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는 게 많아도 겸손해야 성격 좋다고 말하고, 자기 얘기를 잘 들어줘야 충분히 얘기를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모임에서 종종 겪는 일이다. 수치로 계산할 일은 아니지만 10명이 2시간 동안 모임을 하면 한 명당 12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회의를 하거나 개인 발표 시간이 아닌 일반적인 친목모임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가 흥미 있어 하는 이야기인지는 관심이 없고 시간을 독차지하고 혼자 말을 쏟아내는 사람을 보면 이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사람은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다. 게다가 그 내용이 남편이나 아이들 자랑으로 가득하면 듣는 사람의 고통은 극에 달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남이 얘기하면 안 듣고 딴짓을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자신이 부자라는 것을 실컷 자랑하고 나서 돈 낼 때는 딴짓하는 사람과 같은 부류다. 혼자 지겹게 떠들어놓고 말 많은 사람은 질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모임에 갈 때는 남 얘기를 좀 듣겠다는 생각으로 가야 한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시간을 독차지하고 혼자 떠드는 시간으로 만들면 안 된다. 말을 할 때도 요점 없이 비슷한 얘기를 마구 나열하면 듣는 사람이 지치게 된다. 그야말로 고문이 따로 없다. 말할 때, 그리고 글을 보면 세상에 그런 천사들도 없지만 실제 행동은 말과 글에 한참 못 미칠 때가 많다. 자기중심적으로 착하기 때문이다. 정의와 예의를 말하지만 실제 행동은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만히 다시 쳐다보게 된다. 왜일까. 자신과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기 때문인가? 독도를 바라보는 일본과 우리의 입장처럼 서로 다른 기준이 있기 때문일까?
옛날엔 바르지 않은 인간들과는 관계단절을 시도하곤 했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필자도 어느 사람의 오해로 억울한 일을 당한 황당한 경험이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그 사람이 먼저 찾아와 사과한 적이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이럴 때 용서를 구하고 또 화해하며 사는 삶이 훨씬 마음 편하고 평화롭다.
필자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부끄러운 욕심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하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열 지갑이 여의치 않다고 입을 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유머를 연구하고 할 말만 조리 있게 하는 것이 더 성숙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