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꾸준히 상승하던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뉴스를 본 김 씨는 금 투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금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 김 씨가 상담을 신청해왔다.
금 시세 결정 방식
올해 초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국제 금 현물 시세가 하반기에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최근 금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대체로 금 시세는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리가 인하되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이 무이자 자산이란 점도 금리가 금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예금이나 채권은 이자가 발생하고 주식은 배당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금은 이자와 배당이 없다. 따라서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나 배당이 있는 자산 대비 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금값을 말할 때 ‘온스’(Ounce)당 얼마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국제 금 시장에서 금을 거래하는 단위는 온스가 아니라 ‘트로이 온스’(Troy Ounce)다. 온스는 옛날부터 서양에서 곡물 등의 무게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단위인데, 현대의 g으로 환산하면 1온스는 28.345923g이다. 트로이 온스는 금·은·플래티넘(백금) 등 귀금속에만 쓰는 단위다. 1트로이 온스는 31.1034768g으로 온스보다 무게가 9.7% 더 나간다. 국제 금 시장에서 금값은 ‘1트로이 온스당 달러’로 표시한다. 현재 금 현물 표준가격은 영국 런던금시장협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 LBMA)가 매일 2회씩 결정·고시하고 있다. 금 선물은 북미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CME(Chicago Mercantile Exchange)그룹 소속의 COMEX(The Commodity Exchange의 약자)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국제 시세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원화로 고시되는 금 시세는 국제 금 시세에 환율을 반영한 값이다.
금 투자 방법은 실물 보유 가능 여부에 따라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나눌 수 있다. 실물 보유가 가능한 직접투자는 첫째 골드바 등 실물을 직접 사고 파는 금 실물 투자, 둘째 은행의 골드뱅킹 이용, 셋째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이용, 이렇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ETF나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가능한데, 이 방식은 투자자가 금 실물을 보유할 수 없다.
금 실물 투자
금 실물 투자는 사설 금 거래소나 금은방 등을 통해 골드바 등 금을 직접 사고파는 방식이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도 골드바를 거래할 수 있다.
실물 투자의 장점은 다양한 종류의 금 실물을 직접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마땅한 보관 장소가 없을 경우에는 도난이나 분실이 우려되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금 실물은 보관 기간에 이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보유 관련 세금이 없다. 또한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매매 차익도 비과세다. 다만 실물 거래의 특성상 거래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와 매도 혹은 매수 거래 시 수수료(보통 5%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별도의 세공을 원하면 세공비(1~2%)가 추가로 발생한다.
은행 골드뱅킹
은행에 금통장을 개설해 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거래 단위는 0.01g으로 소액 거래가 가능하다. 금통장 개설 후 원화를 입금하면 거래 시점의 국제 금 시세와 환율을 적용한 후 산출된 기준가격에서 수수료(1% 정도)를 뺀 값이 매입 가격이 된다. 보유 기간 중에 이자는 없다. 다만 매매 차익이 발생하면 금 실물 투자와 달리 배당소득세(15.4%)가 발생한다. 금통장에서 인출할 때 금 실물로 받을 수도 있다. 금 실물로 인출하면 부가가치세 10%와 거래수수료(5%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KRX 금 시장
KRX 금 시장은 정부의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금 현물 시장이다. KRX 금 시장은 주식처럼 편리하게 증권사(13개사)를 통해 계좌 개설 후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서 투자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거래 단위는 1g이다. KRX 금 현물 투자는 실시간 직접 매수 및 매도가 가능하다. 매매 차익은 비과세다. 다만 증권사 시스템 사용으로 인한 거래수수료(0.3% 전후)가 발생한다. 투자자가 매수한 금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보관한다. KRX 금 현물 투자 후 금 실물로 인출을 원하면 100g, 1kg 단위의 골드바로 인출할 수 있다. 금 실물로 인출 시 10%의 부가가치세와 골드바 개당 2만 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금 간접투자
펀드나 ETF를 통해 금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이다. 간접투자는 보수가 저렴한 ETF 중심으로 살펴보자. ETF를 통한 금 관련 투자는 금 현물 투자와 금 선물 투자, 그리고 금 채굴관련 기업 등에 대한 투자로 나눌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금 현물 투자, 즉 KRX 금 현물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ETF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국내 최초로 상장한 ACE KRX 금 현물 ETF가 대표적이다.
금 현물 투자 ETF는 보수가 0.5% 정도이며, 금 현물지수 추종을 위한 금 매입 및 보관 비용이 발생한다. 금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는 실물 보관 비용 부담 때문에 대부분 선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금 선물 투자 ETF는 금 실물 보관 비용은 발생하지 않지만 선물 계약을 갱신할 때 비용(롤오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금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ETF는 국내 주식형 ETF(매매 차익 비과세)와 달리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를 부담해야 한다. 금 채굴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금 현물 ETF나 금 선물 ETF에는 없는 분배금을 기대할 수 있다.
절세 계좌를 통한 금 투자
연금계좌(IRP, 연금저축)나 ISA 같은 절세 계좌로 ETF에 투자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다만 IRP에서는 선물 같은 파생상품 투자를 할 수 없고 금 선물 ETF는 연금저축펀드나 ISA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ISA는 가입 후 3년이 지나면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일반형 200만 원까지, 서민형 400만 원까지)가 가능하고,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9.9%로 분리 과세된다. IRP•연금저축으로 금 현물 ETF에 투자하거나 연금저축으로 금 현물•선물 ETF에 투자해 발생한 매매 차익이나 분배금을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3.3~5.5%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