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고치고 싶은 습관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오랜 습관은 고치기 힘들고 개선 의욕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사는 현재, 나쁜 습관이 있다면 여든에라도 고쳐야 남은 20년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브라보 동년기자단이 꼽은 시니어의 7가지 나쁜 습관들에 대해 최명기 연구소장에게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물었다.
도움말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겸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걱정도 습관이다’, ‘게으름도 습관이다’의 저자)
[사례1] 건강 맹신에 대한 자기 과신 김종억(65) 동년기자
당뇨 환자에게 과도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유발해 당뇨 수치를 올린다는 교육을 받았으나 신뢰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했다. 빠르게 걷기 2만 보, 8시간 이상 자전거 타기 등을 했다. 어느 날 저녁식사 전 격렬한 운동을 한 뒤 확인해보니 당뇨 수치가 오히려 상승했음을 알게 됐다. 직접 실험적 수치로 확인한 뒤에야 믿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과도한 운동 습관을 고치고 건강을 자신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Solution 약을 먹고 건강하든, 먹지 않고 건강하든, 건강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며 건강을 유지하면 온전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처방약 대신 식사 조절, 운동 등으로 건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검증받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결국 병이 악화하면 나중에는 약은 약대로 먹고 후유증까지 남습니다. 자기 과신보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2] 바둑 중독(게임 중독) 이두백(68) 동년기자
인터넷 바둑을 즐긴다.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을 지속하게 되고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한두 끼니를 거르며 몰입하기도 한다. 아내의 불평이 커짐은 물론 다음 날 잠이 부족해 나른해지고 허리도 아프고 눈도 따가워지며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맑고 차분한 심적 상태가 고갈되어 가는 것이다. 바둑의 마력과 유혹 그리고 단절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Solution 인간에겐 자존감을 유지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바둑은 그 수단이지요. 또 재미가 없으면 사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는 책도, 영화도, 산책도 재미 있었습니다. 그래서 온종일 바둑 둘 시간이 없었겠지요. 최근 바둑에 중독된 것은 예전의 활동들이 재미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게임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바깥 활동을 늘려나가면, 자연스럽게 게임 중독에서 풀려날 겁니다.
[사례3] 난폭운전 습관 김미나(54) 동년기자
여성스러운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운전할 때다. 바쁠 때 과속이나 무리한 차선변경을 하던 게 습관이 돼 이제는 급한 일이 없어도 난폭운전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대학 시절 진한 짝사랑의 상처를 주었던 선배가 내 차를 타게 됐다. 선배는 “너 운전 원래 이렇게 해? 운전 좀 살살 하고 다녀”라며 메마른 말을 던졌다. 이후 숙련된 난폭운전 습관이 스르르 떠나갔다. 사랑이라는 부드러운 한 방의 힘 아니었을까.
Solution 난폭운전의 경우 법적인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가령 부모님을 모실 때는 난폭운전을 삼가하겠지만 운전 습관을 고치려면 누가 옆에 있건 안전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면 화날 일이 덜 생기고, 자연히 나를 방해하는 차도 줄어듭니다. 짜증이 나면 물을 마시거나 잠깐 차를 멈춰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을 태우지 말고 때때로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
[사례4] 습관과의 GO-STOP 실천 가재산(64) 동년기자
습관과의 고스톱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나쁜 습관은 아무도 스톱시킬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습관과의 고스톱에서 이겨야 한다. 좋은 습관은 계속 고(go)해서 내 습관으로 만들고, 나쁜 습관은 스톱(stop)해서 버려야 한다. 나는 20년 동안 해마다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습관과의 고스톱 판을 만들어 휴대폰에 저장하고 자주 이것을 꺼내 보면서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있다.
Solution 자신과의 승부는 나쁘지 않습니다. 나와 내기를 해서 좋은 습관을 이어가거나 나쁜 습관이 없어지면 스스로 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또는 주위 친구들과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그러면 서로 감시하고 위로하면서 나쁜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이어가게 됩니다. 실제 알코올 단절 모임도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합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좋은 습관을 지닌 이들을 가까이, 나쁜 습관이 있는 이들을 멀리해야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베트남이 친숙한 이름이지만 예전에는 월남으로 통칭되었고, 특히 월남전으로 상기되는 우리에게 있어선 ‘베트콩’과 미국 영화 ‘람보’가 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계평화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1964년 9월을 시작으로 건군 이후 최초로 해외에 우리 국군이 파병됐다.
주월사 부대를 필두로 맹호, 백마, 청룡, 비둘기, 십자성, 백구, 은마, 등 8개 부대가 파병되어 8년 8개월 동안 총인원 31만2853명이 참전하여 전사 3476명, 부상 1만6000여명으로 기록돼 있다. 지금도 참전용사 중에는 고엽제로 인한 후유증으로 오랜 세월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총부리를 겨누며 서로의 생명을 노린 전쟁의 아픔을 겪은 한국과 베트남이, 이젠 경제 발전의 동반자로서 협력을 나누고 있다.
