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상상을 한번 해보자. 자고 일어나면 내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풍경들이 조금씩 사라진다. 마치 무엇이 가로막고 있듯.
고개를 돌려 피해보려고 해도 여전하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점점 커지고, 주위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아져 급기야는 작은 창만 해진다. 환자를 더 옥죄는 것은 당장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그 작은 창마저 닫히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다. 황반변성과 근무력증, 안검하수까지 겹친 김성겸(金成兼·69)씨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그는 씩씩했다. 그의 옆에 성공적인 투병을 도운 동반자 건국대병원 안과 신현진(申賢眞·38) 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랏?!”
10여 년 전 어느 날 김성겸씨는 운전 중 느닷없이 작은 비명을 질렀다. 이상한 일이었다. 차는 똑바로 가고 있었고 길도 평범한 직선도로였는데, 갑자기 길이 두 개로 보였다. 처음에는 차선이 늘어난 줄 알았다. 깜짝 놀라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앞을 쳐다봤다. 길은 그대로였다. 별일이 다 있다 싶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자신의 건강에 관대한 다른 중년 남성들처럼. 하지만 그날의 사건은 앞으로 벌어질 일의 전조였다.
움직여지지 않던 왼쪽 눈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났다.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은 ‘어쩌다 한 번’에서 ‘꽤 자주’ 발생했다. 그리고 곧 주변 사람들도 눈치 챌 정도가 됐다.
“야! 너 눈 돌아갔다!”
김씨의 친구는 소주잔에 술을 따르다가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때는 이미 자신에게 일어나는 증상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닥치라는 농을 던지며 넘어갔다. 하지만 왜 나아지지 않는지 의아했다. 눈을 몇 번 껌뻑거리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눈이 ‘돌아가는’ 증상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결국 용기를 내어 동네 안과를 찾아갔는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서울에서도 손꼽힌다는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 그때가 2010년이었다. 병원에서는 낯선 병명을 그에게 전했다. 근무력증이었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병
근무력증(筋無力症)은 신경과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근육접합부라는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설명하면 뇌에서 “이렇게 움직이자”라는 명령이 신경을 통해 전달되어도, 근육에 제대로 미치지 못해 그 신체 부위가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다.
김씨의 경우는 근무력증이 왼쪽 안구를 움직이는 눈근육에 발병했다. 마치 사지가 축 늘어져버리는 것처럼 한쪽 눈이 사시처럼 아래로 처져버리는 것. 오른쪽 눈은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데 왼쪽 눈은 그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불편은 복시, 즉 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이었다.
“온 세상이 다 두 개로 보여 어떤 물체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특히 계단에서는 너무 위험했어요. 계단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데 어떤 계단이 진짜인지 알 수 없어 발을 자주 헛딛었어요. 그러다 넘어지기 일쑤였고. 그래서 아예 한쪽 눈을 가리고 다닌 적도 많아요.”
이렇게 불편한데 신경과에서는 계속 약만 먹으라고 했다. 주변의 시선도 문제였다.
“차라리 모르는 척해주면 좋은데, 눈이 이 모양이니까 사람들이 빤히 쳐다봐요. 신기한 동물 보듯이 말이에요. 당연히 기분이 안 좋죠. 이렇게 된 지 몇 년 안 되어 익숙하지도 않고. 그래서 그때부터 이 안경을 썼어요.”
그가 내민 안경은 흔히 ‘라이방’이라 부르는 익숙한 모양의 선글라스였다. 그렇게 3년을 병원에 다녔는데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바꿨다. 바로 건국대학교병원이었다.
쌍꺼풀 수술로 오해받는 안검하수 수술
신현진 교수는 신경과 교수와의 논의를 통해 수술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했다. 신 교수가 김씨를 처음 만났을 때인 2015년에는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에서 치료를 진행해 눈움직임근육이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여서, 수술을 통해 눈 위치로 인한 복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운동을 안 하면 알통이 줄어드는 것처럼 위축이 일어나고 눈 근육 역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상태가 점점 더 악화돼요. 늘어진 근육을 잡아당겨 안구가 반대쪽 눈과 비슷한 위치에 오도록 조정하는 수술을 했어요. 발병 전 상태로 돌아갈 순 없지만 그래도 복시가 나타나지 않고, 남들이 봤을 때도 어색하지 않은 눈 상태가 되셨죠”라고 설명한다.
