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들의 공포의 대상 코로나19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치료백신이 빨리 개발되기를 학수고대하지만 워낙 변종이 심한 바이러스여서 그 끝이 언제쯤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하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크게 두 가지 대책이 있다. 첫 번째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펼치는 ‘방콕’ 이라는 사회적 거리 두기’운동을 기본으로 마스크쓰기 및 기침예절을 지키고 손을 비누로 깨끗이 자주 씻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건강한 몸을 만들어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운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주로 사람끼리의 관계에 의한 접촉감염을 일으키므로 가능한 서로 떨어지라는 말이다. 이를 실천하기위해 학교의 개학이 늦어지고 각종학원이 문을 닫고 직장인들에게도 재택근무를 강요한다. 건강한 사람들이 운동하는 헬스장, 테니스장, 축구장 등 사람이 모여서 하는 운동장, 운동시설까지도 문을 닫았다. 마스크 쓰기는 이제 거의 정착이 되어 거리에 나서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손 씻기 또한 일반화되어 5~6세의 꼬마들도 고사리 손을 비벼가며 씻는 모습을 본다.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도 주효했지만 국민 각자의 자발적 참여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준동이 이나마 멈칫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고 세계적으로 위기관리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니 역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다.
개인별 면역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전문가들에 의하면 식이영양관리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수면과 운동을 통해 인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한다. 신체 건강한 젊은이는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었다하여도 자가 면역력으로 저절로 치료된 경우도 있다고 하니 면역력 증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치 스쳐가는 바람처럼 코로나19가 그냥 지나가버렸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개인들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데 장기간 남들과 거리두기는 시간이 갈수록 심신이 피로해진다. 벌써 ‘집콕’의 후유증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주말이면 야외로 자가용을 몰고나가는 사람들이 20%나 증가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방콕’으로 계속 집에 두기도 어렵고 가족들끼리도 너무 집안에만 있으니 작은 분쟁도 일어난다. 건전하고 안전하게 ‘방콕’피로를 풀어줄 방법을 찾아야한다.
언론에 보도 된 것처럼 자택 대기를 권고 받은 젊은이가 심심해서 거리를 배회하다가 적발되었다. ‘방콕’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로도가 가중되어 경계심이 느슨해진다.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고 싶어도 운동시설이 폐쇄되어 이용을 하지 못한다면 득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조심스러운 제안이지만 실내 스포츠시설은 문을 닫더라도 탁 트인 야외 운동장은 개방하여 건강한 사람이 면역력을 높이는 운동을 하도록 허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운동도 유도나 레슬링처럼 상대방의 몸과 격렬하게 부딪치는 운동도 있지만 테니스나 탁구처럼 서로 다른 코트에서 몸끼리 부딪칠 우려가 전혀 없는 운동도 있다. 선수들끼리 손바닥을 부딪치는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고 운동 후에도 샤워는 집에 가서 하는 등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키면 이런 운동시설에 한해 개방해도 무난할 것 같다. 물론 코치가 출입자의 온도측정을 하는 등 자율적으로 철저한 관리는 필수다.
사람들을 오랫동안 만나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여 직장에 출근을 해야 하고 점포에서는 물건을 팔기위해 가게 문을 열어야 한다. 사람끼리 부딪치더라도 손 씻기와 같은 위생관념을 철저히 하도록 하고 야외운동을 하도록 하여 개인면역력을 증강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인간은 건강한 장수를 꿈꾼다. 그러나 질병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뇌졸중은 대한민국에서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네 번째 사망 원인이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후유증과 장애를 일으킨다.
뇌졸중은 뇌혈관성 원인에 의해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국소적 또는 전반적 뇌기능 장애가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질환을 말한다. 크게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져 뇌 안에 피가 고이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이 뇌출혈보다 3~4배 정도 많다.
뇌졸중 재발률 줄이기
환자를 상담할 때 반드시 두 가지는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첫째는 재발, 둘째는 재활이다. 뇌졸중은 한 번 발생하면 두 번도 일어날 수 있다. 여덟 번이나 뇌졸중을 겪은 사람도 있다. 뇌경색 재발 요인은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이다. 이들 기저질환이 있으면 재발은 물론 5년 내 사망률도 높아진다. 이외에 고지혈증, 담배, 술, 비만, 급한 성격, 화내는 성격 등도 요인이 될 수 있다. 뇌출혈 재발을 방지하려면 반드시 고혈압을 예방해야 한다. 뇌혈관 꽈리와 혈관 기형 관리도 필요하다.
재활은 왜 필요할까? 재활치료가 장애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쥐를 인위적으로 뇌경색 상태에 빠트린 후 한 그룹은 좁고 장난감도 없는 우리에 가두고 또 다른 그룹은 장난감이 많은 넓은 방에 가뒀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좋은 환경 속에 있던 쥐들의 기능 회복이 더 좋았다.
재활치료를 하지 않고 환자를 방치하면 부동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관절이 굳고 근력 회복이 느리고 다리혈전 위험성이 높아진다. 만약 폐로 혈전이 이동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확률이 커진다. 폐렴, 소변감염 등 세균감염 및 욕창 위험성도 올라간다.
