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과 소통하는 시간” 도시락 배달로 이어가는 봉사자의 삶

기사입력 2025-02-03 08:01 기사수정 2025-02-03 08:01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 어르신 급식 지원 참여자, 임수현

▲어르신 급식 지원 참여자 임수현 씨
▲어르신 급식 지원 참여자 임수현 씨

‘띵동’. 도시락 배달을 온 임수현 씨가 초인종을 누르자, 현관문이 열리고 밝은 미소의 어르신이 버선발로 나와 인사를 전했다. 요구르트를 건네받은 임 씨는 어르신이 매번 이렇게 나와 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매일 오전 그는 서울시 중구의 아파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따뜻한 도시락 가방을 전달하고, 전날 배달된 도시락 가방을 수거한다. 가방 안에 감사 편지라도 들어있는 날에는 코끝 찡해질 정도의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

서울시 중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는 저소득 어르신을 위해 무료 급식을 지원한다. 만 6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 홀몸 어르신 등이 지원 대상이다. 현재 도시락 배달을 받는 인원은 250명, 복지관에 나와 식사하는 인원은 70명 정도 된다. 아무래도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고, 배분을 해야 하기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터. 이에 복지관에서는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렇게 저소득 어르신 급식 지원 가치동행 일자리가 시작됐는데, 현재 복지관에서는 3명의 참여자가 활동하고 있다. 모두 도시락 포장 및 배달 업무를 담당한다. 그 중 한 명인 임수현 씨는 매일 오전 8시 복지관으로 출근한다. 그리고 도시락 포장을 하고 9시 20분에서 30분 사이에 배달을 떠난다. 보통 두세 명이 한 팀이 되어 40~50개의 도시락을 배달한다. 그리고 복지관으로 돌아와 회수한 도시락통을 설거지해야 일과가 끝난다.

생명의 은인 되다

어르신의 365일 식사를 책임지는 만큼, 복지관에서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밥·국·반찬이 제공되며,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쌀은 당뇨병·환자식·죽으로 나뉜다. 금요일에는 주말에도 식사할 수 있게 레토르트 식품 위주로 배급되는 편이다. 복지관에서 사업을 담당하는 김가희 사회복지사는 “배달 업무를 하는 분들이 어르신의 상태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치동행 일자리 참여자들은 특히 부모님을 대하듯이 어르신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극찬했다.

“임수현 선생님은 작년부터 우리 복지관에서 활동하고 계세요. 보람을 많이 느껴 만족했다면서 활동을 이어 하셨죠. 가치동행 일자리 참여자 선생님들에 대한 어르신들의 만족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저희가 분기에 한 번씩 ‘먹고 싶은 메뉴를 적어달라’는 종이를 가방 안에 넣어요. 그리고 수거해서 종이를 보면, 선생님들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에요. ‘나를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사람이 처음이다’, ‘너무 친절하다’ 등 감사 인사가 쏟아졌죠. 선생님들이 단순히 도시락 배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더운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도시락 배달은 이루어진다.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기도 한다. 그러나 어르신의 칭찬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피로가 날아간다는 임수현 씨는 “당뇨병이 있는 어르신이 어느 날 병원을 갔더니, 담당 의사가 당수치가 굉장히 낮아졌다면서 비결이 뭐냐고 물어봤다고 하시더라고요”라는 일화를 전하며 미소 지었다. 이번 여름에는 특히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저소득 어르신 급식 지원 일을 한 이래로 가장 보람을 느낀 날이었다.

“도시락 배달을 갔더니 어머님의 집 현관문이 열려 있더라고요. 원래 문을 잘 안 열어놓는 분이라 무슨 일이 있나 살짝 들여다봤더니 어머님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앉아 계셨던 거죠. 그래서 괜찮냐고 여쭤보니 허리가 아파서 넘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119에 전화를 걸긴 하셨는데, 아프시다 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서 접수가 안 된 모양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119에 전화했고, 소방대원이 출동해 어머님이 병원에 가실 수 있었죠. 그 이후 어머니께서 저한테 매번 고맙다고 하시고, 복지관에도 연락해 저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표현하며 고마움을 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크게 한 일이 없는데 오히려 제가 더 감사했죠.”

봉사자의 삶 지속

임수현 씨는 서울 은평구에 거주한다. 어르신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매일 멀리서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2016년 경로당 코디네이터 활동을 하며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지붕세대공감 코디네이터 활동을 통해 복지관을 알게 됐다. 한지붕세대공감이란 대학가나 청년이 많이 사는 곳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남는 방을 학생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값에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한지붕세대공감 코디네이터는 남아 있는 방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 역할을 합니다. 홍보물을 제작해 돌아다니다가 복지관을 알게 됐어요. 마침 저소득 어르신 급식 지원단을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본 거죠.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솔깃해서 지원을 자청했죠.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그러니 작년에 이어 지금도 하고 있겠죠?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일하고 싶습니다. 다른 참여자분들 성격도 너무 좋고 얘기가 잘 통해서 일하는 게 더 즐거운 것 같아요.”

공식 봉사활동 시간만 4000시간이 넘는다는 임수현 씨는 앞으로도 봉사자의 삶을 살고 싶다. 가치동행 일자리를 통해 병원 동행 매니저로 활동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병원 동행 매니저는 병원 이동부터 귀가까지 보호자처럼 동행하는 업무를 한다. 일의 보람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임 씨는 동년배의 지인들에게 가치동행 일자리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사실 저는 굉장히 소심한 사람이었어요. 봉사활동을 하고, 서울시50플러스에서 활동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아무래도 집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사람이 집에만 있으면 게을러지잖아요. 가치동행 일자리에 참여하면 봉사활동하는 마음도 들고, 용돈 벌이도 할 수 있죠. 그러다 보면 친구들을 만나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소통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마음의 부자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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