사시 수술 얼마 후에 진행한 또 하나의 수술은 안검하수 수술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 논란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 수술은 정확히 말하면 쌍꺼풀 수술과는 다른 수술이다.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처지는 눈꺼풀을 제 위치로 돌려놓기 위해 눈꺼풀 속 검판이라는 부위를 눈꺼풀올림근과 연결하는 수술이다. 신 교수는 안검하수 수술에 대해 일반인들의 오해가 많다고 말한다.
“흔히 쌍꺼풀 수술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임상적으로는 쌍꺼풀 수술과 안검하수 수술은 완전히 다른 수술이에요. 사람들이 쌍꺼풀이 보이는 눈을 예쁘다고 생각하니까 수술 과정에서 쌍꺼풀을 만드는 것뿐이지, 원치 않는다면 쌍꺼풀이 안 생기게 안검하수 수술을 하기도 해요.”
수술은 복잡하지 않아 하루면 끝난다. 전신마취 같은 것도 필요 없고, 입원도 불필요한 간단한 수술이라고 설명한다.
맹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려
하지만 김성겸씨가 세상을 보는 방법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황반변성이었다. 황반변성(黃斑變性)은 망막 가운데가출혈 등의 이유로 인해 물이 차고 붓는 질환이다. 사무실이나 카페에서 쓰는 빔 프로젝터의 스크린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평평해야 할 스크린을 뒤에서 누군가가 손으로 누른다고 생각해보라. 스크린의 굴곡이 영상에 반영되면서, 화상이 왜곡돼 보이게 된다.
황반변성도 마찬가지. 상이 맺히는 망막에 혹이 생기면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 가장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욕실의 타일이나 모눈종이 등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직선들이 똑바로 보이지 않거나 중심이 가려보이면 황반변성의 초기 증상이니 바로 안과를 찾아야 한다. 신 교수는 황반변성의 위험을 이렇게 설명한다.
“황반변성은 안과에서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3대 질환으로 꼽히는 흔한 병이에요. 문제는 정확한 원인도 잘 모르는 데다, 한 번 발병하면 완치는 어렵다고 봐야 해요. 발병하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악화를 늦추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죠. 게다가 한 번 발생하면 다른 쪽 눈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치료를 위해 안구에 직접 약물을 주사하는데, 1개월에서 3개월 주기로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하고, 주사를 맞으면 감염 방지를 위해 2~3일 정도는 세수도 못하니 환자 입장에선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또 환자를 옥죄는 것은 정신적 트라우마다. 왜곡돼 보이던 시야의 중앙은 병이 심해지면서 아예 보이지 않게 된다. 검은 반점이 되는 것. 그리고 병이 심해질수록 이 현상도 심해진다. 자고 일어나면 보이지 않는 부위가 점점 더 넓어져 언젠가는 맹인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환자를 힘들게 한다. 실제로 65세 이상 인구에서 법적인 실명의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이 황반변성이다.
신 교수는 노화와 함께 반드시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황반변성을 꼽았다.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황반변성 환자도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수명이 증가하면서 눈이 필요한 기간은 더 길어지고 있잖아요. 그러므로 질환이 생기기 전에 주의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당뇨, 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야외에서는 자외선을 막는 선글라스를 챙기세요. 고기 위주의 서구화된 식생활을 피하고, 담배는 반드시 끊으셔야 합니다.”
여전히 희망을 말해야 하는 이유
남들처럼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릴 법도 한데 김성겸씨는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 첫 사회생활을 공무원으로 시작해 그 후 제조업과 유통업, 식당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한 탓인지 병마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남달랐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받으면 어떻게 살겠어요. 그런가보다 하는 거지. 신경 쓰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신 교수님께서 사시 수술을 예쁘게 잘해주셔서 남들 시선도 덜 의식하게 됐고, 복시도 사라져서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없어요. 앞이 뿌옇게 보이니까 사람을 만났을 때 제대로 못 알아보는 것이 약간 불편할 뿐이죠. 또 술 따를 때 자주 넘치도록 따르는 것도 불편하다고 해야 할까(웃음).”