원숭이 실험도 있다. 원숭이의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각신경을 절단한 뒤 대조군 원숭이는 정상 팔을 사용하도록 놔뒀고, 실험군 원숭이는 정상 팔까지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자 실험군 원숭이의 팔과 손 기능이 대조군과 비교해 월등하게 향상됐다. 뇌졸중 환자에게도 이런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즉 정상 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벙어리장갑을 씌워놓으면 환자가 마비된 팔과 손을 더 많이 사용해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환자 의지와 가족 지지가 중요
재활의 원칙은 가능하면 빨리, 마비된 팔과 다리를, 목표 아래 반복·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 생체 징후가 48시간 안정된 상태가 되면 지체 없이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그러려면 환자의 흥미와 열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과제지향적 훈련을 반복·집중적으로 시행하면 마비된 팔과 다리의 기능 회복이 빨라진다. 마비가 심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할 때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가능한 범위까지는 스스로 하고 힘든 범위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재활의 원칙은 언어, 인지, 삼킴 등의 장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재활치료를 하면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죽은 뇌조직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살아 있는 주변 뇌조직이 그 기능을 대신 수행한다. 즉 뇌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어깨를 담당하는 뇌조직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식이다.
재활치료에 의한 기능 회복은 뇌졸중 발생 후 2년에 걸쳐 일어난다. 대부분은 3~6개월 내에 회복이 된다. 회복할 수 있는 기능의 80% 정도는 6개월 안에 이뤄진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속적인 회복이 이뤄지기 때문에 재활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또한 통계에서 벗어나는 회복도 있는 만큼 재활 노력은 포기하면 안 된다. 2년 후에는 기능 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건강할 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이 유지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의 의지와 가족의 지지다. 건강한 장수를 위해 뇌졸중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뇌졸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응급치료를 받고, 포괄적 시스템을 통해 재활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시대를 앞서간 명사들의 삶과 명작 속에는 주저하지 않고 멈추지 않았던 사유와 실천이 있다.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유와 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있다. 그 속에서 인생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이번 호에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온몸으로 살았던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을 소개한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봤을 바이블 같은 책이 있다. 바로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과 스코트 니어링(Scott Nearing) 부부가 쓴 ‘조화로운 삶’(Living the Good Life)이다. 1930년대 초 뉴욕을 떠나 시골 버몬트의 한 낡은 농가에서 살았던 20년간의 일상을 기록한 이 책은, 생태적 삶을 실천하며 욕심 없이 사는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전 세계가 경제공황의 늪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자”
스코트 니어링은 188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동 노동의 착취와 전쟁을 반대하다가 강단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그는 경제학자로서 왕성한 저술활동을 펼치며 존경받던 대학 교수였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대학 측과 마찰을 빚지 않았더라면 그의 삶은 무난하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실천적 지식인이 되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결국 해임 통보를 받고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후 주류 사회의 배척이 이어지면서 강연은 물론 언론 매체에 글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여파로 첫 번째 아내와도 헤어지고 자녀들까지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헬렌을 만난 건 그 무렵. 스코트의 나이 45세, 그녀의 나이 24세 때였다.
한때 인도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기도 했던 헬렌은 1904년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예술과 명상과 우주 질서에 관심이 많고 자유분방했던 그녀는 1928년 스코트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새로운 삶의 길로 들어선 건 스코트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고자 했다. 그러나 직장도 잃고 생계수단마저 막혀버린 스코트에게는 당장 먹고사는 일이 절박한 문제였다. 미친 듯이 서두르며 속도를 내는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경제적 독립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답은 자급자족밖에 없었다. 그들은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시골 버몬트로 이사한 뒤 거칠고 쓸모없어 보이는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손수 살아갈 집을 지었다. 돈을 벌기 위해 애쓰지 않았으나 그때그때 필요한 현금은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해 시럽과 설탕을 만들어 팔아 마련했다.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양식이 마련되면 일도 하지 않았다. 대신 독서와 명상, 여행 등을 하며 여가시간을 즐겼다. 그러면서도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으름은 철저히 경계했다. 두 사람이 쓴 ‘조화로운 삶’에는 당시의 일상들이 다음과 같이 묘사돼 있다.
“우리는 할일을 했고, 그 일을 즐겼다. 충분한 자유시간을 가졌으며, 그 시간을 누리고 즐겼다. 먹고살기 위한 노동을 할 때는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그렇지만 결코 죽기 살기로 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더 많이 일했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스코트 니어링의 유언
헬렌과 스코트는 버몬트에 개발 붐이 불자 1952년, 몇십 배로 가격이 오른 땅을 대부분 마을에 기부하고 떠났다.
새로운 삶의 터전은 메인이었다. 그곳에서도 그들의 집은 늘 열려 있었다. 문명에서 물러난 삶을 몇십 년째 살고 있는 이 기이한 부부를 보러 오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고 귀농 붐도 일어났다. 야채, 과일, 곡물로 차린 소박한 밥상을 즐긴 두 사람은 잔병치레 없이 오래도록 건강했다.
90대가 되자 스코트의 육체적 기력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98세에도 강연을 할 정도로 정신만큼은 꼿꼿했다. 그러나 곧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았다.
1983년, 100세를 눈앞에 둔 어느 날 그는 지인들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나는 더 이상 먹지 않으려 합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음식을 서서히 끊었고 물만 마시다가 7주 후에 세상을 떠났다.
헬렌은 훗날 자서전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통해, “우리는 누워서 병을 앓으며 무력한 삶을 계속 살아갈 필요도 없고, 요양원에서 이루어지는 긴 사멸의 공포를 느낄 필요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스코트가 단식으로 자기 몸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은 느리고, 품위 있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80세 되던 해 썼다는 스코트의 유언은 오늘날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였던 셈이다.
헬렌 니어링도 삶의 마지막을 그렇게 맞이하고 싶어 했지만 그 바람은 이루지 못했다. 1995년, 그녀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91세의 생을 마쳤다.
스코트가 건강할 때 미리 작성해뒀다는 유언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1. 마지막 죽을병이 오면 나는 죽음의 과정이 다음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죽음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처럼 보인다.
