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에서 디지털 길잡이로… “어르신 생활의 길 밝혔죠”

기사입력 2025-03-27 09:17 기사수정 2025-03-27 09:17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 월곡종합사회복지관 조문정

▲월곡종합사회복지관 디지털 이음단 강사 조문정 씨.
▲월곡종합사회복지관 디지털 이음단 강사 조문정 씨.

“딸과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어요!” 어르신의 귀여운 자랑이 조문정 씨를 웃게 한다. 그는 월곡종합사회복지관에서 디지털 이음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이음단은 정보 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스마트폰·키오스크)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전문 강사를 말한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그는 어르신과 호흡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강사로서 자신의 실력이 향상됨을 느낀다.

조문정 씨는 대학 졸업 후 장학재단을 거쳐 신입사원 담당 교육팀장으로 일했다. 결혼 후에는 전업주부로 살았고, 자연스럽게 경력 단절을 겪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2021년 디지털 활용 능력 경진대회인 ‘국민행복 IT 경진대회’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과거에 일하느라, 엄마로서 아이들 교육하느라 컴퓨터를 배웠죠. 남들보다 월등히 컴퓨터 실력이 좋았던 것은 아닌데, 운 좋게 금상을 받았어요. 내가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다음에는 무슨 활동을 해볼까 생각하던 와중에 친구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어르신복지관 스마트폰 강사를 모집한다며 추천해주더라고요. 스마트폰 다루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양성 교육을 받고 활동하게 되었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장점은 어르신들이 잘 이해하실 수 있도록 쉽고 상냥하게 수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업 분위기가 좋고, 어르신들과 사이가 돈독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월곡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조문정 씨는 “복지관 오는 길에 나무가 많아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복지사 선생님들이 워낙 친절하고,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높아 일하는 재미를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조문정 씨는 일주일에 네 번, 매달 5~6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1대 1 스마트폰 수업을 진행한다. KTX 예매, 무인카페 이용 등이 가능하도록 키오스크 사용법도 교육 한다. 한 사람당 두 달 정도 수업이 진행된다.
▲조문정 씨는 일주일에 네 번, 매달 5~6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1대 1 스마트폰 수업을 진행한다. KTX 예매, 무인카페 이용 등이 가능하도록 키오스크 사용법도 교육 한다. 한 사람당 두 달 정도 수업이 진행된다.

1대1 맞춤형 교육

조문정 씨는 복지관에서 일주일에 네 번, 매달 5~6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1대1 스마트폰 수업을 진행한다. KTX 예매, 무인카페 이용 등이 가능하도록 키오스크 사용법도 교육한다. 한 사람당 두 달 정도 수업이 진행된다. 1대1 수업의 장점은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지관에서는 사전에 어르신에게 무엇을 중점적으로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고, 조문정 씨는 답변을 기반으로 강의를 계획하고 어르신의 디지털 이해도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한다.

“카카오톡이 아예 뭔지 모르는 분도 계시거든요. 그런 분에게는 채팅 개념부터 알려드려야 하죠. 저는 연락처를 채팅 친구, 채팅을 전화 통화 내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해드려요. 그렇게 쉽게 접근해서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리고 예전에는 방법을 몰라 받지 못했던 소중한 사진을 이제는 휴대폰에 간직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드려요. 스마트폰 자체를 다루지 못하던 어르신이 수업 때마다 열심히 필기하고 복습하시더니 실력이 일취월장하셨어요. 요즘 오가면서 보면 지인들과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느라 바쁘시더라고요.(웃음) 그런 모습을 보면 선생님으로서 뿌듯함을 많이 느껴요.”

그러나 어르신을 대상으로 활동하다 보니 우여곡절도 따른다. 먼저, 대부분의 어르신은 노화에 따라 기억력이 저하돼 여러 번 학습해야 머릿속에 입력되는 경우가 많다. 조문정 씨는 어르신이 이해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준다. 그러나 어르신이 사전에 연락도 없이 수업 당일 불참할 때는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사업을 담당하는 백지선 사회복지사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강사 선생님은 그 시간이 비는 셈인데, 그러면 다른 수강생에게 전화를 드린다. 그분도 안 된다고 하면 복지관 내에 있는 카페에 가서 어르신을 즉석에서 섭외하기도 한다. 수업을 들어본 어르신이 다음엔 정식 수업을 듣고 싶다면서 관심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내가 만드는 활동비의 가치

백지선 사회복지사는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 강사를 알게 되어 신청했다”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와 디지털 이음단 사업을 진행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복지관에는 조문정 씨를 포함해 4명의 디지털 이음단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강사님들이 보통 어르신들의 자녀와 또래잖아요. 어르신들이 자녀를 대하듯 강사님들을 친근하게 보고 잘 대해주시더라고요. 강사님들도 그걸로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 같아요. 강사님들이 일지도 열심히 쓰시거든요. 일지에는 어르신들이 수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고 즐거워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요. 그것만 읽어도 괜스레 기분 좋아지고 뿌듯해집니다.”

또한 백 사회복지사는 “가치동행일자리 참여자들은 사회복지적 개념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조문정 씨 역시 “가치동행일자리는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활동비를 가치 있게 사용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공개했다. 가치동행일자리에 참여하는 친구와 함께 매달 제주도로 떠나 2박 3일 여정으로 올레길을 걷는 것. 이러한 목표 설정으로 몸이 건강해졌고,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됐으며,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을 누리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이제는 삶이 길어졌잖아요. 퇴직 후에도 활동하면서 살아야 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주부들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전업주부였어도 가치동행일자리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거나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야를 잘 찾아야 하겠죠. 집 밖으로 나와 봉사의 성격을 띤 일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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