아직도 끊지 못한 소주 얘기를 털어놓으며, 옆에서 듣고 있는 신 교수에게 미안한지 인상 좋은 너털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는 아직까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일을 놓을 생각은 없다.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하지만 상대가 강한 상대이다 보니 황반변성은 조금 나아진 정도.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김씨는 여전히 희망을 말했다.
“눈이 좋아지면 차로 아내와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싶어요. 젊었을 때 자동차 시트커버도 팔아보고, 엔진오일 도매도 했었는데, 정작 자동차로 여행을 다녀본 기억은 없어요. 여행도 다녀본 사람이 다닌다던데 눈이 좋아지면 주변 조언을 얻어서라도 경치 좋은 곳들을 두루두루 다녀보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반드시 찾아오는 신체의 변화 중 하나는 노안(老眼)이다. 노시안(老視眼)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증상을 중국에서는 노화안(老花眼)으로 부르기도 한다. 될 화(化)자를 사용하지 않고, 꽃 화(花)자를 쓰는 이유는 이 증상이 인간이 가장 성숙하고, 지혜가 꽃 필 때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노안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지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원가에서 활발한 활동 중인 신촌연세안과의원의 최영주(崔泳珠·52) 원장과 GS안과의원 김무연(金武然·46) 원장을 통해 노안을 알아본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안과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안과학회는 최근 흥미로운 의견을 내놨다. 안과 관련 질환 중 일부 명칭이 최근 상황과 맞지 않거나 환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먼저 지목된 것이 바로 ‘노안’이다.
대한안과학회가 노안을 지목한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노안을 더 이상 시니어만의 증상으로 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이유다. 눈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 때문에 30~40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이 돼 ‘노안’이라는 명칭은 어울리지 않게 됐다. 이렇듯 노안이 더 이상 노화를 상징하지 않더라도, 노안은 피할 수 있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변화다.
수정체 조절 모양체 근력저하가 원인
기본적으로 노안은 어떤 병이고 왜 생길까? 이에 대해 김무연 원장은 조금 다르게 노안을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노안은 넓게 보면 나이가 들어 생기는 안과 관련 질환을 통틀어 생각하면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모양체 근육의 힘이 떨어져서, 아주 가까운 물체를 보기 위한 수정체 조절이 어려워져 발생하는 원시가 흔히 생각하는 노안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백내장이나 황반변성과 같은 질환도 노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연령에서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년안’이라는 명칭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 근력이 떨어져 발생하는 만큼 예방은 쉽지 않다. 최영주 원장은 수축과 반복운동을 통해 모양체의 근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고 말한다.
“운동선수처럼 모양체 근육의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모양체 근력 저하로 인한 노안이 오는 시기를 늦출 수 있겠습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한 눈 질환 없으면 ‘안경’을
노안의 치료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돋보기’다. 안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노안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중년이라면 가장 피하고 싶은 물건이지만, 노안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이기도 하다. 최영주 원장은 눈에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안경’이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개원가를 중심으로 노안 치료를 위한 다양한 수술법이 시술됩니다만, 기본적으로 눈에 문제가 없는 정시(正視) 상태에서 노안이 왔다면 수술을 권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근시이거나, 백내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 과정에서 노안치료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수술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흔히 하는 얘기로 그 수술에 대해 평가하려면 의사도 그 수술을 받았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잖아요? 저는 시력을 위해 라섹 수술은 받았지만, 가까운 곳을 볼 땐 돋보기를 낍니다.(웃음) 물론 안경이 싫어 수술을 고집하는 환자들도 많고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돋보기보다 선명해지는 수술은 없고,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 크게 3가지 방법이 거론된다. 백내장 치료를 위한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하면서 노안을 치료하는 방법과 근시 치료를 위한 라식을 진행하면서 노안 치료까지 고려하는 방법, 그리고 최근 개발되어 국내에서도 선보이고 있는 인레이 삽입술이다.