한국을 선호한 결혼이주여성들의 증가로 이젠 주변에서 다문화가정의 베트남여성들을 흔히 보게 된다.
관계 부처가 추정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1세대 2만여명, 2세대 4~5만여명, 3세대 8만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우리나라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다문화가정이 한국 생활에 안정적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폭 넓은 지원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궁화와 연꽃의 어울림’이란 비영리 민간단체(회장 방홍식)가 한·베트남 우호증진을 위해 결혼이주여성 조기 정착에 한 몫 하고자 지난 2016년 10월 7일 발대식을 가졌다.
‘무궁화와 연꽃의 어울림’의 방홍식 회장은 월남전에 파병됐던 참전용사 출신이다. 그는 인천지역 참전 전우회 지회장을 역임하면서 베트남이주여성들의 어려운 한국 내 삶에 보탬이 되고자, 베트남 국화(國花)인 연꽃과 우리나라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선정하여 ‘무궁화와 연꽃의 어울림’이란 민간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게 됐다.
이 단체는 가정 형편상 친정을 방문하지 못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에게 친정 방문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아울러 친정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한국 방문을 주선 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한국과 베트남 간의 문화 교류에 기여하며 민간외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이 졸업한 남부 지역의 일부 초등학교를 선정하여 학용품을 비롯한 희망 물품을 전달할 계획이다.
시니어에게 안전사고는 곧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젊을 때 무릎이 좀 까지고 마는 상황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골다공증 등으로 인해 약해진 뼈가 쉽게 부러지기도 하고, 뼈와 관절에 외상을 입으면 쉽게 낫지도 않습니다. 시니어에게 낙상이 치명적인 이유는 관절에 골절을 입을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운동량이 줄어들면서 근육이 약해지고, 근육이 약해지면 행동반경이 더 좁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안전사고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과 근력입니다. ‘브라보 체조’는 균형감각과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제작해 담았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 건강을 위해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과 공동으로 만든 ‘브라보 체조’는 5070 시니어 세대를 위한 건강 체조입니다. 또 버클리 음대 출신의 작곡가 지담의 참여로, 듣기만 해도 심신이 힐링되는 음악과 함께합니다.
감수 이자호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모델 진민범 인천성모병원 물리치료사
골반 흔들고 기지개 펴기
허리와 고관절을 이완시킬 수 있는 운동이다. 몸을 앞으로 숙일 때는 본인의 허리 상태에 맞춰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상체를 내린다. 골반을 움직이는 과정에선 다리를 굽히지 않고 편 상태를 유지해 충분한 스트레칭이 되도록 한다.
1 양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팔을 바닥 쪽으로 향하게 하면서 허리를 숙인다.
2 손을 그대로 유지하고 양발의 무게중심을 이동해 자연스럽게 골반을 좌우로 움직인다.
3 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뒤집어 팔을 스트레칭하면서 상체를 일으킨다. 4 양팔을 하늘로 향하게 하면서 목과 허리를 쭉 편다.
발뒤꿈치 들기
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굳어 있는 허리를 펴주는 운동이다. 다리를 굽힐 때는 몸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허리는 굽히지 않고 바로 세운다. 양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1 양팔의 하완(손목부터 팔꿈치까지)이 자연스럽게 겹치게 한 후 양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려 기마자세를 취한다.
2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상체를 움직인다.
3 양팔을 X자로 교차시킨 뒤 팔을 힘 있게 내리면서 발끝으로 선다.
4 이때 양팔과 양다리가 모두 이완될 수 있도록 쭉 편다.
동서남북 발 옮기기
몸의 균형감각을 키우는 운동이다. 익숙해진다면 눈을 감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넓고 안전한 장소에서 자신 있을 때만 시도해야 한다. 음악에 맞춰 적당한 속도로 운동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1 허리에 양손을 얹고 준비자세를 취한다.
2 전후좌우 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겼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3 양발이 이동할 때마다 무릎을 굽히며 살짝 앉았다가 일어난다.
4 리듬에 맞춰 몸을 늦지 않게 이동시키며 균형감각을 훈련시킨다.
나는 장애인이다. 10여 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후유증으로 인해 장애인이 됐다. 장애인을 위한 정부 복지 정책이 있어서 그 덕을 몇 가지 보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1년에 한 번 컴퓨터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오는 '장애인을 위한 무료 방문 교육'이다. 지난달에 내 순서가 돼서 교육을 받았다. 평소 모르면서도 그냥 지나간 것을 쭉 적어 놓았다가 질문하니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교육 마지막 날 선생님이 페이스북(facebook.com)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필요 없다고 했지만 심심할 때 해 보라고 했다.
