생각이에요. 물론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고민한다고 풀리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아니면 내 능력 밖인가’ 판단하는 게 중요해요. 능력 밖인 고민은 접는 거예요. 그런데 해결할 수 있다면? 그럼 해보는 거죠.”
한마디로 그는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이 아니다. 그 덕분인지 유독 피부가 좋아 보였고, 살도 안 찌는 듯했다.
“체질도 그렇지만 가만히 한자리에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운동도 많이 하고. 옛날에는 축구를 많이 했고 지금은 배드민턴을 일주일에 한 번 쳐요. 틈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에 가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살이 찔 수가 없지. 피부도 땀을 많이 흘리니까 좋은 거 같네요. 등산처럼 혼자 하는 게 가장 운동이 많이 돼요. 즐겨 찾는 산은 북한산입니다. 코스도 많고 아무 생각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거죠.”
무한긍정과 힘찬 에너지, 자유로움
홍서범의 성격을 지금까지 들여다봤으면, 그가 소위 관계 정리에 대해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정리한다?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만날 사람은 만나고 안 만날 사람은 안 만나게 되는 거죠.”
그가 참여하고 있는 연예인 모임이 꽤 많다. 공놀이야(축구), 콕놀이야(배드민턴), 산놀이야(등산), 큐놀이야(당구), 휠놀이야(자전거), 술놀이야(음주)까지 총 6개. 그중 공놀이야에만 쉰 명 이상 가입되어 있다. 그런데 활동할 때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안 나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 그래서 관리를 맡고 있는 후배가 안 나오는 회원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홍서범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참여할 상황이 못 되니까 못 하는 거지. 만약 걔네를 내치면 내쳐지는 사람 기분이 어떻겠냐. 놔두면 적당한 때 돌아온다. 언제든지 문을 열어놔야 들어올 게 아니냐. 한번 인연 맺었는데. 그리고 참여 안 한다고 우리한테 해 되는 거 있어?”
그 말을 들은 후배는 할 말이 없었다. 홍서범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는 사례였다.
뭐든지 푹 빠져 사는 남자
홍서범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한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에게는 어떤 사람은 평생 갖지 못할 후회 없는 자유에 대한 확신이 이미 있었다.
“니체 형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정말 좋은 말씀이 ‘다시 살고 싶도록 그렇게 살아라’예요. 그럴 정도로 살아야죠. 어제도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북한산에 갔어요. 다들 대기업 사장 하다 명퇴했는데 삶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 날이 70대 중반까지면 이제 10년밖에 안 남았어요. 원 없이 살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고 보면 시간이 너무 짧더라고요. 그러면 여행도 많이 다니고 노는 게 남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말하니 걔네들이 ‘야, 난 매일 놀아’라고 대꾸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야, 그렇게 놀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빈둥빈둥 노는 건 진짜 무료해’라고 답해줬죠. 무료함이 인생 최대의 적이에요.”
그가 심심하고 지루해하는 모습은 상상되지 않았다. 아마 10년 후에도 그는 니체를 월든 호수로 불러들인 것처럼, 또 다른 독보적이고 독특한 노래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 유쾌한 종합예술인 홍서범의 인생이 보여줄 무료하지 않은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