백내장 수술은 비교적 간단
보통 사람이라면 눈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한다고 겁부터 나기 마련이 아닐까. 이에 대해 김무연 원장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백내장 치료를 위한 인공수정체의 사용은 1948년에 시작된 오래된 시술입니다. 그만큼 안전성이 확립된 수술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서 치과와 한의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이 시술되는 수술이 백내장 수술입니다. 인공수정체라는 명칭이 환자들을 겁먹게 하기도 하지만, 마취는 안약 몇 방울로 끝나고, 수술시간은 15분도 안 되는 간단한 수술이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노안 치료를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의 사용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백내장 수술에서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단초점과 다초점으로 나뉜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초점 조절 능력이 없는 단점이 있지만,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가까운 곳과 먼 곳이 모두 다 보이는 장점을 갖고 있다. 수술에 대한 개인부담 비용도 크게 차이가 나는데,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한쪽 눈 기준 30만원 수준인 데 반해,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한쪽 눈 기준 200만~400만원 정도다.
그러나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은 가격 말고도 또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고 최영주 원장은 경고한다.
“아마 국내에 백내장 수술을 시술하는 의사 중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의사들도 꽤 될 거예요. 기본적으로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가까운 거리에서 먼 곳까지 동시에 보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빛 번짐이 생긴다거나 초점이 이중, 삼중으로 맺혀 보이는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초점 인공수정체의 선명도가 100점이라면,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심한 경우 80점까지 떨어지기도 합니다.”
좌·우 초점 다르게 맞추는 방식도
평소 근시나 원시가 있는 환자가 노안이 생긴 경우에 라식으로 시력과 노안을 한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일반인들이 쉽게 상상하는 것과 다소 다르다. 이 경우 양쪽을 다르게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무연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노안을 고려한 라식수술은 왼쪽과 오른쪽의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라식 수술 장비에서 소프트웨어로 수술을 계획할 때 한 쪽은 가까운 곳을 중점적으로, 다른 쪽은 먼 곳이 잘 보이도록 정해놓는 방식입니다. 라식 경험이 있으신 분도 가능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라식이 만능은 아니다. 각막 상태에 따라 수술 가능 여부가 달라지고, 좌·우안의 시력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적응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입체감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원시의 경우 근시에 비해 그 효과가 덜할 수도 있다.
최근 시력교정수술을 주력으로 하는 안과들 사이에서 노안 치료의 새로운 방식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인레이 삽입술’이다. 인레이 삽입술은 각막에 인공물을 삽입해 노안을 개선하는 방법인데 일부 안과에서는 ‘노안 임플란트’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흔히 ‘캄라(KAMRA) 인레이’라고 불리는 카메라 인레이 방식과 ‘물방울(Raindrop) 인레이’로 대표되는 하이드로겔 인레이가 있다.
새로 등장한 ‘노안 임플란트’
캄라 인레이는 레이저를 이용해 근시, 난시, 원시 정도만큼 시력을 교정한 뒤 직경 3.8mm의 작은 링을 각막 내에 삽입해 노안 시력을 개선하는 수술이다. 이 작은 링 안에는 아주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는데, 마치 핀홀카메라처럼 이를 통해 가까운 곳이 잘 보이게 된다.
물방울 인레이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마치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사각을 없애기 위해 작은 볼록거울을 붙이는 것처럼, 아주 작은 볼록렌즈를 각막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가까운 곳을 보기 위해서는 수정체가 볼록해져야 하는데, 모양체 근력 저하로 볼록한 모양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이 두 가지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오랜 기간 테스트된 결과는 나와 있지 않다. 지난해 발간된 대한안과학회 학회지에는 이 두 가지 타입에 대해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삼성병원 연구팀의 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결론에서 연구팀은 물방울 인레이가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연구 표본이 되는 환자 수가 적고, 두 방식 모두 나안 시력은 비슷하게 나와 결론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일부 보수적인 안과에서는 사용에 적극 나서지 않고 두고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인레이 삽입술은 실시할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로워 적용 가능한 환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좋은 안과 제대로 선택하는 방법은?
