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너머 싱그런 봄, ‘나만의 정원’에 심어볼까?

기사입력 2014-03-20 08:49 기사수정 2014-03-20 08:49

‘똑똑’ 봄이 왔습니다. 겨우내 굳게 닫혔던 창들이 활짝 열렸습니다. 앙상하게 마른 가지에도 새순이 올라오고, 찬바람도 슬슬 온기를 품었습니다. 이제 곧 봄이 가장 먼저 닿는 제주에서는 매화꽃, 유채꽃, 동백꽃의 개화 소식이 들리겠죠. 반가운 봄을 맞이하는 뜻에서 썰렁했던 집부터 싱그럽고 산뜻하게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참에 파릇한 생명력을 품은 ‘나만의 정원’ 하나 마련해보시죠.

◇ 어려운 분갈이 ‘NO, NO’ … ‘수경 재배’로 손쉽게

식물을 가꾸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자기 밥 챙겨먹기도 바쁜 현대인에게 꼬박꼬박 물주는 시기를 챙기는 것도 버겁다. 많이 줘도 문제, 조금 줘도 문제라 재배가 꺼려진다면 ‘수경재배’가 답이다. 물을 주는 주기가 따로 없어 매일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가습효과까지 있어 일석이조다. 또 관상용으로 제격이라 거실에 두면 쾌적하고 산뜻한 인테리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직 꽃이 피지 않고 망울져 있는 상태의 알뿌리 식물을 구입해 흙을 깨끗이 털어 뿌리가 물에 잠기게 두면 완성이다.

알뿌리 식물 중 튤립, 히아신스는 물에 담가놓기만 해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꽃 색깔도 화려해 작은 크기임에도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키우기 쉬운 것으로 싱고니움, 워터코인, 물배추, 부레옥잠, 행운목, 개운죽, 아이비, 시피루스가 수경재배에 제격이다.

수경재배는 보기만 좋은 ‘관상용’은 아니다. 채소도 키울 수 있다. 미나리, 양파 등 알뿌리식물의 뿌리 부분을 잘라 물에 담가 키우는 기초도 있지만 투명한 유리용기 안에 흙을 채우고 재배하는 ‘테라륨(terrarium)’도 있다.

토질을 뜻하는 ‘테라(Terra)’와 어항을 뜻하는 ‘아리움(arium)’의 합성어다. 흙에서 증발한 물이 유리벽에 맺혀 있다 비가 오듯 흙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식물을 키워내는 방식이다. 식물의 광합성과 증산작용의 순환법칙을 이용한 것으로 인위적으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추가로 물을 줘야할 경우 스프레이로 분사하면 된다.

용기 선택도 어렵지 않다. 테라륨 전용 유리용기도 있지만 빈티지한 느낌의 유리용기를 사용하면 멋스러운 연출도 가능하다. 팁으로 바닥에 숯을 깔면 물을 정화시켜 용기 내 부패를 막는다.

◇ ‘정원’ 어렵지 않아요 … 내 집 ‘비밀의 화원’

정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게 수 천 수 만개의 형형색색의 꽃으로 덥힌 거대한 정원을 생각하기 쉽다. 1천400개의 분수로 이뤄진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이나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의 정원. 이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작은 공간에 나만의 개성 있는 정원을 만들 수 있다.

미니 정원을 시작하기 위해 굳이 화분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물 빠짐이 가능한 용기라면 어떤 것이든지 가능하다. 스티로폼 상자나 나무박스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면 좋다. 꽃의 화려함을 부각하기 위해 화기의 색은 은은한 색을 선택해야 한다.

봄은 햇빛이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햇빛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에 두면 좋다. 가정마다 실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물주는 간격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화분 표면의 흙이 마를 때, 대략 3일에 한 번씩은 정원에 신경 써주면 오랫동안 화사하게 즐길 수 있다. 실내 가드닝의 경우 소독돼 있는 인조 토양을 구입해 쓰는 것이 위생적이고 편리하다.

빛의 양은 식물의 발아가 일어나기까지는 그다지 많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씨를 뿌려 재배할 경우 초반에는 실내에서 키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싹이 자라면 베란다나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어야 한다.

◇ 음식 대신 꽃을 담은 ‘디쉬가든’

식물 자체도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인테리어 소품과 함께 하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최근 작은 공간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이른 바 ‘손바닥 정원’이 인기다. 배수구가 없는 화분, 예를 들어 접시나 커피 잔, 깨진 장독 뚜껑, 기왓장 등에 식물을 키우는 ‘디쉬가든’이 대표적인 예. 물 빠지는 곳이 없으므로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다육 식물은 디쉬가든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디쉬가든은 다양한 모양의 접시류나 찻잔, 컵 등 각종 생활소품에 흙을 채워 식물을 심어 가꾸는 것을 말한다. 반드시 접시를 이용할 필요는 없으며 납작한 수반이나 항아리 뚜껑 을 이용해도 좋다. 화분의 간결함에 식물의 파릇파릇한 느낌을 강조해 자연의 풍경을 축소해 연출하는 것이 멋스럽기 때문에 색상과 패턴이 강렬하고 요란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

디쉬가든에는 다육식물이나 선인장과 같이 습기에 강하고 뿌리가 짧게 자라는 식물이 적합하다. 배수층이 낮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식물을 심고 싶다면 용기 밑에 굵은 돌 같은 배수층을 깔고 심으면 된다. 디쉬가든은 기존 화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깊이가 얕기 때문에 토양은 피트모스처럼 입자가 곱고 물을 오래 머금는 것이 좋다. 토양 표면은 이끼로 덮어 마무리 하자. 수분 손실도 방지하고 이끼 색상으로 물주기 적당한 시기를 알 수 있다. 건조할수록 이끼 색상이 점점 밝아지기 때문이다.

경기일보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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