가입하고 테스트를 하니 어떤 미국 남자와 페이스북 메신저로 접속이 됐다. 나이와 직업을 서로 소개하는데 난 물론 73세 할머니이고 상대방은 무척 흥미로웠다. 50세 후반 남성이었는데 열 살짜리 남자 아들을 둔 이혼남이었다. 첫 부인은 중국 여성이었는데 마약을 하는 바람에 이혼했다고 한다. 난 공연히 안타까운 생각으로 흥미를 갖게 되어 사진도 몇 개 교환했다. 직업은 외과 의사고 미군이 주둔하는 이집트 부대에서 의사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고도 했다. 몇 달 후 제대하면 한국에서 살고 싶다며 한국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잘 나온 사진을 한 장 보내며 말이다.
그 말이 오고 간 후, 날짜가 지나자 안쓰러운 얘기를 꺼냈다. 보육원에서 자라다 부잣집으로 입양됐다고 말이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했지만, 평생 외로운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난 한 번도 상대방을 의심하지 않았다.
거의 매일 페이스북 메신저로 문자가 왔다. 자기가 얼마 있으면 제대한다고 했다. 며칠 후 부대장과 면담이 끝나면 일종의 공로금 같은 것을 받게 될 거라고 했다. 그 돈으로 한국에서 집을 사고 재혼도 하고 싶다는 거였다. 난 심심하던 차에 재혼 신랑 깜(?) 사진을 또래의 조카딸에게 보여줬다. 이런 일도 있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떠벌렸다. 조카의 친구 하나가 관심도 보였다. 지난 일요일 아들이 왔길래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눴다. 신랑감의 사진이랑 내가 나눈 문자를 보여줬다. 아들이 깔깔 웃으며 “이거 완전 거짓말”이라며 당장 친구 차단하라고 했다. 모든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꾸민 것 같다는 아들의 이야기. 읽어 보니 하버드 졸업생이 쓸법한 영어도 아니고 사진도 합성일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무슨 목적으로 나 같은 할머니에게 그런 일을 하느냐고 아들에게 물었다. 심심풀이일 수도 있고, 심하면 나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 사기에 이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애고 놀라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을 잃은 이에게 우리가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막막해진다. 누구나 하는 위로의 말은 상투적이고 진심이 담기지 않은 것 같아 고민스럽다.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을 위로하는 데 익숙지 않다. 유족을 보듬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제대로 위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는 그동안 없었다. 최근 웰다잉이나 호스피스 등 죽음과 관련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있다. 애도상담이 그것이다. 국내에 애도상담을 보급하고 있는 윤득형 박사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애도 과정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애도상담은 다양한 형태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겪는 심리적, 영적, 정서적, 신체적 문제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와주며, 슬픔의 과정을 제대로 겪어내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라 정의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분야이지만 해외에서는 그리프 카운셀링(Grief Counseling)으로 불리며 이미 상담의 한 전문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호스피스 기관에서는 사별 가족을 위한 팀이 운용될 정도다. 윤득형 박사도 미국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애도상담을 세부전공으로 연구했고, 각당복지재단에서 상담활동이 필요한 상담가나 종교인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애도의 첫 단계는 함께 있어주기
애도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그동안 가장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유족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윤득형 박사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애도를 위해 간단한 한 문장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아무 생각 없이 ‘안녕하세요’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인사를 건네기도 하지요. 보통 목례 정도만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뭔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면 ‘뭐라 위로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심정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종교적 언어로, 좋은 데 가셨다거나 안식을 얻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지 않아요. 유족의 생각에 고인에게 좋은 장소는 자신의 곁이고 그곳이 안식처이니까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애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윤 박사는 3가지를 추천한다. 첫째는 함께 있어주기. 물리적으로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연락하고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다음 단계는 열린 질문 하기. “애들은 어때?”, “기분은 좀 어떠니”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가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중요한 들어주기가 있다. 이때 감정을 섣불리 이입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면 안 된다. 유족이 슬픔을 실컷 표현할 수 있도록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윤 박사는 예견했던 죽음이든 갑작스런 이별이든 유족이 겪는 슬픔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상실 후에 남아 있는 이들이 겪는 극한 감정을 그는 ‘비탄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2~3주 정도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애도의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때는 돌봄이나 상담 등이 도움이 됩니다.”
슬픔 해소하지 못하면 후유증 남아
윤 박사는 애도상담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애도의 과정을 제대로 겪지 못하면 복잡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탄의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지속돼 몇 년이 지나도 슬픔에 잠길 수 있고, 사별한 후 십수 년 후에 느닷없이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격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신체적인 질병이나 이상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 특히 어휘력이 떨어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본인 탓을 하며 괜한 죄책감을 갖게 될 수도 있어요.”