-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죽음이 다가왔을 무렵에 지붕이 없는 열린 곳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단식을 하다 죽고 싶다. 그러므로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음식을 끊고,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
2. 나는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다. 그러므로 어떤 진정제, 진통제, 마취제도 필요없다.
3. 나는 되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가고 싶다.
- 따라서 주사, 심장충격, 강제급식, 산소주입 또는 수혈을 바라지 않는다.
- 회한에 젖거나 슬픔에 잠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리를 함께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마음과 행동에 조용함, 위엄, 이해, 기쁨과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누기 바란다.
-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이든 환영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zation)에 따르면, 뇌졸중은 전 세계 두 번째로 중요한 사망 원인이자 단일 질환으로는 사망 원인 1위다.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뉘는 뇌졸중은 예전에는 중풍(中風)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왔다.
뇌출혈은 혈압이 높거나 동맥류(동맥벽이 손상되거나 이상을 일으켜 동맥 내부 공간의 일부분이 늘어나 혹처럼 불룩해지는 병)가 있는 경우 혈관의 약한 부분이 파열돼 출혈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해당 부위의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뇌신경이 손상될 뿐 아니라 새어 나온 혈액이 뇌실질 내에 혈종을 이뤄 주변의 뇌 조직을 손상시키면서 증상을 유발한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막혀 혈관에서 먼 뇌 조직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조직이 괴사하는 증상으로 ‘허혈성 뇌졸중’이라고도 한다. 허혈성 뇌졸중은 출혈성 뇌졸중에 비해 8대 2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사망률이 높을 뿐 아니라 생존한다 해도 신체마비, 언어장애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반드시 알아둬야 할 뇌졸중 초기 증상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은 3~6시간이다. 보통은 3시간을 이야기한다. 이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주면 비가역적 뇌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골든타임이 지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전조증상을 빨리 알아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 초기 증상은 편측장애,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등 다양하다. 한마디로 ‘갑작스러운 국소 신경학적 증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갑작스러운’의 의미는, 어제 잠들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아침 깨어나니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졌다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 준비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할 때 갑자기 오른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든지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렇듯 뇌졸중은 증상 발생 시점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이는 혈관이 막히는 그 순간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달 전부터 서서히 걸음걸이가 불편해졌다든지, 수년 전부터 손이 떨렸다든지 하는 증상은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국소적’이라는 용어도 마비가 올 때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오른팔, 오른다리 혹은 왼팔, 왼다리 등 한쪽으로만 국한돼 나타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치과에서 마취를 했을 때처럼 둔하고 먹먹하면서 저린 증상으로 나타난다.
시야 장애도 눈이 전체적으로 침침하면서 안 보이는 상황보다는 한쪽만 마치 가린 듯이 안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동측반맹(同側半盲)이라 부르는데, 뇌의 왼쪽이 손상을 입었을 때 오른쪽 반이 보이지 않고, 반대로 뇌의 오른쪽이 손상을 입으면 왼쪽 반이 보이지 않는다.
언어장애도 의식은 맑고 눈치로는 알아차리는데 이상하게 말만 못 알아듣거나 반대로 알아듣는 것은 문제없는데 말문이 막혀 표현만 하지 못하는 등 의식장애나 인지저하와 상관없이 국소적인 증상으로 발현된다. 구분해야 할 치매는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제까지 괜찮다가 오늘 갑자기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는 드물다.
뇌졸중은 이렇듯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혈관이 아무리 좁아져도 막히기 전까지는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이 뇌혈관 질환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진 만큼 2년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 등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짜거나 달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건강식으로 식사를 하는 게 좋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들기름과 견과류와 생선, 가공한 국수나 빵이 아닌 통곡류, 섬유소가 풍부한 나물·채소·과일이 좋다. 기능성 식이섬유소와 미네랄이 많은 양파, 마늘,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토마토, 치커리 등도 추천한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 관리도 중요한데 과체중인 사람은 체중 감량만 해도 혈압·콜레스테롤·당 지수를 모두 개선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도 해야 한다. 근력 및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되 운동시간은 일주일에 3~5회,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강도는 약간 힘든, 즉 숨이 찰 정도로만 하면 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반갑고 즐거운 마음과 다르게 우리 몸은 때 아닌 피로에 시달린다. 이른바 명절증후군 때문이다. 연휴가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와도 컨디션 회복은 쉽지 않다. 명절 피로를 예방하고 해소하는 방법들을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을 통해 알아봤다.
손주 돌보는 중장년 ‘허리·무릎이 피로해’
중장년의 경우 오랜만에 찾아온 손주와 놀아주다가 자칫 병치레를 하곤 한다. 대부분 근골격계 문제가 생기곤 하는데, 선 채로 오랜 시간 아이를 안고 있으면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간다. 주변 근육이 약한 상태에서 몸의 하중이 허리에 가해지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척추를 똑바로 펴지 못한 채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면 허리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아이를 안아 올리거나 내려놓을 때 허리를 삐끗하면서 급성요추염좌가 올 수 있고, 심할 경우 허리디스크로도 이어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주와 떨어졌을 때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근육의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와 염좌 등 근골격계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 약침, 침 등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추나요법으로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약침을 통해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고 염증을 완화한다. 또 침 치료를 병행해 근육을 자극하고 환부 주변 경락 기혈 소통으로 증상을 호전시킨다.
가사노동 시달리는 주부 ‘손목이 피로해’
명절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요리, 설거지 등 가사일 때문에 손목을 평소보다 과하게 사용한다. 이럴 경우 손목 주변 근육이 뭉치거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정중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때 손바닥과 손가락 등에 감각이상과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손목터널증후군’이라 한다. 손이 타는 듯한 통증을 동반하며 밤이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이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자기 전 온찜질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게 좋다. 명절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는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치료를 위해 정제된 한약재를 약침 형태로 손목신경 부위에 주사해 염증을 제거하고 한약으로 뼈와 근육, 인대를 함께 강화한다.
