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싸우며 웃음 피우는 ‘인지케어 드림팀’

기사입력 2025-02-12 09:05 기사수정 2025-02-12 09:05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 노원구치매안심센터 김경자, 전숙경


중계 중앙하이츠 경로당 어르신들은 금요일 오후 두 시를 손꼽아 기다린다. 김경자, 전숙경 참여자가 찾아와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이 들어 즐겁게 살 수 있어 좋다며 어르신들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두 참여자의 얼굴에는 덩달아 웃음꽃이 핀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한 시간 반 내내, 명절 앞둔 고향집처럼 왁자한 웃음이 경로당 문 밖까지 흘러넘쳤다.



“오늘은 색칠부터 해볼까요? 우리 어머님은 어떤 색깔 좋아하시더라.”

금요일 오후 한시 오십분, 오늘의 수업은 조금 이르게 문을 열었다. 첫 번째 활동은 색칠하기. 일찍이 도착한 어르신들은 김경자 씨의 지도에 따라 만다라 색칠을 시작했다. 경로당 창문 밖으로 현관문 열린 세대 한 곳을 주시하던 전숙경 씨는 직접 지각생을 모시러 나섰다. 출석 체크를 끝낸 서금엽 경로당 회장과 전숙경 씨가 모셔온 지각생 어르신 한 분까지, 총 열 분의 어르신이 색연필을 쥐고 색칠하는 데에 집중한다. 서 회장은 ‘최애’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두 참여자를 향한 칭찬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둘 다 친딸 같고 얼마나 예쁜지 몰라. 이 선생님(김경자 참여자)은 아주 싹싹하고 말하는 게 귀에 쏙쏙 들어와. 여기 선생님(전숙경 참여자)은 어찌나 칼 같은지 춤 출 때도 동작을 정확하게 알려줘. 그래서 둘이 잘 맞는다니까? 최고의 호흡이야. 선생님들이 가져온 건 뭐든 다 재밌어서 좋아.”


서로가 서로에게 일상생활의 활력소

두 참여자는 노원구 소재 경로당 세 곳을 방문하며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계 중앙하이츠 경로당은 매주 금요일 오후에 방문하고 있다. 경로당 한 곳에 배정된 수업 시간은 일주일에 한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지켜진 적이 없다. 우선 어머니 대하듯 일일이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떨며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을 거쳐야 한다.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 활동을 차례로 진행하다 보니 일찍 시작하고도 삼십 분쯤 초과하는 건 예삿일이다. 인터뷰를 위해 경로당을 방문했던 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색칠 활동으로만 한 시간을 채운 뒤로도 ‘핫도그 아줌마’ 율동, 건강박수 율동에 스트레칭이 줄줄이 이어졌다.

여러 인원이 모이는 만큼 어르신 각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가짓수도 다양하다. 색칠하기, 간식 퍼즐, 또는 색종이 접기 등. 어느 한 분 뒤처지거나 서운할 일 없게 매회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매번 여러 종류의 교구를 모두 챙겨야 한다. 하지만 두 참여자에게서 지친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나이 든 어르신들 챙긴다고 너무 고생한다’, ‘괜히 기운 뺏기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종종 들었어요. 근데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갈 때마다 친딸 대하듯 진심으로 반겨주시고, 준비해간 프로그램도 열심히 참여해주시는 모습 볼 때마다 행복해요. 제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니까요. 어르신들 덕분에 저희가 얻는 게 훨씬 더 많을 걸요?” (김경자)

“요즘 제 일상이 이 활동 기준으로 돌아간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에요. 쉬는 시간에도 유튜브 찾아보면서 다음엔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 고민하거든요. 프로그램 한 회차를 준비하려면 시간을 굉장히 많이 할애해야 돼요. 근데 좋아하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고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요.” (전숙경)


당신과 나의 행복을 위해

프로그램 진행은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김경자 씨는 프로그램을 진행을 맡고, 전숙경 씨는 어르신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한다. 시간 분배 상 김경자 씨가 활동을 갑자기 끊어도, 전숙경 씨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 활동 교구를 꺼내 준비한다. 이윽고 율동 시간이 되면 전숙경 씨가 진행을 맡는다.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덕택에 어느 부분을 자극해야 뇌를 활성화시키는 데 좋은지 알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떠나서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까.’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활동 막바지에 이른 지금까지도 동일한 목표에 골몰해있다.

“치매라는 게 진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완전히 고칠 수 없잖아요. 그래도 어르신들이 저희와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들이 나중에 눈 감으실 때에 ‘그래, 그때 그 사람들 덕분에 나 행복했었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게요. 지금으로선 그것 말고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김경자)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기사

  • 아이들과 텃밭 가꾸며 달라진 일상, “학교에 행복이 열려요”
    아이들과 텃밭 가꾸며 달라진 일상, “학교에 행복이 열려요”
  • “취약계층 보금자리 우리가 책임” 영구임대주택 주거복지사 아시나요?
    “취약계층 보금자리 우리가 책임” 영구임대주택 주거복지사 아시나요?
  • “초고령사회, 일자리 찾는 중장년 서울시민 위한 핵심 기관 될 것”
    “초고령사회, 일자리 찾는 중장년 서울시민 위한 핵심 기관 될 것”
  • 배우 서영희가 말하는 일과 가정 사이… “나를 위한 균형의 기술”
    배우 서영희가 말하는 일과 가정 사이… “나를 위한 균형의 기술”
  • 영구임대주택의 사각지대 밝히는 친절한 이웃, 주거복지사
    영구임대주택의 사각지대 밝히는 친절한 이웃, 주거복지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