최근 안과분야에서는 시력교정 수술만 중점적으로 하는 안과들이 늘면서 일부에서는 ‘라식 공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가 됐다. 또 수술 과정에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좋은 안과, 착한 안과를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최영주 원장은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몇 가지 조언을 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 의사, 다른 의사와 의견 교환을 많이 하는 의사가 좋습니다. 이 부분에선 아무래도 병원에 의사가 둘 이상인 병원이 유리한 편입니다. 내부적으로 진료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니까요. 또 시력교정 수술뿐만 아니라 일반진료도 하는 의사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수술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질환에 대해서도 익숙해져 있어야 안전합니다. 또 병원에서 수련을 통해 경험을 많이 쌓은 의사가 아무래도 바로 개원을 한 의사보다는 나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반 환자들 입장에선 이러한 부분을 판단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안과를 찾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시력이 좋으면 눈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시력이 좋아도 다양한 안과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좋은 시력만 믿고 방심하다가는 한순간에 눈 건강을 잃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눈 검사를 받을 때 시력 검사만을 떠올리는데 이외에도 굴절이상검사, 약시검사, 안저검사 등 다양한 안과 검진이 있다. 안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정밀 검진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눈 건강에 취약한 중장년층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할 안과 검진 내용과 여름철 집에서도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안질환 자가 진단법을 알아본다.
50대 이상 新중년, 망막 변화 관찰 위해 1년에 한 번 안저검사 필수
노년층에서 주목해야 할 안과 검진은 망막의 상태를 확인하는 안저검사다. 최근 망막 이상을 호소하는 중장년층 환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안저검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달 건강보험공단의 진료통계 자료에 따르면 망막장애 환자가 2008년 54만 2200명에서 2012년 85만 7813명으로 무려 60%가 증가했다. 관련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또한 같은 기간 53.8%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2012년 기준 60대 환자가 26.5%로 가장 많았고, 70대, 50대가 그 뒤를 이었다.
망막은 안구 안쪽을 덮은 얇은 신경막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 조직에 이상이 생기거나 망막 조직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힐 경우 시력 감소, 시야 축소, 광시증, 비문증 등이 발생한다.
망막 질환은 주로 중장년층에게 발병하는 만큼 5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씩은 안과를 찾아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도 근시 환자, 황반변성 환자, 당뇨 환자 등은 반드시 정기 검진을 받아 망막의 변화를 수시로 확인하고, 노인성 황반변성과 백내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흡연은 자제해야 한다.
여름철 눈 건강 자가검사로 황반변성 진단도 가능해
요즘처럼 자외선이 강한 날씨에는 눈앞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단순히 더위 때문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는 황반변성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황반변성은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황반에 문제가 생겨 시력이 저하되고 물체가 왜곡돼 보이는 증상으로 간단한 검사를 통해 증상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망막학회는 암슬러 격자를 이용한 자가 진단법을 권하고 있다. 바둑판 모양의 그림을 적당한 거리에 두고 한쪽 눈을 가린 후, 한쪽 눈으로는 격자무늬에 위치한 검은 점을 응시한다. 이때 모든 선이 수직으로 보여야 하며 모든 사각형이 똑같이 보여야 한다. 작은 네모 칸이 같은 크기로 보이지 않거나, 모퉁이가 모두 보이지 않는 경우, 격자가 비어있거나, 희미하게 보인다면 안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늦은 나이에 식당을 창업한 송 모(여·57세) 씨. 몸은 고단해도 새롭게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들뜬 그녀였다. 그러나 40대 중반부터 진행된 노안에 얼마 전 백내장까지 겹치며 뜻대로 일하기가 어려워졌다. 노안만 있을 때도 주문을 받거나 계산을 할 때면 글씨와 숫자가 잘 안 보여 실수가 잦았는데 백내장까지 생기니 불편함은 배가 됐다. 5만 원과 5천 원 지폐를 구분 못 해 거스름돈을 잘못 준 적도 있을 정도. 돋보기를 껴도 침침했다. 이에 송 씨는 안과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특수렌즈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백내장과 노안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최근 늦깎이 창업을 하거나 재취업에 도전하며 인생 2막을 즐기려는 꽃중년·신(新)중년층이 늘어나며 특수렌즈 백내장 수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임금피크제로 늘어난 정년, 시간제 일자리를 통한 재취업 등 여전히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우리 시대 중장년층. 그들은 ‘기왕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돋보기까지 벗어버리자’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특수렌즈 백내장 수술을 선호한다.