귀성길 운전대 잡은 남편 ‘허리가 피로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귀성길 고속도로.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들에겐 가장 피로한 순간이다. 좁은 운전석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오래 있다 보면 척추에 실리는 부담도 증가한다. 심하면 척추뼈와 디스크(추간판) 등에 압박이 가해져 척추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세’다. 운전할 때 몸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내밀어 등이나 엉덩이가 등받이에서 떨어지면 요통이 생기기 쉽다. 엉덩이를 운전석 깊숙이 들이밀어 앉고, 어깨는 등받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무릎은 60° 정도 굽힌다. 또 최소 2시간 간격으로 휴식하는 게 좋다. 잠시 쉬어가며 어깨와 등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허리 피로로 인한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빠진 자녀 ‘목이 피로해’
학업, 취업, 결혼 등 불편한 질문을 피하느라 자녀들은 스마트폰 화면만 응시하기 일쑤다. 아마 귀성길 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는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명절 내내 스마트폰만 바라보면 목뼈의 형태가 거북처럼 앞으로 굽는 ‘거북목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정상적인 목뼈는 C자형으로 굽어 외부 충격을 분산한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로 목뼈가 앞으로 굽어 일자가 되면 목뼈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통증이 생기고, 전신 피로나 집중력 감퇴 등으로 이어진다. 만성적으로 목이 뻣뻣하게 느껴지거나 어깨 근육이 땅기듯 아프고, 머리 뒤쪽에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명절이라 병원에 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핫팩 등으로 통증 부위에 온찜질을 해주면 좋다. 또 스마트폰을 볼 때는 화면을 눈높이에 맞춰야 거북목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으로 변형된 목뼈를 바로잡는다. 정제한 봉독으로 치료하는 소염, 진통 작용을 통해 경추의 관절 가동성을 높여준다.
명절 과음·과식 ‘위장이 피로해’
전이나 튀김, 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명절엔 자칫 배탈이 나기 십상이다. 또 과식으로 배가 더부룩하거나 체한 듯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배탈을 낫게 하고 소화를 돕는 데는 매실차가 효과적이다. 매실은 위장과 십이지장의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살균작용, 정장작용도 탁월해 배탈과 설사를 완화한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에는 식은땀이 나거나 어지럼증, 울렁거림, 집중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는데, 이때 당 성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38~39℃ 정도의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도 숙취를 푸는 데 좋다.
명절증후군 앓는 우리 가족 ‘온몸이 피로해’
명절에는 친척들과 밤새 술자리를 하거나, 새벽에 차례를 지내는 등 평소보다 잠이 부족하고 신체 피로도 더 쌓이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집에 오면 대부분 소파에서 늘어져 있거나 침대로 뛰어들곤 한다. 몸을 편히 하는 게 피로 해소에 좋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로가 느껴질수록 간단히 운동하면 오히려 신체 피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30분 이상 운동을 하고, 당분간은 일주일에 3~4회씩 꾸준히 해주는 게 좋다. 가벼운 운동은 피로의 원인인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를 한 번에 해결해준다.
신중년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진로 정보서 ‘이제는 신중년으로’에 따르면 ‘경제적 수단’, ‘삶의 주요 구성 요소’, ‘심리적 만족과 보상의 수단’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삶의 활력소이자 원동력’, ‘삶에 규칙을 제공해주는 것’,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등 단순히 ‘생계형 돈벌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창업이나 창직, 사회 공헌 등의 경우 나름의 가치를 찾아 제2, 제3의 일자리로 삼는 신중년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연구에서 신중년(50~64세)의 과반수(67.6%)는 향후 근로를 희망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절반가량(44.6%)이 ‘생활비에 보탬이 된다’는 이유를 주된 동기로 꼽았지만, ‘경제적으로 충분해도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서도 대부분(84.7%)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을 위한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2017.8). 계획안에는 ‘주된 일자리→재취업 일자리→사회 공헌 일자리’로 이어지는 인생 3모작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64세까지를 생산가능인구로 한정하던 그간의 제도와 관행에서 벗어나 69세 또는 그 이상의 연령을 적극적인 고용정책의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추진 과제에서는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귀어, 사회 공헌 등 크게 네 분야에 집중했는데, 그중 창업과 사회 공헌 일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Chapter 1. 창업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신중년들의 경우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곤 한다. 실제 전 연령대에서도 50세 이상의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편. 그러나 국내 창업 기업 중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곳이 37.3%, 5년을 넘기지 못하는 곳이 72.5%로 나타났다(2017.12. 통계청). 즉, 네 곳 중 한 곳만이 5년 넘게 생존이 가능한 셈이다. 늘어난 노후, 5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신중년의 경우 퇴직금 등 노후자금 대부분을 창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실패 시 경제적 타격도 매우 크다. 또 청년 세대에 비해 재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 실패 후유증도 많이 겪는다.
◇ 신중년 창업 실패 유형과 원인
① 근자감 충만형 중장년은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 일부 지인의 추천 등으로 소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찬 상태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무원, 대기업 출신 등 사회적 활동이 왕성했던 이들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패에 이르곤 한다.
② 경력 맹신형 과거 자신의 업무나 직장 경험을 토대로 그와 관련한 사업 분야와 아이템에 대한 맹목적인 자신감을 갖는 것. 특히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이들일수록 자신의 방식을 객관화해 사업에 그대로 인용했다가 오류를 범한다.