특히 세월호 사건과 같은 국가적 대형 재난에서는 유족이 겪는 슬픔을 사회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이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원인을 알지 못하면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사회적으로도 이들의 슬픔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순구하게 애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녁 6시쯤 당구 천적들끼리 모인다. 간단하게 술안주 몇 점 먹다 보면 저녁 식사 겸 허기가 해결된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이길 거라는 포부를 안고 당구장으로 향한다.
보통 3~4명이 3쿠션을 치게 되면 한 시간 가량 걸린다. 한 시간 반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면 다시 출출해진다. 다시 술집으로 간다. 막걸리 몇 순배 더 돌다 보면 앞에 친 결과를 놓고 다시 승부욕을 불태운다. 술도 얼얼해서 이번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치면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2차로 당구장으로 향한다. 여기서 집이 먼 사람은 작별인사를 해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귀가할 수 있다. 그런데 집이 가까운 사람끼리만 한 판 더 치려 하는데 자기도 낀다며 집이 먼 사람까지 원래 멤버대로 다시 2회전이 시작된다. 집이 먼 사람은 끝나고 택시 타고 혼자 간다고 했다.
그래서 2회전이 끝난다. 그러고 나면 대중교통은 집이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모두 끊어지고 다시 술집으로 향한다. 이젠 집에 가는 것은 모두 포기했으니 술을 마시며 3차전에 전의를 불태운다. 그래서 3차로 당구장으로 향한다.
3차전이 끝나면 대개 새벽 4시쯤 된다. 아직 전철 첫차가 다니려면 한 시간 가량 남았으므로 한판을 더 치든지 배가 고프니 다시 음식점을 찾아 아침 해장국을 먹는다. 그러면 아침 7시쯤 된다. 밤을 꼬박 샌 것이다.
3차전은 체력 싸움이다. 이때쯤 되면 술도 오르고 다리에 힘도 빠진다. 그래서 자기 순서에서 치고 나면 의자에 털썩 앉기 시작한다. 잠을 쫓는다고 커피를 연신 마셔댄다.
전철 핑계로 당구장에서 시간을 더 보냈는데 정작 전철이 이미 첫차부터 다니고 있을 시간인데도,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는 오전 내내 잠을 자면 잠은 어느 정도 보충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아직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잠 한 숨 안 자고 버틸지는 모르는 일이다. 분명히 후유증은 있다. 자고 나도 몸이 피곤한 것이다. 젊은 시절처럼 몸이 금방 회복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밤샘 당구를 치는 것은 서로의 승부욕이 가장 우선되는 이유일 것이다. 져서 억울하고 이겨서 기분 좋은 것이다. 그래서 진 사람은 게임비를 내고, 이긴 사람은 술값을 내게 된다. 술이 취했으니 술을 깨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술이 좀 오르고 나면 공격적으로 당구를 치는 경향도 있다. 이렇게 몇 번 밤을 같이 새고 나면 정이 많이 든다. 밤샘 당구의 매력이다.
이렇게 무리하다 보면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밤 샘 당구를 쳤다고 하면 주변에서 “미쳤다!”고 한다. “그러다 죽는 수가 있다!”며 경고를 날린다. 우리도 잘 안다.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해 놓고는 모이면 또 밤샘 혈투의 칼날을 간다. “오늘은 딱 한판만 치자!”고 해놓고는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 문제다.
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과연 이렇게 발달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게 해주는 충격적인 영화이다. SNS를 통한 남들과의 소통은 미덕이자 의무인 사회이다. 반면에 SNS에 동참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사람은 은둔자 또는 성격이 이상한 이기적인 사람 취급을 받는 사회이다.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초대된 단체 톡에서 탈퇴할 때 우리는 이런 비판과 후유증을 각오해야 한다.
영화 ‘서클’은 제임스 폰솔트 감독 영화이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브 에거스의 동명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똑순이 엠마 왓슨이 ‘메이’ 역으로 출연했고, 믿고 보는 배우 톰 행크스가 소셜미디어 그룹 CEO ‘에이몬’ 역으로 출연했다.
메이는 모두가 선망하는 신의 직장 ‘서클’에 입사한다.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기업이다. 이 회사는 소셜 미디어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철학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동료들은 메이가 입사한지 얼마 안 되는데 SNS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기적이라는 지적에 같이 활동하자는데 동의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수많은 팔로워들이 있는 SNS 속에서 산다. 개인과 연관되는 모든 일들은 또 다른 연관 시스템과 저절로 연결된다. 메이는 이 프로그램 가입자들을 활용하여 투표는 물론 모든 생활을 활용하자는 아이디를 내고 회사 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24시간 모든 것을 생중계하는 ‘씨체인지’ 프로그램에도 가입한다. 그리고 SNS 스타가 된다.