백내장 수술 시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기존 일반렌즈와 먼 곳·가까운 곳을 모두 보이게 설계된 첨단 특수렌즈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년 이후 백내장 환자들은 노안을 동반한다. 이들이 일반렌즈로 수술하면 백내장은 해결되는데 노안은 그대로 남는다. 이런 경우 특수렌즈로 수술하면 백내장을 해결하면서 노안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보통 어르신들은 근거리 작업이 얼마 없는 경우 일반렌즈 백내장 수술을 받는다. 필요할 때만 가끔 돋보기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직 사회·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중장년층은 특수렌즈 백내장 수술이 더 효율적이다. 한번 수술로 백내장을 해결하면서도 매번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 하는 불편까지 떨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안경을 써온 백내장 환자들 사이에서도 백내장과 노안은 물론, 시력까지 개선할 수 있는 특수렌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특수렌즈는 인체 성질과 적합한 아크리소프 재질로 돼 있어 이물감이 적고, FDA 공인과 유럽 CE 마크 인증을 받아 안전성을 확보했다. 첨단 광학기술까지 적용해 원거리·중거리·근거리에 상관없이 빛이 어디서 오든지 망막에 정확하게 초점을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가장 큰 장점은 한번 수술로 백내장·노안·시력을 모두 개선할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를 누린다는 점이다. 수술 효과는 영구적이어서 1회 수술로 평생 돋보기나 안경 없이 생활 가능하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시력 개선 만족도도 또한 매우 높다. 아이러브안과 국제노안연구소 조사 결과 특수렌즈 백내장 수술 환자의 93%가 수술 후 시야가 선명해지고 글씨 보기·활력· 자신감 회복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수렌즈 백내장 수술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는 노안 환자·라식수술을 받았던 환자·한쪽 눈에만 일반렌즈 백내장 수술을 한 후 다른 눈에 백내장이 온 환자 등이다. 염두에 둘 것은 한번 일반렌즈로 백내장 수술을 한 눈에는 다시 특수렌즈를 넣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처음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망막출혈이 심하거나 중증의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특수렌즈 백내장 수술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대표원장은 “백내장 수술은 수술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수다. 백내장 수술을 할 때는 주변 다른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는 정교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밀검사를 통해 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의 직업이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외선은 백내장이나 노안 같은 노인성 안질환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므로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이 되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일단 황반변성에 걸리면 노안이나 백내장, 녹내장처럼 시력이 저하된다. 일반적인 노년기 안과 질환과 구분하는 증상으로는 직선이 비뚤어져 보이거나 평면이 굴곡져 보이는 ‘변형시’, 시야의 중심부가 가려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중심암점’ 현상 등이 있다. 황반변성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망막질환 중에는 망막앞막, 황반원공 등이 있다. 두 질환은 비교적 흔히 볼 수 있으며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구분한다. ‘건성노인황반변성’이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90%를 차지한다. 건성인 경우 망막 및 맥락막 위축이 나타나는 후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습성은 이러한 병변의 위치가 황반 아래 또는 황반에 바로 연하여 있는 경우에는 진행이 빨라 몇 주 안에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하고, 많은 환자들이 2년 내에 실명에 이른다.