③ 안전제일주의형 사업의 위험성만 최소화하면 별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경우로, 대부분 신중년 창업자가 이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실패에 대한 위험이 적은 것은 맞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수익성 없는 사업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창업 과정 7단계 ① 창업자 여건 분석 ▶ ② 창업자 역량 분석 ▶ ③ 사업 목표 수립 ▶ ④ 사업 아이템 선정 ▶ ⑤ 사업 타당성 분석 ▶ ⑥ 사업 계획 수립 ▶ ⑦ 사업 개시
◇ 신중년 창업의 올바른 방향
① 창업하는 시점에서는 최소한의 생활 유지를 목표로 삼는 게 좋다. 대부분 ‘대박’을 꿈꾸지만, 이는 잘못된 태도다. 과도한 욕심이나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해 현실적인 아이템 선정과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②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자. 주의할 점은 과거의 조직에서 하던 업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다. 같은 아이템이더라도 전문성은 완전히 다름을 직시한다. 특히 창업 아이템이 오랫동안 해왔던 업무라면 그런 착각에 빠지기가 더욱 쉽다.
③ 반짝 아이템보단 장수 아이템을 발굴한다. 신중년 창업은 인생 2막의 마무리와 인생 3막 준비까지 오랜 기간 일정 수익을 내야 한다. 따라서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이 아닌 적어도 10~15년 정도 지속 가능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신중년 주요 창업 지원기관
①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 예비 창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재창업패키지, 소상공인 컨설팅 등의 교육과 서비스 제공
② 창업진흥원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스마트 창작터,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센터 등의 수요자 맞춤형 창업 지원 서비스 제공
◇ ‘창직’에 대한 궁금증 이모저모
창업vs창직 무엇이 다를까?
창업은 제품과 기술 중심, 창직은 사람 중심으로 보면 된다. 창업은 자본이 주요소로 작용하고, 동종업계 창업자가 많을수록 불리하다. 반면 창직은 직업적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창직자의 지식, 기술, 능력, 적성 등이 강조되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관련 시장이 안정화된다. 또 창업은 소비자의 요구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지만, 창직은 수행자의 역량을 중심으로 사회적 수요가 강할수록 안정성이 확보된다.
신중년에게 창직이 좋은 이유는?
경력 개발 로드맵을 정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미래 경력 설계에 맞춘 필요 역량을 보완해 경제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창직 준비 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발굴 및 조사→직무 정의→공유 및 확산’의 프로세스를 따른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창직 교육 과정에서는 기본적으로 창직에 대한 이해 40시간,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회 수요를 새로운 직업에 반영해 점검하고 직무를 정의하는 데 60시간, 실제 구현된 신직업으로 초기 활동하는 데 100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내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창직을 하려면?
자신의 역량이 실제 노동시장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겠는지 본인의 희망 직업을 구체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보유 역량이 관심과 흥미에 연결될 수 있어야 지속성 있는 일로 장기간 종사할 수 있으며, 향후 직업인으로서 추가적인 역량을 보완할 때 효율적인 교육과 훈련이 이뤄진다.
참고 및 발췌 한국고용정보원 ‘이제는 신중년으로’(2019)
어지럼증을 겪고 있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가벼운 증상이라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3명 중 1명은 앓고 있을 거라고 추정하는 의사들도 있다. 가벼운 어지럼증은 휘청일 때 잠깐 참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몸을 가누지 못한 장소가 계단 정상이라면? 혹은 횡단보도 위를 걷거나 손에 칼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실제로 어지럼증을 겪는 이들 중 상당수는 낙상 등의 피해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신경과 전문의인 박지현(朴智賢·50) 세란병원 진료부장은 “어지럼증은 그 원인이 다양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지럼증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질환으로 이해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어지럼은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일 뿐입니다.”
박지현 부장은 어지럼증과 관련해 유의해야 할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즉 여러 가지 병이 원인이 되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치료가 될 수 있는 병일 수도 있고,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는 위중한 병의 증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수십 가지가 넘어요. 인체가 균형을 잡도록 돕는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겨도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고, 시력에 문제가 생겨도 발생할 수 있어요. 말초신경도 마찬가지고요. 저혈압이나 뇌졸중과 같은 내과적 질환도 어지럼증을 유발하죠.”
질환에 따라 어지러운 증상 달라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는 방법으로 의사들은 어지러움의 종류를 구분해 진단하기도 한다. 어지러운 증상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에 따라 질환을 구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훈이다. 현훈은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드는 어지럼증을 말한다. 회전성어지럼증이라고도 하는데 급성 신경기능 이상에서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이석증이 꼽힌다. 이석증은 전정기관에 붙어 있는 이석이 충격이나 노화 등의 이유로 떨어져 나와 균형감각에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어지럼증이 심해지면 구토까지 하게 된다.
평형장애도 어지럼증의 종류 중 하나다. 몸의 중심을 잡기 힘들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게 되는 증상이다. 퇴행성 뇌병변이나 뇌졸중으로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은 초기 대응에 따라 후유증의 정도가 판가름나는 질병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이런 증상이 있다면 바로 응급실로 가거나 119를 불러야 한다.
이밖에도 눈앞이 캄캄해지고 실신에 가까운 어지럼이 나타나는 전실신도 있다. 주로 기립성 저혈압과 관련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또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정신적 어지럼증도 있고, 당뇨 환자가 무리한 다이어트를 해 나타나는 저혈당성 어지럼, 특별한 질환 없이 나타나는 생리적 어지럼도 있다.
때문에 어지럼증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동반하는 증상은 없는지 기억하는 것이라고 박 부장은 설명한다.