메이는 어느 날 밤에 혼자 카약을 즐기다가 전복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때 어디선가 구원의 손길이 와서 극적으로 살아난다. 그녀가 가입한 ‘씨체인지’ 프로그램 덕분이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은 부도덕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메이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카약을 훔쳤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보고 있는 사람이 있으므로 그렇게 못하고 잠시 빌려 타는 것까지만 한 것이다. 이처럼 투명하면 위험에서도 구출될 수 있고 전 세계가 범죄 없는 밝은 사회가 된다는 지론이다. 여기까지는 장점이다.
그런데, 메이가 가입한 ‘씨체인지’프로그램은 메이 이외에도 메이가 만나는 모든 지인들까지 사생활이 공개된다. 부모도 사생활이 공개되며 난감한 상황에 처하자 탈퇴했다. 가까운 친구들은 이를 지적하며 오히려 메이를 멀리한다. 가까이 했다가는 전 세계에 같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들 중에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도 많다.
어느 날 회사의 공개 프레젠테이션에서 이 기술이 세계 누구든 단 시간 내에 소재를 찾아내는 기술을 선보인다. 범죄를 저지르고 투옥 되어 있다가 간수를 매수하여 탈옥한 한 여성 범죄자의 소재를 간단히 찾아내어 다시 검거되게 한다. 사람들은 메이의 남자 친구 이름을 대며 현재의 소재를 찾아보라는 제의를 한다. 많이 망설였지만, 결국 남자 친구의 이름을 입력하자 서클 회사의 추적 팀이 금방 찾아낸다.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싫어하고 메이 때문에 악성 댓글 세례까지 받았던 터라 남자 친구는 자동차로 도망치지만, 자동차, 오토바이, 드론까지 동원한 추적 팀에 쫓기다가 자동차 사고로 숨진다.
다시 수많은 관중들이 들어찬 프레젠테이션에서, 메이는 회사 CEO ‘에이몬’에게도 씨 체인지의 카메라를 장착한다. 정작 당사자는 반가워하지 않는 표정이다.
이 영화는 투명한 사회가 주는 장점과 사생활의 필요성 사이에서 세상은 과연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SNS의 홍수 속에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 가족은 6·25 전쟁 납북 피해자 가족이다. 저의 시부모님은 일제 강점기 시절 동경 유학 생활 중에 만나서 당시로서는 드문 연애 결혼을 하셨다. 시어머님은 3남 1녀를 낳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시던 중 6.25 전쟁의 발생으로 시아버님이 납치 되신 것이다.
어머님은 6·25당시 34살의 젊디 젊은 나이에 혼자 되셔서 갖은 고생을 하시면서 자제분들을 대학까지 교육시키셨다. 어머님은 저의 결혼 후 평생 우리랑 함께 사시다가 5년전 95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얼마 전 6·25를 맞아서 정부로부터 를 받고 남편은 많은 감회에 젖었다. 남편은 아버님의 납치 후 직장 생활 초기에는 혹시라도 이북의 아버님과 접촉할까봐 출장 허가도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맞벌이로 직장에 다니던 필자는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 때는 지금처럼 건강 프로그램도 별로 없어 뇌졸중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회복은 했으나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몸이 불편한 상태이다. 내가 쓰러지자 가정 생활은 즉시 엉망이 되었고 또 남편은 곧 정년 퇴직을 하게 되었다.
서울의 모 방송국에서 30 년 넘게 근무하고 정년 퇴직을 한 남편의 퇴직금은 그 때로서는 많은 금액이었다. 그 때는 퇴직금도 미래가 어떨지 모른다며 매달 지급되는 연금으로 받지 않고 일시불로 받던 시대였다. 그리고 당시엔 은행의 이자도 상당히 높아서 이자로만 살아도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 할 수 있었다. 또 그 때만 해도 장수 시대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은퇴 후의 생활 준비도 하지 않았고 당연히 어떻게 퇴직금을 관리 해야할 줄도 몰랐다. 그 때는 지금 유행하는 ‘은퇴 이후의 재무 설계’ 같은 말은 존재 하지도 않았다.
남편이 할 일을 못 찾아 힘들어 하던 어느 날 필자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은 주례 협회에서 직업적 주례사를 모집한다는 걸 보고 남편 몰래 응모를 했다. 남편이 방송국에서 방송 경험이 있으니 주례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실제로 주례 경험도 많았기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남편 대신 응모 서류를 보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을 할 정도로 궁핍하진 않았지만 하루 하루 똑같은 무료한 생활로 시간 보내는 남편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면 나름대로 활력을 줄수 있지 않을까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합격 통지를 받고 남편에게 기쁜 마음으로 말을 했더니 엄청 화를 내면서 누굴 뭘로 보냐며 자기를 무시 했다고 몇 달 동안 나와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가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면 남이 자길 얼마나 궁하게 보겠냐며 자긴 앞으로 돈을 버는 일은 절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는 거였다. 사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 출근만 하면 하루 종일 온통 내 세상이었는데 갑자기 하루 종일 붙어 있기가 참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필자의 단순한 생각이 남편을 화나게 만든 것이었다. 요즘은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요령이 생겨, 퇴직 초기처럼 싸우지도 않고 서로 각자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필자를 보면 대견한 생각이 든다.