건성의 경우 항산화제 복용이 진행을 예방할 수 있지만 습성의 경우 현재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최근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안구내 항체주사(anti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antibody)이다. 이 외에 신생혈관의 종류, 위치 등에 따라서 국소레이저 치료(laser photocoagulation), 광역학요법(photodynamic therapy) 등으로 단독 치료하거나 안구내 항체주사와 병행하기도 한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이성진 교수는 “항체주사 효과는 한 달 정도 가는데, 처음에는 한 달 간격으로 3회를 맞고 그 이후에는 상태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주사를 맞는다. 주사 효과가 없어지면 다시 신생혈관이 자라는 경우가 많다. 즉 주사가 황반변성을 근본적으로 완치시키는 것은 아니며, 신생혈관을 제거해서 시력소실을 막고 시력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사치료를 하지 않으면 1년 후에 시력이 반 이상 저하된다. 주사 치료를 하면 평균적으로 시력이 조금 좋아진 채 유지가 된다. 대신 이상 증상이 있다면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한다. 주사를 해 보면 1/3은 호전되고, 1/3은 호전이 되다가 별로 반응이 없으며, 1/3은 반응이 없다. 그래도 현재까지 주사치료는 신생혈관을 억제해서 망막을 보호하여 시력을 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실제 황반변성 질환자 대부분은 계속되는 시력저하로 인한 답답함과 두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이 교수는 “황반변성은 본인에게 매우 두렵고 우울한 병이다. 주사치료도 비싸고 지루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 그러나 10년마다 좋은 치료가 개발되었듯 앞으로 더 좋은 치료법들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시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병은 중심부만 안 보이는 병으로 완전히 눈앞이 캄캄해지는 병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고 힘을 내야한다. 여기에는 가족들과 의료진들의 배려와 격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황반변성은 미국과 유럽에서 실명(失明)원인 1위이며, 한국에서도 60세 이상 중장년층 실명원인 1위 질환이 됐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예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망막학회에서는 40세에 녹내장 검사와 함께 망막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중장년층이라면 꼭 알아야할 안과 질환 ‘노년황반변성’에 대해 다뤄본다.
개그맨 이휘재는 방송에서 실명 위험이 있는 ‘황반변성’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두 개를 보면 같이 보이지 않고 사물의 반이 뿌옇게 보인다. 오른쪽 눈만으로는 운전이 불가능하다”며 “이유는 스트레스, 술, 담배도 있지만 가족력이 가장 크다. 아버지는 이미 한쪽 눈이 실명되셨다”고 설명했다. 60대 남성 A씨도 운전 중 사물이 굴곡져 보이고 시야가 흐릿해 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 ‘노년황반변성’을 진단받았다. 이들처럼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단순 노안으로 넘기고 ‘황반변성’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황반변성’은 진행속도가 빠르고 치료시기를 놓치면 시력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예방이 중요하다.
황반(macula)이란 눈을 카메라로 비유할 때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망막(retina)이라는 필름의 중심 갈색점(황색반점)을 말한다. ‘노년황반변성’이란 50세 이후 이 황반부 망막에 찌꺼기(드루젠, drusen)가 끼는 질환이다. 찌꺼기가 생기는 원인으로는 유전, 노화, 자외선, 담배, 비타민 부족, 콜레스테롤, 고혈압 등이 있다. 특히 고도근시 경우엔 망막과 황반부의 두께가 얇고 조직도 약하기 때문에 발병하기 쉽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이성진 교수는 “변시증(선이 휘어 보이는 증상)이 있을 때 신생혈관이 생긴 진정한 황반변성이 시작된다고 의심할 수 있다. 때문에 변시증이 나타나면 가능한 빨리 망막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기에 발견할수록 예방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40세의 생애전환기에 꼭 눈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이것은 세극등현미경검사, 안압검사, 안저검사 세 가지만으로 검진이 가능하며 검사비용은 2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반변성은 아직 확실한 치료법은 없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시력상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항산화비타민과 아연이 질병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정기검진과 가정용 시력표(암슬러 그리드)를 이용한 시력측정, 규칙적인 운동, 선글라스 착용 등도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 대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즐겨 먹고,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 영양제보다는 직접 신선한 녹황색 채소를 먹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노인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황반변성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안과 박태관 교수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벡터를 손 쉽게 망막조직에 전달하는 ‘유리체 공간 내 주사법’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AAV 벡터는 신경망막 유전자 치료에 가장 적합한 물질로, 한번 손상된 황반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연구가 난치성 망막질환 환자 치료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치료 분야 최고 권위의 유럽유전자세포치료학회의 공식학술지 ‘Human Gene Therapy Methods’에 등재됐다.