“사실 대부분의 환자가 당황하기 때문에 어지럼이 나타날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지럼증과 함께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의 유무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발음이 어눌해진다거나 표정을 짓기 어려운 동반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높고, 청각에 문제가 생기면 메니에르병일 수 있습니다. 간혹 두통을 동반한 어지럼증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유전적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술이나 카페인 섭취도 어지럼증과 관계 있습니다. 간혹 MSG나 양파, 견과류를 많이 먹었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중장년은 기립성 저혈압 흔해
물론 노화도 문제가 된다. 박 과장은 “노화로 인해 뇌와 균형감각, 말초감각 기능이 떨어지면서 별다른 질환이 없어도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65세 이상이 되면 40~50%는 균형장애를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로 많은 분이 증상을 겪고 계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어지럼증을 오해하는 경우예요. 중년 남성들은 전립선 질환 약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어요. 또 빈혈로 오해하고 철분제만 드시다 낭패를 보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아요.”
시니어가 겪는 어지럼증 중 상당수는 기립성 저혈압일 수 있다.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심할 경우 정신을 잃기도 한다. 의식에 문제가 생길 정도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단순한 기립성 저혈압은 흔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좌식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갑자기 일어날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소화를 위해 혈액이 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 사우나를 오래하면 피부로 혈류가 몰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밤에 소변이 마려워 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박 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천천히 앉고,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효과적인 대처법이죠. 그리고 한 자리에 오래 서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만약 서 있는데 어지럼증을 느끼면 일단 앉으세요. 그러면 뇌까지 혈액을 공급할 때 중력을 덜 받게 되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만성 어지럼증 포기 말아야
가장 골치 아픈 어지러움은 만성 어지럼증이다. 여러 질환이 겹쳐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구체적인 원인을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어지러운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만성 어지럼증이라고 해요. 이 병을 앓고 계신 분들 중 상당수는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셨을 거예요. 약으로는 치료가 잘 안 되거든요. 급성 어지럼증이나 멀미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약 보나링을 처방받는 분들도 있는데 약 때문에 더 나빠지기도 해요. 장기 복용은 증세를 더 악화시킵니다.”
문제는 치료가 쉽지 않은 데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는 데 있다. 어지럼증으로 인해 생활 반경이 제한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하기 어렵다. 또 낙상이라도 당한다면 집 밖을 나가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심하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우울 증세까지 보인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대부분 주사나 약으로 한 번에 낫길 바라지만 만성 어지럼증은 끈기를 갖고 치료해야 합니다. 체조를 하는 듯한 동작으로 구성된 재활치료를 두세 달 정도 받으면 많이 호전됩니다.”
박지현 과장은 “만성 어지럼증의 원인을 유추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며, “평소에 요가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균형감각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담낭(쓸개)은 오장육부(五臟六腑) 중에서 크기나 의학적 중요도가 크지 않음에도 유독 사자성어나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신체기관이다. 와신상담에선 각오를 다질 때 맛보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쓸개가 없다’고 말한다. 고작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의 이 장기가 마치 잃어선 안 될 신념처럼 다뤄진다. 그런데 만약 이곳에 암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모든 암이 쉽지 않겠지만 담낭암 역시 마찬가지다.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강진구 교수는 “무엇보다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담낭은 간 옆에 붙어 있는 7~10cm 정도 되는 작은 주머니다. 간에서 나오는 쓸개즙을 저장해뒀다가 농축시켜 음식을 먹으면 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방출하는 역할이다. 쓸개즙은 간에서 만들어지고 담낭은 저장과 농축 역할만 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맹장이나 사랑니처럼 없어도 그만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강진구 교수는 “실제로 담낭에 염증이나 용종 등이 발견된 후 증세가 심각해지면 떼어내기 때문에 병의 진행에 관한 통계자료가 많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발생 빈도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2018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서 발생한 암은 총 22만9180건인데 이 중 담낭암은 1.1%(2554건)에 불과했다.
주된 원인은 담석과 염증
강 교수는 담낭암 발병 원인으로 담석과 염증을 꼽았다.
“소화액이 굳어 담석이 되는데, 술과 담배, 비만, 호르몬 변화 등이 원인이에요. 이 담석이 담낭 안에서 염증을 일으키거나 쓸개즙이 십이지장으로 흐르는 담도를 막는 등 말썽을 일으키죠. 이렇게 담석증이 발생하면 담낭암이 발생할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10배 정도 높습니다. 또 담낭에 발생하는 만성염증이나 담낭 안쪽이 석회화되는 석회화 담낭도 위험인자입니다.”
담낭 용종도 위험하다고 강 교수는 설명한다. 1cm 미만의 용종은 양성일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지만 그 이상 커지면 담낭 제거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담낭암이 위험한 암으로 분류되는 이유 중 하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담낭 내부 통로가 담석이나 종양으로 막히더라도 간에서 쓸개즙 분비가 이뤄져 소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서다. 증상이 없으니 진단을 받지 않는 이상 질환을 알 도리가 없다.
복통이나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오른쪽 배 부위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기도 하지만 이 정도가 되면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췌장암에 비해 진단이 비교적 쉬워 다행이라고 강 교수는 설명한다.
“능숙한 전문의라면 초음파 검사만으로 담낭 질환을 쉽게 찾아낼 수 있어요. 췌장암 발견이 어려운 것은 초음파로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인데, 담낭은 비교적 잘 보이는 곳에 있어요. CT나 MRI 같은 복잡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견 늦을수록 생존율 급락
만약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담낭암을 초기에 발견한다면 대처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복강경 수술을 통해 큰 흉터 없이 담낭을 떼어내는 수술을 진행한다.