두렵지 않은 암이 없겠지만, 그중 대장암은 중년 남성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암 중 하나다. 지난해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순으로 발병 순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던 위암을 대장암이 역전한 것이다. 올해 통계청이 내놓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 조사에서도 대장암은 위암을 넘어섰다. 발병률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중년 남성에게 대장암은 왜 위험한지, 또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최성일(崔成一· 47)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만약 배 안에서 자신이 걸려야 하는 암을 하나 골라야 한다면 어떤 암을 고르시겠어요. 저는 주저하지 않고 대장암을 고를 겁니다.”
최성일 교수가 재미있는 질문으로 운을 뗀다.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선 고르기는커녕 상상도 하기 싫은데 최 교수는 자신 있게 대장암을 선택했다. 아무리 수술을 잘하는 전문의라도 자신을 직접 수술할 수는 없다.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장암은 간암 췌장암, 위암, 담낭암 등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착한 편이에요. 못된 암들과는 좀 달라요. 암으로 발전하는 속도도 느리고, 다른 장기에 전이되는 속도도 늦어요. 잘 대비하면 예방도 가능하고요. 그러니 암 중에는 양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를 보면 대장암이 가장 무서운 암 같은데 의외의 설명이다.
술자리가 대장암을 부른다
대장암의 발병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흡연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서구식으로 변한 식습관이다. 과거 한국인들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었다.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서구식 음식문화가 유입되면서 육류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최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육류 소비도 늘었고 고지방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이러한 음식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독성 물질이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변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과 관계가 있어요. 사람의 변에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문제는 식이섬유가 많은 식생활로 배변이 자주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육식 중심의 식사가 이뤄지면서 변이 몸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에요. 대장의 점막이 발암 물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병도 잦아진 거죠.”
최 교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의 대장암 발병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올 초 국립암센터가 발간한 자료 을 살펴보면 남자의 대장암 발생률이 10만 명당 63.8명으로 여성(42.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른 암종과 비교해도 가장 차이가 많이 났다.
“남성은 술자리가 잦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회사 일을 하다 보면 회식이나 술자리가 많죠. 사실 술은 대장암과 직접적인 큰 관계는 없어요. 같이 먹는 음식들이 육류 중심의 탄 음식이라 문제가 돼요.”
대장암의 원인은 용종
대장암 발병의 중심에는 용종이 있다. 식생활이나 흡연 등이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면 직접적인 원인은 용종이다. 최 교수는 용종으로 대장암 발병 가능성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용종은 대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작은 혹이에요. 용종 중에서 선종으로 분류되는 것이 암으로 발전합니다. 작은 선종이 1cm 정도까지 자라는 데는 약 3년이 걸려요. 2cm가 되는 데는 3~4년이 걸리고요. 암으로 발전할 때까지 대략 5년 이상 걸리는 셈이죠. 재미있는 건 용종 하나에서 대장암 발병 확률을 대략 1%로 봐요. 2개가 생겼다면 2%. 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떼어냈다면 다시 0%가 되고요. 물론 크기나 모양도 중요하죠.”
대장암 발병에 용종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가족성용종증(家族性茸腫症)이란 병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결장에 무수히 많은 용종이 돋아나는 이 희귀병은 수많은 용종으로 인해 대장암 발병률 100%로 판단한다.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 가슴의 예방적 절제를 선택한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처럼, 이 병이 발병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 역시 20대 성인이 되면 결장을 모두 제거한다. 예방적 절제를 하는 셈이다.
최 교수가 선택할 만한 암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 발생 여부를 확인하면 큰 문제없이 대장암 발병을 막을 수 있다. 또 자라는 속도도 느려 대장내시경 검사 간격 동안 손을 못 쓸 정도로 자랄 위험도 거의 없다. 암으로 진행된다 해도 수술, 항암 치료로 치료가 잘 되는 암종이다. 전이암도 적극적 치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대장암 환자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에요. 위험한 암은 사망률이 높아 환자를 만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죠. 다만 문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첫 검사 결과가 좋다고 안심하면서 10년, 15년 동안 다시 검사를 받지 않는 분들입니다.”
실제로 암종별 국가암검진수검률 자료를 살펴보면 다른 암 검진을 받은 국민은 40% 전후를 기록했지만,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26% 전후밖에 안 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장내시경 검진이 번거로운 것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식은 물론이고 장을 깨끗하게 비워내기 위해 약을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의 문제 중 하나는 육안으로 이뤄지다 보니 검사하는 의사의 숙련도나 용종의 위치에 따라 간혹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보안 카메라에도 사각지대가 있는 것처럼 장의 주름 사이에 용종이 숨어 있으면 찾기 어렵다. 최소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자각증상 느끼면 이미 늦어
혹시 자가진단을 통해 암 발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 교수는 “자가진단이 가능할 정도가 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경고한다.