교수팀은 동물실험에서 황반변성, 당뇨병성망막병증과 같은 망막질환에서 최근 이용되고 있는 레이저 치료법을 병용해 AAV 벡터를 주입했다. 그 결과 AAV 벡터가 대부분의 망막질환이 발병하는 부위인 신경망막조직과 망막색소상피층에 정확하게 도달됐으며, 벡터 내 삽입된 녹색형광단백질(GFP)이 의미 있는 정도로 발현되는 것이 입증됐다.
박 교수팀이 성공한 ‘유리체 공간 내 주사법’이 더욱 발전해 망막질환 환자들에게 적용될 경우 난치성 망막질환 환자의 유전자 치료가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오랜 기간 임상을 통해 안전성이 확립된 레이저와 AAV 벡터 주입을 병행하면 외래에서 간단한 주사로 간편하면서도 반영구적으로 효과가 지속되는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교수팀은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실험결과는 유전자 치료를 보다 ‘보편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면서 “향후 영장류를 이용한 실험으로 발전시켜 실제 환자에 사용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반은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으로 시세포의 대부분이 몰려 있어 시력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황반부에 변성이 생겨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을 ‘황반변성’이라 한다. 황반변성에 걸리면 시야의 중심에 검은 원형이 생기면서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된다. 안타깝게도 한번 손상된 황반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노년층의 병으로 알려진 황반변성이 40~50대 중장년층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방송인 이휘재가 황반변성증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중장년층도 황반변성의 안전지대가 결코 아님이 확인됐다.
황반변성은 정밀한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 중심부의 황반에 불필요한 혈관들이 자라거나 출혈이 생기면서 심한 시력손상을 유발하는 병. 발병초기 사물이 흐리게 보이거나 가까운 곳을 볼 때 사물이 약간 비틀려 보이는 것 외에는 뚜렷한 이상징후를 못 느끼다가 서서히 시력을 잃어 결국 실명하는 무서원 병이다.
◇ 40~50대도 안심할 수 없어 =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발병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망막학회가 2000~2009년 강남성심병원, 경희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의 내원 환자 차트를 분석한 결과 새로 발생한 진행형 황반변성 환자는 2000년 64명에서 2009년 475명으로 7.4배 증가했다. 특히 40~50대 환자의 경우 21명에서 187명으로 9배 급증했다.
이는 서구식 식습관과 컴퓨터 중심의 근무환경이 빚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고지방·고열량의 서구식 식습관으로 국민 전체의 비만지수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컴퓨터 및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에 따른 고도근시 환자 증가가 40~50대 황반변성 환자 증가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 치료시가 놓치면 실명할 수도 = 한국망막학회가 김안과병원, 고려대병원, 건양대병원, 가천의대길병원, 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서울·경기·충청 지역의 주요 병원 환자 차트를 분석한 결과, 2005년과 2010년 습성황반변성으로 광역학치료, 항체주사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985명 중 약 16%인 157명이 시력 0.02 이하인 법적 실명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 환자가 병원을 늦게 찾아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였다.
황반변성의 발병 원인은 노화 현상 외에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노화를 촉진하는 서구식 식생활과 고도근시, 과다한 자외선 노출, 흡연 등이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능한 근거리 작업을 줄이고, 외출 시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게 좋다. 금연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의 섭취를 늘리는게 좋다. 또 수면시나 낮에 쉴 때도 가급적 안대를 착용해 최대한 빛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한눈씩 가리고 보이는 것에 변화가 없는지를 살피며 시야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바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건성황반변성에서는 고용량의 종합비타민이 시력 저하를 늦춰주고 심각한 형태의 습성황반변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 또 습성황반변성의 치료로 광역학요법(비쥬다인)과 항혈관생성인자를 안내 주입하는 두 가지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안과 한재룡 교수는 “40대부터 발병률이 증가해 50대가 되면 약 2배정도 증가하는 질환인 만큼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일단 황반변성이 일어나면 치료를 해도 이미 손상된 세포를 되살릴 길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사를 통해 되도록 조기에 병을 발견, 적절한 치료로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