암의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진행되는 담낭 조직검사는 다른 장기들과 조금 다르다. 담낭을 떼어내는 과정이 어렵지 않고, 후유증을 거의 남기지 않기 때문에 담낭에서 심각한 이상을 보이면 절제부터 한 후 조직검사를 한다. 다른 장기는 대부분 조직검사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떼어난 담낭을 검사했는데 내부의 종양 뿌리가 담낭 근육층까지 파고든 상태라면 담낭 가까이에 있는 간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다시 진행합니다. 만의 하나 암세포가 전이되었을 경우를 생각해서죠. 담낭암은 많은 암종 중에서 전이가 잘 되고 성장하는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의 방법도 사용한다.
문제는 다른 장기에까지 종양이 퍼져 손쓰기 어려운 상태에서 암이 발견된 경우다. 담낭암은 발견이 어려워 이런 상태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강 교수는 말한다.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만으로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게 되는데 사실상 완치가 어려운 상태다.
“많은 제약회사가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의 치료제 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발생이 적은 담낭암을 위한 함암제 개발은 요원한 상태예요. 표적 치료제까지 개발되는 타 암종에 비해 담낭암은 1세대 항암제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나마도 효과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담낭 및 기타 담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9%에 불과했다. 병기별 상대생존율을 살펴보면 1, 2기에 해당하는 ‘국한(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은 53.3%로 낮은 편이고, 3기와 4기 초기에 해당하는 ‘국소’는 33.1%로 조사됐다. 4기 중 말기에 해당하는 ‘원격’ 생존율은 3.2%에 불과했다. 늦게 발견하면 대부분 5년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얘기다.
여성 발병 남성과 비슷 주의해야
담석증의 경우 술과 담배가 주원인 중 하나이다 보니 담낭암이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차이가 크지 않지만 오히려 여성의 발병이 더 많았다. 강 교수는 그 이유가 여성 호르몬 변화에 있다고 의심한다.
“임신과 출산, 피임약 복용 등으로 여성 호르몬 변화를 겪은 여성에게 발병 빈도가 높고 고령일수록 이 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성들도 안심하지 말고 60세가 넘으면 정기적으로 검사해봐야 합니다.”
강 교수는 담낭 제거에 대한 선입견 또한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담낭을 떼어내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하는 환자가 간혹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담낭을 제거했다고 약을 먹어야 하거나 생활에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수술 후 6개월 정도는 고기를 줄여야 하고, 설사 등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지만 신체 적응기간이 지나면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해도 무방합니다. 수술도 2~3일 후 바로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간단하고요.”
결국 담낭암 치료의 성패는 발견 시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검사가 까다롭지 않고 초음파 검사로 대부분 질환 유무 확인이 가능한 만큼 지금이라도 가까운 병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툭! 톱질이 멈추자 나무 조각이 떨어진다. 바닥에 쌓인 부스러기가 많아지는 만큼 그의 마음도 홀가분해졌다. 그간의 과오가, 미련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수입이 막막한 지금의 사정이나 쪼그라든 통장 따위는 잊은 지 오래. 그에겐 눈앞에 놓인 나무만이 전부였다. 서울남부기술교육원에서 만난 김유(金維·49) 씨는 “앞으로 내가 살길을 찾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세상을 쉽게 본 것이 실수였죠.”
그가 털어놓는 고생의 폭과 깊이에 비해 목소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원래 대기업 급식사업부에서 일했어요. 외부 기관 급식사업을 관리하고, 임직원을 위해 운영되는 사원매장 기획업무를 봤죠. 이 일을 배우려고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유통 회사에서 무급으로 근무했던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아 들어갈 수 있었죠. 입사 이후에는 세상이 너무 쉬워보였어요. 공급업체 사람들과의 원활했던 관계는 갑과 을이라는 위치에서 나온 것인데 저의 선의 탓이라고 믿었죠. 회사 동료와의 믿음도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순진했었죠.”
그렇게 그는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직접 공급업체를 운영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사람들은 적으로, 갑으로, 남으로 변해갔다. 결국 시작한 사업은 얼마 되지 않아 무너졌다.
사업 실패 후유증, 공예로 극복
“식자재 납품사업을 접고 나서 먹고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죠. 무게 단위로 옷을 떼다가 파는 의류 도매업까지 닥치는 대로 해봤지만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어요. 실패가 거듭되면서 의욕이 점점 떨어졌죠. 역설적이게도 용기를 준 것은 통장 잔고였어요. 다 떨어져가는 돈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하루에 두세 갑 피우던 담배도 끊고 새롭게 출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나락으로 떨어져버릴 것만 같았던 시절, 김 씨가 선택한 것은 목공이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때문에 미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지도 못했다. 자신보다 더 재능이 있었던 누님조차 일반 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보고 그는 꿈을 접어야 했다.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떠오른 것이 나무였어요. 취미로도 다뤄본 적이 없었는데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는 거예요. 어디서 배우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를 알게 됐어요. 그 길로 바로 소목반 입학 신청을 했죠.”
소목은 건물의 창호나 목기, 목가구 등을 제작하는 전통 목공예 기법 중 하나다. 소반과 같은 단순한 것부터 보석함, 서안, 찬탁까지 소목을 통해 제작되는 가구는 다양하다.
이단 취급에 대회 출품 못해
“나무로 가구를 만들다 문득 궁금해졌어요. 보통 나무를 가공하고 나면 표면을 기름칠로 마무리하는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저만의 표현법을 완성하고 싶었는데, 마땅치 않았어요. 그러다 옻칠을 알게 됐고 매력에 푹 빠졌죠. 서울남부기술교육원과 가르쳐주신 임충휴 명장님 덕분이에요. 지금은 본말이 바뀌어서 소목보다 옻칠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는 옻칠의 매력으로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꼽았다. 다양한 표면 위에 옻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상품에 적용해 실용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옻칠을 배우며 가장 먼저 만든 작품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전자제품인 레코드를 재생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레코드판을 가공해 붙인 판 위에 전통적인 옻칠 기법을 응용해 장식한 작품. 하지만 전통 옻칠 공예인들에겐 환영받지 못했다.