“ㄷ자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결장 중에서 환자의 오른쪽에 위치한 상행결장은 항문에서 거리가 멀어 출혈이 생겨도 변에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대신 변 색깔이 검게 변하죠. 심한 경우 배를 만지면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반대편의 하행결장은 상대적으로 좁고 항문과 가깝기 때문에 암 발병으로 인해 혈변이 생기거나 변이 가늘어집니다. 심한 경우 장이 막히기도 하죠. 이에 반해 중간 부분인 횡행결장에는 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치료는 당연히 암을 잘라내는 절제술이 첫 번째로 선택된다. 암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결장을 절제하는데 결장뿐 아니라 주변 림프절도 완벽히 제거해야만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결장을 절제하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가 많지만 최 교수는 “수술한 사실도 까먹을 정도”로 큰 후유증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대장을 통한 수분 흡수가 이뤄지지 않아 변이 묽어진다.
그러나 결장이 아닌 직장에 암이 발생하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특히 그 위치가 항문과 가까운 자리라면 더 심각해진다. 항문을 제거하고 복부에 인공항문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료진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항문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최근에는 항문까지 잃는 환자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수술 후에는 항암 치료가 진행된다. 결장에 생긴 대장암은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 항암제를 통한 항암화학요법으로 시행한다. 직장에는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항암제를 통한 화학적 치료에 대해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은데, 최 교수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고민이 탈모입니다. 항암제를 쓰면 머리 빠질까봐 걱정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치료를 거부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대장암 치료와 재발 방지에 쓰이는 항암제는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요. 항암 치료는 수술 후에도 몸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술 후 보조적 항암치료는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요. 완치가 어려운 환자라도 항암 치료는 계속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암의 진행을 늦추기도 하고, 의료진과의 계속 만날 수 있어 장 막힘이나 천공 등 중대한 합병증 발생을 초기에 알 수 있어요. 환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도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고요.”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민간요법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맹신해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당부했다. “암 질환에 대한 오해로 치료를 거부하고 근거 없는 시술을 하는 환자도 있어요. 그러다 치료시기를 영영 놓칠 수도 있습니다. 암 수술을 했다고 갑작스럽게 육식을 끊을 필요는 없어요. 육식에도 필요한 영양소가 있으니까요. 또 운동이나 건강한 식단만큼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입니다.”
1976년 여름밤, 진하해수욕장에서의 남녀 신입사원들을 위한 캠프파이어는 현란했다. 어둠 속에서 익명성이 확보된 100여 명의 격렬한 댄스파티는 젊음의 발산 그 자체였다. 그중 열정적이고 현란하게 춤을 추어대는 한 여직원의 실루엣이 너무 멋있어 끝까지 따라가서 얼굴을 확인해보니 순박하고 어려 보이기까지 했다. 익명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하는가를 실감했다. 그리고 이어진 장기자랑에서는 흥이 오른 젊은이들이 끼를 경쟁적으로 선보여 필자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필자도 용기를 내어 국통과 식기를 악기로 삼아 중모리 12박을 치며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목청껏 불러댔다. 개성적인 민요가락에 빠진 남녀 신입사원들의 호응으로 심사위원들은 1등상을 줬고 부상으로 큰 밥솥을 탔다.
어깨너머로 배운 민요와 북장단
필자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훨씬 전인 1954년 혹은 55년경으로 기억된다. 밤이면 외양간이 딸린 우리 집 사랑방으로 아버지 친구분들이 몰려오곤 했다. 6·25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된 시기였는데, 환담을 나누면서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던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말라붙은 정서를 되살리는 수단으로 북장단과 민요와 창을 배우셨다.
국악 선생님 한 분을 초청하여 우리 집에 모시면서 밤이면 민요와 북장단을 상당 시간 배우셨는데 나는 어깨너머로 익혔다. ‘궁궁딱 궁또드락 똑딱 궁궁딱 궁궁궁’, 소위 중모리 12박 장단은 밤마다 배워도 어르신들은 많이 틀리셨는데 필자는 어렵지 않게 익히고 반복하곤 했다.
1000회에 가깝게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는 우리 한민족! 민중의 삶이 피폐하고 삶의 뿌리가 흔들릴 때마다 건전한 일상을 회복하고 즐거운 정서를 고양하기 위해 민요를 만들고 발전시켜왔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리랑만 해도 같은 3박 세마치장단에 300종류가 넘게 만들어져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민요가 되었고 2012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것이리라.
