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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5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식사를 책임지는 어르신은 약 260명. 경로식당으로 직접 식사를 하러 오시는 어르신은 약 156명이다. 김순재 씨는 복지관에서 큰언니처럼 사람들을 아우르며 매일 2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김순재 씨가 참여하는 가치동행일자리는 복지분야 ‘어르신급식지원’이다.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경로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식재료 준비, 배식 관리, 설거지까지 200명이 넘는 사람의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다. 타 사업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아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중도 포기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김순재 씨는 20년이 넘도록 봉사활동을 해왔다. 40대에는 아파트 부녀회장을 하면서 새터민의 행정업무를 도왔고, 이후 어르신 돌봄 봉사를 했다. 지금은 이사를 가서 지역을 옮겼지만, 가양5종합사회복지관에서의 급식 봉사 활동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러던 중 가치동행일자리가 있다는 걸 알게 돼 2023년부터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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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동행일자리는 월 57시간, 총 8개월이라는 근무 시간과 기간이 정해져있지만, 김순재 씨는 늘 근무시간보다 더 일찍 나와 일을 시작하고 근무시간이 끝나도 주방의 모든일을 마무리하고나서야 앞치마를 벗는다. 가치동행일자리 사업이 끝나고, 4개월 동안의 공백기간에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해 드리려 자원봉사를 한다. 유원주 가양5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김순재 씨가 “항상 솔선수범하며 묵묵하고 듬직하게 급식실을 책임진다”면서 “애정 가득한 진정성 있는 마음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파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른 아침 복지관에 도착하면 김순재 씨는 어르신일자리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준비해준 식재료를 씻어서 자르고 다듬는다. 이후 조리 담당자가 조리를 마치면 통에 담아 도시락에 담을 준비를 한다. 배달을 가야할 도시락과 밑반찬을 담고 정리한 뒤 배달을 보내면, 오전 10시쯤 전날 배달했던 도시락 가방과 그릇이 회수된다.
도시락 그릇 설거지를 하고 나면 11시부터 본격적인 급식이 시작된다. 식판을 놓고 배식 준비를 한다. 12시 식사가 끝나면 식판 설거지와 주방 정리를 시작한다. 이후 다음날 식사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할 재료를 정리하다보면 오후 2시가 넘는 건 예사라고. 김순재 씨는 가치동행일자리 신청을 했지만, 늘 하던 일인데다 동료들의 노고를 알기에 근무 시간이 끝났다고 먼저 일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보람으로 이어가는 급식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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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힘들지만 ‘오늘도 하루를 해냈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요. 봉사활동으로 참여할 때보다 가치동행일자리로 활동비를 받으니 더욱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김순재 씨는 사실 휴가에도 일을 하러 나가는 ‘워커홀릭’이다. 급식봉사가 끝나면 주민등록 사실 조사와 같은 통장 업무를 본다. 이렇게 주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해내면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어쩌다 동네에서 김순재 씨를 만나면 힘든 일 한다며 음료수도 사주고 쌍화탕도 손에 쥐어준다. 복지관에서 급식 봉사를 한지도 20년이 다 되어가니 어르신들 얼굴도 다 기억하지만 이름은 굳이 묻지 않는단다. “어느 순간 안 나오는 어르신이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이름을 기억하는 어르신이 있다. 중증 치매 어르신이었는데, 일주일에 두세 번 씩 식사를 하러 오는 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시고선 식사한 걸 잊고 배고프다며 복지관을 다시 찾기도 했던 어르신이다.
“몸이 안 좋아지셨는지 어느 날부터는 식사를 나오지 않으시고 도시락을 받으시더라고요. 얼굴을 못 뵈니 내심 서운했어요. 그런데 빈 도시락으로 돌아온 그릇을 보니까 ‘아 그래도 식사를 잘 하고 계시는구나’ 안심이 되더라고요. 이런 게 보람이죠.”
김순재 씨는 가치동행일자리 사업 기간이 8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르신들의 식사는 1년 365일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사업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네에서 주민들을 만나 가치동행일자리 참여를 하게 됐다고 말하면,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더라고요. 노인일자리와 같은 제도도 모르고요. 더 많은 분들이 알고 지원할 수 있도록 홍보가 많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치동행일자리도 더 늘어나면 좋겠어요. 저희 복지관은 늘 일손이 필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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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주 사회복지사 역시 “어르신들에게는 한 끼 식사가 정말 중요하다. 하루를 제대로 못 먹으면 다음날 달라지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다. 어르신급식지원단은 식사를 통한 어르신의 변화를 눈으로 매일 볼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지역 복지관으로 식사하러 올 어르신이 더 늘어날 테니 많은 분들이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복지관에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순재 씨는 꼭 이런 일자리 사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중장년이 자원 봉사에 더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회사 다니다가 그만두면 할 일이 없어요. 자녀도 다 장성해서 결혼하면 집안일도 줄어들죠. 주변 분들에게 여가 시간에 봉사활동 해보기를 많이 권하는데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복지관 급식지원 봉사활동을 한다면 ‘급식 관련 일을 해본 적 없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정신도 활기차고 몸도 건강해집니다. 남을 돕는 일이지만, 결국은 나를 돕는 일이 되는 게 봉사인 것 같아요. 뿌듯하고 보람찬 하루가 이어질 겁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