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1

[노인진료센터를 가다①] 예방으로 건강수명 지키기, 서울의료원

입력 2026-05-11 06:00

[먼슬리 이슈] 건강수명 늘리는 노인 건강의 시작점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출신 유준현 과장 합류

“아픈 뒤 병원 찾는 체계는 한계, 건강하게 늙는 법 가르치는 시스템 필요”

“노인 증상 복합적, 진료과 정하기 어려워…공공병원 노인진료센터 의미 커”

▲유준현 서울의료원 노인진료센터 과장이 지난달 10일 서울의료원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유준현 서울의료원 노인진료센터 과장이 지난달 10일 서울의료원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시립병원 가운데 가장 먼저 노인진료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의료원 노인진료센터는 기력 저하, 식욕부진, 어지럼증 등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을 단순한 노화로 보지 않고,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인포괄평가를 통해 신체·정신 상태를 함께 점검하고, 질환 여부를 조기에 구분해 체계적인 진료를 제공한다.

또한 다제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복용 중인 약을 전면 재평가해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하고, 낙상·섬망 등 합병증 예방에도 주력한다. 이와 함께 수술 가능 여부와 위험도를 사전에 평가해 치료 이후 기능 회복과 삶의 질 유지까지 고려한 진료를 지원한다.

유준현 서울의료원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노인진료센터의 의미를 단순한 진료 창구 확대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맞는 새로운 의료 체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과장은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노인의학 학술재단 이사장,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등을 역임한 노인의학 분야 전문가다.

“핵심은 건강수명,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유 과장은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건강은 ‘아프기 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에서 환자가 점점 많아지면 국가의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병이 생긴 후 치료를 돕는 것보다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서울의료원 내에 마련된 노인진료센터. 서지희 기자 jhsseo@
▲서울의료원 내에 마련된 노인진료센터. 서지희 기자 jhsseo@
그는 노화 연구와 노인 건강 관리 체계를 일찍부터 준비해 온 일본의 사례도 언급했다. 일본 도쿄도는 1972년 도쿄건강장수연구소(옛 도쿄도노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일본은 고령화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노화 연구와 노인 건강 관리 체계를 준비해 왔지만, 한국은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긴 이후에야 공공의료 기반 노인진료센터 모델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노인진료센터와 같은 모델을 도입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는 씨앗을 뿌리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수십 개 복용 약, 단 몇 알로 줄여…종합평가로 종양 가능성 발견하기도”

유 과장은 노인진료가 일반 진료와 다른 가장 큰 이유로 ‘복합성’을 꼽았다. 노인 환자는 한 가지 질환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거나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이 함께 저하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는 실제 진료 사례도 소개했다. 여러 약과 건강보조식품을 과도하게 복용하던 환자에게 복용 약을 정리하도록 권했고, 그 결과 한 움큼 먹던 알약이 4알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복용 약을 줄이니까 한 움큼 먹던 알약이 4알 정도만 남았습니다. 환자분이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환자는 체중 감소와 식사량 감소를 보였는데, 종합평가 과정에서 악성 종양 가능성을 포착했습니다. CT 검사를 연계했죠. 일반 외래였다면 검사와 진단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노인진료센터에서는 전반적인 상태를 함께 보기 때문에 필요한 검사를 신속히 연결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늙는 법을 알려주는 사회로”

유 과장은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건강하게 늙는 법’을 꼽았다. “어떤 사람은 80세에도 활동적으로 지내고, 어떤 사람은 60대 후반부터 급격히 기능이 저하됩니다. 이를 연구하고 알려주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그는 노인진료센터의 핵심을 ‘치료를 더하는 곳’이 아니라 ‘노인을 전체로 보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초고령사회는 단순히 환자가 많아지는 사회가 아니라, 건강수명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를 묻는 사회라는 설명이다.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의 노인진료센터는 ‘건강하게 늙는 법’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내가 어떤 약을 먹고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으며, 정신 상태는 어떤지 등 자신의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주치의를 갖는 것이 현명한 노인이 되는 길입니다. 노인진료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익성이 낮아 민간이 먼저 나서기 어려운 만큼, 공공병원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이에 따른 공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최신 뉴스

  • 주택연금 개편, 실버타운 살아도 연금 받는다
    주택연금 개편, 실버타운 살아도 연금 받는다
  • [윤나래의 세대읽기] 먹고 입고 ‘체험’하는 불교 열풍
    [윤나래의 세대읽기] 먹고 입고 ‘체험’하는 불교 열풍
  • [요즘말 사전] 자녀보다 똑똑한 비서 ‘젬민이’의 정체는?
    [요즘말 사전] 자녀보다 똑똑한 비서 ‘젬민이’의 정체는?
  • [Trend&Bravo] 5060 동창 모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Trend&Bravo] 5060 동창 모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 “노인일자리 새 모델 찾는다” 복지부, 2027년 신규 아이템 공모전 개최
    “노인일자리 새 모델 찾는다” 복지부, 2027년 신규 아이템 공모전 개최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