우리 가락의 멋과 흥
대형 조선소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봄가을이면 대형 선박을 발주한 여러 나라의 해운회사들이 선박 건조 현장에 파견한 감독 혹은 검사원들을 야유회에 초청하여 한국의 산하와 문화유산을 보여주곤 했다. 동해안을 따라 울산에서 감포항으로 야유회를 가던 때 한국 민요의 장점과 특징을 설명할 기회를 가졌었다. 서양음악은 4분의 3박, 4분의 4박, 8분의 6박 등이 주종을 이루는데 한국의 민요는 훨씬 창의적이고 다양하게 민족의 정한(情恨)을 표현함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인이 많이 부르는 아리랑만 해도 지역마다 달라 그 종류가 300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을 자랑했다. 아리랑의 뜻이 무엇이냐는 외국 선주 감독들의 질문에 ‘순수한 사랑을 갈구하는 가락’ 혹은 ‘고난을 삭이고 승화시키는 가락’이라고 말해줬다.
어느 해 가을, 추석 명절을 쇠기 위해 직장이 있던 동해안 쪽 울산에서 천리길을 차로 달려 서해안 쪽 고향 영광 집에 도착하니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와 계셨다. 이내 부친과 두 분이 북장단에 민요를 교대로 부르기 시작하셨다. 민요장단을 익힐 좋은 기회여서 부친과 담임선생님이 민요를 부르실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모리와 중중모리 장단을 쳐드렸다. 북이 자꾸 발에서 빠져나가려고 해, 장단을 치며 북을 끌어안으려 애를 쓰니 두 분 모두 웃으시며 즐거워하셨다.
그 후 영화 가 나와 장님이 된 누이가 민요를 부르고 남동생이 북장단을 치며 서로 회포를 푸는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민요와 가락을 익힐 기회를 더 엿보게 했다.
정년퇴직 후 달려간 민요교실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가까운 신당5동 주민센터에서 민요·장구를 가르치는 것을 알고 바로 등록했다. 남자보다 여자 회원이 대부분이어서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일주일에 두 번, 2시간씩 민요와 장구를 익히기 시작했다. 노랫가락, 굿거리장단, 세마치장단 등 여러 박자들의 민요 7곡씩을 조합해 교본을 만들어 매번 반복해가니 익히기 좋았다. 2년 정도 하니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민요를 부르며 장구를 동시에 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중모리 12박에 맞춰 부르는 금강산타령 등은 소리를 올리고 내리고 감고 꺾는 내용들이 악보에 없어 따라 하기 힘들었고 가사 또한 많은 분량이라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장구 치는 것은 북장단 익힌 경험이 도움이 되어 따라갈 수 있었다. 지금도 이곳에선 수요일과 금요일 2시간씩 민요·장구 배우는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다.
민요·장구 모임도 결성해볼 테다
경기도 용인으로 생활의 터를 옮겨 얼마 지나지 않아 집 가까운 곳에 노인복지관이 들어섰다. 약 60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민요·장구가 포함되어 있어 기뻤다. 가르치는 선생님에 따라 장점들이 다름을 새삼 느꼈다. 빠른 자진(잦은)모리장단의 경복궁타령과 잦은 뱃노래는 매우 흥겨웠고 굿거리장단 4박에 실린 창부타령의 가사들은 민족의 애환을 다양하게 담고 표출함을 실감했다. 그리고 그해 말에 60개 프로그램 단체공연을 할 때 10여 명이 무대에 나가 배운 민요들을 부르며 흥을 돋우어줬다. 청중석에서 나와 어깨춤을 추는 관중도 있어 민요의 힘과 전파력을 느낄 수 있었다.
민요·장구도 좋은 취미로 익히고 만들려면 역시 지속성과 성실성이 필요하다. 집 가까운 노인복지관에서 경제논리로 폐강이 된 후 집에서 좀 멀지만 다른 지역의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선 금요일 초급반과 월요일 중급반으로 2시간씩 운영되어 좋았고 선생님은 또 다른 개성과 장점이 있었다. 특히 굿거리장단의 다양성을 익히도록 매번 반복하여 민요를 부르고 장구를 힘껏 쳐대면 일주일의 피로가 풀리며 심신 건강을 위한 보약을 먹은 기분이 된다.
1996년 부친을 위한 칠순잔치 때 국악인을 불러 부친과 고향 친구분들을 즐겁게 해드렸다. 내년 필자의 칠순 날이 오면 형제자매들과 친구들을 불러 노래와 한민족의 영원한 고향노래인 민요들을 같이 불러볼까? 이를 위해 작년 말에 어떤 모임에서 불렀던 중모리장단의 ‘한오백년’ 과 처가 마을에 가서 담 쌓는 봉사를 하면서 목청 돋워 불렀던 ‘창부타령’을 즐겁게 다듬어 가보자! 그리고 전 직장동료들 취미모임인 산악회, 역사문화탐방회, 바둑회, 독서문학회에 이어 민요장구회 결성도 건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