“이 작품을 전통 옻칠 대회에 출품했다가 응모조차 못하고 퇴짜를 맞았어요. 전통공예의 범주에서 벗어난 천연재료로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였어요. 왜 재료에 제약을 두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작품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제출해 입선을 했다는 점이에요. 덕분에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지는 않구나 하면서 용기를 얻었죠.”
그의 크고 작은 대회에서의 수상 행진은 계속됐다. 받은 상이 벌써 10개나 된다. 2017년 전주전통목공예대전에서의 입선을 시작으로 지난해 국제전통예술대전에서는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는 대한민국수공예공모대전에서 동상을 받았고, 이어 정부조달문화상품 공모전에서는 장려상을 받았다. 그는 “받은 상금으로 옻칠 재료를 잔뜩 살 수 있어 좋았다”며 웃었다.
멈추지 말고 용기 내 도전하길
현재 그는 서울남부기술교육원 옻칠학과 창업반 소속으로 정식 사업자등록을 내고 활동 중이다. 상호는 ‘이인상여(二人相與)’. 다산 정약용이 저서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를 통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仁)임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조달청 공모전 수상을 통해 나라장터에 납품할 자격도 얻고, 다양한 수상을 통해 상품성이나 사업적 가능성도 타진된 만큼 머지않아 공방을 열고 독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아직 사업 형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운이 좋아 무형문화재 옻칠장 손대현 명장님 공방에서 잠시 일할 수 있었는데, 그때 옻칠 외에도 공방 운영과 관련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서울남부기술교육원에서는 매년 많은 졸업생이 배출되는데 그들이 독립하기 전까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조심스럽게 이 일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그가 구상하는 주력 상품은 나무나 금속 표면에 금박과 은박 등 여러 가지 옻칠 재료를 장식한 후 교칠기법을 활용해 마무리한 소반과 식기다. 부서지는 파도를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문양을 김 씨만의 상징(시그니처)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나무뿐만 아니라 금속 등 소재 제한도 두지 않을 생각이에요. 문제는 옻칠의 상당수 재료가 일본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잘 조색을 해도 소비자 눈에는 ‘왜색’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숙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이런 고민조차 즐거운 모양이다. 나무를 잡은 결정이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실력만으로 승부해야 하니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던 구렁텅이에서 절 꺼내줬으니 아주 행복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빠른 결정이었던 셈이에요. 지금은 절 걱정하던 친구들이 퇴직 후 생활에 대해 제게 조언을 구하기도 해요. 그럴 땐 아버지가 늘 하던 말씀을 그대로 전해요. 시간은 화살과 같이 지나가니 용기를 내서 꼭 도전하라고 말이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선머슴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어설프게 배운 지식이나 기술로 엉뚱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또는 그 일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이 잘 아는 척하고 일을 그르쳐 놓는다는 말이다. ‘방아쇠 수지 증후군’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은퇴해서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친구가 있다. 넓은 마당에 텃밭이 있어 봄에 여러 가지 채소 묘목을 사다 심고 여름내 열심히 가꿨다. 그러나 농사일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여러 가지 후유증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다.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받아온 진단이다. 밭을 간다고 괭이질, 호미질을 열심히 하다 보니 근육이 놀란 것이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다. 기초 체력과 근력이 있어야 한다. ‘방아쇠 수지 증후군’은 친구의 경우만 그런 게 아니라 전원주택을 꿈꾸다가 드디어 텃밭을 가꾸게 된 애호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통과의례라고 했다. 말하자면 안 쓰던 근육을 무리하게 써서 생기는 병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사먹는 채소가 싸다는 말이 있다. 노동 이전에 비료도 주고 물도 열심히 줘야 하는데 그 수고에 비하면 사 먹는 것이 싸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나도 컴퓨터 자판을 한창 두드리던 시절 가끔 손가락에 통증이 있었다. 심할 때는 팔목까지 통증이 이어졌다. 손가락 열 개를 모두 사용하지 않고 독수리 타법으로 몇 개만 사용하다 보니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근육에 무리가 온 것이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연습장에서 가장 긴 드라이버로 연습하다 보니 골프 그립을 강하게 쥐어야 했다. 고수가 되면 드라이버도 그렇게 세게 쥘 필요가 없다고는 하나, 초보 때는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싶은 마음에 무리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시간씩 연습하고 나면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았다.
요즘은 당구를 자주 쳐서 비슷한 증상을 느낀다. 큐를 지나치게 강하게 사용하다 보니 공을 맞힐 때의 충격으로 통증이 오는 것이다. 3쿠션 경기는 때에 따라 공이 두 바퀴를 돌게 할 정도로 세게 쳐야 하므로 무리가 온다. 잘 치는 고수들은 공이 맞을 정도로만 힘을 쓴다.
요식업에 뛰어들어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자주 얻는 질환이다. 초밥집을 개업한 한 친구는 손님이 많아서 좋기는 한데 바쁠 때는 손가락을 너무 사용해 저녁이 되면 안 펴진다고 했다. 야채를 대량으로 썰어야 할 때도 그런 통증이 온단다.
이런 증상들은 힘줄 근육에 생기는 일종의 염증이다. 병원에 가면 물리치료부터 치료과정이 복잡하다. 조기치료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냥 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나이 들면 젊었을 때처럼 회복이 빠르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젊을 때는 약간의 통증은 근육이 강해지는 과정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운동을 무리하게 하고 나서도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그런 신호가 왔을 때 곧바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회복도 느리지만,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